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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49)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5일 단행된 국가정보원 차장 인사 때문이다. 국내 정보와 대공 수사를 담당하는 국정원 2차장에 최윤수 전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49)가 발탁됐다. 검사장 승진 두 달 만이다. 검찰에서 주로 특별수사 분야에서 일했다. 그런데도 국정원 2차장으로 발탁되자 정치권의 시선이 자연스레 우 수석에게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다. 최 차장이 지난해 2월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 임명됐을 때도 우 수석과의 친분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최 차장은 “세간의 오해다. 그분과 그렇게 친분이 있지 않다”고 했다. 당시 해외자원 개발 비리, 포스코 농협 KT&G 비리 등 전 정권 인사 관련 사건이 유독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용두사미에 그치면서 ‘청와대 하명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최 2차장이 승승장구하자 ‘세간의 오해’가 깊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검찰 인사도 ‘우병우의 힘’이 확인된 인사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자신이 데리고 있던 권정훈 당시 대통령민정비서관(사법연수원 24기)이 차기 검사장 승진 1순위 자리로 꼽히는 법무부 인권국장에 임명됐다. 당초 이 자리는 검사장 승진 대상 기수인 23기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영상 민정수석실 행정관(29기)은 검찰 수사 첩보를 총괄하는 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 자리를 꿰찼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를 약속했지만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청와대 파견 검사를 검찰로 복직시킬 때 한동안 한직으로 보내던 관행도 사라졌다. 이 때문에 요즘 서초동 주변에선 인사철이면 우 수석과의 친분으로 인사 결과를 점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각종 정보와 사정(司正) 라인에 우 수석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견제와 균형’이란 권력 운용의 원칙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김수남 검찰총장은 2008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할 당시 금융조세조사2부장이던 우 수석과 두터운 신뢰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 수석은 야인 시절 지인과 대화할 때 김 총장을 ‘형’이라 칭하며 극찬했다고 한다. 검찰 특별수사 라인과 우 수석의 친분도 눈에 띈다. 대검 중앙수사부의 맥을 잇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이끄는 김기동 단장,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이동열 3차장 모두 우 수석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 수석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당시 대검 중수1과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그해 5월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기수 선두주자였던 우 수석은 2013년 검사장 승진에 탈락하자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이듬해 5월 대통령민정비서관에 임명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어 ‘정윤회 동향 문건 파동’을 거치면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으로부터도 신임을 얻었고, 지난해 1월 48세에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연배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발탁이었다. 여권 안팎에서 그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나돌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가 내부 감찰을 강화하자 대선 캠프 출신 청와대 인사들 사이에선 ‘우병우의 청와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청와대 파견 경찰이 ‘정윤회 문건’ 작성자로 확인되자 상당수 경찰 출신을 돌려보냈다. 현 정부 청와대에 파견된 경찰은 이명박 정부 당시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경찰은 인사 검증 라인에서도 배제됐다. 일각에서 ‘검찰 독주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3월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막후 기획자’로 우 수석이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4월 해외자원 개발 비리사건에 연루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이 전 총리 사퇴로 현 정부는 치명상을 입었다. 이때 ‘우 수석 사퇴론’이 나오기도 했다. 우 수석의 ‘힘’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검찰 인사만 하더라도 기수 선두주자였던 우 수석이 ‘잘나가는’ 선후배들과 친분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재산 신고액이 409억 원이 넘어 행정부 내 최고 자산가다. 대부분 기흥컨트리클럽 대주주였던 장인 고 이상달 정강중기 회장에게서 상속받은 것이다. 금전적으로 아쉬울 게 없는 데다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 때문에 오해를 받는다는 평가도 있다.이재명 egija@donga.com·조동주 기자}

“취직도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다 짜증이 나서 그랬어요.” 인천국제공항 ‘폭발물 상자’ 사건의 피의자 A 씨(36)는 4일 인천공항경찰대에 붙잡힌 뒤 범행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국내 한 음대에서 비올라를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졸업한 ‘엘리트’였다. 하지만 졸업 후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번번이 취직에 실패했고 결혼하여 지난해 아이까지 낳으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종종 병원에서 환자를 옮기는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져갔다. A 씨는 화풀이할 곳을 찾았다. 최근 밀입국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인천공항이 떠올랐다. 다시 한번 공항을 시끄럽게 하고 싶었다. 작은 화과자(和菓子) 상자에 기타줄 3개와 전선 4조각, 건전지 4개를 담았다. 냉장고에 있던 브로콜리와 양배추 바나나껍질도 넣었다. 겉에는 폭발물처럼 보이도록 부탄가스통과 라이터용 가스통, 500mL짜리 생수병을 부착했다. 그는 상자 안에 아랍어로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이고 신이 처벌한다’고 적힌 메모지도 넣었다. 집에서 구글번역기를 이용해 프린터로 인쇄한 것이다. 이어 지난달 29일 오후 3시 36분 인천공항 입국장 C게이트 남자화장실 좌변기에 상자를 놓고 달아났다. 이어 집 근처 PC방에서 폭발물 관련 뉴스를 찾아본 뒤 지방에 있는 처가에 내려갔다가 이틀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또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천공항 보안이 허술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하고, 공항철도 요금 결제 명세를 확인해 A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뒤 이날 집에서 검거했다. A 씨는 경찰에서 “이슬람국가(IS) 등과 같은 테러단체에 가입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으며 실제로 폭발물을 터뜨릴 생각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2003년부터 조울증을 앓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해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입국 기록은 없었다. 경찰은 폭발성 물건 파열 예비음모 및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A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인천공항을 찾아 CCTV 분석을 통해 A 씨를 용의자로 지목해 체포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김순천 경위(49)를 1계급 특진시켰다.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조동주 기자}

폭력이나 마약 관련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자유롭게 입출국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2일 감사원과 법무부에 따르면 2013∼2014년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외국인 범죄자 관리 실태 점검 결과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은 2304명 가운데 43명은 적법한 조치 없이 사실상 방치됐다. 이들은 폭력이나 마약, 성매매 알선, 특수절도 등의 범죄로 징역형이 확정된 외국인이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 추방되거나 형량에 따라 5년간 입국 금지, 마약 성폭력 사범 등은 영구 입국 금지된다. 검찰이 외국인 범죄자 명단을 통보하면 출입국사무소는 강제 추방하거나 중점 관리 대상으로 분류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선 이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틈을 타 18명은 수시로 한국을 드나들었다. 강제 추방돼 입국이 금지돼야 하지만 적게는 2회, 많게는 13회까지 한국을 출입국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들은 아무 제지 없이 출입국 심사를 통과했다. 특히 6명은 국내에서 체류 기간 연장 허가까지 받았다. 이처럼 허술한 인천국제공항의 보안 체계와 출입국 심사를 개선하기 위해 공항 상주 기관들의 공조 시스템이 대폭 강화된다. 2일 출입국관리소가 마련한 ‘환승객 등 불법 출입국 방지 방안’에 따르면 우선 출입국관리소와 경찰, 인천공항공사 보안요원으로 구성된 ‘보안관리전담팀’ 구성이 추진된다. 이들은 여객터미널 출입국심사장과 환승구역 등을 24시간 순찰하다가 불법 입국 등의 행위가 발생하면 출동한다. 밀입국 경로로 이용된 출입국심사장의 보안 시스템도 개선된다. 베트남인 환승객이 강제로 열고 빠져나간 자동출입국심사대는 무단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보완한다. 누군가 강제로 게이트를 열 경우 출입국심사종합상황실은 물론이고 대테러종합상황실 등에도 실시간으로 경보음이 울리게 하는 것이다. 또 자동심사대 앞에 보안 셔터를 설치하고, 뒤에는 고정으로 근무하는 감독자를 배치할 계획이다. 특히 터미널 2층 입국장에 설치된 자동심사대에서 무단 진입이 발생할 경우 두 상황실에 긴급 알림 신호 체계를 만들어 1층 입국장 세관지역을 거쳐 대합실로 나가는 출입문을 차단할 계획이다. 또 터미널 2, 3층 6곳에 각각 설치된 자동심사대를 4곳으로 통합해 관리하기로 했다.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조동주·우경임 기자}

인천국제공항 보안 체계의 총체적 부실은 공조를 기피하는 공항 상주기관들의 뿌리 깊은 관행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거나 관리 사각지대가 있어도 다른 기관의 지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연이어 발생한 밀입국 역시 기관 간 공조(共助)만 됐어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따로 노는 ‘작은 정부’ 1일 공항 상주 기관들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출입국 절차와 관련 시설 등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담당한다. 통관 업무와 관련 시설은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이 맡는다. 여행객들이 거쳐 가는 보안검색장과 나머지 보안구역은 인천공항공사가 위탁한 3개 용역업체 경비요원 1200여 명이 교대로 순찰한다. 그러나 경비요원들은 인천세관이 담당하는 1층 입국장 세관구역과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맡는 2, 3층 출입국심사대를 출입할 수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개항한 2001년부터 밀입국 등 돌발적인 사건 사고에 대비해 세관구역과 출입국심사대에도 경비요원 출입 및 순찰 방안을 건의했다. 세관이나 출입국사무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취약시간대나 사각지대 관리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국가정보원과 경찰도 이들 구역의 보안 체계가 취약하다며 경비요원의 순찰 허용 등을 포함해 보안시스템 강화를 권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세관과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자체적으로 각종 범법자를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는 사법경찰권이 있어 별도의 보안 경비요원이 필요 없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세관과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관할 구역에 자체적으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전체 터미널을 관리하는 인천공항공사는 이들 구역의 CC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공항업계 관계자는 “타 기관 소속 직원이 경비에 참여할 경우 세관이나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안구역은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추방 예정이던 외국인 불법 체류자 2명이 호송버스를 타고 인천공항 3층 여객터미널에 내린 뒤 공항 탑승동 강제퇴거자 대기실로 가는 다른 버스로 갈아타던 중에 도주했다. 이들은 3층 여객터미널에서 1층 주차장까지 짧지 않은 거리를 유유히 도망쳐 미리 준비한 차량 등을 이용해 도주했다. 뒤늦게 1명은 잡혔지만 나머지 1명은 아직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에 상주하는 기관은 국토교통부와 국정원 법무부 관세청 검찰 경찰 등 10여 곳. 이 때문에 ‘작은 정부’로도 불린다. 분기마다 공항운영협의회가 열리고 테러보안대책협의회도 마련되지만 밀입국 사건이 1주일 간격으로 잇달아 터졌다. 협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항 내 한 운영기관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보안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책임질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CCTV로 ‘폭발물 상자’ 용의자 4명 압축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화장실에서 발견된 ‘폭발물 상자’를 수사 중인 경찰은 주변 CCTV를 분석해 유력한 용의자를 4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CCTV가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화질이 좋지 않아 용의자를 추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밀 분석을 통해 의심스러운 인물 4명을 가려낸 것으로 전해졌다.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조동주 기자}
대한민국 최일선 국경인 인천국제공항을 뚫고 밀입국한 중국인 부부와 베트남인 남성은 공항 환승객 신분이었다. 환승객은 인천공항 환승구역을 거쳐 출국 게이트에 머무는 동안 일반 탑승객과 신분이 분간되지 않기에 ‘환승 밀입국 브로커’의 표적이 돼왔다. 브로커는 한국인이 북미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자 없이 쉽게 입국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중국인 등을 한국인으로 위장해 선진국에 밀입국시키는 데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수법을 자주 쓰고 있다. 1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한중 합작 밀입국 브로커 일당 서모 씨(47·여) 등 3명이 2013년 11월 중국인을 한국인으로 둔갑시켜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으로 밀입국시키려다 적발돼 징역 8∼10개월에 처해졌다. 이들은 중국 브로커가 선진국으로 밀입국을 원하는 중국인을 모집해오면 한국 브로커가 위조여권과 탑승권을 인천공항에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밀입국을 도왔다. 한국인 신분으로 프랑스 밀입국을 원하던 중국인 A 씨 등 5명이 환승객으로 인천공항에 들어오자, 한국인 브로커는 프랑스로 가는 티켓을 발권받아 인천공항 출국심사대를 통과해 게이트로 향했다. 손에는 중국인 5명의 사진이 붙은 한국인 위조여권 5장이 들려 있었다. 브로커는 중국인과 출국 게이트에서 만나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인 행세를 하며 프랑스에 입국했다. 브로커 일당은 한국인이 120여 개국에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 서 씨 등은 위조여권에 한국에서 출국한 것처럼 가짜 출국심사 도장을 찍어 치밀하게 밀입국을 성사시켰다. 이들이 이렇게 입국시킨 중국인들이 10명에 이른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범인을 잡아줘서 마음이 후련하다. 중필이도 이제 마음 편히 가질 거 같아.”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 조중필 씨(당시 22세)의 어머니 이복수 씨(74)는 29일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의외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날만을 애타게 기다려온 세월이 19년이다. 1997년 4월 3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햄버거 가게 1층 화장실에서 조 씨를 살해한 진범으로 기소된 미국인 아서 패터슨(37)은 이날 1심에서 징역 20년에 처해졌다. ‘죽은 사람’은 있지만 ‘죽인 사람’이 없어 미궁에 빠졌던 이태원 살인사건이 사건 발생 6875일 만에 진상이 규명됐다.○ 피 묻은 옷이 결정적 증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29일 패터슨이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이라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패터슨을 무기징역에 처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살인을 저질렀더라도 소년범에게는 최대 징역 20년까지 선고하도록 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법’에 따라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패터슨은 당시 만 17세였다. 이 사건의 구조는 간단하다. 당시 조 씨를 뒤따라 화장실에 들어간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37) 중 한 명이 명백히 범인이다. 하지만 둘은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범인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패터슨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조 씨의 뒤로 다가가 목 오른쪽, 가슴, 목 왼쪽을 9차례에 걸쳐 잇따라 찌른 다음 칼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고 주장한 리의 진술을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패터슨이 양손과 머리, 상·하의와 양말에 피가 잔뜩 묻어있었던 반면 리는 상의에 적은 양의 피가 스프레이로 뿌린 듯 묻어있던 점을 결정적 증거로 판단했다. 조 씨는 칼날 길이 9.5cm짜리 칼에 오른쪽 목을 세 번, 가슴을 두 번, 왼쪽 목을 네 번 찔렸다. 패터슨과 리는 “범인이 조 씨를 처음 찔렀을 때 오른쪽 목에선 피가 분수처럼 솟았고, 치명상이 된 왼쪽 목 상처에선 울컥울컥 쏟아졌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9.5cm라는 짧은 칼날로 좁은 부위를 여러 번 집중해 찌르려면 범인이 조 씨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했고, 그랬다면 옷 전체에, 최소한 칼을 쥔 오른손만큼은 반드시 많은 피가 묻을 수밖에 없으므로 패터슨이 진범이라고 판단했다. 패터슨이 범행 직후 1층 화장실에서 4층 술집으로 올라와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양손과 머리에 묻은 피를 닦았다는 현장 목격자들의 진술도 유죄의 근거가 됐다. ○유죄 판결 나오자 안절부절못해 이날 패터슨은 옥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재판부를 향해 허리 숙여 한국식으로 인사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직후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150석 가득 들어찬 방청객을 둘러봤다. 정수리 머리숱이 많이 빠져서인지 앞머리와 옆머리에 헤어 제품을 발라 모두 뒤로 넘겨 여백을 가렸고, 말끔히 면도한 상태였다. 선고가 시작되자 허리를 꼿꼿이 펴고 오른쪽으로 의자를 45도 돌려 몸을 재판부로 향했다. 이후 재판부와 통역이 말을 할 때마다 고개를 돌리며 쳐다봤다. 패터슨은 재판부가 리의 진술을 인정하고 자신의 진술을 배척한다는 취지의 말을 통역에게 전달받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는 재판부의 말을 전해 듣고는 몸을 앞뒤로 수차례 젖히며 안절부절못했다. 재판부가 “피고인은 생면부지인 피해자를 잭나이프로 공격해 별다른 이유 없이 살해했다”고 언급하자 또다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패터슨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직후 7명에게 둘러싸여 다시 감옥으로 돌아갔다 재판부는 1997년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이 확정된 리 역시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리가 화장실에 따라 들어간 건 단순히 범행을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못 들어오게 감시하거나 범행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리는 한 사건의 재판이 확정되면 두 번 재판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조 씨 어머니 이 씨는 “1997년 당시 검찰이 패터슨과 리를 공동정범으로 기소했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패터슨이 19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된 데엔 2009년 9월 개봉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이 영화는 대중의 무관심에 묻혀있던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아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켜 패터슨을 국내로 송환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를 만든 홍기선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영화를 찍을 때만 해도 진범을 한국에 데려와 심판할 수 있을 거라곤 기대하지 못했다”며 “패터슨과 리 모두 죄가 있고 책임이 있으니 진실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신나리 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신자용)는 박철언 전 의원(74)과 부인 현경자 전 의원(69)의 수백억 원대 비자금 의혹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박 전 의원의 수행비서였다는 김모 씨(52)가 고발한 내용이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부족해 돈의 출처나 성격을 규명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개인의 은행거래 내역은 5년이면 폐기되기 때문에 자금의 출처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김 씨는 박 전 의원 등이 30여 년간 친인척과 지인 명의의 차명계좌로 68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지난해 3월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22일 경북 고령군의 한 주택에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들이닥친 대구지검 서부지청 수사관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안방에 비치된 바구니 안에선 A 씨(41)와 B 씨(48·여)가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와 중국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다정하게 찍은 사진 10여 장이 발견됐다. 두 남녀의 사진이 각각 붙어있지만 실제 이름과는 다른 가짜 여권 2개를 복사한 종이도 함께 담겨있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는 19년 전 살인사건 범인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사랑 때문에 사람을 죽이다 “이혼해!” 1996년 12월 8일 오후 10시경 대구 달성군 현풍면 공영주차장에선 고성이 오갔다. 당시 21세였던 A 씨는 일곱 살 연상인 내연녀 B 씨와 살고 있는 남편에게 막무가내로 이혼을 종용했다. A 씨는 자신보다 열세 살 많은 내연녀 남편과 말다툼을 하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11km 떨어진 구마고속도로 인근 수로에 버린 뒤 휘발유를 뿌리고 불태웠다. 양궁선수였던 A 씨는 합숙소에서 가까운 슈퍼마켓 여주인인 B 씨를 처음 만나고 밀애를 이어갔는데, B 씨 남편이 이 사실을 알고 둘을 떼놓으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자 A 씨가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집 근처로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범행 직후 A 씨와 내연녀 B 씨는 ‘사랑의 도피’를 떠났다. 이들은 16개월간 경북 경주, 전북 군산, 인천 등 국내를 떠돌다가 위조여권을 사서 1998년 4월 1일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A 씨는 4년여 동안 일본 빠찡코에서 승률 높은 자리를 손님에게 알선해주는 브로커를 하며 1억 원 가까이 돈을 모았다. 도쿄 디즈니랜드 관광을 다녀올 만큼 일상의 평온을 되찾았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 전역에서 검문검색이 부쩍 철저해졌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이들은 또다시 위조여권을 구입해 중국 상하이로 도주했다. 중국에서의 생활은 일본과 달리 팍팍했다. A 씨는 트럭에 야채를 실어주는 일을 했고, B 씨는 공장에 나가며 근근이 생계를 연명했다. 그래도 이들의 사랑은 여전히 불타올랐다. 어려운 와중에 짬을 내 만리장성을 구경 다녀오기도 했다.●19년 만에 당당히 자수한 살인범 A 씨와 B 씨는 도피생활이 10년을 넘어서자 한국에 대한 향수가 커졌다. 이들은 1996년 12월 8일 저지른 살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15년)가 2011년 12월 7일부로 끝났다고 판단해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이들은 처음엔 일본과 중국에서 써먹은 대로 위조여권을 구입하려고 했다. 2013년 B 씨 친언니 부부를 중국 청도로 불러 8000만 원을 쥐어주며 위조여권 2장 구입을 부탁했다. 위조여권을 구하려 2년여 동안 애썼지만 실패했다. 결국 이들은 살인죄 공소시효가 지나 한국에 들어가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자수라는 초강수를 택했다. 2015년 11월 주상하이 총영사관을 찾아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밀항한 불법 체류자인데, 자수할 테니 한국으로 보내 달라”고 말했다. 중국 공안에 인계돼 2개월여 동안 조사를 받으며 귀국이 지연되자 “어서 한국으로 보내 달라”며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30일, B 씨는 이달 6일 각각 중국에서 추방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돌아왔다. B 씨 남편을 살해하고 도피한지 19년 만이었다. 검경은 이들의 밀항 동기를 조사하다가 B 씨 남편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 당시 남편 시신에서 발견된 유전자(DNA)가 A 씨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A 씨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공소시효(15년)가 지났으니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범인이 해외로 도피하면 그 순간부터 공소시효가 중지되지만, A 씨의 경우엔 밀항했기에 언제 중국으로 도주했는지 알 방법이 없어 공소시효를 따져보기가 애매했다.●결정적 증거가 된 ‘사랑의 추억’ A 씨와 B 씨는 공소시효가 모두 지날 때까지 한국에 숨어살다가 2014년 4월에야 중국으로 밀항했다고 주장했다. 둘 다 계좌거래나 의료보험, 전기·도시가스 가입 내역이 전혀 없어 한국에서 살았다고 보기 어려워보였지만 이를 반박할 증거가 없었다. 이들은 도피 행적에 대해선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들의 의도대로 공소시효가 끝난 것으로 처리돼 범인이 죄를 자백하는데도 처벌하지 못하는 처지가 될 터였다. 검찰은 난감했다. 어떻게든 이들이 언제 해외로 도피했는지를 입증해야 했다. 마지막 희망으로 이들의 가족 행적을 들여다봤다. 검찰은 B 씨 친언니 부부가 2010년과 2013년 각각 2박 3일로 중국 청도 여행을 다녀온 것을 수상쩍게 주시했다. 두 차례 모두 여행사를 통하지도 않고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은 채 달랑 비행기표만 끊었던 것.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사진 한 장 찍지도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검찰은 22일 B 씨 친언니 자택을 압수수색해 A 씨와 B 씨가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 일본과 중국으로 사랑의 도피를 벌이면서 디즈니랜드나 만리장성 등 유명 관광지에서 다정하게 찍은 사진 10여장이었다. 사진 뒷면엔 ‘2000년 몇월 며칠’ 식으로 촬영일자가 적혀있어 당시 해외에 있었다는 게 명확히 입증됐다. A 씨의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다시 유효해진 순간이었다. 이 사진들은 A 씨와 B 씨가 2013년 중국 청도를 찾아온 B 씨 친언니에게 ‘귀국을 준비하면서 살림살이를 정리하는데 이것만큼은 아름다운 추억이라 차마 버릴 수 없으니 잘 간직해 달라’며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B 씨 친언니 자택에선 A 씨와 B 씨가 1998년 일본 밀항 시 썼던 위조여권 2개 복사본, 당시 위조여권에 쓴 증명사진도 함께 발견됐다. 국내외 도주 행적을 세밀히 적어둔 메모지도 있었다. 묵비권으로 일관하던 A 씨와 B 씨는 검사가 명백한 증거인 사진을 내밀자 체념하고 모든 걸 자백했다. 따로 격리돼 조사를 받으면서 B 씨가 먼저 죄를 자백했다. 이들은 나란히 구속돼 대구교도소에 수감돼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지청장 장영수)는 살인, 사체유기, 여권위조 혐의 등으로 A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B 씨에 대해선 살인에 가담했는지 등을 보강 조사해 곧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묵비권으로 일관할 땐 막막했지만 이들이 사랑의 추억으로 간직하려고 버리지 않고 간직한 사진을 결정적 단서로 삼아 처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인천국제공항의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밀입국한 중국인 허모 씨(31)와 펑모 씨(31·여) 부부는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던 ‘중국인 불법 체류자’의 지시를 받아 치밀하게 밀입국을 실행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와 인천지검 외사부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현재 국내 밀입국 브로커로 추정되는 이 ‘중국인 불법 체류자’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국내 브로커 역할을 한 중국인 불법 체류자는 당초 허 씨 부부에게 일본에서 인천을 거쳐 베이징으로 가는 티켓을 끊어 환승입국으로 밀입국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밀입국한 뒤에는 택시를 타고 스마트폰 통역서비스를 이용해 충남 천안으로 가달라고 하라고 말한 정황도 검찰이 파악했다. 하지만 이 부부는 인천국제공항의 제지로 환승입국을 하지 못했고, 21일 새벽 시간에 보안검색대를 무단 통과해 밀입국했다. 중국인 불법 체류자는 허 씨 부부에게서 12만 위안을 받고 남편에게는 막노동일을, 부인에게는 식당일을 알선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밀입국과 관련한 국내의 추가 인물이나 조직이 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 등의 수사로 허 씨 부부의 입국 경로도 상세하게 파악되고 있다. 허 씨 부부는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현금으로 베이징∼도쿄 나리타(제주 경유), 나리타∼베이징(인천 경유)행 왕복 티켓을 각각 50여만 원에 구입했다. 각각의 비행기 티켓을 따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모두 결제한 것이어서 미리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16일 오전 10시 33분 베이징에서 도쿄 나리타행 대한항공 KE880을 타고 오후 2시 제주도에 도착한 뒤 5시간 후인 오후 7시에 나리타로 가는 KE717편을 타고 오후 9시 30분 일본에 도착했다. 이들은 16일부터 4박 5일간 일본에 머문 뒤 20일 인천을 경유하는 베이징행 비행기를 탔다. 26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허 씨 부부는 27일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 수감됐다. 박성규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열린 영장실질심사 후에 “도주할 우려가 있고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다”며 허 씨 부부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선이 취항하는 전국의 지방공항도 보안점검에 나섰다. 김해공항은 부산지방경찰청 공항경찰대가 입국심사대를 연결하는 구조물을 높이라고 권고함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는 등 자체적으로 보안시설과 근무체계 등을 점검하고 나섰다. 지방 국제공항의 허술한 보안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서 한 여행사를 운영하는 A 씨는 본보에 “지난해 단체 관광객을 인솔해 출국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관광객이 다시 입국장으로 나오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했다. 2층에서 출국 절차를 마치고 보안구역에 들어갔는데 1층 입국장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공항 직원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는 “공항 보안구역에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는 출입문이나 통로가 많은데 이런 곳을 폐쇄하거나 감시하는 보안·검색 요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황금천 kchwang@donga.com·조동주 기자}
정부가 한국 방문의 해인 2016년을 맞아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중국인에 대한 입국 문턱을 낮춘다. 법무부는 28일부터 중국인 복수비자 발급 연령을 60세 이상에서 55세 이상으로 낮추고, 한번 입국했을 때 체류기간도 30일에서 90일로 확대한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인 약 8000만 명이 추가로 복수비자 발급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 대학교수, 기업 대표 등 전문직이나 석사 이상 고학력자에게는 10년 동안 유효한 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도 최초로 시행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패션 미용 문화체험 등 한류 콘텐츠와 관광을 결합해 다양한 관광객을 유치하고 관련 산업분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한류 비자(가칭)’를 신설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한국을 찾았던 중국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는 비율이 12%도 채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한국의 첫 인상인 출입국 공무원의 친절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우리의 사상과 관념을 바꾸고 시장경제를 이해해야 한다.” 전통 농업지대인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개혁을 추진하는 중국 차세대 리더 루하오(陸昊·49·사진) 성장은 24일 헤이룽장 성 초청으로 하얼빈에서 열린 한국기자단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루 성장은 베이징대 경제학과에서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접했고 이후 개혁개방 정책을 선도해왔다. 36세에 베이징 부시장에 올라 최연소 차관급 관료가 된 그는 46세에 장관급인 성장에 최연소로 발탁되면서 중국의 유력 차세대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루 성장은 “한국이 박정희 대통령 당시 새마을운동을 통해 농업을 크게 발전시켰듯이 헤이룽장 성도 농업 혁신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헤이룽장 성 농업은 옥수수 벼 콩 등 3개 품목의 절대 생산량을 늘려 국가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그의 개혁 정책은 농산물의 절대 생산량을 줄이더라도 품목을 다양화하고 유기농 제품 생산에 주력한 뒤 인터넷 등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루 성장은 헤이룽장 성에는 광물자원과 약재가 풍부하다며 우수한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이 진출해 주기를 강력히 희망했다.하얼빈=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법적으로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직 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이를 바로잡도록 한 정부의 시정명령을 어긴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당시 전교조 위원장이었던 정진후 정의당 의원(59)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4일 정부의 시정명령을 어긴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기소된 전교조와 정 의원에게 각각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교조 규약 부칙 5조는 ‘부당 해고된 교원은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교조는 2010년 정부의 규약 시정명령을 거부했고 결국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1, 2심 재판부는 전교조가 교원노조법상 교원이 아닌 해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삼은 위법 행위를 시정하라는 정부의 명령이 적법하다며 전교조와 정 의원에게 각각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교원에게 예외적으로 노조활동을 허용하는 교원노조법 입법 취지상 교원 자격을 법으로 정해 제한하고 있는데 전교조가 이를 위반했다며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정 의원은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전교조는 정부의 시정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가 2012년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된 바 있다. 이에 정부가 재차 규약을 고치라고 명령했지만 전교조는 계속 거부했고, 결국 정부가 2013년 10월 전교조에 법적으로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하면서 ‘법외노조 공방’이 불거졌다.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은 1심에서 전교조가 패소했고, 항소심 판결이 21일 나올 예정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09년 유동성 위기 당시 계열사끼리 기업어음(CP)을 거래하도록 해 부도를 막은 행위는 배임이 아니라고 검찰이 판단하고 관련 고소·고발을 무혐의 처분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는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당한 박 회장과 기옥 금호아시아나그룹 대외협력 사장, 오남수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13일 밝혔다. 박 회장 등은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CP를 금호석유화학 등 12개 계열사에 4270억여 원에 팔았다. 박찬구 회장이 경영하는 금호석화와 경제개혁연대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등을 부당지원하기 위해 계열사에 CP를 팔도록 해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장을 냈다. 검찰은 당시 금호그룹 지배구조 특성상 금호석화 등 계열사가 CP를 매입하지 않았다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뿐 아니라 금호석화 등 다른 계열사도 모두 부도가 나는 상황이었다며 배임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11월 이 사안에 대해 “부도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범위 내에서 CP를 매입한 것”이라며 부당 지원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검찰이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폭스바겐코리아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전승수)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사기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폭스바겐코리아 등을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폭스바겐코리아가 배출가스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디젤 차량 9만2247대를 국내에 판매해 대기오염을 유발했고 그로 인해 시민의 건강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11월 고발장을 냈다. 당초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에 접수됐지만 폭스바겐코리아가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해 이송됐다. 이 단체는 7일 폭스바겐코리아가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을 숨기고 승인 검사를 받았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고발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63·사진)이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처장에게 11일 징역 4년과 추징금 13억8268만 원을 선고했다. 김 전 처장은 와일드캣이 한국의 해상작전헬기로 선정되도록 정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며 2011년 11월부터 약 3년간 유럽 방위산업체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사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65억여 원을 약속받고 이 중 실제로 14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됐다.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의 범행이 국토 안전보장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방위산업 업무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했다며 실형을 선고한 배경을 설명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아동 성범죄자 A 씨는 만기 복역을 마치고 감옥을 나서면서 “아동 포르노를 보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 아동 포르노에 빠져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보호관찰관 면담 때는 “포르노를 끊고 성실히 살고 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 같은 A 씨의 행각은 법무부의 거짓말탐지검사에서 들통 나고 말았다. 요원이 A 씨의 신체 곳곳에 거짓말측정기를 붙여 조사한 결과 어린이를 보기만 해도 성적으로 흥분하고, 아동 포르노를 즐긴다는 징후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는 ‘재범 우려 사범’으로 교정당국의 집중 관리를 받게 됐다. 이런 가상의 사례가 현실화하게 됐다. 법무부가 현재 성충동 약물 치료(화학적 거세)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거짓말탐지검사를 연내 보호관찰 대상인 모든 성범죄자에게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성범죄로 실형을 살고 출소하거나 집행유예 상태에서 보호관찰을 받는 모든 성범죄자에게 일정 기간 주기적으로 거짓말탐지검사를 강제해 재범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성범죄자에 대한 정기적 거짓말탐지검사는 2013년 3월 화학적 거세자에게 처음 시행됐다. 성충동을 조절하는 약물을 투약해도 성욕이 일부 남을 수 있는 데다, 범죄자가 비아그라 같은 성욕 증강제를 몰래 복용하는 사례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화학적 거세자 8명에게 거짓말탐지검사를 실시한 결과 재범은 한 건도 없었다. 성범죄자 거짓말탐지검사는 거짓말탐지요원과 보호관찰관, 심리상담가 등 3명이 한 팀을 이뤄 성범죄자를 각자 면담해 다각도로 관리한다. 재범할 만큼 성욕이 비정상적으로 높은지, 남몰래 다른 범행을 저지른 건 아닌지 등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심리 치료도 병행해 재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성범죄자 재범 방지를 위한 거짓말탐지검사는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부장 김영대 검사장) 소속 전문 수사관들이 맡을 예정이다. 대검 과학수사부는 지난해 12월 18일 미국폴리그래프협회로부터 세계에서 8번째로 거짓말탐지검사 전문가 교육기관으로 공식 인가를 받았다. 이 협회는 미국 정보·수사기관의 거짓말탐지요원으로 활동하려면 반드시 교육을 거쳐야 하는 정부 공인 단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김대년 위원장이 8일 선거구 획정 무산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선거구 실종’ 사태가 장기화하고 이젠 위원장까지 사퇴하면서 국회의 직무유기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여야 동수로 구성된 획정위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을 의결 요건으로 하는 의사결정 구조의 한계까지 더해져 결실을 맺지 못했다”면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입법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선거구획정위에 현행 지역구 246석을 기준으로 획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획정위는 의결에 실패했다.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인 김 위원장을 제외한 획정위원 8명이 여야 성향으로 4명씩 갈려 ‘대리인’ 역할을 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정 의장은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 본회의에도 직권상정을 하지 못했다. 중앙선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후임을 선정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로 넘기면 안행위는 10일 이내에 획정위원을 의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누가 획정위원장을 맡으려 할지, 또 위원장을 맡는다 해도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획정 작업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예비후보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임시방편으로 8일까지 허용한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 지속 여부와 1일부터 중단한 예비후보 등록 접수 개시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깜깜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한 예비후보는 총선 선거일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34조 제1항 제2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8일 제기했다. 경기 남양주갑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인 조광한 군장대 석좌교수는 “선거구가 없어져도 현역 의원은 의정보고서를 배포하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예비후보자는 그 자격을 상실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돼 평등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선거일을 ‘국회 임기 만료 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에 치르도록 규정돼 있어 20대 총선은 4월 13일 치러진다. 조 교수는 4월 13일로 총선 일정을 정한 중앙선관위 선거공고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그는 의원 임기 만료 120일 전부터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20대 총선을 선거구 획정 후 120일 뒤에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조동주 기자}

1997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보그룹 특혜대출 비리’ 사건은 검찰 수사 끝에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 씨가 구속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하는 것은 곧 대통령을 건드리는 것”이라며 구속 불가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검찰에 “지금 각하께서 울고 계시다”며 압력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던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은 정권과 검찰 안팎의 압력에도 “중수부장은 국민이 뽑아준 것”이라며 구속을 강행해 ‘국민의 중수부장’이란 애칭을 얻었다. 대검 중수부는 이처럼 국민의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때로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런 중수부가 2013년 4월 폐지된 지 약 3년 만에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 바통을 넘겼다. 동아일보는 윤곽이 드러난 특별수사단 출범에 맞춰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72), 김종빈 전 검찰총장(69),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64),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56) 등 옛 중수부 출신 전현직 검사들에게 특별수사단이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현철 씨 구속 이후 지방 고검장으로 ‘좌천성 영전’한 심 전 고검장은 특별수사단 지휘부에 “‘칼에는 (주인을 보는) 눈이 없다. 외압에 꺾인 수사는 결국 부메랑이 돼 자신을 찌를 것”이라며 “검사의 꽃이 된다는 생각으로 수사에 임하라”고 당부했다. 한보비리 수사 당시 중수부 드림팀에는 김수남 현 검찰총장도 있었다. 심 전 고검장은 “중수부가 언론과 국민적 관심에 포위된 것이야말로 권력에 개입 여지를 주지 않은 힘의 원천이었다”고 회고했다. 2002년 중수부장을 지내며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를 구속시킨 김종빈 전 검찰총장도 “총장은 최후 보직이란 생각으로 ‘외풍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다. 당시 수사팀은 기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서류 없이 구두로만 보고하며 수사를 성공시켰다. 마지막 중수부장이었던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은 “과거 중수부는 서로 잘 아는 선후배끼리 끌어주는 폐쇄성 때문에 검찰 내부의 불만도 많았다. ‘내 사람 심기’나 동색(同色)으로 인사하면 실패한다”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휘부가 수사의 경중과 강약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절하느냐가 특별수사단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자동차, 론스타 수사를 맡으며 ‘재벌 저승사자’로 불린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은 “디지털 및 회계분석, 계좌추적 등 중수부의 장점이었던 첨단 수사지원 역량을 함께 재건해야 한다”고 했다. 대검 중수과장 출신의 한 관계자는 특별수사단이 충분한 정보 수집과 내사를 통해 오래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수사 대상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중수부 출신 검사들은 공통적으로 “중수부 시절 정치권의 하명수사는 거의 없었다”며 수사 테마 선정은 검찰이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부 장관 출신 변호사는 “검찰총장이 되는 것보다 거악을 잡는 특별수사를 하는 것을 더 명예롭게 여기던 시절이 다시 열리기 바란다”며 특별수사단의 성공을 기원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조동주 기자}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예비후보 자격을 잃게 된 기존 지역구 출마 예정자들이 선거구가 획정될 때까지는 선관위와 검경에 단속당할 걱정 없이 계속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정점식 검사장)는 6일 헌정 사상 초유의 선거구 미획정 사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가진 회의에서 이 같은 대책을 마련했다. 예비후보 자격을 상실해 선거운동을 못하게 된 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고, 현역 국회의원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경과 선관위는 선거구 미획정 사태를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형평성 차원에서 선거구 실종 전 예비후보자 843명(지난해 12월 31일 기준)이 선거운동을 계속해도 단속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예비후보자들은 △선거사무소 개소 및 간판·현판·현수막 설치 △명함 배포(지하철 등 다수인 왕래 지역 제외) △어깨띠나 표지물 착용 △전화 통화로 직접 지지 호소 등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에게 보장된 선거운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검찰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예비후보 자격을 잃은 기존 지역구 출마예정자들이 계속 선거운동을 해도 단속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예비후보 자격 상실이 후보자 책임이 아닌데다 현역 국회의원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정점식 검사장)는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회의를 갖고 헌정 사상 초유의 선거구 미획정 사태의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선거구 미획정 사태를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형평성 차원에서 선거구 실종 전 예비후보자 843명(지난해 12월 31일 기준)이 계속 선거운동을 진행해도 단속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예비후보자들은 △선거사무소 개소 및 간판·현판·현수막 설치 △명함 배포(지하철 등 다수인 왕래 지역 제외) △어깨띠 또는 표지물 착용 △전화 통화로 직접 지지 호소 등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에게 보장된 선거운동을 계속 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방안”이라며 조속한 선거구 획정을 촉구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