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특교

구특교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경영총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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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어린 따뜻함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겠습니다. 일이 안 될 때는 현장으로 가 직접 두 발로 뛰겠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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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산업44%
기획27%
기업10%
사회일반7%
정치일반3%
건설3%
사고3%
경제일반3%
  • “또 5일 기다려야 하는데…” 마스크 한숨

    “일요일도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15일 낮 12시경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A 약국 앞. 마스크를 사기 위해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함께 약국을 찾은 윤모 씨(33)는 한숨 섞인 말을 했다. 이날은 ‘공적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 후 첫 일요일로, 평일인 월∼금요일에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이라면 출생연도 끝자리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었다. 평일에 직장을 다니느라 약국 앞에 줄을 서기 힘들었던 윤 씨 부부는 ‘마스크 애플리케이션’으로 재고를 확인한 뒤 A 약국을 찾았다. 하지만 윤 씨가 도착했을 땐 A 약국에 배부된 공적 마스크 250장이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이 약국에 따르면 250장이 다 팔리는 데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윤 씨는 “‘마스크 앱’에서 (집 바로 앞에 있는 약국에) 재고가 있다는 걸 보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는데 5분 전에 매진됐다고 한다. 남은 마스크가 하나도 없다. 다른 약국을 더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후 첫 주말인 14, 15일 이틀 동안에도 약국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윤 씨 부부처럼 맞벌이를 하거나 생업 등 이유로 평일에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들이 많았다. 약국별 마스크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마스크 앱’에 따르면 15일 문을 연 약국은 4곳당 1곳 정도였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서대문구의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 약국 20여 곳 중 유일하게 문을 연 B 약국에는 2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이 약국도 판매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마스크가 모두 팔렸다. 줄을 섰다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한 시민은 “면마스크라도 없느냐”고 약사에게 묻기도 했다. 이 시민은 “면마스크도 없다”는 약사의 말에 난감한 표정으로 약국을 나섰다. 평일에 약국을 찾았지만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최모 씨(50·여)는 “약국이 문을 연 걸 보고 일찍 줄 섰는데도 마스크를 사지 못했다”고 말했다. 1970년생으로 평일에 마스크를 사려면 오는 금요일(20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최 씨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속상하다”고 했다. 주말이라 주택가 인근의 약국에선 판매 시작 후 금세 마스크가 동났지만 직장인들이 출근하지 않는 도심 약국에서는 마스크 구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었다.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인근의 한 약국 관계자는 “평일에는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섰는데 오늘은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지 3시간 넘게 지났는데도 아직 재고가 있다”고 말했다. 긴 줄이 있는 약국 앞을 지나면서 “근처 ○○약국으로 가면 줄을 길게 서지 않아도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알려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마스크 대란으로 예민해진 탓인지 약국 앞에 줄을 서 있던 한 시민은 줄 사이를 지나 길을 가려던 행인을 보고 새치기를 하는 것으로 오해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태성·이청아 기자}

    •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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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요일인데도”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 첫 주말 현장 가보니…

    “일요일도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15일 낮 12시경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A 약국 앞. 마스크를 사기 위해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함께 약국을 찾은 윤모 씨(33)는 한숨 섞인 말을 했다. 이날은 ‘공적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 후 첫 일요일로, 평일인 월~금요일에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이라면 출생연도 끝자리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었다. 평일에 직장을 다니느라 약국 앞에 줄을 서기 힘들었던 윤 씨 부부는 ‘마스크 애플리케이션’으로 재고를 확인한 뒤 A 약국을 찾았다. 하지만 윤 씨가 도착했을 땐 A 약국에 배부된 공적 마스크 250장이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이 약국에 따르면 250장이 다 팔리는 데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윤 씨는 “‘마스크 앱’에서 (집 바로 앞에 있는 약국에) 재고가 있다는 걸 보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는데 5분 전에 매진됐다고 한다. 남은 마스크가 하나도 없다. 다른 약국을 더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후 첫 주말인 14, 15일 이틀 동안에도 약국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윤 씨 부부처럼 맞벌이를 하거나 생업 등 이유로 평일에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들이 많았다. 약국별 마스크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마스크 앱’에 따르면 15일 문을 연 약국은 평균 4곳당 1곳 정도였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서대문구의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 약국 20여 곳 중 유일하게 문을 연 B 약국에는 2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이 약국도 판매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마스크가 모두 팔렸다. 줄을 섰다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한 시민은 “면마스크라도 없느냐”고 약사에게 묻기도 했다. 이 시민은 “면마스크도 없다”는 약사의 말에 난감한 표정으로 약국을 나섰다. 평일에 약국을 찾았지만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최모 씨(50·여)는 “약국이 문을 연걸 보고 일찍 줄 섰는데도 마스크를 사지 못했다”고 말했다. 1970년생으로 평일에 마스크를 사려면 오는 금요일(20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최 씨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속상하다”고 했다. 주말이라 주택가 인근의 약국에선 판매 시작 후 금세 마스크가 동났지만 직장인들이 출근하지 않는 도심 약국에서는 마스크 구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었다.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인근의 한 약국 관계자는 “평일에는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섰는데 오늘은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지 3시간 넘게 지났는데도 아직 재고가 있다”고 말했다. 긴 줄이 선 약국 앞을 지나면서 “근처 ○○ 약국으로 가면 줄을 길게 서지 않아도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알려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마스크 대란으로 예민해진 탓인지 약국 앞에 줄을 서 있던 한 시민은 줄 사이를 지나 길을 가려던 행인을 보고 새치기를 하는 것으로 오해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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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국 마스크 판매 도우러 파견된 공무원이 갑질…약사와 다툼

    60대 남성이 마스크를 구입하려던 시민에게 골프채를 휘두르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시행한 ‘마스크 5부제’ 다섯째 날에도 혼란이 이어졌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동래구 한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사러 줄을 서 있던 시민에게 골프채를 휘두른 60대 남성 A 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13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11일 길을 가던 A 씨는 “대기 줄 때문에 통행이 방해된다”며 말다툼을 벌이다 골프채를 휘둘렀다. 길이 92㎝의 골프채를 든 채 1시간가량 행패를 부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과 제주, 경기에서도 소동이 벌어졌다. 제주시 한 약국에서는 10일 B 씨가 약사가 “마스크가 예정시간보다 늦게 들어온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난동을 부렸다. B 씨는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구 한 약국 앞에서는 C 씨가 11일 줄을 서 있다가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다른 시민을 협박하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 광주시 한 약국에서도 9일 술을 마시고 낫으로 위협을 하며 “마스크를 판매하라”고 협박한 피의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약국 앞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서로 다투다 다치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12일 오후 6시 반경 해운대구에 있는 한 약국에서 70대 남성이 80대 남성에게 밀려 넘어지며 손목을 다쳤다.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일손이 모자라는 약국을 돕기 위해 파견된 공무원이 오히려 ‘갑질’을 해 논란이 됐다. 13일 부산시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따르면 부산 한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 판매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부산시 5급 공무원(59)과 약사가 다툼을 벌였다. 약사는 청원 게시판에 “11일 오후 1시에 와달라고 요청했지만, 공무원이 오후 2시경 도착했다”고 했다. 이후에도 공무원은 반말을 하며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된 것은 사실이고 해당 공무원이 약사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마스크 관련 다툼이 잦자 약국과 우체국 등 판매처에 순찰 인력을 늘리고 질서 유지 등 예방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13일 밝혔다.구특교기자 kootg@donga.com박종민기자 blick@donga.com}

    • 20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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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사들이 듣고 싶은 한마디 말[현장에서/구특교]

    “진짜 참고 해보려 했는데….” 12일 서울 은평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 씨는 끝내 말끝을 흐렸다. 한참을 망설이다 “고민 끝에 ‘공적 마스크’ 판매를 그만두려고 한다”고 했다. 환갑이 지난 A 씨는 그간 열심히 마스크 판매에 헌신해 왔다. 밤늦게까지 약국을 열고 밀려드는 고객들에게 마스크를 팔았다. 하지만 홀로 신분증을 확인하고 전산시스템 입력까지 도맡다 보니 몸에 한계가 왔다. 그는 이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로 몸살이 심하게 왔다. “밤늦게까지 일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였나 봐요. 그래도 약사인데 몸이 이렇게 나빠진 게 살면서 처음입니다.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골고루 나눠 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꾹 참았는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네요. 동료 약사들에게도 미안하고…. 마음이 너무 불편하네요.”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이 이어지자 9일부터 약국 등에서 공적 마스크를 나눠 주는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다. 그런데 현장에선 시행 나흘째인 12일까지 A 씨처럼 공적 마스크 판매를 포기하는 약사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적 마스크 판매를 그만둔 약국은 전국에서 200곳을 넘었다고 한다. 무엇이 그들을 이 지경으로 내몬 걸까. 약사들은 하나같이 공적 마스크 판매를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쉴 틈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지며 스트레스에 트라우마까지 생길 지경이었다고 한다. 안 그래도 판매 업무로 벅찬데, 몇몇 고객은 마음의 상처까지 줬다. 끊이지 않는 구매 줄과 아우성. “마스크가 왜 없냐”며 고성을 지르는 어르신. 배달 온 마스크를 묻지도 않고 먼저 뜯어가 버리는 고객…. 게다가 일반 약을 조제하러 온 고객들의 불만까지. 한 약사는 “밤에 잠도 잘 못 잔다. 악몽을 꾸다가 깬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뭣보다 연세가 지긋한 약사들이 마스크 판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체력적인 문제도 컸지만, 익숙지 않은 전산 시스템을 다루느라 심리적 압박도 엄청났다. 일흔이 넘은 한 약사는 “판매 과정도 너무 복잡했다.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데, 실수해서 욕이라도 먹을까 봐 하루하루가 불안했다”고 했다. 시민들로선 섭섭할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따지면 약사들에게 공적 마스크 판매는 ‘의무 사항’은 아니다. 그런데도 판매에 나선 건 고통을 함께하려는 공동체 의식이었다. 실제로도 묵묵히 판매를 이어가는 약사들이 대부분이다. 아직 공적 마스크를 포기한 약국은 1%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 약사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버티곤 있지만 솔직히 모르겠어요. 한 동료 약사는 한 번 포기했는데 ‘왜 마스크를 안 파느냐’고 고객들의 원성이 자자했다고 합디다. 저도 너무 힘들어서 관두려다가 당국에서 ‘관두면 안 된다’고 하도 종용해서 그냥 하는 거예요. 솔직히 협박처럼 들려서 되게 서운했습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기대하는 게 너무 큰 바람일까요.”(B 약사) 구특교 사회부 기자 kootg@donga.com}

    • 20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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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고 있음’ 마스크 앱 보고 약국 달려가니 “다 팔렸습니다”

    “‘마스크 앱’만 믿고 약국을 찾았는데 세 군데 모두 허탕입니다.” 11일 정오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지하철 1호선 남영역 주변 A약국. 인근 직장을 다니는 이휘원 씨(32·여)는 약국 앞에서 인상을 찌푸렸다. 마스크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는 ‘마스크 앱’은 A약국에 재고가 있다고 나와 있었지만 막상 가 보니 “이미 다 팔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지 사흘째지만 마스크로 인한 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정부가 소개한 ‘마스크 앱’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시민들은 헛걸음을 하기 일쑤였다. 현재 스마트폰에 깔 수 있는 ‘마스크 앱’은 10개 정도. 약국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당국에 판매 현황을 입력하면 이 앱들을 통해 마스크 수량을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앱에 ‘재고 있음’이라고 뜨더라도 막상 가 보면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 씨가 방문한 A약국 역시 재고 수량이 ‘보통’(30∼99개)으로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이미 다 팔린 상태였다. 11일 동아일보가 서울 용산구와 강서구, 관악구 등에서 ‘재고 있음’으로 뜬 약국 30곳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 바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약국은 7군데(23%)뿐이었다. 7곳조차도 앱에 표시된 마스크 수량과는 50∼100개 이상 차이가 났다. 기껏 만든 앱이 이렇게 소용이 없는 이유는 뭘까. 현장에서 만난 약사들은 “실시간으로 전산 시스템에 판매 현황을 입력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A약국의 약사인 B 씨도 “우리 같은 1인 약국은 판매 정보를 전산 시스템에 하나하나 입력했다간 고객에게 마스크를 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마스크 판매 시간이나 방법이 약국 재량에 따라 다른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약사 C 씨는 “정해진 판매 시간이 아닌데 앱에는 재고가 ‘100개 이상’으로 표시돼 아침 일찍부터 손님들이 몰렸다”며 “약국마다 판매 시간 등 실제 여건이 다른데 앱에는 전혀 반영이 안 돼 있다“고 했다. 또 ‘소형 마스크’만 재고가 남았을 때에도 막상 앱에는 종류에 구분 없이 수량이 표시되는 것도 문제란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약국과 고객 사이에선 마찰이 생기는 모습도 보였다. 용산구의 한 약국은 “앱의 정보만 보고서는 ‘재고가 있는데 왜 팔지 않느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몇몇 약사들은 일부러 입고된 물량을 전산 시스템에 실시간 입력을 하지 않아 재고로 잡히지 않게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이날 오전 마스크 판매 현황의 전산 시스템까지 먹통이 돼 혼란은 더욱 커졌다. 한 약사는 “아침부터 시스템이 오류가 나는 바람에 100명 넘게 직접 종이에다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가며 마스크를 팔았다”며 “정부가 시스템이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게 미리 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몇몇 ‘마스크 앱’은 이용자가 폭주하며 접속이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현장 약사들은 마스크를 사러 오는 고객들에게 “마스크 앱을 믿지 말라”고 조언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주민 D 씨는 “약국에 갔더니 약사가 ‘앱은 보지 말고 직접 전화해 확인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강서구약사회 임성호 회장은 “정부가 현장을 돌아봤으면 실시간 재고 현황을 입력할 여력이 안 된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며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은 소외될 수 있다는 점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구특교 kootg@donga.com·박종민 기자}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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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 파느라… 업무마비된 동네약국

    정부가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이틀째인 10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 A약국 앞은 시민 4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약사 박정원 씨(30)는 서너 명만 들어서도 빽빽한 좁은 약국 안에서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A약국은 박 씨 혼자 운영하는 ‘1인 약국’이다. 홀로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고객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컴퓨터에 전산 입력을 해야 한다. 구매 대상이 맞는지도 확인하고 결제를 마친 뒤 마스크를 전달한다. 박 씨는 “모든 과정을 혼자 해야 한다. 일반 환자까지 오면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다. 대형 약국은 업무 분담이 되겠지만, 소형 약국은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가 서울 종로구와 용산구 일대 약국 30여 곳을 둘러보니 A약국처럼 한두 명으로 운영하는 소형 약국들은 마스크 판매로 혼란을 겪고 있었다. 묶음으로 들어온 마스크의 낱개 포장부터 전산 입력과 결제, 판매까지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A약국 인근에서 약사 2명이 운영하는 B약국도 “평상시에도 한두 명이 약국을 운영하면 약 처방, 재고 확인 등 업무가 산더미”라며 “마스크 구매 고객까지 몰려들어 ‘교통정리’도 힘겨운 처지”라고 했다. 또 다른 1인 약국의 약사 C 씨도 “마스크 대기 줄 때문에 약을 처방받으려다 그냥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소형 약국들은 특히 현재 5개, 10개씩 포장된 ‘묶음 마스크’라도 정부가 조치를 취해주길 요청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마스크 정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긴다고 토로했다. 1인 약국들은 마스크 정리 때문에 몇 시간씩 문을 닫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C 씨도 “5개가 한 묶음으로 오다 보니 2개씩 개별 포장하는 데만 최소 2시간 이상 든다”고 말했다. 신용산역 인근의 한 약국도 “현재 마스크가 하루 200∼250개 정도 들어온다. 정부가 왜 낱개 포장까지 약국에 무책임하게 떠맡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소형 약국의 약사들은 구체적인 운영 방안 없이 약국에 떠맡기듯 판매하라고 한 ‘무책임함’ 때문에 일선 약사들만 시민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70대 아내와 함께 용산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D 씨는 “당국이 세부적인 매뉴얼은 정하지 않고 약국이 알아서 판매하도록 내버려 뒀다”며 “소형 약국들은 운영이 어렵고 판매 방법이 제각각이다 보니 현장의 항의와 비난은 우리가 다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불만이 커지자 10일 1인 약국이나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약국 2500개소에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14일 동안 약국 1곳당 3시간 정도 일을 도울 단시간 근로 인력 1명씩 지원할 방침이다. 시의 대책에 소형 약국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1인 약국의 약사는 “공익근무요원을 보내준다던데 최소한 마스크 개별 포장이라도 도울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반응했다. 또 다른 소형 약국은 “별 실효성이 없어 보여 신청하지 않을 생각이다. 약국 업무를 전혀 모르는 인력이 오면 일만 더 꼬일 것”이라고 했다.구특교 kootg@donga.com·박종민 기자}

    •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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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려드는 마스크 손님에 ‘1인 약국’ 업무 마비…개별포장에도 시간 뺏겨

    정부가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이틀째인 10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 A 약국 앞은 시민 4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약사 박정원 씨(30)는 3명만 들어서도 빽빽한 좁은 약국 안에서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A 약국은 박 씨 혼자 운영하는 ‘1인 약국’이다. 홀로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고객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컴퓨터에 전산 입력을 해야 한다. 구매 대상이 맞는지도 확인하고 결제를 마친 뒤 마스크를 전달한다. 박 씨는 “모든 과정을 혼자 해야 한다. 일반 환자까지 오면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다”며 “대형 약국은 업무 분담이 되겠지만, 소형 약국은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가 서울 종로구와 용산구 일대 약국 30여 곳을 둘러보니, A 약국처럼 한두 명으로 운영하는 소형 약국들은 마스크 판매로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묶음으로 들어온 마스크의 낱개 포장부터 전산 입력 및 결제, 판매까지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A 약국 인근에서 약사 2명이 운영하는 B 약국도 “평상시에도 1, 2명이 약국을 운영하면 약 처방, 재고 확인 등 업무가 산더미”라며 “마스크 구매 고객까지 몰려들어 ‘교통정리’도 힘겨운 처지”라고 했다. 또 다른 1인 약국의 약사 C 씨도 “마스크 대기 줄 때문에 약을 처방받으려다 그냥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소형 약국들은 특히 현재 5개, 10개씩 포장된 ‘묶음 마스크’라도 정부가 조치를 취해주길 요청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마스크 정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긴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1인 약국들은 마스크 정리 때문에 몇 시간씩 문을 닫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C 씨도 “5개가 한 묶음으로 오다보니 2개씩 개별 포장하는 데만 최소 2시간 이상 든다”고 했다. 신용산역 인근의 한 약국도 “현재 마스크가 하루 200~250개 정도 들어온다. 정부가 왜 낱개 포장까지 약국에 무책임하게 떠맡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불만이 커지자 10일 1인 약국이나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약국 2500개소에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14일 동안 약국 1곳 당 3시간 정도 일을 도울 단시간 근로인력 1명씩 지원할 방침이다. 소형 약국들은 시의 대책에 반응이 엇갈렸다. 한 1인 약국의 약사는 “공익근무요원을 보내준다던데 최소한 마스크 개별 포장이라도 도울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반응했다. 반면 또 다른 소형 약국은 “별 실효성이 없어 보여 신청 안할 생각이다. 약국 업무를 전혀 모르는 인력이 오면 일만 더 꼬일 것”이라고 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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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데이터과학원 개원… AI 등 융합연구

    고려대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과 데이터과학(DS)에 중점을 둔 데이터과학원 개원식을 가졌다. 고려대는 9일 오후 2시 고려대 미래융합기술관에서 데이터과학원 개원식과 현판식을 가졌다. 데이터과학원은 인공지능과 데이터과학을 바탕으로 한 융합 연구를 활성화하고 산학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설립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과학 관련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응용과학, 의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 연구가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데이터과학원은 크게 △데이터과학 융합연구 △데이터과학 아카데미 △협력기업센터 등 세 가지 체계로 운영한다. ‘데이터과학 아카데미’에서는 학생들의 전공 분야에 인공지능과 데이터과학을 융합한 전공 교과목도 개발할 예정이다. ‘협력기업센터’에서는 대학과 기업 간 데이터과학을 바탕으로 한 융합 연구 수행을 지원한다. 이날 개원식에는 정진택 총장과 이진한 연구부총장, 김상식 데이터과학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 원장은 “데이터과학원이 교육과 연구를 뒷받침하고 산업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가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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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천지 1777명 격리치료 거부… 당국 “기부금 거절-구상권 검토”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하겠습니다. 다수 교인이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거부하고 진단 검사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방역 대책에 커다란 혼란과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측에 강하게 경고했다. 대구시는 전날 신천지가 대구에 기부한 100억 원을 거부했다. 권 시장은 “지금 신천지가 해야 할 일은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대구시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천지 교인 1777명 격리 치료 거부 권 시장은 방역 대책에 비협조적인 신천지 교인들의 구체적인 행태를 공개했다. 대구시는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충남 천안시 충남대구1 생활치료센터(우정공무원교육원)에 입소시키기로 했다. 입소 의사를 묻는 전화에 “나는 1인실 아니면 안 가겠다”, “집에 있는 것이 좋다”고 답하는 환자 대다수가 신천지 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권 시장은 “많은 국민이 두려워하고 공포에 떨고 있는데 (불편을 이유로) 2인실에 못 들어가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5일 기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대구 지역의 신천지 교인이 1777명이다. 권 시장은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에게도 “정부의 간곡한 호소보다 이 총회장의 지침을 더 잘 따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총회장에게 경고이기도 하고 간절한 호소이기도 한 말씀을 한다. (교인들에게) 조금 불편하더라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달라고 하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신천지 교인도 다수다.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전화를 받고도 ‘검사 안 받겠다’고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권 시장은 “신천지 교인은 고위험군이라 자가 격리 기간인 14일이 지났더라도 반드시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았을 때 자가 격리를 해제하는 것이 추가 지역사회 감염을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선 간부 1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추가 감염도 우려된다. 대구교회 관계자는 “다대오지파장을 비롯해 총무 강사 등 간부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대오지파장은 대구경북권을 총괄하는 고위 간부로 이 총회장을 대신해 설교를 하기도 한다.○ 정부와 대구시, 구상권 청구와 기부 거부로 압박 신천지는 6일 대구시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기부금을 반환하자 새로운 기부처 찾기에 나섰다. 모금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도의적 법적으로 민감한 상황 등을 고려해 신천지 측과 협의 끝에 반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신천지는 모금회 중앙회와 대구 모금회에 각각 20억과 100억 원을 계좌이체 방식으로 기부했다. 신천지는 모금회가 거부하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를 타진했다. 구호협회 관계자는 “12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계속 연락이 왔지만 대구와 국민 정서를 감안해 받을 수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입장문을 내고 “이른 시일 내에 기부처를 찾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신천지는 대한적십자사,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부를 검토 중이다. 정부는 신천지에 대한 구상권 청구 검토 의사를 밝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전파와 관련해) 명백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신천지 측에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당연히 정부로서는 구상권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상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며 “역학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했다.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 구특교·송혜미 기자}

    •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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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알리미’ 이어 ‘마스크 알리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의 동선 정보를 제공하는 ‘코로나 알리미’ 사이트를 만들었던 대학생들이 이번에는 편의점의 마스크 재고 정보를 알려주는 ‘마스크 알리미’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들은 편의점뿐 아니라 약국이나 마트 등의 마스크 재고 정보를 알릴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다. 5일 개설된 ‘마스크 알리미’ 사이트는 고려대 학생인 김준태(23·미디어학부), 최주원(23·산업정보디자인 전공), 박지환(24·심리학과), 이인우 씨(28·중어중문학과)가 함께 만들었다. 전공이 모두 다른 이 4명은 프로그래밍 교육 학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 알리미’ 사이트를 개설한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자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마스크 알리미’ 사이트를 만들었다. 지난달 개설한 ‘코로나 알리미’ 사이트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내놓고 싶다는 고민을 함께 하다 만들게 됐다. ‘마스크 알리미’ 사이트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용자 주변 편의점의 마스크 재고 현황을 10분 간격으로 확인해 알려준다. 재고가 없는 곳은 ‘품절(Sold out)’로, 있는 곳은 ‘24hrs’로 표시된다. 배달앱 ‘요기요’의 ‘편의점 실시간 재고 연동 서비스’ 정보를 통해 마스크 재고 현황을 받고 있다. 최 씨는 “스타트업 등 각자 따로 하는 일들이 있다 보니 팀원들 모두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 가며 사이트를 만들고 계속 업데이트하는 중”이라며 “동시 접속자가 1만 명이 넘을 만큼 이용자들이 많아 힘든 것도 버텨가며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4명이 ‘마스크 알리미’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는 프로그래밍 교육 단체 ‘멋쟁이 사자처럼’의 이두희 대표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최 씨는 “데이터가 방대해 취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 대표가 도와주겠다고 흔쾌히 나섰다”며 “이 대표가 서버를 구축해 주는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서비스가 가능했다”고 했다. 최 씨는 “사이트를 열자마자 편의점 외에 약국이나 마트 등의 마스크 재고 정보는 없는지를 묻는 이메일을 수십 통 받았다”며 “다음 주 월요일(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되는 만큼 관련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 편의점 이외의 마스크 재고 정보를 추가하는 방법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박종민 기자}

    •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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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원-노래방… 방역 사각지대 경고등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의 초중고교 개학을 연기했지만 학생들은 학원으로 모여들고 있다.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PC방, 노래방, 독서실 같은 다중이용시설로 몰리고 있다.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 많아 감염 확산에 더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일 개학 3주 연기 방침을 발표하면서 “학교가 개학할 때까지 학원에는 휴원을 권고하고, 학부모들은 학원 및 PC방 등을 이용하지 않도록 지도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다르다. 광주 남구 봉선동 학원가는 이번 주부터 대부분 문을 열었다. 결강한 학생도 10% 안팎에 불과하다. 인근에서 확진자가 나왔지만 학원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학원 관계자는 “작은 곳은 휴원하면 당장 임차료나 인건비 등을 대기도 벅차다”고 하소연했다. 3주 동안 ‘학교는 안 가도 학원은 가는’ 현상은 전국이 비슷하다. 노래방이나 PC방도 방역 사각지대로 꼽힌다. 경남과 경기 용인시에서는 노래방 고객의 감염 사실이 확인됐고, 부산에서는 PC방을 이용한 청소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학원에서 일대일 강의를 듣던 고교생이 감염된 경우도 있다. 보건당국이 집단 감염을 막는 데 집중하는 사이 작은 구멍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날 본보가 찾은 서울 서대문구의 한 PC방에서도 청소년 18명 중 절반가량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개학 연기 기간에 자발적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동참해야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학원 노래방 PC방 등은 강제로 문을 닫게 할 수 없다. 우선 이들이 시설 소독 등 자체적인 방역 역량을 갖추도록 안내해야 한다. 필요하면 방역 비용을 지원해 자발적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아직 방역망은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코로나19가 사람의 침방울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안내하면서 방역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최예나 yena@donga.com·구특교 / 부산=조용휘 기자}

    •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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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보험 깬 기초생활 장애인 기부’에 화답… “밑반찬 보내요” “그 돈 채워 드릴게요”

    “강 선생님은 투명한 날개를 다신 천사입니다.” 살짝 낯간지러울 수도 있으련만. 3일 오후 대구 북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민정 씨(64)는 스스럼없이 상대를 ‘천사’라고 불렀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강순동 씨(62)와 전화 통화가 연결되자 김 씨는 감격에 겨운 듯 목이 메었다. 실은 두 사람은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다. 하지만 이날 아침 평소처럼 집에서 동아일보를 집어든 김 씨는 1면 기사를 보다가 한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기초생활 급여로 생계를 잇는 5급 지체장애인인 강 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생하고 있는 대구 시민을 위해서 어렵사리 성금을 내놓은 사연이었다. 장장 7년 동안 아껴서 모은 암 보험을 중도 해지한 118만7360원이다. 한참 동안 고마움을 달랠 길 없던 김 씨는 어느샌가 강 씨에게 딱한 마음이 들었다. 본인이 쓸 돈도 넉넉지 않은 형편일 것 같아 끼니는 잘 챙기는지도 걱정됐다. 뭐라도 할 게 없을까 싶어 고민하다가 무작정 동아일보로 전화를 걸었다. “우리처럼 평범한, 아니 어쩌면 더 상황이 안 좋을 수도 있는 분이잖아요. 그런데 보험까지 깨가며 돈을 보내셨다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어요. 별거 아니더라도 김치나 밑반찬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김 씨의 따스한 마음은 그대로 강 씨에게 전해졌다. 김 씨가 그를 ‘투명한 날개를 단 천사’라고 부르며 고마워하자 강 씨는 흐느끼면서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김 씨는 “그냥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도 눈물이 나고 힘도 났다”며 “서로 ‘함께 코로나19를 꼭 이겨내자’는 말만 여러 번 반복했다”고 했다. “만난 적도 없고 생김새도 모르지만 남 같지가 않았어요. 이제 전화번호도 알았으니 자주 연락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 건지 모르겠지만 참 잘했다 싶어요. 너무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다 함께 살아야지요.” 김 씨는 이날 오후 내내 여러 밑반찬을 만들었다고 한다. 4일 택배로 강 씨에게 보낼 계획이다. 얼마나 맛있을지는 두 사람만 알 일이다. 하나의 선행은 다른 화답으로도 퍼져나갔다. 이날 오전 대구에 사는 조모 씨(56)도 동아일보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강 씨가 돈을 전한 길음2동 주민센터로 전화해 “마음이 너무 고맙다. 많이 울었다”고 했다. 조 씨는 “강 씨 사정도 어려워 보여 보탬이 되고 싶다”며 118만7360원을 주민센터로 보내왔다. 강 씨가 냈던 성금과 10원 단위까지 똑같은 금액이었다. 연락을 받은 강 씨는 또 한번 뭉클한 모습을 선사했다. 강 씨는 “좋은 뜻으로 낸 건데 왜 자꾸 이러느냐. 고맙지만 돈은 안 받겠다. 성금으로 쓰든지 마음대로 해라”라고 한사코 거부했다. 하지만 조 씨가 강 씨 명의로 지정기탁을 신청해 주민센터가 맘대로 처리할 수 없었다. 한지용 주무관은 “설득 끝에 강 씨가 주민센터에 와서 받아갔다. 그때도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날 주민센터는 전화가 잦았다. 서울에 산다며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도 “성금 낸 강 씨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기사를 아침에 읽었다. 라면 한 박스를 보낼 테니 꼭 전해 달라”고 했다. 한 주무관이 “전달한 다음에 결과를 알려드리겠다”며 연락처를 요청했지만, 여성은 그저 “잘 부탁한다”며 끊었다.박종민 blick@donga.com·구특교 기자}

    •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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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시계’ 정치공방 비화… 로만손 “우리 제품 아냐”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기자회견장에 착용하고 나온 ‘박근혜 시계’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여권에 잘 봐 달라는 메시지”라고 주장한 반면 여당은 시계를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미래통합당과 신천지의 관계를 부각하고 나섰다. 통합당 김진태 의원은 3일 논평을 통해 “이 총회장이 (가짜)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온 것 자체가 저열한 정치공작”이라며 “(현 정권에 의해) 살인죄로 고발당한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할 이유가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 이렇게 박근혜와 가깝고 야당과 유착돼 있다는 것을 알렸으니 (여권에 보내는) 나 좀 잘 봐 달라’는 메시지 아니었겠느냐”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신천지와) 특정 정당과의 유착관계에 대한 국민적 의혹에 대해서도 명백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며 “이는 적당히 덮어두고 넘어갈 일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신천지 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유착 가능성을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다. 시계 진위 논란도 이어졌다. ‘박근혜 시계’를 제작·납품한 회사인 로만손 측은 “이 총회장이 찬 시계는 자사 제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로만손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3년 대통령 취임 6, 7개월쯤 지났을 때 청와대에 방문용 및 선물용으로 납품한 건 은색 시계였다. 금색은 없었다”고 전했다. 2013년 이후 이 총회장의 유튜브 영상에 2일 착용한 제품과 유사한 시계를 차고 있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신천지 측이 “해당 시계(박근혜 시계)를 선물한 장로가 정세균 전 국회의장(현 국무총리)의 이름이 적힌 시계도 선물했다”고 해명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정 총리는 페이스북에 “신천지 측은 ‘정세균 시계’도 다른 신도를 통해 제공받았다는 허무맹랑한 주장까지 하고 있다”면서 “이 총회장을 만난 일도, 신천지에 시계를 제공한 바도 없다”고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구특교 기자}

    •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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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 연극 관객도 확진… 소극장 긴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3일 서울 종로구청에 따르면 대구에 거주하는 여성 A 씨(54)가 지난달 22일 오후 1시 42분경 종로구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 도착했다. 오후 2시 반부터 대학로 일대의 유명 카페와 음식점, 약국 등을 들렀다. 이후 오후 5시 20분부터 ‘M시어터’ 극장에서 코믹 추리극인 연극 ‘셜록홈즈’를 관람했다. A 씨는 닷새 뒤인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학로에는 폐쇄된 공간에 좁게 붙어 앉아 연극을 관람하는 소극장이 많고 공연을 보러 온 시민들이 많아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됐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A 씨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연을 봐 함께 연극을 관람한 관객들은 밀접 접촉자에서 제외됐다. 종로구청은 A 씨가 들른 음식점에 있던 일부 인원만 자가 격리 대상자로 통보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A 씨가 다녀간 음식점과 약국 등은 모두 방역을 마쳤고 아직까지는 추가 확진자나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셜록홈즈’ 제작사 측은 “극장은 지난달 29일 방역을 마쳤고 6일까지 연극은 중단될 예정이다. 추후 상황을 지켜본 뒤 운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티켓을 예매한 관객에게는 의사를 물어보고 환불해 주거나 관람을 원할 경우 원하는 날짜로 티켓을 교환해주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학로를 다녀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학로에서 진행 중인 다른 공연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연극 ‘리마인드’ 측은 “대학로에서 공연을 관람하신 분 중 확진자 소식이 있어 안전거리 유지를 위해 최소 인원으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구특교 kootg@donga.com·홍석호·손효림 기자}

    •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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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만희가 찬 ‘박근혜 시계’… 진위 논란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착용한 박근혜 전 대통령 명의의 청와대 시계를 놓고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총회장은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두 차례 큰절을 했다. 이때 이 총회장의 외투 안에 숨겨져 있던 왼쪽 손목의 금색 시계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청와대를 상징하는 봉황 문양 휘장과 무궁화 외에도 ‘박근혜’라는 한글 서명이 있었다. 신천지 측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시계를 받은 게 아니라 이 총회장의 지인이 (청와대로부터) 받은 시계를 이 총회장에게 선물했다고 들었다. 이 총회장이 5, 6년 정도 계속 차고 다니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회장에게 시계를 선물했다고 주장한 A 씨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선거 뒤 시계를 제공받았다. 이후 신천지에 잠깐 발을 담갔는데 이 총회장을 만날 기회가 생겨 선물을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금색 시계는 국회의원과 장관용인데 이들에게 주는 것 중 남은 것을 선거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인사는 가짜 시계라고 반박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임기 중 금장 시계나 날짜 판이 있는 시계는 만든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청와대’의 부속실에서 근무했던 이건용 전 행정관도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지금 흔히 알고 있는 은색 시계 단 하나의 종류로 제작을 지시했으며 이후 은색 시계만 기념품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이지훈 기자}

    •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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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프로듀스101’ 투표 조작 의혹 연예기획사 관계자 검찰에 송치

    경찰이 케이블채널 엠넷의 연습생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차명 ID로 투표 결과를 조작한 연예기획사 고위 관계자를 검찰에 넘겼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프로듀스 101’에 관여한 A 연예기획사의 대표 B 씨와 간부 C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동아일보가 ‘차명 ID하루 1400개씩 받아 밤새워 조작투표(2019년 10월 18일 A12면)’를 보도하며 알려진 조작 의혹은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경찰과 A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2016년 3월 B, C 씨는 기획사 직원과 매니저, 연습생 등을 불러 모은 뒤 프로듀스101 출연자에게 투표하는데 필요한 ID와 비밀번호를 정리한 자료를 나눠줬다. B 씨 등은 차명 ID를 이용해 A사 소속 연습생 2명에게 집중적으로 투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투표에 쓰인 ID는 한 사람당 평균 1400개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듀스 101’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투표로 최종 11명의 데뷔 가수를 선발했다. 당시 실제로 A사의 연습생 2명 가운데 1명이 최종 11명에 뽑혔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프로듀스 시리즈를 제작한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등 8명을 업무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4명을 추가로 송치하며 ‘프로듀스’ 의혹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지난해 7월 ‘프로듀스X101’ 생방송 투표 조작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지 약 7개월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찰의 ‘프로듀스 투표 조작’ 수사가 방송국과 기획사의 유착 비리를 드러내 ‘공정 사회’라는 시대적 요구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기대한 ‘공정’이 무너지며 실망감이 컸다. 경찰의 이번 수사가 앞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어떻게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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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운동 논의된 중앙고서 추모행사

    1일 서울 종로구 중앙고(옛 중앙학교) 교정에 설치된 3·1운동 책원비 앞에서 인촌사랑방 회원 등 10여 명이 추모 행사를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인촌 김성수 선생(1891∼1955)이 송진우 현상윤 선생 등과 함께 중앙학교 숙직실에 모여 3·1운동을 계획하고 논의한 뜻을 기렸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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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로 얼룩진 손기정 옛집[현장에서/구특교]

    1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에 있는 고 손기정 선생(1912∼2002) 옛집. 대문 옆엔 ‘미래도시 용산’이라 새겨진 벤치가 있다. 이 벤치엔 손 선생의 옛집을 포함해 ‘용산구 역사문화명소’를 표시한 지도도 그려져 있다. 함께 서 있는 안내판도 눈에 띈다. “일제 강점기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가 살았던 집이다”란 내용이다. 손 선생의 학창 시절과 올림픽 시상대에 선 사진도 인상적이다. 한데 이 명소엔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냄새가 난다. 벤치, 안내판과 함께한 장식물인 것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해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집 주위로 오랜 세월 누렇게 변색된 담배꽁초도 가득했다. 옆 전봇대에 용산구가 달아 놓은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경고문’이 무색할 정도다. 심지어 이 상태는 사흘 전 찾아왔을 때와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2019년 대한민국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았다. 서울 용산구도 이 뜻깊은 해를 기념해 근·현대 역사문화명소 100곳을 지정했다. 모두 역사와 문화, 학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사건이나 인물과 관련된 장소다. 당시 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나 6·25전쟁 등의 스토리텔링을 더한 탐방 코스와 안내 책자를 개발한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하지만 손 선생의 옛집을 가봐선 ‘큰 포부’가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안내판을 세운 지 1년도 안 돼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광경이 누구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심지어 붉은 벽돌로 지은 외벽에는 온갖 낙서들이 빼곡하다. 어린이나 외국인을 데려오기 난감한 글들이 스프레이로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인근 주민들도 이런 상황을 개탄했다. 주민 A 씨는 “구청에 신고했더니 ‘너무 예민하게 대응하지 말라’는 답변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B 씨는 “주민들도 반성해야 한다. 당연한 듯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이 꽤 있다”고 자책했다. C 씨는 참다못해 사비를 들여 폐쇄회로(CC)TV도 직접 설치했다고 한다. 그는 “하도 관리가 안 돼 (구청에) CCTV 설치를 여러 번 건의했다. 그때마다 예산이 없다고만 했다”며 답답해했다. 용산구도 사정은 있었을 게다. 구 관계자는 “역사문화명소로 지정하긴 했지만, 손 선생 옛집은 엄연히 사유 재산이라 벽에 칠한 낙서가 있어도 (손댈) 권한이 없다”고 했다. CCTV도 요청이 들어와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바로 설치하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물론 구의 책임만 따질 건 아니다. 당초 숨겨진 지역 명소를 찾아내고 역사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던 노력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쓰레기 투기는 지역 주민 역시 반성할 대목이다. 하지만 이렇게 쓰레기 더미로 지저분해질 뿐이라면, ‘손 선생 옛집’이라 표시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쓰레기만큼 가득한 실망감을 안고 가는 건, 다름 아닌 구의 홍보를 믿고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다.  구특교 사회부 기자 kootg@donga.com}

    •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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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투본, 광화문 대신 교회서 3·1절 연합예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일 많은 대형 교회와 성당, 사찰이 예배와 미사, 법회를 취소했지만 일부 교회는 단체 예배를 강행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이날 오전 10시 반과 오후 7시 두 차례 3·1절 연합예배를 진행했다. 이 교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64·구속)가 담임목사로 있는 곳이다. 전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광화문광장 대신에 교회에서 연합예배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부터 교회 예배당과 주차장 간이의자엔 10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 전 목사를 대신해 예배를 주도한 조나단 목사는 “이 나라가 공산화될까 두렵다”라며 “정권을 심판할 능력을 달라”고 발언했다. 서울 구로구 만민중앙성결교회도 입구에 ‘신천지는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을 건 채 단체 예배를 열었다. 송파구 임마누엘교회도 이날 교인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며 저녁 예배를 제외한 모든 예배를 기존 일요일처럼 진행했다. 경기 수원시와 광주 등에서도 단체 예배를 연 교회들이 있었다. 정부는 이번 주말을 코로나19 확산의 기로로 보고 종교 집회 자제를 호소한 바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개신교인 50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 중 71%는 당분간 일요일 예배를 중단하는 데 찬성했다. 최근 천주교는 한국 천주교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미사를 중단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법회뿐 아니라 템플스테이도 문을 닫았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서초구 사랑의교회 등도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조건희 기자}

    •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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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일 걸리던 운전면허 반납… 절차 대폭 줄여 하루에 끝내

    지금까지 길게는 40일까지도 걸렸던 운전면허 자진 반납 기간이 앞으로는 하루면 끝난다. 경찰청은 2일부터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절차를 간소화하고, 교통안전시설 소재와 관련된 기준을 다양화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기존에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려면 경찰서로 가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한 뒤 경찰서에서 발급하는 ‘사전 통지서’를 받아야 했다. 이후 지방경찰청에서 우편으로 발송하는 ‘결정 통지서’를 받아야만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이 절차는 때로 40일까지 걸리기도 했다. 새로 개정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서는 진술서 작성 절차를 생략했다. 또 ‘사전 통지서’도 본인이 자진 반납하겠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서명·날인만 받으면 된다. 우편으로 발송하던 ‘결정 통지서’도 현장에서 바로 받을 수 있다. 개정한 시행규칙은 신호등이나 안전표지, 노면 표시 등 교통안전시설과 관련된 소재 기준도 다양화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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