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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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취재분야

2026-04-23~202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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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탄소년단,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무대 올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케이팝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19일(현지 시간) 축하공연을 펼치며 미국 TV에 정식 데뷔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시어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아시아 뮤지션으로는 유일하게 무대를 선보였다. 이날 팬들의 환호 속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한 방탄소년단은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허(LOVE YOURSELF 承-Her)’의 타이틀곡 ‘DNA’를 선보였다. 이날 주최 측은 방탄소년단의 자리를 가장 앞줄에 배치하고, 무대 순서도 공로상을 수상한 다이애나 로스의 무대 직전에 오르게 해 사실상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게 했다. 세계적 DJ 듀오 ‘체인스모커스(The Chainsmokers)’는 방탄소년단을 “인터내셔널 슈퍼스타란 말로도 부족한 팀이다”라고 소개했다. 해외 팬들도 ‘떼창’(관객들이 다 같이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행위)을 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시상에 참여한 할리우드 배우 앤설 엘고트는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직접 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하고 “Oh my God! BTS!”라고 소리치며 폴짝폴짝 뛰기도 했다. 공연이 미국 ABC를 통해 전역에 생방송된 직후 미국 구글 트렌드 검색 순위에 방탄소년단이 1위로 올랐을 정도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시상식에서 한국어로 된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올해로 45회째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빌보드 뮤직상’ ‘그래미상’과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2012년 ‘뉴미디어상’을 받은 싸이가 MC해머와 함께 피날레 공연을 한 바 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브루노 마스가 ‘올해의 아티스트’를 비롯한 7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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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동물도 인간처럼 고향을 그리워한다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고(故) 신해철의 노래 ‘민물 장어의 꿈’에서 뱀장어는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바다로 간다. 내가 누군지 말해주는 곳이 고향이라면, 이는 시적 표현만은 아니다. 민물에 사는 뱀장어의 고향은 바다다. 우리가 먹는 뱀장어는 필리핀 인근의 따뜻한 바다, 미국장어나 유럽장어는 사르가소해(북대서양 서인도제도와 아조레스제도 사이 해역)에서 알을 낳는 것으로 추정한다. 책에 따르면 사르가소해에서 부화한 뱀장어 유생은 멕시코 만류를 타고 표류한다. 강 냄새는 맡아본 일도 없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이른 봄 대서양 연안의 강과 시내를 거슬러 오른다. 호수에서 8년 넘게 살며 살을 찌우고 다시 수천 km를 헤엄쳐 사르가소해에서 알을 낳고 죽는다. 이 책은 본능적으로 고향과 같이 특정한 장소로 향하는 조류, 어류 등 다양한 생물을 조명한다. 조류학자들은 영국 웨일스 앞바다에서 슴새를 잡아 슴새가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놓아주었다. 슴새는 바다가 아니라 알프스산맥으로 방향을 잡아 341시간 10분 만에 자신의 둥지로 돌아왔다. 미국 동부 보스턴에서 놓아준 슴새도 12일 12시간 만에 5000km를 날아 집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고,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찾을까. 특히 이정표가 없는 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동물들이 주목된다. 이런 새들은 낮에는 태양을 나침반처럼 활용하고, 밤에는 별자리를 본다고 한다. 휘파람새는 실험에서 플라네타륨(별자리를 투영시켜 보여주는 장치)으로 보여주는 별자리에 따라 방향을 달리 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유리멧새가 북쪽 하늘의 별을 이정표로 삼는다는 것과 이들이 학습을 통해 별자리를 분간하고 방향을 추정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심지어 새들은 중력 방향에 대한 지구 자기장의 방향 차이를 감지해 위도를 알 수 있고, 지구 자기장의 이미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는 뒤영벌, 큰까마귀 등을 연구해 동물행동학에서 업적을 냈고 수십 권의 저서를 낸 미국 버몬트대 명예교수다. 그 자신도 이직한 뒤 미국에서 가장 큰 삼림지대가 있는 메인주의,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으로 돌아갔다. 자신이 지은 숲속 오두막에서 살며 관찰한 주변 동물들의 이야기가 생생하다. 비버나 벌 등 ‘동물들이 집을 짓고 가꾸는 법’도 책은 소개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이은상, ‘가고파’) 어딜 가나 ‘우리 집’이 제일 좋고, 명절이면 고향으로 향하는 게 사람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기억과 감정을 갖는 능력은 인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물은 우리에게 없는 특정한 감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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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 영웅들도 ‘포항 지진’에 당혹? ‘꾼’ 어부지리?

    ‘포항 지진’에 배트맨과 원더우먼은 당황했을까? 15일 오후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감독 잭 스나이더)는 슈퍼맨이 사라진 틈을 노린 빌런(악당) 스테픈울프를 막기 위해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사이보그, 플래시 등이 맞서는 이야기다. 원래 대입 수험생들이 16일로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아무 생각 없이 보면 딱 좋을 만한 영화. 그러나 15일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돼 이후 흥행을 판가름하는 첫 주말 관객을 모으는 데 ‘수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 영화 관계자는 “수능을 막 마친 관객층은 분명 흥행에 플러스 요소”라면서도 “개봉 뒤 일주일 동안 난 입소문을 듣고 수험생들이 이 영화를 선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추석과 겨울방학 사이에 놓인 11월은 전통적으로 영화 관람 비수기다. 그러나 영화가에서는 최근 ‘미니 시즌’이 형성됐다고 본다. 지난해 관람객 통계도 같은 비수기인 3, 4월 관객(각각 1127만, 1000만 명)보다 11월 관객(1268만 명)이 많았다. 최근 몇 년간 이 11월을 장악한 건 할리우드 등 외국 영화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통상 외국 영화가 상반기 중 3∼6월의 관람 수요를 이끌고, 7월∼이듬해 2월의 주요 시즌에 한국 대작영화 중심으로 판이 짜인다. 그러나 11월만은 2013년 ‘토르: 다크월드’(관객 304만 명), 2014년 ‘인터스텔라’(1031만 명), 2016년 ‘닥터 스트레인지’(545만 명) 등 외국 영화가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해도 11월 한국 영화 관객이 459만 명(점유율 36.2%)인 데 비해 외국 영화는 809만 명(63.8%)이 봤다. 올해는 11월 1∼15일 외국 영화(51.8%), 한국 영화(48.2%)가 절반씩 관객을 나눈 상황. 지난달 25일 개봉해 한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내주지 않은 ‘토르: 라그나로크’(관객 439만 명)의 빈자리는 누가 차지할까. 팀플레이를 벌이는 DC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저스티스 리그)에게 일주일 간격을 두고 도전장을 내미는 한국 영화는 사기꾼들이 사기꾼을 속이며 팀플레이를 하는 ‘꾼’(감독 장창원)이다. 2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현빈 유지태 등의 캐스팅과 반전 있는 줄거리가 강점이다. 각자 딴생각을 하는 등장인물들의 플레이가 관객들의 두뇌 회전을 빠르게 만들 터. 15일 개봉한 ‘7호실’(감독 이용승)도 볼만한 블랙코미디 영화다. 서울 압구정동의 망해가는 DVD방을 배경으로 점점 인생이 꼬여가는 주인(신하균)과 알바생(도경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월세를 못 내는 상가 세입자와 빚에 내몰린 청년, 두 밑바닥 인생끼리 물어뜯는 모습이 ‘웃픈’ 영화다. ‘반드시 잡는다’(감독 김홍선)도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30년 전 미제 사건과 같은 수법의 살인이 시작되자 동네 터줏대감(백윤식)과 전직 형사(성동일)가 의기투합하며 펼쳐지는 스릴러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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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수입 등 콘텐츠 문의 시작… 중국내 한류도 해빙 ‘기운’

    내년 중국에서 다시 ‘잭팟’이 터질까. 한중관계 해빙으로 유통업계에 활기가 도는 가운데 대중문화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최근 한국 콘텐츠 기업에는 중국 내 다양한 업체로부터 내년 계획을 문의하는 연락이 잦아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얼어붙은 황해가 녹는 느낌”으로 기대하면서도 “중국 당국과 여론이 아직 명확한 청신호를 띄우지 않아 내년 초까지는 관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영화부터 가상현실까지… 다시 찾는 한국 콘텐츠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의 제작사는 최근 중국 측으로부터 수입 문의를 받았다. 사드 갈등 이후 최근까지 중국에서 한국 영화 개봉이 중단됐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본보에 “중국 대형 배급사 2, 3곳에서 문의가 왔다”며 “심의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해 동시개봉은 어렵겠지만 한국 개봉 한두 달 뒤에 중국 개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테마파크에 들어갈 가상현실 콘텐츠도 계약을 조율 중이다. 시각효과 기술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덱스터 스튜디오는 최근 중국 완다그룹의 광저우 테마파크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고 두세 개 파크와도 공급 협상에 들어갔다. 덱스터 관계자는 “한중관계 정상화 이후 중국 업체가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협상이 수월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 12월이 분기점… 흐르다 굳은 한류가 마중물 방송가에서는 중국 내 한류 콘텐츠 수입의 가늠자가 다음 달 한 차례 조정될 것으로 본다. iHQ 황기용 제작본부장은 “이달 중 중국 업체들이 한국 콘텐츠에 대한 심의를 넣으면 12월에 광전총국에서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연말 연초부터 한국 콘텐츠의 심의 통과 결과가 업계에서 확산되면 내년 분위기가 예상될 것”이라고 했다. 마중물은 사드 사태 이전에 합작투자나 편성이 확정됐다가 된서리를 맞은 콘텐츠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 이다해가 출연하는 드라마 ‘나의 여신 나의 어머니’는 지난해 중국 촬영까지 마쳤지만 방송이 무기한 연기됐다. 최준환 제이에스픽쳐스 본부장은 “최근 중국 제작사에서 ‘내년에 방영할 수 있게 됐다. 적당한 방송사를 물색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나의 여신…’은 한국 여성이 중국으로 시집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가요계에서도 공연, 방송 등 다양한 중국 내 혈맥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중국의 쑤닝과 합작법인을 세운 FN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현지에서 가요연습생을 발굴하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수출이 활기를 보일 것 같다”고 했다. 한동안 아시아 순회공연에서 중국 일정이 빠졌지만 중국 4, 5개 도시가 추가되면 자연히 한류 가수들의 아시아 투어 스케줄도 달라진다. 이 관계자는 “확대된 아시아 투어를 위해 국내 가수들이 음반도 더 내게 되면 내년 국내 음반시장 전체가 활기를 띠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 가수들은 중국 인기 소셜미디어인 웨이보를 통해 현지 팬과 해온 소통을 늘리며 중국 시장이 활짝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콘텐츠 표절 방지 장기적 대책 필요” 신중론도 나온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임원은 “중국 정부에서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오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면서 “그간 암암리에 중국 정부가 광전총국을 통해 자국 콘텐츠업계에 지령에 가까운 영향력을 행사해온 만큼 당장의 분위기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차제에 중국의 콘텐츠 표절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tvN 인기 드라마 ‘도깨비’는 중국 내 해적판이 크게 유행했으나 마침 사드 정국이 와 마땅히 대응할 방도가 없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과 정식 구매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 프로그램 포맷을 구매하는 대신 한국 프로그램을 표절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이사는 “해빙에 더해 지적과 제도 개선과 보완이 이뤄질 때 ‘일보 후퇴 후 이보 전진’, 즉 양국 콘텐츠 산업의 진정한 윈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imi@donga.com·조종엽·조윤경 기자}

    •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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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빈 “실제 누구든 속일 자신 있어요”

    “한동안 안타까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요. 문화라는 게 ‘자 이제 한한령(限韓令)이 풀렸으니까 원래대로 가십시오’라고 해서 금방 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겠어요? 오래전부터 쌓아 왔던 교류의 힘이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봐요.” 한류 스타 현빈(36)에게 최근의 한중관계 개선 뒤 문화 교류의 정상화 기대에 관해 13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현빈은 “얼마나 속도가 붙을지는 모르겠지만 한중이 좋은 시너지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빈은 22일 개봉하는 영화 ‘꾼’(감독 장창원)에서 사기꾼을 골라 속이는 사기꾼 ‘지성’ 역을 맡았다.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이 돌연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그에게 원한이 있는 지성이 박희수 검사(유지태)와 함께 장두칠을 추적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올 초 8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모은 영화 ‘공조’에서 집념의 북한 형사 역을 맡은 데 이어 전형적인 장르 영화 출연이다. “전에는 여운이 남거나,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더 많이 했던 듯한데, 어느 순간 영화나 드라마라는 게 어찌 보면 관객과 시청자분들이 복잡한 데서 벗어나는 시간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현빈은 “물론 ‘만추’(감독 김태용) 같은 영화도 다시 찍고 싶다”면서도 “요즘은 두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웃기는 장면에서는 제대로 웃기는 것이 오락 영화가 주는 문화생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꾼’이 반전이 있는 영화, 캐릭터 각자의 사연과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지성은 판을 벌이는 인물인데, 극중 제 연기가 튀어서 득 될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상 캐릭터도 그렇지만 제 연기도 일단 던져놓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그 다음 수를 놓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출연한 배우와 감독에 관해 묻자 칭찬이 이어졌다. “지태 형요? 진짜 영화‘꾼’이에요. 열정도 지식도 엄청나요. (춘자 역 아이돌 출신 나나는?) 밝은 에너지를 촬영 현장에서 주변에 퍼뜨리지요. (감독은 신인인데?) 되게 순수하시고, 배우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건 과감히 수용하시죠.” 톱스타다운 여유일까? 개봉을 앞뒀음에도 현빈은 ‘달관’까지는 아니더라도 인터뷰 동안 시종 편안해 보였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려는 편이라 스스로를 좀 힘들게 하고 옭아매는 면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꼭 성과가 나는 것도 아니구나 싶었나요?) 네, 요즘은 좀 내려놓으려고 하지요.”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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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내가 누군지 아니?

    “니(너), 내가 누군지 아니?”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의 장첸(윤계상)이 내뱉는 중국 동포 말투의 대사다. 1000만 영화 ‘택시운전사’에 이어 영화계의 또 다른 승자는 ‘범죄도시’. 신인 감독에 티켓 파워가 검증되지 않은 주연 배우로 지난달 3일 개봉한 이 영화는 13일까지 약 67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흥행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개봉 초기 ‘청년경찰’에 이어 중국 동포를 범죄 집단처럼 묘사한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흥행은 또 다른 모양새다. ‘일 없니?’를 비롯한 영화 속 대사들이 유행어가 되는 모습은 꼭 소수자의 이미지 왜곡 차원에서만 해석되지도 않는다. 가벼운 편견은 모바일 차량 내비게이션에도 있다. 안내 음성으로 강원 경상 전라 제주도 사투리 등을 고를 수 있는데 충청도 사투리만 없다. 충청도 말투가 신속한 길 안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 탓이라고 추정한다. 충청도 말이 얼마나 경제적인지, 장첸의 대사를 충청도 식으로 바꿔 본다. “(나) 몰러?”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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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날, 10월 9일 아닌 9월 30일?

    한글날은 10월 9일이 아니라 9월 30일? 한글 창제를 기념하고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한글날의 날짜 지정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은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학자들이 훈민정음에 기록된 음력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하면서 실수가 있었다”며 “최근 행정안전부에 한글날을 9월 30일로 바꿔야 한다는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세종실록에는 훈민정음이 음력으로 1446년 9월 ‘이루어졌다(成)’고 나오지만 날짜는 안 나온다. 1940년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의 서문 말미에는 ‘정통 11년(1446년) 9월 상한(正統 十一年 九月 上澣)’이라는 글귀가 있다. 1945년 조선어학회는 이를 바탕으로 양력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했다. 상한은 상순, 즉 1∼10일이라는 뜻이다. 1945년 당시 한글학자들이 적어도 음력으로 1446년 9월 10일에는 해례본이 완성됐다고 보고 이를 양력으로 환산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전까지는 한동안 음력 9월의 마지막 날인 29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10월 28일을 기념했는데 해례본의 발견으로 19일을 앞당겨 9일로 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양력 10월 28일 역시 환산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박 소장은 “1446년 음력 9월 10일은 양력으로 10월 9일이 아니라 9월 30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제공하는 음양력 변환 결과 당일은 당시 서양에서 사용한 율리우스력으로 1446년 9월 30일이 맞다. 박 소장은 “1582년 그레고리력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음양력 환산은 율리우스력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당시 음양력 환산을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도, 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니라 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 머릿속에 각인된 10월 9일을 굳이 바꿔야 하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 소장은 “자신의 생일이 잘못된 걸 뒤늦게 알면 누구나 올바른 생일을 축하하지 않겠는가”라며 “늦었지만 후손 대대로 기념할 한글날의 날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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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親中부터 민족주의까지… 한국인은 누구인가

    책의 ‘착점’을 곱씹어 보자. ‘한국 사람’은 누구인가. “영어로 ‘코리안’은 어디에 살든지 코리안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어에는 그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남한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라고 하지만 북한 사람은 조선 사람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사는 코리안은 재미교포, 중국은 조선족, 중앙아시아는 고려인이다.” 미국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로부터 저자가 들은 이야기다. 저자의 고민은 이어진다. 지칭하는 단어뿐 아니라, 코리안을 공통적으로 묶는 언어 이념 종교 풍습도 없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은 누구인가. 변치 않는 본질이란 없을 터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겸 원장인 저자는 정치적, 지정학적, 이념적 요소에 따라 다섯 가지 유형으로 한국 사람의 정체와 의미망을 분석하려고 한다. 먼저 ‘친중위정척사파’다. 병자호란과 명나라의 멸망을 겪은 조선 사람들이 사상적, 정치적, 국제정치적 정체성을 재정립하면서 그 뿌리가 탄생했다. 조선은 소중화 사상과 친명반청 사상을 구축하고 강력한 쇄국주의 체제와 이념을 태동시킨다. 이 같은 후기 조선의 세계관이 19세기 천주교의 도전, 양이의 출현을 맞아 위정척사로 이어진다. 다음으로 ‘친일개화파’는 19세기 말 일본을 새로운 문명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면서 탄생했다. 이들은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일본의 정치인, 경제인, 사상가들과 교류하면서 조선에서도 그와 같은 급진개혁을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친중위정척사파와 친청파의 저항에 몰락했다. ‘친미기독교(개신교)파’는 미국 선교사들이 조선에 교육과 의료 선교를 통해 이념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이 일제의 식민지가 된 조선 반도를 대신해 피난처이자 독립운동기지가 되면서 힘을 얻었다. ‘친소공산주의파’는 조선인의 러시아 이주,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으로 형성돼 1919년 파리강화조약을 기점으로 더욱 확산된다. 제1차 세계대전 뒤 서구 열강들이 피압박 민족들의 독립을 외면한 데 실망해 많은 독립운동가와 지식인들이 공산주의로 전향했던 것. 마지막으로 ‘인종적 민족주의파’는 사회진화론의 맥락에서 구성된 민족주의를 다룬다. 5가지 유형이 모두 이번 책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출간된 건 전 5권으로 기획된 시리즈의 1권으로, 이보다 앞선 ‘조선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서 시작해 친중위정척사파까지만 각각 1, 2부로 나뉘어 담겼다. 저자는 “위정척사파도 외세를 배격하고 ‘우리 것’을 지키고자 했으므로 민족주의자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그들이 지키려 했던 건 ‘천하’로 대변되는 전통 중화문명이었다”며 “반면 민족주의자는 민족의 보전을 위해서는 전통을 버리고 이단과 외래 문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과거에서 다양한 근대의 가능성과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 애쓰기보다는 기존에 굳어진 인식의 틀에 머무른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수많은 사료를 검토하고 명료한 주장을 통해 한국인의 얼굴을 찾아나가려는 노고가 드러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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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아르와 멜로 사이… 어정쩡한데 이상하게 재미있네

    이처럼 어딘가 어정쩡하면서 참 재밌기도 힘들다. 9일 개봉하는 ‘미옥’(감독 이안규)은 누아르의 외피를 띤 멜로다. 헌데 감정의 밀도를 축적해나가려 애쓰지 않는다. 제목은 여자 이름인데, 극은 남주인공 임상훈(이선균)이 끌고 나간다.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기업으로 키워낸 나현정(김혜수)이 은퇴를 준비한다. 무협지로 치면 금 대야에 손을 씻고 이후로는 강호를 완전히 떠나는 이른바 ‘금분세수(金盆洗手)’를 하고 싶은 것. 그러나 강호의 의리는 은원(恩怨)을 잊지 않는 게 기본이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조직의 행동대장 임상훈의 억눌린 욕망이 분출하고, 나현정에게 약점을 잡힌 검사 최대식(이희준)이 앙갚음을 시도하면서 이야기가 얽혀든다. 영화는 도스토옙스키의 장편 소설에 등장하는 뒤틀린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관건은 멜로가 관객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가느냐다. 영화는 감정을 섬세하게 쌓아 나가는 장면들의 비중을 축소하면서 속도감과 ‘쫄깃함’을 얻었다. 일단 공감하고 흐름을 따라가기 시작하면 눈을 떼기 어렵다. 그러나 처음에 공감이 안 되면 ‘왜 저렇게까지?’ 싶을 터다. 다수의 남자 관객은 별 상관없을 듯하다. ‘갖고 싶은 걸(예를 들어 ‘보스의 여자’라든가) 못 갖는’ 아이의 투정은 사실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이선균은 이런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이선균이 최근 10년간 출연한 영화 중 관객 200만 명이 넘게 든 영화를 보자.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년), ‘화차’(2012년), ‘쩨쩨한 로맨스’(2010년). ‘끝까지 간다’(2013년)를 제외하면 모두 어딘가 주인공의 내면에 ‘찌질한’ 구석이 있다. 언뜻 그만큼 조폭 행동대장이 안 어울리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 싶지만 그런 어정쩡함이 오히려 이 영화에서는 자연스럽다. 이제 찡그린 이마 주름이 자연스러운 그의 ‘쿨’하지 못한 모습은 제 욕망을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쉽게 파고든다. 김혜수 역시 최근 어둠의 세계에 있는 여자 역을 되풀이해 맡으면서 이미지를 관객에게 각인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볼거리로서도 영화는 ‘화끈한(?)’ 편이다. 수능 시즌에 걸쳐 개봉하면서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수험생 관객의 상당수를 포기한 이 영화는 ‘청불’ 영화가 허용하는 연출의 폭을 제대로 활용했다. 폭력은 넘쳐나고, 잔혹한 장면은 ‘굳이 필요했나?’ 싶은 선을 넘나든다. 시작부터 ‘살색(노출)’이 스크린에 가득하다. ★★★★(★ 5개 만점)  ▼ “결핍이 있는 인물… 멋지지 않아 좋았죠” ▼임상훈 역 맡은 배우 이선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7일 배우 이선균을 인터뷰한 서울 종로구의 카페 인근은 교통 정체가 극심했다. 이선균은 카페 인근의 한 부동산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왔다고 했다. 약속에 늦은 탓인지 다소 정신이 없어 보였지만 솔직했다. ―출연에 얽힌 사연은…. “임상훈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멋진 캐릭터가 아니라, 결핍이 있고 비뚤어진 사랑을 한다. 또 누아르에서 총 쏘는 배역을 해 보고 싶었다. 주윤발(저우룬파·周潤發)을 좋아했던 세대니까.(웃음) 그런데 내 연기가 아쉬웠다.” ―상훈과 비슷한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연구했나. “‘달콤한 인생’의 선우(이병헌)가 떠올라 부담이 됐다. 회사원처럼 ‘젠틀’한 모습을 연기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양아치’처럼 할지 고민했는데 확신을 못 가지고 어정쩡하게 한 면이 있다. 사실 상훈을 더 지저분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일종의 외근직이니 옷에 흙도 막 묻히고. (그 대신) 멜로 쪽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영화를 본 소감은…. “원래는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영화가 아닌데…. 주인공들 사이에 오랫동안 감춰뒀던 비밀과 응축됐던 공기가 폭발하는 게 더 잘 표현됐으면 좋았을 것 같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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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북아역사재단 향한 외부 간섭 없어야”

    “외부에서 동북아역사재단을 크게 흔들고 간섭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5대 신임 이사장에 김도형 연세대 사학과 교수(64·사진)가 선임됐다고 7일 밝혔다. 김 신임 이사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외부 간섭만 없다면 재단은 제자리를 잘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최근 ‘동북아역사지도’ 논란에 시달렸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5년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에서 동북아재단이 학계 통설에 따라 제작하던 동북아역사지도가 중국의 동북공정을 추종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후 재단은 “지도 제작의 부실”을 들어 사업을 중단시켰다. 김 이사장은 이에 관한 질문에 “국민이 크게 걱정하시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신임 이사장은 2002∼2010년 1, 2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고, 2005년 일본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역사연구단체협의회를 조직해 공동의장으로 활동했다. 2010∼2012년 동북아재단 자문위원장으로 일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할 당시에는 집필 거부 선언을 했고, 뉴라이트 성향의 ‘대안 교과서’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표했다. 김 신임 이사장은 본인 임명이 ‘코드 인사’라는 시각이 나올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시지 말아 달라”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내재적 발전론’의 기초를 세운 김용섭 동 대학 명예교수의 직계 제자로 대한제국기 근대화, 일제강점기 근대의식과 독립운동이 주 연구 분야다. 한국사연구회장, 연세대 박물관장 등을 지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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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개 역사학회 “‘朴정부 역사학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해야”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학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져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 학자들을 정부 연구 지원사업에서 배제했다는 의혹에 대해 6일 역사학계가 진상 규명과 참여자 처벌을 촉구했다.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사연구회, 동양사학회, 한국서양사학회를 비롯한 역사 관련 53개 학회와 학술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낸 성명에서 “청와대가 역사학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역사연구 지원 방침을 지시하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이를 충실히 실행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역사학계 블랙리스트는 반헌법적, 반국민적, 반학문적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짓밟은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학술 연구 지원 사업이 정권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제도적 조치를 강구하라”고 덧붙였다. 최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정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의 ‘역사 분야 학술연구 지원사업 공모 결과 검토’ 문건에는 “BH(청와대) 제안에 대한 검토 의견”이라며 “○○○ 교수의 경우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운동에 적극적이어서 배제 필요” 등이 명시돼 있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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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메이지 일왕은 어떻게 근대화의 상징이 됐나

    고메이 일왕은 1863년 가모 신사와 이와시미즈하치만 신궁을 참배한다. 재난이 아닌 상황에서 일왕이 궁궐을 떠난 건 250여 년 만이었다. 일왕이 궐 밖으로 나가는 걸 막부가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근세 역대 일왕은 사실 유폐된 국사범 같은 신세였고, 대체로 나라의 발전이나 시대와는 무관한 존재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1862년 11월 7일 고메이 일왕이 쇼군에게 보내는 칙서가 에도성에 도착했다. “막부는 … 중지를 모아 올바른 정책을 정해서 ‘추이(醜夷·추한 오랑캐)’를 거절하라.” 원래 칙서는 칙사가 홀 상단에 앉은 쇼군에게 공손히 바쳤으나 이때는 상단에 칙사가 있고, 쇼군이 신호를 기다렸다가 나아가 칙서를 받았다. 존왕양이(尊王攘夷)파가 대두하고 일왕과 쇼군의 입장이 바뀐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책은 1852년부터 1912년까지 일본의 메이지(明治) 유신과 일왕, 그리고 근대화에 관해 썼다. 1867년 왕정복고가 이뤄지고, 이듬해 8월 메이지 일왕의 즉위식이 열린다. 메이지라는 연호는 일왕이 2, 3개의 이름 가운데 제비를 뽑아서 정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일왕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 군주였다. 책은 일왕과 일본의 변화를 좇는다. 일왕은 언젠가부터 서양 요리를 먹었고, 양복을 입었다. 1871년 11월에는 처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는 와중에 일본에는 철도와 전신이 전국 구석구석까지 뻗어나갔다. 일왕은 전국을 순행하면서 특산물을 보고, 학교를 방문하고, 부대를 열병했다. 저자는 “일왕은 근대 국가 일본의 장래가 산업, 교육, 군대에 달려 있음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고메이 일왕은 서양 문명을 거부했으나, 그 아들은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 됐다. 유신의 주도 세력들이 어떻게 근대화와 부국강병을 추구했고, 시행착오와 에피소드를 겪었는지 책은 소개한다. 근대화 정책에 반대하는 민중 봉기가 잇따르기도 했다. 저자는 18권에 이르는 ‘일본문학사’를 집필하기도 했고, 일본 문화 연구 분야에서 손꼽히는 문예평론가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50여 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미국인이지만 근래에는 아예 일본 국적을 얻었다. 책은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과 중국 침략을 비판한다. 그러나 왕정복고의 핵심 인물인 사이고 다카모리가 정한론(征韓論)을 펼친 데서 보듯 유신이 이룩한 일왕제적 절대주의와 제국주의를 따로 분리할 수 있다고 보는 건 무리다. 또 “‘합병’이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 한국인은 이러한 (나쁜) 일을 예견했어야 한다”는 등의 서술은 조선 식민지화의 책임을 모호하게 만든다. “민비(명성황후)는 오만하고 부패한 여인”이라며 당대 일본의 왜곡된 시각이 그대로 노출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저자는 “안중근은 청나라와 러시아에 대한 일본의 전쟁 목적을 ‘한국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선전포고 글자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안중근은 일본인이 한국에서 범한 모든 죄를 이토 히로부미의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다른 모든 일본인의 죄를 용서했다”고 봤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이야기도 다루는 건 이 책의 장점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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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평창올림픽 성공 경험 배워갈 것”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경험을 배우겠습니다.” 2일 강원 강릉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13회 한중일 문화교류포럼’에서 왕신(王昕) 중국 베이징올림픽조직위 총괄기획부 종합처 부처장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홍보 분야에서 베이징을 많이 지원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포럼은 3국 지식인과 문화계 인사들이 문화 교류 현황을 평가하고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번갈아 열린다. 올해의 주제는 ‘한중일 올림픽과 동아시아의 문화예술 교류’. 평창뿐 아니라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 동아시아 3국에서 2년 간격으로 열리는 세계적 스포츠 축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왕 부처장은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친환경 녹색 올림픽’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 당시 이전한 철강 공장을 외형을 그대로 두고 내부만 개조해 베이징 겨울올림픽조직위 사무실로 쓰고 있다는 것. 그는 “이 건물은 베이징 서부의 상징적인 건축물이 됐다”며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올림픽 이후에도 사용 가능하도록 경기장과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배용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장이 ‘평창 올림픽을 세계문화축전으로’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그는 “평창에는 세계기록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史庫)가 있었고, 강릉 단오제 역시 인류무형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사찰의 목조 건축, 신사임당의 예술, 비무장지대(DMZ)의 자연 경관 등 품격 있는 콘텐츠를 만들 소재가 많다”며 “이번 올림픽은 우리 문화를 알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올림픽을 소재로 한 한중일 차세대 화가들의 작품도 소개됐다. 작품들은 평창 올림픽 기간에 전시될 예정이다. 일본 측 대표인 미야사코 마사아키 일본 문화재보호·예술연구조성재단 이사장은 탈레반이 파괴한 바미안 석불과 같은 손상된 벽화, 불상 등의 문화재를 디지털 기술로 복원하는 일본 도쿄예술대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번 포럼에는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 권병현 전 주중 대사, 사와 가즈키 도쿄예술대 총장 등 각국에서 7∼10명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한국 측 대표인 정구종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동서대 석좌교수)은 “한중일 3국이 한자, 식문화, 연희 등 각종 문화 전통과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은 수천 년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서로의 우수한 유산을 나눴던 덕분”이라며 “소중한 전통과 동질성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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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신혜 “최민식 선배에 기 안밀리려 얼굴에 힘 꽉주고 연기”

    야무지게 답하는 말투가 꼭 변호사 같았다. 2일 개봉한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에서 정의감 가득한 변호사 최희정 역을 맡은 배우 박신혜(27·사진)를 만난 첫인상이었다. 그는 본보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대배우인) 최민식 씨와 함께 출연한다는 것에 긴장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부담감을 조금 덜었다”고 말했다. 영화 ‘침묵’은 대기업 회장 임태산(최민식)의 약혼녀(이하늬) 살해 용의자로 임태산의 딸이 지목되면서 펼쳐지는 드라마다. 진실을 두고 다투는 법정 장면은 팽팽한 긴장감이 살아야 하는데, 희정이 태산에게 일방적으로 기(氣)가 밀리는 것처럼 스크린에 비칠까 봐 걱정이 됐었다는 얘기였다. “그동안 살면서 가장 화가 났을 때를 생각하면서 그 장면을 연기했거든요. 얼굴 근육이 굳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박신혜는 지난해 ‘닥터스’를 비롯해 TV 드라마에서는 당당히 주연을 했지만 그동안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극을 끌고 나간 적이 없다. “(그래도 단순히) 주인공 여자친구 같은 역할보다는 작지만 사건 전개의 주요 축 중 하나로 끼는 역할을 했었어요. 그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조금씩 출연 시간을 늘려 나가면서 ‘스크린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구나’ 하는 인식을 주고 싶었어요. 다음 번 영화에서는 욕심을 내 ‘원톱’ 주인공에 도전해보고 싶어요.(웃음)” 박신혜는 의사를 비롯해 전문직을 자주 연기했다. 그는 “전문직 여성이 늘어난 만큼 그런 배역도 늘어난 것이고, 그 직업을 가진 여성의 삶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다”고 했다. 당돌하고 단단한 이미지의 배역이 많았지만 다소 ‘허당’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인터뷰 때는 숨기려고 하지만 사실은 빈틈이 많고, 똑 부러지는 성격이 못 돼요.” 2003년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아역으로 데뷔해 연기 경력이 14년이 됐다. “그동안 얻은 것요? 음…. 한류배우라는 타이틀과 커리어, 인기, 광고? 하하. 그리고 영향력요. 어떤 분이 삶이 힘들어서 고민하다가 작품을 보고 힘을 얻었다며 편지를 보내주신 적이 있어요. 좋은 일에 제 인기를 ‘쓸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지요.” 박신혜는 “거리에서 반갑게 맞아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데, 무방비 상태로 끊임없이 휴대전화 사진기에 찍히는 건 아직도 익숙해지지 못했다”고 했다. “문자 보내는 척하면서 ‘도촬’하는 거 다 티나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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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TV가 보여주지 않는 전쟁의 진짜 얼굴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우리는 이라크의 사망자 수는 결코 알지 못했고, 각자 어떻게 죽었는지도 몰랐다.” 의사의 진단서를 위조하고, 폭설로 고립된 지역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며 회사를 결근하던 ‘나’는 결국 직장에서 해고당한다. 1991년 TV가 프랑스군의 걸프전 참전을 알리지만 ‘요정 나라의 불꽃같은 초록빛 포탄’을 중계할 뿐이다. “그것은 살인자의 손에 어떤 얼룩도 남기지 않은 깨끗한 전쟁이었다.” 이 장편소설의 서두는 1991년 ‘걸프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를 쓴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통찰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현대사회는 가상과 실재의 구분이 모호해졌다고 했다. 소설은 TV가 중계하는 이미지 뒤편에 실재하는 전쟁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다 함께 불타 죽었고, 마피아의 난투극에서처럼 한꺼번에 수장당했고, 참호의 모래 더미에서 진압당했고, 벙커의 콘크리트 가루에 섞였고, 불이 나서 녹아 버린 그들 기계의 강철 더미 속에서 타 죽었다.…그들은 이름조차 없었다. 이 전쟁에서 비가 내리듯 죽었고….” ‘나’는 우연히 알게 된 노인 살라뇽의 그림에 마음을 빼앗긴다. 살라뇽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고, 인도차이나전쟁(프랑스가 옛 식민지이던 인도차이나반도의 나라들을 다시 지배하려고 일으킨 전쟁)과 알제리전쟁(프랑스가 독립하려는 알제리와 벌인 전쟁)에도 참전했다. 그리고 전쟁을 그림으로 그렸다. 살라뇽은 ‘나’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고, ‘나’는 살라뇽의 노트를 토대로 그의 일생을 정리한다. 소설은 프랑스군이 저지른 야만적 행위를 신랄하게 고발한다. 평범한 고교 생물교사이던 저자는 이 소설로 2011년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 공쿠르상을 받았다. “우리 중 거의 대부분은, 무수히 많은 다른 사람이 죽음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오염물질의 결과처럼, 사막의 확장처럼, 채무의 지불처럼 더운 나라에 사는 이름 없는 다른 사람들이 그 책임을 감당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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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살인자의 기억법과 확신범

    최근 영화로도 만들어진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이래서다. 노인과 경찰이 나오고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주인공 각각의 입장에서 이야기는 흠 없이 완결적이다. 그러나 작가는 작은 트릭을 통해 모두의 관점에서는 모순 없는 서사가 성립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짜 놨다. 소설처럼 세계를 하나의 관점에서 온전히 서술하는 건 불가능하다. ‘자기 잘난 맛에 살다 가는 게 인생’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확신범’이다. 뇌 과학 관련 교양서에 자주 나오는 사례의 하나가 2015년 세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군 드레스 색깔 논쟁이다. 같은 옷 사진이 보는 사람마다 파랑과 검정 조합이나 흰색 금색 조합으로 달리 보였던 것. 사람들은 객관적이라고 믿었던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데 경악했다. 색깔 정도야 괜찮다. 문제는 인간이 세계를 선악 구도로 인식하는 일과 자신과 다른 집단의 악마화에 능숙하다는 것이다. 십자군전쟁이 왜 일어났겠나. 확신범들이 무섭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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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백제 귀족들 지배층에 편입… 신라의 ‘동서융합’ 집중 조명

    영화 ‘황산벌’(감독 이준익)은 660년 황산벌 전투에서 마주친 신라군과 백제군이 각각 진한 영호남 사투리를 쓰도록 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삼한을 통일했다(一統三韓)”고 자부했지만 후삼국 시대 백제와 고구려의 계승이 건국의 슬로건으로 내걸린 사실은 당시에도 ‘지역감정’이 만만치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역사학계 최대 연례행사인 전국역사학대회가 27, 2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역사전환기 이상과 현실’을 주제로 개최된다. 대회 둘째 날에는 신라사학회와 백제학회가 공동으로 학술대회 ‘한국 고대 동서 지역 간 갈등과 극복’을 연다. 대회에서는 신라가 멸망한 백제 유민을 대상으로 편 융합정책이 조명된다. 최희준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원은 “백제 멸망 뒤 673년 유민들이 만든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癸酉銘全氏阿彌陀佛碑像)의 명문(銘文)에는 조성한 이들이 신라의 관등으로 기록돼 있다”며 “옛 백제의 중앙 귀족들이 신라 지배층으로 새롭게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라가 효율적 통치를 위해 옛 백제지역의 지방 세력을 향리(鄕吏)나 촌주(村主)로 편제해 기득권을 인정하고 경제적 기반을 유지시켰다고 봤다. 전덕재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발표문 ‘통일전쟁기 신라·백제 지배체제와 수취체계의 변동’에서 “신라가 통일 이후 중간 행정단위로서 군(郡)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방 통치조직을 재편한 건 백제의 지방제도를 일부 반영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물론 융합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 것만은 아니었다. 조인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발표문 ‘통일에서 분열로―후백제의 성립을 중심으로’에서 “문무왕이 유언으로 웅천주 출신의 백제계 승려인 경흥법사를 국사(國師)로 삼을 것을 부탁했는데, 아들 신문왕은 (그러지 못하고) 국로(國老)로 삼았다”며 “이는 신라 지배층이나 불교계의 반발 때문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사는 당시 나라에서 가장 높은 승직(僧職)이고, 국로는 일종의 특별직이다. 또 조 교수는 “경덕왕 대에 왕권 강화를 위해 전통적인 군현의 이름을 중국식으로 바꾸자 지방 세력이 반발했을 것”이라며 “혜공왕 대에 다시 원래 지명으로 되돌렸는데, 이는 백제 고구려 유민들의 유민 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학술대회에서는 ‘7세기 중반 백제·신라의 정치체제와 대외정책’ ‘신라·백제의 문화적 특성과 융합’ ‘신라·백제 지역 간 교통로의 개설과 운영’ ‘백제 미술의 신라 전파와 수용’ 등이 발표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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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신 사무관 제도… 軍의 정치 개입 줄이려고 만들어”

    1970년대 후반부터 10년 넘게 존속하며 군 장교의 공무원 전직을 유도한 ‘유신 사무관 제도’가 군의 정치 개입 소지를 줄이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구술사연구사업’의 서울대 연구단은 27일 열리는 이 사업 공동 워크숍 발표문에서 “이 제도의 최초 구상자인 당시 국군 보안사령부 연구발전실 연구 장교로부터 이 같은 구술을 들었다”고 밝혔다. 정식 명칭은 ‘사관특채 공무원 제도’로 1977∼1988년 이 제도에 따라 군 장교 784명이 공무원으로 전직했다. 제도 시행 당시에는 육사생도였던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지만 씨의 장래를 고려한 것이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연구단에 따르면 이 제도를 구상한 연구 장교는 1973년 ‘윤필용 사건’(수도경비사령관 윤필용이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계기가 돼 군사 쿠데타의 발생 요인으로 군 인사 적체를 지적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이 제도를 구상했다는 것이다. 연구단은 또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단장을 청와대로 불러 1000만 원을 주면서 군내 부재자투표 부정을 노골적으로 강요하려 했다는 구술도 들었다. 현대사를 당사자의 구술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는 현대한국구술사연구사업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43명으로부터 2950여 시간에 이르는 구술 자료를 확보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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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유리정원’ 주연 문근영 “아파보니… 하고 싶은 일 포기말아야”

    영화 속 캐릭터를 빌려 속내를 말하는 걸까, 아니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영화 주인공을 설명하려는 걸까. 23일 배우 문근영(30)을 인터뷰하는 동안 생긴 궁금증이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에서 순수하면서도 고지식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은 그는 극 중 인물과 몹시 닮아 보였다. 그는 영화를 “상처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재연은 후배에게 연구 아이디어를 도둑맞고 연인까지 잃지만 자신의 믿음을 밀고 나간다. “재연이 상처를 받은 건 연인의 배신 탓이라기보다 사랑하는 마음 자체를 가졌기 때문이겠지요.” 배우라기보다 선승(禪僧)의 말처럼 들렸다. “약간 잔인한 말일까요? 전, 거리를 두고 영화를 봤더니 순수한 마음을 가진 재연이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위안을 받았어요.” 문근영은 올 2월 ‘급성구획증후군’(염증으로 근육에 압력이 증가해 조직이 괴사하는 병)으로 갑작스럽게 수술을 여러 차례 받고 최근까지 활동을 중단했다. 지금은 회복됐지만 당시에는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상태였느냐고 묻자 그는 “얘기하면 (팬들이) 걱정하실까 봐…”라고 말을 흐렸다. “아프고 나니 적어도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살지는 말아야겠다 싶더라고요.” 영화 속 재연은 실험실 가운이나 펑퍼짐한 의상만 입는다. 스토리상 분장도 얼굴의 푸석푸석함이 강조되는 장면이 적지 않다. 영화를 고를 때 망설여지지 않았을까. “원래 메이크업도 별로 안 좋아하고,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지 않아요.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어요.” 아역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해 선행에도 ‘악플’이 달리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그에게 “팬이나 대중으로부터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곧바로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배신이라기보다는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마음과 다른 반응과 시선이 돌아올 때 상처 아닌 상처를 받지요. 나는 그게 아니었는데….” 극 중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재연의 순수한 캐릭터는 ‘국민 여동생’이라는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가 작품에서 이 이미지를 유지하면 ‘식상하다’, 변화를 시도하면 ‘안 어울린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라는 서운함은 없을까. “어느 장단이든 제가 만들고 찾아야 되겠지요. (다음 작품은?) 일단 밝고 따뜻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제 마음이 지금 그렇거든요.”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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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해외 미군기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1950년대 말 미국 해군 관리들은 인도양 한가운데 영국령 차고스제도의 디에고가르시아섬에 새로운 미군 기지를 세우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1968∼1973년 이 섬의 모든 토착민들을 강제로 쫓아내고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양 서부의 모리셔스섬과 세이셸섬으로 이주시켰다. 이주 지원금은 한 푼도 없었고, 이들은 이주한 섬에서 가장 가난한 빈민이 됐다. 미국 워싱턴 아메리칸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가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가 끼치고 있는 폐해를 취재해 썼다. 이탈리아에서는 미군이 마피아와 연계됐다고 한다. 이야기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솔리니의 단속 표적이었던 마피아는 연합군의 시칠리아섬 공격을 도왔다. 상륙 뒤 연합군은 마피아 조직원을 시장으로 임명하는 등 마피아를 행정의 파트너로 사용했다. 나폴리 마피아는 연합국 군정청장을 등에 업고 세력을 확장했다. ‘카모라’라고 불리는 이 조직범죄 집단의 힘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간 배경에는 이탈리아에 대규모로 조성된 미군 기지와 휴양 시설 건설 사업이 있었다. 미국이 19세기 이래로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미군 기지를 통해 군사 개입을 했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독재자나 반군을 지원했다는 익숙한 이야기도 책은 소개했다. 저자는 6년 동안 세계 60여 곳의 미군 기지를 찾아가 취재했다. 그는 “해외 미군 기지 이야기는 곧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연대기이며, 미군 기지로 인해 미국인은 ‘영구적인 군사 사회’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고 했다. 저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미군 기지는 비용도 많이 든다’는 대목에서는 미군 병력을 일부 축소하는 한편 첨단 신속 기동군으로 재편하려는 미국 정부의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과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뚜렷이 구별되는지 물음이 생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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