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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지상군이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국경지대 도시를 진압하기 위해 국경을 건넜다. 터키가 시리아 영토에 지상군을 투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근 유프라테스 강 이름을 따 ‘유프라테스 방패’라 명명된 이번 군사작전에 따라 터키 지상군은 24일 오전 4시부터 1시간 45분 동안 국경에서 1km 남짓 떨어진 시리아 알레포 주 자라불루스의 IS 거점 63곳에 대포와 로켓 224발을 발사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같은 시간 하늘에선 터키군과 미군 주도 연합군이 거점 12곳에 폭격을 퍼부었다. 터키 지상군은 오전 6시경 쑥대밭이 된 도시를 향해 특수부대와 탱크를 진격시키며 국경을 넘었다. 자라불루스는 시리아 북부에서 암약하던 IS가 이달 초 만비즈에서 시리아 쿠르드계 인민수비대(YPG)에 격퇴당해 도주한 곳으로, 터키-시리아 국경지대의 마지막 IS 거점 주요 도시다. 터키의 군사작전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수도 앙카라를 방문한 날 이뤄졌다. 미국과 터키 공동으로 수행할 이번 작전을 계기로 터키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두고 첨예화됐던 양국의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스라엘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무인 자율주행 군용 차량을 국경 지역에 실전 배치했다. 전쟁 패러다임이 인간 대 인간의 싸움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원격 조종되는 전쟁용 AI 로봇의 대결로 바뀌어 갈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스라엘군은 7월 중순부터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지구 국경에 운전사 없이 완전 자율 주행하는 군용 차량을 실전 배치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4일 보도했다. 기존 차량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얹은 이 차량은 가자지구 국경 일대를 순찰하며 각종 데이터를 확보해 육·해·공군에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전시에는 사람보다 먼저 전방으로 달려가 안전한 진군 경로를 파악하는 정보수집 활동도 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차량은 이전 모델과 달리 장애물을 스스로 피하는 능력을 갖췄다. 차량에 설치된 기관총 등 각종 무기는 아직 원격 조종으로만 작동하지만 기술이 더 발전하면 완전 자동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향후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 등 인근 아랍국가의 국경 지대에도 이 차량을 순차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은 사람 대신 로봇이 싸우는 ‘무인(無人) 전쟁’ 기술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미군은 2011년부터 지상전 병력을 무인 형태로 완전 자동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전쟁용 AI 로봇 부대 창설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로봇개발 부문 책임자인 아밀 슈폰드 중령은 “1, 2년 전만 해도 완전 자동 로봇부대는 20~30년 후의 목표로 여겨졌지만 현재 각 부대에 로봇 차량을 고루 배치하는 편성 체제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개발이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이슬람국가(IS)가 지배하던 팔루자에 사는 11세 이라크 소년 체합은 지난해 아버지가 실종된 후 두 동생과 어머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아버지는 생사조차 알 수 없다. 이라크 정부군이 운영하는 팔루자 피란민 캠프로 탈출한 가족은 장남인 체합이 매일 길거리에서 채소를 팔아 버는 2000∼3000이라크디나르(약 1900∼2800원)가 유일한 수입이다. 소년의 어머니는 “팔루자에서 모든 걸 잃어버린 우리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 장남이 거리로 나가야 하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IS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에는 체합처럼 학교 대신 일터로 끌려가 생계를 책임지는 소년가장이 57만5000명이 넘는다고 알자지라가 23일 보도했다. 전쟁으로 학교의 20%가 문을 닫은 이라크에선 1990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아이들이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반강제적으로 일하고 있다. 전국을 강타한 전쟁으로 죽음과 성폭행, 유괴, 강제징집 등의 위험에 처한 아이들이 300만 명이 넘는다. 유엔에 따르면 이런 ‘위기의 아동’은 최근 1년 6개월간 100만 명 이상 늘어났다. 이라크 어린이들이 7, 8세부터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내몰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면서 전쟁이 끝나도 국가의 미래는 밝지 않다. 내일의 주인공인 이들은 독성물질 가득한 화학공장이나 쓰레기 수집장에서 어떤 보호 장비도 없이 장시간 일한다. 어린이들은 갖가지 악조건에서도 터무니없이 적은 급여로 쉽게 부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어린이만 골라 쓰는 악덕 업주도 많다. 11세 소년 압둘 카림은 5월 이라크 정부군이 IS 거점인 팔루자를 탈환하는 와중에 가족과 함께 도시를 탈출해 피란민 캠프로 왔다. 그의 아버지가 폭격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카림은 졸지에 소년가장이 됐다. 그는 캠프에서 빨간 아이스박스를 들고 다니며 탄산음료를 팔아 가족을 부양한다. 카림은 “학교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우리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며 “여기서 우리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해 친구들과 놀지도 못한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한창 성장할 나이에 전쟁 위협에 늘 노출되다 보니 범죄의 길로 빠지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사회에서 버려진 아이들이 극단주의 사상에 경도돼 무장단체에 투신하거나 살인자나 도둑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유니세프의 이라크 담당 마울리드 와르파 씨는 “오늘의 이라크는 어린이가 살기에 가장 위험한 곳 가운데 하나”라며 “매일 일에 찌든 아이들이 장차 어떻게 자랄지 상상하기 힘들다”며 안타까워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하늘에선 검은색 헬기 2대가 폭탄을 뿌린다. 지상에는 어린이들의 머리와 팔다리가 각각 뜯겨져 굴러다닌다. 살아남은 아이들의 얼굴은 눈물바다지만 팔과 다리가 잘려 나간 채 죽은 아이는 행복하게 웃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에 사는 일곱 살 소년이 그려 자신을 치료해준 의사 자헤르 살룰 씨에게 전해준 그림 속의 장면이다. 살룰 씨는 “죽은 아이는 미소 짓고 산 아이는 울고 있는 장면은 죽는 게 사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여기는 시리아 아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6년째 극심한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선 5만 명이 넘는 어린아이가 죽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시리아인권관측소를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최근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이 거세진 알레포에선 이번 달에만 어린이 142명이 죽었다. 흙먼지와 핏자국으로 범벅이 된 채 응급차에 타고 멍한 표정을 짓는 사진으로 세계를 울린 알레포의 5세 소년 옴란 다끄니시의 형 알리(10)도 이 중 한 명이다. 동생이 17일 폭격 당일 찍힌 영상으로 참혹한 알레포의 상징이 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동안 형은 20일 부상이 악화돼 숨졌다. 폭격 당시 다른 가족은 집 안에 있었지만 알리는 집 앞에서 놀고 있다가 폭격으로 더 크게 다쳤다. 폭격으로 집을 잃은 옴란과 알리 형제 부모는 임시 거처에서 조문객을 받으면서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보복이 두려워 이름조차 밝히길 거부했다. “우리 죽기 전에 보러 와!” 알레포 인근 아타립에서 남동생과 사는 레임 사디끄 양(16)이 최근 알레포에 사는 삼촌에게 장난기 담아 보낸 자조적 음성메시지다. 그 메시지를 보낸 뒤 남동생 압둘라가 16일 동네 수영장에 가다 폭격을 맞고 죽었다. 다행히 사디크 양은 살아있다. 11세 소년 와심 아자즈는 18일 차 수리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우러 집을 나섰다가 폭격으로 즉사했다. 함께 걷던 형 무함마드는 생사를 헤매고 있다. 19일 알레포 병원에 팔이 잘린 채 이송된 세 살배기 아흐메드 무함마드 타디피에게는 의약품이 부족해 초음파 검사 외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전쟁 통에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 자체를 모른다. 공원이나 놀이터, 영화관은 이들이 태어나기 전 이미 다 파괴됐다. 무너진 담벼락이나 천장이 없는 집 같은 망가진 모습이 이들에겐 더 익숙하다. 알레포 어린이들은 장난감이 없어 러시아제 폭탄 잔해를 주우며 여름을 보내고 있다. 알레포 샤라르 구역에서 아내와 아이 6명과 살고 있는 한 남성이 CNN에 전한 육아일기에는 전쟁 중 태어난 다섯 살 꼬마가 자연사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수많은 이웃이 폭격으로 죽어가는 걸 봤기에 사람은 당연히 폭탄을 맞아 죽는 줄 안다. “자연사한 이웃의 장례식에 갔는데 딸이 ‘그 사람은 어느 폭탄에 맞아 죽은 거야?’라며 폭탄 종류 3, 4개를 나열하면서 물어봤다. 자연사했다고 설명하니 딸이 이해를 못하고 혼란스러워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터키 동남부 가지안테프 야외 결혼식장에서 20일 10대 미성년자가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켜 최소 51명이 죽고 69명이 다쳤다. 시리아와의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올해 터키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테러 직후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스탄불 시청 앞에서 한 TV 생중계 연설에서 경찰의 말을 인용해 “테러범은 12∼14세이며 69명의 부상자 가운데 17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다에시(IS를 지칭하는 아랍어식 약자)가 최근 가지안테프에서 세력을 확장하려 한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안보당국은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IS 퇴치를 위한)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테러는 이날 밤 가지안테프 샤힌베이 지역 길거리에서 쿠르드 전통식으로 열린 야외 결혼식 현장에서 발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가지안테프는 내전 중인 시리아 알레포에서 북쪽으로 95km 떨어진 곳으로 난민캠프가 많고 테러 단체가 활개를 쳐 치안이 불안한 곳이다. 자살폭탄 테러는 결혼식이 끝나갈 때쯤 거리에서 춤을 추며 흥을 만끽하던 이들 사이에서 터져 피해가 더욱 컸다. 현장에 있던 벨리 칸 씨(25)는 “테러 직후 식장은 피와 시신으로 가득했다”며 “앰뷸런스가 최소 20대는 왔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신랑과 신부도 현재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범한 결혼식장을 겨냥한 소프트 테러는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가 “향후 6개월 동안 시리아 내전에 적극 개입하겠다”며 “시리아 미래에는 쿠르드 반군이나 IS, 아사드 정권도 없어야 한다”고 밝힌 지 불과 반나절 만에 터졌다. 아직 테러를 자처하는 세력은 없지만 그동안 터키 동남권에서 잇따라 테러를 감행해온 쿠르드노동자당(PKK)보다는 IS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쿠르드계를 대변하는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은 성명에서 이번 결혼식은 당원이 관계된 예식이었다며 “이 사건을 규탄하고 공격한 자들을 저주한다”고 밝혔다. 집권 정의개발당(AKP) 소속 가지안테프 지역구 의원인 샤밀 타이야르를 포함한 지역 정치인들도 IS를 용의 세력으로 지목했다고 터키 매체가 전했다. 테러가 발생한 결혼 축하연 장소가 쿠르드계가 많이 거주하는 곳이고, PKK의 경우 민간인이 아니라 군과 경찰, 공공기관을 목표물로 삼는다는 점도 IS가 테러 용의자로 지목되는 이유다. IS는 올해 1월 이스탄불 술탄아흐메트 광장 폭탄 테러(10명 사망)와 6월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자폭테러(45명 사망)의 배후로도 의심받고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또 혁명하면 되지 뭐.” 저녁을 함께 먹던 이집트 남성 아흐메드(가명·34) 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이집트 정부가 세금과 물가를 올리고 있는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까지 벌어지면 살기가 더 팍팍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경기침체로 극심한 달러난에 몰린 이집트는 최근 IMF로부터 3년간 120억 달러(약 13조2500억 원) 구제금융을 받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집트는 최근 전기요금 담뱃값 유류비 등 생활밀착형 비용을 잇달아 올렸다. 전기요금은 40% 인상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40%를 올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갑에 19이집트파운드(약 2470원)였던 말버러 담배는 30이집트파운드까지 치솟았다. 보조금 덕에 1이집트파운드에 불과한 지하철 요금도 곧 오른다. 12∼14%의 부가가치세도 9월부터 도입된다. 이런 상황에서 IMF 사태까지 맞게 된 이집트 국민은 불안과 불만에 휩싸여 있다. IMF 사태 당시 한국은 역사상 유례없는 금 모으기 운동까지 벌이며 국민들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했지만 지금 이집트에서 그런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5년 동안 두 번이나 혁명으로 정권을 퇴진시킨 역사적 경험은 보다 손쉬운 해결책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경제를 살리지 못해 국민의 염원을 이뤄주지 못한 정권엔 혁명의 쓴맛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장기 해결책보단 단기간 분노를 집중시켜 정권을 바꿔버리는 걸 더 쉽게 여기는 게 이집트의 현실이다. 2011년 1월 이웃국가 튀니지에서 흘러온 ‘아랍의 봄’ 열기를 타고 수도 카이로에 군집한 수백만 명이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몰아낼 때만 해도 국민 스스로 민주주의를 쟁취했다는 승리감에 취해 있었다. 민주주의만 갖춰지면 장밋빛 미래가 도래할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국제사회는 혁명을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정작 경제 문제에선 냉정했다. 그동안 나라를 먹여 살렸던 관광과 수에즈 운하 통관 사업은 국제사회의 불안한 시선 속에 수직 낙하했다. 2012년 들어선 최초의 민간인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은 하루에 정전이 8번 되고 주유소에 기름이 메마르게 만들 만큼 통치 능력에 결함을 드러냈다. 혁명의 단맛을 봤던 이집트 국민은 다음 대통령 선거를 기다리는 대신 새 정부 집권 1년 만에 다시 혁명을 택했다. 아랍의 봄이 무색하게 다시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이끄는 군부정권으로 회귀한 것이다. 그사이 나랏빚은 2011년 8000억이집트파운드(약 100조 원)에서 2016년 2조3000억 이집트파운드로 급증했다. 산업 기반이 취약한 이집트는 미국과 유럽 국가의 원조에 의존하다가 세계은행(30억 달러) 아프리카개발은행(15억 달러)에 이어 IMF에까지 손을 내밀었다. IMF는 이집트의 외환보유액(150억 달러)에 준하는 거금을 지원하며 1997년 한국처럼 잔혹한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이집트 군부정권이 국민 지지의 버팀목으로 삼아온 전기 유류 수도 철도 등 각종 정부 보조금을 대거 삭감하고 여러 세금을 신설하라는 조건이 뒤따랐다. 아무리 외국 원조를 당연시해 원금을 제대로 갚는 데 익숙지 않은 이집트라 해도 ‘피도 눈물도 없는’ IMF의 구제금융만큼은 입을 싹 닦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많다. 지금도 젊은층에게선 ‘혁명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민가고 싶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는 판국에 IMF 사태가 본격화하면 정국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달콤했던 혁명의 열매는 어느새 쓰디쓴 맛만 남겼다. 조동주 카이로 특파원 djc@donga.com}
터키 쿠데타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75)에게 터키 검찰이 16일 2회 종신형과 징역 1900년을 구형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이번 구형은 검찰이 수사 중인 쿠데타 혐의와는 별개로, 지난해 9월 귈렌 일당이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고 무장 테러조직을 운영하며 기업으로부터 받아낸 자금을 미국으로 불법 송금한 혐의 등에 대한 것이다. 터키는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위한 사전 절차로 사형제를 폐지해 중복 종신형이 최고형이다. 터키 서부 우샤크 주 검찰은 2527장에 달하는 공소장에서 귈렌을 포함한 112명의 혐의를 낱낱이 적시했다. 검찰은 귈렌이 정부기관과 정보기관에 암약하는 귈렌 세력을 이용해 재단 사립학교 회사 학생기숙사 미디어 등 각종 수단을 통해 무력으로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부라는 명목으로 기업들에게 받아낸 돈을 아랍에미레이트(UAE) 남아프리카공화국 튀지니 모로코 요르단 독일 등의 은행을 통해 미국으로 불법 송금한 혐의도 적용했다. 귈렌은 이번 사건 혐의와 쿠데타 혐의를 줄곧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터키 경찰에게 휴대전화 불심검문 권한을 부여한 이후 왓츠앱 카카오톡 라인 틱톡 탱고 바이버 등 스마트폰 메신저를 설치했다는 이유로 수백 명이 불심검문을 당해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쿠데타 모의 세력이 중동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작전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탓에 메신저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터키 정부를 비판하는 트윗으로 팔로워 100만 명이 넘을 만큼 인기가 많은 ‘푸앗 아브니’를 팔로우하거나 그의 글을 리트윗해도 체포될 수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 거주하는 교민 이모 씨는 기자에게 “스마트폰으로 메신저를 자주 이용하는 한국인이 터키를 여행할 때 불심검문을 주의해야 한다”며 “점점 북한 같아지는 터키 모습에 숨이 막힌다”고 전했다. 쿠데타 직후 한국 외교부가 터키에 발령한 특별여행주의보는 31일까지 연장된 상태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선천적 심장병으로 수술이 시급한 아프가니스탄의 14개월 된 영아를 살리기 위해 페이스북(페북)에서 뭉친 지구촌 생면부지들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파키스탄에 사는 아프간 출신의 남자아이 예히아 군(사진)을 위해 페북에서 꼬리를 물고 연결된 이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생명을 구하자는 뜻만으로 하나가 됐다. 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예히아 군은 심장에 구멍이 2개가 난 선천성 질환으로 수술이 급했지만 아이 부모는 수술비 7000달러(약 770만 원)를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부모는 4월 가족 결혼식차 아프간 잘랄라바드에 갔다가 예히아 군 삼촌인 영어교사 파르하드 자히르 씨(29)를 만나 사정을 털어놨는데, 이 삼촌의 페북이 예히아 군의 목숨을 살렸다. 자히르 씨는 페북 친구이자 2012년 참여했던 아프간 교사훈련 프로젝트 책임자인 이스라엘인 무스만 씨(69·여)에게 조카 사진과 함께 구호의 메시지를 보냈다. 만난 적은 없지만 평소 페북에 친절하게 댓글을 달아주곤 했던 기억에 매달린 것이다. 무스만 씨는 예전에 CNN에서 얼핏 봤던 이스라엘의 어린이 심장병 치료단체 ‘세이브 어 차일즈 하트(Save a Child‘s Heart)’의 사이먼 피셔 대표에게 페북 메시지로 예히아 군의 사연을 알렸다. 아프간과 이스라엘은 외교관계가 없었지만 이 단체는 흔쾌히 무료 수술을 해주겠다고 답했다. 예히아 군과 아버지를 위한 이스라엘 입국 비자도 받아줬다. 예히아 가족이 있는 파키스탄에서 이스라엘로 가려면 터키를 경유해야 했다. 예히아 군 삼촌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있는 터키대사관을 직접 찾아가 겨우 터키 외교관의 e메일 주소를 받아냈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 이 사연을 들은 무스만 씨는 아프간에서 구호활동을 오래 해 터키대사관과도 친분이 있는 이란계 미국인 패리 모이니 씨에게 도움의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에 사는 모이니 씨가 직접 본 적 없는 예히아 군을 위해 쓴 감동적인 편지에 터키대사관은 하루 만에 입국 비자를 내줬다. 예히아 군과 아버지는 우여곡절 끝에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도시 홀론의 울프슨메디컬센터에 도착했지만 통역이 걸림돌이었다. 아이 아버지가 쓰는 우르두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번에도 페북이 통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삼촌이 페북으로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인도 출신 이민자 마이클 데이비슨 씨(70)를 찾아내 통역을 부탁했다. 데이비슨 씨는 흔쾌히 병원으로 왔다. 혼자 아들을 데리고 이스라엘에 온 아버지는 페북을 통해 뭉친 ‘새로운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8시간에 걸친 아들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장면을 지켜봤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집트와 리비아 지역의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이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과 영국군이 격전을 벌이며 사하라 사막에 묻어둔 지뢰를 캐내 사제 폭탄을 만드는 데 쓰고 있다. 1940년대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무기가 2016년 IS에 의해 부활해 지구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의 사막 지뢰 제거 작업을 이끌었던 파티 엘 샤즐리 전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IS가 1940년대 사하라 사막에 묻힌 지뢰를 캐내 사제 폭탄으로 재활용한 사례가 1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2일 보도했다. 샤즐리 전 대사는 IS가 올 3월 이집트 홍해 지역에서 군인 5명을 죽인 테러도 2차 대전 당시 매설된 지뢰를 개조해 만든 폭탄으로 감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지뢰밭인 이집트 사하라 사막에는 전 세계 지뢰 1억1000만여 개 중 2300만여 개(약 20%)가 묻혀 있다. 이 중 1750만여 개가 1940년대 나치군이 심은 지뢰로 알려졌다. 사하라 사막에 묻힌 지뢰는 이집트 북부에서 활동해 온 반정부 무장단체가 2004년 시나이 반도 북부 도시 타바의 리조트에서 34명을 죽인 테러에 처음 쓰였는데, IS가 2014년 이 일대를 장악한 이후 적극적으로 지뢰 캐내기에 나섰다는 게 샤즐리 전 대사의 설명이다. IS는 리비아 동부 국경지대인 이집트의 마르사마트루흐에서 무기를 조달하기 위해 현지인 가이드를 고용한 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다니며 70여 년 전 지뢰를 캐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일부 가난한 원주민은 직접 지뢰를 캐 무기 암시장에 팔기도 한다. 지뢰가 묻힌 사하라 사막 일대는 군인조차 기피하는 곳이라 IS의 피난처로도 활용되고 있다. IS는 리비아에서 밀수한 총기를 숨겨두는 데 지뢰 사막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집트 당국은 지뢰탐지기 700여 개를 미국에서 지원받아 1981년부터 지뢰 300여만 개를 제거했지만 여전히 2000만 개 가까운 지뢰가 묻혀 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가 연일 폭격을 퍼붓고 있는 알레포 동부지역의 의사들이 알레포 상공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정해달라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눈물의 서한을 보냈다. 11일 BBC에 따르면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동부지역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15명은 서한에서 “폭격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한 달 안에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주민 25만 명이 고립된 이 지역에선 지난달에만 42차례나 정부군과 러시아의 폭격이 이어졌다. 알레포 의사들은 5년 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셀 수 없는 환자가 죽음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참상을 전했다. 이들은 “의사로서 가장 힘든 것은 살 사람과 죽을 사람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열악한 의료시설의 문제를 제기했다. 2주 전에는 병원을 향한 폭격으로 전력이 끊기는 바람에 신생아 4명이 인큐베이터 산소를 차단당해 싸늘한 주검으로 식어갔다. 의사들은 국제사회가 시리아 정세의 심각성에 대해 분석만 할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레포 동부지역의 폭격이 가혹해지는데도 ‘피난 가라’는 말만 할 뿐 고립된 주민 25만 명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눈물이나 동정은 필요 없다”며 “국제사회가 알레포 동부를 폭격금지 구역으로 정해 폭격을 막아 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군은 11일부터 매일 오전 10시~오후 1시 3시간 동안 민간인에게 물자를 공급할 시간을 주기 위해 폭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은 알레포 동부 지역에 음식과 약 등 물자를 공급하려면 최소 48시간의 폭격 중지가 필요하다며 반발했다. UN은 구호물자를 구비해뒀지만 잇따르는 폭격과 두터운 포위망 때문에 알레포 동부로 반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알레포에선 정부군과 반군의 격렬한 전투로 주민 200만 명은 며칠 동안 전력과 수도가 끊긴 채 살고 있다.카이로=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여객기 동체 착륙 사고 당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던 인도 남성이 사고 6일 후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 원)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말 두바이에서 은퇴하고 가족이 있는 인도로 귀농하려 했지만 회사 요청으로 근무를 1년 연장한 덕에 구사일생과 인생역전을 연이어 경험하게 됐다. 37년째 두바이에서 자동차수리공으로 일해 온 인도인 무함마드 바쉬르 압둘 카마르 씨(61)는 지난 3일 두바이국제공항의 에미리트 항공기 EK521편 동체 착륙 사고 당시 생존한 300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를 맞아 고향인 인도 케랄라 주 티루바난타푸람을 다녀오던 차에 생사를 넘나드는 사고를 겪은 지 엿새 뒤 인생을 뒤바꾸게 될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달 6일 고향으로 가는 길에 두바이공항 면세점에서 1000디르함(약 30만 원)을 주고 산 복권이 100만 달러에 당첨된 것이다. 그는 평소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재미 삼아 복권을 샀는데 17번 만에 당첨금을 손에 넣었다. 그는 UAE 일간지 칼리즈타임스에 “항공기 사고 당시 신이 날 기적처럼 지켜준 이유가 분명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연봉 2만6400달러(약 3140만 원)의 사나이는 38년 치 연봉을 한꺼번에 거머쥐게 됐지만 정년까지 자동차수리공으로 일할 계획이다. 당첨금으로 두바이에서 사업을 하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37년간 인도에서 가족과 보낸 날은 37개월 밖에 안 된다. 정년 후엔 계획대로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가족과 보내겠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6~8일 벌어진 반(反)정부 시위에 나섰던 시위대 100여 명이 진압에 나선 정부군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포함한 오로미야 지역에서 최소 33명이 사망했고, 북부 도시 바히르다르를 포함한 암하라 지역에서 최소 60명이 총격에 숨졌다고 로이터가 9일 보도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 등 오로미야 지역의 10여개 마을에서는 최근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반정부파 깃발을 흔드는 시위가 잇따라 벌어졌다. 이 지역에서는 올해 초 정부 주도 개발사업과 관련한 농지분배 정책을 두고 반대 시위가 발생했는데, 이를 정부가 강경 진압하며 야당 정치인과 시위자를 구금하자 반발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부의 불평등한 분배를 규탄하며 야당 정치인의 석방을 요구했다. 야당 측은 “오로미야 지역 시위에서 정부군에 의해 사살된 33명의 시위대 명단을 갖고 있다”며 “이 명단은 더욱 늘어날 거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북부 도시 바히르다르에서는 경찰이 8일 새벽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면서 30~6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됐다. 이 지역에서는 정부가 월카예트라는 지역을 암하라 대신 티그레이 지역에 불법적으로 편입시켰다고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사망자와 부상자로 가득한 현지 병원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사망자가 60명이라고 밝혔다.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인터내셔널) 아디스아바바 지부는 이날 바히르다르에서의 사망자가 최소 30명이 넘는다며 에티오피아 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권리인 평화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카이로=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파키스탄 서부 중소도시 퀘타의 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벌어진 자살 폭탄테러를 두고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탈레반이 서로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변호사와 경찰 등을 주로 노린 이번 테러로 최소 70명이 죽고 112명이 다쳤다. IS는 9일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8일 퀘타의 병원 응급실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아마크 통신은 “IS 전사가 법무부 직원들과 경찰이 모인 곳에서 폭탄 벨트를 터뜨렸다”며 “사상자가 200명이 넘는 공격이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파키스탄 탈레반 무장단체 자마아트 우르 아흐라르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파키스탄 사회에 이슬람 시스템이 생겨날 때까지 비슷한 테러를 계속 저지르겠다는 성명을 냈다. 자마아트 우르 아흐라르는 일주일 전 미국이 글로벌 테러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단체다. 파키스탄 정부는 인구 30만 명이 넘지 않는 작은 도시 퀘타를 노린 테러의 정확한 배후를 색출해 섬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직까지는 어느 쪽이 테러 배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파키스탄 정부는 그동안 자국에 IS가 유입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단호하게 주장해왔지만 온라인을 통해 IS에 투신한 테러범들의 공격이 수차례 벌어졌다. 탈레반도 올해 파키스탄 퀘타 등 변방 지역에 보안이 취약한 점을 노려 테러를 잇달아 저지르고 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우리에게 죽음을 명하면 바로 실행하겠다.’ 7일 터키 이스탄불 남부 예니카프 해변에서 정부 주도로 열린 ‘민주주의와 순교자를 위한 집회’에선 이런 문구가 선명하게 적힌 빨간색 터키 국기가 펄럭였다. 옆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적힌 국기가 휘날렸다. 이날 이곳을 포함해 수도 앙카라 등 터키 전역에서 정부가 주도한 반(反)쿠데타 집회는 민주주의 수호를 목적으로 열렸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숭배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전국적으로 열린 집회에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가 찬성한다면 사형제 부활을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가 가입하려 애쓰던 유럽연합(EU)과 각을 세우더라도 사형제 부활을 강행해 국내 정치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겠다는 속내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쿠데타 이후 비판적 태도를 보인 서방 대신 러시아를 새로운 국제관계 파트너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두 번째로 큰 군사력을 가진 터키가 쿠데타 이후 반미 감정이 커지고 친(親)러시아 행보를 이어가자 서방 세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도 쿠데타 주범으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요구하는 터키 국적인 수백 명이 모여 붉은색 터키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정부 주도 집회의 뜨거운 애국 열기 이면에는 최근 귈렌 지지자로 몰린 현직 교사가 체포 13일 만에 옥중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포감이 도사리고 있다. 터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교사 교칸 아시콜루 씨는 국가비상사태 선포 3일 후인 지난달 23일 오후 11시 반경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당뇨가 심했지만 약이나 옷을 챙길 새도 없었다. 정부가 선임해준 국선변호사는 두려움에 떨며 아시콜루 씨는 물론 가족과도 일절 만나지 않았다. 아시콜루 씨의 아내가 남편에게 약을 전해주려 했지만 그마저도 불허됐다. 결국 아시콜루 씨는 유치장에 구금된 지 13일 만에 사망했다. 가족들은 특수 강화 재질로 제작된 그의 안경이 무참히 깨졌고, 팔에 멍 자국이 있는 등 고문의 흔적이 역력했다고 주장했다. 터키 당국은 고문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시신을 가족에게 넘겨주지 않고 있다. 한 터키 교민은 “터키 주류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며 “아무 근거 없이 귈렌 지지자로 몰렸다가 사망하는 일이 앞으로 계속 벌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는 국가비상사태 이후 수감된 1만여 명이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터키 군부 쿠데타 발생 6시간 전 정보당국에게 거사를 미리 알려준 인물은 쿠데타에 가담했던 공군 조종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H.A’라고 불리는 이 소령은 터키 국가정보부(MIT)를 헬기 7대로 공습하고 MIT 수장인 하칸 피단을 납치하는 임무를 맡았었다고 터키 일간 휴리예트가 5일 보도했다. 이 조종사는 쿠데타가 발생하기 6시간 전인 지난달 15일 오후 2시 45분 앙카라에 있는 MIT 본부를 찾아 군부의 거사 계획을 밀고했다. 그는 쿠데타 계획과 함께 가담자 명단까지 MIT에 제공했다. 그는 쿠데타를 모의하던 군항공사령부에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고 말한 뒤 밖으로 나와 평소 시리아 공습작전에 참여해오면서 알고 지내던 MIT 요원과 접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쿠데타군 헬기 7대가 MIT를 폭격한 직후 혼란을 틈타 수장을 납치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털어놨다. 쿠데타 첩보를 입수한 피단은 이날 오후 4시경 훌루시 아카르 군총사령관에게 보고했고, 아카르 군총사령관은 오후 6시경 각 군 참모총장과 피단을 불러 쿠데타를 막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결과 전군에 탱크 등 장비 이동을 금지하고 경계를 강화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거사가 누설됐다는 걸 감지한 쿠데타군은 당초 16일 오전 3시에 거행하려던 쿠데타를 6시간 당겨 15일 오후 9시에 시도했지만 병력 동원이 제한돼 실패했다. ‘H.A’라 불리는 소령은 쿠데타 이후 정부의 보호를 받다가 최근 국가비상사태 선포 후 내려진 칙령으로 정직당했다. 한편 쿠데타 공군은 15일 밤 F-16 전투기 2대를 동원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타고 있던 비행기를 격추시키려 했지만 갑작스런 연료 부족으로 실패했다고 러시아 관영매체 RT뉴스가 터키 친정부 신문 예니 사파트를 인용해 5일 보도했다. 쿠데타 당시 터키 남서부해안 마르마리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에드로안 대통령이 급히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다. 쿠데타 공군 소속 F-16 전투기 2대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탄 비행기를 레이더망에서 감지했지만 연로 부족으로 항로를 불가피하게 바꿔야 해 암살 작전에 실패했다. 대통령 전용기 ‘걸프스트림 IV TC-ATA’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해 공중전까지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초 이스탄불로 향하던 중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으로의 상륙이 안전한지를 확인받기 전까지 터키 소아시아쪽 서부도시 이즈미르로 항로를 잠시 바꾸기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갑작스런 항로 변경에 대해 로이터에 ‘기류 문제’라고 설명했었다. 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터키 군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툴라흐 귈렌(75)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이스탄불법원은 4일 귈렌이 지난달 15일 밤 벌어진 쿠데타를 지시해 체제 전복을 시도하고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다는 혐의 등을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수도 앙카라에 있는 터키 의회를 파괴하고 헌법질서를 무너뜨려 터키 국민의 자유를 박탈하려 했다는 혐의가 영장에 적시됐다. 귈렌은 1999년 미국으로 망명해 펜실베이니아 주의 자택에 거주하고 있어 당장 신변에 영향이 생기지는 않는다. 이번 체포영장은 미국 정부에 쿠데타의 배후세력인 귈렌을 터키로 송환시키라고 압박하는 용도로 보인다. 터키는 2014년 12월에도 귈렌이 무장테러 조직을 결성하고 지휘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터키 당국은 4일 앙카라에서 귈렌의 조카 사이트 귈렌을 체포하며 귈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귈렌은 체포영장 발부 이후 성명을 통해 “터키 사법 체제는 독립성이 보장돼있지 않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민주주의에서 벗어나 권위주의로 치닫고 있다는 또 다른 예”라고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체포영장 발부가 나의 입장을 전혀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쿠데타 시도를 재차 비판하고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Hakimiyet Milletindir).’ 1일 터키 이스탄불 탁심광장 앞 아타튀르크 문화센터 건물 전체를 뒤덮은 초대형 현수막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터키 시민운동의 상징 탁심광장은 쿠데타 이후 국민에게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선전으로 가득했다. 광장에는 100개가 넘는 빨간색 터키 깃발이 나부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쿠데타를 저지하려다 사망한 137명의 이름을 검은 배경에 하얀 글씨로 적은 대형 간판이 내걸렸다. 그 앞에는 조문록에 글을 남기려는 시민 30여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국민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며 쿠데타 이후 소감을 써 달라고 온라인 사이트를 안내하는 간판도 눈에 띄었다. 터키 군부 쿠데타가 ‘6시간 천하’로 끝난 지 4일 현재 20일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탁심광장에서는 매일 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정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쿠데타 진압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밤 이곳을 찾았을 때보다는 군중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당시엔 광장을 뒤덮은 인파가 수천 명이었지만 1일 새벽에는 수백 명에 그쳤다. 똑같은 집회가 장기화되자 국민이 피로를 느끼는 것이다. 반(反)쿠데타 정서를 지지 동력으로 삼아 ‘철권통치’를 정당화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밤마다 탁심광장에서 샌드위치와 커피 물 등을 나눠 주는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대중교통 무료 서비스를 계속하며 국민을 광장으로 이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쿠데타를 빌미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반감 기류도 뚜렷하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대통령의 명령이 법률에 준하는 힘을 갖게 되는 등 국민이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가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민심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스탄불 갈라타 다리 밑 공원에서 만난 알리 씨(34)는 “쿠데타 직후에는 72시간 동안 잠을 안 자고 거리를 지켰는데 요즘은 집회 현장에 안 나간다”고 말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대통령 명령으로 경찰이 수상한 자의 휴대전화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일부 반(反)정부파는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외출하기도 했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지지자 살렌 씨(24·여)는 “친구들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고 경찰이 나를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펫훌라흐 귈렌 지지자로 몰아갈까봐 외출할 때는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온다”고 말했다. 한 터키 교민은 터키 사람들이 국내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어봐 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거리에 사복경찰이 많아 터키어를 하는 동양인이 쿠데타 이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물어본다면 스파이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며 한마디로 거절했다. 그는 이전에 가깝게 지냈던 터키인들과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만큼은 극도로 꺼리고 있다. 최근 각계각층으로 이어지고 있는 귈렌파 숙청에 국민의 두려움이 고조되자 경찰을 사칭하며 ‘귈렌 지지자 명단에 올랐는데 돈을 주면 이름을 빼주겠다’는 사기도 극성을 부린다. 최근 터키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등에 테러가 잇따르는 데 이어 쿠데타까지 벌어지자 터키의 주 수입원인 관광산업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 정모 씨(30)는 3일 찾은 열기구 관광지 카파도키아에서 18인승짜리 열기구를 4명이서 탔다. 정 씨는 “원래 이맘때가 관광 최성수기여서 열기구가 한 번에 150대쯤 떴다는데 지금은 30대 정도밖에 없었다”며 “관광객이 급감해 카파도키아 레스토랑은 텅텅 비어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인 관광객도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80%가 줄었다. 하나투어 측은 “7, 8월에 예정돼 있던 터키 여행 500건 중 100여 건이 쿠데타 이후 취소됐다”며 “쿠데타가 진압됐더라도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대로라면 한국인 관광객으로 붐볐을 이스탄불 술탄아흐메드광장에서는 1일 한국인을 찾기 어려웠다. 30분가량 돌아다닌 끝에 겨우 만난 한 30대 한국인 남성 A 씨는 “친구들에게 터키에 간다고 하니까 다들 질겁하면서 말렸다”며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터키에 간다는 말을 안 하고 왔다”고 말했다.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시리아 난민은 터키 사회에 적응하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는다.” 1일 터키 이스탄불의 한 공원에서 만난 직장인 하칸 타시데미 씨(24)는 280만 명의 터키 체류 시리아 난민에 대한 반감을 이렇게 토로했다. 대부분은 터키어를 배울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배타적 집단거주지인 ‘작은 시리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터키인들은 난민들이 터키 사회에 흡수되지 않으면 난민 2, 3세들이 장차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급진 무장단체의 조종을 받는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식민지 시절 일자리를 찾아 유럽에 정착한 무슬림 이주민의 2, 3세들은 교육과 취업에 차별을 받으며 빈민층으로 전락해 사회 불안세력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프랑스 무슬림 청년의 실업률은 50%로 평균 실업률의 두 배”라고 보도했다. IS는 일자리를 얻지 못한 ‘분노한 무슬림 젊은이’에게 “무슬림을 탄압하는 유럽에 알라의 뜻으로 복수하라”고 선동해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만들고 있다. 유럽에 적응하지 못한 무슬림 난민의 일탈은 외국인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국내 다문화 가정은 40여만 가구를 넘어서고 올가을이면 탈북자도 3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제외하고 6월 현재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은 200만1828명에 이른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국내 이주민 증가와 함께 부적응 사례도 늘고 있다. 안산이주아동청소년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가정 자녀 10명 중 3명은 공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일부는 학업을 아예 포기했고 일자리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마약, 사기·횡령, 살인, 폭력 등 범죄에 연루돼 수감된 탈북자도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9년 48명이던 탈북자 수감자 수는 2011년 51명에서 2012년 68명, 2013년에는 86명으로 급증했다. 2014년 1∼7월에만 97명이나 수감됐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도 다문화 인구와 탈북자 등에 대한 사회통합 정책을 더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국계와 말레이계, 인도계가 섞인 아시아의 대표적인 다문화 국가인 싱가포르는 여러 인종이 모여 살지만 별다른 갈등을 겪고 있지 않다. 싱가포르는 다문화 자국민을 외교 채널로 쓰고 고학력 이민자를 경제성장에 활용하는 등 실용적인 다문화 통합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유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