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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5·사진)이 이혼소송 중인 남편으로부터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조 전 부사장의 남편 박모 씨(45)가 19일 특수상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강제집행 면탈 등의 혐의로 조 전 부사장을 고소했다고 20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해 4월 아내의 폭언과 폭행 등을 사유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고소장에서 박 씨는 조 전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다가 풀려난 2015년 5월 이후 목을 조르거나 태블릿PC를 집어 던져 엄지발가락을 다치게 하는 등 자신을 수차례 폭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조 전 부사장의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과 목, 발가락 부위 상처 사진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박 씨는 또 고소장에서 조 전 부사장이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쌍둥이 아들 둘에게 수저를 집어 던지거나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을 하는 등 학대했다는 주장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이 이혼 후 재산 분할에 대비해 한진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대한항공에 무상으로 넘겼다는 주장도 고소장에 담았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조 전 부사장이) 물건을 던져 상처를 입혔다거나 폭행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자녀를 학대한 사실도 없는데 (박 씨가) 알코올 중독 증세로 인해 잘못 기억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박 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에 대한 형사적 대응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5)이 이혼소송 중인 남편으로부터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조 전 부사장의 남편 박모 씨(45)가 19일 특수상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강제집행 면탈 등의 혐의로 조 전 부사장을 고소했다고 20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해 4월 아내의 폭언과 폭행 등을 사유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고소장에서 박 씨는 조 전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다 풀려난 2015년 5월 이후 목을 조르거나 태블릿PC를 집어 던져 엄지발가락을 다치게 하는 등 자신을 수차례 폭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조 전 부사장의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과 목, 발가락 부위 상처 사진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박 씨는 또 고소장에서 조 전 부사장이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쌍둥이 아들 둘에게 수저를 집어 던지거나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을 하는 등 학대했다는 주장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이 이혼 후 재산 분할에 대비해 한진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대한항공에 무상으로 넘겼다는 주장도 고소장에 담았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조 전 부사장이) 물건을 던져 상처를 입혔다거나 폭행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자녀를 학대한 사실도 없는데 (박 씨가) 알코올 중독 증세로 인해 잘못 기억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박 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에 대한 형사적 대응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상습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990년대 인기 여성 걸그룹 S.E.S. 멤버 슈(본명 유수영·38·사진)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양철한 판사는 18일 수십 차례에 걸쳐 수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된 방송인 슈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함께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기간이 길고 범행 횟수가 많은 데다 활용한 (도박) 자금도 많다”며 “일반 대중과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과거 도박 행위로 처벌받거나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슈는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마카오 등지의 해외에서 모두 26차례에 걸쳐 도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도박에 쓴 돈은 모두 7억9000만 원이다. 슈의 해외 원정도박은 지난해 6월 지인 2명이 ‘도박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는다’며 슈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알려졌다. 검찰은 사기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판단하고 상습도박 혐의로만 슈를 기소했다. 슈는 이날 선고 후 “국민들께 죄송하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며 “주어진 벌을 충실히 받겠다”고 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상습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990년대 인기 여성 걸그룹 S.E.S 멤버 슈(본명 유수영·38)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양철한 판사는 18일 수십 차례에 걸쳐 수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된 방송인 슈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함께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기간이 길고 범행 횟수가 많은데다 활용한 (도박) 자금도 많다”며 “일반 대중과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과거 도박 행위로 처벌받거나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슈는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마카오 등지의 해외에서 모두 26차례에 걸쳐 도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도박에 쓴 돈은 모두 7억9000만 원이다. 슈의 해외 원정도박은 지난해 6월 지인 2명이 ‘도박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는다’며 사기 슈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알려졌다. 검찰이 사기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판단하고 상습도박 혐의로만 슈를 기소했다. 슈는 이날 선고 후 “국민들께 죄송하고 아이들에게도 창피하고 미안하다”며 “주어진 벌을 충실히 받겠다”고 말했다.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로, 글로벌 인수합병(M&A) 전문회사 법무팀장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교회에 다니던 김모 씨(65)는 교회 친목모임을 통해 알게 된 A 씨를 포함한 교인들에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다녔다. 김 씨의 아내 권모 씨(58)도 남편이 고액 연봉을 받는 주식투자 전문가이자 변호사인 것처럼 행세했다. 김 씨 부부는 2013년 A 씨에게 접근해 ‘주식투자로 돈을 벌게 해 줄 테니 투자를 하라’고 권했다. 김 씨는 ‘기러기 아빠’이던 A 씨에게 “(가족이)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 있는 3년 동안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 매월 캐나다 생활비도 챙겨주고 3년 후에는 수익금과 함께 원금도 돌려주겠다”고 했다. 김 씨의 이력과 전문성을 믿은 A 씨는 투자금을 맡겼다. 하지만 김 씨는 서울대 법대 출신도, 변호사도, 주식투자 전문가도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주식 투자를 하기는 했지만 고정수입이 없는 무직자였다. 김 씨는 2013년 4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투자금 명목으로 모두 19차례에 걸쳐 5억2000만 원을 A 씨에게서 받아 챙겼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사기 혐의로 김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 권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설 연휴 첫날이던 2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종이박스를 비롯한 각종 집기들이 쌓여 먼지가 날리는 창고 한구석에 떡국과 군만두 시식냄비와 프라이팬이 뚜껑도 제대로 덮이지 않은 채 놓여 있었다. 직원들이 휴식을 갖는 동안 이곳에 시식대를 세워 둔 것. 떡국을 담은 냄비 안에는 국물, 떡 등 음식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만두를 구웠던 철판도 기름기로 번들거렸다. 40여 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직원들은 설거지를 하지 않은 시식대를 그대로 끌고 다시 매장으로 향했다. 시식대를 다시 운영한 지 30분 만에 군만두 코너에는 47명, 떡국 코너에는 26명의 고객이 몰렸다. 대부분 어린아이들과 함께 마트를 찾은 가족들이었다.○ 세제 없다고 설거지도 안 해 본보가 지난달 31일부터 3일간 서울 시내 대형마트 9곳의 시식코너 위생 관리 상태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관리가 부실했다. 녹슬고 기름때 낀 조리도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설거지를 하더라도 주방세제와 수세미를 쓰지 않았다. 창고 구석에 설치된 싱크대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물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시식용 음식은 먼지가 날리는 창고에서 손질됐다. 조리 과정을 직접 본다면 선뜻 먹기 어려울 정도였다. 설 연휴를 앞둔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대형마트 창고에 방치된 시식대 위에는 시식용 음식과 함께 음식 찌꺼기를 닦은 휴지와 가위, 집게 등 조리도구가 나뒹굴고 있었다.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직원은 설거지를 따로 하지 않고 휴지만 치우고 시식대를 끌고 매장으로 나갔다. 설 연휴 첫날인 2일 서울 영등포구의 또 다른 대형마트에서는 8일간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직원이 콘크리트 바닥의 지저분한 창고에서 소시지를 꺼내 손질했다. 시식코너 직원들이 이용하는 개수대는 대부분 마트 창고 구석에 마련돼 있었다. 수세미, 주방세제 등 기본적인 설거지 도구도 없는 곳이 많았다. 대형마트 시식코너에 직원을 파견하는 해당 식품업체 중에선 설거지 도구를 지급하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설거지 도구를 직접 챙겨 오는 게 번거롭다 보니 직원들은 조리도구를 물로만 대충 헹구거나 아예 설거지를 하지 않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위생에만 치중” 대형마트 측은 시식코너 직원들은 해당 식품업체에서 보낸 사람들이어서 위생 규정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우리(마트 측)가 식품업체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위생장갑과 마스크 등을 착용하지 않은 게 눈에 띄면 업체 측에 신경 써 달라고 요청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식품업체 측은 휴식 시간에 시식대 덮어두기와 설거지하기 등 위생 지침을 파견 전에 본사에서 미리 알려주고 위생 점검 담당자가 매일 매장을 점검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위생모나 위생장갑 착용 여부 등 눈에 띄는 부분만 관리할 뿐 창고 속 시식대 등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서울 중구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시식코너 직원은 “마트도 식품업체도 직원들이 조리도구를 어떻게 세척하고 관리하는지 점검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개별 식품 업체가 아닌 대형마트의 브랜드를 보고 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믿음에 부합하려면 마트가 직접 시식코너 위생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김은지 기자}

인천에서 중학생 아들을 홀로 키우는 김모 씨(44·여)는 지난달 10일 동사무소에 긴급생계비 지원을 요청했다. 빚과 공과금 독촉에 시달리던 김 씨의 통장에는 2000원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아들이 아파도 병원에 보내지 못할 만큼 상황이 나빴다. 하지만 ‘긴급생계비는 요청 후 48시간 안에 나온다’는 얘기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러나 이틀 뒤에도 생계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구청 공무원은 “겨울에 신청자가 몰려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근근이 버티던 김 씨 모자는 요청일로부터 6일이 지난 16일에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틀이면 나온다더니 2주 걸려 긴급생계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아 생계 위기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 신속한 구제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간단한 현장조사를 거쳐 요청 접수 후 48시간 내에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선(先)지급 후(後)타당성 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1∼2주가 지나서야 수급자에게 돈이 지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긴급생계비는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주소득자가 사망한 경우, 화재가 나 집에서 살 수 없는 경우 등 생계 위기에 놓인 이들에 한해 지급된다. 일종의 ‘복지 긴급 처방’인 셈이다. 지원금은 1인 가구 기준 월 44만1900원, 2인 가구 기준 75만2600원 등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다. 상황에 따라 1∼6개월간 지급되는데 지원 기간이 끝나면 같은 사유로 다시 신청할 수 없다. 이혼 후 초등학생 딸과 함께 단칸방에 사는 A 씨(35·여)는 지난해 12월 말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 긴급생계비와 연료비 지원을 요청했다. A 씨는 생활고로 10개월째 도시가스요금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초등학생 딸이 한겨울에 난방이 끊긴 집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긴급생계비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 공무원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예산이 없어 올해 안에는 지원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었다. A 씨는 2주가량 지나 해가 바뀐 지난달 10일에야 긴급생계비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동안 A 씨는 어린 딸을 친정에 맡겼다. ○ 전문가 “복지 골든타임 놓칠 수도” 지자체 관계자들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48시간 내 지급’ 원칙을 지키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긴급생계비는 전체의 80%가 국비, 20%는 지방비로 지급돼 지자체 예산이 들어간다. 긴급생계비 지원 업무 담당 직원도 지자체당 한두 명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48시간 내 지급’ 원칙을 맞추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신청자가 많은 지자체는 예산이 모자란 경우가 많다”며 “연말연초에는 예산과 회계처리 업무 때문에 수급자가 2∼3주씩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2명이다 보니 매일같이 야근을 해도 처리하는 양보다 2배 이상 많은 지원 요청이 들어와 48시간 안에 지급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속 지급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복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성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람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긴급생계비 지원을 놓고 예산과 인력 문제를 탓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긴박한 상황에 놓인 수급자 입장에서는 48시간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 평가 때 신속 지원 여부를 반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지자체별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며 “신속 지원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을 문책할 수는 없다. 지자체에 개선을 요청해 제때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김은지 eunji@donga.com·신아형 기자}

자신이 가르치던 여자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검도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정혜원 판사는 상습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박모 씨(55)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 씨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을 5년간 제한하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A 씨는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9차례에 걸쳐 자신이 지도하던 여자 선수 10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 씨는 밤늦은 시간에 여자 선수를 불러내 “내가 너를 국가대표에 뽑아줬다. 실업팀에 보내줄 수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추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해자 수가 많고 (박 씨는)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을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이 주변에는 교회랑 산밖에 없어요. 한밤중에 차를 세워둘 이유가 별로 없는데….”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 차량 접촉 사고를 낸 경기 과천시의 한 교회 앞 공터. 관악산 등산로와 인접한 곳으로 크기는 160m²(50평)가량 됐다. 일요일인 27일 오후 이곳엔 교회와 산을 찾은 사람들의 차량 30여 대가 서 있었다. 손 사장은 2017년 4월 16일 오후 10시경 여기서 JTBC의 업무용 제네시스 차량을 직접 운전해 후진하다 견인차량을 들이받았다. 인근 주민들은 한밤중에 이 공터에 차를 세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공터에서 가까운 공영주차장 정산소의 한 직원은 “여기는 오후 8시가 넘으면 도로 위에 차를 세워도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며 “근처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 볼일을 보러 왔다고 해도 주차를 도로 위에 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공터까지 들어가 차를 세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접촉사고를 낸 뒤 차를 세워 피해 보상 협의를 하지 않은 채 운전을 계속해 공터를 빠져나갔다. 피해를 입은 견인차량은 범퍼와 헤드라이트가 부서졌다고 한다. 견인차량 기사 A 씨는 공터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손 사장 차량을 쫓아가 차를 세웠고, 손 사장은 차에서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와 같은 차량 정비업소에서 일했던 B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현장에 없었다. A 씨한테 들은 얘기로는 당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손 사장이) 유명한 사람이라 명함과 계좌번호를 받은 뒤 다음 날 150만 원을 송금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B 씨는 “A 씨가 손 사장 차량에서 동승자는 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JTBC는 보도자료를 통해 “접촉 사고 자체를 모르고 자리를 떠났을 정도로 차에 긁힌 흔적도 없었지만, 자신의 차에 닿았다는 견인차량 운전자의 말을 듣고 쌍방 합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접촉 사고 당시 동승자가 있었다는 주장과 일부 보도는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경찰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지적장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를 입회시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또 피해자 진술을 영상물로 남기지도 않았다. 성폭력 피해자가 장애인일 경우 피해자 진술은 영상으로 남겨야 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경찰은 피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알린 5건의 성폭력 피해 중 1건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 4건에 대해서는 무혐의라고 결론을 냈다. 한 경찰은 성폭력 피해의 책임을 장애인 피해자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피해 사실 5건 중 1건만 인정 A 씨(21·여) 부부는 지난해 9월 A 씨가 시아버지의 지인 문모 씨(59)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문 씨가 경기 시흥시에 있는 A 씨 부부 집에서 A 씨를 성폭행하려던 것을 A 씨의 남편 김모 씨(31)가 목격했다. 지능지수(IQ)가 71∼80 정도로 ‘경계성 지적장애’가 있는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8년 5, 6월에도 문 씨의 사무실과 모텔 등에서 네 차례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문 씨는 이 중 두 건에 대해서만 성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 씨가 주장한 5건의 성폭행 피해 중 남편이 목격한 한 건을 뺀 나머지 4건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3일 문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 강간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며 기소 의견을 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A 씨가 당시 얼마나 적극적으로 저항했고 문 씨가 어느 정도의 위력으로 공격했는지 확인하지 못해 문 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경찰청 훈령조차 안 지켜 경찰은 A 씨가 주장한 피해 사례 중 4건을 무혐의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법과 행정규칙이 정한 조사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A 씨를 세 차례 불러 조사한 경찰은 조사 과정에 단 한 번도 변호사를 입회시키지 않았다. 세 차례 중 한 번은 피해자 진술이 영상으로 녹화되지도 않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피해자가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변별력이나 의사 결정능력이 떨어질 경우 피해자 진술과 조사 과정을 영상물로 촬영해 보존해야 한다고 정해 놓았다. 행정규칙인 경찰청 훈령 역시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한 경우 조사 과정에 변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편 김 씨는 “수사도 원칙대로 진행하지 않고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증거로 쓰일 피해자 진술이 적법 절차를 거쳐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면 수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장애여성공감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경찰이 수사 원칙을 지키지 않아 피해자의 진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면 수사를 다시 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절차상 잘못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피해자가 원하면 재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김민곤 imgone@donga.com·김은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가족과 지인 명의 부동산 20곳이 있는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에서 손 의원과 함께 부동산을 보러 다닌 60대 여성이 이 지역에 자신과 가족 명의로 최소 10건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본보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필지 현황과 등기부등본 등을 확인한 결과 목포의 한 청소년보호시설 대표로 있는 60대 여성 A 씨와 가족이 이곳에 건물 9곳과 토지 1곳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씨 가족은 근대역사문화공간이 등록문화재로 지정(2018년 8월)되기 전인 2017년 6∼12월에 집중적으로 부동산을 사들였다. A 씨와 남편 등의 명의로 돼 있는 10건의 부동산 중 7곳이 근대역사문화공간에 포함돼 있다.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카페 등을 갖고 있는 손 의원의 조카 손소영 씨는 20일 본보에 “고모(손 의원)한테서 A 씨를 소개받았고 고모, A 씨와 함께 부동산을 보러 다녔다”며 “A 씨가 나한테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앞 2800만 원짜리 건물을 소개하기도 했고 그 외에도 집을 많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손 씨는 고모가 A 씨에 대해 “애들을 위해 봉사하는 훌륭한 분이라고 소개했다”고 덧붙였다. 근대역사문화공간 인근 주민들은 손 의원이 2017년 초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A 씨와 함께 다니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고 한다. 목포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A 씨가 운영하는 청소년보호시설 행사에 손 의원이 참석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A 씨 측은 이 지역 부동산을 사들인 데 대해 “가출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자립관을 만들기 위해 건물을 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의원은 19일 ‘A 씨의 남편이 손 의원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의 한 이사와 친척관계’라는 한 언론 보도를 반박하기 위해 쓴 페이스북 글에서 ‘(A 씨) 부부가 바로 그 거리의 큰손’이라고 적었다. 김은지 eunji@donga.com / 목포=송혜미·우현기 기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측이 사들인 전남 목포의 건물과 땅 20곳은 지난해 8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근대역사문화공간의 노른자 자리인 중심 대로변에 밀집해 있다.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해안로 229번 길 양쪽에 게스트하우스인 창성장 등 건물이 14채, 땅 3곳이 집중돼 있다. 나머지 건물 3채는 창성장을 중심으로 반경 200m 이내에 있다. 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손 의원 측은 2017년 3월부터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당시 시세보다 2, 3배 이상 많은 돈을 줬다고 한다.○ “손 의원 투자가치 높은 적산가옥에 관심” 손 의원 측이 매입한 만호동과 대의동 일대 부동산 20곳 가운데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 명의로 된 부동산은 14곳이다. 건물이 11채, 땅이 3곳이다. 카페 등 건물 3채는 조카인 손소영 씨(42) 명의로 사들였고, 창성장과 일반 주택 1채는 또 다른 조카 손장훈 씨(22) 소유로 돼 있다. 손 의원 보좌관의 남편인 김모 씨 명의로 된 건물도 1채 있다. 손 의원은 목포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대표인 A 씨와 함께 투자 가치가 높은 적산가옥을 사들이기 위해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자주 찾았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손 의원 측이 매입한 건물 중 7채가 적산가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 김모 씨는 “손 의원이 2017년 초 A 씨와 함께 다니며 적산가옥을 둘러보는 광경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손 의원 측은 2017년 3월∼올해 1월 이 부동산들을 순차적으로 사들였다. 그동안 손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공식 발언 등을 통해 근대역사문화공간의 잠재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손 의원은 2017년 11월 국회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에게 “목포에 근대 문화재 목조주택이 그대로 있다. … 심의해서 문화재청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목포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사업이 잘되면 목포가 우리나라의 산토리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손 의원, 부동산 매입 대금 일부 직접 송금 지역 주민과 부동산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손 의원 측이 2017년 3월부터 집중적으로 근대역사문화공간의 건물과 땅을 사들이기 시작할 당시부터 부동산 시세가 2배가량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 이 지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후엔 더 올랐다. 손 의원이 건물 매입 대금 일부를 송금하는 등 적극 관여한 정황도 있다. 옛 동화약국 건물은 손 의원 보좌관의 남편 명의로 되어 있지만 손 의원이 건물 매입 당시인 2017년 9월 건물주에게 450만 원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산가옥인 이 건물은 5·18민주화운동사적지로 지정돼 있어 향후 정부가 비싸게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근대역사문화공간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전 부동산을 14곳이나 사들인 것은 ‘전형적인 투기 수법’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또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친척 등의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손 의원의 해명이 사실이더라도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 미공개 정보로 사익을 추구했다면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에 저촉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 활성화를 명목으로 공식적인 법과 제도가 아닌 직접 부동산 바람을 일으키려 했다는 점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목포=윤다빈 empty@donga.com / 김은지 기자·박건영 채널A 기자}

13일 오후 8시경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후… 칼부림 사건이 눈앞에 일어났네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랐다. 함께 첨부된 2분 13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이날 오후 7시경 서울 강동구 지하철 8호선 암사역 3번 출구 앞에서 한모 군(19)이 경찰 2명과 대치하다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기 전 한 군은 친구 박모 군(19)을 둔기로 위협하고 커터칼로 허벅지를 찔렀다. 강동경찰서는 “13일 오후 6시 57분 최초 신고가 접수된 뒤 7시 1분 현장에 도착했고 7시 5분에 한 군을 체포했다”고 14일 밝혔다. 신고 접수 후 8분 만에 상황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영상을 통해 경찰들이 한 군을 곧바로 제압하지 못하고 3∼4m 정도 떨어져 대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대응에 비난이 쏟아졌다. 커터칼을 손에 쥔 한 군이 경찰에 맞서자 다가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듯한 장면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 누리꾼은 “경찰이 테이저건(전기충격기)과 삼단봉 등 진압 장비를 갖추고도 제대로 사용하지를 못해 시민들이 위험에 처할 뻔했다”고 지적했다. 동영상에는 경찰관이 한 군을 향해 테이저건을 쐈지만 빗맞는 장면과 삼단봉을 꺼내고도 한 군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미국 경찰처럼 총으로 제압하는 것도 아니고 테이저건으로 제압하는데도 이렇게 소극적이어야 하느냐”며 경찰 대응에 불만을 표시했다. 경찰은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장에 출동한 한 경찰관은 “진압장비 사용 매뉴얼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 지침에 따르면 테이저건은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3∼4.5m의 적정 거리에서 발사하게 돼 있는데 이를 지켰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민갑룡 경찰청장도 “경찰들은 매뉴얼대로 했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민 청장은 다만 “현재 사용 중인 수입 테이저건은 전극이 2개인데 조준 불빛은 1개여서 문제가 많다”며 성능 문제를 지적했다. 또 테이저건 카트리지가 고가여서 평소 사격훈련을 충분히 못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1회용 소모품인 카트리지 가격은 개당 4만8000원 선이다. 한 군은 슈퍼마켓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박 군이 자신을 공범으로 지목한 데 앙심을 품고 커터칼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수절도 및 보복상해 혐의로 한 군에 대한 구속영장을 14일 신청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심규권 기자}

“나는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았는데, 법원은 왜 형을 깎아주는 거죠?” 김민주(가명·18) 양은 자신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아버지가 지난달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됐다는 소식에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아버지는 김 양이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2009년부터 수년에 걸쳐 딸의 몸을 만지고 성폭행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딸이 법원에 보내온 편지를 보고 피고인에 대한 형을 줄여주기로 결심했다”며 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의사를 재차 밝힌 점을 참작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편지의 내용은 김 양의 진심이 아니었다. 가족들의 집요한 회유를 못 견뎌 억지로 쓴 편지였다.○ “너만 눈감아주면…” 가족 회유에 굴복 김 양과 같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재판부에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편지를 내거나 가해자를 면회하는 등 얼핏 합의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한다. 친족 성폭력 범죄는 2013년 6월 친고죄 조항이 폐지돼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가 선처를 바랄 경우 이를 양형 요소로 반영한다. 서울고법은 2015년 동거녀의 10대 세 자매를 성폭행한 남성에 대해 1심(징역 7년)보다 감형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가 가장 컸던 큰 언니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점을 참작했다. 전문가들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합의 의사는 다른 가족에 의해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어머니와 자매 등 밀접한 관계에 있는 가족들이 회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너만 눈감아주면 다른 가족들이 잘살 수 있다”, “아빠가 돈을 벌어야 너와 동생들이 대학에 간다”는 말들이 자주 동원된다. 가해자 없이 생계유지가 어려운 가정의 피해자들은 그런 요구에 굴복하기 더 쉽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증오와 애착이 얽힌 양가감정과 더불어 가정을 파탄 냈다는 죄책감까지 느낀다. 몇 달 전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A 양(17)은 “오빠를 용서했다”며 재판부에 오빠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A 양은 이후 심리 치료 과정에서는 억눌린 분노와 억울함을 드러내며 오열했다.○ “감형편지 배제해야” vs “무시할 수는 없어”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를 판결에 반영할지를 놓고, 성폭력 전문가와 법원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이명숙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장은 “미성년 피해자가 많아 다른 가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합의 의사를 양형요소로 반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피해자가 진정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문제조차 삼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의 선처 편지로 실제 감형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법원은 피해자의 의사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자세다. 유독 친족 성폭력 재판에서만 합의를 배제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피해자가 진심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그 의사가 무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부도 양형 조사관, 피해자 변호인 등에게 피해자 의사 확인을 요청하는 등 편지의 진위를 판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피해자 보호기관과 전문 상담사가 피해자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해 법원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은지 eunji@donga.com·이지훈·고도예 기자}

경기 수원시에 사는 백모 씨(34)는 남자친구와 함께 2일 집 주변 공원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대형견 달마티안의 목줄을 붙잡지 않은 채 산책하던 50대 남성과 마주친 것. 주민들은 물론이고 다른 반려견들도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백 씨는 50대 남성에게 달마티안에게 채워진 목줄을 잡아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 개는 순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대형견이 백 씨 주변을 맴돌아도 아랑곳하지 않던 50대 남성은 백 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개를 끌고 사라졌다.○ 구멍난 ‘펫티켓’에 위태로운 시민안전 2017년 10월 가수 최시원 씨의 애완견 프렌치불도그에게 50대 여성이 물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3월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개정 법안엔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개 주인에 대한 과태료 액수를 종전 최대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린 내용 등이 담겼다. 동물 안전조치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의 강도를 높여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단속 인력 부족으로 현장의 ‘목줄 갈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초 태어난 지 4개월 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이모 씨(40)는 목줄을 놓은 채 치와와를 데리고 나온 20대 커플과 마주쳤다. 치와와는 이 씨의 반려견을 쫓아다니며 짖다가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했다. 당황한 이 씨는 커플에게 목줄을 잡아 달라고 요구했지만 커플은 멀찍이서 애완견의 이름만 부를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 씨는 “목줄이 놓인 채로 돌아다니는 개들은 기본적인 ‘콜 훈련’(주인이 이름을 부르면 주인에게로 되돌아가는 훈련)도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목줄은 꼭 필요한 안전장치인데 왜 목줄을 붙잡지 않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에게 물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 수는 2015년 1842명, 2016년 2111명, 2017년 2405명으로 증가 추세다.○ 과태료 규정 사실상 유명무실 법안 개정으로 과태료 액수가 크게 올랐지만 과태료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 주체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단속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단속을 하더라도 개 주인의 신원을 강제로 확인할 권한이 없어 목줄 단속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서울시내 한 자치구 관계자는 “혼자서 단속 업무를 처리하는데 현장 단속을 한 번 나가면 다른 업무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경우를 적발하더라도 인적 사항을 알려주는 개 주인은 열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다”라며 “경찰과 달리 지자체 공무원은 인적사항을 강제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 과태료를 물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의 민원신고 또한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 시민들이 목줄 관련 신고를 하려면 신고하려는 개와 개 주인이 함께 찍힌 사진을 확보해야 하고 또 주소를 포함한 개 주인의 인적사항을 직접 알아내야 한다. 박모 양(17)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반려견이 목줄이 풀린 대형견에게 엉덩이를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놀란 박 양은 대형견을 발로 차 떨어뜨린 뒤 반려견을 안고 달아났다. 지자체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 했지만 박 양에게는 대형견의 사진도, 대형견 주인의 신상정보도 없었다. 박 양은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강아지를 문 대형견 사진을 찍기는 힘들뿐더러 대형견 주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는커녕 대화를 나눌 정신도 없었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지자체의 단속 인력 부족”이라며 “지자체의 단속 인력을 확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경기 수원시에 사는 백모 씨(34·여)는 남자친구와 함께 2일 집 주변 공원에서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대형견 달마티안의 목줄을 붙잡지 않은 채 산책하던 50대 남성과 마주친 것. 주민들은 물론 다른 반려견들도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백 씨는 50대 남성에게 달마티안에 채워진 목줄을 잡아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 개는 순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대형견이 백 씨 주변을 맴돌아도 아랑곳 하지 않던 50대 남성은 백 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자 개를 끌고 사라졌다.● 구멍난 ‘펫티켓’에 위태로운 시민안전 2017년 10월 가수 최시원 씨의 애완견 프렌치불도그에 50대 여성이 물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3월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개정 법안엔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은 개주인에 대한 과태료 액수를 종전 최대 2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린 내용 등이 담겼다. 동물 안전조치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의 강도를 높여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단속 인력 부족으로 현장의 ‘목줄 갈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초 태어난 지 4개월 된 새끼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이모 씨(40)는 목줄을 놓은 채 치와와를 데리고 나온 20대 커플과 마주쳤다. 치와와는 이 씨의 반려견을 쫓아다니며 짖다가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했다. 당황한 이 씨는 커플에게 목줄을 잡아 달라고 요구했지만 커플은 멀찍이서 애완견의 이름만 부를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 씨는 “목줄이 놓인 채로 돌아다니는 개들은 기본적인 ‘콜 훈련(주인이 이름을 부르면 주인에게로 되돌아가는 훈련)’도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목줄은 꼭 필요한 안전장치인데 왜 목줄을 붙잡지 않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개 물림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에 물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 수는 2015년 1842명, 2016년 2111명, 2017년 2405명으로 증가 추세다.● 과태료 규정 사실상 유명무실 법안 개정으로 과태료 액수가 크게 올랐지만 과태료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 주체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단속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단속을 하더라도 개주인의 신원을 강제로 확인할 권한이 없어 목줄 단속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서울시내 한 자치구 관계자는 “혼자서 단속 업무를 처리하는데 현장 단속을 한 번 나가면 다른 업무는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경우를 적발하더라도 인적 사항을 알려주는 견주는 열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다”라며 “경찰과 달리 지자체 공무원은 인적사항을 강제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 과태료를 물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민원신고 또한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 시민들이 목줄 관련 신고를 하려면 신고하려는 개와 견주가 함께 찍힌 사진을 확보해야 하고 또 주소를 포함한 견주의 인적사항을 직접 알아내야 한다. 박모 양(17)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반려견이 목줄이 풀린 대형견에게 엉덩이를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놀란 박 양은 대형견을 발로 차 떨어뜨린 뒤 반려견을 안고 달아났다. 지자체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 했지만 박 양에게는 대형견의 사진도 대형견 주인의 신상정보도 없었다. 박 양은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강아지를 문 대형견 사진을 찍기는 힘들 뿐더러 대형견 주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는커녕 대화를 나눌 정신도 없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농림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지자체의 단속 인력 부족”이라며 “지자체 단속 인력 확대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함께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보일러 연통 분리에 따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4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2일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50분경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 씨(47) 등 일가족 4명이 두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재난본부에 따르면 A 씨는 “오전부터 두통이 심했는데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보일러를 확인했다”며 “연통이 빠져 있는 것을 보고 다시 결합한 뒤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A 씨 일가족이 두통과 구토 증상을 보인 원인이 보일러 연통이 분리돼 누출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면서 하마터면 지난달 고교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반복될 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월에는 충남 서산시에서 보일러 연통 분리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7세, 9세 아동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가스 공급업체나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보일러 시공과 사후 점검을 꼼꼼하게 할 책임이 있지만 시민들도 ‘안전 주인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보일러 점검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N포 세대’라고요? 포기하는 게 아니라 포기당하는 거죠.” “끈기가 없다고요? 끈기 없이 자기소개서 100장 쓸 수 있나요?” “놀러 다닐 생각만 한다고요? 모아 봤자 푼돈이라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요.” 본보가 심층 인터뷰한 전국의 20대 100명은 기성세대를 향해 자신들을 향한 선입견을 거둬 달라고 했다. 20대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고 그에 맞는 대책을 함께 찾자는 게 새해를 맞는 청년들의 요청이었다. 본보는 20대 청년들이 각자의 현실에서 끌어올린 ‘소소하지만 확실하고 실현가능한(소확실)’ 해법에 주목했다.》 “어른들은 우리가 한 우물을 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평생 직장’이 무의미해진 시대라는데 여러 경험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게 우리 세대 생존법입니다.” ―황지혜(20·여·대학생) 본보가 심층 인터뷰한 20대들은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여전히 선입견을 보인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실효성 있는 청년 대책이 나오려면 20대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팀은 기성세대가 20대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프레임 7개를 골라 20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카카오톡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김은지 eunji@donga.com·윤다빈 박선영 신아형 기자▼자수성가 힘든 세대, 소소한 행복에 눈돌려▼ 본보가 심층 인터뷰한 20대가 말하는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기성세대와 크게 달랐다. 사회·경제적인 성취를 우선시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은 ‘나를 잃지 않고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사는 것’을 성공의 핵심 요건으로 꼽았다. 여유로운 일상, 가까운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행복을 찾는 게 20대의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응답자들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등의 신조어를 자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대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성장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홍석영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이전 세대는 노력하면 자수성가가 가능했지만 요즘 20대는 그렇지 않다”며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성공과 행복의 기준이 ‘하향 평준화’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20대 입장에서는 현실의 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도형 청년문화포럼 상임부회장은 “새로운 것에 도전해도 성취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20대에게는 여행을 좋아하는 것 역시 어찌 보면 일종의 ‘도피성 행복’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20대가 소소한 성공과 행복을 꿈꾸는 이유는 이마저도 20대에게는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 연구원은 “기성세대가 ‘소소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지금 20대에게는 현실의 큰 벽을 넘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취업은커녕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든 20대는 여가 자체가 많지 않다. 그 결과 ‘원데이 클래스’나 ‘취미 키트’처럼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취미활동에서 행복을 찾는 20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소연 기자※본보의 ‘전국 20대 100명 심층 인터뷰’는 강동웅 공태현 김소영 남건우 박상준 박선영 신아형 여현교 염정원 이소연 최수연 기자가 진행했습니다.}

“청년 정책에 수십조 원이 쓰인다는데 그 정책이 뭔지 전혀 모르겠어요.” “현실은 막막한데 실질적인 변화를 주는 대책은 없어요.” 본보가 심층 면접한 20대 100명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청년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거대 담론만 난무할 뿐 취업 준비와 생활 안정 등 당장의 일상에 필요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본보는 이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하고 실현 가능한(소확실)’ 대안을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채용 불합격 시 낙방 이유 공개, 지방 거주자 면접 시간 오후 배정, PC방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안전을 위한 신고벨 설치 등 참신한 제안이 많이 나왔다. ○ “채용 불합격한 이유 알려 주세요” 20대 응답자들 중 상당수는 수십 회 채용에 떨어진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끊이지 않는 채용비리 뉴스를 접하며 채용 과정을 신뢰하기 어려워졌다는 불신을 내비쳤다. 마땅한 이유도 모른 채 낙방을 반복하는 것에 대한 막막함도 호소했다. 취업준비생 조현아 씨(27·여)는 “면접은 계속 떨어져도 왜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회사에서 불합격 이유를 알려준다면 다음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민 씨(27)는 “이미 해당 직종에 대해 충분히 경험한 사람들이 경험이 없는 지원자에게 압박면접 방식으로 ‘갑질’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진짜 경험하고 배우는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탈락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 거리를 고려해 지방 거주자는 면접 시간을 오후로 해 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취업준비생 임형준 씨(27)는 “지방에 사는 사람은 면접을 아침에 보게 되면 전날 올라가서 숙소를 구해 자야 한다. 오후로 시간을 미뤄주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응답자들의 경우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남성과 여성의 지원 비율과 합격자 비율을 각각 공개해 달라는 요구였다. 면접 과정에서 ‘성희롱 질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원자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남자친구 유무를 묻는 질문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제안도 많았다. 현재 정부 정책은 정규직 사원을 채용한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나 취업자 현금 지원 등 경제적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소기업에서 퇴사한 김나영 씨(25·여)는 “대기업은 입사 후 실무 노하우를 알려주는 기간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런 게 없다”며 “업무 매뉴얼의 체계적인 인수인계 등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재민 씨(26)는 “중소기업 업무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나친 야근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험 아르바이트에 신고벨 설치해 주세요” 술집, PC방, 야간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많기 때문인지 사건 사고 예방에 대한 요구도 많았다. 이들은 위험 상황을 즉각 알릴 수 있도록 신고벨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소진 씨(24·여)는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위험 고객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대 하청 근로자 김용균 씨가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점검 도중 숨진 사건 이후 안전 설비를 강화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생산직 종사자 유지현 씨(27·여)는 “몸이 기계에 끼일 경우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센서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건설업 근로자에게 안전교육 비용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현재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기초안전보건교육비는 3만∼5만 원 수준인데 이를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 5만 원 처분에 불과해 근로자가 교육비를 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이모 씨(29)는 “막노동을 하는 청년들은 주머니 사정이 안 좋다. 몇만 원이라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몰카 안전지역 ‘구글 지도’로 만들어 주세요” 주거 안정도 20대들에겐 시급한 문제다. 저렴한 청년 임대주택의 공급과 기숙사 확대를 촉구하는 제안이 많았다. 이지은 씨(25·여)는 “취업준비생에겐 고시원도 비싸다. 청년을 위해 저렴한 집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현 씨(20)는 “정부에서 공유주택 같은 새로운 대안을 내놔야 주거 문제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평등 부문에서는 지난해 이어진 대학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반영하듯 교수 강의평가에 젠더 감수성 문항을 넣어달라는 제안이 나왔다. 취업준비생 구현진 씨(22·여)는 “교수나 강사가 성차별 발언이나 성희롱을 하는지를 5개 구간으로 나눠 점수를 매기면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경찰이 협력해 ‘몰카 불법촬영 안전지역 지도’를 만들어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협력해 서울 신촌 일대 사업장 118곳의 불법촬영 카메라를 탐지한 뒤 ‘불법촬영 안전지역 지도’를 만든 사례에서 착안한 것이다.윤다빈 empty@donga.com·김은지 기자 염정원 기자※본보의 ‘전국 20대 100명 심층 인터뷰’는 강동웅 공태현 김소영 남건우 박상준 박선영 신아형 여현교 염정원 이소연 최수연 기자가 진행했습니다.}
20대들이 뉴스에 관심을 갖는 기준은 ‘공동체’가 아니라 ‘나’였다. 자신의 삶과 직접 관련이 있는 소식,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인물에 관심을 갖고 뉴스를 소비했다. 국가, 민족 등 공동체 단위의 사안에 주로 집중했던 기성세대와 차이가 크다. 전문가들은 20대가 정치·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데다 뉴스를 접하는 매체도 달라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국도형 청년문화포럼 상임부회장은 “취업 등 개인적 과제로 바쁜 20대들은 정치·사회적 문제를 살펴볼 여유가 많지 않다”며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조차 공동체의 일에 깊이 있게 관여하는 것에는 염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는 신문이나 TV가 아닌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며 “원하는 소식과 소통 채널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 관심사에 더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20대가 기성세대와 달리 개인의 행복과 관심사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어서 자신과 관련된 뉴스에 더 몰입한다고 말한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대는 가족의 단위가 작아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볍고 느슨한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한 세대”라며 “주변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영민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연구원은 “기성세대가 공동체의 발전이 개인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었다면 지금 20대는 개인의 발전이 공동체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며 “공동체의 관심사와 행복보다는 개인의 관심사와 행복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뉴스 소비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