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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과학기술원(GIST) 졸업생인 강지승 박사(28·1997년생·사진)가 고려대 역사상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GIST는 의생명공학과를 졸업한 강 박사가 올해 3월 1일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조교수로 임용됐다고 31일 밝혔다. 강 박사는 GIST 화학과를 2019년 2월 졸업한 뒤 GIST 의생명공학과 석박사학위 통합과정에 진학해 김태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4년 6개월 만인 2023년 8월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의대와 부속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의료 빅데이터 및 뇌신경과학 연구를 수행했다. 강 박사는 의료 빅데이터 연구 및 뇌신경과학 연구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알츠하이머병 연구와 의료 빅데이터를 융합한 ‘중개 뇌과학’ 연구를 해왔고, 최근 3년간 영국의학회지(BMJ)와 네이처의 자매지 등 세계적으로 귄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70편 이상 발표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연기를 많이 마시는 바람에 목이 아프고 기침이 계속 나요. 산불이 꺼져도 한동안 고통이 계속될 것 같아요.” 28일 경북 영양군 군민회관의 산불 이재민 대피소. KF94(보건용) 마스크를 쓴 김무한 씨(69)는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석보면 요원리에 사는 김 씨 부부는 이날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자욱한 연기와 탄내 탓에 대피소로 돌아왔다. 주불이 진화됐단 소식을 들은 후 김 씨 부부는 “이젠 병원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 21일부터 이어진 역대급 산불로 경북 전역에 퍼진 ‘산불발(發) 연기’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이 급증했다. 8일 만에 주불이 꺼졌지만, 연기와 미세먼지가 여전하고 장시간 연기를 맡은 주민들이 상당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 지원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에 담긴 초미세먼지, WHO 기준 32배 산불 연기를 연일 맡은 이재민들은 “가슴 통증과 두통 등이 수일째 계속된다”고 하소연했다. 27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서 만난 이기원 씨(66)는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후유증이 있다”며 “밖으로만 나가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목도 매캐해지고 머리가 아주 아프다”고 말했다. 영덕군 지품면 주민 권모 씨(80)도 “목이 계속 칼칼하고 목에 가시 같은 게 걸린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연신 기침을 했다. 실제 경북 지역 일대는 산불 연기로 가득 차 연일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했다. 연기 속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PM 2.5)도 대량으로 포함돼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 제대로 알기’ 등의 자료에 따르면 연기에 담긴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인 연평균 ㎥당 5μg(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1일 평균 ㎥당 15μg의 3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불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로 천식을 유발하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도 들어 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산불 연기 속 유해물질에 노출돼 질식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므로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 27일 밤부터 단비가 내렸지만 공기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다. 28일 오후 한때 영덕, 영양,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0∼53μg으로 나타나는 등 연일 ‘나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 당국이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했던 오후 5시경에도 청송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5μg으로 ‘나쁨’ 상태였다. 이날 안동과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최고 농도는 ㎥당 500μg을 웃돌기도 했다.● 먼 마을까지 확산된 연기… “마스크 꼭 써야” 산불 연기는 산불이 발생한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산불이 나지 않은 마을이나 먼 도시까지 확산된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에 거주하는 김은희 씨(54)는 “화재 피해가 심한 석보면과는 20km나 떨어져 있는데도 우리 동네 전체가 연기로 뿌옇게 덮여 있는 상태”라며 “집 안에만 있어도 탄내가 너무 심하게 나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산불로 인한 극초미세먼지(PM 1.0)는 주거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22년 3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 발생 후 강릉 시내의 대기오염 물질 이동 양상을 분석한 결과 극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35.7μg으로 산불 발생 직전보다 50% 높았으며 ㎥당 최대 234.5μg까지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산불이 꺼졌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KF94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큰불이 잡혔더라도 외출 시 KF94 방역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이재민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적극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전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기를 들이마셨을 경우 물을 자주 섭취하고 검은 가래를 뱉어내는 등 먼지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2030 여성들 “나도 공주 사진 찍을래”다 큰 성인들이 공주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다. 최근 2030 여성들 사이에선 이 같은 ‘공주 사진관’이 유행이다. 왜 이들은 공주 드레스를 입기 시작했을까. 어린 시절 본 공주 만화에 대한 향수일까. 그 이유를 알아봤다.최근 2030 여성들 사이에서 공주나 요정 콘셉트로 화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관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공주가 나오는 만화 영화는 이미 졸업했을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스튜디오에 들어서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포즈를 취하는 동안 취업난 같은 삶의 무게와 잠시나마 단절된다. “오늘만큼은 공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전문가들은 ‘지금 이 순간’의 특별함을 중시하는 2030의 성향, 어린 시절 만화 영화에서 본 공주에 대한 로망, 현실이 힘들수록 더 강렬하게 낭만의 세계를 꿈꾸게 되는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대인 기자가 직접 사진관을 방문해 카메라 앞에 서 봤다.》최근 지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피드를 구경하다가 신데렐라 드레스를 입고 꽃밭에 앉아 있는 그의 사진을 마주했다. 조금 뒤에는 다른 고등학교 동창의 SNS에서 요정 원피스를 입고 요술봉을 든 그의 사진을 발견했다. 20대 중반의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만 있는 줄 알았던 친구, 지인들은 공주가 된 사진 속에서 행복한 표정이었다. 사진관 몇 곳에 전화를 돌렸더니 “최근 이런 촬영을 원하는 젊은 여성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에 맞춰 촬영 상품을 계속 개발 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전 서구에서 공주 콘셉트 촬영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건범 씨(40)는 “한 달에 40∼50건 정도 예약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말 촬영 일정은 이미 몇 개월 치 예약이 모두 꽉 찬 상태다. 서울 중구에서 비슷한 콘셉트 사진관을 운영하는 20대 장모 씨는 “요즘은 공주 콘셉트 사진관 예약이 아이돌 콘서트 티케팅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장 씨는 “특히 공주와 요정을 모티브로 한 콘셉트들이 가장 인기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여성들의 최근 트렌드와 심리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도 촬영을 예약했다. ● 설문 작성 뒤 촬영… ‘내 모습’에 처음 몰입24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의 사진관에 도착했다. 우선 첫 번째 단계는 설문지 작성이었다. 설문지에는 ‘싱그러운, 우아한, 몽환적인, 화려한’ 등 여러 키워드 중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촬영 분위기는 조용하길 원하는지 혹은 신나길 원하는지 등 다양하고 세부적인 질문들이 가득했다. 기자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질문들 앞에서 잠시 고민했다. 특히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 중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하기가 유난히 어려웠다. 돌이켜보니 아침마다 눈코 뜰 새 없이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일상에서 정작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에 답변을 적기 전에 앞에 있는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왼쪽과 오른쪽이 다른 것 같긴 한데 어느 쪽이 나은지는 고르기가 어려웠다. ‘잘 모르겠어요’라고 적힌 박스에 체크를 했다. 그다음에는 화려한 조명이 달린 화장대 앞으로 옮겨 앉았다. 연예인, 모델이나 앉을 법한 자리에 앉는 순간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앞섰다. 헤어·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전문가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부드럽고도 섬세한 손길로 기자의 얼굴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눈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나 봤던 길고 화려한 속눈썹이 붙었고, 그 주변에는 반짝이는 글리터가 칠해졌다. 쓱쓱 붓질 몇 번 뒤에는 밋밋했던 얼굴이 벚꽃 같은 분홍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다음은 머리치장이었다. 머리카락에 풍성한 웨이브를 넣고 마지막에는 볼에 나비 모양 스티커까지 붙였다. 한 시간 반이 걸린 ‘헤메(헤어+메이크업) 대장정’이 끝나자 거울 속에 보이는 사람이 나 자신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기분이었다. 발끝까지 오는 긴 분홍색 드레스까지 입은 뒤에는 소원했던 대로 ‘공주’로 변해 있었다. 출근 걱정과 일상의 고민들, 머리를 아프게 했던 걱정거리들이 잠시나마 잊혔고, 눈에 보이는 내 모습에 몰입할 수 있었다. ● 성인 된 뒤 처음으로 칭찬받는 경험본격적인 촬영을 위해 들어간 스튜디오는 주변 벽이 새하얀 색이었고 장미, 수국 등 꽃장식이 여기저기에 화려했다.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화원’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분무기와 선풍기도 동원됐다. 각각 비와 바람을 연출하기 위한 장치였다. 촬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허리를 좀 더 펴면 좋겠어요”, “창문에 손가락을 대고 아련한 표정을 지어보세요”. 카메라를 든 사진작가의 주문은 쏟아지는데 어떻게 해야 내 표정이 아련하게 보이는지. 적당히 눈을 가늘게 뜨면 되는 건지. 정신이 없었고 몸도 잘 따라주지 않았다. 평소에 취미로 운동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버틸 때마다 여기저기 뻐근했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힘들겠지만, 찍히는 사람도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갈수록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는지 사진작가는 “지금 표정 딱 좋아요!” “너무 예뻐요!” 연신 추임새를 넣으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 애썼다. 옆에 있는 촬영 스태프들도 마치 돌사진 찍는 아기 어르듯 칭찬 세례를 쏟아냈고, 그 덕분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처음에는 로봇처럼 삐걱대던 자세도 점차 자연스럽게 변했다. ‘잘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 의문이 들 때마다 귓가에는 “잘하고 있어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 목소리로 나를 칭찬해 주는 것은 일상에선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누구나 한때는 칭찬받는 존재들이었다. 뒤집기만 해도, 숟가락 들기만 해도, 걷기만 해도’라는 글귀를 예전에 어렴풋이 본 적이 있었다. 사람이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점점 자랄수록 칭찬받을 일은 줄어들고 질책이나 꾸지람을 받는 상황은 늘어난다. 이 사진관에서는 잠시나마 어릴 적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젊은 여성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얼굴은 왼쪽보다 오른쪽이 낫다는 사실을 24년 만에 처음 알았다.● 2030女 “어린 시절 로망 실현, 자신감 되찾아” 촬영을 마치고 보정 작업을 거쳐 인화된 사진을 들고 스튜디오를 나서는 순간 기자는 동화 속에서 현실로 복귀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오늘의 특별한 경험 덕분에 왠지 모르게 일상에서도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2030 여성들도 기자처럼 촬영을 통해 비슷한 기분과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의 스튜디오에서 ‘숲속의 요정’ 콘셉트로 사진을 촬영했다는 직장인 임수정 씨(35)는 “어릴 적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란 나에게는 ‘로망’을 실현하는 기회였다”며 “10만 원 선의 비용이 조금 부담이었지만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즐기며 살자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에 사는 대학원생 전모 씨(25)도 얼마 전 공주 콘셉트로 촬영했다. 전 씨는 “어른이 된 후 마치 사회의 부품처럼 기능하며 살다 보니, 무엇을 해도 예쁨을 받고 주목을 받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졌다”며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생긴 지금, 어린 시절 동경했던 공주로 거듭나며 어린 시절의 긍지와 자신감을 되찾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험과 체험, 자기 표현을 중시하는 현세대의 특성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진의 기능과 목적성을 중시하는 윗세대와 달리, 체험을 중시하는 현 2030세대는 사진 찍는 경험과 개성적 표현 자체를 가치 있게 여긴다”며 “일상에서는 입기 어려운 옷을 직접 골라 입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사진작가에게 칭찬을 받아 자존감이 올라가는 즐거움이 젊은이들에게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밀레니얼+Z)세대는 본인만의 명확한 취향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 콘셉트를 선택할 수 있는 공주 사진 촬영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의 ‘노스탤지어(향수)’가 경험, 소비로 표출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좋아했던 캐릭터나 동경했던 공주 이미지 등에 대한 기억은 굉장히 강하게 남고,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소비로 표현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어른이 되어 독립적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때 어릴 적 좋아했던 공주나 요정 캐릭터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행위를 하는 것만으로 소비자는 큰 만족감을 느끼고, 심리적 위안을 얻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 “탈코르셋의 다변화, 다양한 여성성 표현” 전문가들은 공주 콘셉트의 유행이 역설적으로 여성의 주체성 표현이 다양해지는 과정이라고도 분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여성들 사이에서 억지로 꾸미지 않는 ‘탈코르셋’이 자주적인 여성의 표상으로 떠올랐고, 그것이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통했다”며 “근래에는 여성의 주체성, 그리고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이 다변화되며 ‘과할 정도로’ 꾸미는 공주 콘셉트 또한 당당한 여성의 표상으로 해석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코르셋이란 보정 속옷을 뜻하는 ‘코르셋’을 벗는다는 뜻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꾸미지 말자는 사회적 운동을 말한다. 1980년대 일본에서는 저항 문화의 일환으로 얼굴을 검게 태닝하고 눈 주변을 하얗거나 검게 칠하는 ‘갸루(ギャル)’ 화장이 등장해 일본 여성들 사이에 유행했다. 이처럼 여성의 주체성이나 개성, 욕구를 표현하는 방식은 갈수록 다양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어릴 적 갖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안 사셨던 장난감, 이젠 제 월급으로 삽니다.” 직장인 이동하 씨(27)는 로봇 프라모델을 모은다. 2007년 초등학생 시절 애니메이션에서 본 ‘트랜스포머 1’ 속 캐릭터를 지난해 영화관에서 재회한 뒤 다시 푹 빠졌다. 이 씨는 “그때는 부모님께 졸라 겨우 하나씩 샀다”며 “이젠 열심히 일해서 번 월급으로 ‘내돈내산’ 한다”고 뿌듯하게 웃었다. 이렇듯 2030세대의 ‘노스탤지어(nostalgia·향수)’는 공주 콘셉트 촬영과 같은 ‘경험’에서 그치지 않고 ‘실물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난감이나 굿즈 등을 소비하며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20, 30대 젊은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캐치! 티니핑’ 열풍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4∼6세 아동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아동용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에 ‘어른이(어른+어린이)’들도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캐치! 티니핑에는 똑똑핑, 화나핑, 하츄핑, 포실핑 등 다양한 모습과 능력을 가진 요정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 어린아이들 중에서는 티니핑 인형이나 완구를 모으길 좋아하는 경우도 많아 부모들 사이에서는 ‘파산핑’으로도 불렸다. 너무 많은 완구를 사주다 보니 지갑이 가벼워졌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을 이 티니핑 캐릭터에 빗대어 ‘OO핑’이라고 지칭하는 현상이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절약하는 소비 습관을 자랑하는 이는 스스로를 ‘절약핑’으로, 반대로 사고 싶은 명품을 사거나 한 경우에는 ‘탕진핑’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젊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야근핑’ ‘출장핑’ ‘피곤핑’ 등도 있다. 덩달아 캐릭터 상품(굿즈) 인기도 높아졌다. 지난해 8월에는 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2030세대 고객을 겨냥해 캐치! 티니핑의 피규어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출시 후 첫 주말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동경했던 귀여운 이미지가 소비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형숙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현 2030의 경우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귀여운 상품들을 구매하고 이에 애정을 투여해 정서적 즐거움을 얻고자 한다”며 “사물에 애착을 투영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해지기에 이러한 소비 트렌드 역시 오래 지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연기를 많이 마시는 바람에 목이 아프고 기침이 계속 나요. 산불이 꺼져도 한동안 고통이 계속 될거 같아요.”28일 오후 경북 영양군 군민회관의 산불 이재민 대피소. KF94(보건용) 마스크를 쓴 김무한 씨(69)는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석보면 요원리에 사는 김 씨 부부는 이날 집으로 돌아가려다 자욱한 연기와 탄내 탓에 대피소로 돌아왔다. 주불이 진화됐단 소식을 들은 후 김 씨 부부는 “이젠 병원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21일부터 이어진 역대급 산불로 경북 전역에 퍼진 ‘산불발(發) 연기’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이 급증했다. 8일 만에 주불이 꺼졌지만, 연기와 미세먼지가 여전하고 장시간 연기를 맡은 주민들이 상당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 지원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에 담긴 초미세먼지, WHO 기준 32배산불 연기를 연일 맡은 이재민들은 “가슴 통증과 두통 등을 수일째 계속된다”고 하소연했다. 27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서 만난 이기원 씨(66)는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후유증이 있다”며 “밖으로만 나가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목도 매캐해지고 머리가 아주 아프다”고 말했다. 영덕군 지품면 주민 권모 씨(80)도 “목이 계속 칼칼하고 목에 가시 같은 게 걸린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연신 기침을 했다.실제 경북 지역 일대는 산불 연기로 가득차면서 연일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했다. 연기 속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PM 2.5)도 대량으로 포함돼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 제대로 알기’ 등의 자료에 따르면 연기에 담긴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인 연평균 ㎥당 5㎍(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1일 평균 ㎥당 15㎍)의 3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산불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로 천식을 유발하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도 들어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산불 연기 속 유해물질에 노출돼 질식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므로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일부 지역에 27일 밤부터 단비가 내렸지만 공기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다. 28일 오후 한때 영덕, 영양,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0~53㎍으로 나타나는 등 연일 ‘나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당국이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했던 오후 5시경에도 청송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5㎍으로 ‘나쁨’ 상태였다. 이날 안동과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최고 농도는 ㎥ 500㎍을 웃돌기도 했다.● 먼 마을까지 확산된 연기… “마스크 꼭 써야”산불 연기는 산불이 발생한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산불이 나지 않은 마을이나 먼 도시까지 확산된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에 거주 중인 김은희 씨(54)는 “화재 피해가 심한 석보면과는 20km나 떨어져 있는데도 우리 동네 전체가 연기로 뿌옇게 덮여 있는 상태”라며 “집 안에만 있어도 탄내가 너무 심하게 나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28일 오전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서 만난 주민 이모 씨(62)도 “며칠 동안 마스크를 낀 채 생활하고 있다”며 “그래도 목이 칼칼하게 아프고 머리도 띵하다”며 불편을 호소했다.산불로 인한 극초미세먼지(PM 1.0)는 주거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22년 3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 발생 후 강릉 시내의 대기오염 물질 이동 양상을 분석한 결과 극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35.7㎍으로 산불 발생 직전보다 50% 높았으며 ㎥당 최대 234.5㎍까지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전문가들은 산불이 꺼졌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KF94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큰불이 잡혔더라도 외출 시 KF94 방역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이재민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적극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전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기를 들이마셨을 경우 물을 자주 섭취하고 검은 가래를 뱉어내는 등 먼지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심한 기침 등의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서 기침을 멎게 하는 진해제나 가래를 제거하는 거담제 등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했다. 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1. 경북 청송군은 앞서 25일 주민들에게 산불을 피해 대피하라고 재난문자를 보내면서 대피 장소를 3번이나 바꿨다. 처음에는 ‘파천면’으로 대피하랬다가 30분 뒤에는 ‘안덕면’으로, 그 다음에는 ‘안전지대’로 대피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마지막에는 ‘관내 대형 리조트’로 가라는 문자가 왔다. 대피 안내 장소가 자꾸 달라지자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고, 이날 청송에서 차를 타고 대피하던 60대 여성이 결국 산불에 숨졌다. #2. 미국은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강제 대피 명령을 내린다. 1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경찰이 집집마다 방문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2020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산불 당시에도 당국은 즉각 강제 대피령을 내린 뒤 공무원들이 직접 나가 도로를 폐쇄하고 긴급 대피소를 마련해 주민들을 안내했다. 영남권 산불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산불 대피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피하지 못해 집에 머무르다가 숨지거나, 산불에 휩싸인 도로에 나섰다가 차 안에서 사망한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반면 산불 대응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은 ‘사전 준비’ 중심의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리 시민들에게 대피 관련 가이드북을 배포하거나 대피 수단과 장소, 관내 노약자 규모까지 반영한 매뉴얼을 만들어 활용한다. 호주는 산림 인접 지역 주민에게 평상시 마을 단위의 ‘산불 대피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역 지리 정보, 피난 대책, 대피 경로, 대피소 정보, 노약자 등 재난 취약계층의 수, 이송 계획, 대피 수단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주민들이 산불 발생 시 어디로, 어떻게, 누구와 함께 대피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셈이다. 미국도 사전 준비를 중시한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홈페이지 ‘산불 시 안전행동 요령’에서 “지금 준비하라”며 예방 단계를 강조했다. FEMA는 “집으로부터 최소 9m 떨어진 곳에 불연소(타지 않는) 구역을 만들어 두고, 대피용 N95 마스크와 비상 물품을 사전에 준비하라”고 안내했다. 반면 이번에 확인된 것처럼 우리나라 산불 대피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 같은 추상적인 내용의 재난문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대피 장소가 특정되지 않거나 청송군 사례처럼 바뀌는 경우도 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국내 재난문자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꾸준히 제기돼 온 지적”이라며 “캐나다도 주민들이 어디로 대피해야 하며 어디가 안전한지 등 위치를 구체적으로 안내한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며 상경 시위를 벌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트랙터 시위대 중 1대가 경찰의 제지를 우회해 광화문 도심까지 들어왔다. 경찰이 이 트랙터를 견인하는 과정에서 전농 시위대와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 시위대 1명이 연행됐다.26일 오전 4시 15분경 경찰은 전농 시위대 트랙터 1대가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 천막농성장 인근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동대와 지게차를 동원해 견인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 트랙터가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에 가로막히자 밤사이 트럭에 실려 우회로를 통해 광화문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농 시위대가 경찰의 견인 작업을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붙잡혀 연행됐다. 이 때문에 오전 6시 44분경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부터 통인시장까지 자하문로가 전면 통제돼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경찰이 견인한 트랙터는 이날 오후 10시경 전농과 경찰과 협의 아래 짧은 시간 서울 도심을 달린 뒤 트럭에 실려 귀가했다.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전농 시위대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불허하며 “트랙터 시위와 행진을 전면 허용할 경우 교통 소통과 질서 유지에 장애를 발생시키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법원의 결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트랙터를 견인 조치했다.전농은 “(트랙터 견인은) 위법한 법 집행”이라고 반발하며 경찰에 사과를 요구했다. 경찰이 트랙터를 견인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전농은 견인된 트랙터가 전날 서초구 남태령고개에 모여 있던 시위대 트랙터 20대 중의 한 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시위대 측은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 등을 부당하게 시위대를 연행했다고 검찰에 고소했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국가유산청 산하 문화유산연구소 전직 소장이 유물 발굴 과정에서 나온 원삼국·가야 시대 철기 유물을 몰래 집으로 가져가 수십 년간 숨겨온 것이 드러나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5일 문화유산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직 문화유산 관련 연구소장 A 씨(60대)를 불구속 입건해 의정부지검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물 31점은 압수했다. A 씨는 1985년부터 올해 2월까지 경남 김해와 경기 양평 등지에서 유적 발굴에 참여하던 중 주조철부(쇳물을 거푸집에 부어 만든 도끼), 화살촉, 철창 등 철기 유물 31점을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자신이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유물들은 1∼3세기 원삼국 시대와 3∼5세기 가야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형태가 온전하고 시대상을 확인할 수 있어 학술적·교육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가유산청이 A 씨가 가야 시대 철기를 불법 소지하고 있다는 첩보를 제공해 수사에 착수했고, 실제 자택에서 유물 31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연구 목적으로 유물을 집에 가져간 것이며 모두 반납할 계획이었고 빼돌릴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40년 가까이 국내 유적 발굴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로, 한때 국가유산청 산하 지역 문화유산연구소 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압수된 유물들은 현재 재산적 가치가 산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감정 절차를 거쳐 국가유산청장의 결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될 예정이다. 국가 귀속 시에는 박물관 전시, 보관 또는 연구 자료로 활용된다. 11일에도 보물로 지정됐던 유물 ‘대명률(大明律)’이 도난품으로 확인되며 보물 지정이 9년 만에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대명률은 중국 명나라의 형법서로, 조선 태조 때부터 조선 형법의 근간이 됐던 문헌이다. 2016년 7월 보물로 지정됐으나, 같은 해 11월 경찰이 도굴 및 절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장물로 밝혀진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유사한 문화유산 은닉 및 불법 매매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유산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유물 발굴 과정에서 원삼국시대·가야시대 철기 유물 31점을 훔쳐 집에 숨겨온 전직 국가유산청 산하 연구소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25일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40여 년간 철기 유물을 은닉해온 전직 국가유산청 산하 문화유산 관련 연구소장 60대 A 씨를 문화유산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 씨는 1985년경부터 올 2월까지 국내 유적 발굴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주조철부, 화살촉, 철창 등 철기 유물을 정부에 신고하지도 않고 집에 가져가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물들은 3~5세기 가야 시대 유물 및 1∼3세기 원삼국시대 철기들로 당시 시대상을 확인할 수 있고 형태가 비교적 온전해 학술적, 교육적 가치가 높다.경찰은 “국가유산청의 첩보 제공으로 범죄 사실을 인지한 후 해당 남성을 검거했다”며 A 씨가 집에 보관 중이던 철기 유물 31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A 씨는 “유물들을 모두 반납하려고 했고 빼돌릴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매장 유물들이 시장에서 거래되지는 않아 현재 재산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물들은 감정을 거친 뒤 국가유산청장의 처분 결과에 따라 국가 귀속 등 조치될 예정이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2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윤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던진 날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도 이날 오후 헌재 인근에서 중년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민주당은 “명백한 폭행이자 테러”라고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파면을 촉구했다. 3선의 백 의원은 마이크를 잡으려던 중 맞은편에서 날아온 날계란에 오른쪽 이마를 맞았다. 주변에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삶은 계란과 바나나 등을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던졌고 경찰 기동대가 장우산을 펼쳐 막아봤지만 백 의원에게 날아든 계란을 막지 못한 것. 백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발 방침을 밝혔다.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곳으로 오던 도중 한 남성이 날라차기를 하듯 제 오른쪽 허벅지를 발로 찼다”며 “경찰이 있는 상황에서도 그런 행동을 서슴지 않는 폭도들이 얼마나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낼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가해 남성은 현장에서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다.민주당은 계란 투척 사건 등을 ‘테러’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헌재가 극우 세력의 물리적 협박으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정의와 법리에 의해서만 윤석열 탄핵심판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헌재 주변부터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당분간 매일 오전과 오후 2차례 헌재 앞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경찰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담팀을 구성해 계란 투척 용의자를 추적하는 한편 헌재에 대한 위협 행위를 막기 위해 차벽 사용 및 통행 통제 등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집회 시위 현장 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기를 바란다”며 “경찰은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지시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18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앞 차로엔 주인 없는 의자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출근 시간대 근처를 지나가려던 마을버스 등은 의자들을 피해 우회하거나 유턴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겠다며 주최 측이 경찰에 ‘집회 인원 3000명’을 신고한 뒤 도로를 점거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참가 인원은 오후 7시 기준 500명(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신고 인원의 약 16%에 불과했다.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종로구 송현공원에서 탄핵 찬성 측이 ‘집회 인원 10만 명’으로 신고한 집회를 열었다. 현장에 실제로 모인 인원은 4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신고 인원의 0.4%에 불과했다. 시민과 주변 통행 운전자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 신고는 3만 명, 실제론 1200명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모두 최대한 세력을 모으기 위해 힘쓰고 있다. 취재팀이 집회 현장을 살펴본 결과 당초 경찰에 신고한 규모에 훨씬 못 미치는 인원만 참석하는 집회가 상당수 확인됐다. 주최 측이 세를 과시하기 위해 집회 인원과 시간을 부풀린, 이른바 ‘뻥튀기 집회’다. 문제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경찰의 인적, 물적 자원도 소모된다는 점이다. 취재팀이 살펴본 17일 서울의 한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은 이른 오전부터 2개 차로를 경찰이 통제했다. 출근길 차들이 일대를 우회하며 정체가 벌어졌다. 통제된 도로를 떨떠름하게 바라보던 직장인 박모 씨(56)는 “저렇게 텅 비어 있는데 이렇게 도로를 막고 통제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현장 경찰은 “출근 시간에 집회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고 안내하면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진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8시 15분경 살펴본 탄핵 찬성 측 집회 현장도 비슷했다. 신고 인원 2만 명의 3%에 불과한 600여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집회를 위해 경찰이 주변 교통을 통제한 탓에 퇴근길인 오후 8시 반경 사직로 일대의 차량 속도는 시속 9km에 불과했다. 서울 도심 승용차 평균 운행속도(시속 18.6km)의 절반 수준이다. 이날 안국역 일대에서 열린 또 다른 탄핵 촉구 집회 역시 사전 신고는 1만 명으로 돼 있었으나 집회 참가자가 없었다. 오후 3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역시 사전 신고 인원은 3만 명이었지만, 실제 참여 인원은 1200명에 불과했다. 경찰은 서울 전체 기준으로 17일에는 21개 집회에 1500여 명, 18일에는 20개 집회에 1200여 명의 기동대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 “기본권 중요하지만 시민 불편-공권력 소모 막아야” 집회 주최 측들은 “사람이 몰릴 상황을 대비해 실제 추산보다 넉넉하게 신고한다”고 해명했다. 현장에선 신고 인원과 실제 인원이 많게는 20배 넘게 차이 나는 등 넉넉한 신고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찰은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주최 단체의 과거 집회 이력 등을 토대로 실제 인원을 예측해 도로를 통제한다. 하지만 각 집회마다 날씨, 목적 등에 따라 변수가 너무 많고 과거 참가 인원 역시 정확히 통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뻥튀기 신고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고의로 ‘뻥튀기 집회 신고’를 반복하는 단체에 대해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학과 명예교수는 “숫자상으로 상대방에게 밀리고 싶지 않아 실제보다 많은 인원을 신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허위 인원 신고가 반복될 경우 ‘삼진아웃제’를 실시해 과태료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완전히 제한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치 지도자들이 나서서 이러한 부풀리기식 집회가 선고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3월 대설주의보’가 내린 18일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탄핵 찬반 집회가 벌어졌다. 기온이 0도 아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거나 방한용 비닐을 두르고 집회 참석을 이어갔다. 장갑, 핫팩 등 방한용품을 챙겨 온 참가자들도 보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서십자각 터 앞에서는 오전 11시 기준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등 36개 단체 9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다. 비상행동 공동의장단 15명은 이곳에서 8일부터 단식 농성 중이다. 비상행동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 5당은 오후 7시부터 종로구 동십자로에서 집회를 열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동십자로에는 오후 7시 기준 15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집회를 한 후 적선로까지 행진했다. 또 다른 탄핵 찬성 단체 촛불행동도 같은 시간 종로구 송현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파면이 민생이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촛불행동 집회에는 같은 시간 기준 2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탄핵에 반대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 모여 “탄핵 기각”을 외쳤다. 이날 오후 1시 20분 기준 19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집결했다. 대통령국민변호인단은 오전 9시부터 헌재 앞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유통일당도 종로구 수운회관 앞과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을 외쳤다. 연일 집회가 이어지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설치한 천막, 텐트가 인도를 가로막아 일부 시민이 현장에서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도로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불법이다. 종로구 관계자에 따르면 18일 기준 광화문, 헌재 인근 등 종로구 내에 설치된 불법 천막은 60여 개에 달한다. 서울경찰청은 탄핵 선고 시 집회·시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폭력 행위, 다양한 돌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1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찰관기동대 합동 연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서울과 다른 지역에서 총 45개 부대 경찰 2700여 명이 동원된 가운데 시위대가 차벽을 뚫으려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거나 혹은 넘어뜨리려 하는 상황을 가정한 대응 훈련이 실시됐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3월 대설주의보’가 내린 18일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탄핵 찬반 집회가 벌어졌다. 기온이 0도 아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거나 방한용 비닐을 두르고 집회 참석을 이어갔다. 장갑, 핫팩 등 방한용품을 챙겨 온 참가자들도 보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서십자각터 앞에서는 오전 11시 기준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등 36개 단체 9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다. 이곳에서 8일부터 단식농성 중인 비상행동 공동의장단 15명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외쳤다. 비상행동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은 오후 7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십자로에 집결해 집회 및 행진을 진행했다. 또 다른 탄핵 찬성 단체 촛불행동도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송현공원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탄핵에 반대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 모여 “탄핵 기각”을 연호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 기준 19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집결했다. 대통령국민변호인단은 오전 9시부터 헌재 앞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자유통일당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앞과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을 외쳤다. 연일 집회가 이어지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설치한 천막, 텐트가 인도를 가로 막아 일부 시민이 현장에서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도로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불법이다. 종로구 관계자에 따르면 18일 기준 광화문·헌재 등 종로구 내 설치된 불법 천막 개수는 60여 개에 달한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탄핵 선고 시 집회·시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폭력 행위, 다양한 돌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1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찰관기동대 합동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서울과 다른 지역에서 총 45개 부대 경찰 2700여 명이 참여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주말인 15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10만 명 규모의 집회가 열린다. 인파 탓에 교통 체증과 시민들의 불편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경찰력을 총동원하겠다고 14일 밝혔다. 격화되는 집회 관리에 동원된 경찰도 급속도로 늘어난 가운데 관련 초과근무수당 지출이 지난해보다 최소 50억 원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서울 도심서 10만 명 집회경찰에 따르면 토요일인 15일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비상행동)은 오후 4시∼7시 반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5만 명 규모 집회를 신고했다. 퇴진비상행동 측은 신고 인원보다 훨씬 많은 100만 명을 결집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탄핵 반대 측인 자유통일당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5만 명 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도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국회 인근 여의대로 편도 전 차로에서 3000명 규모 집회를 연다.하루 전인 14일에는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과 광화문 일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1시부터 헌재 인근 수운회관 앞에서는 자유통일당 주도 집회에 7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라고 외쳤다. 탄핵을 촉구하는 퇴진비상행동도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갔다.경찰은 헌재 인근 경비 태세를 강화했다. 이날 오전엔 헌재 정문 앞에 방호벽을 추가로 설치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기존 설치 구간을 포함해 지금까지 방호벽이 설치된 곳은 헌재 정문∼안국역 방향 약 130m 구간이다. 헌재 뒤편 담장 일부에는 12일부터 월담 방지용 원형 철조망이 설치됐다. ● 尹 탄핵선고 당일 갑호비상 발령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갑호비상을 발령한다. 이는 전체 경찰의 연가 사용이 중지되고 가용 경력을 100% 대기 상태로 두는 최고 경계 단계다. 국회, 법원, 언론사 등 주요 시설에도 경찰들을 배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시설 파괴, 경찰관 폭행 등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선고 당일 투입되는 전국 경찰 기동대 337개 소속 대원 2만여 명은 신체보호복, 이격용 분사기 등 집회 대응 장비를 갖출 예정이다. 경찰은 서울 도심권 일대를 8개 권역으로 나눠 ‘특별 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도 설정하기로 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늘어난 집회에 동원된 경찰들의 초과근무수당은 지난해 12월, 올 1월 등 총 152억여 원이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12월, 1월치 서울 지역 31개 경찰서의 경비과와 정보과 및 서울청 기동대의 초과근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해당 기간 초과근무수당 집행액은 전년 동기(101억 원)의 약 1.5배였다. 근무시간의 경우 이들은 올해 전년 동기보다 약 35만 시간이 더 늘어난 99만 시간을 일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는 “(경찰) 인력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며 “선고 당일엔 이미 과로한 서울청 기동대원들이 아니라 치안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 기동대원들을 앞세우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찬반 집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2030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 컴퓨터, 모바일 기기 등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집회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며 결집력을 보였다. 특히 부모 세대인 5060에 비해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등을 많이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온라인 환경에서 성장한 2030세대가 자칫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확증 편향’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13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7∼12일 2030세대 124명과 그의 부모뻘인 5060세대 109명을 집회 등에서 직접 만나 설문 조사한 결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치 글들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2030세대가 75.8%(33명 중 25명), 5060세대가 52.0%(25명 중 13명)였다. 2030세대가 5060세대에 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높은 신뢰도를 보인 것이다. 2030세대 응답자들은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접할 수 있어서”, “기성 언론에 비해 팩트를 좀 더 디테일하게 알려준다”는 이유 등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신뢰했다. 경기 하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32)는 계엄 이후 화장실에 가는 등 틈이 날 때마다 정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들을 챙겨 본다. 김 씨는 “계엄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는 기성 언론에 비해 계엄의 정당성과 부정선거 의혹 등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 같아서 자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5060세대는 “편향성이 높은 글들이 많다”, “거짓 정보가 많다” 등의 이유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신뢰하지 않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에 익숙한 20대가 뉴스·시사정보 이용을 위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개수는 평균 3.20개였다. 30대는 3.08개였다. 50대(1.99개), 60대(1.36개)보다 훨씬 많았다. 문제는 디지털 세대인 2030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접하다 보니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이 심화되고, 이에 빠진 강성 지지층 위주로 음모론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계엄 이후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이나 ‘서울서부지법 난입을 김건희 여사가 주도했다’는 주장 등도 확증 편향이 심화되며 나온 음모론들이었다. 전문가들은 음모론 유포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온라인의 경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돼 있어 이것이 확증 편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바탕으로 음모론을 퍼뜨리는 이들을 강하게 처벌해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12·3 비상계엄으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100일 넘게 이어진 가운데 집회 현장에서는 과거와 달리 2030 젊은이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대학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찬반 집회가 이어졌다.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가담한 이들 중 상당수 역시 2030세대였다. 무엇이 이들을 분노한 ‘앵그리 세대’로 만들었을까.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이들이 왜 광장으로 나왔는지, 계엄과 탄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치나 사회 관련 뉴스를 어디서 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2030세대 124명을 설문조사하고, 그중 60명을 심층 인터뷰 했다.》“尹담화문 발언 믿어… 탄핵 막으려 싸울 것”25세 보수 최형준 씨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캠퍼스 정문 앞. 숭실대 4학년 최형준(가명·25) 씨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외쳤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이다. 대통령을 지키자!” 이날 최 씨를 비롯한 대통령 지지자와 탄핵 찬성 측 시위대 100여 명은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빨갱이는 북한으로”, ”내란동조 세력 꺼져라”라고 소리쳤다. 최 씨가 처음부터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만 해도 최 씨는 대통령을 비판했었다. 그날 새벽에 느꼈던 공포 때문이다. 집에 머물고 있던 최 씨는 국회로 날아가는 헬기의 굉음을 들었다. 그는 “계엄군과 시민들이 국회에 몰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됐다”고 회상했다. 최 씨가 180도 달라진 건 지난해 12월 12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본 순간부터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과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이 마비됐으며 경고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의문이 든 최 씨는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 신문 기사들을 매일 1∼2시간씩 뒤져 봤다. 며칠 뒤 최 씨는 윤 대통령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는 민주당 등 야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1월 7일 최 씨는 생전 처음 정치적 의사 표현에 나섰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학생회관, 인문대 등 게시판들에 대자보를 붙이고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했다. 그가 쓴 대자보에는 “반국가세력의 실존을 심각하게 깨달았다”, “부당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관할 법원이 아닌데도 영장을 발부한 사법부를 규탄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후 최 씨의 유튜브 알고리즘엔 보수 성향 정치 유튜버들의 영상이 많아졌다. 계엄 전에 즐겨 봤던 게임, 독서, 음악 영상들은 목록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최 씨는 ‘선거관리위원회 부정선거 의혹’ 등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선거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새로운 고정 일과도 생겼다. 유튜브와 언론사 뉴스를 1시간 40분 동안 차례대로 보는 것이다. 정치 글이 많이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도 정독한다. 최 씨는 “유튜브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다. 유튜브가 기존 언론보다 맥락을 더 많이 설명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최 씨는 또래 친구를 만나 노는 것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막는 일이 주된 관심사가 됐다. 탄핵 외에 다른 얘기는 재미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최 씨는 “호남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이 유튜브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심취했다’고 생각하지만 난 소신대로 탄핵 저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김건희-明의혹 분노… 생전 처음 집회 나가”27세 진보 김가연 씨“윤석열을 파면하라! 구속 취소는 말도 안 된다!” 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 한 도로에 선 김가연(가명·27) 씨는 ‘내란종식 민주수호’가 적힌 손팻말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김 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달에 1, 2번꼴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나온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앞 금남로에 있었다. 탄핵안 통과 뉴스가 뜬 순간 김 씨는 도로를 가득 메운 2만여 명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김 씨는 원래 집회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광장에 나온 건 살면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가 처음이다. 그가 서울, 광주 등에서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게 된 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김 씨는 “대통령이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부터 이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자 이를 강압적으로 해결하려 계엄을 선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령을 내릴 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엄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부정선거 등 여러 의혹을 믿을 만큼 편향된 생각을 가진 게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계엄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선택한 건 진보 성향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치 유튜브 영상을 찾아서 본 적이 거의 없었지만, 계엄 이후 이제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1시간씩 정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 주로 계엄 선포 당시 국회 등 현장 상황을 생중계했던 진보 유튜버들의 영상을 꾸준히 찾아서 보고 있다. 김 여사나 명태균 씨를 둘러싼 의혹을 자세히 풀어주는 유튜브 영상도 김 씨의 주요 구독 목록에 있었다. 김 씨는 윤 대통령이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가라앉히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을 거란 의심을 품고 있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부인 리스크와 공천 개입 등 개인적인 이유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믿고 싶진 않다”면서도 “주로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관련 논란들을 심층적으로 다루다 보니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구금된 지 53일 만에 석방되면서 김 씨의 걱정은 깊어졌다. 구속 취소 결정을 계기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뿐만 아니라 내란죄 관련 수사도 혹시나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김 씨는 “법원과 검찰, 경찰이 대통령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하고 심판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며 “‘내란의 밤’에 느꼈던 국민들의 공포가 반복되지 않길, 그간의 노력이 허탈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당위성을 둘러싼 20대 청년들의 인식이 보수, 진보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보수는 야당에 대한 반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반면 20대 진보는 대통령 지지자들과 대통령 부인에 대한 반감이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보수 20대 청년 30명, 반대한다는 진보 20대 청년 30명 등 총 60명을 대상으로 10∼11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이 어떤 계기로 집회 현장에 나오게 됐는지, 어떻게 지금의 생각을 갖게 됐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특정 대상을 향한 ‘분노’가 청년들을 광장으로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 인터뷰 결과, 20대 보수와 진보를 탄핵 반대와 찬성으로 이끈 결정적 사건은 서로 달랐다.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보수 청년들은 대부분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 통과’를 꼽았다. 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탄핵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는 청년들도 많았다. 이상혁 씨(24)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위한 탄핵’을 해왔다”며 “야당이 원하는 건 결국 정권 교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비리 의혹’과 ‘민주당 간첩법 개정 반대’ ‘현역 대통령 체포’를 결정적 사건으로 꼽은 보수 청년들도 많았다. 진보 청년들은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법원에 난입해 물건 등을 부순 지지자들에 대한 반감이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김모 씨(27)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전 국민을 위험으로 몰아세운 사람”이라며 “그런데 그 사람을 지키겠다고 수십 명이 폭력을 행사하고 그들을 옹호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탄핵 지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과 명태균 게이트’ ‘의대 증원 정책’도 탄핵 찬성의 이유로 꼽혔다. 20대 보수·진보는 각각 야당과 대통령에게서 탄핵 정국의 원인을 찾고 있었다. 보수는 ‘부정선거’ ‘줄탄핵’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진보는 ‘불통’ ‘무능력’ ‘헌법 질서 파괴’를 언급했다. 보수와 진보 모두 ‘독재’란 키워드도 꼽았으나 보수는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를, 진보는 “대통령 거부권 남용과 체포 불응 독재”를 지적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주말인 15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10만 명 규모의 집회가 열린다. 인파 탓에 교통 체증과 시민들의 불편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경찰력을 총동원하겠다고 14일 밝혔다. 격화되는 집회 관리에 동원된 경찰도 급속도로 늘어난 가운데 관련 초과근무수당 지출이 지난해보다 최소 50억 원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서울 도심서 10만 명 집회경찰에 따르면 토요일인 15일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비상행동)은 오후 4시~7시 반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5만 명 규모 집회를 신고했다. 퇴진비상행동 측은 신고 인원보다 훨씬 많은 100만 명을 결집시키겠다는 입장이다.같은 날 탄핵 반대 측인 자유통일당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5만 명 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도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국회 인근 여의대로 편도 전 차로에서 3000명 규모 집회를 연다.하루 전인 14일에는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과 광화문 일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1시부터 헌재 인근 수운회관 앞에서는 자유통일당 주도 집회에 7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라고 외쳤다. 탄핵을 촉구하는 퇴진비상행동도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갔다.경찰은 헌재 인근 경비 태세를 강화했다. 이날 오전엔 헌재 정문 앞에 방호벽을 추가로 설치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기존 설치 구간을 포함해 지금까지 방호벽이 설치된 곳은 헌재 정문~안국역 방향 약 130m 구간이다. 헌재 뒤편 담장 일부에는 12일부터 월담 방지용 원형 철조망이 설치됐다. ● 尹 탄핵선고 당일 갑호비상 발령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갑호비상을 발령한다. 이는 전체 경찰의 연가 사용이 중지되고 가용 경력을 100% 대기 상태로 두는 최고 경계 단계다. 국회, 법원, 언론사 등 주요 시설에도 경찰들을 배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시설 파괴, 경찰관 폭행 등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선고 당일 투입되는 전국 경찰 기동대 337개 소속 대원 2만여 명은 신체보호복, 이격용 분사기 등 집회 대응 장비를 갖출 예정이다. 경찰은 서울 도심권 일대를 8개 권역으로 나눠 ‘특별 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도 설정하기로 했다.12·3 비상계엄 이후 늘어난 집회에 동원된 경찰들의 초과근무수당은 지난해 12월, 올 1월 등 총 152억여 원이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12월, 1월치 서울 지역 31개 경찰서의 경비과와 정보과 미치 서울청 기동대의 초과근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해당 기간 초과근무수당 집행액은 전년 동기(101억 원)의 약 1.5배였다. 근무시간의 경우 이들은 올해 전년 동기보다 약 35만 시간이 더 늘어난 99만 시간을 일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는 “(경찰) 인력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며 “선고 당일엔 이미 과로한 서울청 기동대원들이 아니라 치안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 기동대원들을 앞세우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이번 주말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총 10만 명이 넘는 탄핵 찬반 대규모 집회로 교통 체증 등 시민 불편이 예상된다.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과 광화문 일대에서도 집회가 이어졌다.14일 경찰에 따르면 토요일인 15일 서울 도심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 반대 측이 각각 5만 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했다. 탄핵 찬성 측인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4시~7시 반 종로구 동십자각 일대에서 5만 명 규모 집회를 신고했다. 탄핵 반대 측인 이날 오후 1~7시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5만 명 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도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영등포구 여의대로 편도 전 차로에서 3000명 규모 집회를 개최한다.한편 14일 오전 헌재 정문 건너편 등 일대에서는 1인 시위자 50여 명과 자유통일당 등 탄핵 찬성 측 총 12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각각 “탄핵 각하”를 연호했다. 윤상현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전한길 강사가 “우리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독려하고 가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반경 헌재 정문 앞에 방호벽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헌재 인근 경비 태세를 강화했다. 탄핵 찬성 측도 광화문에서 밤샘 집회를 연이어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종로구 고궁박물관 남측 인도에는 퇴진비상행동 2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이날도 오후 7시부터는 동십자각 일대에서 7000명 규모 집회를 연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지난 설 연휴엔 이틀간 현수막 150개를 처리한 날도 있어요. 탄핵 관련된 내용이 70∼80%였습니다.” 13일 불법 현수막을 단속하기 위해 구청을 나서던 서울 종로구 관계자는 말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거리에 탄핵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불법 현수막도 증가하면서 지나친 현수막 정치에 피로하다는 불만은 물론이고 안전상 위험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불법 현수막, 2시간 새 10건 철거 13일 오전 동아일보는 종로구 직원들의 단속에 동행했다. 직원들은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단 2시간 동안 10건의 불법 현수막을 발견해 철거했다. 10건 중 8건이 탄핵 관련 내용이었다. 탄핵 찬성과 반대 내용이 각 4건이었다. 단속팀은 지하철 광화문역 인근에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구속하라’, ‘내란비호 검찰총장 심우정 사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현수막 4개를 철거했다. 11일 등 열린 민노총 집회에 사용된 현수막이었다. 집회 시 집회 신고 장소에 현수막을 걸 수 있지만, 이들은 집회 신고 장소를 벗어난 곳에 걸려 불법이었다.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우정국로 일대에 걸린 우리공화당의 ‘尹 탄핵반대 이재명 즉각구속’ 현수막 3건은 게시 기간 등을 표시하지 않아 철거 대상이 됐다. 옥외광고물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행정동별 2개 초과 △정당 연락처, 게시 기간 등 누락 △보행자 안전 저해 등엔 철거 및 과태료가 부과된다. 종각역 인근 교차로에 ‘30번째 탄핵협박 민주당이 내란이다’가 적힌 국민의힘 현수막 역시 철거돼야 했다. 지면으로부터 1.9m 높이로 설치됐기 때문이다. 교차로의 가장자리나 도로의 모퉁이, 횡단보도 인근에선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지 않기 위해 현수막 본체가 지면으로부터 2.5m 이상 높이에 설치돼야 한다. 이처럼 정당 현수막들도 우후죽순 걸리고 있지만 과태료를 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2022년 법 개정으로 정당 현수막은 별도 신고나 허가 없이 설치할 수 있게 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별다른 규제가 없으니 정당들이 거리낌 없이 현수막을 건다”며 “지자체 입장에선 정당과 마찰이 우려되다 보니 규정을 어겨도 과태료를 부과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시각 공해에 안전 문제까지 탄핵 관련 현수막이 넘쳐나면서 현수막 단속팀은 매일 비상 상태다. 종로구 관계자는 “(비상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 이후 시내 중심가에만 달리던 정당 현수막들이 주거지까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이번 주에는 헌법재판소 인근 등에서 주민들의 불법 현수막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만 개수 위반, 금지장소 위반, 규격 위반 등으로 지자체가 수거한 불법 정당 현수막은 6913개로 전달(5191개)에 비해 33% 늘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홍모 씨(42)는 “매일 집회 소음에 뉴스까지 시끄러운데 현수막 정치 구호까지 넘쳐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최근엔 지자체장까지 정치적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걸어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7일 충남 부여군 여성문화회관 외벽엔 ‘부여군수 박정현’ 이름으로 ‘헌정유린 국헌문란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이 게시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수막이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수막이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뿐 아니라 통행을 막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58)는 “정치 현수막이 신호등을 가려 아찔했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수막을 통한 과한 정치적 구호는 혐오를 불러일으키거나 갈등을 유발한다”며 “또한 (불법) 현수막은 교통사고 등의 문제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으면 법규를 개정해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