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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이 나란히 1, 2, 3위로 들어왔지만 한국이 차지한 것은 금메달과 은메달뿐이었다. 동메달은 4위로 들어온 일본 선수가 가져갔다. 22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이 열린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마코마나이 경기장. 한국의 서이라, 신다운에 이어 이정수(28·고양시청)가 골인했다. 서이라가 금메달, 신다운이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이정수는 동메달을 받지 못했다. 한 국가에 금, 은, 동메달을 전부 주지 않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 때문이었다. 특정 국가가 메달을 독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동메달은 일본의 와타나베 게이타가 가져갔다. 이정수는 그래도 마치 자신이 시상대에 오른 것처럼 기뻐하며 후배들의 등을 두드려줬다. 이번 대회에서 이정수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에 그쳤다. 세계 최강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서는 아쉬울 만한 성적표지만 그는 연신 싱글벙글했다. 이정수는 20일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박세영의 금메달을 도왔다. 결선에서 중국 선수들이 자신을 집중 견제할 것을 짐작하고 맨 뒤로 빠져 중국 선수들의 시선을 유도했다. 박세영이 선두로 치고 나가자 이정수는 그 뒤에서 방어막을 쳐 박세영의 금메달을 도왔다. 자신은 동메달을 땄다. 22일 남자 1000m 준결선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후배들을 도왔다. 이정수는 “5000m 계주에서 중국에 밀려 은메달에 그친 것이 아쉽다. 하지만 후배들이 경기를 이끌어 가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에 만족한다”고 웃었다. 그렇지만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의지는 놓지 않고 있다. “1년 뒤 평창 겨울올림픽을 향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2관왕 때의 나를 잊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첫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나갔던 초심으로 돌아가 준비하겠습니다.”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일본의 31세 노장 고다이라 나오가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빙속 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가 넘어서야 할 확실한 목표가 되어가고 있다. 이상화는 21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벌어진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70으로 같은 7조에서 함께 뛴 고다이라(37초39)에게 0.31초 차로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고다이라는 올 시즌 5차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이상화는 올 시즌 4차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에서 고다이라에게 모두 졌다. 이상화가 올 시즌 내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고는 하나 고다이라의 상승세는 분명 무섭다. 고다이라는 2월 초 강릉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7초13의 일본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전까지 이상화에게 번번이 밀렸던 고다이라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이후 친구이자 우상인 이상화를 넘어보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성장했다. 고다이라는 지난 세계선수권이 끝난 뒤 “이상화와 어떻게 ‘하이 레벨’의 경기를 펼칠지 고민하면서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다이라는 이번 경기 후에도 “이상화는 여전히 내게 강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일본 스피드스케이팅 관계자들은 고다이라가 훈련과 몸 관리 방법을 바꾼 것이 30세가 넘어서 전성기를 맞이한 이유로 본다. 일본빙상연맹의 한 관계자는 “고다이라의 발전은 마치 팔꿈치 인대가 손상된 투수가 수술 후 구속이 전보다 빨라진 것과 같다”고 했다. 고다이라는 소치 올림픽 이후 스케이팅 강국인 네덜란드로 유학을 가 장거리 실전 경험을 쌓았다. 이때 500m, 1000m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했다. 그 전까지 장거리 훈련은 거의 하지 않았다. 또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었던 고다이라는 네덜란드 유학 도중 우유와 달걀 등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하루 식단을 전면적으로 바꿔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도록 했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터 약한 근육을 집중적으로 보강하는 웨이트트레이닝에서 상하체 전체적으로 근육의 크기를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바꾼 것도 효과를 봤다. 이날 경기가 열린 오비히로 오벌 경기장은 이상화가 2010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종합(500m, 1000m 합산 점수)에서 자신의 첫 메이저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낸 곳이어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코너를 도는 도중 이상화의 오른쪽 다리가 바깥으로 밀려 주춤하는 사이 고다이라가 치고 나왔다. 오른쪽 종아리 부상이 결국 변수가 됐다. 왼발을 앞으로 밀고 나갈 때 오른발이 제대로 축이 되지 못했다. 이상화는 경기 후 “차라리 올림픽을 앞두고 고다이라 밑에 있는 것이 부담이 덜 된다. 예전과 달리 꾸준히 1위를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지금이 가장 편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진짜 대결 무대는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이라는 얘기였다. 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삿포로의 눈보라를 뚫고 설원의 10km를 내달린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전설’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쓰러졌다. 그는 대회 때마다 각축을 벌였던 라이벌의 기록을 확인하고 아쉬운 표정으로 눈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지만 한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내년 고향인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에서 다시 웃겠다며 펄떡 일어났다. 이채원(36·평창군청)이 21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시라하타야마 오픈 스타디움에서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크로스컨트리 여자 10km 프리에서 30분49초로 일본의 고바야시 유키(30분24초)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여자 10km에서 금메달을 딴 이채원은 대회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털고 일어난 뒤 12위를 한 한다솜(23·평창군청)과 16위 최신애(25·경기도체육회) 등 후배들을 다독였다. 7km까지 가장 좋은 기록을 보였던 이채원은 8km부터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경기 전부터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4일 평창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에서 무리를 해 양쪽 발목에 통증이 남아 있었다. 코감기도 경기 집중을 방해했다. 이채원은 “다리가 아파 후반부에 스피드를 내지 못하니까 나 자신이 너무 싫고 답답했었다. 남편이 아침에 전화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줬는데 미안하다. 메달 색깔은 아쉽지만 6년 전처럼 완주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채원은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산 역사다. 1997년 국가대표가 된 뒤 20년째 ‘에이스’ 자리를 지키고 있다. 4남 2녀 중 막내로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난 이채원은 어린 시절 비닐포대에 볏짚을 넣어 눈 쌓인 언덕에서 썰매를 타며 눈과 친숙해졌다. 초등학교 시절 장거리 육상 선수가 돼 기본기를 쌓고 중학교 때 크로스컨트리로 전향해 3년 만에 태극 마크를 달았다. 전국체전대회에서만 금메달 67개를 따냈고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채원은 스키를 세워 놓은 높이보다 키(154cm)가 작지만 크로스컨트리에 대한 애정과 집념에서는 ‘거인’이다. 현재 다섯 살이 된 딸을 임신했을 당시에는 출산 한 달 전까지 임신 사실을 숨기고 경기에 출전했다. 20대 초반 선수들에게 체력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비시즌에는 인라인스케이트, 롤러 스키를 타고 하루 50km 정도 달려야 직성이 풀리는 독종이다. 이재원은 15km 프리 매스스타트와 5km 클래식, 계주에 출전한다. 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심)석희는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것 같아 부럽고요. (이)상화는 부담 갖지 말고 올림픽을 3연패해서 제 기록을 깼으면 좋겠어요.” 한국 여자 쇼트트랙 1세대로 빙판의 원조 ‘여제’로 불렸던 전이경(41)이 27년 만에 삿포로를 다시 찾았다. 1990년 선수로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에 참가했던 그는 싱가포르 대표팀 코치가 되어 선수단을 이끌고 왔다. 전 코치는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와 3000m 계주,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와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종목 2연패를 포함해 올림픽 금메달 개수만 4개. 전 코치는 여름, 겨울올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 중 역대 올림픽 최다 금메달 선수로 남아 있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500m에서 각각 우승해 금메달 2개를 땄다. 화려한 현역 시절을 마치고 은퇴 후 활발한 해설 활동을 하던 그는 1년 4개월 전 싱가포르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걸음마 수준인 싱가포르 대표팀을 맡은 그는 과거를 잊고 살다시피 했다. “예전 현역 시절 날렵했던 영상을 언제 돌려봤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고 표창이나 메달도 몇 년 전 금고에 넣어 놓고 열어본 일이 없다”고도 한 그였지만 조국의 후배들에게는 애정 어린 관심과 조언을 잊지 않았다. 전 코치는 “특히 상화는 같은 종목에서 3연패에 도전한다는 자체를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주변에서 너무 스트레스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석희에 대해서는 “나와 같은 쇼트트랙 선수의 길을 가고 있는데 워낙 나무랄 데 없는 선수다. 지금대로만 가면 내가 갖고 있는 올림픽 금메달 4개의 기록은 쉽게 넘어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2명의 싱가포르 쇼트트랙 선수들을 이끌고 왔다. 그는 ‘쇼트트랙 개발도상국’으로 불리는 싱가포르 선수들이 아시아경기에 출전하게 된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출전 경험을 쌓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후배들의 성공을 기원하던 전 코치는 자신의 딸의 재능에도 관심을 보였다. “6세 막내딸이 스케이트를 탔는데 가능성이 조금 보이더라고요. 쇼트트랙에 재능을 보이면 시켜볼까요?”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노르웨이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19·대한스키협회)는 20일 한국 최초의 아시아경기 스키 크로스컨트리 금메달을 따고 나서 뜻밖의 말을 했다. 그는 스키 선수이지만 스케이트 기술을 익힌 것이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그에게 스케이트를 가르친 사람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전설인 전이경(41)이다. 김마그너스는 이날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시라하타야마 오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스키 크로스컨트리 남자 1.4km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 결선에서 3분11초40으로 쑨칭하이(중국)와 동 타임을 기록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부츠 앞쪽 끝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것으로 판명돼 극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크로스컨트리 1.4km 종목은 육상으로 치면 100m 달리기에 해당한다. 3분대 초반에서 경기가 끝나기 때문에 직선 주로에서 끌어올린 스피드를 곡선 주로에서도 얼마나 줄이지 않고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코스가 짧은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코너링에서 승부가 갈린다. 김마그너스는 쇼트트랙을 통해 과감한 코너링을 배웠다. 스키를 신고 코너링을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힘이 들지만 그는 “쇼트트랙을 통해 길러진 코너링에 대한 자신감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마그너스는 부산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전이경으로부터 취미로 쇼트트랙을 배웠다. 싱가포르 대표팀 코치를 맡아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전이경은 “2006년인가 토리노 겨울올림픽 무렵에 김마그너스 어머니의 친구와 인연이 돼 김마그너스에게 쇼트트랙을 가르쳤다”고 기억했다. 전 코치는 “쇼트트랙 선수가 됐어도 좋았을 만큼 스케이팅에 대한 운동신경도 좋았고 빠르게 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마그너스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무조건 ‘운동해’라고 하면 안 됐다. 왜 이 운동을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줘야 했다. 그리고 이해가 되면 무섭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3년 전엔가는 부산지역 산악자전거 대회에 나간 걸로 알고 있다. 무얼 하든 승부욕이 대단하다”며 옛 제자의 우승이 당연하다고 축하했다. 쇼트트랙을 통해 길러진 코너링 자신감뿐만 아니라 박병주 크로스컨트리 대표팀 코치가 알려준 코스 정보, 러시아 출신 미하일 데뱌탸로프 감독이 짜준 전략, 그리고 자신이 세운 레이스 구상 등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가 금메달로 이어졌다. 박 코치는 “내가 삿포로 경기장에서 많은 경기를 해봐서 코스 정보를 잘 안다. 그 정보를 알려줬는데 마그너스가 제대로 파악하고 나왔다”며 웃었다. 사전에 코스를 완벽하게 읽은 김마그너스는 선두권의 선수 뒤를 바짝 따라붙다가 결승 지점을 150m 정도 앞두고 마지막 내리막에서 추월하는 작전을 세웠다. 박 코치는 “막판 추월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김마그너스는 삿포로에 도착하면서 “처음이 좋아야 ‘줄줄이 사탕’”이라고 했다. 첫 결과가 좋아야 계속 좋은 결과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첫 종목에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던 약속을 지킨 그는 “오늘 정신이 없지만 기분은 너무 좋습니다”라며 기쁨을 만끽했다. 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어라. (한)국산이네.” 삿포로 겨울 아시아경기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아이스링크에서 18일 북한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던 한국 대표팀 관계자가 한 말이다. 북한 남자 선수 일부가 신고 있던 스케이트 구두에는 ‘BEST FEEL’이라는 브랜드가 적혀 있었다. 나머지는 중국산 제품을 신었다. ‘BEST FEEL’은 국내 SD(삼덕)스포츠의 수제 스케이트 구두 브랜드다. 이 회사 유오상 대표는 40여 년간 스케이트 구두를 제작했다.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빅토르 안(안현수)을 비롯해 여자 쇼트트랙 ‘쌍두마차’인 심석희와 최민정, 현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고참 이정수 등이 단골 고객이었다고 한다. 관계자들은 10여 년 전에 북한으로 들어간 제품을 선수들이 대물림해서 쓰고 있을 거라고 했다. 스케이트 날은 교체되었을 수 있지만 발을 싸고 있는 구두는 옛것 그대로라는 얘기다. 유 대표는 “해당 구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정부가 남북 교류 차원에서 북한에 보낸 공산품들에 포함됐던 것이다”며 “10여 년이 지난 제품인데 지금도 착용하고 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기성복처럼 대량 생산하는 게 아니고 선수가 주문한 수만큼만 제작되기 때문에 북한 선수들이 외국에서 별도로 구입할 수는 없는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당시 15켤레 정도를 사이즈별로 나눠 보냈지만 지금 선수들에게는 자기 발 모양과도 맞지 않고 남의 신발을 빌려 신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도 옛 구두를 착용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보통 선수들은 발 형태와 복숭아뼈 본을 떠 맞춤형 구두를 제작한다. 반대로 북한 선수들은 구두에 발을 맞춘 셈이다. 그래도 북한 선수들은 구두를 소중히 다루며 훈련에 열중했다. 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아시아 겨울 축제의 첫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건 15년 전 배추밭을 고쳐 만든 눈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던 꼬마였다. 한국 스노보드 간판 이상호(22·한국체대)가 19일 개막한 2017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대회 첫날 한국 선수단의 첫 출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상호는 개막식 직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데이네 경기장에서 벌어진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대회전에서 1, 2차 합계 1분35초76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스노보드 사상 최초 아시아경기 금메달이다. 강원 정선군 사북 출신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노보드를 시작한 그는 아버지가 동네 고랭지 배추밭에 만든 눈썰매장에서 어릴 적부터 뒹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수없이 넘어지며 보드를 탔다. 그래서 ‘배추밭 소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04년 정식 선수가 된 이상호는 2013∼2014시즌 스노보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평행대회전에서 2위에 오르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5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는 2위 딱지를 떼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 대회전에서 한국 스노보드 사상 월드컵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랐다. 아시아경기 직전 열린 평창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20위에 그쳐 충격이 컸던 이상호는 이번 금메달로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최초의 스노보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꿈을 다시 부풀릴 수 있게 됐다. 이상호는 경기 후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배추밭과 부모님이 생각났다. 내가 스노보드에서 최초를 써가는 것이 너무 기분 좋다. 평창 올림픽에 대한 자신감도 확실히 생겼다. 이제 목표는 ‘올림픽 골드 메달’이다”라며 기뻐했다. 이상호는 20일 스노보드 남자 회전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금메달을 따낸 이상호에 이어 최보군(26·국군체육부대)이 1분36초44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명곤(35·광주스키협회), 김상겸(28·전남스키협회)도 4, 5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가미노 신노스케가 동메달을 따낸 것을 제외하면 한국의 독무대였다. ‘겨울의 감동을 공유하고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슬로건에 맞춰 삿포로 돔에서 3부로 진행된 개막식에는 31개국 선수단과 임원 및 4만20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빙상, 스키, 바이애슬론, 아이스하키, 컬링 등 5개 종목에서 금메달 15개 이상을 얻어 2003년 아오모리 대회 이후 14년 만에 종합 2위에 오르는 것이 한국의 목표다. 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싹쓸이에 도전하는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주최국 일본의 홈 텃세에 적응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쇼트트랙 대회가 열리는 마코마나이 경기장을 찾은 한국 선수들은 스케이트 대신 운동화를 신고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좁은 경기장 복도에서 훈련했다. 링크 빙질에 적응하기 위해 하루 몇 시간은 스케이트를 타야 하는데 대회조직위원회가 링크 훈련 시간을 배정하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이 스트레칭과 자세교정, 근력훈련 등을 하며 복도에서 땀 흘릴 때 일본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링크에서 릴레이 등 최종 점검하는 훈련을 여러 시간 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참가국 공식 훈련 일정을 매우 짧게 잡고 일본 대표팀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꼼수를 썼다. 참가국은 공식적으로 18일부터 19일까지 하루에 약 30∼40분만 링크를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은 18일 오전 11시부터 11시 40분, 경기 전날인 19일 오전 9시 20분부터 9시 50분까지 30분만 훈련을 하게 돼 있다. 참가국 공식 훈련 일정 외엔 일본 대표팀이 경기장 링크를 독점해 사용하고 있다. 전 종목 석권을 노리는 한국 선수들로선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이정수(고양시청)는 “국제대회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 접했다. 빙질 등 링크 환경은 경기력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적응 훈련을 제대로 하고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데 그 기회를 일본이 차단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선태 대표팀 감독은 “대회 주최 측이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경기력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훈련 기회를 차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북한 선수단과 삿포로에 도착한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해 “참가하지 않을 이유도, (참가)할 수 없는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좋아하는 초밥을 먹을 생각에 기쁘고예. ‘삿포로 초밥’을 먹고 힘을 내서 일본 선수들을 이기겠습니다.” 말만 들으면 ‘초밥왕’이라 불러도 되겠다. 일본 삿포로 겨울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6일 인천공항에서 출국한 한국 스키 크로스컨트리 대표 김마그너스(19·대한스키협회)는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 내리면서 입맛을 다셨다. 감기 몸살로 지난 1월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아직 표정에 남아 있었지만 초밥 얘기를 하자 눈을 환하게 떴다. 노르웨이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라다 5살 때 노르웨이로 이민을 간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어머니가 한국어를 잊지 않도록 방학 때마다 부산에서 생활하게 했다. 초밥과 회 같은 바닷가 음식은 ‘게 눈 감추듯’ 먹어 버리는 식성이다. 삿포로 초밥을 그리며 김마그너스는 내 집처럼 편하게 삿포로에 첫 발을 내딛었다. 마치 금메달을 목에 걸 듯, 목 베개를 그대로 걸치고 숙소로 향했다. 김마그너스는 “여행으로 네 번 삿포로에 온 적이 있다. 첫 성인 국제대회 출전이지만 낯설지가 않다”며 “이번 달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경기가 잘 안 풀려 마음이 답답했는데 초밥으로 뚫릴 것 같다”고 웃었다. 김마그너스는 이날 저녁 한국 대표팀 숙소인 삿포로 프린스 호텔에서 제공한 저녁 뷔페 메뉴에도 초밥이 있는지 유심히 찾았다. 김마그너스는 이번 대회에서 크로스컨트리 10km(클래식), 15km(프리), 30km(프리) 매스스타트, 계주, 1.4km 스프린트 등 5종목에 출전한다. 감기 몸살과 전국동계체전 출전으로 떨어진 기력을 빨리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마그너스는 “아직 감기 몸살의 후유증이 남아 있지만 첫 경기가 잘 풀리면 메달을 여러 개 딸 수 있을 것 같다. 아시아권 선수들이 지구력이 좋은데 특히 일본 선수들이 강하다. 한·일전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생애 처음으로 출전하는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 노르웨이에 계시는 부모님들에게 걸어드리고 싶다”는 김마그너스는 17일 삿포로 시라하타야마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첫 훈련을 소화했다. 김마그너스는 19일 1.4km 클래식 스프린트에 나서 첫 메달에 도전한다. 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회장과 부회장이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대한승마협회의 사무국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올해 국내 승마 대회가 제대로 열릴지 의문이다. 대한승마협회 홈페이지에서는 지난해 11월 16일 제52회 전국승마대회 관련 안내가 마지막 대회 관련 소식이다. 2017년 열릴 대회 계획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예년 같으면 1월이나 2월 초에 연간·월별 국내 대회 계획이 상세하게 공개됐다. 현재 상황으로 봐선 매년 3월 말에 열리던 춘계전국승마대회의 개최 여부부터 불투명하다. 승마계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한 방송사가 연간 승마 중계방송 스케줄을 잡기 위해 대한승마협회에 1년 대회 일정을 알려 달라고 했지만 답을 주지 못했다고 한다”며 “어쩌면 상반기에 대회가 열리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한 해 동안 치러지는 엘리트 승마대회는 10여 개에 이른다. 춘계 추계 전국대회를 비롯해 한국마사회(KRA)컵 전국대회, 정기룡 장군배, 이용문 장군배, 대통령기 전국대회,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전국학생승마선수권대회, 전국체육대회, 회장배 전국승마대회 등이 3월부터 11월까지 개최되어 왔다. 유소년, 학생, 대학, 실업 선수들이 모두 나서는 비중 있는 대회다. 이 대회 성적이 다음 해 국가대표 선발 기준이 되기도 한다. 매년 4월에는 한국과 일본의 교류전도 있다. 대회가 열리지 않는 건 선수들에게 직격탄이 된다. 승마에서는 말의 컨디션이 경기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미리 일정이 나와야 선수들이 말과 함께 경기에 대비할 수 있다. 여름 혹서기를 앞둔 6월에서 7월 중순까지는 말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라 보통 큰 대회가 없다. 만일 상반기에 대회가 없다면 쉬는 시간이 많아진다. 전직 지방 승마협회 회장 A 씨는 “겨울에는 땅이 딱딱해 말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 이 때문에 3월 첫 대회부터 출전해 감각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감각을 쌓아 가야 1년을 버티고 경기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회 출전 비중이 많은 초중고교 학생 유망주들은 걱정이 더 크다. 이들 중 일부는 겨울 동안 해외 훈련을 하면서까지 국내 대회를 준비해 왔다. 특히 고3 학생들은 8월 무렵에 한 해 농사가 끝난다. 9월부터는 대입 체육특기자 수시 전형 모집이 있기 때문에 대회 참가가 어렵다. 상반기에 대회가 열리지 않을 경우 실적이 없어 입시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대한승마협회가 어려움에 처해 있기는 하지만 선수들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승마 대회는 열려야 한다는 게 승마계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7일 열리는 대한승마협회 이사회와 이로부터 10일 내에 열릴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올해 국내 대회 개최 여부가 결정된다. 정유라 한 명 때문에 정상적인 노력을 기울인 선수들까지 고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김진 감독님을 모시고 김시래를 도움왕으로, 김종규를 최우수선수(MVP)로 제가 만들 겁니다. 다른 선수들은 기량발전상을 받게 할 거고요. 저는 팀, 동료들이 자체 공로상을 준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프로농구 kt에서 10년간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고 LG로 전격 이적한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34·189cm)은 자신보다는 후배들이 빛나도록 플레이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동료들의 장점이 코트에서 잘 드러나도록 돕는 플레이를 ‘조성민표 농구’로 삼고 제대로 실천하겠다는 각오다. kt에서도 팀플레이를 잘했지만 나이 어린 선수가 많은 LG에선 더 몸을 낮추고 후배들을 도울 계획이다. 그런 차원에서 팀 후배들이 각종 개인 기록상과 MVP를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조성민이 후배들을 먼저 챙기는 건 농구를 그만둘 위기 때마다 도와준 지도자, 선배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 때문이다. 조성민은 “중학교 졸업 때까지 키 163cm에 허약 체질이어서 물주전자 나르고 인원 수 채우는 후보였다. 그래도 당시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고 도와줘 농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고등학교 때 키가 187cm까지 커지면서 관심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 입단 후 전창진 감독(전 kt 감독)이 센터를 활용하는 2 대 2 공격을 국내 어떤 선수들보다 잘하도록 만들어 주셨다. 당시 이 플레이를 잘했던 신기성 선배(현 신한은행 감독)에게도 귀찮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영업 비밀’을 전부 캐냈던 기억이 난다”며 그때 받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후배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조성민은 특히 이적 후 두 번째 경기에서 무릎을 다친 김종규(26)에 대한 애착이 크다. 조성민은 “장군이 애지중지하던 ‘장검’을 잃은 듯한 기분”이라며 “부상이 회복되면 센터로 지금보다 더 기민한 움직임으로 편안하게 많은 득점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애정을 보였다. 조성민은 LG로 이적하면서 내심 김종규와 함께 모비스가 강력한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국내 최고의 가드 양동근(36)과 거물 신인 센터 이종현(23) ‘콤비’에 필적하는 ‘투(two) 맨’이 돼 시즌 후반 순위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는 “종규만 복귀하면 저도 3점 슛의 양과 질을 동시에 ‘업그레이드’한 슈터가 돼야겠다. 최근 세계 농구 트렌드인 2 대 2 플레이에 제대로 몰입해 모비스의 ‘콤비’와 붙어 보겠다”고 말했다. 이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간판 김보름(24)은 1993년 정월 대보름에 태어나 보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양력으론 2월 6일이지만 음력으론 대보름이 생일이었다. 김보름이 생일 대보름달이 뜬 다음 날 의미 있는 금메달을 획득하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김보름은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8분00초79로 금메달을 따냈다. 김보름은 마지막 곡선 주로를 돌면서 직선 주로에서 스퍼트해 다카기 나나(일본)를 0.11초 차로 제치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아깝게 은메달에 머물렀던 김보름은 안방에서 생애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냈다. 김보름은 “어제 미역국을 못 먹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값진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보름달처럼 활짝 웃었다. 올 시즌 4차례의 월드컵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김보름은 총 16바퀴(6400m)를 도는 경기에서 3바퀴를 남기기 전까지 체격 조건이 좋은 외국 선수들과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며 추월 기회를 엿봤다. 3바퀴째 4위로 선두권에 붙은 김보름은 마지막 1바퀴를 남기고 쇼트트랙 선수 출신답게 레인 안쪽으로 빠르게 파고들며 앞으로 치고 나왔고 결국 1위를 달리던 다카기까지 따라 잡았다. 김보름은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의 움직임을 의식하고 있었는데 다른 선수들도 치열하게 몸싸움을 해 많이 당황했다. 약 반 바퀴를 남기고 앞에 달리던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졌는데 그 전에 안쪽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에 잘 피할 수 있었다”며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일본 선수는 꼭 추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힘을 냈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 1500m에서는 고교생 국가대표 김민석(18·평촌고)이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깜짝 5위에 올랐다. 1분46초05를 기록한 김민석은 세계랭킹 3위인 조이 맨티아(미국·1분46초70), 세계랭킹 5위 패트릭 로스트(네덜란드·1분46초16)를 뛰어넘었다. 이날 3위를 한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1분45초50)와도 단 0.55초 차이밖에 나지 않아 내년 평창 올림픽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강릉=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은 ‘빙속 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한 미소를 지었다.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 1년 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바로 그 무대에 오른 이상화가 전성기 때의 기량을 회복해 가는 레이스를 펼쳤다. 올림픽 3연패를 향한 자신감을 회복한 게 수확이었다. 이상화는 1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에서 벌어진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49를 기록하며 참가 선수 24명 중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37초13의 기록으로 우승한 세계 랭킹 1위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1)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이상화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면 세계선수권 여자 500m 최다 우승자인 예니 볼프(독일·4회·2007, 2008, 2009, 2011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으나 아쉬움을 남겼다. 이상화는 2012, 2013, 2016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이날 이상화는 지난해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세웠던 2016∼2017 시즌 최고기록 37초93을 0.44초나 앞당겼다. 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경기 감각과 부상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노련하게 이겨냈다. 11조에서 일본의 베테랑 스지 마키(32)를 맞아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이상화는 첫 100m를 10초33으로 통과하며 힘 있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지난해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10초4 후반을 기록한 것보다 빨랐다.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도 빠른 스케이팅으로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이상화는 지난해 종아리와 무릎 부상이 겹치며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대표선발전을 겸한 전국스피드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후 대회에 나서지 않아 체력과 경기 감각 면에서도 부담이 컸다. 이번 대회 입상도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았지만 역시 이상화였다. 이상화는 경기 후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 월드컵 4차 대회까지 나만의 스케이팅을 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기대한 기록이 나와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상 회복 단계에서 2014년 소치 올림픽 1차 시기(37초42)와 비슷한 기록을 낸 것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첫 100m 기록이 좋게 나왔어요. 옆 선수가 빨랐는데 당황하지 않고 나의 스케이팅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19일 개막하는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이상화는 “몸 상태는 70%다. 훈련과 부상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초점을 평창 올림픽에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 장거리 간판 이승훈(29·대한항공)은 남자 팀 추월 경기 도중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스케이트날에 오른쪽 정강이 부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이승훈은 대회 마지막 날 열리는 주 종목 매스스타트 출전이 불투명해졌다.강릉=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강풍과 폭설 속에서도 올림픽 불꽃을 꺼지게 할 수는 없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봉(사진)이 공개됐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9일 고대 올림픽 개최지인 그리스에서 채화한 성화를 평창까지 옮기게 될 성화봉을 강릉아이스하키센터에서 선보였다. 성화봉은 회전하며 상승하는 불꽃 모양으로 한국의 전통미와 올림픽 정신을 담아 제작됐다.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의 해발 700m 고도를 상징하는 700mm 길이로 제작한 성화봉은 겨울철 강한 바람과 폭설에도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성화봉 상단부에 4개의 격벽을 만들어 바람이 불면 불꽃이 격벽 반대쪽의 산소원 쪽으로 옮겨가 꺼지지 않도록 했다. 성화봉 전체는 가볍고 외부 충격에 강한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었다. 성화가 점화되는 부분만 불에 잘 녹지 않는 철 재질을 썼다. 성화봉의 무게는 1318g이다. 성화봉 상단의 우산형 뚜껑은 눈이나 비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준다. 성화봉 옆에 표현된 ‘ㅊ’ 문양은 평창의 ‘ㅊ’자로 전 세계의 5대륙이 하나로 이어지는 형상인 *와 닮았다. 평창 올림픽 슬로건인 ‘하나된 열정’과 각 대륙을 하나로 잇는 올림픽 정신을 담았다. 성화봉은 한국 전통 백자에서 모티브를 얻어 곡선미를 살렸고, 눈과 얼음의 축제인 겨울올림픽을 표현하는 의미로 백색으로 제작됐다. 손잡이 부분은 사람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해 세계인들이 성화 봉송을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강릉=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도 나섰던 국내 스키 유망주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키 코스에서 열린 대회 도중 코스에서 튕겨나가며 쇠막대와 나무에 부딪쳐 중상을 입었다. 평창 올림픽을 1년 앞둔 9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용평 알파인경기장 레인보우1코스에서 열린 제98회 전국 동계체육대회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 경기에서 충남대표로 출전한 김현수(22·단국대 3학년·사진)가 마지막 턴 구간에서 점프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코스를 이탈했다. 김현수는 슬로프 옆 안전 네트를 지지하는 쇠막대에 부딪친 뒤 네트를 넘어 튕겨나갔고 인근에 있던 나무에 부딪쳤다. 김현수의 친형으로 울산광역시청 대표로 함께 출전한 국가대표 김현태(27)는 “밑에서 동생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동생이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그물 너머로 날아갔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김현수의 왼쪽 고관절이 부러졌고 폐와 신장이 파열됐다. 다른 여러 장기에서도 출혈이 발생했다. 김현수는 구급차에 실려 강릉아산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김현수는 최소 6개월간 치료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며 올해 선수생활을 재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지점은 점프 지점과 착지 지면이 거의 수직을 이룰 만큼 가파른 곳이었다. 이날 다른 선수도 착지하다 무릎이 뒤틀리는 부상을 입었다. 현장에는 안전을 위해 높이 3m의 네트가 설치돼 있어야 했지만 이날 사고 지점 네트의 높이는 선수의 가슴 정도에 불과했다. 대회 심판으로 경기에 참가한 김현수의 아버지 김준기 씨(59)는 “사고 발생 전인 이날 오전 대회 구간을 둘러보고 사고 위험성에 비해 점프구간의 그물 높이가 현저히 낮아 관계자들과 함께 걱정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들은 “원래는 3m 규격에 맞게 네트를 설치했으나 최근 눈이 많이 내린 탓에 네트의 높이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꿈꾸고 있는 김현태는 “지난해 정선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 때는 안전네트 관리가 정말 철저했다.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했었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안전불감증이 드러난 결과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경기가 열린 용평 레인보우1코스에서는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스키 대회전과 회전 경기가 열린다.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이 열리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보다 폭이 매우 좁다. 선수들이 최고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슬로프를 내려오는 종목의 특성상 더욱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대회 주최 측의 안전 불감증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14년 전국체전 남고부에서 4관왕에 올랐던 차세대 유망주 김현수는 소치 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 러시아 카잔에서 성화봉을 들고 달리기도 했다.강릉=유재영 elegant@donga.com / 평창=임보미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한식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미 지난해부터 평창 올림픽 홍보 일환으로 기존에 개발된 한식 메뉴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외국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맛과 모양으로 개선하고 홍보하는 노력이 적극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8월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와 한식의 지구촌 브랜드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한식재단(이사장 윤숙자)은 버섯옥수수죽, 트리플김치, 간편 잡채 등 10가지 대표 응용 한식을 지정해 각종 국내외 전시회에서 알리고 국가별, 지역별 외국인의 한식 선호도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한식당 경영주로 구성된 ‘해외 한식당 협의체’ 임원진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전시와 체험을 통해 해외 현지 전파의 길을 다졌다. 41개국 149명의 제6기 ‘코리아넷 외국인기자단’도 선발해 10선 음식 홍보에 적극 앞장서도록 했다. 이들은 ‘파워블로거’로 온라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결과 한식 메뉴 10선에 대한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리는 효과를 얻었다. 국내외 한식당, 특히 올림픽 기간 중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원도 지역 한식당에 간편화, 대중화된 한식 10선을 보급해 추가 신규 메뉴 개발이라는 부수적인 성과도 얻었다. 올해는 올림픽 기간 중 국내외 선수단과 기자단, VIP들이 언제나 시식이 가능한 인프라를 점차적으로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또 재외 공관과 문화원 등에 10선 자료를 배포하고, ‘와인 앤드 푸드 페스티벌’ 등 해외 주요 행사에 참가해 세계인이 즐기는 한식 진흥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한식의 우수성을 계속 알릴 예정이다. 평창 올림픽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는 10월 한식의 날과 11월에 열리는 제2회 한식월드페스티벌을 연계시켜 모든 홍보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이 겨울 종목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단연 쇼트트랙 덕분이다. 기록이 말해준다. 1948년 생모리츠 대회부터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까지 금메달 26개, 은메달 17개, 동메달 10개 등 역대 총 53개의 메달을 따냈다. 26개의 금메달 중 쇼트트랙에서 무려 21개를 얻었다. 은메달 12개와 동메달 9개를 포함하면 42개로 전체 메달의 80% 정도에 달한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이후 대회마다 금메달을 거둬들인 효자 중의 으뜸 효자 종목이다. 1988년 캘거리 올림픽 때까지 겨울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던 한국은 이 대회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한국 쇼트트랙의 선구자인 김기훈과 이준호가 쇼트트랙 남자 1500m와 3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겨울올림픽 들러리’에서 벗어날 꿈을 꾸게 됐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은 한국 최초의 겨울 올림픽 금메달(김기훈, 남자 1000m)을 만들어냈다. 지금은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 캐나다, 중국 등 국가들의 전력이 강해지면서 세계 쇼트트랙은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상황이다. 20년 가까이 지켜온 ‘쇼트트랙=한국’이라는 마냥 기분 좋은 공식은 깨어졌다. 하지만 안방에서 여러 이점을 안고 치르는 올림픽인 만큼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때 남녀 쇼트트랙이 거둔 금메달 6개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을 기대할 만하다. ‘무적’ 쌍두마차 심석희-최민정으로 역대 올림픽 첫 전 종목 싹쓸이? 소치 올림픽에서 금 2, 은 1, 동 2개를 따낸 여자 쇼트트랙은 평창 올림픽 여자 4개 세부 종목에서 금메달 3개 이상을 노리고 있다. 대표팀 ‘쌍두마차’인 심석희(20·한국체대)와 최민정(19·서현고)의 현재 기세라면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전이경-최은경-진선유의 뒤를 잇는 ‘에이스’ 심석희는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연속 2관왕을 차지했다. 최민정도 물이 올랐다. 최민정 역시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꼬박 2개씩 금메달을 챙겼다. 각자 주종목인 1000m, 1500m에서 세계 최강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여자 3000m 계주의 경우 실격 등 특별한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금메달 가능성이 높다. 심석희-최민정-노도희(22·한국체대)-김지유(18·화정고)가 나선 여자 대표팀은 올 시즌 4차례 월드컵에서 상대국들의 집중 견제에도 3000m 계주 금메달을 독식했다. 문제는 500m다. 전통적인 취약 종목이다. 역대 겨울올림픽 여자 500m에서는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전이경과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박승희가 동메달을 딴 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이르다. 월드컵 2, 3차 500m에서 연속으로 은메달을 따낸 최민정이 지난해 12월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500m에서 금메달 사냥에 성공하며 빠르게 적응하는 모양새다. 평창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곳에서 얻은 금메달이라 값지다. 빠른 스타트로 안쪽 자리를 선점하는 것이 500m 승부의 열쇠. 최민정은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스타트와 스피드를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을 늘리고 근력을 키우면서 500m에 욕심을 내고 있다. 이정수, 남자 쇼트트랙 부활의 선봉장 소치 올림픽에서 감동을 준 여자 쇼트트랙과는 반대로 노메달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던 남자 쇼트트랙은 평창에서 부활을 노린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에서 2관왕을 차지한 뒤 잠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외도’를 했다가 다시 돌아온 이정수(28·고양시청)가 선봉에 선다. 대표팀 맏형으로 역할이 막중하다. 신다운(24·서울시청), 서이라(25·화성시청) 등은 아직 확실한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다. 국제대회마다 경기력이 들쑥날쑥해 기복이 심하다. 결국 큰 무대에서 올림픽 금메달 경험이 있는 이정수가 이런 한계를 안고 다독이며 팀을 끌어가야 하는 처지다. 2016∼2017시즌 쇼트트랙 월드컵 3, 4차대회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정수가 다가오는 삿포로 겨울 아시아경기 쇼트트랙에서 계주 종목에 가장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도 팀 사기를 위해서다. 아시아경기 계주 금메달이 평창 올림픽 준비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후배들에게 심적 여유와 자신감을 가져다줄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이정수는 “개인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만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으려면 피날레인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으로서는 이정수의 경험과 노련미에 남자 쇼트트랙 부활이 달렸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평창 올림픽에서 캐나다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불참하더라도 한국에 162-1로 이긴다.” 지난해 NHL 관련 해외의 유명 블로거가 쓴 글이다. 이 얘기를 하자 백지선 감독(50)은 눈을 부릅떴다. “신경 안 써요 ! 우리 선수들은 늘 최선을 다할 겁니다. 굳이 우리를 다른 팀과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어느 팀이든 ‘컨트롤’이 가능하니까요.” 강한 어조였다. 대화 시작부터 승부욕이 발동한 듯했다. 세계 최고의 아이스하키 무대인 NHL 스타 출신인 백 감독의 눈빛은 강렬했다. 해외에서 짐 팩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그는 동양인 최초로 NHL 우승컵인 스탠리컵을 들어올린 주인공이다. 캐나다 교포인 그는 미국의 피츠버그 펭귄스에서 수비수로 뛰던 1990∼1991, 1991∼1992시즌 두 번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캐나다 국적을 지니고 있는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몇 년 전이다. 2014년 여름 어느 날,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절박한 심정으로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을 수소문했다. 아이스하키는 겨울올림픽 최고 인기 종목이다. 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과 세계 수준의 격차를 인정한 협회는 개최국으로서의 체면을 살리고 싶었다. 핏줄 때문이었을까. 협회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을 통해 감독 후보를 수소문할 때 그는 부모의 나라를 위해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수줍은 소년은 안 돼! “당신은 한국 국가대표입니다. 매일 생각하세요. 지금 우선순위는 국가라고….” 백 감독이 대표팀 첫 미팅 때 가장 먼저 한 말이다. 국제대회만 나가면 대패의 쓴맛을 봐온 선수들에게는 태극마크가 부담스러운 게 당연했다. 경기에서 동료를 위해 애써 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조직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 때문에 백 감독은 기술적 분석보다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수줍은 소년(Shy Boy). 안 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선수들이 스펀지예요.” 부임 2년 7개월째 접어든 백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스케이팅과 기본기를 팀을 위해 활용하라는 주문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에서 ‘스펀지’라는 표현을 썼다. 백 감독이 이끈 변화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2016 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A에서는 34년간 1승도 못 거두고 상대 전적 1무 19패를 기록했던 일본을 3-0으로 제압하고 사상 첫 일본전 승리를 거두는 역사를 썼다. 백 감독은 “나부터 무척 흥분했다. 일본을 이기고 나서 선수들이 ‘하키만 생각하면 모든 게 풀린다’고 믿게 됐다. 삿포로 아시아경기(19일 개막) 아이스하키에서 금메달을 놓고 격돌하는 일본전은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평창 올림픽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끝이 아니라 시작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빈 공백을 메우는 것 같아요. 한국 아이스하키는 ‘베이비 스텝’ 단계지만 점차 넓은 보폭을 배우면서 어른이 될 겁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를 점차 세계 랭킹 10위권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백 감독은 “아이스하키 강국의 전술을 아무 생각 없이 복사해 우리 팀에 입히는 일은 절대 없다”며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원 팀’ 만들기를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 공격, 수비 지역과 이 사이 중립 지역 내에서 골리(골키퍼)를 제외한 5명이 순식간에 상대의 플레이 공간을 줄이면서 3피리어드 60분 내내 수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백지선표’ 하키의 키워드다. 체격이나 힘으로는 일대일로 유럽과 미국, 캐나다 선수들을 상대하기 벅차기 때문에 동료를 활용해 수적 우위 상황을 잘 만드는 선수들을 중용하는 쪽으로 팀 운영의 포인트로 잡았다. 평창 올림픽에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하는 남자 대표팀은 19일 개막하는 삿포로 아시아경기에서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평창 올림픽에 나오지 못하는 카자흐스탄(22일 경기)과 일본(24일 경기)이 한국을 상대로 강한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백 감독은 “선수들 눈높이가 높아졌다. 무조건 금메달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시아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그 기세를 평창으로 이어가겠다는 게 백 감독의 생각이다.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에서 세계 최강 캐나다와 체코(6위), 스위스(7위)와 조별리그 A조에서 예선을 치른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올림픽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지금은 우리를 잘 모르시겠지만 올림픽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요리로 유명한 ‘백 선생’처럼 한국 선수들 본연의 맛을 살리겠다는 백 감독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낸 ‘빙속 여제’ 이상화(28)가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무대가 될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의 빙질을 점검했다. 이상화는 6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어떻게 설명할 순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빙질이다. 한국 선수들을 위한 맞춤 경기장 같아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며 “여기서 36초대는 어렵겠지만 소치 올림픽에서 세운 37초대 초반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2013년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500m에서 36초36의 세계기록을 세웠다. 이상화는 이날 미디어데이 이후 연습 도중에도 간간이 트랙 옆에 앉아 시설과 빙판 상태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다른 선수들의 스케이팅도 유심히 체크했다. 9일부터 강릉 스케이트장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도 이날 이상화에게 다가가 안부를 묻는가 하면 연습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상화는 “나에 대한 관심을 잘 알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난 이미 2개의 금메달이 있다며 편안해지려고 한다”면서 “이제는 나와의 싸움을 해야 할 듯하다. 경쟁 상대를 의식하기보다는 마음의 부담을 버리고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은 트랙 좌우 직선 주로를 연결하는 곡선 주로가 태릉 빙상장보다 짧게 설계됐다. 그만큼 가파르게 곡선을 돌아야 한다. 쇼트트랙 훈련을 병행하면서 코너링에 익숙한 한국 선수들에게는 유리한 조건이다. 남자 대표팀 이석규 코치는 “태릉 빙상장 기록보다 선수들의 트랙 한 바퀴 개인 기록이 1초 가까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강릉=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새로운 영상이 필요해요. 그동안 제가 이긴 장면은 너무 많이 봐서 지겹거든요.” ‘코리안 좀비’ 정찬성(30·페더급·사진)은 평소 이기는 장면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즐긴다. 격투기에서 가장 중요한 자신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가 3년 6개월의 공백을 뚫고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하며 새로운 승리의 하이라이트를 만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스턴 건’ 김동현(36·웰터급), ‘코리안 슈퍼 보이’ 최두호(26·페더급)와 함께 한국 격투기를 대표하는 ‘빅3’인 정찬성이 5일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도요타센터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04’ 메인이벤트에서 페더급 랭킹 9위 데니스 버뮤데즈(31·미국)와 맞붙는다. 정찬성은 “공익근무를 하면서 (최)두호의 화끈한 경기를 TV로 보고 있으면 피가 끓어올라 뛰어나가 운동을 했다”며 “버뮤데즈가 장기인 레슬링 위주로 지루한 경기를 펼치더라도 냉정하게 대응하며 화끈하게 이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14년 10월 시작된 군복무(공익근무 2년) 등으로 실전 공백이 길었지만 UFC 측은 페더급의 강자를 정찬성의 복귀전 상대로 붙였다. 그만큼 정찬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11년 UFC에 데뷔한 정찬성은 단 4경기(3승 1패)로 세계 격투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경기는 UFC 역대 최고의 경기로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다. 경기 시작 7초 만에 KO 승을 거둔 마크 호미닉(35·캐나다)과의 경기, UFC 최초로 트위스터 기술(상대 하체를 다리로 고정하고 목과 척추를 비트는 관절 기술)로 서브미션(상대의 패배 인정) 승을 거둔 더스틴 포리에이(28·미국)와의 경기, 그리고 2013년 8월 당시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아우두(알도·31·브라질)와 벌인 타이틀전(정찬성 4라운드 TKO 패). 한국 선수가 UFC 챔피언과 타이틀전을 벌인 건 정찬성이 유일하다. 정찬성은 “이번 경기가 내 격투기 인생 후반전의 시작이다. 타이틀 도전 실패와 3년여의 공백은 내가 왜 옥타곤에 올라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공백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떠났는데, 그래도 내 곁에 남아준 동료들 그리고 아내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옥타곤에 계속 오르고 싸울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