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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가 연일 폭격을 퍼붓고 있는 알레포 동부지역의 의사들이 알레포 상공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정해달라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눈물의 서한을 보냈다. 11일 BBC에 따르면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동부지역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15명은 서한에서 “폭격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한 달 안에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주민 25만 명이 고립된 이 지역에선 지난달에만 42차례나 정부군과 러시아의 폭격이 이어졌다. 알레포 의사들은 5년 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셀 수 없는 환자가 죽음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참상을 전했다. 이들은 “의사로서 가장 힘든 것은 살 사람과 죽을 사람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열악한 의료시설의 문제를 제기했다. 2주 전에는 병원을 향한 폭격으로 전력이 끊기는 바람에 신생아 4명이 인큐베이터 산소를 차단당해 싸늘한 주검으로 식어갔다. 의사들은 국제사회가 시리아 정세의 심각성에 대해 분석만 할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레포 동부지역의 폭격이 가혹해지는데도 ‘피난 가라’는 말만 할 뿐 고립된 주민 25만 명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눈물이나 동정은 필요 없다”며 “국제사회가 알레포 동부를 폭격금지 구역으로 정해 폭격을 막아 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군은 11일부터 매일 오전 10시~오후 1시 3시간 동안 민간인에게 물자를 공급할 시간을 주기 위해 폭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은 알레포 동부 지역에 음식과 약 등 물자를 공급하려면 최소 48시간의 폭격 중지가 필요하다며 반발했다. UN은 구호물자를 구비해뒀지만 잇따르는 폭격과 두터운 포위망 때문에 알레포 동부로 반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알레포에선 정부군과 반군의 격렬한 전투로 주민 200만 명은 며칠 동안 전력과 수도가 끊긴 채 살고 있다.카이로=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여객기 동체 착륙 사고 당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던 인도 남성이 사고 6일 후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 원)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말 두바이에서 은퇴하고 가족이 있는 인도로 귀농하려 했지만 회사 요청으로 근무를 1년 연장한 덕에 구사일생과 인생역전을 연이어 경험하게 됐다. 37년째 두바이에서 자동차수리공으로 일해 온 인도인 무함마드 바쉬르 압둘 카마르 씨(61)는 지난 3일 두바이국제공항의 에미리트 항공기 EK521편 동체 착륙 사고 당시 생존한 300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를 맞아 고향인 인도 케랄라 주 티루바난타푸람을 다녀오던 차에 생사를 넘나드는 사고를 겪은 지 엿새 뒤 인생을 뒤바꾸게 될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달 6일 고향으로 가는 길에 두바이공항 면세점에서 1000디르함(약 30만 원)을 주고 산 복권이 100만 달러에 당첨된 것이다. 그는 평소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재미 삼아 복권을 샀는데 17번 만에 당첨금을 손에 넣었다. 그는 UAE 일간지 칼리즈타임스에 “항공기 사고 당시 신이 날 기적처럼 지켜준 이유가 분명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연봉 2만6400달러(약 3140만 원)의 사나이는 38년 치 연봉을 한꺼번에 거머쥐게 됐지만 정년까지 자동차수리공으로 일할 계획이다. 당첨금으로 두바이에서 사업을 하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37년간 인도에서 가족과 보낸 날은 37개월 밖에 안 된다. 정년 후엔 계획대로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가족과 보내겠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6~8일 벌어진 반(反)정부 시위에 나섰던 시위대 100여 명이 진압에 나선 정부군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포함한 오로미야 지역에서 최소 33명이 사망했고, 북부 도시 바히르다르를 포함한 암하라 지역에서 최소 60명이 총격에 숨졌다고 로이터가 9일 보도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 등 오로미야 지역의 10여개 마을에서는 최근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반정부파 깃발을 흔드는 시위가 잇따라 벌어졌다. 이 지역에서는 올해 초 정부 주도 개발사업과 관련한 농지분배 정책을 두고 반대 시위가 발생했는데, 이를 정부가 강경 진압하며 야당 정치인과 시위자를 구금하자 반발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부의 불평등한 분배를 규탄하며 야당 정치인의 석방을 요구했다. 야당 측은 “오로미야 지역 시위에서 정부군에 의해 사살된 33명의 시위대 명단을 갖고 있다”며 “이 명단은 더욱 늘어날 거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북부 도시 바히르다르에서는 경찰이 8일 새벽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면서 30~6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됐다. 이 지역에서는 정부가 월카예트라는 지역을 암하라 대신 티그레이 지역에 불법적으로 편입시켰다고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사망자와 부상자로 가득한 현지 병원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사망자가 60명이라고 밝혔다.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인터내셔널) 아디스아바바 지부는 이날 바히르다르에서의 사망자가 최소 30명이 넘는다며 에티오피아 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권리인 평화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카이로=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파키스탄 서부 중소도시 퀘타의 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벌어진 자살 폭탄테러를 두고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탈레반이 서로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변호사와 경찰 등을 주로 노린 이번 테러로 최소 70명이 죽고 112명이 다쳤다. IS는 9일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8일 퀘타의 병원 응급실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아마크 통신은 “IS 전사가 법무부 직원들과 경찰이 모인 곳에서 폭탄 벨트를 터뜨렸다”며 “사상자가 200명이 넘는 공격이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파키스탄 탈레반 무장단체 자마아트 우르 아흐라르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파키스탄 사회에 이슬람 시스템이 생겨날 때까지 비슷한 테러를 계속 저지르겠다는 성명을 냈다. 자마아트 우르 아흐라르는 일주일 전 미국이 글로벌 테러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단체다. 파키스탄 정부는 인구 30만 명이 넘지 않는 작은 도시 퀘타를 노린 테러의 정확한 배후를 색출해 섬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직까지는 어느 쪽이 테러 배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파키스탄 정부는 그동안 자국에 IS가 유입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단호하게 주장해왔지만 온라인을 통해 IS에 투신한 테러범들의 공격이 수차례 벌어졌다. 탈레반도 올해 파키스탄 퀘타 등 변방 지역에 보안이 취약한 점을 노려 테러를 잇달아 저지르고 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우리에게 죽음을 명하면 바로 실행하겠다.’ 7일 터키 이스탄불 남부 예니카프 해변에서 정부 주도로 열린 ‘민주주의와 순교자를 위한 집회’에선 이런 문구가 선명하게 적힌 빨간색 터키 국기가 펄럭였다. 옆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적힌 국기가 휘날렸다. 이날 이곳을 포함해 수도 앙카라 등 터키 전역에서 정부가 주도한 반(反)쿠데타 집회는 민주주의 수호를 목적으로 열렸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숭배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전국적으로 열린 집회에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가 찬성한다면 사형제 부활을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가 가입하려 애쓰던 유럽연합(EU)과 각을 세우더라도 사형제 부활을 강행해 국내 정치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겠다는 속내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쿠데타 이후 비판적 태도를 보인 서방 대신 러시아를 새로운 국제관계 파트너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두 번째로 큰 군사력을 가진 터키가 쿠데타 이후 반미 감정이 커지고 친(親)러시아 행보를 이어가자 서방 세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도 쿠데타 주범으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요구하는 터키 국적인 수백 명이 모여 붉은색 터키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정부 주도 집회의 뜨거운 애국 열기 이면에는 최근 귈렌 지지자로 몰린 현직 교사가 체포 13일 만에 옥중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포감이 도사리고 있다. 터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교사 교칸 아시콜루 씨는 국가비상사태 선포 3일 후인 지난달 23일 오후 11시 반경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당뇨가 심했지만 약이나 옷을 챙길 새도 없었다. 정부가 선임해준 국선변호사는 두려움에 떨며 아시콜루 씨는 물론 가족과도 일절 만나지 않았다. 아시콜루 씨의 아내가 남편에게 약을 전해주려 했지만 그마저도 불허됐다. 결국 아시콜루 씨는 유치장에 구금된 지 13일 만에 사망했다. 가족들은 특수 강화 재질로 제작된 그의 안경이 무참히 깨졌고, 팔에 멍 자국이 있는 등 고문의 흔적이 역력했다고 주장했다. 터키 당국은 고문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시신을 가족에게 넘겨주지 않고 있다. 한 터키 교민은 “터키 주류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며 “아무 근거 없이 귈렌 지지자로 몰렸다가 사망하는 일이 앞으로 계속 벌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는 국가비상사태 이후 수감된 1만여 명이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터키 군부 쿠데타 발생 6시간 전 정보당국에게 거사를 미리 알려준 인물은 쿠데타에 가담했던 공군 조종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H.A’라고 불리는 이 소령은 터키 국가정보부(MIT)를 헬기 7대로 공습하고 MIT 수장인 하칸 피단을 납치하는 임무를 맡았었다고 터키 일간 휴리예트가 5일 보도했다. 이 조종사는 쿠데타가 발생하기 6시간 전인 지난달 15일 오후 2시 45분 앙카라에 있는 MIT 본부를 찾아 군부의 거사 계획을 밀고했다. 그는 쿠데타 계획과 함께 가담자 명단까지 MIT에 제공했다. 그는 쿠데타를 모의하던 군항공사령부에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고 말한 뒤 밖으로 나와 평소 시리아 공습작전에 참여해오면서 알고 지내던 MIT 요원과 접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쿠데타군 헬기 7대가 MIT를 폭격한 직후 혼란을 틈타 수장을 납치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털어놨다. 쿠데타 첩보를 입수한 피단은 이날 오후 4시경 훌루시 아카르 군총사령관에게 보고했고, 아카르 군총사령관은 오후 6시경 각 군 참모총장과 피단을 불러 쿠데타를 막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결과 전군에 탱크 등 장비 이동을 금지하고 경계를 강화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거사가 누설됐다는 걸 감지한 쿠데타군은 당초 16일 오전 3시에 거행하려던 쿠데타를 6시간 당겨 15일 오후 9시에 시도했지만 병력 동원이 제한돼 실패했다. ‘H.A’라 불리는 소령은 쿠데타 이후 정부의 보호를 받다가 최근 국가비상사태 선포 후 내려진 칙령으로 정직당했다. 한편 쿠데타 공군은 15일 밤 F-16 전투기 2대를 동원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타고 있던 비행기를 격추시키려 했지만 갑작스런 연료 부족으로 실패했다고 러시아 관영매체 RT뉴스가 터키 친정부 신문 예니 사파트를 인용해 5일 보도했다. 쿠데타 당시 터키 남서부해안 마르마리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에드로안 대통령이 급히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다. 쿠데타 공군 소속 F-16 전투기 2대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탄 비행기를 레이더망에서 감지했지만 연로 부족으로 항로를 불가피하게 바꿔야 해 암살 작전에 실패했다. 대통령 전용기 ‘걸프스트림 IV TC-ATA’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해 공중전까지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초 이스탄불로 향하던 중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으로의 상륙이 안전한지를 확인받기 전까지 터키 소아시아쪽 서부도시 이즈미르로 항로를 잠시 바꾸기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갑작스런 항로 변경에 대해 로이터에 ‘기류 문제’라고 설명했었다. 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터키 군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툴라흐 귈렌(75)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이스탄불법원은 4일 귈렌이 지난달 15일 밤 벌어진 쿠데타를 지시해 체제 전복을 시도하고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다는 혐의 등을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수도 앙카라에 있는 터키 의회를 파괴하고 헌법질서를 무너뜨려 터키 국민의 자유를 박탈하려 했다는 혐의가 영장에 적시됐다. 귈렌은 1999년 미국으로 망명해 펜실베이니아 주의 자택에 거주하고 있어 당장 신변에 영향이 생기지는 않는다. 이번 체포영장은 미국 정부에 쿠데타의 배후세력인 귈렌을 터키로 송환시키라고 압박하는 용도로 보인다. 터키는 2014년 12월에도 귈렌이 무장테러 조직을 결성하고 지휘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터키 당국은 4일 앙카라에서 귈렌의 조카 사이트 귈렌을 체포하며 귈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귈렌은 체포영장 발부 이후 성명을 통해 “터키 사법 체제는 독립성이 보장돼있지 않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민주주의에서 벗어나 권위주의로 치닫고 있다는 또 다른 예”라고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체포영장 발부가 나의 입장을 전혀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쿠데타 시도를 재차 비판하고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Hakimiyet Milletindir).’ 1일 터키 이스탄불 탁심광장 앞 아타튀르크 문화센터 건물 전체를 뒤덮은 초대형 현수막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터키 시민운동의 상징 탁심광장은 쿠데타 이후 국민에게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선전으로 가득했다. 광장에는 100개가 넘는 빨간색 터키 깃발이 나부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쿠데타를 저지하려다 사망한 137명의 이름을 검은 배경에 하얀 글씨로 적은 대형 간판이 내걸렸다. 그 앞에는 조문록에 글을 남기려는 시민 30여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국민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며 쿠데타 이후 소감을 써 달라고 온라인 사이트를 안내하는 간판도 눈에 띄었다. 터키 군부 쿠데타가 ‘6시간 천하’로 끝난 지 4일 현재 20일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탁심광장에서는 매일 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정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쿠데타 진압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밤 이곳을 찾았을 때보다는 군중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당시엔 광장을 뒤덮은 인파가 수천 명이었지만 1일 새벽에는 수백 명에 그쳤다. 똑같은 집회가 장기화되자 국민이 피로를 느끼는 것이다. 반(反)쿠데타 정서를 지지 동력으로 삼아 ‘철권통치’를 정당화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밤마다 탁심광장에서 샌드위치와 커피 물 등을 나눠 주는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대중교통 무료 서비스를 계속하며 국민을 광장으로 이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쿠데타를 빌미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반감 기류도 뚜렷하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대통령의 명령이 법률에 준하는 힘을 갖게 되는 등 국민이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가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민심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스탄불 갈라타 다리 밑 공원에서 만난 알리 씨(34)는 “쿠데타 직후에는 72시간 동안 잠을 안 자고 거리를 지켰는데 요즘은 집회 현장에 안 나간다”고 말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대통령 명령으로 경찰이 수상한 자의 휴대전화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일부 반(反)정부파는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외출하기도 했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지지자 살렌 씨(24·여)는 “친구들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고 경찰이 나를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펫훌라흐 귈렌 지지자로 몰아갈까봐 외출할 때는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온다”고 말했다. 한 터키 교민은 터키 사람들이 국내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어봐 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거리에 사복경찰이 많아 터키어를 하는 동양인이 쿠데타 이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물어본다면 스파이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며 한마디로 거절했다. 그는 이전에 가깝게 지냈던 터키인들과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만큼은 극도로 꺼리고 있다. 최근 각계각층으로 이어지고 있는 귈렌파 숙청에 국민의 두려움이 고조되자 경찰을 사칭하며 ‘귈렌 지지자 명단에 올랐는데 돈을 주면 이름을 빼주겠다’는 사기도 극성을 부린다. 최근 터키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등에 테러가 잇따르는 데 이어 쿠데타까지 벌어지자 터키의 주 수입원인 관광산업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 정모 씨(30)는 3일 찾은 열기구 관광지 카파도키아에서 18인승짜리 열기구를 4명이서 탔다. 정 씨는 “원래 이맘때가 관광 최성수기여서 열기구가 한 번에 150대쯤 떴다는데 지금은 30대 정도밖에 없었다”며 “관광객이 급감해 카파도키아 레스토랑은 텅텅 비어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인 관광객도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80%가 줄었다. 하나투어 측은 “7, 8월에 예정돼 있던 터키 여행 500건 중 100여 건이 쿠데타 이후 취소됐다”며 “쿠데타가 진압됐더라도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대로라면 한국인 관광객으로 붐볐을 이스탄불 술탄아흐메드광장에서는 1일 한국인을 찾기 어려웠다. 30분가량 돌아다닌 끝에 겨우 만난 한 30대 한국인 남성 A 씨는 “친구들에게 터키에 간다고 하니까 다들 질겁하면서 말렸다”며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터키에 간다는 말을 안 하고 왔다”고 말했다.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시리아 난민은 터키 사회에 적응하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는다.” 1일 터키 이스탄불의 한 공원에서 만난 직장인 하칸 타시데미 씨(24)는 280만 명의 터키 체류 시리아 난민에 대한 반감을 이렇게 토로했다. 대부분은 터키어를 배울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배타적 집단거주지인 ‘작은 시리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터키인들은 난민들이 터키 사회에 흡수되지 않으면 난민 2, 3세들이 장차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급진 무장단체의 조종을 받는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식민지 시절 일자리를 찾아 유럽에 정착한 무슬림 이주민의 2, 3세들은 교육과 취업에 차별을 받으며 빈민층으로 전락해 사회 불안세력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프랑스 무슬림 청년의 실업률은 50%로 평균 실업률의 두 배”라고 보도했다. IS는 일자리를 얻지 못한 ‘분노한 무슬림 젊은이’에게 “무슬림을 탄압하는 유럽에 알라의 뜻으로 복수하라”고 선동해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만들고 있다. 유럽에 적응하지 못한 무슬림 난민의 일탈은 외국인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국내 다문화 가정은 40여만 가구를 넘어서고 올가을이면 탈북자도 3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제외하고 6월 현재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은 200만1828명에 이른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국내 이주민 증가와 함께 부적응 사례도 늘고 있다. 안산이주아동청소년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가정 자녀 10명 중 3명은 공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일부는 학업을 아예 포기했고 일자리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마약, 사기·횡령, 살인, 폭력 등 범죄에 연루돼 수감된 탈북자도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9년 48명이던 탈북자 수감자 수는 2011년 51명에서 2012년 68명, 2013년에는 86명으로 급증했다. 2014년 1∼7월에만 97명이나 수감됐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도 다문화 인구와 탈북자 등에 대한 사회통합 정책을 더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국계와 말레이계, 인도계가 섞인 아시아의 대표적인 다문화 국가인 싱가포르는 여러 인종이 모여 살지만 별다른 갈등을 겪고 있지 않다. 싱가포르는 다문화 자국민을 외교 채널로 쓰고 고학력 이민자를 경제성장에 활용하는 등 실용적인 다문화 통합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유종 기자}
미군 최고사령관인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이 1일 이슬람국가(IS) 공습 전초기지이자 유럽·중동 전략 거점인 터키를 직접 방문하며 뿔난 터키 달래기에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이후 터키를 위로 방문한 서방 고위인사가 전혀 없다”며 공개적으로 화를 낸 지 사흘 만이다. 던포드 의장은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비날리 일디림 총리와 만나 쿠데타 시도 세력을 강하게 비난하며 터키의 민주주의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터키가 쿠데타 주범으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툴라흐 귈렌(75)을 넘겨달라고 미국에 요청했지만 미국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러왔다. 터키는 쿠데타 이후 미국과 유럽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터키보다 쿠데타 주도자의 권리를 더 중시한다고 불만을 터뜨려왔다. 미국이 터키 달래기에 나선 건 터키의 협조 없이는 IS 공습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터키는 지난해부터 시리아 국경지대 인시르릭 기지를 IS 공습용으로 미군에 제공하고 있다. 중동 유럽 러시아와 인접한 인지를릭 기지는 미군이 공습작전을 펼치기에 최적의 장소다. 던포드 의장은 일디림 총리를 만난 후 인시르릭 기지를 방문했다. 주터키 미국대사관은 이날 던포드 의장의 방문에 대해 “지역 안보를 위해 미국과 터키의 견고한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걸 재확인한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날 앙카라에 있는 미국대사관 앞에서 “귈렌을 당장 송환시키라”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터키 여론은 여전히 미국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미군은 이날 IS가 점령한 리비아 시르테에 사상 첫 공습을 개시하며 대(對) IS 전선을 확대했다. 시르테는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고향으로, IS가 지난해 6월부터 점령하고 있다. 이번 공습은 리비아 통합정부의 요청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공습으로 IS의 탱크와 차량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상군 투입은 없을 거라고 선을 그었다. 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저 자식이 터키를 나쁘게 얘기했으면 총으로 쏴 죽일 거야.” 지난달 29일 터키 이스탄불의 시리아 난민타운 파티흐의 카페에서 만난 한 터키인 남성 종업원은 기자가 조금 전 만난 시리아인 동료 종업원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이렇게 소리쳤다. 터키인 카페 주인이 허락한 인터뷰가 못마땅했는지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찼다. 그는 “거짓말을 일삼는 시리아인이 터키에 넘쳐나 혐오스럽다”며 “원한다면 당장 저 자식을 한국으로 데려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삿대질한 시리아 난민 종업원 후세인 씨(27)는 2011년 여름 시리아 내전 초기 알레포 동부지역 도시 할랍을 탈출해 여권 없이 혼자 터키 국경을 건넜다. 지금은 집세가 가장 싼 파티흐 구역 시리아 난민타운에 살며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일하고 있다. 그는 사장의 눈을 피해 “쥐꼬리만 한 월급에 일은 무지 많이 시킨다”며 불평을 터뜨렸다.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가 내전을 피해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다 터키의 보드룸 해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돼 전 세계를 울린 지 11개월이 지났다. 유럽 국가들은 얼굴을 해변 모래밭에 파묻고 가엾게 죽은 채 발견된 쿠르디를 언론 보도로 접한 뒤 난민에게 문호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난민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난민 유입에 질린 유럽 국가들이 난민 이동 통로를 꽉 막으며 터키에 눌러앉은 난민은 기본적인 욕구 충족조차 좌절되면서 폭발 직전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큰 원인이 된 중동 난민은 유럽의 정치·경제 지형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유럽 각국의 선거마다 극우 돌풍을 일으키는가 하면 실업과 복지 문제를 야기하고,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잇따른 난민 테러가 발생하면서 인종 갈등에 종교 갈등까지 확산되고 있다.● 차별에 우는 막노동 난민… 혐오 키우는 터키인… ‘살얼음 공존’후세인 씨는 1, 2년이면 시리아 내전이 끝날 줄 알고 가족을 부양할 돈을 벌기 위해 이스탄불로 왔지만 6년째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스탄불에 와서 8개월 동안 카펫 세탁 일을 했다. 세탁소 사장이 작은 방 한 칸을 내주고 월급으로 700리라(약 26만 원)를 줬다. 터키 최저임금인 1418리라(약 53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외로운 상황에서 같은 난민을 만나 결혼하게 되면서 생활비가 더 필요해지자 사장에게 월급을 올려 달라고 말을 꺼냈다가 바로 해고당했다. 결혼한 지 불과 열흘 만이었다. 마지막 달 월급은 아예 받지 못하고 단칸방에서 쫓겨났다. 일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터키 국경지대 난민촌에 사는 이들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노예 생활 버금가는 수준의 삶이다. 터키인 동료에게 “일이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자 “그럼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이 일자리는 원래 네 것이 아니다”란 면박을 들은 뒤론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낸다. 그가 사는 악사라이 역 주변은 길거리에 아스팔트가 여기저기 파여 있고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낮인데도 어디선가 강도가 금세 나타날 듯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시리아인끼리만 모이는 상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대여섯 살쯤 돼 보이는 시리아 여자아이 두 명이 “1리라(약 373원)만 달라”며 바지춤을 잡고 늘어졌다. 20대 시리아 여성은 “직장에서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해 경찰서에 신고하러 갔는데 ‘근로계약서가 없으니 그 직장에서 일한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할 수 없다’며 경찰이 돌려보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29일∼이달 1일 기자가 찾은 세계 최대 난민 수용국 터키에는 11개월 전 쿠르디의 시신만큼이나 싸늘한 기운이 난민들을 휘감고 있었다. 터키 내 시리아 난민은 2012년 1만 명을 넘지 않았지만 시리아 내전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그리스로 갔던 난민이 송환되면서 현재 28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터키 인구(7970만 명)의 3.4%가 시리아 난민인 셈이다. 한국산 스마트폰을 진열해둔 허름한 악사라이 휴대전화 가게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 다라이야에서 1년 전에 징집을 피해 터키로 도망쳐 왔다고 했다. 처음엔 공장에서 막노동을 했고 그나마 엔지니어 대졸자라는 이유로 휴대전화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대다수 난민은 터키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월급으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스탄불에서 시리아 난민 구호단체 ‘레퓌지 패밀리(난민 가족)’를 운영해온 한국인 원제연 씨(44)는 “열두 살 소년이 월급 300리라(약 12만 원)를 받고 14시간씩 공장 일을 하는 것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터키 국민의 차별과 따가운 시선이다. 이스탄불 도심인 갈라타 다리 밑 시민공원에서 만난 터키인들은 “실업률이 10%를 넘는 불황 속에서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일지도 모르는 난민이 터키 국민의 세금으로 주택을 받고 일자리까지 빼앗고 있다”며 자신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트마무르 씨(22·여)는 “난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업이 없는데 난민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무원이나 화이트칼라처럼 좋은 직업도 쉽게 구하더라”라며 “정부가 터키인보다 난민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주고 있다. 난민에게 캐비아까지 먹일 기세”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요리사인 쿠르드계 이제트 씨(38)는 “시리아 난민이 오기 전까지는 매달 2250리라(약 84만 원)를 받았는데 요즘엔 1500리라(약 56만 원)밖에 못 받는다”고 푸념했다. 난민 수용을 무기로 유럽연합(EU)에 가입하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에게 무상 주택과 교육에 이어 지난달 2일 시민권까지 주겠다고 하자 터키인의 반(反)난민 정서는 증폭되고 있다. 문제는 에르도안 정권의 난민 지원책이 허울만 좋은 빈껍데기라는 점이다. 20대 여성 난민인 나왈(가명) 씨는 “터키 집주인이 백인에 금발인 부모를 보고 처음엔 흔쾌히 집을 임대하겠다고 했다가 계약 단계에서 시리아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태도가 돌변했다”며 “집 여덟 군데에서 퇴짜를 맞고 가까스로 구했다”고 말했다. 시리아인들의 범죄가 늘어나면서 터키인들은 불안해진 치안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여고생 세빔(가명·17) 양은 “올해 시리아 난민촌인 악사라이 지역에 갔을 때 난민들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치근덕거렸다”며 “뉴스에서 시리아인이 저질렀다는 성폭행 사건을 자주 접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벨기에에선 가톨릭 신부가 씻기려고 집에 데려온 무슬림 난민이 금전을 요구하자 이를 거절했다가 흉기에 찔렸다. 시리아 난민사태 주범인 IS는 ‘서방의 숨은 전사들’에게 기독교도 공격을 촉구하고 가톨릭 수장(首長)인 교황까지 테러 표적으로 지목하며 분노를 자생적 테러로 분출하라고 부추겼다.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당신의 깨끗한 미래가 현실이 됐습니다.” 세계 최초로 기름 한 방울 없이 세계일주에 성공한 태양광 비행기 ‘솔라 임펄스2’ 조종사 베르트랑 피카르 솔라 임펄스 회장(58)은 2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감격에 찬 모습이었다. 그가 개발하고 운항한 솔라 임펄스2는 이날 오전 4시 5분(현지 시간) 첫 출발지였던 아부다비에 착륙하며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015년 3월 9일 아부다비를 출발한 지 505일 만이다(본보 19일자 A20면 참조). 15년 연구의 결실인 솔라 임펄스2는 세계 17개 도시를 거치며 탄소를 일절 배출하지 않고 4만3041km를 558시간 6분 동안 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할 셀 1만7248개를 담은 기체는 날개 길이가 72m로 보잉747 날개(68.5m)보다 길지만 무게는 자동차 1대 수준인 2.3t에 불과하다. 몸집을 초경량화해 에너지 부담을 덜었다. 세계일주 마지막 구간인 이집트 카이로∼UAE 아부다비를 비행하는 동안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요한 슈나이더암만 스위스 대통령 등 세계 각계 인사의 격려 인터뷰가 이어졌다. 반 총장은 25일 저녁 솔라 임펄스2 조종간을 잡고 있던 피카르 회장과 9분 21초 동안 위성 인터뷰를 통해 “오늘은 인류의 역사적인 날이다. 당신의 위대한 실험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반 총장은 피카르 회장을 미국의 유명 공상과학 영화 ‘스타트렉’의 동명이인 주인공 ‘(장뤼크) 피카르 함장’에 빗대며 “당신이 진정한 스타트렉 캡틴”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피카르 회장은 악천후와 바람을 이겨내며 인류의 극한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줬다”며 “인류가 가진 가능성의 범위를 확장하는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둘은 2013년 피카르 회장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나 3년간 우정을 쌓아왔다. 반 총장이 자신의 생일인 지난달 13일 솔라 임펄스2가 기착해 있던 뉴욕 JFK공항을 찾아 피카르 회장과 생일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아부다비 국제공항에는 피카르 회장의 모국인 스위스의 도리스 로이트하르트 부통령, 솔라 임펄스2 관제센터가 있는 모나코의 알베르 왕자 등이 마중 나와 역사적 모험의 성공을 축하했다. 피카르 회장은 환영 행사에서 이번 여정을 ‘새로운 에너지 역사의 시작’이라고 규정하고 “10년 안에 50명을 실어 나르는 전기비행기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청정에너지 상용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솔라 임펄스2의 쾌거는 향후 여객용 전기비행기 상용화나 에너지 효율 최적화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카르 회장은 “인류가 미래에 더 나은 세상에서 살려면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만 있으면 언제든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에너지 소모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피카르 회장은 1999년 액화 프로판 가스 3.7t을 실은 열기구로 최초의 무착륙 세계일주에 성공한 이후 태양광 비행기로 또다시 최초의 세계일주에 성공하며 3대에 걸친 탐험 명문가의 전통을 이어갔다. 그의 할아버지 오귀스트는 인류 최초로 성층권에 도달했고, 아버지 자크는 역사상 최초로 해저 1만 m를 잠수해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을 탐험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시아파 시민의 시위 현장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를 저질러 최소 80명이 죽고 231명이 다쳤다. 이번 테러로 인한 사상자는 2001년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이래 가장 많다. IS가 이번에 처음으로 아프간 수도를 노린 테러를 감행하면서 기존 반군 무장단체인 탈레반과 ‘테러 경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IS는 23일 카불 시내 ‘데 마장’ 지역에서 시아파 소수민족 하자라족이 주도하는 시위 현장을 겨냥해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31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고 BBC가 보도했다. 하자라족은 정부가 추진 중인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잇는 전력망 공급 사업에 하자라족 거주지인 바미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시위하던 중이었다. 테러 발생 지역에 정부가 시위를 막기 위해 주요 교차로마다 선적 컨테이너를 배치해둔 탓에 구급차 등 응급의료 인력의 접근이 더뎌지면서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 IS는 테러 직후 아마크통신을 통해 카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IS는 테러범이 2명이라고 주장한 반면 아프간 정보당국은 3명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정보당국은 BBC에 “IS 사령관 아보 알리가 아프간 동부 난가하르 주 아첸 구역에서 테러범 3명을 보냈다”며 “테러범 중 1명만 자폭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테러범은 자폭을 시도했으나 허리춤에 찬 폭탄이 터지지 않았고 세 번째 테러범은 경비대에 의해 사살됐다. 그동안 주로 난가하르 주에서 테러를 벌여온 IS가 카불까지 테러 전선을 확대한 것은 그만큼 IS 추종세력이 아프간 내에서 확장됐다는 것이라고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가 분석했다. 아프간 최대 반군 무장단체인 탈레반은 카불에서 벌어진 IS의 첫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며 IS를 비난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테러 다음 날인 24일을 전국적인 애도일로 지정했다. 그는 TV 연설을 통해 “모든 시민의 권리인 평화시위 현장에 기회주의적 테러범이 잠입했다.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이 이달 20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첫 칙령으로 사립학교와 각종 단체 2300여 곳을 23일 폐쇄시켰다. 터키 당국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조카와 ‘오른팔’을 긴급 체포하고 대통령 경호대가 쿠데타 세력과 연계됐다며 일부 요원을 체포하고 조직을 해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귈렌과 연계돼 있다는 이유로 사립학교 1000여 곳과 자선단체 노조 의료기관 등 각종 단체 1300여 곳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사흘 만에 나온 첫 칙령이다. 그는 쿠데타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으면 기소 전 48시간으로 규정돼 있는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까지로 연장하는 조치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기본권 제한에 들어갔다. 터키는 쿠데타 이후 군인과 경찰 법조인 교사 공무원 등 1만3000명을 잡아들였다. 이 중 4000여 명은 구속 기소한 상태다. 터키 당국은 동부 에르주룸에 살고 있는 귈렌의 조카 무함메트 사이트 귈렌을 쿠데타 가담 혐의로 긴급 체포해 수도 앙카라로 압송했다. 귈렌의 친인척 중 처음 체포당한 조카 귈렌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귈렌의 오른팔로 알려진 하리스 힌시도 귈렌의 쿠데타를 도왔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힌시는 쿠데타 발생 이틀 전 터키에 입국했다고 터키 정보당국이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 경호대 중 일부가 쿠데타에 가담한 혐의가 발견됐다며 2500명 규모의 경호대를 해체하고 최소 283명을 체포했다. 터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높아지자 체포했던 하급병사 1200명을 석방했지만 여전히 100명이 넘는 고위 장성을 구금한 상태다. 쿠데타 이후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이 불투명해진다는 전망이 나오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프랑스24 방송 인터뷰에서 “EU가 유독 터키에만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다. 귈렌은 오사마 빈라덴이나 IS처럼 위험한 존재”라고 주장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야생 코끼리 500마리를 이주시키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이송 작전이 시작됐다. 동물보호단체 아프리칸 파크스는 말라위의 리원데와 마제테 두 곳의 야생보호구역에서 서식하는 코끼리 중 500마리를 은코타코타 야생보호구역으로 옮기는 작업을 21일부터 시작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최근 리원데와 마제테 구역에 터전을 잡기 시작한 사람들이 코끼리의 영토에서 농사를 짓거나 사냥과 낚시를 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리원데 구역에서는 최근 5년간 40명이 코끼리에게 죽임을 당했다. 코끼리들은 450km 떨어진 은코타코타 야생보호구역으로 옮겨져 살아가게 된다. 이 곳은 최근 20년 동안 이어진 밀렵으로 코끼리 수가 1500마리에서 100마리 이하로 급감했다. 새로 옮겨진 코끼리들은 기존에 살던 코끼리들과 함께 코끼리 생태계 복원에 나서게 된다. 아프리카에는 20세기만 해도 코끼리가 500만 마리나 있었지만 무분별한 상아 사냥 탓에 지금은 47만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2010~2012년에만 10만 마리가 사냥꾼 손에 죽었다. 아프리칸 파크스는 이달 초 92마리를 먼저 옮긴 뒤 내년 9월까지 500마리를 모두 이주시킬 예정이다. 코끼리는 몸 길이가 최대 7m에 달하고 무게가 6t까지 나가 헬기와 거중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야 한다. 헬기에 탄 사람이 마취제를 총으로 쏘아 코끼리를 잠재우면 지상에 있는 이들이 달려가 코끼리의 발목을 끈으로 묶는다. 그 다음 거중기로 코끼리를 들어올려 트럭에 실은 뒤 450km를 달려 새로운 터전으로 이송하는 방식이다. 트럭에는 지푸라기를 깔아 편안한 여정이 되도록 배려했고 코끼리가 평소 눕던 방향으로 눕혀 질식을 방지했다. 코끼리의 큰 귀로 눈을 덮어주기도 한다. 가족까리는 따로 이송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다. 새 거처로 옮겨지기 전 눈을 뜬 코끼리를 가족끼리 다시 만나게 해 유대감을 느끼게 하려는 배려다. 아프리칸 파크스의 케스터 빅커리 대표는 “이전에도 코끼리를 옮겨본 적이 있는데 엄마 코끼리가 마취에서 깨자마자 가장 먼저 찾는 건 자녀 코끼리였다”고 말했다. 이번 이송 대작전에는 160만 달러(약 18억2000만 원)가 투입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아프리칸 파크스는 네덜란드 우체국 복권 측과 워싱턴 비스(wyss) 재단에게 후원받아 비용을 충당했다. 빅커리 대표는 “아프리카가 점점 개발되고 야생구역이 줄어들면서 코끼리 이주는 중요한 보전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시아파 시민의 시위 현장을 겨냥한 자살 폭탄테러를 저질러 최소 80명이 죽고 231명이 다쳤다. 이번 테러로 인한 사상자는 2001년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이래 가장 많다. IS가 이번에 처음으로 아프간 수도를 노린 테러를 감행하면서 기존 반군 무장단체인 탈레반과 ‘테러 경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IS는 23일 카불 시내 데 마장 지역에서 시아파 소수 민족 하자라족이 주도하는 시위 현장을 노려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31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고 BBC가 보도했다. 하자라족은 정부가 추진 중인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잇는 전력망 공급 사업에 하자라족 거주지인 바미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시위하던 중이었다. 테러 발생 지역에 정부가 시위를 막기 위해 주요 교차로마다 선적 컨테이너를 배치해둔 탓에 구급차 등 응급의료 인력의 접근이 더뎌지면서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 IS는 테러 직후 아마크통신을 통해 카불 테러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IS는 테러범이 2명이라고 주장한 반면 아프간 정보당국은 3명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정보당국은 BBC에 “IS사령관 아보 알리가 아프간 동부 난가하르주 아첸 구역에서 테러범 3명을 보냈다”며 “테러범 중 1명만 자폭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테러범은 자폭을 시도했으나 허리춤에 찬 폭탄이 터지지 않았고 세 번째 테러범은 경비대에게 사살됐다. 그동안 주로 난가하르 주에서 테러를 벌여온 IS가 카불까지 테러 전선을 확대한 것은 그만큼 IS 추종세력이 아프간 내에서 확장됐다는 것이라고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가 분석했다. 아프간 최대 반군 무장단체인 탈레반은 카불에서 벌어진 IS의 첫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며 IS를 비난했다. 아쉬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테러 다음날인 24일을 전국적인 애도일로 지정했다. 그는 TV 연설을 통해 “모든 시민의 권리인 평화시위 현장에 기회주의적 테러범이 잠입했다.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말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진압 나흘 만인 20일 3개월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조치로 3개월 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의 칙령이 법률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되고 내각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서 대규모 반대파 숙청 규모가 6만 명에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밤 TV 기자회견에서 “터키의 법치, 국민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위협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내각제인 터키에서 대통령제에 버금가는 권력을 쥐게 된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대파를 ‘암’과 ‘바이러스’로 규정하며 대규모 숙청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터키에선 공무원과 기자 등 1만여 명이 체포됐고 교사와 공무원 등 5만여 명이 해고 또는 직위 해제됐다. 이번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에르도안이 쿠데타를 빌미 삼아 강력한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6시간 천하’로 끝난 쿠데타의 위험을 과장해 공포와 애국심을 자극했다. 다음 수순은 권력을 공고히 할 개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쿠데타가 절대권력을 강화해 준 셈이 됐다. 터키 경찰은 이날부터 거리에 있는 국민의 휴대전화를 불시 검문할 권리를 갖게 돼 아무 때나 국민의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했고,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리라화 가치도 폭락해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이 21일 역대 최고치인 3.0973리라까지 치솟았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진압 나흘 만인 20일 3개월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조치로 3개월 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의 칙령이 법률과 같은 효과를 갖고 내각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대규모 반대파 숙청 규모가 6만 명에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밤 TV 기자회견에서 “터키의 법치, 국민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위협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내각제인 터키에서 대통령제에 버금가는 권력을 쥐게 된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대파를 ‘암’과 ‘바이러스’로 규정하며 대규모 숙청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터키에선 공무원과 기자 등 1만여 명이 체포됐고 교사와 공무원 등 5만여 명이 해고 또는 직위해제됐다. 이번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에르도안이 쿠데타를 빌미삼아 강력한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6시간 천하’로 끝난 쿠데타의 위험을 과장해 공포와 애국심을 자극했다. 다음 수순은 권력을 공고히 할 개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쿠데타가 절대권력을 강화시켜준 셈이 됐다. 터키 경찰은 이날부터 거리에 있는 국민의 휴대전화를 불시 검문할 권리를 갖게 돼 아무 때나 국민의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했고,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리라화 가치도 폭락해 달러대비 리라화 환율이 21일 역대 최고치인 3.0973리라까지 치솟았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이 군부 쿠데타가 시작되기 5시간 전에 관련 정보를 포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 4일 만에 정관계와 법조계 교육계 인사 5만여 명을 잡아들이거나 직위해제하며 대규모 반대파 숙청에 착수했다. 터키 참모본부는 15일 밤 쿠데타가 발생하기 5시간 전 정보당국으로부터 쿠데타 모의 첩보를 입수한 뒤 군대에 장비 이동을 금지하고 기지를 폐쇄할 것을 명령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19일 발표했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휴가지인 마르마리스의 호텔에서 10분만 늦게 탈출했어도 쿠데타군에 살해됐을 것”이라며 사전에 쿠데타 움직임을 몰랐다고 언급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쿠데타 주도 세력은 정보 유출을 감지하고 당초 16일 오전 3시로 예정했던 쿠데타를 6시간 앞당겨 15일 오후 9시에 단행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쿠데타군이 거사를 급하게 서두르느라 대규모 인력 동원에 실패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리 입수한 첩보로 쿠데타 진압에 성공했다. 만반의 준비를 한 채 쿠데타 시도가 시작되기를 지켜보면서 반대파 숙청을 사전에 계획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를 담당하는 요하네스 한 집행위원은 “터키 정부가 체포대상 목록을 미리 준비해뒀다가 쿠데타 직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터키 정부는 학술 활동을 위한 모든 해외 여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고 해외에 체류 중인 학자들은 서둘러 귀국하라고 요구했다고 BBC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이날까지 정부에 비판적인 대학 학장 1577명과 교사 2만1000명, 교육 공무원 1만5000명이 사퇴 압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 나흘 만인 19일 밤 수도 앙카라로 복귀해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대 발표에서는 쿠데타 세력에 대한 후속 조치나 사형제 부활 등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쿠데타를 계기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숙원 사업인 대통령제로의 개헌 추진을 발표한다면 터키 내부 갈등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대통령제 개헌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터키 국민 10명 중 3명이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자작극을 벌였다고 믿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사회적 갈등은 극심한 상황이다. 터키 정부로부터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75)은 1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자택에서 가진 BBC 인터뷰에서 쿠데타 시도가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를 빨아먹으려는 흡혈귀처럼 나를 억압하고 소환하려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국가라도 나는 그들을 반(反)민주적인 방법으로 없애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피를 빨아먹으려는 흡혈귀’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희대의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런 추세라면 터키가 히잡을 무조건 강요하는 사회로 변할까 두려워요.” 터키 쿠데타가 진압된 지 넷째 날인 19일 이스탄불 시내에서 만난 여성 살렌 씨(24)는 광장으로 나온 친(親)정부 시위대가 ‘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국기를 흔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터키는 정교(政敎)분리가 건국이념이지만 15일 밤 발생한 쿠데타의 공포를 잊지 못하는 일부 국민 사이에서 ‘이슬람 기치 아래 뭉쳐 국가를 수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신정(神政)일치 국가를 향해 한 발짝씩 내딛고 있다. 집권 14년 차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스타파 케말 초대 대통령이 확립한 세속주의 정교분리 원칙을 뒤흔들며 이슬람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케말 대통령이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킨 아야 소피아(옛 성 소피아 대성당) 내부에서는 이달 2일 85년 만에 기도 시간을 알리는 방송(아잔)이 울려 퍼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신심이 깊은 다수 하층민의 지지를 유지하는 데 종교가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부 국민은 터키 사회가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군부의 쿠데타 실패 후 급격히 경직되면서 ‘이러다 이슬람이 국교가 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터키는 표면적으론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이지만 이스탄불 시내 곳곳에서 교회와 성당을 쉽게 볼 수 있다. 청소년이 신분증을 발급받을 때 통상 부모 뜻에 따라 이슬람이라고 적고 실제론 다른 종교를 믿는 경우도 많다. 터키 사회의 종교적 경직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히잡의 부활이다. 정부의 친이슬람 정책으로 과거보다 자발적으로 히잡을 쓰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 최근엔 공무원을 뽑을 때도 같은 조건이면 히잡을 쓴 여자를 선호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복장의 자유를 누려 온 20대 여성 니다 씨는 “앞으로는 히잡을 안 쓰는 여성이 소수로 전락할 것이다. 주류가 되기 위해 억지로 히잡을 써야 할 날이 올 것 같다”고 걱정했다. 상류층 여성처럼 보이고 싶은 일부 여성들 사이에선 히잡 쓰기가 이미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슬람주의를 주장하는 정의개발당(APK)은 부유하고 보수적인 상류층이 주로 지지하는 정당이란 이미지가 있다. 4일 내내 친정부 시위가 이어진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도 여성들 가운데 히잡을 두르고 터키 국기를 흔드는 이가 절반 가까이 됐다. 셀젠 씨(24)는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히잡은 가난한 사람들이 쓰던 것이었지만 요즘은 상류층의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 요즘 분위기를 보면 히잡이 의무화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수도 앙카라에서 아큰 외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을 포함해 쿠데타 가담 혐의를 받고 있는 장성 26명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쿠데타 연루 혐의로 체포된 군 장성과 판사, 검사는 7500명이 넘고 공무원 8777명의 업무가 중지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관련자들에 대한 사형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터키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면서 2007년 사형제를 폐지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대표는 18일 기자회견에서 “터키 정부는 기본권과 법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함께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터키는 최고 수준의 민주적인 제도와 법치를 유지해야 한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압박했다. 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