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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 4억 원을 전달한 것은 이 전 대통령(77)의 요구와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검찰이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특활비 수수와 사용에 개입한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78·구속 기소·사진)을 5일 ‘방조범’으로 기소하면서, 김 전 기획관의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주범’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나는 3월경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 그에 이은 기소가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혐의로 김 전 기획관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2008년 4, 5월경 이 전 대통령이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68)에게 돈을 요구하자 김 전 원장이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71)에게 지시해 국정원 예산관이 청와대 부근 주차장에서 1만 원권 현금 2억 원이 든 여행용 캐리어를 김 전 기획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 무렵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에서 돈이 올 것이니 받아 두라’고 직접 지시했다”며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돈을 수수한 것이란 점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010년 7, 8월에는 이 전 대통령이 원세훈 전 원장(67·구속 기소)에게 돈을 요구해 김 전 기획관의 부하 직원이 청와대 인근에서 1억 원(1만 원권)이 든 쇼핑백 2개를 건네받았다고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달 17일 구속되기 전까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국정원 예산관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계속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자신은 지시에 따라 돈을 받고 전달했을 뿐이라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기획관은 자신의 청와대 사무실에 있는 금고에 국정원 돈을 보관해 왔고 일부는 청와대 수석실과 장관실 등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검증과 분석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이 전 대통령 측은 입장을 내 “당사자들의 진술도 엇갈리는 상황에서 확인도 없이 전직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주범이라고 규정한 것은 모욕을 주기 위한 전형적인 짜 맞추기 수사”라며 “절차와 법적 논리에서도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에 초대해서 가려고 했으나 검찰을 동원해 이렇게 수사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참석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박훈상 기자}
자유한국당은 2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6·13지방선거에서 여성과 청년, 정치 신인을 우대하고 선거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공천을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선거 후보 경선에서 여성, 청년, 정치 신인에게 본인이 얻은 득표수에 20%를 가산하도록 했다. 여성, 정치 신인처럼 두 가지 조건이 중복되면 최대 30%를 가산한다. 전략공천 확대 차원에서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선거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한 지역은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도록 했다. 지방선거 단체장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총선거 때도 이 규정이 적용된다. 경선 때는 책임당원 전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일반 여론조사와 책임당원 투표 결과 반영 비율은 현행 7 대 3에서 5 대 5로 조정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국회가 최근 대형 화재 참사의 원인을 메울 입법 미비 문제를 장기간 방치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여야 의원들이 뒤늦게 소방 안전 관련 법안 발의에 나섰다. 충북 제천 화재 참사 피해를 키운 건축 외장재 ‘드라이비트’의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31일 건축법,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3건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이춘석 사무총장, 문희상 의원 등 22명이 이름을 올렸다. 건축법 개정안은 건축주가 방화 기능을 갖춘 마감 재료로 건축물을 교체하게 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비용 일부를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도 건축물 외벽 마감재료를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로 시공하도록 규정했지만,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에는 적용되지 않던 빈틈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또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소방대상물의 높이가 31m 이하인 경우에도 승강기 승강장에 제연 설비를 의무화한다. 소방 관련 시설 주변 도로에 불법 주차를 하면 과태료를 기존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향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자유한국당 권석창 의원은 지난달 30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제출했다. 제천과 밀양 참사와 같이 다중이용업소 등의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되지 않더라도 피해자와 그 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국회 자성론이 나왔다. 유재중 행안위원장은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위원회로서 국민들께 면목이 없다”며 제천 화재 참사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했다. 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법안 처리가 지연돼 화재 참사가 반복됐다는 지적에 “법안 처리는 국회 권한일 뿐만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 상임위 법안 처리가 지체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그러나 제천 화재 참사의 명확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 개최 여부를 놓고선 다시 싸웠다. 한국당 행안위 간사인 홍철호 의원은 “피해가 커진 원인을 현장 책임자의 어리석음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권은희 의원도 청문회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 간사인 진선미 의원은 “진상 규명과 후속 조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유족들은 사고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도 반대한다”고 맞섰다. 한국당 소속 유 위원장은 “저도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해 달라”고 했다. 한편 소방청은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1주일 전 사전 통보 후 실시하던 소방특별조사를 사전 예고 없이 불시에 수시로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비상구 폐쇄로 사망자가 생기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할 방침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고령자가 이용하는 병원은 요양 병상 수에 관계없이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장관석 jks@donga.com·박훈상 기자}

“(초청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긍정적으로 (참석을) 생각해보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31일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전달한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겨울올림픽 행사 초청장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남구 이 전 대통령 사무실로 찾아간 한 수석이 초청장을 전달하며 “문 대통령이 정중히 예우를 갖춰 찾아뵙고 이 전 대통령 내외분을 초청하라고 했다”고 하자 이렇게 밝힌 것. 이 전 대통령은 공개 면담에선 “대한민국이 화합하고, 국격을 높일 좋은 기회이니 이번 정부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한 수석이 문 대통령의 초청장을 건네자 “초청장이 왔으니 봐야지”라며 잠시 열어보곤 금세 초청장을 다시 봉투에 집어넣었다. 이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여러 이야기’는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밝혔고 문 대통령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맞대응해 전현직 대통령 간 갈등은 최고조로 치솟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 과정에서 보수층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행사 참가를 유도해 통합 효과를 부각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참모는 “검찰 수사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올림픽에 나와 달라고 하니 순수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초청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모가 “야당에서 ‘쇼 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하셨는데 정치적 상황 때문에 초청을 못 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한 수석은 이 전 대통령과 20여 분간의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이 전 대통령이 참석하겠다고 확답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이 정부가 잘됐으면 좋겠다. 잘 통합하고 화합하고 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충북 제천에 이어 경남 밀양 화재 참사를 계기로 국회의 관련 입법 직무 유기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화재 안전을 관할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이른바 ‘소방안전 5개 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하고도 길게는 300일 넘게 한 번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016년 11월 21일 발의된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지난해 2월 14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돼 이달 10일 심사가 이뤄지기까지 311일이나 걸렸다. 법안들을 놓고 의원들 간 이견이 있었던 게 아니라 다른 일을 핑계로 손을 놓고 있었던 것. 국회의 늑장 대처가 법안 처리 지연을 가져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행안위, 오늘 소방 법안 11건 소위 회부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지난해 9월 18일 소위에 회부된 뒤 10일이 돼서야 논의가 이뤄졌다.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도 지난해 2월 14일 소위에 회부된 뒤 아무런 추가 논의가 없다가 10일 처리됐다. 법제사법위원회를 아직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인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9월 18일 소위에 올라간 이후 논의되지 않았다. 소방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아예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되지도 못한 채 방치되다 10일 처음 논의됐다. 행안위 관계자는 “행안위에 계류된 법안이 늘 1000건이 넘는다. 기계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따라 심사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에선 소방관 처우 개선이 시급한 과제여서 관련 법안부터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행안위는 지난해 12월 제천 화재 참사가 터지고도 전체회의를 당초 이달 3일에서 10일로 일주일 미루기도 했다. 행안위는 공식적으로는 “제천 참사 현장을 조사한 소방합동조사단 일정 등을 감안해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일부 의원의 지역구 일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걸로 알려졌다. 또 다른 행안위 관계자는 “새해 들어 지역구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원이 적지 않아 전체회의 일정을 미룬 걸로 안다”고 말했다. 행안위는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소방안전 법안 11건을 추가로 소위에 회부할 계획이다.○ 일부 법안은 첨예하게 이익 충돌해 처리 장기화 해당 법안을 둘러싼 관련 업계 내부의 이익이 서로 충돌하는 것도 화재 안전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10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엔 소방안전 5개 법안이 급하게 올라왔다. 이들 법안 가운데 유독 지난해 5월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이 발의한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을 놓고 야당 의원들끼리 설전이 벌어졌다 “소방시설공사 ‘분리 발주’는 상임위에서 수차례 논의됐지만 계속 계류시킨 사안이다. 오늘 논의되기에 적절치 않다.”(A 의원) “그동안 여러 차례 논의됐다고 또 늦추는 게 적절한가. 분리 발주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일단 논의하자.”(B 의원) A 의원과 같은 당인 C 의원도 “일부 부처에서 반대하고 있고 오늘 논의하기에 시간상 제약이 있다”고 했다. 논란이 된 소방시설 공사 분리 발주는 건물 공사에서 방염(防炎) 내·외장재 설치 같은 소방시설 공사를 전문 업체가 따로 수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 그동안 건물과 소방시설 공사를 한꺼번에 수주한 일부 대형 건설사가 소방시설 업체에 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단가를 후려쳐 부실공사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한국소방시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소방시설 공사 시장 규모는 약 4조3000억 원으로 설계와 시공, 감리, 방염 처리에 걸쳐 총 6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영업하고 있다. 물론 분리 발주에 대해선 정부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소방청은 “소방시설 공사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며 분리 발주에 찬성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하자 책임이 불분명해지고 시공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19대 국회 때도 업체 간의 대립 등으로 법안 처리가 되지 않았다. 장 의원은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분리 발주를 저지하려는 대형 건설사들의 입김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 의원 측은 “분리 발주는 건설업자와 소방공사업자들 사이에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고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朴정부 시절 국민안전처 둘러싼 여야 갈등도 한몫 여야 정쟁도 입법 처리 지연의 주요 원인이다. 2014년 10월 당시 여당 소속이던 조원진 의원이 발의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박근혜 정부가 신설한 국민안전처를 놓고 벌어진 여야 간 기 싸움이 법안 처리에 영향을 끼친 사례다. 조 의원 측은 “화재 안전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 일부 포함됐는데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제 삼았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은 그해 5월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건을 계기로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에 재실자의 나이와 피난 속도를 반영할 수 있도록 화재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화재안전영향평가 조항이 빠져 결과적으로 밀양 세종병원은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화재안전영향평가제가 박근혜 정부가 신설한 부처인 국민안전처의 권한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고 야당이 강하게 반대했다는 것이다.장관석 jks@donga.com·박훈상·김상운 기자}
국가정보원의 적폐청산 작업을 주도했던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 민간위원들이 비밀 취급 인가 없이 국정원 내부 자료를 열람한 게 논란이 되자 자유한국당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원조사법’을 만들기로 했다. 국정원은 정 위원장 등에 대해 신원 조사를 거치지 않고 비밀 취급 인가를 내준 의혹도 받았다. 한국당 소속인 강석호 국회 정보위원장은 28일 “국가보안을 위한 신원 조사가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과 그 시행규칙에만 규정돼 있다. 법률적 근거 없이 정보기관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신원조사법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이 발의하는 신원조사법에는 신원 조사 대상자에 ‘비밀(국가안전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국가 기밀)의 취급 또는 열람을 위해 인가를 받으려는 사람’을 포함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지난해처럼 민간인이 신원 조사도 받지 않고 비밀 취급 인가를 받거나 국가 기밀을 취급·열람하면 불법이 된다. 현행 보안업무규정에도 비밀은 비밀 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만 다룰 수 있다. 또 비밀 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 중 그 비밀과 업무상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만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은 “보안업무규정 24조 2항에 따라 비밀 취급 미인가자도 국정원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안 조치를 하면 열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신원조사법은 비밀과 연관이 없는 사람에 대한 신원 조사는 최소화한다. 비밀에 접근이 어려운 일반 공무원 임용 때는 간이 신원 조사를 도입한다. 또 신원 조사 항목에서 기존 규정 등에 있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삭제하고 이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신념’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된 뒤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봐야겠지만 여권에선 ‘지금이 어느 때인데 민간위원의 사상 검증을 하자는 것이냐’고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여야 정치권이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직후 경쟁적으로 현장에 달려가 “네 탓” 책임 공방을 벌였지만 정작 중요한 소방안전 관련 법안들을 1년 넘게 통과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잇단 화재 참사 원인이 스프링클러 미설치와 방염(防炎) 외·내장재 같은 시스템 문제인데도 정작 국회가 관련 입법을 방치해 결과적으로 희생을 키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밀양 참사의 주요 원인인 스프링클러와 비상탈출 로프 설치 규정이 대표적이다. 2014년 10월 건물규모가 아닌 재실자의 나이와 피난 속도 등을 기준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선진국형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있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이 개정안은 반영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밀양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 빠졌다. 2015년 1월 경기 의정부 아파트 참사의 주요 원인을 시정하는 불연재 사용 법안은 논의조차 못 하고 이듬해 5월 자동 폐기됐다. 제천 참사의 원인인 소방차 진입구역 내 일반 차량 주차를 막기 위해 과태료 부과를 강화하는 법안도 비슷한 처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길게는 14개월간 잠자고 있던 관련 법 개정안 5개를 제천 참사가 나자 이달 10일 한꺼번에 통과시켰지만, 법제사법위원회는 아직 상정도 안 했다. 6개월의 유예기간을 감안하면 상반기 내 시행은 물 건너갔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입법 공백’을 계속 방치할 경우 제2의 제천, 밀양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을 늘리는 등 관련 법령부터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국회가 조속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상운 sukim@donga.com·박훈상 기자}

여야 정치권이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직후 경쟁적으로 현장에 달려가 “네 탓” 책임 공방을 벌였지만 정작 중요한 소방안전 관련 법안들을 1년 넘게 통과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잇단 화재 참사 원인이 스프링클러 미설치와 방염(防炎) 외·내장재 같은 시스템 문제인데도 정작 국회가 관련 입법을 방치해 결과적으로 희생을 키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밀양 참사의 주요 원인인 스프링클러와 비상탈출 로프 설치 규정이 대표적이다. 2014년 10월 건물규모가 아닌 재실자의 나이와 피난 속도 등을 기준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선진국형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있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이 개정안은 반영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밀양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 빠졌다. 2015년 1월 경기 의정부 아파트 참사의 주요 원인을 시정하는 불연재 사용 법안은 논의조차 못 하고 이듬해 5월 자동 폐기됐다.제천 참사의 원인인 소방차 진입구역 내 일반 차량 주차를 막기 위해 과태료 부과를 강화하는 법안도 비슷한 처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길게는 14개월간 잠자고 있던 관련 법 개정안 5개를 제천 참사가 나자 이달 10일 한꺼번에 통과시켰지만, 법제사법위원회는 아직 상정도 안 했다. 6개월의 유예기간을 감안하면 상반기 내 시행은 물 건너갔다.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입법 공백’을 계속 방치할 경우 제2의 제천, 밀양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을 늘리는 등 관련 법령부터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국회가 조속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기준 강화법안 1년 넘게 방치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터지고 20일 뒤인 이달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소방차의 화재현장 진입을 원활하게 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과 도로교통법 개정안 심사가 진행됐다. “의견 있으신 위원님들 말씀해주세요.”(소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그런데) 앞당겨도 문제없잖아요? 준비가 필요합니까?”(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동주택 대상을 정하려면 대통령령을 개정해야 됩니다. 대상이 안 정해져 즉시 시행할 수 없습니다.”(소방청 우재봉 차장) “알겠습니다.”(황 의원) 여야 간 쟁점이 없던 소방기본법 개정안 중 법안심사소위가 제시한 유일한 의견은 간단히 봉합됐다.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발의된 지 1년 2개월이 흘렀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하루 동안 오전에는 법안심사소위(2시간 26분), 오후에는 전체회의(5시간 10분)가 열렸다. 국회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7시간 36분 만에 이 개정안을 포함한 법안 5건을 벼락치기하듯 처리한 것이다. 행안위가 통과시킨 법안을 보면 화재 예방과 관련해 중요한 내용이 적지 않다. 예컨대 2016년 11월 발의된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소방차 전용구역에 일반 차량을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막으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들은 우여곡절 끝에 행안위는 통과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통상 6개월∼1년의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이 법안들이 올 상반기 안에 시행되긴 어렵다. 법사위 관계자는 “솔직히 여야 모두 의지가 없었다. 임시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이라도 여야가 합의하면 얼마든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장인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30일 임시회가 열리자마자 이 법안들을 검토한 뒤 우선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밀양 화재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스프링클러나 비상탈출 로프 설치 의무 규정은 과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완화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014년 10월 발의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개정안은 그해 5월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를 계기로 요양병원에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건물 규모가 아닌 병원 환자들의 나이와 피난 속도를 설치 기준에 반영하도록 한 것.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연면적 5000m² 이상 혹은 수용인원 500명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수정됐다. 밀양 세종병원은 결국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6월 발의된 같은 법 개정안도 숙박시설이나 밀폐된 영업장 등에 대해 스프링클러와 비상탈출 로프 설치를 규정했지만, 중소 상공인의 부담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자동 폐기됐다. 제천 참사의 주요 원인인 외벽 마감재와 관련해선 19대 국회 때 유관 법안이 발의됐지만 해당 상임위인 위원회(현재는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심사과정 없이 폐기됐다. 2015년 4월 “6층 이상인 건축물과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외벽 마감재로 반드시 불연 재료를 사용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건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건축주의 경제적 부담이 크고, 낮은 층은 불이 나도 상대적으로 대피가 쉽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결국 이 법안은 소위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다가 2016년 5월 자동 폐기됐다. 김상운 sukim@donga.com·박성진·장관석 기자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실제로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25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외화벌이 수단이 끊기면서 북한의 달러 보유량이 이르면 올해 안에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북한의 달러 고갈은 세계 각국이 북한 노동자의 고용을 막아 평양으로 가는 돈줄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라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또 다른 외화벌이 수단을 찾기 위해 가상통화 채굴이나 계좌 해킹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 국제사회 제재에 따른 민심 동요와 탈북을 막기 위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감시 태세도 더욱 강화됐다. 주민들의 체제 비판을 우려해 평양에서 밤 시간대에 3명 이상이 모여 술자리를 갖는 것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는 것. 북한 내 불법 휴대전화 사용 단속도 더욱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평창 겨울올림픽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최근 방남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일각의 관측과는 달리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발탁되지 않았다고 정보당국 관계자가 밝혔다.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이 최근까지 맡은 직책. 현송월은 이번에 단순히 ‘단장’ 자격으로만 방남한 것이다.최고야 best@donga.com·박훈상 기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운전병 오청성 씨가 음주 교통사고 의혹을 받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오 씨는 지난해 11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친구에게 ‘판문점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제안했다. 친구를 태운 오 씨는 차를 몰고 가다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등 교통사고를 냈다. 이후 정신을 차린 뒤 우발적으로 귀순했다는 것이 국정원의 설명이다. 국정원과 군 당국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신문반은 오 씨가 퇴원하는 대로 사고 경위와 인명 피해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국방부 고위 간부는 오 씨 격려 면담 일정을 잡았다가 범죄 연루 의혹에 면담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또 오 씨 아버지의 계급이 북한군 상좌라고 국회에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북한군의 상좌는 우리 군으로 보면 중령과 대령 사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정보위원들에게 “오 씨가 24세에 군부대 운전사로, 현재 건강 상태가 위험하지 않지만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치나 정치인이 나라를 지키지 않는다. 역사에서 그랬고, 이대로 가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은 23일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7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 참석해 시민들이 정치권을 견제하고 경고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의장은 “한국 정치가 대한민국을 망하지 않게 하고 국가를 지켜야 하는 것은 상식이지만 요즘 이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닐 수 있다는 염려와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놓고 정부에 상식과 원칙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북한의 목표는 분명하다. 김정은은 남북 대화와 평창 참가를 미국의 군사 옵션과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을 피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한 뒤 “어느 한순간도 우리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불변의 명제는 오직 하나다. 그것은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에 대해 김 전 의장은 “우방과는 진정성을 갖고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국내 정치용으로 외교 문제를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으면 국제무대에서 설 자리는 더 좁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향해선 “준비 안 된 개혁과 혁신보단 (점진적인) 개선과 보완이 낫다”고 조언했다. 김 전 의장은 “정책을 집행할 때 한쪽 면만 보고 계획을 수립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획기적인 처방일수록 예상 못한 부작용이 생기고 반발이 커진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 김 전 의장은 “양날의 검과 같다. 일방통행으로 몰아붙인다면 훗날 새로운 적폐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전 의장은 개헌을 통해 정치권이 혁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년 365일 중 320일 문을 열어 휴일을 반납한 채 국정에 매진했던 제헌의회 정신으로 돌아갈 때 국회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살아날 것”이라며 “전 정권과 현 정권 간의 암투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제왕적 대통령’으로 출발해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고 마는 1987년 헌법 체제와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으로 권력을 분산하는 길만이 제도적으로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열린 마음, 포용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난해 11월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오청성 씨(26)가 정부 합동신문 과정에서 “북한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오 씨가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 탈북했는지, 아니면 연루된 범죄로 인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도피했는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정부는 23일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오 씨의 범죄 연루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확인하진 않았다. 하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 씨가 범죄 의혹에 연루됐어도 우리 정부가 계속 정착을 지원하는지에 대해 “기본적으로 탈북자대책협의회의 보호 결정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본다. 법 규정에 따라 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탈북자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있지만 의무 조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오 씨가 사망 사건과 관련된 범죄에 연루된 것과 무관하게 국내 정착 지원을 당장 취소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통일부 차관 주재로 유관 부처가 참여하는 탈북자대책협의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몇 명의 탈북민이 해외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돼 모두 탈북자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적이 있다. 오 씨 부친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높은, 우리로 치면 군 소장급 간부인지에 대해서도 정부는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북한 장성급 간부 자제가 탈북했다고 우리 정부가 확인해줄 경우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앞두고 남북 간에 다시 불편한 기류가 형성될 수 있는 점도 감안했다는 후문이다. 한 정보기관 당국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 씨 부친의 군 내 계급은) 더 조사를 해봐야 하며 아직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현재까지 입장”이라며 “오 씨가 아직도 간수치가 높아서 군 병원에 입원하고 있으며 이번 주에 퇴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오 씨의 범죄 연루 가능성을 다룬 언론 보도에 아직까지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오 씨의 탈북 이후 지금까지 송환 촉구 등 공개적인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황인찬 hic@donga.com·박훈상 기자}

“정치나 정치인이 나라를 지키지 않는다. 역사에서 그랬고, 이대로 가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3일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7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 참석해 시민들이 정치권을 견제하고 경고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전 의장은 “한국 정치가 대한민국을 망하지 않게 하고 국가를 지켜야 하는 것은 상식이지만 요즘 이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닐 수 있다는 염려와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놓고 정부에 상식과 원칙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북한의 목표는 분명하다. 김정은은 남북 대화와 평창 참가를 미국의 군사 옵션과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을 피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한 뒤 “어느 한 순간도 우리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불변의 명제는 오직 하나다. 그것은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에 대해 김 전 의장은 “우방과는 진정성을 갖고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국내 정치용으로 외교 문제를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으면 국제무대에서 설 자리는 더 좁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향해선 “준비 안 된 개혁과 혁신보단 (점진적인) 개선과 보완이 낫다”고 조언했다. 김 전 의장은 “정책을 집행할 때 한쪽 면만 보고 계획을 수립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획기적인 처방일수록 예상 못한 부작용이 생기고 반발이 커진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 김 전 의장은 “양날의 검과 같다. 일방통행으로 몰아붙인다면 훗날 새로운 적폐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전 의장은 개헌을 통해 정치권이 혁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년 365일 중 320일 문을 열어 휴일을 반납한 채 국정에 매진했던 제헌의회 정신으로 돌아갈 때 국회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살아날 것”이라며 “전 정권과 현 정권 간의 암투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제왕적 대통령’으로 출발해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고 마는 1987년 헌법 체제와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으로 권력을 분산하는 길만이 제도적으로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열린 마음, 포용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난해 11월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오청성 씨(26)가 북한에서 범죄에 연루됐다는 진술을 정부 합동신문반이 확보해 진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정보 당국자에 따르면 오 씨는 최근 국가정보원과 군 등으로 구성된 합동신문반의 신문 과정에서 “북한에서 범죄를 저질렀는데,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합동신문반은 살인 또는 사고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고 정확한 범죄 경위와 대상, 고의성 유무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을 회복한 오 씨는 합동신문 때 자유분방한 성격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오 씨가 ‘기분파’라 기분에 따라 진술 내용이 달라질 때도 있어 조사 기간이 2월 이후로 더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씨의 범죄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라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이탈주민 보호대상자에서 제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북한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아 오 씨를 북으로 송환할 의무는 없다. 오 씨가 우리로 치면 북한군 소장급 인사의 자제라는 사실도 합동신문 때 추가로 확인됐다. 귀순 직후 오 씨가 중령급 장교 자제라는 주장도 있었는데 이보다 3계급이나 높은 것이다. 오 씨가 북한군 내에서 최정예 병사만 배치되는 판문점에 근무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들개는 지난해 12월 14일 여의도에 등장했다. “거센 모래벌판 엄동설한에 내버려진 들개처럼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외침과 함께였다. 예상하지 못한 들개의 출현에 그의 말을 노트북으로 받아치던 일부 기자들은 ‘들꽃’이라고 쳤다. 들개라고 똑똑히 들었지만 귀를 의심했다. 여의도에서 자신을 들개라 칭한 정치인이 있었는가. 들개는 애드리브였다. ‘58년 개띠’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취임 첫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준비된 원고에도 없던 들개를 즉석에서 떠올렸다. 그는 사석에서 “1980년대 초 중동에서 일할 때 밤이면 들개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부를 향한 투쟁의 각오를 밝히는 순간 모래벌판에서 처절한 생존 투쟁을 벌이던 들개 떼가 떠올랐다”고 했다. 대여 투쟁을 주도하는 제1야당 원내 사령탑이 들개를 자처하자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그의 목소리가 당에서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한국당 패싱’ 전략 앞에 한국당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때였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를 만나 “대여 투쟁력이 결여된 야당은 존재 가치가 없다. 대여 투쟁력을 제대로 갖춰 협상에 임하겠다”고 경고했다. 들개는 한 달간 숨 가쁘게 달렸다. 김 원내대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의혹을 주도했다. 원전에서 비밀 군사협정으로 의혹의 핵심이 옮겨가면서 말을 바꾼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12일 국회를 찾아온 임 실장에게 “제1야당인 한국당에 더 잘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대통령비서실장이 야당 대표를 단독 면담하는 일 자체가 이례적이다. 하지만 서울 광화문에 나타난 김 원내대표는 목소리 크기만 키웠을 뿐 국민을 설득할 메시지를 내놓지 못했다. 15일 김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들과 함께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관제 개헌 저지 및 국민개헌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국민 개헌 선포문’을 낭독했다. “문재인 관제 개헌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외쳤다. 김 원내대표가 읽은 원고지 6장 분량의 선포문 안에는 한국당이 구상한 개헌안이 없었다. 싸우자는 결의는 선명하지만 이렇게 만들겠다는 구상은 흐릿했다. 새로운 체제에 대한 청사진이 없으니 ‘6월 개헌 반대, 연내 개헌’이란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만 들렸다. 한국당은 정부·여당을 향해 ‘좌파사회주의 개헌안’이라고 비판적 공세를 퍼붓기에 앞서 보수의 가치를 담은 개헌안부터 제시해야 한다. 같은 시각 여의도에 남은 한국당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를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당이 개헌 전략을 잘못 잡았다. 관제개헌 대 국민개헌 프레임을 짜려고 하는데, 우리 당 생각도 없이 국민만 끌어다 놨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막 모래벌판에서 살아남은 들개의 힘을 생명력, 야생성 그리고 지혜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현 정권을 향해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변인의 입을 빌려 ‘분노한다’고 반박해 정국에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들개처럼 피가 끓겠지만 더 냉정하게 국가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다. “들개는 당장 배가 고파도 행동에 옮기기 전에 상황을 명확히 파악한다.” 그가 들려줬던 들개의 지혜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박훈상 정치부 기자 tigermask@donga.com}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17일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규정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적폐청산은 “퇴행적 시도”라며 첫 반격에 나선 이후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까지 거명하면서 가장 높은 수위로 비판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검찰 수사를 받다가 2009년 5월 서거했다. 검찰 수사가 이 전 대통령 소환 등으로 이어진다면 여야 간, 진보 보수 간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장소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택했다. 재임 기간 해외 순방 자료 등이 꽂힌 사무실 책장 앞에서 이 전 대통령은 입장문을 읽었다. 재임 시절의 ‘일하는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3분간 750자의 입장문을 읽고선 질의응답 없이 퇴장했다. 사무실을 나서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 전에는 다른 장소에서 참모들과 만나 기자회견문을 준비하다가 발표 1시간여 전인 오후 4시 15분경 사무실로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이 13일 검찰에 소환 된 시점부터 입장 발표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차례 열린 회의에선 참모들 사이에서 강경론과 온건론이 오갔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한참을 듣고 있다가 “이 정권이 한두 해 (수사를) 하고 말 게 아니라 긴 싸움이 될 거다. 성급하게 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자”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김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이어 17일 새벽 구속되자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경 측근들에게 입장문 발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들이 작성한 초안을 직접 수정했다. 한 측근은 “참모들은 강한 메시지를 담았지만 대통령이 톤 다운을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정면대결’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요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 전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 금도를 발휘해서 불구속 수사를 한 것 아니냐. 정치보복을 줄이려고 한 것인데, 지금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중단하라고 지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을 향한 메시지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한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라고 말했다. 측근에게 책임을 돌리고 검찰 수사를 피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강연을 위해 국회를 찾았던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고만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 우리는 검찰에서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반박하게 되면 정권 대 정권 대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은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격파괴적 모욕적 수사와 비극적인 서거에 대한 진솔한 참회와 사과부터 했어야 한다”고 썼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보복이란 말은 일전을 하자는 선전포고”라고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에 “부메랑이 될 것이다.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한순간이고 큰 권력일수록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기자들에게 “우리 당 출신이지만 본인이 나가 당원도 아니다”라며 당 차원의 대응은 아니라고 했다. MB의 측근인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이명박 정권이 지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일들을 한두 가지 알고 있겠느냐. 전전(前前) 정권과 전전전(前前前) 정권의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5일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역차별 논란에 대해 “아이스하키 특성상 선수 교체가 자주 이뤄져 우리 선수가 출전 못하거나 배제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 지원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북의 올림픽 참가를 환영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박탈당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자 “이 문제를 선수들과 상의하고 양해를 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은 “아이스하키라는 종목 특성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등록 선수 엔트리는 팀당 23명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협조로 등록선수 엔트리를 늘리면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정부는 한국 선수 엔트리 23명을 유지하고 여기에 북한 선수를 추가로 받아들인다는 방침이다. 제외되는 한국 선수 없이 북한 선수를 추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최대 10여 명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 선수단 전체 규모를 크게 늘리는 효과도 있다. 한국에 오는 북한 선수단 규모가 늘어나 북한으로서도 좋은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등록 선수 엔트리와 달리 출전 선수 엔트리는 22명(골리 2명, 플레이어 20명)으로 정해져 있다. 북한 선수 6∼8명이 합류하면 그만큼 한국 선수들의 경기 출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IOC에 출전 선수 엔트리를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다른 참가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출전 선수 엔트리를 늘리면 다른 팀이 패배를 받아들이겠는가. 축구로 치면 15명이 11명과 싸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단일팀이 되면 전력 약화도 불가피해진다. 올림픽을 20여 일 앞두고 단일팀이 구성되면 그동안 쌓아올린 조직력과 팀워크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주 귀국한 한 선수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단일팀 추진 소식을 듣고 선수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음 졸이며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6일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재개한다. 한편 도 장관은 2월 9일 평창 올림픽 개막식 때 남북 공동 입장이 합의되면 한반도기를 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도 장관은 “1991년부터 9차례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다. 전 세계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고, 스포츠가 정치 문제 돌파구를 마련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굳이 북을 배려한다면 북은 인공기를 들고, 한국은 태극기를 들고 같이 입장하면 된다”고 하자 도 장관은 “한반도기를 든다고 태극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 단일팀 결성 여부와 국기 사용 방안 등은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IOC 주재로 열리는 ‘평창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이헌재 uni@donga.com·박훈상 기자}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대공수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기관은 국가정보원’이라고 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를 결정한 청와대의 의도를 모르겠다.” 30년 가까이 국정원 대공수사 요원으로 일한 전직 직원 A 씨는 14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서 원장은 지난해 5월 29일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이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한 생각을 묻자 “국정원이 언제까지나 영원히 수사권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가장 훌륭한 (대공수사) 역량을 갖고 있다”고 두 차례 답했다. A 씨는 “북한 대남공작 부서인 정찰총국, 문화교류국이 간첩 공작을 전개하면서 극복하지 못한 상대가 바로 국정원 대공수사국”이라고 했다.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을 경찰에도 보안수사대가 있지만 검거 실적에서 양적, 질적으로 국정원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 A 씨 주장이다. 그는 “2000년 이후 검거된 간첩이 100명이라고 하면 국정원이 90명 넘게 검거했다. 경찰은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나 밀입북 탈북민 사건을 주로 수사하지 ‘고첩’(고정간첩)이나 직파간첩 검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대공수사는 ‘밀행성’을 원칙으로 관련자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첩보를 입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국내 장기 체류 중인 미 시민권자가 북 공작 조직과 연계 활동 중’ 정도다. A 씨는 “1990년대 이후 간첩들은 제3국에서 국적을 취득해 침투하거나 해외에서 국내 고첩을 만나 활동 지침을 하달한다. 해외 정보 수집 능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A 씨는 대공수사에서 정보 수집과 수사를 분리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간첩은 회합이나 공작금 수령 명목으로 잡아야 하는데 수사권이 없는 정보요원은 현장을 덮치지 않고 사무실로 들어와 보고서를 쓰고, 수사팀은 직접 모은 증거가 아니란 이유로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청 산하에 신설되는) 안보수사처가 어떻게 꾸려질지 모르겠으나 국정원은 정보 출처 보안을 우려해 첩보 제공을 꺼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A 씨도 정치적 중립을 저버린 국정원의 과오는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대공수사가 아니라 조직관리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과거가 밉다고 나라를 지키는 뿌리를 걷어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후배들도 과거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제도로 보완해야지 증거조작을 이유로 없애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청와대 발표 직후 동아일보에 “대통령 공약대로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며, 공백 없이 잘 이관되도록 최대한 뒷받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청와대발(發) 권력기관 개혁안이 현실화하려면 국회 통과라는 본게임을 거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 대공수사권 이관 등은 △경찰법 △경찰공무원법 △형사소송법 △국가정보원법 등 관련 법안을 대거 손질해야 실행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국회에 추가로 정부안을 제출하기보다는 여당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토대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 개혁안을 반영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에 수사 개시·진행·종결권을 부여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형소법 개정안이 중심이다. 국정원 개혁은 외부 통제를 강화한 민주당 김병기 의원안, 특수활동비 집행 통제를 강화한 추미애 대표안이 뼈대다. 자치경찰제 추진을 위한 경찰법 등은 아직 여당안의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야 간에 첨예한 견해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검찰, 경찰, 국정원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입법에 속도를 내자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도 “기본 방향은 옳다. 다만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은 국회에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국회에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청와대가 여당엔 하명을, 야당에는 겁박을 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주광덕 의원은 “정부를 허수아비로 만든 채 여당을 앞세운 청와대의 청부입법 시도에 결연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개혁을 가장해서 수사기관을 장악하려는 문재인표 둔갑술”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각 기관들이 의원들을 따로 만나 로비를 시도하는 것도 입법 과정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장관석 jks@donga.com·박훈상 기자}
온갖 ‘설’이 난무했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 의혹이 국익이라는 명분 앞에서 봉합됐다. 임 실장은 12일 오후 국회를 찾아 정치권에서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만났다. 1시간 반가량 진행된 단독 면담 후 임 실장과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번갈아 5가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전 정책으로 해외 원전 수주 협력 △국가 간 신뢰와 외교적 국익을 위해 정부 간 연속성 유지 △국익과 관련한 문제일수록 야당에 잘 설명하고 협력을 구할 것 △제1야당과 국정운영 파트너십 강화 △한국당은 UAE 특사 의혹에 대해 국가적 신뢰와 국익 차원에서 판단 등에 합의했다. 임 실장은 “제1야당인 한국당에 더 잘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겠다고 김 원내대표에게 여러 번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면담 직후 “청와대에 더 이상 해명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UAE 국정조사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비서실장과 야당 대표가 만나 합의 내용을 발표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청와대, 한국당 모두 UAE 관련 의혹이 확산되는 게 부담스러운 만큼 이번 만남을 계기로 논란을 사실상 종식시키기로 한 것이다.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은 지난해 12월 14일 김 원내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원전 수주와 관련해 ‘UAE의 국교 단절 소문’을 거론하면서 확산됐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UAE의 불만, 무리한 원전사업 비리조사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6차례 해명을 했지만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이 논란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체결된 비공개 군사협정 문제에서 불거진 것으로 드러났다. 단독 면담에서 임 실장은 김 원내대표를 ‘형님’, 김 원내대표는 ‘아우님’, ‘실장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임 실장은 “원래 잘 아는 사이였는데 오늘 한층 더 친해졌다”고 말했다. 임 실장이 2014년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 당시 여당의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 의원과 첫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