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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상하이(上海) 와이탄(外灘)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의 사망자 유족과 친척 수십 명이 4일 황푸(黃浦) 구 런민다다오(人民大道)의 시 정부 청사 앞에서 보상과 시신 반환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 당국은 압사 사고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누리꾼들을 조사하는 등 사건의 파장을 막는데 부심하고 있다. 5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 당국은 사고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사망자들의 시신을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에 다라 대부분의 유족들은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다만 36명의 사망자 중 말레이시아와 대만 두 명의 시신은 가족에게 돌려주었다. 부상자 47명 중 25명은 아직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중 7명은 중태다. 유족들은 신속한 시신 반환과 함께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어떤 보상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고 현장인 와이탄 천이(陳毅)광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꽃다발을 가져다놓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으며 광장 주변에는 수백 명의 사복 경찰이 시위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배치됐다고 SCMP는 전했다. 한 유족은 “시 담당자가 이제 막 신원만 확인해서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만 하고 직접 시신을 보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신속한 처리를 지시했음에도 처리를 게을리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압사 사고와 관련한 부정적인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 수십 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신문은 경찰 조사 보도가 시 당국이 유족들과 보상 협상을 벌이려고 하는 시점에 나왔다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한 당국자는 “온라인에 올라오는 부정적인 말이나 잘못된 정보를 모두 삭제할 수는 없지만 조사가 이뤄지면 비우호적인 누리꾼에 대해서는 경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당국은 앞서 유족 및 부상자 가족들과의 국내외 언론 인터뷰를 막거나 허가를 받도록 해 여론을 통제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당과 정부, 사회 체제 등을 비판하는 글은 모두 보도에서 삭제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 정부 청사 앞 시위도 중국 언론에는 전혀 보도되고 있지 않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상하이(上海) 관광명소 와이탄(外灘)에서 발생한 새해맞이 압사 사고를 두고 중국인들은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했다고 자부하는 상하이 중심지에서 어떻게 이런 후진적인 재난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많은 중국인들은 “중국의 경제 수도 관리 수준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은 어떻겠느냐”며 분개하고 있다. 우선 참사 원인이 초기에 거론되던 ‘가짜 돈 살포’에서 ‘군중 쏠림’으로 기울면서 정부의 허술한 안전 관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2일 신화통신은 “참사가 나기 3시간 전부터 와이탄에 모인 군중 규모가 1년 전 규모를 넘어섰는데도 경찰 인력은 평소 행사 때보다도 적어 사고를 키웠다”고 했다. 광장 수용 규모는 30만 명인데 100만 명가량 모인 것 자체가 사고를 예고한 것인데 허술한 대응으로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사고 직후에야 뒤늦게 500명의 인력을 파견했지만 밀집한 군중을 헤치고 사고 현장으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망자 대부분이 10, 20대 젊은층이란 것도 시민들의 분노를 더하고 있다. 우리의 세월호 사태처럼 중국인들도 “못다 핀 꽃들이 졌다”며 애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관영 언론들도 안전 불감증을 지적했다. 런민(人民)일보는 “사고 당일 오후 10시 40분 상하이 지하철 탑승 인파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와이탄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란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며 사전 대비를 못한 시 당국과 경찰을 질타했다. 외신들도 가세했다. 영국 가디언은 “중국에서의 안전사고가 낯선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세계적인 도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의아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 정부와 상하이 시 당국은 엄격한 보도통제에 나서 국내외의 자성론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일 “상하이 시가 내외신 언론에 희생자 유족 및 부상자 가족들과 인터뷰할 경우 선전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며 “이런 검열과 통제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대형 참사가 터지면 으레 보도되어 온 희생자 사연들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사고 다음 날 푸단(復旦)대 2학년 두(杜)모 양의 사진과 함께 “시골에서 온 20세 여학생이 숨졌다”는 식의 간단한 사연이 언급된 것이 전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 당국은 사고 원인을 인파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 경찰은 “시 당국이 파악한 사고 시각은 오후 11시 35분 이후”라며 “현장에서 60m가량 떨어진 빌딩에서 가짜 달러가 살포된 시각은 오후 11시 47분경이어서 가짜 돈 때문이라는 초기 보도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최창봉 기자}

장쩌민(江澤民·89) 전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법위 서기가 최근 당적이 박탈되고 체포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은 가운데 장 전 주석이 사찰에 가는 모습이 공개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장 전 주석은 최근 부인 왕예핑(王冶坪) 씨 및 아들 손자와 함께 하이난(海南) 섬의 산 중턱에 있는 한 사찰에 가는 모습을 둥산링(東山嶺)공원의 위챗(한국의 카톡)에 올렸다. SCMP는 “이는 명백하게 장 전 주석이 건강에 문제가 없으며 정치적으로 아직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장 전 주석은 산을 오르고 내릴 때 약간의 부축을 받는 것 말고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저우융캉의 사법처리 개시가 발표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3일 베이징(北京)의 국가박물관을 방문하는 장면이 보도된 뒤 약 1개월 만이다. 그의 옆에는 뤄바오밍(羅保銘) 하이난 성 서기와 몇몇 관리 및 경호원 등이 보였다. 장 전 주석은 “이처럼 유명한 곳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며 “베이징에 돌아가면 둥산의 아름다움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뤄 서기를 도와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게 하겠다”고 말했다. 홍콩의 시사평론가 류루이자오(劉銳兆) 씨는 “장 전 주석 3대가 사찰에서 기도하는 산행을 한 것은 장 전 주석이 아들 손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장 전 주석은 지난해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반부패 사정이 너무 지나치면 안 된다”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씨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아들 손자를 타깃으로 삼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전 주석의 손자인 장즈청(江志成·29)은 홍콩에 설립한 사모펀드 ‘보위(博裕)캐피털’을 통해 대륙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는 비리 의혹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해 4월 보도했다. 한편 SCMP는 장 전 주석이 오른 산의 이름이 ‘둥산’인 것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둥산자이치(東山再起)’는 ‘권토중래’와 비슷한 의미다. 장 전 주석이 비록 퇴임했으나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탈영병으로 보이는 북한 병사(26)가 권총을 훔쳐 중국과의 접경지대인 지린(吉林) 성 변방 마을에 침입해 강도행각을 벌이다 조선족 주민 4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중국군과 경찰이 쏜 총에 맞고 체포돼 현재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사건 직후 국경 부대를 재배치했다.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범인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7시 반경 두만강변 허룽(和龍) 시 난핑(南坪) 촌에 권총을 들고 조선족 주민 허모 씨(60) 집에 침입해 마당에 나와 있던 허 씨와 부엌에 있던 허 씨 아내를 차례로 사살했다. 이어 이웃 이모 씨(70) 집 방으로 들어가 권총으로 이 씨 부부의 머리를 때려 숨지게 했다. 차모 씨(70) 집에서는 혼자 있던 차 씨를 위협해 100위안(약 1만8000원)을 빼앗고 음식물까지 얻어먹은 후 달아나기도 했다. 또 다른 한족 주민이 사는 집에는 들어가기만 하고 그대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범행 직후 두만강 상류 쪽으로 달아나다가 이날 밤 12시를 전후해 푸둥거우(釜洞溝) 촌 계곡에서 중국군과 중국 경찰이 쏜 총을 복부에 맞고 붙잡힌 뒤 허룽 시 R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변경에서 북한군의 총에 자국 국민이 살해된 사건은 이례적이라고 보고 사건 현장인 난핑 촌에 지린 성, 허룽 시, 옌볜조선족자치주의 공안, 군 부대원을 투입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일이 알려지면서 중국 내 반북 감정이 높아지고 있어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관계가 냉각되어 있는 북-중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북한의 국경부대 재배치로 북한 주민들이 이용하던 탈북 루트가 더 막힐 가능성이 크다. 동아일보의 지린 성 현지 취재 결과 중국 당국도 이 사건 직후 접경지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자국민 4명이 북한군 병사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사건 일체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숨진 허 씨 부부와 이 씨 부부의 시신은 R병원에 안치돼 있지만 장례식은 중국 당국의 사건 조사가 끝날 때까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허룽=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영하 15도가 넘는 데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불던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8시.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에서 차를 한 대 구해 북한 병사가 조선족 4명을 살해한 사건 현장이 있는 두만강변의 허룽(和龍) 시 난핑(南坪) 촌을 향해 출발했다. 강의 중국 쪽 강변에 설치된 2m 높이의 철조망을 따라 남쪽으로 2시간쯤 달리는 동안 중국이 설치한 감시 카메라와 강 건너 북한 경비 초소가 보였다. 10분쯤 지나자 난핑 촌이 멀리 눈에 들어왔다. 강만 건너면 바로 북한 무산군 칠성리로 갈 수 있는 곳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 북-중 통행이 자유로웠던 난핑 촌은 요즘 북한 양강도 혜산시, 함경북도 회령시와 함께 3대 탈북 루트로 통한다. 칠성리 일대에서 3년 이상 장기 복무한 변경의 북한 군인들은 난핑 촌 마을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행한 중국인들은 “이 마을에는 10여 년 전부터 북한 군인이 밤에 넘어와 밥을 얻어먹는 것이 흔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심지어 소와 돼지 등을 훔쳐 달아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마을 입구에서 검문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200m가량 떨어진 양로원 마당에 차량 서너 대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중국인들에게 물어보니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차량이라고 했다. 기자가 중국 출신이 아닌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자칫 취재를 하다 억류될 우려도 있어 일단 동행한 중국인에게 부탁해 양로원에 들어가 ‘사건 현장’인 민가에 가 볼 수 있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양로원에 갔다가 돌아온 중국인은 “이미 양로원 안에서 마을 주민 20여 명을 모아 놓고 군경 합동조사반이 한 명씩 조사 중이었다”며 “군경은 현재 양로원 창문을 통해 마을 진입로를 감시하고 있다. 평소 20여 가구가 평화롭게 살던 곳이었는데 초비상이 걸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중국인들과 함께 취재한 이번 사건의 경위를 종합하면 이렇다. 권총을 갖고 탈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병사가 처음 이 마을 차모 씨 집에 들어간 시간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7시 반경이다. 그가 마을에 머문 시간은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범인은 차 씨를 권총으로 위협해 100위안을 빼앗고 “꼼짝 말고 엎드려 있으라”고 말한 뒤 집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범인이 민가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서는 “허기를 달래고 탈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말들이 나왔다. 범인이 두 번째로 한족 주민의 집에 그냥 들어갔다 나온 것은 중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현지 취재에 따르면 사건 현장은 무장한 공안과 경찰이 밤새도록 지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상당수 마을 주민이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떠났을 정도로 이번 사건은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었다. 범인에게 돈을 준 차 씨도 정신적인 충격이 심해 다른 곳으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입구를 잠시 둘러본 뒤 서둘러 차를 몰아 남쪽으로 내려갔다. 범인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군과 경찰에 쫓기며 도주한 길이다. 범인이 배에 총을 맞고 잡힌 푸둥거우(釜洞溝) 촌 계곡은 북한 최대의 노천 탄광이 있는 무산 시 시가지 건너편에 있다. 사건 현장으로부터 7km가량 떨어진 곳이다. 붙잡힌 시간은 밤 12시 안팎으로 도주 시간은 4시간가량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검거 지역까지 이동하면서 변경 도로를 오가는 1시간 동안 중국군 순찰 차량을 3차례나 만날 정도로 경비가 심했다. 범인이 현재 입원해 있는 허룽 시 병원 마당에는 일반인은 쉽게 알아볼 수 없는 경찰 차량이 2, 3대 주차되어 있었다. 한 중국인 소식통은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북한 쪽에서 병사를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누가 총상 환자인지를 모르게 치료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병원 영안실에는 피해자 4명의 시신도 안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이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탈북 및 사건 경위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범인이 사용한 권총은 북한 내에서는 장교에게만 지급되는 것이다. 이를 놓고 추정해 볼 때 부대 내 장교의 권총을 훔쳐 나왔을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되면 무장 탈영일 가능성도 크다. 그가 도주로를 북한 쪽이 아닌 두만강 상류 쪽 중국 땅으로 잡은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사건이 발생한 난핑 촌은 북한 병사들도 익숙한 곳이며 범인의 나이로 볼 때 9년간 북한군에서 복무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살해한 동포 허모 씨 부부와 이모 씨 부부는 변경의 북한군과 알고 지냈을 가능성이 있으며, 살해 동기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허룽=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지난해 12월 31일 밤(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上海)의 신년맞이 행사장에서 36명이 압사하고 47명이 부상하는 대참사가 빚어졌다. 새해 벽두부터 비보를 접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즉각 신속한 사고 원인 조사를 지시했다. 1일 상하이 시 정부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2015년 새해를 앞둔 오후 11시 35분경 황푸(黃浦) 구 옌안둥(延安東)로에 있는 유명 관광지인 와이탄(外灘)의 천이(陳毅) 광장에서 일어났다. 현지 언론들은 광장 인근 건물 3층 술집 창문에서 100달러 지폐와 비슷한 쿠폰들이 살포되자 사람들이 서로 밀치기 시작했고, 광장과 연결된 계단에서도 인파가 뒤엉키면서 줄줄이 쓰러졌다고 전했다. 새해맞이 명소인 이곳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든 상태였다. 사망자 36명 중 25명은 여성으로 밝혀졌고 부상자 47명의 대부분도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2015년 새해를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밤 중국 상하이(上海)의 관광명소인 황푸(黃浦) 구 옌안둥(延安東)로 와이탄(外灘)의 천이(陳毅)광장. 영하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인파가 광장을 가득 메운 채 송년 및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푸 강 건너 푸둥(浦東)의 둥팡밍주(東方明珠)에서는 전광판에 표시된 숫자가 줄어들면서 새해가 다가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새해를 맞을 기대에 부풀어 있던 오후 11시 35분경 갑자기 인근 빌딩 18층짜리 건물 3층 술집 창문에서 종이가 뿌려지자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현지 매체인 둥팡왕(東方網)은 “누군가 100달러짜리 지폐가 뿌려진다고 하자 그걸 주우려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렸다”고 전했다. 이 종이는 진짜 돈이 아니라 미화 100달러를 배경으로 넣은 술집광고 쿠폰이었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종이를 주우려고 모여들면서 축제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광장과 큰길을 잇는 계단에 사람들이 가득 찬 상태에서 아래로 내려가려는 인파와 위로 올라가려는 인파가 뒤엉키면서 깔리기 시작한 것. 한 여성은 런민(人民)일보와 인터뷰에서 “계단 중간에 갇혀 있었는데 갑자기 소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먼저 넘어졌고 사람들이 줄줄이 쓰러졌다”며 “열두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보니 아들의 온몸에 신발 자국이 찍혀 있었고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며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중국 반관영통신 중국신원왕(中國新聞網)도 황푸 강을 따라 세워진 방심(防a)벽 쪽에 서 있던 여성 한 명이 뒤쪽으로 쓰러지면서 연쇄적으로 사람들이 쓰러졌다며 놀란 군중이 서로 밀치면서 순식간에 이곳저곳에서 연쇄적으로 깔렸고 “나 죽는다”는 비명으로 아비규환이 되었다고 전한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목격자는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서로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이내 소음에 묻혔다”고 전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쓰러진 사람들을 끌어내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인근 ‘상하이시 제1인민의원’, 루이진(瑞金)의원, 장정(長征)의원 등에서 구급차들이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했지만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 시민들을 차가운 도로 바닥에 뉘여 놓고 흉부압박이나 구강호흡 등을 통해 응급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부상자들과 사망자가 옮겨지고 남은 현장에는 가방 휴대전화 신발 목도리 등이 나뒹굴었고 일부 물건들은 피범벅이 된 상태였다.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은 중단되고 광장은 정적에 싸였다. 10여 분 만에 36명이 압사하고 47명이 부상한 이번 참사에서 사망자 36명 중 25명은 16∼36세의 여성이고 나머지 10명은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화통신은 부상자 47명의 대부분이 20세 안팎의 젊은 여성들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가까운 ‘상하이시 제1인민의원’의 응급실은 압사 환자들로 바닥까지 가득 차 북새통을 이뤘다. 10세가 채 안 되는 한 여자아이는 입에서 피를 토하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이번 참사는 안전 불감증에 따른 전형적 인재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당국은 “천이광장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한다”고 예고했지만 몰리는 인파를 막지 못했다. 천이광장은 최첨단 고층 빌딩이 몰려 있는 상하이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지난해 새해맞이 행사 때에도 30여만 명의 인파가 몰려드는 바람에 당국이 질서 유지에 애를 먹었다. 대형 인파가 몰리면서 일어나는 압사사고는 후진국형 재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 1월 26일 목포행 완행열차를 타려던 승객들이 서울역 계단에서 집단으로 넘어져 31명이 압사하고 3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설을 이틀 앞두고 고향을 찾으려던 귀성객들이었다. 또 2001년 12월 31일 밤에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타종 행사를 보러 나온 인파에 깔려 다섯 살 난 남자아이가 숨지기도 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성동기 기자}

《 “중국과 북한 관계는 한국전쟁을 치를 때 등 과거에는 동맹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북한이 동맹국으로서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북한이 사실상 파기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과거의 시각으로 현재의 중조(中朝·북-중 관계의 중국식 표현) 관계를 보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칭화(淸華)대 당대국제관계연구원 원장 옌쉐퉁(閻學通) 교수는 지난해 12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옌 교수는 “한국의 많은 분석가가 현실과 부합하지 않은 시각 때문에 중-북 관계를 이해하는 데 모순과 혼란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조가 동맹 관계인데 어째서 장기간 양국 고위층이 만나지 않는가. 중한 관계가 어떻게 중조 관계보다 더 좋아 보이는가. 중국은 북한의 맹우(盟友)여서 북한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을 텐데 왜 양국 고위층이 대화도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런 혼란의 단면을 짚었다. 》 옌 교수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해 정례 브리핑에서 이미 중북 관계는 정상 국가 관계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현실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에 의존해서 보고 있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중국도 동맹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1950년대 중반에는 중국과 옛 소련도 동맹국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최근 북-중 관계에 변화가 온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한 말이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조 간 동맹상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북한은 어떤 군사적 행동을 할 때도 중국의 의견을 구하지 않는다. 북한이 조약상의 어떤 약속도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양국 간 동맹 조약은 사실상 이미 폐기된 것이다. 북한의 어떤 군사행동도 중국과 상의하지 않는다.” 1961년 체결된 ‘중조우호합작조약’은 양측이 폐기를 공식 제기하지 않아 2021년까지 자동 연장된다. 옌 교수의 설명은 법적으로라기보다 실효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북한에 용인할 수 없는 ‘레드 라인’은 무엇인가. “중국이라고 다른 기준이 있는 것 아니다. 국제사회가 용납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국제사회와 같다.” ―지난해 11월 18일 유엔총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에 중국은 반대했다. “그런 방법이 지역 평화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100여 개 국가가 반대해도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지지구 공습을 지지했다. 미국 역시 공습 반대는 중동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국은 자연히 자신만의 견해가 있다. 중국이 이렇게 하는 것(북한 인권 결의안 반대)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당신은 과거 한중 간 동맹 관계 설정 가능성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다. 한미가 동맹인데 한중 동맹이라는 두 가지 병립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중소 국가들은 국제관계의 권력 이동의 지형을 잘 살펴야 한다. 권력 이동 과정 중 최대의 이익을 가져올 선택을 해야 한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양대 강대국에 동시에 의존한 사례가 있다. 고려가 요나라 및 북송과 각각 동맹 관계를 수립했다. 조선왕조는 후금(청나라) 및 명나라와 동맹 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 역사가들은 이 같은 주변 양대 강국과 동시에 관계를 맺은 것을 ‘양단(兩端) 외교’라고 부른다.” 옌 교수는 지난해 4월 한 세미나에서 중한 양국이 ‘공동의 안보 이익’을 앞세워 동맹을 맺어야 할 이유로 우경화하는 일본과 북한 핵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를 꼽았다. 옌 교수를 칭화대 밍자이(明齋)에서 만난 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한 다음 날이었다. ―중일 관계 개선이 더 어려워진 것 아닌가. “아베 총리의 선거 승리는 집권 기간이 길어지고 평화헌법 개정이 추진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이 매우 큰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국민들을 믿게 하고 중국 한국 러시아 등과 대항적인 자세를 지속하면서 헌법 9조 삭제도 추진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아베 총리의 우경화나 군사대국화를 지지하는 일본 국민은 소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제 이런 생각도 바꿔야 하지 않는지…. “아베 총리의 우경화 정책은 비교적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 같다. 하지만 헌법 개정, 특히 9조 개정 또는 삭제는 일본 내에서도 이견이 있고 지지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일본 분위기로 보면 헌법 개정과 9조의 폐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한국 중국 등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텐데…. “헌법 개정이 이뤄지면 중국 한국과의 관계가 내리막길로 가고,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가 포함되면 더욱더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탈 것이다.” ―2015년 러시아와 공동으로 전승 70주년 기념식을 갖기로 한 것은 일본과의 대립을 부추길 우려가 있지 않은가. “일본의 우경화가 지역 평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은 전승 70주년 기념식을 통해 일본의 우경화가 지역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경각심을 국제사회에 주기 위한 것이지, 특정국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것은 아니다.중국은 미국 한국 일본 등 가급적 많은 국가가 전승기념식에 참가하길 바란다. 일본이 참가한다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범죄를 인정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뜻이다.” ―2015년 중일 관계가 개선될 전망은 없는가. “아베 총리가 집권하는 한 양국 관계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아베 총리는 고의로 중국과 대항하려는 정책을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베이징(北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총회에서 아베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자국 국민들에게 자신이 강한 외교수단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이 정상회담을 하지 않기를 원했지만 결국은 받아들이도록 했다며 외교적 역량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아베 총리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옌 교수의 이런 평가는 당시 아베 총리가 홀대를 받았다는 평가가 일본에서 나왔던 것과는 다른 해석이다. ―새해에는 한중일 3국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3국 간 정치적 관계가 좋아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경제적 협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 올해 3국 관계의 키워드는 정치는 차갑고 경제는 뜨거운 ‘정랭경열(政冷經熱)’이 될 것 같다” ―당신은 중국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라고 불린다. “그렇지 않다. 신보수주의자는 오직 미국에만 있다. 한국 영국 일본 어디에도 없다. 서방에서 나를 신보수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내가 주창하는 외교정책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국이 보다 연약하기를 바란다. 중국이 독자적 행동을 하기보다 서방과 보조를 맞춰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는 반대한다. 나는 호주 국립대 장펑(張峰) 교수가 제기한 ‘도의(道義) 현실주의(moral realism)’를 주창한다. 이는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되려면 서구식 현실주의 이론의 ‘실력’만이 아니라 ‘정치지도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옌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중국이 ‘실력’은 아직 미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도력’을 갖춰 가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출판한 저서 ‘역사의 관성-미래 10년의 중국과 세계’에는 중국이 10년 안에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보인다. “책 어디에도 미국을 추월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도 초강대국이 된다고 했다. 이는 중국의 실력이 미국을 추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때 소련도 초강대국이었지만 미국을 추월하지는 못했다. 중국이 10년 안에 초강대국이 되지만 실력은 여전히 미국만 못할 것이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다만 미국은 냉전이 끝났을 때와 같은 주도권을 가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과의 갈등이나 충돌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잃어가는 중에 중미 간 갈등이 점차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전쟁이 난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는 양국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글로벌화에 따라 양국이 서로 의존하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중국이 10년 안에 어떤 군사적 충돌에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중미 간 직접적인 전쟁은 아닐 것이다.” 옌쉐퉁 칭화대 교수 약력○1952년 톈진 출생○1982년 헤이룽장대 영어과 졸업○1986년 현대국제관계학원 석사○1992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정치학 박사○1982∼2000년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와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소속 연구원 주임 등으로 근무○주요 저서=‘중국 국가이익 분석’(1996년), ‘미국 패권과 중국 안보’(2000년), ‘중국 굴기와 그 전략’(2005년), ‘역사의 관성-미래 10년의 중국과 세계’(2013년) 등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지난해 12월 28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찾아가 일반 고객과 같이 줄을 서서 만두를 사 먹었던 만두 전문점은 1년이 지난 요즘 명소가 됐고 다른 체인점들도 호황(사진)을 누리고 있다. 기자가 27일 토요일 오전 11시 반 베이징 시청(西城) 구 웨탄베이제(月壇北街) 칭펑바오쯔푸(慶豊包子鋪)의 웨탄점에 가보니 식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식당 안 카운터에는 주문하는 곳과 음식을 받는 곳 모두 1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낮 12시가 되기 전에 6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모두 찼다. 일부 손님들은 기다렸다 포장을 해 가기도 했다. 시 주석이 주문해서 먹었던 돼지고기와 대파를 넣은 만두 6개, 볶은 돼지 간과 내장이 들어간 껄쭉한 탕, 갓볶음 3가지는 메뉴판에는 없지만 ‘주석 세트메뉴(主席 套餐)’로 21위안(약 3700원)에 팔았다. 칭펑은 1948년 베이징에서 창업해 2000년부터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칭펑 만두체인의 본사인 화톈(華天)집단의 주위링(朱玉嶺) 총경리는 베이징(北京)청년보와의 인터뷰에서 “웨탄점은 시 주석 방문 후 월 매출이 7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 식당 내부에 시 주석이 방문했다는 표시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주방과 창고로 이어지는 ‘외부인 출입금지’ 통로로 들어가자 외부인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시 주석이 앉아 만두를 먹는 사진이 여러 장 걸려 있었다. 직원들은 손님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시 주석 사진을 걸어놓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한 30대 초반 남성 손님은 “너무 시 주석을 내세우다 경고를 받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낮 12시경 홍콩 완차이(灣仔) 글로스터 로드를 주행하던 은행 현금 수송차량의 뒷문이 열리면서 지폐가 도로에 쏟아져 이를 주우려는 주변 시민과 운전자들로 교통이 정체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영국계 보안업체 G4S 차량은 이날 500홍콩달러(약 7만1000원)짜리 지폐 총 5억2500만 홍콩달러를 싣고 가다 왼쪽 뒷문이 열리면서 현금 중 3500만 홍콩달러(약 50억원)가량이 쏟아졌다. 일부 지폐는 돈다발 띠마저 풀려 주변 거리는 ‘크리스마스 돈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이를 지켜보던 한 남성이 과감히 도로에 뛰어들면서 주위의 수십 명이 밀려들어와 돈을 줍기 시작했다. 도로를 운행하던 택시기사도 차를 세우고 이에 가세했다. 한 ‘평범한 홍콩 여성’은 무려 10개 가까운 돈다발을 품에 안고 황급히 사라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봉쇄하고 현금 회수에 나섰으나 떨어진 돈 중 1523만 홍콩달러(약 21억6266만 원)가량이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5일 전했다. 일부 시민은 엽총과 방탄조끼로 무장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돈을 주워 도망치기도 했다. 현금 수송차량은 14km가량을 더 주행해 G4S 본사에 도착한 뒤에야 뒷문이 열린 것을 알았다. 규정상 현금을 실은 곳에는 보안요원을 태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분실한 모든 지폐가 신권이어서 일련번호를 파악해 추적할 것”이라며 “지폐를 가져간 이들은 절도죄로 최고 징역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수되지 않은 돈은 전액 수송 책임을 맡은 보안회사가 진다고 G4S 관계자는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2014년 국내외 주요 뉴스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아픔’이었다. 국민들은 올해 내내 몸과 마음에 생채기를 입었다. 4월 16일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침몰 이후 대한민국은 거대한 눈물바다로 변했다. 군(軍)에서는 폭행과 성추행이 난무했다. 정치도 아픈 국민을 달래주지 못했다. 총리 후보자들은 거듭 중도 낙마했고, 대통령 ‘비선 실세’라는 정윤회 씨와 관련한 청와대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돼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다. 해외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과 우크라이나 내전 등 우울한 뉴스들이 전해졌다. 동아일보가 선정한 국내외 10대 뉴스를 소개한다. 》 거리엔 노란 리본… 유병언 죽음 미스터리4월 16일 세월호 침몰 이후 온 국민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거리는 노란 리본으로 뒤덮였고 추모 분위기 속에 사회 전체가 집단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렸다. 희생자 304명(사망 295명, 실종 9명)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은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검경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추적은 떠들썩했지만 결국 유 전 회장은 7월 의문만 남기고 시신으로 발견됐다. ‘종북’ 통합진보당 헌정 사상 첫 정당해산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청구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사건에서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해산을 결정했다. 헌법 재판관 9명 중 8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진당은 강제 해산되고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도 선고와 동시에 모두 박탈됐다. 이 결정 이후 시대 변화와 자기성찰에 게으른 낡은 진보가 아닌 건강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선실세 의혹 ‘정윤회 문건’ 정국 들썩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으로 ‘비선 실세’ 의혹을 사온 정윤회 씨와 청와대 핵심 비서관 등이 인사와 국정에 개입한다는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이 11월 28일 세계일보에 보도돼 큰 파문이 일었다. 문건 내용은 허위로 판명됐지만 정 씨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간의 권력암투설이 확산됐고, 둘 다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한국 다독여준 교황… ‘8월의 크리스마스’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의 크리스마스’를 선물했다. 산타클로스를 닮은 그의 배낭을 채운 것은 검소함과 겸손, 사랑과 자비였다.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자신을 낮추는 그의 모습에 한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교황이 집전한 서울 광화문 시복식에는 수십만 명이 몰렸다. 사람들이 종교를 넘어 ‘비바, 파파’를 연호한 것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구였다. 총기난사-윤일병 폭행사망-性범죄… 위기의 軍올해 군은 사건 사고의 연속이었다. 육군 22사단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비롯해 음주 물의를 일으킨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의 전역을 두고 진위 공방이 벌어졌다. 성범죄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17사단장 현역 장성이 사상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육군 중령은 성희롱으로 사상 첫 계급 강등 징계를 받기도 했다. “내려”… 조현아 前부사장 ‘땅콩회항’ 파문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12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항공기에서 간식 제공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승무원에게 폭언을 한 뒤 회항시켜 사무장을 공항에 내려놨다.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도덕성에도 치명상을 입혔다. 조 전 부사장에게는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건희 회장 장기입원… 삼성 ‘이재용 시대’5월 10일 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곧바로 인근 순천향대병원에서 긴급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덕에 ‘최악의 사태’는 피했으나 이 회장은 25일 현재까지 의식이 완전치 않은 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후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이재용 시대’를 맞게 됐다.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연달아 낙마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연달아 낙마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총리후보 지명 6일 만에,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14일 만에 사퇴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 한 정홍원 총리는 사의 표명 60일 만에 유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세월호 국면을 정면 돌파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은 한동안 인사 참극이란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순신 신드롬… 영화 ‘명량’ 1761만명 관람7월 개봉한 영화 ‘명량’의 광풍은 거셌다. 1761만 명을 넘겨 2009년 ‘아바타’(1362만 명)를 제치고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8월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이달 중국에서 개봉해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월호 참사와 윤 일병 사건 등의 충격에 빠져 있던 우리 사회에 리더십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중 FTA 체결… 13억 대륙시장과 손잡아한국은 11월 10일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전격 체결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3대 시장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과 모두 FTA를 맺은 유일한 나라가 됐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매년 6조 원의 관세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쌀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 시장을 열지 않은 대신 자동차 관세 철폐 등을 얻어내지 못해 개방도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아베 총선 승리로 장기집권 길 열어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총선을 통해 장기 집권으로 가는 길을 넓혔다. 엔화 약세를 몰고 온 아베노믹스와 내각이 흔들리자 지난달 중의원 해산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전체 의석 3분의 2를 넘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그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를 부정하고 평화헌법을 바꿀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한국과 중국은 그의 우경화 행보에 긴장하고 있다. 8000명 사망 육박… 에볼라 공포 확산에볼라 바이러스에 공인 받은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사이 그 공포가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 세계로 확산됐다.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처음 발병한 뒤 2만 명 가까운 감염자, 80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스페인 영국 노르웨이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도 감염됐다. 각국이 공포에 떨었지만 아프리카 밖에서 피해는 크지 않았다. 美-쿠바, 53년만에 국교 정상화 합의미국과 쿠바가 1961년 이후 53년 만에 국교 정상화에 전격 합의해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양국은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된 비밀협상 결과를 12월 17일 발표했다. 미국은 양국 간 여행 자유화와 송금 한도 확대, 통상 및 정보 교류 등 10여 개의 구체적인 관계 개선안과 함께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푸틴, 크림반도 합병… 美-러 新냉전 속으로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전격 합병했다. 강대국이 다른 나라 국경을 인위적으로 변경시킨 사건이다. 미국과 유럽은 제재에 착수해 ‘신냉전’으로 불리는 대결 구도가 이어졌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도 반군을 지원해 내전이 격화됐다. 제재 영향으로 루블화 가치 하락에 시달리는 러시아는 국가부도 직전의 위기에까지 몰렸다. 반토막 난 국제유가, 신흥국 위기 불러국제유가가 폭락했다. 6월 100달러대에서 12월 50달러대로 반 토막이 났다. 미국이 셰일 원유 공급량을 확대하는 가운데 11월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가 실패한 것이 폭락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미국은 내수가 살아나면서 경제성장의 호재를 만났지만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 가치의 동반 폭락과 금융위기에 노출됐다. ‘인질 참수’ IS 득세… 이라크 등 전쟁회오리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올해 초부터 중동 정세를 위협하는 최대 세력으로 떠올랐다. IS의 출발은 알카에다의 이라크 하부 조직이었지만 6월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 신(神)·정(政) 일치의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설립을 선포했다. 8월부터는 미국인 3명 등 인질을 잇달아 참수했고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은 IS에 대대적인 공습을 했다. 시진핑 ‘부패 호랑이’ 사냥… 홍콩 ‘우산혁명’ 소멸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저우융캉(周永康·전 정치국 상무위원) 링지화(令計劃·중앙통일전선공작부장) 등 거물 정치인을 부패 혐의로 처벌하면서 체제를 탄탄히 다졌다. 중국의 급부상은 G2(주요 2개국)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행정장관의 완전한 직선제를 요구하던 홍콩의 ‘우산혁명’도 시진핑 체제의 장기 방치(放置) 전술에 힘이 빠지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11년만에… 필레, 인류 첫 혜성 ‘터치다운’11월 13일 오전 1시 인류가 사상 최초로 혜성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유럽우주기구(ESA)의 탐사로봇 필레는 로제타호에 탑재돼 10년 8개월 동안 우주를 비행하다 지구 방향으로 날아오는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의 머리 부분에 착륙했다. 필레는 혜성과 지구의 물이 화학적 구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동면에 들어간 필레는 내년 봄에 가동된다. 여소야대-흑백 갈등 겹친 오바마 ‘레임덕’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 임기 2년차를 맞아 급속한 레임덕(권력누수)을 겪었다. 외교정책 부진 속에 각종 개혁정책이 벽에 부딪히면서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졌다. 11월 4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해 2006년 이후 8년 만에 여소야대가 됐다. 흑인 대통령 집권기에 오히려 흑백 갈등이 격화돼 소요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실종-피격 말레이항공기 잇단 사고말레이시아항공의 여객기가 두 차례나 추락해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3월 8일 239명을 태우고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MH370편이 이륙한 지 50여 분 만에 갑자기 사라졌다. 10여 개국이 수색에 나섰지만 잔해나 블랙박스가 발견되지 않아 미스터리가 됐다. 7월 17일에는 MH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상공에서 미사일에 격추되면서 탑승자 298명이 모두 숨졌다.}

“그는 청룽(成龍)의 아들이다. 그런 만큼 더욱 자신의 죄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내가 어려서 스승들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무술을 배웠듯 교도소 생활을 어느 한 대학에서 지내는 것처럼 여겨야 한다. 형기를 마친 뒤에는 새로운 아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영화배우 청룽이 마약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아들에 대한 심경을 처음 털어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새 영화 ‘천장웅사(天將雄師)’ 홍보를 하러 베이징에 온 그를 23일 인터뷰해 24일 ‘신화방담’ 프로그램에서 방영했다. 청룽의 아들로 가수 활동을 하고 있는 팡쭈밍(房祖名·32)은 8월 대마초 흡연 및 흡연 장소 제공 등의 혐의로 베이징에서 동료 가수와 함께 체포돼 조사를 받아왔다. 그는 이달 22일 기소돼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청룽은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땐 너무 놀랐고 놀란 뒤에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패죽이고도 싶었고 변호사를 시켜 대신 뺨이라도 때려주라고 하고 싶었다”고 격한 심정을 드러냈다. 아들이 구금된 뒤 한 번도 면회를 간 적이 없다는 청룽은 “아들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며 면회를 오지 말라고 했다”며 “아들이 교도소 안에서 많은 책을 보고 있어 다행”이라고 한 가닥 기대도 내비쳤다. 청룽은 아들이 체포된 뒤 나오고 있는 ‘청룽이 잘 봐 달라고 손을 쓴다’ ‘교도소에서 특별대우를 받는다’ 등의 소문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국가에 법이 있고 가정에는 규율이 있다. 아들 건으로 그 어떤 관계도 동원해 본 적이 없다. 변호사가 법적으로 가능한 보석 신청을 하자는 것도 거절했다. 변호사에게 오히려 형기를 줄이기 위한 시도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의 2014년 한 해를 상징하는 ‘올해의 한자’로 ‘파(法·법)’가 선정됐다. 22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 산하 국가언어자원조사연구센터와 상무인서관 등은 ‘법치(法治)’를 의미하는 ‘파(法)’를 선정했다. 전문가 심사단은 “올해 10월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의법치국(依法治國)’을 선언했다”며 “깨끗한 정치를 제창하든 스모그를 퇴치하든 법은 모두 필요한 전제조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공동조사 등을 거쳐 결정된 이번 올해의 한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장 이후 ‘호랑이(고위관리)’든 ‘파리(하급관리)’든 법에 따라 부정부패를 색출해 처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올해의 한자는 ‘멍(夢·몽)’이 선정된 바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시장에 우유를 수출하는 주요 국가들은 독일 프랑스 뉴질랜드 호주 등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훨씬 가깝기 때문에 한국산 신선 우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활용해야 한다.’ ‘한국의 황금유자차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색상인 데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하지만 많은 브랜드가 난립해 있어 시장 장악력이 떨어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22일 발표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시대, 농식품 중국시장 진출 길라잡이’ 보고서는 이처럼 중국 농식품 시장 진출 전략을 품목별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 대표식품인 김치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인의 입맛과 다르고 중국 현지 생산 제품이 저렴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산 김치의 한국 내 시장점유율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어 한국에서는 이미 정착한 선진국 소비자들의 특징이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친환경 유기농식품 수요 증가, 건강 참살이(웰빙)식품 시장 증가, 두터워지는 중산층에 따라 ‘레저 식품’ 활기, 한류 드라마에 영향 받은 ‘K-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또 소황제(小皇帝·중국 정부의 1자녀 산아제한 정책 실시 이후 태어난 귀하게 자란 외동아들이나 외동딸)를 겨냥한 ‘어린이 전용식품’이나 기능성 음료, 소득 증가와 정비례 관계인 냉동식품 시장의 급속한 성장 등도 지적했다. 커지고 있는 중국의 식품시장 규모는 내년에는 1조 달러(약 18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미국(9300억 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내수 확대로 전환하면서 주요 성장 분야 중 하나로 식품산업을 선정해 성장성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식품산업에 아직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남아 있는 것은 한국 기업에는 기회다. 일례로 건조식품 1t을 생산할 때 전기 소비량이 선진국의 2∼3배 수준이고 당과류 1t 제조에 물 소비량은 선진국의 5∼10배에 이른다. 또 통조림 제품 1t 생산에 들어가는 물도 일본의 3배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농식품 수입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952억1000만 달러를 수입해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미국이 25.8%로 가장 높고 브라질(16.8%) 호주(6.6%) 등의 순이었으며 한국은 1.3%에 불과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 문화적으로 친근한 것에 비하면 한국의 중국 농식품 시장 공략은 부진하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많은 농식품이 있지만 대표적인 30개를 선정해 중국 시장 진출 정도에 따라 준비, 진입, 성숙 단계로 나누고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책임자인 김인규 베이징대 교수는 “11월 타결된 한중 FTA에서 개방이 제외된 1200개 품목 중 한국은 60%가 농산물인 반면 중국은 철강 자동차 정보기술(IT) 제품 등 공산품이 다수이고 농산품은 5% 미만이었다”며 “중국은 공산품 보호에 나선 반면 농산물이나 농식품 시장은 열어젖힌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제는 한국이 방어하는 농업에서 공격하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며 “이번 보고서는 그 같은 방향 전환을 위한 작은 지침서”라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이 최근 10개까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고 3단계 로켓 추진으로 1만2000km 이상을 날아가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둥펑(東風)-41’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미국의 보수 성향 온라인신문 ‘프리비콘’을 인용해 보도했다. 둥펑-41은 2012년 7월 첫 시험 발사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도 산시(山西) 성 타이위안(太原)에서 2차 실험을 했다. 1, 2차 모두 핵탄두는 한 개만 장착했다. 다탄두 실험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둥펑-41은 100km 상공까지 날아오른 뒤 마지막 3단계에서 탄두가 각기 다른 타격 목표를 향해 분리할 수 있다. 각 탄두는 약 200∼300km 거리의 개별 목표들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上海) 정법학원 허치쑹(何奇松) 교수는 “이번 실험 성과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뚫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종 단계에서 극초음속으로 날아 미사일 요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프리비콘은 이번 실험에서 몇 개의 탄두가 장착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다. 중국의 첸잔왕(前瞻網)은 8월 캐나다 군사매체 ‘칸와’ 등을 인용해 둥펑-41은 전 세계 어느 지역이든 1시간 내에 타격할 수 있으며 명중오차는 80m에 불과하다며 상용화가 임박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둥펑-31은 사거리가 1만 km로 유럽과 미국 서부 해안까지만 도달할 수 있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8일 대만에 군함 4척을 판매하는 내용을 담은 ‘군함이송법안’에 서명하자 중국은 국방부와 외교부가 잇달아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나서 실제로 군함 이송이 이뤄진다면 양국 관계가 급랭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겅옌성(耿雁生) 국방부 대변인은 19일 성명에서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대만에 무기 판매와 군사 교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며 외교부도 유사한 성명을 발표했다. 국방부와 외교부 성명은 특히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가 반응’을 내놓겠다”고 경고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10월에 구글 부사장 휴고 바라를 영입했다고 들었다. 기술인력 영입도 계속할 계획인가?”(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앞으로도 더욱 글로벌하게 진행할 것이다.”(중국 샤오미 레이쥔·雷軍 회장)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결합했다는 전략만으로는 샤오미의 급속한 성장을 이해하기가 모호하다.”(최 장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해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샤오미는 고객의 제안을 받아 1주일마다 이를 반영한다. 이는 어느 업체보다 빠르다고 자부한다.”(레이 회장) 19일 오전(현지 시간) 중국 휴대전화 업체 샤오미(小米)의 베이징(北京) 본사에서 레이 회장과 40분가량 만난 최 장관은 마치 치열한 인터뷰를 하는 듯했다.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를 한 샤오미로부터 한 수 배우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날 최 장관과 주요 분야 실국장, 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본투2글로벌) 대표,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 등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 구석구석을 탐방했다. 중국 최고 이공계 대학 칭화(淸華)대가 설립한 산학협동기관인 칭화홀딩스의 저우리예(周立業) 총재는 “대학과 벤처기업에서 개발된 참신한 기술을 발굴하고 나아가 이런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칭화홀딩스는 ETRI홀딩스와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저우 총재는 “인큐베이팅을 거쳐 간 기업이 800개, 현재 진행 중인 기업이 400개”라고 소개했다. 최 장관 일행은 오후에는 지난해 9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현장 집체학습을 하며 방문했던 ‘중관춘 국가자주창신 시범구전시중심’을 찾아 중국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체험했다. 여기에는 3D 프린팅, 2020년 전 세계 서비스를 목표로 추진 중인 중국의 독자 위성위치시스템 베이더우(北斗), 징둥팡(京東方)이 개발한 110인치 발광 다이오드(LED) 화면, 차세대 바이오칩, 1t에 4위안(약 720원)가량인 해수 담수화 기술, 최고속도 시속 125km에 한 번 충전에 207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 기술 등이 전시됐다. 중관춘 관리위원회 양젠화(楊建華) 부주임은 “중관춘에 2만여 개의 첨단기술 업체가 집적해 있으며 매년 매출 신장률이 10%가 넘는다”며 “대학의 연구개발용 기기를 중소기업이 사용하게 하는 ‘개방식 실험실 정책’이나 벤처기업이 실질적인 현금 수익이 생기기 전에는 개인 소득세 등을 물리지 않는 ‘벤처 지원형 세제’ 등이 중요 정책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최 장관 일행은 앞서 점심시간에는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 청년 벤처사업가들과 ‘차고(車庫) 카페’에서 도시락 간담회를 가졌다. 올해 4월 동아일보와 KOTRA, 우리은행이 주최한 ‘청년드림센터 창업경진대회’에서 선정된 TV 프로그램 및 콘텐츠 제작업체 ‘플러스원’의 정혜미 대표는 “한국의 공신력 있는 기관과 언론사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이 같은 활동이 더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이날 견학을 마친 뒤 “중국의 창업 열기에 긴장해야 한다. 다만 앞으로 한중은 경쟁관계나 누가 누구를 추격하는 개념이 아니라 협력 파트너로서 서로 발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중국에서 보고 들은 것 중 정책에 반영할 요소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정부가 한국인 3명이 포함된 대규모 한국 원정도박단을 적발했다고 홍콩 밍(明)보가 중국신문사를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제주도 불법 원정도박을 알선한 조직이 중국에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베이 성 공안청은 19일 해외 원정도박 혐의자 107명을 체포하고 도박 자금 8억5000만 위안(약 1500억 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공안청은 지난해 8월 한국 경찰로부터 중국 국적 추모 씨가 포함된 조직이 원정도박에 연루됐다는 첩보를 받고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10여 개 지역에서 수사를 벌여왔다. 이번에 체포된 한국인은 제주도의 한 호텔 카지노가 베이징에 파견한 중국 총책 이모 씨 등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카지노는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공안청 관계자는 “제주도가 중국인 비자 면제정책을 시행한 뒤 중국인의 원정도박 목적지가 기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에서 한국과 마카오로 바뀌고 있다”며 “최근 해외 도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김정은 시대의 양대 실세는 최룡해와 황병서.’ 17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 중앙추모대회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에서 비친 북한 최고 권력층의 현주소다. 강추위가 몰아친 이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야외광장의 대규모 중앙추모대회에서 최룡해 노동당 비서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각각 결의 연설에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의 3주기 중앙추모대회를 녹화 실황으로 중계했다. 금수산태양궁전 야외광장은 1997년 7월 김 위원장이 자신의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3주기 중앙추모대회를 개최했던 장소다. 장성택의 부인이며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와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의 모습은 주석단에서 찾을 수 없었다. 최근 경질·숙청설이 제기됐던 김경옥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은 이날 행사 참석으로 건재함을 확인했다. 주석단에 오른 당-정-군 고위 간부들은 1, 2주기 때와 달리 모두 왼팔에 검은색 완장을 둘렀다. 정부 관계자는 “22번의 조포 발사, 북한 전 주민 3분 묵상 등 규모나 내용면에서 3주기라는 데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며 “주석단 권력 서열에선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와 함께 당-정-군 고위 간부들을 거느리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김정은은 계단을 오르거나 걸을 때 약간 다리를 절었지만 많이 나아진 모습이었다. 이설주는 검은색 치마저고리 상복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 배지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이날 베이징(北京) 북한대사관을 찾아 김 위원장의 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양국 고위급 교류는 지난해 5월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방중과 같은 해 7월 정치국원인 리위안차오(李源朝) 국가부주석의 방북이 마지막이었다. 따라서 이번 추도식 참석은 양국의 냉각 관계 지속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김정안 jkim@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홍콩 경찰이 15일 ‘센트럴 점령 시위’의 마지막 거점이던 홍콩 섬 코즈웨이베이(銅(나,라)灣)의 시위 캠프를 철거해 ‘우산 혁명’으로 알려진 민주화 시위는 79일 만에 일단 막을 내렸다. 홍콩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경찰 1000여 명을 동원해 코즈웨이베이의 ‘시위 점령구’를 봉쇄한 뒤 시위대가 설치했던 텐트 등을 철거했다. 경찰은 낮 12시 25분경까지 자발적으로 ‘시위 점령구’를 떠나지 않은 10여 명을 연행했으나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마지막으로 체포된 사람 중에는 ‘웡 할아버지’로 알려진 90세 노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팡이를 짚은 채 경찰의 연행에 따랐다. 경찰은 3시간이 채 안 된 오후 1시 5분 모든 시위 관련 시설을 철거한 뒤 교통을 재개시켰다. 경찰은 입법원 ‘시위 구역’은 내년 1월 7일 입법원이 다시 개회될 때까지 폐쇄하고 청소 및 보수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달 25, 26일에도 이번 시위의 중심지였던 주룽(九龍) 반도 몽콕(旺角) 지역의 시위 캠프를 철거했다. 시위대로부터 ‘본토 대변인’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15일 홍콩 정부 홈페이지에 “2개월여의 불법 점령 시위가 일단락됐다”고 선언하고 “민주만 강조하고 법치를 무시하면 이는 일종의 무정부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시위가 확산되고 전 세계에서 시위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일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직접 나섰다. 홍콩 민주화는 중국 정부가 허용하는 범위로 제한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자체 평가다. ‘일국양제’와 ‘의법치국’을 강조하면서 시위대를 진압했으나 오히려 ‘우산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전 세계의 여론을 환기시켜 명분과 여론전에서는 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시위를 통해 민주계 인사나 학생들이 2017년 행정장관 직선제 개선안은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일국양제’ 아래 홍콩 민주화에 허점이 많다는 것을 알리는 효과는 거뒀다는 평가가 많다. 홍콩대 다이다웨이(戴大爲) 교수는 “중국 지도부는 이번 시위를 통해 홍콩 대부분의 젊은층과 적대시하게 됐다는 점에서 실패”라며 “학생들은 홍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홍콩 당국이 1997년 홍콩을 반환할 당시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허울뿐인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대만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양안 교류에 적극적인 국민당과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참패한 것도 홍콩 시위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역사는 시대가 변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며 사실은 교묘한 말로 (부인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난징(南京)대학살의 참상은 ‘산처럼 명백한 증거가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올해 처음 지정된 난징대학살 희생자 국가추모일 추모사를 통해 일본의 침략 역사와 이를 부인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 주석은 “난징대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의 3대 참사 가운데 하나이자 반인류적 범죄로 인류 역사의 암흑 사건”이라며 “(일본이) 역사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다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우리가 군국주의자들이 일으킨 침략전쟁 탓에 이 민족을 모두 원수로 여겨서는 안 되며 전쟁범죄는 소수 군국주의자들에게 있다”고 말해 극단적인 반일 감정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어 “원한을 키워나가자는 뜻이 아니다. 중일 인민은 세대를 넘어 우호관계를 키워 나가고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 인류평화를 위해 공동으로 공헌해 나가야 한다”며 추모식 개최 의미를 설명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평화’를 23번 사용했다. 이날 추모식은 난징 시 ‘대도살희생동포 기념관’에서 중국 당정 관계자와 공안, 인민해방군, 희생자 유족, 학생 대표, 외교 사절 등 1만 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석자들은 평화를 기원한다는 의미로 가슴에 하얀 꽃을 달았다. 국가추모일 제정을 기념해 동주(東周)시대 제기(祭器)를 토대로 제작한 대형 솥 ‘국가공제정(國家公祭鼎)’이 기념관에 처음 설치됐다. 지름 1.27m, 높이 1.65m인 솥에는 난징대학살의 역사적 사실과 국가추모일 제정 이유가 새겨졌다. 또 추모식장 무대 왼쪽에는 ‘조난자 30만 명’이라는 한글 표기를 포함해 영어 등 10개 언어로 당시의 희생자 수가 표기됐다. 추모식 시작 1분간 난징 시내에 추모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묵념이 거행됐다. 난징대학살 77주년을 상징해 난징 시 청소년 대표 77명은 평화의 상징인 흰색 상의 차림으로 나와 ‘평화선언’ 240자를 발표했다. 추모식은 희생자 30만 명을 상징하는 비둘기 3000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약 30분 만에 끝났다. 12월을 추모의 달로 정한 난징 시 곳곳에는 ‘국치를 잊지 말고 중화의 꿈을 실현하자(勿忘國恥 圓夢中華)’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자(前事不忘 後事之師)’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이날 추도식은 푸더쓰(普德寺) 등 희생자 묘소가 있는 시내 17곳은 물론이고 중국 각지와 대만 홍콩에서도 개최했다. ‘청일전쟁 패배 120주년’이기도 한 올해 중국은 마치 ‘항일의 해’라고 할 만큼 여러 활동을 벌였다. 2월에는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참관하게 한 것을 시작으로 창춘(長春)과 선양(瀋陽) 기록보관소(당안관)를 외신기자에게 개방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들을 공개했다. 7월에는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시 주석이 참관한 가운데 중일전쟁의 서막을 연 7·7사변(루거우차오·盧溝橋 사건) 77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난징 시는 9월부터 순차적으로 난징대학살 관련 초중고교용 교재를 만들어 교육하고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