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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 사전점검차 온 북측 선발대가 27일 귀환하면서 남북 간 평창 관련 협의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핵심인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명단, 군사당국 회담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아 평창 개막 전엔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온다.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한 달가량 남북은 스포츠, 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관계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그럼에도 북한은 고위급 대표단에 대해선 끝까지 함구했다. 물론 북한이 ‘최고위급 대표’를 보낼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최룡해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올 경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북-미 2인자 회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우리 정부는 북한이 그 명단을 방남 하루 전쯤 통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막식에 맞춰 올 가능성이 큰데 그 명단은 오기 직전 통보해 ‘선전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란 얘기다. 남북은 9일 고위급 회담에서 군사당국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관련 실무접촉은 아직까지 없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군사회담 일정 조율도 힘들 만큼 북한이 비협조적인데 당분간 비핵화 논의는 입에 올리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측 선발대는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상암홀을 찾아 태권도 공연장으로 꼽히는 공연장 시설 등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선발대 단장인 윤용복 북한 체육성 부국장은 ‘무대에 내려가 더 확인하겠느냐’는 MBC 측 제안에 “일일이 준비를 다 잘해주시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정부가 다음 달 초 금강산 합동 문화공연을 위해 북한에 경유를 미리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측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공연장용 발전기를 돌릴 경유가 필요하다는 것.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독자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 판단이지만 주변국들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와 보다 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통일부 관계자는 “21일부터 우리 선발대가 금강산 문화회관 등 공연 후보지를 둘러본 결과 전력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며 “현대아산이 과거 금강산 관광이나 이산가족 상봉 때 사용했던 발전기를 돌려야 하고 이 때문에 우리가 직접 경유를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과거 이산가족 상봉 때처럼 탱크로리에 경유를 담아 육로로 이송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있을 때 (경유) 5만 L를 보내 금강산호텔 난방용으로 주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번 합동 문화행사에 참가하는 남측 방문단 약 300명은 무박 일정으로 다녀온다. 이 때문에 공연장에만 전력과 난방을 공급하는 데는 경유 1만 L면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마지막 이산가족 행사가 열린 뒤 정유제품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엄격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휘발유, 경유 등 정유제품의 대북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약 7945만 L)로 제한했다. 우리가 이번에 북한에 경유를 들이더라도 연초인 만큼 제한량을 넘지는 않을 듯하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명한 ‘북한·러시아·이란 패키지법’은 유엔 안보리 제재와 별개로 대북 정유제품 이전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 기업의 대북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라서 이번 ‘금강산 경유’와는 딱히 상관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석유 및 정유제품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대북 제재의 상징인 만큼 정부가 주변국과 미리 협의해 논란의 불씨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 문화회관에 경유를 보내더라도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것이고, 설령 남더라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 제재 논란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이 12일 남은 상황에서 남북 간 교류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31일 강원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공동훈련이 진행되고, 다음 달 1일 북측 선수단이 내려온다.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올림픽 개막 전날인 다음 달 8일 건군절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내부적 수요에 따른 행사이고 올림픽을 겨냥해 갑자기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열병식은) 평창 올림픽과는 무관하며 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이다. 이를 연결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 일각에선 “너무 북한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사진)은 25일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 대화 기조와 관련해 “올림픽이 끝난 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따라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특파원 출신 언론인들의 모임인 한미클럽 주최 ‘평창 올림픽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올림픽 후 남북 회담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다시 여러 문제가 생기고 북한이 오판하거나 오기로 도발할 경우에 여러 국제사회 반응이 초래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김정은이 신년사 이후 줄곧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과거 북한은 어려울 때 늘 평화의 제스처를 취했다”며 “여러 상황으로 보면 평창 이후 곧바로 어떤 화해 무드나 이런 것이 그대로 잘 이어질 가능성이 썩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당연히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의 합의대로) 남북 군사당국 간 회담이 이어져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를 위한 회담으로 실질적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이 올림픽 개막일 전날로 건군절을 옮기고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북한 참여를) 환영하고 환대했는데 그 답이 인민군 창군 기념일에 열병식을 하겠다는 것이니 심상치 않다”고 경계했다. 평창 올림픽이 북한의 선전장이 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이와 관련한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미국이나 이런 데서 (평창 올림픽이나 남북 대화 기조에 대해) 약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고 좀 걱정스럽다. 우리가 이제는 북한에 대해 좀 의연하고 당당하게 하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연설 도중 “북한이 순수한 마음으로 평양에 왔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직후 ‘평양’을 ‘평창’으로 고쳐 말했다. 그의 ‘말실수’에 청중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자 “요새 언론에 (평양 올림픽 얘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24일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사정이 허락하면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것”이라며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우리 정부는 아베 총리를 참석 가능성이 높은 해외 정상급 인사로 분류해 놓고 있었으나 지난해 말 외교부 산하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가 2015년 말 위안부 합의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낸 이후 기류가 급변했다. 지난해 9월 동방경제포럼 기간 러시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평창 올림픽 참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 아베 총리는 ‘평창 올림픽에 가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본 내에서 확산되자 결정을 미뤄왔다. 장고 끝에 아베 총리가 평창 올림픽 참석으로 선회한 데는 안팎의 여러 사정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국 정상으로서 지근거리인 한국의 올림픽 개회식에 불참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에 명분이 서지 않는다. 일본 여당 내에서도 한일관계 등을 고려해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4일자에 아베 총리의 인터뷰를 실은 산케이신문은 평창행의 의도를 “정상회담 자리에서 한국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모습을 안팎에 보여준다”는 것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할 예정이란 점을 들었다. 이 신문은 특히 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에서 아베 총리에게 개회식에 참석하기를 바란다는 강한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아베 총리의 방한이 양국의 미래 지향적인 관계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지난 정부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는 우리의 입장을 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신진우 기자}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하루 전인 2월 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공식 선포했다. 특히 올해가 군 창설 70주년이어서 올림픽 개막 전날 평양에서 북한군의 대규모 열병식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2월 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하는 결정서를 22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당초 정규군 창설일인 1948년 2월 8일을 인민군 창건일로 기념하다가 1978년부터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던 1932년 4월 25일을 인민군 창건일로 정해 매년 기념해 왔다. 이것을 다시 2월 8일로 돌린다는 것.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을 1948년으로 소급하게 되면 올해로 창설 70주년이 된다. 이에 이번 열병식에서 전략무기를 대거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부 당국은 최근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전투기 등이 동원된 예행연습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평양에 관심을 집중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내고 국내 보수단체가 인공기와 김정은의 사진을 불태운 것과 관련해 “남조선 당국은 이번 정치적 도발에 대해 온 민족 앞에 사죄하고 범죄에 가담한 자들을 엄벌에 처하라”고 비난했다. 전날 대한애국당 등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북한 사전점검단이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 역 광장에서 인공기 등을 불태우며 북측 일행에게 비난을 퍼부은 것을 하루 만에 비판한 것. 이날 담화문을 낸 조평통 위원장은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의 북측 수석대표로 나선 리선권이다. 한편 남북 대화 국면과 별개로 미국에선 대북 강경책 목소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2일(현지 시간) CBS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타격할 능력을 갖추는 데 수개월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공격 능력을 보유하는 데 지금부터 1년 걸릴 것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미 정부는 그 시간표를 (더 길게) 늘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체코를 여행하던 20대 초반 한국 여성 2명이 현지에서 화재로 숨졌다. 22일 외교부는 “20일(현지 시간) 체코 프라하 시내 유로스타스 데이비드 호텔에 불이 나 한국인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숨진 한국인들은 대학생으로 방학을 맞아 프라하 여행 도중 참사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명은 화재 현장에서 숨졌고, 다른 한 명은 병원으로 옮겼으나 치료 도중 사망했다. 주체코 한국대사관은 사고 직후 화재 현장 및 관할 경찰서를 방문해 피해 상황을 확인해 해당 가족들에게 연락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우리 국민을 포함해 4명이 사망하고 최소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체코는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한 여행 검색 엔진이 지난해 말 ‘2018년 한국인 여행 트렌드’를 예측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프라하는 ‘추석 연휴 여행지 검색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008년 7월 11일 오전 5시경. 동이 틀 무렵 북한 금강산관광특구 내 해수욕장에서 몇 발의 총소리가 울렸다. 총성의 희생자는 여성 관광객 박왕자 씨. 박 씨는 새벽에 홀로 산책길에 나섰다가 등 뒤에서 북한군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총격 사건의 충격파는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피격 다음 날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금강산 지역 남측 자산을 몰수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 사건은 ‘늑장보고’ 논란으로 이어지며 당시 이명박 정부에도 대형 악재가 됐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것은 사건 발생 8시간 반이 지난 오후 1시 반경.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오전 11시 반경 청와대에 사고 사실을 보고했지만 우왕좌왕하는 과정에서 정작 이 전 대통령에게는 보고가 늦어졌다. 당시 국회 연설을 앞두고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 전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제안하는 내용의 기존 연설문을 수정 없이 그대로 읽었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늑장보고에 대해 정보 부처 관계자들을 질타했다. 사건 다음 날엔 긴급장관회의를 열고 “위기대응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개선 방안을 지시하기도 했다. 금강산 관광은 10년 전 박 씨 피격 사건 이후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남북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금강산 합동공연을 하기로 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꾸준히 관심을 드러내 왔다. 2015년 8년 7개월 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정부를 향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 한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연간 400억 원 이상의 관광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남북이 금강산 합동공연에 합의한 것을 두고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합동공연은 무관하다. 관광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으로 적절한 환경이 갖춰져야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현송월 등 북측 사전점검단은 가는 곳마다 특급 대우를 받았다. 현송월은 21일 오전 외제 승합차를 타고 북측에서 내려온 뒤 우리가 제공한 대형 버스 2대로 갈아탔다. 정부는 버스에 점검단이 방문할 장소 등에 대한 안내 책자와 음료 등을 준비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역에서 KTX산천을 타고 강릉으로 이동한 점검단은 점심식사는 경포해변에 자리한 씨마크호텔에서 했다. 이 호텔 지하 양식당의 코스 요리 코너를 통째로 빌려 한우 갈비찜과 계절 생선구이, 냉채를 먹고 딸기와 멜론은 디저트로 먹었다. 가격은 1인당 15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송월 등 점검단의 숙소는 ‘골든튤립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 17일 개관한 그야말로 최신식 특급 호텔이다. 현송월 등 3명은 객실 가운데 가장 높은 19층에서 묵었다. 나머지 일행은 2명씩 각각 16층, 17층에 나눠 묵었다. 이 호텔은 16∼19층이 특실이다. 경호를 위해 호텔의 절반에 해당하는 한 동을 통째로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송월이 투숙한 19층은 VIP룸이다. 일반실 가격은 비수기 주말 기준 1박에 50만 원 선인데 VIP룸은 아직 가격도 책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 점검단의 방문 비용 대부분을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과거 북측 대표단을 이 기금으로 여러 차례 지원한 바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는 13억5500만 원이 집행됐다.신진우 niceshin@donga.com / 강릉=이인모 기자}
북한 매체들이 연일 우리 언론 매체들의 평창 겨울올림픽 관련 보도를 비난하고 있다.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빌미로 지나친 선전전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에 발끈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21일 ‘역사의 오물통에 처넣어야 할 쓰레기 언론’이란 제목의 논평에서 “괴뢰보수 언론들의 악선전이 도수를 넘어서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 신문은 “우리가 남측 선수들과의 공동 훈련을 위해 제공한 마식령스키장과 갈마비행장에 대해 ‘낡고 불비한 설비’니, ‘위험한 장소’니 터무니없이 시비질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각계가 역대 최악의 인기 없는 경기 대회로 기록될 수 있는 이번 올림픽 경기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준 데 대해 고마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같은 날 ‘정세를 격화시키려는 고의적인 도발행위’라는 제목의 논설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밴쿠버 20개국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것을 문제 삼았다. 신문은 “남조선 당국이 동족을 해치기 위한 국제적 음모에 가담한 것은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를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입장”이라고 한 것을 다시 거론하며 “남조선 당국은 제정신을 갖고 북남관계 개선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우리 응원단과 예술단 파견이 ‘선전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황당한 수작을 늘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매체들의 비난은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외교부가 주변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과의 전략적 소통 강화를 올해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최근 남북 간 접촉을 북-미 대화 등으로 확대해 대화를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전혀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대화에만 방점을 찍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19일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업무보고에서 미국과는 정상 간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고위급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과는 △중국 내 우리 독립사적지 보호를 위한 협력 강화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의미 공동 조망 등에 나선다. 일본과는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 등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중국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가 ‘일시 봉합’된 상황임을 감안해 이 문제들은 ‘투 트랙’으로 분리해 해결에 나서겠다고 했다. 외교부는 최근 북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해법으론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또 한미중 3자 협의도 추진한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중심에 미국과 중국이 있다고 보고 우리가 미중과 북한 사이에서 적극 중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날 업무보고에선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이끄는 방안’, ‘주변국과의 대화 프로세스 마련’ 등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고 한다. 반면 북한의 추가 도발 시 대응 시나리오, 우리의 독자 제재 방안 등에 대해선 거의 언급이 없었다. 최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 일본 등 20개국은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재확인했다. 국제사회에선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 당국은 추가 대북 압박 시나리오조차 신년 계획안에 포함하지 않은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주변국과의 공조가 핵심인 외교부까지 청와대의 ‘평창 대화 모드’에만 너무 주파수를 맞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방부는 업무보고에서 현재 61만여 명인 군 병력을 2022년까지 50만 명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48만여 명인 육군이 주요 감축 대상이다. 또 군 복무 기간을 현재 육군 기준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보고했다. 해군, 공군 복무 기간도 단축한다. 군은 3월 말 ‘국방개혁 2.0’ 계획에서 세부 내용을 확정해 발표한다. 국방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작권 전환 검증을 위한 3단계 절차 중 검증이전평가(Pre-IOC)를 건너뛰는 방안을 미 측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으로 계획한 예비 단계를 건너뛰고 1단계인 기본운용능력(IOC) 검증 절차로 바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이 20여 일 남았지만 해외 정상급 초청이 여의치 않아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북한에선 ‘매머드급’ 대표단 파견이 예상되지만 반대로 해외 정상들은 참석 의사를 밝혔던 일부 인사까지 확답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의 평창 올림픽 참석은 확정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해 올림픽 참석을 요청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유럽의 겨울스포츠 강국인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에서도 총리가 방한하기로 하고 정부와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다만 대통령이나 총리 등 해외 고위급 정부 인사 가운데 방한 의사를 밝힌 이는 10여 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왕실 인사 10여 명이 방문 의사를 밝혔지만 정상급 인사들의 방문 규모는 당초 정부 예상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43명 정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참석 의사를 표명했다”고 했지만 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 정상급 초청이 당초 예상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주변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의 참석이 쉽지 않은 가운데 다른 해외 정상 초청까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자 정부는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외교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대표단이 대규모로 온다고 하니 부담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일부 정상은 한국의 안보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며 분위기를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정상들에게 계속 참석을 요청할 계획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부 외교 행사 일정을 올림픽 기간으로 옮겨 방한 명분을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참석 가능성을 다시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와 관련해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은 부분을 일본 정부가 어느 정도 감안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위안부 합의 재검토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측면이 있는 만큼 아베 총리 방한의 명분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이 당 서열 7위인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을 평창에 보내기로 하면서 ‘홀대론’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러시아를 제외하곤 21세기 들어 중국이 동·하계 올림픽에 상무위원급을 보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교류가 일부 재개되면서 비용 문제를 놓고서도 관심이 쏠린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17일 남북 실무회담 후 북측 대표단 편의 제공 문제와 관련해 “올림픽과 직접 연관되는 부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에서 지원하고, 그 외 사안은 과거 회담 등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북측 선수단의 평창 올림픽 기간 내 활동 비용은 IOC 측에서, 선수단을 제외한 고위급 대표단과 태권도 시범단, 응원단, 기자단의 체재비는 남측이 상당 부분 부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교류협력기금 사용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부는 과거에도 북측 대표단을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지원한 바 있다. 선수단 362명과 응원단 288명이 파견된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당시 13억5500만 원이 집행됐다. 이번에 600여 명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소 10억 원은 넘을 듯하다. 북한 방문단 지원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2년 아시아경기 때와는 국제법적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금강산 문화공연과 마식령 스키장 훈련 과정에서 우리가 돈을 쓰면 대북지원 사업을 금지한 5·24조치에 저촉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정봉 전 국가정보원 대북실장은 “마식령 스키장 이용료가 1인당 하루에 35달러이고 호텔비는 300달러다. 이렇게 돈을 많이 주게 되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우리 측으로부터 숙박비, 시설비를 안 받으면 딱히 결의를 어기는 게 아니지만 아직 북측은 우리 대표단 방북 시 어떤 지원을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편 남북은 마식령 스키장이 있는 원산을 비행기로 오가기 위해 갈마비행장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역시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갈마비행장은 2016년 무수단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 도발에 이용된 곳이기 때문이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홍정수 기자}
미국 일본 등 20개국이 남북 대화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동시에 유엔 결의를 넘어선 초강경 대북제재에 동참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남북 대화가 무르익는 시점에 국제사회에선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확인하는 목소리가 나온 셈이다. 16일(현지 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와 안정에 관한 외교장관회의’에선 “남북 대화가 긴장 완화로 이어질 것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공동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참가국 장관들은 또 “외교적 해법이 필수적이며 (실현) 가능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밴쿠버 회의에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18개국과 한국, 일본 등 20개국의 장관이 참석했다. 하지만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협상의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스스로 (군사) 옵션의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우리의 의지를 이간질시키도록 놔두지 않겠다”고도 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북핵 문제 해법인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에 대해선 “합법적, 방어적인 군사훈련을 북한의 불법 행동과 동일한 수준에 놓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미 대화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 외교장관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아직 스스로 신뢰할 만한 협상 상대임을 증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국 장관들은 대북제재와 관련해 △북한의 밀수 방지를 위한 해상차단 작전 협력 △새로운 위협에 대한 새로운 대북 제재 △중국과 러시아에 제재 이행 촉구 등에 합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길 바란다는 장관들의 의지가 확인돼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강 장관은 환영사에서 “우리는 평창 올림픽을 전후해 대북 관여 노력을 경주하며 비핵화 목표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종료 후엔 “제재와 압박은 외교적 수단이지 북한에 벌을 주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재와 대화는 꼭 하나를 골라야 하는 충돌하는 선택지가 아니고 ‘투 트랙’으로 병행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일부 참석자들은 강 장관에게 최근 남북 대화와 관련한 북한의 의도를 거론하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일부 장관은 ‘한국이 또 북한에 속는 것 아니냐’며 직설적으로 얘기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한 채 열린 이번 회의에 대해 독설을 날렸다. 왕 부장은 17일(현지 시간)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친 뒤 상투메프린시페에서 중국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눈을 크게 뜨고 누가 한반도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추동자인지, 누가 정세를 다시 긴장으로 돌리려는 파괴자가 되려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남북은 17일 북한 대표단이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남측으로 온다는 데 합의했다. 북측이 대표단과 선수단,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이 모두 서해 경의선 육로를 통해 이동하는 안을 제시했고 우리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경의선 육로는 2000년 경의선 도로가 연결되고 2006년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가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개성공단 개발 과정에서부터 차량으로 남북을 오가면서 주목받은 경로다. 경의선 육로는 2015년 연인원 12만9804명과 9만9518대의 차량이 이용하는 등 남북교류의 핵심 축 역할을 했지만 2016년 2월 이후 완전 차단됐다. 개성공단이 전면 가동 중단되면서 통행도 중단된 것. 하지만 북측이 경의선 육로로 방남하기로 하면서 2년 만에 다시 육로가 열리게 됐다. 북측이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기로 하면서 방남 경로와 관련한 대북제재 위반 논란도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북한 대표단 이동을 위해 남측이 전세기나 유람선 등을 제공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의선 육로는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면서 이용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 부부가 차에서 내려 군사분계선(MDL)을 도보로 넘어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주가 2년 같았다.” 16일 정부 당국자는 최근 진행된 남북 대화 국면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 참가’ 신년사 이후 내달려온 남북 대화 국면이 그만큼 급박했다는 것. 하지만 한반도의 근본적 긴장완화를 위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행 등 대화의 ‘본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지적이 나온다. ○ 2년여 만의 대화, 물꼬는 텄지만 9일 고위급 회담은 2년 1개월 만에 열렸지만 공동보도문을 내며 관계 진전의 첫발을 내디뎠다.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문제에서 대화로 해결 등 합의 내용도 발표했다. 남북은 3일 판문점 연락채널에 이어 9일 서해 군 통신선을 복원했다. 북측은 고위급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보낼 의사를 밝히고, 그 ‘선봉’에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을 보내기로 했다. 평창을 남북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는 정부 기대에 화답하는 동시에 김정은 체제 선전의 장으로 삼으려는 의도도 감추지 않고 있는 것. 물론 이런 흐름이 ‘평창 모멘텀’에 속도를 더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무리하게 체제 선동 시도만 하지 않는다면 일단 공연 자체는 남북 화해 무드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아직 북한의 속내는 분명치 않다. 정부가 요구한 군사회담 개최는 합의됐지만 일정이나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정은 신년사 이후 북한의 페이스대로 지나치게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와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하는 사항은 회담 기간 중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선 첨예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고위급 회담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9일 “(비핵화 여론이 조성되는 등) 오도되는 소리가 나오면 좋지 않은 모양새를 가져온다”고 쏘아붙였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마찬가지. 북한은 탈북 여종업원의 북송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평창 너머’로 의제 넓혀야 일각에선 북한이 평창 올림픽 때 여종업원 문제를 이슈화해 역공할 가능성까지 점친다. 예술단이나 참관단 속에 여종업원 가족 몇 명을 포함시켜 한국에 내려와 “내 딸이 보고 싶다”는 식의 퍼포먼스를 통해 여론전을 펼칠 수도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지나치게 평창 올림픽에 매달렸다는 지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협상의 3박자인 일정, 의제, 발언권 모두 북한에 내줬다. 이제라도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은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제반 사항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개막식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한반도기 사용 등을 놓고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에 남북한의 합의안을 내놓기 위해서다. 북측의 평창 참가에 정부가 ‘편의 제공’을 약속한 만큼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할 지원책 마련을 놓고도 논의가 오갈 수 있다. 북한은 협상에 나서면서도 대남 공세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6일 논평에서 “진정으로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 마련을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면 ‘키리졸브’ ‘독수리’ 연합 군사연습을 연기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중지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남조선 당국이 여론 관리를 바로 못하고 입 건사(간수)를 잘못하다가는 잔칫상이 제상으로 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주성하·신나리 기자}

15일 남북 실무접촉을 위해 판문점 통일각 내 회담장으로 들어선 북측 인사 중 가장 관심을 모은 인물은 현송월 관현악단 단장이었다. 김정은의 옛 애인 중 한 명으로 알려진 현송월은 특히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 단장까지 겸해 우리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런데 이날 현송월 못지않게 그가 손에 든 녹색 클러치 백이 눈길을 끌었다. 이 백을 꼭 쥐고 온 현송월은 백에서 검은색 수첩을 꺼내 테이블에 놓기도 했다. 인터넷에선 현송월이 들었던 백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의 악어가죽 제품(사진)과 비슷하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진품일 경우 판매 가격이 2500만 원에 달한다. 논란이 일자 에르메스코리아 관계자는 일단 “현재 시중에 특정 디자인으로 나와 있는 제품 중에서 현 단장이 들고 나온 것과 같은 디자인이 없다. 영상을 돌려봤지만 우리 제품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현송월은 과거 공연을 위해 중국을 찾았을 당시 역시 프랑스 명품인 샤넬 백을 들어 화제를 모은 적이 있어 에르메스는 아니더라도 다른 명품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일각에선 서방사회에서 대북 수출을 금지한 사치품목이 어떻게 북한에 들어갔는지를 놓고서도 궁금증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EU)은 핸드백 등 가죽 제품을 포함해 22개 항목의 대북 금수 사치품목을 정한 자체 대북제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엔 싱가포르의 한 무역회사가 북한 노동당 외화벌이 기관인 ‘노동당 39호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유엔이 대북 금수 조치를 내린 사치품을 북한에서 판매해 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손가인 기자}

북한이 15일 남북 실무접촉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에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파견키로 하면서 이른바 ‘평창 모멘텀’이 다시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선수단 구성보다 예술단 파견을 먼저 결정하는 등 이번 올림픽을 김정은 체제를 선전하고 ‘핵무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한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내고 있다. ○ 예술단 육로행 대표단 전체로 이어지나 이날 접촉 결과는 ‘대규모 예술단을 육로로 파견한다’로 압축된다. 북한이 먼저 육로행을 밝혔다는 게 정부 대표단의 설명이다. 북측은 판문점을 경유해 서울과 평창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기했고, 수송 수단 등 편의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확답하지 않았지만 이는 북한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단의 예상 이동 루트를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파주세관 등 관세청이 남북 고위급회담 제안 당시 육로행을 우선순위에 두고 사전 검토했던 사실이 확인됐고, 인력 지원 방안 등이 세관에서 추가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북측의 요청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도 “아직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140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이 내려오기에는 육로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판단에는 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 배후에서 원격조종하는 북한 지도부 남북 실무접촉 결과가 담긴 공동보도문은 접촉 시작 후 10시간도 안돼 비교적 빨리 공개됐다. 30분짜리 단타 회담을 거듭했던 오전 회의 시간은 공개된 반면 오후 회의는 몇 차례를 했는지, 언제 시작해서 끝났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진행’ 속에서 이뤄져 궁금증을 낳았다. 복수의 당국자들은 “실무 내용을 그동안 판문점 채널을 통해 팩스로 주고받았고 문서를 통해 비교적 의견 접근이 많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북측이 관현악단 실무자들을 앞세워 짧게 회의를 진행한 것은 뒤에서 지도부가 원격조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사전 답사를 보내고 문서로 갈음하겠다는 것 역시 불필요한 오해 소지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초반 환담은 훈훈했다. 양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북한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과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악수를 한 뒤 6일 전 고위급회담처럼 날씨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권 국장이 “지금 대한(大寒)이 가까워 오는데 날씨가 아주 훈훈하다. 올해 봄이 아주 빨리 오려나 보다. 우리 예술단이 남측에 나가는 계절로 보면 입춘이 지나고 봄의 열기가 아주 환할 때 좋은 계절이다”라고 건네자 이 실장도 “며칠 전부터 계속 추웠는데 오늘 회담도 좋은 성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날씨가 도와주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 선수단, 이산가족 등 향후 난제 적지 않아 이젠 17일 차관급 회담에서 개막식 공동 입장과 단일팀 구성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회담에선 북한 선수단의 방한에 따른 이동 방법과 수송, 숙박, 안전 등이 전반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 동시 입장이 성사된다면 한반도기가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아경기 이후 11년 만에 등장할지도 관심사다. 개막식에 입장할 남북 선수단 규모도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겨울올림픽에서 유일하게 남북이 공동 입장했던 토리노 올림픽 때는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선수단 56명(남측 44명, 북측 12명)이 함께 들어섰다. 하지만 평창 대회에선 남측이 200명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를 파견하는 반면 북한은 10명 안팎으로 꾸려 어느 때보다 균형이 맞지 않는다. 실무접촉의 첫 단추는 끼웠지만 올림픽 의제 외 남북관계 개선 관련 문제는 어떻게 논의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앞서 접점을 찾지 못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계속 꼬이고 있다. 북한은 9일 고위급회담에서도 지난해부터 주장해 온 탈북 식당 여종업원들의 북송을 요구했다는 점이 알려졌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15일 판문점 내 북측 회담 장소인 통일각. 남북 대표단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파견될 북측 예술단 관련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 마주 앉은 가운데 예고되지 않은 한 인물이 회담장에 들어섰다. 북측이 공연 전문가라고만 언급한 이 관계자는 수시로 우리 측에 의견을 개진했다. 북한은 남북 대표단을 4 대 4로 하기로 한 당초 약속을 뒤집고 애초부터 회담장 대형 탁자 양편에 의자를 5개씩 놓아 총 10자리를 마련했다. 북측은 ‘준비된 5명’이 앉은 반면, 우리 측은 애초 대표단인 4명만 나서고 한 자리는 비워뒀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처음부터 우리에게 알리지 않고 5명이 나설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당초 관현악단 지휘자 윤범주를 이번 실무접촉 대표로 통보했지만 전날 돌연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으로 바꿔 한국에 통보했다. 안정호는 전자악단의 대가이자 모란봉악단의 부실장. 이에 일각에선 ‘북한이 전자악단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 ‘남쪽에 모란봉악단만 보내려는 것’ 등의 해석이 나왔다. 한편으론 북한이 의도적으로 판을 바꿔 역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있었다. 공연 전문가로 기습 참석한 이 관계자가 이번 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을 이끄는 ‘실세’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범주의 경우 북한군 대남심리전 부대인 ‘적군와해공작국(적공국)’에서 10년 동안 장교로 근무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적공국은 대남방송 등 심리전에 특화된 부대다. 이에 이 관계자가 결국 불참한 윤범주를 대신해 북측 대표단의 ‘지휘’를 맡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5일 북한 예술단 파견 협의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은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다. 남북은 그동안 관례에 따라 한 번씩 오가며 회담을 진행했다.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만큼 이번엔 북측 통일각에서 열리는 것. 통일각은 공동경비구역(JSA) 북쪽 지역에 세워진 지상 1층, 지하 1층의 전체 규모 1500m²인 건물이다. ‘통일각’이란 이름은 1985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내부 공사 도중 화재가 났을 땐 개성공단에 있던 소방차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은 9일 고위급 회담에선 ‘홈그라운드’ 이점을 누렸다. 평화의집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북측 대표단의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까지 남북회담본부 상황실과 청와대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15일엔 상황이 역전된다. 북한이 통일각 CCTV를 통해 그 이점을 고스란히 챙긴다. 우리는 남측 상황실에서 회담장 대화만 음성으로 확인해 실시간으로 서울에 전송한다. 정부 소식통은 “통일각 CCTV의 화질이나 기능도 남측 못지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나흘 전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대화 시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이 크다’고 언급한 것 등을 거론하며 “화해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온당치 못한 망언” “(평창에 참가할) 대표단을 태운 열차나 버스도 아직 평양에 있다”는 등 비난과 위협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적들이 10년, 100년을 제재한다고 하여도 뚫지 못할 난관이 없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새해 첫 공개 활동으로 국가과학원을 찾아 이렇게 밝혔다고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직접 연구자들을 찾아 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과 대북제재 돌파를 새해 벽두부터 주문한 셈이다. 이날 혁명사적관과 과학전시관 등을 둘러본 김정은은 “조선혁명이 모진 시련과 난관을 과감히 박차고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가 비상히 강화될 수 있는 비결의 하나가 바로 과학기술에 있다”고 말했다. “자립적 민족경제의 토대가 있고 우리가 육성한 든든한 과학기술 역량과 그들의 명석한 두뇌가 있다”며 ‘제재 돌파’를 언급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언급은 새해 벽두부터 남북회담을 갖는 등 적극적인 대화에 나선 게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정은이 새해 첫 공개 활동으로 연구소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집권 이듬해인 2012년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찾은 뒤 김정은은 군과 민생시설을 번갈아 찾았다. 지난해 1월 5일 가방공장을 시찰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엔 군 시설 차례였지만 ‘관례’를 깨고 군 시설을 찾지 않은 것. 한 대북 전문가는 “대화 의지를 보인 김정은이 바로 군 시설을 찾지 않으며 수위 조절에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일성 집권 때인 1952년 창립된 국가과학원은 1실, 21국, 21위원회의 기술행정부서가 있고 은정분원, 7개의 연구분원, 함흥분원, 천문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로 순수과학 연구에 집중하는 곳으로, 직접 핵과 미사일 개발에 나서는 국방과학원과는 차이가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8월 국방과학원을 찾았지만 국가과학원은 2014년 10월 이후 첫 방문이다. 이번에 국가과학원을 찾은 것은 대화 국면 속에서도 기존의 ‘병진노선(핵과 경제발전)’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김정은은 “훌륭한 과학 연구 성과들을 이룩하며 그것을 (경제) 현실에 제때에 도입하여야 한다”며 특히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을 강하게 독려했다. 이날 김정은 시찰엔 박태성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최동명 당 중앙위 부장, 조용원 당 중앙위 부부장이 동행했다. 남북 대화가 시작됐고, 더 나아가 북-미 대화 가능성까지 점쳐지지만 북한이 뒤로는 꾸준히 추가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의 서쪽 갱도에서 굴착활동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의 핵실험 전문가 프랭크 파비안 등은 11일(현지 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작년 12월 내내 서쪽 갱도 입구 주변에서 광차(석탄 등을 실어나르는 차)와 인력들이 목격됐고, 파낸 흙을 쌓아둔 흙더미가 현저하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정부, 北에 15일 평창실무회담 제안 정부는 12일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논의할 실무회담을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갖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 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이 참가한 3 대 3 회담을 제안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