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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 때의 상황을 언급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을 만나 “매우 행복해했다”고 12일(현지 시간)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개최에 앞서 미국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부 위스콘신주 밀워키로 떠나기 전 취재진에게 김 위원장을 언급하며 “핵실험을 하던 사람은 더 이상 없다. 그 대신 나를 만나 행복해하던 사람만 있다”며 “그는 많이 웃지 않는 사람이지만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고 했다. 이어 “나의 취임 전 그는 핵실험을 하고 산을 폭파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며 북한이 전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때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의미 있는 조치를 내놓으라는 우회적 압박이란 분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 보장이 갖춰지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 우리가 올바르고 충분하며 완전하게(right, fully and completely)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역사적 업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와 미국에 대한 북핵 위험을 줄이기를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것은 진정 주시할 만한 사건이었다”고 판문점 회동을 치하하며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체제 보장을 해 줄 수 있다는 전향적 태도를 나타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지구촌이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등은 지난달부터 유례없는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이탈리아 동부 페스카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는 한여름에 오렌지만 한 우박이 내렸다. 37도의 폭염이 이어지던 그리스는 11일(현지 시간) 갑자기 불어온 돌풍과 폭우로 7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을 입었다. 올 4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는 이례적 추위와 폭우가 휘몰아쳤다. 이런 기후변화가 세계 양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부국(富國)은 자연재해 등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위협을 경제력을 이용해 벗어날 수 있다. 반면 방파제, 배수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한 가난한 나라는 같은 자연재해를 겪어도 그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 심지어 같은 나라 안에서도 부자와 빈자의 대응 능력이 판이하게 다르다. 특히 현 기상 이변의 주요 원인이 수십 년간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란 점에서 기후변화 불평등을 속히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후변화가 세계 양극화 주범?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노아 디펜바, 마셜 버크 미 스탠퍼드대 교수의 연구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1961년부터 2010년까지 50년간 전 세계 양극화 및 경제적 불평등을 대폭 증가시켰다. 이 기간에 세계 주요 빈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7∼30% 정도 감소했다. 2017년 기준 1인당 GDP가 2898달러(약 340만 원)에 불과한 아프리카 수단은 1961년에서 2010년 사이에 1인당 GDP가 3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도의 1인당 GDP도 31% 줄었다. 반면 북해 유전을 보유한 부자 산유국 노르웨이는 1인당 GDP가 34% 증가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인명 피해 양극화도 극심하다. 이란은 올해 3월 중순부터 2주간 발생한 폭우로 전체 국민 8000만 명의 8분의 1에 달하는 1000만 명이 사망 및 부상, 거주지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인도에서는 50도가 넘는 폭염으로 100명 이상의 열사병 사망자가 발생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폭염을 겪은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적었다. 이번 폭염으로 인한 유럽 전체 사망자는 아직 100명을 넘지 않았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선진국은 기후변화에 대비해 풍력, 태양열 등 에너지원을 다양화했다. 무엇보다 부자 나라에는 병원, 의료보험, 긴급구호 등 사회 서비스도 잘 갖춰져 있다. 자연재해에 대비한 방파제, 배수시설, 각종 대피소 등도 풍부하다. 반면 가난한 나라에서는 이런 사회 인프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필립 올스턴 유엔 인권특별보호관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비양심적인 공격”이라며 기후변화가 부자와 빈민에게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상당수 개발도상국의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10년 안에 1억2000만 명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나라 안에서도 불평등 심화 기후변화로 인한 양극화는 국가 대 국가뿐 아니라 한 국가 안에서도 뚜렷하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 최대 도시 뉴욕을 덮쳤을 때 뉴욕 저소득층은 의료 서비스 및 전력 공급 없이 며칠간 방치됐다. 하지만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미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본사는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건물 안에 침수를 막기 위한 수천 개의 모래주머니와 자가발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 8월 미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평가받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도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전체 사망자 1833명 중 54.5%인 1000명이 뉴올리언스 서부의 흑인 밀집지역 로어나인스워드에서 숨졌다. 뉴올리언스 주거지의 80%는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에 있다. 안전하고 높은 곳에 있는 땅이 부족하다 보니 집값이 비싼 고지대에는 백인 고소득층이, 로어나인스워드 같은 저지대에는 흑인 저소득층이 많았다. 당시 저지대 흑인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카트리나를 겪었고, 약 한 달 뒤 또 다른 허리케인 ‘리타’까지 엄습했다. 인명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NYT는 2일 인도 뭄바이 지역에 내린 폭우로 3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중 21명은 슬럼가에 거주하던 빈민들이었다. 이들은 슬럼가에 위치한 흙벽이 무너지면서 사망했다. NYT는 몬순 때마다 2000만 명의 뭄바이 인구 중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거주하는 슬럼가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폭우로 인해 빈약한 건축물이 더 약해지기 때문이다. 유엔은 2017년 발간된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에서 도시 빈민을 비롯한 저소득층은 집, 가축 등 재산을 한 가지 형태로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재난의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책임은 선진국 vs 피해는 개도국 현재 기상 이변을 불러온 지구온난화의 책임은 선진국에 있다. 이들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200여 년 전부터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왔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직격탄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지 불과 50여 년도 되지 않은 제3세계 개도국이 받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개도국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10년간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도국들이 1680억 달러의 추가 부채를 부담할 것으로 예측했다.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피지 아이티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 20개국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미 각각 40억∼60억 달러의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기온 변화 등 기후변화를 직접 겪는 쪽도 개도국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및 프랑스, 영국 출신 과학자들이 지난해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적도 지역 개도국들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적으면서 기후변화를 가장 많이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기온 급등에 따라 토양 내 수분이 쉽게 증발해 가뭄이 자주 찾아온다. 주로 농사와 목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 지역 주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연구는 남미 아마존 지역은 열대우림이 건조해져 나무들이 고사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온난화 방지 위한 국제협약은 제자리 그럼에도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은 벌써 5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다. 로마클럽에 제출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가 지구온난화를 처음 경고한 게 1972년이다. 이후 선진국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규모를 명시한 교토의정서가 1997년 채택돼 2002년 발효됐다. 2015년에는 2020년 효력이 끝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해 세계 197개국 정상들이 모여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을 체결했다. 파리협약은 개도국에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한 최초의 협약이다. 이 협약의 목적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협약 가입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전망치 대비 37%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2위 국가인 미국은 “파리협정이 미국에 불공평하며 미국민들에게 손해를 준다”며 2017년 파리협약을 탈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심지어 기후변화가 ‘중국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포린폴리시(FP)는 “미국이 파리협정을 탈퇴함으로써 중국과 인도 같은 다른 주요 오염 배출국들에 선례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25억 t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분간 미국은 온실가스를 감축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파리기후협약의 공동 이행’이라는 문구가 미국의 반대로 빠졌다. 10일 로드 슈노버 미 국무부 정보분석관은 하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하려던 자신의 서면 증언을 백악관이 차단했다며 항의의 뜻으로 사임했다고 WP와 AP통신 등 다수의 외신이 전했다. 그가 제출하려던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내용이었다. 슈노버가 작성한 서면 증언은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와 법률고문 등에 의해 대폭 삭제됐다. 미국도 온실가스의 위험성을 모르는 게 아니다. 미 국방부도 2014년 기후변화가 국가 안보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지지 기반은 러스트 벨트의 철강 석탄 등 제조업 노동자들과 관련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당장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임시방편으로 피해를 줄이는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경자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자료가 충분히 축적돼 있는 선진국들이 개도국에 자료를 제공하고 대응 필요성과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며 “개도국이 실질적으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원조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조유라 jyr0101@donga.com·이윤태 기자}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 의회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공화)은 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화웨이를 통해 세계 각국에 ‘스파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사이버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우리는 화웨이가 우리는 물론 동맹국들의 5세대(5G) 네트워크 구축에 참여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블랙번 의원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화웨이 제재 완화 기류에 대한 미 정치권의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 방침을 시사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이 “무역협상과 화웨이 제재는 별개”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미 의회는 여전히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공화)은 최근 “화웨이가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보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초당적으로 큰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서 제외하면 이를 다시 등재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바꿀 우리의 능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며 화웨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 조치를 두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에 성공할 경우 북한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7일(현지 시간) ‘트럼프가 패배한다면 외교정책에 거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많은 이슈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이뤄질 거라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변화가 예상되는 외교정책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흔치 않은 친밀한 관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따뜻한 말, 동맹들과의 적대적 관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게 새 대통령의 임기 첫날부터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의 대북정책은민주당이 집권하면 급격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대결에서 10%포인트의 큰 격차로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 위원장)에게 원하는 모든 것, 합법성을 줬다”고 비판하며 당선된다면 대북정책 등 외교정책 전반에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악시오스는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유럽이나 캐나다, 멕시코를 조기에 방문해 “미국은 동맹 편에 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도 민주당 주자들 사이에 오바마 시대의 핵합의에 다시 가입할 것인지 연장 협상을 우선할 것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다만 군사력 사용과 무역 합의 여부 등 미국의 외교정책사에서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논쟁들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버락 오바마 시대의 외교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말하지만 또 다른 민주당 유력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방위비 지출 삼각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악시오스는 “동맹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많은 나라들이 트럼프의 패배를 기다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란은 미 대선이 있는 2020년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을 견딜 수 있다고 믿으며 버티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예외적인 케이스이었길 바라면서도 재선에 대비해 자치와 집단안보에 대한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인’한 국가들은 그가 선거에서 질 경우 몹시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미국과 이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아직 군사 충돌로는 번지지 않았지만 최근 거의 매일 양국 지도자가 ‘막말 대결’을 펼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다. 국제 사회의 자제 요청에도 ‘정신 장애’ ‘말살’ 등을 주고받는 두 나라의 갈등 상황을 보면 언제 군사 대결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경을 맞댄 것도, 수천 년의 역사적 연원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두 나라는 서로를 극도로 적대시하고 있다. ○ 1979년 인질 사건으로 트라우마 시작 미국의 뿌리 깊은 반(反)이란 정서는 1979년 11월 4일 시작됐다. 이때부터 1981년 1월까지 444일간 이란 혁명세력이 미 외교관과 국민 52명을 억류했다. 이른바 ‘이란 인질 사태(Iran Hostage Crisis)’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그 어떤 단체도 다수의 미국인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억류하진 못했다. 세계 최강대국의 자존심은 이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다. 당시 이란 국민은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 전 이란을 통치했던 팔레비 왕조를 지원하는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컸다. 하지만 지미 카터 당시 미 행정부는 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의 미 입국을 허가했을 뿐 아니라 이란의 신병 인도 요구도 거부했다. 결국 팔레비 왕의 인도를 요구하던 과격파 학생 시위대가 시위 도중 수도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으로 난입했다. 4년 후 이란은 또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1983년 레바논의 친이란 성향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수도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사령부 건물을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미군 241명이 숨졌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인질 사태에 대한 초기 진화 실패 등으로 단임에 그쳤다. 후임자가 바로 ‘강한 미국’을 외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레이건 집권 8년, ‘아버지’ 조지 부시 집권 4년 등 카터 이후 12년간 미 정치권의 보수화 움직임도 가속화했다. 이 성향을 이어받은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2002년 1월 연두교서에서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으로 표현했다. 나머지 두 나라와 달리 당시 이란은 부시 정권과 직접적이고 표면적으로 갈등을 빚은 문제가 없었다. 전년도 9·11테러 때에도 가장 먼저 위로성명을 발표했다. 많은 이들이 “이란이 북한, 이라크와 묶여 의외”라고 했지만 부시 정권은 단호했다. 이를 두고 한 중동 외교 소식통은 “1979년과 1983년 사태로 미국에는 이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뼛속까지 깊게 박혔다. 그 어떤 나라도 미국의 자존심에 이렇게 연이어 상처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갈등의 기폭제는 지난해 5월 미국의 일방적인 서구 5개국-이란 핵합의 탈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핵합의가 지나치게 이란 편향적이라며 프랑스, 독일 등 동맹과 상의 없이 이를 탈퇴했다. 이란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미국은 이란산 원유 및 광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이란 정규군 조직인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며, 중동에 추가 파병과 전폭기 및 항공모함 배치 등을 단행하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도 20일 미 무인기를 격추하며 맞서고 있다.○ 이란의 중동 영향력 확대 우려 현재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가장 날을 세우는 대목은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Regional Activity)’이다. 과거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의 세가 컸다. 미국도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등 역시 수니파 국가에 기지를 두고 미군을 주둔시켰다. 하지만 ‘시아파 맹주’ 이란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축출된 뒤 수렁에 빠진 이라크, 이슬람국가(IS)의 준동과 난민 사태로 폐허가 된 시리아, 내전 상태인 예멘 등으로 급속히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란이 ‘시아파 맹주’가 아닌 ‘중동 전체의 맹주’로 발돋움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의 대중동 전략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이란은 1980년부터 8년간 전쟁을 벌였던 ‘적국’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해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했다. 이들은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IS 퇴출에 나섰다. 이란은 이라크 시아파 정치인 및 종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도 막대한 돈을 뿌리고 있다. 이미 이라크 내 정치인과 종교인 중 상당수가 ‘친이란파’로 분류된다. 이란은 2015년부터 이어진 예멘 내전에서도 시아파 반군 후티를 지원하며 사우디 주도의 아랍 연합군 및 예멘 정부군과 대결 중이다.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자금줄이 이란 정부라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아파 인구가 많고 정세가 불안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즉 ‘시아 초승달 지대’의 국가에 대한 지원은 혁명수비대가 담당한다. 단순한 자금 및 무기 지원을 넘어 이들 나라의 외교를 혁명수비대가 대리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이란이 주변국에 파병하거나 이들 나라의 민병대를 훈련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혁명수비대가 맡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해당국의 군사 및 외교안보 정책에 깊숙하게 관여한다는 뜻이다. 632년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사망한 후 약 1400년간 이어진 시아파 대 수니파의 대립은 단순한 종교 갈등 수준을 넘어선다. 강력한 신정일치 및 공화국 형태의 이란과 세속분리 및 왕정을 택한 걸프만 수니파 국가는 서로가 서로의 체제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아직도 전제군주들이 통치하는 걸프만의 수니파 왕실은 종교 지도자에게 최고 권력을 부여하고, 직접 선거로 국민 대리인을 선출하는 이란에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국이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 때보다 이란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배경에는 이런 수니파 아랍 동맹국들의 강력한 협력 움직임도 있었다. 사우디, UAE 등이 미국의 주요 무기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메흐란 캄라바 미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교수(외교학)는 “혁명수비대가 시리아, 이라크 등의 외교 업무를 관장한다는 사실은 주변국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선 이를 이란 핵 못지않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한국이스라엘학회장)은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확장 프로젝트는 이미 정교한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미국으로선 아직 결과물(완전한 핵무기)이 완성되지 않은 이란 핵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이란 핵도 여전히 골치 이란은 북한과 달리 완성된 핵무기는 없다. 하지만 전반적인 핵 관련 시설과 기술 역량은 충분히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2015년 7월 이란과 서방의 핵 합의가 이뤄지기 전 이란은 무려 약 2만 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즉, 당시 핵 합의에 따라 핵무기 개발 작업을 중단했지만, 상황이 바뀌면 다시 이를 시도할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란은 올 들어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날로 강화되자 거듭 ‘핵 카드’를 거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 이란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우라늄 생산을 기존보다 4배 늘리겠다” “핵 합의에 따라 그간 지켜온 우라늄 보유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고 언급하는 이유다. 이란은 핵과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북한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 소식통들은 두 나라가 우라늄 농축, 원심 분리 기술 등 각각 강세를 보이는 부분에 대한 정보를 맞교환하며 서로의 핵 능력을 향상시켜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 전쟁 가능성은 낮아 과연 미국과 이란은 전쟁을 벌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무리 이란을 눈엣가시로 여겨도 직접적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이란과 주변국들의 군사 역량이 만만치 않다. 현재 이란군은 정규군 52만 명, 혁명수비대 12만5000명 등 총 64만 명이다. 오랜 제재로 첨단 무기 구입이 어려웠던 탓에 전투기, 항공모함 등의 최신 인프라는 미국보다 열세지만 자체 전투기 ‘코사르’를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특히 이란은 중동 최고의 탄도미사일 강국이다. 사정거리가 약 2000km인 탄도미사일을 자체 개발 및 대량 생산했다. 이스라엘, 사우디, UAE 같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모두 사정권 안에 있다. 남유럽,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일부도 충분히 공격 가능하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물론이고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등의 친이란 무장세력도 이란 편에 가담할 수 있다. 이들이 미군은 물론이고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미 동맹국에도 대규모 공격 또는 테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아랍권 국가의 외교관은 “이라크 전쟁에서도 고전했던 미국이 이라크보다 월등히 우세한 이란을 상대로 군사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이라며 “사우디, UAE, 이스라엘 등도 말로는 ‘대이란 강경 대응’을 주장하지만 실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공격을 벌여 중동 전체가 화약고가 되는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이윤태 기자}
미국의 대이란 강경 압박에는 미 중동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 인맥을 빼놓을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38),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중동특사(52),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57),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71) 등이 대표적이다. 넷 중 볼턴 보좌관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부계와 모계가 모두 유대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그의 눈과 귀를 독점하는 맏사위 쿠슈너 보좌관이 대표적이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그의 친조부모는 모두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조모 레이철(1923∼2004)은 생전 한 인터뷰에서 “1941년 독일군이 마을 광장에서 주민들을 죽이는 것을 지켜봤다. 나치가 나에게 처형 때 사용했던 돌에서 피를 씻어 달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모친과 언니도 1943년 나치에 의해 숨졌다. 이런 배경을 지닌 쿠슈너 보좌관은 코셰르(코셔) 음식만 먹고 안식일을 철저히 지킨다. 코셰르는 히브리어로 ‘적당한, 합당한’이란 뜻이다. 유대교 율법에 따라 도살한 고기만 먹을 수 있고 육류를 우유, 치즈 등 유제품과 같이 먹지 않는다. 또 해산물 중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문어, 오징어, 새우, 굴 등도 금지한다. 원래 장로교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도 쿠슈너와 결혼한 후 유대교로 개종했다. 쿠슈너 보좌관은 2016년 미 대선 당시 장인이 유대인 비하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이자 “그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며 유대계 지도자를 설득했다. 그린블랫 특사는 유대계가 설립한 뉴욕 예시바대를 졸업했고, 유대인 전통 모자 키파도 즐겨 쓴다. ‘월가의 큰손’이었던 므누신 장관도 골드만삭스 등 유대계가 설립한 금융사에서 주로 일했다. 부계 조상이 유대계인 볼턴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폴 울포위츠 당시 국방차관 등과 신(新)보수파(neo-conservative) ‘네오콘’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대부분 유대계,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인 이들은 군사, 외교, 학계, 언론 등 전 분야에서 긴밀한 유대를 맺으며 이란, 북한, 이라크를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제(MBZ)도 미국의 이란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 사람과 볼턴 보좌관의 이름 및 성에 ‘B’가 들어가 ‘B팀’으로도 불린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23일 “B팀이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의 덫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이세형 기자}

미국과 이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아직 군사 충돌로는 번지지 않았지만 최근 거의 매일 양국 지도자가 ‘막말 대결’을 펼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다. 국제 사회의 자제 요청에도 ‘정신 장애’ ‘말살’ 등을 주고받는 두 나라의 갈등 상황을 보면 언제 군사 대결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경을 맞댄 것도, 수천 년의 역사적 연원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두 나라는 서로를 극도로 적대시하고 있다. ● 1979년 인질 사건으로 트라우마 시작 미국의 뿌리 깊은 반(反)이란 정서는 1979년 11월 4일 시작됐다. 이때부터 1981년 1월까지 444일간 이란 혁명세력이 미 외교관과 국민 52명을 억류했다. 이른바 ‘이란 인질 사태(Iran Hostage Crisis)’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그 어떤 단체도 다수의 미국인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억류하진 못했다. 세계 최강대국의 자존심은 이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다. 당시 이란 국민은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 전 이란을 통치했던 팔레비 왕조를 지원하는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컸다. 하지만 지미 카터 당시 미 행정부는 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의 미 입국을 허가했을 뿐 아니라 이란의 신병 인도 요구도 거부했다. 결국 팔레비 왕의 인도를 요구하던 과격파 학생 시위대가 시위 도중 수도 테헤란의 미 대사관으로 난입했다. 배우로 더 유명한 감독 벤 애플렉은 이 사건을 소재로 일부 외교관을 탈출시키는 과정을 담은 영화 ‘아르고’를 만들어 2013년 미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4년 후 이란은 또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1983년 레바논의 친이란 성향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수도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사령부 건물을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미군 241명이 숨졌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인질 사태에 대한 초기 진화 실패 등으로 단임에 그쳤다. 후임자가 바로 ‘강한 미국’을 외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레이건 집권 8년, ‘아버지’ 조지 부시 집권 4년 등 카터 이후 12년간 미 정치권의 보수화 움직임도 가속화했다. 이 성향을 이어받은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2002년 1월 연두교서에서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으로 표현했다. 나머지 두 나라와 달리 당시 이란은 부시 정권과 직접적이고 표면적으로 갈등을 빚은 문제가 없었다. 전년도 9·11테러 때에도 가장 먼저 위로성명을 발표했다. 많은 이들이 “이란이 북한, 이라크와 묶여 의외”라고 했지만 부시 정권은 단호했다. 이를 두고 한 중동 외교소식통은 “1979년과 1983년 사태로 미국에는 이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뼛속까지 깊게 박혔다. 그 어떤 나라도 미국의 자존심에 이렇게 연이어 상처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갈등의 기폭제는 지난해 5월 미국의 일방적인 서구 5개국-이란 핵합의 탈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핵합의가 지나치게 이란 편향적이라며 프랑스, 독일 등 동맹과 상의없이 이를 탈퇴했다. 이란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미국은 이란산 원유 및 광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이란 정규군 조직인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며, 중동에 추가 파병 및 전폭기 및 항공모함 배치 등을 단행하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도 20일 미 무인기를 격추하며 맞서고 있다.● 이란의 중동 영향력 확대 우려 현재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가장 날을 세우는 대목은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Regional Activity)’이다. 과거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의 세가 컸다. 미국도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등 역시 수니파 국가에 기지를 두고 미군을 주둔시켰다. 하지만 ‘시아파 맹주’ 이란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축출된 뒤 수렁에 빠진 이라크, 이슬람국가(IS)의 준동과 난민 사태로 폐허가 된 시리아, 내전 상태인 예멘 등으로 급속히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란이 ‘시아파 맹주’가 아닌 ‘중동 전체의 맹주’로 발돋움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의 대중동 전략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이란은 1980년부터 8년간 전쟁을 벌였던 ‘적국’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해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했다. 이들은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IS 퇴출에 나섰다. 중동 현지에서 “이란 개입이 IS 퇴치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란은 이라크 시아파 정치인 및 종교지도자들을 대상으로도 막대한 돈을 뿌리고 있다. 이미 이라크 내 정치인과 종교인 중 상당수가 ‘친이란파’로 분류된다. 이란은 2015년부터 이어진 예멘 내전에서도 시아파 반군 후티를 지원하며 사우디 주도의 아랍 연합군 및 예멘 정부군과 대결중이다.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자금줄이 이란 정부라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아파 인구가 많고 정세가 불안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즉 ‘시아 초승달 지대’의 국가에 대한 지원은 혁명수비대가 담당한다. 단순한 자금 및 무기 지원을 넘어 이들 나라의 외교를 혁명수비대가 대리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이란이 주변국에 파병하거나 이들 나라의 민병대를 훈련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혁명수비대가 맡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해당국의 군사 및 외교안보 정책에 깊숙하게 관여한다는 뜻이다. 4월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혁명수비대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이란군 내 다른 조직이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보다 훨씬 영향력이 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일각에서는 혁명수비대를 ‘정부 위의 정부’로 부를 정도다. 632년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사망한 후 약 1400년간 이어진 시아파 대 수니파의 대립은 단순한 종교 갈등 수준을 넘어선다. 강력한 신정일치 및 공화국 형태의 이란과 세속분리 및 왕정을 택한 걸프만 수니파 국가는 서로가 서로의 체제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아직도 전제군주들이 통치하는 걸프만의 수니파 왕실은 종교지도자에게 최고 권력을 부여하고, 직접 선거로 국민 대리인을 선출하는 이란에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국이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 때보다 이란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배경에는 이런 수니파 아랍 동맹국들의 강력한 협력 움직임도 있었다. 사우디, UAE 등이 미국의 주요 무기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메흐란 캄라바 미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교수(외교학)는 “혁명수비대가 시리아, 이라크 등의 외교 업무를 관장한다는 사실은 주변국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선 이를 이란 핵 못지않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한국이스라엘학회장)은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확장 프로젝트는 이미 정교한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미국으로선 아직 결과물(완전한 핵무기)이 완성되지 않은 이란 핵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이란 핵도 여전히 골치 이란은 북한과 달리 완성된 핵무기는 없다. 하지만 전반적인 핵 관련 시설과 기술 역량은 충분히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2015년 7월 이란과 서방의 핵 합의가 이뤄지기 전 이란은 무려 약 2만 개의 원심 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즉 당시 핵 합의에 따라 핵무기 개발 작업을 중단했지만, 상황이 바뀌면 다시 이를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란은 올 들어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날로 강화되자 거듭 ‘핵 카드’를 거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 이란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우라늄 생산을 기존보다 4배 늘리겠다” “핵 합의에 따라 그간 지켜온 우라늄 보유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고 언급하는 이유다. 이란은 핵과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북한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 소식통들은 두 나라가 우라늄 농축, 원심 분리 기술 등 각각 강세를 보이는 부분에 대한 정보를 맞교환하며 서로의 핵 능력을 향상시켜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크 피츠패트릭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워싱턴사무소 소장은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이란과 북한이 핵무기 관련 컴퓨터 기술 부문에서 협력한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 전쟁 가능성은 낮아 과연 미국과 이란은 전쟁을 벌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무리 이란을 눈엣가시로 여겨도 직접적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이란과 주변국들의 군사 역량이 만만치 않다. 현재 이란군은 정규군 52만 명, 혁명수비대 12만5000명 등 총 64만 명이다. 오랜 제재로 첨단 무기 구입이 어려웠던 탓에 전투기, 항공모함 등의 최신 인프라는 미국보다 열세지만 자체 전투기 ‘코사르’를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이란군 지휘관들은 최근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내전에서 다양한 실전, 특수전, 첩보전 경험을 쌓았다. 특히 이란은 중동 최고의 탄도미사일 강국이다. 사정거리가 약 2000km인 탄도미사일을 자체 개발 및 대량 생산했다. 이스라엘, 사우디, UAE 같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모두 사정권 안에 있다. 남유럽,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일부도 충분히 공격 가능하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물론이고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등의 친이란 무장세력도 이란 편에 가담할 수 있다. 이들이 미군은 물론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미 동맹국에도 대규모 공격 또는 테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아랍권 국가의 외교관은 “이라크 전쟁에서도 고전했던 미국이 이라크보다 월등히 우세한 이란을 상대로 군사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이라며 “사우디, UAE, 이스라엘 등도 말로는 ‘대이란 강경 대응’을 주장하지만 실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공격을 벌여 중동 전체가 화약고가 되는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反이란’ 중동정책 영향력 행사하는 유대계 인맥들 ▼ 미국의 대이란 강경 압박에는 미 중동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 인맥을 빼놓을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38),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중동특사(52),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57),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71) 등이 대표적이다. 넷 중 볼턴 보좌관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부계와 모계가 모두 유대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그의 눈과 귀를 독점하고 있는 맏사위 쿠슈너 보좌관이 대표적이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그의 친조부모는 모두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조모 레이첼(1923~2004)은 생전 한 인터뷰에서 “1941년 독일군이 마을 광장에서 주민들을 죽이는 것을 지켜봤다. 나치가 나에게 처형 때 사용했던 돌에서 피를 씻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회고했다. 레이첼의 모친과 언니도 1943년 나치에 의해 숨졌다. 이런 가정적 배경을 지닌 쿠슈너 보좌관은 유대 율법에 따라 제조한 코셰르(코셔) 음식만 먹고 안식일을 철저히 지킨다. 원래 장로교 신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도 쿠슈너와의 결혼 후 유대교로 개종했고 철저히 코셰르 음식만 먹는다. 이 부부는 뉴욕 맨해튼의 유대교 예배당(시너고그)을 찾는 독실한 신자다. 쿠슈너 보좌관은 2016년 미 대선 당시 장인이 유대인 비하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이자 “장인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며 유대계 지도자를 설득했다. 그린블랫 특사는 유대계가 설립한 뉴욕 예시바대를 졸업했고, 유대인 전통 모자 키파도 즐겨 쓴다. ‘월가의 큰손’이었던 므누신 장관도 골드만삭스, 살로몬 브러더스 등 유대계가 설립한 금융사에서 주로 일했다. 부계 조상이 유대계인 볼턴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폴 울포위츠 당시 국방차관 등과 함께 네오콘, 즉 신(新)보수파(neo-conservative)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대부분 유대계,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인 이들은 군사, 외교, 학계, 언론 등 전 분야에서 긴밀한 유대를 맺으며 이란, 북한, 이라크를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볼턴 보좌관은 ‘악의 축’ 3개국에 대한 선제공격 및 이들의 유엔 축출을 주장했을 정도로 네오콘 중 최강경파다. 이 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제(MBZ)도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세 사람과 볼턴 보좌관의 이름 및 성에 ‘B’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들을 ‘B팀’으로 부르기도 한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23일 트위터에 “B팀이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의 덫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초청을 거부한 동성애자 미 여자 축구대표팀 주장 메건 러피노(34)를 겨냥해 “국가를 무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8강에 오른 미 대표팀은 ‘디펜딩 챔피언’ 겸 이번 대회의 유력 우승 후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트위터에 “미국, 백악관, 성조기를 절대 무시하지 마라. 먼저 경기에서 이기고 나서 떠들어라!”라며 “우승 여부에 관계없이 그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 러피노가 전날 한 축구 전문 매체에 “설사 우승해도 ‘빌어먹을’ 백악관에는 가지 않겠다. 애초에 초대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러피노는 25일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페널티킥 2골을 넣어 2 대 1 승리를 이끌었다. 2012년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로 반(反)트럼프 성향으로 유명하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나의 모든 것이 트럼프 행정부를 반대한다”고 했다. 미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주요 스포츠대회 우승팀을 백악관에 초청한다. 선수들도 백악관 방문을 최고 영예로 여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거부 사례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선 “미 정부가 구글, 페이스북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한다. 구글이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조작하려 한다”며 “우리는 아마도 그렇게 (소송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모두 민주당원이고 이 기업들은 민주당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며 “내가 내일 멋진 진보 민주당원이 되겠다고 선언하면 팔로어는 5배 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가 애용하는 트위터가 새로운 이용자들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기 어렵게 해놨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트위터)은 사람들이 내 계정을 팔로하기 매우 어렵게 해놨다. 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도 매우 어렵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백악관은 다음 달 11일 디지털 리더들과 함께 ‘소셜미디어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은지 wizi@donga.com·이윤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초청을 거부한 동성애자 미 여자 축구대표팀 주장 메건 러피노(34)를 겨냥해 “국가를 무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8강에 오른 미 대표팀은 ‘디펜딩 챔피언’ 겸 이번 대회의 유력 우승 후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트위터에 “미국, 백악관, 성조기를 절대 무시하지 마라. 먼저 경기에서 이기고 나서 떠들어라!”며 “우승 여부에 관계없이 그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 러피노가 전날 한 축구전문 매체에 “설사 우승해도 ‘빌어먹을’ 백악관에는 가지 않겠다. 애초에 초대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러피노는 25일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페널티킥 2골을 넣어 2 대 1 승리를 이끌었다. 2012년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로 반(反)트럼프 성향으로 유명하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나의 모든 것이 트럼프 행정부를 반대한다”고 했다. 미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주요 스포츠대회 우승팀을 백악관에 초청한다. 선수들도 백악관 방문을 최고 영예로 여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거부 사례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윤태기 기자 oldsport@donga.com}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받아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4년 연속 국방비 지출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나토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올해 평균 국내총생산(GDP)의 1.58%를 국방비로 지출할 계획이다. 2014년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2024년까지 GDP의 2%로 늘리겠다고 합의한 수치에는 못 미치지만 4년 연속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것이다. 유럽 회원국들은 2015년 GDP의 1.45%를 국방비로 지출한 뒤 2016년 1.46%, 2017년 1.48%, 2018년 1.53%로 꾸준히 지출을 늘려 왔다. 그리스와 영국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라트비아 폴란드 등 6개 회원국은 올해 국방비로 GDP의 2% 이상을 지출할 계획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런 추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회원국들에 대해 국방에 더 많이 기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나토는 회원국에 대해 GDP의 2%를 국방비 지출에 써달라고 요구하지만 올해 29개 회원국 중 미국을 포함해 7개국만 이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CNBC는 전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조지아(옛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의 한 교회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 교회 건물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 가설물이 갑자기 무너져 숨졌다. 외교부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 반(현지 시간) 트빌리시 메테히교회 일대에 갑자기 강풍이 불었고 교회 외벽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한 철근 구조물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교회 바로 옆에 있던 60대 한국인 남성 관광객이 붕괴된 시설물에 맞아 사망했다. 또 다른 남성 한국인 관광객 1명도 크게 다쳤다. 이 단체 관광객은 모두 22명이었다. 나머지 관광객은 건물 내부에 있어서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현지 공관이 조지아 경찰에 연락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단체관광을 담당한 여행사 측과 협력해 시신 안치 및 부상자 치료를 협의했다”며 “향후 시신 및 부상자 국내 이송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64)가 만약 오늘 자신이 새 회사를 차린다면 컴퓨터에 읽는 법을 알려주는 인공지능(AI) 회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24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워싱턴 경제 클럽’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내 배경을 고려할 때 나는 컴퓨터에 읽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인 AI 회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그러면 그 컴퓨터는 이 세계의 모든 기록된 지식을 흡수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이어 “이 분야는 AI가 아직 진전을 이루지 못한 영역”이라며 “우리가 그 목표를 달성하면 파급효과는 굉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C는 “이런 관점은 44년 전 MS를 창업한 게이츠가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게이츠는 AI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루미너스’에 투자한 바 있다. 또 MS는 자체 소프트웨어에 AI 기술을 통합하려 하고 있으며 다른 회사들이 자사 제품에 AI를 접목시키도록 지원하고 있다. MS는 증강현실(AR) 기술의 상용화에도 노력해왔다. 한편 게이츠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출범시키도록 기회를 준 것이 자신이 인생에서 저지른 최대의 실수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소프트웨어의 세계는 승자독식의 시장이다. 현재 안드로이드는 애플을 제외한 휴대전화 플랫폼의 표준이 됐다”면서 “MS가 현재의 안드로이드가 차지한 자리에 있을 수 있었지만 내 실수로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의 85% 이상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갖고 있다. CNN에 따르면 MS는 2000년 윈도우 모바일로 불리는 자체 모바일 운영체계를 출시하며 선두 주자로 나섰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고 구글이 2008년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윈도우 모바일은 순식간에 밀려났다. 게이츠는 “당시 우리는 독점금지 재판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며 “우리는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것이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다”고 밝혔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연속 러시아 남부 조지아(옛 그루지야)에서 대규모 반(反)러 시위가 일어났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러시아 정부도 22일 조지아와의 항공 운행을 다음달 8일부터 잠정 중단했다. 2008년 인근 남오세티야 독립을 두고 전쟁을 벌였던 두 나라의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시위는 조지아 출신인 세르게이 가브릴로프 러시아 하원의원(53)이 20일 의회에서 러시아어로 연설하면서 촉발됐다. 고유 문자 및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반러 정서가 뿌리깊은 조지아에서 러시아어 연설은 일종의 ‘점령’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의 연설 직후 수도 트빌리시 의회 주변에서는 매일 약 1만 명이 모여 ‘러시아 타도’를 외쳤다. 경찰은 고무탄, 최루탄, 물대포 등으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240명이 부상했다.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영토였지만 러시아에 합병당한 크림반도처럼 인구 약 370만 명의 소국 조지아도 비슷한 위협에 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는 조지아 내 러시아인의 귀환, 자국 여행사의 조지아 관광 상품 판매 중단 등을 지시했다. BBC에 따르면 관광업은 조지아의 핵심 산업으로 지난해에만 170만 명의 러시아인이 찾았다. 이에 러시아가 관광업에 타격을 가해 조지아를 굴복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對)중 압박이 오히려 중국 기업들의 기술 독립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A)는 최근호에서 ‘화웨이 블랙리스트가 역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통해 이 같은 양상을 소개하며 “중국 기업들이 머지않아 미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자국산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미 기업과 거래가 끊긴 중국 기업들이 필연적으로 자체 기술 개발에 몰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재에 따른 중국의 기술 자립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미국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대신한 독자 운영체제(OS)를 개발 중이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자사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제공하는 구글과 관계가 사실상 끊기게 되자 화웨이가 자체 OS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가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3개 도시에서 최대 1만 명의 개발자를 24시간 근무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초까지 자체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거대 정보기술(IT)회사 알리바바도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 칩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AI 칩은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핵심 기술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4월 AI 칩 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당시 미 상무부는 화웨이에 이어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에 반도체 칩 등 전자부품 공급을 7년간 금지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하반기 첫 번째 AI 칩을 출시할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 시간)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퀼컴과 인텔, ARM 등이 지배하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자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 퍼져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이전부터 계속돼 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층 강화된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 의욕을 더욱 부추겼다는 의미다. 과거와 달리 거래 자체가 차단된 지금은 자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비를 쏟을 수밖에 없다고 WP는 분석했다. FA는 “중국 정부가 10년 동안 공식 정책으로 독려해온 것보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을 제재함으로써 중국의 기술 발전에 더 기여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으로 중국에 당장은 고통을 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또 이튼이야?” 차기 영국 총리가 될 영국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이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55)과 제러미 헌트 현 장관(53)의 대결로 압축됐다. 13∼20일 장장 5차례의 투표에서 내내 독보적 지지율 1위를 고수한 존슨 전 장관이 다음 달 당 대표 겸 총리가 되면 또 하나의 기록이 탄생한다. 바로 명문 사립학교 이튼 칼리지를 졸업한 20번째 영국 총리란 기록이다. 18세기 초 조지 1세는 “군주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입헌군주제 원칙을 확립했다. 이후 국왕 대신 총리가 실권을 잡았고 초대 로버트 월폴부터 현 테리사 메이까지 총 54명의 총리가 등장했다. 이 54명의 35.2%인 19명이 이튼 졸업생이다. 역시 이튼 출신인 존슨까지 총리에 오르면 비율은 36.4%로 늘어난다. 이 학교는 어떻게 영국 엘리트의 산실이 됐을까.○ 글래드스턴·밸푸어·캐머런 등 배출 이튼 칼리지는 수도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35km 떨어진 버크셔주에 있다. 만 13∼18세 남학생을 교육하는 중등 교육기관으로 1440년 헨리 6세가 가난한 학생 및 소년 성가대원들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했다. ‘자선’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약 580년 후 총리 19명을 배출한 ‘귀족 학교’가 됐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영국 사회에서 ‘이튼’ 브랜드는 단순한 명문 학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역사를 수놓은 여러 인물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뛰어난 지성과 남다른 애국심으로 근대 영국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튼 학생을 뜻하는 단어 ‘이토니언(Etonian)’이 옥스퍼드 사전에 올랐을 정도다. 이 학교 안에는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1900여 명의 이토니언을 기리는 벽이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우선시하는 학풍에 따라 당시 학생들은 망설임 없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엉덩이를 뒤로 길게 덮는 서양 전통 예복인 연미복을 교복으로 입을 만큼 전통을 중시하는 문화도 있다. 교훈은 ‘남의 약점을 이용하지 말라. 비굴하지 않은 사람이 되라. 공적인 일에 용기 있게 나서라’다. 마지막 교훈을 반영하듯 수많은 정치인이 이튼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총리 중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무려 네 차례 총리를 지내며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기틀을 만든 윌리엄 글래드스턴, 아일랜드 합병 등을 단행한 ‘나폴레옹의 맞수’ 윌리엄 피트,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정착을 허용한 ‘밸푸어 선언’의 아서 밸푸어 등이 유명하다. 수에즈 전쟁을 일으켰다 퇴각해 대영제국의 쇠락을 알린 앤서니 이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혼란을 낳은 데이비드 캐머런 등은 퇴임 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예술·학계 파워 막강… 왕실 남성도 동문 문화예술계에도 이튼 파워가 대단하다. 문학계에서는 소설 ‘동물농장’ ‘1984’의 작가 조지 오웰, ‘멋진 신세계’를 집필한 올더스 헉슬리, 영화 ‘007’ 시리즈의 원작자 이언 플레밍 등이 이튼을 거쳤다. 영화계에서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로키’로 유명한 톰 히들스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2014년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에디 레드메인, 미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 ‘홈랜드’의 주인공 데이미언 루이스, 미드 ‘닥터 하우스’의 주인공 휴 로리, 미드 ‘어페어’의 주인공 도미닉 웨스트 등 쟁쟁한 배우들이 동문이다. 학계에서는 고전 경제학의 대부 존 메이너드 케인스, ‘십자군의 역사’를 쓴 역사학자 스티븐 런시먼, ‘일정 온도에서 기체의 압력과 부피는 반비례한다’는 ‘보일의 법칙’을 만든 로버트 보일, ‘음의 이론(Theory of Sound)’으로 유명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존 레일리 등을 배출했다. 왕실 남성도 대부분 이튼과 연을 맺었다. 설립자가 국왕인 데다 학교 인근에 윈저성이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인 윌리엄 왕세손과 동생 해리 왕손, 여왕의 사촌동생 글로스터 공작과 켄트 공작, 두 공작의 아들들도 모두 이튼을 졸업했다. 1760년부터 1820년까지 무려 60년간 집권한 조지 3세는 윈저성에서 머물 때 종종 이튼을 찾아 학생들과 환담을 즐겼다. 이에 이튼에서는 지금도 조지 3세의 생일인 매년 6월 4일 그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타국 왕실 인사도 많다. 태국 최초의 입헌 군주 쁘라차티뽁 라마 7세,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3세도 이튼을 졸업했다. 2008∼2011년 태국 최연소 총리를 지낸 아피싯 웨차치와 전 총리도 동문이다.○ 연 학비 약 6300만 원… 입학 기준은 아무도 몰라 학교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이튼의 전체 재학생은 약 1300명이다. 전원 기숙 생활을 하며 한 해 졸업생은 통상 270명 정도다. 매년 9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이어지는 연간 교육 과정은 3학기로 구성된다. 각 학기를 부르는 독특한 이름도 있다. 9월 초∼12월 중순은 ‘미클머스’, 1월 중순부터 3월 말은 ‘렌트’, 4월 말부터 6월 말 혹은 7월 초를 ‘서머’로 부른다. 입학 신청 및 허가는 ‘미클머스’ 때만 이뤄진다. 이튼이 밝힌 2019∼2020년 기준 학기당 학비는 1만4167파운드(약 2092만 원). 1년이 3학기임을 감안할 때 연 학비만 약 6300만 원이다. 그래도 이를 마다하는 사람이 없다. 졸업생 중 약 3분의 1이 최고 명문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에 입학할 정도로 명문대 진학이 사실상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옥스브리지를 가지 않은 학생들도 주로 런던정경대(LSE), 임페리얼칼리지, 에든버러대, 워릭대, 맨체스터대, 브리스톨대, 글래스고대 등 영국 20위권 내 대학에 진학한다. 이들 학교는 영국판 ‘아이비리그’로도 불리는 ‘러셀 그룹’을 구성한다. 게다가 자녀들에게 훗날 영국 엘리트가 될 사람들끼리의 인적 네트워크를 미리 쌓아 주려는 부모들 성화로 입학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 일부 열성 부모는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입학 대기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근에는 입학 약 2, 3년 전에 지원하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학을 원하는 학생은 한국 생활기록부에 해당하는 ‘학교 기록(school report)’부터 제출해야 한다. 지원자의 성적, 관심 분야, 재능 등을 대부분 이 문서로 평가한다. 이 외 언어, 수리, 인지 능력 등을 평가하는 별도 시험 및 인터뷰도 치른다. 다만 학교 측은 구체적 선발 기준과 입학 경쟁률을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왜 여학생을 뽑지 않느냐는 항의성 질문에는 ‘전통’이라는 말로 피해 버린다. 다만 부유한 명문가 자녀만 입학할 수 있을 것이란 선입견을 의식한 듯 웹사이트에 “부모의 경제적 능력은 입학 고려 사안이 아니다. 재학생의 약 21%가 장학금을 받는다”라고 명시했다.○ 선거 전략, 이미지 연출에 능해 이튼 출신들은 왜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낼까. 단순히 타고난 부와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뼛속까지 익힌 정치 감각, 타인의 호감을 유발하는 화술과 태도 등을 이유로 꼽는다. 자신의 재학 경험을 ‘이튼인 되기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Being Eton)’이란 책으로 펴낸 다큐멘터리 감독 겸 언론인 닉 프레이저에 따르면 이튼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학교 내 수많은 소모임에서 서로를 뽑고 뽑히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표를 얻기 위해 속마음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매력적으로 행동하는 법부터 배우게 된다는 의미다. 존 해리스 가디언 칼럼니스트는 1980년대 이튼을 다닌 한 졸업생을 인용해 “이토니언들은 자신이 영국을 움직이게 될 것을 육감적으로 안다”고 했다. 그 대표 사례가 존슨 전 장관이다. 그는 이튼과 옥스퍼드를 거쳤고 부친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및 세계은행 간부 등을 지냈다. 부유한 변호사 외조부는 집안의 재정적 기둥이었다. 하지만 정치인 존슨을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소탈한 ‘동네 아저씨’ 이미지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한다. 의원 시절 흐트러진 더벅머리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모습은 아직도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호주 ABC뉴스는 “노숙인 같은 머리, 후줄근한 옷차림은 조심스레 ‘연출’된 결과물”이라며 “이런 모습이 상류층 정치인에게 반감을 갖는 유권자들의 환심을 샀다”고 분석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폐쇄된 공간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또래보다 빨리 어른인 척 행동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도한 경쟁과 괴롭힘이 일상화된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과 배신에 익숙해지고 이것이 훗날 피 튀기는 정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일종의 무기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 이튼이 브렉시트 대혼란 원인? 이튼을 비롯해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배출한 해로, 웨스트민스터, 덜위치, 말버러 등 명문 사립 기숙학교와 이를 졸업한 정치인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특히 2016년 6월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때부터 3년간 영국을 대혼돈에 빠뜨린 주역 대부분이 사립학교 출신이어서 이런 비판이 더욱 커지고 있다. 2015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연장을 위해 돌연 브렉시트 카드를 꺼낸 캐머런 전 총리, 이튼 및 옥스퍼드 동문인 캐머런의 총리 사퇴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존슨 전 장관,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모임 유럽연구단체(ERG) 대표이자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어온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채널4 방송은 리스모그 의원이 브렉시트 혼란으로 파운드 가치가 떨어질 때 이에 베팅해 무려 700만 파운드(약 105억 원)의 시세차익을 봤다고 보도해 국민 공분을 자아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하엘 로트 독일 외교부 유럽차관은 “영국 내각의 90%는 노동자의 삶을 모른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사립학교와 명문대를 나온 정치인들이 브렉시트 대혼란에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14일 이 매체는 존슨 전 장관을 겨냥해 ‘또 다른 이튼 출신 총리 등극에 맞서 사립학교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기사도 내보냈다. ‘상류층 소년: 사립학교가 어떻게 영국을 망치는가’를 쓴 작가 로버트 버카이크에 따르면 영국 전체 학생 중 사립학교 재학생은 7%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고위 법관의 74%, 군 고위직의 71%, 최고위 외교관 및 상원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보수당 의원 45%도 사립학교 출신이다. 가디언은 “1970년대 후 지금까지 영국 자산 불평등은 배로 늘었고, 수백만 명이 이튼 같은 사립학교의 존재도 모른 채 무덤으로 간다. 극소수만이 요직을 독차지하는데 왜 제1야당 노동당은 사립학교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가”라며 엘리트 중심의 국가 체계를 바꾸자고 주장했다. 해리스 칼럼니스트는 “소수 정예 사립학교에서 자신감을 키운 소년들은 ‘옥스브리지’로 향하는 직진도로를 타면서 오만함과 우월감에 빠진다. 반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능력은 점점 떨어져 사립 출신 엘리트들이 이라크전, 세계 금융위기 같은 ‘모험’을 즐겼다”고 일갈했다. 존슨 전 장관이 총리가 되면 이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지선 aurinko@donga.com·이윤태 기자}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전일 이란의 미 무인기(드론)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공격을 계획했다 막판에 취소했음을 밝혔다. 그는 “3곳의 다른 각도에서 이란에 대한 보복 타격을 준비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가 150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에 10분 전 공격 명령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가질 수 없고 미국에 대항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인명 피해 우려해 막판 취소 이란은 20일 오전 4시(미 동부 시간 19일 오후 7시)쯤 자국 영공에 들어온 미 드론을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격추 직후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 20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최근 사의를 밝힌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 새 국방장관 대행으로 지명된 마크 에스퍼 육군장관 등이 참석했다. 오후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까지 초당적으로 모여 대응책을 논의했다. 거듭된 회의 끝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쯤 공격 명령을 승인했다.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격 시점은 21일 새벽으로 정하고 이란 군 레이더와 미사일 포대 등을 제한 타격하는 것이 목표였다. 폭격기와 전함 등이 미사일 발사 준비도 마쳤으나 막판 이를 철회했다. 미국과 이란은 13일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海)에서 벌어진 유조선 2척 피격 이후 극도로 대립해 왔다. 미국은 피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고 이란을 부인했다. 7일 후 이란 정부가 호르주즈해협과 가까운 남부 호르모즈간주(州) 쿠흐모바라크 상공에서 미 드론 ‘RQ-4 글로벌호크’를 격추함에 따라 군사 분쟁 직전까지 간 셈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오전 트위터에 “이란이 큰 실수를 저질렀지만 의도된 것으로 믿긴 어렵다”는 글을 올렸다. 드론 격추로 인한 확전을 자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후 군사 공격을 논의한 사실을 직접 밝힘에 따라 중동 긴장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군사 대응을 둘러싼 미 행정부 내 대립도 있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 볼턴 보좌관, 해스펠 국장 등 ‘매파’는 찬성했지만 국방부 관료들은 중동 내 미군이 위험하다며 반대했다. 하원을 장악한 야당 민주당도 반대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대통령에게 이번 공격이 전쟁으로 번질 수 있으며, 군사 행동은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켰다”고 했다.●이란 “영공 침입” VS 미 “국제 공역 비행” 드론 격추를 둘러싼 양측의 진실 공방 및 책임 소재 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21일 “격추 직전 해당 드론이 여러 번의 경고에도 영공에 침입했다. 추락 후 잔해를 영해에서 수거했다”며 관련 사진도 공개했다.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항공우주부대 사령관은 이날 AP통신 등 서구 언론이 포함된 기자회견에서 “미 드론을 격추할 당시 해당 드론 근처에 조종사와 승무원 등 약 35명이 탄 미군 정찰 항공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란은 인명 피해를 우려해 유인(有人) 정찰기를 공격하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 사안을 유엔에 회부하겠다”고 주장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차관도 마르쿠스 라이트너 이란 테헤란 주재 스위스대사에게 미국에 항의 뜻을 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미국과 이란이 단교한 후 중립국인 스위스는 미국의 대이란 소통창구 역할을 해왔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국제공역을 정찰하는 미군 자산을 이유 없이 공격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해당 드론은 분명 공해에 있었고 이는 모두 과학적으로 기록돼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 측도 “국제 공역에서의 미군 정보 자산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라고 맞섰다. 한편 20일 미 연방항공청(FAA)은 자국 민간항공사에 이란 영공의 비행을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내렸다. 드론 격추 직후 유나이티드항공 등 일부 항공사는 이미 이란을 지나는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도 뚜렷하다. 20일 뉴욕시장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4% 급등했다. 21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기준 WTI는 또 0.41% 올랐다.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CNBC는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을 인용, 중동에서 국지전이 발생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중대 분쟁이 발생하면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북한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을 급히 완공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20일(현지 시간) 금수산 영빈관이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며 앞서 평양을 방문한 외국 국빈들이 묵었던 곳과 다른 위치에 있다고 보도했다. 평양 일대를 찍은 위성사진을 보면 금수산 영빈관은 평양 시내 중심에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묵은 백화원 영빈관 보다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일 오전 11시 4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후 평양 시내로 이동해 김일성, 김정일의 대형 초상이 걸려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앞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했다. 이후 금수산 영빈관으로 이동해 짐을 풀었다. 이날 오후 북-중 정상회담도 이곳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NK뉴스에 따르면 영빈관 금수산 영빈관 건물이 있는 저택 단지는 대형 건물 2채와 부속건물, 직은 연못, 산책로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올해 2월까지도 건물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로 관측됐다. 대형 건물 2채 중 1채는 4월 21일경, 나머지 1채는 5월 21일경 공사가 마무리 됐다. 주변 조경도 비슷한 시기에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북한이 시진핑 주석을 맞이하기 위해 금수산 영빈관을 급히 지은 것으로 보인다고 NK뉴스는 분석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또 이튼이야?” 차기 영국 총리가 될 영국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이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55)과 제러미 헌트 현 장관의 대결로 압축됐다. 13~20일 진행된 장장 5차례의 투표에서 내내 독보적 지지율 1위를 고수한 존슨 전 장관이 기세를 몰아 다음 달 당 대표 겸 총리가 되면 또 하나의 기록이 탄생한다. 바로 명문 사립학교 이튼 칼리지를 졸업한 20번째 영국 총리란 기록이다. 18세기 초 조지 1세는 “군주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입헌군주제 원칙을 확립했다. 이후 국왕 대신 총리가 실권을 잡았고 초대 로버트 월폴부터 현 테리사 메이까지 총 54명의 총리가 등장했다. 이 54명의 35.2%인 19명이 이튼 졸업생이다. 역시 이튼 출신인 존슨까지 총리에 오르면 비율은 36.4%로 늘어난다. 이 학교는 어떻게 영국 엘리트의 산실이 됐을까. ●글래드스톤·밸푸어·캐머런 등 배출 이튼 칼리지(Eton College)는 수도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35km 떨어진 버크셔주에 있다. 만 13~18세 남학생을 교육하는 중등 교육기관으로 1440년 헨리 6세가 가난한 학생 및 소년 성가대원들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했다. ‘자선’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약 580년 후 총리 19명을 배출한 ‘귀족 학교’가 됐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영국 사회에서 ‘이튼’ 브랜드는 단순한 명문 학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역사를 수놓은 여러 인물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뛰어난 지성과 남다른 애국심으로 근대 영국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튼 학생을 뜻하는 단어 ‘이토니언(Etonian)’이 옥스퍼드 사전에 올랐을 정도다. 이 학교 안에는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1900여 명의 이토니언을 기리는 벽이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우선하는 학풍에 따라 당시 학생들은 망설임 없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엉덩이를 뒤로 길게 덮는 서양 전통 예복인 연미복을 교복으로 입을 만큼 전통을 중시하는 문화도 있다. 교훈은 ‘남의 약점을 이용하지 말라. 비굴하지 않은 사람이 돼라. 공적인 일에 용기 있게 나서라’다. 마지막 교훈을 반영하듯 수많은 정치인이 이튼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총리 중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무려 네 차례 총리를 지내며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기틀을 만든 윌리엄 글래드스톤, 아일랜드 합병 등 영토 확장을 단행한 ‘나폴레옹의 맞수’ 윌리엄 피트,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정착을 허용한 ‘밸푸어 선언’의 아서 밸푸어 등이 유명하다. 수에즈 전쟁을 일으켰다 퇴각해 대영제국의 쇠락을 알린 앤서니 이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혼란을 낳은 데이비드 캐머런 등은 퇴임 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예술·학계 파워 막강…왕실 남성도 동문 문화예술계에도 이튼 파워가 대단하다. 문학계에서는 소설 ‘동물농장’ ‘1984’의 작가 조지 오웰, ‘멋진 신세계’를 집필한 올더스 헉슬리, 영화 ‘007’ 시리즈의 원작자 이언 플레밍 등이 이튼을 거쳤다. 영화계에서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로키’로 유명한 톰 히들스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2014년 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에디 레드메인, 미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 ‘홈랜드’의 주인공 데이미언 루이스, 미드 ‘닥터 하우스’의 주인공 휴 로리, 미드 ‘어페어’의 주인공 도미닉 웨스트 등 쟁쟁한 배우들이 동문이다. 학계에서는 고전 경제학의 대부 존 메이너드 케인스, ‘십자군의 역사’를 쓴 역사학자 스티븐 런시먼, ‘일정 온도에서 기체의 압력과 부피는 반비례한다’는 ‘보일의 법칙’을 만든 로버트 보일, ‘음의 이론(Theory of Sound)’으로 유명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존 레일리 등을 배출했다. 왕실 남성도 대부분 이튼과 연을 맺었다. 설립자가 국왕인 데다 학교 인근에 윈저성이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인 윌리엄 왕세손과 동생 해리 왕자, 여왕의 사촌동생 글로스터 공작과 켄트 공작, 두 공작의 아들들도 모두 이튼을 졸업했다. 1760년부터 1820년까지 무려 60년간 집권한 조지 3세는 윈저성에서 머물 때 종종 이튼을 찾아 학생들과 환담을 즐겼다. 이에 이튼에서는 지금도 조지 3세의 생일인 매년 6월 4일 그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타국 왕실 인사도 많다. 태국 최초의 입헌 군주 쁘라차티뽁 라마 7세,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3세도 이튼을 졸업했다. 2008~2011년 태국 최연소 총리를 지낸 아피싯 웨차치와 전 총리도 동문이다.●연 학비 약 6300만 원…입학 기준은 아무도 몰라 학교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이튼의 전체 재학생은 약 1300명이다. 전원 기숙 생활을 하며 한 해 졸업생은 통상 270명 정도다. 매년 9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이어지는 연간 교육 과정은 3학기로 구성된다. 각 학기를 부르는 독특한 이름도 있다. 9월 초~12월 중순은 ‘미클머스’, 1월 중순부터 3월 말은 ‘렌트’, 4월 말부터 6월 말 혹은 7월 초를 ‘서머’로 부른다. 입학 신청 및 허가는 ‘미클머스’ 때만 이뤄진다. 이튼이 밝힌 2019~2020년 기준 학기당 학비는 1만4167파운드(약 2092만 원). 1년이 3학기임을 감안할 때 연 학비만 약 6300만 원이다. 그래도 이를 마다하는 사람이 없다. 졸업생 중 약 3분의 1이 최고 명문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에 입학할 정도로 명문대 진학이 사실상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옥스브리지를 가지 않은 학생들도 주로 런던정경대(LSE), 임페리얼칼리지, 에든버러대, 워릭대, 맨체스터대, 브리스톨대, 글래스고대 등 영국 20위권 내 대학에 진학한다. 이들 학교는 영국판 ‘아이비리그’로도 불리는 ‘러셀 그룹’을 구성한다. 게다가 자녀들에게 훗날 영국 엘리트가 될 사람들끼리의 인적 네트워크를 미리 쌓아 주려는 부모들 성화로 입학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 일부 열성 부모는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입학 대기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근에는 입학 약 2~3년 전에 지원하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학을 원하는 학생은 한국 생활기록부에 해당하는 ‘학교 기록(school report)’부터 제출해야 한다. 지원자의 성적, 관심 분야, 재능 등을 대부분 이 문서로 평가한다. 이 외 언어, 수리, 인지 능력 등을 평가하는 별도 시험 및 인터뷰도 치른다. 다만 학교 측은 구체적 선발 기준과 입학 경쟁률을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왜 여학생을 뽑지 않느냐는 항의성 질문에는 ‘전통’이라는 말로 피해 버린다. 다만 부유한 명문가 자녀만 입학할 수 있을 것이란 선입견을 의식한 듯 웹사이트에 “부모의 경제적 능력은 입학 고려 사안이 아니다. 재학생의 약 21%가 장학금을 받는다”라고 명시했다. ●선거 전략, 이미지 연출에 능해 이튼 출신들은 왜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낼까. 단순히 타고난 부와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뼛속까지 익힌 정치 감각, 타인의 호감을 유발하는 화술과 태도 등을 이유로 꼽는다. 자신의 재학 경험을 ‘이튼인 되기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Being Eton)’이란 책으로 펴낸 다큐멘터리 감독 겸 언론인 닉 프레이저에 따르면 이튼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학교 내 수많은 소모임에서 서로를 뽑고 뽑히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표를 얻기 위해 속마음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매력적으로 행동하는 법부터 배우게 된다는 의미다. 존 해리스 가디언 칼럼니스트는 1980년대 이튼을 다닌 한 졸업생을 인용해 “이토니언들은 자신이 영국을 움직이게 될 것을 육감적으로 안다”고 했다. 그 대표 사례가 존슨 전 장관이다. 그는 이튼과 옥스퍼드를 거쳤고 부친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및 세계은행 간부 등을 지냈다. 부유한 변호사 외조부는 집안의 재정적 기둥이었다. 하지만 정치인 존슨을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소탈한 ‘동네 아저씨’ 이미지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때문이다. 의원 시절 흐트러진 더벅머리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모습은 아직도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호주 ABC뉴스는 “노숙인 같은 머리, 후줄근한 옷차림은 조심스럽게 연출된 결과물”이라며 “이런 소탈한 모습이 상류층 정치인에게 반감을 갖는 유권자들의 환심을 샀다”고 분석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폐쇄된 공간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또래보다 빨리 어른인 척 행동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도한 경쟁과 괴롭힘이 일상화된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과 배신에 익숙해지고 이것이 훗날 피 튀기는 정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일종의 무기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이튼이 브렉시트 대혼란 원인? 이튼을 비롯해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배출한 해로, 웨스트민스터, 덜위치, 말버러 등 명문 사립 기숙학교와 이를 졸업한 정치인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특히 2016년 6월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때부터 3년간 영국을 대혼돈에 빠뜨린 주역 대부분이 사립학교 출신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런 비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2015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연장을 위해 돌연 브렉시트 국민투표 카드를 꺼낸 캐머런 전 총리, 이튼 및 옥스퍼드 동문인 캐머런의 총리 사퇴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존슨 전 장관,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모임 유럽연구단체(ERG) 대표이자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어온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채널4 방송은 리스모그 의원이 브렉시트 혼란으로 파운드 가치가 떨어질 때 이에 베팅해 무려 700만 파운드(약 105억 원)의 시세차익을 봤다고 보도해 국민 공분을 자아냈다. 미하엘 로트 독일 외교부 유럽담당 차관이 BBC에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의회의 지루한 줄다리기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비싼 사립학교 및 명문대를 나온 정치인들 탓”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4일 가디언은 존슨 전 장관을 겨냥해 ‘또 다른 이튼 출신 총리 등극에 맞서 사립학교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상류층 소년: 사립학교가 어떻게 영국을 망치는가’를 쓴 작가 로버트 버카이크에 따르면 전체 영국 학생 중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7%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영국 고위 법관의 74%, 군 고위직의 71%, 최고위 외교관 및 상원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보수당 의원 45%도 사립학교 출신이다. 가디언은 “1970년대 후 지금까지 영국 자산 불평등은 배로 늘었고, 수백만 명이 이튼 같은 사립학교의 존재도 모른 채 무덤으로 간다. 극소수의 사람만이 영국 요직을 독차지하는데도 왜 제1야당 노동당이 사립학교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엘리트 중심의 국가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칼럼니스트는 “소수 정예 사립학교에서 자신감을 키운 소년들이 ‘옥스브리지’로 향하는 직진도로를 타면서 오만함과 우월감에 빠진다. 반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능력은 점점 떨어져 사립학교 출신 엘리트들이 이라크전, 세계 금융위기 같은 ‘모험’을 즐겁게 수행했다”고 비판했다. 존슨 전 장관이 총리가 되면 이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이튼 칼리지(Eton College) 개요 ::위치: 영국 잉글랜드 버크셔주설립: 1440년설립자: 헨리 6세재학생 수: 약 1300명(전원 남자·기숙 생활)재학생 나이: 만 13~18세교과 과정: 1년 3학기수업료: 학기당 1만4167파운드(약 2092만 원)기준: 2019~2020학년도출처: 학교 웹사이트 및 위키피디아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당국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전자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미 대부분 지역에서 청소년의 전자담배 구매를 제한하고 있지만 성인에게도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한 도시는 샌프란시스코가 처음이다. 18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당국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전자담배의 공중보건 영향에 대한 검토를 마치기 전까지 전자담배의 판매, 유통, 생산을 전면 금지한다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시행은 내년 초부터다. 공동 발의자인 섀먼 월턴 감독관은 “우리는 1990년대를 대형 담배회사와 맞서 싸우며 보냈다. 이제는 전자담배 회사와 싸울 시대”라고 말했다. 이번 금지 조치는 특히 미 전자담배 시장의 약 75%를 장악한 ‘쥴(JUUL)’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쥴은 미 청소년 흡연율을 올린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쥴 측은 “전자담배 판매의 전면 금지가 흡연을 막기 위한 효율적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성인과 미성년자를 포함해 매년 캘리포니아주에서 4만 명을 숨지게 하는 일반 담배 소비만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흡연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 고등학생의 20%가 전자담배를 피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영국 팝가수 엘턴 존(72·사진)이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는다.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은 18일(현지 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존에게 21일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한다”며 “그는 피아노의 거장, 멜로디의 천재, 진정한 쇼맨이며 동성애자임을 용기 있게 선언한 최초의 예술가 중 한 명”이라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레지옹 도뇌르는 나폴레옹 황제가 1802년 전장에서 공훈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면서 시작됐다. 지금은 사회 각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국적을 가리지 않고 수여된다. 엘턴 존은 지난 50년 동안 약 3500회 콘서트를 열고 전 세계에서 음반 2억5000만 장을 판매했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로 숨진 동료 프레디 머큐리를 기리며 1992년 자신의 이름을 딴 에이즈 치료 재단도 설립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