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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 녹음 앱이 좋아요. B: 인터넷 쇼핑몰에서 펜 모양 녹음기를 구입했어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이던 16일 오전.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운영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녹음기 얘기가 단연 화제였다. 13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인 이 채팅방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모여 피해 경험을 공유하는 곳이다. 노무사의 상담을 받기도 한다. 상사의 모욕과 폭언에 시달려 온 직장인들은 피해 신고를 위한 증거를 모으기 위해 앞으로는 녹음을 습관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16일부터는 직장 상사의 괴롭힘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사용자는 지체 없이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하고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4년 차 직장인 박태희(가명·28·여) 씨는 4개월간 부서장의 괴롭힘에 시달렸다. 부장은 회의 때 박 씨만 배제했다. 박 씨의 연차휴가를 결재해주지 않기도 했다. 박 씨는 “상사의 괴롭힘을 신고하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아 사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면서도 “마지막 수단이라 생각하고 증거를 모아 신고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괴롭힘 금지법은 박 씨와 같은 절박한 ‘계란’들을 위한 법이다. 직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 졌다. 그런데 법에 규정된 ‘괴롭힘’의 개념이 모호해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관리자급 직원들은 ‘정당한 업무지시를 할 때도 눈치가 보인다’, ‘인사고과 잘못 줬다가 보복 신고 당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한다고 한다. 대기업의 한 중간 관리자는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 봐 개인적인 대화를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행 첫날부터 이런 모호함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16일 모든 사업장에 구조조정, 성과 압박 등 기업의 정당한 경영활동도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취업규칙에 명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은 직급이 강등돼 월급이 깎였다는 이유를 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했다. 법이 원래의 취지대로 을(乙)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작동한다면 직원과 회사, 상급자 하급자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반길 것이다. 하지만 괴롭힘 금지법이 상사의 정당한 업무지시까지 진정의 대상으로 삼고, 회사의 경영활동을 간섭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입법 취지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회사와 직원, 상사와 부하 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김은지 사회부 기자 eunji@donga.com}

“여기서부터는 통행이 허가된 차량만 다닐 수 있습니다.” 5월 27일 오후 2시경(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시 도심부에 있는 카보우르 길. 로마시 산하 교통기관 ‘로마 모빌리타’의 파브리초 벤베누티 연구원이 교통 표지판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흰색 바탕의 표지판 위로 빨간색 원이 그려져 있고 빨간색 원 위에는 ‘zona traffico Limitato’라고 적혀 있었다. 차량 통행 제한구역(ZTL)이 시작되는 지점이라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표지판 바로 앞에는 신호등과 함께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벤베누티 연구원은 “허가받지 않은 차량이 ZTL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단속하기 위한 무인카메라”라고 말했다. 허가받지 않은 차량이 ZTL 안으로 진입하면 80유로(약 10만6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표지판 인근에는 수십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는데 ZTL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차들이었다. 카보우르 길은 세계적인 관광지인 고대의 원형 투기(鬪技)장 ‘콜로세움’ 인근에 있다. 벤베누티 연구원이 가리켰던 표지판에서 콜로세움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550m다. 고대 로마 유적지가 많은 로마 도심의 ZTL은 평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에는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 사이에도 차량이 다닐 수 없다. 로마는 ‘도로’의 개념이 시작된 도시다. 고대 로마는 세계에서 가장 일찍, 가장 거대한 도로망을 구축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통행권을 법으로 보장한 곳도 로마였다. 로마법에는 개인이 사유지 위를 걸을 권리와 수레나 마차를 운전할 권리가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로마시는 차량 통행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로마 역사지구를 비롯한 여러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로마시에 등록된 차량 약 265만 대 중 6.5km² 면적의 도심 ZTL에서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은 20만 대뿐이다. 전체 차량의 7.5%에 불과하다. ZTL 안으로 진입해도 되는 차량은 지역 주민이나 장애인, 관공서 소유 차량, 택시 등 영업 차량으로 제한된다. 로마에서 ZTL은 2001년 도심에 처음 지정됐고 현재는 6곳의 ZTL이 있다. 역사지구가 있는 도심부가 가장 엄격히 통제되고 외곽으로 갈수록 통행이 가능한 차량이 늘어나는 식이다. ZTL은 운전자들에게는 불편하다. 차량 통행이 가장 엄격히 통제되는 도심부는 차량 통행 수요가 많은 곳이다. ZTL 지정은 차량 통행을 강제로 제한하는 정책인 만큼 이에 반발하는 운전자와 시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심부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불만이 크다. ZTL을 운영하는 로마 모빌리타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다. 그러나 로마 모빌리타는 문화재 보호와 보행자 안전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이탈리아는 교통안전과 관련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나라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에 따르면 2016년 이탈리아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4명이다. 유럽연합(EU) 평균 5.1명보다 많다. 로마 모빌리타에 따르면 2017년 이탈리아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3378명 중 219명(6.5%)이 로마에서 사고를 당했다. 로마가 ZTL과 같은 강제적인 조치를 통해 보행자를 보호하려는 이유다. 로마는 또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ZTL뿐 아니라 무인 과속단속 카메라를 확충하는 등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조치들로 로마 시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와 교통사고 사망자는 크게 줄었다. 2008년 한 해 2만2636건이 발생한 교통사고는 2017년 1만6208건까지 떨어졌다. 28.4%가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313명에서 219명으로 줄어 30% 감소했다. 로마 모빌리타의 산드로 프란칼란치 기술개발 담당자는 “교통사고 사망자 없는 로마를 만드는 것이 로마 모빌리타의 가장 큰 목표”라며 “도심에서는 차량 주행 속도를 낮추고, 차도를 좁혀 인도를 넓히는 등 안전한 교통 환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로마의 ZTL과 유사한 ‘녹색교통 진흥지구’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강북 한양도성 내부 도심권의 차량 통행을 줄이고 보행자 편의를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차도를 줄이는 대신 보도를 넓히겠다는 것이 녹색교통 진흥지구 사업이다. 운행 차량이 줄어들면 현재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40%를 차지하는 보행자 사망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로마=김은지 eunji@donga.com / 서형석 기자}

“여기서부터는 통행이 허가된 차량만 다닐 수 있습니다.” 5월 27일 오후 2시경(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시 도심부에 있는 카버 길. 로마시 산하 교통기관 ‘로마 모빌리타’의 파브리지오 벤베누티 연구원이 교통 표지판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흰색 바탕의 표지판 위로 빨간색 원이 그려져 있고 빨간색 원 위에는 ‘zona traffico Limitato’라고 적혀 있었다. 차량 통행 제한구역(ZTL)이 시작되는 지점이라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표지판 바로 앞에는 신호등과 함께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벤베누티 연구원은 “허가받지 않은 차량이 ZTL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단속하기 위한 무인카메라”라고 말했다. 허가받지 않은 차량이 ZTL 안으로 진입하면 80유로(약 10만6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표지판 인근에는 수십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는데 ZTL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차들이었다. 카버 길은 세계적인 관광지인 고대의 원형 투기(鬪技)장 ‘콜로세움’ 인근에 있다. 벤베누티 연구원이 가리켰던 표지판에서 콜로세움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550m다. 고대 로마 유적지가 많은 로마 도심의 ZTL은 평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에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 사이에도 차량이 다닐 수 없다. 로마는 ‘도로’의 개념이 시작된 도시다. 고대 로마는 세계에서 가장 일찍, 가장 거대한 도로망을 구축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통행권을 법으로 보장한 곳도 로마였다. 로마법에는 개인이 사유지 위를 걸을 권리와 수레나 마차를 이용해 운전할 권리가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로마시는 차량 통행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로마 역사지구를 비롯한 여러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로마시에 등록된 차량 약 265만 대 중 6.5㎢ 면적의 도심 ZTL에서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은 20만 대뿐이다. 전체 차량의 7.5%에 불과하다. ZTL 안으로 진입해도 되는 차량은 지역 주민이나 장애인, 관공서 소유 차량, 택시 등 영업 차량으로 제한된다. 로마에서 ZTL은 2001년 도심에 처음 지정됐고 현재는 6곳의 ZTL이 있다. 역사지구가 있는 도심부가 가장 엄격히 통제되고 외곽으로 갈수록 통행이 가능한 차량이 늘어나는 식이다. ZTL은 운전자들에게는 불편하다. 차량 통행이 가장 엄격히 통제되는 도심부는 차량 통행 수요가 많은 곳이다. ZTL 지정은 차량 통행을 강제로 제한하는 정책인 만큼 이에 반발하는 운전자와 시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심부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불만이 크다. ZTL을 운영하는 로마 모빌리타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다. 그러나 로마 모빌리타는 문화재 보호와 보행자 안전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벤베누티 연구원은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ZTL 주변에 주차시설과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 노선을 확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교통안전과 관련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나라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에 따르면 2016년 이탈리아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4명이다. 유럽연합(EU) 평균 5.1명보다 많다. 로마 모빌리타에 따르면 2017년 이탈리아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3378명 중 219명(6.4%)이 로마에서 사고를 당했다. 로마가 ZTL과 같은 강제적인 조치를 통해 보행자를 보호하려는 이유다. 로마는 또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ZTL뿐 아니라 무인 과속단속 카메라를 확충하는 등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같은 조치들로 로마 시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와 교통사고 사망자는 크게 줄었다. 2008년 한 해 2만2636건이 발생한 교통사고는 2017년 1만6208건까지 떨어졌다. 28.4%가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313명에서 219명으로 줄어 30% 감소했다. 로마 모빌리타의 산드로 프란찰란시 기술개발 담당자는 “교통사고 사망자 없는 로마를 만드는 것이 로마 모빌리타의 가장 큰 목표”라며 “도심에서는 차량 주행 속도를 낮추고, 차도를 좁혀 인도를 넓히는 등 안전한 교통 환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로마의 ZTL과 유사한 ‘녹색교통 진흥지구’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강북 한양도성 내부 도심권의 차량 통행을 줄이고 보행자 편의가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차도를 줄이는 대신 보도를 넓히겠다는 것이 녹색교통 진흥지구 사업이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환승체계도 강화해 운행 차량을 줄이는 게 목표다. 운행 차량이 줄어들면 현재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40%를 차지하는 보행자 사망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로마=김은지 eunji@donga.com/서형석 기자}

10일 오전 7시 30분. 경기 수원시 지하철 분당선 청명역 3번 출구 앞 버스 정류장. 서울 강남지역으로 출근하는 회사원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G5100번 광역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안내가 정류장 전광판에 떴다. 남은 자리가 없다는 ‘잔여석 0’ 표시도 함께 떴다. 경기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 앞에서 출발해 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운행하는 G5100번 버스가 곧 도착했다. 전광판 안내대로 앉을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버스 운전사는 승객들을 태웠다. 도로교통법상 광역버스가 입석 승객을 태우고 달리는 건 위법이다. 게다가 이 버스는 2층 버스로, 최고 제한속도 110km인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한다. 2층 광역버스는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도입됐다.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버스의 입석 승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2층 버스의 좌석 수는 기존 광역버스(41∼45석)보다 많은 70여 석이다. 하지만 이런 2층 버스도 입석 승객을 태우고 달리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9, 10일 이틀간 출퇴근 시간대에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2층 버스 6대를 직접 타 본 결과 이 중 4대가 입석 승객을 태웠다. 9일 오후 6시경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정류장을 출발해 경기 김포로 가는 8601A번 2층 버스. 이 버스는 지하철 2호선 당산역 정류장을 지나자 입석 승객이 20명을 넘어섰다. 2층 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천장 높이가 낮고 통로 폭이 좁아 입석 승객들의 자세는 불안정했다. 키가 큰 남성 승객은 버스가 덜컹이면 천장에 머리를 찧기도 했다. 버스가 급정거할 때면 입석 승객들은 모두 “어, 어” 하는 소리를 내며 운전석 쪽으로 몸이 쏠렸다. 버스가 커브길에 들어서면 입석 승객들은 좌석 등받이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간신히 버텼다. 자리에 앉지 못한 승객들은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에 몰려 앉기도 했다. 계단에 앉은 승객들은 버스가 정차하고 출발할 때마다 이리저리 몸이 쏠렸다. 버스 운전사는 수시로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하지만 2층에 앉은 59명 중 안전벨트를 맨 승객은 1명뿐이었다. 입석 승객은 2층에도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2층의 입석 승객은 버스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몸을 휘청거리다가 급히 손잡이를 잡았다. 9일 오전 7시 30분경 용인시 지하철 분당선 기흥역 정류장을 거쳐 강남역으로 가는 5003번 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버스도 17명의 입석 승객을 태우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이 버스 승차 문에는 ‘2층 버스, 입석 금지’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같은 원심력을 받더라도 무게 중심이 높으면 전복될 가능성이 더 크다. 또 승객을 많이 태우면 브레이크의 정지력이 떨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58)는 입석 승객을 태우고 달리는 2층 버스의 위험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2층 버스는 높이가 일반버스(3.2∼3.55m)보다 높은 3.99m다. 이 때문에 일반버스에 비해 커브길에서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2월 홍콩에서는 커브길을 돌던 2층 버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19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경기도가 2015년 10월 김포시에 처음 도입한 2층 광역버스는 7월 1일 현재 경기도 내 16개 시, 47개 노선에 걸쳐 193대가 운행 중이다. 하지만 광역버스 입석 승객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용인시에 사는 신모 씨(34·여)는 “자리에 앉아 가려고 출근할 때 40분이나 일찍 집을 나서는데도 한 번도 앉아서 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안전 문제가 지적된 입석 승객을 없애기 위해 2층 버스를 도입했지만 승객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며 “승객들이 ‘서서라도 가겠다’고 차에 오르면 기사들이 말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경기도는 올해 안에 2층 버스 운행을 233대까지 늘릴 예정이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서현정 인턴기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4년박종민 인턴기자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1회용 컵(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 계산대 옆으로 이런 내용의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환경부와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이 가게는 ‘텀블러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100원의 할인 혜택을 준다’며 고객들의 동참을 부탁하는 안내도 함께 하고 있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돼 있다는 안내와는 달리 매장 내 손님들이 마시는 음료는 거의 대부분 플라스틱 컵에 담겨 있었다. 이날 기자가 이 가게를 찾아갔을 때 매장에 있던 10명의 손님 중 9명이 플라스틱 컵을 테이블 위에 두고 있었다. “손님이 따로 얘기를 하면 머그잔에 음료를 담아 드린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기본적으로 플라스틱 컵에 담아 내준다.” 이 가게 직원은 손님이 원할 경우에만 머그잔을 사용한다고 했다. 이 가게 바로 옆에 있는 커피전문점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10명의 손님이 마시고 있는 음료는 모두 플라스틱 컵에 담겨 있었다. 두 커피전문점 뒤편 골목에 놓여 있는 커다란 비닐봉투에는 플라스틱 컵 수십 개가 들어 있었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의 식품접객업소에서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된 지 곧 1년이 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의 플라스틱 컵 사용을 금지했다. 제도 시행 직후 각 지방자치단체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플라스틱 컵은 대부분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단속이 느슨해지자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매장이 다시 늘고 있다. 본보는 3일과 4일 서울 강남구, 마포구, 성동구 등에 있는 커피전문점 16곳을 둘러봤다. 이 가운데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운영하는 매장 5곳에서는 1회용 플라스틱 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정부와 협약을 맺은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규제 대상이 아닌 1회용 플라스틱 빨대까지 종이 빨대로 바꿔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회사 브랜드의 커피전문점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경우 절반 이상이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11곳 중 6곳이 거의 모든 손님에게 음료를 플라스틱 컵에 담아 내주고 있었다. 음료를 머그잔에 담는 경우는 손님이 뜨거운 음료를 주문할 때였다. 4일 오후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는 손님 13명이 모두 플라스틱 컵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처럼 매장 내 손님들에게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는 커피전문점이 다시 늘고 있는 건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지자체는 위반 사례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지난해 8∼12월 5개월 동안 3만3960차례나 현장 점검을 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는 단속이 뜸해져 현장 점검과 구체적인 수치조차 없다. 플라스틱 컵 사용에 대한 단속이 느슨해진 건 1회용 비닐봉투 사용 규제와 관련이 있다. 환경부는 올해 1일 1일부터 전국의 모든 대형 마트와 대형 슈퍼마켓에서 1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행된 비닐봉투 사용 규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보니 단속 인력이 한정된 지자체에 플라스틱 컵 사용까지 집중적으로 단속하라고 요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도 “단속 인력이 부족해 플라스틱 컵 사용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신고가 들어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여름철에 대비해 매장 내에선 다회용 컵을 제공하도록 직원교육 횟수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강은지 기자서현정 인턴기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4년}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 당시 공사 현장에 감리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리(監理)자는 공사 현장을 지키면서 건축주가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계획서대로 공사를 진행하는지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사람이다. 7일 서울 서초경찰서와 잠원동 붕괴 건물 철거업체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4일 감리자는 공사 현장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소장과 인부들은 경찰에서 “철거공사 감리를 맡은 정모 씨(87)는 사고 당일뿐 아니라 공사가 시작된 이후 현장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잠원동 건물은 6월 29일부터 철거공사를 시작했고 붕괴 사고가 난 4일은 공사 6일째였다. 서초구는 지난달 이 건물 철거공사에 대한 두 번째 심의를 진행하면서 현장에 감리자가 상주하는 조건을 달아 공사를 허가했다. 앞서 서초구는 업체가 제출한 철거계획서를 한 차례 반려한 적이 있다. 정 씨가 감리 일을 친동생(73)에게 떠맡긴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고령인 데다가 공사현장 한 곳에만 붙박이로 있을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잠원동 철거공사 현장에는 나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가 감리 일을 맡긴 동생도 사고 당일 공사 현장에 없었다. 서초구는 정 씨가 감리 일을 동생에게 맡긴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현장소장과 건물주 등이 붕괴 1, 2일 전에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철거공사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건물 붕괴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 내용도 경찰이 확보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김은지 기자}

서울 도심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 외벽이 무너지면서 건물 잔해가 인근 도로 차량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붕괴되는 건물 앞 도로를 지나던 차량에 타고 있던 20대 여성이 숨졌다. 같은 차에 타고 있던 30대 남성도 다쳤다. 두 달 전 가족 상견례를 한 남녀는 내년 2월 결혼할 예정이었다. 다른 차량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 2명은 머리를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 23분경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동궁빌딩 철거 작업 도중 외벽이 무너졌다. 이 때문에 30t가량의 건물 잔해물이 바로 앞 왕복 4차로 쪽으로 넘어졌다. 그리고 지하철 3호선 신사역 방면 2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4대를 덮쳤다. 붕괴된 건물과 가까운 쪽인 1차로에는 아반떼와 레이 차량이, 2차로에서는 코나와 렉서스 차량이 앞뒤로 있었다. 아반떼와 코나 차량이 붕괴된 건물 잔해에 매몰됐다. 아반떼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이모 씨(29·여)는 사고 4시간 10분 만에 매몰된 차량에서 구조됐지만 숨졌다. 운전석에 타고 있던 황모 씨(31)는 3시간 36분 만에 구조됐다. 매몰 당시 의식이 흐릿했던 황 씨는 인근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진 뒤 의식을 되찾았다. 사고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인도의 전신주와 가로수도 덮쳤다. 건물 주변과 도로가 붕괴할 때 생긴 먼지로 뿌옇게 휩싸였다. 인근 주민들이 차량에 갇힌 사람을 구하기 위해 도로 쪽으로 뛰어들다가 전신주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고 놀라 물러서기도 했다. 붕괴 여파로 전신주 3개가 넘어지면서 붕괴된 건물 옆 성형외과 건물을 포함해 주변 건물에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수술을 받기 위해 성형외과에 있던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급히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공급은 오후 7시 20분경 정상화됐다. 오후 2시 27분쯤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특수구조대 등 인력 98명을 투입해 구조작업을 진행했다. 굴착기 3대를 동원해 잔해물을 치웠지만 30t 콘크리트를 깨면 진동 탓에 추가 피해 위험이 커 2대는 구조물을 받치고 1대가 콘크리트를 깨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돼 구조 속도가 더뎠다. 붕괴된 건물은 1996년 10월 준공됐다.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이 건물은 6월 29일부터 철거 공사가 시작됐다. 이달 10일까지 철거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지하 1층은 주차장, 1층에는 카페, 2층에는 댄스스포츠 학원 등이 입주해 있었다. 이 건물은 5월 신축공사를 위해 건물을 철거하겠다고 서초구청에 알렸다. 하지만 서초구는 철거계획을 반려하기로 하고 건물주 측에 이를 알렸다. 이 건물은 철거계획을 보완 제출해 심의를 지난달 17일 조건부로 통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초구에 제출된 첫 철거방법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건물 안에서는 작업자 4명이 공사를 하고 있었다. 작업자들이 지하 1층 천장을 뚫던 도중 굉음과 함께 건물이 기울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천장을 뚫을 때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건물 내 작업자들은 모두 대피했다. 경찰에 따르면 작업자들은 ‘건물이 무너질 조짐이 보여 건물을 벗어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건물을 벗어난 뒤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붕괴된 건물 인근 주민들은 며칠 전부터 사고 조짐이 있었다고 한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 B 씨는 “전날 새벽부터 건물에서 시멘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 주민 이모 씨는 “건물 부근에서 2, 3일간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고 말했다. 신사역사거리에서 가까운 사고 현장은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지만 사고 당시 인근을 지나던 보행자의 피해는 없었다. 사고 발생 당시에 찍힌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다행히 붕괴된 건물 앞을 지나는 보행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철거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이런 사고는 처음 겪는다. 건물 자체가 부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40분경 사고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전하게 구조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구특교·박상준 기자 ▼ 숨진 여성 아버지 “내년 2월 결혼 앞두고…” ▼“내년 2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본보 기자를 만난 이모 씨(29·여)의 아버지는 두 눈이 충혈된 채 말을 잇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남자 친구인 황모 씨(31)가 운전하던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을 지나다 철거 작업 중 붕괴된 5층 건물 잔해에 깔려 숨졌다. 이 씨는 예비남편 황 씨와 함께 예물인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는 길이었다. 아버지는 기자들에게 “병원에 찾아온 황 씨의 가족에게 ‘우리 예비사위는 괜찮냐’고 물어봤다”면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 씨보다 30분 먼저 구조된 뒤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황 씨는 한때 의식을 잃었다가 의식을 되찾았지만 다시 오른쪽 다리에 마비가 와 치료를 받고 있다. 황 씨가 운전한 차량은 이 씨 아버지 명의의 차량이었다. 사고가 난 지 3시간쯤 지난 오후 5시 30분경 경찰이 이 씨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는 “경찰이 딸을 구출했다고 해 경찰서로 가고 있었다. 운전 도중 라디오에서 여성 1명이 사망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듣고 ‘아뿔싸’ 했다. 설마 아니겠지 했는데 경찰이 영안실 얘기를 해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비정규직으로 회사에 입사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 씨는 친구의 소개로 황 씨를 만나 2년 넘게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아버지는 “자립심이 강한 딸은 대학생 때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직접 벌어 썼다”며 “결혼할 때도 부모에게 ‘키워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결혼 비용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영안실로 찾아온 철거업체 관계자에게 “내일모레 결혼할 애가 죽었다. 공사를 어떻게 했길래 이러냐”며 오열했다. 박상준 speakup@donga.com·김은지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겨냥해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한 것을 두고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이런 반응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 경제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는 “국민들부터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및 일본관광 불매로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경제 제재와 관련해 관세 보복 관광 금지 또는 수출 규제 등 방법을 찾아 달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3일 오후 10시 30분까지 9808명이 참여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일본 기업들 명단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나르며 이들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불매운동 대상 일본 기업으로는 소니와 니콘 등 전자기기 기업뿐 아니라 유니클로와 세븐일레븐, 닛산 등 90여 곳이 거론됐다.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 말자고 주장하는 누리꾼들도 적지 않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예약했던 일본 관광을 취소했다는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두 달 전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는 한 누리꾼은 2일 온라인 카페 게시판에 “일본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오늘 (관광을) 취소했다”며 “항공 취소 수수료 24만 원을 시원하게 지불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누리꾼들의 이런 움직임이 한일 양국 간의 감정을 더 악화시키고 일본 기업과 연관된 한국 기업들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면 그 제품의 제조와 유통에 관여된 한국 회사와 직원들까지 피해를 본다. 감성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요즘 20대, 30대는 결혼을 꺼리거나 아예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후의 삶이 미혼일 때보다 더 불행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스타트업 기업에 다니는 7년 차 직장인 김한별 씨(31·여)도 그랬다. 비혼주의자인 김 씨는 결혼해 아이를 낳게 되면 커리어를 쌓느라 쏟은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까 봐 두렵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자유를 잃는 것도 결혼을 꺼리는 이유다. 그는 “결혼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뜻하지 않게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1인 가구와 비혼주의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응답자들은 행복의 원천을 가족에게서 찾았다. 동아일보와 딜로이트컨설팅의 조사 결과 행복지수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 중 첫 번째는 ‘가족생활’이었다. 기혼자의 행복지수는 58.59점으로, 미혼자(51.72점)보다 높았다. 또 자녀가 많을수록 행복도도 올라갔다. 자녀가 없는 사람(58.76점)과 자녀가 한 명인 사람(56.92점)보다 자녀가 2명인 사람의 행복지수(59.03점)가 더 높았다. 자녀가 3명이면 행복지수는 62.31점까지 치솟았다. ‘다둥이 아빠’ 박대교 씨(31)는 “셋째가 태어나고 더 행복하다. 지금의 행복을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자녀 출산을 계획하기만 해도 행복도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자녀 계획이 없는 사람의 행복지수는 47.10점으로, 1명을 계획한 경우(54.63), 2명을 계획한 경우(54.14)보다 크게 낮았다. 중앙대 심리학과 김재휘 교수는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행복을 느낀다”며 “가족이 늘어나면 사랑을 주고받을 상대가 늘어나 더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말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1시간 미만인 사람의 행복지수는 45.87점으로 응답군 중 가장 낮은 반면 6∼12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의 행복지수는 60.67점으로 가장 높았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오늘도 행복하세요.’ 채팅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종종 주고받는 말이다. 30대 회사원 김주환 씨(가명)는 이 문자를 보여주며 “행복이 뭔지 고민된다”고 했다.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친구들이 선망하는 A은행에 입사했다. 연봉은 7000만 원이 넘는다. 연인과는 곧 결혼할 예정이다. 부모님은 건강하신 편이다. 그럼에도 그는 “고객들에게 대출을 권유하는 일을 하는데, 정작 나는 대출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집을 사기 힘들다”며 “굳이 행복 점수를 매기면 100점 만점에 40점 정도인 거 같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딜로이트컨설팅과 함께 지난해 12월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동아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55.95점이었다.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았다. 경제적 만족도나 심리적 안정감이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복감을 높일 수 있을까?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인 2020년까지 한국인의 행복을 탐구하는 ‘행복원정대 2020 프로젝트’를 통해 그 해답을 알아봤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지난 한 해 대한민국의 소비와 문화 트렌드를 표현한 신조어다. 타인의 평가나 거시적 경제지표보다 스스로의 만족감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이처럼 달라진 행복의 기준에도 불구하고 2018년 한국인의 행복도는 이전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딜로이트컨설팅과 함께 지난해 12월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동아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55.95점으로, 201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았다. 지표를 처음 개발한 그해 동아행복지수는 57.43점이었다. 이어 2016년 57.90점, 2017년 58.71점으로 계속 상승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꺾인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 결핍된 한국인 직장인 박지윤 씨(가명·32)는 요즘 유럽 국가로 유학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늦깎이 유학길에 오르는 건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다. 결혼 무렵 그는 대출을 받아 3억 원짜리 빌라를 전세로 얻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우자가 실직을 하면서 생활이 쪼그라들었다. 상사와 고객의 ‘갑질’이 난무하는 직장생활을 견디기 힘들었지만 자신마저 관두면 생활이 더 어려워질 거란 생각에 꾹 참았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막연한 불안감’이다. 부부가 건강하면 지금처럼 빠듯하게 생활해도 먹고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둘 중 한 명이라도 아프면 어떻게 하지?’ ‘경기가 더 나빠지면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애를 낳아 기를 수 있을까?’ 고민이 날로 커졌다. 1년을 고민한 그는 사회보장체계가 잘 되어있고 워라밸이 좋다는 유럽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20대 이상 104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층설문을 한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키워드는 ‘심리적 안정감’이다. 2017년에는 행복지수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으로 △경제적 만족도 △가족생활 △건강 순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족생활 △경제적 만족도에 이어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현재 상황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방증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솟아오르는 집값, 높아진 실업률, 갈등으로 치닫는 정치 등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불안하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불안이 커질수록 ‘안정’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안정감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상대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았다. 20대의 행복지수는 52.64점이다. 30대는 55.23점, 40대는 55.81점, 50대 이상은 59.24점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행복지수도 상승했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20대는 치열한 학업과 취업 경쟁에서 느끼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취업을 한다 해도 집값이 비싸 내 집을 갖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결혼도 어렵다는 비관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특히 ‘내 집 마련’과 행복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동아행복지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족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그룹에서 자가 거주자가 세입자보다 행복지수가 높았다. 회사원 박모 씨(35)는 “작년에 집값이 너무 뛰는 것을 보며 지금이라도 빚을 내서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출 규제가 심해 물거품이 됐다”며 “나 같은 젊은이에게 ‘내 집 마련’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일상이 변해야 행복감 커져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도를 높일 수 있을까? 당장 고가의 아파트가 하늘에서 떨어질 리 없다. 월급을 많이 받으면서 일은 힘들지 않은 ‘꿈의 직장’을 갖는 것도 꿈같은 얘기다. 전문가들은 일상 속 ‘작은 행동의 변화’가 행복감을 높이는 첫걸음이라고 조언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행복을 높이는 방안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우선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부터 줄여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에서 피처폰(전화와 문자메시지만 되는 휴대전화)으로 바꾼 한혜미 씨(22)는 삶의 만족감이 크게 높아진 케이스다. 시험 준비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소셜미디어를 멀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들과 비교하는 습관이 사라졌다. 그는 “눈이나 손목 등 육체적 피로도도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행복과 거의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스마트폰을 1분마다 한 번 하는 사람의 행복지수는 52.01점이다. 반면 △스마트폰 사용 간격 1∼5분 52.41점 △5∼10분 55.69점 △10∼30분 56.43점 △1∼3시간 56.89점으로 그 간격이 길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 스마트폰이 아예 없는 이들의 행복지수는 57.28점으로 가장 높았다. 밝게 자주 웃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6번 이상 웃으면 행복지수가 65.86점에 이른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 번 웃으면 50.74점, 아예 웃지 않으면 43.32점에 머문다. ‘사랑 표현’도 하루 2∼5회를 하면 행복지수가 61.07점까지 올라가지만 한 번도 안 하면 50.76점에 그친다. 행복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도 중요하다. 소소한 취미를 갖는 건 행복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일하는 시간 외의 여가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행복지수는 61.74점이나 되지만 취미가 없는 사람의 행복지수는 49.01점으로 뚝 떨어진다. 어떤 취미를 갖느냐도 행복에 영향을 준다. 이왕이면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 수 있는 활동이 좋다. ‘행복한 그룹’으로 분류된 이들은 주로 음식이나 운동, 여행, 목욕, 명상 등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답했다. 반면 불행한 그룹의 취미는 음주나 TV 시청 등으로 나타났다. ▼ 1046명 심층설문… 객관적 지표에 주관적 요소 결합 ▼ ‘동아행복지수’ 어떻게 개발했나동아일보가 딜로이트컨설팅과 함께 만든 ‘동아행복지수’는 소득, 직장, 연령 등 객관적 지표와 개인의 심리적 안정, 인간관계, 건강 등 주관적 요소를 결합해 2015년 개발했다. 유엔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발표하는 국가별 행복지수는 대체로 국내총생산(GDP) 같은 거시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산정한다. 국가 간 비교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국민 개개인의 행복감을 분석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동아행복지수는 지난해 12월 지역과 남녀, 연령 등을 고려해 20대 이상 1046명을 온라인에서 심층 설문한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했다. 이번 조사에선 검색 트래픽 정보와 소셜 데이터 등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소비, 투자, 여가, 문화 등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도출했다.김수연 sykim@donga.com·김윤종·김은지 기자}

《‘오늘도 행복하세요.’ 채팅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종종 주고받는 말이다. 30대 회사원 김대원 씨는 이 문자를 보여주며 “행복이 뭔지 고민된다”고 했다.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친구들이 선망하는 A은행에 입사했다. 연봉은 7000만 원이 넘는다. 연인과는 곧 결혼할 예정이다. 부모님은 건강하신 편이다. 그럼에도 그는 “고객들에게 대출을 권유하는 일을 하는데, 정작 나는 대출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집을 사기 힘들다”며 “굳이 행복 점수를 매기면 100점 만점에 40점 정도인 거 같다”고 말했다. 남들이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데도 스스로 ‘불행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동아일보가 딜로이트컨설팅과 함께 지난해 12월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동아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55.95점이었다.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았다.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만족도나 심리적 안정감이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복감을 높일 수 있을까?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인 2020년까지 한국인의 행복을 탐구하는 ‘행복원정대 2020프로젝트’를 통해 그 해답을 알아봤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지난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의 소비와 문화 트렌드를 표현한 신조어다. 타인의 평가나 거시적 경제지표보다 스스로의 만족감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이처럼 달라진 행복의 기준에도 불구하고 2018년 한국인의 행복도는 이전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딜로이트컨설팅과 함께 지난해 12월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동아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55.95점으로, 201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았다. 지표를 처음 개발한 그해 동아행복지수는 57.43점이었다. 이어 2016년 57.90점, 2017년 58.71점으로 계속 상승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꺾인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 결핍된 한국인 직장인 박지윤 씨(32·가명)는 요즘 유럽국가로 유학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늦깎이 유학길에 오르는 건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다. 결혼 무렵 그는 대출을 받아 3억 원짜리 빌라를 전세로 얻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우자가 실직을 하면서 생활이 쪼그라들었다. 상사와 고객의 ‘갑질’이 난무하는 직장생활을 견디기 힘들었지만 자신마저 관두면 생활이 더 어려워질 거란 생각에 꾹 참았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막연한 불안감’이다. 부부가 건강하면 지금처럼 빠듯하게 생활해도 먹고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둘 중 한 명이라도 아프면 어떻게 하지?’ ‘경기가 더 나빠지면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애를 낳아 기를 수 있을까?’ 고민이 날로 커졌다. 1년을 고민한 그는 사회보장체계가 잘 되어있고 워라밸이 좋다는 유럽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20대 이상 104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층설문을 한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키워드는 ‘심리적 안정감’이다. 2017년에는 행복지수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으로 △경제적 만족도 △가족생활 △건강 순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족생활 △경제적 만족도에 이어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현재 상황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방증이다.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솟아오르는 집값, 높아진 실업률, 갈등으로 치닫는 정치 등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불안하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불안이 커질수록 ‘안정’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안정감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다보니 상대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았다. 20대의 행복지수는 52.64점이다. 30대는 55.23점, 40대는 55.81점, 50대 이상은 59.24점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행복지수도 상승했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20대는 치열한 학업과 취업 경쟁에서 느끼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취업을 한다 해도 집값이 비싸 내 집을 갖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결혼도 어렵다는 비관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특히 ‘내 집 마련’과 행복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동아행복지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족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그룹에서 자가 거주자가 세입자보다 행복지수가 높았다. 회사원 박모 씨(35)는 “작년에 집값이 너무 뛰는 것을 보며 지금이라도 빚을 내서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출 규제가 심해 물거품이 됐다”며 “나 같은 젊은이에게 ‘내 집 마련’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일상이 변해야 행복감 커져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도를 높일 수 있을까? 당장 고가의 아파트가 하늘에서 떨어질리 없다. 월급을 많이 주면서도 일은 힘들지 않은 ‘꿈의 직장’을 갖는 것도 꿈같은 얘기다. 전문가들은 일상 속 ‘작은 행동의 변화’가 행복감을 높이는 첫걸음이라고 조언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행복을 높이는 방안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우선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부터 줄여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에서 피처폰(전화와 문자메시지만 되는 휴대전화)으로 바꾼 한혜미 씨(22)는 삶의 만족감이 크게 높아진 케이스다. 시험 준비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소셜미디어를 멀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남들과 비교하는 습관이 사라졌다. 그는 “눈이나 손목 등 육체적 피로도도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행복과 거의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스마트폰을 1분마다 한번 하는 사람의 행복지수는 52.01점이다. 반면 △스마트폰 사용 간격 1~5분 52.41점 △5~10분 55.69점 △10~30분 56.43점 △1~3시간 56.89점으로 그 간격이 길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 스마트폰이 아예 없는 이들의 행복지수는 57.28점으로 가장 높았다. 밝게 자주 웃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5번 이상 웃으면 행복지수가 65.86점에 이른다. 이와 대조적으로 1번 웃으면 50.74점, 아예 웃지 않으면 43.32점에 머문다. ‘사랑 표현’도 하루 2~5회를 하면 행복지수가 61.07점까지 올라가지만 한번도 안 하면 50.76점에 그친다. 40대 회사원 박재훈 씨는 무뚝뚝한 표정을 바꾸려 노력한 끝에 행복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박 씨는 아내로부터 초등학생 딸의 고백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빠의 표정이 어두워 어느 순간부터 말을 걸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뒤 박 씨는 딸이 있을 때마다 거실과 식탁에서 의도적으로 크게 웃었다. 박 씨는 “처음에는 아빠가 오버한다고 생각하던 딸이 어느 순간부터 함께 웃기 시작해 가정 분위기가 좋아졌고, 자녀와의 대화도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행복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도 중요하다. 소소한 취미를 갖는 건 행복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일하는 시간 외의 여가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행복지수는 61.74점이나 되지만 취미가 없는 사람의 행복지수는 49.01점으로 뚝 떨어진다. 어떤 취미를 갖느냐도 행복에 영향을 준다. 이왕이면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 수 있는 활동이 좋다. ‘행복한 그룹’으로 분류된 이들은 주로 음식이나 운동, 여행, 목욕, 명상 등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답했다. 반면 불행한 그룹의 취미는 음주나 TV 시청 등으로 나타났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민철기)는 2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해양수산부의 김영석 전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에게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유무죄를 떠나 재판부로서도 세월호 특조위가 여러 가지 이유로 별다른 성과 없이 활동을 종료하게 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조위의 동향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대통령비서실과 해수부 장차관의 강대한 권력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행”이라며 “결과적으로 위원회는 뒤늦은 시점에 구성되어 각종 방해와 비협조 등에 시달리다가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하고 활동을 마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다른 권력기관에 의한 정치적 공세가 특조위 활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5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은 교통의 불모지였다. 일본이 시속 210km의 세계 첫 고속철도 도카이도신칸센(東海道新幹線)을 개통시키며 세계 교통을 선도하기 시작하던 1964년, 한국에는 고속도로도 없었다. 당시 서울에는 자동차가 한강을 건널 수 있는 교량도 한강대교와 광진교, 양화대교 3개뿐이었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2019년 한국은 교통뿐 아니라 교통안전 분야에서도 세계 선진국 대열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부터 3일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 교통장관회의에서 세계 교통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율주행차 시대의 교통 안전까지 준비하는 모습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교통장관회의에서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행사장인 라이프치히 콩그레스센터 1층에 한국교통안전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전시관을 마련했다. 행사장 한쪽 벽을 따라 길게 늘어선 18개 전시관에서는 독일철도(DB), 터키항공 등 세계적인 교통기관과 기업들이 자신들의 정책과 사업을 소개하고 있었다. 부스마다 참가자들이 북적였다. 특히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율주행차 실험도시(K-City)’가 큰 관심을 모았다. 18개 전시관 중 가운데 부분에 자리를 잡은 교통안전공단 전시관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2월 경기 화성시에 개장한 32만 m² 넓이의 K-City를 1200분의 1 크기로 재현한 모형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자율주행차를 실제 주행 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실험할 수 있는 K-City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70분의 1 크기로 축소해 정교하게 재현한 K-City의 도심부(상업시설 밀집 지역)와 커뮤니티부(주택가 밀집 지역)에서는 차량의 움직임까지 재현해 K-City는 물론 한국의 자율주행차 연구 기반의 우수성을 알렸다. K-City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통신망을 구축한 자율주행차 실험시설이라는 점에서 이번 교통장관회의의 주제인 ‘연결성’을 상징했다. 차량이 다른 차량, 교통시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대용량, 초고속 무선통신이 필수적이다. 다른 나라들이 롱텀에볼루션(LTE) 기반의 자율주행차 실험시설 구축에 그치는 동안 교통안전공단이 삼성전자와 K-City에 5G 통신망을 구축한 이유다. 자율주행차 운행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5G 기반에서의 충분한 실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보행자를 미리 감지해 멈추거나 졸음, 건강 이상 등의 이유로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차량이 스스로 판단해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고한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과장은 “K-City는 도로뿐 아니라 각종 교통시설, 통신시설도 함께 갖추고 있어 자율주행차 성능을 실제 주행 상황과 똑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콩그레스센터 1층 전시관에서 K-City 모형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루마니아 교통부 공무원 에두아르드 운구레아누 씨는 “한국이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 교통수단을 잘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뿐 아니라 국내 여러 교통 관련 기관들이 한국 교통의 분야별 우수성을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으로서 인천국제공항의 위상을 소개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국제 여객수송 세계 5위, 화물수송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제2여객터미널을 개항한 성과와 함께 2023년까지 2터미널 확장과 제4활주로 신설 공사를 벌이는 ‘4단계 사업’도 함께 소개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한 여객과 물류 수송 정보를 한데 모아 분석할 수 있는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ViewT)’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국내 철도망이 대륙으로 연결되는 시대를 대비해 개발된 기술도 외국인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남북 및 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궤간가변대차 기술’을 소개했다. 현재 한반도에서 쓰는 철도 궤도는 궤간이 1435mm인 ‘표준궤’다. 반면 유럽과 연결되는 러시아 철도는 1520mm ‘광궤’를 써 한국의 열차는 러시아 철로 위를 달릴 수 없다. 이 때문에 국경에서 열차 바퀴를 각 궤간에 맞춰 바꿔 끼우거나 두 궤간 선로를 모두 놓아야 한다. 철도기술연구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궤간가변대차 기술을 개발했다. 열차가 자동으로 객차 밑 바퀴의 궤간을 바꿔 운행하는 것이다. 백승현 철도기술연구원 연구기획본부 홍보협력팀장은 “궤간가변대차는 대륙철도 연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며 “혁신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국제철도연맹(UIC) 전체 총회에서 최우수 연구 성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전시관들을 둘러본 리옌훙 중국교통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은 “의장국인 한국의 교통기관들이 이번 회의에 전시한 것들이 흥미로웠다. 한국이 열심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통신장애 등 돌발상황 실험수준 더 높일것” ▼한국교통안전공단 권병윤 이사장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58·사진)은 국제교통포럼(ITF) 교통장관회의 참석이 올해로 두 번째이다. 2017년 12월 취임한 권 이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교통장관회의에 참석했다. 권 이사장은 한국이 의장국을 맡은 올해 회의에서는 특히 한국의 교통 정책과 교통안전 분야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22일(현지 시간) 국제교통포럼 행사장인 독일 라이프치히 콩그레스센터에서 만난 권 이사장은 각국의 교통안전 기관장과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교통안전 분야 성과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권 이사장은 “60개 국가의 교통장관과 관련 전문가들이 모이는 회의에서 ‘자율주행차 실험도시(K-City)’를 비롯한 자율주행차 시대의 교통 연결성과 관련한 한국의 노력과 성과를 소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은 그동안 자가용 차량의 이용에 제약이 많았던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의 주제 ‘연결성’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권 이사장의 생각이다. 권 이사장은 특히 K-City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행사장에 마련한 K-City 축소모형을 통해 K-City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해 교통안전공단과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협력을 희망하는 국내외 기관들의 의사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이사장은 “올해 K-City 실험 수준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다. 자율주행차량이 여러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기상환경과 통신 두절을 재현하는 시설을 마련하고, 보행자 감지나 끼어들기 등 혼잡 환경을 실험하기 위한 로봇 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소개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이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다양한 교통 서비스를 갖춘 교통 분야 선두주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권 이사장은 “최근 교통은 기존의 보행, 자전거, 자가용, 대중교통뿐 아니라 승차 공유 같은 새 모델로도 거듭나고 있다. 교통 수요자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끼리의 정보 공유 분야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라이프치히=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서형석 기자}

5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은 교통의 불모지였다. 일본이 시속 210km의 세계 첫 고속철도 도카이도신칸센(東海道新幹線)을 개통시키며 세계 교통을 선도하기 시작하던 1964년, 한국에는 고속도로도 없었다. 당시 서울에는 자도차가 한강을 건널 수 있는 교량도 한강대교와 광진교, 양화대교 3개뿐이었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2019년 한국은 교통뿐 아니라 교통안전 분야에서도 세계 선진국 대열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부터 3일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 교통장관회의에서 세계 교통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율주행차 시대의 교통안전까지 준비하는 모습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교통장관회의에서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행사장인 라이프치히 콩그레스센터 1층에 한국교통안전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전시관을 마련했다. 행사장 한 쪽 벽을 따라 길게 늘어선 18개 전시관에서는 독일철도(DB), 터키항공 등 세계적인 교통기관과 기업들이 자신들의 정책과 사업을 소개하고 있었다. 부스마다 참가자들이 북적였다. 특히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율주행차 실험도시(K-City)’가 큰 관심을 모았다. 18개 전시관 중 가운데 부분에 자리를 잡은 교통안전공단 전시관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2월 경기 화성시에 개장한 32만㎡ 넓이의 K-City를 1200분의 1 크기로 재현한 모형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자율주행차를 실제 주행 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실험할 수 있는 K-City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70분의 1 크기로 축소해 정교하게 재현한 K-City의 도심부(상업시설 밀집지역)와 커뮤니티부(주택가 밀집 지역)에서는 차량의 움직임까지 재현해 K-City는 물론 한국의 자율주행차 연구 기반의 우수성을 알렸다. K-City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통신망을 구축한 자율주행차 실험시설이라는 점에서 이번 교통장관회의의 주제인 ‘연결성’을 상징했다. 차량이 다른 차량, 교통시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대용량, 초고속 무선통신이 필수적이다. 다른 나라들이 롱텀에볼루션(LTE) 기반의 자율주행차 실험시설 구축에 그치는 동안 교통안전공단이 삼성전자와 K-City에 5G 통신망을 구축한 이유다. 자율주행차 운행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5G 기반에서의 충분한 실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보행자를 미리 감지해 멈추거나 졸음, 건강 이상 등의 이유로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차량이 스스로 판단해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하기 때문이다. 고한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과장은 “K-City는 도로 뿐 아니라 각종 교통시설, 통신시설도 함께 갖추고 있어 자율주행차 성능을 실제 주행 상황과 똑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콩그레스센터 1층 전시관에서 K-City 모형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루마니아 교통부 공무원 에두아르트 운구레아누 씨는 “한국이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 교통수단을 잘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뿐 아니라 국내 여러 교통 관련 기관들이 한국교통의 분야별 우수성을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으로서 인천국제공항의 위상을 소개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국제 여객수송 세계 5위, 화물수송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제2여객터미널을 개항한 성과와 함께 2023년까지 2터미널 확장과 제4활주로 신설 공사를 벌이는 ‘4단계 사업’도 함께 소개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한 여객과 물류 수송 정보를 한데 모아 분석할 수 있는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ViewT)’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국내 철도망이 대륙으로 연결되는 시대를 대비해 개발된 기술도 외국인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남북 및 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궤간가변대차 기술’을 소개했다. 현재 한반도에서 쓰는 철도 궤도는 궤간이 1435mm인 ‘표준궤’다. 반면 유럽과 연결되는 러시아 철도는 1520mm ‘광궤’를 써 한국의 열차는 러시아 철로 위를 달릴 수 없다. 이 때문에 국경에서 열차 바퀴를 각 궤간에 맞춰 바꿔 끼우거나 두 궤간 선로를 모두 놓아야 한다. 철도기술연구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궤간가변대차 기술을 개발했다. 열차가 자동으로 객차 밑 바퀴의 궤간을 바꿔 운행하는 것이다. 백승현 철도기술연구원 연구기획본부 홍보협력팀장은 “궤간가변대차는 대륙철도 연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며 “혁신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국제철도연맹(UIC) 전체 총회에서 최우수 연구 성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전시관들을 둘러 본 리얀홍 중국교통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은 “의장국인 한국의 교통기관들이 이번 회의에 전시한 것들이 흥미로웠다. 한국이 열심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라이프치히=김은지기자 eunji@donga.com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전남지역 A시가 한 해 외부 강사 초청 강연료로 잡아 놓은 예산은 3600만 원이다. 매달 300만 원씩 책정해 두고 1년에 걸쳐 강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외부 강사에게 주는 강연료는 2시간 기준으로 50만∼150만 원 선에서 정해진다. A시 관계자는 “1년 단위로 강의 계획을 짜는데 정해진 예산을 생각하면 한 번에 강연료를 1500만 원씩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구 대부분은 외부 강사를 초청할 때 서울시인재개발원의 강사수당 지급표를 가이드라인처럼 활용하고 있다. 이 지급표에 따르면 장관이나 국회의원, 대학 총장, 대기업 총수, 광역자치단체장에게는 시간당 40만 원의 강의료가 지급된다. 공공기관장이나 차관, 기초자치단체장은 시간당 32만 원이다. 대학교수와 판검사, 기업 임원에게는 시간당 24만 원을 주는 것으로 돼 있다. 서울시인재개발원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한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 기준”이라며 “이런 정도의 강사 수당으로는 유명인을 부르기가 어렵지만 공익 목적이라는 걸 설명하고 초청하면 응하는 유명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제동 씨가 지방자치단체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하면서 한 번에 1000만 원이 넘는 강연료를 받은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복수의 강연대행 업체에 따르면 유명인 강연료는 제각각이다. 과거엔 유명했지만 현재 방송 활동이 뜸한 연예인이라면 대개 90∼100분 강의에 30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인지도가 높고 비교적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으면 700만∼800만 원 수준이다. 인기 방송의 진행자급 연예인은 1000만∼1500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강의료가 1000만 원이 넘는 연예인 강사를 웬만해선 섭외하지 않는다는 게 강연대행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명 강의대행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 강연은 공적인 성격이 있는 데다 강연료가 외부로 공개될 수 있는 만큼 연예인들도 기업에 비해 강연료를 적게 받는다”며 “김제동 씨가 지자체에서 받은 강의료는 기업들이 지급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김 씨의 고액 강연료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김 씨를 초청한 주체가 기업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지급하는 강연료의 재원은 주민들이 내는 세금이다. 고액의 강연료가 지급된 김 씨의 강연이 대부분 여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있는 곳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지금까지 확인된 2016년 이후 김 씨의 지자체 강연 중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 소속 군수가 있는 경북 예천군 강연을 제외하고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지자체에서 이뤄졌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김제동 씨가 기업 강연에서 그 정도 돈을 받는 거라면 문제가 없지만 세금을 쓰는 지자체 강연 강사로 선다면 당연히 잣대가 엄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씨의 강연료는 문재인 정부 들어 많이 치솟았다. 김 씨는 2012년 11월 서울 금천구에서 100만 원, 2014년 9월 서울시에서 300만 원의 강의료를 받았다. 하지만 2017년 4월 충남 아산시에서 2차례 강연을 하고는 2700만 원을 받았다. 당시 아산시장은 복기왕 현 대통령정무비서관이었다. 지자체가 고액의 강의료를 지급해 가면서 유명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비용은 세금으로 내고 홍보 효과는 지자체장이 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윤다빈 empty@donga.com·김은지 기자}

토요일인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양모 씨(48·여)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보수와 진보로 성향이 다른 단체들이 서로를 향해 욕을 해대며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까지 아들과 함께 경복궁을 둘러본 양 씨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에서 아들에게 두 역사 인물에 대해 설명을 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양 씨는 “여기저기서 욕설이 들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이가 욕을 해대는 어른들을 보더니 ‘외국 사람들이 보면 창피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난감해했다.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고성과 욕설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기자가 광화문광장을 둘러본 15일 오후 2시 반부터 5시까지 약 2시간 30분 동안 광장 곳곳에서 9차례의 다툼을 볼 수 있었다. 이 중 한 건은 112신고로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 40분경 이순신 장군 동상 앞쪽에서는 보수 성향의 ‘대한애국당’ 측과 진보 성향의 단체 ‘동해일출 의열단’ 간의 마찰이 있었다. 동해일출 의열단 측이 대한애국당의 천막농성장 가까이로 와 “대한애국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자 한 대한애국당 지지자는 욕설과 고성으로 맞받았다. 대한애국당은 지난달 이순신 장군 동상 서쪽에 ‘3·10 애국열사추모’ 천막 두 동을 설치했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하다가 숨진 5명을 추모한다는 취지다. ‘세월호 기억공간’이 설치된 광화문광장 남단에서도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측 1인 시위자들과 보수 성향의 집회 참가자들이 충돌했다. 이들은 서로 ‘나이 들었으면 곱게 꺼져라’ ‘○○팔이 하지 마라’ 등의 막말을 주고받았다. 이 같은 마찰로 피해를 보는 건 애꿎은 시민들이다. 15일 여자 친구와 함께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김민우 씨(28)는 몸싸움을 벌이다가 뒷걸음질을 치던 집회 참가자와 부딪칠 뻔했다.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초등학생 15명을 이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인솔 교사는 깜짝 놀라 아이들 앞을 막아서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급히 움직이던 경찰들이 아이들과 부딪칠 뻔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은 고성과 욕설, 몸싸움 때문에 광화문광장을 서둘러 떠나기도 했다. 40대 박모 씨는 4세, 6세의 두 아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던 광장 분수대 옆에서 시위대가 서로 욕설을 하며 다투자 아이들을 분수대 밖으로 나오게 했다. 박 씨는 “아이들이 옆에서 놀고 있는데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박 씨는 광장에서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달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7세 딸과 9세 아들을 데리고 광화문광장을 찾은 김모 씨(44·여)는 “아이들 보기가 창피하다”고 말했다. 광장 남단에 배치된 100여 명의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시비가 붙을 때마다 달려가 말렸지만 몸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광화문광장을 관할하는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주말마다 광화문광장에서만 집회 시위 참가자들끼리의 다툼으로 형사 입건되는 사람이 네다섯 명은 된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함께 웃고 함께 환호했다. 선제골의 기쁨과 패배의 아쉬움을 모두 같이했다.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다.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 응원 행사가 열린 16일 오전 1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시민 2만2000명(대한축구협회 집계)이 모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20세 이하 젊은 선수들의 경기여서인지 관중의 70% 이상이 10, 20대였다. 이들은 ‘인증샷’을 찍으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대전 중구 중앙로 왕복 6차로 450m 거리를 시민 2만여 명이 가득 채웠다. 부산에서도 해운대해수욕장의 밤바다 앞에 7000여 명이 모이는 등 1만 명이 운집했다. 광주, 울산, 대구 및 경기 수원과 충북 청주 등 전국 곳곳에서 응원전이 펼쳐졌다. 정정용 감독의 모교인 경북 경산시 경일대에서는 학생 1000여 명이 학생회관에서 밤새도록 단체응원을 펼쳤다. 학생들은 “비록 우승컵은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국가대표는 우리의 영웅”이라고 했다. 새벽 시간대에 경기가 열렸지만 KBS2, MBC, SBS가 중계한 이날 시청률은 3사 합계 42.49%를 기록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15일 배달 주문 건수는 150만 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주문량이 가장 많았던 음식은 치킨으로, 결승전을 앞둔 오후 9시∼밤 12시 주문량은 기존 대비 최대 5배가량 많았다. 1만8018명이 가득 찬 폴란드 우치스타디움에는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 전역에서 온 한국 팬 1000여 명이 모였다. 한국 팬 수백 명은 경기가 끝난 뒤 1시간 이상 선수들을 기다리며 격려했다. 이강인은 선수단 버스가 떠난 뒤 끝까지 남아 다른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까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국제대회 응원만 50차례 이상 했다는 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 전 의장 반우용 씨(47)는 “자랑스럽다. 쫄지(겁먹지) 않고 당당히 강호들과 맞선 것만으로도 너무나 대단했던 동생들이다”고 말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패배의 아쉬움을 표시한 팬들도 있었다. 결승에서 부진했던 미드필더 김정민의 인스타그램에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그러자 더 많은 팬이 “욕하는 말은 듣지 말아라” 등의 글을 남기며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멋지게 놀고 나온 우리 선수들 자랑스럽다”며 축전을 보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멋지게 한판 놀고 나오자”며 신나고 발랄한 모습을 보였다. 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향후 5∼10년 안에 자기 포지션에서 최고가 될 것이다. 유럽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계는 점차 체계화되고 있는 유소년 시스템이 이번 대회 성공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팀 21명 가운데 18명이 현재 K리그 소속이거나 K리그 산하 유스 클럽 출신이다. 국민들은 부담감도 축제처럼 즐기며 극복한 젊은 그들의 활약에 행복했다.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은지·김재형 기자}

13일 서울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40대 남성이 손도끼를 휘둘러 어린이집 교사 등 3명이 다쳤다. 이 남성이 손도끼를 들고 난동을 부릴 당시 어린이집 안에는 50여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난동 행위를 목격하고 어린이집 밖으로 나온 교사는 아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재빨리 출입문을 잠갔다. 하지만 이 교사는 난동을 부린 남성이 휘두른 도끼에 머리를 다쳤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이날 성동구의 한 어린이집 입구에서 손도끼를 휘둘러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한모 씨(47)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14일 신청할 방침이다. 한 씨는 범행동기 등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한 씨의 난동 장면 등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한 씨는 13일 오전 10시 23분경 길이 30cm의 손도끼 2개를 들고 어린이집 앞에 나타났다. 한 씨는 마침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녀에게 약을 가져다주고 나오던 위모 씨(65·여)와 마주치자 손도끼를 휘둘렀다. 어린이집 옆에 있는 문화센터 강사 김모 씨(33·여)도 손도끼로 공격했다. 한 씨는 위 씨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어린이집 밖으로 나온 교사 문모 씨(30·여)를 향해서도 손도끼를 휘둘렀다. 위 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인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와 문 씨도 머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과 어린이집 관계자 등에 따르면 어린이집 밖으로 나온 문 씨는 난동을 부리는 한 씨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린이집 출입문을 잠갔다고 한다. 당시 어린이집 안에는 3세 이하 어린이 53명이 있었다. 원장을 포함해 9명의 보육교사도 함께 있었다. 문 씨가 치료를 받은 병원 응급실 앞을 지키던 문 씨의 어머니(51)는 “딸이 평소에도 아이들을 끔찍이 아끼는데 그 순간에도 ‘애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하더라”며 “딸이 이번 일로 충격을 많이 받아 당분간 일을 쉬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 씨는 이날 친형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다. 한 씨의 형은 어린이집과 같은 건물에 있는 교회에서 일하고 있다. 한 씨의 형은 경찰에 “동생이 돈을 빌려 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내가 거절한 적이 있다”며 “이 일 때문에 나를 찾아온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씨는 자신과 마주치자 달아나는 형을 1km 이상 뒤쫓아 갔다. 한 씨는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쏴 한 씨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당시 한 씨가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니었다”며 “한 씨가 정신질환과 관련해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도끼 난동’이 있었다는 소식을 접한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린이집은 한 씨가 붙잡히고 난 뒤 정문을 걸어 잠그고 정상적으로 수업을 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학부모들이 평소보다 일찍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 오후 2시 30분경이 되자 어린이집은 텅 비었다. 이 어린이집은 평소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손주 둘을 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김모 씨(69·여)는 출근한 며느리한테서 얘기를 듣고 오후 1시 30분경 어린이집으로 달려 왔다. 김 씨는 “오늘은 아이들을 빨리 데려가려고 왔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왕년의 ‘대도(大盜)’ 조세형 씨(81)가 가정집에서 저금통을 훔치다(특수절도) 구속됐다. 저금통에는 5만 원이 채 들어 있지 않았다. 11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조 씨는 1일 오후 9시경 서울 광진구의 한 다세대주택 1층 빈집의 방범창을 뜯어내고 들어가 저금통을 들고 나온 혐의다. 이 저금통은 다세대주택 주변 길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조 씨가 인기척이 들리자 집에서 나와 달아나다 저금통을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추적한 끝에 7일 서울 동대문구 자택에서 조 씨를 붙잡았다. 조 씨는 “생활비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970∼1980년대 초 부유층이나 사회 유력인사 집을 주로 털었다고 해서 이름을 알린 조 씨는 훔친 금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일도 있어 ‘의적’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 씨는 1982년 구속돼 15년간 복역하고 출소 후 신앙생활을 시작하며 사설경비업체 자문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말 선교활동 하러 간 일본에서 고급 주택을 털다 붙잡혔고 2004년 4월 귀국한 뒤에도 빈집털이 등을 하다 검거됐다. 2015년 9월 장물거래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15번째 수감된 뒤 지난해 출소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수도권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 A 씨는 4월 출근길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수십 명이 공사장 출입문 한 곳을 막고 근로자들의 신분증을 검사했다. 10년 전 귀화한 중국동포 출신 A 씨는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노조의 신분증 검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노조원들이 없는 출입문으로 공사 현장에 들어갔다고 한다. A 씨는 “경찰도, 시공업체도 아닌 노조원들이 무슨 권한으로 신분증 검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건설업체 관계자와 현장 근로자들은 노조의 신분증 검사에 대해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중 불법체류자를 가려내 이들 대신 노조 소속 근로자를 쓰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원들이 불법체류자 고용이나 안전수칙 위반 등을 약점으로 잡아 노조원 근로자 채용을 압박한다는 목소리가 공사 현장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 B 씨는 “어쩌다 불법 체류자가 나오면 그 근로자만 쫓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건설업체까지 법무부에 고발할 것처럼 하면서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를 더 많이 쓰라고 압박한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노조원은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근로자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일하는 모습이나 공사현장의 위법 사항들을 찍기 위해 드론까지 띄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으로 촬영한 규정 위반 행위 사진을 관할 노동청에 신고할 것처럼 하면서 건설업체를 압박해 노조원 몫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얻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나름대로 철저히 관리를 해도 지켜야 할 안전수칙이 많아 빈틈이 생길 수 있는데, 노조는 그런 허점을 이용해 현장을 장악한다”고 말했다. 노조 소속 근로자들이 일용직 근로자들의 불안정적인 지위를 이용해 접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충남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팀을 이끄는 팀장 C 씨는 3월 민노총 조합원인 타워크레인 기사 4명이 술을 사라고 요구해 접대비로 200만 원을 썼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10월에도 “화끈하게 사야 우리가 밀어준다” “우리가 도와줘야 현장 일이 빨리 진행되지 않겠느냐”며 룸살롱 접대를 요구했다고 한다. C 씨는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람들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일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룸살롱 접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김은지 eunji@donga.com·박상준·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