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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방역실무를 총괄한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다. 2004년 국립보건원에서 지금의 질병관리본부로 확대 개편된 이후 16년 만의 조직개편이다. 초대 청장으로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유력하다. 행정안전부는 3일 질본의 청 승격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이 시행되면 현재 보건복지부의 소속 기관인 질본은 독립적인 조직이 된다. 별도의 예산과 인사권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지역 조직도 만들어진다. 질병관리청 소속으로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칭)가 생긴다. 이밖에 복지부에 보건 분야를 담당하는 제2차관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 국립보건연구원의 감염병연구센터를 확대 개편한 국립감염병연구소도 설치된다. 질본의 청 승격 주장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질본이 복지부 산하 조직이라 대규모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감염병 사령탑’으로서 주도적으로 사태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정부조직 개편은 질본 본부장을 차관보급(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질본이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디면 전문 인력을 확충하기가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질본은 의사 등 의료 전문가 출신이 부족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감염병 위기대응을 지원할 수 있는 지역조직들, 감염병 역학연구나 정책을 개발할 수 있는 조직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세부 내용은 행안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질본 정원은 907명, 예산은 8171억 원이다.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는 정은경 질본 본부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 본부장은 메르스 사태 당시 질본 현장점검반장을 맡아 정례브리핑과 현장대응을 총괄했다. 당시 메르스 피해가 커지자 그를 포함한 주요 담당자들이 징계를 받았다. 정 본부장은 정직 처분을 받았지만, 그의 성실성을 아끼는 내부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감봉으로 조정됐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차분한 대응과 뛰어난 소통능력을 보여주며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다. 올 2월 23일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뒤 그가 머리를 자르고 나타나자 “머리 감을 시간도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회자됐다. 브리핑에서 “1시간보다는 더 잔다”라고 말한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외신도 정 본부장의 리더십을 조명할 정도로 K-방역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청 승격 이후에도 컨트롤타워로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복지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다. 지방조직이 아직 부실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입법예고안에도 감염병 관련 업무라도 다른 부처의 협력이 필요하거나 보건 의료체계와 관련이 있는 건 복지부가 계속 수행한다고 명시됐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김소민기자 somin@donga.com}

최근 휴일이면 제주도행 비행기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막히자, 대안으로 제주를 찾는 이들이 많은 탓이다. 지난 주말인 5월 22∼24일 3일 동안 제주 방문객이 8만6000여 명에 이르렀을 정도다. 하지만 제주로 단체여행을 다녀온 목사 일가의 집단 감염이 31일 불거지며 또다시 코로나19의 지역 확산 우려가 높아졌다. 게다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이 1일 개장하는 등 휴가철까지 다가오고 있어 ‘경로가 불확실한 집단 감염’은 갈수록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제주여행 뒤 9명 감염…초교생도 2명이나 경기 안양시 등에 따르면 안양에 있는 한 교회의 A 목사(62)와 부인(60)이 31일 확진됐다. 이들은 지난달 25∼27일 제주로 단체여행을 다녀왔다. 같은 날 A 목사의 가족 3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나머지 가족은 함께 제주 여행을 가지 않았다. A 목사 부부로 인한 2차 감염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감염된 가족 가운데는 부부의 손자(12)와 손녀(8)인 초등학생이 2명이나 있다. 특히 손녀는 안양 양지초 2학년으로 지난달 28일 등교수업을 받았다. 안양시 관계자는 “학교 학생 및 교직원 150여 명과 교회 신도 50여 명 등에 대해 검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양시는 교육 당국과 협의해 12일까지 해당 학교의 등교수업을 중지하기로 했다. A 목사 등이 속한 교회 3곳에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A 목사 부부가 간 여행에는 모두 25명이 동행했다. 안양 교회 3곳과 군포 교회 9곳 관계자들이 단체로 다녀왔다. 군포에 있는 한 교회의 B 목사 부부 등 4명도 3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지금까지 여행을 다녀온 6명과 2차 감염된 3명 등 9명이 감염됐다. A 목사 등은 지난달 25일부터 사흘 동안 제주 주요 관광지 여러 곳을 방문했다. 일행은 서귀포시에 있는 아인스호텔에서 묵었으며, 렌터카를 이용해 향토음식점 등을 들렀다. 다만 공항에서 면세점은 들르지 않았으며, 여행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27일 오후 1시 45분 비행기를 타고 김포로 돌아왔다. 제주도는 이들 일행이 들렀던 제주 15곳의 방역 소독을 마치고, 현재까지 확인된 접촉자 119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B 목사는 27일부터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밝혀져 제주 여행 이전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제주도 관계자는 “단체여행 일행이 제주에 머문 세부 일정을 확인하는 역학조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욕장 오늘 개장… “단체여행 자제해야” 관광지인 제주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상황에서 또 다른 여름 관광지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이 1일 개장해 우려를 낳고 있다. 방역 당국은 “가급적 단체여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휴가철을 맞아 몰려들 관광객을 통제하기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지난달 30일 열릴 예정이던 포커게임대회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주최 측은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대회를 강행하려다 경찰 등의 제지를 받고 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내놓은 개인 방역수칙에 따르면 여행을 갈 경우엔 개인이나 가족 등 소규모로 이동할 것을 권장한다. 불특정 다수가 밀접 접촉이 발생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수칙에는 △사람 간 2m 이상 간격을 유지하며 △되도록 개별 차량을 이용하고 △밀폐되거나 밀집된 장소는 피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조건희 becom@donga.com / 제주=임재영 / 김소민 기자}
쿠팡과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택배를 통한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는 ‘장갑을 끼고 받아라’, ‘만지기 전 소독제를 뿌려라’ 같은 자구책까지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와 방역당국은 택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물체에서도 며칠간 생존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프린스턴대 등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골판지(종이보드)에서 24시간,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에서 2∼3일, 구리 표면에서 4시간 생존했다. 택배용 종이상자에서 하루 동안 생존할 수 있는 셈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택배 물품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제로라고 할 순 없다”며 “최근 ‘로켓배송’과 같은 신속배송 서비스가 많은데 확진된 포장직원이나 배송요원의 비말이 택배 표면에 묻은 채로 24시간 안에 배송이 된다면 이론적으로는 감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감염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습도와 온도 등 다양한 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저온 건조할 때 오래 생존하고 고온 다습할 때 생존 기간이 짧아진다. 미국 존스홉킨스 건강센터는 “바이러스가 살아남으려면 적당한 기온과 습도가 필요하고 자외선을 피할 수 있어야 하는데 택배상자가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방역당국 또한 택배 물품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 세계적으로 중·장거리로 배달되는 물건을 통해서 전파되는 사례는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쿠팡 부천 물류센터 직원들이 마스크와 장갑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김 교수는 “택배 수령인이 손으로 표면을 만졌다 하더라도 손을 잘 씻는다는 수칙을 지키면 마지막 순간에 차단이 되는 것”이라며 “평상 시 자주 손을 씻고 눈과 입을 만지지 않는 것이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쿠팡와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택배를 통한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는 ‘장갑을 끼고 받아라’, ‘만지기 전 소독제를 뿌려라’같은 자구책까지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와 방역당국은 택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물체에서도 며칠간 생존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프린스턴대 등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골판지(종이보드)에서 24시간,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에서 2~3일, 구리 표면에서 4시간 생존했다. 택배용 종이상자에서 하루 동안 생존할 수 있는 셈이다. 김우주 고대구로 감염내과 교수는 “택배 물품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제로라고 할 순 없다”며 “최근 ‘로켓배송’과 같은 신속배송 서비스가 많은데 확진된 포장직원이나 배송요원의 비말이 택배 표면에 묻은 채로 24시간 안에 배송이 된다면 이론적으로는 감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감염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습도와 온도 등 다양한 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저온 건조할 때 오래 생존하고 고온 다습할 때 생존 기간이 짧아진다. 미국 존스홉킨스 건강센터는 “바이러스가 살아남으려면 적당한 기온과 습도가 필요하고 자외선을 피할 수 있어야 하는데 택배상자가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방역당국 또한 택배 물품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 세계적으로 중·장거리로 배달되는 물건을 통해서 전파되는 사례는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쿠팡 부천 물류센터 직원들이 마스크와 장갑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김 교수는 “택배 수령인이 손으로 표면을 만졌다 하더라도 손을 잘 씻는다는 수칙을 지키면 마지막 순간에 차단이 되는 것”이라며 “평상 시 자주 손을 씻고 눈과 입을 만지지 않는 것이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26일부터 버스나 택시, 지하철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승차를 거부당할 수 있다. 고속철도(KTX) 등 열차도 마찬가지다. 27일부터는 모든 항공기 탑승객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거리 두기를 지키기 힘든 대중교통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서다.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운송사업자와 종사자가 마스크 미착용 승객의 승차를 거부해도 행정처분을 일정 기간 면제하기로 했다. 현행 여객법, 택시사업법에 따르면 승차 거부 시 과태료나 사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사업자 및 종사자에게 개선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단, 승객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단속하거나 적발 후 행정처분을 내리지는 않는다.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교통수단은 밀접 접촉이 이뤄지기 쉽다. 앞서 방역당국은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하지만 강제 규정이 아니라 지키지 않는 승객이 적지 않았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면서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등 제대로 쓰지 않는 승객도 상당수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면 감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에어컨을 켜느라 창문을 닫으면 환기가 안 돼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에어컨 바람을 타고 비말(침방울)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앞서 방역당국은 교실에서 에어컨 가동 시 창문의 3분의 1을 열어두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에너지 낭비 등의 이유로 철회를 검토 중이다. 그 대신 에어컨 바람의 방향을 머리 위로 조정해 비말 전파를 최대한 억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올 1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질병관리통제센터 연구팀은 창문을 닫은 채 에어컨을 가동한 버스에서 바이러스가 4.5m가량 이동한 사실을 발표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면 그 바람을 타고 비말이 더 멀리 전파될 수 있다”고 했다. 명부 작성을 의무화한 고위험 시설처럼 관리하기 힘든 점도 방역당국이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는 이유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밀집도를 낮추기 어렵고 방역 관리자를 두는 것도 어려운 대중교통의 특성을 고려할 때 최소한 마스크는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객들을 직접 강제하는 조치가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서울과 인천, 대구는 대중교통 및 공공시설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볼 수 있었다. 정부는 각 지자체에 마스크 착용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고 이행실태를 수시로 점검할 계획이다.이미지 image@donga.com·김소민·유원모 기자}

26일부터 버스나 택시 지하철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승차를 거부당할 수 있다. 고속철도(KTX) 등 열차도 마찬가지다. 27일부터는 모든 항공기 탑승객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거리 두기를 지키기 힘든 대중교통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서다.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운송사업자와 종사자가 마스크 미착용 승객의 승차를 거부해도 행정처분을 일정 기간 면제하기로 했다. 현행 여객법, 택시사업법에 따르면 승차 거부 시 과태료나 사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사업자 및 종사자에게 개선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단, 승객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단속하거나 적발 후 행정처분을 내리지는 않는다.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교통수단은 밀접 접촉이 이뤄지기 쉽다. 앞서 방역당국은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하지만 강제규정이 아니라 지키지 않는 승객이 적지 않았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면서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등 제대로 쓰지 않는 승객도 상당수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면 감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에어컨을 켜느라 창문을 닫으면 환기가 안 돼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에어컨 바람을 타고 비말(침방울)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앞서 방역당국은 교실에서 에어컨 가동 시 창문의 3분의 1을 열어두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에너지 낭비 등의 이유로 철회를 검토 중이다. 대신 에어컨 바람의 방향을 머리 위로 조정해 비말(침방울) 전파를 최대한 억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올 1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질병관리통제센터 연구팀은 창문을 닫은 채 에어컨을 가동한 버스에서 바이러스가 4.5m가량 이동한 사실을 발표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면 그 바람을 타고 비말이 더 멀리 전파될 수 있다. 바람의 강도를 너무 세게 틀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명부 작성을 의무화 한 고위험시설처럼 관리하기 힘든 점도 방역당국이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는 이유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밀집도를 낮추기 어렵고 방역관리자를 두는 것도 어려운 대중교통의 특성을 고려할 때 최소한 마스크는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객들을 직접 강제하는 조치가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서울과 인천, 대구는 대중교통 및 공공시설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볼 수 있었다. 정부는 각 지자체에 마스크 착용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고 이행실태를 수시로 점검할 계획이다. 대중교통에서 에어컨 사용과 관련된 세부 방역지침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정부가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 대상의 확대를 추진한다. 올가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걸 대비하기 위해서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독감 발생률을 낮춰야 코로나19 2차 유행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무료 접종 대상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과 생후 6개월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어린이 그리고 임신부다. 여기에 중학교 2학년부터 고교 3학년 청소년과 60∼64세 고령자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료 접종 대상자가 약 590만 명 늘어나 전체적으로 약 2000만 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무료 대상 아니어도 예방접종해야 지난해 말 시작해 올해까지 이어진 독감은 전년보다 12주 빠른 3월 27일에 끝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같은 개인위생 수칙 준수가 생활화된 영향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올겨울 독감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A, B, C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바이러스는 속성상 변이가 많이 일어난다. WHO는 매년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 유형을 발표한다. 그런데 올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한 인플루엔자 형태는 지난해와 다르다.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맞은 백신은 올가을 이후 유행할 독감에는 무력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코로나19 확진자가 줄고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 후 방역수칙 준수가 느슨해진 틈을 타 독감이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날씨가 추워지면 밀폐된 공간에 모이기 때문에 여름과는 상황이 달라진다”며 “올해 초처럼 독감의 조기 종식을 기대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반인들이 의료기관 방문을 꺼려 독감 예방접종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올해는 무료 접종 대상자가 아닌 성인도 독감 주사를 맞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번 2020∼2021년 절기에는 평상시에 맞이하는 동절기 독감보다 예방접종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상 비슷해 ‘교차 감염’ 위험 정부가 독감 무료 예방접종 대상을 늘리기로 한 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올가을 이후 독감과 코로나19가 유행할 경우 두 질환의 환자들이 병원에서 뒤섞여 교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한정된 병상과 의료장비를 갖춘 병원들에도 큰 부담이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9월∼2019년 8월 독감 감염자는 257만7297명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21일 0시 기준 1만1122명. 독감이 한창 유행하는 11월에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인공호흡기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와 독감의 증상이 유사한 게 위험 요소다. 독감 증상은 38도 이상 고열, 근육통, 오한, 두통, 인후통, 콧물, 기침 등 코로나19의 사례정의와 비슷하다. 유행 시기도 겹친다. 방역당국으로서는 동시 유행 시 코로나19 대응에 한층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와 독감의 증상이 구별되지 않으므로 독감을 최대한 줄여야 의료 체계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래야 코로나19 대응도 쉬워진다”고 말했다. 독감이 유행하는 주요 장소는 학교, 유치원 등 집단생활 공간이다. 만약 교내에서 독감 감염자가 발생하면 코로나19가 아닌 것으로 판명될 때까지 전교생이 원격수업을 받아야 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하다. 방역당국이 고3까지 독감 무료접종 대상자에 포함하려는 이유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학생이나 교직원에 대해 신속한 코로나19 진단검사 등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정기석 교수는 “독감으로 열이 나는 환자를 줄였는데도 발열 환자가 나오면 코로나19로 의심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김소민·이소정 기자}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기존 지침을 변경하기로 했다. 에너지 낭비와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하되 주기적으로 환기를 하도록 방역지침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전날 열린 생활방역위원회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트는 지침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전력이나 환경파괴 가능성을 고려할 때 감염 확산 위험도에 비해 치러야 할 비용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 방역당국은 관계부처들과의 논의를 거쳐 조만간 에어컨 사용수칙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더라도 주기적으로 환기를 하면 바이러스 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견해다. 이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환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방식으로 환기를 자주 시키는 게 효율적일지에 대한 방침을 세밀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학교 내 에어컨 사용지침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앞서 7일 교육부는 교실에서 에어컨을 가동할 때 모든 창문의 3분의 1 이상을 열어둘 것을 권장했다. 에어컨 바람을 타고 비말(침방울)이 확산될 수 있어서다. 방역당국은 선별진료소에서의 에어컨 운영지침을 최근 내놓았다. 지침에 따르면 선별진료소는 바이러스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에어컨 바람이 의료진에서 환자 방향으로 불도록 조치해야 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비대면 진료(원격진료)’ 추진에 반발해 전화 상담 및 처방의 전면 중단을 회원들에게 권고했다. 의협은 18일 전체 회원에게 보낸 권고문에서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원격진료,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13만 회원은 전화 상담과 처방을 전면 중단해 달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로 기저질환자 등의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자 올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의료기관의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허용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총 26만2121건의 전화 진료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오진 등 의료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의협은 권고문에서 “코로나19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의사들의 등 뒤에 비수를 꽂는 비열하고 파렴치한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비대면 의료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설명하기가 까다롭긴 하지만 감염을 막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재진환자와 만성질환자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미지 image@donga.com·김소민 기자}

정부는 서울 이태원 5개 클럽 방문자 가운데 연락이 닿지 않는 3312명이 신속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는데 행정력을 총동원키로 했다. 지방자치단체, 경찰과 함께 이들을 추적하는 동시에 자발적 검사를 독려하는 강온양면책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선 신속한 조사와 진단검사가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대구 신천지예수교의 경우 2월 18일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닷새 만에 확진자 수가 309명으로 늘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 한 사람을 하루 먼저 발견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서도 접촉자 수에 큰 차이가 난다.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조사를 벌여 한 사람이라도 빨리 검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정부는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312명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고 경찰의 협조를 받아 추적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출입명부와 폐쇄회로(CC)TV 자료를 확보해 방문자 현황을 파악했다”며 “신용카드에 대한 정보도 조회해 각 지자체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경찰청 등과 함께 유흥시설 집합금지명령 이행여부도 점검할 계획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은 관내 유흥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윤 반장은 “집합금지 명령을 미이행하는 경우 고발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서고 명령 위반 영업을 하다 확진자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치료비 등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제적인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서울시는 자발적인 검사를 독려하기 위해 ‘익명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본인이 원한다면 이름을 비워둔 채 ‘용산01’과 같이 보건소별 번호를 부여할 것이며 전화번호만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무료 검사 범위를 이태원 유흥시설 방문자 전원으로 확대했다. 검사 시 특정 클럽 방문을 밝히는 데 따르는 불편을 없애주기 위함이다. 4월 24일~5월 6일 사이 이태원 클럽, 술집 등 위험시설을 방문한 사람은 모두 무료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11일 브리핑에서 “누구든지 진단검사에 불편과 편견이 없도록 방역당국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국내에서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이르면 올해 말 출시될 것이란 정부 전망이 나왔다. 백신 분야에서도 후보물질 3종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생산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8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 제2차 회의’를 열고 국내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상황을 점검했다. 회의에 참석한 박능후 공동지원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존에 다른 목적으로 허가된 약물 7종에 대해 (코로나19로) 적응증(치료 범위)을 확대하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이 중 일부는 빠르면 올해 말 출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착수했다. 그 일환으로 대한적십자사가 혈장치료법 연구를 위해 혈장을 채취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의료법 33조에 따라 의료기관만 혈장을 채취할 수 있었다. 지원단은 동법 예외 규정(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경우)을 적용해 대한적십자사의 혈장 채취를 허용했다. 혈장치료는 항체가 형성된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채취한 뒤 이를 다른 환자에게 수혈해 저항력을 갖게 하는 치료법이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 활용된 바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례가 대규모 감염으로 확대될 경우 대구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집단 감염 이상의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먼저 이번 집단 감염의 대상이 젊은층이라는 점이 가장 걱정되는 대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8일까지 확인된 클럽 확진자들의 나이는 19∼37세로 활동성이 높은 연령대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젊은층의 경우 활동량과 이동량이 많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해 방역지침을 잘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확산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8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중 10∼30대는 전체의 절반가량(43.7%)을 차지한다. 특히 20대는 27.4%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이 경증이라 본인의 감염 사실을 모르는 ‘숨은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김탁 순천향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젊은층의 경우 본인은 걸려도 별문제가 없어서 왕성하게 돌아다니다가 전파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초발환자인 경기 용인시 A 씨(29)를 포함한 감염자도 모두 무증상이거나 경증이다. 역학 조사 전까지 본인이 감염된지 모른 채 접촉자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집단 감염 발생지가 수도권이라는 점도 문제다. 서울 경기 인천의 인구는 2500만 명에 이른다. 신천지를 시작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240만 명)의 10배가 넘는다. 그 어느 지역보다 촘촘히 연결된 대중교통 인프라도 바이러스를 실어 나르는 ‘패스트 트랙’이 될 수 있다. 김탁 교수는 “수도권은 교통이 발달해 교류도 많고 접촉 범위도 광범위하다. 밀집도도 높아 대규모 환자 발생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고위험 시설을 다수 방문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8일 신규 확진된 17명 가운데 A 씨와 같은 클럽을 방문한 환자만 15명이다. A 씨가 방문한 클럽 3곳의 손님만 해도 1500명에 이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생산지수(R0·1명의 환자가 감염시키는 환자 수)는 2∼3 수준이지만, 밀폐·밀집 공간에서는 6∼7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면서 유흥 시설 같은 고위험 시설 운영을 재개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유흥 시설은 (운영 재개를 허가한) 종교·학원·체육 시설과 같이 묶을 성격이 아니다. 이제 다 끝났으니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잘못된 신호를 준 셈이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우려했던 여러 조건이 ‘종합세트’처럼 겹쳐 있다”며 “무증상 잠복 환자가 많을 수 있는데 신규 확진자 수만 보고 안심하다가는 대구 신천지 대규모 감염과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구 신천지 환자가 나오기 전인 2월 중순에도 며칠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낙관론이 제기된 바 있다. 김 교수는 “젊은 환자, 수도권, 고위험 시설이 복합된 이번 사례의 경우 그 전파력은 더욱 클 수 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꾸준히 잘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소민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팬데믹(대유행)에 대비해 마스크 1억 장을 비축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7일 브리핑에서 “일반 국민용 마스크를 1억 장 정도 비축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진과 방역담당자를 위한 마스크도 별도로 확보할 계획이다. 보건 당국은 하루 2만5000건 이상의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확보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방호복과 인공호흡기,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등 중증환자 치료 장비도 추가로 확보한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 병상을 확보하는 ‘공동 대응 체계’도 구축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한식당. 4명이 둘러앉은 테이블에서 한 여성이 서랍식 수저통을 열었다. 수저가 빽빽하게 들어찬 통 안을 맨손으로 뒤적여 수저 여러 벌을 꺼냈다. 젓가락을 너무 많이 꺼냈는지 일부를 다시 통 안에 집어넣었다. 수저통은 한국 식당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여럿이 함께 가면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이 일행의 수저를 놓아주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이제 ‘수저통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 아니라 언제든지 세균이나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면 생활 속 위생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저는 입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물건이다. 여러 사람이 수저통에 손을 넣고 다른 사람이 쓸 수저를 만지는 행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비말을 입안 점막에 직접 퍼뜨릴 수 있는 행동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행동요령’에도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식당에서 수저통 사용 시 손 소독을 철저히 하고, 사업주는 종이로 포장된 수저를 비치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취재진이 6일 돌아본 서울 종로구 식당 21곳은 이런 권고와 거리가 멀었다. 종이 포장된 수저는 한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9곳은 서랍형 수저통, 5곳은 테이블 위 함 형태의 수저통, 5곳은 아예 뚜껑이 없는 원형 통에 수저를 넣어두었다. 수저를 따로 주는 곳이 2곳 있었지만 종이 포장은 없었다. 위생에 취약한 부분이 눈에 쉽게 띄었다. 한 분식집은 테이블 16개 중 6개의 서랍형 수저통이 열려 있었고, 일부 통 안에는 떡볶이 국물 자국 등이 보였다. 서랍형 수저통은 세척도 어렵다. 한 해물요리집에는 수저의 입 닿는 부위가 위를 향한 채 나무통에 꽂혀 있었다. 한 손님이 휴대전화를 만지던 손으로 수저를 집는 순간 주변 수저에 손길이 그대로 닿았다. 직장인 임모 씨(24·여)는 “어떤 손이 얼마나 닿았을지 모르는 수저통을 보면서 찜찜한 건 사실”이라며 “요즘은 입이 닿는 부분을 누군가 만졌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저를 열탕 소독하고 개별 포장하는 식당이 속속 늘고 있지만 아직은 많지 않다. 그만큼 일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저 위생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손님도 늘고 있다. 김문환 씨(63)도 2월부터 개인수저를 비닐 팩에 넣어 갖고 다닌다. 김 씨는 “식당에서도 수저통이 감염 우려가 높아 보였다”며 “조금만 신경 쓰면 개인수저 사용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저통에 수저를 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식중독 균 같은 세균이 번식할 수 있어 위생에 좋지 않다”며 “사소한 위생 습관도 돌아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사지원 4g1@donga.com·김소민 기자}

포르투갈 출신의 세르지우 멘드스 씨(38)는 한식 마니아다. 2018년 한국인과 결혼한 후 푸짐한 상차림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주 요리와 샐러드 위주의 단출한 포르투갈 상차림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런 멘드스 씨도 식사 중 망설일 때가 있다. 여럿이 식사하면서 한 그릇에 담긴 반찬을 같이 먹을 때다. 포르투갈에선 모든 공용 음식에 ‘서빙 스푼’을 따로 두기 때문이다. 가장 놀란 건 고깃집에서다. 상당수 손님은 집게를 사용했지만 일부는 방금 전까지 자신의 입에 넣던 젓가락으로 고기를 뒤집었다. 부모가 쓰던 수저로 자녀에게 반찬을 떠주는 모습도 그에게는 낯설었다. 멘드스 씨는 “포르투갈에선 개인이 쓴 칼이나 포크로 함께 먹는 음식을 집지 않는 게 기본적인 식사 예절이다.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집어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만난 외국인들은 주 요리부터 반찬까지 다양한 음식을 공유하는 한국의 식사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했다. 하지만 음식을 나누는 방식에선 위생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각자 따로 먹는’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같은 동양권이지만 개별 식사에 익숙해 한국의 ‘반찬 공유’ 문화에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선 찌개를 조리할 때도 채소, 고기 등 각각의 식재료를 집는 젓가락을 따로 쓸 정도다. 집에서 가족이 식사할 때도 공용 국자와 젓가락으로 따로 덜어 먹는 게 일반적이다. 외국에서도 식탁 위에 여러 소스를 놓아두지만 한국에서는 훨씬 다양한 양념통을 공용으로 쓴다. 여러 사람의 손이 닿을 수밖에 없어 그만큼 위생에 취약하다. 게다가 양념통을 개인용처럼 쓰는 사람도 종종 있다. 모로코에서 온 리티 아벨라 양(18)은 “순댓국 식당에서 자신의 숟가락으로 양념을 뜨는 모습을 봤다. 국물 재료가 양념통에 묻어 있는 걸 본 이후로는 손을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대를 배려하는 습관 중에는 위생과 거리가 먼 경우도 있다. 테이블 위에 수저통을 비치한 식당에선 종종 한 사람이 수저를 뽑아 나눠 준다. 한 사람이 컵을 모아 물을 따른 뒤 동료들에게 나눠 주기도 한다. 이때 다른 사람의 식기에 손이 닿을 수밖에 없다. 일본인 사쿠라 씨(27·여)는 “일본에선 수저를 종이로 포장해 음식과 함께 내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식기를 만질 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전통의 식사문화를 통째로 바꿀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일부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멘드스 씨는 “정이 가득한 한국의 음식문화를 잃는 건 아쉽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비위생적으로 비치는 점을 하나씩 바꾸면 한식이 세계인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소민 somin@donga.com·강승현 기자}

포르투갈인 세르지오 멘데스 씨(38)는 2018년 한국인과 결혼한 뒤 한국 음식 마니아가 됐다. 주 요리와 샐러드 위주로 단출하게 구성된 포르투갈 식단과 달리 푸짐한 반찬이 나오는 한식에 빠졌다. 그러나 여럿이 ‘공용 반찬’을 함께 먹을 땐 망설여진다. 포르투갈에선 모든 공용 음식에 ‘서빙 스푼’을 따로 두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에서 가장 놀란 곳은 고깃집이다. 손님들 상당수는 집게를 사용했지만 일부는 방금 전까지 자신의 입에 넣은 젓가락으로 고기를 뒤집었다. 부모가 쓰던 젓가락으로 자녀에게 반찬을 떠주는 모습도 낯설었다. 멘데스 씨는 “포르투갈에선 개인이 쓴 칼이나 포크로 함께 먹는 음식을 집지 않는 게 기본적인 식사예절이다.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집어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만난 외국인들은 메인요리부터 반찬까지 다양한 음식을 공유하는 한국의 식사문화를 나름대로 즐겼다. 다만 음식을 나누는 방식에선 위생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각자 따로 먹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동양권이라도 개별식사에 익숙한 일본인들은 음식을 공유하는 한국 식사문화에 거리감을 느낀다고 했다. 일본에선 찌개를 조리할 때도 채소, 고기 등 개별 식재료마다 집는 젓가락도 따로 쓴다. 집에서 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도 공용 국자와 젓가락으로 따로 덜어먹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에 여러 차례 여행을 온 니시하마 아케미(70) 씨는 “한국식당에 처음 갔을 때 여러 사람이 하나의 찌개에 수저를 넣어 먹는 모습에 적응이 안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일본에선 반찬도 1인분씩 따로 나오는 게 보통이라 함께 나눠먹지 않는다”고 했다 식당 밖에서도 한국인은 음식을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이른바 ‘한입만’ 문화다. 커피나 음료를 한 모금 달라고 하거나, 나눠먹는 게 보통이다. 각자 시킨 요리도 “맛이나 보자”며 나눈다. 정(情)이 넘치는 풍경일 수 있지만, 외국인들의 시각에서는 위생상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 생활 2년차인 메르카도 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는데 이젠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념통 등 테이블 위 공용물품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외국에서도 식탁 위에 소스를 비치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손을 타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에선 양념통을 개인용인 것 마냥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모로코에서 온 리티 아벨라 양(18)은 “순댓국 식당에서 자신의 숟가락으로 양념을 뜨는 모습을 봤다. 국물 재료가 양념통에 묻어 있는 걸 본 이후로 손을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대를 지나치게 배려하다 위생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다. 테이블에 수저통을 비치한 식당에선 종종 한 사람이 수저를 뽑아 나눠준다. 한 사람이 컵을 모아 물을 따른 뒤 동료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이때 다른 사람의 식기에 손이 닿을 수밖에 없다. 일본인 사쿠라 씨(27·여)는 “일본에선 수저를 종이에 포장해 음식과 함께 내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식기를 만질 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전통 식사문화가 바뀌는 건 아쉽지만 약간의 개선은 필요하다고 했다. 멘데스 씨는 “정이 가득한 한국의 음식문화를 잃는 건 아쉽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비위생적으로 비춰지는 점을 바꾸면 한국 음식이 세계인들에게 더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층마다 안전 장비만 설치돼 있었어도 이런 대형사고는 나지 않았습니다.” 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로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3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자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경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를 찾았다. 정 총리는 희생자 영정에 헌화한 뒤 유가족 대기실을 방문했다. 한 유족은 대기실을 찾은 정 총리에게 “왜 우리가 여기에 있어야 하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유족도 “화재로 (시신이 훼손돼) 고인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다. 여기 있는 유가족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나”라고 말했다. 유족들의 말을 경청하던 정 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다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 총리실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가 ‘더는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표현까지 했는데 앞으로는 비용을 들이더라도 안전을 저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유족들은 합동분향소에서 일반인의 조문을 받지 않고 친인척과 지인들의 조문만 받고 있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는 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요원 15명이 투입돼 유해 일부 1점과 휴대전화 2대, 자동차 열쇠 1개를 발견했다. 이들은 이날 6시간 반 동안 물류센터 지하부를 중심으로 호미와 삽, 채 등을 이용해 타고 남은 재를 걷어내는 방식으로 2차 정밀수색을 진행했다. 정요섭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은 “수거한 유해 일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DNA 분석 등으로 신원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희생자 38명의 신원은 모두 확인됐다. 경찰은 전날 오후 5시경 국과수로부터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던 마지막 희생자 1명의 DNA가 유족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화재 당시 신원 미확인으로 분류됐던 9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경찰은 현재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희생자 18명 중 13명에 대한 부검도 마쳤다.이천=이경진 lkj@donga.com·김소민 기자}
“커닝 막으려고 이렇게까지 고민해야 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 경영학부의 A 교수는 최근 전공과목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몇몇 학생이 대리 시험을 모의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제자들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기분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A 교수는 조만간 강의실 수업을 시작하면 같은 범위로 한 번 더 시험을 치르겠다고 공지했다. “정당하게 공부해 시험 본 학생을 보호하고 싶다. 두 시험의 점수 차가 크면 성적을 0점 처리하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한창인 대학가에서 중간고사 시즌을 맞아 몸살을 앓고 있다. 온라인 시험인 점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려는 학생들이 생기자 학교와 교수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A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한 학생은 “일부 몰지각한 이들 탓에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2배로 쏟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양대 공대의 한 교수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고자 ‘스피드 퀴즈’ 형식을 도입했다. 온라인 시험에서 빨리 문제를 풀어 답안지를 제출할수록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몰래 답을 맞춰 보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불합리하다고 아우성이다. 수강생 정모 씨(23)는 “차분하게 시험을 보는 스타일도 있는 건데 단지 빨리 답을 낸다고 점수를 더 주는 건 억울하다”고 했다. 성균관대에 다니는 최모 씨(25)도 “우리 학교 교양과목도 제한시간을 촉박하게 준다고 했다.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걱정”이라고 했다. 고려대에선 ‘온라인 특화 구술시험’도 등장했다. 문제가 컴퓨터 화면에 뜨면 정해진 시간 안에 구두로 답하는 영상을 찍어 올려야 한다. 영상엔 정면 상반신이 나와야 한다. 이 수업을 듣는 A 씨(25)는 “문제도 풀고 촬영도 하고 저장, 제출까지 해야 한다.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고 원망했다. 지난달 28일 비슷한 방식으로 시험을 보기로 한 고려대 공대에선 ‘사전 리허설’도 벌어졌다. 몇몇 학생이 컴퓨터 화상카메라를 통해 문제를 풀어 제출하는 연습을 했다. 수강생 이모 씨(21)는 “얼굴과 손이 무조건 나와야 한다는데 노트북 카메라는 이 각도가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중간고사에 부정행위를 하려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한 사립대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23일 “답안을 공유하는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수강생들이 문제를 제기해 결국 이 과목은 과제로 시험을 대체했다. 서울의 한 대학 물리학과에 다니는 박모 씨(26)는 “과목마다 비슷한 단체 대화방이 1, 2개씩 있는 눈치”라고 했다. 연세대는 아예 교수진에 중간고사 온·오프라인 시험을 만류하는 공지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권고 수준으로 강제성은 없다고 한다. 게다가 중간고사 없이 기말고사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재학생 천모 씨(25)는 “전공과목을 6개나 듣는데 모두 기말고사만으로 학점을 주면 너무 부담스럽다”고 우려했다. 한성희 chef@donga.com·이청아·김소민 기자}

15일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 씨(64·여)의 남편은 거의 두 달 만에 집밖에 나왔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는 남편은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뒤 감염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 힘든 걸음을 내딛었다. 김 씨는 “솔직히 나도, 남편도 찍은 정당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그래도 투표를 포기하면 유권자를 우습게 여길까봐 왔다”고 했다.● “코로나19 겪으며 투표 결심” 코로나19도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꺾진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총선 전국 투표율은 66.2%로 잠정 집계돼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뜨거운 투표 열기 속엔 전대미문의 고난을 바라보는 엄중한 민심이 생생하게 묻어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투표소에서 만난 시민 중엔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투표를 결심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에서 만난 김현규 씨(37)는 “코로나19를 온몸으로 겪으며 정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투표를 잘 해야 하는지 체감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속내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정권 지키기’와 ‘정권 심판’으로 갈렸다. 양천구에 사는 윤모 씨(47)는 “지금까지 여당에 실망한 것도 많지만, 코로나19에 대응을 잘해줘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했다. 반면 자영업자 박모 씨(70·여)는 “코로나19로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번다. 알바생도 다 내보내야 했다”며 “서민을 내팽개친 정부가 너무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만 18세 고등학생 유권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독서실에 가는 길에 송파구 석촌경로당 투표소에 들렀다”는 강모 군(18)은 “요즘 잠도 못 자며 공부하고 있다. 끽해야 20분 더 공부하는 것보다 투표가 세상을 더 많이 바꾸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강현 군(18)은 “선거권이 없을 땐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줄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고 했다. 고령자들의 투표 의지도 강했다. 광주 최고령 유권자인 박명순 할머니(117)는 이날 오전 9시 반 광주 북구 문흥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투표했다. 1904년 한일의정서 강제 체결 직전에 태어난 박 할머니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모든 직접 선거에 참여했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다음 대통령 선거 때도 꼭 투표하겠다”고 했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 사는 이용금 할머니(116)도 이날 투표한 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투표는 계속할 것”이라 말했다. 최근 불거진 n번방 성 착취물 제작·유포 사건도 표심에 영향을 줬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모 씨(23·여)는 “여성의 정체성을 대변해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국회에 진출하길 간절히 바라며 나왔다”고 했다. 투표를 마감하는 오후 6시를 1분 남기고 영등포구 신우경로당 투표소로 뛰어 들어가 한 표를 행사한 한보람 씨(19·여)는 “집안일 때문에 투표 시간을 못 맞출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다행이다”고 기뻐했다.●‘투표 방역’ 성숙한 시민의식 빛나 투표로 민심을 보여주려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돋보였다. 전국 대부분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은 질서 있고 차분하게 방역 지침을 따랐다. 오전에 찾아간 동작구 강남초등학교 투표소는 시민 60여 명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1m 간격으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손등에 도장을 찍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는데도, 소셜미디어에 도장을 찍고 ‘인증샷’을 올린 사진들도 올라왔다. 이날 오후 6시 일반 투표가 종료된 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해외에서 입국해 자가격리 중이던 유권자들의 개별 투표가 시작됐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는 이들에게만 투표를 허용했지만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다른 유권자들과 투표 시간을 분리했다. 전국 자가격리자 5만9918명 가운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는 1만3642명(22.8%)이 투표를 신청했다. 자가격리자 투표는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후 5시 52분경 영등포구 신길동의 자택을 나선 자가격리자 이주현 씨(26)도 마찬가지였다. 자택에서 투표소까지는 걸어서 1분 거리였지만 족발가게와 PC방, 편의점 등이 즐비해 다른 시민과 접촉 우려가 있었다. 이 씨의 안내를 맡은 석승민 영등포구 예산팀장은 긴장한 낯빛으로 이 씨와 2m 거리를 유지하며 다른 행인이 접근하지 못하게 제지했다. 이 씨는 체온을 재고 손을 소독한 뒤 수술용 장갑을 끼고 투표소로 들어섰다. 투표소 관계자가 온몸에 방호복과 두꺼운 장갑, 고글을 두른 채 투표용지와 봉투를 건네고 서명을 받았다. 투표를 마친 이 씨는 곧장 귀가했다. 그는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껏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선거권을 이번엔 놓칠까봐 걱정했다. 많은 도움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 ‘48.1㎝ 투표용지’에 투·개표 모두 혼란 역대 최다인 35개 정당의 이름이 적힌 48.1㎝ 짜리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를 받아든 시민들은 투표할 정당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박윤자 씨(71·여)는 “짧은 것(지역구 후보 투표용지)은 뭔지 알겠는데 긴 것(비례대표 투표용지)은 통 몰라서 잘못 찍은 것 같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선거가 끝난 뒤 개표 현장에서도 일일이 손으로 나누느라 많은 담당자들이 고생했다. 전직 대통령 4명 가운데 4·15 총선에서 투표하지 못한 건 박근혜 전 대통령뿐이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 받고 아직 형기를 마치지 않아 선거권이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택 구금’ 수준으로 보석 석방 중이라 자택에서 벗어나지 못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거소 투표(우편투표)를 했다. 요양 중인 노태우 전 대통령도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거소 투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누군가를 돕는 게 아니라, (어려워도) 함께 살아가는 거죠.” 단팥빵이 세상을 바꾸진 못한다. 하지만 세상과 싸울 힘을 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에 매일같이 빵 300개를 보내는 서울의 빵집이 있다. 6주째 하루도 빠짐없이. 서울 서초구 베이커리카페 ‘Grit 918’은 지난달 1일부터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는 대구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공무원 등에게 단팥빵 300개를 보내고 있다. ‘Grit 918’의 김경미 대표(48·여)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대구의료원, 대구시청에 각각 100개씩 매일 빵을 보내왔다. 김 대표는 “단지 대구를 돕자는 것만 아니라, 우리도 ‘활력’을 되찾고 싶어 빵 보내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터진 뒤 이 빵집 역시 매출이 반 토막 났다. 30명 정도 되는 직원을 줄여야 할 판이었지만, 김 대표는 발상을 전환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빵도 남고, 손도 비는데 좋은 일에 매진해보자. 직원들 역시 적극 동참했다. ‘Grit 918’은 매일 아침 6시부터 빵을 굽는다. 오전 7시 40분경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수화물센터로 빵을 나르는 일도 직접 한다. 빵이 담긴 박스마다 직접 쓴 ‘대구 힘내세요, 사랑해요’란 쪽지도 잊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나섰기에 가능했다. 위기를 기회 삼아 똘똘 뭉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대구동산병원도 9일 ‘Grit 918’에 감사장을 보내왔다. 서영성 대구동산병원장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지만, 전국에서 보내주신 사랑은 우리를 다시 세우는 힘이 된다”고 했다. 김소민 somin@donga.com·김태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