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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으로 보면 이럴 팀이 아닌데….” 올 시즌 롯데의 모습에 많은 전문가들이 당황하고 있다. 지난 주말 KT와의 주말 3연전에서 모두 패한 롯데는 9위 KIA에 2.5경기 차 뒤진 최하위다. 시즌 전만 해도 롯데는 유력한 5강 후보로 평가받았다. 롯데는 올 시즌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팀 연봉(신인과 외국인 선수 제외)이 100억 원이 넘는 팀이다. 1인당 평균 연봉(1억9583만 원)도 단연 1위다. 투수 전문 조련사인 양상문 감독도 새로 선임했다. 하지만 시즌의 45%가량을 소화한 10일 현재 롯데는 23승 42패(승률 0.354)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롯데 투수진은 10개 팀 중 유일하게 5점대 평균자책점(5.66)을 마크하고 있다. 최다 볼넷(287개)을 내줬고, 가장 많은 폭투(60개)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타자들마저 집단 슬럼프에 빠졌다. 주말 KT와의 3경기에서 롯데가 얻은 점수는 모두 합해 3점에 불과하다. 첫날 6안타, 둘째 날 3안타, 마지막 날 4안타를 치는 데 그쳤다. 최근에는 대만에서 뛰던 강속구 투수 헨리 소사 쟁탈전에서도 패했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68승을 거둔 검증된 투수 소사에게 공공연히 관심을 드러냈지만 소사의 최종 선택은 선두 SK였다. 롯데 프런트는 쏟아지는 비난과 비아냥거림에 시달려야 했다. 롯데는 뒤늦게나마 칼을 뽑아 들었다. 팀의 핵심 전력인 투타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롯데는 10일 SK가 소사를 영입하면서 웨이버 공시한 다익손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SK가 기량 부족으로 버린 선수를 데려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롯데는 실리를 택했다. 그 대신 들쭉날쭉한 투구에 오른팔 부상까지 당한 톰슨을 내보냈다. 다익손은 지난달까지 12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 중이었다. 현재 롯데 선발 투수 가운데 다익손보다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왼손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레일리와 김원중은 각각 2승 6패 평균자책점 4.23, 4승 6패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 중이다. 퇴출된 톰슨의 성적은 2승 3패에 평균자책점 4.74였다. SK에서 퇴출 통보를 받고 눈물을 쏟았던 다익손은 롯데행이 확정된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난주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주였다. 롯데가 내게 또 다른 기회를 줬다. 야구 인생의 다음 챕터를 쓸 준비가 됐다”고 각오를 밝혔다. 롯데는 또 공수 양면에서 기대에 못 미친 2루수 아수아헤도 교체할 계획이다. 워싱턴 산하 트리플A 프레즈노에서 활약 중인 내야수 제이컵 윌슨이 유력한 대체 선수로 꼽힌다. 유격수를 제외한 전 내야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윌슨은 이날 현재 타율 0.313, 15홈런, 48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BO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는 최근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25)을 내보내고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강속구 투수 헨리 소사(34·사진)를 영입했다. 4일 키움과의 경기에 선발로 예고됐던 다익손은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눈물을 흘리며 짐을 싸야 했다. 다익손의 웨이버 공시가 의외였던 이유는 올 시즌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익손은 12경기에 등판해 3승 2패에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 중이었다. 개인 유튜브를 통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등 팀에도 순조롭게 적응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SK의 기대치는 훨씬 높았다. 더 빠른 공과 더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를 원했다. SK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68승을 거둔 소사를 선택했다. 소사는 올해 대만리그 푸방에서 8승 2패, 평균자책점 1.56의 빼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는 소사의 KBO리그 복귀무대였다. SK는 소사를 앞세워 주말 3연전 스윕과 함께 올 시즌 삼성전 8연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매특허인 빠른 공은 이날 시속 153km까지 나왔지만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는 더욱 매서웠다. 소사는 1회초 2사 만루에서 이학주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2∼4회에는 매회 2점 홈런을 허용했다. 2회 김상수에게는 포크볼, 3회 강민호에게는 빠른 공, 6회 김헌곤에게는 슬라이더를 던지다 홈런을 맞았다. 소사는 4이닝 8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갔고, 팀이 0-9로 패하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신인 원태인이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삼성은 올 시즌 8번째 경기 만에 SK에 첫 승을 따냈다. 같은 날 2위 두산도 키움에 0-4로 패하면서 2위와의 승차는 2경기를 유지했다. 한편 8일 대전에서 열린 LG-한화전에서는 FT아일랜드 멤버 최민환(27)의 시구가 논란을 빚었다. 최민환은 한 살배기 아들 재율 군과 함께 등장했는데, 시구를 하는 과정에서 아기 띠로 품에 안겨 있던 재율 군의 목이 꺾이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논란이 확대되자 최민환은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저의 부주의로 인해 아이가 위험할 수 있었고,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재율 군은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의 ‘괴물 투수’ 류현진(32·LA 다저스) vs 일본 출신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5·LA 에인절스).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는 한일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투타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류현진은 이날 오전 11시 7분에 시작되는 지역 라이벌 에인절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에인절스에는 지난해 투타 겸업을 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오른 오타니가 있다. 지금까지 둘의 맞대결은 한 차례도 없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프리미어12와 같은 국제대회에서도 둘은 서로를 상대한 적이 없다. 11일에는 선발 맞대결이 아닌 투수와 타자로 만난다. 지난해 10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올해 타자로만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9승 1패, 평균자책점 1.35로 다승은 메이저리그 공동 1위, 평균자책점은 단독 1위다. 5월 이달의 투수로 선정된 그는 에인절스를 상대로 10승에 도전한다. 오타니의 타격감도 나쁘지 않다. 오타니는 9일 시애틀과의 안방경기에서 고등학교 선배인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를 상대로 시즌 6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최근 5경기에서만 3개의 홈런을 쳤다. 9일 현재 성적은 타율 0.257, 6홈런, 22타점이다. 류현진은 오타니 외에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신구 거포 마이크 트라웃과 앨버트 푸홀스도 상대한다. 류현진은 트라웃에게는 7타수 무안타, 푸홀스에게는 9타수 1안타로 아주 강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저는 카트를 안전하게 운전하고, 코스 공략을 어떻게 할지 도와드립니다. 고객님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클럽을 선택, 관리, 손질하면서 플레이하시면 되겠습니다.” 6일 강원 횡성의 대중골프장 벨라스톤CC에서 만난 고영문 위원(60)은 라운딩을 시작하기 전 인사말과 함께 이렇게 안내했다. 고 위원은 캐디다. 그런데 보통의 캐디와는 다르다. 여성이 많은 캐디 업종에서 소수인 남자 캐디다. 또한 여느 골프장에서는 거의 만나기 힘든 60대 시니어 캐디이기도 하다. 그는 일명 ‘마셜 캐디’다. 마셜은 골프장의 경기 진행 위원을 일컫는다. 마셜 캐디는 경기 진행을 담당하는 캐디라는 의미다. ‘고 캐디’ 대신에 ‘고 위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2016년 2월 남여주골프클럽에서 처음 도입된 마셜 캐디제는 현재 아세코밸리 골프클럽(시흥)과 벨라스톤CC 등 3개 골프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벨라스톤CC의 경우 오전 시간대인 1부와 오후 시간대인 2부는 여느 골프장과 같은 하우스 캐디 시스템을 운영한다. 오후 5시부터 6시 반 사이의 3부 야간 라운드에만 마셜 캐디를 배치한다. 벨라스톤CC에서 마셜 캐디 팀장을 맡고 있는 고 위원은 국내 마셜 캐디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 공군 중령 전역 후 마셜 캐디로 고 위원은 공군 장교 출신이다. 1978년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 30년 넘게 공군에 몸담은 뒤 2010년 1월 중령으로 전역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입학 동기다. 골프와의 인연도 군대에서 시작됐다. 인사 업무를 주로 맡던 그는 소령으로 진급한 1989년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학창 시절 야구, 축구, 테니스 등 가리지 않고 모든 스포츠를 좋아했던 그는 단숨에 골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1990년대 말에는 공군복지단의 복지처장으로 일하면서 공군 산하 12개 체력단련장(골프장)의 총괄팀장을 맡았다. 코스 관리부터 장비 구매, 캐디 교육 등 골프장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처리했다. 전역 후 골프장과 관련된 일을 갖게 된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처음 입사한 곳은 골프장 관리업체였다. 이 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골프장들의 그린키퍼로 일하며 오전 2시에 일어나 텅 빈 골프장에서 잔디를 깎았다. 2015년부터 3년간은 강원 평창 알펜시아트룬CC에서 3년간 하우스 캐디로 일했다. 지난해 마셜 캐디제를 도입한 아세코밸리CC로 옮겼다가 올해부터 벨라스톤CC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필드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라며 “정년 이후 어느 정도 처신할 수 있는 돈을 번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벨라스톤CC에는 현재 18명의 마셜 캐디가 일하고 있다. 은행과 학교 등에서 정년을 마친 중장년층이 많다. 대개 60세 전후로 골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다.○ 마셜 캐디는 일석삼조 마셜 캐디는 하우스 캐디와 달리 카트 운전과 샷의 방향과 남은 거리 등을 불러주는 역할만 한다. 캐디백에서 클럽을 빼고, 공을 찾거나 닦는 일 등은 모두 골퍼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골퍼들은 이런 방식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스스로 코스를 공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4인 한 팀을 책임져야 하는 하우스 캐디에 비해 노동 강도가 약한 마셜 캐디는 중장년층 시니어에게 적합하다.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 이사장은 “마셜 캐디는 일자리와 취미를 함께 하고자 하는 퇴직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골퍼들은 캐디피 부담이 줄어든다. 골프장에선 캐디피가 싸지면 이용객 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벨라스톤CC의 경우 하우스 캐디의 캐디피는 12만 원이지만 마셜 캐디는 7만 원이다. 하우스 캐디들이 기피하는 3부 시간대에만 마셜 캐디를 배치해 갈등의 소지도 없앴다. 김태영 대중골프장협회 부회장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아 협회 차원에서도 회원사들에 마셜 캐디 운영 성공 사례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횡성=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절박함’과 그 절박함을 잊지 않은 ‘꾸준함’. 5일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200홈런의 신화를 쌓아 올린 추신수(37·텍사스)는 7년 1억1300만 달러(약 1533억 원)의 몸값을 받는다. 그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은 두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2001년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가 택한 방법은 남들보다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야구장에 가장 먼저 나가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게 그중 하나였다. 눈물 젖은 빵을 씹던 마이너리그에서 빅리그에 처음 올라온 2005년. 안방경기가 오후 7시에 시작할 때도 그는 오전 11시 반이면 구장에 나왔다. 합동 훈련이 시작되는 오후 3시 전까지 그는 개인 훈련을 하며 모자란 부분을 채웠다. 어느덧 빅리그 15년 차로 팀 내 최고참이 된 요즘도 그의 출근 시간은 여전히 오전 11시 반이다. 해마다 2월에 열리는 스프링캠프에서는 더 일찍 나왔다. 이때는 오전 9시에 공식 일정이 시작되지만 선수들은 오전 7시 정도에 나온다. 추신수는 오전 4시 반에 나왔다. 구장 관리인은 처음엔 “제발 좀 늦게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가 나중에는 아예 라커룸 열쇠를 맡겨 버렸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신임 감독이 최고참 추신수에게 출근 시간을 늦출 수 없겠느냐고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전체 훈련시간을 늦춰 여유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 했다는 것이다. 추신수는 늘 해오던 일을 바꿀 수 없다며 여전히 새벽에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 선수로서 크다고는 할 수 없는 키 180cm의 그는 평소 이렇게 말했다. “캠프에 가면 몸 좋고, 힘 좋은 애들이 차고 넘친다. 신체 조건이나 체력이 다른데 똑같이 해서는 이길 수 없는 것 아닌가. 방심하는 순간 지금까지 이뤄냈던 모든 게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것 같다.” 매일 제시간에 도착하는 기차처럼 ‘추추 트레인’은 신인 때부터 이어온 자기만의 세밀한 습관들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기록은 바로 그 꾸준함에 따라오는 산물이다. 그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와의 안방경기에 1번 타자 겸 좌익수로 출전해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0-4로 뒤진 1회말 딜런 번디의 한가운데 직구(시속 147km)를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팀은 11-12로 졌지만 추신수는 시즌 11호, 통산 200호 홈런을 기록했다. 역대 메이저리그 통산 350번째 200홈런이다. 추신수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2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역대 2, 3위는 이미 은퇴한 일본인 선수 마쓰이 히데키(175개)와 스즈키 이치로(117개)다. 당분간 그의 기록을 깰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주목할 만한 점은 30대 후반의 나이에 전성기급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추신수는 36세이던 지난해 현역 최다 연속 경기 출루 신기록(52경기)을 세우며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그런데 21홈런을 친 지난해보다 올해 페이스가 훨씬 빠르다. 올해 OPS(출루율+장타력)는 0.938로 지난해(0.810)보다 0.1 이상 높다. 추신수는 타율 0.302로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41점) 역시 조이 갤로와 함께 공동 1위다. 지금 추세라면 2년 연속 올스타전 출전도 바라볼 만하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지난해 좋은 성적을 올렸던 전반기는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반대로 몸 상태가 좋아 자신감 넘쳤던 후반기에는 부진했다. 이 때문에 추신수가 ‘야구는 정말 모르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절박함’과 그 절박함을 잊지 않은 ‘꾸준함’. 5일 아시아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200홈런의 신화를 쌓아 올린 추신수(37·텍사스)는 7년 1억 1300만 달러(약 1533억 원)의 몸값을 받는다. 그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은 두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2001년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가 택한 방법은 남들보다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야구장에 가장 먼저 나오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게 그 중 하나였다. 눈물 젖은 빵을 씹던 마이너리거에서 빅리그에 처음 올라온 2005년. 안방 경기가 오후 7시에 시작할 때도 그는 오전 11시 반이면 구장에 나왔다. 합동 훈련이 시작되는 오후 3시 전까지 그는 개인 훈련을 하며 모자란 부분을 채웠다. 어느덧 빅 리그 15년차로 팀 내 최고참이 된 요즘도 그의 출근 시간은 여전히 오전 11시 반이다. 해마다 2월 열리는 스프링캠프에서는 더 일찍 나왔다. 이 때 9시에 공식 일정이 시작되지만 선수들은 오전 7시 정도에 나온다. 추신수는 오전 4시 반에 나왔다. 구장 관리인은 처음엔 “제발 좀 늦게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가 나중에는 아예 라커룸 열쇠를 맡겨 버렸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신임 감독이 최고참 추신수에게 출근 시간을 늦출 수 없겠느냐는 의향을 묻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전체 훈련시간을 늦춰 여유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려했다는 것이다. 추신수는 늘 해오던 일을 바꿀 수 없다며 여전히 새벽에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선수로서 크다고는 할 수 없는 키 180cm의 그는 평소 이렇게 말했다. “캠프에 가면 몸 좋고, 힘 좋은 애들이 차고 넘친다. 신체조건이나 체력이 다른데 똑같이 해서는 이길 수 없는 것 아닌가. 방심하는 순간 지금까지 이뤄냈던 모든 게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릴 것 같다.” 매일 제 시간에 도착하는 기차처럼 ‘추추 트레인’은 신인부터 이어온 자기만의 세밀한 습관들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기록은 바로 그 꾸준함에 따라오는 산물이다. 전날까지 199홈런을 기록 중이던 그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와의 안방경기에 1번 타자 좌익수로 출전해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트렸다. 0-4로 뒤진 1회말 딜러 버디의 한 가운데 직구(시속 147km)를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즌 11호, 통산 200호 홈런이다. 역대 메이저리그를 통산 350번째 200홈런이다. 이미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 기록을 갖고 있던 추신수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2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역대 2, 3위는 이미 은퇴한 일본인 선수 마쓰이 히데키(175개)와 스즈키 이치로(117개)다. 당분간 그의 기록을 깰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주목할 만한 점은 30대 후반의 나이에 전성기급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추신수는 36세이던 지난해 현역 최다 연속 경기 출루 신기록(52경기)을 세우며 생애 첫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그런데 21홈런을 친 지난해보다 올해 페이스가 훨씬 빠르다. 올해 OPS(출루율+장타율)은 0.938로 지난해(0.810) 1할 이상 높다. 추신수는 타율 0.302로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41점) 역시 조이 갈로와 함께 공동 1위다. 지금 추세라면 2년 연속 올스타전 출전도 바라볼 만 하다. 그렇지만 눈앞의 좋은 성적에도 일희일비 않는 게 추신수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지난해 좋은 성적을 올렸던 전반기는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반대로 몸 상태가 좋아 자신감 넘쳤던 후반기에는 부진했다. 이 때문에 추신수가 ‘야구는 정말 모르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추신수는 자기가 해 왔고, 할 수 있는 것만큼은 최선을 다해 한다. 6일 열리는 볼티모어와의 안방 경기에서도 그는 오전에 혼자 야구장에 나와 개인 훈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98년 박세리의 첫 우승 후 이번 이정은의 우승까지 한국 여자 선수들은 US여자오픈에서 10승을 합작했다. 2011년 이후로 따지면 9번 중 6번이나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한국 여자 선수들이 유독 US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진출 1세대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6승을 거둔 한희원 골프 해설위원(41)은 “매년 장소를 옮겨 열리긴 하지만 US여자오픈은 미국골프협회 주관으로 유독 코스 세팅을 까다롭게 하는 편이다. 보통의 LPGA투어 대회와 비교하면 실력에 따른 변별력이 크다. 기본 실력이 뛰어난 한국 선수들에게는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또 “여자 골프 5대 메이저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US여자오픈은 모든 여자 선수에게는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선수들이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의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행운이나 실수 등의 요소가 승리에 주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설명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기본기가 뛰어나다는 점과 연관된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골프의 생태계가 발휘하는 자체 경쟁 시스템 덕분이다. 잇단 국내 여자 골프 스타들의 성공기를 보면서 우수한 선수들이 골프계로 모여들고 이들이 어려서부터 하드 트레이닝을 거치며 경쟁하면서 실력과 멘털이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 배출되고 있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신체조건에서도 외국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데다 한국 선수들의 잇단 우승으로 조성된 한국 여자골프계의 자신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이 대회에서 여러 차례 명승부를 연출했다. ‘맨발 투혼’으로 유명한 박세리의 샷도 이 대회에서 나왔다. 박인비는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두 차례(2008년, 2013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고, 전인지는 2015년 대회 최소 타수 타이기록(272타)을 세웠다. 박성현은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우승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축하를 받았다. 올해 출전한 156명 가운데 한국 선수는 22명이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4월 15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김보아(24·넥시스)는 15번홀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단숨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16번홀에서 보기를 범했고, 18번홀에서는 90cm 거리의 파 퍼트가 컵을 돌아 나오면서 또 보기를 범했다. 허무한 공동 2위였다. 그때의 아쉬움을 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보아가 2일 제주 서귀포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에게 2타 뒤진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보아는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며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적어낸 그는 김지영(23·SK네트웍스)을 한 타 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8월 보그너 MBN 여자오픈 우승 후 개인 통산 2승째다. 우승 상금은 1억2000만 원. 내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도 받아 미국 무대 진출 기회도 잡았다. 1번홀과 2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로 산뜻하게 출발한 그는 4번홀(파5) 9m 버디에 이어 6번홀(파4)에서도 7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전반에만 4타를 줄였다.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한 김지영도 전반에만 3타를 줄이며 선전했다. 하지만 뒷심에서 김보아가 앞섰다. 챔피언조 앞 조에서 플레이한 그는 12번홀(파4) 버디로 공동 선두를 되찾은 뒤 14번홀(파3)에서 4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김보아는 김지영에게 한 타 앞선 채 먼저 홀 아웃했다. 연장전 돌입을 노렸던 김지영의 마지막 홀 2.5m 버디 퍼팅이 컵 1cm 앞에서 멈춰서면서 대회는 김보아의 우승으로 끝났다. 김보아는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 빨리 2승을 할 줄 몰랐다. 다음 우승은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4월 초 같은 장소에서 열린 롯데 렌터카 오픈에서 발목 부상으로 기권했던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목 부상으로 출전 여부를 망설였다. 그는 “취소 기간이 지났고, 모든 게 다 발표된 상황에서 취소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며 출전을 강행했다. 그리고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흥식 감독대행이 이끄는 KIA가 또 이겼다. 자진 사퇴한 김기태 전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물려받은 17일 KT전 이후 벌써 10번째 승리다. 프로야구 KIA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방문경기에서 3-2,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박 감독대행 부임 후 10승 2패의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KIA는 시즌 전적 23승 32패로 단독 8위로 뛰어올랐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2014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오른손 투수 차명진(24)이었다. 입단 후 팔꿈치 수술과 군 복무 등으로 올해 5월 16일에야 처음 1군에 올라온 차명진은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서 5이닝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4번째 등판이자 두 번째 선발 등판 만에 따낸 데뷔 첫 승이었다. 타선도 일찌감치 힘을 냈다. 해즐베이커의 대체 용병으로 입단한 터커는 1회 한화 선발 김범수를 상대로 KBO리그 마수걸이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2회초에는 김주찬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때려 3-0으로 앞섰다. 3-2로 앞선 9회말 등판한 문경찬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5세이브째를 올렸다. LG는 3-3 동점이던 8회초 터진 김민성의 결승 투런 홈런 등에 힘입어 키움을 6-3으로 꺾고 4위로 점프했다. 지난해까지 키움 유니폼을 입었던 김민성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친정팀을 상대로 결승타를 때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미란(36)은 한사코 손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거듭된 요청에 그는 수줍게 손바닥을 펴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힘센 여자의 손은 굳은살과 물집으로 가득했다. ‘역도 여제’로 명성을 떨치던 시절. 장미란은 매일 하루 평균 5만 kg의 쇳덩이를 들었다 놨다. 굳은살과 물집은 그가 역도에 쏟은 피와 땀의 흔적이었다. 여자 골프 선수들 중에서도 손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선수들이 있다. 작은 골프공을 향해 매일 수백 번씩 채를 휘두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손이 거칠어진다. 터진 물집 위에 새살이 돋고, 새살은 다시 터지기를 반복한다. 한때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신지애(31)의 두 손도 그렇다. 하지만 그는 “예전에 비해 많이 고와졌다”며 웃었다. 그런 신지애가 몇 해 전 장미란을 처음 만난 뒤 크게 반성했다고 한다. “아, 난 아직 한참 멀었구나.” 울퉁불퉁하지만 아름다운 손을 가진 둘은 이후 자매처럼 가까워졌다. 몇 해 전 흔들리던 신지애를 바로잡아 준 사람 역시 장미란이었다. 2013년 즈음 신지애는 자신의 인생에 큰 회의를 느꼈다. 골프 한길만 보고 달려온 그는 우승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더 이상 기쁘지 않았다. 왜 계속 골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당시 장미란은 신지애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네가 잘하는 일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 방황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13시즌 후 주 무대를 미국에서 일본으로 옮긴 뒤 예전의 쾌활함을 되찾았다. 지금은 ‘행복한 골프’ 전도사가 됐다. 열정을 되찾은 신지애는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랭킹, 상금, 평균타수 등 각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에도 출전한다. 30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시작되는 US여자오픈에 출전하는 신지애는 대회장으로 가기 며칠 전 미국 애틀랜타를 들렀다. 미국 유학 중인 장미란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장미란은 박사학위를 받은 뒤 용인대 교수로 임용됐다. 휴직계를 내고 2017년부터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스포츠행정을 공부하고 있다. 둘은 이틀을 붙어 지냈다. 아침저녁으로 공원을 뛰고, 낮에는 피트니스센터에서 함께 운동을 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수다도 떨었다. 여전히 승부의 세계에 사는 신지애에게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신지애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전히 전 언니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함이 많네요. 많이 배웁니다”라고 썼다. 장미란은 “공부가 익숙하지 않은 내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라 하루하루가 즐겁다. 역도를 할 때도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없었다. 매일 정해진 양을 꾸준히 채워가다 보니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 공부도 그렇게 채워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농담처럼 “다만 내 분신과도 같았던 물집과 굳은살이 사라진 게 아쉽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마음의 근육이 생겨났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장미란의 모습은 신지애에겐 또 하나의 배울 거리였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장미란(36)은 한사코 손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거듭된 요청에 그는 수줍게 손바닥을 펴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힘센 여자의 손은 굳은살과 물집으로 가득했다. ‘역도 여제’로 명성을 떨치던 시절. 장미란은 매일 하루 평균 5만kg의 쇳덩이를 들었다 놨다. 굳은살과 물집은 그가 역도에 쏟은 피와 땀의 흔적이었다. 여자 골프 선수들 중에서도 손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선수들이 있다. 작은 골프공을 향해 매일 수백 번씩 채를 휘두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손이 거칠어진다. 터진 물집 위에 새 살이 돋고, 새 살은 다시 터지기를 반복한다. 한 때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신지애(31)의 두 손도 그렇다. 하지만 그는 “예전에 비해 많이 고와졌다”며 웃었다. 그런 신지애가 몇 해 전 장미란을 처음 만난 뒤 크게 반성했다고 한다. “아, 난 아직 한참 멀었구나.” 울퉁불퉁하지만 아름다운 손을 가진 둘은 이후 자매처럼 가까워졌다. 몇 해 전 흔들리던 신지애를 바로 잡아준 사람 역시 장미란이었다. 2013년 즈음 신지애는 자신의 인생에 큰 회의를 느꼈다. 골프 한 길만 보고 달려온 그는 우승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더 이상 기쁘지 않았다. 왜 계속 골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당시 장미란은 신지애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네게 잘하는 일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 방황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13시즌 후 주 무대를 미국에서 일본으로 옮긴 뒤 예전의 쾌활함을 되찾았다. 지금은 ‘행복한 골프’ 전도사가 됐다. 열정을 되찾은 신지애는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랭킹, 상금, 평균타수 등 각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도 출전한다. 30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시작되는 US여자오픈에 출전하는 신지애는 대회장으로 가기 며칠 전 미국 애틀랜타를 들렀다. 미국 유학 중인 장미란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장미란은 박사학위를 받은 뒤 용인대 교수로 임용됐다. 휴직계를 내고 2017년부터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스포츠 행정을 공부하고 있다. 둘은 이틀을 붙어 지냈다. 아침, 저녁으로 공원을 뛰고, 낮에는 피트니스센터에서 함께 운동을 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수다도 떨었다. 여전히 승부의 세계에 사는 신지애에게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신지애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전히 전 언니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함이 많네요. 많이 배웁니다”라고 썼다. 장미란은 “공부가 익숙하지 않은 내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라 하루하루가 즐겁다. 역도를 할 때도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없었다. 매일 정해진 양을 꾸준히 채워가다 보니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 공부도 그렇게 채워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농담처럼 “다만 내 분신과도 같았던 물집과 굳은살이 사라진 게 아쉽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마음의 근육이 생겨났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장미란의 모습은 신지애에겐 또 하나의 배울 거리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추추 트레인’이 또 하나의 대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200홈런이다. 추신수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홈런 1개 포함 5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텍사스는 3회까지 상대 왼손 선발 투수 앤드루 히니의 구위에 밀려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하지 못했다. 하지만 0-1로 뒤진 4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히니의 몸쪽 싱커(시속 148km)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겨 버렸다. 시즌 9호이자 개인 통산 198번째 홈런이었다. 추신수는 5-7로 뒤진 9회초 무사 1루에서는 1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우익선상 2루타를 추가했다. 팀은 6-7로 졌지만 추신수는 선두 타자로서의 제 몫을 다했고 시즌 타율은 0.291에서 0.294로 상승했다. 어느덧 팀 내 최고참이 된 추신수의 강점은 꾸준함이다. 홈런을 펑펑 터뜨리는 거포는 아니지만 거의 매년 20개 내외의 홈런을 쳐 내면서 200홈런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5월 27일. 추신수는 캔자스시티를 상대로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치며 메이저리그 역대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 기록(176개)을 세웠다. 예년에 비해 올 시즌 홈런 페이스는 더욱 가파르다. 최근 9경기에서만 5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27일 현재 팀이 치른 50경기에서 9개의 홈런을 쳤으니 산술적으로는 29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지난해까지 개인 역대 최다 홈런은 22개(2010년과 2015년, 2017년 등 모두 3차례)였다. 추신수의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역대 2, 3위는 이미 은퇴한 일본인 선수 마쓰이 히데키(175개)와 스즈키 이치로(117개)다. 나이와 재능으로 볼 때 오타니 쇼헤이(25·LA 에인절스)가 가능성이 있지만 이날까지 그의 통산 홈런은 24개에 불과하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에서 10년간 20개씩의 홈런을 치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추신수는 여전히 타격감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 시즌 KBO리그 최고령 타자 박한이(40·삼성)는 26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2-3으로 뒤진 9회말 2사 1, 2루에서 대타로 나서 상대 마무리 조상우를 상대로 역전 끝내기 2루타를 친 뒤 온몸으로 포효했다. 자신의 시즌 19번째이자 개인 통산 2174번째 안타였다. 하지만 이 안타는 그의 야구 인생 마지막 안타가 됐다. 발목을 잡은 것은 음주 운전이었다. 그는 곧바로 은퇴를 선언했다. 27일 삼성에 따르면 박한이는 이날 아침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인근에서 자신의 승용차로 자녀를 등교시킨 뒤 귀가하다 접촉사고를 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0.065%가 나왔다. 면허 정지 수준이다. 박한이는 경찰 조사에서 “26일 낮 경기를 마친 뒤 자녀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참관하고 지인들과 늦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다”며 “현역 중 최고참에 해당하는 선수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은퇴하겠다”고 구단을 통해 전했다. 2001년 삼성에서 데뷔한 그는 올해까지 19년간 줄곧 삼성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데뷔와 함께 주전 외야수 자리를 꿰찼고, 2016년까지 16시즌 연속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2016년 9월 8일 롯데전에서는 KBO리그 통산 6번째로 2000안타 고지에도 올랐다. 무엇보다 그는 삼성의 우승 청부사로 통했다. 박한이가 입단하기 전까지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던 삼성은 그의 입단 이듬해인 2002년을 시작으로 모두 7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삼성 팬들은 연봉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쳐 온 그를 ‘착한이’라고 불렀다. 박한이는 올 시즌 다시 한 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삼성이 아닌 다른 팀에서 뛰고 싶지 않다며 권리 행사를 스스로 포기하기도 했다. 27일 현재 타율은 0.257로 크게 좋지 않지만 올 시즌 개막 직후인 3월 27일 롯데전에서 생애 첫 만루홈런을 때려내는 등 대타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올해까지 통산 성적은 타율 0.294, 146홈런, 906타점이다. 지난주 5승 1패를 기록하며 중위권 도약을 노렸던 삼성은 뜻밖의 악재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성실한 관리로 꾸준한 활약을 보여 온 박한이는 우리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영구결번도 아깝지 않은 선수가 이런 사건을 저질렀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박한이는 구단을 통해 “징계, 봉사활동 등 어떠한 조치가 있더라도 성실히 이행하겠다. 무엇보다도 저를 아껴주시던 팬들과 구단에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그의 은퇴 여부를 떠나 조만간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이원주 takeoff@donga.com·이헌재 기자}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잘 버텨내야 진짜 좋은 투수다.” ‘국보급 투수’로 활약했던 선동열 전 야구 대표팀 감독을 포함해 모든 투수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26일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32·LA 다저스·사진)은 그런 의미로 볼 때 단연 최고였다. 경기 초반 불운과 평소 같지 않던 제구에도 불구하고 선발 투수로서 임무를 100% 완수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26일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허용하고도 2점만을 내주며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7승째를 수확한 그는 맥스 프리드(애틀랜타)와 함께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평균자책점 역시 1.65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유지했다. 타석에서는 4회초 결승 2루타를 포함해 2타수 1안타 1타점 1희생번트로 활약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피츠버그를 상대로 통산 6번 선발 등판해 6번 모두 승리하며 ‘해적 천적’으로도 자리매김했다. 6경기 평균자책점은 2.58에 불과하다. 이날 경기는 뇌우 예보로 인해 예정보다 1시간 45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경기 전 관심은 그의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에 쏠렸다. 5월 들어 ‘사이영상’급 활약을 보이고 있는 류현진은 지난 경기까지 3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박찬호와 샌디 쿠팩스 등이 보유한 33이닝(2000∼2001년)과 2이닝 차이였다. 눈앞의 대기록은 허무하게 무산됐다. 1회를 공 7개로 삼자범퇴로 틀어막은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2회말 선두 타자 조시 벨에게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 멜키 카브레라를 상대로는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다. 하지만 이 공을 잡은 포수 러셀 마틴이 3루로 송구하다가 공을 외야 쪽으로 보내버리는 실책을 해 동점을 허용했다.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이 ‘32’에서 멈추는 순간이었다. 류현진은 이후 콜 터커에게 역전 적시타까지 맞았다. 류현진의 32이닝 무실점 기록은 박찬호 등의 9위에 이어 다저스 역대 투수 11위에 해당한다. 류현진은 이날 주무기인 커터 등이 가운데로 몰리며 시즌 최다인 10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실점 위기마다 집중력이 빛났다. 수비수들의 도움도 여러 차례 받았다. 4회말 무사 2, 3루에서는 후속 세 타자를 모두 외야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강한 어깨를 가진 다저스 외야수들 덕분에 3루 주자가 홈으로 뛰지 못했다. 5회 무사 1, 2루에서는 벨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해냈다. 6회 2사 3루에서는 제이크 엘모어의 장타성 타구를 우익수 코디 벨린저가 펜스에 몸을 부딪치며 잡아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류현진의 올 시즌 득점권 피안타율은 0.054(37타수 2안타)밖에 되지 않는다. 류현진은 7회부터 마운드를 훌리오 우리아스에게 넘겼다. 투구 수는 93개였고, 이 가운데 66개가 스트라이크였다.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다저스 타선은 장단 13안타로 7점을 뽑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3안타 중 류현진의 2루타를 포함해 8개가 2루타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은 처음부터 아예 의식하지 않았다. 첫 실점을 한 뒤에도 오직 선발 투수로서 팀을 이길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5월 등판한 5경기에서 4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0.71을 기록한 류현진은 ‘이달의 선수’ 수상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예정대로라면 류현진은 6월 1일(현지 시간 5월 31일) 필라델피아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만하면 ‘역전의 명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서형석(22·신한금융그룹·사진)이 자신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생애 두 번째 우승도 역전 우승으로 장식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 이수민에게 3타 뒤진 4위였던 서형석은 26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파72·7260야드)에서 열린 KB금융 리브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내며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적어낸 서형석은 이수민(26)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우승 상금은 1억4000만 원. 서형석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2017년 9월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도 선두에게 2타 뒤진 공동 5위로 시작해 앞서 있던 4명을 모두 따돌렸다. 본인 말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1번홀(파5) 버디로 산뜻하게 출발한 그는 이수민이 7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는 틈을 타 간격을 1타 차로 좁혔다. 서형석은 10번과 11번홀(이상 파4)에서 연달아 1m가 조금 넘는 거리의 버디를 낚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14번홀(파4)에서는 약 6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집어넣으며 사실상 우승을 결정지었다. 내성적인 성격의 그는 2년 전부터 스트레스 해소와 자신감 회복을 위해 보컬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고 그해 첫 우승을 일궜다. 지난해 잠시 접었던 보컬 트레이닝을 올해 다시 시작하면서 두 번째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요즘 애창곡은 가수 윤종신의 ‘좋니’다. 서형석은 “생각보다 빨리 올 시즌 우승을 했다. 남은 대회에서 1승을 더 하고 싶다. 이왕이면 메인 스폰서가 주최하는 신한동해오픈이면 좋겠다. 또 제네시스 대상을 타서 유러피안투어 진출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 신인왕 출신 이수민은 지난주 SK텔레콤오픈에 이어 2주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컨디션이 좋지 않을 날에도 잘 버텨내야 진짜 좋은 투수다.” ‘국보급 투수’로 활약했던 선동열 전 야구 대표팀 감독을 포함해 모든 투수 지도자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다. 26일 피츠버그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32·LA 다저스)은 그런 의미로 볼 때 단연 최고였다. 경기 초반 불운과 평소 같지 않던 제구에도 불구하고 선발 투수로서 임무를 100% 완수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26일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허용하고도 2점만을 내주며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7승째를 수확한 그는 맥스 프리드(애틀랜타)와 함께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평균자책점 역시 1.65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유지했다. 타석에서는 4회초 결승 2루타를 포함해 2타수 1안타 1타점 1희생번트로 활약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피츠버그를 상대로 통산 6번 선발 등판해 6번 모두 승리하며 ‘해적 천적’으로도 자리매김했다. 6경기 평균자책점은 2.58에 불과하다. 이날 경기는 뇌우 예보로 인해 예정보다 1시가 45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경기 전 관심은 그의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에 쏠렸다. 5월 들어 ‘사이영상’급 활약을 보이고 있는 류현진은 지난 경기까지 3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박찬호와 샌디 쿠팩스 등이 보유한 33이닝(2000~2001년)과 2이닝 차이였다. 눈앞의 대기록은 허무하게 무산됐다. 1회를 공 7개로 삼자범퇴로 틀어막은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2회말 선두 타자 조시 벨에게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 멜키 카브레라를 상대로는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다. 하지만 이 공을 잡은 포수 러셀 마틴이 3루로 송구하다가 공을 외야 쪽으로 보내버리는 실책을 범해 동점을 허용했다.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이 ‘32’에서 멈추는 순간이었다. 류현진은 이후 콜 터커에게 역전 적시타까지 맞았다. 류현진의 32이닝 무실점 기록은 박찬호 등의 9위에 이어 다저스 역대 투수 11위에 해당한다. 류현진은 이날 주무기인 커터 등이 가운데로 몰리며 시즌 최다인 10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실점 위기 마다 집중력이 빛났다. 수비수들의 도움도 여러 차례 받았다. 4회말 무사 2, 3루에서는 후속 세 타자를 모두 외야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강한 어깨를 가진 다저스 외야수들 덕분에 3루 주자가 홈으로 뛰지 못했다. 5회 무사 1, 2루에서는 벨을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6회 2사 3루에서는 제이콥 엘모어의 장타성 타구를 우익수 코디 벨린저가 펜스에 몸을 부딪치며 잡아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류현진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054(37타수 2안타) 밖에 되지 않는다. 류현진은 7회부터 마운드를 훌리오 유리아스에게 넘겼다. 투수 수는 93개였고, 이 가운데 66개가 스트라이크였다. 다저스 타선은 장단 13안타로 7점을 뽑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3안타 중 류현진의 2루타를 포함해 8개가 2루타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은 처음부터 아예 의식하지 않았다. 첫 실점을 한 뒤에도 오직 선발 투수로서 팀을 이길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5월 등판한 5경기에서 4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0.71을 기록한 류현진은 ‘이 달의 선수’ 수상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예정대로라면 류현진은 6월 1일(현지시간 5월 31일) 필라델피아와의 안방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3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32·사진)이 26일 오전 8시 15분에 열리는 피츠버그와의 방문경기에서 시즌 7승에 도전한다. 23일 다저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류현진은 25∼27일 PNC파크에서 열리는 피츠버그와의 방문 3연전 중 2차전 선발 투수로 나선다. 25일에는 워커 뷸러, 27일에는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가 선발 등판한다. 류현진으로서는 대기록이 달려 있는 중요한 경기다. 이날 경기 시작과 함께 초반 3이닝 이상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 박찬호(46·은퇴)가 보유한 한국 선수 최다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33이닝·2000∼2001년)을 넘어선다. 6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칠 경우 클레이턴 커쇼의 2015년 기록(37이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다저스 역사상 최다 연속 이닝 무실점 투구 공동 5위로 올라선다. 메이저리그 1위 기록 역시 다저스 출신인 오렐 허샤이저(1988년 59이닝)가 갖고 있다. 만약 류현진이 이날도 호투를 이어가면 생애 첫 ‘이달의 선수’ 수상도 유력해진다. 류현진은 5월 들어 등판한 4경기에서 3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0.28을 기록 중이다. 32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1점만 내줬고, 삼진은 26개나 잡았다. 이달 중순에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이 주일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류현진은 그동안 피츠버그와의 경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2013년 데뷔 후 통산 성적은 5경기에서 5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2.51이었다. 동갑내기 친구 강정호(32)와의 투타 맞대결 여부는 알 수 없다. 옆구리 부상으로 14일 10일짜리 부상자명단(IL)에 오른 강정호는 24일부터 복귀할 수 있지만 최근 타격 부진이 이어져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BO리그 막내 구단 KT의 최근 기세가 심상치 않다. KT는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3-1로 승리하며 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 전까지 선두였던 두산을 이틀 연속 넘어서며 위닝 시리즈도 확보했다. 21승 29패로 순위는 7위지만 중위권으로 올라서기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양 팀 선발 투수들의 무게감으로 보면 두산의 승리가 유력해 보였다. 두산은 전날까지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던 린드블럼이 선발 등판한 반면 KT는 임시 선발 배제성(사진)이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배제성은 힘 있는 직구와 낙차 큰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두산 타선을 5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타선의 응집력도 좋았다. 1-1 동점이던 6회말 무사만루에서 황재균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았고, 곧 이은 폭투 때 한 점을 더 달아났다. 3-1, KT의 승리였다. 린드블럼은 5와 3분의 1이닝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KT는 하루 전에도 7-7 동점이던 8회말 대거 5득점하며 12-7로 이긴 바 있다. 불의의 2연패를 당한 두산은 2위로 떨어졌다. 같은 날 LG를 2-0으로 꺾은 SK는 두산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앞서며 선두에 복귀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습니다.”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프로야구 SK 에이스 김광현(31)의 시선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21일 LG와의 방문경기에서 6이닝 2실점 호투로 시즌 7승(1패)째를 거둔 그는 메이저리그의 꿈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동안 김광현에게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릴 만한 기회가 두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7시즌 이상을 소화해 해외 진출 자격을 갖춘 2014시즌 뒤였다. 당시 SK는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미국 진출을 허락했다. 샌디에이고가 200만 달러(약 24억 원)의 응찰액을 써 내며 그의 미국 진출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세부 조건에서 의견 합치를 보지 못했고 김광현은 국내 잔류를 선언했다. 2년 뒤인 2016시즌 후 김광현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됐지만 이번에는 왼쪽 팔꿈치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대신 4년 총액 85억 원의 조건에 SK에 남기로 했다. 어느덧 30대로 접어들었지만 최근 그의 투구만 놓고 보면 충분히 빅리그의 문을 두드릴 만하다. 수술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그는 힘에 관록까지 과시하며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KBO리그 각 팀은 외국인 투수들로 원투펀치를 구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SK의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김광현이다. 선발 투수들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 중 하나인 투구 이닝 상위 10명 가운데 김광현은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21일 현재 63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4위다. 이 밖에도 탈삼진은 73개로 1위, 다승도 공동 1위(7승), 평균자책점은 9위(3.25)에 랭크되어 있다. 예전보다 향상된 점은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스플리터)과 커브 등 느린 공을 장착해 완급 조절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김광현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구사하는 ‘투 피치’ 투수로 힘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했다. 이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제구가 불안한 날에는 투구 수가 늘어나곤 했다. 하지만 스플리터와 커브가 레퍼토리에 포함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21일 LG전에서도 그는 최고 시속 150km의 빠른 공과 최저 103km의 슬로 커브를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120km대의 스플리터로 삼진도 여러 차례 빼앗았다. 이날 총 92개의 투구 가운데 22개(스플리터 14개, 커브 8개)가 느린 공이었다. 그는 “구종이 늘어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체력을 아끼면서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2021시즌이 끝난 뒤에야 다시 FA가 되지만 구단의 결단에 따라 보다 이른 시기에 미국행을 타진해 볼 수 있다. 김광현이 빅리그에 간다면 류현진(32·LA 다저스)과 선발 맞대결을 벌일 수도 있다. KBO리그 최고의 좌완을 다퉜던 둘은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2010년 5월 23일 한화와 SK는 각각 류현진과 김광현을 선발로 예고했으나 이날 대전구장에 비가 내리면서 둘의 맞대결도 무산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습니다.”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프로야구 SK 에이스 김광현(31)의 시선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21일 LG와의 방문경기에서 6이닝 2실점 호투로 시즌 7승(1패)째를 거둔 그는 메이저리그의 꿈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동안 김광현에게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두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7시즌 이상을 소화해 해외 진출 자격을 갖춘 2014시즌 뒤였다. 당시 SK는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미국 진출을 허락했다. 샌디에이고가 200만 달러(약 24억 원)의 응찰액을 써 내며 그의 미국 진출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세부 조건에서 의견 합치를 보지 못했고 김광현은 국내 잔류를 선언했다. 2년 뒤인 2016시즌 후 김광현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됐지만 이번에는 왼쪽 팔꿈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대신 4년 총액 85억 원의 조건에 SK에 남기로 했다. 어느덧 30대로 접어들었지만 최근 그의 투구만 놓고 보면 충분히 빅리그의 문을 두드릴 만하다. 수술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그는 힘에 관록까지 과시하며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KBO리그 각 팀들은 외국인 투수들로 원투펀치를 구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SK의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김광현이다. 선발 투수들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 중 하나인 투구 이닝 상위 10명 가운데 김광현은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21일 현재 63과 3분의2이닝을 던져 4위다. 이 밖에도 탈삼진은 73개로 1위, 다승도 공동 1위(7승), 평균자책점은 9위(9.25)에 랭크되어 있다. 예전보다 향상된 점은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스플릿터)과 커브 등 느린 공을 장착해 완급조절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김광현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구사하는 ‘투 피치’ 투수로 힘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했다.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제구가 불안한 날에는 투구 수가 늘어나곤 했다. 하지만 스플릿터와 커브가 레퍼토리에 포함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21일 LG전에서도 그는 최고 150km의 빠른 공과 최저 103km의 슬로우 커브를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120km대의 스플릿터로 삼진도 여러 차례 빼앗았다. 이날 총 92개의 투구 가운데 22개(스플릿터 14개, 커브 8개)가 느린 공이었다. 그는 “구종이 늘어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체력을 아끼면서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2021시즌이 끝난 뒤에야 다시 FA가 되지만 구단의 결단에 따라 보다 이른 시기에 미국행을 타진해 볼 수 있다. 김광현이 빅리그에 간다면 류현진(32·LA 다저스)과 선발 맞대결을 벌일 수도 있다. KBO리그 최고의 좌완을 다퉜던 둘은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2010년 5월 23일 한화와 SK는 각각 류현진과 김광현을 선발로 예고했으나 이날 대전구장에 비가 내리면서 둘의 맞대결도 무산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