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차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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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beco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칼럼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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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검 나흘 지나도 독극물 깜깜… 새 화학물질? 천연 맹독?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쓰인 독극물 정체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정찰총국(RGB) 소속 비밀요원으로 추정된 리정철 등을 검거하면서 암살 용의자들이 속속 밝혀지는 것과 달리 독극물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탓이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상적이지 않은 새 화학물질일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정남 살해에 새 화학물질 사용? 19일 말레이시아 경찰청에서 열린 사건 관련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누르 라싯 이브라힘 부경찰청장은 김정남 사망 원인에 대해 “공식 부검(15일) 결과를 받지 못해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며 “DNA 샘플 등을 독성학자가 분석해 내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검이 진행된 지 4일이 지나도록 사인이 규명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밀요원용 새 독극물을 개발했거나 △천연물질을 독으로 활용했거나 △초미량의 독극물을 분석해 내지 못하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분석력 등을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독극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제기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군이 ‘독침 암살’에 사용해 오던 ‘브롬화네오스티그민’, 일반 독살에 많이 사용되는 ‘청산가리’, 흡입·접촉으로 몇 분 안에 죽게 하는 ‘사린’, 신경성 독가스 ‘VX’ 등은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 어떤 강력한 독이라도 기존의 독극물이라면 공개된 화학구조식, 비교해 볼 수 있는 표준물질 등을 통해 파악해 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신물질은 비교 대상이 없어 검출이 돼도 무슨 물질인지 알 수가 없다. 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을 지낸 박광식 동덕여대 약대 교수는 “새로운 물질이라면 화학구조를 분석해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독극물은 기존의 독극물들을 단순히 ‘섞어’ 만드는 수준은 아니다. 기존 독극물을 합쳐 만든 독극물 역시 짧은 시간 내에 분석해 낼 수 있다. 아예 새로운 화학구조를 가진 물질이라야 분석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북한이 여러 화학물질을 결합해 신물질을 만들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용의자 중 한 명인 리정철은 대학에서 약학·화학 분야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물질? 처리 미숙 가능성도 독극물이 ‘천연물질’일 가능성도 있다. 복어독 같은 천연 독극물은 부검을 해도 제대로 분석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독, 식물독 등 천연물질 독은 시신에서 검출된 물질을 동물에게 먹여보고 어떤 독인지 확정하는 방법까지 사용할 정도로 확인이 어렵다. 박종태 전남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부자’라는 식물은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지만 부검해도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기존 독극물이라도 극미량만 주입했다면 샘플 분석에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성분을 마이크로 수준이 아닌 ‘나노’ 수준까지 분석할 수 있는 장비가 있어야 한다. 시신을 미국에 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현지에서 나오는 이유다. 박성환 고려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도 “말레이시아 당국의 약독물 검사 시스템이 열악할 수 있다. 검체를 해외에 보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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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부실습 중 ‘커대버’ 함부로 다루는 사례 많다”

    최근 일부 의사들이 한 대학병원에서 해부 실습용 시신(커대버)을 앞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어 물의를 빚은 가운데, 이 대학이 의료기기 업체에 해당 커대버와 실습 장소를 제공한 뒤 받은 돈의 성격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기증받은 시신을 영리를 위해 활용하는 것은 윤리적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해부실습비가 시신 제공 대가?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업체 S사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내 가톨릭대 의대 해부학실습실에 정형외과 의사들을 초청해 ‘족부(발) 교육 워크숍’을 열었다.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들이 개업의를 상대로 수술법을 알려주는 자리로 80명가량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인하대병원 교수 1명과 개업의 4명은 커대버의 발 앞에서 사진을 찍어 “토요일 카데바 워크숍”, “매우 유익했던…자극도 되고”라는 설명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사진 속 의사 중 3명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의학 발전과 교육을 위해 기증된 커대버의 사진을 찍는 것은 예우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고, 시신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최고 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사건 이후 의료계에서는 “가톨릭대가 S사에 실습 장소와 커대버를 제공한 뒤 실습비 등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체해부법에 따르면 커대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전이나 재산상의 이익, 그 밖의 반대급부를 목적으로 취득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해서는 안 된다. 생명윤리법에는 인체 조직이나 그로부터 분리된 염색체 등 ‘인체유래물’의 경우 오염 방지 보관 등의 이유로 이를 보관하는 데 드는 실비를 받을 수는 있지만 커대버에는 시체해부법이 우선 적용된다. S사는 돈을 지불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실습 장소 대여를 위한 것이었지 커대버 자체에 대한 대가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가톨릭대는 “커대버의 동맥과 정맥을 구별하기 위한 약물 처리 등 실습을 위한 특수처리 비용과 준비비가 실습비에 포함될 수는 있다”며 설명했다. 황의수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가톨릭대가 기증받은 커대버를 업체에 제공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계약을 했는지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시신 부적절하게 다루는 사례 많아” 이번 사태가 일부 의사들의 비윤리적인 해부 실습 관행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설문한 의과대학 교수 2명과 개업의 2명, 전공의 3명 등 의사 7명 중 3명은 해부 실습 중 시신을 부적절하게 다루는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다수의 의사는 기증받은 시신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진심으로 예우를 다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부적절한 사례가 얼마든 더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방 국립대 의대를 졸업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몇몇 학생이 ‘재밌다’며 커대버의 안구를 반복적으로 빼는 경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일부 학생들이 커대버의 신체 특징을 언급하며 뒷얘기를 하기에 주의를 준 적이 있지만 해부실습 땐 교수 1명과 조교 2명이 학생 100∼150명을 한꺼번에 통제해야 해 관리 사각지대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의대를 나온 전공의 A 씨는 “일부 후배들이 ‘고급 학문을 배우고 있다’는 자만심 탓에 최근엔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 비밀 SNS에 커대버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에 대한 윤리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의사들의 비윤리적인 이번 행위에 대해 의협 내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며 “의대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의료현장 연수교육의 윤리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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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용직근로자, 일정소득 있으면 국민연금 가입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도 국민연금에 의무 가입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일용직 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현행 조항에 ‘일정 소득 이상’이라는 기준을 추가해 연내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의무 가입 대상이 포괄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현재도 월 60시간(혹은 8일) 이상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는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하지만 어려운 경제 사정 탓에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해 ‘납부예외자’로 분류되는 일이 많았다. 사업주가 연금 보험료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근로자의 월 근로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사업장가입자 신고를 미루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복지부는 의무 가입 대상을 한정하는 대신 이 같은 편법을 단속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이와 별개로 가입자가 찾아가지 않은 연금이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국은행연합회,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만들 예정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연금 수급요건을 충족했는데도 청구하지 않아 그냥 쌓여있는 미지급금이 810억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가입자의 소재가 불명확하거나 연금이 적다는 이유로 수령을 거부하는 등의 이유다. 공단은 연금을 타가지 않는 가입자나 친인척에게 6개월 간격으로 안내하는 것과 별도로 ‘휴면계좌 통합조회시스템’이나 ‘금융소비자정보 포털’ 등과 연계해 미청구 연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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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업무공백 없도록… 복지부 “문형표 사퇴 권유”

    보건복지부가 최순실 사태로 구속 수감 중인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61·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하기로 했다. 야권과 공단 내부에서 “문 이사장이 현직을 유지한 채 재판을 받고 있어 업무 공백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문 이사장을 특별면담하며 공단 안팎의 여론을 전하고 거취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 이사장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행법상 연금공단 이사장의 직위를 해제하는 방법 중 자진 사퇴의 절차가 가장 간명하기 때문이다. 문 이사장이 사퇴를 거부하면 연금공단 이사 11명 중 4명이 해임건의안을 상정해 6명 찬성으로 의결하거나 임명권자(대통령)가 직권으로 해임하는 방법이 있다. 면담은 장재혁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이 맡는다. 장 국장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개인적으로는 (문 이사장의) 해임 건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가 야당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뒤 발언을 철회했다. 수감 중 특별면담의 횟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문 이사장의 아내도 동행할 예정이다. 문 이사장이 22일 곧장 사퇴 의사를 밝히더라도 정부가 차기 이사장 인선을 바로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문 이사장은 지난해 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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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슈거보이’ 백종원, 설탕 줄이기 캠페인 나선다

    요리에 거침없이 설탕을 넣는 모습 탓에 ‘슈거보이(sugar boy)’로 불려 온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51·사진)가 정부의 설탕 줄이기 운동에 동참한다. 여러 ‘쿡방(요리 방송)’에 출연해 유명해진 백 대표가 영국의 제이미 올리버(설탕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스타 셰프)처럼 바른 먹거리 문화를 만드는 캠페인에도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14일 “당류 저감화 정책을 포함한 식품 안전 캠페인에 백 대표가 함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백 대표도 10일 식약처 실무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제안을 수락하고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홍보대사 위촉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첫 무대는 5월 14일 ‘식품 안전의 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손문기 식약처장은 평소 가정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 셰프의 달지 않은 건강한 콩자반’ 등 조리법을 개발하는 데 백 대표 등 유명 요리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식약처는 이 같은 조리법을 식품 안전의 날에 맞춰 종합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11월엔 이를 ‘건강하고 맛있는 엄마밥상’이라는 요리책에 포함시켜 보급할 계획이다. 식품 안전의 날은 지난해 12월 식품안전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기념일이 됐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설탕 줄인 국민 요리대회’ 등 대규모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백 대표는 기존엔 금기시됐던 설탕 등 조미료를 요리에 과감하게 사용하는 ‘쉬운 요리법’을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가 설탕을 쏟는 장면에 폭포수 컴퓨터그래픽(CG)이 합성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지는 등 설탕 사용을 희화화하는 이미지가 자리 잡으면서 “과도한 당 섭취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백 대표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설탕을 아무리 먹어도 해롭지 않다’는 식의 오해를 풀고, 지나친 당 섭취를 줄이는 좋은 일에 얼마든지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설탕 줄이기 운동은 식약처의 주요 과제다. 3∼29세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량이 2013년부터 기준치(성인 기준 하루 50g)를 초과하는 등 달게 먹는 식습관이 퍼지면서 당뇨병 등 성인병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2020년까지 당 섭취량을 적정 수준(성인 기준 하루 각설탕 16∼17개 이하)으로 줄이기 위해 가공식품의 영양성분 표시 기준을 강화하고 대국민 인식 개선 운동을 벌이는 등 정책을 펴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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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가·휴가 사용에 ‘결근’ 상태…사퇴 않는 문형표 두고 논란 커져

    지난해 12월 최순실 사태로 구속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60·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거취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업무보고를 위해 회의에 참석한 정진엽 복지부 장관에게 문 전 장관의 공단 이사장직 해임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결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된 문 이사장이 연금기금 545조 원을 관할하는 직위를 유지한 채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문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28일 특검에 긴급체포된 이후 공가, 연가 등 휴가를 사용해왔고 이달 1일부터는 ‘결근’ 상태다. 정 장관은 현행법상 복지부 장관이 문 이사장을 곧장 해임할 수 없고 국민연금공단 이사회가 요청하면 이에 응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해임) 요청이 오면 적극 검토하고, 문 이사장이 사퇴하도록 최대한 설득하겠다”며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동의했다. 반면 연금 담당인 장재혁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문 이사장은 법에 따라 결근처리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해임 건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가 의원들로부터 “기관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결석계를 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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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초만에 “치근낭종이군요”… 족집게 AI의사

    대형 모니터에 한 환자의 치아를 X선으로 연속 촬영한 파노라마 사진이 나타났다. 2015년 3월 서울대치과병원에서 촬영된 이 사진엔 “36, 37번 치아(오른쪽 아래 어금니) 아래에 치근낭종(물혹)이 관찰된다”는 담당 의사의 소견이 달려 있었다. 의료용 인공지능(AI) 스타트업 OBS코리아의 김태규 전무가 이 사진을 AI 소프트웨어에 입력하니 6초 만에 인간 의사가 가리킨 곳과 똑같은 곳에 빨간색 박스가 그려졌다. 치근낭종이라는 뜻이다.○ 치과용 AI로 외화벌이까지 의료용 AI가 머지않아 인간 의사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10일 OBS코리아와 서울대치과병원이 공동 개발 중인 치과 X선 판독용 AI ‘자비스’(내부명·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AI 비서 이름)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시연해 봤다. 시연 대상은 치아 뿌리, 모세혈관, 함몰된 치아의 주변 등에 낭종이 생겼다고 진단받은 환자 20명의 X선 사진이었다. 거짓 양성 진단을 검증하기 위해 정상인 사진 5장도 섞어 넣었다. 전부 자비스가 학습한 적이 없는 사진들이다. 자비스는 사진을 입력하는 족족 인간 의사가 짚어낸 것과 똑같은 부위를 질환으로 지목했다. 먼저 기존에 낭종 환자 5000여 명의 X선 사진으로 학습한 것과 유사한 형상이 나타나면 이를 탐지해 ‘이상부위’로 표시하고, 이를 치아의 배열과 잇몸, 턱뼈 등 구강 구조와 대조해 병변의 위치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일반 노트북으로 실행하면 적어도 6시간이 걸릴 작업이지만 슈퍼컴퓨터가 계산을 대신 한 뒤 결과만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송하기 때문에 5∼9초면 판독 내용을 받아볼 수 있다. 시연 결과 자비스는 환자 사진 20장 중 18장에서 낭종의 위치를 정확히 맞혔다. 1장은 촬영 시 사진에 남은 얼룩이 병변과 겹쳐 X선만으로는 낭종을 판독하기 어려운 경우였다. 나머지 1장에선 인간 의사가 가리킨 병변 2개 중 1개를 맞혔다. 정상인 환자 5명의 사진은 전부 “이상이 없다”고 정확히 결론 내렸다. 개발진은 자비스가 인간 의사와 달리 병변의 색상, 환자와의 면담 기록 등은 참고하지 않고 순수하게 X선 사진만으로 이 정도 정확성을 보이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OBS코리아는 이르면 6월 서울대치과병원의 중국 환자 협진 프로그램에 자비스가 도입되도록 성능을 보완 중이다. 치과 의술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현지에서 X선 사진을 보내오면 서울대치과병원 의료진과 자비스가 함께 판독한 결과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원진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방사선학교실 교수는 “왜곡된 X선 사진까지 추가 학습하면 웬만한 인간 의사의 판독 능력을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산병원 ‘AI 대회’에 115개 팀 도전 일부 대학병원도 의료용 AI 개발에 뛰어들었다. AI가 제 성능을 내려면 개발 단계에서 질환 한 개당 수만∼수십만 명의 환자 정보를 학습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기록을 확보한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은 의료용 AI 연구를 위한 헬스이노베이션빅데이터센터를 출범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빅데이터 분석 대회’를 열었다. 제한된 시간 내에 △흉부 컴퓨터단층(CT) 영상으로 폐암을 정확히 진단하기 △뇌파를 이용해 뇌전증이 발생할 지점을 예측하기 △두뇌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치매 예측하기 △유방 MRI로 암 재발 가능성 판단하기 △갑상선 초음파 영상으로 암의 악성 여부를 검증하기 등 5개 과제에 대해 26일까지 가장 정확한 답을 내놓는 팀이 우승하는 방식이다. 현재 뷰노, 루닛 등 이 분야의 유명 업체뿐 아니라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의 연구진 등 115개 팀이 참여 중이다. 연세의료원은 병원 내에 흩어져 있는 의료 정보를 모아 AI 개발을 위해 가공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병욱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현재 두뇌 MRI 등 영상 기록은 영상의학과에, 세포 현미경 사진은 병리학 교실에, 진료 기록과 의사의 판단은 텍스트 형태로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에 각각 보관돼 있는데,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고 개인정보를 익명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년 내 의료 AI 시장 5배로 성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펴낸 ‘의료 AI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헬스케어 시장의 국내 규모는 올해 46억7000만 원에서 2020년 256억4000만 원으로 5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부처도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현재 민간에서 진행 중인 관련 연구개발을 파악하는 한편 역량을 어느 분야에 투입해야 효율적인지 따져보는 중이다. 의료용 AI 개발을 위한 환자 정보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엔 내년에야 예산이 배정될 예정이다. 의료기기 허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14일까지 AI 업체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의료용 AI 개발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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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방산개구리, 평년보다 열흘 일찍 산란…온난화 영향인 듯

    북방산개구리가 평년보다 열흘 일찍 알을 낳았다. 정부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보고 앞으로 산란 시기가 더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했다.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전북 남원시 지리산국립공원 구룡계곡 일대에서 북방산개구리가 올해 처음 낳은 알덩어리를 6일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2010~2016년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일이 평균적으로 2월 17일경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산란 시기가 훨씬 앞당겨진 것이다. 이 기간 중 첫 산란일이 가장 빠른 해는 2014년(2월 1일), 가장 늦은 해는 2015년(3월 4일)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일이 기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날씨가 빨리 포근해진 뒤 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면 그만큼 알을 빨리 낳는다. 반면 겨울철 기온이 변덕스러우면 산란일도 늦어진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단계에 있는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일이 일정하지 않으면 곤충 등 먹이가 되는 다른 종의 개체 수가 감소할 수 있다. 북방산개구리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환경부 지정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에 포함돼 있다. 북방산개구리가 점점 일찍 출현하면서 이 개구리의 먹이 대상 곤충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포식자는 기후변화에 둔감할 경우 개체수가 감소할 수 있어 생태계에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북방산개구리의 적산온도가 시작된 날은 지난달 6일로 2010~2016년 평균(2월 14일)보다 39일이나 빨랐다. 일 평균 기온이 특정 동식물의 발육에 필요한 최저온도인 발육영점온도(보통 영상 5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적산온도를 측정하기 시작한다. 해당 생물의 생존기간 동안의 일 평균 기온과 발육영점온도 차이를 모두 더한 값이 적산온도다. 나공주 국립공원연구원장은 “이번 관찰 결과는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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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 국가시험 합격자 10명 중 1명 남성…55년 만에 2000명 넘어

    국내에서 남성 간호사가 배출된 지 55년 만에 간호사 국가시험 남성 합격자가 처음으로 2000명이 넘었다. 전체 합격자 중 남성의 비율이 10%가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간호협회는 2017년도 제57회 간호사 국가시험 합격자 1만9473명 중 남성이 2134명(11%)이었다고 10일 밝혔다. 2004년 처음으로 남성 합격자 비율이 1%를 넘어선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리 합격률을 기록한 것. 국내에서는 1962년 처음으로 남성 간호사가 뽑힌 뒤 지난해까지 총 1만542명이 배출됐다. 1936년 서울위생병원 간호원양성소(현 삼육보건대)에서도 남성 간호사가 근무했지만 남성 간호사 면허 제도가 없어 간호사로 인정받지 못했다. 최근 남성 간호사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비뇨기과, 정신건강의학과, 응급실 등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한간호협회 측은 “남성 간호사도 당당히 간호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며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간호과 학생 중 남성이 16%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남성 간호사의 비율은 점점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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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한 정신질환자 차별 조장’ 진료비 산정 기준 28년 만에 바뀐다

    가난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해온 진료비 산정 기준이 28년 만에 바뀐다. 의료급여 환자에게만 반찬을 덜 주고 온수를 제대로 틀어주지 않는 등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의료급여 환자를 차별해온 일부 정신병원의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환자의 정신질환 외래진료에 정액수가가 아닌 행위별수가를 적용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현재 중위소득의 40% 이하(4인 가족 기준 월 소득 176만 원 이하)에 속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의료비 전액을 지원받는 의료급여 환자는 정신질환으로 진료 받을 때 ‘정액수가’가 적용된다. 하루 진료비가 2770원으로 묶여 있어 ‘행위별수가(진료하는 만큼 비용을 산정)’가 적용되는 건강보험 환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모든 질환 중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환자에게 차등을 둔 것은 정신질환뿐이다. 이 같은 기준은 1989년부터 적용됐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의료급여 환자도 외래진료를 받을 땐 건강보험 환자와 똑같은 수가를 적용받도록 하는 것. 입원진료에 대해선 정액수가를 유지하되, 2000년 이후 동결된 채였던 입원 밥값(하루 3360원)은 건강보험 환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의료 현장에 적용된다. 이경은 복지부 기초의료보장과장은 “의료급여 환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면서도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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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인체 독감백신 예방률도 널뛰기… 연령-시기따라 최대 50%P 차이

    최근 구제역이 확진된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물백신’ 논란이 거센 가운데 보건당국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률을 검증하기로 했다. 연간 296억 원의 예산을 들이는 고위험군 무료접종과 1500억 원대 민간 유료접종에 사용되는 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를 제대로 따져 보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올겨울 무료접종 대상이었던 6∼12개월 영아 150만 명과 65세 이상 노인 681만 명 중 일부를 상대로 독감 백신 예방률과 생활 패턴을 정밀 조사한다고 7일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0∼2011년 겨울과 2013∼2014년 겨울 두 차례에 걸쳐 독감 백신 예방 효과를 조사한 결과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의 예방률은 각각 84.5%, 57.6%로 해마다 차이가 컸다. 특히 2013∼2014년 겨울 60세 이상 환자의 예방률은 31.1%에 불과했다. 의료계에서는 건강한 사람의 독감 백신 예방률이 60∼80%, 노인은 50% 미만이라고 추정한다. 이는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이 다양해 변종이 많고 환자마다 항체 형성 효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2015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파악한 2014∼2015년 겨울의 독감 백신 예방률은 19%에 그쳤다. 질병관리본부는 백신 외에도 환자의 집단생활 기간, 나이, 직업, 그해 기온과 습도 등의 요인이 독감 예방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빅데이터로 분석해 ‘맞춤형’ 방역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예컨대 똑같은 백신을 맞은 동갑내기 아이도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에 따라 감염 위험의 정도가 다르다면 날씨가 춥고 건조해지기 전 보육시설에 감염 관리를 당부하는 식이다. 다만 당국은 독감 백신의 예방률 집계 결과와 무관하게 무료접종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여전히 독감과 그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이와 별도로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정확히 파악 중이다. 통계청이 공식 집계한 독감 사망자는 2013년 42명, 2014년 124명, 2015년 238명으로 점차 늘고 있지만 의료계는 사망진단서 관리가 부실한 탓에 턱없이 적게 집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5년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홍콩대 보건대학원이 독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호흡기질환까지 조사한 결과 2003∼2013년 독감 사망자는 연평균 2900명으로 추정됐다. 같은 시기 통계청 집계(연평균 47명)의 61배에 해당한다. 질병관리본부가 독감으로 병·의원을 찾은 뒤 2개월 내에 사망한 환자 중 독감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이는 사례를 대략적으로 집계한 결과에서도 독감 사망자는 적게는 500명, 많게는 1000여 명으로 추정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같은 내용의 독감 관리 지침을 다음 달 학교와 보건소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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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복지 통합부처 만들면… 보건-노사정책은 찬밥 되나”

    야당발(發) 정부 조직 개편 움직임에 가장 크게 동요하는 부처는 고용복지부로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된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이나 독일의 노동사회부처럼 ‘공룡 부처’로 개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야 중 누가 집권하든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는 복지와 고용일 것이 확실해 부처 위상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단순히 조직의 물리적 통합에 그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보건과 노동정책 기능의 이관에 따른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특히 핵심 거대 부처라 사회부총리를 겸직할 가능성이 크지만 예산 편성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사회부총리처럼 별다른 역할을 못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동복지 사각지대 우려 복지부와 고용부는 1981년 노동부가 설립되기 전까지 사회부(1948년 설립)와 보건사회부(1955년 설립) 시절 하나의 부처에 속한 적이 있다. 통합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안 나온 데다 이런 이유 때문에 통합안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는 의견은 많지 않은 편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라는 철학에 따라 2014년부터 전국 40곳에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일자리, 복지, 서민금융의 상담과 지원을 하나의 센터에서 지원하는 공공서비스)를 설치해 왔고 올해는 100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고용부의 노동정책 기능을 중앙노동위원회로 이관하는 방안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용복지부로 통합 개편하는 대신 부처의 비대화를 막고 정부의 노사관계 개입을 줄이기 위해 중노위 기능을 강화하는 안을 내놓았다. 현재 노동분쟁 사건을 담당하는 중노위에 정책 기능까지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료들은 노동개혁이 아직 완수되지 않았고 섣불리 이전했다가는 비정규직·청년 등 노동정책의 사각지대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해마다 파업이 끊이지 않는 등 노사관계 역시 선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정부가 중심을 잡고 노동정책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노위는 노사 분쟁을 조정하고 판정하는 노사정(勞使政) 합의기구로, 준사법기관 성격이 강해 정책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복지와 고용은 통합하는 게 맞지만 노동법제와 근로기준 업무만큼은 계속 남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예산 편성 권한을 확보해야 하지만 정치권과 다른 경제부처가 찬성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노위 체계와 구조로는 사각지대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라며 “노동·복지정책의 실패가 정부 조직구조 때문은 아닌데 선거 때마다 조직 개편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통합 시너지 효과 크지 않을 것” 복지부 내에선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고용부에 비해 많다. 복지부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펴기 때문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부와 정책 대상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보건 기능이 민주당 안대로 보건청이나 보건처로 독립되면 보건과 복지의 중간지대에 있는 정책을 누가 맡을지도 관건이다. 건강보험이 대표적이다. 소득과 상관없이 전 국민에게 일정한 의료 수준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복지의 성격이 강하지만 일선 병·의원의 의료 정보를 취합해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보건의 측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산하 기관의 셈법도 복잡하다. 보건부가 따로 만들어지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안전 기능과 질병관리본부의 질병 감시 기능을 병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조직을 ‘질병관리청’으로 독립시켜 신종 감염병을 밀착 감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식품산업 정책 업무를 합친 ‘식품산업안전처’도 거론된다. 일각에선 ‘경제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보건 분야를 전반적으로 감시할 ‘의료 검찰’ 조직을 신설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그러나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지닌 기구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등 타 부처는 물론이고 정치권의 동의를 얻어야 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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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비타민-홍삼 제품, 화학첨가물 ‘범벅’

     어린이 비타민과 홍삼 제품에서 화학 합성첨가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년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린 어린이 비타민 및 홍삼 제품 20개 중 10개를 무작위로 골라 지난해 9, 10월 성분을 조사한 결과 9개에 합성첨가물이 들어 있었다고 5일 밝혔다.  스테아린산마그네슘, 이산화규소 등 부패와 변질을 막기 위한 방부·보존 성분을 사용한 제품은 6개였다. 한 해 13억 원어치가 팔린 한 어린이 비타민 제품에는 같은 회사의 성인용 비타민보다 10종이 더 많은 11종의 화학첨가물이 들어 있었다. 매출액이 5억 원인 다른 한 비타민엔 해외 연구를 통해 체중 감소, 설사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하이드록시프로필메틸셀룰로오스(HPMC)도 사용됐다. 이는 건강기능식품이 어른용과 어린이용 구분 없이 같은 기준으로 제조·판매되기 때문에 빚어진 문제다. 식약처는 어린이용 일반식품에 합성첨가물을 과다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업계에 권고하고 있지만 건강기능식품에 해당하는 어린이 비타민·홍삼 제품에는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 중 어린이용을 따로 분류하고 합성첨가물 제한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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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복을 빕니다]서영훈 前 대한적십자사 총재

     “한국 사회에 큰 족적을 남기셨다. 개인적으론 친아버지처럼 저를 많이 지도해주신 분이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로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사진)의 빈소를 찾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서 전 총재의 부인 어귀선 여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 반 전 총장이 1962년 미국 적십자사 초청 외국학생방미프로그램(VISTA) 대표로 선발돼 존 F 케네디 당시 미 대통령을 만나고 외교관의 꿈을 키우게 된 데도 고인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연락을 드렸지만 어 여사가 ‘상당히 위중하셔서 지금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라 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우리 시대의 선각자였고 국민들한테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분”이라며 고인을 애도했고,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는 “혼탁한 세상에서 맑은 샘물 같은 정신적 지주였다”고 평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천정배 나경원 의원, 김한길 전 의원,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등 각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시민사회운동의 원로인 서 전 총재가 4일 오전 9시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3년 평안남도 덕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홀로 월남했다. 이후 정의사회구현협의회 상임공동대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 등 20여 개의 크고 작은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했다. 특히 1953년 3월 청소년국장으로 한적에 몸을 담은 이후 청소년적십자(RCY)를 만들기도 한 고인은 한적을 고향처럼 여기고 활동했다. 한적 사무총장 시절인 1980년 민주화운동이 벌어지자 직접 앰뷸런스를 타고 포위망을 헤쳐 광주 시내로 혈액을 날랐던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된다. 고인을 오랫동안 보좌한 이병웅 한적 중앙위원(76)은 “광주의 실상을 본 뒤 서울로 돌아와 ‘다친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국에 산소통을 요구하던 서 전 총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남북회담의 시초인 1972년 제1차 남북적십자회담을 시작으로 평생 많은 남북회담에 대표로 나서는 등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쏟았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의 대표를 맡아 첫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데에도 역할을 했다. 군사정권 시절인 1983년 고인은 흥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본부 강당을 민주화운동 단체의 집회와 기자회견장으로 제공했다.  서 전 총재는 청렴과 청빈을 평생 신조로 삼고 살아왔다. 민주당 대표 시절 그의 지갑을 열어보니 2000원뿐이었다는 이야기, 한적 사무총장 시절 집에 전화가 없어 그를 찾느라 진땀을 흘렸다는 일화 등을 남겼다. 민주당 대표 시절 ‘3만 원 이상 점심 안 먹기 운동’을 펼치며 정치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유족으로는 어 여사와 아들 홍석 유석 경석 씨, 딸 희경 씨 등 3남 1녀가 있다. 발인은 7일 오전 9시. 02-3410-6903 주성하 zsh75@donga.com·최지연·조건희 기자}

    • 20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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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가리는 우리 아이 3월 첫 등교 걱정되시죠?

     다음 달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이모 씨(41·여)는 조마조마하다. 아이가 평소 낯을 많이 가리는 탓에 유치원에 처음 다닐 때 “엄마와 떨어지지 않겠다”며 한 달 넘게 떼를 쓴 적이 있기 때문이다. 새 학기를 앞두고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과 함께 알아봤다. 이 씨의 아이처럼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심하게 거부하는 경우엔 가벼운 분리불안 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증세가 입학 한두 달 전부터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전보다 투정이 늘고 잠들기 어려워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증거다. 심하면 손톱을 물어뜯거나 눈을 쉴 새 없이 깜박이는 틱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대개 자연스럽게 상태가 나아지지만 입학 후 한 달이 지나도록 등교를 힘들어하면 단계적인 적응 요법을 쓰는 게 좋다. 처음엔 아이가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부모가 교실 근처에서 기다리며 쉬는 시간마다 얼굴을 보여주다가 점차 그 빈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등교 시 헤어지는 장소도 첫째 주엔 교실, 둘째 주엔 교문 앞 등으로 점차 옮긴다.  평소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지내려는 경향이 강하다면 ‘아스퍼거 장애’나 자폐증에 해당한다. 낯선 교실에 앉아 새 친구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면 크게 당황할 수 있고, 새로운 집단생활의 규칙에 적응하는 데에도 남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아이가 교실에서도 익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권한다. 교실이 그려진 그림카드를 주며 “이곳에서 공부하게 될 거다”라고 알려주거나, 시계가 그려진 사진과 함께 “시곗바늘이 여기까지 오면 쉬는 시간이다”라고 인식시키는 식이다. 평소 아끼던 인형 등을 당분간 들고 다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반 친구들 중 몇 명과 따로 어울리는 시간을 만들어 자신감을 키워 주는 것도 좋다. 성격이 밝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하거나 사소한 장난에도 거칠게 반응하는 것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는 걸 어려워하므로 같은 과제를 내주더라도 짧게 끊어서 여러 번에 걸쳐 하는 게 좋다. 수학 문제를 10개씩 풀게 하지 않고 2개씩 풀게 하는 식이다. 사소한 일에 기뻐하고 좌절하는 게 특징이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가 잘한 행동엔 적극적으로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 다른 아이들보다 예민하고 기분 변화가 잦다면 소아 우울증일 수 있다. 처음엔 학업에 흥미를 보이지 않지만 휴식 시간을 충분히 주며 기다리면 금세 좋아진다. 조급하게 생각해 다그치는 것보단 성과에 대해 칭찬을 해주며 과제의 양을 조절해준다. <도움말: 양영희 국립정신건강센터 소아청소년정신과장,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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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터 머리 부상, 그네>미끄럼틀>철봉 順 위험

     놀이터에서 응급실로 실려 온 아이 5명 중 2명은 미끄럼틀을 타다가 부상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머리 손상 위험은 그네를 탈 때 가장 컸다. 전우찬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은 질병관리본부의 ‘응급실 기반 손상 심층 조사’를 활용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놀이터에서 다쳐 전국 응급실 20곳을 찾은 8세 미만 아동 611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분석 결과 미끄럼틀을 타다가 다친 경우가 2475건(40.5%)으로 가장 많았다. 그네 1102건(18%), 정글짐 953건(15.6%), 시소 370건(6.1%) 등이 뒤를 이었다. 부상 유형은 타박상(28.8%)과 찰과상(26.7%)이 가장 많았고 골절(25.5%)도 적지 않았다. 사고의 유형과 부상의 심각성을 반영해 머리 손상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시소가 1점으로 가장 안전했고, 그네가 4.7점으로 가장 위험했다. 미끄럼틀은 4.1점, 철봉 3.1점, 정글짐 2.9점 등이었다.  연구팀은 “놀이터에 깔려 있는 폴리우레탄 등 충격 흡수재도 부상을 완전히 막아주지 않아 부모의 주의가 요구된다”며 “놀이기구에 이용 연령 제한 기준을 두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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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킹맘 과로사’ 복지부, 토요일 출근 전면 금지

     보건복지부가 소속 공무원의 토요일 출근을 전면 금지한다. 임산부의 근무 시간을 줄여주는 모성보호 제도도 적극 활용된다. 복지부는 이 같은 조치를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지난달 15일 일요일에 출근했던 복지부 소속 김모 사무관(35·여)이 정부세종청사 계단에서 심장 질환으로 쓰러져 사망한 데 따른 것이다.  세 자녀를 둔 김 사무관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해 다른 정부 부처에서 복지부로 옮긴 지 엿새 만에 변을 당했다. 복지부 안팎에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는 주무 부처에서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앞장서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는 토요일엔 초과 근무 수당을 주지 않아 초과 근무를 할 수 없게 원천 차단하고, 불가피하게 일요일에 출근한 직원은 그 사유를 부서장이 판단하도록 했다. 현재도 매주 수요일 가족의 날엔 야간 초과 근무를 신청할 수 없는데, 이를 확대한 것이다. 초과 근무가 잦은 부서는 조정 및 개선 방안과 연가 사용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행 여부는 실·과장 인사 고과에 반영한다. 현행 공무원 복무규정에 나와 있는 일 가정 양립 제도도 적극 활용하도록 독려한다. △임신 초기 12주와 출산 직전엔 근무시간을 하루 2시간씩 단축해 주는 ‘모성보호시간제’ △자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등·하원하는 시간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자녀가 태어난 지 12개월 이하면 하루 1시간씩 육아에 쓸 수 있는 ‘육아시간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육아시간제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아빠 공무원’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정경실 복지부 인사과장은 “주말만큼은 가족과 함께 재충전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이번 조치의 목적”이라며 “직원들에게 심리 상담을 해주는 ‘마음 쉼터’도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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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전기회로 고치듯… 문제된 뇌세포 ‘족집게 치료’ 길 열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이진형 교수가 만든 뇌회로도는 불치병인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할 길을 연 획기적인 성과로, 기존의 치료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루게릭병 등과 함께 인류가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난치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1일 동아일보에 “뇌를 전기회로로 생각하고 접근하면 기존 의학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면서 “전기공학도로서 그 회로도를 만들어 전기회로를 고치듯 고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이 교수는 현재 스탠퍼드대 의대와 공대에서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자이다. ○ 치매 등 난치성 뇌질환 치료 기여 이 교수에 따르면 정상인 뇌 전기회로도와 파킨슨병 환자의 뇌 전기회로도를 비교하면 금방 회로의 이상 유무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병의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또 파킨슨병 뇌 회로도가 만들어짐에 따라 뇌에 전기자극을 줘 증상을 완화하는 뇌심부자극술을 이용한 치료도 보다 정밀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교수는 “파킨슨병의 경우 병원에서 뇌심부자극술을 통한 치료가 진행되고 있으나 정확한 부위와 동작 원리를 몰라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뇌 회로도를 바탕으로 문제가 되는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내 그 부위에 뇌심부자극술 치료를 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파킨슨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혈액검사나 뇌영상 기술이 없다. 게다가 파킨슨병은 증상이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인 이상한 행동자세를 치매 증상으로 착각해 환자가 치매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불치병인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모든 뇌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뇌 회로도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파킨슨병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의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다 정확한 위치에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뇌세포를 찾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승현 교수는 “뇌 회로도를 만드는 일명 ‘뇌 매핑’은 파킨슨병뿐만 아니라 루게릭병, 알츠하이머성 치매도 비슷한 뇌신경계 질환인 만큼 관련 진단과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 유발 단백질 ‘정밀 타격’ 국내외 파킨슨병 치료법 연구는 주로 뇌 신경세포의 소실을 막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충북대 의대 연구팀은 지난해 말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특정 단백질이 줄어들면서 파킨슨병이 시작된다는 점에 착안해 해당 단백질을 직접 실험용 쥐의 뇌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텍은 반대로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파킨슨병을 초래하는 뇌 속 인자를 ‘정밀타격’한다는 점은 같다.  파킨슨병 의심 환자의 손발 동작, 떨림, 근육의 긴장도 등을 정밀 분석해 발병 위험과 진행도를 파악하는 기술도 개발이 한창이다. 현재는 걸음걸이를 육안으로 관찰해 초기 파킨슨병을 진단하는데 환자마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달라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단은 이를 위해 피부에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전자소자 패치를 개발한 상태이고, 인텔은 파킨슨병 환자의 신체 활동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국내 의료용 인공지능(AI) 개발업체 마이다이스아이티는 두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치매뿐 아니라 파킨슨병까지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세계 최고 수준 유병률 과제 성균관대 의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파킨슨병 2007년 유병률은 국내 65세 노인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 2060∼2993명으로 추정돼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구나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로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미국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와 중국 개혁 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鄧小平)이 걸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조건희 기자}

    • 20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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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요양병원 63곳 안전 인증없이 영업

     지난해 말 전북의 한 요양병원. 정부의 안전과 위생 인증 검사를 받던 이 요양병원은 현장 조사 둘째 날 갑자기 “조사를 그만 받겠다”며 평가위원들을 돌려보냈다. 첫날 환자 감염 관리와 의료진 안전 평가에서 연달아 낮은 점수를 받자 병원 측이 ‘합격은 물 건너갔다’고 판단하고 인증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 병원에는 아무런 불이익도 없었다. 고령화 인구 증가로 이용객이 늘고 있는 요양병원 내 화재, 감염병 확산, 노인 학대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된 ‘요양병원 안전·위생 의무 인증’ 제도가 허술한 규정 탓에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행 인증제는 ‘신청’까지만 의무이고 인증을 완료하지 않아도 병원에 제재가 가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요양병원 1381곳 중 불합격에 해당하는 불인증 판정을 받았거나 인증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병원은 각각 32곳(2.3%), 31곳(2.2%)이었다. 환자 사이의 감염을 막기 위한 기초 위생수칙을 지키지도, 2014년 22명이 숨진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 같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시설을 갖추지도 않은 ‘불량 요양병원’이 전국에 63곳이 있는 셈이다. 인증을 신청하지 않은 병원은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의료인력 가산금이 끊기지만 일단 신청만 하면 ‘인증 마크’를 얻지 못하는 것 외엔 불이익이 없다. 이 때문에 경북의 한 요양병원은 환자에게 진통제를 제때 투약하지 않고 욕창 예방을 위한 위생 관리도 실시하지 않아 낙제점을 받았지만 현재도 정상 운영 중이다. 불인증 요양병원 32곳 중 29곳에선 평가위원들이 ‘도저히 인증 평가를 진행할 수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곧장 철수했다. 요양병원 업계는 현행 인증 절차가 ‘꼬투리 잡기’식이라 실제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엔 도움이 안 되고 진료에 들일 시간과 인력만 낭비시킨다고 반박한다. 손을 자주 씻어야 ‘손 위생’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식이어서 “평가위원이 나타나면 곧장 세면대로 달려가라”고 가르쳐주는 ‘족집게 학원’만 성행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염안섭 경기 용인시 수동연세요양병원장은 “이미 요양병원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의 선택을 받지 못한 질 낮은 병원은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퇴출될 것”이라며 인증을 자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1주기 인증이 지난해 종료됨에 따라 올해부턴 일회용 주사기 관리 지침 등을 강화하고 평가 항목을 현행 205개에서 241개로 늘려 2주기 인증을 실시할 계획이지만 불인증에 따른 불이익이나 인증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가 없어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영훈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2주기부턴 인증을 받지 못한 병원의 명단을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제재 방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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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조건희]‘알파고 의사’의 난관

     열 살 때 부모를 졸라 바둑판과 어린이용 입문서를 샀다. 바둑을 잘 두면 군대 선임들의 총애를 받아 얼차려와 구타를 덜 당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위인전을 읽으며 비폭력주의를 뼛속 깊이 새긴 초등학생이 입대에 대비해 세운 생존 전략이었다. 10여 년간 기력(棋力)을 닦은 뒤 입대해 보니 생활관(내무실)엔 바둑판 대신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최신판이 놓여 있었고 바둑을 둘 줄 아는 선임은 전 부대를 통틀어 한 명밖에 없었다. 기자는 시대의 흐름을 내다보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바둑알 대신 조이스틱을 들고 축구 게임 ‘위닝일레븐’을 연습해야 했다. 10년 만에 세상이 또 뒤집어졌다. 지난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최정상 기사인 이세돌 9단을 꺾었다. 최근엔 세계 랭킹 1위 커제(柯潔)를 비롯한 국내외 프로 기사들도 알파고에 60연패했다.  10년 안에 AI는 의사도 따라잡을 거라고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5년 AI가 사람 의사의 업무 능력을 54.8%까지 대체할 거라고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의료용 AI 개발이 한창이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정보기술(IT) 업체 뷰노의 뼈 나이 측정 소프트웨어를 시연해 보니 판독에 걸리는 시간이 20분의 1로 단축됐다고 한다. 병원에서 ‘AI 의사’를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 알파고가 바둑을 정복하는 것을 보면서 복잡다단한 기분이 들었지만 AI 의사의 등장은 반갑다. 언제 어디서나 일정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병리학 전문의는 전립샘 암을 조직세포 현미경 영상으로 찾을 때 컨디션과 실력에 따라 다르게 진단할 수 있지만 AI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도서 벽지에 AI 소프트웨어가 보급되면 의료 격차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이 실현되려면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는 환자 정보 빅데이터를 구축하자는 사회적 합의다. AI가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수십만∼수백만 건의 환자 정보가 필요하지만 유출됐을 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은 이처럼 익명화된 정보를 환자 동의 없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2015년 말 정했다. 미국은 정부 예산을 들여 공개용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익명 데이터를 다룰 자격 기준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오진에 따른 윤리적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AI가 암 환자를 ‘음성’이라고 오진한 잘못이 더 큰가, 건강한 사람에게 ‘양성’이라고 오진한 책임이 더 큰가. 만약 전자라면 AI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거짓 양성 진단을 남발할 수도 있다. 셋째는 정부의 굼뜬 움직임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AI 기반 진단·치료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사업 목표나 예산은 내놓지 못했다. 알파고가 인기를 끄니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부랴부랴 “AI 산업을 융성시키겠다”고 나서는 자세로는 10년 후 플레이스테이션 앞에 앉은 바둑 소년의 꼴을 면치 못한다. 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 20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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