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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이 자신의 관용차로 일요일에 피의자를 검찰청사로 데려와 조서도 남기지 않는 면담을 했다면 검찰은 아마 문을 닫았을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김진욱 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관용차에 태워 에스코트했다는 논란이 일자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지적했다. ‘전례 없는 황제 조사’ 논란에 공수처장 해임 사유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김 처장은 지난달 7일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기 전 이 지검장을 면담했다. 양측의 면담 사실은 같은 달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는데, 당시 이 지검장이 BMW 차량을 타고 와 김 처장이 보낸 관용차인 제네시스로 갈아타고 공수처로 들어간 사실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1일 추가로 드러났다. 김 처장은 이 지검장과 그의 변호인을 65분간 만나 면담 및 기초 조사를 했다고 밝혔으나 조서도 남기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핵심 피의자를 상대로 과도한 특혜를 제공한 사례는 거물급 고위공직자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수사기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수사에서 핵심 참고인이나 공여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청사 주변에서 관용차로 태우고 들어오는 일이 있더라도 출입 기록은 모두 남긴다”고 했다. 특히 이런 경우에도 대개 수사 성공을 위한 핵심 진술자에 대한 신변 보호나 보안 유지를 위한 것이지, 피의자를 상대로 수사기관장의 차량을 제공해 예우하는 경우는 검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이 지검장이 공수처 청사 건물 안으로 들어간 과정을 두고도 의혹이 일고 있다. 정부과천청사에는 이 지검장이 출입한 전산상 기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도 이 지검장의 불법 출입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의 증빙자료로 이 지검장의 출입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검찰에 제출하면서도, 이 지검장의 출입 기록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이 지검장이 정식 출입 절차 없이 누군가가 공수처 내부 출입 게이트를 열어준 거라면 청사 관리 주체의 의사에 반해 건조물 침입이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소지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공수처에 청사 내 CCTV 영상을 보존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은 대변인실을 통해 이 지검장의 에스코트 논란에 대해 “보안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사건 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답했다. 통상 오전 9시경 출근하던 김 처장은 이날 평소보다 1시간 30분가량 이른 시간에 출근하고 점심은 청사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논란을 의식해 취재진을 피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처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변소를 일방적으로 들어주고 보고서도 제대로 남기지 않으면서 ‘보안’을 언급하는 건 무엇을 위한 보안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력으로부터 실질적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공수처장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수사 편의 제공은 불법적인 특혜로, 직권남용이나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할 여지가 상당하다”며 김 처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결단을 내리고 (김 처장이) 사퇴하는 게 낫다”고 했다. 신희철 hcshin@donga.com·장관석 기자}
대검찰청이 30일 전국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확대 편성하고 공직 관련 투기사범을 전원 구속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정부의 부동산 불법 투기 근절 대책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전국 43개 검찰청(지검, 지청 포함)에 부장검사 1명, 평검사 3, 4명, 수사관 6∼8명 이상으로 구성된 1개 부(部)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확대 편성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총 500명 이상의 검사와 수사관이 ‘투기사범 잡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업무상 비밀을 이용하거나 개발 정보를 누설하는 등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챙긴 부동산 투기를 ‘중대 부패범죄’로 간주하고 원칙적으로 전원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공판에서도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특히 기획부동산 등 최근 5년간 처리됐던 부동산 투기 관련 사건을 새로 점검해 필요할 경우 검찰이 직접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6대 범죄’로 수사 범위가 제한돼 있다”면서도 “검찰 송치 후 불기소 처분됐다가 재기된 사건, 그와 연관된 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공직자와 가족, 지인 관련 비리 사건에 중점을 두되, 민간 투기사범도 수사할 계획이다. 대검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등 영업적 반복적 투기사범은 구속 수사하고, 벌금형을 대폭 상향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31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주재로 전국 18개 지검장 및 3기 신도시 관할 수도권 5개 지청장이 참석하는 ‘전국 검사장 화상회의’를 열어 추가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부동산 투기 수사에 검찰을 뒤늦게 투입한 정부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사는 “정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을 외치다가 부동산 투기로 국민 여론이 들끓자 선거를 앞두고 ‘면피성’으로 검찰을 다시 청소부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가 검찰개혁이고,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면서 이제는 ‘적극 구속 수사하라’고 하니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부패·경제사건 등 6가지 범죄와 4급 공무원 등으로 한정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판단하는 게 자연스러운 수사 과정인데 죄명과 수사 대상자의 직급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가 제한되고 있어 검찰의 수사 개시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장관석 jks@donga.com·고도예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대한 공익신고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박계옥 권익위 상임위원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신고 내용이 구체적이고 신고자가 제출한 자료 등으로 미뤄볼 때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신고자 중 전현직 법무부 장차관과 현직 검사는 공수처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 점, 직권남용 등 부패 혐의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한 사유를 밝혔다. 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권익위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의 수사를 60일 이내에 종결해야 하며, 이후 10일 안에 결과를 권익위에 통보해야 한다. 검찰에서는 “면밀한 실체 규명을 위해 권익위가 사건을 검찰로 보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으로 김 전 차관 사건을 조사했던 이규원 검사 등 관련자들을 집중 수사해 불법 출국금지 과정 전반을 상세히 규명한 상태다. 반면 공수처는 검사 선발 절차를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처장과 차장 외에는 수사 인력이 확보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2019년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 과정을 조사할 당시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관련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한 상태다. 또 수원지검 조사에 불응해온 이 지검장이 공수처장을 비공개 면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제 수사’ 논란이 불거졌고, 이에 공익 신고인이 “공수처 수사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가 공수처에 이첩한 이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조작 및 특정언론 유출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오늘도 내일도 (공수처 부장검사 선발) 면접이다. 끝나고 하겠다”며 “천천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도예 yea@donga.com·장관석 기자}

대검찰청이 최근 전국 검찰청에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만들어진 이 훈령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수사 공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이 같은 대검 지침이 전파된 직후 한 공보 담당 부장검사가 “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뒤에는 정보를 공개할 수 있고, 훈령 규정 자체도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하면서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은 지난주 전국 검찰청에 보낸 공문에서 “최근 수사 진행 상황, 각 청 지휘부와 수사팀 간 또는 각 청과 대검 수사지휘 부서의 협의 과정 등이 언론 등 외부에 공개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검찰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교환 및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며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이규원 검사의 건설업자 윤중천 면담보고서 유출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청을 상대로 “수사 정보를 유출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의 공보를 담당하는 강수산나 부장검사는 29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 여부 및 범위가 결정된 경우 이에 따른 공보는 규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차관 사건 관련 공보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기소 전까지는 수사 상황을 공개해선 안 되지만 예외적으로 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뒤에는 수사 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 부장검사는 “예외적으로 공개 가능한 ‘수사 상황’이 어느 범위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규정 위반을 이유로 감찰을 개시하기 전에 심의위 의결의 효력과 면책 범위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자가 다양한 취재원을 통해 취재한 정보를 보도하는 기사에 대해서까지 수사보안 유출 책임을 묻는 건 자칫 수사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훈령은 조 전 장관과 가족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2019년 12월 1일 시행됐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조 전 장관 사건의 보도를 막기 위한 규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이 규정을 편의적으로 활용해 원하는 정보만 공개하고 숨기고 싶은 수사 상황은 감추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에 가담한 조주빈 등의 실명과 범죄 사실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반면 2019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공개심의위원회를 거친 뒤 별다른 설명 없이 비공개 입장을 밝혔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무엇을 예외적으로 공보할 수 있다는 것인지, 어떤 절차를 거쳐 공보해야 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며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수사를 하는 검찰청은 언론의 확인 요청에 따라 적법하게 공보했더라도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비난을 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고도예 yea@donga.com·장관석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대한 공익신고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박계옥 권익위 상임위원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신고 내용이 구체적이고 신고자가 제출한 자료 등으로 미뤄볼 때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신고자 중 전현직 법무부 장차관과 현직 검사는 공수처 수사대상에 해당하는 점, 직권남용 등 부패 혐의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한 사유를 밝혔다. 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권익위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의 수사를 60일 이내에 종결해야 하며, 이후 10일 안에 결과를 권익위에 통보해야 한다. 검찰에서는 “면밀한 실체 규명을 위해 권익위가 사건을 검찰로 보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으로 김 전 차관 사건을 조사했던 이규원 검사 등 관련자들을 집중 수사해 불법 출국금지 과정 전반을 상세히 규명한 상태다. 반면 공수처는 검사 선발 절차를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처장과 차장 외에는 수사 인력이 확보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2019년 얀양지청이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 과정을 조사할 당시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관련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한 상태다. 또 수원지검 조사에 불응해온 이 지검장이 공수처장을 비공개 면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제 수사’ 논란이 불거졌고, 이에 공익 신고인이 “공수처 수사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가 공수처에 이첩한 이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조작 및 특정언론 유출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할지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오늘도 내일도 (공수처 부장검사 선발) 면접이다. 끝나고 하겠다”며 “천천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수사했던 전·현직 검사들의 위증 지시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20일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대검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받아들여 ‘대검 부장회의’를 열고 이미 무혐의로 처분한 사건을 재심의했지만 결론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알린 것이다. 법무부는 21일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22일 밤 12시 전에 박 장관이 어떤 형태로든 의견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친정부 성향 대검 참모도 기소 동의 안 해” 대검은 법무부에 한 전 총리를 수사한 수사팀 등의 위증 지시 혐의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부장회의 표결 결과 등을 요약한 보고서도 함께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차장 주재로 일선 고검장 6명, 대검 부장(검사장) 7명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참석자 14명 중 10명이 수사팀 등에 대한 ‘무혐의’ 불기소에 투표했다고 한다. 조 차장이 추가로 회의에 참석시키겠다고 한 일선 고검장 6명은 전원 불기소에 투표했고, 2명은 기소, 2명은 기권 의견을 냈다. 당시 수사팀 등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또 다른 참석자 1명에 불과했다. 회의가 열리기 전에는 한 부장을 포함해 친정부 성향인 대검 부장 4, 5명이 기소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기권 또는 불기소에 표를 던진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회의 주재자인 조 차장검사와 간사인 조종태 대검 기조부장은 표결에서 기권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렇게 되면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 대검 부장 중 상당수가 무혐의에 동의한 것이 된다. 무혐의 의견을 낸 회의 참석자들은 일부 재소자가 감찰 과정에서 “위증을 강요당한 적 없다”고 말을 바꾼 점 등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고 한다. 앞서 재소자 최모 씨는 지난해 4월 법무부에 “과거 검찰 수사팀으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법정 증언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진정서를 냈다. 그런데 최 씨는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의 조사 과정에선 “거짓 증언을 강요당한 적 없다. 실제 고(故) 한만호 씨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말을 들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고 한다. 대다수 회의 참석자들은 “검사로부터 위증 지시를 받았다는 재소자 한모 씨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고 한만호 씨의 구치소 동료였던 재소자 한 씨는 대검 감찰부의 조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검사로부터 거짓 증언을 하라고 지시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일 회의에 참석한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검사는 “재소자 한 씨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았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다는 고 한만호 씨 증언은 거짓이라고 했다”며 한 씨를 조사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19일 회의에서 장시간에 걸쳐 수사팀 등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감찰에 관여했던 또 다른 부장검사가 임 연구관의 논리에는 모순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논박하는 일도 있었다. ○ 징계시효 지나 감찰 후 인사기록에 남길 수도 법무부와 검찰 안팎에선 “박 장관이 ‘한 전 총리 위증 지시 의혹’ 사건 관련자를 기소하라며 추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달 초 대검으로부터 감찰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한 법무부 감찰관실과 검찰국 등도 “무혐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냈다고 한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17일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대검 부장회의에서 무혐의 의견을 유지한다면 장관은 수용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당시 이 국장은 “(장관이) 기소하라는 취지였다면 (재소자들을) ‘기소하라’고 지휘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장관은) 그게 아니라 가능하면 다시 한번 판단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이 대검의 무혐의 방침을 수용하면서도 “한 전 총리 수사팀을 추가 감찰하라”고 지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수사팀이 재소자들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그 대가로 전화 통화, 외부 음식 제공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박 장관이 “사실 관계를 파악하라”며 지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검 감찰부나 법무부 감찰관실이 당시 수사팀의 비위를 확인하더라도 이미 징계 시효인 3년이 지났기 때문에 관련자들을 징계할 수는 없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징계 시효는 지났지만 박 장관이 관련자들에 대해 서면 경고를 하거나 인사 기록에 남기는 방식으로 당시 수사에 흠집을 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팀 검사들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고도예 yea@donga.com·황성호·장관석 기자}

“이대로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면 그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더 늦으면 바로잡을 수도 없다.”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는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찾아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61)에게 ‘상식’과 ‘정의’를 많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4일 퇴임 후 칩거하다 첫 외부 일정으로 김 명예교수를 찾자 “현실 정치 참여를 앞둔 윤 전 총장의 구상과 의중이 처음으로 드러난 상징적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 “인재, 전문가들과 함께하라” 조언두 사람의 만남은 19일 오후 김 명예교수의 자택에서 2시간가량 이어졌다. 이 만남은 윤 전 총장이 “찾아뵙겠다”고 먼저 연락하고 김 명예교수가 흔쾌히 수락해 성사됐다. 윤 전 총장은 평소 김 명예교수의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 등을 읽고 공감하고, 김 명예교수를 존경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90)와 김 명예교수 간 친분도 있어 양측 대화는 안부와 건강에서 시작해 사회 현안에 대한 발언과 인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한다. 김 명예교수는 “시간 내서 또 와서 보자”고 했고, 윤 전 총장은 “말씀에 공감하고 깊이 새겨듣겠다. 꼭 또 찾아뵙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김 명예교수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식’과 ‘정의’에 대해 “요즘만큼 국민들이 상식적인 생각을 못 하는 때가 없었다. 이 정부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다’ 짐작이 안 되는 점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의는 정의고 불의는 불의인데 ‘편 가르기’를 하면 잣대가 하나가 안 된다”며 “정의를 상실하면 그 사회는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국가를 위해 판단하면 개혁이 되지만 정권을 위해 판단하면 개악이 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김 명예교수는 인재, 전문가들과 함께하라는 조언도 했다. 그는 “흔히들 ‘야당에 인재가 없다’고 하는데, 인재는 야당에만 없는 것도 아니고 여당에도 없다”며 “중요한 건 한 사람의 유능한 인재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울타리 안에서 내 편 안에서만 하면 인재가 안 나온다, 그런 얘기를 했다”고 했다. 그는 “애국심이 없이 정권만 욕심내는 건 안 된다”며 “나를 희생하고,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그런 사람은 애국심만 있으면 괜찮다”고도 했다. ○ “김 교수의 말씀은 평소 윤 전 총장의 생각” 1920년생인 김 명예교수는 저서 등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인생 경륜을 전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저는 살 만한데 나라가 걱정”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고언을 했다. 윤 전 총장 측의 한 지인은 “윤 전 총장이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만남인 것 같다”며 “얼치기 전문가나 진영론자들이 아니라 이 나라 ‘진짜 인재’들, ‘진짜 전문가’들과 함께 상식과 정의를 지켜내야 한다는 김 명예교수의 말씀은 평소 윤 전 총장이 생각해온 바 그대로”라고 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4일 총장직을 던지면서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정치인들 대신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김 명예교수에게서 조언을 들은 건 사실상 정치 행보로 해석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100년을 넘게 살면서 시대정신을 강조해온 김 명예교수가 정계 진출 선언을 앞둔 윤 전 총장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명예교수는 “내가 볼 때는 어디 가서 터놓고 얘기할 데가 없는데 오랜만에, 처음으로 교수님을 만나니까 시원하게 털어놓는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장관석 jks@donga.com·고도예 기자}
“문제가 없다. 그리하시라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논의하는 대검찰청 부장회의에 일선 고등검사장도 참여시키겠다는 대검의 발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자신의 수사지휘에 우회적으로 맞선 대검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대구지검 상주지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에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며 “제 수사지휘 내용은 부장회의지만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 지침’을 보면 부장회의에 고검장들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적인 것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의 의견을 경청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이 대검 입장을 수용한 것은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같은 검찰과의 강 대 강 대결 구도를 피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휘권 발동으로 여권의 한 전 총리 구명 여론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지침에 근거한 대검의 고검장 추가 투입 카드를 수용해 양측 입장을 절충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국면에서 여러 절차적 요소가 무시된 채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징계 무산과 검찰 내부 결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던 점을 박 장관이 감안한 것 같다”고 했다. 박 장관이 “나는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라며 추 전 장관과의 차별화를 꾀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 장관은 집무실에서 한 전 총리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신중한 검토 끝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나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하는 박 장관이 법무부 수장과 민주당원이라는 두 입장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대검 부장회의에서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여권의 반발이 다시 불거질 수 있고 박 장관은 결국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문제가 없다. 그리하시라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논의하는 대검찰청 부장 회의에 일선 고등검사장도 참여시키겠다는 대검의 발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자신의 수사 지휘에 우회적으로 맞선 대검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대구지검 상주지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며 “제 수사지휘 내용은 부장회의지만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 지침’을 보면 부장회의에 고검장들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적인 것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의 의견을 경청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이 대검 입장을 수용한 것은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같은 검찰과의 강대강 대결 구도를 피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휘권 발동으로 여권의 한 전 총리 구명 여론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지침에 근거한 대검의 고검장 추가 투입 카드를 수용해 양측 입장을 절충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국면에서 여러 절차적 요소가 무시된 채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징계 무산과 검찰 내부 결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던 점을 박 장관이 감안한 것 같다”고 했다. 박 장관이 “나는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라며 추 전 장관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 장관은 집무실에서 한 전 총리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신중한 검토 끝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나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하는 박 장관이 법무부 수장과 민주당원이라는 두 입장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대검 부장회의에서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여권의 반발이 다시 불거질 수 있고 박 장관은 결국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매너를 완전히 저버린 것 아니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휴가를 떠난 신 수석 파동과 관련해 법조계 핵심 관계자는 19일 이같이 말했다. 최근 신 수석은 주변에 “앞으로 살면서 박 장관을 볼 일이 없을 것”이라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벽증이라 불릴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타인에 대한 평가나 발언을 삼간다는 평가를 받는 신 수석의 발언 치고는 워낙 강도가 높은 것이어서 법조계 핵심 관계자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대통령 결재 없는 인사 발표 뒤 감찰 요구” 일요일인 7일 오후 법무부의 검사장급 인사 발표는 꽤나 이례적이었다. 법무부가 이날 낮 12시경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곧 발표한다고 사전 공지했다. 1시간 반 뒤 심재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을 맞바꾸는 내용이 담긴 1장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교체를 요구하던 친정부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다. 윤 총장은 발표 2분 전에 명단을 받았다. 신 수석은 대검 측으로부터 법무부가 인사 내용을 발표한다는 얘기를 듣고 발표를 중단하라고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그대로 강행했다. 말하자면 신 수석과 윤 총장을 배제한 법무부의 단독 플레이였던 셈이다.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인사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식 결재가 나지 않은 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에 대한 감찰권이 있는 신 수석은 이를 알고 박 장관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감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박 장관의 인사안을 사후에 승인했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물밑 조율에 나서던 신 수석 입장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검찰 인사에 대한 조율을 책임지는 신 수석은 문 대통령이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 인사안을 사후 승인하는 것을 보고 자신에 대한 불신임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분석이다. 법조계 핵심 관계자는 “이런 중대한 문제들로 인한 일에 박 장관이 전화를 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신 수석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 수석과 40년을 함께해 온 한 법조인은 “신 수석이 느끼기엔 이건 나보고 나가라는 얘기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수석, 올 1월 말부터 “힘들다” 토로 신 수석은 취임 한 달여 만인 지난달 말부터 “힘들다”고 주변에 어려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은 올 1월 말 법조계 고위 인사와의 통화에서 “힘들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등과 통화하면서 향후 검찰 고위 인사 방향을 논의하던 때다. 법조계 고위 인사는 “신 수석이 인사 논란 하나만 가지고 결정한 것 같지 않다”며 “여러 가지 논의 과정에서 도저히 ‘내 공간이 없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둘러싼 ‘패싱’ 논란을 넘어 국정기조 전반과 청와대 내부 의사 결정에 대한 이견이 누적돼 사의 표명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수석의 후배들에 따르면 그는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다른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사찰 문건 논란에도 청와대가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시선을 신 수석이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 수석은 현 정부 출범 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다. 이때 여러 문건 때문에 검찰 수사까지 이뤄졌는데, 선거를 앞두고 다시 정치 쟁점화하는 모습을 민정수석으로서 지켜보는 것은 불편했을 거라는 얘기다. 특히 검사장 인사안을 사후 승인한 것은 문 대통령인 만큼 신 수석이 문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까지 느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법조인은 “신 수석은 가족의 반대에도 문 대통령의 부탁과 검찰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들어갔는데, 결국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을 패싱한 인사안을 승인했다”고 말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장관석·고도예 기자}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검사를 19일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또 이 검사가 진상조사단 활동을 하며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만난 뒤 작성한 ‘면담 보고서’에 기재된 법조계 고위 인사의 금품 수수 의혹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이 검사를 상대로 2019년 3월 22일 형사입건 상태가 아니었던 김 전 차관에 대해 피의자에 대해서만 가능한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한 과정을 조사했다. 검찰은 출국금지 과정에 이 검사와 가까운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이 관여한 단서를 잡고 구체적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대통령민정수석실이 법무부의 출입국 업무인 출국금지에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향후 논란이 될 대목이다. 검찰은 이 검사 등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에 관여한 출입국 당국 관련자에 대한 추가 수사를 무마한 의혹에 휩싸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도 조사받으라고 통보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는 이 검사가 건설업자 윤 씨를 조사한 뒤 작성한 ‘면담 보고서’ 내용 중 상당 부분이 허위로 기재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는 윤 씨가 김 전 차관 외에 윤갑근 전 고검장과 한상대 전 검찰총장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씨는 검찰 조사에서 “그런 취지로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한 목적 달성을 위해 면담 내용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 허위공문서 작성이나 직권남용,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장관석 기자}

“1년 반 동안 3차례, 6개월 단위로 검사장급 인사를 실시했던 점을 감안해 공석 충원 외에 승진 없이 전보도 최소화했다.” 법무부가 7일 이정수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사장급 고위 간부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하며 보도자료에 밝힌 인사 배경이다. 검사장 2명이 자리를 맞바꾸고, 나머지 2명은 공석을 메우는 A4용지 1장 분량의 짤막한 내용이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이 형식과 실질 모두 반영되지 못한, 추미애 전 장관의 ‘윤석열 고립시키기’가 반복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휘동력 상실한 이성윤 지검장 끝내 유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첫 검사장급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윤 총장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는지였다. 박 장관이 인사권과 감찰권을 이용해 윤 총장을 견제했던 추 전 장관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박 장관은 검찰 고위 인사를 두고 윤 총장과 여권이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자 인사 규모 최소화로 가닥을 잡았다. 박 장관은 “지난해 검찰 인사가 너무 잦았다”며 추 전 장관과의 차별화를 시사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각종 수사 무마 의혹의 중심에 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자신에 대한 감찰과 징계의 선봉에 섰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교체하는 등 ‘대폭 인사’를 요청했다. 반면 친정부 성향의 간부들은 ‘대규모 물갈이’ 여론을 잠재우고 검찰총장이 바뀌는 올 7월 유리한 인사를 꾀할 수 있도록 ‘소폭 인사’를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결국 유임됐다. 이 지검장은 청와대 인사들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기소하라는 윤 총장의 지시를 3차례 거부하기도 했다. 지난달 1심 법원은 최 의원의 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지검장은 또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요청을 계속 거절하며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기술이 발전할 때까지 무혐의 처분을 미뤄야 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법원에서 제지된 이후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 차장과 부장검사들로부터 사퇴 건의를 들을 정도로 지휘 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유임된 만큼 검찰에서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 檢 중간 간부 인사 때 朴-尹 충돌 가능성 심 국장과 자리를 맞바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윤 총장과 여권의 대립 과정에서 상처를 입지 않은 거의 유일한 여권 성향 검찰 간부다. 일찌감치 영전이 예상된 그는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후보군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신임 검찰국장이 2015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심 국장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그때도 두 사람은 서로를 각별히 챙기는 관계였다”고 전했다. 이 신임 국장은 2017∼2018년 국가정보원 법률자문관으로 근무할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대검의 정책과 실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부장에는 조종태 춘천지검장이 보임됐다. 조 지검장의 기조부장 발탁은 윤 총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심 국장을 전보했고,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을 유임했다”며 윤 총장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탐색전을 마친 박 장관과 윤 총장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갈등 관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설 연휴 이후 단행될 중간 간부 인사에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박 장관은 올 7월 윤 총장 퇴임 후 새 검찰총장이 임명된 뒤에 큰 폭의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황성호 hsh0330@donga.com·장관석 기자}

“영전이냐, 좌천이냐.”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9일자로 서울남부지검장에 보임돼 친정부 성향 검찰 간부 중 유일하게 전보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의 평가가 정반대로 엇갈리고 있다. 심 국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유로 제시된 이른바 ‘재판부 사찰 문건’ 의혹과 관련해 ‘1인 5역’을 담당하며 윤 총장과 대척점에 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이를 염두에 둔 듯 심 국장이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준비하겠다고 나서자 “신중해야 한다”며 주의를 줬다고 한다. 하지만 박 장관이 윤 총장의 물갈이 인사 요구에 대해 심 국장 1명으로 한정했고, 그마저도 요직인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시킨 것에 대해 “좌천을 빙자한 영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 측 인사들은 “주요 금융범죄 사건과 정치권의 민감한 선거, 공안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을 심 국장에게 맡긴 것은 사실상 영전 인사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윤 총장에게 더 반기를 들라는 뜻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전임 검찰국장들과 비교하면 영전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박균택 조남관 전 검찰국장은 고검장급인 광주고검장과 대검 차장으로 각각 승진했고, 이성윤 전 국장은 고검장급 자리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옮겼다. 심 국장은 검사장급 자리로 수평 이동해 좌천처럼 보인다. 하지만 검찰국장 업무를 무난하게 수행한 윤대진 전 국장은 수원지검장으로 전보됐는데, 검찰 내부의 비판을 받았던 심 국장을 서울 소재 검찰청의 검사장으로 이동시킨 것은 영전에 가깝다는 반론도 있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심 국장을 이동시키되 심 국장이 반발할 가능성이 가장 작은 곳으로 행선지를 타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1년 반 동안 3차례, 6개월 단위로 검사장급 인사를 실시했던 점을 감안해 공석 충원 외에 승진 없이 전보도 최소화했다.” 법무부가 일요일인 7일 이정수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사장급 고위 간부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하며 보도자료에 밝힌 인사 배경이다. 검사장 2명이 자리를 맞바꾸고, 나머지 2명은 공석을 메우는 A4용지 1장 분량의 짤막한 내용이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이 형식과 실질 모두 반영되지 못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박 장관, 충돌 피하려 ‘소폭 인사’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첫 검사장급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윤 총장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여부였다. 박 장관이 인사권과 감찰권을 이용해 윤 총장을 견제했던 추미애 전 장관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언급한 만큼 윤 총장의 의사가 어느 정도 반영되기를 바라는 기류였다. 박 장관은 검찰 고위 인사를 두고 윤 총장과 여권이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자 인사 규모 최소화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각종 수사 무마 의혹의 중심에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자신에 대한 무리한 감찰과 징계의 선봉에 섰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교체하는 등 ‘대폭 인사’를 요청했다. 반면 친정부 성향의 간부들은 ‘대규모 물갈이’ 여론을 잠재우고 검찰총장이 바뀌는 올 7월 유리한 인사를 꾀할 수 있도록 ‘소폭 인사’를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추미애 라인’ 간부들을 교체해달라는 윤 총장의 요구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취임 후 1년 내내 옵티머스 사건 등 권력비리 의혹을 축소 무마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던 이 지검장도 유임됐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법원에서 제지된 이후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차장과 부장검사들로부터 사퇴 건의를 들을 정도로 지휘 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유임된 만큼 검찰에서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최대 검찰청을 지휘할 리더십을 잃은 이 지검장을 유임시킨 것은 여권의 무리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 지검장 외에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는 문홍성 수원지검장을 유임했다”고 설명했다.●탐색전 마친 朴-尹, 갈등 본격화 우려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자리를 맞바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윤 총장과 여권의 대립 과정에서 상처를 입지 않은 거의 유일한 여권 성향 검찰 간부로 알려져 있어 영전이 예상돼왔다. 이 신임 검찰국장이 2015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심 국장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때도 두 사람은 서로를 각별히 챙기는 관계였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2017~2018년 국가정보원 법률자문관으로 근무할 당시 신현수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내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대검의 정책과 실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부장에는 조종태 춘천지검장이 보임됐다. 온화한 성품의 조 지검장은 검찰 내에서 현안 수사와 정책 기획 역량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조 지검장의 기조부장 발탁은 윤 총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이번 인사에서 박 장관은 인사 규모를 최소화해 윤 총장과의 정면 갈등을 피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서로 탐색전을 마친 두 사람이 이번 인사 이후 갈등 관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장관은 올 7월 윤 총장 퇴임 후 새 검찰총장이 임명된 뒤에 큰 폭의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 이후 단행될 중간간부 인사 규모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면담하면서 “국회에서 탄핵을 하자고 저렇게 설치는데, (사표를)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하잖아”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음성 파일이 4일 공개됐다. 김 대법원장이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며 전날 국회와 언론에 해명한 내용이 하루 만에 거짓말로 밝혀진 것이다. 정치권의 법관 탄핵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지적과 함께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하는 사법부 수장이 삼권분립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 윤근수 변호사는 4일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의 지난해 5월 22일 43분 동안의 면담 녹취록과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녹취록 등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 제출, 그와 같은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을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여당에서)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도 했다. 또 “임 부장판사는 임기도 얼마 안 남았고 1심에도 무죄를 받았잖아”라며 “오늘 그냥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3일 야당인 국민의힘의 요구에 “탄핵 문제로 사표 수리할 수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임 부장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는 답변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녹취록이 공개된 4일 오후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야당은 국회에 허위 답변서를 제출한 김 대법원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는 4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재적 288명 가운데 과반인 찬성 179표로 범여권 국회의원 161명이 발의한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 칼럼을 썼다가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에 개입해 위헌적 행위를 했다는 것이 탄핵 사유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임 부장판사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 절차도 생략한 채 탄핵 소추를 의결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심히 유감스럽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탄핵소추안 통과에 대해 “안타까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 위은지 wizi@donga.com·장관석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진석 대통령 국정상황실장을 불구속 기소하겠다는 검찰 수사팀 의견에 동의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대검이 이를 승인할 경우 지난해 1월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한병도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13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 1년여 만에 추가 기소 대상자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권상대)는 최근 이 실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대검 지휘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청와대 인사에 대한 기소에 신중을 기하자는 입장을 유지해 온 이 지검장도 이 실장에 대한 수사팀의 기소 의견에 최근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도 기소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 시장의 선거 공약 개발을 돕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국민의힘 의원)의 핵심 공약인 ‘산재모(母)병원’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 발표 시점을 늦추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하명 수사 부분은 경찰의 비협조로 수사에 난항을 겪었고, 청와대의 공약 개발 지원 부분에 주력하며 지난해 말 송 시장을 추가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지난해 8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 때부터 이 실장에 대해 기소가 가능하다는 의견과 관련 공소사실 초안까지 작성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전후해 ‘이 실장 한 사람만 먼저 기소할 게 아니라 보강 수사를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하자’면서 사실상 기소에 반대했다. 후임 수사팀이 사건을 인계받은 뒤 추가 검토를 거치고 이 지검장 승인을 받아내기까지 5개월가량이 더 걸린 셈이다. 검찰은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사건에 연루된 나머지 청와대 전·현직 인사들에 대한 처분 방안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사람을 각각 한 차례씩 조사했지만 추가 수사의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송 시장 등 13명이 기소된 이후 1년 가까이 추가 수사와 관련자 재판이 진행된 만큼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종결 처분을 내려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장관석 jks@donga.com·황성호 기자}

ESG 경영이 신년을 맞은 기업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법무법인 지평의 ESG센터가 인재 영입을 확충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압축한 말로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비재무적 요소를 기업 활동에 고려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철학을 뜻한다. 법무법인 지평(대표변호사 김지형) ESG센터는 경영 및 지속가능경영 전략 전문가인 이준희 씨를 ESG센터 전략그룹 그룹장으로 영입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김윤원, 김광의 프로젝트 리더(PL)를 ESG 전략 컨설턴트로 임명했다. 이 그룹장은 지평 ESG센터 전략그룹 업무를 총괄하며 ESG에 대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그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ESS 이사 등을 지냈다. 지평 관계자는 “이들은 글로벌 컨설팅펌 경험을 갖춘 ESG 경영 전략 전문가”라며 “기존 전문가들에 더해 전략 컨설턴트들이 합류해 ESG 전문 자문 기관으로서 ESG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컨설팅 업무를 통합해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평은 지난해 9월 환경팀·인권경영팀·컴플라이언스팀 등 ESG 관련 업무를 통할하는 ESG센터를 출범했다. 대법관을 역임하고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비상임)을 맡고 있는 김지형 대표변호사(63·사법연수원 11기)가 고문을, 사회적 및 인권 경영 전문가인 임성택 대표변호사(57·27기)가 센터장을 맡았다. 주요 업무는 ESG 전략 자문 및 컨설팅, 유럽 미국 등의 ESG 규제·법제 자문, ESG 보고서 및 공시 자문, ESG 채권, 펀드, 대출 등 지속가능금융 자문 등이다. 임 대표변호사는 “국내 최고의 ESG 컨설팅을 통해 기업들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국제적 수준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조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해 내내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격렬한 갈등을 빚었고, 이로 인해 야권의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과 검찰 내부에선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재신임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시작된 검찰과 여권의 균열을 봉합하고 7월까지인 윤 총장의 임기를 보장해 더 이상의 파열음은 막겠다는 속내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 文 “갈등 부각, 국민들께 정말 송구” 문 대통령은 이날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청구 과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사실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함께 협력해 나가야 될 그런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이 된 것 같아 국민들께 정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마치 개인적인 감정싸움처럼 비쳤던 이런 부분들까지도 좋았다는 것이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히 반성할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이른바 ‘추-윤 갈등’이 검찰개혁 과정에서 벌어진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어떤 수사 관행, 문화 이런 것을 다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그 점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 관점의 차이나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었다”며 “민주주의의 일반적인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막무가내식으로 이어졌던 윤 총장을 향한 추 장관의 공격이 청와대의 의중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징계안을 재가한 이유에 대해서도 “검찰총장 임기제가 보장되기 때문에 검찰총장은 파면이나 징계에 의한 방법으로만 뭔가 책임을 물을 수 있게끔 그렇게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려 했기 때문에 과거 사례처럼 해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윤 총장에 경고장” “갈등 봉합 의지” 해석 이런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과 검찰 내부에서는 “여권과 윤 총장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해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만큼 여권과 검찰이 더 이상 내부 분열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당사자인 윤 총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못을 박은 진짜 이유를 봐야 한다”며 “여권을 향해서는 윤 총장에 대한 공격 자제를, 윤 총장에게는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검찰개혁에 대한 협력을 당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야권 내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총장에게 ‘문재인 정부 사람’이라는 확실한 꼬리표를 달아 윤 총장의 야권행을 아예 차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총장에게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문 대통령을 배신하고 야권에서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며 “일종의 낙인찍기 효과”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라임·옵티머스 펀드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권력 비리 수사 스케줄에 미세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거론된다. 반면 일각에선 여권의 기대나 문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영향 없이 윤 총장이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장관석 기자}

“훌륭하신 분들로 공과 함께 과가 있는 분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사진)가 이승만,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내놓은 서면 답변이다. 김 후보자는 ‘역대 한국 대통령 중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누구냐’는 물음에는 “존경하는 대통령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도산 안창호 선생과 다산 정약용 선생”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도산은 진실무망의 정신으로 언행이 일치된 삶의 모습을 보여주셨고, 다산은 평생을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나라에 도움이 되는 학문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주적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주적이 법률 용어는 아니지만 북한은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라며 “다만 북한은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별건수사, 표적수사로 대표되는 기존 특별수사의 부정적 관행이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극심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명심하겠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가 직접 정보를 수집하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소·고발, 언론 등을 통한 소극적이고 제한된 형태를 통해 수집된 단서로 수사를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공수처 조사는 개방형 조사실에서 모든 과정을 영상녹화 방식으로 하게 되므로 인권 보호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수처는 많은 사건을 처리하기보다는 사건을 엄선해 품격 있고 절제된 수사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의) 기계적 항소 관행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고, 합리적 항소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공수처 검사 자격에 대해 김 후보자는 “법률이 정한 절반 이외에 검사 출신 임용 정원을 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직 검사 파견도 받지 않는 방향이 타당하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대립에 대해 “법치주의 실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두 기관의 갈등이 매우 안타깝다”고 답했다. 장관석 jks@donga.com·박상준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은 아직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 측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압류한 뒤 매각해 배상금을 지급해달라는 강제집행 신청을 내면 일본 기업이 소송 서류를 받아보지 않고 시간을 끌거나 법원 결정에 불복하는 ‘즉시 항고’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대전지법 등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우리 법원이 내린 자산 압류명령의 효력이 지난해 12월 말 발생하자 하루 만에 즉시 항고했다. 양금덕 할머니(91) 등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 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국내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 신청 사건과 관련해 공시 송달된 압류명령 결정문 4건의 효력이 지난해 12월 29일과 30일에 걸쳐 발생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효력이 발생한 바로 다음 날 즉시 항고장을 내며 불복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자산 압류·매각 절차와 관련된 가능한 모든 절차를 밟아보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일본제철 피해자들의 배상도 요원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2019년 1∼3월 “일본제철의 한국 자산을 압류해 달라”고 낸 피해자들의 신청 3건을 모두 받아들였다. 일본제철이 주식 압류명령에 불복하는 항고장을 제출했지만 포항지원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압류된 자산은 일본제철의 한국 내 주식인 ‘포스코-닛폰스틸 제철부산물재활용(RHF) 합작법인(PNR)’ 주식 총 19만4794주(액면가 기준 9억7397만 원)이다. 하지만 포항지원은 압류된 재산에 대한 실제 매각 절차에 당장 나서진 않고 있다. “한일 관계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을 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관석 jks@donga.com·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