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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남대문시장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던 A 씨는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2억 원의 당좌수표 대금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A 씨는 미국에서 재기에 성공해 한국에서 빚진 돈을 갚을 재력을 쌓았다. 하지만 기소중지 상태라 한국 여권을 재발급받지 못하는 데다 한국에 와서 수사를 받는다 해도 언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A 씨 같은 IMF 경제사범은 외국에서 터전을 잡았더라도 한번 국내로 들어오면 출국이 안 될까봐 한국행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기소중지 상태로 공소시효가 계속 연장됐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불법체류 등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로 살아왔다. 정부는 이런 사례가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아직도 IMF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해외를 떠도는 사람들을 위해 구제책을 내놨다. 외교부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 세계 170개 공관에서 해외도피로 인해 기소중지된 ‘IMF 관련 경제사범’의 특별 자수 기간을 운용한다고 31일 밝혔다. IMF 경제사범을 위한 자진신고기간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측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해외에 머무는 재외국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당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이번 제도를 도입했으며 검찰과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조치의 대상은 1997년 1월 1일부터 2001년 12월 31일까지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사기·횡령·배임(업무상 횡령·업무상 배임은 고소·고발사건만 포함) 등 3가지 혐의로 기소중지된 재외국민이다. 이들이 자진신고기간에 재외공관에 자수하면 외교부는 재외공관을 통해 재기신청서를 받는다. 피의자들에게는 국내에 있는 피해자들과의 연락을 통해 금전적 피해를 보상할 기회가 주어진다. 피해 변제가 이뤄지면 검찰은 e메일 전화 우편 화상조사 등을 통해 조사하고 불기소 처분이나 벌금 등 약식 기소할 방침이다. 추가 조사가 필요해 국내에 입국해야 하는 경우에도 불구속 수사하고 최대한 신속히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부가 개성공단 관련 ‘마지막 회담’을 공식 제의한 지 이틀째인 30일에도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한이 이날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개시 및 마감 통화를 했지만 북한은 정부 측 제의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답변이 늦어지면서 존폐 기로에 놓인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남과 북의 수싸움이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조속한 입장 표명을 거듭 촉구한다. 입주기업의 피해가 가중되는 것을 감안해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날 사태가 진전되지 않으면 단식투쟁까지 불사하겠다며 양측 정부를 압박했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북측이 배포한 합의문을 보면 우리 정부의 의제 대부분이 북측의 합의문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북측에 대해서는 “전제조건 없는 재발방지를 보장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핵심 의제인 ‘재발방지 조치’에 대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었다”며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걸림돌을 제거하고자 하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철중·강유현 기자 tnf@donga.com}
정부가 29일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한 7차 남북 실무회담 제의가 담긴 전통문을 북한에 전달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전날 정부가 ‘마지막 회담 제의’라는 최후통첩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함께 내놓은 것에 대해 북한이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통일부 장관 명의로 된 전통문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통문에 구체적인 회담 날짜와 시간은 명시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 오후 4시에 이뤄진 판문점 연락관 간 마감통화 때까지 정부의 대화 제의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연장 근무 요청도 하지 않았다. 이달 4일 정부가 1차 실무회담을 제의했을 때에는 북한이 연락관의 연장 근무를 요청하고 양측이 수정 제의를 주고받은 끝에 당일 오후 8시 회담 개최에 합의한 바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8일 오전 언론을 통해 성명을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만 하루가 넘도록 답변을 미루고 있는 셈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한국이 요구하는 개성공단 문제 재발 방지책을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경우 개성공단 폐쇄 우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대북 인도적 지원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28일) 장관 성명에서 북한이 통행 제한과 근로자 철수 등에 대한 재발 방지를 확실히 보장하여야 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며 “북한이 개성공단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처럼 북한의 분명한 태도 변화를 전제로 회담을 제의했기 때문에 북한이 정부의 제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적지 않다. 북한이 회담을 거부할 경우 정부가 ‘중대한 결단’을 공언한 대로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순서를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조건부 거절’이나 ‘역제의’를 해 올 개연성도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회담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의지를 보인 만큼 회담의 의제나 장소 등을 바꿔 가며 시간 끌기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통일이 늦어질수록 통일이익이 그만큼 작아지고 분단 비용만 커집니다. 통일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도약의 기회를 줄 겁니다.”(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 “입으로는 통일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다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통일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진정성이 아닐까요?”(영 피스 리더) 27일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열린 ‘캠프 그리브스 평화포럼’에서는 미래 통일 시대의 주역인 대학생 100명으로 구성된 제1기 ‘영 피스 리더(Young Peace Leader·YPL)’가 북한 전문가들과 함께 통일을 이야기하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 행사를 지켜본 1사단 관계자는 “휴전선을 불과 2km 앞둔 이곳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통일을 얘기한다는 건 역사적인 일”이라며 “젊은 세대에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의미를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 ‘4인 4색’ 북한 전문가들의 토크 콘서트 포럼의 1부는 북한과 관련된 오피니언 리더들이 북한의 실상과 통일의 중요성을 전하는 ‘토크 콘서트’로 꾸며졌다. 패널로는 채널A의 간판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의 탈북 방송인 신은하 씨, 탈북 과정을 담은 영화 ‘48m’의 민백두 감독, 탈북자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조동호 교수가 나섰다. 첫 발표자로 나선 신 씨는 “1998년 처음으로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숨어 살았지만 결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되기도 했다”면서 자신이 직접 겪은 탈북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신 씨의 발표에 이어 민 감독의 영화 ‘48m’가 상영되자 행사장은 엄숙한 분위기에 젖었다. 강을 건너다 북한군의 총에 사살된 가족을 붙잡고 울부짖는 탈북자의 모습이 나오자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통일의 접근 방식과 비용 등에 대한 의견들도 나왔다. 탈북자 출신인 주 기자는 “남과 북의 체제가 합쳐지는 정치적 통일은 멀 수 있지만 남북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게 되면 통일이 된 거나 마찬가지”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비무장지대(DMZ)의 ‘세계평화공원’ 구상은 좋은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탈북자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를 지적하며 “통일비용을 얘기하기 전에 북한 주민들을 품을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표에 나선 조 교수는 통일을 결혼에 비유해 설명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조 교수는 “결혼을 할 때 비용보다는 함께 살면서 만들어갈 미래를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라며 “통일된 이후 늘어날 일자리, 업그레이드될 한반도의 위상 등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YPL들은 패널들의 발표가 끝난 뒤 궁금했던 내용들을 쏟아냈다. 주 기자에게 “남남북녀라는 말이 사실이냐”라고 묻는 장난스러운 질문도 있었지만 통일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을 담은 견해도 나왔다. 한 YPL은 “통일은 결혼과 달리 이혼할 수도 없기 때문에 준비를 잘해서 잘못된 통일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해 많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영 피스 리더들의 톡톡 튀는 통일 방안 2부에서는 YPL들이 ‘남북이 하나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을 주제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경연이 펼쳐졌다. 각 조별로 4분짜리 퍼포먼스에서 남북 분단의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를 진지하게 보여주는 상황극부터 남과 북의 차이를 재밌게 설명한 콩트까지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선보였다. 1부에서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 4명이 심사위원을 맡아 즉석에서 5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겼다. 대상을 차지한 3조는 남과 북의 분단 역사를 상황극을 통해 보여주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서로 알아가기 △둘이 하나 될 때 좋은 점 생각하기 △단둘이 이야기하기 등을 제시했다. 조장을 맡은 최진욱 씨(26·중앙대)는 “남과 북을 ‘국가’가 아닌 ‘사람’으로 표현해 다투던 형제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통일을 고민하고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행사 취지와 어울려 높은 점수를 받았다. 2등상인 금상을 받은 6조는 개그콘서트의 ‘현대 레알 사전’ 코너를 패러디해 같은 단어가 남과 북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여줬다. YPL들의 어색한 연기가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그 안에는 통일에 대한 대학생들의 문제의식이 숨어 있었다. 탈북자들에게 전해줄 생필품을 준비하는 것처럼 작은 실천부터 하자는 의견을 내놓는가 하면 통일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심사를 맡은 민 감독은 “짧은 시간에 준비했지만 통일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이 잘 묻어나왔다”면서 “통일을 자신들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부터가 통일 준비의 시작”이라고 말했다.파주=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 우리한테 (먼저) 얘기를 해야지.”(남측 관계자) “자유라면서? 왜 막아서느냐? 우리 자유다.”(북측 관계자) 25일 오후 5시 25분경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4층에 마련된 남측 프레스센터. 남한 기자들 앞에서 벌어진 남북의 실랑이다.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결렬되자 북측 대표단이 남한 기자들을 찾아와 기자회견을 강행했고, 남측 관계자들은 이를 가로막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북한이 돌출 행동의 근거로 내세운 단어가 ‘자유’다.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는 남한 대표단의 강경한 태도에 가로막힌 북측 대표단이 그 답답함과 억울함을 호소한 대상은 남한의 자유 언론이다. 북측 관계자의 강변을 다르게 표현하면 이런 것 아닐까 싶다. “남한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자유를 우리(북한)도 좀 누려 보자. 우리의 자유를 막지 말라! 막지 말라!” 북한의 대남(對南) 기자회견은 남측 정부 당국자들뿐만 아니라 남한 기자들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개성공단 사태의 중심에 남한 언론의 자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개성공단 가동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대표적 이유 중 하나로 남한 언론의 보도를 문제 삼았다. 남한 신문이나 방송이 개성공단을 ‘달러박스’ ‘돈줄’ ‘밥줄’ 등으로 표현해 ‘북한의 최고 존엄’을 모욕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 책임을 남한 정부가 져야 하고, 앞으로 그런 보도가 안 나오도록 ‘재발 방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북한은 제4차 회담에서 제시한 합의안에서 ‘남측은 개성공업지구의 안정적 운영에 저해되는 일체의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명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말하는 정치적 언동에는 남한 언론의 보도도 당연히 포함된다. 자유로운 언론보도가 북한에는 언제든 개성공단을 문 닫는 이유가 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남한 대표단은 회담 때도 “만약 남한 보도가 사실과 다르면 북한이 직접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 왜 그런 문제에 한국 정부를 끌어들이느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남한 언론의 자유로운 보도를 문제 삼아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개성공단의 자유 왕래를 제한한 것이다. 북측 근로자 5만3000명을 일방 철수해 그들의 ‘근로의 자유’도 제한했다. 남측 입주회사들의 ‘기업 활동의 자유’도 가로막았다. 북측 근로자들이, 남측 입주기업들이 그런 북한 당국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있을지 모르겠다. “자유라면서? 왜 가로막느냐? 우리 자유다.”김철중 정치부 기자 tnf@donga.com}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6일 “태국 경찰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탈북자 25명을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22일 북부 치앙샌 지역을 순찰하던 경찰이 불법 입국한 탈북자 12명을 체포했다고 태국 일간지 타이래스가 보도했다. 이에 앞서 태국 북부지역 신문인 마에사이뉴스 인터넷판도 5월 31일 태국 경찰이 메콩 강에서 탈북자 13명을 체포했으며 신문 결과 이들은 일가족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은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戰勝節·정전협정 체결일) 참석 차 북한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리 부주석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하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의 최대 국가행사인 전승절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북한이 불편해하는 이슈인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중국의 ‘북핵 불용’ 원칙을 재확인하며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측의 (비핵화) 방침이 엄중하게 표명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날 접견에는 북측에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중국에서는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 자옌안(賈延安)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부주임, 류훙차이(劉洪才) 북한 주재 중국대사 등이 배석했다. 중국대표단은 10여 명으로 구성됐으며 장관급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과 리 부주석의 회동을 전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발언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철중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tnf@donga.com}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5일 열린 남북 당국 간 제6차 실무회담이 차기 회담 일정을 잡지 못한 채 결렬됐다. 북측은 결렬 직후 “개성공단에 군인들을 다시 주둔시킬 수 있다”고 위협했다. 남측도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폐쇄 방안도 결단할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북 간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전반이 경색될 개연성이 커졌다. 남북한은 이날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제6차 회담을 열었으나 핵심 쟁점인 북측의 가동 중단 책임 인정 및 재발 방지 약속을 놓고 기존의 견해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지도개발총국 부총국장은 회담 결렬을 선언한 후 회담장과 같은 건물에 마련된 남측 프레스센터에 임의로 들어가 “개성공업지구는 남측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개성공업지구 협력사업이 파탄되게 된다면 공업지구 군사분계선 지역을 우리 군대가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며 서해 육로도 영영 막히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 대표는 이런 주장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일방적으로 읽은 뒤 그동안 자신들이 회담에서 내놨던 기본발언문과 합의안, 수정안, 재수정안 등 21쪽 분량의 자료를 전격 공개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내고 “정부는 오늘 개성공단 회담 결과로 인해 개성공단의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중대 결심’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 핵심 관계자는 “‘재발 방지가 보장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 폐쇄도 불사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확고하다”고 말했다.개성공동취재단·이정은·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

어렵게 마련됐던 협상의 장이 깨지는 데는 20일도 걸리지 않았다. 이달 6일 개성공단의 재가동 문제를 놓고 처음으로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았던 남북한은 25일 제6차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도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북측은 일방적으로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향후 남북관계의 시금석이었던 개성공단 문제가 끝내 해법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한반도 정국은 다시 급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돌출행동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절박함을 북한 특유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한반도 대화 국면을 도발 분위기로 전환할 경우 잃게 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北 3∼6차회담 비공개 발언 전격 공개 이날 오후 5시 10분 종결회의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양측이 제7차 회담으로 다시 공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개성공단 회담을 이대로 끝내버리기에는 남북한 모두 부담이 너무 큰 만큼 서로가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8월 초까지는 회담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었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은 종결회의에서 남측이 차기회담 일정을 잡자고 제안하자 이를 “회담 결렬”이라고 주장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인정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남측의 끈질긴 요구를 더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날 북측이 전격 공개한 3∼6차 회담에서의 비공개 발언, 북측 합의안과 수정안들을 보면 북측의 속내가 그대로 읽힌다. 3차 회담 비공개 발언에는 “사실 동족대결로 악명을 떨친 이전 정권 시기에도 유지돼온 개성공단 지구가 오늘에 와서 폐쇄된다면 이명박 정권보다 더한 대결정권으로 내외의 규탄을 면치 못할 것이며, 민족사에 두고두고 가장 저주로운 치욕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논란에 대해서도 “가장 신성시해야 할 북남 수뇌 담화록을 내부의 정략적 목적을 위해 전면 공개하면서 그를 완전히 백지화하고 험악하게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합의안과 수정안에는 ‘책임 인정’(1조)과 ‘재발 방지’(2조) 부분의 주어가 모두 ‘북과 남’으로 돼 있다. 공동책임이라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정상운영을 저해하는 정치적 군사적 행위’의 책임을 남측에도 돌렸다. 심지어 제4차 회담에서는 이 규정의 세부항목으로 ‘남측은 개성공업지구의 안정적 운영에 저해되는 일체의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추가해 놨다. 이는 1차적으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언급했던 개성공단 내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에서 더 나아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뜻하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남측 김기웅 수석대표도 회담 후 브리핑에서 “우리 측이 ‘언제라도 유사한 (군사적) 행동을 보인다면 (인력 철수 등) 유사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추궁했는데 북측은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관련해 임금과 세금의 인상을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제적 기준에 맞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입주기업들에 부여했던 기존 ‘특혜’도 철회하겠다고 했다. 임금과 세금 외에 남측이 요구한 노무관계와 보험 등은 뒤늦게야 국제적 수준으로 맞출 대상에 포함시켜 놨다.○ ‘중대 결심’ 예고한 정부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의 핵심 조건인 1조에서 북한의 책임을 명시해야만 다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이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의 존폐’를 언급했고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원칙론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북한이 끝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며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이 북한에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전파할 수 있는 ‘트로이 목마’의 역할을 기대만큼 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고 정부 내 기류를 전했다. 앞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개성공단 실무회담은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을 위한 원칙과 틀을 짜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전략적 차원으로 대응해온 특성을 감안하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선택과 행보가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남북대화가 중단되면 그 책임을 남쪽에 돌리고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했음을 강조하기 위해 강경 노선으로 돌아서 왔다”며 “앞으로 긴장국면이 최소 1, 2개월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성공단 회담이 이대로 완전히 끝나버리지는 않더라도 한동안 냉각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개성공단 문을 이대로 닫아버리기엔 북한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이 다시 회담을 제의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추석(9월 19일)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개성공동취재단·이정은·조숭호·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

《 60년 전 전쟁의 포성은 멈췄다. 그러나 그 상흔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최북단 미군기지였던 캠프 그리브스는 그 아픔과 상처를 그대로 간직한 역사적 현장이다. 평화공원으로 탈바꿈한 그곳에서 27일 통일의 축제가 열린다. 제1회 캠프 그리브스 평화 포럼이다. 전쟁과 분단이 남긴 상흔의 유일한 치료제는 평화와 통일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전쟁과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로.’ 경기 파주시와 동아일보, 채널A가 공동 주최하고 국방부가 후원하는 ‘제1회 캠프 그리브스 평화포럼’이 정전 60주년을 맞는 27일 경기 파주시 군내면 캠프 그리브스(옛 미군기지)에서 열린다. 대학생 100명으로 구성된 제1기 ‘영 피스 리더(Young Peace Leader)’들은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평화포럼과 축하공연 등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고 통일을 노래하는 시간을 갖는다.○ 영 피스 리더들, “통일은 기회다”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0층 CC큐브(교육장)에서 열린 평화포럼 오리엔테이션에 영 피스 리더들이 모였다. 난생처음 민간인출입통제구역(민통선)을 넘는다는 생각에 설레고 긴장된다는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다. 캠프 그리브스는 민통선 안에 있어 군 당국의 사전 허가가 없으면 출입할 수 없다. 평화포럼에 참가할 영 피스 리더들이 제출한 지원서를 분석해본 결과 이들 상당수는 통일을 ‘한민족의 염원’보다는 ‘내 미래를 열어줄 기회’로 인식하고 있었다. ‘통일은 나에게 □이다. 왜냐하면?’이라는 질문에 참가자들은 ‘기회’나 ‘도전’이란 키워드를 가장 많이 꼽았다. 몇 년 안에 사회 진출을 해야 하는 이들은 통일된 한반도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치학 사회학 건축학 등 각자의 전공과 꿈에 맞춰 통일시대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하빈 씨(21·명지대 정치외교학)는 “통일 후 한반도의 정치적 혹은 사회적 현상들을 조정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미디어그룹이 연중기획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7대 다짐 중 첫 번째인 ‘통일 이익이 분단 비용보다 크다’란 명제에는 대부분 공감을 나타냈다. 독일이 통일 이후 어려운 시기도 겪었지만 현재 유럽연합(EU)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점에 주목하는 영 피스 리더가 많았다. 선한나 씨(21·미국 미네소타대 영어영문학)는 “통일을 통해 높아질 우리나라의 위상과 안보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는 효과까지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통일 이익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다만 통일이 된다면 단기적으로 상당한 고통이 따를 것이라는 걱정도 적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통일이 되면 ‘세금폭탄’을 피할 수 없고 이는 결국 우리 같은 10, 20대의 젊은 세대가 갚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분단의 상징’에서 울리는 ‘평화와 통일의 노래’ 평화포럼은 27일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화려한 축하공연으로 영 피스 리더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2시 반부터 시작되는 포럼 1부에는 채널A의 간판 프로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의 탈북 미녀 신은하 씨, 생생한 탈북 과정을 담은 영화 ‘48미터’의 민백두 감독, 탈북자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북한 전문가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등이 패널로 출동한다. ‘내가 살아본 북한’을 주제로 발표할 신 씨는 “북한의 실상에 대한 소개와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통일을 생각하자’란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 피스 리더들이 패널들에게 묻고 싶은 내용을 담은 메모지를 종이비행기 형태로 접어 무대로 날리면 사회자가 무작위로 선택해 패널들의 답변을 받는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됐다. 포럼 2부 행사에선 영 피스 리더들이 오리엔테이션 때 공개된 주제(남북이 하나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로 조별 프레젠테이션을 수행한다. 패널들이 현장에서 즉석 심사를 한다. 조 교수는 “거대담론 위주의 논의에서 벗어나 통일로 인해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 1사단 군악대의 힘찬 연주와 함께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축하공연에는 총 5개 팀이 참가한다. 오프닝은 6·25전쟁 참전국 출신으로 구성된 ‘유엔 참전국 교향악단’이 맡았다. 교향악단의 솔로이스트(독창자)들은 ‘블루 벨스 오브 스코틀랜드’ ‘아리랑’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임미정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 대표는 “전쟁이란 불행한 인연으로 만난 한국과 참전국이 과거의 불행을 미래의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평화포럼에서 만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프라노 이효진과 바리톤 박정민의 성악 공연, 인기 록밴드 ‘크라잉넛’의 공연, 퓨전국악밴드 ‘훌’의 화려한 퍼포먼스 공연이 뒤따른다. 축하공연의 피날레를 맡은 안성시립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은 서민의 전통 고유놀이인 줄타기, 길놀이 공연을 통해 60년간 계속돼 온 분단의 아픔을 보듬는다. 이상철 풍물단원은 “한민족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무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손영일·김철중 기자 scud2007@donga.com}
8월 2일 서울에서 한국과 쿠바 정부 차원의 첫 문화교류행사가 열린다. 최근 파나마 당국에 적발된 북한 선박으로 인해 북한과 쿠바 간 미사일 거래가 국제적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이번 행사가 향후 남북한과 쿠바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8월 2∼4일(서울), 7∼9일(평창 대구 안동 순천)에 ‘2013 쿠바문화예술 축제’가 개최된다. 쿠바는 한국과 미수교국이다. 양국은 과거 민간협회 차원의 교류는 있었지만 정부 공식 채널을 통해 문화교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행사를 위해 방한하는 쿠바 예술단 41명은 쿠바 국립예술원 격인 호세마르티 문화원 소속이다. 외교부 측은 “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추진하는 교류이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쿠바와 수교 체결의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바는 한국과 미수교 상태지만 2005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KOTRA 무역관이 개설된 뒤 매년 제3국을 통한 무역량이 증가하는 등 양국 관계가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북한과 쿠바가 1960년 수교 이후 우호 관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국과 쿠바의 협력은 간접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갖는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최근 쿠바와 북한 간 무기 밀거래 의혹이 불거지긴 했지만 북-쿠바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6월 쿠바를 방문한 북한의 김격식 인민군 총참모장이 양국을 ‘참호 속 동지’라고 했지만 북한이 핵 보유까지 선언한 상황에서 쿠바가 더이상 북한을 형제나라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북한과 쿠바 간 무역거래도 일부 무기류를 제외하고는 거의 단절된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부는 17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당국 간 4차 실무회담에서 공단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한 북측의 책임을 인정하고 명시적인 재발 방지책을 내놓을 것을 거듭 요구했다. 북측은 이날 기존에 내놨던 수정 합의서의 재수정안을 내밀었지만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도 합의는 불발됐다. 남북한은 22일 개성공단에서 5차 회담에 나선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이날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합의서의 가장 본질인 재발 방지 보장 조치에 대해 북측이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았고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보장 방안에 대해서도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4번째 회담에서도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함에 따라 개성공단 회담은 본격적으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측은 2차 회담에서 합의안, 3차 회담에서 수정 합의안을 가져온 데 이어 이날 재수정 합의안을 갖고 나와 형식적으로나마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김 수석대표는 “북측이 (재수정 합의안을) 제시했지만 기존의 안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직 남측의 요구 수준에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북측은 특히 재발 방지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빠른 시일 내에 개성공단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만 또다시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수석대표와 북측 박철수 중앙특구지도개발총국 부총국장은 이날도 시작부터 냉랭한 신경전을 펼쳤다. 박 단장은 김 수석대표가 “비가 오다가 그쳤을 때 고쳐야 될 게 있다면 고쳐서 다시 비바람이 치고 폭우가 와도 끄떡없이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단호한 어투로 “안개까지 걷히면 먼 산의 정점이 보일 것 같다”고 말한 뒤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편 이날 개성공단을 방문한 입주기업인들은 차량 191대에 339t 규모의 설비 일부와 원부자재를 싣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기업들의 물자 반출은 예정대로 일단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필요하다면 20일 이후에도 물자 반출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개성공동취재단·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북에서 한국으로 왔다가 다시 외국으로 떠나는 친구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요. 어디서든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건 똑같지만 같은 핏줄에게 손가락질 받는 게 더 화가 나거든요.” 16일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서울 서초구의 ‘두리하나 국제학교’에서 만난 염광진 씨(28)는 “혼자라는 소외감에 ‘차라리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2002년 당시 17세였던 염 씨는 북한을 탈출한 지 5년 만에 한국에 와서 학교에 입학했지만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지난해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대안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염 씨 이외에도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부모의 적응 실패 등을 지켜보며 한국 사회에 등을 돌리는 탈북 청소년이 적지 않다. 2011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온 유모 양(17)은 “작년에 대안학교에서 만난 친구 10명 중에 5명은 캐나다로 떠났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부모를 졸라서 타국행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 대안학교 관계자는 “학생 10명 중 2, 3명꼴로 영국 캐나다 등으로 떠나는데, 그곳에서도 적응을 잘 못해서 몇 년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부모의 이혼, 생활고 등 탈북 가족들의 어려운 가정환경도 탈북 청소년들을 방황하게 하는 요인이다. 두리하나 국제학교 관계자는 “탈북자 부모 중에는 이혼하거나 가정불화가 심한 사람이 적지 않다”며 “부모가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좌절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초중고교를 다니는 탈북 청소년은 1992명으로, 4년 전인 2008년(966명)에 비해 1000명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이들이 정규 교육과정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탈북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탈북 과정에서 교육이 단절된 경우가 많아 학업 성취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탈북 청소년에게 학업지도와 사회적응 교육을 제공하는 대안학교에 대한 정부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정부 승인을 받아 통일부에서 지원을 받은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교육시설은 8곳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교육받은 탈북 청소년들은 통일코리아 시대에 남과 북을 이어줄 중요한 자원”이라며 “통일 준비 차원에서라도 이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윤아 인턴기자 덕성여대 정치외교학 4학년}
북한이 남한 당국에 보냈던 전통문 전문(全文)을 13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15일 개성공단 관련 제3차 남북한 실무회담을 앞두고 협상 분위기를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전술 아니겠느냐”며 그 의도와 배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모두 보류한다’는 요지의 11일자 전통문 전문을 뒤늦게 공개했다. 북한은 전통문에서 “우리의 주동적인 회담제의는 내외의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남조선 각계에서도 환영하고 있다”며 “(남측의 대응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실무 접촉만 수용하겠다”고 수정 제의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례적인 전통문 공개에 대해 “개성공단 재가동이 늦어질 경우 그 책임도 남측에 돌리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전통문에는 “개성공업지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 북남관계에서 어떠한 전진도 있을 수 없다”고 언급돼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측 기업인들의 절박함을 거론하고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를 개성공단과 결부시키는 것도 남남갈등을 유발해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철중·조숭호 기자 tnf@donga.com}
1월 북한에 재입국한 김광호 씨 가족이 14일 재탈북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태 북한인권개선모임 사무국장은 14일 “이날 오후 1시경 중국 지린 성 옌지 시내에서 검거된 탈북자 가족 5명은 김광호 씨, 부인 김옥실 씨, 딸, 처제, 처남으로 김 씨가 재입북한 뒤 부인의 동생들을 데리고 나오다 붙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부인과 10개월 된 딸을 데리고 2010년 4월 전남 목포시에 정착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여행을 간다며 출국한 뒤 사라졌다. 이후 재입북한 김 씨 부부가 1월 24일 북한 조선중앙TV에 나와 남한 사회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가져 남한 사회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들이 재입북한 배경에는 소위 ‘탈북 브로커’의 횡포가 있었다. 탈북자 브로커들은 정착 지원기관인 하나원에서 3개월간 정착 교육을 받고 나선 김 씨 부부에게 중국에서 약속한 대로 1인당 250만 원씩 모두 500만 원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함께 온 탈북자들은 순순히 250만 원씩 건넨 것과 달리 김 씨는 200만 원씩만 주고 나머지는 거부했다. 이에 브로커는 나머지도 달라며 재판을 걸었고 법원은 지불이 늦어진 것을 포함해 1인당 400만 원씩 주라고 판결했다. 결국 김 씨 부부는 브로커가 주택보증금마저 차압하려 하자 ‘자유의 품’을 떠나 다시 북한행을 결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씨처럼 재탈북을 하다 검거될 경우 북한으로 압송돼 살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김 국장은 “김 씨 가족은 중국 공안에 검거된 뒤 바로 옌볜 조선족 자치구 변방부대로 옮겨졌다”면서 “이들이 강제로 북송될 경우 사형당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외교부는 최근 대규모 시위로 유혈사태가 벌어진 이집트 카이로 지역 등의 여행경보를 1단계(여행유의)에서 2단계(여행자제)로 상향 조정한다고 12일 밝혔다. 외교부 측은 “3단계(여행제한)인 시나이 반도와 아카바 만 연안 이외의 이집트 전 지역이 2단계”라며 “특히 시나이 반도는 가급적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여행사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외교부는 콜롬비아 노르테데산탄데르 및 코르도바 주의 여행경보를 3단계로 높였고, 과테말라의 에스쿠인틀라 주를 포함한 7개 지역을 2단계로 상향했다. 자세한 사항은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www.0404.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탈북자 수십 명이 미얀마 반군에 억류돼 강제노동과 성매매에 동원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희태 북한인권개선모임 사무국장은 12일 태국과 국경이 닿아 있는 미얀마 타칠레크 인근 반군 관할 지역에 탈북자 64명이 억류돼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북한을 탈출한 이들은 중국을 거쳐 태국으로 가려다 반군에게 붙잡혔다는 것이다. 이 중 남성은 족쇄를 차고 마약밭에서 강제 노역에 동원되고 있으며 여성은 현지 식당과 무허가 술공장에서 일하면서 현지인과 중국인을 상대로 한 강제 성매매에도 동원되고 있다고 김 국장은 전했다. 억류기간도 짧게는 1년에서 최장 9년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반군 책임자와 강제 동거를 하고 있는 탈북여성이 현지 한국인 선교사에게 ‘김치가 먹고 싶다’고 부탁하면서 대규모 탈북자 억류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현지를 방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억류된 탈북자 대부분은 여성이며 그동안 고된 노동과 질병을 이기지 못해 현지에서 숨진 탈북자도 2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반군은 1인당 5000달러(약 560만 원)를 주면 원하는 곳으로 탈북자들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며 “몸값을 마련해가지 못한 상태여서 억류된 탈북자를 직접 보여 달라고 요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기관 등을 상대로 모금활동을 벌여 몸값이 마련되는 대로 다음 주에 미얀마 현지를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탈북자들이 미얀마 반군에 억류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국장은 “7년 전인 2006년에도 반군에게 탈북자 80명이 억류돼 있었으며 이 가운데 6명을 1인당 3000달러(약 340만 원)씩 지불하고 석방시켜 한국에 데려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재원 부족으로 추가로 구출할 순 없었지만 당시 탈북자들을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을 거쳐 출국시켰기 때문에 외교부가 모를 리 없다는 게 김 국장의 주장이다. 한 탈북단체 관계자는 “미얀마를 탈북 루트로 삼은 탈북자 가운데는 2∼3년씩 반군에 붙잡혀 있다 풀려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등 관계기관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얀마 국경지역은 사실상 반군의 자치령으로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제한적으로만 닿고 있으며 외교부가 지정하는 여행경보에서도 3단계인 ‘여행제한지역’으로 묶여 있다. 김해용 주미얀마 대사는 본보와의 국제통화에서 “김 국장의 말을 종합하면 탈북자가 억류된 지역은 타칠레크 북동쪽 샨 지역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곳은 반군이 장악하고 있어 외국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경로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으나 아직 억류 사실이 확인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대사는 “2006년 탈북자 40여 명이 대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했지만 반군에 잡혀 있다가 탈출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북자 대규모 억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5월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사건에 이어 또다시 탈북자 보호의 허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는 9일 재외총영사회의에서 탈북자 보호·이송 업무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로 하고 △국가별 사정에 맞는 맞춤형 탈북자 협력시스템 구축 △탈북자 유관단체와의 소통 강화를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숭호·김철중 기자 shcho@donga.com}

북한이 11일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모두 보류한 것은 자신들의 대화 제의에 진정성이 없음을 자인한 것과 같다. 북한이 의도했던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종의 전술적 ‘미끼’로 함께 던졌던 이산가족 상봉 논의까지 하루 만에 엎어 버린 것이다.○ 하루 만에 드러난 북한의 속내 북한이 두 가지 실무회담 제의를 모두 거둬들인 형식적인 이유는 ‘개성공단 논의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10일 북측의 금강산 관광 관련 회담 제의를 거부하면서 내세운 이유를 그대로 갖다 붙였다. 북한이 정부에 ‘회담 보류’ 전통문을 보낸 것은 11일 오후 6시경.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회담 제의만을 받되 장소를 바꾸자는 내용으로 수정 제의한 지 약 24시간 지난 시점이었다. 북한은 경제적 수익 확보를 위해 사업 재개가 절실했던 금강산 관광 의제를 회담 테이블에 올릴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자신들의 유일한 협상카드나 다름없는 이산가족 상봉 논의만 진행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이라는 ‘앙꼬’가 빠진 회담을 진행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그렇다고 남아있는 인도주의적 사안의 회담까지 외면할 경우 속내가 뻔히 드러나 버린다는 점에서 답변 방향을 놓고 머리를 싸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현재까지 접수된 이산가족 신청자는 12만8824명. 이들 중 생존자(7만2864명)의 80%가 70세 이상 고령자다. 북한은 이날 보낸 장문의 전통문에서 정부가 금강산 관광 관련 회담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강력히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회담을 제의한 북측의 호의적 결단을 남측이 무시했다는 취지로 장황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늘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15일 개성공단에서 열릴 남북 당국 간 3차 실무회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의 재발방지책을 놓고 강경한 자세를 고수할 경우 회담은 난항이 예상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실무 후속회담이 끝난 뒤 3시간여 만에 결과를 보도하며 “남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고 비난했다. 북측이 합의서 초안까지 제시하며 적극적 자세를 보였지만 남측이 이를 고의적으로 회피했으며 3차 회담 일정(15일)도 남측이 ‘내부 사정’을 구실로 늦춰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남 대화 공세를 펴면서도 대남 비방은 멈추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북 제재 해제 노린 대화공세는 계속될 듯 북한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등 다양한 대화 카드를 던지는 궁극적 목적은 정부의 포괄적 대북 제재인 ‘5·24조치’ 해제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는 분석했다. 또 개성공단 회담이 굴러가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거액의 현금이 걸려 있는 금강산 관광 문제까지 논의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는 관측이 많다.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남북 관계의 진전은 북한에 절실한 숙제다. ‘북핵 불용’ 원칙 속에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중국을 향해 “남북 대화를 위해 애쓰고 있으니 조건 없는 6자회담의 재개에 힘써 달라”고 매달릴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10일 북-중 우호조약 체결 52주년 기념글을 통해 “피로 맺어진 조중(북-중) 친선을 영원히 공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을 향한 구애의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 북한은 일단 남북 대화를 본궤도에 올려놓는 모양새를 취한 뒤 북-미 대화와 6자회담 등으로 대화 국면을 확대해 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두 대화 트랙은 경제적 지원과 평화체제 전환 등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이 노리고 있는 본격적인 협상무대이기도 하다. 북한은 최근 미국의 학자와 재미 한인 등을 상대로도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친북 성향 학자들이 7, 8월 방북하거나 북한 학자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의 다양한 접촉이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고위당국자 간 회담이 성사되지 않자 민간을 상대로 우회전술을 쓰고 있는 셈이다.이정은·김철중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lightee@donga.com}
꺼져 있는 신호등, 문을 닫은 편의점과 주유소, 10∼20cm씩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들…. 남북 당국 간 실무 후속회담을 위해 대표단과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을 찾은 10일 오전. 북한의 일방적인 남측 인력 통제로 개성공단 가동이 사실상 중단됐던 4월 3일 이후 98일 만에 다시 들어간 개성공단에는 궤란한(마음이 어수선하고 산란한) 적막함이 감돌았다. 흩뿌리는 빗속에 인적이 끊긴 북측 출입사무소 밖의 시계탑 2개는 모두 시간이 맞지 않은 채 돌아가고 있었다. 회담장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곳곳에는 가동 중단 후 제대로 관리가 안 된 채 방치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2층의 구내식당 문에는 6월 23일로 날짜가 적힌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명의의 ‘봉인’ 딱지와 남한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명의의 ‘사용금지’ 표시가 같이 붙어 있었다. 북측 관리인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간 식당 안 냉장고엔 마요네즈 같은 소스 종류 말고는 음식 재료가 없었다. 1층 민원안내실 게시판에는 ‘4월 6일부터 공단 내 병원 의료진이 없어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직원이 병원에 상주하면서 기초적인 의약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공지가 눈에 띄었다. 이날 1차로 방북한 전기 전자 및 기계 분야의 업체 관계자들은 남측으로 귀환한 뒤 기자들에게 대체적으로 “각종 장비와 설비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태가 괜찮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기업인은 “일부 누수가 돼서 기계들이 녹슨 경우도 있었고 정밀기기의 센서 부분은 거의 못 쓰게 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원부자재의 손상이 심해 20%의 가치도 안 될 것 같다. 반출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푸념했다. 한편 적막한 공단 분위기와 달리 이날 북측 직장장(근로자 대표) 등 직원들은 남측 기업인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서로 껴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부품업체의 한 대표는 “같이 일했던 북측 직원의 얼굴이 까맣게 그을렸길래 ‘(그동안) 농사지었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그렇다고 했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절실함도 드러냈다. 또 다른 한 기업인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담당자가 ‘5만3000명의 노동자들이 즉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이들 5만3000명에 대해서는 △북한 내 다른 공단으로 배치됐다거나 △북한 고위 관계자가 중국 단둥(丹東) 시를 방문해 이들 노동자를 중국에 파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및 대북 매체의 보도가 잇달았다. 그러나 공단 폐쇄 이후 북측 노동자 대부분이 사실상 실업자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개성공동취재단·이정은·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

남북실무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7일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려면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이 본 피해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재발 방지에 대한 북측의 분명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서 단장은 이날 새벽 실무회담 합의문에 서명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중점적으로 논의된 의제나 논의 순서는….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재발 방지에 역점을 뒀다. 시설점검,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 이에 따른 신변안전 보장 등 긴급히 해결할 것을 우선 논의했고 그 다음에 정상화 문제에 있어 ‘발전된 정상화’를 강조했다.” ―회담에 임하는 북측 태도는 어땠나. “상당히 의욕적이었다. 개성공업지구의 정상화 문제나 우리 기업들의 상황을 나름대로 잘 파악하고 있었다. 북측이 아주 적극적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원부자재 및 설비 반출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있었나. “10일부터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방북을 해야 하니까 그 문제는 기업들과 일정 부분 상의해야 한다.” ―북측에서 우리 측 기업 피해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었나. “우리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기업들이 많은 피해를 보았다는 데 대해서 지적했고 북측은 가동 중단의 근본적 이유와 분위기를 얘기했다. 북측이 따로 우리의 뜻에 공감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다음 회담 장소를 개성공단으로 한 이유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당국 차원에서 거기에서 남북회담을 하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했다.”판문점 공동취재단·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