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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용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63)는 여느 의사보다 바쁜 50대를 보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성바오로병원장과 은평성모병원장을 내리 지냈다. 지난해까지 3개 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여기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만큼 운동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헬스클럽에 갈 여유도 없었다. 그 대신 연구실과 집에서 짬을 내 운동했다. 잠이 모자라면 쪽잠을 자듯이 ‘쪽운동’을 한 셈이다. 권 교수는 “일부러 시간을 정해서 운동한다면 스포츠다. 일상 생활에서 틈날 때마다 하는 것이 진짜 운동”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먹는 것에도 신경을 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잘 먹고, 잘 운동하고, 잘 자야 건강한 노후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 원칙을 따르려고 노력한다. 수십 년째 지키고 있는 건강법을 들어봤다. ●20년간 콩+우유로 아침 해결그의 고향은 강원도다. 2, 3개월마다 고향에서 생산된 쥐눈이콩을 공수한다. 방앗간에서 콩을 곱게 빻은 뒤 냉동실에 얼려둔다. 이 콩가루가 아침 식사다. 밥 먹는 숟가락으로 콩가루를 두 번 가득 떠 그릇에 담는다. 이어 티스푼으로 현미 쌀눈을 수북하게 떠 그릇에 추가한다. 거기에 흰 우유 300cc를 넣는다. 숟가락으로 10초 정도 저으면 내용물이 모두 녹는다. 단숨에 들이켠다. 20여 년간 유지하고 있는 아침 식사법이다. 40대 중반이 됐을 무렵 머리카락이 희끗해졌다. 돌아가신 어머님은 당시에 콩을 먹으면 머리가 검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콩을 갈아서 아들에게 내밀었다. 초보 교수 시절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제대로 아침밥도 못 먹고 있었다. 간편하게 아침 식사를 대신할 수 있어 먹기 시작했다. 그 습관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이다. 머리가 검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탈모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족이 모두 탈모가 조금씩 있는데 나만 머리숱이 많습니다. 콩에 들어있는 성분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콩 안에 있는 이소플라본 성분에 주목한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데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교수는 동물 실험을 통해 이소플라본의 이런 효능을 확인하기도 했다. 포만감도 꽤 있다. ‘콩 우유’ 식사를 한 후 시장기를 느껴 본 적이 한 번도 없단다. 장 건강에도 효과를 봤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변비 증세를 경험한 적도 없다. 이런 이점 덕분일까. 비슷한 또래의 동료 교수들은 나이가 들면서 영양제를 한두 개씩 먹지만 권 교수는 먹지 않는단다. ●단백질 넉넉히 먹고 반신욕 즐겨콩을 좋아하지만 특정 음식만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점심과 저녁에는 여러 반찬을 골고루 먹는 일반적인 식사를 한다. 단, 고혈압 가족력이 있어서 짠 음식은 피한다. 이를테면 국은 싱겁게 해서 먹고, 짠맛이 강한 찌개는 가급적 먹지 않는다. 또 한 가지는 배가 너무 부를 정도로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소식(小食)이다. 권 교수에게는 음식 철학이 있다. 어떤 경우든 하루 단백질 권장량은 채운다는 것이다. 만약 점심이나 저녁에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했다면 집에 들어간 후 계란 두 개 정도를 추가로 먹는다.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매일 아침 콩과 우유를 먹는 것도 이런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콩은 가장 좋은 식물성 단백질로 평가받는다. 단백질을 챙기는 이유가 있다. 근육과 뼈 건강에 단백질은 필수다. 나이가 들면서 뇌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단백질이 있어야 한다. 권 교수는 “단백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먹어도 된다”며 “장수(長壽)에 있어 단백질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식사 말고도 즐기는 게 있다. 15년째 반신욕 애호가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들어가 반신욕을 15분 정도 한다. 엉덩관절(고관절) 환자에게도 반신욕을 추천한다. 매일 15분 정도 가슴에 땀이 맺힐 정도로 반신욕을 하면 통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신욕을 할 때 상체의 체온은 낮고 하체 체온은 높다. 그 온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심장 활동이 활발해진다. 그 결과 혈류량이 많아지고 순환이 잘되면서 부기와 통증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매일 저녁 집에서 노젓기 운동그는 선천적으로 고관절에 약간 이상이 있다. 수술을 많이 하다 보니 근력도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코어 근육 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집 거실에 노 젓는 동작을 도와주는 로잉머신을 들여놨다. 매일 퇴근한 후 15∼30분 동안 열심히 노를 젓는다. 1분당 30회 정도 노를 젓는데, 이 정도면 상당히 높은 강도에 속한다. 이 운동은 15년째 지속 중이다. 어떤 점이 좋을까. 일단 코어 근육과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 앉아서 하는 운동이라 체중이 무릎에 실리지 않아 관절에도 무리가 없다. 그러면서도 팔을 크게 휘젓다 보면 어깨 근육도 탄탄해진다. 권 교수는 “노 젓기 운동 덕분에 지금까지도 장시간 수술도 거뜬하다”며 웃었다.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이웃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60대 이상 고령자에게 이 운동을 권했다. 권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젊은 사람과 동일한 시간을 운동하더라도 운동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찍 퇴근한 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으로 나간다. 일주일에 평균 2회 정도는 이런 식으로 2시간씩 자전거를 탄다. 주말에는 더 먼 곳까지 간다. 경기 가평까지 80㎞ 정도 자전거로 달린 후 전철을 타고 귀가한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것도 소소한 운동이 된다. 주말에 가끔 시간이 날 때는 산을 찾아 트레킹을 한다. 이처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까닭이 있다. 80세가 된 후에도 환자를 치료하고 싶단다. 그러려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니까 현재의 노력은 미래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그는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60세 이후에 제2의 인생을 계획한다면 건강에 가장 신경을 쓰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틀벨 하나로 근력 운동 해결”틈날 때마다 근력 운동을 하기에 좋은 것으로 케틀벨을 추천했다. 장비가 큰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으며 운동 동작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8㎏짜리 케틀벨을 연구실과 집에 각각 두고 틈나는 대로 운동을 한다. 몇 가지 동작만 따라해 보자. 각각의 동작은 12회씩 1∼4세트를 하면 된다. 권 교수가 추천하는 ‘케틀벨 운동’ ① 한쪽 발을 앞으로 내민 뒤 양쪽 무릎을 살짝 굽힌다. 상체를 곧게 세운 상태에서 캐틀벨을 팔 힘으로만 들어올린다. 팔꿈치 위쪽부터 어깨까지의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다.② 어깨 넓이로 발을 벌리고 선다. 케틀벨을 양손으로 잡고 가슴까지 끌어올린다. 이어 가슴에서 바깥쪽으로 팔을 쭉 뻗는다. 가슴 부위의 근육을 키우는 데 좋다. ③ 케틀벨을 양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스쾃 자세를 취한다. 케틀벨을 쥔 팔은 가슴 쪽에 둔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코어 근육 강화에 도움을 준다. ④ 케틀벨을 양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천천히 상체를 구부린다. 이어 상체를 폈다가 다시 구부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엉덩이 부위, 고관절 근육과 등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권순용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63)는 여느 의사보다 바쁜 50대를 보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성바오로병원장과 은평성모병원장을 내리 지냈다. 지난해까지 3개 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여기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만큼 운동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헬스클럽에 갈 여유도 없었다. 대신 연구실과 집에서 짬을 내 운동했다. 잠이 모자라면 쪽잠을 자듯이 ‘쪽운동’을 한 셈이다. 권 교수는 “일부러 시간을 정해서 운동한다면 스포츠다. 일상 생활에서 틈날 때마다 하는 것이 진짜 운동”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먹는 것에도 신경을 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잘 먹고, 잘 운동하고, 잘 자야 건강한 노후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 원칙을 따르려고 노력한다. 수십 년째 지키고 있는 건강법을 들어봤다. ●20년간 콩+우유로 아침 해결 그의 고향은 강원도다. 2,3개월마다 고향에서 생산된 쥐눈이콩을 공수한다. 방앗간에서 콩을 곱게 빻은 뒤 냉동실에 얼려둔다. 이 콩가루가 아침 식사다. 밥 먹는 숟가락으로 콩가루를 두 번 가득 떠 그릇에 담는다. 이어 티스푼으로 현미 쌀눈을 수북하게 떠 그릇에 추가한다. 거기에 흰 우유 300cc를 넣는다. 숟가락을 10초 정도 저으면 내용물이 모두 녹는다. 단숨에 들이킨다. 20여 년간 유지하고 있는 아침 식사법이다. 40대 중반이 됐을 무렵 머리카락이 희끗해졌다. 돌아가신 어머님은 당시에 콩을 먹으면 머리가 검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콩을 갈아서 아들에게 내밀었다. 초보 교수 시절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제대로 아침밥도 못 먹고 있었다. 간편하게 아침 식사를 대신할 수 있어 먹기 시작했다. 그 습관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이다. 머리가 검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탈모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족이 모두 탈모가 조금씩 있는데 나만 머리숱이 많습니다. 콩에 들어있는 성분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콩 안에 있는 이소플라본 성분에 주목한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데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교수는 동물 실험을 통해 이소플라본의 이런 효능을 확인하기도 했다. 포만감도 꽤 있다. ‘콩 우유’ 식사를 한 후 시장기를 느껴 본 적이 한 번도 없단다. 장 건강에도 효과를 봤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변비 증세를 경험한 적이 없다. 이런 이점 덕분일까. 비슷한 또래의 동료 교수들은 나이가 들면서 영양제를 한두 개씩 먹지만 권 교수는 먹지 않는단다. ●단백질 넉넉히 먹고 반신욕 즐겨 콩을 좋아하지만 특정 음식만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점심과 저녁에는 여러 반찬을 골고루 먹는 일반적인 식사를 한다. 단 고혈압 가족력이 있어서 짠 음식은 피한다. 이를테면 국은 싱겁게 해서 먹고, 짠 맛이 강한 찌개는 가급적 먹지 않는다. 또 한 가지는 배가 너무 부를 정도로 먹지 않는다. 이른바 소식(小食)이다. 권 교수에게는 음식 철학이 있다. 어떤 경우든 하루 단백질 권장량은 채운다는 것이다. 만약 점심이나 저녁에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했다면 집에 들어간 후 계란 두 개 정도를 추가로 먹는다.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매일 아침 콩과 우유를 먹는 것도 이런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콩은 가장 좋은 식물성 단백질로 평가받는다. 단백질을 챙기는 이유가 있다. 근육과 뼈 건강에 단백질은 필수다. 나이가 들면서 뇌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단백질이 있어야 한다. 권 교수는 “단백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먹어도 된다”며 “장수(長壽)에 있어 단백질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식사 말고도 즐기는 게 있다. 15년째 반신욕 애호가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들어가 반신욕을 15분 정도 한다. 엉덩관절(고관절) 환자에게도 반신욕을 추천한다. 매일 15분 정도 가슴에 땀이 맺힐 정도로 반신욕을 하면 통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신욕을 할 때 상체의 체온은 낮고 하체 체온은 높다. 그 온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심장 활동이 활발해진다. 그 결과 혈류량이 많아지고 순환이 잘 되면서 붓기와 통증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매일 저녁 집에서 노젓기 운동 그는 선천적으로 고관절에 약간 이상이 있다. 수술을 많이 하다 보니 근력도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코어 근육 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집 거실에 노 젓는 동작을 도와주는 로잉머신을 들여놨다. 매일 퇴근한 후 15~30분 동안 열심히 노를 젓는다. 1분당 30회 정도의 노를 젓는데, 이 정도면 상당히 높은 강도에 속한다. 이 운동은 15년째 지속중이다. 어떤 점이 좋을까. 일단 코어 근육과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 앉아서 하는 운동이라 체중이 무릎에 실리지 않아 관절에도 무리가 없다. 그러면서도 팔을 크게 휘젓다보면 어깨 근육도 탄탄해진다. 권 교수는 “노 젓기 운동 덕분에 지금까지도 장시간 수술도 거뜬하다”며 웃었다.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이웃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60대 이상 고령자에게 이 운동을 권했다. 권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젊은 사람과 동일한 시간을 운동하더라도 운동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찍 퇴근한 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으로 나간다. 일주일에 평균 2회 정도는 이런 식으로 2시간씩 자전거를 탄다. 주말에는 더 먼 곳까지 간다. 경기 가평까지 80㎞ 정도 자전거로 달린 후 전철을 타고 귀가한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것도 소소한 운동이 된다. 주말에 가끔 시간이 날 때는 산을 찾아 트레킹을 한다. 이처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까닭이 있다. 80세가 된 후에도 환자를 치료하고 싶단다. 그러려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니까 현재의 노력은 미래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그는 “건강을 잃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60세 이후에 제2의 인생을 계획한다면 건강에 가장 신경을 쓰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캐틀벨 하나로 근력 운동 해결” 틈날 때마다 근력 운동을 하기에 좋은 것으로 캐틀벨을 추천했다. 장비가 큰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으며 운동 동작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8㎏짜리 캐틀벨을 연구실과 집에 각각 두고 틈나는 대로 운동을 한다. 몇 가지 동작만 따라해 보자. 각각의 동작은 12회씩 1~4세트를 하면 된다. ① 한쪽 발을 앞으로 내민 뒤 양쪽 무릎을 살짝 굽힌다. 상체를 곧게 세운 상태에서 캐틀벨을 팔 힘으로만 들어올린다. 팔꿈치 위쪽부터 어깨까지의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다. ② 어깨 넓이로 발을 벌리고 선다. 캐틀벨을 양손으로 잡고 가슴까지 끌어올린다. 이어 가슴에서 바깥쪽으로 팔을 쭉 뻗는다. 가슴 부위의 근육을 키우는 데 좋다. ③ 캐틀벨을 양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스쾃 자세를 취한다. 캐틀벨을 쥔 팔은 가슴 쪽에 둔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코어 근육 강화에 도움을 준다. ④ 캐틀벨을 양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천천히 상체를 구부린다. 이어 상체를 폈다가 다시 구부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엉덩이 부위, 고관절 근육과 등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30대 초반 직장인 A 씨는 녹내장 환자다. 10년 전에 시력교정 수술을 받으러 안과에 갔다가 우연히 병을 발견했다. A 씨는 녹내장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은 덕분에 병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같은 나이인 B 씨도 비슷한 시기에 녹내장을 발견했다. 하지만 A 씨와 달리 눈앞이 흐릿한 증세가 이미 나타났고, 진단 결과 꽤 진행된 상태였다. 녹내장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를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안압을 조절하기 위한 수술도 했지만 결국 한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지금은 나머지 한쪽 눈으로 살아가고 있다. 똑같은 녹내장인데 두 사람의 결과는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황영훈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은 “녹내장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원장은 “어떤 녹내장인지 파악한 뒤 맞춤형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녹내장 진단과 새로운 수술 방법 등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의사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130여 편의 녹내장 관련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발표했다.●녹내장, 얼마나 알고 있나12일은 세계녹내장협회가 지정한 ‘세계 녹내장의 날’이다. 녹내장은 당뇨병성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3대 질환이다. 많은 사람들이 녹내장과 백내장을 혼동한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질병이다. 백내장은 수정체 질환이다. 투명해야 할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백내장이라 부른다. 황 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처럼 수정체가 노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로 교환하면 치료가 끝난다. 녹내장은 시신경 질환이다.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황 원장은 “안압이 상승하면 눈동자가 푸르스름하게 보이기 때문에 녹내장이라 부른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녹내장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대체로 안압 상승과 노화가 지목된다. 대부분 초기 증세가 없다. 한참 진행되고 나서야 시야가 흐릿해지고, 심한 경우엔 실명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녹내장을 ‘소리 없이 실명을 유발하는 병’이라 부른다. 주로 4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20, 30대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녹내장은 백내장과 달리 완치가 어렵다. 병의 진행을 막는 치료만 가능하다. 안압을 낮추기 위한 약물을 투입하며, 상태가 개선되지 않거나 악화되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모든 녹내장이 당장 실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황 원장은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몇 달 만에 실명이 될 수도 있지만 수십 년 이후에도 시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어떤 유형의 녹내장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순한 녹내장 vs 치명적 녹내장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유형은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전체 녹내장 환자의 70∼80%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안압이 정상 범위인 10∼20mmHg인데도 발생한다. 선천적인 요인이나 고도 근시, 눈 혈액 순환 장애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A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진행 속도를 현저하게 늦춰 실명을 막을 수 있다. 이른바 ‘순한 녹내장’인 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안압 조절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안압이 정상 범위라 해도 높게 나타나면 건강한 사람과 달리 눈의 신경섬유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주입하면서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을 제외한 나머지 20∼30%는 실명 위험이 비교적 높다. 각각의 증세를 면밀히 알아두는 게 좋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살펴보자. 가장 실명 위험이 높은 유형은 신생 혈관 녹내장이다. 망막 질환 등으로 인해 눈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새로운 혈관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녹내장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앞이 안 보이거나 시력이 뚝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이 경우 원인 질환인 망막 질환을 함께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포도막염 녹내장은 눈 속 포도막이란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염증 물질이 눈에서 만들어진 물(방수)이 배출되는 길을 막는다. 그 결과 안압이 상승하면서 생기는 녹내장이다.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보이고 눈이 충혈되는 특징이 있다. 안압을 조절하면서 포도막염을 치료해야 한다. 폐쇄각 녹내장은 방수가 지나가는 길이 갑자기 막히면서 발생한다. 이 경우 △심한 두통 △시력 저하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방수 배출로를 여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연소 개방각 녹내장은 40세 이하 나이에 생기는 녹내장이다. 겉으로 봐서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지만 높은 안압 때문에 시신경이 점차 손상돼 처음 발견 때 이미 녹내장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B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녹내장 예방하려면 안압 주의녹내장을 예방하거나 증세 악화를 막으려면 안압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매일 주기적으로 투입하는 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일상생활에서 안압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을 피하는 게 현실적이다. 잠을 잘 때는 반듯하게 천장을 보고 자는 게 좋다. 엎드려 자면 양쪽 눈이 눌리면서 안압을 높이기 때문이다. 물을 마시는 속도는 상관없지만 많은 양을 한 번에 마시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보통 5분 이내에 1L의 물을 마시면 몸 안의 수분이 배출되지 않아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생맥주 500cc 두 잔을 연거푸 마신다면 녹내장이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를 빼면 적은 양의 술은 안압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흡연은 절대 피해야 한다. 황 원장은 “술과 달리 흡연은 그 자체만으로 안압을 높일 뿐 아니라 혈액 순환도 방해하기 때문에 눈 건강에는 최악의 적”이라고 말했다. 물구나무서기와 같이 머리를 바닥으로 향하는 동작은 안압을 올린다. 힘껏 바람을 불어대는 금관악기 연주도 마찬가지다. 변비가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용변을 보려고 배에 힘을 세게 주면 안압이 오른다. 호흡을 고르게 하면서 용변을 봐야 한다. 이와 별도로 항산화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황 원장은 “항산화 물질이 시신경을 보호해 준다는 동물실험과 세포 수준 단계의 실험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녹내장 악화 막으려면 유산소 운동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은 녹내장의 진행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해서 안압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시신경에 충분한 혈액과 영양을 공급한다. 덕분에 시신경의 손상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수영을 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너무 꽉 끼는 물안경을 착용하면 안압을 높일 수 있다. 오래 잠수하는 건 좋지 않다. 황 원장은 “1분 정도 호흡을 참는 것은 괜찮지만 그 이상 길어지면 안압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근력 운동은 안압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녹내장 환자는 근력 운동을 해서는 안 되는 걸까. 아니다. 황 원장에 따르면 △앉거나 선 상태에서 △강도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고 △숨을 고르면서 근력 운동을 하면 괜찮다. 똑같은 역기를 들더라도 누워서 하면 안압을 높이지만 서서 천천히 하면 안압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 원장은 “녹내장 말기만 아니라면 배와 목에 힘을 잔뜩 주고 못에 핏줄이 드러나며 얼굴이 빨갛게 변할 정도로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추가로 안과 정기검진을 권했다. 만약 고도 근시에다 가족력이 있다면 20대 때부터 정기적으로 눈 건강을 체크해야 한다. 40대 이후에는 매년 안압 검사와 안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이 두 가지 검사만으로 녹내장은 웬만큼 진단이 가능하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30대 초반 직장인 A 씨(가명)는 녹내장 환자다. 10년 전에 시력교정 수술을 받으러 안과에 갔다가 우연히 병을 발견했다. A 씨는 녹내장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은 덕분에 병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같은 나이인 B 씨(가명)도 비슷한 시기에 녹내장을 발견했다. 하지만 A 씨와 달리 눈앞이 흐릿한 증세가 이미 나타났고, 진단 결과 꽤 진행된 상태였다. 녹내장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를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안압을 조절하기 위한 수술도 했지만 결국 한 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지금은 나머지 한 쪽 눈으로 살아가고 있다. 똑같은 녹내장인데 두 사람의 결과는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황영훈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은 “녹내장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원장은 “어떤 녹내장인지 파악한 뒤 맞춤형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녹내장 진단과 새로운 수술 방법 등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의사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130여 편의 녹내장 관련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발표했다. ● 녹내장, 얼마나 알고 있나 12일은 세계녹내장협회가 지정한 ‘세계 녹내장의 날’이다. 녹내장은 당뇨병성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3대 질환이다. 많은 사람들이 녹내장과 백내장을 혼동한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질병이다. 백내장은 수정체 질환이다. 투명해야 할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백내장이라 부른다. 황 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처럼 수정체가 노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로 교환하면 치료가 끝난다. 녹내장은 시신경 질환이다.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황 원장은 “안압이 상승하면 눈동자가 푸르스름하게 보이기 때문에 녹내장이라 부른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녹내장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대체로 안압 상승과 노화가 지목된다. 대부분 초기 증세가 없다. 한창 진행되고 나서야 시야가 흐릿해지고, 심한 경우엔 실명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녹내장을 ‘소리 없이 실명을 유발하는 병’이라 부른다. 주로 40대 이후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녹내장은 백내장과 달리 완치가 어렵다. 병의 진행을 막는 치료만 가능하다. 안압을 낮추기 위한 약물을 투입하며, 상태가 개선되지 않거나 악화되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모든 녹내장이 당장 실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황 원장은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몇 달 만에 실명이 될 수도 있지만 수십 년 이후에도 시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어떤 유형의 녹내장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 순한 녹내장 vs 치명적 녹내장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유형은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전체 녹내장 환자의 70~80%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안압이 정상 범위인 10~20㎜Hg인데도 발생한다. 선천적인 요인이나 고도 근시, 눈 혈액순환 장애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A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진행 속도를 현저하게 늦춰 실명을 막을 수 있다. 이른바 ‘순한 녹내장’인 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안압 조절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안압이 정상 범위라 해도 높게 나타나면 건강한 사람과 달리 눈의 신경섬유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주입하면서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을 제외한 나머지 20~30%는 실명 위험이 비교적 높다. 각각의 증세를 면밀히 알아두는 게 좋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살펴보자. 가장 실명 위험이 높은 유형은 신생 혈관 녹내장이다. 망막질환 등으로 인해 눈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새로운 혈관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녹내장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앞이 안 보이거나 시력이 뚝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이 경우 원인 질환인 망막 질환을 함께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포도막염 녹내장은 눈 속 포도막이란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염증 물질이 눈에서 만들어진 물(방수)이 배출되는 길을 막는다. 그 결과 안압이 상승하면서 생긴 녹내장이다. 갑자기 눈 앞이 뿌옇게 보이고 눈이 충혈되는 특징이 있다. 안압을 조절하면서 포도막염을 치료해야 한다. 폐쇄각 녹내장은 방수가 지나가는 길이 갑자기 막히면서 발생한다. 이 경우 △심한 두통 △시력 저하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방수 배출로를 여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연소 개방각 녹내장은 40세 이하 나이에 생기는 녹내장이다. 겉으로 봐서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지만 높은 안압 때문에 시신경 손상이 점차 진행돼 처음 발견 때 이미 녹내장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B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 녹내장 예방하려면 안압 주의 녹내장을 예방하거나 증세 악화를 막으려면 안압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매일 주기적으로 투입하는 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일상 생활에서 안압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을 피하는 게 현실적이다. 잠을 잘 때는 반듯하게 천장을 보고 자는 게 좋다. 엎드려 자면 양쪽 눈이 눌리면서 안압을 높이기 때문이다. 물을 마시는 속도는 상관없지만 많은 양을 한 번에 마시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보통 5분 이내에 1L의 물을 마시면 몸 안의 수분이 배출되지 않아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생맥주 500cc 두 잔을 연거푸 마신다면 녹내장이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를 빼면 적은 양의 술은 안압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흡연은 절대 피해야 한다. 황 원장은 “술과 달리 흡연은 그 자체만으로 안압을 높일 뿐 아니라 혈액 순환도 방해하기 때문에 눈 건강에는 최악의 적”이라고 말했다. 물구나무 서기와 같이 머리를 바닥으로 향하는 동작은 안압을 올린다. 힘껏 바람을 불어대는 금관악기 연주도 마찬가지다. 변비가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용변을 보려고 배에 힘을 세게 주면 안압이 오른다. 호흡을 고르게 하면서 용변을 봐야 한다. 이와 별도로 항산화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황 원장은 “항산화 물질이 시신경을 보호해 준다는 동물실험과 세포 수준 단계의 실험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녹내장 예방과 진행을 막기 위한 생활 수칙1. 물구나무 서기나 머리를 낮추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2. 바닥에 엎드려 잠을 자지 않는다. 3.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한다. 4. 술은 줄이되 담배는 확실히 끊는다. 5. 근력 운동은 낮은 강도로 앉거나 서서 한다. 6. 배나 가슴, 목에 힘을 주는 동작을 하지 않는다.7. 40대 이후에는 매년 안과 검진을 받는다. 자료 : 황영훈 센트럴서울안과 원장 ● 녹내장 악화 막으려면 유산소 운동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은 녹내장의 진행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해서 안압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시신경에 충분히 혈액과 영양을 공급한다. 덕분에 시신경의 손상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수영을 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너무 꽉 끼는 물안경을 착용하면 안압을 높일 수 있다. 오래 잠수하는 건 좋지 않다. 황 원장은 “1분 정도 호흡을 참는 것은 괜찮지만 그 이상 길어지면 안압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근력 운동은 안압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녹내장 환자는 근력 운동을 해서는 안 되는 걸까. 아니다. 황 원장에 따르면 △앉거나 선 상태에서 △강도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고 △숨을 고르면서 근력 운동을 하면 괜찮다. 똑같은 역기를 들더라도 누워서 하면 안압을 높이지만 서서 천천히 하면 안압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 원장은 “녹내장 말기만 아니라면 배와 목에 힘을 잔뜩 주고 못에 핏줄이 드러나며 얼굴이 빨갛게 변할 정도로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추가로 안과 정기검진을 권했다. 만약 고도 근시에다 가족력이 있다면 20대 때부터 정기적으로 눈 건강을 체크해야 한다. 40대 이후에는 매년 안압 검사와 안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이 두 가지 검사만으로 녹내장은 웬만큼 진단이 가능하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피아노 조율사 손재신 씨(67)는 ‘선천성 B형 간염 환자’다. 임산부였던 어머니로부터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전염됐다. 출산할 때 혹은 출산 직후 어머니의 혈액 등에 있던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자식에게 전달되는, 이른바 수직 감염이다. 같은 이유로 손 씨의 형제 모두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이런 경우 간암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손 씨는 그러지 못했다. 먹고사는 게 더 급하던 시절이었다. 당장 이상 증세도 나타나지 않았기에 잊고 살 수 있었다. 수십 년이 흘렀다. 언젠가부터 몸이 조금씩 나빠졌다. 피로감이 극심했다.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다리의 부기와 통증도 심해졌다. 그래도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곧바로 달려갔다. 일을 끝내고 나면 더 힘들어졌다. 몸이 힘드니 짜증도 늘었다. 황달 증세도 나타났다. 하지만 병원에는 차마 가지 못했다. 의사가 큰 병에 걸렸다는 선고를 내릴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만 끌었다. 2016년 가을, 보다 못한 아내가 그의 팔을 잡고 병원에 데려갔다. 무려 30여 년 만의 병원 방문이었다. ●“간경화에 간암 겹쳐, 간 이식이 최선”우려는 현실이 됐다. 의사는 손 씨의 부은 다리를 살피고는,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눌린 부위는 곧바로 복원되지 않았다. 간경화가 꽤 진행됐을 때 나타나는 증세다. 간 기능이 심하게 떨어지면 알부민이란 단백질 수치가 낮아진다. 그러면 수분의 양이 조절되지 않아 소변이 잘 안 나올 수 있다. 이때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붓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간에서 혹이 발견됐다. 간암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암은 초기 단계였다. 의료진은 일종의 항암 치료인 간암 색전술을 시행했다. 간암 세포와 연결된 동맥에 항암제를 투입해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진척이 없는 듯했다. 한 달 뒤 손 씨는 최동호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를 찾았다. 최 교수는 치료법을 놓고 고민했다. 간암 색전술을 다시 시행하거나 암이 있는 부위만 절제하는 수술도 고려했지만 간경화가 심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간 이식 수술만이 간암과 간경화 모두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최 교수는 손 씨와 가족들에게 이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손 씨에게 간을 공여할 가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간 이식은 성공률이 높지만 공여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고 했다. 설령 가족이라도 자신의 장기를 선뜻 내어주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간 이식 수술이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간 공여, 당연한 일”손 씨에게는 장성한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최 교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작은아들 영석 씨(36)가 간 공여를 자청했다. 당시 대학원 때부터 전공해 온 음악과 영상 촬영 분야에서 한창 일을 하던 시점이었다. 수술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의료진이 이식 수술로 아버지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자식으로서 간을 떼어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남편과 자식, 두 사람을 수술대로 보내야 했던 어머니가 더 걱정이 됐단다. 2016년 12월 손 씨와 아들 영석 씨가 수술대에 올랐다. 최 교수는 아들의 간 60%를 절제해 아버지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회복기를 거친 후 손 씨는 ‘정상인’이 됐다. 무려 60여 년 만에 간 질환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이다. 아들의 간을 받은 아버지는 늘 미안하다. 손 씨는 “아들의 얼굴을 보면 미안하고, 배와 가슴에 L자 형태로 나 있는 수술 자국을 보면 죄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석 씨는 수술 흉터를 ‘훈장’으로 생각한다. 사실 간을 절반 넘게 잘라내도 큰 문제는 없다. 최 교수는 “(간은) 크기는 작아지지만 제 기능을 다한다. 게다가 1주일에서 한 달 사이에 원래 크기의 80% 정도까지는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들 영석 씨는 1주일 만에 원래 크기의 90%까지 간이 자라났다. 투병하는 동안 가족의 결속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손 씨가 수술하기 전까지는 가족이라 해도 각자 사느라 바빴다. 손 씨는 “가장 큰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 웬만한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식이 커졌다. 모두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웃었다. ●“간암 완치돼도 4년마다 정기 검사해야” 위기가 없지는 않았다. 이식 거부 반응이 심하게 온 것이다. 원래 간 이식 거부 반응은 흔하다. 최 교수에 따르면 수술 후 1년 이내에 한 번 정도는 ‘으레’ 거친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을 뿐이다. 손 씨는 달랐다. 이식 수술이 끝나고 3년이 지날 무렵 이식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 황달 증세부터 시작해 예전의 여러 증세가 도졌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손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래도 의료진을 믿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강력한 스테로이드 제제를 써서 면역 반응을 무력화시켰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후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손 씨는 암에 걸린 간을 완전히 들어냈기에 따로 항암 치료를 받지 않았다. 물론 간경화 합병증도 모두 사라졌다. 이식 수술이 성공하면서 동시에 간암 완치 판정을 받은 셈이다. 올해로 완치 7년째를 맞은 손 씨는 전성기 못지않게 활기차게 일한다. 하지만 4개월마다 최 교수를 만나야 한다. 간 기능을 체크하고, B형 간염의 재발 여부를 살핀다. 면역 억제제는 평생 복용해야 한다. 이 또한 주기적으로 투약 분량을 조절해야 한다. 너무 많으면 신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면역 기능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적으면 면역 반응이 일어나 장기가 공격받을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간암 환자는 완치 이후에도 평생 정기적으로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손 씨는 ‘모범 환자’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약 복용을 빠뜨린 적이 없다. 다만 최근 들어 지방간이 나타나면서 운동 부족을 지적받는다. 최 교수는 “완치 후 5년을 넘기면서 몸이 좋아지면 방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 재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씨는 앞으로 운동량을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간암, 증세 나타나기 전에 예방해야” 최 교수는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했다. 간암에 걸려도 악화되기 전까지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피로, 무기력, 오른쪽 윗배 불편, 체중 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경우 이미 암이 꽤 진행된 후일 수도 있다. 따라서 평소 간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특히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 간 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일수록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간암 환자의 70% 이상은 이런 고위험군에서 발생한다. 우선 고위험군이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B형 간염 예방 백신을 접종받아 항체를 만들어야 한다. C형 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성관계로 감염된다. 아직 예방 백신이 없기에 다른 사람의 혈액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손톱깎이나 면도기, 칫솔을 공유하지 않는 게 좋다. 문신이나 피어싱을 할 때도 1회용 장비인지 확인해야 한다. 알코올 간 질환의 경우 절주나 금주가 필수다. 고위험군이라면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최 교수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으면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 의사와 상의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간암은 재발률이 비교적 높은 암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간암 수술 환자의 절반 정도는 3년, 70%는 5년 이내에 재발하거나 새로운 암이 발생한다. 하지만 동시에 치료 효과도 높아지고 있다. 최 교수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믿고, 평생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치료하면 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피아노 조율사 손재신 씨(67)는 ‘선천성 B형 간염 환자’다. 임산부였던 어머니로부터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전염됐다. 출산할 때 혹은 출산 직후 어머니의 혈액 등에 있던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자식에게 전달되는, 이른바 수직 감염이다. 같은 이유로 손 씨의 형제 모두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이런 경우 간암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손 씨는 그러지 못했다. 먹고 사는 게 더 급하던 시절이었다. 당장 이상 증세도 나타나지 않았기에 잊고 살 수 있었다. 수십 년이 흘렀다. 언젠가부터 몸이 조금씩 나빠졌다. 피로감이 극심했다.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다리의 붓기와 통증도 심해졌다. 그래도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곧바로 달려갔다. 일을 끝내고 나면 더 힘들어졌다. 몸이 힘드니 짜증도 늘었다. 황달 증세도 나타났다. 하지만 병원에는 차마 가지 못했다. 의사가 큰 병에 걸렸다는 선고를 내릴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만 끌었다. 2016년 가을, 보다 못한 아내가 그의 팔을 잡고 병원에 갔다. 무려 30여 년 만의 병원 방문이었다. ● “간경화에 간암 겹쳐, 간 이식이 최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의사는 손 씨의 부은 다리를 살피고는,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눌린 부위는 곧바로 복원되지 않았다. 간경화가 꽤 진행됐을 때 나타나는 증세다. 간 기능이 심하게 떨어지면 알부민이란 단백질 수치가 낮아진다. 그러면 수분의 양이 조절되지 않아 소변이 잘 안 나올 수 있다. 이때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붓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간에서 혹이 발견됐다. 간암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암은 초기 단계였다. 의료진은 일종의 항암 치료인 간암 색전술을 시행했다. 간암 세포와 연결된 동맥에 항암제를 투입해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진척이 없는 듯 했다. 한 달 뒤 손 씨는 최동호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를 찾았다. 최 교수는 치료법을 놓고 고민했다. 간암 색전술을 다시 시행하거나 암이 있는 부위만 절제하는 수술도 고려했지만 간경화가 심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간 이식 수술만이 간암과 간경화 모두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최 교수는 손 씨와 가족들에게 이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손 씨에게 간을 공여할 가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간 이식은 성공률이 높지만 공여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고 했다. 설령 가족이라도 자신의 장기를 선뜻 내어주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간 이식 수술이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아들이 아버지에 간 공여, 당연한 일” 손 씨에게는 장성한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최 교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둘째 아들 영석 씨(36)가 간 공여를 자처했다. 당시 대학원 때부터 전공해 온 음악과 영상 촬영 분야에서 한창 일을 하던 시점이었다. 수술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의료진이 이식 수술로 아버지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자식으로서 간을 떼어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남편과 자식, 두 사람을 수술대로 보내야 했던 어머니가 더 걱정이 됐단다. 2016년 12월, 손 씨와 아들 영석 씨가 수술대에 올랐다. 최 교수는 아들의 간 60%를 절제해 아버지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회복기를 거친 후 손 씨는 ‘정상인’이 됐다. 무려 60여 년 만에 간 질환에서 완전 해방된 것이다. 아들의 간을 받은 아버지는 늘 미안하다. 손 씨는 “아들의 얼굴을 보면 미안하고, 배와 가슴에 L자 형태로 나 있는 수술 자국을 보면 죄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석 씨는 수술 흉터를 ‘훈장’으로 생각한다. 사실 간을 절반 넘게 잘라내도 큰 문제는 없다. 최 교수는 “(간은) 크기는 작아지지만 제 기능을 다 한다. 게다가 1주일에서 한 달 사이에 원래 크기의 80% 정도까지는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들 영석 씨는 1주일 만에 원래 크기의 90%까지 간이 자라났다. 투병하는 동안 가족의 결속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손 씨가 수술하기 전까지는 가족이라 해도 각자 사느라 바빴다. 손 씨는 “가장 큰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 웬만한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식이 커졌다. 모두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웃었다. ● “간암 완치돼도 4년마다 정기 검사해야” 위기가 없지는 않았다. 이식 거부 반응이 심하게 온 것이다. 원래 간 이식 거부 반응은 흔하다. 최 교수에 따르면 수술 후 1년 이내에 한 번 정도는 ‘으레’ 거친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을 뿐이다. 손 씨는 달랐다. 이식 수술이 끝나고 3년이 지날 무렵 이식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 황달 증세부터 시작해 예전의 여러 증세가 도졌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손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래도 의료진을 믿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강력한 스테로이드 제제를 써서 면역 반응을 무력화시켰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후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손 씨는 암에 걸린 간을 완전히 들어냈기에 따로 항암 치료를 받지 않았다. 물론 간경화 합병증도 모두 사라졌다. 이식 수술이 성공하면서 동시에 간암 완치 판정을 받은 셈이다. 올해로 완치 7년째를 맞은 손 씨는 전성기 못지않게 활기차게 일한다. 하지만 4개월마다 최 교수를 만나야 한다. 간 기능을 체크하고, B형 간염의 재발 여부를 살핀다. 면역 억제제는 평생 복용해야 한다. 이 또한 주기적으로 투약 분량을 조절해야 한다. 너무 많으면 신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면역 기능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적으면 면역 반응이 일어나 장기가 공격받을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간암 환자는 완치 이후에도 평생 정기적으로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손 씨는 ‘모범 환자’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약 복용을 빠뜨린 적이 없다. 다만 최근 들어 지방간이 나타나면서 운동 부족을 지적받는다. 최 교수는 “완치 후 5년을 넘기면서 몸이 좋아지면 방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 재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씨는 앞으로 운동량을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 “간암, 증세 나타나기 전에 예방해야” 최 교수는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했다. 간암에 걸려도 악화되기 전까지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피로, 무기력, 오른쪽 윗배 불편, 체중 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경우 이미 암이 꽤 진행된 후일 수도 있다. 따라서 평소 간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특히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 간 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일수록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간암 환자의 70% 이상은 이런 고위험군에서 발생한다. 우선 고위험군이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B형 간염 예방 백신을 접종해 항체를 만들어야 한다. C형 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성관계로 감염된다. 아직 예방 백신이 없기에 다른 사람의 혈액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손톱깎이나 면도기, 칫솔을 공유하지 않는 게 좋다. 문신이나 피어싱을 할 때도 1회용 장비인지 확인해야 한다. 알코올 간 질환의 경우 절주나 금주가 필수다. 고위험군이라면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최 교수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으면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 의사와 상의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간암은 재발률이 비교적 높은 암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간암 수술 환자의 절반 정도는 3년, 70%는 5년 이내에 재발하거나 새로운 암이 발생한다. 하지만 동시에 치료 효과도 높아지고 있다. 최 교수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믿고, 평생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치료하면 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요즘 건강관리 목적으로 실내 자전거를 장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9)는 30년 전에 그랬다. 실내 자전거는 TV 앞에 뒀다. 평소에는 별로 이용하지 않다가도 TV를 켜면 반사적으로 자전거로 향했다.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카타르 월드컵 TV 중계를 볼 때였다. 우승 후보였던 포르투갈과의 H조 예선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자 정 교수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열심히 페달을 밟다가 전반전이 끝나니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정 교수도 10분 동안 쉬었다. 이어 후반전. 황희찬 선수가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2-1로 역전승을 거두자 정 교수는 환호성을 질렀다. 자전거 위에서다. 정 교수는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 전도사’로 통한다. 자신의 전공 영역인 금연과 스트레스 관리를 강조해서만은 아니다. 그의 운동 철학 때문이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일상에서 운동하는 게 건강에 보탬이 되는 진짜 운동이라는 것이다. 실내 자전거 타기도 그런 철학에서 시작했다.●30년째 TV 보며 자전거 타기TV 보며 자전거 타기는 30대 초반에 시작했다. 시쳇말로 철근도 씹어 먹을 팔팔한 나이였다.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운동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이유는 딱 하나. TV 보는 시간이 너무 아깝더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TV 뉴스는 꼭 챙겨 봤다. 문득 TV를 시청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처음에는 ‘러닝머신(트레드밀)’을 들여놓으려 했다. 하지만 층간 소음이 걱정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뉴스가 끝날 때까지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기구를 찾다가 실내 자전거에 꽂혔다. 그때부터 TV 뉴스를 볼 때면 자연스레 자전거에 올라탔다. 스포츠 뉴스가 끝날 때까지 페달을 밟았다. 대략 50분∼1시간 동안 ‘저절로’ 운동하게 된 셈이다. 이후로는 다른 TV 프로그램을 볼 때도 자전거를 탔다. 영화 한 편을 볼 때는 2시간 남짓 자전거를 탔다. 때로는 귀찮았고, 때로는 지쳤다. 소파의 아늑함이 그립기도 했다. 그때마다 유혹을 참아야 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에게 “아빠가 소파에서 TV를 보다 들키면 벌금을 낼게”라며 감시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사실 정 교수는 실내 자전거 외에 여러 운동에 도전해 봤다. 헬스클럽에서 몸도 만들어 봤고, 수영장에서 레슨도 받았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정 교수는 “대부분 한 달을 못 넘겼다. 수영은 세 번이나 등록했지만 모두 중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실내 자전거만큼은 달랐다. 그러니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TV를 켜면 무조건반사처럼 자전거에 앉는다. 정 교수는 자신의 이 방법을 고스톱 게임에 비유하며 ‘일타쌍피’ 건강법이라 불렀다. 운동과 휴식, 혹은 운동과 문화생활을 동시에 한다는 뜻이다.●“연구실에 있을 때 운동량 가장 많아”집에서 실내 자전거 타는 재미가 붙자 연구실을 리모델링했다. 책상 앞에 있던 의자를 치웠다. 그 자리에 실내 자전거를 들여 놓았다. 처음에는 자전거 핸들에 열량 소모량을 알 수 있는 장치를 달았다. 하루에 얼마나 운동을 많이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얼마 후에는 일회용 옷걸이로 책 받침대를 만들어 핸들에 설치했다. 자전거를 타며 가벼운 소설은 뚝딱 읽었다. 지금은 자전거 핸들에 또 다른 작업대가 설치돼 있다. 컴퓨터 키보드와 모니터가 그 위에 있다. 컴퓨터 작업을 하려면 자전거를 타야 한다. 정 교수는 오전 8시 반에 출근한 후부터 퇴근할 때까지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탄다. 일단 자전거에 오르면 최소한 50분은 페달을 밟는다. 진료가 없는 날에는 4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물론 진료 일정이 빡빡한 날에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평균적으로 매주 4, 5일은 자전거를 타는 셈이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 오래 있는 날이 운동량이 가장 많은 날”이라며 웃었다. 실내 자전거 타기만 30년. 효과는 어떨까. 그는 “확실하게 건강관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중년 이후의 남성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신호가 거의 없다.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정상이다. 게다가 신체 사이즈의 변동 폭이 거의 없다. 그는 30여 년째 키 178cm, 몸무게 75kg을 유지하고 있다.●헬스클럽 아닌 일터에서 근력 운동30년 동안 자전거를 탔기에 정 교수의 하체 근육량은 동년배 남성을 크게 앞섰다. 다만 상체 근육량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7년 전부터 상체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연구실에 턱걸이 장치를 설치했다. 자전거를 타다 엉덩이가 배긴다 싶으면 턱걸이를 했다. 처음에는 단 1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매달리기라도 하자고 마음먹고 계속 도전했다. 1개, 2개 늘어나더니 지난해 초에는 10개를 돌파했다. 현재는 턱걸이 15개는 거뜬해졌다. 정 교수는 연말까지 20개 돌파를 목표로 설정했다. 팔굽혀펴기도 자주 한다. 연구실을 들락거릴 때마다 10개씩 하자고 마음먹었다. 하루에 3회만 출입해도 30회를 하는 셈이다. 팔굽혀펴기 횟수도 점차 늘려 나갔다. 지금은 한 번 시작하면 70개는 거뜬하다. 정 교수는 “팔굽혀펴기와 턱걸이, 두 가지만으로도 헬스클럽에 가지 않고 상체 근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은 빠지면 ‘중독’되는 것일까. 정 교수는 그 밖에도 여러 운동을 한다. 산을 좋아해서 매달 한 번 정도는 꼭 등산을 한다. 2019년에 안나푸르나 트레킹도 다녀왔지만 대체로는 가까운 산을 주로 다닌다. 아파트 탁구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매주 2, 3회 저녁 시간에 1시간 반 정도 탁구를 즐긴다. 정 교수는 “1시간 반 정도만 탁구를 해도 걸음 수가 8000보 정도 된다. 돈도 별로 안 들고 부상 위험도 적은 데다 실내 운동이라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가정과 직장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최고”정 교수가 현재 하고 있는 운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끔 야외 운동을 하지만 대부분 실내 운동이라는 점이다. 정 교수는 일터나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실내 운동이 야외 운동보다 실패 확률이 낮다고 했다. 언제든지 바로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새벽 달리기를 하겠다며 큰맘 먹고 운동화를 사 놓고도 새벽에 비가 오면 ‘내일부터 해야지’ 하며 자버리는 사람을 여럿 봤다”며 “현재 자신이 있는 곳에서 운동할 수 있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근무 시간이나 공부 시간,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이를테면 주부들은 설거지할 때 스쾃 운동을 하면 된다. 뻣뻣하게 서서 허리를 구부리면 허리 질환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살짝 무릎을 구부리고 스쾃 자세를 하면 하체 근력이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직장인들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된다. 출퇴근 시간에도 운동은 가능하다.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찾아 앉기보다는 서서 약한 강도로 스쾃을 할 수 있다. 혹은 뒷발을 살짝 들어올려 몸을 지탱하는 자세를 유지하면 종아리 근육이 튼튼해진다. 손잡이를 안 잡고 두 다리로 버티는 것도 하체 근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 건강에 좋은 식단은 따로 있을까. 정 교수는 “난 식단 관리를 따로 하지 않는다”며 “건강에 가장 좋은 식사법은 골고루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운동을 많이 하면 맛있는 음식이 더 생각난다. 그럴 때면 열심히 땀을 흘린 보상으로 충분히 먹는 방법을 택한다. 다만 소량이지만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이 결핍될 수도 있어 종합비타민제 한 종류는 먹고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요즘 건강 관리 목적으로 실내 자전거를 장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9)는 30여 년 전에 그랬다. 실내 자전거는 TV 앞에 뒀다. 평소에는 별로 이용하지 않다가도 TV를 켜면 반사적으로 자전거로 향했다.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카타르 월드컵 TV 중계를 볼 때였다. 우승 후보였던 포르투갈과의 H조 예선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자 정 교수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열심히 페달을 밟다가 전반전이 끝나니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정 교수도 10분 동안 쉬었다. 이어 후반전. 황희찬 선수가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2대 1로 역전승을 거두자 정 교수는 환호성을 질렀다. 자전거 위에서다. 정 교수는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 전도사’로 통한다. 자신의 전공 영역인 금연과 스트레스 관리를 강조해서만은 아니다. 그의 운동 철학 때문이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일상에서 운동하는 게 건강에 보탬이 되는 진짜 운동이라는 것이다. 실내 자전거 타기도 그런 철학에서 시작했다. ●30여 년째 TV 보며 자전거 타기 TV 보며 자전거 타기는 30대 초반에 시작했다. 시쳇말로 철근도 씹어 먹을 팔팔한 나이였다.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운동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이유는 딱 하나. TV 보는 시간이 너무 아깝더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TV 뉴스는 꼭 챙겨봤다. 문득 TV를 시청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시행에 옮겼다. 처음에는 이른바 ‘러닝머신(트레드 밀)’을 들여놓으려 했다. 하지만 층간 소음이 걱정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뉴스가 끝날 때까지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기기구를 찾다가 실내 자전거에 꽂혔다. 그때부터 TV 뉴스를 볼 때면 자연스레 자전거에 올라탔다. 스포츠 뉴스가 끝날 때까지 페달을 밟았다. 대략 50분~1시간 동안 ‘저절로’ 운동하게 된 셈이다. 이후로는 다른 TV 프로그램을 볼 때도 자전거를 탔다. 영화 한 편을 볼 때는 2시간 남짓 자전거를 탔다. 때로는 귀찮았고, 때로는 지쳤다. 소파의 아늑함이 그립기도 했다. 그때마다 유혹을 참아야 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에게 “아빠가 소파에서 TV를 보다 들키면 벌금을 낼게”라며 감시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사실 정 교수는 실내 자전거 외에 여러 운동에 도전해봤다. 헬스클럽에서 몸도 만들어봤고, 수영장에서 레슨도 받았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정 교수는 “대부분 한 달을 못 넘겼다. 수영은 세 번이나 등록했지만 모두 중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실내 자전거만큼은 달랐다. 그러니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TV를 켜면 무조건반사처럼 자전거에 앉는다. 정 교수는 자신의 이 방법을 고스톱 게임에 비유하며 ‘일타쌍피’ 건강법이라 불렀다. 운동과 휴식, 혹은 운동과 문화 생활을 동시에 한다는 뜻이다. ●“연구실에 있을 때 운동량 가장 많아” 집에서 실내 자전거 타는 재미가 붙자 연구실을 리모델링했다. 책상 앞에 있던 의자를 치웠다. 그 자리에 실내 자전거를 들여 놓았다. 처음에는 자전거 핸들에 열량 소모량을 알 수 있는 장치를 달았다. 하루에 얼마나 운동을 많이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얼마 후에는 일회용 옷걸이로 책 받침대를 만들어 핸들에 설치했다. 자전거를 타며 가벼운 소설은 뚝딱 읽었다. 지금은 자전거 핸들에 또 다른 작업대가 설치돼 있다. 컴퓨터 키보드와 모니터가 그 위에 있다. 컴퓨터 작업을 하려면 자전거를 타야 한다. 정 교수는 오전 8시 반에 출근한 후부터 퇴근할 때까지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탄다. 일단 자전거에 오르면 최소한 50분은 페달을 밟는다. 진료가 없는 날에는 4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물론 진료 일정이 빡빡한 날에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평균적으로 매주 4,5일 동안 자전거를 타는 셈이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 오래 있는 날이 가장 운동량이 많은 날”이라며 웃었다. 실내 자전거 타기만 30여 년. 효과는 어떨까. 그는 “확실하게 건강 관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중년 이후의 남성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신호가 거의 없다.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정상이다. 게다가 신체의 변동 폭이 거의 없다. 그는 30여 년째 키 178㎝, 몸무게 75㎏을 유지하고 있다. ●헬스클럽 아닌 일터에서 근력 운동 30년 동안 자전거를 탔기에 정 교수의 하체 근육량은 동년배 남성을 크게 앞선다. 다만 상체 근육량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7년 전부터 상체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연구실에 턱걸이 장치를 설치했다. 자전거를 타다 엉덩이가 배긴다 싶으면 턱걸이를 했다. 처음에는 단 1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매달리기라도 하자고 마음먹고 계속 도전했다. 1개, 2개 늘어나더니 지난해 초에는 10개를 돌파했다. 현재는 턱걸이 15개는 거뜬해졌다. 정 교수는 연말까지 20개 돌파를 목표로 설정했다. 팔굽혀펴기도 자주 한다. 연구실을 들락거릴 때마다 10개씩 하자고 마음먹었다. 하루에 3회만 출입해도 30회를 하는 셈이다. 팔굽혀펴기 횟수도 점차 늘려나갔다. 지금은 한 번 시작하면 70개는 거뜬하다. 정 교수는 “팔굽혀펴기와 턱걸이, 두 가지만으로도 헬스클럽에 가지 않고 상체 근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은 빠지면 ‘중독’되는 것일까. 정 교수는 그밖에도 여러 운동을 한다. 산을 좋아해서 매달 한 번 정도는 꼭 등산을 한다. 2019년에 안나푸르나 트래킹도 다녀왔지만 대체로는 가까운 산을 주로 다닌다. 아파트 탁구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매주 2,3회 정도 저녁 시간에 1시간 반 정도 탁구를 즐긴다. 정 교수는 “1시간 반 정도만 탁구를 해도 걸음 수가 8000 보 정도 됐다. 돈도 별로 안 들고 부상 위험도 적은데다 실내 운동이라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가정과 직장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최고” 정 교수가 현재 하고 있는 운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끔 야외 운동을 하지만 대부분 실내 운동이라는 점이다. 정 교수는 일터나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실내 운동이 야외 운동보다 실패 확률이 낮다고 했다. 언제든지 바로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새벽 달리기를 하겠다며 큰 맘 먹고 운동화를 사 놓고도 새벽에 비가 오면 ‘내일부터 해야지’ 하며 자버리는 사람을 여럿 봤다”며 “현재 자신이 있는 곳에서 운동할 수 있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근무 시간이나 공부 시간,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이를테면 주부들은 설거지할 때 스쾃 운동을 하면 된다. 뻣뻣하게 서서 허리를 구부리면 오히려 허리 질환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살짝 무릎을 구부리고 스쾃 자세를 하면 하체 근력이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직장인들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된다. 출퇴근 시간에도 운동은 가능하다. 빈 자리를 찾아 앉기보다는 서서 약한 강도로 스쾃을 할 수 있다. 혹은 뒷발을 살짝 들어올려 몸을 지탱하는 자세를 유지하면 종아리 근육이 튼튼해진다. 손잡이를 안 잡고 두 발로 버티는 것도 하체 근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 건강에 좋은 식단은 따로 있을까. 정 교수는 “난 식단 관리를 따로 하지 않는다”며 “건강에 가장 좋은 식사법은 골고루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운동을 많이 하면 맛있는 음식이 더 생각난다. 그럴 때면 열심히 땀을 흘린 보상으로 충분히 먹는 방법을 택한다. 다만 소량이지만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이 결핍될 수도 있어 종합비타민제 한 종류는 먹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당뇨병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부른다. 여러 장기에서 합병증을 일으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지만 뚜렷한 자각 증세가 없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30, 40대의 젊은 환자들도 마찬가지로 크게 늘고 있다. 서구식 식습관이 자리 잡은 데다 운동 부족, 흡연, 스트레스 등 위험 요소는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2010년 국민영양조사’ 결과 국내 당뇨병 환자는 320만 명이었다. 당시 조사에서는 당뇨병 환자가 2050년에 59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추정은 완전히 빗나갔다. ‘2020년 국민영양조사’ 결과 국내 당뇨병 환자가 이미 추정치를 훌쩍 뛰어넘어 605만 명에 이른 것이다. 당뇨병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김규리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과 정상 사이의 구간, 그러니까 당뇨 전 단계일 때 철저히 대비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뇨 전 단계에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일종의 전조 증세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뇨 전 단계는 다른 말로 경계성 당뇨라고도 한다. ● “당뇨병 진단 기준부터 명확히 알아야”건강 검진을 할 때는 보통 8시간 금식 후 공복혈당을 잰다. 만약 포도당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졌다면 공복혈당은 높게 나온다. 이 수치가 dL당 126mg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dL당 100mg 미만이면 정상이다. dL당 100∼125mg일 때가 당뇨 전 단계로 공복혈당장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당뇨병을 진단하는 방법은 또 있다. 식후혈당을 측정하는 것이다. 어떤 식사를 하느냐에 따라 식후혈당이 달라질 수 있으니 집에서 측정하기는 어렵다. 보통은 병원에서 75g의 포도당을 먹고 2시간 지난 후 혈당을 측정한다. 그 수치가 dL당 200mg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dL당 140∼199mg이면 당뇨 전 단계다. 다른 말로는 내당능장애라고 한다. 이는 포도당 내성이 생겨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 한다는 뜻이다.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바로 당화혈색소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 동안 당과 결합한 혈색소 수치를 말하는데, 보통 6.5% 이상이면 당뇨병, 5.6% 이하이면 정상이다. 5.7∼6.4%가 당뇨 전 단계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혹은 당뇨 전 단계로 진단되면 날을 정해 재검사를 한다. 보다 확실하게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다. 만약 공복혈당은 정상인데 식후혈당에서 당뇨병, 혹은 당뇨 전 단계가 나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한국인들은 공복혈당에서 정상으로 나오더라도 식후혈당에서 당뇨 전 단계로 나오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공복혈당이 정상치라고 해도 수치가 높게 나온다면 마음을 놓지 말라는 뜻이다.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만이라도 당뇨 전 단계가 나오면 본격적인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 “당뇨 전 단계라 괜찮다고? 천만에” 당뇨 전 단계는 엄밀하게 말하면 질병에 걸린 상태는 아니다. 이 때문에 무시하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당뇨 전 단계일 때부터 혈당 문제는 발생한다. 당뇨 전 단계일 때 이따금 혈당이 급속도로 높아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췌장이 무리하게 움직인다. 이런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진다. 게다가 일단 약해진 췌장은 종전의 튼튼한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이 때문에 당뇨 전 단계 기간이 길수록 정상을 회복하는 속도와 비율이 낮다. 또한 나중에 심각한 당뇨병으로 악화될 경우 췌장암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당뇨 전 단계일 때 무시했다가 당뇨병에 걸린 사람은 아주 많다. 김 교수에 따르면 당뇨 전 단계일 때 관리하지 않으면 5∼10%는 1년 이내에, 절반은 10년 이내에 당뇨병 환자가 된다. 하지만 이때 건강관리를 잘만 하면 30%는 정상을 되찾는다. 50대 직장인 김민석(가명) 씨는 회식이 잦았다. 더욱이 식사량도 많았다. 하지만 운동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체중은 계속 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피로감도 커지고 머리가 묵직할 때도 많았다. 건강 검진에서 당화혈색소가 7.5%로 나왔다. 피로감을 느꼈을 때 이미 당뇨 전 단계였지만 김 씨가 무시한 바람에 결국 당뇨병 환자가 된 것이다. 또 다른 50대 직장인 이정선(가명) 씨도 비슷하다. 10년 전 건강 검진에서는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모두 당뇨 전 단계였다. 이 씨는 아직 건강하다며 무시했다. 당뇨병 진단을 받은 후에도 이 씨는 약도 잘 먹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았으며 술을 많이 마셨다. 그 결과 눈과 콩팥에 합병증이 발생했다. 이 씨는 뒤늦게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 “금세 허기지면 당뇨 전 단계 의심” 당뇨병 전조 증세를 자각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자세히 관찰한다면 당뇨 전 단계에서부터 미세한 변화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식후에 나타나는 공복감이다. 누구나 식사 후에는 혈당이 오른다.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한다면 식후 5∼10분부터 높아진 혈당을 잡는다. 그러면 혈당은 서서히 떨어지고, 음식이 다 소화되는 3∼4시간 후에야 배가 고파진다. 당뇨 전 단계가 되면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 뒤늦게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혈당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천천히 올라갔다가 천천히 떨어지는 게 아니라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뒤늦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이다. 주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했을 때 식후 1∼2시간 무렵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때로는 갈증이 심해지고 입이 마르기도 한다. 물론 땀을 흘렸거나 식후 3∼4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나는 목마름은 혈당과 관련이 없다. 만약 식후 1∼2시간 후에 허기짐이나 갈증, 입 마름 증세가 나타난다면 당뇨병 검사를 하는 게 좋다. 무기력증과 피로감도 당뇨 전 단계일 때 많이 나타나는 증세다. 평소 없었던 증세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50대 A 씨는 공복감과 피로감 외에 손 감각이 무뎌지는 증세가 나타났다. 검사 결과 공복혈당은 정상이었지만 당화혈색소가 5.9%, 식후혈당이 dL당 190mg이었다. 내당능장애였던 것이다. 3개월 동안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고 식후혈당을 정상 범위까지 떨어뜨린 후에야 손 무딤 증세가 사라졌다. 40대 B 씨는 손이 덜덜 떨리고 식후 졸림 증세가 심해졌다. B 씨는 면이나 떡을 특히 좋아하는데, 이런 음식을 먹고 나면 증세가 더 심해졌다. 김 교수는 “식은땀, 두통 등의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탄수화물 식사를 하고 난 후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면 당뇨병 혹은 당뇨 전 단계를 의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당뇨 전 단계에 맞는 식사-운동법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탄수화물로 된 음식이나 과일을 줄여야 한다. 당뇨와 무관하다면 식사의 70∼80% 정도가 탄수화물인데, 50% 정도까지 줄이는 게 좋다. 식사는 천천히,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끼니를 건너뛴다면 다음 식사 때 많이 빨리 먹게 된다. 혈당이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당뇨 전 단계일 때부터 하루 세 끼를 느긋하게 먹자.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국물도 혈당을 올리기 때문에 적게 먹는 게 좋다. 주스도 마찬가지다. 그 대신 과일을 씹어 먹는 게 좋다. 당연히 운동도 필수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모두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식후 올라간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가급적 근력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근육이 늘어나면 포도당의 저장 공간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대체로 1주일에 150분의 유산소 운동을 나눠서, 이틀 간격으로 해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근력 운동은 얼마나 해야 할까. 구체적으로 횟수나 시간에 대한 의학적 연구 결과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김 교수는 “식후 혈당이 1∼2시간 사이에 최고조로 올라간다”며 “따라서 식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근력 운동을 해 주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수칙 ● 식사는 가급적 양질로, 하루 세 번, 천천히 한다. ● 채소와 샐러드,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식사한다.● 탄수화물을 줄이되 극단적으로 끊지는 않는다. ● 일상 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리고, 가급적 운동을 한다. ● 운동은 식후 30분∼1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한다. ● 50분 앉아 있다면 10분은 반드시 일어나서 움직인다. ● 40세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한다. 자료: 김규리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당뇨병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부른다. 여러 장기에서 합병증을 일으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지만 뚜렷한 자각 증세가 없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30,40대의 젊은 환자들도 마찬가지로 크게 늘고 있다. 서구식 식습관이 자리 잡은 데다 운동 부족, 흡연, 스트레스 등 위험 요소는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2010년 국민영양조사’ 결과 국내 당뇨병 환자는 320만 명이었다. 당시 조사에서는 당뇨병 환자가 2050년에 59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추정은 완전히 빗나갔다. ‘2020년 국민영양조사’ 결과 국내 당뇨병 환자가 이미 추정치를 훌쩍 뛰어넘어 605만 명에 이른 것이다. 당뇨병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김규리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과 정상 사이의 구간, 그러니까 당뇨 전 단계일 때 철저히 대비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뇨 전 단계에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일종의 전조 증세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뇨 전 단계는 다른 말로 경계성 당뇨라고도 한다. ●“당뇨병 진단 기준부터 명확히 알아야” 건강 검진을 할 때는 보통 8시간 금식 후 공복혈당을 잰다. 만약 포도당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졌다면 공복혈당은 높게 나온다. 이 수치가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100mg/dL 미만이면 정상이다. 100~125mg/dL일 때가 당뇨 전 단계로 공복혈당장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당뇨병을 진단하는 방법은 또 있다. 식후혈당을 측정하는 것이다. 어떤 식사를 하느냐에 따라 식후혈당이 달라질 수 있으니 집에서 측정하기는 어렵다. 보통은 병원에서 75g의 포도당을 먹고 2시간 지난 후 혈당을 측정한다. 그 수치가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140~199mg/dL이면 당뇨 전 단계다. 다른 말로는 내당능장애라고 한다. 이는 포도당 내성이 생겨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뜻이다.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바로 당화혈색소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 동안 당과 결합한 혈색소 수치를 말하는데, 보통 6.5% 이상이면 당뇨병, 5.6% 이하이면 정상이다. 5.7~6.4%가 당뇨 전 단계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혹은 당뇨 전 단계로 진단되면 날을 정해 재검사를 한다. 보다 확실하게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다. 만약 공복혈당은 정상인데 식후혈당에서 당뇨병, 혹은 당뇨 전 단계가 나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한국인들은 공복혈당에서 정상이 나오더라도 식후혈당에서 당뇨 전 단계로 나오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공복혈당이 정상치라고 해도 수치가 높게 나온다면 마음을 놓지 말라는 뜻이다.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만이라도 당뇨 전 단계가 나오면 본격적인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당뇨 전 단계라 괜찮다고? 천만에” 당뇨 전 단계는 엄밀하게 말하면 질병에 걸린 상태는 아니다. 이 때문에 무시하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당뇨 전 단계일 때부터 혈당 문제는 발생한다. 당뇨 전 단계일 때 이따금 혈당이 급속도로 높아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췌장이 무리하게 움직인다. 이런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진다. 게다가 일단 약해진 췌장은 종전의 튼튼한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이 때문에 당뇨 전 단계 기간이 길수록 정상을 회복하는 속도와 비율이 낮다. 또한 나중에 심각한 당뇨병으로 악화될 경우 췌장암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당뇨 전 단계일 때 무시했다가 당뇨병에 걸린 사람은 아주 많다. 김 교수에 따르면 당뇨 전 단계일 때 관리하지 않으면 5~10%는 1년 이내에, 절반은 10년 이내에 당뇨병 환자가 된다. 하지만 이 때 건강관리를 잘만 하면 30%는 정상을 되찾는다. 50대 직장인 김민석 씨(가명)는 회식이 잦았다. 더욱이 식사량도 많았다. 하지만 운동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체중은 계속 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피로감도 커지고 머리가 묵직할 때도 많았다. 건강 검진에서 당화혈색소가 7.5%로 나왔다. 피로감을 느꼈을 때 이미 당뇨 전 단계였지만 김 씨가 무시한 바람에 결국 당뇨병 환자가 된 것이다. 또 다른 50대 직장인 이정선 씨(가명)도 비슷하다. 10년 전 건강 검진에서는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모두 당뇨 전 단계였다. 이 씨는 아직 건강하다며 무시했다. 당뇨병 진단을 받은 후에도 이 씨는 약도 잘 먹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았으며 술을 많이 마셨다. 그 결과 눈과 콩팥에 합병증이 발생했다. 이 씨는 뒤늦게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금세 허기지면 당뇨 전 단계 의심” 당뇨병 전조 증세를 자각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자세히 관찰한다면 당뇨 전 단계에서부터 미세한 변화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식후에 나타나는 공복감이다. 누구나 식사 후에는 혈당이 오른다.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한다면 식후 5~10분부터 높아진 혈당을 잡는다. 그러면 혈당은 서서히 떨어지고, 음식이 다 소화되는 3~4시간 후에야 배가 고파진다. 당뇨 전 단계가 되면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 뒤늦게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혈당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천천히 올라갔다가 천천히 떨어지는 게 아니라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뒤늦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이다. 주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했을 때 식후 1~2시간 무렵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때로는 갈증이 심해지고 입이 마르기도 한다. 물론 땀을 흘렸거나 식후 3~4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나는 목마름은 혈당과 관련이 없다. 만약 식후 1~2시간 후에 허기짐이나 갈증, 입 마름 증세가 나타난다면 당뇨병 검사를 하는 게 좋다. 무기력증과 피로감도 당뇨 전 단계일 때 많이 나타나는 증세다. 평소 없었던 증세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50대 A씨는 공복감과 피로감 외에 손 감각이 무뎌지는 증세가 나타났다. 검사 결과 공복혈당은 정상이었지만 당화혈색소가 5.9%, 식후혈당이 190mg/dL였다. 내당능장애였던 것이다. 3개월 동안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고 식후혈당을 정상 범위까지 떨어뜨린 후에야 손 무딤 증세가 사라졌다. 40대 B씨는 손이 덜덜 떨리고 식후 졸림 증세가 심해졌다. B씨는 면이나 떡을 특히 좋아하는데, 이런 음식을 먹고 나면 증세가 더 심해졌다. 김 교수는 “식은땀, 두통 등의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탄수화물 식사를 하고 난 후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면 당뇨병 혹은 당뇨 전 단계를 의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수칙식사는 가급적 양질로, 하루 세 번, 천천히 한다. 채소와 샐러드,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식사한다.탄수화물을 줄이되 극단적으로 끊지는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리고, 가급적 운동을 한다. 운동은 식후 30분~1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한다. 50분 앉아 있다면 10분은 반드시 일어나서 움직인다. 40세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한다. 자료 : 김규리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당뇨 전 단계에 맞는 식사-운동법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탄수화물로 된 음식이나 과일을 줄여야 한다. 당뇨와 무관하다면 식사의 70~80% 정도가 탄수화물인데, 50% 정도까지 줄이는 게 좋다. 식사는 천천히,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끼니를 건너뛴다면 다음 식사 때 많이 빨리 먹게 된다. 혈당이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당뇨 전 단계일 때부터 하루 세 끼를 느긋하게 먹자.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국물도 혈당을 올리기 때문에 적게 먹는 게 좋다. 주스도 마찬가지다. 대신 과일을 씹어 먹는 게 좋다. 당연히 운동도 필수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모두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식후 올라간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가급적 근력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근육이 늘어나면 포도당의 저장 공간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대체로 1주일에 150분의 유산소 운동을 나눠서, 이틀 간격으로 해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근력 운동은 얼마나 해야 할까. 구체적으로 횟수나 시간에 대한 의학적 연구 결과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김 교수는 “식후 혈당이 1~2시간 사이에 최고조로 올라간다”며 “따라서 식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근력 운동을 해 주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노승덕 씨(74)는 1990년대까지 전북 군산에서 화공약품 유통업체를 운영했다. 한때 꽤나 돈을 벌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7년 들이닥친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폐업의 후유증은 컸다. 우선 사는 게 힘들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와도 이혼해야 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래도 넋 놓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아이 셋을 키우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택시 회사에 취직했다. 매일 12시간 넘게 운전대를 잡았다. 끼니를 거르는 것은 다반사였다. 퇴근하면 술로 공허한 마음을 달랬다. 지독한 변비가 생겼다. 그러려니 했다. 그 다음에는 복통이 뒤따랐다. 약을 사 먹으면 참을 만하다가 사흘 정도 지나면 버틸 수 없을 만큼 아팠다. 2014년 초 동네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진료의뢰서를 써 주며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의사는 암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노 씨는 진료의뢰서에 적혀 있는 ‘cancer(암)’라는 단어를 똑똑히 봤다.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항암 치료 후 극적으로 수술 가능해져 노 씨는 2014년 3월 고려대 구로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대장암이었다. 변비와 복통이 대장암의 증세였던 것이다. 암은 이미 간으로 전이돼 있었다. 게다가 간의 여러 부위에 넓게 퍼져 있었다. 흔히 말기라 부르는 4기 대장암이었다. 민병욱 대장항문외과 교수, 오상철 종양내과 교수, 최새별 간담췌외과 교수 등이 모여 치료법을 논의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먼저 항암 치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오 교수는 “항암 치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완치를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민 교수 또한 “솔직히 완치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안 좋았다”며 “작은 기적이라도 바라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노 씨가 낙담할까 봐 걱정이 컸다. 하지만 노 씨는 의외로 차분했다. 당시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노 씨는 “의료진의 선택을 믿고 따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항암 치료가 시작됐다. 2주마다 병원을 찾아 집중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힘든 4개월이 흘렀다. 치료 성적표를 확인할 시간. 컴퓨터단층(CT) 검사를 했다. 놀랍게도 간으로 전이됐던 암 세포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수술이 가능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간의 60%를 절제할 경우 남은 간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그래도 최선의 방법이었다. 의료진은 간의 60%, 대장의 30%를 절제하는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그해 8월 노 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세 차례의 수술도 거뜬히 극복먼저 최 교수가 간 절제술을 시행했다. 최 교수는 “수술 전부터 출혈을 가장 우려해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를 오래하면 지방간염이 심해진다. 이 경우 수술 도중 출혈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우려는 현실이 돼 버렸다. 간을 절제한 부위에서 출혈이 시작됐고, 좀처럼 지혈이 되지 않았다. 지혈을 하느라 2시간이면 끝날 간 절제 수술이 5시간으로 길어졌다. 이어 대장 절제 수술을 할 차례였다. 하지만 수술을 더 진행하면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결국 대장 수술은 시도하지도 못했다. 민 교수가 노 씨에게 수술 과정을 찬찬히 설명했다. 의료진으로서는 나중에 추가 수술을 해야 하기에 환자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 씨는 “알아서 최적의 판단을 한 것 아니냐”며 의료진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간 절제 수술 결과는 좋았다. 회복 속도도 빨랐다. 덕분에 3개월 만에 대장 절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민 교수가 집도했고, 대장의 30% 정도를 잘라냈다. 이로써 암 세포가 있는 간과 대장 수술이 모두 끝났다. 수술이 잘됐으니 암에서 완전 해방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차례의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던 중 간에서 작은 암 세포가 발견된 것이다. 이때가 2016년 2월이었다. 마지막 수술도 잘 끝났다. 이어 10개월 동안 진행된 마지막 항암 치료도 무사히 끝났다. 이후 더 이상 암 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마지막 수술을 시행하고 5년이 지난 2021년 2월 민 교수는 노 씨에게 완치 판정을 내렸다. 이후 그는 암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년마다 추적 검사를 받고 있다. ●환자의 긍정 마인드가 최고의 특효약민 교수와 오 교수는 “노 씨는 4기 대장암이라도 항암 치료와 수술을 통해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사실 암 진단을 받으면 많은 환자들이 절망에 빠진다. 일단 이 점에서 노 씨는 확실히 달랐다. 민 교수는 “노 씨는 암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항상 쾌활했고 에너지가 넘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 씨는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 과정을 묻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별로 힘든 게 없었는데…”라고 답했다. 세 번의 수술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그게 내 팔자라고 생각했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그랬던 것”이라며 웃었다. 투병 기간 내내 노 씨는 최대한 음식을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다. 냉면을 먹어도 곱빼기로 먹었다. 소화가 잘 안되면 소화제를 먹었다. 민 교수는 “암 환자들이 잘 못 먹는 반면 노 씨는 외부에서 음식을 공수해서라도 먹었다”며 “그런 적극적인 투병 의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오히려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 마지막 수술이 끝난 후 병실을 찾아온 어린 손녀의 입맞춤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이후로 더 살고 싶다는 바람이 한층 강렬해졌단다. 삶의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마지막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컴퓨터를 배웠다. 어느덧 3년째. 이젠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강의도 한다. 다만 요즘 들어 만성 질환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서 당뇨병과 심장질환의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제자리팔벌려뛰기를 틈틈이 한다. 날이 풀리면 야외 산책도 할 계획이란다. ●“대장암 투병 중에도 육류 먹어야”항암 치료를 받는 중에는 음식이 종종 제한된다. 가령 익히지 않은 날음식은 절대 금물이다. 게다가 식욕도 떨어진다. 노 씨 또한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95㎏이던 체중이 60㎏까지 빠졌다. 당시 노 씨가 가장 생각났던 음식 중 하나가 커피다. 요즘에는 매일 한두 잔을 꼭 마신다. 괜찮은 걸까. 민 교수는 “대장암 재발을 걱정하며 커피를 안 마실 필요는 없다. 여러 잔을 마시면 문제가 되겠지만 하루에 두 잔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말했다. 적색 육류가 대장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민 교수는 “이 또한 잘못 알려진 상식”이라고 했다. 고기가 주식(主食)인 서양인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민 교수에 따르면 밥을 주로 먹는 한국인은 매주 1, 2회 고기를 먹어도 대장암 발병이나 재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걱정 때문에 고기를 기피하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단백질이 부족해지면서 각종 질병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특히 수술 후 회복 단계에는 고기를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날음식도 대장암과는 무관하다. 민 교수는 “회를 먹고 싶은데 참는 환자들이 있다. 그럴 때면 넉넉히 먹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특정 음식을 피하기보다는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게 암에 맞서는 식단이라는 것이다. 물론 피해야 할 음식도 있다. 너무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 가공육은 대장암뿐 아니라 다른 암도 유발할 수 있으니 가급적 적게 먹거나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술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대장암에서 해방됐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알코올 성분이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괜찮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막걸리 또한 술이다. 노 씨 또한 한때는 매일 술을 먹는다 해서 ‘노상술’이란 별명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 잔도 입에 대지 않는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노승덕 씨(74)는 1990년대까지 전북 군산에서 화공약품 유통업체를 운영했다. 한때 꽤나 돈을 벌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7년 들이닥친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폐업의 후유증은 컸다. 우선 사는 게 힘들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와도 이혼해야 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래도 넋 놓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아이 셋을 키우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택시 회사에 취직했다. 매일 12시간 넘게 운전대를 잡았다. 끼니를 거르는 것은 다반사였다. 퇴근하면 술로 공허한 마음을 달랬다. 지독한 변비가 생겼다. 그러려니 했다. 그 다음에는 복통이 뒤따랐다. 약을 사 먹으면 참을 만 하다가 사흘 정도 지나면 버틸 수 없을 만큼 아팠다. 2014년 초 동네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진료의뢰서를 써 주며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의사는 암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노 씨는 진료의뢰서에 적혀 있는 ‘cancer(암)’라는 단어를 똑똑히 봤다.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항암 치료 후 극적으로 수술 가능해져 노 씨는 2014년 3월 고려대 구로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대장암이었다. 변비와 복통이 대장암의 증세였던 것이다. 암은 이미 간으로 전이돼 있었다. 게다가 간의 여러 부위에 넓게 퍼져 있었다. 흔히 말기라 부르는 4기 대장암이었다. 민병욱 대장항문외과 교수, 오상철 종양내과 교수, 최새별 간담췌외과 교수 등이 모여 치료법을 논의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먼저 항암 치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오 교수는 “항암 치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완치를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민 교수 또한 “솔직히 완치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안 좋았다”며 “작은 기적이라도 바라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노 씨가 낙담할까 봐 걱정이 컸다. 하지만 노 씨는 의외로 차분했다. 당시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노 씨는 “의료진의 선택을 믿고 따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항암 치료가 시작됐다. 2주마다 병원을 찾아 집중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힘든 4개월이 흘렀다. 치료 성적표를 확인할 시간. 컴퓨터단층(CT) 검사를 했다. 놀랍게도 간으로 전이됐던 암 세포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수술이 가능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간의 60%를 절제할 경우 남은 간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그래도 최선의 방법이었다. 의료진은 간의 60%, 대장의 30%를 절제하는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그해 8월 노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세 차례의 수술도 거뜬히 극복 먼저 최 교수가 간 절제술을 시행했다. 최 교수는 “수술 전부터 출혈을 가장 우려해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를 오래하면 지방간염이 심해진다. 이 경우 수술 도중 출혈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우려는 현실이 돼 버렸다. 간을 절제한 부위에서 출혈이 시작됐고, 좀처럼 지혈이 되지 않았다. 지혈을 하느라 2시간이면 끝날 간 절제 수술이 5시간으로 길어졌다. 이어 대장 절제 수술을 할 차례였다. 하지만 수술을 더 진행하면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결국 대장 수술은 시도하지도 못했다. 민 교수가 노 씨에게 수술 과정을 찬찬히 설명했다. 의료진으로서는 나중에 추가 수술을 해야 하기에 환자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 씨는 “알아서 최적의 판단을 한 것 아니냐”며 의료진에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간 절제 수술 결과는 좋았다. 회복 속도도 빨랐다. 덕분에 3개월 만에 대장 절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민 교수가 집도했고, 대장의 30% 정도를 잘라냈다. 이로써 암 세포가 있는 간과 대장 수술이 모두 끝났다. 수술이 잘됐으니 암에서 완전 해방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차례의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던 중 간에서 작은 암 세포가 발견된 것이다. 이때가 2016년 2월이었다. 마지막 수술도 잘 끝났다. 이어 10개월 동안 진행된 마지막 항암 치료도 무사히 끝났다. 이후 더 이상 암 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마지막 수술을 시행하고 5년이 지난 2021년 2월 민 교수는 노 씨에게 완치 판정을 내렸다. 이후 그는 암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년마다 추적 검사를 받고 있다. ●환자의 긍정 마인드가 최고의 특효약 민 교수와 오 교수는 “노 씨는 4기 대장암이라도 항암 치료와 수술을 통해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사실 암 진단을 받으면 많은 환자들이 절망에 빠진다. 일단 이 점에서 노 씨는 확실히 달랐다. 민 교수는 “노 씨는 암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항상 쾌활했고 에너지가 넘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 씨는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 과정을 묻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별로 힘든 게 없었는데…”라고 답했다. 세 번의 수술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그게 내 팔자라고 생각했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그랬던 것”이라며 웃었다. 투병 기간 내내 노 씨는 최대한 음식을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다. 냉면을 먹어도 곱빼기로 먹었다. 소화가 잘 안 되면 소화제를 먹었다. 민 교수는 “암 환자들이 잘 못 먹는 반면 노 씨는 외부에서 음식을 공수해서라도 먹었다”며 “그런 적극적인 투병 의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오히려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 마지막 수술이 끝난 후 병실을 찾아온 어린 손녀의 입맞춤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이후로 더 살고 싶다는 바람이 한층 강렬해졌단다. 삶의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마지막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컴퓨터를 배웠다. 어느덧 3년째. 이젠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강의도 한다. 다만 요즘 들어 만성 질환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서 당뇨병과 심장질환의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다. 제자리팔벌려뛰기를 틈틈이 한다. 날이 풀리면 야외 산책도 할 계획이란다. ●“대장암 투병 중에도 육류 먹어야” 항암 치료를 받는 중에는 음식이 종종 제한된다. 가령 날로 된 음식은 절대 금물이다. 게다가 식욕도 떨어진다. 노 씨 또한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95㎏이던 체중이 60㎏까지 빠졌다. 당시 노 씨가 가장 생각났던 음식 중 하나가 커피다. 요즘에는 매일 한두 잔을 꼭 마신다. 괜찮은 걸까. 민 교수는 “대장암 재발을 걱정하며 커피를 안 마실 필요는 없다. 여러 잔을 마시면 문제가 되겠지만 하루에 두 잔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말했다. 적색 육류가 대장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민 교수는 “이 또한 잘못 알려진 상식”이라고 했다. 고기가 주식(主食)인 서양인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민 교수에 따르면 밥을 주로 먹는 한국인은 매주 1, 2회 고기를 먹어도 대장암 발병이나 재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걱정 때문에 고기를 기피하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단백질이 부족해지면서 각종 질병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특히 수술 후 회복 단계에는 고기를 먹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날로 된 음식도 대장암과는 무관하다. 민 교수는 “회를 먹고 싶은데 참는 환자들이 있다. 그럴 때면 넉넉히 먹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특정 음식을 피하기보다는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게 암에 맞서는 식단이라는 것이다. 물론 피해야 할 음식도 있다. 너무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 가공육은 대장암뿐 아니라 다른 암도 유발할 수 있으니 가급적 적게 먹거나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술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대장암에서 해방됐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알코올 성분이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괜찮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막걸리 또한 술이다. 노 씨 또한 한때는 매일 술을 먹는다 해서 ‘노상술’이란 별명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 잔도 입에 대지 않는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친한 사람이 갑자기 큰 병에 걸리면 당혹스럽다.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제야 건강 관리를 시작한다. 대체로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한다. 혹은 헬스클럽에 등록하거나 수영장 회원권을 끊는다. 또 다른 운동 종목을 찾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 다음이 문제다. 초기 결심은 금세 잊고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운동을 거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주일을 건너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서너 달 만에 운동을 포기한다. 이런 사례는 의외로 많다. 김영보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61)는“다이어트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 그렇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전문 분야는 뇌 과학이다. 하지만 다이어트에도 자신이 있단다. 그는 자신만의 다이어트 방법을 확립하기 위해 그동안 국내외 다이어트 관련 서적 100여 권을 탐독했다. 그의 다이어트 노하우를 들어봤다. ●“내게 맞는 다이어트, 직접 설계”2010년경 김 교수의 선배 교수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다행히 치료가 잘돼 그 선배는 중환자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그와 같은 동네에 살았다. 이후 두 사람은 늘 함께 출근했다. 여러 해를 그 선배와 출근을 같이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냉정하게 말하면 김 교수 자신도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체중은 이미 80㎏대 중반에 육박했다. 누가 봐도 비만이었다. 혈압도 꽤 높았다. 2015년부터는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수치 모두 정상 기준을 훌쩍 넘었다. 게다가 가족력도 있었다. 김 교수의 모친은 뇌중풍(뇌졸중)으로 60대 중반에 돌아가셨다.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김 교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결심을 하지 못해 시간만 끌었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당부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그런 의사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2019년 설 연휴 때였다. 김 교수는 비로소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가장 먼저 비만 관련 서적들을 읽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김 교수는 간헐적 단식과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병행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이 당뇨병 환자에게는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혈당을 체크해야 했다. ●3개월 만에 16㎏ 뺀 비결은?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게 체질량지수(BMI)다. 일반적으로 국내 성인 남자의 경우 BMI 수치가 23∼24㎏/㎡일 때 정상으로 규정한다. 이를 넘으면 과체중, 혹은 비만으로 규정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당시 김 교수의 체중은 83㎏이었다. BMI를 기준으로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16㎏을 빼야 했다. 김 교수는 16㎏ 감량을 목표로 정했다. 16시간 동안 굶는 간헐적 단식을 시도했다. 점심 식사로는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었고, 저녁에는 종전과 비슷한 양의 식사를 했다. 오후 9시 이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16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후 1시가 돼야 식사를 했다. 탄수화물 섭취량도 줄였기에 다이어트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하지만 체중 감량 속도가 기대한 만큼 빠르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일주일에 이틀을 굶는 방식으로 바꿨다. 김 교수는 “번역본이 아닌 원전을 들여다보니 5일을 먹고 2일을 굶는 방법이 간헐적 단식의 원형이었다”고 말했다. 5일 동안은 탄수화물은 가급적 줄이되 넉넉히 먹었다. 나머지 2일에는 커피와 물만 마셨다. 효과는 훨씬 좋았다. 체중 감량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다만 식사를 하지 않는 날에 주변 사람들과의 저녁 모임이 어려워졌다. 새로운 스트레스였다. 김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사회적 건강’의 중요성은 무척 크다”고 말했다. 다시 다이어트 방법을 바꿨다. 1일 1식 다이어트다. 식사 횟수를 하루에 한 번으로 제한하되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는 방법이다. 덕분에 모임에서도 맘껏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체중 16㎏ 감량 목표는 다이어트 3개월 만에 달성했다. 김 교수는 1일 1식 다이어트가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이라 확신했다. 물론 현재도 이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땅콩, 아몬드, 고구마 같은 간식을 가끔 곁들이는 ‘여유’도 누린단다. ●“건강 수명은 운동에 달려 있어”김 교수는 “건강 수명은 운동에 달렸다”고 했다. 체중 감량은 식사량 조절로 가능하지만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교수 또한 2019년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동시에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계단 오르기를 했다. 일부러 10개 층을 매일 두 번씩 올랐다. 하지만 계단 오르기는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그만뒀다. 김 교수는 “운동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작해서 그런지 계단 오르는 게 재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대신 야외로 나갔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종종 산책했다. 별도로 가급적 매주 2회 정도는 집 근처 산책로에서 걸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매일 적게는 5000보, 많게는 1만5000보 이상 걷는다. 요즘은 여기에 주말 등산도 추가했다. 산에 오른 날에는 2만 보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부터는 필라테스를 추가했다. 매주 2, 3회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1시간씩 땀을 흘린다. 다른 종목도 많은데 왜 필라테스일까.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 유연성이나 균형감이 떨어지기 쉽다”며 “이 점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이유는 또 있다. 혹시 부족해질 수 있는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만약 주 2회 걷기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는 필라테스의 운동량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과 운동의 결과는 흡족했다.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혈당도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까지는 당뇨병 전 단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수시로 ‘다이어트 일기’를 쓰는 의사김 교수의 다이어트 성공 비결은 또 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4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성하고 있는 ‘다이어트 일기’다. 김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면 체중부터 잰다. 이어 혈압과 혈당을 측정한다. 모든 과정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뒤 저장한다.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을 때에도 음식을 촬영한다. 이 데이터 또한 휴대전화에 저장한다. 운동할 때마다 운동량을 휴대전화에 적는다. 이렇게 수시로 휴대전화를 열어 데이터를 기록한다. 김 교수의 휴대전화에는 2019년 이후 날짜별로 이 모든 데이터들이 정렬돼 있다. 김 교수는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이렇게 해 놓으면 식습관과 운동 상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변동 상황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록 습관은 다이어트 효과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를 ‘자각 효과’라 했다. 사실 김 교수 또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하루에도 수차례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독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습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한번 놓치면 옛날 습관으로 한 달 만에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런 기록 습관은 뇌과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빛을 보는 게 평균적으로 100일 정도다. 새로운 습관을 수시로 기록하면 뇌가 더 수월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 점을 다이어트에 활용하라고 그는 권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체중부터 재세요. 그것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바꾸고 다 기록해 두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그 성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친한 사람이 갑자기 큰 병에 걸리면 당혹스럽다.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제야 건강 관리를 시작한다. 대체로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한다. 혹은 헬스클럽에 등록하거나 수영장 회원권을 끊는다. 또 다른 운동 종목을 찾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 다음이 문제다. 초기 결심은 금세 잊고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운동을 거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주일을 건너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서너 달 만에 운동을 포기한다. 이런 사례는 의외로 많다. 김영보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61)는“다이어트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 그렇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전문 분야는 뇌 과학이다. 하지만 다이어트에도 자신이 있단다. 그는 자신만의 다이어트 방법을 확립하기 위해 그동안 국내외 다이어트 관련 서적 100여 권을 탐독했다. 그의 다이어트 노하우를 들어봤다. ●“내게 맞는 다이어트, 직접 설계” 2010년경 김 교수의 선배 교수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다행히 치료가 잘돼 그 선배는 중환자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그와 같은 동네에 살았다. 이후 두 사람은 늘 함께 출근했다. 여러 해를 그 선배와 출근을 같이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냉정하게 말하면 김 교수 자신도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체중은 이미 80㎏대 중반에 육박했다. 누가 봐도 비만이었다. 혈압도 꽤 높았다. 2015년부터는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수치 모두 정상 기준을 훌쩍 넘었다. 게다가 가족력도 있었다. 김 교수의 모친은 뇌중풍(뇌졸중)으로 60대 중반에 돌아가셨다.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김 교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결심을 하지 못해 시간만 끌었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당부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그런 의사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2019년 설 연휴 때였다. 김 교수는 비로소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가장 먼저 비만 관련 서적들을 읽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김 교수는 간헐적 단식과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병행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이 당뇨병 환자에게는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혈당을 체크해야 했다. ●3개월 만에 16㎏ 뺀 비결은?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게 체질량지수(BMI)다. 일반적으로 국내 성인 남자의 경우 BMI 수치가 23~24㎏/㎡일 때 정상으로 규정한다. 이를 넘으면 과체중, 혹은 비만으로 규정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당시 김 교수의 체중은 83㎏이었다. BMI를 기준으로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16㎏을 빼야 했다. 김 교수는 16㎏ 감량을 목표로 정했다. 16시간 동안 굶는 간헐적 단식을 시도했다. 점심 식사로는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었고, 저녁에는 종전과 비슷한 양의 식사를 했다. 오후 9시 이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16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후 1시가 돼야 식사를 했다. 탄수화물 섭취량도 줄였기에 다이어트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하지만 체중 감량 속도가 기대한 만큼 빠르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일주일에 이틀을 굶는 방식으로 바꿨다. 김 교수는 “번역본이 아닌 원전을 들여다보니 5일을 먹고 2일을 굶는 방법이 간헐적 단식의 원형이었다”고 말했다. 5일 동안은 탄수화물은 가급적 줄이되 넉넉히 먹었다. 나머지 2일에는 커피와 물만 마셨다. 효과는 훨씬 좋았다. 체중 감량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다만 식사를 하지 않는 날에 주변 사람들과의 저녁 모임이 어려워졌다. 새로운 스트레스였다. 김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사회적 건강’의 중요성은 무척 크다”고 말했다. 다시 다이어트 방법을 바꿨다. 1일 1식 다이어트다. 식사 횟수를 하루에 한 번으로 제한하되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는 방법이다. 덕분에 모임에서도 맘껏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체중 16㎏ 감량 목표는 다이어트 3개월 만에 달성했다. 김 교수는 1일 1식 다이어트가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이라 확신했다. 물론 현재도 이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땅콩, 아몬드, 고구마 같은 간식을 가끔 곁들이는 ‘여유’도 누린단다. ●“건강 수명은 운동에 달려 있어” 김 교수는 “건강 수명은 운동에 달렸다”고 했다. 체중 감량은 식사량 조절로 가능하지만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교수 또한 2019년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동시에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계단 오르기를 했다. 일부러 10개 층을 매일 두 번씩 올랐다. 하지만 계단 오르기는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그만뒀다. 김 교수는 “운동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작해서 그런지 계단 오르는 게 재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대신 야외로 나갔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종종 산책했다. 별도로 가급적 매주 2회 정도는 집 근처 산책로에서 걸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매일 적게는 5000보, 많게는 1만5000보 이상 걷는다. 요즘은 여기에 주말 등산도 추가했다. 산에 오른 날에는 2만 보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부터는 필라테스를 추가했다. 매주 2, 3회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1시간씩 땀을 흘린다. 다른 종목도 많은데 왜 필라테스일까.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 유연성이나 균형감이 떨어지기 쉽다”며 “이 점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이유는 또 있다. 혹시 부족해질 수 있는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만약 주 2회 걷기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는 필라테스의 운동량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과 운동의 결과는 흡족했다.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혈당도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까지는 당뇨병 전 단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수시로 ‘다이어트 일기’를 쓰는 의사 김 교수의 다이어트 성공 비결은 또 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4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성하고 있는 ‘다이어트 일기’다. 김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면 체중부터 잰다. 이어 혈압과 혈당을 측정한다. 모든 과정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뒤 저장한다.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을 때에도 음식을 촬영한다. 이 데이터 또한 휴대전화에 저장한다. 운동할 때마다 운동량을 휴대전화에 적는다. 이렇게 수시로 휴대전화를 열어 데이터를 기록한다. 김 교수의 휴대전화에는 2019년 이후 날짜별로 이 모든 데이터들이 정렬돼 있다. 김 교수는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이렇게 해 놓으면 식습관과 운동 상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변동 상황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록 습관은 다이어트 효과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를 ‘자각 효과’라 했다. 사실 김 교수 또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하루에도 수차례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독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습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한번 놓치면 옛날 습관으로 한 달 만에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런 기록 습관은 뇌과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빛을 보는 게 평균적으로 100일 정도다. 새로운 습관을 수시로 기록하면 뇌가 더 수월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 점을 다이어트에 활용하라고 그는 권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체중부터 재세요. 그것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바꾸고 다 기록해 두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그 성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70대 중반의 농부 강성국(가명) 씨는 10년 전부터 어깨 통증에 시달렸다. 통증이 나타나면 진통제를 먹었고, 그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동네 의원에 가 주사를 맞았다. 약과 주사로 버티는 동안 어깨 가동 범위는 점점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약물 효과도 거의 볼 수 없었고, 어깨를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아예 팔을 들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 강 씨는 윤태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어깨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또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힘줄(회전근개) 여러 개가 파열돼 있었다. 이미 어깨 관절이 많이 손상된 터라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조금 더 일찍 병원을 찾았더라면 결과는 달랐을까. 윤 교수는 “힘줄 봉합으로 끝낼 수술을, 관절을 교체하는 대형 수술로 악화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러다가 곧 낫겠지’ 하는 생각이 병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어깨 통증이 나타난다면 확실하게 진단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어깨 통증은 겨울에 더욱 심해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목과 어깨를 움츠리게 되고, 이로 인해 어깨 주변 근육이 경직된다. 혈액 순환도 잘 안 된다. 이러니 통증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어깨 통증은 다른 질병이 원인이 돼 나타나기도 한다. 목 디스크가 원인이라면 어깨보다는 팔에서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나타난다. 협심증이 원인이라면 통증이 어깨를 넘어 가슴과 팔 부위에서도 나타난다. 대상포진이 원인이라면 통증과 함께 피부 변화가 동반된다. 반면 어깨 자체의 질병이 원인일 때는 일반적으로 오십견, 회전근개 파열일 때가 많다.●오십견, 50대 이후에 생긴다?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인 관절낭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50대에 주로 생긴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지만 실제로는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윤 교수는 “임상적으로 봤을 때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30, 40대를 자세히 보면 90% 정도가 오십견이다”라고 말했다. 정식 병명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오십견에 걸리면 일단 통증이 나타난다. 개인마다 혹은 어느 정도 진행됐느냐에 따라 통증 강도는 다르다. 오십견이라면 대체로 어깨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줄어들거나 나타나지 않는다. 또 밤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진행 정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눈다. 초기에는 통증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팔의 가동 범위가 점차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는 △바지춤을 올리거나 △뒷짐을 지거나 △안전벨트를 매거나 △양치질, 세수, 머리 감기 등을 하기 위해 팔을 들거나 △선반에 있는 물건을 집으려고 팔을 들 때 어깨 통증이 심해진다. 물론 팔을 올릴 수 있는 범위도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 더 악화되면 팔을 조금만 들어도 아프다. 아예 팔을 들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팔을 잡고 들려고 해도 올라가지 않는다.●회전근개 파열, 60代 이상 여성환자 많아최근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회전근개 파열 환자도 늘었다. 이 때문에 회전근개 파열을 ‘스포츠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 60대 이상 여성 환자의 비중이 가장 크다. 윤 교수에 따르면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60대 이상 환자의 10∼15%는 회전근개 파열로 진단된다. 회전근개가 파열됐을 때도 오십견과 마찬가지로 통증이 나타난다. 다만 초기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어깨 통증 외에 다른 증세를 체크해야 한다. 일단 이 경우에도 팔을 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오십견과 다른 점은 팔에서 근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초기에는 물건도 잘 잡고 팔도 높이 올릴 수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팔을 들지 못한다. 나중에는 회전근개가 파열된 쪽의 팔을 다른 팔로 들어올려도 힘없이 툭 떨어진다. 오십견과 회전근개 파열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도 많다.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오십견으로 자가 진단하고는 약물로 버틴다. 그러는 동안 찢어진 힘줄이 관절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병은 악화된다. 그 팔의 근력은 점점 떨어진다. 그런데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힘줄을 봉합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결국에는 인공관절을 삽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초기 발견 땐 내시경 수술만으로도 회복오십견은 자주 병원에 가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다.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서 꾸준히 어깨 스트레칭과 같은 자가 치료를 하면 된다. 굳이 비싼 치료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윤 교수는 “6개월 이상 이런 식의 자가 치료를 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3, 4개월 만에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반대로 자가 치료를 게을리하면 1년 혹은 2년 이상 오십견이 지속될 수도 있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면 오십견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다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완전 회복에 이르기까지 2, 3년 이상 걸릴 수 있어 통증과 불편을 참아야 한다. 그사이에 근육량이 크게 줄어 예전 상태로 완벽히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윤 교수는 “적절한 처방을 받아 꾸준히 자가 치료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경미한 상태라면 이 경우에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면서 운동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섰다면 수술해야 한다. 윤 교수는 “일단 힘줄이 끊어졌다면 주사나 운동으로는 붙일 수 없다”며 “어깨가 아프다며 찾아온 환자의 10% 정도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작은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다. 60대 초반의 여성 이연숙(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이 씨는 어깨 통증이 심해지자 한 달 만에 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회전근개 파열과 오십견이 모두 발견됐다. 일찍 발견한 덕분에 내시경 수술만으로 회복됐다.어깨통증 완화 위한 스트레칭 평소 어깨 뭉침이 심하거나 통증이 미세하게나마 있다면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게 좋다. 윤태환 교수가 어깨통증 환자에게 실제로 처방하고 교육하는 스트레칭을 따라해 보자. 통증을 줄이고 어깨 움직임을 수월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 가지 동작을 따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15분. 스트레칭 효과를 높이려면 먼저 어깨를 따뜻하게 찜질한 후에 운동하는 게 좋다. ❶책상 혹은 식탁, 세면대에서 하는 스트레칭이다. 책상 위에 손날을 세운 뒤 팔을 쭉 펴고 상체를 구부린다. 이 상태에서 목을 10∼15초 동안 바닥 쪽으로 천천히 내린다. 통증이 심하면 중단한다. 다만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는 큰 상관이 없다. 3회 정도 이어서 스트레칭을 한 뒤 잠시 쉬었다가 같은 방식으로 하고, 2세트를 더 한다. 만약 허리가 아프다면 같은 동작을 벽을 짚고 해도 된다. ❷한쪽 팔로 벽을 짚는다. 이때 팔은 어깨와 수직을 이루도록 하고 팔꿈치는 벽에 닿아야 한다. 상체는 벽에 닿지 않도록 한다. 이 상태에서 상체를 10∼15초 동안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 몸 전체가 따라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회씩 3세트. ❸어깨너비로 발을 벌리고 선 후 두 팔을 등 뒤로 보낸다. 이어 등에 댄 양팔을 10∼15초 동안 천천히 올린다. 최대한 올릴 수 있을 때까지 올리는 게 좋다. 3회씩 3세트. 두 팔을 올리기가 힘들다면 수건을 잡고 같은 방식으로 운동하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70대 중반의 농부 강성국(가명) 씨는 10년 전부터 어깨 통증에 시달렸다. 통증이 나타나면 진통제를 먹었고, 그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동네 의원에 가 주사를 맞았다. 약과 주사로 버티는 동안 어깨 가동 범위는 점점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약물 효과도 거의 볼 수 없었고, 어깨를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아예 팔을 들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 강 씨는 윤태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어깨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또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힘줄(회전근개) 여러 개가 파열돼 있었다. 이미 어깨 관절이 많이 손상된 터라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조금 더 일찍 병원을 찾았더라면 결과는 달랐을까. 윤 교수는 “힘줄 봉합으로 끝낼 수술을, 관절을 교체하는 대형 수술로 악화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러다가 곧 낫겠지’ 하는 생각이 병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어깨 통증이 나타난다면 확실하게 진단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어깨 통증은 겨울에 더욱 심해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목과 어깨를 움츠리게 되고, 이로 인해 어깨 주변 근육이 경직된다. 혈액 순환도 잘 안된다. 이러니 통증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어깨 통증은 다른 질병이 원인이 돼 나타나기도 한다. 목 디스크가 원인이라면 어깨보다는 팔에서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나타난다. 협심증이 원인이라면 통증이 어깨를 넘어 가슴과 팔 부위에서도 나타난다. 대상포진이 원인이라면 통증과 함께 피부 변화가 동반된다. 반면 어깨 자체의 질병이 원인일 때는 일반적으로 오십견, 회전근개 파열일 때가 많다.●“오십견, 50대 이후에 생긴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인 관절낭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50대에 주로 생긴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지만 실제로는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윤 교수는 “임상적으로 봤을 때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30, 40대를 자세히 보면 90% 정도가 오십견이다”라고 말했다. 정식 병명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오십견에 걸리면 일단 통증이 나타난다. 개인마다 혹은 어느 정도 진행됐느냐에 따라 통증 강도는 다르다. 오십견이라면 대체로 어깨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줄어들거나 나타나지 않는다. 또 밤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진행 정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눈다. 초기에는 통증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팔의 가동 범위가 점차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는 △바지춤을 올리거나 △뒷짐을 지거나 △안전벨트를 매거나 △양치질, 세수, 머리 감기 등을 하기 위해 팔을 들거나 △선반에 있는 물건을 집으려고 팔을 들 때 어깨 통증이 심해진다. 물론 팔을 올릴 수 있는 범위도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 더 악화되면 팔을 조금만 들어도 아프다. 아예 팔을 들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팔을 잡고 들려고 해도 올라가지 않는다.●“팔에 힘 떨어지면 회전근개 파열 의심” 최근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회전근개 파열 환자도 늘었다. 이 때문에 회전근개 파열을 ‘스포츠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 60대 이상 여성 환자의 비중이 가장 크다. 윤 교수에 따르면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60대 이상 환자의 10~15%는 회전근개 파열로 진단된다. 회전근개가 파열됐을 때도 오십견과 마찬가지로 통증이 나타난다. 다만 초기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어깨 통증 외에 다른 증세를 체크해야 한다. 일단 이 경우에도 팔을 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오십견과 다른 점은 팔에서 근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초기에는 물건도 잘 잡고 팔도 높이 올릴 수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팔을 들지 못한다. 나중에는 회전근개가 파열된 쪽의 팔을 다른 팔로 들어올려도 힘없이 툭 떨어진다. 오십견과 회전근개 파열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도 많다.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오십견으로 자가 진단하고는 약물로 버틴다. 그러는 동안 찢어진 힘줄이 관절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병은 악화된다. 그 팔의 근력은 점점 떨어진다. 그런데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힘줄을 봉합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결국에는 인공관절을 삽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오십견은 자가 치료, 회전근개 파열은 수술” 오십견은 자주 병원에 가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다.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서 꾸준히 어깨 스트레칭과 같은 자가 치료를 하면 된다. 굳이 비싼 치료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윤 교수는 “6개월 이상 이런 식의 자가 치료를 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3, 4개월 만에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반대로 자가 치료를 게을리 하면 1년 혹은 2년 이상 오십견이 지속될 수도 있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면 오십견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다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완전 회복에 이르기까지 2, 3년 이상 걸릴 수 있어 통증과 불편을 참아야 한다. 그사이에 근육량이 크게 줄어 예전 상태로 완벽히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윤 교수는 “적절한 처방을 받아 꾸준히 자가 치료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경미한 상태라면 이 경우에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면서 운동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섰다면 수술해야 한다. 윤 교수는 “일단 힘줄이 끊어졌다면 주사나 운동으로는 붙일 수 없다”며 “어깨가 아프다며 찾아온 환자의 10% 정도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작은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다. 60대 초반의 여성 이연숙(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이 씨는 어깨 통증이 심해지자 한 달 만에 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회전근개 파열과 오십견이 모두 발견됐다. 일찍 발견한 덕분에 내시경 수술만으로 회복됐다.●“매일 세 가지 스트레칭으로 어깨 통증 완화” 평소 어깨 뭉침이 심하거나 통증이 미세하게나마 있다면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게 좋다. 윤태환 교수가 어깨 병 환자에게 실제로 처방하고 교육하는 스트레칭을 따라해 보자. 통증을 줄이고 어깨 움직임을 수월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 가지 동작을 따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15분. 스트레칭 효과를 높이려면 먼저 어깨를 따뜻하게 찜질한 후에 운동하는 게 좋다. ① 책상 혹은 식탁, 세면대에서 하는 스트레칭이다. 책상 위에 손날을 세운 뒤 팔을 쭉 펴고 상체를 구부린다. 이 상태에서 목을 10~15초 동안 바닥 쪽으로 천천히 내린다. 통증이 심하면 중단한다. 다만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는 큰 상관이 없다. 3회 정도 이어서 스트레칭을 한 뒤 잠시 쉬었다가 같은 방식으로 하고, 2세트를 더 한다. 만약 허리가 아프다면 같은 동작을 벽을 짚고 해도 된다. ② 한쪽 팔로 벽을 짚는다. 이때 팔은 어깨와 수직을 이루도록 하고 팔꿈치는 벽에 닿아야 한다. 상체는 벽에 닿지 않도록 한다. 이 상태에서 상체를 10~15초 동안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 몸 전체가 따라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회씩 3세트. ③ 어깨 너비로 발을 벌리고 선 후 두 팔을 등 뒤로 보낸다. 이어 등에 댄 양팔을 10~15초 동안 천천히 올린다. 최대한 올릴 수 있을 때까지 올리는 게 좋다. 3회씩 3세트. 두 팔을 올리기가 힘들다면 수건을 잡고 같은 방식으로 운동하면 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갑자기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을 진단받는다면 좌절감과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이를 극복해 완치되거나 완치에 가까운 수준까지 이른다. 동아일보는 새해를 맞아 ‘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들의 투병 스토리가 똑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투병 의지를 불태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 남짓이다. 암 중에서 생존율이 가장 낮다. 췌장은 우리 몸의 중심부, 아주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췌장에 암 덩어리가 생겨도 초기에는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증세가 나타나면 일단 3기나 4기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암을 극복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항공정비업을 하다 은퇴한 이재운 씨(64)가 그런 사례다. 이 씨는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은 뒤 만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 씨와 의료진을 만났다. ●생애 첫 종합검진에서 췌장암 발견 이 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생애 첫 종합건강검진을 받던 2017년 3월의 상황을 떠올렸다. 초음파 검진을 하는 의사가 시간을 너무 끄는 것 같았다. 순간 뭔가 심상찮다고 생각했다. 의사는 췌장 몸통 부위에 물혹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정밀 검사를 위해 추가 진료를 예약했다. 이후 의료진은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와 조직 검사를 시행했다. 암으로 보이는 혹의 크기는 2㎝에 조금 못 미쳤다. 하지만 조직 검사에서는 ‘양성(암이 아니라는 뜻)’으로 나왔다. 소화 불량, 체중 감소, 황달 등 암 동반 증세는 없었다. 암이 아닌 걸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초기 췌장암의 경우 종종 조직 검사 결과가 암이 아닌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내시경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 했다. 결과를 놓고 간담췌외과, 종양내과, 내분비내과, 영상의학과 등 7개 진료과 교수들이 회의를 가졌다. 홍태호 간담췌외과 교수는 “의료진은 암일 확률이 70∼80% 이상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의료진은 수술이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암이 아닐 수도 있지만 방치할 수는 없었다. 자칫 시기를 놓쳐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이 씨에게 검사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하며 수술을 권했다. 이 씨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암 선고’였다. 그는 “믿기 싫었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며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을까 말까, 참으로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고민 끝에 의료진을 믿기로 하고 수술 권유를 받아들였다. 췌장암과의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다. ●수술로 췌장 50% 절개, 이후 항암 치료수술은 홍 교수가 집도했다. 복강경 수술로 췌장의 50%를 절제했다. 절제한 조직을 검사해 보니 2기 췌장암이었다. 의료진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홍 교수는 “만약 더 끌었더라면 3기로 악화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그야말로 천운인 셈이다”고 말했다. 수술이 끝나고 20일 후부터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항암 치료는 이명아 종양내과 교수가 담당했다. 이때부터 6개월 동안 6회의 집중 항암 치료가 시행됐다. 이 교수는 “항암 치료가 힘들어 중단하는 환자들이 있다. 용량을 조절하면서 고통과 부작용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예상치 않았던 어려움도 있었다. 원래 당뇨 전 단계였던 이 씨가 수술과 항암 치료를 이어 하다 보니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당뇨병이 악화된 것이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가 당뇨병이 생기거나 만성 당뇨병 환자가 췌장암으로 악화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 이에 내분비내과 의료진이 인슐린 치료를 시행했다. 항암 치료를 끝낸 후에는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CT로 추적 검사를 했다. 그때마다 이 씨는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췌장암이 발견되고 만으로 5년이 흐른 지난해 4월 이 씨는 미세한 암 세포도 발견하는 장비인 PET CT(양전자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았다. 깨끗했다. 이 교수는 비로소 완치 판정을 내렸다. 이 씨는 매년 1회 정기적으로 CT 검사를 받으며 추적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홍 교수 또한 “당뇨병만 잘 관리하면 췌장암 재발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딸의 ‘효심’이 부모 생명 살려”이 씨의 검진은 딸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바로 그해 초 생애 첫 월급을 받은 딸은 부모님의 종합건강검진을 예약했다. 이 검진에서 이 씨는 췌장암, 이 씨의 아내는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이 씨 아내가 먼저 수술대에 올랐고, 일주일 뒤 이 씨도 수술을 받았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생명을 건졌다. 딸의 효심이 부모를 살린 셈이다. 요즘 이 씨의 삶은 6년 전과 완전 딴판이다. 그토록 좋아하던 술을 완전히 끊었다. 평생 하지 않던 운동도 열심히 한다. 병과 싸우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에는 하루에 3회, 매회 1시간씩 달렸다. 요즘에도 매일 1시간씩은 잊지 않고 달린다. 덕분에 수술 전에는 76㎏이었던 체중이 65㎏으로 줄었다. 물론 혈당과의 싸움은 진행 중이다. 여전히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하지만 병원에 있을 때에 비하면 용량이 크게 줄었다. 혈당 자체도 떨어졌다. 요즘에는 3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당뇨병 상황을 체크한다. 몸이 좋아지니 식욕이 당긴다. 하지만 과식을 하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침과 점심은 양껏 먹지만 저녁에는 소식을 한다. 추가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과 우유를 많이 먹는다. 얼마 전 이 씨는 아내와 반려견들을 데리고 속리산 자락의 한 마을로 이사갔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요양도 하고 새로 얻은 삶도 즐기기 위해서다. 이 씨는 많은 췌장암 환자들이 자신처럼 완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투병에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낙담하지 마세요.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병을 이기겠다는 긍정 마인드를 잃지 않는다면 병을 이길 수 있습니다.”●“췌장암 조기 발견하려면 정기 검진이 최선”홍 교수는 “임상에서 볼 때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에서 수술이 가능한 사례는 30% 정도이며 이 중 30%가 완치된다”고 말했다. 완치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위나 대장암은 내시경 검사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지만 췌장암은 이런 검사로는 찾아낼 수 없다. 췌장암은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를 통해 진단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장 초기인 1기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다. 2기에 발견되면 수술이 가능하다. 췌장은 대동맥 등 중요한 혈관과 닿아 있다. 3기부터는 암이 이 혈관에 침투한다. 따라서 3기 이후로는 수술이 어렵다. 수술이 가능한 2기에 발견해야 완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정기 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홍 교수는 “당뇨병이 새로 생겼거나 더 심해질 경우, 갑자기 체중이 빠지는 경우, 황달이나 복통과 같은 증세가 갑자기 생겼을 경우에는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배를 완전히 여는 수술을 했지만 요즘에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덕분에 환자 회복이 빨라져 항암 치료 시기를 앞당겼다. 이 교수는 “요즘 항암 치료제는 과거보다 효능은 좋아지고 부작용도 줄었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두 교수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희망이다. 췌장암이라고 해서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 투병한다면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갑자기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을 진단받는다면 좌절감과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이를 극복해 완치되거나 완치에 가까운 수준까지 이른다. 동아일보는 새해를 맞아 ‘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들의 투병 스토리가 똑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투병 의지를 불태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 남짓이다.암 중에서 생존율이 가장 낮다. 췌장은 우리 몸의 중심부, 아주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췌장에 암 덩어리가 생겨도 초기에는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증세가 나타나면 일단 3기나 4기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암을 극복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항공정비업을 하다 은퇴한 이재운 씨(64)가 그런 사례다. 이 씨는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은 뒤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 씨와 의료진을 만났다. ● 생애 첫 종합검진에서 췌장암 발견 이 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생애 첫 종합 건강검진을 받던 2017년 3월의 상황을 떠올렸다. 초음파 검진을 하는 의사가 시간을 너무 끄는 것 같았다. 순간 뭔가 심상찮다고 생각했다. 의사는 췌장 몸통 부위에 물 혹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정밀 검사를 위해 추가 진료를 예약했다. 이후 의료진은 복부 CT(컴퓨터단층) 검사와 조직 검사를 시행했다. 암으로 보이는 혹의 크기는 2㎝에 조금 못 미쳤다. 하지만 조직 검사에서는 ‘양성(암이 아니라는 뜻)’으로 나왔다. 소화 불량, 체중 감소, 황달 등 암 동반 증세는 없었다. 암이 아닌 걸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초기 췌장암의 경우 종종 조직 검사 결과가 암이 아닌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내시경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했다. 결과를 놓고 간담췌외과, 종양내과, 내분비내과, 영상의학과 등 7개 진료과 교수들이 회의를 가졌다. 홍태호 간담췌외과 교수는 “의료진은 암일 확률이 70~80% 이상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의료진은 수술이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암이 아닐 수도 있지만 방치할 수는 없었다. 자칫 시기를 놓쳐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이 씨에게 검사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하며 수술을 권했다. 이 씨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암 선고’였다. 그는 “믿기 싫었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며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을까 말까, 참으로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고민 끝에 의료진을 믿기로 하고 수술 권유를 받아들였다. 췌장암과의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다. ● 수술로 췌장 50% 절개, 이후 항암치료 수술은 홍 교수가 집도했다. 복강경 수술로 췌장의 50%를 절제했다. 절제한 조직을 검사해 보니 2기 췌장암이었다. 의료진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홍 교수는 “만약 더 끌었더라면 3기로 악화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그야말로 천운인 셈이다”고 말했다. 수술이 끝나고 20일 후부터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항암 치료는 이명아 종양내과 교수가 담당했다. 이때부터 6개월 동안 6회의 집중 항암 치료가 시행됐다. 이 교수는 “항암 치료가 힘들어 중단하는 환자들이 있다. 용량을 조절하면서 고통과 부작용을 줄이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예상치 않았던 어려움도 있었다. 원래 당뇨 전 단계였던 이 씨가 수술과 항암 치료를 이어 하다 보니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당뇨병이 악화된 것이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가 당뇨병이 생기거나 만성 당뇨병 환자가 췌장암으로 악화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 이에 내분비내과 의료진이 인슐린 치료를 시행했다. 항암 치료를 끝낸 후에는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CT로 추적 검사를했다. 그때마다 이 씨는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췌장암이 발견되고 만으로 5년이 지난 지난해 4월 이 씨는 미세한 암 세포도 발견하는 장비인 PET CT(양전자컴퓨터단층) 검사를 받았다. 깨끗했다. 이 교수는 비로소 완치 판정을 내렸다. 이 씨는 매년 1회 정기적으로 CT 검사를 받으며 추적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홍 교수 또한 “당뇨병만 잘 관리하면 췌장암 재발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딸의 ‘효심’이 부모 생명 살려” 이 씨의 검진은 딸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바로 그 해 초 생애 첫 월급을 받은 딸은 부모님의 종합검진을 예약했다. 이 검진에서 이 씨는 췌장암, 이 씨의 아내는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이 씨 아내가 먼저 수술대에 올랐고, 일주일 뒤 이 씨도 수술을 했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생명을 건졌다. 딸의 효심이 부모를 살린 셈이다. 요즘 이 씨의 삶은 6년 전과 완전 딴판이다. 그토록 좋아하던 술을 완전히 끊었다. 평생 하지 않던 운동도 열심히 한다. 병과 싸우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에는 하루에 3회, 매회 1시간씩 달렸다. 요즘에도 매일 1시간씩은 잊지 않고 달린다. 덕분에 수술 전에는 76㎏였던 체중이 65㎏으로 줄었다. 물론 혈당과의 싸움은 진행 중이다. 여전히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하지만 병원에 있을 때에 비하면 용량이 크게 줄었다. 혈당 자체도 떨어졌다. 요즘에는 3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당뇨병 상황을 체크한다. 몸이 좋아지니 식욕이 당긴다. 하지만 과식을 하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침과 점심은 양껏 먹지만 저녁에는 소식을 한다. 추가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과 우유를 많이 먹는다. 얼마 전 이 씨는 아내와 반려견들을 데리고 속리산 자락의 한 마을로 이사갔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요양도 하고 새로 얻은 삶도 즐기기 위해서다. 이 씨는 많은 췌장암 환자들이 자신처럼 완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투병에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낙담하지 마세요.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병을 이기겠다는 긍정 마인드를 잃지 않는다면 병을 이길 수 있습니다.”“췌장암 조기 발견하려면 정기 검진이 최선” 홍태호 교수는 “임상에서 볼 때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에서 수술이 가능한 사례는 약 30% 정도이며 이 중 30%가 완치된다”고 말했다. 완치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위나 대장암은 내시경 검사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지만 췌장암은 이런 검사로는 찾아낼 수 없다. 췌장암은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를 통해 진단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장 초기인 1기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다. 2기에 발견되면 수술이 가능하다. 췌장은 대동맥 등 중요한 혈관과 닿아 있다. 3기부터는 암이 이 혈관에 침투한다. 따라서 3기 이후로는 수술이 어렵다. 수술이 가능한 2기에 발견해야 완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정기 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홍 교수는 “당뇨병이 새로 생겼거나 더 심해질 경우, 갑자기 체중이 빠지는 경우, 황달이나 복통과 같은 증세가 갑자기 생겼을 경우에는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배를 완전히 여는 수술을 했지만 요즘에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덕분에 환자 회복이 빨라져 항암 치료 시기를 앞당겼다. 이명아 교수는 “요즘 항암치료제는 과거보다 효능은 좋아지고 부작용도 줄었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두 교수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희망이다. 췌장암이라고 해서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 투병한다면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스키는 대표적인 겨울 레저이자 스포츠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다. 부상 우려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운동 전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에도 스키장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눈 위를 빠른 속도로 활강하는 쾌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스키어들이 그런 건 아니다. 스키가 밋밋하고 운동 효과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51)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로봇위원회 초대위원장, 한국수술로봇교육훈련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꽤 오래전부터 스키를 즐겼다. 그러다가 2년 전 일반 스키를 중단하고 산악스키를 시작했다. 산악스키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단다.○ “테니스, 등산, 자전거로 기초체력 다져”이 교수는 1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했다. 이유가 있었다. 2007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고혈압이 나왔다. 30대 중반 젊은 나이였다. 비만도 아니었고, 다른 질병도 없었다. 결국 가족력과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 동시에 혈압을 다스리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충분한 운동 덕분에 혈압이 안정적으로 떨어졌지만 약을 끊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현재도 혈압 관리를 위해 약을 먹고 있다. 이 교수가 가장 먼저 한 운동은 테니스였다. 2008년 우연히 교수 테니스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이후 수술을 끝낸 날 퇴근한 후 평균 주 2회 테니스를 했다. 스트레스가 꽤나 풀리는 기분이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이 교수는 선수단 메디컬팀에서 활동했다. 당시 같은 팀에서 활동하던 의사 상당수가 스키 마니아였다. 그들은 겨울이 되기 전 체력 단련을 위해 평소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혈압과 체력 관리를 위해 자전거 타기를 추가했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혼자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가 2020년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주행 거리가 늘어났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1박 2일로 왕복 150km를 주행했다. 얼마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테니스장이 문을 닫았다. 또 다른 운동이 필요했다. 이 교수는 병원 뒤편으로 나 있는 안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매주 4, 5회 수술이 끝난 후 혹은 퇴근한 뒤 산에 올랐다. 무척 빠른 속도로 걸었다. 5km에 가까운 산길을 1시간에 주파했다. ○“산악스키, 무릎에 무리 가지 않아”다른 운동을 하면서도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갔다. 꽤 오랜 기간 즐겼지만 40대 후반이 되면서 흥미를 잃었다. 일단 스키가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무릎 건강도 걱정이 됐다.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얻는 효과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21년 1월 다른 대학병원의 교수가 산악스키를 추천했다. 스키를 신고 등산을 한다니, 흥미가 생겼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 교수는 한 달 후 그 교수에게 장비를 빌려 강원 평창에서 산악스키에 도전했다. 해가 뜨기 전인 오전 6시에 산 밑에서 출발했다. 스키를 끌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몇 겹의 옷을 뚫고 나온 땀은 그새 얼음알갱이로 변해 있었다. 온도계를 보니 영하 15도였다. 하산은 순식간에 끝났다. 다만 일반 스키처럼 빠른 스피드로 내려오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일반 스키와 달리 산악스키는 썰매를 타듯 슬슬 내려오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산악스키를 하고 나서는 무릎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게다가 근력이나 지구력 등 모든 점에서 운동 효과가 일반 스키의 수십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이 교수는 산악스키에 빠져들었다. 주말 약속이 없으면 금요일 오후 수술이 끝나자마자 평창으로 달려갔다. 밤 12시 무렵 도착하면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산악스키를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자신의 산악스키 레벨이 초급이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스키장이나 비교적 난도가 낮은 산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울릉도의 산악스키 코스가 난도가 높으며, 그곳을 자주 올라야 고수 소리를 듣는단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이달 말에는 산악스키 대회에도 출전해볼 생각이다. ○“규칙적 운동, 10년 후 효과 나타나”이 교수는 “40대로 접어든 이후부터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운동 종목을 결정할 때는 신체적 노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 교수는 테니스가 재미는 있지만 갈수록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했다. 40대 이후에는 30대 때의 80% 힘으로만 라켓을 휘둘러야 하는데, 무심코 전력을 다했다가 부상이 생긴다. 이 교수 또한 엉덩이와 무릎 부상, 테니스엘보가 생겼다. 일부러 힘을 빼고 나서야 이런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전거를 선택한 것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면 근력 강화에도 좋고 무릎 부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는 실내에서 자전거를 탄다. 평소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일부 개조해 연구실에 설치했다. 수술을 끝낸 후 가끔 1시간씩 대략 25∼30km를 주행한다. 등산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아내에게도 적극 권유했다. 처음엔 등산을 딱히 좋아하지 않던 아내도 1년 전부터 함께 산에 오른다. 이 교수는 주로 주말에 아내와 안산에 간다. 정상까지 왕복 2시간 산행이다. 이처럼 운동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다. 겨울로 좁히자면 산악스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더 크게 보자면 평생 건강을 위해서다. 이 교수는 “운동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며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하면 튼튼한 ‘건강 뿌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종목보다는 여러 종목을 동시에 혹은 번갈아 가면서 운동할 것을 이 교수는 추천했다.산악스키 즐기려면 장비 제대로 갖추고 동반자와 함께 체력에 맞는 코스로 올라야 산악스키는 등산과 스키를 접목한 스포츠다. 일반 스키보다 훨씬 강인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나이와는 상관이 없을까. 이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자도 속도를 늦추면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 현장에서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다만 산악스키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가 기초 체력이다. 그는 “눈 덮인 산을 오르는 것도 어려운데, 스키를 신고 올라가려면 사전에 규칙적으로 체력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근력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자전거와 등산 외에도 계단 오르기를 추천했다. 그는 등산을 할 때도 계단이 있는 곳을 일부러 선택한다. 둘째, 산악스키를 할 때는 반드시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폭설이 내린 날 동반자들보다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대열에서 이탈했다. 눈이 더 내려 사방이 온통 하얗게 변하자 방향을 잃었다. 1시간 정도 헤매다가 다행히 길을 찾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셋째, 제대로 된 장비로 충분히 훈련한 뒤 도전해야 한다. 산악스키 장비는 일반 스키 장비와 다르다. 스키는 더 가볍고 폭이 더 넓다. 장비 가격도 비싸다. 처음에는 장비를 사는 것보다 숍에서 빌리는 게 좋다. 산에 간다고 해서 두툼한 외투를 입으면 안 된다. 얇고 보온성이 높은 옷 여러 벌을 겹쳐 입어야 한다. 넷째, 자신의 나이와 체력에 맞춰 코스를 정해야 한다. 보통 40, 50대까지는 새벽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60대가 넘으면 해가 뜨고 난 다음에 충분히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출발하는 게 좋다. 내려올 때도 속도를 줄이도록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스키는 대표적인 겨울 레저이자 스포츠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다. 부상 우려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운동 전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에도 스키장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눈 위를 빠른 속도로 활강하는 쾌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스키어들이 그런 건 아니다. 스키가 밋밋하고 운동 효과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51)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꽤 오래전부터 스키를 즐겼다. 리프트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가파른 경사면을 타고 내려오는 식의 알파인스키다. 그러다가 2년 전 스키 타는 방법을 업그레이드했다. 스키의 단점을 보완한 산악스키를 시작한 것이다. 산악스키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단다.》 ● “테니스, 등산, 자전거로 기초체력 다져” 이 교수는 1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했다. 이유가 있었다. 2007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고혈압이 나왔다. 30대 중반 젊은 나이였다. 비만도 아니었고, 다른 질병도 없었다. 결국 가족력과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 동시에 혈압을 다스리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충분한 운동 덕분에 혈압이 안정적으로 떨어졌지만 약을 끊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현재도 혈압 관리를 위해 약을 먹고 있다. 이 교수가 가장 먼저 한 운동은 테니스였다. 2008년 우연히 교수 테니스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이후 수술을 끝낸 날 퇴근한 후 평균 주 2회 테니스를 했다. 스트레스가 꽤나 풀리는 기분이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이 교수는 선수단 메디컬팀에서 활동했다. 당시 같은 팀에서 활동하던 의사 상당수가 스키 마니아였다. 그들은 겨울이 되기 전 체력 단련을 위해 평소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혈압과 체력 관리를 위해 자전거 타기를 추가했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혼자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가 2020년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주행 거리가 늘어났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1박 2일로 왕복 150km를 주행했다. 얼마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테니스장이 문을 닫았다. 또 다른 운동이 필요했다. 이 교수는 병원 뒤편으로 나 있는 안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매주 4, 5회 수술이 끝난 후 혹은 퇴근한 뒤 산에 올랐다. 무척 빠른 속도로 걸었다. 5km에 가까운 산길을 1시간에 주파했다. ● “산악스키, 무릎에 무리가지 않아” 다른 운동을 하면서도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갔다. 꽤 오랜 기간 즐겼지만 40대 후반이 되면서 흥미를 잃었다. 일단 스키가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무릎 건강도 걱정이 됐다.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얻는 효과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21년 1월 다른 대학병원의 교수가 산악스키를 추천했다. 스키를 신고 등산을 한다니, 흥미가 생겼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 교수는 한 달 후 그 교수에게 장비를 빌려 강원 평창에서 산악스키에 도전했다. 해가 뜨기 전인 오전 6시에 산 밑에서 출발했다. 스키를 끌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몇 겹의 옷을 뚫고 나온 땀은 그새 얼음알갱이로 변해 있었다. 온도계를 보니 영하 15도였다. 하산은 순식간에 끝났다. 다만 일반 스키처럼 빠른 스피드로 내려오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일반 스키와 달리 산악스키는 썰매를 타듯 슬슬 내려오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산악스키를 하고 나서는 무릎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게다가 근력이나 지구력 등 모든 점에서 운동 효과가 일반 스키의 수십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이 교수는 산악스키에 빠져들었다. 주말 약속이 없으면 금요일 오후 수술이 끝나자마자 평창으로 달려갔다. 밤 12시 무렵 도착하면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산악스키를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자신의 산악스키 레벨이 초급이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스키장이나 비교적 난도가 낮은 산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울릉도의 산악스키 코스가 난도가 높으며, 그곳을 자주 올라야 고수 소리를 듣는단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이달 말에는 산악스키 대회에도 출전해볼 생각이다. ● “규칙적 운동, 10년 후 효과 나타나” 이 교수는 “40대로 접어든 이후부터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운동 종목을 결정할 때는 신체적 노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 교수는 테니스가 재미는 있지만 갈수록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했다. 40대 이후에는 30대 때의 80% 힘으로만 라켓을 휘둘러야 하는데, 무심코 전력을 다했다가 부상이 생긴다. 이 교수 또한 엉덩이와 무릎 부상, 테니스엘보가 생겼다. 일부러 힘을 빼고 나서야 이런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전거를 선택한 것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면 근력 강화에도 좋고 무릎 부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는 실내에서 자전거를 탄다. 평소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일부 개조해 연구실에 설치했다. 수술을 끝낸 후 가끔 1시간씩 대략 25~30km를 주행한다. 등산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아내에게도 적극 권유했다. 처음엔 등산을 딱히 좋아하지 않던 아내도 1년 전부터 함께 산에 오른다. 이 교수는 주로 주말에 아내와 안산에 간다. 정상까지 왕복 2시간 산행이다. 이처럼 운동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다. 겨울로 좁히자면 산악스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더 크게 보자면 평생 건강을 위해서다. 이 교수는 “운동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며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하면 튼튼한 ‘건강 뿌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종목보다는 여러 종목을 동시에 혹은 번갈아 가면서 운동할 것을 이 교수는 추천했다.산악스키 도전하려면 무엇부터 준비할까산악스키는 등산과 스키를 접목한 스포츠다. 일반 스키보다 훨씬 강인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나이와는 상관이 없을까. 이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자도 속도를 늦추면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 현장에서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다만 산악스키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가 기초 체력이다. 그는 “눈 덮인 산을 오르는 것도 어려운데, 스키를 신고 올라가려면 사전에 규칙적으로 체력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근력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자전거와 등산 외에도 계단 오르기를 추천했다. 그는 등산을 할 때도 계단이 있는 곳을 일부러 선택한다. 둘째, 산악스키를 할 때는 반드시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폭설이 내린 날 동반자들보다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대열에서 이탈했다. 눈이 더 내려 사방이 온통 하얗게 변하자 방향을 잃었다. 1시간 정도 헤매다가 다행히 길을 찾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셋째, 제대로 된 장비로 충분히 훈련한 뒤 도전해야 한다. 산악스키 장비는 일반 스키 장비와 다르다. 스키는 더 가볍고 폭이 더 넓다. 장비 가격도 비싸다. 처음에는 장비를 사는 것보다 숍에서 빌리는 게 좋다. 산에 간다고 해서 두툼한 외투를 입으면 안 된다. 얇고 보온성이 높은 옷 여러 벌을 겹쳐 입어야 한다. 넷째, 자신의 나이와 체력에 맞춰 코스를 정해야 한다. 보통 40, 50대까지는 새벽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60대가 넘으면 해가 뜨고 난 다음에 충분히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출발하는 게 좋다. 내려올 때도 속도를 줄이도록 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