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109

추천

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6-05-14~2026-06-13
문화 일반69%
문학/출판16%
인사일반6%
연극3%
인터넷/PC통신3%
기타3%
  • 더위-지진으로 마모… 에밀레종 보존위해 ‘디지털 건강검진’

    2019년 7월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박물관이 문을 닫을 때쯤 10여 명이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국보 제29호) 앞에 모였다. 이들은 약 70cm 높이의 대형 스캐너를 에밀레종 표면 곳곳에 갖다댔다. 작업은 오후 10시까지 4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들은 종 바깥에 쓰인 1000여 자의 명문(표면에 새긴 글)을 비롯해 당좌(종을 칠 때 망치가 닿는 자리), 비천상(여성 선인을 그린 그림) 등 각종 문양을 스캐닝했다. 종의 각 부위를 스캐닝한 이미지들을 합치면서 4시간 동안 이어진 작업이 마무리됐다. 신라시대 금속공예 대작이 디지털로 기록된 순간이었다. 에밀레종은 불국사, 석굴암과 함께 8세기 신라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공예품으로 올해로 조성된 지 1250주년을 맞았다. 이 종은 국내에 완형으로 남아 있는 가장 큰 종이다.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공주대는 2018년 기초조사를 시작으로 에밀레종에 대한 디지털 정밀기록 작업을 진행해 내년에 완성할 예정이다. 연구를 담당한 이승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야외에 노출된 에밀레종의 전시 환경으로 인해 표면 문양 및 명문에서 부식과 마모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며 “외부 환경으로 인한 변화 양상을 비교 측정하기 위해 기준치를 세우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일각에선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밀레종을 실내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물관은 실내 이전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방침이 없고 일단 보존 상태에 대한 판단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작업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1999, 2009, 2017년 총 세 차례 이뤄진 문화재청과 국립경주박물관의 디지털 기록사업은 3차원 스캐닝 해상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해상도를 최대 9배로 높여 에밀레종의 전체 형상은 물론 종을 둘러싼 종각 지붕과 주변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촬영했다. 에밀레종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 공간까지 촬영한 이유는 뭘까. 경주는 역사적으로 지진이 자주 일어난 곳이다. 2016년에는 리히터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해 모양이 변형되거나 종과 종각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등 구조적 변형을 관측하려면 주변 공간에 대한 촬영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전체 형상뿐만 아니라 에밀레종에 새겨진 세밀한 문양도 디지털로 기록했다. 정밀 스캐닝을 통해 기존 데이터만으로 보이지 않는 복잡한 문양이나 글자 명암, 음영 등을 강조해 보여줄 수 있다. 에밀레종에 새겨진 1000여 자의 명문 가운데 아직 판독되지 않은 글자가 다수인 만큼 디지털 기록은 향후 재판독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박물관은 에밀레종의 손상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10월 타음(打音) 조사도 진행했다. 기존 음향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종 소리에 영향을 줄 정도의 구조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물관은 조사 당시 녹음한 음원을 바탕으로 ‘성덕대왕신종 소리 체험관’을 만들어 8일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약 50m² 규모의 체험관에선 에밀레종의 탄생신화를 각색한 13분짜리 영상과 더불어 잡음이 배제된 순수한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경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월드 며느라기 작품들… 더 나은 소통방식 찾는 과정이죠”

    “나만 잘하면 며느라기(期·시댁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시기) 같은 거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 줄 알았다.”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의 주인공 민사린의 대사다. 싹싹한 성격에 예쁨받는 며느리였던 그는 시댁으로 인한 고충에 조금씩 의문을 갖는다. “명절 때 시댁에 안 갔어요. 완벽한 명절을 보냈죠.” 2018년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에서 김진영 씨(39)의 대사다.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던 김 씨는 시부모와 다투고 1년 2개월 동안 시댁을 방문하지 않았다. ‘B급 며느리’를 함께 만든 김 씨와 남편 선호빈 다큐멘터리 감독(40)은 ‘며느라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1일 이 부부를 만나 감상을 들었다. #1화. 사린의 회사 선배가 ‘며느라기’에 대해 설명한다. 사춘기, 갱년기처럼 시집살이에서 인정받고 싶은 시기인 며느라기가 있단다. 김 씨도 2011년 결혼 후 1년간 며느라기 시절을 보냈다. 시어머니는 하루 평균 7통의 전화를 했다. 그래도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씨는 “드라마에서처럼 내 시댁 식구 중에도 도드라지게 못된 사람은 없다. 그걸 아니까 관심이라고 여기고 문제 삼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4화. 제사가 있던 날, 사린의 남편 구영은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사린과 시어머니만 제사 준비로 바쁘다. 시댁 집은 주방과 거실이 분리돼 있고, 주방도 식사 공간과 싱크대가 문턱으로 나뉘어 있다. 이 세트장은 며느리 시선에서 본 시댁의 갑갑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선 감독도 영화를 촬영하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 넓지 않은 집이지만 거실과 주방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는 것. “어머니와 아내는 부엌에서 싸워 대는데 거실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을 모르는 듯 안부 인사를 나누더라고요. 마치 벽이 있는 것처럼 드라마틱하게 구분된 공간이었어요.” #6화. 사린에게 “먼저 밥 먹는다”는 남편의 문자가 왔다. 사린은 결혼 전 야근하는 자신을 위해 초밥을 사온 남편을 떠올린다. 색 보정으로 과거는 밝게, 현재는 빛바랜 느낌으로 연출됐다. ‘B급 며느리’ 말미에도 신혼 시절 김 씨 모습이 나온다. 김 씨는 이따금 마냥 밝던 그때가 그립단다. 살다보면 사랑이 마모된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식과 속도가 있었다. 그런데 3년 만에, 그것도 고부갈등으로 남편과의 유대감이 사라졌다. 김 씨는 “잿빛으로 바뀌는 현실에 대한 느낌을 실감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10화. 구영의 여동생인 미영은 시댁 김장을 위해 ‘엄마 찬스’를 쓴다. 힘겹게 배추를 절이며 엄마의 노고를 알게 된다. 선 감독은 명절을 쇠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짜증을 내던 자신의 어머니를 오래도록 기억한다. 당시 어머니는 당신을 ‘선씨 집안의 A급 며느리’로 규정했다. 김 씨는 “우리 모두 어머니들의 양육에 빚지고 살았다. 시어머니의 삶을 존중하고, 저와 시어머니의 다툼을 보며 고통스러웠을 남편의 감정도 이해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김 씨는 1년 넘게 시부모와 다퉜음에도 이제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받아들이고 실망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며느라기’ 시청자들도 비슷한 처지에 공감하며 때론 자신의 엄마를 떠올렸다. 종영을 한 회 앞둔 지금 사린이 남편, 시댁과의 갈등을 두고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해하는 이유다. 김 씨 부부는 자신들의 선택이 정답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소통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서열화된 세대 간 소통 방식 탓에 누군가는 의견과 감정을 무시당하고 갈등 자체가 금기시됐다”면서 “최근 며느리 관련 작품들은 가부장제에 대한 고발을 넘어 더 나은 교감을 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기호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2016년 2월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마지막 유작이다. 2000년부터 타계 전까지 쓴 55편의 에세이는 촌철살인 그 자체다. 에코는 이탈리아인이지만 책에서 몇 단어만 바꾸면 지금의 한국 사회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된다. 한 챕터로 들어간 ‘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는 에세이가 특히 그렇다. 2014년 12월 그리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선박 노먼 애틀랜틱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400명이 넘는 승객 대부분은 구조됐다. 언론은 구조 작전을 지휘한 뒤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린 선장을 집중 조명하며 영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의무를 다했을 뿐인 선장을 영웅이라고 부르는가. 영웅적인 인물을 찾아내는 데 급급한 나라는 불행하다. 뒤집어 생각하면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이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많은 국내 독자들은 같은 해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코의 날카로운 시선은 사건 사고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상에서 사생활을 사수하려는 일반인들에게 또 하나의 의문을 던진다. 우리는 자신이 언제 무엇을 샀는지, 어떤 호텔에 묵었는지 타인이 아는 걸 원치 않는다. 이에 따라 사회 곳곳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TV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내밀한 가정사를 털어놓는다. 심지어 범죄자들은 시골에 숨기보다 사람들 앞에 나타나길 좋아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오늘날에는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무시당하는 성실한 사람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아보는 도둑이 되고 싶은 것이다. 복잡한 세상 구석구석을 향한 저자의 일침은 냉철하지만 따뜻하다. 국가나 신, 이데올로기 같은 외부로부터의 구원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개인들은 불안해한다. 저자는 그럴수록 현실로부터 도피하지 말고 무지에서 깨어나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고, 위대한 책과 예술이 힘이 되어 줄 것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새해엔 자기계발서? 재테크-예능 셀러 잘나가네

    #요즘읽는책 #나를부르는숲 #김은희 2008년 출간된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 리뷰가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다수 올라온 건 지난해 12월부터다. KBS 예능 ‘비움과 채움―북유럽’에 김은희 드라마 작가와 장항준 영화감독 부부가 출연한 직후였다. 김 작가는 자신의 힐링 도서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10년 넘게 잠잠하던 이 책은 이후 4주째 여행 분야에서 많이 팔린 책 1위를 지키고 있다. 통상 새해에는 출판시장에서 자기계발서나 외국어학습서 등이 유행한다. 올해 1월엔 이런 흐름이 깨졌다. 예년과 달리 재테크 서적과 ‘예능 셀러’(TV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돼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가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자산시장 급등의 여파로 주식, 부동산, 예능 관련 책들이 집중적으로 팔려나가는 것. 26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최근 1년간(지난해 1월 26일∼올해 1월 25일) 주식과 부동산 등 재테크 분야 책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15.9% 늘었다. 특히 이달 1∼25일에만 재테크 분야 책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6.3% 증가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선정한 ‘이달 국내도서 종합 베스트 도서 20권’ 중 4분의 1 이상이 재테크 도서였다. 거센 주식투자 열풍은 출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물경기가 가라앉은 반면 주가는 단기간에 폭등하자 주식 시장에 입문하려는 이들이 책을 찾기 시작한 영향이다. ‘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주식책’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처럼 주식 투자 입문자들을 위해 기본적인 투자원칙을 풀어쓴 책들이 많이 팔린다. 투자 전문 유튜버 염승환 씨가 쓴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 질문 TOP 77’은 이달 21일 출간하자마자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주식투자 실용서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건 처음이다. 올해 주식시장 전망을 다룬 ‘미스터마켓 2021’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주식 투자에 처음 나서는 사람들의 폭이 넓어지면서 주식 관련 유튜브 채널을 거쳐 출판계에서까지 관련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동영상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재테크처럼 실용적인 분야에선 참고서처럼 여러 번 읽으면서 체득하고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판매량 상위권에 있는 ‘돈의 심리학’ ‘2030 축의 전환’의 경우 직접투자 노하우를 가르쳐주진 않아도 다양한 투자 스토리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경제전망을 다루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족’이 늘면서 예능 셀러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6일 주미자, 이유자 할머니가 출연한 이후 이들의 요리책 ‘요리는 감이여’는 요리 분야 서적 1위를 차지했다. 문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원태연 시인의 대표작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시 분야 1위에 올랐다. 정세랑 작가가 ‘겨울방학에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0시를 향하여’도 방송 전후를 비교할 때 판매량이 35배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집에서 온 식구가 함께 보는 예능의 영향력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기존에도 영화, 드라마, 예능 등에 노출된 이후에 흥행하는 미디어셀러가 있었지만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시청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자주 접하다 보면 나와 소통이 될 법한 패널들이 권하는 책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채플린은 슬랩스틱 배우? 영화로 세상을 바꾸려한 감독이었다

    #제시어1 60편 이상의 영화 제작, 미국감독조합상 명예상, 아카데미시상식 공로상, 베니스영화제 특별공로상 #제시어2 짧은 콧수염, 지팡이, 헐렁한 바지에 꽉 끼는 상의, 중절모, 뒤뚱거리는 발걸음 두 종류의 제시어를 보고 각각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이는 모두 찰리 채플린(1889∼1977)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영화 팬이 아니라면 제시어1과 채플린을 연결짓기 어려울 것이다. 대개는 채플린을 과장된 동작이나 소리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슬랩스틱’ 배우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채플린은 감독이기도 했다. 그는 88세에 눈을 감을 때까지 정식 개봉작 기준으로 67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첫 장편 영화 ‘키드(Kid)’는 올해 개봉 100주년을 맞아 21일 국내에서 재개봉됐다. 영화는 채플린의 자전적 이야기로, 버려진 아이 존과 그를 사랑으로 품은 떠돌이 찰리에 대한 드라마다. 수입·배급사인 엣나인필름은 “감독으로서의 채플린의 세계에 문을 연 작품”이라고 말했다. 감독 채플린은 역사에 남을 만한 명작들을 쏟아냈다. 금을 찾아 몰려든 이들의 이야기 ‘황금광시대’(1925년)부터 소외된 방랑자를 그린 ‘서커스’(1928년), 눈이 먼 젊은 여인이 등장하는 ‘시티라이트’(1931년)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 ‘살인광시대’(1947년)나 ‘뉴욕의 왕’(1957년)을 통해 자본주의와 매카시즘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백작’(1916년), ‘어깨총’(1918년) 같은 그의 초기 단편 코미디는 국내에서 1918년부터 1930년대에 걸쳐 70회 이상 상영과 재상영을 거듭했다. 당시 그의 코미디를 번안한 연극들이 공연됐을 정도로 채플린은 우리에게도 유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의 인기는 1934년 변화를 맞는다. 일본이 ‘활동사진영화취체규칙’을 발표하고 할리우드 영화를 일본 영화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한상언 한상언영화연구소장은 “당시 일본은 불황이 시작되고 중일전쟁을 목전에 두면서 외환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수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시행세칙에 따라 1937년까지 외국 영화의 극장 상영 비율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1941년 태평양 전쟁을 앞두고 미국 영화는 적성국가라는 이유로 상영이 금지됐다. 특히 근대화 속 인간 소외를 다룬 ‘모던타임즈’(1936년)와 전체주의를 풍자한 ‘위대한 독재자’(1940년)는 채플린의 대표작임에도 불구하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에야 한국에 정식으로 개봉됐다. 그 전에 모던타임즈는 1938년 단 한 번 상영되는 데 그쳤고 위대한 독재자는 아예 개봉하지 못했다. 군부정권의 독재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하는 그의 영화는 당시 ‘불온한 콘텐츠’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박선영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채플린이 배우로서 개성이 강해 그 이미지만 부각됐을 수 있다”며 “그는 1910년대부터 사회에 대한 자신의 시선과 웃음에 대한 철학을 영화로 구현해내기 위해 연기뿐 아니라 감독, 시나리오, 음악 제작까지 병행한 1인 다역의 천재 감독”이라고 말했다. “나는 앞으로 영화를 몇 편 더 만들 생각이다. … (중략) … 나는 여전히 야망이 있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은퇴할 생각이 없다.” 그는 자서전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밝혔다. 채플린이 ‘영화 제작으로 세상을 바꾸려 한 감독’이었다는 정체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말 안 듣는 아이에게 통하는 대화법

    2007년 이라크전쟁 당시 이라크 바스라의 한 취조실. 영국군 위장 작업복을 입은 군인 두 명이 반란 혐의자 앞에 섰다. 신문을 맡은 군인들이 침을 뱉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넌 망했다. 네 태도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해. 이 망할 살인마. 너희 중 한 녀석은 목이 매달릴 거야. 누가 될까, 너일까?” 영국 신문 가디언은 바스라 취조실의 대화 장면을 입수해 보도했다. 그런데 신문자들은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거나, 간신히 확보한 정보도 대부분 완벽한 거짓말이었음이 결국 드러났다. 저자는 정신적·신체적 압박과 고문은 정보를 얻는 데 전혀 효과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따뜻한 차를 내밀며 회유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진 않았다. 상대를 속여 말하고 싶지 않은 속내를 끌어내는 ‘거짓 소통’은 오래가지 못했다. 20여 년 동안 살인, 강간, 아동 성착취, 테러리즘 등을 연구한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한 건 ‘라포르’(관계 맺기)다. 그렇다면 라포르를 잘 맺는 건 타고난 사교적인 성격에 힘입은 걸까. 아니다. 저자들은 라포르를 형성하는 요소인 솔직함과 공감, 자율성, 복기를 이해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 중 상대방에게 들은 키워드나 감정을 되짚는 복기는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 강력한 방법이기에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대화의 상황이 똑같진 않은 법. 이때 이른바 ‘애니멀 서클’을 이용해 나와 타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경우에 맞게 라포르를 형성해야 한다. 저자는 이해하기 쉽도록 인간의 주요 의사소통 방식인 대립, 순응, 통제, 협력을 이를 상징하는 동물에 대입해 도식화했다. 자칫 소재가 뻔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풍부한 실제 사례로 강력 범죄자뿐 아니라 직장 상사, 말 안 듣는 아이 등에게도 통하는 대화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우리는 종종 아무 잘못 없는 냄비를 두드리고 한숨을 쉬면서 ‘독박 가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다. 가족들은 청소를 돕더라도 형식적인 도움에 그칠 때가 적지 않다. 이때 어떻게 하면 갈등 없이 직설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지 이 책이 알려줄 것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그 주인공 안죽었다면”… 팬심 채워주는 ‘팬비드’

    지난해 방영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마지막 회에 구승준(김정현)이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자 많은 시청자가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곧 이런 상상에 빠졌다. ‘만약 구승준이 죽지 않았다면?’ 팬들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드라마 종영 후 유튜브에는 ‘구승준×서단 커플이 해피엔딩이라면?’과 같은 제목으로 팬들이 맘껏 상상한 내용이 영상으로 올라왔다. 구승준과 서단(서지혜)이 드라이브하는 장면을 편집해 둘이 연인이 되는 결말로 재탄생시킨 것. 드라마나 영화 혹은 배우의 팬들이 다양한 영상을 각색하고 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팬비드(Fanvid·Fan+Video)’가 1020세대의 놀이가 되고 있다. 이들은 여러 작품의 캐릭터를 가져다가 새로운 조합(케미)을 창조한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이지은)과 ‘도깨비’의 김신(공유)이 친구라거나, ‘스카이캐슬’ 한서진(염정아)과 ‘펜트하우스’ 천서진(김소연)이 싸우는 영상이 그 예다. 기존 영상의 순서나 대사를 편집해 아예 다른 줄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이는 ‘상상플레이’나 ‘페이크드라마’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팬비드 크리에이터들은 원작 드라마나 영화의 전개가 ‘고구마’처럼 답답하거나 줄거리에 아쉬운 점이 있으면 더 흥미로운 버전을 만들어 제시한다. ‘지선우의 딸이 강예서였다면?’이라는 영상이 대표적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김희애)의 아들 캐릭터가 답답하다는 평이 나오자 드라마 ‘SKY캐슬’에서 직설적인 캐릭터인 강예서(김혜윤)를 대입한 것. 해당 영상에는 “진짜 사이다다” “속이 다 시원하다” “대리만족하고 간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약 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팬비드 전문 채널의 운영자 이모 씨(28)도 줄거리에 변화를 주는 걸 즐긴다. 이 씨는 2006년에 방영한 드라마 ‘궁’을 보고 팬비드에 빠졌다. 이 씨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나 배경을 접하고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이런 로맨스가 나에게도 일어날까?’ 상상하는 게 재밌었다”며 “좋아하는 드라마로 희소성 있는 나만의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팬비드 영상이 팬들의 일방적 판타지로 끝나지 않고 실제 작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팬비드로 먼저 탄생했던 지창욱, 김지원 배우 커플은 카카오TV의 새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 만났다. 팬비드가 작품 제작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팬비드는 콘텐츠 제작사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자사의 작품을 짜깁기 영상에 포함시켜 홍보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1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인 ‘스위트홈’과 ‘좋아하면 울리는’을 조합한 영상을 올렸다. tvN의 유튜브 계정인 ‘Diggle’에서는 ‘디글페이크스튜디오’ 채널을 따로 운영하며 tvN 드라마를 홍보한다. 전문가들은 팬비드가 소비자 주권이 발현되는 콘텐츠의 대표작이라고 설명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편집물로써 작품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느낌을 세상에 표출하는 것이 현 시대의 언어가 됐다”며 “노래 ‘강남스타일’ ‘깡’의 성공도 ‘원본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노느냐’가 관건이라는 걸 파악한 제작사들이 이를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언 beborn@donga.com·김기윤 기자}

    • 2021-0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밀레니얼 세대 전유물?… 댓글놀이에 빠진 중년들

    “넌 돌잡이 때 그거 잡았다면서? 내 마음.” “당신, 유모차지? 나를 애태우잖아.” 유튜브 영상이나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다 보면 이런 식의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재치 있는 말장난을 통해 실소를 짓게 하는 이른바 ‘댓글 놀이’들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댓글 놀이에 최근 중년층들이 뛰어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년층 또한 온라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새로운 놀이문화를 즐기게 된 것이다. 중년층은 밀레니얼 세대처럼 언어유희를 즐기기보다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댓글에 임한다. 중년층 댓글의 특징은 건강과 관련된 키워드가 많고 문장부호를 많이 쓴다는 것.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하오’체를 사용하거나 휴대전화 키패드에 익숙하지 않아 이중모음을 틀리게 쓰거나 띄어쓰기가 안 된 댓글들도 있다. 한 트로트 영상에 올라온 “윽.노래소리에기절.왜계에서왔습니까.좋은노래많이불러줘서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행복한아침” 같은 댓글이 대표적이다. 중년층의 댓글이 많이 보이는 곳은 주로 트로트, 주식, 경제, 아기 관련 영상이다.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경제 유튜브 채널에는 노후 파산에 대한 영상에 달린 댓글만 900개가 넘는다. 특히 자신을 5060세대라고 밝힌 댓글이 많다. 중년층 댓글의 또 다른 특징은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소통을 원하거나 이용자들끼리 응원을 보내는 글이 많다는 점이다. 한 경제 채널에 올라온 “얼굴이라도 알면 마주쳤을 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련만.,다들 힘내소^^!” 같은 댓글이 이런 유형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난해부터 유튜브 경제 채널을 여러 개 구독한다는 윤모 씨(53·여)는 “제 댓글에 좋아요가 눌리거나 답글이 달리면 공감 받는 것 같아 신이 난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대 교수)는 “신세대는 과거에 유행했던 문체를 재미 삼아 댓글놀이에 재활용하고 있고, 이에 익숙함을 느끼는 동시에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중년들이 댓글에 가세하면서 전 세대로 댓글 놀이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윽.노래소리에기절” “힘내소^^!”…댓글놀이에 푹 빠진 중년층

    “넌 돌잡이 때 그거 잡았다면서? 내 마음.” “당신, 유모차지? 나를 애태우잖아.” 유튜브 영상이나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다 보면 이런 식의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재치 있는 말장난을 통해 실소를 짓게 하는 이른바 ‘댓글 놀이’들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댓글 놀이에 최근 중년층들이 뛰어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년층 또한 온라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새로운 놀이문화를 즐기게 된 것이다. 중년층은 밀레니얼 세대처럼 언어유희를 즐기기 보다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댓글에 임한다. 중년층 댓글의 특징은 건강과 관련된 키워드가 많고, 문장부호를 많이 쓴다는 것.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하오’체를 사용하거나, 휴대폰 키패드에 익숙하지 않아 이중모음을 틀리게 쓰거나 띄어쓰기가 안 된 댓글들도 있다. 한 트로트 영상에 올라온 “윽.노래소리에기절.왜계에서왔습니까.좋은노래많이불러줘서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행복한아침” 같은 댓글이 대표적이다. 중년층의 댓글이 많이 보이는 곳은 주로 트로트, 주식, 경제, 아기 관련 영상이다.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경제 유튜브 채널에는 노후파산에 대한 영상에 달린 댓글만 900개가 넘는다. 특히 자신을 5060세대라고 밝힌 댓글이 많다. 중년층 댓글의 또다른 특징은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소통을 원하거나, 이용자들끼리 응원을 보내는 글이 많다는 점이다. 한 경제 채널에 올라온 “얼굴이라도 알면 마주쳤을 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련만.,다들 힘내소^^!” 같은 댓글이 이런 유형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난해부터 유튜브 경제 채널을 여러 개 구독한다는 윤모 씨(53·여)는 “제 댓글에 좋아요가 눌리거나 답글이 달리면 공감 받는 것 같아 신이 난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대 교수)는 “신세대는 과거에 유행했던 문체를 재미 삼아 댓글놀이에 재활용하고 있고, 이에 익숙함을 느끼는 동시에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중년들이 댓글에 가세하면서 전 세대로 댓글 놀이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17
    • 좋아요
    • 코멘트
  • 치킨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이 책을 읽기 전 준비해야 할 음식이 하나 있다면 대표 야식 메뉴 치킨일 거다. 저자는 치킨 한 마리를 앞에 놓고 조류의 진화사를 설명한다. 왜 하필 닭이냐고 묻는다면 정육코너 등에서 통째로 몸통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조류이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닭의 기원은 공룡이다.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키랍토르처럼 사나운 이족 보행 공룡에서 나왔다. 그런데 근육질 꼬리와 무거운 몸으로 갑자기 하늘을 날 순 없는 법. 오랜 시간에 걸쳐 하늘을 나는 데 적합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 특히 새의 몸은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경량화됐다. 비상과 관련 없는 부위는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고 간결화돼 중력의 영향을 줄였다. 반면 추진력을 얻기 위해 날개 끝이나 안심 근육은 강화됐다. 치킨에서도 날기 위한 진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부위가 가슴살이다. 새는 몸 대비 가슴근육의 비율이 30%로 다른 동물에 비해 유난히 높다. 닭의 가슴근육 덕분에 힘차게 날갯짓을 할 수 있다. 소나 돼지의 가슴살이 단독 부위로 판매되지 않는 건 포유류이기에 해당 부위가 발달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닭발도 그렇다. 닭은 앞을 향하고 있는 세 개의 발가락과 뒤를 향하는 한 개의 엄지를 갖고 있다.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는 발가락 모양 덕에 조류는 나뭇가지를 쥐기가 수월해졌다. 조류가 비상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얻은 유전 형질이다. 이 책은 일본의 유명 조류학자가 썼지만 조류의 진화만 다루지는 않는다. 알고 먹으면 더 재밌는 닭에 대한 상식을 소개한다. 저자는 육수 재료인 닭 뼈에 붙은 살을 추천한다. 특히 등 부위에 있는 목 주변 근육이 맛있다는 것. 부리로 먹이를 줍는 닭은 부지런히 목을 움직이는데, 이때 근육에 탄력이 생겨 씹을수록 깊은 맛을 낸다. 궁금하다면 오늘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해 보면 어떨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천~신림동 11시간, 버스서 밤샜다” 공포의 퇴근길

    “버스 안에서 밤을 꼴딱 새웠어요. 서울에서 부산에 갔다가 다시 서울에 온 거랑 같은 시간이 걸렸어요.” 경기 이천에 있는 쿠팡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 씨(21)는 6일 저녁 퇴근길만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졌다. 이날 오후 6시 10분경 직장에서 퇴근하며 셔틀버스에 올랐던 그는 다음 날인 7일 오전 5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도착했다. 평소 1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11시간가량이 걸린 셈이다. 이 셔틀버스는 원래 서울지하철 2호선 사당역과 서울대입구역을 거쳐 오후 7시 반쯤 신림역에 정차한다. 그런데 이날은 오후 9시 가까이 돼도 사당역조차 닿지 못했다. 결국 많은 직원들은 서초 나들목 인근에서 하차를 선택했다. 김 씨는 “집이 서초구에서 멀어 셔틀버스를 그대로 타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판이었다”며 “평소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에 집에 도착해 7일 도저히 출근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김 씨를 비롯한 수도권 시민 상당수는 6일 폭설로 최악의 퇴근길을 경험했다. 특히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큰 고초를 겪었다. 한남대교와 반포대교 남단 등에서 눈이 제때 치워지지 않아 큰 정체를 빚는 바람에 아예 회차를 결정한 버스들도 있었다. 폭설로 움직이지 못하는 버스를 시민들이 내려 밀기도 했다. 6일 오후 7시경 406번 시내버스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길에 경사 길을 오르지 못해 서울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마저 얼마 못 가 멈춰서는 바람에 승객 5, 6명이 내려 밀기도 했다. 406번 등 6개 노선버스를 운영하는 도선여객 관계자는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눈이 내리기 시작해 곳곳에서 차량이 멈추거나 지체됐다”며 “노선 한 바퀴를 도는 데 5시간 이상 걸려 오후 9시부터는 10대가 운행을 멈췄다”고 말했다. 눈에 막혀 차를 길에 세워 놓고 떠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날 저녁 ‘서초구 올림픽대로 한복판에 스포츠카를 버려둔 채 운전자가 사라졌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강남대로에는 후륜구동이라 눈길에 약한 외제차들이 여러 곳에 세워져 있었다. ‘올림픽대로에서 차에 4시간 갇혀 있었다’ ‘7시에 퇴근했는데 집에 10시 넘어 도착했다’는 글들도 소셜미디어에 다수 올라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시간반 거리를 11시간…버스에서 밤샜다” 최악의 퇴근길

    “버스 안에서 밤을 꼴딱 새웠어요. 서울에서 부산에 갔다가 다시 서울에 온 거랑 같은 시간이 걸렸어요.” 경기 이천에 있는 쿠팡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 씨(21)는 6일 저녁 퇴근길만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졌다. 이날 오후 6시 10분경 직장에서 퇴근하며 셔틀버스에 올랐던 그는 다음날인 7일 오전 5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도착했다. 평소 1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11시간가량이 걸린 셈이다. 이 셔틀버스는 원래 서울 지하철2호선 사당역과 서울대입구역을 거쳐 오후 7시 반쯤 신림역에 정차한다. 그런데 이날은 저녁 9시 가까이 돼도 사당역조차 닿지 못했다. 결국 많은 직원들은 서초IC 인근에서 하차를 선택했다. 김 씨는 ”집이 서초구에서 멀어 셔틀버스를 그대로 타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판이었다“며 ”평소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에 집에 도착해 7일 도저히 출근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김 씨를 비롯한 수도권 시민 상당수는 6일 폭설로 최악의 퇴근길을 경험했다. 특히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큰 고초를 겪었다. 한남대교와 반포대교 남단 등이 눈에 제때 치워지지 않아 큰 정체를 빚는 바람에 아예 회항을 결정한 버스들도 있었다. 폭설로 움직이지 못하는 버스를 시민들이 내려 밀기도 했다. 6일 오후 7시경 406번 시내버스는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길에 경사 길을 오르지 못해 서울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마저 얼마 못 가 멈춰서는 바람에 승객 5, 6명이 내려 밀기도 했다. 406번 등 6개 노선버스를 운영하는 도선여객 관계자는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눈이 내리기 시작해 곳곳에서 차량이 멈추거나 지체됐다“며 ”노선 한 바퀴를 도는데 5시간 이상 걸려 오후 9시부터는 10대가 운행을 멈췄다“고 말했다. 눈에 막혀 차를 길에 세워 놓고 떠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날 저녁 ‘서초구 올림픽대로 한복판에 스포츠카를 버려둔 채 운전자가 사라졌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강남대로에는 후륜구동이라 눈길에 약한 외제차들이 여러 곳에 세워져 있었다. ‘올림픽대로에서 차에 4시간 갇혀 있었다’ ‘7시에 퇴근했는데 집에 10시 넘어 도착했다’는 글들도 소셜미디어에 다수 올라왔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07
    • 좋아요
    • 코멘트
  • “제2 정인이 없도록” 위탁가정 신청 늘었다

    “경찰도 기관도 믿을 수 없었어요. 나부터 나서야겠단 생각뿐이었습니다.” 전북 전주에 사는 김승희 씨(42·여)는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의 학대 사망 소식을 들은 뒤 지난해 11월 전북위탁가정지원센터에 위탁가정 신청서를 냈다. 김 씨는 6일 “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 맘 편히 기댈 수 있는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그게 정인이를 위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관련 교육을 이수한 뒤 가정방문 등을 거치며 위탁 준비 과정을 밟고 있다.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 뒤 또 다른 정인이가 나오지 않도록 학대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위탁가정이 되려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 위탁가정이란 친부모의 학대나 사망, 수감 등을 이유로 아동이 보호받기 어려울 때 일정 기간 다른 가정에서 보호받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경남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정인이의 죽음이 알려진 뒤 지금까지 38명이 위탁가정이 되고 싶다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2019년 같은 기간 9명밖에 신청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강원가정위탁지원센터 측은 “전년도 같은 기간 위탁가정 신청자는 1명뿐이었지만 올해는 9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도 4일 하루에만 홈페이지에 위탁가정 신청서가 2건이나 접수됐다. 센터 관계자는 “한 달에 2건 있어도 많다고 했는데 하루에 2건이 들어와 직원 모두가 놀랐다”고 했다. 해당 신청서를 냈던 주부 A 씨는 “정인이 사건을 통해 버려지는 아이들과 학대받는 아이들을 위한 위탁가정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피해 아이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인이 사건으로 향후 위탁가정 확보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 가운데 하나로 가정학대 신고가 두 번 이상 접수되면 즉각 분리한다는 방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해당 아동들을 보호할 거처 마련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위탁가정 수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2019년 기준 보호 조치가 내려진 아동 4047명 가운데 위탁가정으로 간 아이들은 1003명(24.3%)에 그쳤다. 게다가 위탁가정은 2015년 1만705가구에서 2019년 8354가구로 갈수록 줄어왔다. 아동권리보장원 측은 “위탁가정 등 피해 아동을 분리할 곳이 마땅찮아 학대가 발생한 가정에 그대로 머물다 다시 피해를 입은 아동이 2018년에만 1775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의 심형래 관장은 “가정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곧장 분리해야 하나 현재 위탁가정이 워낙 부족하다”며 “시민들의 참여가 아동들을 위한 안전망이 돼줄 수 있다”고 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언 기자}

    • 2021-0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멀쩡한데 확진자 방에 4시간 갇혀”… 나흘뒤 결국 확진

    “나는 멀쩡한데 확진자들이 있는 방으로 가게 됐다. 몇 번이고 구치소 직원에게 다시 확인해 달라고 소리 지른 뒤에야 이동할 수 있었다.” 서울동부구치소에 수용됐던 A 씨(28)는 지난해 12월 22일 여자친구 B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전했다. 동부구치소가 18일 수용자 전원에 대한 1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수 검사를 한 직후였다. A 씨는 19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날 오후 10시경 직원의 실수로 양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 10명이 모여 있는 방에서 4시간가량 함께 머물렀다고 한다. A 씨는 “다른 곳으로 옮겨진 후에도 너무 무서워서 누워만 있었다”며 “복도에 기침 소리와 욕설만 들렸고 수용자들이 음식물이나 쓰레기를 던지는데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A 씨는 나흘 뒤 2차 전수 검사에서 결국 확진돼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송됐다. B 씨는 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22일 보낸 편지가 28일 도착했는데 그 전까지는 소식을 알 수 없어서 영치금이 빠져나가는 걸 보고 생사만 확인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동부구치소 안에서 일반 수용자와 확진자를 뒤섞어 방 배치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수용자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제 끌려가서 도살당할지 모르고 기다리는 동물 같다”고 적었다. C 씨는 동부구치소에 수용된 남동생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1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찾았지만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C 씨가 보여준 동생의 편지에는 “아침마다 좁은 운동장에서 같이 운동하고 목욕도 같이 했는데 일부만 검사하고 우리는 검사를 안 해주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용자들 주장에 대해 현재로선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1일 오후 5시 기준 동부구치소 누적 확진자는 937명이다. 4차 전수조사에서 미결정이 나왔던 수용자 14명 중 13명이 추가 확진됐다. 직원 중 1명도 새로 확진됐다. 전국 교정시설 확진자는 982명에 달한다. 동부구치소는 2일 수용자와 직원 대상 5차 전수 검사를 진행한다.김태언 beborn@donga.com·지민구·위은지 기자}

    • 2021-0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34일만에야 “마스크 3장” 대책… 법무부 노조 “추미애 책임져야”

    “지금은 엎질러진 물 담기에 불과하다.” 법무부가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지 34일 만인 지난해 12월 31일 공식 사과와 방역대책을 내놓자 방역 전문가들은 “진작 나왔어야 할 대책”이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좁은 곳에 많은 인원이 밀집한 교정시설 특성을 감안해 두 달 전 전국의 교도소와 구치소 곳곳에서 확진자들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선제적으로 했어야 할 조치라는 것이다. 그간의 ‘부실 방역’ 책임이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대신 이용구 차관이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을 두고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차별 확산된 뒤에야 ‘전원 마스크 지급’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131명 늘어난 923명(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급증했다. 전국 교정시설 확진자는 968명으로 늘어났다. 법무부는 이날 교정시설 집단감염 대책을 발표하며 전국의 모든 교정시설 직원과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날부터 1월 13일까지 2주간 전 교정시설에 대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 접견이나 작업 등을 제한하고 변호인 접견도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교정시설 내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고령자, 기저질환자, 모범수용자 가석방 심사기준도 완화해 1월 14일경 가석방을 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모든 교정시설 직원·수용자에게 1주일에 1인당 3장씩 KF94 마스크를 지급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예산 문제로 전 직원과 수용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기 어렵다”고 했다가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꿨다. 서울동부구치소의 경우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인 지난해 11월 말에야 수용자들에게 1주에 1, 2장의 마스크가 지급됐다. 법무부는 서울동부구치소처럼 거대한 아파트 형태의 교정시설인 인천교도소, 수원교도소에 대한 전수검사도 가까운 시일 내 실시하기로 했다.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원인으로 ‘3밀(밀접·밀집·밀폐)’ 구조가 지적되어 왔는데 같은 취약점을 가진 다른 교정시설에 대해 아직 선제적인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출소자 방역당국 통보도 제대로 안 해 서울동부구치소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수용자가 출소할 때 방역당국에 통보를 누락하는 등 지역사회 확산 위험까지 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이 확보한 송파구보건소의 ‘질병청 및 서울동부구치소 문의사항’ 문건을 보면 동부구치소는 지난해 12월 26일 확진자 밀접접촉자가 출소했는데 하루가 지난 27일에야 관련 명단을 송파구보건소에 통보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때는 이미 2차례 전수조사를 거치며 동부구치소에서 514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급속히 감염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동부구치소가 21일 유관기관 회의에서 밀접접촉 출소자의 경우 사후 추적 관리를 위해 송파구보건소 등에 공문으로 통보하기로 했지만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문건에는 동부구치소가 24일 다수의 수용자가 출소했을 때 이 사실을 방역당국에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구치소 측이 출소자들에게 검사 결과와 자가 격리 등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가족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며칠 전 동부구치소에서 출소한 한 남성의 가족은 “아버지가 출소해 집으로 왔는데 아무 설명도 못 들었다고 한다. 천식을 앓고 있는 일곱 살 아이를 포함해 총 7명이 살고 있어 가족 간 감염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날 법무부 노동조합은 서울동부구치소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책임을 물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노조 측은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사망자까지 나왔는데 총체적 관리 책임이 추미애 장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노조는 감호 업무 등에 종사하는 직원 약 700명으로 구성돼 있다.위은지 wizi@donga.com·장관석·김태언 기자}

    • 2021-01-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살려주세요” 피켓 호소, 처벌하겠다는 법무부

    교정당국이 서울동부구치소 외벽 창문 밖으로 ‘살려주세요’라고 적힌 종이를 내보인 수용자에 대해 방충망 파손 혐의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수용자가 외부에 긴급구조신호(SOS)를 보낸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것이어서 수용자 인권을 도외시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서울동부구치소는 구치소 창문을 훼손하고 내부 상황이 담긴 메시지를 외부에 전한 수감자를 처벌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법무부 관계자는 “구치소 구조상 수감자가 외부로 팻말을 꺼내려면 창문에 설치된 방충망을 뜯어야 한다. 구치소 내부 규칙에 따라 시설물을 파손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감자는 29일 동부구치소 쇠창살 틈 사이로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이라고 적힌 종이를 내밀어 흔들었다. 또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서신(편지) 외부 발송 금지’라고 쓴 종이도 번갈아 내밀었다. 법무부의 수용자 처벌 방침에 대해 늑장 대처로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를 키운 법무부가 불안해하는 수용자들을 상대로 입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수용자가 방충망을 훼손하면서까지 SOS를 칠 수밖에 없었던 경위가 무엇이었는지, 수용자들에게 방역 상황에 대한 정보가 원활히 공유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SOS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국가가 징벌을 논하기 전에 자성하고 시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 2020-12-31
    • 좋아요
    • 코멘트
  • 수감자 가족들 “확진 여부라도 알려달라” 발 동동

    “연락도 끊기고 면회도 안 되고 어머니는 몸져누우셨어요.” 40대 회사원인 A 씨는 최근 잠도 제대로 못 잘 지경이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아버지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 지난달 27일 면회를 갔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면회가 취소됐다”는 통보에 발길을 돌렸다. 이후로도 아버지 소식은 전혀 듣지 못하고 있다. A 씨 가족은 25일 더 충격에 빠졌다. 이날 300명 가까운 추가 확진자가 나왔단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어머니에게 ‘확진됐으면 연락이 왔을 것”이라고 위로했지만, 아무것도 알려주질 않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터진 동부구치소의 수감자 가족 일부가 수감자의 안위 확인이 어려워 애를 태우고 있다. 이들은 “감염 여부라도 알려 달라”고 구치소에 요구하고 있으나 “규정상 알려드릴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70대 부모가 동부구치소에 있는 B 씨는 최근 하루 수십 통씩 동부구치소로 전화를 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의 부모는 나이도 많지만 기저질환까지 있어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B 씨는 “겨우 연결돼도 ‘확인해 드릴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죄를 지어 수감 중이라지만 이 정도 확인도 못 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속상해했다. 한 수감자 지인도 2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구치소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이례적 상황이면 불안해하는 가족에게 정확한 소식을 알려줘야 하지 않느냐”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동부구치소로서도 함부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구치소 관계자는 “중대한 질병에 걸린 경우 등을 제외하면 개인정보 보호 및 관련법에 따라 본인 동의를 얻어야 가족에게 통보가 가능하다”며 “2차 전수조사 대상자를 상대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릴 수 있는 ‘수용자 본인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0-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애타는 구치소 수감자 가족들 ”감염 여부라도 알려 달라”

    “연락도 끊기고 면회도 안 되고 어머니는 ”몸져누우셨어요.“ 40대 회사원인 A 씨는 최근 잠도 제대로 못잘 지경이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아버지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 지난달 27일 면회를 갔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면회가 취소됐다“는 통보에 발길을 돌렸다. 이후로도 아버지 소식은 전혀 듣지 못하고 있다. A 씨 가족은 25일 더 충격에 빠졌다. 안 그래도 18일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이 터진 뒤 계속 연락을 취할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이날 300명 가까운 추가 확진자가 나왔단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어머니가 “몸져누워서 ‘확진됐으면 연락이 왔을 것”이라고 위로했지만, 아무 것도 알려주질 않으니 답답해 미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터진 동부구치소의 재소자 가족들이 수감된 가족의 안위 확인이 어려워 애를 태우고 있다. 일부 가족들은 ”감염 여부라도 알려 달라“고 구치소에 요구하고 있으나 ”규정상 알려드릴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실제로 70대 부모가 동부구치소에 있는 B 씨는 최근 하루에도 수십 통씩 동부구치소로 전화를 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의 부모는 나이도 많지만 기저질환까지 있어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B 씨는 ”전화 연결도 잘 안 되지만, 겨우 연결돼도 ’확인해드릴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아무리 죄를 지어 수감 중이라지만 이 정도 확인도 못 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동부구치소로서도 함부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구치소 관계자는 ”중대한 질병에 걸린 경우 등을 제외하면 개인정보보호 및 관련법에 따라 본인 동의를 얻어야만 가족에게 통보가 가능하다“며 ”수용자들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릴 수 있는 ’수용자 본인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 2020-12-25
    • 좋아요
    • 코멘트
  • 눈에 띄게 줄어든 산타… “엄마, 왜 어린이집에도 안 와?”

    “이번 겨울엔 산타 할아버지가 안 와?” 김모 씨(33·여)는 최근 여섯 살 난 딸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 조심스레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물었더니 딸아이는 “작년엔 어린이집에도 오고 길에서도 봤잖아. 올해는 한 번도 못 만났어”라고 답했다고 한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산타가 실종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디서건 쉽게 마주쳤던 산타 복장을 입은 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백화점과 놀이공원은 물론 연말 자선냄비 주변에서도 산타를 찾을 길이 없다. 특히 어린이집 등이 대거 휴업한 데다 보육시설도 대면 접촉이 불가능해지며 아이들은 산타가 사라졌다고 걱정이 크다. 일곱 살 난 손자를 둔 할머니 임모 씨(56)는 “아이가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가 없냐며 며칠 전부터 불안해했다”며 “산타가 수염이 길어서 맞는 마스크를 찾지 못해 낮에는 안 오는 것이라 다독였다”고 전했다. 해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나 보육시설을 찾아가던 산타 할아버지도 올해는 사라졌다. 2005년부터 해마다 12월 24일 일일산타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주는 한국청소년재단은 올해 ‘사랑의 몰래 산타 대작전 자원봉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재단 관계자는 “올해는 직접 집을 방문할 수가 없어 자원봉사자 520명이 저소득층 가정 1070곳에 택배와 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올해 선물엔 손 세정제가 처음으로 추가됐다고 한다. 대구 수성구는 24일 드론을 이용해 보육시설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했다. 이날 드론은 수성못오거리 신천 둔치에서 이륙해 강을 따라 250m가량 비행한 뒤 보육시설 앞마당에 내려앉았다. 루돌프처럼 꾸민 드론 안에는 햄버거 등이 들어 있었다. 구청 측은 “드론 온다는 소식을 들을 때부터 아이들이 밖에 나와 기다렸다. 산타 할아버지만큼 반갑진 않겠지만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산타를 만나는 게 꿈’인 아이들을 위한 행사도 있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청소년센터에서는 산타 분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과 영상통화로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화면으로 산타를 마주한 이모 양(7)은 “루돌프는 코로나에 안 걸려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산타는 “루돌프는 안 걸리지만, 난 걸릴 수 있어 마스크를 썼어요”라고 답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0-12-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시내 시속 50km 이상 못달린다

    21일부터 서울 도심 도로의 차량 제한속도가 기존 시속 60km에서 시속 50km로 낮아진다. 다만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내부순환로 등 자동차전용도로는 현행 기준인 시속 70∼80km를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은 20일 서울 전역에 있는 교차로 등 일반 도로의 제한 속도를 시속 50km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주택가 주변의 이면도로는 시속 30km를 기본으로 하되 일부 도로는 기능에 따라 제한속도를 조정한다.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내부순환로 등 자동차전용도로는 현재 제한속도인 시속 70∼80km를 유지한다. 어린이보호구역 등 구청에서 관리하는 도로는 시속 30km를 기본 속도로 설정하고 보행자 안전이 더욱 요구되는 구간은 시속 20km로 제한하기로 했다. 서울 전역 도로에서 운전자는 21일부터 새롭게 바뀐 제한속도를 지켜야 한다. 과속 단속은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3월 21일부터 시행된다. 서울시의 주요 도로 제한속도 하향조정 대책은 정부의 ‘안전속도 5030’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도심 도로와 이면도로의 차량 속도를 각각 시속 50km, 30km로 낮추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새 제한속도는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4월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이에 대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시속 60km인 국내 주요 도로의 제한속도를 50km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속 60km로 달리는 자동차에서는 운전자가 주변 사물을 절반(49.1%)도 인지하지 못했다. 주행속도를 시속 60km에서 50km로 낮출 경우 주변 사물 인지능력이 57.6%로 17.3% 포인트 향상됐다. 시속 30km에서의 인지능력은 67.2%로 높아졌다. 보행자가 중상을 입을 확률도 줄어든다. 공단이 2018년 8월 실시한 차량속도별 보행자 치명도를 조사한 결과 시속 60km에서는 보행자의 92.6%가 중상을 입었지만 시속 50km일 때는 중상 비율이 72.7%, 시속 30km에서는 15.4%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시는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의 비율이 56%에 달해 전국 평균(38%)을 크게 웃돌아 보행자 안전대책이 절실한 도시로 꼽힌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속 60km에서 50km로 제한속도를 10km만 낮춰도 보행자 사망률을 40%가량 줄일 수 있다”며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미국 일부 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가 도로 규정 속도를 시속 50km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태언 기자}

    • 2020-1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