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김은지 기자

동아일보 산업2부

구독 119

추천

안녕하세요. 김은지 기자입니다.

eunji@donga.com

취재분야

2026-03-02~2026-04-01
산업38%
경제일반23%
기업17%
유통13%
정책/칼럼3%
사고3%
인물/CEO3%
  • ‘암사역 흉기난동’ 경찰 소극대응 논란

    13일 오후 8시경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후… 칼부림 사건이 눈앞에 일어났네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랐다. 함께 첨부된 2분 13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이날 오후 7시경 서울 강동구 지하철 8호선 암사역 3번 출구 앞에서 한모 군(19)이 경찰 2명과 대치하다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기 전 한 군은 친구 박모 군(19)을 둔기로 위협하고 커터칼로 허벅지를 찔렀다. 강동경찰서는 “13일 오후 6시 57분 최초 신고가 접수된 뒤 7시 1분 현장에 도착했고 7시 5분에 한 군을 체포했다”고 14일 밝혔다. 신고 접수 후 8분 만에 상황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영상을 통해 경찰들이 한 군을 곧바로 제압하지 못하고 3∼4m 정도 떨어져 대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대응에 비난이 쏟아졌다. 커터칼을 손에 쥔 한 군이 경찰에 맞서자 다가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듯한 장면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 누리꾼은 “경찰이 테이저건(전기충격기)과 삼단봉 등 진압 장비를 갖추고도 제대로 사용하지를 못해 시민들이 위험에 처할 뻔했다”고 지적했다. 동영상에는 경찰관이 한 군을 향해 테이저건을 쐈지만 빗맞는 장면과 삼단봉을 꺼내고도 한 군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미국 경찰처럼 총으로 제압하는 것도 아니고 테이저건으로 제압하는데도 이렇게 소극적이어야 하느냐”며 경찰 대응에 불만을 표시했다. 경찰은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장에 출동한 한 경찰관은 “진압장비 사용 매뉴얼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 지침에 따르면 테이저건은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3∼4.5m의 적정 거리에서 발사하게 돼 있는데 이를 지켰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민갑룡 경찰청장도 “경찰들은 매뉴얼대로 했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민 청장은 다만 “현재 사용 중인 수입 테이저건은 전극이 2개인데 조준 불빛은 1개여서 문제가 많다”며 성능 문제를 지적했다. 또 테이저건 카트리지가 고가여서 평소 사격훈련을 충분히 못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1회용 소모품인 카트리지 가격은 개당 4만8000원 선이다. 한 군은 슈퍼마켓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박 군이 자신을 공범으로 지목한 데 앙심을 품고 커터칼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수절도 및 보복상해 혐의로 한 군에 대한 구속영장을 14일 신청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심규권 기자}

    • 2019-01-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성폭행 아빠 용서? 선처편지 쓴 소녀는 마냥 울었다

    “나는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았는데, 법원은 왜 형을 깎아주는 거죠?” 김민주(가명·18) 양은 자신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아버지가 지난달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됐다는 소식에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아버지는 김 양이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2009년부터 수년에 걸쳐 딸의 몸을 만지고 성폭행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딸이 법원에 보내온 편지를 보고 피고인에 대한 형을 줄여주기로 결심했다”며 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의사를 재차 밝힌 점을 참작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편지의 내용은 김 양의 진심이 아니었다. 가족들의 집요한 회유를 못 견뎌 억지로 쓴 편지였다.○ “너만 눈감아주면…” 가족 회유에 굴복 김 양과 같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재판부에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편지를 내거나 가해자를 면회하는 등 얼핏 합의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한다. 친족 성폭력 범죄는 2013년 6월 친고죄 조항이 폐지돼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가 선처를 바랄 경우 이를 양형 요소로 반영한다. 서울고법은 2015년 동거녀의 10대 세 자매를 성폭행한 남성에 대해 1심(징역 7년)보다 감형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가 가장 컸던 큰 언니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점을 참작했다. 전문가들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합의 의사는 다른 가족에 의해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어머니와 자매 등 밀접한 관계에 있는 가족들이 회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너만 눈감아주면 다른 가족들이 잘살 수 있다”, “아빠가 돈을 벌어야 너와 동생들이 대학에 간다”는 말들이 자주 동원된다. 가해자 없이 생계유지가 어려운 가정의 피해자들은 그런 요구에 굴복하기 더 쉽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증오와 애착이 얽힌 양가감정과 더불어 가정을 파탄 냈다는 죄책감까지 느낀다. 몇 달 전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A 양(17)은 “오빠를 용서했다”며 재판부에 오빠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A 양은 이후 심리 치료 과정에서는 억눌린 분노와 억울함을 드러내며 오열했다.○ “감형편지 배제해야” vs “무시할 수는 없어”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를 판결에 반영할지를 놓고, 성폭력 전문가와 법원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이명숙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장은 “미성년 피해자가 많아 다른 가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합의 의사를 양형요소로 반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피해자가 진정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문제조차 삼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의 선처 편지로 실제 감형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법원은 피해자의 의사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자세다. 유독 친족 성폭력 재판에서만 합의를 배제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피해자가 진심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그 의사가 무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부도 양형 조사관, 피해자 변호인 등에게 피해자 의사 확인을 요청하는 등 편지의 진위를 판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피해자 보호기관과 전문 상담사가 피해자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해 법원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은지 eunji@donga.com·이지훈·고도예 기자}

    • 2019-0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목줄 풀린 개’ 단속법 있으나 마나

    경기 수원시에 사는 백모 씨(34)는 남자친구와 함께 2일 집 주변 공원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대형견 달마티안의 목줄을 붙잡지 않은 채 산책하던 50대 남성과 마주친 것. 주민들은 물론이고 다른 반려견들도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백 씨는 50대 남성에게 달마티안에게 채워진 목줄을 잡아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 개는 순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대형견이 백 씨 주변을 맴돌아도 아랑곳하지 않던 50대 남성은 백 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개를 끌고 사라졌다.○ 구멍난 ‘펫티켓’에 위태로운 시민안전 2017년 10월 가수 최시원 씨의 애완견 프렌치불도그에게 50대 여성이 물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3월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개정 법안엔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개 주인에 대한 과태료 액수를 종전 최대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린 내용 등이 담겼다. 동물 안전조치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의 강도를 높여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단속 인력 부족으로 현장의 ‘목줄 갈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초 태어난 지 4개월 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이모 씨(40)는 목줄을 놓은 채 치와와를 데리고 나온 20대 커플과 마주쳤다. 치와와는 이 씨의 반려견을 쫓아다니며 짖다가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했다. 당황한 이 씨는 커플에게 목줄을 잡아 달라고 요구했지만 커플은 멀찍이서 애완견의 이름만 부를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 씨는 “목줄이 놓인 채로 돌아다니는 개들은 기본적인 ‘콜 훈련’(주인이 이름을 부르면 주인에게로 되돌아가는 훈련)도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목줄은 꼭 필요한 안전장치인데 왜 목줄을 붙잡지 않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에게 물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 수는 2015년 1842명, 2016년 2111명, 2017년 2405명으로 증가 추세다.○ 과태료 규정 사실상 유명무실 법안 개정으로 과태료 액수가 크게 올랐지만 과태료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 주체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단속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단속을 하더라도 개 주인의 신원을 강제로 확인할 권한이 없어 목줄 단속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서울시내 한 자치구 관계자는 “혼자서 단속 업무를 처리하는데 현장 단속을 한 번 나가면 다른 업무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경우를 적발하더라도 인적 사항을 알려주는 개 주인은 열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다”라며 “경찰과 달리 지자체 공무원은 인적사항을 강제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 과태료를 물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의 민원신고 또한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 시민들이 목줄 관련 신고를 하려면 신고하려는 개와 개 주인이 함께 찍힌 사진을 확보해야 하고 또 주소를 포함한 개 주인의 인적사항을 직접 알아내야 한다. 박모 양(17)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반려견이 목줄이 풀린 대형견에게 엉덩이를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놀란 박 양은 대형견을 발로 차 떨어뜨린 뒤 반려견을 안고 달아났다. 지자체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 했지만 박 양에게는 대형견의 사진도, 대형견 주인의 신상정보도 없었다. 박 양은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강아지를 문 대형견 사진을 찍기는 힘들뿐더러 대형견 주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는커녕 대화를 나눌 정신도 없었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지자체의 단속 인력 부족”이라며 “지자체의 단속 인력을 확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9-01-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목줄 안한 개 신고했더니…“견주 신상정보 알아오세요”

    경기 수원시에 사는 백모 씨(34·여)는 남자친구와 함께 2일 집 주변 공원에서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대형견 달마티안의 목줄을 붙잡지 않은 채 산책하던 50대 남성과 마주친 것. 주민들은 물론 다른 반려견들도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백 씨는 50대 남성에게 달마티안에 채워진 목줄을 잡아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 개는 순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대형견이 백 씨 주변을 맴돌아도 아랑곳 하지 않던 50대 남성은 백 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자 개를 끌고 사라졌다.● 구멍난 ‘펫티켓’에 위태로운 시민안전 2017년 10월 가수 최시원 씨의 애완견 프렌치불도그에 50대 여성이 물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3월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개정 법안엔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은 개주인에 대한 과태료 액수를 종전 최대 2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린 내용 등이 담겼다. 동물 안전조치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의 강도를 높여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단속 인력 부족으로 현장의 ‘목줄 갈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초 태어난 지 4개월 된 새끼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이모 씨(40)는 목줄을 놓은 채 치와와를 데리고 나온 20대 커플과 마주쳤다. 치와와는 이 씨의 반려견을 쫓아다니며 짖다가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했다. 당황한 이 씨는 커플에게 목줄을 잡아 달라고 요구했지만 커플은 멀찍이서 애완견의 이름만 부를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 씨는 “목줄이 놓인 채로 돌아다니는 개들은 기본적인 ‘콜 훈련(주인이 이름을 부르면 주인에게로 되돌아가는 훈련)’도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목줄은 꼭 필요한 안전장치인데 왜 목줄을 붙잡지 않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개 물림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에 물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 수는 2015년 1842명, 2016년 2111명, 2017년 2405명으로 증가 추세다.● 과태료 규정 사실상 유명무실 법안 개정으로 과태료 액수가 크게 올랐지만 과태료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 주체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단속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단속을 하더라도 개주인의 신원을 강제로 확인할 권한이 없어 목줄 단속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서울시내 한 자치구 관계자는 “혼자서 단속 업무를 처리하는데 현장 단속을 한 번 나가면 다른 업무는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경우를 적발하더라도 인적 사항을 알려주는 견주는 열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다”라며 “경찰과 달리 지자체 공무원은 인적사항을 강제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 과태료를 물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민원신고 또한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 시민들이 목줄 관련 신고를 하려면 신고하려는 개와 견주가 함께 찍힌 사진을 확보해야 하고 또 주소를 포함한 견주의 인적사항을 직접 알아내야 한다. 박모 양(17)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반려견이 목줄이 풀린 대형견에게 엉덩이를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놀란 박 양은 대형견을 발로 차 떨어뜨린 뒤 반려견을 안고 달아났다. 지자체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 했지만 박 양에게는 대형견의 사진도 대형견 주인의 신상정보도 없었다. 박 양은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강아지를 문 대형견 사진을 찍기는 힘들 뿐더러 대형견 주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는커녕 대화를 나눌 정신도 없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농림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지자체의 단속 인력 부족”이라며 “지자체 단속 인력 확대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함께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9-01-08
    • 좋아요
    • 코멘트
  • 하마터면… 남양주서도 보일러 연통 분리 사고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보일러 연통 분리에 따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4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2일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50분경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 씨(47) 등 일가족 4명이 두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재난본부에 따르면 A 씨는 “오전부터 두통이 심했는데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보일러를 확인했다”며 “연통이 빠져 있는 것을 보고 다시 결합한 뒤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A 씨 일가족이 두통과 구토 증상을 보인 원인이 보일러 연통이 분리돼 누출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면서 하마터면 지난달 고교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반복될 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월에는 충남 서산시에서 보일러 연통 분리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7세, 9세 아동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가스 공급업체나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보일러 시공과 사후 점검을 꼼꼼하게 할 책임이 있지만 시민들도 ‘안전 주인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보일러 점검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9-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N포세대가 아니라 포기당하는 것… 끈기 없인 취업준비도 못해”

    《“‘N포 세대’라고요? 포기하는 게 아니라 포기당하는 거죠.” “끈기가 없다고요? 끈기 없이 자기소개서 100장 쓸 수 있나요?” “놀러 다닐 생각만 한다고요? 모아 봤자 푼돈이라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요.” 본보가 심층 인터뷰한 전국의 20대 100명은 기성세대를 향해 자신들을 향한 선입견을 거둬 달라고 했다. 20대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고 그에 맞는 대책을 함께 찾자는 게 새해를 맞는 청년들의 요청이었다. 본보는 20대 청년들이 각자의 현실에서 끌어올린 ‘소소하지만 확실하고 실현가능한(소확실)’ 해법에 주목했다.》 “어른들은 우리가 한 우물을 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평생 직장’이 무의미해진 시대라는데 여러 경험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게 우리 세대 생존법입니다.” ―황지혜(20·여·대학생) 본보가 심층 인터뷰한 20대들은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여전히 선입견을 보인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실효성 있는 청년 대책이 나오려면 20대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팀은 기성세대가 20대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프레임 7개를 골라 20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카카오톡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김은지 eunji@donga.com·윤다빈 박선영 신아형 기자▼자수성가 힘든 세대, 소소한 행복에 눈돌려▼ 본보가 심층 인터뷰한 20대가 말하는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기성세대와 크게 달랐다. 사회·경제적인 성취를 우선시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은 ‘나를 잃지 않고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사는 것’을 성공의 핵심 요건으로 꼽았다. 여유로운 일상, 가까운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행복을 찾는 게 20대의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응답자들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등의 신조어를 자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대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성장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홍석영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이전 세대는 노력하면 자수성가가 가능했지만 요즘 20대는 그렇지 않다”며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성공과 행복의 기준이 ‘하향 평준화’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20대 입장에서는 현실의 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도형 청년문화포럼 상임부회장은 “새로운 것에 도전해도 성취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20대에게는 여행을 좋아하는 것 역시 어찌 보면 일종의 ‘도피성 행복’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20대가 소소한 성공과 행복을 꿈꾸는 이유는 이마저도 20대에게는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 연구원은 “기성세대가 ‘소소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지금 20대에게는 현실의 큰 벽을 넘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취업은커녕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든 20대는 여가 자체가 많지 않다. 그 결과 ‘원데이 클래스’나 ‘취미 키트’처럼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취미활동에서 행복을 찾는 20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소연 기자※본보의 ‘전국 20대 100명 심층 인터뷰’는 강동웅 공태현 김소영 남건우 박상준 박선영 신아형 여현교 염정원 이소연 최수연 기자가 진행했습니다.}

    • 2019-01-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채용 불합격 이유 알려줬으면”… “야간 알바, 위험 신고벨 설치를”

    “청년 정책에 수십조 원이 쓰인다는데 그 정책이 뭔지 전혀 모르겠어요.” “현실은 막막한데 실질적인 변화를 주는 대책은 없어요.” 본보가 심층 면접한 20대 100명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청년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거대 담론만 난무할 뿐 취업 준비와 생활 안정 등 당장의 일상에 필요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본보는 이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하고 실현 가능한(소확실)’ 대안을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채용 불합격 시 낙방 이유 공개, 지방 거주자 면접 시간 오후 배정, PC방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안전을 위한 신고벨 설치 등 참신한 제안이 많이 나왔다. ○ “채용 불합격한 이유 알려 주세요” 20대 응답자들 중 상당수는 수십 회 채용에 떨어진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끊이지 않는 채용비리 뉴스를 접하며 채용 과정을 신뢰하기 어려워졌다는 불신을 내비쳤다. 마땅한 이유도 모른 채 낙방을 반복하는 것에 대한 막막함도 호소했다. 취업준비생 조현아 씨(27·여)는 “면접은 계속 떨어져도 왜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회사에서 불합격 이유를 알려준다면 다음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민 씨(27)는 “이미 해당 직종에 대해 충분히 경험한 사람들이 경험이 없는 지원자에게 압박면접 방식으로 ‘갑질’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진짜 경험하고 배우는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탈락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 거리를 고려해 지방 거주자는 면접 시간을 오후로 해 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취업준비생 임형준 씨(27)는 “지방에 사는 사람은 면접을 아침에 보게 되면 전날 올라가서 숙소를 구해 자야 한다. 오후로 시간을 미뤄주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응답자들의 경우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남성과 여성의 지원 비율과 합격자 비율을 각각 공개해 달라는 요구였다. 면접 과정에서 ‘성희롱 질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원자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남자친구 유무를 묻는 질문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제안도 많았다. 현재 정부 정책은 정규직 사원을 채용한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나 취업자 현금 지원 등 경제적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소기업에서 퇴사한 김나영 씨(25·여)는 “대기업은 입사 후 실무 노하우를 알려주는 기간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런 게 없다”며 “업무 매뉴얼의 체계적인 인수인계 등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재민 씨(26)는 “중소기업 업무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나친 야근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험 아르바이트에 신고벨 설치해 주세요” 술집, PC방, 야간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많기 때문인지 사건 사고 예방에 대한 요구도 많았다. 이들은 위험 상황을 즉각 알릴 수 있도록 신고벨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소진 씨(24·여)는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위험 고객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대 하청 근로자 김용균 씨가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점검 도중 숨진 사건 이후 안전 설비를 강화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생산직 종사자 유지현 씨(27·여)는 “몸이 기계에 끼일 경우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센서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건설업 근로자에게 안전교육 비용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현재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기초안전보건교육비는 3만∼5만 원 수준인데 이를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 5만 원 처분에 불과해 근로자가 교육비를 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이모 씨(29)는 “막노동을 하는 청년들은 주머니 사정이 안 좋다. 몇만 원이라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몰카 안전지역 ‘구글 지도’로 만들어 주세요” 주거 안정도 20대들에겐 시급한 문제다. 저렴한 청년 임대주택의 공급과 기숙사 확대를 촉구하는 제안이 많았다. 이지은 씨(25·여)는 “취업준비생에겐 고시원도 비싸다. 청년을 위해 저렴한 집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현 씨(20)는 “정부에서 공유주택 같은 새로운 대안을 내놔야 주거 문제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평등 부문에서는 지난해 이어진 대학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반영하듯 교수 강의평가에 젠더 감수성 문항을 넣어달라는 제안이 나왔다. 취업준비생 구현진 씨(22·여)는 “교수나 강사가 성차별 발언이나 성희롱을 하는지를 5개 구간으로 나눠 점수를 매기면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경찰이 협력해 ‘몰카 불법촬영 안전지역 지도’를 만들어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협력해 서울 신촌 일대 사업장 118곳의 불법촬영 카메라를 탐지한 뒤 ‘불법촬영 안전지역 지도’를 만든 사례에서 착안한 것이다.윤다빈 empty@donga.com·김은지 기자 염정원 기자※본보의 ‘전국 20대 100명 심층 인터뷰’는 강동웅 공태현 김소영 남건우 박상준 박선영 신아형 여현교 염정원 이소연 최수연 기자가 진행했습니다.}

    • 2019-01-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가 등 공동체보다 ‘나’와 관련된 뉴스 몰입

    20대들이 뉴스에 관심을 갖는 기준은 ‘공동체’가 아니라 ‘나’였다. 자신의 삶과 직접 관련이 있는 소식,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인물에 관심을 갖고 뉴스를 소비했다. 국가, 민족 등 공동체 단위의 사안에 주로 집중했던 기성세대와 차이가 크다. 전문가들은 20대가 정치·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데다 뉴스를 접하는 매체도 달라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국도형 청년문화포럼 상임부회장은 “취업 등 개인적 과제로 바쁜 20대들은 정치·사회적 문제를 살펴볼 여유가 많지 않다”며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조차 공동체의 일에 깊이 있게 관여하는 것에는 염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는 신문이나 TV가 아닌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며 “원하는 소식과 소통 채널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 관심사에 더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20대가 기성세대와 달리 개인의 행복과 관심사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어서 자신과 관련된 뉴스에 더 몰입한다고 말한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대는 가족의 단위가 작아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볍고 느슨한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한 세대”라며 “주변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영민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연구원은 “기성세대가 공동체의 발전이 개인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었다면 지금 20대는 개인의 발전이 공동체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며 “공동체의 관심사와 행복보다는 개인의 관심사와 행복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뉴스 소비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강동웅 기자}

    • 2018-12-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는 알바, 아버진 자영업자” 고달팠던 청춘들

    “강서 PC방 살인사건은 내 집 같은 곳에서 벌어진 일이죠.” “나와 동생은 알바, 아버지는 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마음이 복잡했어요.” 대부분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 초년생인 20대 청년들은 올 한 해 어떤 뉴스를 가장 인상 깊게 봤을까. 동아일보는 12월 한 달간 전국의 20∼29세 100명을 대상으로 올해 주요 뉴스를 선정하도록 하고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 이유를 상세히 들어봤다. 전문가에게 자문해 16개의 주요 뉴스를 추린 뒤 이 중 3개씩 고르도록 했다. 미래 세대인 이들의 관심사에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담겨 있었다. 설문 결과 이들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48명),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43명)에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34명)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세 뉴스 모두 20대가 아르바이트나 인턴, 취업 준비를 하며 겪고 있는 일상과 직결된 이슈였다. 이들은 인턴을 하며 당한 성희롱, 각종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경험한 ‘갑질’ 피해 등을 취재팀에 진솔하게 털어놨다. 구모 씨(22·여)는 “인턴 때 나이 많은 상사가 ‘좋아한다’고 접근했다. 싫었지만 웃어야 했다”고 말했다. 단일 사건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예상외로 많은 표를 받은 것은 PC방에서 여가를 보내거나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많은 20대가 감정이입을 한 결과로 보인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39명)도 주요 뉴스로 꼽혔다. 20대는 남북관계 개선이 통일로 이어져 취업난 해소에 도움이 되길 기대했고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관심을 보였다. 20대는 올해의 화두로 ‘공정’ ‘기회균등’ ‘계층 역전’을 많이 언급했다. 이 같은 인식이 반영돼 숙명여고 내신비리(17명), 집값 폭등(10명), 채용비리(9명) 등의 이슈 역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 사회에 대한 불만을 공통적으로 토로했다. ‘정말 너무한다’는 분노와 ‘우리 사회가 원래 그런 것 아니냐’는 체념이 교차했다. 비트코인 열풍을 주요 뉴스로 꼽은 20대가 20명에 달한 것은 다른 방식으로는 신분 상승이 어려워진 세태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윤다빈 empty@donga.com·김은지 기자}

    • 2018-12-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PC방은 집같은 곳인데… 나도 당할수 있을 것 같아 섬뜩”

    《 “PC방에 자주 가요. 좁은 공간에 아르바이트생과 손님들이 늦은 밤까지 함께 있다 보니 크고 작은 마찰이 종종 생겨서 ‘저러다 싸움이 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가해자, 피해자 모두 원래는 저처럼 평범한 20대였을 텐데 자제력을 잃으면서 벌어진 일 같아 안타까워요.”-서상혁 씨(27·취업준비생) 동아일보 조사에서 20대들은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10대 뉴스 가운데 2위로 꼽았다. 1위로 선정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는 여러 개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회현상으로 확대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일 사건으로는 PC방 살인사건이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이다. 자신의 삶과 밀접한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을 관심 뉴스로 선정한 20대들은 PC방에 얽힌 경험을 갖고 있었다. 대학생 서민준 씨(25)는 “20대 남자에게 PC방은 자기 집 같은 곳인데 나도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일 같아 두렵다”며 “예전엔 PC방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에게 ‘조용히 하라’며 항의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가만히 있는다”고 말했다.○ “PC방 살인사건, 내 경험과 비슷” 20대들이 선정한 10대 뉴스 하나하나에는 고단하고 막막한 일상에서 어떻게든 행복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의 삶과 경험이 녹아 있다. PC방 살인사건에는 본인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은 ‘을(乙)’로서의 경험, 공권력의 도움이 필요했을 때 외면 당한 경험이 투영됐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최혜민 씨(24·여)는 “술 취한 남자 손님이 자꾸 나를 노려보고 때릴 것처럼 위협해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며 “PC방 살인사건 때처럼 출동한 경찰은 손님을 데리고 나갔을 뿐이었다. 몇 분 안 지나 그 손님이 다시 들어와 ‘네가 신고했느냐’며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알바세대’인 20대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몸소 실감하는 당사자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10대 뉴스 가운데 네 번째로 꼽힌 이유다. 군 제대 후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백동우 씨(22)는 “입대하기 전에는 10시간 일하면 5만 원 벌었는데 지금은 8만 원 번다”며 “어른들은 고민이 많은 모양이지만 아르바이트하는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기분 좋은 뉴스”라고 말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을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는 처지인 20대도 있었다. 대학생 김정훈 씨(27)는 “아버지는 자영업을 하고 나는 코인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친구들은 시급이 올라서 좋다고 하지만 나는 아버지 생각이 난다. 하는 것 없이 앉아 있는 시간에는 사장에게 괜히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워라밸 희망 취업을 앞둔 20대에게 근로시간 단축은 삶의 질과 직접 연결되는 이슈다. 일자리 증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실현에 대한 기대가 주를 이뤘다. 취준생 박경난 씨(26·여)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는 어머니는 일한 시간만큼 수당을 받는데 일찍 퇴근하는 날이 많아져 급여가 줄었다고 걱정하더라”며 “내 입장에서는 어쨌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이고 실제 예전보다 사람을 더 뽑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경은 씨(23·여)는 “이미 취업한 친구 중 일주일에 35시간만 일하는 친구가 있다. 취업 뒤에도 ‘워라밸’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뉴스를 보며 부모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20대도 있었다. 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일터에서 늦은 밤까지 일했던 50, 60대다. 대학생 최윤정 씨(21·여)는 “아버지가 원래는 매일 오후 8시는 돼야 퇴근했다. ‘주 52시간제’ 이후로는 오후 6시엔 집에 오고 개인 약속을 잡거나 여가 생활을 즐긴다”고 말했다. 과로로 인한 아픔을 겪은 응답자도 있었다. 서민준 씨는 “아버지가 주 6일, 하루 평균 12시간씩 일하시다 5월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생 일만 하고 사신 아버지가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더 이상 일하다 죽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주 52시간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미투’ 열풍에 남녀 시각차 미투 열풍은 20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00명의 응답자 중 여성은 53명이었는데 이 중 28명(52.8%)이 미투를 올해 주요 뉴스로 꼽았다. 남성(47명) 역시 미투를 주요 뉴스로 꼽은 응답자가 20명(42.6%)에 달한다. 여성 응답자들은 실제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던 경험을 설명하며 미투 폭로자들에게 공감을 표했다. 구모 씨(22·여)는 “인턴 할 때 상사가 나를 이성으로 대하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싫었지만 ‘인턴 끝날 때까지 3개월만 더 참자’고 생각하며 버텼다”고 말했다. 남성들의 응답 중에는 미투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학생 이모 씨(25)는 “여학생들과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어깨를 두드리거나 하이파이브를 하곤 했는데 미투 이후로는 머뭇거리게 됐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논란도 20대의 눈길을 끌었다. 온·오프라인에서 젠더 갈등을 겪은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임재민 씨(26)는 “혜화역 시위(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나 워마드(여성 우월주의 사이트)를 둘러싼 논쟁이 인터넷에서 워낙 ‘핫’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김은지 eunji@donga.com·윤다빈·남건우·최수연 기자 ※본보의 ‘전국 20대 100명 심층 인터뷰’는 강동웅 공태현 김소영 남건우 박상준 박선영 신아형 여현교 염정원 이소연 최수연 기자가 진행했습니다.}

    • 2018-12-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이 손잡고 찾은 박물관… 천장서 ‘소화가스’ 쏟아져 실신-대피

    28일 오전 10시 42분경 서울 서대문구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3층 지구환경관. A 씨(40)는 겨울 휴가를 맞아 7세, 4세 두 아들과 전시를 구경하다가 ‘하얀 날벼락’을 맞았다. 갑자기 천장에서 ‘퍽’ 소리가 나더니 희뿌연 가스가 쏟아져 3층을 가득 채운 것이다. 당시 3층에 있던 2∼7세 아동 7명과 30, 40대 부모 6명 등 13명이 기침과 비명을 쏟아내면서 일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는 바닥에 구토를 하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이들은 하얀 가스에 시야가 가려 비상구 불빛이 안 보이는 혼란에 빠졌다가 간신히 구조됐다. ○ ‘3’ 버튼 잘못 눌러 대혼란 연말을 맞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찾은 가족들을 덮친 사고는 소방시설 점검업체의 황당한 실수에서 비롯됐다. 점검업체 직원이 지하 1층에서 소방시설 작동 기능을 점검하다가 3층의 소화시설을 작동시키는 ‘3’ 버튼을 실수로 눌렀다고 한다. 당시 박물관 직원이 옆에 있었지만 실수를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검업체 직원이 작동 버튼을 누르자 3층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서 가스형 소화약제 ‘NAF S-Ⅲ’가 당시 현장에 있던 관람객들을 덮치면서 대혼란이 벌어졌다. 3층 관람객 13명은 뿌연 가스에 갇혀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구조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3층에 있던 관람객 일부는 가스를 마시고 실신했다. 구조된 13명 중 7명이 두 살배기 외국인 어린이 등 7세 이하 영·유아였다. 이들은 모두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어지럼증과 어깨 통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소화약제 설비를 오작동시킨 점검업체는 소방청장이 실시하는 관리사시험을 통과해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공인된 곳이었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건물 관계인은 소방시설 점검을 소방시설 관리업체에 위탁할 수 있고, 업체 소속 소방시설관리사들이 시설을 점검한다. 본보는 해당 점검업체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전문가가 점검했는데도 이런 황당한 사고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이 소방시설 점검업체의 인력 운용을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관리사들은 전문적인 인력이라 실수가 덜하지만 보조 인력이 실수해 가스 누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기준치 이상 흡입하면 부작용 있어” 박물관 3층을 덮친 소화약제 ‘NAF S-Ⅲ’는 청정 소화약제라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이 소화약제는 가스 형태로 돼 있어 불을 끌 때 이물질이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약제로 인한 유물의 손상을 막기 위해 박물관에서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준치 이상 소화약제를 흡입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출된 사람들이 구토나 현기증을 호소했다면 약제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을 초과해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색무취한 약제의 누출을 방지하려고 넣는 오렌지향이 나는 부취제가 몸에 묻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사고 현장에서는 오렌지향이 진동했다. 당시 3층에 있었던 A 씨는 “가스 때문에 옷에도 얼룩이 지고 냄새도 빠지지 않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사고 직후 하루 동안 휴관하고 피해자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물관 화재보험으로 부상자의 병원비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은 “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상당히 놀라셨을 텐데 죄송한 마음”이라며 “병원비 지원뿐 아니라 다른 피해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 최대한 불편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2-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버지는 살인자… 감형없이 선고를”

    “재판장님, 저 살인자에게 정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십시오.” 21일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 서울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 씨(48)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둘째 딸 김모 씨(22)는 아버지를 살인자라고 불렀다. 딸은 방청석에서 걸어 나와 증인석에 설 때까지 아버지를 줄곧 노려봤다. 아버지 김 씨가 앉아 있던 피고인석은 증인석과 불과 1.5m 거리였다. 피고인 김 씨는 자신을 노려보는 딸과 차마 눈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봤다. 딸 김 씨는 어머니가 올 10월 22일 새벽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버지에게 살해당하기까지 얼마나 잔혹한 폭행에 시달렸는지 담담한 목소리로 증언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김 씨가 전 부인 이모 씨(47)를 살해하기 전 이 씨의 차량에 몰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설치하고 신원을 숨기기 위해 가발을 쓴 채 접근한 사실을 공개했다. 검사는 “(김 씨가) 이 씨를 살해하기 전 피해자 모친과 딸들을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강력범죄 재범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다”면서 무기징역과 위치추적장치 10년 부착 등으로 처벌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고인 김 씨는 최후 변론에서 “아이들과 애들 엄마, 전처 가족에게 미안하다. (저에게) 엄한 벌을 주셔서 전처 가족들이 치유된다면 그 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피고인 김 씨의 변호인은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을 봤을 때 이 사건을 어떻게 변호해야 할지 저 역시 평정심을 찾을 수 없다”며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가족 불화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지 않고 전 부인 이 씨에게서 찾아 이 결과에 이르렀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본인과 관계를 맺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상처를 안겼다. 그런 점에서 피해자의 상처를 씻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내년 1월 25일 아버지 김 씨 사건을 선고하기로 했다. 재판이 끝난 뒤 딸 김 씨는 본보 기자를 만나 “아버지의 말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고 이제 와 반성한다고 한들 엄마가 되돌아올 수도 없다. 사형을 원하지만 무기징역이 구형됐으니 감형 없이 선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그동안 피고인 김 씨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 왔다. 딸 김 씨는 올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버지를 사형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딸 김 씨는 재판 하루 전인 20일 인터넷 사이트에 ‘살인자인 아빠 신상 공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아버지의 실명과 얼굴사진 2장을 공개했다. 수사기관이 김 씨에 대한 신상 공개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인이 그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다. 딸 김 씨는 “저는 법을 무서워할 처지가 아니다. 제가 무서운 것은 ‘그 사람’이 사회에 나와 우리 가족에게 보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법원 “대한항공, 박창진 前사무장에 2000만원 배상”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의해 항공기에서 내린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에게 대한항공이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원신)는 19일 박 전 사무장이 대한항공과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게도 3000만 원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조 전 부사장이 1억 원의 공탁금을 미리 낸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박 전 사무장이 인사 조치가 부당하다며 강등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별도로 낸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땅콩 회항’ 사건은 2014년 12월 조 전 부사장이 이륙을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박 전 사무장을 항공기에서 내리게 한 사건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세대 수학논술 오류, 동점 처리…“혼신의 힘 쏟았는데” 수험생 당혹

    연세대가 2019학년도 논술 전형 수학 문제에서 오류를 발견해 전원 정답 처리했다고 14일 밝혔다. 연세대는 이날 논술 전형 합격자 발표와 함께 이런 오류를 알렸다. 연세대는 “지난달 17일에 실시한 2019학년도 논술전형 수학 문제의 ‘문항2’에서 문제 지문의 용어 오류를 확인했다”며 “이에 따른 학생들과 학부모의 혼선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해당 문제를 전원 동점 처리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2번 문항의 배점은 15점으로, 논술시험 총점인 60점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문제가 된 것은 제시문 속 ‘연속 함수’라는 단어였다. 제시문은 ‘실수 전체의 집합에서 정의된 연속 함수 f(x)는 다음 세 조건을 만족시킨다’라며 세 개의 조건을 제시했으나 이를 만족시키는 연속 함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연세대는 “내부 채점과 점검 과정에서 오류의 가능성을 발견한 뒤 수학 출제위원, 채점분과위원, 수학과 교수들이 해당 문항을 검증하고 수학채점위원회가 오류를 최종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수험생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수험생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번 문제에 혼신의 힘을 쏟았는데 (피해를 봤다)’, ‘2번 버리고 다른 것 푼 사람들이 너무 유리해졌다’는 등의 불만 섞인 반응이 나왔다. 연세대 관계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사례를 원용해 처분을 내렸으며, 법률자문교수단을 포함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결정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 2018-12-14
    • 좋아요
    • 코멘트
  • 딸-예비사위와 식사 마치고 가던길 참변

    “아버지, 내 말 들려요? 들리면 일어나 봐요….” 5일 오전 경기 고양시의 한 장례식장.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온수배관 파열 사고로 4일 사망한 송모 씨(68)의 영정 앞에서 둘째 딸 윤아(가명·28) 씨가 엎드려 오열했다. 내년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윤아 씨의 어깨를 감쌌다. 송 씨는 이날 윤아 씨의 결혼 일정을 상의하기 위해 딸, 예비 사위와 함께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폭발 지점 인근을 지나던 송 씨는 갑자기 땅에서 수증기가 솟구치자 놀라서 차를 세웠다. 그 순간 배관이 터지면서 고압의 물줄기가 차를 덮쳤다. 차량 앞 유리창이 깨졌고, 섭씨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송 씨는 황급히 뒷좌석으로 몸을 옮겼지만 밖으로 탈출하지 못한 채 전신화상을 입고 목숨을 잃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구두 수선공인 송 씨는 젊었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가 불편했다. 하지만 20여 년간 5m²(약 1.5평) 남짓한 구두 수선소에서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며 두 딸을 키웠다고 한다. 5일 오후 기자가 사고 현장에서 4km가량 떨어진 수선소를 찾아갔을 때 문은 철제 셔터로 굳게 닫혀 있었다. 수선소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 씨(45)는 “송 씨는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까지 주말도 없이 항상 성실하게 일했다. 선하고 살가운 분이었다”고 말했다. 인근 카페 아르바이트생 차모 씨(22·여)는 “손재주가 좋으셔서 이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구두 수선을 그분에게 맡겼다”고 전했다. 송 씨는 오래전 아내와 이혼했고, 두 딸과도 따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 김모 씨(59)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열심히 일해 혼자서 두 딸을 키워낸 ‘딸바보’ 아빠였다”면서 “내년 4월에 둘째 딸이 결혼한다고 자랑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윤아 씨는 “홀로 계신 아버지가 외로우실까 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났다”며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울먹였다. 맏사위 박모 씨(49)는 “이번 주말에 아내와 함께 장인어른을 찾아뵙고 식사하기로 했었는데 경찰에서 연락을 받고 너무 놀랐다”며 황망해했다. 경찰은 송 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6일 부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유족은 반대하고 있지만 유족 동의를 받지 않아도 부검을 할 수 있다. 사위 박 씨는 “사고 외에는 다른 사인이 있을 수 없는데 왜 굳이 부검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양=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온수관 파열로 숨진 구두수선공…혼자서 두 딸 키워낸 ‘딸바보’

    “아버지, 내 말 들려요? 들리면 일어나 봐요….” 5일 오전 경기 고양시의 한 장례식장. 지하철3호선 백석역 온수배관 파열사고로 4일 사망한 송모 씨(68)의 영정 앞에서 둘째 딸 윤아(가명·28) 씨가 엎드려 오열했다. 내년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윤아 씨의 어깨를 감쌌다. 송 씨는 이날 윤아 씨의 결혼 일정을 상의하기 위해 딸·예비사위와 함께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폭발 지점 인근을 지나던 송 씨는 갑자기 땅에서 수증기가 올라오자 놀라서 차를 세웠다. 그 순간 배관이 터지면서 고압의 물줄기가 차를 덮쳤다. 차량 앞 유리창이 깨졌고, 섭씨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송 씨는 황급히 뒷좌석으로 몸을 옮겼지만 밖으로 탈출하지 못한 채 전신화상을 입고 목숨을 잃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구두 수선공인 송 씨는 젊었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가 불편했다. 하지만 20여 년간 5 ㎡(약 1.5평) 남짓의 구두 수선소에서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며 두 딸을 키웠다고 한다. 5일 오후 기자가 사고 현장에서 4km 가량 떨어진 수선소를 찾아갔을 때 문은 철제 셔터로 굳게 닫혀있었다. 수선소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 씨(45)는 “송 씨는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까지 주말도 없이 항상 성실하게 일했다. 선하고 살가운 분이었다”고 말했다. 인근 카페 아르바이트생 차모 씨(22·여)는 “손재주가 좋은 분이라 이 동네에서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두 수선을 송 씨에게 맡겼다”고 전했다. 송 씨는 오래 전 아내와 이혼했고, 두 딸과도 따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 김모 씨(59)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열심히 일해 혼자서 두 딸을 키워낸 ‘딸바보’ 아빠였다”며 “내년 4월에 둘째 딸이 결혼한다며 자랑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윤아 씨는 “홀로 계신 아버지가 외로우실까 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났다”며 “식사를 마치고 댁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사고를 당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울먹였다. 첫째 사위 박모 씨(49)는 “이번 주말에 아내와 함께 장인어른을 찾아 식사를 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경찰에서 연락을 받아 너무 놀랐다”며 황망해했다. 경찰은 송 씨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6일 부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유족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유족 동의를 받지 않아도 부검을 할 수 있다. 사위 박 씨는 “사고 이외에는 다른 사인이 있을 수 없는데 왜 굳이 부검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 2018-12-05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 백석역 인근 온수관 터져 1명 사망

    도로 지하에 매설된 온수배관이 터지면서 1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북부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 41분경 경기 고양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지역난방공사의 850mm 온수배관이 터졌다. 배관은 1991년 매설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 근처에 있던 차량에서 송모 씨(68)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배수관이 터지는 충격으로 차량 유리가 깨지면서 부상을 입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후 11시 30분 현재 2명은 양쪽 발에 중화상을 입었고, 21명은 경상을 입어 인근 명지병원과 일산병원 등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파열된 배관에서 95∼110도의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이 일대 3만 m²가 침수됐고, 교통이 통제되면서 큰 혼잡이 빚어졌다. 고양시는 오후 9시 40분경 주민들에게 재난 안전 문자를 보내고 주의를 당부했다. 사고 이후 지역난방공사와 소방당국은 온수 공급을 중단했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화정동, 마두동, 행신동 등에서 2500여 가구의 난방과 온수가 끊기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소방당국과 난방공사는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김은지 eunji@donga.com·윤다빈 기자}

    • 2018-1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휴지통]“임종석 통해 사면” 수감자 속여 3000만원 뜯어

    40대 여성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사면을 시켜 주겠다”며 구치소에서 만난 룸메이트를 속여 3000만 원을 뜯어냈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최모 씨(43·여)를 사기 혐의로 체포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최 씨는 복역 중인 A 씨(55·여)와 그 가족을 속여 임 실장에게 전달할 ‘사면 청탁금’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최 씨와 A 씨는 지난해 말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같은 방에 수감돼 처음 만났다. A 씨는 지난해 8월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최 씨는 A 씨에게 “성동구에 오래 살아 성동구 국회의원 출신인 임 실장 부부를 잘 안다. 임 실장을 통해 1월 말에 사면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꼬드겼다. 최 씨가 출소한 후 A 씨의 딸은 지난해 12월 중순 3000만 원짜리 수표를 최 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1월 말이 됐지만 A 씨는 풀려나지 못했고, 범죄를 눈치 챈 A 씨의 딸이 최 씨를 경찰에 고소해 사기극이 들통났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98% 복구됐다는데… 사흘째 통신 먹통”

    24일 발생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로 유·무선 전화, 인터넷 통신 복구 작업이 주말을 넘겨 26일까지 이어지면서 한 주 업무를 시작한 일부 기업이 불편을 겪었다. KT는 “26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인터넷 회선의 98%, 무선 회선의 84%를 복구했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적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 마포용산지사는 26일 오후 1시까지 전화와 팩스가 복구되지 않아 고객 응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전 서울지역본부는 이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통신망이 복구되기 전까지는 해당 지사에 용무가 있는 경우 중앙 콜센터로 문의해 달라’고 공지했다. 서대문구에 있는 교보생명 법인본부에서는 인터넷과 팩스가 먹통이 돼 업무가 어렵게 되자 수십 명의 직원들이 인근 건물에 임시 사무실을 새로 꾸렸다. 주말 내내 피해를 겪은 자영업자들은 복구가 지연되자 불만을 터뜨렸다. 신촌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모 씨(31)는 약국의 전화, 팩스, 전자처방시스템이 모두 작동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 씨는 “손님들이 화가 많이 났다. 다른 통신사로 갈아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47)는 이날 오후 4시경까지 인터넷과 카드 결제 단말기가 복구되지 않자 “매출이 평소의 반 이상이 줄었다”며 “인터넷 복구율이 98%라는데 그럼 우리 가게가 하필 2% 안에 들었다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통신 98% 복구됐다는데…우리 가게는 왜 안되나” 자영업자들 분통

    24일 발생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로 유·무선 전화, 인터넷 통신 복구 작업이 주말을 넘겨 26일까지 이어지면서 한주 업무를 시작한 일부 기업들이 불편을 겪었다. KT는 “26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인터넷 회선의 98%, 무선 회선의 84%를 복구했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적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 마포용산지사는 26일 오후 1시까지 전화와 팩스가 복구되지 않아 고객 응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전 서울지역본부는 이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통신망이 복구되기 전까지는 해당 지사에 용무가 있는 경우 중앙 콜센터로 문의해 달라’고 공지했다. 서대문구에 있는 교보생명 법인본부에서는 인터넷과 팩스가 먹통이 돼 업무가 어렵게 되자 수십 명의 직원들이 인근 건물에 임시 사무실을 새로 꾸렸다. 업무 차질은 중소기업에도 이어졌다. 서울 용산구의 한 데이터복구업체는 이날 오전 10시 50분경까지 인터넷이 복구되지 않아 고객을 전혀 응대하지 못했다. 액세서리를 제작·판매하는 서대문구의 한 중소기업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인터넷과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직원들이 개인용 휴대전화를 테더링(스마트폰을 통해 PC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방식)해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주말 내내 피해를 겪은 자영업자들은 복구가 지연되자 불만을 터뜨렸다. 신촌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모 씨(31)는 약국의 전화·팩스·전자처방시스템이 모두 작동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 씨는 “손님들이 화가 많이 났다. 다른 통신사로 갈아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47)는 “카드결제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아 매출이 평소의 반 이상이 줄었다”며 “인터넷 복구율이 98%라는데 그럼 우리 가게가 하필 2% 안에 들었다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1-26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