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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의 공채 서류전형에 합격한 이준호 씨(27). 이 씨는 14일 면접을 보러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를 찾았다. 정장을 갖춰 입은 그가 향한 곳은 컴퓨터 한 대만 달랑 놓인 좁은 방. 면접관은 아무도 없었다. 일회용 비닐장갑을 낀 이 씨가 마우스를 움직여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이 씨의 모습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곧이어 일본 현지의 면접관 모습도 잡혔다. “곤니찌와(안녕하세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약 30분간 화상면접이 진행됐다.● ‘언택트’로 기지개 켜는 채용시장 매년 상·하반기에는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글로벌 일자리대전’이 열린다. 면접과 취업 상담, 취업전략 설명회 등이 이뤄지는 최대 규모의 해외취업 박람회다. 지난 한해에만 5300명의 구직자가 몰릴 정도로 해외취업 정보에 목마른 청년들에게는 중요한 행사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부는 올해 박람회를 언택트(untact·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달 14~22일 7일 동안 열리는 ‘2020 해외취업 화상면접 주간’ 행사가 그것. 강연부터 면접까지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이 본격화 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취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비대면 박람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14일 화상면접을 치룬 이 씨는 이튿날 합격통보를 받았다. 일본 현지 IT 회사로 입사가 최종 결정된 것. 이 씨는 “대면 면접보다 훨씬 긴장이 덜 됐다. 회사 관계자와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입사하게 되니 신기하고 얼떨떨하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도 화상면접을 속속 도입하는 등 코로나19로 중단한 신규 채용을 재개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면접뿐만 아니라 필기시험도 이달 말 온라인으로 치르기로 했다. 해외취업 화상면접 주간에 열린 취업설명회도 온라인으로 열렸다. 기존에는 박람회장에 구직자들을 모아 진행했지만, 14일 설명회는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뤄졌다. 네덜란드 기업에 취업한 선배 구직자는 이날 앱에 동시 접속한 50여 명의 구직자들에게 취업방법을 알려줬다. 그는 채팅창에 올라온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기도 했다. 설명회를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비대면 설명회는 처음이지만 구직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온라인으로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앱 조작법을 모르는 구직자들이 있고, 연결문제도 종종 발생해 공단이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취업준비도 비대면으로 채용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다보니 구직자들의 취업 준비 방식도 바뀌고 있다. 화면에 비치는 표정과 제스처에 집중해 면접을 준비한다는 것. 취업준비생 A 씨(24·여)는 “모의면접을 아예 비대면으로 하거나 만나서 하더라도 화상회의 앱을 켜고 화면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서로 피드백을 해 준다”고 설명했다. 기존과 다른 면접방식에 혼란을 느끼는 구직자도 있다. 취업준비생 신재철 씨(26)는 “대면 면접을 하면 표정이나 ”짓으로 나를 어필할 수 있지만 이제는 오직 말하는 내용과 말투만으로 나를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신 씨는 ”질의응답에 충실하면 돼 부담이 덜하다고 느끼는 구직자도 있지만 내 경우엔 비언어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게 더 자신 있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채용이 익숙하지 않은 만큼 오프라인 면접장을 찾아와 화상 면접을 보는 구직자도 적지 않다. 집에서도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면접을 볼 수 있지만 실전 같은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다. 해외취업 화상면접 주간에 참여한 구직자 304명 중 81명이 코트라 본사에 마련된 상담장에서 면접을 봤다. 신 씨는 ”집에서 화상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개인 PC는 화면도 작고 소음을 컨트롤할 수 없어 불편했다“며 ”무엇보다 집을 배경으로 하면 어수선해 보이고 스스로 긴장도 덜 된다“고 했다. 그는 14일 면접을 위해 경북 경주에서 일찌감치 출발해 서울 서초구 코트라 본사를 찾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이 주된 채용방식으로 자리 잡을지도 관심이다. 3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가 비대면 채용 도입에 찬성하는 걸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낮출 수 있어서(31.9%)’와 ‘채용절차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27.5%)’ ‘새로운 채용 방식 도입의 전환점이 될 것이기 때문(23.1%)’ 등이 이유였다. 코로나19 이후 상시 채용과정에서 화상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카카오 관계자는 ”화상면접에 따른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원자들의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을 검토해 화상 인터뷰를 유지할 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 2분기(4∼6월) 전 세계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10.5% 감소할 것이다. 정규직 일자리 3억500만 개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코로나와 세계 일자리’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이보다 3주 전 내놓은 전망보다 실직 규모 추정치가 1억 명 이상 늘었다. 취약계층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ILO는 세계 노동인구(약 33억 명)의 약 절반인 16억 명 이상이 소득 급감으로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전 세계가 고용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47만 명 이상 줄었고, 구직을 단념한 비경제활동인구는 약 83만 명 늘었다. 이로 인해 고용안전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 국민 고용보험’ 이슈가 급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고용보험의 단계적 확대”를 강조했고, 다음 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예술인을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다음 단계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고용 종사자(특수고용직)다. 장기적으로 50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까지 고용보험 대상에 넣는 게 정부의 목표다. 지난해 8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는 약 1353만 명. 전체 취업자의 49.4%다. 취약계층을 보호할 촘촘한 고용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데는 전문가도 이견이 없다. 다만 새롭게 편입될 수급자에게 보험료를 얼마나 부과할지, 정부 재정을 얼마나 어떻게 충당할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고용보험을 도입한 유럽 각국도 끊임없이 제도를 보완하며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프랑스, 자영업자 포함하고 세금 인상 “어려울 때 수입을 보존해주는 제도가 있으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프랑스 파리 근교에 사는 토리 씨(45)는 현재 학생들에게 음악 레슨을 해주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하는 음악 연주자였다. 무대에 서지 못하는 날도 많았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예술인 고용보험인 ‘앵테르미탕’(intermittent du spectacle) 덕분이다. 이제는 공연을 하지 않고 레슨이 끊겨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18년 9월 고용보험법을 대폭 개정했다. 기존 임금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자발적 퇴직자까지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게 핵심 내용. 토리 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자영업자로 인정돼 실업급여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자영업자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고용보험료를 면제했다. 형평을 기하기 위해 임금노동자도 고용보험료 납부를 없앴다. 기존에는 고용보험 요율 5.0%(2018년 기준) 가운데 사용자가 4.05%, 노동자가 0.95%를 각각 분담했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 사용자만 4.05%를 부담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반 국민의 부담이 사라진 건 아니다. 프랑스는 사회보장 조세인 사회보장일반기여금(CSG)을 더 많이 부과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충당하기로 했다. 시민들의 십시일반으로 실업자 보호를 강화한 것이다. 다른 나라 사정도 비슷하다. 고용안전망을 촘촘히 하려면 추가 재원이 필요하기에 각국은 자국 특성에 맞는 묘안을 짜냈다. 덴마크의 고용보험제도는 20개 이상의 민간 실업보험기금에 개별 가입하는 형태다. 가입자들은 기금에 따라 매달 8만∼9만 원가량을 낸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취업자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신 부족한 돈은 정부가 부담한다. 실직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의 50∼75%가량이다. 오스트리아는 보험료율이 6%로 상대적으로 높다. 소득이 가입 기준에 못 미치는 자영업자는 8%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소득 파악, 재원 확보가 관건 유럽의 선례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이 무턱대고 따라갈 수는 없다. 나라마다 산업구조와 자영업자 비중 등 노동시장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임금근로자를 주된 타깃으로 한 국내 고용보험은 아직 관련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우선 특수고용직부터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특수고용직 약 220만 명 중 정부가 임금근로자의 성격이 강하다고 파악하는 대상은 48만 명이다.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재보험 적용대상인 9가지 특수고용직은 사용자가 비교적 명확해 고용보험 적용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카드 모집원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갑자기 보험료 부담을 떠안을 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들은 등록만 돼 있을 뿐 활동을 쉬는 경우도 많다”며 “개인사업자처럼 일하는 설계사들까지 고용보험료를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자영업자처럼 자율에 맡겨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대학원장)는 “일부는 자발적으로 일을 쉬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기존 가입자와의 역차별 문제가 부각되면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까지 확대하는 건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많다. 우선 보험료를 산정하는 소득 파악이 어렵다. 현재 자영업자는 1∼7등급의 기준보수를 선택해 보험료를 낸다. 보험료율 2.25%를 적용하면 월 보험료는 4만950∼7만6050원이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등급을 선택한 1인 자영업자는 전액, 2등급은 50%가 지원된다. 가령 5등급 자영업자는 월 6만4350원을 내고 매달 143만 원을 가입기간에 따라 4∼7개월 받을 수 있다. 2012년부터 자영업자도 임의가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올 3월 기준 고용보험에 가입한 1인 자영업자는 1만5549명에 불과하다. 전체 1인 자영업자(405만 명)의 0.38% 수준이다. 이는 자영업자 스스로 가입을 꺼리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소득과 재산이 노출돼 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등의 부담이 늘어나는 걸 우려해서다.○ ‘제2 고용보험’ 도입 주장도 고용보험 대상 확대는 결국 재원 문제와 직결된다. 지난해 실업급여로 지급한 돈은 8조913억 원. 적자 폭은 2조 원이 넘었다. 고용보험기금은 2년 연속 적자다. 프랑스처럼 자영업자 고용보험료를 정부가 부담하려면 재원 마련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독일은 자영업자 보험료(보험료율 3%)를 전액 가입자가 낸다. 기존 임금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낸 돈이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한 특수고용직이나 자영업자에게 지급되는 걸 원치 않는다. 이 때문에 별도 기금으로 고용보험을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른바 ‘제2 고용보험’이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에 대해선 별도의 사회보험을 마련해 가입을 촉진시킨 뒤, 소득파악 체계가 정비되면 단일 고용보험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를 막는 장치도 필요하다. 고용보험은 해고·권고사직 등 비자발적 사유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의 생계·구직활동을 지원한다. 자발적으로 사표를 내고 퇴사한 노동자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매출이 줄거나 적자로 인해 문을 닫으면 ‘비자발적 실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자영업자를 고용보험에 포함시키려면 이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운영 중인 ‘부분 실업급여’를 국내 자영업자에게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네덜란드에선 풀타임 일자리를 그만두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절반의 실업’으로 인정해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의 무분별한 폐업을 막고 일시적인 위기만 넘기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보험처럼 가입자가 보험료와 수급액을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주자는 의견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가입자가 세 가지 형태의 보험료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마다 수입 구조가 달라 균일한 형태의 고용보험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보험료와 급여를 다양화하면 자발적 가입을 늘리고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송혜미 기자 / 파리=김윤종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선도형 경제로 가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을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며 “규제 혁파 등 제도적 환경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 입법으로 화답하는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며 이례적으로 입법 우선순위도 제시했다. 이틀 전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선도 국가’를 집권 후반기 국정목표로 내세운 데 이어 집권 4년 차 첫 국무회의에서 당정청에 구체적인 계획 마련을 주문하는 등 국정 운영의 고삐를 죈 것이다.○ ‘한국판 뉴딜’ 위한 규제 혁신 속도전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몇 가지 당부를 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실기(失期)하지 말아야 한다” “과감해야 한다” “치밀하고 섬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첫 번째 지침인 속도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일은 빠를수록 좋다”며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 “3차 추가경정예산도 곧바로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3주년 취임 연설에서 “국회의 신속한 협조를 당부한다”는 원론적 언급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입법 시간표까지 제시한 것이다. 두 번째 지침인 과감성에 대해선 “눈앞의 위기를 보면서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며 “한국판 뉴딜은 기존에 해오던 사업을 재포장하는 차원이 아니다. 대규모 국가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여러 차례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구상의 핵심인 한국판 뉴딜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기존 정책의 재탕 대신 규제 혁신을 통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 모두 발언에 이어 마무리 발언에서도 문 대통령은 “규제자유특구,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규제 혁파의 속도를 내고 있으나 더욱 속도감 있는 업무 추진이 필요하다”고 우회적으로 질책하며 ‘규제 속도전’을 당부한 것.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규제 혁신은 중소벤처기업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부처에서 해야 할 노력”이라며 “내각이 전체 모이는 국무회의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치밀성을 강조하면서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하루아침에 이룰 수는 없다.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며 과속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것에 대한 단계적 추진 방안을 지시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자영업자를 고용안전망에 포함하기 어려운 현실과 관련이 깊다. 자영업자가 고용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보험료 부과 기준을 바꿔야 한다. 여기에 기존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 “국회도 국난 극복 의지 화답해야”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향해 코로나19 국난 극복 협조를 당부하며 신속한 입법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법안들은 21대 국회로 넘기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20대 국회 종료 전 다시 한번 본회의를 열어 고용보험 확대 등 코로나19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20대 국회에서 꼭 통과시켜야 할 리스트를 만들어 말씀드리는 것은 국회 법률안 심의 의결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자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고용안전망 확충과 관련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조치들에 대한 국회의 화답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신용카드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등 결제 수단에 관계없이 4∼7월 사용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80%로 상향하는 ‘개정 조세특례제한법’ 공포안이 의결됐다. 또 불법 성적 촬영물을 단순 소지한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는 n번방 방지법인 ‘개정 성폭력처벌법’ 공포안도 처리됐다.박효목 tree624@donga.com·송혜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선도형 경제로 가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을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며 “규제 혁파 등 제도적 환경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 입법으로 화답하는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며 이례적으로 입법 우선순위도 제시했다. 이틀 전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선도 국가’를 집권 후반기 국정목표로 내세운 데 이어 집권 4년 차 첫 국무회의에서 당정청에 구체적인 계획 마련을 주문하는 등 국정 운영의 고삐를 죈 것이다.○ ‘한국판 뉴딜’ 위한 규제 혁신 속도전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몇 가지 당부를 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실기(失期)하지 말아야 한다” “과감해야 한다” “치밀하고 섬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첫 번째 지침인 속도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일은 빠를수록 좋다”며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 “3차 추가경정예산도 곧바로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3주년 취임 연설에서 “국회의 신속한 협조를 당부한다”는 원론적 언급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입법 시간표까지 제시한 것이다. 두 번째 지침인 과감성에 대해선 “눈앞의 위기를 보면서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며 “한국판 뉴딜은 기존에 해오던 사업을 재포장하는 차원이 아니다. 대규모 국가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여러 차례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구상의 핵심인 한국판 뉴딜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기존 정책의 재탕 대신 규제 혁신을 통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 모두 발언에 이어 마무리 발언에서도 문 대통령은 “규제자유특구,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규제 혁파의 속도를 내고 있으나 더욱 속도감 있는 업무 추진이 필요하다”고 우회적으로 질책하며 ‘규제 속도전’을 당부한 것.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규제 혁신은 중소벤처기업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부처에서 해야 할 노력”이라며 “내각이 전체 모이는 국무회의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치밀성을 강조하면서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하루아침에 이룰 수는 없다.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며 과속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것에 대한 단계적 추진 방안을 지시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자영업자를 고용안전망에 포함하기 어려운 현실과 관련이 깊다. 자영업자가 고용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보험료 부과 기준을 바꿔야 한다. 여기에 기존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 “국회도 국난 극복 의지 화답해야”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향해 코로나19 국난 극복 협조를 당부하며 신속한 입법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법안들은 21대 국회로 넘기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20대 국회 종료 전 다시 한번 본회의를 열어 고용보험 확대 등 코로나19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20대 국회에서 꼭 통과시켜야 할 리스트를 만들어 말씀드리는 것은 국회 법률안 심의 의결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자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고용안전망 확충과 관련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조치들에 대한 국회의 화답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신용카드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등 결제 수단에 관계없이 4∼7월 사용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80%로 상향하는 ‘개정 조세특례제한법’ 공포안이 의결됐다. 또 불법 성적 촬영물을 단순 소지한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는 n번방 방지법인 ‘개정 성폭력처벌법’ 공포안도 처리됐다.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송혜미기자 1am@donga.com}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 원에 육박하며 3개월 연속으로 최대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위기 탓이다. 이달 중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993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51억 원(34.6%) 늘었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올 2월(7819억 원)과 3월(8982억 원)에 이어 3개월 연속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일자리를 잃어 실업급여를 새로 신청한 인원은 지난해보다 3만2000명(33.0%) 늘어난 12만9000명. 4월 증가 인원으로는 통계를 작성한 1998년 당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두 번째로 많다. 통상 매년 4월은 기업 채용이 늘면서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줄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비자발적 실업자가 크게 늘었다.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제조업 분야에 특히 몰렸다. 제조업에서 신규 신청자는 2만2000명으로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파가 휩쓴 2009년 4월 이후 최고 기록이다. 이어 도소매업(1만6300명), 인력공급·여행·전시·행사대행 등 사업서비스업(1만5700명), 보건복지업(1만3900명) 순으로 실업급여 신청자가 많았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도 지난해보다 16만3000명(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4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인 결과다. 특히 30대(30∼39세) 가입자는 5만7000명이 줄었다.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도 지난해보다 4만7000명 감소했다. 2030세대의 일자리가 10만 개 이상 줄어든 것이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연말까지 실업급여가 12조 원 정도 나갈 것으로 본다”며 “실업급여 지급액이 예상보다 빠르게, 많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실업급여 지급액은 사상 최대인 8조900억 원. 올해 정부가 편성한 실업급여 예산은 9조5000억 원이다. 고용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실업급여 예산 3조4000억 원을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체’에 참여한다. 양 노총이 함께하는 사회적 대화가 열리는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민노총이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탈퇴하고 21년 만이다. 한국노총은 11일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대화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사정 협의체는 빠르면 이번 주중 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의체는 공식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는 별개로 진행된다. 정부는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민노총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달 중순부터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추진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시민단체 등의 참여 확대를 요구하며 결정을 보류했었다. 한국노총 내부에선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체 참여가 결국 경사노위 무력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임시 대화기구로는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노총은 협의체 참여를 발표하면서 “경제사회 주체들이 과거와 다른 자세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대화에 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사회적 대화를 번번이 파행시킨 민노총을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노총 조직력이 강한 자동차, 건설, 보건의료 분야에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가 시행되면 일하는 모든 사람이 고용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기존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던 근로자 및 자영업자도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급감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는 등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특수고용직과 자영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고용보험 확대 추진은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역시 특수고용직 근로자에 대한 확대 적용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유의 일자리 위기가 닥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문제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법이다.○보험료 인상 불가피할 듯 취업한 근로자라면 신고를 통해 고용보험에 가입한다. 현행법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을 때 생활 안정과 구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거나, 아예 가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특수고용직, 예술인,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49.4%에 불과한 1352만 명. 나머지 절반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하지 못했다. 그만큼 실업 위험에 노출됐을 때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업급여 지급 등 고용보험 서비스에 필요한 돈은 노사가 반반씩 분담해 급여의 1.6%를 내는 고용보험료로 마련된다. 이 돈으로 고용보험기금을 운용하는데,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쓴 돈이 많아 적자가 나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한다. 고용보험기금에 쌓인 돈은 2012년부터 흑자를 유지하다 2018년 8100억 원 적자를 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나날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2배 이상 늘어 2조 원을 넘었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 기금이 더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은 고용이 불안정한 만큼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더 빈번하게 노출된다. 이들이 고용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 새로 거두는 보험료보다 실업급여로 나가는 금액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되더라도 보험료 부담 때문에 가입을 꺼릴 수 있는 만큼 고용보험 확대 초기 단계에선 정부가 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영세 사업자와 근로자에게 고용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을 확대해 고용보험 가입을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정부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기금을 안정화하고 정부 부담을 줄이려면 고용보험료 인상 등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한 대책이 불가피하다. 이 교수는 “노사가 부담하는 고용보험료가 해외 여러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고용보험 확대를 위해선 보험료 인상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대기업에 세금을 더 걷어 고용보험기금을 마련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7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 재원은 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입과 재벌 규모에 따른 누진세로 마련하고, 고용보험료 인상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특고·예술인부터 단계적 확대 유력 정부 역시 고용보험의 ‘단계적 확대’를 강조하며 속도조절론을 내세우고 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 전부를 당장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이 아닌, 특수고용직과 예술인부터 적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사업자에 가까운 프리랜서나 자영업자의 경우 당장 고용보험을 적용하기에는 재원 외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프리랜서는 근로자처럼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게 아닌 만큼 고용보험료 부과 기준을 현행 ‘임금’이 아닌 ‘소득’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모든 취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 자영업자의 경우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고용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분담하는데, 자영업자는 보험료를 분담할 대상이 없어서다. 현재 종업원 50인 미만 자영업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탓에 가입률이 0.4%(지난해 말 기준)에 그친다. 자영업자에게까지 실질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하려면 이를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전 국민 고용보험은 가야 할 길이긴 하지만, 일시에 도입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현 단계에서 역량을 집중해 추진하는 것은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예술인을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기조실장은 “코로나19로 고용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대의명분만으로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재원 마련과 제도 정비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 만큼 충분한 준비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위기에 대응해 해고를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4·15총선 이후 여당과 노동계가 정책 공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과 한국노총은 근로자의 날인 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회관에서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열고 고용 관련 입법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과 이동호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근로자들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했던 방식으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위기를 올바로 해결할 수 없다”며 “한국노총과 민주당은 해고 남용 금지 및 총고용 보장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하고 실천한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긴 외환위기 때와 같은 상황이 절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고용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 숙원 ‘해고제한법’ 포함 이날 양측은 고용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우선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시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들에 해고 금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간산업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고용 유지 노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앞으로도 고용 보장을 전제로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노동계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해고제한법’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이에 따라 양측은 경영 악화로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정리해고를 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적자 상태가 아닌 기업도 장래 위기에 대응해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데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일정 인원 이상을 해고할 때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 이날 협의에 대해 4·15총선을 기점으로 여당과 노동계가 긴밀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2017년 5월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와 정책협약을 체결하며 민주당과 정책연대를 맺었다. 하지만 노동 존중에 대한 공감대만 형성했을 뿐 구체적인 공동 행동이 뒤따르지는 않았다. 상징적 수준에 그쳤던 양측의 연대는 총선을 앞둔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당과 한국노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동 존중 정책협약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회의체를 구성했고, 올해 이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양측은 이날 발표된 입법과제를 선정하기 위해 올들어 10여 차례 실무협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지지가 필요했던 여당이 정책연대의 내실화를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용보험 확대’ 맞장구 총선 승리로 여당이 국회 주도권을 장악한 만큼 이날 발표된 입법과제는 21대 국회에서 상당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2016년 경영상 해고 요건을 강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노동계에선 이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으로 다시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노동계가 줄곧 강조한 고용보험 확대 필요성을 거론했다.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개최한 1일 정책세미나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을 갖추는 게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일자리 정책이 좀 더 넓은 사회안전망 정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은 이날 여당과 한국노총의 공동 입법과제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노동계 요구사항에 동의하고 나서자 재계는 “노동규제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위기에도 다수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법제화를 통해 기업을 압박하는 건 문제라는 반응이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은 “초유의 사태 속에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마저 변화의 시기를 놓쳐 도산하면 근로자가 돌아갈 직장마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송혜미 1am@donga.com·황형준·임현석 기자}

지난달 국내 사업체의 종사자 수가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22만5000명이나 줄었다. 그만큼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다. 2009년 6월 조사가 시작됐는데 전체 종사자 규모가 감소한 건 사상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마이너스 고용’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조사 대상은 농림어업을 제외한 1인 이상 사업체다. 지난달 전체 종사자는 1827만8000명. 1년 전에 비해 1.2% 줄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시장 충격이 커지는 걸 알 수 있다. 앞서 2월 종사자 수는 전년도에 비해 소폭(0.9%) 증가했다. 이 역시 역대 최저 증가폭이었는데 한 달 후 아예 마이너스로 내려앉은 것이다. 2월에 1만 명 이상 감소한 업종은 18개 업종 중 숙박·음식점업 등 2개뿐이었다. 그러나 3월에는 교육서비스업(10만7000명),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3만9000명) 등 7개 업종으로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출이나 여행이 급감하고 학원 운영이나 공연 등이 중단된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것이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12.0%(15만3000명)나 줄었다. 제조업도 서서히 영향권에 들고 있다. 2월만 해도 큰 변동이 없었는데 비중은 작지만 이번에 1만1000명(0.3%)이 감소했다. 고용 취약계층의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수고용직 등 기타종사자는 7.9%(9만3000명)나 줄었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처럼 고용계약을 맺지 않고 개인사업자처럼 일하는 근로자다. 대부분 사람을 직접 만나서 일하는 직종이라 코로나19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도 멈춰서면서 임시일용근로자도 7.0%(12만4000명) 줄었다. 특히 정규직 등 상용근로자도 소폭(0.1%)이지만 조사 시작 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300인 미만 사업체는 1.6% 감소한 반면 300인 이상은 1.0% 증가했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대부분 지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시장 충격이 확인됐다”며 “2분기(4∼6월)를 잘 버티고 하반기에 반등을 이뤄내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35년 동안 공항에서 기내식을 운반한 허모 씨(63)는 지난달 말 권고사직을 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 수요가 급감하자 허 씨 등 직원 대부분이 유급휴가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국 그를 포함한 직원 절반이 해고됐다. 허 씨는 “워낙 많은 인원을 내보내야 해 사다리 타기로 해고자를 정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잘려 나가는 게 가혹해 내가 먼저 나가겠다고 손을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허 씨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해고 위기를 느껴본 적은 없었다. 정년이 지나고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그가 35년간 지켜온 일자리를 앗아갔다. 허 씨는 “내가 관두지 않는 한 계속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반평생을 보낸 일터를 떠나 어디서 일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상용직 일자리 첫 감소 고용노동부가 28일 발표한 지난달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임시일용직뿐만 아니라 허 씨와 같은 상용직 종사자들에게도 고용한파가 들이닥친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직이란 고용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임금근로자 또는 계약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정규직을 말한다. 지난달 상용직 종사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000명(0.1%) 감소한 1555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상용직 종사자가 줄어든 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고용 충격이 상용직 종사자에게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선 정규직 일자리도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아직 제조업 정규직까지 고용 위기가 본격화된 건 아니라고 밝혔다. 해고 대신 유·무급 휴업으로 고용을 유지하며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고용 유지 기업들이 폐업이나 구조조정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렇게 되면 대량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수고용직 감소 폭 가장 커 서울에서 9년째 전업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 씨(62)는 최근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회식이나 모임이 급감한 데 따른 것. 김 씨는 “올 들어 경기가 안 좋아 콜이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코로나19 태풍까지 겹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당장 먹고살려면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씨와 같은 특수고용직 근로자가 포함된 기타종사자는 지난해보다 9만3000명(7.9%)이 감소했다. 기타종사자는 2월에도 4만1000명(3.5%)이 줄었다. 임시일용직 종사자는 2월까지만 해도 3만8000명(2.3%) 증가했지만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북지역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이모 씨(49)도 그중 한 명이다. 이 씨는 지난달부터 단 하루도 일을 나가지 못했다. 날씨가 풀리고 공사현장이 하나둘 문을 열 때지만, 코로나19가 건설경기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씨는 “최근 직장을 잃은 사람들까지 건설 일자리를 기웃거리고 있어 더 힘들다”며 “일하려는 사람이 줄을 서 번호표를 뽑고 1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가 취약한 일자리부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점점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가 단기 일자리를 포함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업대란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송혜미 1am@donga.com·이소정 기자}

지난달 국내 사업체의 종사자 수가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22만5000명이나 줄었다. 그 만큼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다. 2009년 6월 조사가 시작됐는데 전체 종사자 규모가 감소한 건 사상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초유의 ‘마이너스 고용’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조사 대상은 농업을 제외한 1인 이상 사업체다. 지난달 전체 종사자는 1827만8000명. 1년 전에 비해 1.2% 줄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시장 충격이 갈수록 빨라지고 커지는 걸 분명히 알 수 있다. 앞서 2월 종사자 수는 전년도에 비해 소폭(0.9%) 증가했다. 이 역시 역대 최저 증가폭이었는데 한 달 후 아예 마이너스로 내려앉은 것이다. 2월에 1만 명 이상 감소한 업종은 18개 업종 중 숙박·음식업 등 2개뿐이었다. 그러나 3월에는 교육서비스업(10만7000명),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3만9000명) 등 7개 업종으로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출이나 여행이 급감하고 학원 운영이나 공연 등이 중단된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것이다. 특히 숙박·음식업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12.0%(15만3000명)나 줄었다. 제조업도 서서히 영향권에 들고 있다. 2월만 해도 큰 변동이 없었는데 비중은 적지만 이번에 1만1000명(0.3%)이 감소했다. 고용 취약계층의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수고용직 등 기타종사자는 7.9%(9만3000명)나 줄었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처럼 고용계약을 맺지 않고 개인사업자처럼 일하는 근로자다. 대부분 사람을 직접 만나서 일하는 직종이라 코로나19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도 멈춰서면서 임시일용근로자도 7.0%(12만4000명) 줄었다. 특히 정규직 등 상용근로자도 소폭(0.1%)이지만 조사 시작 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300인 미만 사업체는 1.6% 감소한 반면 300인 이상은 1.0% 증가했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대부분 지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시장 충격이 확인됐다”며 “2분기를 잘 버티고 하반기에 반등을 이뤄내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정부는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고용안정 패키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해고를 막기 위해 고용유지 사업장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고용 충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기존 고용대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나섰다. 이를 위해 총 10조 원 규모의 재원을 풀기로 했다. 고용안정 패키지는 △고용유지 지원 △실업급여 사각지대 해소 △일자리 창출이 핵심 내용이다. 여러 대책이 한꺼번에 풀리는 만큼 사업주나 근로자는 어떤 지원을 받아야 할지 헷갈릴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휴업수당 지급 어려우면 융자로 사업주가 경영난을 이유로 유급휴업이나 휴직을 시행하면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에 이르는 휴업수당을 줘야 한다. 휴업수당을 3개월 동안 줄 여력이 있다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게 좋다. 3개월 동안 직원을 내보내지 않고 유급휴업이나 휴직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의 90%, 대기업은 최대 75%를 최대 180일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고용유지 지원책 중 지원 기간이 가장 길다. 지원 자격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유급휴업·휴직을 하고도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먼저 매출이 15% 이상 감소했거나 재고량이 50% 이상 증가하는 등 경영난을 겪어야 한다.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해당하거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사업장처럼 피해 사실이 명확하면 경영난을 별도 입증할 필요는 없다. 또 휴업, 휴직으로 월평균 근로시간의 20% 이상이 줄어야 한다. 인건비를 지원받으려면 △경영난 △기존 근로시간 △유급휴업 및 휴직 전 근로시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내야 한다. 매출액 장부, 손익계산서, 예약취소증,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출퇴근기록부 등의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휴업수당을 3개월 동안 우선 지급할 여력이 없으면 고용유지자금 융자를 신청하면 된다. 휴업수당만큼 융자해주되 유급휴업 및 휴직 사실을 확인한 뒤 원금을 탕감해주는 제도다. 인건비 지원분은 3개월 이내로 제한된다. 지원 대상은 고용유지지원금과 같다. 고용노동부는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무급휴직자에게 최대 150만 원 지원 정부의 22일 고용대책에는 무급휴직자에 대한 소득 보전도 포함돼 있다. 휴업수당을 주는 사업주가 아닌, 무급휴직 근로자에게 월 50만 원씩 최대 3개월간 지급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라면 ‘무급휴직 신속지원 프로그램’을 눈여겨볼 만하다. 무급휴직에 노사가 합의했다는 서류를 지참해 사업주가 신청하면 된다. 단, 무급휴직을 하기 전 유급휴직을 한 달 이상 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속한 기업은 유급휴직을 하지 않아도 지원금을 바로 받을 수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한 무급휴직 지원은 27일부터, 일반 업종은 이르면 6월경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일 이전 무급휴직에 대해선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무급휴직자라도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면 월 50만 원씩 3개월 동안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소득과 매출이 감소한 특수고용직 근로자, 프리랜서, 무급휴직자를 대상으로 한다. 고용부는 소득이나 매출 감소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로 통장사본 등 다양한 서류를 인정하기로 했다. 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층이 취업성공 패키지에 참여해 구직활동을 하면 구직촉진수당을 받을 수 있다. 월 50만 원씩 최대 3개월 동안이다. 구직활동 인정요건이 완화돼 특수고용직, 프리랜서의 경우 전문성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청년, 실직자, 휴·폐업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55만 명을 위한 일자리 계획도 내놓았다. 공공서비스, 정보기술(IT) 분야에 걸쳐 최대 6개월 동안 일할 수 있는 공공일자리다. 민간 기업의 청년 채용을 촉진하기 위한 보조금도 제공한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올해 2분기(4∼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노동시간의 6.7%가 줄어들 것이다. 정규직 일자리 1억9500만 개가 증발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7일(현지 시간)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노동시장 충격을 분석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해외 각국은 현실화하는 대량 실업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정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국이 내놓은 여러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해고 방지 정책이다. 한국은 사업주가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유급휴직 처리를 하면 인건비의 최대 90%를 준다. 해외에선 인건비뿐만 아니라 회사 운영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급여 보호 프로그램(PPP)’이 대표적이다. 영세사업주에게 인건비, 임차료, 주택담보대출 및 부채 상환 비용을 빌려주되 고용을 유지하면 빚을 탕감해 주는 제도다. 우리 정부도 이를 벤치마킹해 ‘고용유지자금 융자 사업’을 최근 신설했다. 하지만 인건비 지급용으로만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독일도 코로나19로 근로시간을 단축한 사업주에게 인건비와 더불어 사회보험료 100%를 지원해 준다.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와 실업자에 대한 지원책도 쏟아지고 있다. 캐나다에선 ‘긴급 실업급여’를 한시 도입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실업자에게도 월 176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지원 기간은 최대 4개월. 가족을 돌보기 위해 휴직했거나 사업주의 무급휴직 조치로 소득이 사라진 근로자도 긴급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미국과 아일랜드, 스페인에서도 한시적, 보완적 실업급여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저소득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도 강화되는 추세다. 호주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현금 59만 원을 주고, 이탈리아는 13만 원 상당을 감세해 준다. 벨기에에선 임시직 근로자에게 공공요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단전 및 단수 금지, 주택담보대출 상환 유예, 코로나19로 소득이 끊긴 근로자에 대한 강제퇴거 금지 등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취약계층을 위한 추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22일 정부가 발표한 고용안정 대책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에게 소득을 보전해 주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상 경제위기 시 해고 1순위인 간접고용 근로자에 대한 핀셋 지원이 빠졌다”며 “이들에 한해 인건비를 100% 지원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편적인 고용안전망을 만드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위기는 한국 노동시장 구조와 고용안전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며 “정부 고용안정 대책에 포함된 취약계층 지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보편적인 고용안전망을 확립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22일 정부가 발표한 10조 원 규모의 일자리 대책은 고용 유지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신규 일자리 55만 개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최근 고용시장에서 직격탄을 맞은 청년층과 고령층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면서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비대면·디지털 분야의 공공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기로 했다. 약 1조 원을 투입한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다중이용시설 방역이나 환경 보호, 데이터 구축 업무 등이다. 이와 함께 실직자나 폐업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방역과 산림재해 예방, 환경 보호 등 30만 개의 일자리를 추가 공급한다. 소득이 끊긴 무급 휴직자 등 고용이 불안한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무급 휴직 신속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무급 휴직 즉시 월 50만 원씩 3개월간 지원한다. 대상은 특별고용지원업종 종사자다. 일반 업종은 고용을 1개월만 유지하고 무급 휴직에 들어가면 지원받을 수 있다. 기존에 특별고용지원업종은 1개월, 일반 업종은 3개월 이상 유급 고용이 유지돼야 지원받을 수 있었다. 특별고용지원업종도 확대된다. 현재는 여행업, 관광운송업, 조선업, 관광숙박업, 공연업이 지정됐다. 여기에 항공업 중 지상직을 비롯해 면세점업, 전시·국제회의업, 공항버스업이 추가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객 감소로 일자리가 급감한 업종들이다. 약 20만 명이 생활안정자금 융자 우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휴업수당 지급이 버거운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유지 자금 융자사업’도 도입된다. 현재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고용 유지 노력을 한 사업주에게 휴업수당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은 휴업수당의 90%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선지급, 후변제’ 형태여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영세 기업은 근로자에게 무급휴직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었다. 앞으로는 정부가 융자를 통해 휴업수당을 먼저 지급한다. 이후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융자금을 상환하게 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0조 원 규모의 일자리 대책은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그만큼 특단의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산업 전반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전체 예산 중 9조3000억 원은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해 신속한 지원이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박성민 min@donga.com·송혜미 기자}
정부가 청년 및 고령층 실업 대책으로 비대면형 공공 단기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도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2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22일 열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공공 단기 일자리 △실업급여 사각지대 해소 △고용유지 지원 확대를 핵심으로 한 고용안정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 중 단기 일자리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자가 크게 감소한 청년층이 주된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정보기술(IT)과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단기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특히 공공서비스에서는 전화 상담이나 택배 배달, 폐지 줍기처럼 대면 접촉이 필요 없는 일자리를 내놓기로 했다. 청년을 신규로 채용하는 기업에 인건비 명목의 지원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특수고용직 근로자와 프리랜서 등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실업급여를 타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소득보전 방안도 마련된다. 유급뿐 아니라 무급휴업 혹은 휴직을 실시하는 기업에 대한 고용유지 지원대책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급여보호프로그램(PPP)처럼 기업에 인건비를 대출 형식으로 미리 지원한 뒤 감원하지 않으면 부채를 탕감하는 지원책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정부가 2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이날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통화에서 “빠른 시일 안에 노사정이 모이는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 보자”고 제안했다. 앞서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18일 정세균 총리와의 면담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별도의 노사정 협의 채널 구성을 요청했다. 정부가 민노총 요청을 받아들여 또 하나의 노사정 대화 틀을 만들기로 한 셈이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공식적인 노사정 대화기구인데, 민노총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 제안에 김동명 위원장은 일단 검토 의사만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형식의 문제도 우리로선 가볍게 여길 수 없다”면서도 “위기 상황에서 형식을 따져선 안 된단 얘기도 많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노동계 안팎에선 한국노총이 위기상황을 감안해 별도 협의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경제계도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에 긍정적인 반응”이라며 “한국노총이 긍정적으로 답변한다면 빠른 시일 안에 노사정 대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동의로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가 구성될 경우 21년 만에 양 노총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란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경사노위 무력화 우려 등 논란도 예상된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청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고용 쇼크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과의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특단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4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쇼크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으로 보고 다양한 대책을 준비 중”이라며 “우선 양대 노총과 고용 총량 유지를 전제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재 고용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양대 노총과 기업을 각각 설득하겠다는 의도다. 기업은 대량 해고 자제 등을 통해 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 파업 등을 자제하는 형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에 ‘고용 안정 정책 대응 패키지’를 지원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다음 주 문재인 대통령 주제로 열리는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 같은 고용안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양대 노총과의 대화를 위해 청와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외의 채널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경사노위에 한국노총과 달리 민노총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간 노동 문제는 경사노위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청와대는 “비상시국인 만큼 접근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노총도 이날 브리핑에서 경사노위 외의 별도의 틀을 통한 긴급 노사정 대화를 제안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비상한 시기에 맞게 모든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원포인트 노사정 비상 협의’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또 민노총은 코로나19로 인한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비상 체제로 돌입하겠다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송혜미 기자}
3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9000억 원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폭은 16년 만에 가장 작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89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4%(2585억 원) 증가한 것이다. 역대 최대였던 올 2월 지급액(7819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도 15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1000명(24.8%) 늘었다. 고용부는 실업급여 지급액 급증의 원인을 기준 조정과 기간 연장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 기간은 최소 90일에서 120일로 확대됐고, 지급액은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아졌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줄면서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75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1.9%(25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정규직 중에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노동시장이 받은 충격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실업으로 고용보험 자격을 잃은 사람이 많아지거나, 반대로 취업으로 자격을 얻은 사람이 줄어든 것.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폭(1.9%)은 2004년 5월 카드대란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는 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고용보험 자격 신규 취득자 수는 전년보다 10만8000명 감소한 69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채용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20대에서 고용보험 가입자 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1만7000명 줄었다. 올 2월까지 전년보다 1만5000명(0.6%) 늘어나는 등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감소세로 접어든 것이다. 30대 고용보험 가입자 수도 지난달 4만2000명(1.2%) 줄었다. 최근 1% 미만의 감소세가 지속됐는데 그 폭이 더 확대됐다. 업종별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전년 대비 27만3000명(3.0%) 느는 데 그치며 증가 폭 둔화가 눈에 띄었다.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매달 40만 명 안팎으로 늘어왔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통계만 두고 봤을 땐 아직까지 사업주가 근로자를 해고하기보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휴업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감원 대신 유급 휴업·휴직을 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사업장 수는 10일까지 약 4만7900곳에 달하며 이미 지난 한 해 통계를 넘어섰다. 다만 성 실장은 “고용보험 통계는 경기후행지수이기 때문에 4, 5월 지표는 이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실직 우려가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 역시 13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지금은 고통의 시작일지 모르니 특단의 대책을 실기하지 않고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의 시작도, 끝도 일자리”라며 “정부는 일자리를 지키는 것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일자리가 무너지면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그로부터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주에 열리는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고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송혜미 1am@donga.com·한상준 기자}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9000억 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폭은 1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4%(2585억 원) 급증한 89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 2월(7819억 원)에 이어 한 달 만에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도 15만6000명으로 전년대비 3만1000명(24.8%) 늘었다. 3월 기준으로는 2009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고용부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한 원인을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기간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기간은 최소 90일에서 120일로 확대됐고, 지급액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높아졌다.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가 늘어난 데 대해 고용부는 “코로나19의 영향을 일부 받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줄면서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폭은 16년 만에 최저였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75만7000명으로 전년대비 1.9%(25만3000명) 느는 데 그쳤다. 카드대란이 벌어진 2004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업과 실업 양 측면에서 고용사정 악화의 징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