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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요즘 차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세 번째 주제는 최근 시승한 독일차들입니다. 올 초에 저는 BMW의 320d와 메르세데스벤츠의 GLC를 타볼 수 있었는데요. 그동안 독일차 시승이 뜸했던 터라 오래간만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 시승이었습니다. 역시나 둘 다 좋은 차였는데요. 시승을 통해 이들 브랜드에 대한 막연한 생각과는 꽤나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강점과 이미지를 꾸준히 유지하되, 또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면서 스스로의 외연을 넓히려는 모습을 시승기에 곁들여서 한번 얘기해 해보겠습니다.휴일차담 두 번째 편, 독일에서 경험한 운전문화에 대한 글에도 많은 호응과 좋은 의견 남겨주신 독자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530/101282066/1)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523/101180543/1) ● 참 자연스러운 차, 7세대 320d7세대 뉴 320d 하얀색 모델을 300km 이상 시승한 뒤의 소감을 한 마디로 줄이면 ‘참 자연스러운 차’ 정도가 될 듯합니다. 시내 주행과 더불어 서울에서 평창을 다녀오는 고속도로에서 제법 고속으로도 달려보고, 그러다 급감속도 해보고 했는데, 거의 모든 순간에,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밟으면 확실하게 달려주고 제동하면 자연스럽게 서 주고.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게 뭔지를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가격이 5000만 원 중반(320d 럭셔리)인 320d는 사실 BMW에서는 ‘엔트리’로 봐야할 차입니다. 하지만 “한 번의 시승으로 브랜드를 좀 느낄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에 BMW코리아에서 어렵지 않게 추천한 차가 바로 지난해에 새로 출시된 뉴 320d이기도 합니다. BMW의 상징과도 같은 모델이라는 것입니다. 날렵하고 재빠른 3시리즈 차량이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BMW의 입장에서 어떤 위치인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동적 성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시승이었습니다. 이 자연스러움은 사실 이 차를 타다가 제 차, 싼타페(TM)로 돌아왔을 때 더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2년 가까이 탄 차임에도 320d를 타본 다음에, 제 차의 브레이크 답력이 초반에 많이 몰려 있다는 점을 새로운 사실처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살짝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가 울컥거리는 느낌이어서 그랬습니다. 시내 주행에서 느끼는 변속의 질감 역시 ‘내 차로는 따라갈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었구나’라는 걸 나중에 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물론 차량의 크기와 편의성 그리고 가격을 감안하면 당연한 차이일 수 있겠지요. (지금도 저는 제 차가 더 좋습니다. ^^) 그래도 BMW인데… 라고 생각하고 보면 내장재의 질감과 수동 트렁크 등이 아쉽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본연의 기본 성능을 느끼면서 왜 적지 않은 사람들이 BMW의 팬이 되는지를 느낄 수 있는 시승이었습니다.● 320d, BMW의 이미지 바꿔놓는 주행보조그리고 이 시승에서 꼭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입니다. 과격한 코너링 등등으로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하기도 부담스럽고 그럴 능력도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처지입니다. 이런 것보다는 요즘 활용성이 커지고 있는 ADAS를 늘 꼼꼼히 테스트 해보곤 하는데요. 320d를 타면서 가장 뜻밖이었던 부분이 바로 ADAS였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적절한 수준의 차선 유지는 이미 일반화된 상황입니다. 그리고 ‘진장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슬로건으로 앞세우는 BMW이니만큼 적당한 수준의 ADAS가 적용돼 있지 않을까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웬걸! 320d는 상당히 강력한 ADAS로 차를 통제했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한 ADAS를 켜면 도심의 저속 주행에서도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면서 주행했고 신호등에 걸려 멈춰 섰다가 앞차가 출발하면 알아서 차를 출발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ADAS는 사실 종종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요금소를 앞두고 차선이 갈라지거나 늘어나는 상황 등에서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차를 끌고 가는 상황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어느 브랜드 할 것 없이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320d 시승 중에서도 차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가 운전대를 잘 쥐고 있음에도 차가 상당히 강하게 운전대를 돌리려는 것을 느끼면서 ‘아, 정말이지, 강려크한 ADAS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운전의 즐거움’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ADAS사실 ADAS 기술은 어느 특정 회사의 전유물도 아니고 사실 거의 평준화되어 있는 기술이긴 합니다. 시스템 자체를 글로벌 부품사를 통해서 공급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강도 높게 적용할 지에는 각 브랜드의 철학이 반영됩니다. 예컨대, 안전을 중심으로 차를 홍보하는 볼보의 경우 운전자가 ADAS에 너무 의존하지 못하도록 세팅을 하는 식입니다. BMW 입장에서는 지난해 완전변경 출시된 3시리즈이기에 최신의 기술을 넣었다고 보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이런 ADAS를 비롯한 첨단 기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는 않는 모양새입니다. 주행 성능을 앞세운 ‘프리미엄 브랜드’가 이런 기능으로 승부할 이유는 없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운전자들이 ADAS에 너무 의존하면 안 된다는 딜레마 역시 적지 않은 브랜드가 ADAS 홍보에는 적극적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저는 BMW 7세대 3시리즈의 ADAS를 경험하면서 BMW도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잘 하는 것을 계속 잘 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면 거기에 적응하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BMW의 기본기를 잘 유지하되, 2020년 이후의 흐름을 감안한다면 적극적인 ADAS 적용은 사실 당연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디테일이 남다른 벤츠 GLC이런 측면에서 또 하나 얘기할 차가 최근에 시승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GLC 300 4MATIC’입니다. 지난해 다수의 AMG 차량을 경기 용인의 트랙에서 타본 이후 오래간만에 타본 벤츠였는데요. 소비자 가격 7000만 원가량의 이 미드사이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괜찮은 공간감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센터페시아에 3개의 송풍구를 배치한 실내 인테리어 역시 전통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습니다. 센터페시아와 운전대는 물론 내장 디자인 곳곳에 은색으로 금속 느낌을 주는 마감재를 활용한 것이 고급감에 큰 몫을 하는 듯 했습니다. 요즘 메르세데스벤츠가 SUV 모델들이 보여주는 좀 남성적이랄까, 강인하달까. 아무튼 그 특유의 외관을 사실 저는 좀 선호하지 않긴 하는데요. 구석구석에는 운전자를 편하게 해주는 장점이 많이 눈에 띄는 차였습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소개해 드린 칼럼식 변속 레버는 확실히 편리했습니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한 번 더 꾹 눌러서 작동시키는 방식의 ‘오토홀드’도 좋았습니다. 소소하지만, 주차할 때쯤 되면 오토홀드 버튼을 따로 눌러서 꺼야하는 불편을 덜어주는 것이지요. 정면을 바라보는 손과 발로, 운전과 관련된 대부분의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 조금 오버하자면 이래서 다들 벤츠, 벤츠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편안함의 상징 벤츠가 숨긴 ‘야성’무난한 SUV일 수도 있는 GLC를 시승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사실 ‘야성’입니다. ‘스포츠 모드’ 그리고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선택하는 순간 GLC는 제가 벤츠에 대해 갖고 있던 인상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4기통 엔진(직렬 4기통 M264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 최고 출력 258마력, 최대 토크 37.7kg·m)이 맞나 싶은 수준의 가속력과 배기음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뒷좌석 카시트에 앉은 아이가 “너무 빨라”라고 말을 하는데 정말 그럴 법한 가속력이었습니다. 내 차도 4기통인데 도대체 뭐가 이렇게 차이가 나나… 라는 물음에 대해 한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연비 신경 안 쓰고 엔진 세팅하면 출력이야 뽑을 수 있죠”라고 말을 해주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가족용 SUV 아닐까 싶은 차를 무슨 스포츠카처럼 뽑아놨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벤츠하면 편안함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을 고쳐야 하는 상황.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은 E클래스나 S클래스 세단이라면 여전히 특유의 편안함을 강조하지만 C는 물론 A클래스로 내려오면 얘기가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스포티한 주행감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등급에서는 거기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GLC에 대한 저의 인상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서는 “A클래스 세단까지 타본다면 더 발칙함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차들은 더 스포티하게 내놓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 역시 당연한 일입니다. 브랜드 고유의 특징을 잘 유지하되 등급과 모델에 따라서 적절한 고객층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모든 제품의 기본입니다. 요즘 차들은 버튼 하나로 손쉽게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니 그 모드에 따른 차이를 확실하게 만들면 평소엔 편안한 가족용, 주말엔 스포츠한 주행용과 같은 식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차를 쓸 수 있다는 점도 브랜드들이 잘 활용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예로 들자면 요즘의 벤츠는 메르세데스 뒤에 △벤츠 △AMG(고성능) △마이바흐(최고급차) △EQ(전기차)를 붙이면서 차별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도 합니다.● SUV 파는 슈퍼카 브랜드고정된 브랜드 이미지를 뛰어넘으려는 변신과 영역 확장은 눈을 조금 넓혀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멀리 가지 않고 현대자동차부터 볼까요. 현대차는 대중차 브랜드이지만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드는데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올해 출시한 제네시스의 첫 SUV GV80는 주변의 시선을 단번에 모으는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연속적인 저 RPM 주행시의 카본 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꾸준히 힘을 집중하면서 정면으로 상황을 돌파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602/101333802/1)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114/98368650/1)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N’ 라인을 통해 고성능차 영역에 도전하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일궈내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운영하는 드라이빙 아카데미에 여러 차례 다녀왔다는 수입차 업계의 한 자동차 매니아는 “벨로스터N을 타보면서 기존 현대차의 이미지가 깨질 정도로 화끈한 경험을 했다”는 얘기도 합니다. ‘가성비 좋은 차’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현대차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기 좋은 대중차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독일 폭스바겐은 어떨까요. 지난해 독일에서 시승해 본 신형 투아렉과 티록에서도 저는 작지만은 않은 변화를 느꼈습니다. 이제는 국내에도 출시된 신형 투아렉에 처음 앉았을 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2개의 대형 스크린이었습니다. 운전석 전면의 12.3인치 계기판과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15인치 중앙 터치스크린을 모두 디지털화하고 자연스럽게 이어붙인 ‘미래지향적 디자인’은 폭스바겐에 대한 ‘다소 낡은’ 저의 이미지를 한방에 무너뜨렸습니다. B 세그먼트 SUV인 티록에서는 곳곳에 마련한 USB 단자가 더 친절해지고 있는 폭스바겐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가 SUV 모델인 우루스로 돌풍을 일으키는 상황입니다. 주행 성능만 얘기하려면 더 작고 날렵한 세단에 집중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스포츠카’ 그 자체라 할만한 포르셰 역시 SUV인 카이엔의 히트로 큰 사업적 성공을 거뒀습니다. SUV가 대세인 시대에는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당연하고 또 옳은 전략인 셈입니다. 좋은 브랜드를 구축하고 거기에 좋은 이미지까지 얹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주 긴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도 아닌 듯 합니다. 지역마다, 사람마다 그리고 시기마다. 각기 다르고 또 끊임없이 달라지는 고객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면서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 모든 브랜드의 숙명인 듯 합니다. 고객들의 낙점을 받기 위해 세계의 자동차 회사들은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노조 활동하기가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는 것 같네요. 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나면 죄인이 된 것 같습니다.” 지난 3일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정일권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투자계획 철회로 쌍용차가 경영난에 빠진 가운데 정 위원장은 “사측이 정부에 2000억 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2300억 원가량을 마련하기로 했던 마힌드라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자금 투입을 400억 원으로 줄이자 이를 기안기금으로 채워 노사가 신차 개발에 함께 나서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비는 근로자들이 올해 연봉에서 1800만~2000만 원씩을 반납해 확보한 1240억 원, 서울 구로구 서비스센터 매각 대금 1800억 원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그동안 회사와 한 몸처럼 움직여온 노조가 큰 폭의 임금삭감과 복지혜택 축소 등으로 다양한 자구안 마련에 동참해 왔기 때문에 신차 개발을 위한 자금만큼은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했다. 쌍용차가 이처럼 최악의 경영상태에 놓였음에도 해고자를 복직시킨 데 대해 정 위원장은 “내부에서 우리도 힘든데 어떻게 받아 들이냐는 의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2009년 쌍용차 사태의 아픔을 치유하고 가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복직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간산업안정기금 2000억 원이 왜 필요한가? “쌍용차 노사는 미래 경쟁력 회복을 위해 5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2300억 원가량을 마련하기로 했던 마힌드라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자금 투입을 400억 원으로 줄이면서 사실상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나머지를 기안기금으로 충당해 신차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쌍용차의 경영난이 심각한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라는 우려도 있다. “운영자금, 인건비를 위해 요청하는 돈이 아니다. 그 돈이 투입되면 미래를 위한 신차를 개발하는데 문제없다. 차질 없이 신차를 개발하기 위해 2000억 원을 요청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출시한 신형 코란도도 흥행에 실패했다. 과연 신차는 경쟁력이 있을까? “지금 같은 어려움에 놓이기까지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고 본다. 대주주의 직접 투자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지 않았고, 가격 책정과 디자인에도 문제가 있었다. 과거 무쏘와 코란도를 기억하는 고객들이 많은데 쌍용차만의 매력을 가진 신차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 출시한 프로젝트명 ‘J100’은 정통 오프로드형 차량으로 개발 중이다. 보자마자 쌍용차 고유의 ‘지프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충분히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심각한 경영 위기 상황에서 노조도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지 않나? “노조는 이미 많은 것을 협조했다… 쌍용차는 11년 연속 무분규로 모범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했다. 올해 기본급에서 1800만~2000만 원씩 삭감한 임금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잔업과 특근을 못하면서 사실상 실질 임금 삭감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조합원의 95% 이상이 즉시 동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뭘 더 하라고 하면 결국 사람을 내보내라는 얘기 아니냐. 힘들어도 5000명 쌍용차 직원과 1500명 공장 내 비정규직 직원이 같이 어려움을 넘어서야 한다. 고용을 일단 지키면서 회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근로자들의 생각은 어떤가? “2009년 이전만 해도 쌍용차가 강성 노조였던 건 맞다. 하지만 쌍용차 사태를 겪으면서 ‘이런 노사 관계가 최선의 방책이 아니구나’하는 것을 많이들 느꼈다. 경영 위기와 고용 위기가 궤를 달리할 수 없다. 그걸 알게 된 것이다. 노사가 서로의 어려움을 받아 안으면서 고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큰 자동차 회사의 노조도 임금 인상보다 고용 유지에 초점을 두고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고자들은 모두 복직 시키면서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데 대한 비판도 있다. “사회적인 약속이기에 지켜야 한다고 봤다. 일자리를 나눠서라도 사회적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힘든데 어떻게 받아 들이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09년의 아픔을 치유하고 가야한다는데 조합원들도 결국 동의했다.” ―마힌드라그룹은 결국 떠나는 것인가? 새로운 투자처는 찾을 수 있나? “마힌드라그룹은 자기들은 떠나지 않겠다, 2대 주주로 남겠다, 최대 주주를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마힌드라가 직접 다른 투자처를 알아보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투자에 관심을 보인 곳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당장 나서겠다는 곳이 없어 현재로서는 확실히 얘기하기 어렵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가 3일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싼타페’의 내·외장 디자인을 공개했다. 기존 싼타페의 세련된 이미지를 이어받으면서도 혁신적인 디자인 변화로 더 고급스럽고 무게감 있는 중형 SUV로 탈바꿈했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전면부는 현대차의 디자인 정체성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가 적용된 일체형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특징이다. 상하 분리형 헤드램프가 수평의 넓은 그릴과 조화를 이루고 수직의 T자형 주간주행등(DRL)은 강인한 인상을 구현했다. 측면부는 전면에서 후면까지 이어지는 기존 싼타페의 날렵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늘어난 전장과 새롭게 바뀐 20인치 휠이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현대차는 이달 중에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디지털 언박싱’을 통해 더 뉴 싼타페를 출시할 계획이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한진그룹은 3일 조원태 회장이 함안수박 500여 통을 사비로 구매해 서울 강서구 호선실버센터 등 강서구 지역의 노인복지시설, 장애인시설, 보육원,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조원태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돕고 바깥 나들이가 어려운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수박을 기부했다고 한진그룹은 전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은 사회가치창출 활동의 일환으로 4월부터 함안수박 마케팅 기획 등을 지원하고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내수를 진작하려고 개별소비세(개소세)를 낮춘다면서 고가의 수입차가 더 큰 할인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인가요?” 정부가 7월부터 승용차 구매에 적용되는 개소세의 인하 폭을 70%에서 30%로 줄이기로 하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개소세 인하의 폭을 줄이는 대신 상한선을 없애면서 세금이 붙기 전 공장출고가 또는 수입가 기준 6700만 원 미만 차량은 혜택이 줄어드는 반면 고가 국산차와 일부 수입차 등은 혜택이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부터 승용차 구매 시 3.5%의 개소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차량 공장 출고가(수입가)에 붙는 개소세를 줄곧 5%로 유지하다 2018년 7월 19일부터 3.5%로, 올해 3월부터는 1.5%로 낮췄다. 그 대신 최대 인하 폭은 5%로 계산했을 때 개소세와 100만 원 차이 이내였다.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차량 가격을 낮추려는 조치였다. 이번에는 개소세를 다시 3.5%로 올리면서 최대 인하 폭 100만 원이라는 한도가 없어졌다. 그러자 가격이 비싼 차량은 개소세가 1.5%이던 때보다 3.5%일 때 가격이 더 싸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계산됐다. 자동차에는 모두 세 가지 세금이 붙는다. 개소세 외에도 개소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와 공장 출고가(수입가), 개소세, 교육세를 모두 합한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부가세)가 붙는다. 만일 공장출고가 3500만 원짜리 자동차를 산다면 이달까지는 약 3957만 원에 살 수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약 4025만 원에 사야 한다. 반면 공장출고가 6700만 원짜리 자동차는 7706만 원이던 소비자가가 7705만 원으로 낮아진다. 이보다 비싼 자동차는 혜택 폭이 더 커진다. 만일 수입 가격이 1억 원인 차의 경우 하반기에는 3∼6월보다 70만 원 이상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가가 1억5000만 원의 경우 180만 원가량, 2억 원인 경우 280만 원 이상이 더 싸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올해 들어서만 1만 대 이상 팔린 1억 원 이상의 고가 차량은 90% 이상이 수입차”라며 “중·저가의 국산차는 가격이 올라가고 고가의 수입차가 오히려 개소세 인하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내수 진작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GM 등이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차의 판매가 늘어야 부품업체를 비롯한 연관 산업이 수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의 판매 증가는 경제 파급효과가 미미하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의 제네시스 모델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산차가 하반기에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법을 고치지 않는 범위에서 시행령만으로 개소세 인하 혜택을 주려다 보니 부득이하게 상한선 규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거대한 고용을 수반하는 자동차 산업을 활용해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생산한 차의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김도형 dodo@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중국 시장 진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중국 공략에 나서는 첫 차종은 올해 초 국내에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사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연말을 목표로 중국에서 GV80의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세단 모델보다는 SUV의 경쟁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새로운 차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제원과 안전성, 연료소비효율, 배출가스 등을 해당국 정부로부터 인증받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중국 판매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인증 절차에 GV80을 가장 먼저 투입하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최근 수년 동안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가 꺼내들 수 있는 ‘회심의 카드’다. 최근 출시한 GV80과 G80이 해외 브랜드와 비교해서도 디자인과 상품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호평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시무식에서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네시스의 중국 및 유럽 진출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당초 유럽은 올해 확실히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GV80의 인증 일정을 감안하면 중국 진출 시점은 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 제네시스의 중국, 유럽 진출 시기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내수를 진작하려고 개별소비세(개소세)를 낮춘다면서 고가의 수입차가 더 큰 할인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인가요?” 정부가 7월부터 승용차 구매에 적용되는 개소세의 인하 폭을 70%에서 30%로 줄이기로 하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개소세 인하의 폭을 줄이는 대신 상한선을 없애면서 세금이 붙기 전 공장 출고가 또는 수입가 기준 6700만 원 미만 차량은 혜택이 줄어드는 반면 고가 국산차와 일부 수입차 등은 혜택이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부터 승용차 구매 시 3.5%의 개소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차량 공장 출고가(수입가)에 붙는 개소세를 줄곧 5%로 유지하다 2018년 7월19일부터 3.5%로, 올해 3월부터는 1.5%로 낮췄다. 대신 최대 인하 폭은 5%로 계산했을 때 개소세와 100만 원 차이 이내였다. 내수 진작을 위해 차량 가격을 낮추려는 조치였다. 이번에는 개소세를 다시 3.5%로 올리면서 최대 인하폭 100만 원이라는 한도가 없어졌다. 그러자 가격이 비싼 차량은 개소세 1.5%이던 때보다 3.5%일 때 가격이 더 싸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계산됐다. 자동차에는 모두 3가지 세금이 붙는다. 개소세 이외에도 개소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와 공장 출고가(수입가), 개소세, 교육세를 모두 합한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부가세)가 붙는다. 만일 공장출고가 3500만 원 짜리 자동차를 산다면 이달까지는 약 3957만 원에 살 수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약 4025만 원에 사야 한다. 반면 공장출고가 6700만 원짜리 자동차는 7706만 원이던 소비자가가 7705만 원으로 낮아진다. 이보다 비싼 자동차는 혜택 폭이 더 커진다. 만일 수입가격이 1억 원인 차가 있다면 하반기에는 3~6월보다 70만 원 이상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가 1억5000만 원의 경우 180만 원가량, 2억 원인 경우 280만 원 이상이 더 싸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올해 들어서만 1만 대 이상 팔린 1억 원 이상의 고가차량은 90% 이상이 수입차”라며 “중·저가의 국산차는 가격이 올라가고 고가의 수입차가 오히려 개소세 인하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내수 진작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GM 등이 국내에서 생산해서 판매하는 차의 판매가 늘어야 부품업체를 비롯한 연관 산업이 수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의 판매 증가는 경제 파급효과가 미미하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의 제네시스 모델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산차가 하반기에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법을 고치지 않는 범위에서 시행령만으로 개소세 인하혜택을 주려다보니 부득이하게 상한선 규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거대한 고용을 수반하는 자동차 산업을 활용해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생산한 차의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국 조선 3사가 23조 원이 넘는 카타르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프로젝트를 따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이 나란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주 가뭄 속에 쾌거를 기록하게 됐다.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1일(현지 시간) 한국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LNG선 관련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QP가 2027년까지 이들 조선 3사로부터 LNG선 건조 공간 상당 부분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규모는 700억 리얄(약 23조6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QP 및 각 업체는 업체별 할당된 수주량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LNG선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사업에선 정식 발주 전에 선박 건조를 위한 공간(슬롯)을 확보하는 계약을 먼저 맺는다. QP 측은 “LNG선 수주 역사상 최대 규모”라며 “2027년까지 LNG선 100척 이상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세계 LNG선 건조 가능 대수의 약 60%를 확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정식 수주 전 단계라 계약 조건, 선박 대수 등은 향후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대규모 사업에서 한국 조선산업이 이룬 쾌거”라고 평했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LNG 연간 생산량을 기존 7700만 t에서 2027년까지 1억2600만 t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LNG 생산량이 늘어나면 이를 운반할 대규모 운반선이 필요하다. 한편 이날 화상으로 열린 협약식에는 사드 알 카아비 카타르 에너지장관 겸 QP 대표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등이 참석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올해 산업재해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하고 3년간 3000억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1일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9개 계열사의 3년간 안전예산을 1조6400억 원으로 약 3000억 원 늘린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에는 3년간 16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안전시설부터 작업 절차, 조직, 교육에 이르기까지 안전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전문가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외부 안전전문가를 영입하고 안전인증기관·교수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혁신 자문위원단’도 확대, 개편한다. 또 근로자가 작업장에서 위험요소를 발견하면 즉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안전개선 요구권’을 전 작업자에게 부여하기로 했다. 협력사를 포함한 2만2000명의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교육프로그램도 연내 운영에 들어간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안전관리 종합대책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안전을 위해 회사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하므로 안전경영이 실현될 수 있도록 모두가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한국 조선 3사가 23조 원이 넘는 카타르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프로젝트를 따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이 나란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주 가뭄 속에 쾌거를 기록하게 됐다.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은 1일(현지시간) 한국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과 LNG선 관련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QP가 2027년까지 이들 조선 3사로부터 LNG선 건조 공간 상당 부분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규모는 700억 리얄(약 23조6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QP 및 각 업체 들은 업체별 할당된 수주량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LNG선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사업에선 정식 발주 전에 선박 건조를 위한 공간(슬롯)을 확보하는 계약을 먼저 맺는다. QP 측은 “LNG선 수주 역사상 최대 규모”라며 “2027년까지 LNG선 100척 이상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세계 LNG선 건조 가능 대수의 약 60%를 확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정식 수주 전 단계라 계약 조건, 선박 대수 등은 향후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대규모 사업에서 한국 조선산업이 이룬 쾌거”라고 평했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LNG 연간 생산량을 기존 7700만t에서 2027년까지 1억2천600만t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LNG 생산량이 늘어나면 이를 운반할 대규모 운반선이 필요하다. 그간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업체에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돼 왔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유가하락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4월 QP가 중국선박공업(CSSC)과 먼저 협약을 맺어 LNG선 수주전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수주 규모는 200억 위안(약 3조5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화상으로 열린 협약식에는 사드 알 카아비 카타르 에너지장관 겸 QP 대표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성근 대우조선 사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등이 참석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상 42층 높이에서 내려다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엔 굴착기 12대가 눈에 띄었다. 기존 건물을 다 허문 7만9300여 m²의 땅 둘레에 하얀색 울타리가 높게 쳐졌고 굴착기와 이동식 크레인, 불도저, 롤러차, 트럭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옥상의 헬리콥터 이착륙장에서 내려다본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의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이 2014년 9월 10조5500억 원을 들여 매입했지만 인허가 문제 등으로 5년 넘게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던 GBC가 지난달 11일 착공했다. 아직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영동대로 쪽으로 난 공사장 출입구에는 수시로 트럭이 들락거리며 공사가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2026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는 GBC는 지하 7층, 지상 105층, 높이 569m 규모의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건물을 자동차 관련 계열사의 업무용 건물로 쓸 계획이지만 단순한 업무용 빌딩에 그치지 않는다. GBC 자체만 해도 업무시설, 관광숙박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공연장, 집회장, 전시장), 관광 휴게시설, 판매시설이 어우러진 대규모 복합시설이다. 그뿐만 아니라 GBC 인근에는 현대차의 1조7400여억 원 공공기여를 통해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등 9개 사업이 함께 진행된다.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GBC를 중심에 둔 삼성역∼종합운동장 일대 개발을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건립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사업을 절반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1970년대부터 개발된 이른바 ‘강남’의 지형과 중심을 반세기 만에 획기적으로 바꿔 놓을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이른바 강남의 확장(擴張) 그리고 동진(東進)이다.○ 105층 마천루… 준공 후 20년간 253조 원 경제효과 현대차그룹은 2016년 GBC 개발계획과 디자인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상징적 미래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GBC는 한국 대표 글로벌 기업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계획이라는 점 자체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독일의 경우 폭스바겐그룹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본사나 본사 인근의 자동차 박물관을 홍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그룹의 서초구 양재동 사옥은 활용도가 떨어졌다. 좁고 접근성이 떨어져 관광객들이 찾아올 만한 자동차 관련 공간은 경기 고양시에 따로 마련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이 대신해왔다. 2016년 이후 조금씩 수정된 계획에 따르면 GBC는 그룹 통합사옥으로 사용될 105층 타워와 공연장, 전시시설, 컨벤션, 호텔·업무시설 등 5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105층 타워는 통합 사옥임에도 불구하고 최상층 2개 층에 전망대를 설치한다. 지붕과 옆면이 투명하게 처리돼 서울시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신차 출시 행사와 같은 이벤트를 개최하고 방문객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또 전시(8층), 전시·컨벤션(6층), 공연·판매(9층), 업무·호텔(35층)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GBC가 문화공간과 마이스(MICE) 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도시행정학회는 타당성 조사를 통해 GBC가 준공 후 20년 동안 113만7000명의 고용효과와 253조1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개발 과정에서도 7만9000명의 고용효과와 12조5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예상됐다. GBC는 서울시가 삼성역∼종합운동장 일대를 복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삼성역과 탄천, 그리고 탄천 너머 종합운동장 일대를 공공보행통로로 새로 구축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계획과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이다. 특히 복합환승센터는 수도권 철도망과 대중교통노선이 집중되는 ‘미래 서울의 교통 허브’로 꼽힌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 GTX-C노선, 도시철도(위례신사), 지하철 2·9호선 등 향후 수도권 철도망의 핵심이 될 다수 노선이 영동대로 지하를 통과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상 광장부터 지하 6층까지 쇼핑몰과 각 교통수단의 환승공간이 자리 잡을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GBC와 그 주변의 개발은 도심 속에 한강과 탄천이 관통하거나 인접한 대규모 업무지구가 조성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MICE 복합단지를 대규모로 만드는 게 가장 큰 목적이고 동반 사업 중에서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이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GBC의 활용도를 높여 컨벤션 참가자들이 행사만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확장되는 서울 동남권… 강남이 동진한다 이런 계획은 결국 강남의 동진이라는 의미로 수렴된다. 흔히 말하는 ‘강남’은 행정구역상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를 모두 포함한다. 일자리가 밀집된 업무지구로서의 강남은 기존 강남역을 중심으로 테헤란로 일대에 집중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테헤란로 동쪽 끝의 삼성역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질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아셈타워 옥상 헬리콥터 이착륙장에서 주변을 돌아보면서 쉽게 이해가 됐다. GBC는 영동대교에서 시작해 강남구 동쪽을 관통하면서 남북축을 형성하는 영동대로를 서쪽으로 접하고 있다. 그리고 영동대로와 수직 교차하면서 강남구 업무지구의 핵심 동서축으로 꼽히는 테헤란로를 끼고 있다. 이착륙장에서 GBC 서쪽을 바라보자 테헤란로에 접해 있는 950m 직선거리(GBC 기준)의 포스코센터(동관 지상 29층, 서관 지상 19층)와 2.7km 거리의 강남파이낸스센터(지상 45층) 그리고 3.5km 거리의 강남역에 밀집된 고층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바로 앞의 탄천과 건너편의 종합운동장, 3.5km 거리의 제2롯데월드타워(지상 123층)가 손에 잡힐 듯했다. 또 동남쪽으로는 대단지 거주지인 올림픽훼미리아파트와 헬리오시티가 눈에 띄었다. 이들 주거지 인근에는 수서역세권 개발사업과 위례신도시 사업이 아직 진행 중이다. GBC는 탄천만 건너면 송파구로 건너갈 수 있는 강남구의 동쪽 끝이면서 최근 동남쪽으로 확장되고 있는 서울의 길목이기도 한 셈이다. 바로 이런 자리에 GTX 노선이 교차하고 업무 지구와 MICE, 관광 등이 결합된 새로운 일자리 중심지가 조성되는 것은 기존 강남의 지형을 바꿔놓기에 충분하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삼성역은 강남역보다 입지 잠재력이 훨씬 뛰어난 곳”이라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와 도시철도, 버스 환승, 공항터미널 등이 결합되는 초연결공간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위력이 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40∼50년 전 강남을 처음 디자인할 때는 간선 폭에 따라 층수를 결정하는 방식의 도시 설계를 했다고 설명했다. 도로 폭으로 건축 용량을 결정했기 때문에 테헤란로 같은 큰 도로 주변에는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그 뒤쪽으로 빌라 등 주거지가 들어서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술과 모빌리티 혁명이 본격화될 향후 서울의 도심 개발은 빌딩의 집적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삼성역 인근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려면 덩어리가 큰 건물을 둬야 한다”면서 “기업과 인력에 다양한 서비스를 집중시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앞으로의 시대 상황과 맞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서울이 ‘강남의 확장’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의 전체적인 인구 구조 자체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동남권의 판교 신도시가 주목받았다”며 “하남 등 동쪽으로 확대되고 있는 수도권 주거지와 동남권에서의 도로 접근성이 더 편하다는 점 등을 봤을 때 삼성역의 성장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런 변화는 50년 전 ‘농사짓던 땅’에서 대한민국 부(富)의 상징으로 변모한 강남의 지형이 또 한번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층 빌딩이 늘어선 테헤란로 끝에서 잠실, 송파로 연결되는 GBC는 결국 기존의 강남을 동쪽으로 확장시키면서 강남을 반세기 만에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김도형 dodo@donga.com·홍석호 기자}

포스코는 지난달 29일 전남 광양시 배알도 수변공원 일대에서 광양시와 함께 해양환경 정화 활동(사진)을 펼쳤다고 31일 밝혔다. 포스코 클린오션봉사단 30여 명은 배알도 해수욕장 내항에서 플라스틱, 폐그물 등 수중 쓰레기 약 1t과 해적 생물인 불가사리 등을 건져 올렸다. 또 미래 먹거리인 수산자원 조성을 위해 감성돔 치어 10만 마리를 방류했다.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바다에 생명을 더하고 해양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켜가는 복원 활동에 힘을 보태며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 포스코가 되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용재 전남도의회 의장, 김성희 광양시의회 의장, 김맹철 광양시어민회장 등과 광양시어민회 등 지역주민들도 함께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소소하게 요즘 차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두 번째 주제는 독일에서 본 운전 문화입니다. 저는 지난해 가을에 세계 최고의 모터쇼라 할만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자동차 문화에서 우리보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 독일에서 여러 날 동안 직접 운전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 직접 느낀 것들을 한번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차를 좋아하는 운전자들이 한번 쯤 달려보고 싶은 ‘속도무제한’ 아우토반에서 왜 욕을 먹었는지까지, 찬찬히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기어봉’이란 주제로 관심을 모았던 을 보시려면 링크를 눌러보시면 됩니다.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0523/101180543/1변속기 조작 방식에 대해 각자의 경험과 선호, 의견을 댓글로 밝혀주신 많은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합류하는 차가 더 우선이다 독일에서의 운전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아우토반’입니다. 이 아우토반에서의 운전 그리고 운전자들의 영원한 떡밥, ‘추월차선 비우기’는 벌써 한번 기사로 쓴 적이 있습니다. 그 얘기는 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191208/98708037/1 여기에 더해서 오늘은 다른 것들을 얘기해 볼까 합니다. 독일에는 배울만한 운전 문화 혹은 습관이 꽤 여럿 있었습니다. 지난해 출장이 저에게는 두 번째 독일 여행이었는데요. 운전대를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해외에서의 운전 경험으로 보면 예전 미국에 이어서 두 번째였고요. 여러 명의 기자가 함께 갔던 터라 독일의 운전 문화에 대해서는 독일에서 여러 차례 운전을 해본 기자 선·후배님들에게 일종의 ‘해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오른쪽에서 합류하는 차선이 있을 때는 기존의 차선에서 주행하고 있는 제가, 합류 차선을 비워야 한다는 원칙이었습니다. 법적으로 얼마나 명확하게 규정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듣고, 잠시 생각해 본 다음에 이내 합리적이라고 느꼈고 나름대로 철저히 지키면서 운전을 했습니다. 사나흘 정도의 운전이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이 규칙을 잘 지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합류해서 들어갈 때 왼쪽 차선을 보긴 하지만 다른 차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빈 차선’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이치이기도 한데요. 합류하는 차는 아무래도 기존의 도로를 운행하는 차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합류하는 차가 타고 온 차선은, 새로운 차선이 되서 쭉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막혀버립니다. 한정된 거리 안에 반드시 합류를 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약자인 셈입니다. 반면에 합류하는 차가 들어와야 할 기존의 도로는 편도 1차선만 아니라면 일찌감치 가장 오른쪽 차선을 비워주는 것이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합류될 차선으로 주행하고 있다면, 실제 합류가 이뤄지기 전에 옆 차선으로 옮겨가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주행차는 편안하게 자신의 길을 주행하면서 멀리서부터 전면의 유리창을 통해 합류하려는 차를 볼 수 있는, 그래서 시각적으로도 훨씬 유리한 입장입니다. 반대로 합류하려는 차는 고개를 돌려서 혹은 사이드 미러를 통해서 합류 차선의 상황을 살펴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런 문화를 보면서, 저는 한국에서도 합류 차선이 있을 때는 가급적 합류하기 쉽도록 차선을 비워주자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독일과 이런저런 사정이 다른 우리나라의 특징이 있으니 이런 방식만을 고집할 수는 없겠지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합류차선으로 주행을 하더라도 적절하게 속력을 조절해서 합류하는 차들이 쉽게 끼어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은 아무튼 유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회전 신호가 보여주는 ‘보행자 보호’ 독일의 고속도로가 아닌 도심 운전에서 느낀 큰 차이점은 바로 ‘우회전’ 신호였습니다. 한국에서는 특이한 교통흐름을 보이는 특정 장소를 제외하고는 우회전은 따로 신호를 주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요. 독일에서는 우회전 신호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신호를 지키지 않고 막무가내로 우회전을 하면, 불법입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회전은 ‘차 대 사람’ 사고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보호 좌회전은 맞은편 차선의 차량, 그리고 왼쪽에서 직진하는 차량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만큼 주의를 기울이는 경우가 많고 더 멀리서부터 왼쪽의 횡단보도를 볼 수가 있어서 차 대 사람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습니다. 하지만 무심코 우회전을 할 때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사람과 예기치 못하게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우선은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시점이 우회전 직후라 그렇고 우회전을 자연스러운 권리처럼 여기는 운전 문화도 한 몫을 합니다. 도심에서의 ‘차 대 차 사고’는 사실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행자 사고는 시속 20~30km에서도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무심코 하는 우회전이 위험한 상황과 연결될 수도 있는 셈입니다. 독일에서 왜 우회전을 엄격하게 통제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실 ‘보행자 우선’이라는 원칙이 독일 만의 것은 아닙니다. 저의 또다른 해외 운전 경험이었던 미국에서 저에게 운전대를 맡겼던 친구는 제가 ‘건너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완전히 정차하기는커녕 속도를 별로 줄이지도 않고 횡단보도를 그냥 지나가는 것을 보더니 “운전 습관이 형편없다”고 혹평하기도 했었습니다. 보행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식만큼은 한국보다 훨씬 강한 나라가 많은 셈입니다. 독일에서의 경험 이후에 저는 우회전에 많이 주의합니다.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으면 가급적 멈춰서 기다립니다. 멈칫멈칫 차를 쳐다보던 보행자들이 제 차가 확실히 멈춰선 걸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고맙다는 표시로 손을 살짝 들어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디라 할 것 없이 늘 정체가 심한 서울의 교통 상황은 마음을 바쁘게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운전자가 보행자보다 우선이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저 역시 보행자가 되는 건 마찬가지이지요. 양보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앞서는 것은 역시 안전입니다. 독일에서 본 수많은 우회전 신호는, 설혹 내가 바빠서 보행자보다 먼저 가더라도 성인 보행자는 물론 눈에 잘 안 띌 수 있는 어린이 보행자, 그리고 휙휙 등장할 수 있는 자전거를 탄 사람을(물론 자전거를 운행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도 옳지 않은 행동입니다만…) 늘 염두에 두고 운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켜 줍니다.● 잘못된 행동은 ‘단죄’하는 운전자들 조금 부끄러운 일도 있었습니다. 아우토반에서 ‘손가락 욕’을 먹은 바로 그 일인데요. 2인 1조로 시승을 하면서 독일의 고속도로에서 바로 옆을 달리는 신기한 ‘클래식 카’를 찍으려는 다소 위험한 시도를 운전자가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 고속은 아니었고 카메라를 들지 않은 손으로는 확실하게 운전대를 통제하면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보조까지 받으며 나름대로는 안전을 확보하고 한 행동이라고는 하지만… 오른쪽 차선을 지나면서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 트럭 운전자에게 충격적인 ‘손가락 욕’을 먹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욕은 조수석에 있었던 저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네, 맞습니다. 잘못된 행동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아니, 손가락 욕 할 수도 있는데 진짜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욕을 날렸느냐? 당신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고 궁금해서 물어 본다”라고 말해보려고 쫓아가면 큰일이 날뿐더러 말도 안 통하니까. 질문을 던져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운전대를 잡는 순간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들이 있다고 믿고 있고, 그 원칙을 잘 모르거나 혹은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행위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그런 느낌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운전해야 한다는 말과 글보다, 그냥 그 한번의 ‘손가락 욕’을 보면서 운전대를 잡는 일의 ‘책임감’을 느낀 듯도 합니다. 요즘은 일반 승용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정도만 해도 무게가 2톤에 육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중량물에 연료 좀 넣고 오른발에 살짝 힘주는 것만으로 시속 100km 이상으로 쉽게 가속할 수 있는 행위가 바로 운전입니다. 어쩌면 운전은,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경험하는, ‘가장 위험한 일’ 중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성인이 돼 운전면허를 따는 일을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긴다고 합니다. 한국처럼 ‘간소화’해서 쉽게 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여러 달에 걸쳐서 고속도로 주행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절차를 단계단계 밟으며 운전면허를 따게 된다는 것인데요. 독일에 사는 사람들은 성인이 되었기에 차를 몰 수 있는 것이고 성인이기에 그만큼 더 책임감 있는 운전법을 익혀야 비로소 도로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하기에, ‘기초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아 다른 운전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에게 강하게 비난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포뮬러원(F1) 레이서처럼 운전을 잘 해도, 순전히 다른 운전자가 저지른 잘못으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도로 위입니다.● ‘독일차’ 보다 부러운 운전문화 저는 이런 운전 경험 이후에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직접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규모며 상징성이며, 듣던 대로 최고의 모터쇼라고 할만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전동화에 소극적이어 보이던 독일도 마침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열겠다는 것을 알리는 듯한 자리였는데요. 실제로, 폭스바겐은 가격을 크게 낮춘 순수전기차 ‘ID 3’를 이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했습니다. 독일. 자동차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최고로 여겨지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전기차 시대에도 독일이 반드시 최고의 지위에 있으리라고 믿을 필요는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미 테슬라가 전기차의 상징처럼 자리를 잡았고 내연기관차 시장과는 전혀 다른 구도의 시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순수 전기차 ‘코나EV’만 해도 세계 곳곳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모터쇼 현장에서는 현대차의 수소연료전기차 ‘넥쏘’가 실제로 운행됐습니다. 현장을 찾았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당당하게 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수소’, ‘연료전지’ 같은 문구를 써 붙인 차들을 모터쇼에서 운행했지만 아직 양산 모델은 없는 형편입니다. 여전히 독일은 누구도 토 달기 힘든 자동차 선진국이지만, 전기차·수소차 시대가 열린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모터쇼였습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독일에서 경험한 그들의 ‘슬기로운 운전습관’만큼은 우리가 따라가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자동차가 그 자체의 결함으로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거의 대부분의 사고는 사람이 일으킵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사고의 확률을 낮출 수 있고 또 서로 얼굴 붉히지 않으면서 더 편안하고 즐겁게 운전할 수 있는 운전문화를 만드는 일. 그리고 운전자 개개인이 이를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일만큼 소중한 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언제나 안전 운전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제가 독일에서 배운 ‘합류하는 차를 위한 배려’와 ‘보행자 최우선주의’ 등도 한번쯤은 되새겨보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 링크된 기존 기사의 ‘추월차선 비우기’도 마찬가지입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사모펀드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이 3월에 열린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주총을 앞둔 시점에 의결권 인정 논란이 있었던 각종 지분에 대해 제대로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은 3월 27일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26일 제기했다. 이는 3월 24일 3자 연합이 주총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낸 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된 데 따른 본안 소송이다. 당시 법원은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대한항공사우회가 보유한 3.7% 지분의 의결권은 인정하고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 3.2%의 의결권은 제한하는 내용의 가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김도형 dodo@donga.com·변종국 기자}

GS칼텍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활동과 협력사 상생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GS칼텍스는 코로나19로 헌혈이 급감해 중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올 2월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헌혈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 지역사회 방역봉사에도 앞장서면서 여수공장 임직원들이 인근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분무소독을 실시했다. 앞으로도 GS칼텍스 여수공장 인근 마을의 32개 경로당과 마을회관 중심으로 주 1회 이상 지속적인 방역을 이어갈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인재개발원이 위치하고 있는 경기 가평군의 소외계층에는 생활용품 키트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 GS칼텍스 임원진은 자발적으로 코로나19 예방과 피해 복구를 위해 2억 원의 성금을 모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 협력사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협력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자금 지원, 기술개발 지원, 교육 및 훈련 등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GS칼텍스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공정성과 안정성, 실효성을 기본 원칙으로 세워 놓고 있다. 이런 원칙 아래 GS칼텍스는 거래하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매대금의 경우 100% 현금결제 및 세금계산서 수취 후 7일 이내에 지급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동반성장 협약 체결 협력사를 대상으로 금융권과 공동으로 2000억 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우대금리 대출도 지원하고 있다. 이 제도로 지난해 말까지 90여 개의 협력사에 우대 혜택을 제공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를 상생경영을 앞세워 극복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부품협력사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1조 원대의 자금을 긴급 투입해 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줬다.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서는 원활한 국내 부품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3월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서비스 협력사를 위해 총 22억 원 규모의 가맹금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생활치료센터 지원도 코로나19 극복에 큰 힘이 되고 있다. 3월 초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자 현대차그룹은 경북 지역의 연수원 두 곳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경주인재개발연수원과 글로벌상생협력센터 2곳은 올해 초 완공된 신축 건물이지만 코로나19 경증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먼저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경기 지역 경증환자들을 위해 경기 용인시 소재 기아차 오산교육센터를 추가로 지원하고 해외 입국자(무증상자) 임시 생활시설 용도로 현대차 파주인재개발센터도 제공했다. 이들 생활치료센터는 병상 부족으로 입원 대기 중이었던 경증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당시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세를 잠재우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월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예방과 피해 복구를 위해 50억 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의 ‘3자 연합’이 지난 3월에 열린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주총을 앞둔 시점에 의결권 인정 논란이 있었던 각종 지분에 대해 제대로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사실상의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은 3월 27일에 열렸던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결의 취소를 내용으로 하는 본안소송을 26일 제기했다.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대한항공사우회가 보유한 3.7% 지분은 의결권이 제한돼야 하고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 3.2%의 의결권이 주총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3자 연합 측의 주장이다. 앞서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 측은 주총을 약 2주 앞둔 시점부터 상대방의 일부 지분에 문제가 있다며 의결권 제한 소송전을 벌였다. 3자연합은 대한항공의 자가보험 및 사우회가 보유한 지분 3.7%가 조 회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지분이지만 조회장은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며 위법성을 문제 삼았다. 반면, 조 회장 측은 반도건설이 경영 참여 목적의 지분 보유임에도 불구하고 단순 투자로 공시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반도건설 지분 3.2%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의 지분 3.7%는 의결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 2가지 가처분 결정으로 치열했던 양측의 지분 싸움은 조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3자 연합이 소송을 제기한 건 주총을 약 2주 앞두고 긴박하게 가처분 소송을 준비하면서 제대로 된 입증과 심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본안 소송에서 의결권 인정 여부 등에 대해 제대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3자 연합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한항공의 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소를 제기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도 “경영권만 방어할 목적이었던 주총이 문제가 있고 주총 2개월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하기에 기한 만료를 앞두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안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한항공 위기 극복을 위한 한진그룹의 제안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자 연합 측은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기존의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필요한 3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면서 자산매각 등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IB) 업계 등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 측은 최근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소송은 3자 연합 전체의 한진칼 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그레이스홀딩스의 김남규 대표가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일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 대표는 사법시험 44회 출신으로 삼성전자 법무실 등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으며 3자연합의 전략을 총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CGI 소속의 유한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공동보유 약정을 통해 조현아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의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함께 행사할 권리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은 지난 1월 말부터 주식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30%대의 주식 보유를 신고하기 시작해 42.74% 공시 후 현재까지 45% 가까운 지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올해 생산 목표를 낮춰 잡은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3고로의 재가동을 늦추기로 했다. 27일 포스코에 따르면 올 2월 개보수를 시작한 광양제철소 3고로는 당초 28일 재가동할 계획이었지만 최근의 철강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연기했다. 4000억 원을 들여 개보수한 광양 3고로는 내부 용적 5500m³의 초대형 고로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는 일단 불을 집어넣고(화입) 가동에 들어가면 쉽사리 가동을 멈출 수 없고 쇳물 생산량도 큰 폭으로 조절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전방산업의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화입을 서두르지 않는 방식을 통해 쇳물 생산량을 유연하게 관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화입을 위한 마무리 공사를 진행 중이며 시장 상황을 보고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포스코는 지난달에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조강 생산 목표를 당초 3670만 t에서 3410만 t으로 낮췄다고 밝힌 바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친환경 제설제를 생산하는 ‘스타스테크’는 지난해까지 소량의 샘플 외에는 해외 수출 실적이 없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열린 KOTRA의 소비재 수출대전에 참가해 유럽의 한 바이어로부터 계약을 따낼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바이어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원산지 신고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관련 신고서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서류가 너무 많은 데다 절차도 복잡해 이제 갓 수출을 해보려는 스타트업으로서는 감당하기가 벅찼다. 스타스테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KOTRA의 문을 두드렸다가 큰 도움을 받았다. 제설제 한 품목만 취급하는 회사여서 좀 더 간소한 절차로 대신할 수 있음을 알게 됐고 수출 품목에 대한 정확한 안내를 받아 관세율 인하 추가 혜택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품 개발 인력이 대부분인 스타트업은 수출 업무 같은 복잡한 일을 처리해줄 인력이 부족해 수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FTA해외활용지원센터를 통해 직접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미국, 중국, 인도, EU, 아세안(ASEAN) 등 세계 56개국(16건)과 FTA 협정을 맺고 있다. 협정국에 수출할 때 무관세 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관세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스타스테크의 사례처럼 FTA 혜택을 보려면 복잡한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가 2015년부터 세계 곳곳에 FTA해외활용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는 이유다. KOTRA는 현재 중국 7곳과 베트남 2곳, 인도 2곳을 비롯해 7개국에 15개 센터를 마련해 지난해에만 3600건 이상의 컨설팅 실적을 올렸다. FTA해외활용지원센터는 지난해 76회의 설명회와 세미나, 112회의 이동 상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해 FTA 관련 설명회와 세미나에는 4200명 이상의 현지 진출 기업인과 해외 바이어가 참석했다. KOTRA에 따르면 FTA해외활용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분야는 다양하다. 지난해의 경우 관세율(46.2%)과 FTA 활용 절차(24.0%), 원산지 증명(11.4%), FTA 일반 정보(8.2%), 세관 및 세제(3.1%), 통관(0.9%) 등의 순으로 컨설팅이 이뤄졌다. 손수득 KOTRA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중소·중견기업들이 FTA를 활용하려 할 때 겪게 되는 갖가지 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바로 FTA해외활용지원센터”라고 설명했다. 유아용 가전기기를 판매하는 A사의 경우 원산지 입증이 문제가 됐다. A사와 거래하려는 태국의 바이어가 한-아세안 FTA 원산지증명서를 요구한 것이다. 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해당 품목을 한국 내에서 일정 비율 생산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칫 원가구조가 노출될 수 있었다. A사는 KOTRA 자문 관세사의 도움을 받아 제조원가 노출 없이 원산지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됐다.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부식제 첨가제를 중국에 수출하던 B사는 지난해 해당 첨가제의 의약품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수출이 끊길 뻔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무역 규제를 들이미는 것은 비일비재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이런 비관세 장벽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B사는 광저우 FTA해외활용지원센터를 찾았고 해당 첨가제에서 흥분제로 분류되는 성분이 검출되지 않으면 의약품 허가 대상이 아님을 알게 됐다. 중국어로 된 복잡한 규제를 일일이 검토하기 힘든 B사는 그 덕분에 수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권평오 KOTRA 사장은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는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한국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이어서 적극적인 FTA 활용이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트는 단비가 될 수도 있다”며 “FTA해외활용지원센터가 기업 입장을 고려한 서비스를 보다 강화하고 더욱 많은 성공 사례를 써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KOTRA가 27일 충북 청주시에서 ‘2020 포스트 코로나 대응 충북지역 기업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에서 KOTRA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디지털무역 등 비대면 수출마케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화상상담 경험이 풍부하고 글로벌 전자상거래 이력이 있는 충북지역 기업 10개사가 참가했다. 방역을 위해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면서 회의가 진행됐다. KOTRA는 지난해부터 충북 등 전국에서 화상상담을 비롯해 해외 온라인 유통망 입점·판촉 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 아마존(Amazon), 큐텐(Qoo10), 쇼피(Shopee) 등 해외 주요 유통망과 협업해 500개사 이상 입점을 목표로 판촉을 지원하고 있다. 간담회 참석한 한 기업은 “화상상담 후 진행되는 샘플발송 비용을 지원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고 의견을 냈다. KOTRA는 “화상상담 등 비대면 수출마케팅 사업에서 실적을 낸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 건의를 통해 긴급 바우처를 발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해외 온라인 유통망 입점·판촉 사업에 대한 현장 의견도 수렴했다. 간담회에서 나온 목소리를 바탕으로 온라인몰에 이미 입점한 기업의 단기 판촉전 등을 검토하고 있다. 권평오 KOTRA 사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화상상담, 전자상거래, 온라인전시 등 디지털 무역이 뉴노멀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현장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