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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의 첫 경기가 열리는 18일 전국 곳곳에서 거리 응원이 펼쳐진다. 17일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종로구 광화문광장, 중구 서울광장, 강남구 영동대로(봉은사역∼삼성역)에서 거리 응원이 진행된다. 광화문광장에는 500인치와 250인치 등 대형 스크린 3대가 설치된다. 경기 3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 옛 월드컵 하이라이트와 응원가 뮤직비디오 상영 등으로 분위기를 달군다. 영동대로에서는 경기 전 YB(윤도현밴드)와 EXID 등 인기 가수의 승리 기원 공연이 열린다. 거리 응원으로 인해 서울시내 일부 구간의 교통 통제가 이뤄진다. 영동대로는 봉은사역 사거리에서 삼성역 사거리까지 하행 방향 7차로가 전면 통제된다. 18일 0시부터 19일 오전 8시까지다. 광화문광장의 경우 행사 진행을 위해 18일 오전부터 행사 종료 때까지 광화문 앞에서 세종대로 사거리를 잇는 1차로가 통제된다. 응원 인파가 늘어나면 통제구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날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비롯해 광주 서구 월드컵경기장, 경기 고양시 일산 문화광장 등 전국 30곳 안팎에서 대규모 거리 응원이 펼쳐질 예정이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3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인권위원회(가칭)로 이름을 바꿔 모든 학부생 인권 증진을 위한 기구로 개편할 예정이다. 17일 연세대에 따르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을 놓고 13∼15일 학생 총투표를 치렀다. 학부생 2만5896명 가운데 1만4285명(55.2%)이 투표해 1만1768명(82.2%)이 찬성했다. 이 중 여학생은 3116명(투표자 5017명)이었다. 재개편 요구안은 총여학생회 명칭을 학생인권위원회로 바꾸고 구성원과 투표권자를 여학생에서 전체 학부생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여학생 자치기구라는 의미의 총여학생회는 사실상 폐지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개편의 발단은 급진적 페미니스트 은하선 씨(30)의 지난달 교내 강연이었다. 학생 1300여 명이 은 씨의 과거 발언을 들어 너무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라며 ‘강연 반대’ 서명을 했다. 총여학생회는 강연을 강행했다. 그러자 학생들 사이에서 “총여학생회가 독단적이다”라는 지적이 거셌고 이는 재개편 요구 총투표로 이어졌다. 연세대 총여학생회 부회장 이수빈 씨는 “총여학생회 개편 논의가 불거진 데 책임을 통감한다. 충실히 논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말고 서울 시내 주요 대학 가운데 총여학생회가 남아 있는 대학은 한양대 경희대 동국대 정도다. 그러나 경희대는 총여학생회장 후보자가 없어 비대위 체제이며, 한양대는 후보자 일부 공약에 문제가 있어 올 3월 선거가 치러지지도 못하고 무산됐다. 대학 총여학생회가 사실상 소멸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팀점’ 보이콧 선언했어요.” 직장인 김성경(가명·34) 씨는 12일 후련하다는 듯 말했다. ‘팀점’은 같은 팀 동료들과 함께하는 점심을 말한다. 김 씨가 일하는 회사에는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점심 때 팀장과 직원이 함께 식사하는 게 관례처럼 내려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김 씨가 동료 2명과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며칠 전 회사가 내린 비(非)근로시간 자율 보장 지침이었다.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로에 대비한 조치다. 김 씨는 “팀점을 하면 상사 잔소리 듣느라 괴로웠다. 사생활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기도 귀찮았다. 이제는 점심시간만이라도 자유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점심을 간단히 먹고 헬스클럽에 다닐 계획이다.○ 비근로시간 ‘사수 작전’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회식과 야유회, 체육대회, 퇴근 후 상사의 업무 연락 등 그동안 근무나 다름없던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쓰겠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전날 밝힌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활동들은 근로시간이 아니다. 업무 외 일이긴 하지만 회사 상사 및 동료와 관계된 모든 것을 뜻하는 이 활동들은 지금까지는 근로와 비근로의 경계에 있었다. 판례에 따르면 이 같은 비근로시간에 근로자는 사용자의 지휘 및 감독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항상 상사의 지시와 감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방 공기업에 다니는 정모 씨(29·여)는 다음 달부터 부서 등산모임에 참석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등산모임은 관행적으로 한 달에 한 번 했다. 정 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로 업무 외 활동을 최소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 등산모임에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조직 분위기에 미칠 영향이 마음에 걸린다. 정 씨는 “선배들이 서운해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하는 직장인 이모 씨(26·여)도 회식 보이콧을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는 회식이 있으면 당일 처리할 업무량을 늘리거나 외부 미팅을 잡는 방법으로 최대한 늦게 참석했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이런 방법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아예 회식 자체를 불참하는 걸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회사 내 ‘왕따’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 ‘자투리’ 근로는 여전 그러나 회사의 근무환경이나 분위기 탓에 쉽사리 비근로시간 지키기에 나서지 못하는 직장인도 많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상사의 요구를 바로 거절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퇴근한 뒤의 업무 연락같이 근로시간으로 잡히지 않는 ‘자투리 근로’는 사실상 막을 수도 없다. 중소기업 영업직인 강모 씨(42)는 업무 성격상 휴일에도 상사나 거래처에서 연락이 온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별로 없다. 강 씨는 “한 번 전화가 오면 같이 있는 가족은 통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못한다. 휴일에 휴대전화 전원을 끄는 법률이 생기지 않는 한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돼도 ‘휴일 근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2년 차 안모 씨(32)는 “일과 휴식의 균형, 워라밸을 찾아 삶을 충분히 누리자는 취지라고 생각하지만 근로시간만 줄인다고 해서 집단주의적인 직장문화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여성들은 9일 ‘몰래카메라(몰카) 성차별 수사’를 규탄한 집회에서 이런 주장이 담긴 피켓을 들고 ‘여성유죄 남성무죄’를 외쳤다. 1만5000여 명(경찰 추산)의 여성이 참가한 이날 집회는 지난달 19일 첫 번째 집회보다 규모가 컸다. 이날 오후 3시경 혜화역부터 이화사거리까지 1km 거리의 4차로 도로는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로 가득 찼다. 분노의 상징인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오후 7시까지 4시간 동안 “동일범죄 동일처벌” “성차별 수사를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당초 여성들은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유포한 이른바 ‘홍대 몰카 사건’ 범인이 여성이라 구속됐다고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다. 특히 이날 여성들은 한층 수위가 강한 주장을 쏟아냈다. 단상에 오른 한 여성은 “여성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여성, 남성의 경찰 성비를 9 대 1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3명은 삭발까지 했다. 이를 지켜보던 여성들은 “상여자” 등을 연호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번에도 참가 대상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했다. 경찰은 집회 장소 주변 남성들의 진입을 통제했다. ‘몰카’를 주제로 열린 집회인 만큼 카메라 촬영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일부 참가자는 의경이나 남성들에게 “경찰도 한남” “한남충(한국 남자 벌레) 꺼져라” 등 욕설을 내뱉었다. 집회 장면을 카메라로 찍는 시민들에게는 “체포해” “구속해” 등을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집회는 ‘몰카’ 행위를 규탄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남성 몰카’가 현장에 등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집회 주변 남성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사진과 ‘걸어 다니는 한남’ 등 조롱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에 따라 집회가 점차 과격하고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집회 장소를 지나갔다는 이유로 욕설을 들은 이호성 씨(30)는 “집회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남성에 대한 과격한 분노 표출로 변질된다면 사람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몰카 행위는 ‘여성 혐오’에 맞서기 위해 똑같은 방식으로 남성을 비난하는 ‘미러링’ 퍼포먼스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집회에 참가한 조모 씨(26·여)는 “사회 구조적 문제인 여성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때로는 과격한 행동도 필요하다. 과격하지 않으면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줄 수 없고 관심에서 멀어진다”고 말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은지 기자}

7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앞은 배식을 기다리는 학생들로 붐볐다. 다가오는 종강을 맞아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하는 ‘밥&Talk’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김용학 총장을 비롯한 교수 20여 명은 조리용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채 학생들에게 밥과 밥찬을 직접 건넸다. 교수들은 각 테이블에서 학생들과 식사하며 대화를 나눴다. 식사 도중 음악대학 학생이 “일주일에 한 번 학교 잔디밭을 개방하면 즉흥 음악회를 열겠다”고 제안하자 김 총장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는 사라져 가는 대학가 ‘책거리’ 전통을 살려 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책거리는 책 한 권의 수업을 끝낸 기념으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어울려 식사하던 전통 의식이다. 사제 간의 정을 돈독히 하자는 의미에서 김 총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당초 행사는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예정됐다. 그러나 배식 시작 1시간 만에 준비한 음식 500인분이 동이 났다. 연세대는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매 학기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6일 오전 7시 50분경 국내 최고층(지상 123층·555m) 건물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근처에 외국인 세 명이 나타났다. 일행은 손에 레저스포츠용 카메라인 ‘고프로’와 고가의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같은 촬영 장비를 들고 있었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건물 보안요원이 일행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자리를 옮겼다. 보안요원이 시선을 돌린 사이 옅은 금발의 중년 남성 한 명이 건물 벽에 가까이 다가섰다. 보안요원이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 남성은 이미 건물 2층 근처를 오르고 있었다. 롯데월드타워에는 비상이 걸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바닥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남성은 유유히 건물 벽을 올랐다. 오전 10시 10분경 남성은 75층에서 ‘등반’을 멈췄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서다. 그때 구조대원과 롯데 측 직원이 “위험하니 그만하자”고 설득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밀당’ 끝에 남성은 정상 정복의 꿈을 접었다. 약 3시간에 걸쳐 롯데월드타워를 등반한 남성은 프랑스의 알랭 로베르 씨(56). 그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m), 대만의 타이베이101(509m) 등 세계 각지의 초고층 건물 150여 곳을 맨손으로 등반해 ‘프랑스의 스파이더맨’으로 불린다. 호주 시드니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사전 협조 없이 초고층 건물에 올랐다가 체포됐고 2007년 중국 상하이(上海) 진마오타워(420m)를 오르다 붙잡혀 강제 추방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로베르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로베르 씨는 등반 경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북 평화가 실현되려는 놀랍고 중요한 시점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앞서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씨(29·여)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등반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정릉동 2층짜리 상가주택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된 건물은 외벽의 벽돌 곳곳이 깨져 있었다. 작업자들은 비계(공사용 시설물)에 올라 옥상 난간의 떨어져 나간 부위를 시멘트로 바르고 있었다. 작업자는 “건물이 너무 낡아 인테리어를 비롯해 리모델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동네에서 50년째 살고 있다는 김모 씨(65)는 “30∼40년은 된 건물이다”라고 말했다. 이 주택 뒤쪽 굽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버려진 2층집이 보였다. 벽과 난간 시멘트는 성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창문에 달린 격자 쇠창살은 붉게 녹슬어 여기저기 벌어져 있었다. 10년 전부터 빈집이라고 한다. 김 씨는 “이런 집이 방치돼 있으니 위험하기도 하고…. 동네 분위기가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변으로는 낡은 슬레이트와 기와로 지붕을 덮은 단층 건물이 줄지어 있다. 이 일대는 2008년 재건축 정비구역(정릉1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지난달 해제됐다. 함께 해제된 성북구 장위15구역 주택들도 비슷했다. 즐비한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 상당수는 외벽에 금이 가고 담벼락이 훼손됐다. 수도관이 새는 집도 많았지만 재개발 기대에 집을 고치지도 못했다. 30년 된 다세대주택에 사는 정옥임 씨(55·여)는 “집들이 죄다 낡아 곳곳이 말썽이다. 10년간 손놓고 있다 이제 고쳐 보려는데 수리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의 52년 된 4층짜리 상가건물 붕괴 사고 이후 오래된 4층 이하 저층(低層) 주택의 안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주택노후도 현황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주택(단독주택 및 공동주택) 44만9064개 동(棟)의 37.2%인 16만7019개 동이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다. 저층 단독주택만 놓고 보면 노후 주택은 47.4%나 된다. 아파트를 제외한 저층 주택의 노후화에 관한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전체 저층 주택 가운데 72.3%가 20년이 넘었고, 34.9%는 30년이 넘었다. 집이 오래됐다고 모두가 붕괴 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저층 주택을 짓고 난 뒤 꾸준히 손을 보기보다 수명이 다할 때까지 버티는 경향이 높다는 게 문제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서울시 저층 주거지 실태와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저층 주택은 지은 지 평균 33년이 지나야 새로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72년) 프랑스(80년) 일본(54년)에 비하면 아주 짧다. 그만큼 노후할수록 저층 주택 몸체가 부실해질 확률도 커진다는 얘기다. 저층 주택의 보수에 신경을 덜 쓰다 보니 리모델링 비용보다 신축 비용이 싼 경우까지 생긴다. 이처럼 서울의 저층 주택이 낡아가는 데에는 2005년 무렵 불어닥친 재개발·재건축 열풍도 한몫했다.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맹다미 박사는 “저층 주택은 소유자가 뜻이 있어야 유지, 보수하는데 향후 정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되길 바라며 관리를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후한 저층 주택에는 대개 살림이 빠듯한 젊은 부부나 노년층 세입자가 산다. 집주인은 재개발을 기다리며 수리를 꺼리고 세입자는 스스로 보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재개발 대신 도시재생을 선택하는 동네가 늘고는 있지만 개인에게만 주택 안전을 맡겨서는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영욱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는 도로 공원 주민커뮤니티센터 같은 공공시설만 지으면서 주택은 개인 소관이라고만 본다”며 “마을공동체 유지는 물론이고 주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노후 주택 수리 비용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은지 eunji@donga.com·김예윤 기자}
3일 무너져 내린 서울 용산구 상가건물 세입자들은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건물 붕괴 원인이 복합적이고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형사상 책임 소재 확인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4층 세입자 부상의 원인 제공자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건물 안전관리 1차 책임자 건물주와 2차 책임자 구에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만약 책임 소재가 분명해진다 해도 붕괴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면 보상받기가 쉽지 않다. 건물 1, 2층에 입주한 두 가게는 영업 손실, 집기와 인테리어 등 시설비, 권리금 같은 재산 피해를 입었다. 4층 세입자는 시설비와 치료비 등을 보상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형사처벌을 받거나 입건될 정도의 명확한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은 어렵다고 전망한다. 법무법인 을지 차흥권 변호사는 “구체적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임차인은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어렵다. 건물 붕괴에 대한 감식 결과가 애매하게 나오면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정해지지 않아서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4일 잔해 더미만 쌓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의 4층 건물이 무너진 자리 바로 옆 2층 컨테이너 건물은 외벽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전날 사고 직후 발생한 화재로 외벽 곳곳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벌어진 벽 사이로 내부 마감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도 보였다. 재건축 조합 사무실로 쓰여 온 이 컨테이너 건물은 붕괴 위험이 높아 사고 직후 폐쇄됐다. 본보 취재팀이 4층 건물 붕괴 사고가 난 용산 재개발 5구역의 10개 건물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낡고 부식된 곳이 많아 상당히 위태로워보였다.○ “우리 건물도 무너질까 두려워” 무너진 건물 뒤편 5층짜리 건물에는 이날 방문객이 많았다. 치과, 웅변학원, 노래방, 호프집 등이 영업 중이었다. 용산구는 사고 건물 양 옆 2개 동은 폐쇄했지만 지은 지 46년 된 이 5층 건물을 포함해 나머지 8개 동은 붕괴 위험이 낮다고 보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건물 계단으로 1층에서 5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벽면에는 길이 10cm 안팎의 금 20여 개 가 보였다. 검은 곰팡이도 군데군데 피어 있었다. 배수시설이 제대로 작동을 안 해 벽으로 물이 스며든 흔적이었다. 취재진과 함께 건물을 점검한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물이 노후돼 물이 새고 콘크리트, 철근이 부식되고 있다.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폐쇄되지 않은 건물 8곳 중 7곳은 음식점 부동산 PC방 등 상업시설이 정상 운영 중이었다. 건물 일부 층에 세입자가 거주하기도 했다. 대부분 지은 지 40∼50년 된 건물들로 일부 벽면에 시멘트가 벗겨져 부식된 콘크리트와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특히 벽과 벽이 만나는 건물 구석에 금이 많이 가 있었다. 최 교수는 “노후 건물에서 흔히 보이는 균열이다. 건물이 하중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계단은 대부분 의자, 책상 등으로 막혀 있어 사고 시 대피도 어려워보였다. 3일 건물 붕괴 후 용산구 측 현장점검 위원으로 참여한 한 건축회사 대표는 “주변 건물들이 당장 무너질 정도는 아니지만 정밀점검이 시급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라고 말했다. 폐쇄되지 않은 한 건물의 식당 종업원 이모 씨(60·여)는 “혹시나 우리 건물도 무너질까 두려워 더워도 무조건 야외 의자에 앉아 있다”고 말했다. ○ “어차피 철거할 건물 뭐 하러 고치나” 이번 사고가 발생한 용산 재개발 5구역은 2006년 재개발이 확정됐지만 12년간 사업 진척이 없어 사실상 방치돼 왔다. 언제 건물을 허물지 몰라 구청과 건물주들이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곳이 많다. 이 5구역을 포함해 용산 재개발 지역 전체적으로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용산 재개발 지역 중 한 곳인 한남뉴타운 3구역 일대에도 아슬아슬해 보이는 노후 주택이 즐비했다. 3가구가 사는 3층 벽돌 주택은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천장에 청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일부 주택의 경우 삭아서 앙상해진 목재 구조물이 대형 슬레이트 지붕을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었다. 주민 이모 씨(82·여)는 “빈집 주인 대부분이 재개발을 노리는 외부인들이다. 구청은 어차피 재개발될 곳인데 뭐 하러 고치느냐는 식”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연면적 1000m² 이상 건물은 지방자치단체 점검 대상이다. 문제는 재개발 지역 건물 대다수가 이 기준에 못 미쳐 점검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3일 붕괴된 4층 건물의 연면적은 301m²였다. 용산구 관계자는 “점검 기준에 못 미칠 경우 사유재산으로 분류돼 소유주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며 “사고 건물의 경우도 지난달 10일 건물주에게 ‘조치해 주셔야 한다’고 얘기했을 뿐 강제적인 수단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사고 건물을 합동감식한 뒤 “화재나 폭발로 인한 붕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은지·이지훈 기자}

“사람이 지나가는데 횡단보도를 막아서면 쓰나.” 지난달 8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사거리. 양화대교 북단에서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방향 횡단보도에 있던 정장 차림의 남성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수십 명의 표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횡단보도에 절반가량 걸쳐 있는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향했다. 지하철 6호선 상수역에서 월드컵경기장 방향으로 무리하게 교차로를 통과하려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자 횡단보도 위에 멈춘 것이다. 이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날 퇴근시간 서울시청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가려던 버스가 횡단보도를 침범하며 멈춰 서자 시민들은 ‘ㄷ’자로 돌아가야 했다. 엄연한 보행자 영역인 횡단보도에서 차량들에 밀려나는 모습은 우리 사회 일상이 됐다.○ 횡단보도 무시하는 운전문화 횡단보도는 도로를 건너려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도로교통법 27조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차량은 반드시 멈추도록 운전자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신호등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정지선에 맞춰 멈춰야 한다. 이를 어긴 것이 사진, 영상 등으로 입증된 운전자에게는 최대 20만 원의 과태료가 가해진다. 불법이기 전에 보행자를 지키기 위한 운전자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횡단보도 지키기는 사실상 사문화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당한 교통사고는 해마다 6000건 이상 발생한다. 그로 인해 200명 가까이 목숨을 잃는다. 지난해에는 7027건에 186명이 숨졌다. 횡단보도뿐만이 아니다. 주택가 이면도로를 비롯한 각종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지난해에만 969명이나 됐다. 현장에서 체감한 운전자의 횡단보도 인식 상황은 더 암울하다. 모든 차량은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없을 경우에라도 반드시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살피며 지나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크게 달랐다. 지난달 8일 서울 마포구 양화로. “아이고야.”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년 여성이 깜짝 놀라며 멈춰 섰다. 흰색 1t 트럭이 여성 앞을 쌩 하고 가로질러 양화로6길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폭 7m인 이 횡단보도는 지하철 2, 6호선 합정역 5번 출구 앞 양화로6길로 접어드는 길목의 일방통행로에 있다. 음식점을 비롯한 여러 점포가 모여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양화로에서 월드컵로 방향으로 가기 위한 역(逆) P턴 길로 쓰여 차량 통행도 많다. 이날 오전 10시 15분부터 1시간 동안 이곳을 통과한 차량 224대 중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인 것은 34%인 77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그대로 횡단보도를 지나쳤다. 승용차를 매단 견인차도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누가 건너고 있어도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속도를 더 높여 지나가는 차들에 보행자가 양보하는 모습이 1시간 내내 이어졌다. 운전자의 ‘횡단보도 무시’ 현상은 교통량이 적은 심야시간일수록 더 심각해진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사거리는 밤이 되면 ‘건너가세요’라는 보행신호 녹색불은 무용지물이다. 강서구 방향 양평로에서 우회전해 왕복 11차로인 선유로(양화대교, 올림픽대로)로 가는 많은 차량은 직전의 이 횡단보도에 보행신호 녹색불이 켜져도 대부분 무시하고 지나간다. 버스와 화물차는 물론 승용차도 마찬가지다.○ 횡단보도 사고는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피해 올 4월 일본 도쿄 시오도메(汐留). 대기업과 언론사, 특급호텔 등이 밀집한 대형 업무지구다. 이곳에는 편도 3차로와 왕복 2차로가 만나는 ‘T’자형 교차로가 있다. 2차로 도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보행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다. 도로 중간 교통섬에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데 3차로 도로에서 좌회전하던 소형 트럭이 횡단보도 앞에 멈췄다. 운전자는 먼저 건너가라며 오른손을 내저었다. 횡단보도는 무조건 보행자 우선이라는 운전문화에 익숙한 운전자 모습을 잘 보여준다. 도쿄 시부야(澁谷)의 전(全) 방향(스크램블) 횡단보도는 하루 이용 인구가 50만 명에 이른다. 보행신호가 빨간불로 바뀐 뒤 미처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보행자가 있어도 차량들은 언제나 이들이 다 건널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로는 한정됐지만 수년째 차량은 계속 늘어 운전자는 목적지까지 빨리 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더 심하게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운전자는 보행자를 보호 대상이 아니라 빨리 가기 위한 극복 대상으로 여긴다”며 “속도보다 여유와 안전을 우선시하는 교통문화로 바로 지금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김은지 기자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3일 낮 12시 반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4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흔들거렸다. 4층에 사는 세입자 이모 씨(68·여)는 방 벽과 바닥이 심하게 떨리는 걸 느꼈다. 둔탁한 물건이 긁히는 것 같은 소리도 들렸다. 최근 건물이 휘청거리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진동이 격심했다. 이 씨는 다급히 집을 나와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1층 출구에 다다르기 직전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순식간에 건물은 흔적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주저앉았다. 사고 당시 건물 안에 있던 사람은 이 씨가 유일했다.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발견된 이 씨는 팔다리에 부상을 입어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현장 수색 결과 이 씨 외에 다른 피해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건물 1, 2층에는 각각 고깃집과 칼국숫집이 입주해 있었다. 3층과 4층에는 가정집 두 가구가 있었다. 일요일이라 두 식당은 모두 쉬었던 데다 3층에 사는 주민 2명 모두 외출한 상태여서 대규모 인명 피해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4층 거주자 2명 가운데 다른 한 명은 밖에 나가고 없었다. 인근 주민은 “건물 1, 2층 식당이 ‘맛집’으로 소문나서 장사가 잘됐다. 식사때면 손님 50∼60명이 오가던 건물이다. 하마터면 수십 명이 초상을 치를 뻔했다”고 말했다. 사고 건물 입주자가 한 달쯤 전 건물 붕괴 징후를 감지하고 관할 용산구에 알렸으나 구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층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모 씨(31)는 지난달 9일 용산구 관계자에게 건물 벽이 뒤틀리고 균열이 간 사진 등을 첨부해 e메일을 보냈다. 정 씨는 3일 “5월 초부터 건물 벽이 눈에 띄게 부풀고 금이 가 불안해서 구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e메일을 보낸 다음 날 용산구 관계자가 현장 주변에 왔다고 연락해 오긴 했지만 그뿐이었다”고 말했다. 사고 건물은 1966년에 지어져 올해 52년 된 건물이다. 건물 준공 이후 증·개축한 적은 없다. 연면적 301.49m² 규모로 용산재개발 5구역에 속해 있다. 5구역은 2006년 4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개발 사업이 12년 넘게 지연되면서 시공사 선정 등 관련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조합 측은 올 3월에도 시공사 선정 공고를 냈다. 하지만 단 한 업체도 참여하지 않아 5월 말 입찰은 연기됐다. 재개발 사업 지연으로 건물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다. 용산구 다른 관계자는 “위험시설물은 사전 순찰을 통해 인지하거나 민원이 접수되면 전문가 안전진단을 받아 지정한다. 사고가 난 건물은 위험시설물로 인지한 사실이 없고,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구는 건물 붕괴 우려가 있다는 입주자 정 씨의 민원 접수와 관련해서는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건물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 일부 상인은 “우리 가게도 주방과 지붕에 금이 가 있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2016년부터 인근에서 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를 건물 붕괴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해당 아파트 공사를 위해 H건설이 발파 작업을 한 뒤로 인근 건물들에 균열이 생기는 등 이상이 나타났지만 구가 안전 관련 조사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건물 주변의 노후 건물 6개동 거주자들에게 이날 긴급 피난명령을 내렸다. 경찰은 건물 재개발 조합장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사람이 지나가는데 횡단보도를 막아서면 쓰나.” 지난달 8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사거리. 양화대교 북단에서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방향 횡단보도에 있던 정장 차림 남성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수십 명 역시 마찬가지 표정이었다.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횡단보도에 절반가량 걸쳐 있는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향했다. 지하철 6호선 상수역에서 월드컵경기장 방향으로 무리하게 교차로를 통과하려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자 횡단보도 위에 멈춘 것이다. 이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날 퇴근시간 서울시청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가려던 버스가 횡단보도를 침범하며 멈춰 서자 시민들은 ‘ㄷ’자로 돌아가야 했다. 엄연한 보행자 영역인 횡단보도에서 차량들에 밀려나는 모습은 우리 사회 일상이 됐다.● 횡단보도 무시하는 운전문화 횡단보도는 도로를 건너려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도로교통법 27조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차량은 반드시 멈추도록 운전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신호등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정지선에 맞춰 멈춰야 한다. 이를 어긴 것이 사진, 영상 등으로 입증된 운전자에게는 최대 20만 원 과태료가 가해진다. 불법이기 전에 보행자를 지키기 위한 운전자의 가장 기본 의무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횡단보도 지키기는 사실상 사문화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당한 교통사고는 해마다 6000건 이상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7000건을 넘었다. 그로 인해 200명 가까이 목숨을 잃는다. 횡단보도뿐만이 아니다. 주택가 이면도로를 비롯한 각종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지난해에만 969명이나 됐다. 현장에서 체감한 운전자의 횡단보도 인식 상황은 더 암울하다. 모든 차량은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없을 경우에라도 반드시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살피며 지나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크게 달랐다. 지난달 8일 서울 마포구 양화로. “아이고야.”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년여성이 깜짝 놀라며 멈춰 섰다. 흰색 1t 트럭이 여성 앞을 쌩 하고 가로질러 양화로6길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폭 7m인 이 횡단보도는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5번 출구 앞 양화로6길로 접어드는 길목의 일방통행로에 있다. 음식점을 비롯한 여러 점포가 모여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양화로에서 월드컵로 방향으로 가기 위한 역(逆) P턴 길로 쓰여 차량 통행도 많다. 이날 오전 10시 15분부터 1시간 동안 이곳을 통과한 차량 224대 중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인 것은 34%인 77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그대로 횡단보도를 지나쳤다. 승용차를 매단 견인차도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누가 건너고 있어도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속도를 더 높여 지나가는 차들을 보행자가 양보하는 모습이 1시간 내내 이어졌다. 운전자의 ‘횡단보도 무시’ 현상은 교통량이 적은 심야시간일수록 더 심각해진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사거리는 밤이 되면 ‘건너가세요’라는 보행신호 녹색불은 무용지물이다. 강서구 방향 양평로에서 우회전해 왕복 11차로인 선유로(양화대교·올림픽대로)로 가는 많은 차량은 직전의 이 횡단보도에 보행신호 녹색불이 커져도 대부분 무시하고 지나간다. 버스와 화물차는 물론 승용차도 마찬가지다.● 횡단보도 사고는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피해 올 4월 일본 도쿄 시오도메(汐留). 대기업과 언론사, 특급호텔 등이 밀집한 대형 업무지구다. 이곳에는 편도 3차로와 왕복 2차로가 만나는 ‘T’자형 교차로가 있다. 2차로 도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보행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다. 도로 중간 교통섬에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데 3차로 도로에서 좌회전하던 소형트럭이 횡단보도 앞에 멈췄다. 운전사는 먼저 건너가라며 오른손을 내저었다. 횡단보도는 무조건 보행자 우선이라는 운전문화에 익숙한 운전자 모습을 잘 보여준다. 도쿄 시부야(澁谷)의 전(全) 방향(스크램블) 횡단보도는 하루 이용인구가 50만 명에 이른다. 보행신호가 빨간불로 바뀐 뒤 미처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보행자가 있어도 차량들은 언제나 이들이 다 건널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로는 한정됐지만 수년째 차량은 계속 늘어 운전자는 목적지까지 빨리 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더 심하게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운전자에게는 보행자가 보호대상이 아니라 빨리 가기 위한 극복대상으로 여겨진다”며 “속도보다 여유와 안전을 우선하는 교통문화로 바로 지금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보행자 중심 교통환경 위한 제1과제는 횡단보도 늘리기 ▼ 횡단보도는 보행 친화 환경을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곳곳의 넓고 좁은 찻길로 가로막힌 생활공간을 횡단보도가 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행자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도시도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횡단보도를 누군가 건너고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침범하는 차량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보행자 중심의 교통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1과제는 횡단보도 늘리기다. 정부는 2016년 11월 도로교통법시행규칙을 개정해 도심 주거지역 도로의 횡단보도 간격을 기존 200m에서 100m까지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주거지역 도로에는 횡단보도를 더 촘촘히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보행자가 안전하게 길을 건너는 일이 차량 통행속도를 높이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과거 교통정책은 차량의 원활한 소통에 중점을 뒀다. 도시계획도 마찬가지여서 육교와 지하도가 많이 설치됐다. 그러나 최근 정책 초점은 180도 바뀌었다. 주거지역뿐 아니라 차량 통행량이 많은 간선도로, 보조간선도로 같은 한길에도 횡단보도가 많이 생긴다. 서울 부산 인천 대전 등 대도시에서는 중앙버스전용차로(BRT)에 설치된 버스정류소 앞뒤로 횡단보도가 마련됐다. 서울 강남대로, 천호대로에서는 두 횡단보도 간격이 약 40m에 불과한 광경도 볼 수 있다. 차량 통행속도를 늦추는 대신 보행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도록 했다. 서울 광진구는 2011년 천호대로의 용마보도육교를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놓았다. 육교는 멈춤 없이 보행자 횡단과 차량통행 모두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어린이 고령자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에게는 장애물이다. 강동구는 2012년 올림픽공원 앞 강동대로에 도로 개통 30여 년 만에 횡단보도를 하나 더 설치했다. 그동안 왕복 11차로에 신호등 없는 구간이 1㎞ 가량 있으면서 차량 과속과 무단횡단 위험이 컸다. 정부는 올 1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의 차량 통과 관련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보행자가 건널 때만 차량이 일시 멈추도록 한 규정을 바꾼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 상황에도 일시 정지하는 의무를 차량에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노인 보호구역(실버존)에 있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 존재와 상관없이 무조건 멈추도록 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홍대 누드 몰카 사건’ 후 대학가에 불거진 남녀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고소전이 벌어지고 학생회 퇴진 운동까지 나타나고 있다. 30일 서울 서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B 씨는 최근 자신을 모욕했다며 단과대 학생회 간부인 여학생 A 씨를 고소했다. 발단은 24일 총여학생회가 주최한 페미니스트 은하선 씨의 강연이었다. 은 씨는 방송에 출연해 “남자들은 강간을 가르치는 문화가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화제가 된 인물이다. B 씨는 은 씨 강연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당시 시위를 벌이는 B 씨의 얼굴을 A 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해 학생회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리고 ‘한남충’이라며 조롱했다. ‘한남충’은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를 알게 된 B 씨는 A 씨를 고소하고 대자보를 붙여 규탄했다. A 씨는 28일 교정에 사과문을 붙이고 사퇴했다. 그러나 남학생들은 총여학생회 집행부 퇴진과 개편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동국대 사범대 학생회는 5월 초 축제 때 페미니즘 부스를 진행하고 관련 모임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동국대 대나무숲’ 등에 “페미니즘 행사를 왜 단과대 학생회가 학생회비를 들여 진행하느냐”며 반발했다. 학생회가 페이스북에 이를 해명하는 입장문을 게시하자 학생회의 입장을 지지하는 여학생과 남학생 사이에 설전이 이어졌다. 고려대 사범대 학생회는 올 4월 학생예비군버스 대절사업 중단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학생회장은 단톡방에 예비군 동원을 ‘국가의 폭력’, 버스 대절사업을 ‘극소수를 위한 복지 사업’이라 표현했다. 학생회장은 논란이 커지자 입장문을 내고 “그런 이유 탓에 사업을 중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남학생들은 “여학생 휴게실 운영은 괜찮은 것이냐”며 반발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자, 이제 팬방으로 갑니다. 출발합니다” 5일 오전 7시경 한 인터넷방송 진행자(BJ)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팬방은 돈을 낸 사람만 볼 수 있는 유료방송이다. 잠시 후 방송이 시작됐다. 화면은 전원이 나간 것처럼 온통 검은 색이었다. 대신 이상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채팅방에 참가한 시청장 70여 명은 “소리 들린다” “드디어, 가즈아!”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노출은 물론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을 여과 없이 중계해 문제가 됐던 일부 인터넷방송에서 최근 ‘흑방’까지 등장해 논란이다. 남녀의 성관계를 중계하면서 소리만 나오게 하고 화면을 가린다고 해서 흑방이다. 보통 BJ는 술집 등에서 즉석으로 섭외한 여성과 음주방송을 진행한 뒤 자신의 집이나 모텔 등으로 자리를 옮긴다. 여성이 한 눈을 파는 사이 몰래 방송을 시작한 뒤 숨겨 놓은 휴대전화 등을 통해 성관계 소리를 방송하는 것이다. 유료로 방송을 진행하면서 시청자 1인당 많게는 10만 원까지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방송 사실을 모른다. A 씨(21·여)도 올해 초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A 씨는 “어딘가에 방송이 유포되지 않을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각 인터넷방송 업체의 자율규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고를 여러 번 받아 방송정지가 내려져도 보통 하루가 지나면 다시 방송할 수 있다. 여러 업체를 옮겨 다니며 ‘게릴라 방송’을 하면 자율규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성관계 소리 방송도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방송 업체가 증가하면서 음란방송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모델과의 거리는 2∼3m를 유지해야 해요. 사진은 가능하지만 영상은 안 돼요. 물론 ‘터치’도 절대 안 돼요….” 3년 전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비공개 촬영회’에 참가했던 A 씨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이른바 ‘촬영 규칙’이다. A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참가했다. 그는 “스튜디오 측이 모델의 노출 사진을 여러 장 올리며 홍보한다. 호기심에 게시물을 클릭하면서 비공개 출사(출장사진)를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직 예술성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공개 촬영회 사진의 상당수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예술사진과 거리가 멀다. 여성 모델의 자극적인 포즈는 물론 신체 일부를 노골적으로 포착한 사진이 많다. 심지어 남녀의 성관계 장면까지 찍은 사진도 확인됐다. 사실상 ‘포르노’에 가깝다. 게다가 일부 비공개 촬영회에서는 전체 진행 과정을 몰래 동영상으로 찍는다. 이렇게 생산된 사진과 영상이 오랜 기간 은밀하게 거래되며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신종 ‘포르노 산업’이라는 지적이다.○ 10여 년 전부터 은밀하게 퍼졌다 비공개 촬영회는 2005년 무렵 국내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본보가 취재한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촬영회 콘셉트는 일본의 포르노 영상을 모방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사진 노출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은 이유인 셈이다. 비공개 촬영회 참가자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다른 참가자와 주고받는 게 관행이다. 최근 경찰에 붙잡힌 유출자가 활동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공개 출사 교환·판매’ 관련 글이 수십 개나 올라와 있었다. 모델 한 명의 사진 수백 장이 1만∼5만 원에 팔리고 있었다. 3년가량 비공개 촬영회에 참가한 B 씨는 “한 번 참가비가 수십만 원이라 자주 갈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참가자가 찍은 사진을 e메일로 주고받는 게 보통이다”라고 털어놨다. 일부는 촬영 장면을 영상으로 찍기도 한다. 국내 주요 웹하드 3곳에서 비공개 촬영회 사진뿐 아니라 영상도 다수 확인됐다. ‘비공개 출사’라는 제목의 사진을 판매하는 C 씨는 “원래 출사 촬영 중에는 영상 촬영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영상이 온라인에 돌고 있다. 사진과 달리 영상 속 모델들의 표정에서 강압적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여성 모델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걸 목격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촬영을 빌미로 모델의 신체에 성기구를 접촉하거나 손을 대는 식이다. 몸매를 품평하며 성희롱을 일삼기도 한다. 사진업계 관계자 D 씨는 “모델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 일부 촬영자가 욕을 한다. 이런 상황을 알거나 뻔히 보면서 계속 촬영하는 사람도 성범죄 가해자 아니면 방조자”라고 말했다. ○ ‘새 얼굴’ 찾으려 미성년자도 가리지 않는다 비공개 촬영회가 은밀하게 뿌리내린 배경에는 고급 카메라 보편화로 사진업계 사정이 어려워진 탓도 있다. 비공개 촬영회가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일부 스튜디오는 촬영자 대신 모델을 섭외하고 장소를 빌려준다. 촬영자는 모델의 외모와 인지도 등에 따라 10만∼30만 원의 참가비를 낸다. 비공개 촬영회로 유명해질 경우 스튜디오 매매 때 수억 원의 권리금이 붙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호회원 중에는 비공개 촬영회 사진만 집중적으로 모으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출사 모델 컬렉션’을 모으는 촬영자들은 새로운 모델을 선호한다. 10차례 참가 경험이 있는 E 씨는 “노출 수위가 높다 보니 여러 차례 촬영하는 모델은 많지 않다. 그래서 ‘뉴페이스 출사’ 같은 광고가 뜨면 평소보다 2∼3배 많은 촬영자가 몰린다”고 말했다. 새 얼굴을 모델로 세우기 위해 일부 스튜디오는 계약 때 자세한 노출 수위를 알려주지 않는다. 일단 도장을 찍고 촬영이 시작되면 모델은 강압적 분위기와 유출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촬영 요구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돈이 필요한 일부 미성년자가 모델로 나서기도 한다. 강모 씨(24·여)는 만 16세 때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서울 강남의 스튜디오를 찾아갔다가 비공개 촬영회의 ‘덫’에 걸렸다. 강 씨는 “처음에는 수위가 그 정도인지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찍는 과정에서 자포자기할 수밖에 없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절대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이력서 등에 붙일 증명사진을 찍으러 온 여대생의 신체 일부를 몰래 찍거나 추행한 20대 사진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여성 고객의 치마 속을 촬영하고 몸을 만진 혐의(상습 강제추행 등)로 사진사 A 씨(24)를 적발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의 한 여대 근처 사진관에서 일하는 A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약 9개월간 대학생 등 여성 고객 215명의 신체 부위를 225차례에 걸쳐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 씨는 사진 촬영을 위해 의자에 앉은 여성 고객의 치마 속을 찍거나 인적사항 등을 적을 때 몰래 뒤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했다. 또 사진 촬영 전 머리나 옷 스타일을 고쳐준다며 여성 고객의 신체를 만지기도 했다. 한 여성 피해자는 “사진사가 옷매무새를 정리해 준다면서 상의를 잡아 당겼다. 그때 몰카가 촬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범행을 눈치 챈 한 대학생의 신고 덕분에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A 씨는 “(사진을) 혼자 두고 보려고 촬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몰카 사진은 외부에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증명사진 촬영비는 2만 원 안팎인데 A 씨가 일한 사진관은 4900원에 불과해 대학생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피해자 중에는 A 씨의 사진관 동료 2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금품을 노리고 재가한 어머니 일가족 3명을 살해한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성관(34·구속 기소)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병찬)는 24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범행으로 취득한 피해자의 돈으로 항공권과 값비싼 물품을 구입하는 등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파렴치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으나 성장 배경, 태도 등을 참작했을 때 갱생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들다”고 무기징역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범행을 공모한 혐의(존속살해 방조)로 함께 구속 기소된 아내 정모 씨(33)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 부부는 지난해 10월 21일 피해자들을 흉기와 둔기로 살해하고 체크카드 등을 훔쳐 약 1억2000만 원을 출금한 뒤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 씨는 계부를 살해한 후 차량 트렁크에 시체를 넣어둔 채 강원 횡성군 콘도 지하주차장에 유기했다. 김 씨 부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김 씨의 어머니 이모 씨(당시 54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어머니가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아 서운함이 쌓였던 것도 범행을 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여자가 찍히면 ‘품번 뭐냐’, 남자가 찍히면 ‘구속 수사.’” 붉은 옷을 입은 여성 1만여 명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 모여 외쳤다. 여성이 피해자인 몰래카메라(몰카) 영상은 남성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음란물로, 남성이 피해자인 몰카 영상은 범죄로 인식된다는 주장이다. ‘품번’은 음란 영상의 제품번호를 일컫는다. 이들은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유포한 이른바 ‘홍대 몰카 사건’ 범인이 여성이라 구속됐다고 주장하는 목소리에 동조해 시위에 나왔다. 당초 집회 신고 인원은 2000명이고, 경찰은 500명가량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모인 건 1만 명(경찰 추산)에 달했다. 여성이 참여한 단일 현안 집회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몰카 공포 일상화 이 기회에 끝내야” 이번 집회는 여성우월주의 사이트 ‘워마드’가 주도했다. 언뜻 보기엔 비상식적인 주장을 담은 시위에 평범한 1만 명 넘는 여성이 참가한 건 그만큼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몰카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홍대 몰카 사건 범인 안모 씨(25·여)는 1일 워마드에 남성 동료 모델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유포했다가 9일 만에 체포돼 구속됐다. 만약 이번 사건이 가해자가 남성이고 피해자가 여성인 일반 몰카 사건이었다면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여성들은 이번 기회에 몰카에 대한 여성의 공포가 일상화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로 뭉쳤다. 취업준비생 강모 씨(23·여)는 “화장실이나 숙박업소에 갈 때마다 늘 몰카가 두려워 일일이 살펴봐왔다. 몰카는 피해자인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중대범죄지만 정작 남자들 사이에선 유희적 문화처럼 소비되고 있는 데 분노해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집회 참가 대상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하고 사진 촬영도 원거리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일부 남성이 스파이더맨 등의 복장으로 위장하고 시위 여성들을 몰래 촬영해 실시간 방송하다가 붙잡혀 커피 세례를 받고 집단 구타당했다. 한 30대 남성이 시위 현장 인근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려 하자 여성들이 ‘찍지 마!’라고 일제히 외치며 제지하기도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 21일 ‘해명 방송’ 홍대 몰카 사건은 엄연한 범죄다. 경찰은 범인 안 씨가 몰카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해 사안이 중대하고, 몰카를 찍은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려 증거를 인멸했기에 구속한 것이지 여성인 것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수사 9일 만에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던 건 당시 누드 크로키 수업에 있던 사람이 20명뿐이라 범인을 특정하기 쉬웠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2018년 5월 남성 몰카범의 2.6%(2만2155명 중 572명)가 구속된 반면 여성 몰카범은 0.9%(580명 중 5명)가 구속됐다. 피해자가 남자인 사건은 가해자의 0.2%(876명 중 2명)가 구속된 반면 피해자가 여자면 가해자의 1.8%(2만9194명 중 538명)가 구속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청와대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국민청원에 답변하는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시위의 촉매제가 된 홍대 몰카 사건이 경찰의 편파수사였다는 주장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40만 명 넘게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동영상 전문 인터넷 사이트 유튜브의 유명 ‘1인 방송 진행자(유튜버)’가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 유튜버 양예원 씨의 유튜브 채널 ‘비글커플’과 페이스북에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동영상에서 “3년 전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고 운을 뗀 양 씨는 “스튜디오에 들어가자 ‘실장님’이 자물쇠로 문을 잠갔고 포르노(물)에 나올 법한 속옷을 줬다. 싫다고 했더니 아는 피디들에게 말해 (배우를 지망하는 내) 데뷔를 못 하게 만들겠다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주요 부위가 드러나는 속옷을 입고 야한 포즈로 촬영할 때 남성 모델 20여 명이 포즈를 잡아주겠다며 차례로 자신의 가슴과 주요 부위를 만졌다고도 했다. 양 씨는 “성폭행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워서 하라는 대로 했고, 이후 네 번 더 촬영했다”고 말했다. 양 씨는 “얼마 전 야동(야한 동영상) 사이트에 이때 찍은 사진이 올라와 세 번 자살을 기도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추가 피해자도 있다. 배우 지망생 이소윤 씨도 이날 페이스북에 “(양 씨와) 똑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이 얘기한 ‘실장’ A 씨(42)는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동의하에 찍은 것이고 터치도 전혀 없었다”며 “자물쇠로 문을 잠근 적도 없다. (당시) 사진이 유포된 게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 씨에 대한 양 씨의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사진 유포 범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김은지 기자}
‘홍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몰카)’ 사건의 피의자 안모 씨(25·여)가 ‘아이클라우드(iCloud)’에 저장된 사진을 삭제해 달라며 미국 애플 측에 e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클라우드는 아이폰 이용자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온라인에 저장하는 서비스다. 한강에 휴대전화까지 버린 안 씨는 결국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12일 오후 늦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그러나 안 씨 구속 후 사건은 엉뚱하게 남녀 간 형평성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똑같은 몰카범인데 여성만 구속? 13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안 씨는 몰래 찍은 동료 남성 모델의 사진을 1일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린 혐의(카메라 등 이용 촬영)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안 씨는 3일 피해자 사진이 저장된 자신의 아이폰을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 근처 한강에 버렸다. 이어 4일에는 한 PC방에서 애플 측에 e메일을 보냈다. 한 씨는 e메일을 통해 “지난해 7월 2일 이후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내용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 씨는 워마드 측에도 “활동 기록을 지워 달라”는 취지의 e메일을 보냈다. 아이폰도 처음 경찰 조사에서는 “분실했다”고 주장하다가 나중에 한강에 버린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구속된 안 씨가 치밀하게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놓고 “남성 몰카범 수사나 처벌과 비교할 때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몰카 범죄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하지만 구속 수사 비율은 낮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몰카 피의자 4491명 중 구속된 사람은 135명(3.0%)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충남에서 50대 남성 자영업자가 여성 손님 100여 명을 대상으로 몰카 범죄를 저질렀다가 붙잡혔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안 씨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온다. 몰카 범죄 피의자 모습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된 것은 2015년 ‘워터파크 몰카 사건’ 이후 처음이다. 당시 사건의 범인은 20대 여성과 30대 남성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안 씨를 포토라인에 세운 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언론사들이 안 씨가 나오기를 기다리다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속영장 발부 무리 없어” 수사당국과 법조계에선 성별을 떠나 이번 구속영장 발부에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단순 몰카 사건으로 보기 어려운 것도 이유다. 피의자가 올린 사진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악성 댓글로 인한 2차 가해가 발생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서는 일부 누리꾼이 그림을 그려 피해자를 조롱했다. 하지만 논란은 남녀 간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1일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성별과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13일 오후 27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오프라인 시위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라는 이름의 카페 측은 19일 경찰 수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계획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비상식적 주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찰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를 공연음란죄로 처벌할 수 있는데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은 1만 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고 있다. 신진희 변호사(46·사법연수원 40기)는 “노출을 하기 전 상호 합의가 있었고 해당 강의실은 수강생 외엔 출입할 수 없기 때문에 공연음란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김은지 eunji@donga.com·황성호·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