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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크리스천 데이븐포트 지음·한정훈 옮김504쪽·1만8000원·리더스북 “제프(Jeff), 장난질 좀 그만해요.” “(그 사람의 계획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그저 환상일 뿐이죠.” 다소 유치해 보이는 듯한 이 설전은 최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사이에서 벌어졌다. 두 사람은 각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기자회견에서 상대를 겨냥해 뼈 있는 농담을 건네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업 수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경쟁기업의 정책에 몇 마디씩 던지는 건 미국에선 어찌 보면 흔한 일. 그런데 이들의 설전을 유치한 신경전으로만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이들은 감히 ‘우주’를 놓고 대화했기 때문이다. ‘타이탄’은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저자가 두 사람을 비롯한 억만장자들의 우주 사업 도전기를 그렸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를 중심으로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지금은 고인이 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이자 스트라토론치의 폴 앨런 등이 왜 우주에 끊임없이 매달리는지 취재했다. 인터뷰는 물론 기업관계자, 주변인물로부터 얻은 취재과정의 뒷이야기까지 생생하게 담았다. 잘 조명되지 않던 억만장자들의 유년기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엉뚱한 상상으로 유명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괴짜’로 통한다. 민간기업 자격으로 우주 개발을 논할 때 누군가는 “공상일 뿐”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이들은 공상을 사업 비전으로 일궈냈다. 이들을 일컫는 다른 별명이 ‘혁신가’인 이유다. 약 10년 전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작은 사무실에서 모인 몇몇 기업가들이 “NASA가 중단한 곳에서부터 길을 찾아야 한다”며 ‘PSF(Personal Spaceflight Federation·개인 우주비행 연합)’을 설립한 일화는 무모함보다는 담대함을 느끼게 한다. 원가를 절감하려 꼼꼼하게 설비 가격을 논하는 모습은 그 치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남들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듯 우주 산업의 단가를 구상하는 장면은 노는 물이 다른 저 세상 얘기 같아 웃음이 날 정도다. 민간기업이 이처럼 자발적으로 돈을 들여서 우주를 개발하려 한다면 정부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아쉽게도 정부, 특히 NASA는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많았다. 저자는 정부 규제에 맞서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로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예를 들어 인맥에 의해 많은 게 좌우되던 NASA는 2000년대에 들어 무능력과 무의지의 상징이었다. NASA가 계속 수의계약으로 파트너를 선정하자, 머스크는 NASA와 소송 전에 돌입해 승소한 뒤 경쟁 입찰에 참여한 일화는 그의 의지를 가늠케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위험부담을 무릅쓰고도 이들은 왜 우주에 골몰하는가. 책에 비추어보자면 머스크, 베이조스 등이 우주에서 귀신같이 돈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년기에 품어온 사명감, 도전정신을 우주라는 무대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우주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이 됐다. 훗날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믿을 만한 놈인가, 미친놈인가?” 김기윤기자 pep@donga.com}

“안무하다가 방탄이들 다치면 어쩌죠?” “아이돌 안무가 아니라 한 편의 뮤지컬이나 현대무용 작품 같아요.” 예술적이면서도 격한 안무로 방탄소년단(BTS) 팬들 사이에서 ‘애증의 존재’가 된 곡이 있다. BTS의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페르소나)’의 마지막 트랙 ‘디오니소스(Dionysus)’는 힘이 넘치는 동작과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군무의 짜임새가 빼어난 곡으로 평가받는다. 팬들은 “탈(脫)아이돌급 안무가 나왔다”고 환호하면서도 서 있는 상태에서 앞으로 넘어지는 ‘낙하 동작’이 위험해 보인다며 우려 섞인 시선도 드러냈다. 일부는 “멤버가 다칠 수도 있으니 안무 수정은 안 되나”라며 온라인에서 성토했다. 이에 5월 BTS 공연에서 해당 동작이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로 바뀌기도 했다. 곡의 파워풀한 안무를 맡은 건 미국 하와이 출신의 천재 안무가 시에나 랄라우(19)다. “열혈 케이팝 팬”을 자처한 그는 엑소(EXO)의 ‘러브 샷(Love Shot)’ 안무도 공동으로 창작했다. 5월 BTS의 미국 콘서트는 물론이고 팝가수 제니퍼 로페즈, 시에라 등 공연에도 출연했다. 세계를 누비며 활동 중인 그를 최근 e메일로 만났다. 어려서부터 ‘소녀시대’ 노래를 즐겨 듣고 케이팝 안무를 따라 하던 꼬마 아이가 직접 아이돌 그룹의 안무를 맡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중학교 때 처음 소녀시대를 알게 됐고 이후로 케이팝을 즐겨 들었어요. 그런 제가 BTS의 안무를 맡고 한 무대에 오른 순간은 아직도 잘 실감나지 않죠.” 요즘도 그는 케이팝에 관심이 많다. BTS를 비롯해 엑소,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스트레이키즈의 춤을 좋아한다는 그는 “아이돌 그룹이 항상 큰 감명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는 춤만 추지만 가수들은 춤추는 동시에 노래도 하고 관중과 소통하는 게 정말 대단해요.” 네 살 때부터 힙합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른바 ‘춤 신동’으로 불렸다. 하지만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말하는 게 싫다”며 자세를 낮췄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안무가로 성공한 비결에 대해 묻자 “춤에 대한 사랑은 네 살 이후로 한 번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춤추는 순간에 가장 자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안무는 다양한 장르를 복합해 녹여내는 특징이 있다. “모든 예술 장르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그의 안무에서 팬들이 현대무용, 뮤지컬, 발레를 떠올린 건 당연하다. “요즘엔 2000년대 힙합, R&B 장르를 연습하는데 그 밖에도 재즈, 파핀, 발레, 현대무용, 뮤지컬 등 모든 장르를 봅니다. 어떤 예술이든 배울 만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그는 안무를 만들 때 “무엇보다 노래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 대신 누구보다 집요하게 노래를 파헤친다. “안무를 창작하기 전 가사, 멜로디, 애드리브, 박자의 느낌을 충실히 파악하는 편입니다. 안무는 몸을 통해 말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음악이야말로 몸을 움직여 말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거든요.” 안무가로 활동하는 그녀는 소속 댄스 그룹 ‘더랩(The Lab)’의 춤꾼이기도 하다. 완벽에 가까운 ‘칼군무’로 유명한 더랩은 케이팝 그룹 이상으로 혹독하게 연습 과정을 거친다. “칼군무를 완성하는 과정을 우리는 ‘클리닝(Cleaning)’이라고 불러요. 공연을 앞두고 매일 최소 8시간의 리허설을 합니다. 디테일, 동작, 라인이 모두 맞아떨어질 때까지 연습하면 몸도 지치고 부상도 잦아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깨끗하고 ‘바삭바삭하게 맛있는’ 안무가 탄생하죠.” 아티스트로서 확고한 철학을 말하던 그도 한국 문화 얘기를 꺼내자 잠시 무장을 해제했다. “쉬는 시간에 한국 드라마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며 숨겨왔던 팬심을 드러냈다. 이어 올해 3월 한국을 처음 방문해 ‘댄스 클래스’에 참석한 일화를 들려줬다. “한국 댄서들이 저를 존중하면서 많은 걸 배우려는 자세를 보여줬어요. 근데 춤을 추기 시작하니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돌변하더라고요. 춤을 배우려는 의지, 열정에 감명 받았습니다.” 이미 안무가로 많은 것을 이룬 그에게 꿈과 목표를 물었다. 그는 “춤이 없는 제 인생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앞으로도 BTS 같은 유명 가수와 안무 작업을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댄서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춤을 사랑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안무하다 방탄이들 다치면 어쩌죠?” “아이돌 안무가 아니라 한 편의 뮤지컬이나 현대무용 작품 같아요.” 예술적이면서도 격한 안무로 BTS(방탄소년단) 팬들 사이에서 ‘애증의 존재’가 된 곡이 있다. BTS의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페르소나)’의 마지막 트랙 ‘디오니소스(Dionysus)’는 힘이 넘치는 동작과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군무의 짜임새가 빼어난 곡으로 평가받는다. 팬들은 “탈(脫) 아이돌급 안무가 나왔다”고 환호하면서도 서있는 상태에서 앞으로 넘어지는 ‘낙하동작’이 위험해 보인다며 우려 섞인 시선도 드러냈다. 일부는 “멤버가 다칠 수도 있으니 안무 수정은 안 되나”라며 온라인에서 성토했다. 이에 5월 BTS 공연에서 해당 동작이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로 바뀌기도 했다. 곡의 파워풀한 안무를 맡은 건 미국 하와이 출신의 천재 안무가 시에나 라라우(Sienna Lalau·19)다. “열혈 케이팝 팬”을 자처한 그는 엑소(EXO)의 ‘Love Shot(러브 샷)’의 안무도 공동으로 창작했다. 5월 BTS의 미국 콘서트는 물론 팝가수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 시아라(Ciara) 등 공연에도 출연했다. 세계를 누비며 활동 중인 그를 최근 e메일로 만났다. 어려서부터 ‘소녀시대’ 노래를 즐겨 듣고 케이팝 안무를 따라하던 꼬마 아이가 직접 아이돌 그룹의 안무를 맡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중학교 때 처음 소녀시대를 알게 됐고 이후로 케이팝을 즐겨들었어요. 그런 제가 BTS의 안무를 맡고 한 무대에 오른 순간은 아직도 잘 실감나지 않죠.” 요즘도 그는 케이팝에 관심이 많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엑소(EXO),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스트레이키즈의 춤을 좋아한다는 그는 “아이돌 그룹이 항상 큰 감명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는 춤만 추지만 가수들이 춤추는 동시에 노래도 하고 관중과 소통하는 게 정말 대단해요.” 네 살 때부터 힙합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른바 ‘춤 신동’으로 불렸다. 하지만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말하는 게 싫다”며 자세를 낮췄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안무가로 성공한 비결에 대해 묻자 “춤에 대한 사랑은 네 살 이후로 한 번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춤추는 순간에 가장 자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안무는 다양한 장르를 복합해 녹여내는 특징이 있다. “모든 예술 장르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그의 안무에서 팬들이 현대무용, 뮤지컬, 발레를 떠올린 건 당연하다. “요즘엔 2000년대 힙합, R&B 장르를 연습하는데 그밖에도 재즈, 팝핀, 발레, 현대무용, 뮤지컬 등 모든 장르를 봅니다. 어떤 예술이든 배울 만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그는 안무를 만들 때 “무엇보다 노래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대신 누구보다 집요하게 노래를 파헤친다. “안무를 창작하기 전 가사, 멜로디, 애드립, 박자의 느낌을 충실히 파악하는 편입니다. 안무는 몸을 통해 말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음악이야말로 몸을 움직여 말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거든요.” 안무가로 활동하는 그녀는 소속 댄스 그룹 ‘The Lab(더랩)’의 춤꾼이기도 하다. 완벽에 가까운 ‘칼군무’로 유명한 더랩은 케이팝 그룹 이상으로 혹독하게 연습 과정을 거친다. “칼군무를 완성하는 과정을 우리는 ‘클리닝(Cleaning)’이라고 불러요. 공연을 앞두고 매일 최소 8시간의 리허설을 합니다. 디테일, 동작, 라인이 모두 맞아 떨어질 때까지 연습하면 몸도 지치고 부상도 잦아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깨끗하고 ‘바삭바삭하게 맛있는’ 안무가 탄생하죠.” 아티스트로서 확고한 철학을 말하던 그도 한국 문화 얘기를 꺼내자 잠시 무장을 해제했다. “쉬는 시간에 한국 드라마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며 숨겨왔던 팬심을 드러냈다. 이어 올해 3월 한국을 처음 방문해 ‘댄스 클래스’에 참석한 일화를 들려줬다. “한국 댄서들이 저를 존중하면서 많은 걸 배우려는 자세를 보여줬어요. 근데 춤을 추기 시작하니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돌변하더라고요. 춤을 배우려는 의지, 열정에 감명 받았습니다.” 이미 안무가로 많은 것을 이룬 그에게 꿈과 목표를 물었다. 그는 “춤이 없는 제 인생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앞으로도 BTS 같은 유명가수와 안무 작업을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댄서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춤을 사랑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귀를 찢을 듯한 락의 에너지가 그야말로 무대를 ‘찢었다.’ 관객을 자동기립하게 만드는 흥과 힘을 갖춘 수작이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동명의 원작 영화를 각색해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를 만든 뮤지컬계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신작으로 제작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작품은 명문 사립학교에 대리교사로 출근한 주인공 ‘듀이’가 아이들과 락 밴드를 만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상한 클래식 음악만을 배우던 아이들이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락에 눈을 뜨면서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줄거리는 이처럼 원작의 문법을 따르되 영화 사운드트랙 3곡 외에 14개 넘버를 추가해 음악적으로 재탄생했다. ‘로큰롤’과 ‘팝’의 요소가 녹아든 넘버 덕분에 헤비메탈 등 강한 락 장르에 거부감을 가진 관객이라도 친숙하게 느낄 만하다. 작품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네 자신의 꿈을 찾아라.” 명문사립학교→명문대의 성공가도를 성공가도를 강요하는 부모 밑에서 아이들은 노래와 밴드 공연을 통해 진정한 꿈을 말한다. 상투적인 전개지만, 사교육과 대입에 얽매인 씁쓸한 한국의 학생들을 떠올리게 해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덕분에 오리지널 뮤지컬 특유의 겉도는 ‘외국감성’ 없이 관객을 쉽게 몰입시킨다. 스토리를 충실히 보완하는 건 배우들의 재능과 열정이다. 제작진이 “주인공 ‘듀이’ 발굴이 제작단계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했을 만큼 배우 코너 존 글룰리의 존재감은 160분 내내 폭발한다. 디테일한 동작, 연주, 노래에서도 결코 몸과 목을 사리지 않는다. 어린 뮤지션들의 환상적 연주와 열창이 보태지면서 원작 이상의 감동을 자아낸다. 단점을 굳이 하나만 꼽자면 이렇다. “저렇게 미친 듯 무대를 휘젓고 다니면 다음 공연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모든 배역은 원캐스트다. 8월 25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6만~16만 원. 8세 관람가. ★★★★☆(★ 5개 만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어머!(Mamma Mia!) 우리 셋이 함께 노래한 게 벌써 20년 전이라고요?”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의 뮤지컬 ‘맘마미아’ 연습실. 폭염 속에서도 유독 이곳 근처에서 습하고 더운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연습실 밖으로는 아바(ABBA)의 익숙한 음악과 함께 배우들의 열창, 구호 소리 그리고 웃음이 흘러 나왔다. 연습 중 잠시 짬을 낸 최정원(50) 김영주(45) 박준면(43) 맘마미아 3총사를 5일 만났다. 이른 아침부터 격한 안무와 노래로 땀을 흘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환하게 미소 짓던 이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샐러드, 빵같이 먹을 것만 보면 금세 힘이 난다”며 웃었다. 최정원은 “연습 때부터 배우들이 스스로 행복해야 공연도 잘 나오고 관객도 즐거운데 연습이 즐거운 걸 보니 무대에서 흥이 폭발할 것 같다. 사소한 호흡, 감정, 연기 변화에 왜 그렇게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는데 20년 전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케미’가 연습실에서 톡톡히 발휘되는 것 같다”고 했다. 레전드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만난 레전드 배우 3총사는 2000년 뮤지컬 ‘렌트’에서 함께 무대에 선 적이 있다. 당시를 떠올리던 박준면은 “정원 언니는 이미 막강한 팬덤을 거느린 대스타였기 때문에 먼발치에서 옷 갈아입는 모습을 훔쳐봤어요. 막내 앙상블이던 제가 언니와 친구 사이로 출연하는 느낌이 신기하다”고 했다. 김영주는 “지금이나 그때나 언니는 톱의 위치”라며 “출산 직후 몸매가 드러나는 ‘탱크톱’을 입는 역할을 맡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최정원은 “진흙 속에 묻힌 진주 같았던 두 후배와 같이 무대에 올라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올해는 뮤지컬 ‘맘마미아’ 자체로도 뜻깊은 해다. 작품은 1999년 영국 초연 이후 20주년을 맞으며, 웨스트엔드 역사상 다섯 번째 롱런한 작품이 됐다. ‘댄싱퀸’ ‘아이 해브 어 드림’ 등 아바의 노래가 친숙하고 중년 배우들의 열연으로 중장년층을 대거 공연장으로 끌어들였다. 국내에서는 2004년 초연 이후 1500회가 넘는 공연으로 약 195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올해 200만 관객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12년째 주인공 ‘도나’ 역할을 맡고 있는 최정원과 2016년부터 ‘타냐’를 소화한 김영주와 달리 작품에 처음 합류한 ‘로지’ 배역의 박준면의 소회는 남다르다. “아무도 못 알아보지만 연습하면서 몸무게가 3kg이 빠졌어요. 캐릭터를 만들고 호흡을 맞추는 이 과정이 힘들지만 너무 행복해요. 기념비적인 순간에 무대에 서는 게 부담되지만 배우로서 영광이죠.”(박준면) 올해 영국 제작진은 동선, 안무, 연기 지침에 변화를 주문했다. 최근 감성에 맞게 과하지 않도록 연기해 달라는 디렉팅이 내려졌다. 박준면은 “새롭게 많은 게 바뀌니 따라가는 것조차 급급한 ‘멘붕’ 상태인데 이를 지켜보는 언니들이 그래서 저를 보면 웃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영주에게도 쉽지 않은 변화다. “사랑, 인생, 가족 얘기를 하는 세 친구의 연기에는 드라마적, 연극적 요소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이를 덜어내고 ‘한 번에 툭’ 내뱉듯 연기해야 해요. 관객 앞에서 흥이 넘쳐 과장스럽게 연기하던 부분을 절제하는 게 어려워요.”(김영주) 세 배우의 수다는 공개 오디션 이야기로 이어졌다. ‘공개 오디션을 해도 이미 배역은 다 정해져 있겠지’라는 세간의 시선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정원은 “그 시선이 제일 힘든데 저희도 미칠 듯 오디션에 최선을 다하고 캐스팅 확정 전화를 받을 때는 신인 때처럼 짜릿하다”고 했다. 오디션 현장에서 영국 제작진이 “타냐! 타냐!”라고 소리치며 극찬한 김영주는 “지금도 의상, 메이크업, 마음가짐까지 완벽히 배역으로 변신한 뒤에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서로의 배역이나 이름보다 “언니, 동생” 호칭이 편한 3총사는 연습하는 과정과 ‘맘마미아’ 자체가 ‘힐링’이라고 했다. “몸이 힘들어도 함께 노래하며 울고 웃는 연습 자체가 힐링입니다. 뭣보다 정원 언니가 꼰대가 아니라 고충을 잘 들어주는 게 가장 큰 힐링이죠.”(박준면) 14일부터 9월 14일까지 서울 강남 LG아트센터. 6만∼14만 원. 8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관객이 예측하기 힘든 무용 작품을 늘 고민합니다.” 눈이 즐거운 무용을 선보이는 스페인의 현대무용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37)가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13년 이후 세 번째 방한. 이번엔 국립현대무용단과 협업한 신작 ‘쌍쌍(Ssang Ssang)’을 19일부터 21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감각적인 안무, 파격적 무대 연출에 시선을 사로잡는 의상·소품을 곁들이며 ‘안무가 이상의 연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평을 듣는 그를 4일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에서 만났다. 그는 대뜸 최근 자기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뭔지 아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모라우 씨, 지금 어디 있어요?”였단다. 북미와 유럽을 오가며 수많은 무용단의 안무를 지도하는 핫한 안무가니 당연한 일 아닐까. 하지만 그는 “영감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한 달 정도 머물면서도 정말 곳곳을 누비고 다녔어요. 한국, 특히 서울이란 도시의 일부가 되어 발견한 영감을 작품에 반영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꽤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여전히 한국은 알고 싶은 게 더 많은 나라입니다.” 2005년 ‘라 베로날’ 무용단을 창단한 그는 37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무용이 기존에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시도가 높게 평가받았다. “스튜디오 안에서 만드는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갇히면 안 돼요. 무용은 미술, 연극, 문학 등 스튜디오 밖 현실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을 때 의미가 있거든요.” 모라우는 인터뷰 도중 유독 ‘비논리’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했다. 그는 잠시 생각을 고르더니 “자신의 예술관과 맞닿아 있다”며 “인생은 비논리적이기 때문에 무용도 비논리적 움직임으로 예측하기 힘든 동작, 작품을 표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생이든, 무용이든 누군가 정한 논리를 따라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인생이 원래 계획대로 안 되잖아요?(웃음)”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가수 A 씨 “악플러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B 씨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검찰 조사, 불륜설 유포 40대 남성 벌금형…. 수많은 매체와 표현수단의 등장과 함께 끝없이 말이 말을 낳는 오늘날. 우리는 ‘명예훼손’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시대에 산다. 하지만 ‘누군가의 명예, 인격권을 훼손했다’는 법원의 판단은 세계적으로 명확히 정립된 개념이라기보다 계속 다듬고 조화시켜야 할 개념에 가깝다. 저자는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 보호 중 어느 가치를 강조하고 중점을 두는가는 각국이 갖는 역사적·문화적 가치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이에 명예훼손법제 관련 국가별 비교법적 고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영미권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명예훼손법제가 영국에서 가장 먼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국에 영향을 끼친 미국 법제의 근간을 영국 보통법이 이루고 있는 데다 타국과 달리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개된 특징을 갖는다. 때문에 한국에도 명예훼손과 관련해 일종의 해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통찰력 있는 법리 해석을 비롯해 독자의 흥미를 끌 만한 뉴욕타임스 중립보도 사건, 프라이버시권, 징벌적 손해, 정신적 고통의 가해 행위 등 풍부한 판례를 담았다. 공인, 중립성 같은 개념에 대한 영미권 법정에서의 견해도 엿볼 수 있다. 변호사인 저자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지냈으며 2014년부터 3년간 언론중재위원장을 맡아 관련 이론은 물론이고 현장경험도 두루 갖췄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920년대 경매를 거쳐 일본인 손에 넘어갔던 석조유물 8점이 한 세기 만에 타향살이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서울 성북구 우리옛돌박물관은 2일 오후 환수 기념식을 열고 일본인 오자와 데루유키(尾澤輝行) 씨 부부로부터 기증받은 장군석, 장명등(長明燈), 비석받침, 수병(水甁) 등 각 2점씩 8점의 유물을 공개했다. 오자와 씨 외조부인 자산가 요시이에 게이조(佶家敬造)는 1927년 열린 경매에서 유물 소유권을 얻었다. 그는 당시 게이오(慶應)대 근처에 조성한 대규모 정원에 설치했다가, 도쿄 인근의 별장 내 정원으로 유물들을 이전했다. 별장을 물려받은 오자와 씨는 최근 고심 끝에 한국으로의 기증을 결심했다. 그는 “장군석과 장명등은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기증한다면 일본이 아닌 한국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자와 씨는 우리옛돌문화재단 측과 2년간 접촉해 유물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합의했다. 유물들은 지난달 14일 박물관 정원에 설치했다. 이 박물관은 2001년에도 일본에서 석조유물 약 70점을 되찾아왔다. 장군석은 무덤 앞에 세우는 조각상으로, 조선 중기 능묘를 지키는 장군의 형상을 하고 있다. 장명등은 무덤이나 절 앞에 세우는 등으로 사대부가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2일 기념식에서 오자와 씨 부부에게 감사패를 수여했으며, 박물관과 오자와 씨 사이에서 기증을 중재한 장선경 제이넷컴 부사장에게 공로패를 건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두 유 노우 케이팝’은 이제 끝났어요.” 미국에서 ‘케이팝깨나 들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케이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30)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10년대 초부터 미국 빌보드, 포브스,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며 싸이,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한국 가수의 매력을 알렸다.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열린 ‘문화소통포럼(CCF) 2019’에 참석한 그를 서울의 한 호텔에서 2일 만났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대표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교수)과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외교부가 주최하는 CCF는 세계 문화계 리더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자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다. 그는 지난달 방문한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음악 산업 콘퍼런스’(Midem) 얘기부터 꺼냈다. “케이팝이 뭔지, BTS가 누군지 설명을 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프랑스 회의장에 모인 세계인들이 이제 케이팝을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활용할지 더 궁금해하고 있거든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자라며 2015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그가 케이팝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뭘까. “어머니는 저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닐 때부터 늘 휴대용 라디오에서 나오는 세계 각국의 음악을 들려주셨어요. 가사는 잘 몰라도 음악에는 뭔가 연결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었죠.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케이팝이 나타났고 그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가 오래전부터 즐기며 “매력적 음악”이라고 주장한 케이팝은 이제 하나의 음악군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케이팝의 흥행 요인으로 메시지, 아이디어, 진정성을 꼽았다. “청년, 학생, 한국인으로서 가수가 겪는 인간적이고 보편적 모습을 비추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던진 게 주효했다고 봐요. 이를 유튜브, 미디어를 통해 세련된 패션과 퍼포먼스로 표현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했죠.” 그는 케이팝 가수의 계보를 줄줄 외며 “BTS의 후발주자 탄생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단, 반드시 한국적 매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더걸스가 미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것은 섹시하고 미래적인 면을 강조하는 미국적 모습을 따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NCT 127, 블랙핑크, ITZY 등 여러 가수가 ‘포스트 BTS’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데 세계가 한국적 정체성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금 연기 봤어? 저 배우 누구야?” 주연 배우의 티켓 파워가 큰 흥행 요인으로 꼽히는 게 한국 뮤지컬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주연 이상으로 관객의 눈길을 잡아끄는 무대 위 ‘신 스틸러’가 있다. 이들은 극의 중심을 잡으며 객석의 분위기 전환과 웃음, 눈물까지 담당한다. 최근 무대를 활발히 누비는 ‘신 스틸러’ 임기홍(44) 원종환(40) 육현욱(39)을 만났다. 데뷔 후 평균 15년 넘게 무대에 선 이들은 “주연과 작품이 빛날 수 있도록 절대 튀지 않아야 하는 게 신 스틸러의 미덕”이라고 입을 모았다. 셋은 서울 대학로 흥행작 ‘김종욱 찾기’에서 1인 23역을 소화하는 ‘멀티맨’ 배역을 맡은 공통점이 있다. 현재 뮤지컬 ‘그리스’에서 10대들의 우상인 라디오 DJ ‘빈스 폰테인’으로 활약하는 임기홍은 “캐릭터의 자유분방함과 재미를 표현하면서도 전체 분위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연기하고 있다. 장면을 훔치고 도움을 준다는 ‘신 스틸러’의 뜻처럼 나보다는 작품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2001년부터 ‘명성황후’ ‘페임’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을 거친 그는 영화와 방송에서도 활약 중이다. 최근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에서 악인 ‘토니 보일’을 연기한 원종환은 “튀게 보이려고만 한다면 관객은 극에 몰입하기 어렵기에 절제미를 갖추려 노력한다. 연습 때 다양한 파이팅 구호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것도 저희 몫”이라며 웃었다. ‘광화문 연가’에서 ‘그대들’ 역으로 출연한 육현욱은 “장면의 목적이 웃음을 주거나 돋보여도 되는 때라면 마음껏 연기한다”고 했다.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지만 주연 욕심이 날 법도 하다. 때론 무대에 서는 횟수가 주연보다 많아도 캐스팅 달력이 주요 배역 위주로만 소개되는 현실에 대해 묻자 이들은 “아쉬움은 전혀 없다. 무대 위에서 작은 배역은 절대 없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물론 사람인지라 욕심이 날 때도 있죠. 다만 어떤 배역이든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생활리듬을 공연에 맞추고 스스로 관리하는 건 누구든 똑같거든요.”(임기홍) 수많은 배역을 거친 세 배우가 ‘신 스틸러’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이 역할은 너 아니면 못 하겠다’라는 칭찬을 들을 때죠.”(육현욱) “공연이 끝나고 ‘배우님밖에 안 보였어요’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월급통장에 ‘신 스틸러 원종환’이라고 찍힐 때도 좋죠.”(원종환) “재미있는 장면에서 웃고, 슬픈 장면에서 우는 관객의 즉각적 반응을 볼 때 가장 짜릿합니다.”(임기홍)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금 연기 봤어? 저 배우 누구야?” 주연 배우의 티켓 파워가 큰 흥행 요인으로 꼽히는 게 한국 뮤지컬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주연 이상으로 관객의 눈길을 잡아끄는 무대 위 ‘신 스틸러’가 있다. 이들은 극의 중심을 잡으며 객석의 분위기 전환과 웃음, 눈물까지 담당한다. 최근 무대를 활발히 누비는 ‘신 스틸러’ 임기홍(44) 원종환(40) 육현욱(39)을 만났다. 데뷔 후 평균 15년 넘게 무대에 선 이들은 “주연과 작품이 빛날 수 있도록 절대 튀지 않아야 하는 게 신 스틸러의 미덕”이라고 입을 모았다. 셋은 서울 대학로 흥행작 ‘김종욱 찾기’에서 1인 23역을 소화하는 ‘멀티맨’ 배역을 맡은 공통점이 있다. 현재 뮤지컬 ‘그리스’에서 10대들의 우상인 라디오DJ ‘빈스 폰테인’으로 활약하는 임기홍은 “캐릭터의 자유분방함과 재미를 표현하면서도 전체 분위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연기하고 있다. 장면을 훔치고 도움을 준다는 ‘신 스틸러’의 뜻처럼 나보다는 작품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2001년부터 ‘명성황후’ ‘페임’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을 거친 그는 영화와 방송에서도 활약 중이다. 최근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에서 악인 ‘토니 보일’을 연기한 원종환은 “튀게 보이려고만 한다면 관객은 극에 몰입하기 어렵기에 절제미를 갖추려 노력한다. 연습 때 다양한 화이팅 구호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것도 저희 몫”이라며 웃었다. ‘광화문 연가’에서 ‘그대들’ 역으로 출연한 육현욱은 “장면의 목적이 웃음을 주거나 돋보여도 되는 때라면 마음껏 연기한다”고 했다.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지만 주연 욕심이 날 법도 하다. 때론 무대에 서는 횟수가 주연보다 많아도 캐스팅 달력이 주요 배역 위주로만 소개되는 현실에 대해 묻자 이들은 “아쉬움은 전혀 없다. 무대 위에서 작은 배역은 절대 없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물론 사람인지라 욕심이 날 때도 있죠. 다만 어떤 배역이든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생활리듬을 공연에 맞추고 스스로 관리하는 건 누구든 똑같거든요.”(임기홍) 수많은 배역을 거친 세 배우가 ‘신 스틸러’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이 역할은 너 아니면 못 하겠다’라는 칭찬을 들을 때죠.”(육현욱) “공연이 끝나고 ‘배우님 밖에 안 보였어요’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월급통장에 ‘신스틸러 원종환’이라고 찍힐 때도 좋죠.”(원종환) “재미있는 장면에서 웃고, 슬픈 장면에서 우는 관객의 즉각적 반응을 볼 때 가장 짜릿합니다.”(임기홍) 김기윤기자 pep@donga.com}

“대사를 하다 말고 뜬금없이 노래하는 공연을 누가 보겠어?” 연극만이 존재하던 르네상스 시대. 주인공의 이 질문에 뮤지컬 ‘썸씽 로튼’은 뮤지컬이 왜 오래도록 인류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스스로 답을 내린다. “노래하면 재밌거든!” 작품은 영국 코미디 작가인 커크패트릭 형제의 상상에서 시작됐다. 극 중 무명 극작가인 바텀 형제가 셰익스피어 희곡에 대항해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만드는 과정을 그렸다. 2015년 미국 초연 당시 ‘렌트’ ‘북 오브 모르몬’ ‘알라딘’ 등을 연출한 제작진이 합세하며 브로드웨이를 뒤흔들었다. 서울 공연은 미국 투어 후 첫 해외 무대다. 아는 만큼 많이 보이는 작품이다. 장면마다 뮤지컬 ‘캣츠’ ‘레미제라블’ ‘위키드’ 등 뮤지컬 10여 편을 패러디해 재치 있게 구성했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인용하며 대사마다 곱씹는 맛을 남긴다. 뮤지컬 제목을 ‘햄릿’ 대신 ‘오믈릿’으로 바꾸고, 등장 배우 ‘샤일록’은 희곡 베니스의 상인 속 ‘그 상인’을 떠올리게 하는 식으로 웃음을 뽑아낸다. 그저 패러디만 가득했다면 작품이 성공적이지 못했을 터. ‘어 뮤지컬’ ‘웰컴 투 더 르네상스’ 등 넘버는 귀에 친숙하게 맴돌며 극의 얼개와 무대 장치가 뛰어나다. 배우들의 현란한 탭댄스까지 더해져 뮤지컬의 판타지적 요소도 두루 갖췄다. 다만 영미 문화와 역사를 토대로 한 패러디가 ‘한국 감성 코드’와 맞지 않아 극의 호흡을 따라가기에 다소 벅차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다행히 작품은 번역가 ‘황석희 표’ 대사를 곳곳에 녹여 넣으며 이질감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뮤지컬 역사에 바치는 한 편의 유쾌한 오마주는 막이 내린 뒤에도 깊은 흥을 남긴다. 3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6만∼16만 원. 8세 관람가. ★★★★(★ 5개 만점)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중국은 K뮤(한국 뮤지컬)를 좋아해∼.” 최근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가 5월 상하이(上海) 공연을 시작으로 창사(長沙) 시안(西安) 칭다오(靑島) 등 중국 13개 도시 투어를 확정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올해 12월까지 총 47회 라이선스 공연을 앞뒀다. ‘마이…’는 시한부 소년과 불량소년이 함께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내용으로, 2014년 국내 초연 뒤 2017년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 올해는 중국 인기 가수들을 대거 캐스팅했으며 영화화도 논의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탄생한 소극장 창작뮤지컬이 중국에서 흥행을 이어가며 국내 공연시장에도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K뮤지컬’의 중국 진출은 이미 2012년부터 이어졌지만 최근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공연 기간과 횟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K뮤지컬이 서양 작품보다 중국 관객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고, 현지화 수정 작업도 용이한 점을 흥행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한국 뮤지컬 해외 진출 현황’에 따르면 K뮤지컬은 2012년 창작뮤지컬 ‘투란도트’ ‘미용명가’ 오리지널 공연을 시작으로 중국에 본격 진출했다. 최초의 오리지널 공연은 2001년 ‘지하철 1호선’ 등이 있긴 했으나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못했다. 라이선스 공연은 ‘김종욱 찾기’가 2013년부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총각네 야채가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도 반응이 좋았다. ‘빈센트 반 고흐’나 ‘라흐마니노프’ 등 서양 인물을 한국 정서에 맞게 표현한 작품도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9월 ‘중국 K뮤지컬 로드쇼’에서 4개 소극장 뮤지컬을 시연하는데, 중국 공연 제작자들의 관심이 크다. 중국에 진출하는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은 라이선스 공연이 주를 이룬다. 톡톡 튀는 소재를 그대로 가져오되 중국 배우가 표현하기 쉬운 대사와 장면으로 수정 작업을 거친다. 주제는 가족이나 사랑, 청년 등 전반적으로 공감하기 쉬운 내용이 많다. 중국 대형 극장인 상하이문화광장의 훙페이위안 예술감독은 “대형 공연은 한국에서 성공했더라도 관객 성향에 맞지 않으면 수정하기 힘든 구조라 제작비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반면 대학로 공연은 도시별 투어도 쉽고, 브로드웨이 작품에 비해 스토리가 쉽게 와닿는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정부 주도로 창작뮤지컬 육성에 적극적이나 아직 대중의 취향을 충족시킬 정도는 아니라 ‘틈새시장’을 잘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중국 진출은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안주할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대학로 뮤지컬은 제작비나 티켓 판매에 강점이 있어 앞으로도 중국 제작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며 “다만 중국이 한국 제작 시스템을 학습하는 속도나 배우들의 실력 향상이 빨라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뮤지컬 기획사 대표는 “과거 ‘한한령’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유통할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중국은 K-뮤(한국 뮤지컬)를 좋아해~” 최근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가 5월 상하이(上海) 공연을 시작으로 창사(長沙) 시안(西安) 칭다오(靑島) 등 중국 13개 도시 투어를 확정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의 역대 최대 규모로 올해 12월까지 총 47회 라이선스 공연을 앞뒀다. ‘마이…’는 시한부 소년과 불량학생 소년이 함께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내용으로, 2014년 국내 초연 뒤 2017년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 올해는 중국 인기가수들도 대거 캐스팅했으며, 영화화도 논의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탄생한 소극장 창작뮤지컬이 중국에서 흥행을 이어가며 국내 공연시장에도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K-뮤지컬’의 중국 진출은 이미 2012년부터 이어졌지만, 최근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공연기간과 횟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 전문가들은 K-뮤지컬이 서양 작품보다 중국 관객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고, 현지화 수정 작업도 용이한 점을 흥행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뮤지컬 해외진출 현황’에 따르면, K-뮤지컬은 2012년 창작뮤지컬 ‘투란도트’ ‘미용명가’ 오리지널 공연을 시작으로 중국에 본격 진출했다. 최초의 오리지널 공연은 2001년 ‘지하철 1호선’ 등이 있긴 했으나,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못했다. 라이선스 공연은 ‘김종욱 찾기’가 2013년부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총각네 야채가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도 반응이 좋았다. ‘빈센트 반 고흐’나 ‘라흐마니노프’ 등 서양 인물을 한국 정서에 맞게 표현한 작품도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9월 ‘중국 K-뮤지컬 로드쇼’에서 4개 소극장 뮤지컬을 시연하는데, 중국 공연제작자들의 관심이 크다. 중국에 진출하는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은 라이선스 공연이 주를 이룬다. 톡톡 튀는 소재를 그대로 가져오되, 중국 배우가 표현하기 쉬운 대사와 장면으로 수정 작업을 거친다. 주제는 가족이나 사랑, 청년 등 전반적으로 공감하기 쉬운 내용이 많다. 중국 대형극장인 상하이문화광장의 홍 페이위안 예술감독은 “대형공연은 한국에서 성공했더라도 관객 성향에 맞지 않으면 수정하기 힘든 구조라 제작비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반면 대학로 공연은 도시별 투어도 쉽고, 브로드웨이 작품에 비해 스토리가 쉽게 와닿는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정부 주도로 창작뮤지컬 육성에 적극적이나, 아직 대중의 취향을 충족시킬 정도는 아니라 ‘틈새 시장’을 잘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중국 진출은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안주할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대학로 뮤지컬이 제작비나 티켓 판매에 강점이 있어 앞으로도 중국 제작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며 “다만 중국이 한국 제작시스템을 학습하는 속도나 배우들의 실력 향상이 빨라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뮤지컬 기획사 대표는 “과거 ‘한한령’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유통할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여자가 신체적 페널티를 지닌 건 사실이지. 그런데 그게 중요해? 총과 돈만 있으면 못 할 게 없는 세상, 왜 여자들이 그걸 쥘 거라는 생각을 못 하지?” 가상의 국내 굴지의 무역상사 ‘더 블랙 인터내셔널’은 대외적으로 선행을 베풀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1등 모범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범죄와 불법을 일삼는 기업형 조폭이나 다름없는 곳. 이 기업에는 알려지지 않은 별도 조직 ‘블랙라벨’이 있는데, 주로 범죄를 도맡기 위해 만들었다. 구성원은 대부분 여성이다. ‘블랙라벨’은 남성과 싸우는 과정에서 ‘신체적 페널티’를 인정하고 시작한다. 그 대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할수록 강함’을 추구하며 결국 남성들을 무릎 꿇린다. 김태희 작가의 다음(DAUM) 웹툰 ‘더블랙LABEL’은 남성의 전유물이던 누아르 액션을 여성 캐릭터로 변화시킨 대표 사례다. 독자들은 “보고 싶던 여성 누아르물” “여자가 주연인 웹툰 탄생”이라는 반응과 함께 여성 캐릭터의 신선한 반전에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웹툰 웹소설에서 ‘쎈캐’(강한 캐릭터) 여자 주인공이 대세다. 보조적 역할이나 약한 캐릭터에 머물던 여성상에서 탈피한 ‘걸크러시’ 주인공의 파괴력에 열광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미애 작가의 ‘어글리후드’가 대표적이다. 여학생 ‘엘사’는 외계인을 유일신으로 숭배하는 사회 체제에 끝없이 저항하는 인물이다. 정체를 숨긴 채 폭력과 테러를 서슴지 않는 고독한 영웅이다. 어린 시절 아픔을 겪고 조력자를 만나는 등 전형적 남성 영웅의 서사를 이어받았다. 다만 엘사가 보고 자란 어머니 역시 ‘쎈캐’이며, 아버지는 다정다감하고 가정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엘사를 돕는 강력한 조력자 역시 여성이다. 전선욱 작가의 학원물 웹툰 ‘프리드로우’에서도 여성 주인공 ‘구하린’은 어떤 남학생에게도 물리적 힘에서 뒤지지 않는 강한 면모를 뽐낸다. 남성 주인공에 전형적 여성상을 투영해 ‘미러링’(mirroring·따라하기) 요소를 가미한 웹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산삼 작가의 네이버 웹툰 ‘부로콜리왕자’에서는 주인공이 “울 엄마는 매일 내게 말했지. 항상 남자는 애교가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밖에서 사랑받는다고”라며 여성에게 강요된 성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뒤집는다. 여성 독자가 80% 이상인 웹소설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소설 ‘재혼황후’에서는 황제가 노예 출신의 여자를 옆에 두고 지내자, 과감히 황후 자리를 버리는 주체적 모습을 그렸다. “황제의 배우자이자 동료가 되고 싶었다”는 황후는 과감히 이혼을 결심하고 옆 나라 황제와 재혼한다. 웹소설 ‘혼전계약서’에서는 비혼주의자인 여자 주인공이 재벌 2세와의 결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계약서를 쥐고 결혼을 유예한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는 “강한 여성 캐릭터를 다룬 웹툰이 없던 건 아니지만 2∼3년 전부터 이런 흐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여성 독자가 바라는 서사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례도 등장했다”며 “작가들도 페미니즘 이슈를 반영해 남녀 역할을 뒤집거나 여성 서사 중심의 작품을 더 많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여자가 신체적 패널티를 지닌 건 사실이지. 그런데 그게 중요해? 총과 돈만 있으면 못할 게 없는 세상, 왜 여자들이 그걸 쥘 거라는 생각을 못하지?” 가상의 국내 굴지의 무역상사 ‘더 블랙 인터내셔널’은 대외적으로 선행을 베풀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1등 모범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범죄와 불법을 일삼는 기업형 조폭이나 다름없는 곳. 이 기업에는 알려지지 않은 별도 조직 ‘블랙라벨’이 있는데, 주로 범죄를 도맡기 위해 만들었다. 구성원은 대부분 여성이다. ‘블랙라벨’은 남성과 싸우는 과정에서 ‘신체적 패널티’를 인정하고 시작한다. 대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할수록 강함’을 추구하며 결국 남성들을 무릎 꿇린다. 김태희 작가의 다음(DAUM) 웹툰 ‘더블랙LABEL’은 남성의 전유물이던 느와르 액션을 여성 캐릭터로 변화시킨 대표 사례다. 독자들은 “보고 싶던 여성 느와르물”, “여자가 주연인 웹툰 탄생”이라는 반응과 함께 여성 캐릭터의 신선한 반전에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웹툰 웹소설에서 ‘쎈캐’(강한 캐릭터) 여자 주인공이 대세다. 보조적 역할이나 약한 캐릭터에 머물던 여성상에서 탈피한 ‘걸크러시’ 주인공의 파괴력에 열광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미애 작가의 ‘어글리후드’가 대표적이다. 여학생 ‘엘사’는 외계인을 유일신으로 숭배하는 사회 체제에 끝없이 저항하는 인물이다. 정체를 숨긴 채 폭력과 테러를 서슴지 않는 고독한 영웅이다. 어린시절 아픔을 겪고 조력자를 만나는 등 전형적 남성 영웅의 서사를 이어 받았다. 다만 엘사가 보고 자란 어머니 역시 ‘쎈캐’이며, 아버지는 다정다감하고 가정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엘사를 돕는 강력한 조력자 역시 여성이다. 전선욱 작가의 학원물 웹툰 ‘프리드로우’에서도 여성 주인공 ‘구하린’은 어떤 남학생보다도 물리적 힘에서 뒤지지 않는 강한 면모를 뽐낸다. 남성 주인공에 전형적 여성상을 투영해 ‘미러링’(mirroring·따라하기) 요소를 가미한 웹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산삼 작가의 네이버 웹툰 ‘부로콜리왕자’에서는 주인공이 “울 엄마는 매일 내게 말했지. 항상 남자는 애교가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밖에서 사랑받는다고”라며 여성에게 강요된 성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뒤집는다. 여성 독자가 80% 이상인 웹소설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소설 ‘재혼황후’에서는 황제가 노예 출신의 여자를 옆에 두고 지내자, 과감히 황후 자리를 버리는 주체적 모습을 그렸다. “황제의 배우자이자 동료가 되고 싶었다”는 황후는 과감히 이혼을 결심하고 옆 나라 황제와 재혼한다. 웹소설 ‘혼전계약서’에서는 비혼주의자인 여자주인공이 재벌 2세와의 결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계약서를 쥐고 결혼을 유예한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는 “강한 여성 캐릭터를 다룬 웹툰이 없던 건 아니지만 2~3년 전부터 이런 흐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여성 독자가 바라는 서사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례도 등장했다”며 “작가들도 페미니즘 이슈를 반영해 남녀 역할을 뒤집거나 여성 서사 중심의 작품을 더 많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세종문화회관 9개 예술단을 아우르는, 개관 이래 최대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소속 예술인들이 실컷 ‘놀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게 제 몫이니까요.” 지난해 9월 김성규 사장(53)이 부임한 뒤 세종문화회관은 빠르게 변모했다. 공연 기간에 분장한 채로 식사하거나 쉴 곳이 마땅치 않았던 예술인들을 위한 ‘세종 아티스트 라운지’가 탄생했다. “좋은 공연이 나올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그는 기존 대관 수익사업에 쓰이던 공간을 예술인을 위해 과감히 투자했다. 소규모 기획·이벤트 공연도 꾸준히 열며 ‘세종문화회관’이라는 브랜드를 착실히 구축하고 있다. 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 사장은 “더 큰 판을 준비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그가 말한 큰 판은 세종문화회관 소속 예술인 300여 명이 만드는 홍범도 장군 이야기 ‘극장 앞 독립군’ 공연이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9개 예술단(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무용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극단 서울시오페라단 등)이 9월 개관 이래 최대 규모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이 총연출을 맡아 합창과 오케스트라, 무용, 극단 등 다양한 성격의 예술단이 힘을 모으고 있다. “작품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 대신 좋은 공연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 독려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술단원들을 만나본 뒤 ‘단체별 소통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느꼈어요. 좋은 공연을 선보이고 싶어도 매개가 없어 단체별 역량을 집중하지 못했던 거죠. 세종이라는 브랜드를 위해 ‘함께하자’고 설득하니 결국 모두 ‘오케이’했습니다.” 김 사장이 처음 부임할 때는 그의 회계법인 대표 이력을 들어 ‘예술을 잘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극장도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해야 한다. 시민과 예술인을 매개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세계적 예술 경영의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그는 문화현장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즉각적으로 관객의 피드백을 받는 게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만큼 민첩하고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죠. ‘공연장은 작품으로 얘기한다’는 말처럼 모두가 부러워하는 세종의 래퍼토리와 브랜드를 빠르게 만들 생각입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소리’만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정동극장의 창작극 ‘춘향전쟁’은 소리꾼의 ‘판소리’와 무대 위 ‘음향’을 조합해 관객에게 신선한 무대 경험을 선물한다. 이 연극은 1961년 신상옥 감독의 영화 ‘성춘향’과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 개봉을 앞두고 벌어진 신 감독과 폴리아티스트(효과음 전문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당시 두 영화에는 최고 여배우로 불리던 최은희와 김지미가 춘향 역으로 출연해 큰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이 대결구도를 ‘춘향전쟁’으로 불렀으며, 작품 제목도 여기서 착안했다. 개봉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흥행에서 앞서기 위해 ‘성춘향’의 제작진은 입체적 효과음을 입히기로 했다. ‘레트로 소리극’을 표방하는 작품은 인터넷 방송에서 유행하는 ASMR(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백색소음)를 떠올리게 할 만큼 치밀하게 소리에 접근했다. 영화 영상을 무대 위로 비추며 각 장면에 맞는 효과음을 배우가 만들어 입히며 극이 전개된다. 무대 위 배우는 풍선 소리로 불꽃놀이 음향을 만들고, 양배추 단면을 비비며 직접 낙엽 밟는 소리도 만들어낸다. ‘기발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소리를 연구한 흔적이 돋보인다. 장면을 전환시키는 정동극장표의 맛깔 나는 판소리는 구성진 목소리로 극을 이끈다. 소리의 재발견에 집중한 탓인지 극의 줄거리나 배우의 감정 연기가 매끄럽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극 중 폴리아티스트와 신 감독이 소리를 두고 비슷한 갈등 구도를 반복하며 ‘예상 가능한 웃음’을 낳는다. 그럼에도 배우, 줄거리, 영상 등에 비해 항상 부차적 요소로만 느껴지던 소리에 주목해 이를 국악과 결합한 점은 참신하다. 관객의 눈과 귀를 동시에 붙잡으려는 시도는 무대 위에서 계속돼야 한다. 23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 3만, 5만 원. 8세 관람가. ★★★(★ 5개 만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전 세계 케이팝 팬이 열광하는 아이돌 댄스 영상은 다 제 자취방에서 시작됐지요.” 2015년 열렸던 전국약학대학학생협회 동영상 공모전에 참가했던 고퇴경 씨(29). 억지로 떠밀려 나갔지만 이왕 하는 거 재밌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영상 덕에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재미와 희열을 느낀 그는 자취방에서 좋아하는 케이팝 춤을 따라 추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영상을 올린 지 약 5년, 그의 유튜브 채널 ‘퇴경아 약먹자’는 11일 기준 178만7000명이 구독 중이다. 기본 조회수는 수십만 회에서 800만 회까지 육박한다. “알아보는 사람도 별로 없고 인생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지만 ‘유튜브계 BTS, 케이팝 대통령’이란 별명도 생겼다. 그렇다고 그가 전업 유튜버는 아니다. 낮에는 약사로 일하고 밤과 주말에만 춤춘다. “직업은 엄연히 약사”라고 강조하는 그의 정체는 뭘까. 최근 경북 경산시 영남대 인근 10평 남짓한 자취방에서 만난 그는 “제 영상이 사랑받는다는 게 요즘도 잘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영상이 인기를 끈 건 코믹한 춤과 기발한 편집 때문이다. 영상에는 사람을 복사해 붙여넣기 하듯 ‘고퇴경 여러 명’이 함께 춤을 춘다. 지금도 몇몇 해외 팬은 “집에 다른 고퇴경이나 쌍둥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댓글도 남긴다. 그는 “삼각대 앞에서 춤추고 편집까지 다 혼자 작업한다. 간단한 편집 기술과 열정만 있으면 된다”며 웃었다. 고퇴경의 무대는 최근 세계로 넓어졌다. 공원, 광장에서 케이팝 팬이 함께 춤을 추는 ‘랜덤플레이댄스(RPD)’ 행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해외 팬 중에는 RPD만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먼 도시로 향하는 이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일정을 공지하면 밀라노, 파리,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 그가 뜨는 곳 어디든 팬 수백 명이 몰린다. 그는 “저를 보러 오는 분도 있지만 케이팝을 좋아해서 오는 사람이 늘어난 걸 보면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한다’는 영상도 최근 RPD 행사 중 탄생했다. “미국 LA에서 NCT 춤을 추고 있는데 실제로 NCT가 눈앞에 나타나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좋아하는 가수와 한곳에서 춤을 추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죠. 꿈이 이뤄지는 느낌이랄까요. 지금도 그때 영상을 끊임없이 돌려봐요.” 당분간 그의 춤은 계속될 듯하다. “낯을 가리고 수줍음이 많아 대중 앞보다는 유튜브가 더 잘 맞는다”는 그는 한 명의 케이팝 팬으로서 계속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케이팝에 대한 자기 나름의 비전과 소박한 포부도 밝혔다. “음반 차트는 물론 저스틴 비버가 받던 미국의 ‘소셜 아티스트 상’도 BTS와 한국 그룹이 받을 정도로 이미 케이팝은 대세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세계적으로 훌륭한 평가를 받는 지금, 저는 저대로 일하면서 영상도 열심히 만들 겁니다. 남들이 저를 볼 때 ‘하고 싶은 일하며 잘 사는 애’라고 생각한다면 그걸로 만족해요.”경산=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클래식부터 이색적인 모던 발레까지 한국 발레의 모든 것이 한자리에 모인다.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가 1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축제는 18일 해외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한서혜, 채지영, 조안나 등이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로 막을 연다. 국립발레단은 18, 19일 ‘마타 하리’와 22, 23일 ‘지젤’을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지젤’은 1997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수석무용수로 활약하는 발레리나 김지영의 퇴단작이기도 하다. 아울러 23, 24일에는 와이즈발레단, 보스턴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이 무대를 꾸민다. 허용순 안무가의 ‘임퍼펙틀리 퍼펙트(Imperfectly Perfect)’도 29일 첫선을 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레퍼토리 ‘마이너스 7’로 29, 30일 폐막무대를 장식한다. 공모를 통해 뽑힌 여섯 가지 모던 발레 작품도 20일부터 30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