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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대만 방어와 관련된 지원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의 유명 싱크탱크에서 나왔다. 최근 미 국방부가 ‘국방 잠정 전략 지침’ 보고서를 통해 미군 재편의 최우선 순위로 중국의 대만 점령 대응을 제시한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달 28일(현지 시간) 웹사이트에 공동 게재한 글에서 “한국이 놓인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대중(對中) 강경파는 동맹국에 대만 방어 지원을 강화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대만해협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이 안전지대에서 나와 더 명확하고 강력하게 한미동맹을 지지하도록 밀어붙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그는 “중국의 봉쇄나 대만해협 전면전이 현실화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3% 줄고, 한반도는 북한의 도발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며 “한미가 비공식적인 ‘트랙 2(민간 채널)’ 대화를 넘어 대만에 대한 공조 강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구체적인 기여 방안으론 정보 공유를 비롯해 물류 지원, 무기 제공 등을 제시했다.또 주한미군 임무를 한반도 이외의 동아시아 역내로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억제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 연구원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2006년 한미가 공식적 입장을 합의한 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동맹의 역할이 20년 가까이 확대되는 동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사시 미군은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기지를 비롯해 한국 내 미군기지와 시설을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오산, 군산, 부산의 미군기지도 대만 위기 시 어떻게 이용될 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을 ‘해방의 날’로 명명하며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올해 1분기(1~3월) 미국의 소비심리와 증시 지표가 3년 만에 최악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미시간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올해 3월의 미국 소비자심리지수는 57로, 지난해 12월 74에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는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가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할 경우를 기준점인 100으로 둔다. 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이하이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을 뜻한다.소비심리는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낙관적이었다. 하지만 지난달엔 50점대로 전월 대비 12%나 뚝 떨어지며 코로나19 팬데믹 한복판이었던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연구진은 또 “소비자의 3분의 2는 현재 4.1%인 실업률이 내년에도 오를 것으로 예상해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라며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인구집단에서 가구, 사업, 실업률,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가 악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가계와 기업이 물가 상승을 우려하면서 새로운 관세의 영향을 파악할 때까지 지출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비 위축 경향이 최상위층을 포함한 모든 소득 수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의 성형외과 의사 조니 프랭코는 WP에 “고객들이 지방흡입처럼 수천 달러에 이르는 수술보다는 필러처럼 간단한 시술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청소업체 웰페이드메이드의 창립자 애런 세예디언은 “특히 워싱턴DC에서 단골의 10%가량이 떨어져 나갔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지침에 따라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가 벌어진 여파라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다른 경제지표들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 성장을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을 재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특히 뉴욕증시에서 전날 마무리된 1분기의 3대 지표는 이는 2022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지난달 31일로 마무리된 1분기 뉴욕증시 성적표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지수는 1.28%,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59%,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10.42% 각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S&P500은 0.55%, 다우는 1.00% 각각 상승했고, 나스닥만 0.14% 하락하는 등 비교적 선전했지만, 트럼프의 관세 위험으로 1분기 내내 약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반면 지난해까지 미국 증시에 뒤졌던 유럽 증시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주식에 대한 선호도는 2021년 7월 이후 최고치로 뛰어올랐다”고 보도했다. 대형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달 글로벌 자산운용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3%가 미국 기업의 주식 비중을 축소했다고 답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주식시장 글로벌 책임자인 제시 마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주요 이슈와 관련한 잡음과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불투명성이 이렇게 오래 갈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라며 “우리가 자초했다는 느낌”이라고 한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29일(현지 시간) 기준 집계된 사망자만 1644명이다. 무너진 건물에서 사상자가 계속 발견되고 있어 사망자는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설 확률이 70%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경제 손실액이 1000억 달러(약 147조 원)에 이르며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약 668억 달러)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커 구호 활동에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얕은 진원, 열악한 경제-인프라가 피해 더 키워피해 규모가 커진 핵심 원인으로는 대도시에서 가까운 진앙과 얕은 진원이 꼽힌다. 이번 지진은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만달레이(인구 약 120만 명)에서 17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고, 진원 깊이는 10km에 불과했다. 영국 BBC방송은 “지진과 여진이 10km의 얕은 깊이에서 발생해 더 파괴적이었다. 건물이 훨씬 더 강하게 흔들리고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또 미얀마 마지막 왕조였던 꼰바웅 왕조의 수도였던 곳이라 불교 유적을 포함해 오래된 건축물이 많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여겨진다.자연재해지만 미얀마의 복잡한 정치 환경이 피해 복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1년 군사 쿠데타로 내전이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열악했던 경제 기반이 더 취약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미얀마는 현재 경제와 의료를 포함한 모든 필수 인프라가 엉망인 상태”라고 전했다. 유엔에 따르면 내전으로 30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고,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식량 위기에 놓인 상태다. 이 가운데 군부 정권이 미얀마 내 거의 모든 지역의 라디오, TV, 인터넷을 통제하면서 시민들이 피해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고, 사상자 파악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와중에도 미얀마 군부는 지진 직후 진앙 인근 사가잉 지역부터 태국 국경 인근까지 대규모 공습을 가해 7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반군 근거지를 광범위하게 폭격하고 있다. ● 韓 29억 원 지원 예정… 트럼프도 “돕겠다”그간 국제기구와 언론의 취재를 통제해 온 미얀마 군부는 이례적으로 외국 구조대원 수백 명을 받아들였다고 밝히는 등 해외 지원을 받는 데 다소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29일 미얀마에 200만 달러(약 29억 원)를 지원하고, 필요시 추가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해외 원조 예산을 크게 삭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8일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미얀마를) 도울 것이고, 이미 그 나라와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중국, 일본, 러시아도 미얀마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EU의 기후변화 감시 위성 ‘코페르니쿠스’를 통해 구조대에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엔 역시 500만 달러의 초기 지원을 약속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30일(현지 시간) 오후 6시 태국 수도 방콕의 관광명소 짜뚜짝 시장 근처의 ‘감사원 건물’ 붕괴 현장은 폭격을 맞은 전쟁터 같았다. 33층 규모로 공사가 진행 중이던 건물이 지진으로 무너진 뒤 주변 건물들에 먼지가 내려앉아 일대가 온통 잿빛이었다. 해가 진 뒤에도 30도에 이르는 무더위 속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땀이 범벅인 채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야외 텐트에서 대기 중이었다. 이들은 먼지에 기침을 콜록이면서도 현장을 수시로 돌아 보고 텐트로 돌아와 주저앉았다. 한 여성 실종자 가족은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다.구호 작업을 벌이던 태국 구조단체 포텍퉁재단의 팟사쁘라웻 플로이시수크 씨는 “잔해 더미가 워낙 많이 쌓여 있어 구조에 큰 성과가 없다.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울먹였다.28일 오후 1시경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를 강타한 규모 7.7 강진의 여파로 무너진 이 건물은 이번 지진의 위력을 잘 보여준다. 먼지가 자욱한 현장에선 탐지견, 크레인, 굴착기 등을 동원한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무너진 잔해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방콕에서는 이곳의 근로자 400여 명 중 11명을 비롯해 이날까지 총 18명이 지진의 여파로 숨지고 78명이 실종됐다.진원지가 있는 미얀마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미얀마 군사 정권은 29일 성명을 통해 이번 지진으로 164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71%에 달한다고 분석했다.●진앙 1000km 떨어진 방콕서도 건물 9500채 손상28일 지진으로 무너진 태국 방콕의 감사원 건물은 도심의 관광명소인 짜뚜짝 시장에서 걸어서 5분 남짓 걸리는 곳에 있다. 건물 붕괴 현장 주변에는 구조차와 경찰 차량이 바리케이트를 쳤지만 건물 앞 펜스까지 실종자 가족들을 비롯해 경찰, 소방대원, 구조대원, 각국 취재진 등으로 뒤엉켜 있었다.이날 무더위와 먼지 속에서 현장을 지킨 실종자 가족과 지인들은 하루 빨리 실종자가 돌아오길 기도했다. 실종자 가족인 누시 씨(21)는 “공사장 노동자로 일하던 두 살 터울 오빠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두 시간 거리의 방콕 근교를 오가며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가던 오빠가 돌아오지 않자 28일부터 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다른 실종자 가족인 나루에몰 씨(45)는 “남편이 계단 공사를 하고 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며 울부짖었다. 미얀마인 탄민툰 씨는 구조 현장에 들어가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그는 “공사 인부로 일하던 친구가 저 안에 있는데 나와 같은 미얀마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며 망연자실해 했다.주변 시장 상인인 낫타웃 피칫 씨는 “시장은 피해가 별로 없는데 이 건물만 무너졌으면 건축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 상인들과 관광객들은 추가 여진을 걱정하고 있었다. 진앙에서 약 1000km 떨어진 방콕에선 건물 9500채가 손상됐다.29일 태국 정부는 패통탄 친나왓 총리의 지시로 감사원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중국 국영 건설사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방콕의 다른 건물들과 달리 완전히 붕괴된 이 건물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철로총공사(CREC) 계열 건설사의 태국 현지 합작법인 등이 공사를 진행했다.일부 전문가들은 시공상 결함이 지진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보도했다. 방콕의 토양이 부드러운 데다 해당 건물이 보 없이 수직 기둥에 바닥 슬래브가 연결된 구조여서 지진으로 인한 진동이 증폭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미얀마, 열악한 장비 탓에 ‘맨손 구조’이번 지진의 진앙은 인구 120만 명이 거주하는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 인근이다. 첫 지진이 발생한 뒤 최소 13차례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지질학자인 제스 피닉스는 CNN에 “이번 지진이 방출한 에너지는 원자폭탄 334개와 맘먹는다”고 말했다. 만달레이 주민 우 초 씨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거의 2시간마다 진동이 느껴져서 거리로 나와 숨진 이웃들의 시신과 함께 자야 한다. 세상의 종말 같다”고 호소했다.생존자들은 “구조대도, 교통 수단도, 통신도 엉망”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 지역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필사의 ‘맨손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29일 전했다. 무너진 벽에 몸 절반이 깔렸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텟민우 씨는 “할머니와 두 삼촌을 끌어내려고 맨손으로 벽돌을 파헤쳤지만 잔해가 너무 많아 헛수고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진앙에서 가까운 사가잉 주민 소에 민 씨는 SCMP에 “묘지가 가득 차서 3분마다 화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만달레이 남쪽의 한 보육원에서는 2~4세 아이들 수십 명이 낮잠을 자다 2층 건물에 깔렸다. 자원봉사자 타르 응게는 “금속 절단기도, 발전기도 없어서 수동 장비로 건물 더미를 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말했다.사상자가 늘어나고, 구조작업이 더디면서 군부 정권에 대한 분노도 커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냇 카트 씨(34)는 워싱턴포스트(WP)에 “국제 구호단체나 군부로부터 아무 지원도 받지 못했다”며 “여긴 죽음의 도시”라고 말했다. 군부 정권에 맞서온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는 일부 지역에서 코끼리를 이용해 파괴된 도로의 잔해를 청소하고 있다고 밝혔다.방콕=임현석 기자 lhs@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대화방에서 기밀 유출이 없었다고 확신하진 못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관계자들이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있는 민간 메신저 ‘시그널’ 단체 대화방에서 예멘의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계획을 논의한 ‘시그널 스캔들’의 후폭풍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 사실이 공개된 25일만 해도 “민간인이 대화방에 있었지만 기밀 유출은 없었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같은 질문에 “확신할 수 없다”며 몸을 낮췄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에 나서겠다며 트럼프 대통령 측을 압박했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 등 집권 공화당의 일부 상원의원도 경위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여론 역시 부정적이다. 특히 논란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자질론으로도 번지고 있다. 성추문 등 각종 논란으로 상원 인준도 간신히 통과한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후 수차례 실언했고, 이번 사태에서도 신뢰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전투기 출격 시점’ 등 군사기밀 대화방에 공유트럼프 대통령, 헤그세스 장관, 골드버그 편집장을 해당 대화방에 초대한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은 애틀랜틱의 첫 폭로 때만 해도 “기밀 유출이 없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며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 이에 발끈한 애틀랜틱이 26일 대화 전문을 전격 공개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해당 전문에는 헤그세스 장관이 15일 후티 공격 직전 당시 대화방에서 ‘낮 12시 15분: F-18 출격(1차 타격조)’, ‘오후 2시 10분: 2차 공격을 위해 F-18 추가 출격’, ‘오후 2시 15분: 공격용 무인기(드론) 출격’, ‘오후 3시 36분: F-18에 의한 2차 공격 시작과 해상에서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등 공격 시점, 수단 등에 관한 민감한 정보를 대거 공개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또 헤그세스 장관은 그 과정에서 ‘OPSEC(Operational Security·작전 보안)’라는 표현을 썼으면서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에 애틀랜틱 측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downplay)’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대변인을 지낸 사브리나 싱 또한 MSNBC 기고에서 “기밀이 보장되지 않은 민간 메신저에 민감한 작전 세부 정보를 직접 입력해 미군 장병들을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렸다”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25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는 이번 사건이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헤그세스 책임론 고조 많은 이들이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주무 장관인 헤그세스라고 보고 있다. 싱 전 대변인은 “언론인을 실수로 채팅방에 초대한 사람은 왈츠 보좌관이지만,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른 인물은 헤그세스 장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취임 후 첫 국제무대 데뷔 자리였던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계획에 관한 ‘실언’으로 공화당에서조차 비판을 받았다. 당시 그는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2014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압박했다.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영토 문제는 당사국들 간의 대화로 결정될 문제”라며 발언을 정정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게 중국과의 전쟁을 상정한 작전 계획을 보고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에도 직면했다. 다만 레빗 대변인은 26일 “대통령은 변함없이 국가안보팀을 신뢰하고 있다”며 백악관 또한 골드버그 편집장이 해당 채팅방에 초대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메신저 앱 ‘시그널’에서 미군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논의했다는 논란이 ‘시그널 게이트’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자들을 적극 옹호하면서도 “(기밀 유출이 없었다고) 확신은 못 하겠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채팅방 논란’에 관한 질문을 받고선 “모두 마녀사냥”이라고 반박하면서 “(공습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아무 피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 대해서도 “그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등 관련자들을 두둔했다. 이번 논란은 행정부와 백악관의 고위급 인사들이 공습 계획을 논의한 시그널 채팅방에 실수로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을 초대하면서 벌어졌다. 골드버그 편집장이 ‘전쟁 기밀 유출’ 논란을 제기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당시 채팅방에 있었던 인사들은 해당 채팅방에서 ‘기밀’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애틀랜틱이 15일 이뤄진 논의 전문을 전격 공개하면서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이 정부 내 보안 소통 수단이 아닌 민간 메신저를 통해 미군의 구체적인 군사 작전 계획을 논의한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채팅방 전문이 공개된 상황에서 여전히 기밀 유출이 없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그렇다”면서도 “확신은 못 하겠다.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결의안을 발의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원 외교위원장 출신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의 주도로 이날 발의된 결의안은 트럼프 행정부에 시그널 채팅방 관련 상당량의 문서와 메시지, 회의 및 통화 기록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당이 연방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끄는 조사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의원 등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각 상임위원회에 이번 사태의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대중적 여론도 부정적인 반응으로 기울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53%는 이번 ‘시그널 사건’의 심각성을 묻는 말에 “매우 심각하다”라고 답했다. 이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2015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 당시 유고브가 수차례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응답이 30%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의 유사한 보안 관련 논란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시그널 스캔들은 일반 유권자들에게 훨씬 직관적인 데다,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정치적 폭로가 아니라는 점 등을 배경으로 분석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캐럴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견해는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이 없다”며 “그는 국가 안보팀을 신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애틀랜틱이 공개한 메시지 전문에 “전쟁 계획이 논의되지 않았고, 기밀 정보가 전송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도 되풀이했다. 리빗 대변인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법률자문실, 그리고 정부효율부(DOGE) 등이 문제의 채팅방에 골드버그 편집장이 초대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그의 기술 전문가를 투입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일반 메신저 앱인 ‘시그널’에서 보안 조치도 없이 군사기밀을 논의했다는 이른바 ‘시그널 유출(Signal Leak)’ 사태는 유명 반(反)트럼프 성향 언론인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단체 대화방을 만든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실수로 이 언론인을 대화방으로 초대한 것. 대화방 멤버였던 J D 밴스 부통령, 왈츠 보좌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은 ‘예멘 후티 반군 폭격 계획’을 논의했고, 유럽 국가들에 대한 불만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런 내용은 이 언론인을 통해 공개됐다. 바로 시사잡지인 디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60·사진)이다. 미국 뉴욕 출신의 유대인인 골드버그는 펜실베이니아대를 중퇴하고 이스라엘로 이주했고, 이스라엘군으로도 복무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의 칼럼니스트로 언론계에 발을 디딘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유력 매체에서 기자 경력을 쌓았다. 디애틀랜틱으로 자리를 옮긴 건 2007년. 데이비드 브래들리 당시 디애틀랜틱 사장이 골드버그를 영입하기 위해 그의 자녀들에게 조랑말까지 선물한 이야기가 언론계에서 화제가 됐다. 2016년 골드버그가 편집장이 된 뒤 디애틀랜틱은 2021년 퓰리처상을 처음 받은 데 이어 2022, 2023년에도 이 상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엔 친정인 WP 출신의 베테랑들을 영입해 정치부를 강화하고, 발행 횟수도 연 10회에서 12회로 늘렸다. 뉴욕타임스(NYT)는 “골드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밀 채팅방에 가장 부르기 싫어했을 법한 사람”이라며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부터 악연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골드버그는 2020년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패배자’, ‘바보’로 불렀다며 “그가 2018년 프랑스 파리 외곽의 엔마른 미군 묘지 참배를 취소한 건 비 오는 날 머리 스타일이 망가질까 봐 걱정해서”라고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디애틀랜틱은 실패한 급진 좌파 잡지”라며 골드버그는 ‘사기꾼”, ‘악당’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25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며 골드버그를 비난했다. 한편, 왈츠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에서 “대화방 유출 사건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왈츠가 교훈을 배웠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두둔해 일각에서 제기된 경질설을 일축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과 러시아가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안을 두고 12시간 넘게 ‘마라톤협상’을 이어갔다. 또 25일엔 미-러 협상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릴레이 회담에 나섰다.러시아 관영매체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미-러 대표단은 2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다. 이는 올해 양국이 진행한 협상 중 가장 긴 시간이다. 미국에선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특사, 마이클 앤턴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이 참석했다. 러시아에선 그리고리 카라신 연방평의회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과 세르게이 베세다 연방보안국(FSB) 국장 고문이 참여했다.양국 대표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전화로 합의한 ‘30일간 부분 휴전안’(에너지·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 또 ‘흑해 곡물 협정’ 재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을 보장하는 이 협정은 전쟁 발발 후 체결됐지만 러시아가 “서방 제재 때문에 협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2023년 7월 파기를 선언했다.미 CBS 방송은 미국과 러시아가 25일 이번 회담과 관련된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 백악관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가까운 미래에 긍정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라신 위원장은 타스통신에 “모든 것이 합의되지는 않았다”라면서도 “러시아와 미국은 유엔 등 국제 사회의 참여를 바탕으로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술적인 협상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양국 정상 간) 대화 계획은 없지만 필요시 빠르게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서 러시아와의 협상과 관련해 “우린 영토, 휴전, (우크라이나) 발전소 소유권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도 곧 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해 4월 한국을 떠나 중국 쓰촨성 청두의 판다 기지로 옮겨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25일 관람객들에게 다시 공개됐다. 푸바오가 외부에 공개된 것은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푸바오는 경련 등 이상 징후를 보여 격리됐다.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는 이날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X’) 계정에 “오늘 아침 푸바오가 워룽 선수핑 판다 기지에서 다시 관람객들을 만났다”며 푸바오의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게시물은 “과거 푸바오는 경련 증상 때문에 모니터링과 치료, 휴식을 받기 위해 비(非)전시 구역으로 옮겨졌다”며 “100일 넘게 사육사와 수의사의 꼼꼼한 보살핌을 받아 정상적인 심리 상태, 식습관, 활동 수준을 되찾은 뒤 성공적으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센터 측은 “푸바오의 건강을 위해 관람객 수와 관람 시간을 제한할 예정”이라며 푸바오의 거처를 철저히 살균 소독하고 녹색 식물과 놀이기구를 더했다고 덧붙였다. 푸바오는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의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 20일 태어났다. 이후 용인 에버랜드에서 사육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만 4세가 되기 전에 반환해야 하는 협약에 따라 지난해 4월 3일 중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난해 말 푸바오가 죽순을 먹다 떠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웨이보에 올라오면서 우려를 낳았다. 센터 측은 “혈액·기생충·전염병 검사 결과 이상이 없었다”며 푸바오의 경련 증상과 관련해 유전자 검사 및 병리학 연구를 추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세심한 보살핌 끝에 푸바오가 이달 초 성공적으로 발정기를 끝냈다”고 덧붙였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해 4월 한국을 떠나 중국 쓰촨성 청두의 판다 기지로 옮겨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25일 관람객들에게 다시 공개됐다. 푸바오가 외부에 공개된 것은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푸바오는 경련 등 이상 징후를 보여 격리됐다.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는 이날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X’) 계정에 “오늘 아침 푸바오가 워룽 선수핑 판다기지에서 다시 대중들을 만났다”며 푸바오의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게시물은 “과거 푸바오는 경련 증상 때문에 모니터링과 치료, 휴식을 받기 위해 비(非)전시 구역으로 옮겨졌다”며 “100일 넘게 사육사와 수의사의 꼼꼼한 보살핌을 받아 정상적인 심리 상태, 식습관, 활동 수준을 되찾은 뒤 성공적으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센터 측은 “푸바오의 건강을 위해 관람객 수와 관람 시간을 제한할 예정”이라며 푸바오의 거처를 철저히 살균 소독하고 녹색 식물과 놀이기구를 더했다고 덧붙였다.푸바오는 2016년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의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 20일 태어났다. 이후 용인 에버랜드에서 사육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만4세가 되기 전에 반환해야 하는 협약에 따라 지난해 4월 3일 중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난해 말 푸바오가 죽순을 먹다 떠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웨이보에 올라오면서 우려를 낳았다.센터 측은 “혈액·기생충·전염병 검사 결과 이상이 없었다”며 푸바오의 경련 증상과 관련해 유전자 검사 및 병리학 연구를 추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세심한 보살핌 끝에 푸바오가 이달 초 성공적으로 발정기를 끝냈다”고 덧붙였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세계 주요 외신들은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한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AP통신은 “한국 헌법재판소가 한 총리의 탄핵을 뒤집고 국정 2인자를 복귀시켰다”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담해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야당에 대한 정치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으로 비롯된 두 달간의 정치적 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며 “한 총리는 30여년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5명의 대통령 아래에서 당파를 초월해 다양한 경력을 쌓은 보기 드문 공직자”라고 소개했다.일본 아사히신문은 “한 총리가 복귀하면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을 맡은 이례적인 체제가 끝나게 됐다”고 짚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 총리가 대국민 담화에서 “미중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대변혁”을 언급한 것을 강조했다.다만, 외신들은 한 총리의 탄핵 기각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비중 있게 다뤘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한 총리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훨씬 더 중대한 결정”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아직도 선고 기일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한국 국민들은 몇 주째 불안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윤 대통령이 복귀한다면 역대 가장 분열된 대한민국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WP도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진영) 양측 모두 헌법재판소가 빨리 결정을 내려 장기간의 정치적 위기에 마침표를 찍을 것을 촉구했다”면서도 “양극화가 심각한 이 나라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예상 일정을 상세히 보도하며 “헌법재판관 8인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엄청난 상황”이라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2일부터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온 상호관세 대상 국가에 한국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4월 2일이 ‘미국 해방의 날’이 될 것이라며 품목별 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를 동시에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발효할 관세의 범위를 좁히고 있다”며 자동차, 반도체 등 개별 산업에 적용하는 품목별 관세는 뒤로 미뤄두고, 상호관세 먼저 부과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호관세의 대상은 이른바 ‘문제적 15% 국가(Dirty 15)’가 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앞서 18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전체 국가의 15%지만 실제로는 미국 무역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들”에 고관세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WSJ은 상호관세 대상 국가는 지난달 미 무역대표부(USTR)가 연방 관보에 게재한 ‘무역 불균형 국가’ 목록과 겹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해당 목록에는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인도, 일본, 멕시코, 러시아, 베트남 등이 포함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상호관세 방침을 밝히면서 각 부처에 “사실상 미국의 모든 무역 파트너국과의 무역 관계를 평가하라”고 지시했던 것에 비하면 접근 범위를 좁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WSJ은 “미국이 주요 무역 상대국에 수십 년간 전례 없이 높은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외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상대국들이 전부 절박한 상황에 놓였을 때 가장 강력한 패를 쥘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2일 발표할 관세 정책을 즉시 발효하기 위해 대통령의 ‘긴급 경제 권한’을 이용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관세의 예외 조항에 대한 기대치도 점점 낮아지는 모양새다. 최근 백악관과 품목별 관세를 논의한 한 업계 관계자는 “예외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일부 로비스트는 기업들에게 “향후 6개월 안에 미국으로 공장을 옮길 수 있다면 직접 백악관이나 상무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관세 유예를 요청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을 방문했던 한국인 여행객 이모 씨(33)와 모친 김모 씨(59), 이모 김모 씨(54) 등 세 명이 실종된 지 열흘째 연락이 끊겨 현지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고 CNN방송 등이 22일(현지 시간) 전했다. 이들은 여행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가 17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한국에 있는 가족이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현지 경찰의 수색이 시작됐다. 애리조나주 코코니노 카운티 경찰에 따르면 이 씨 일행이 탔던 렌터카는 13일 오후 3시경 그랜드캐니언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40번 고속도로를 지났다. 또 이들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감지된 지점에서 약 1.6km 떨어진 곳에선 같은 날 눈 폭풍으로 22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쳤다. 코코니노 카운티 경찰 관계자는 “사고로 발생한 화재가 너무 오래 이어지면서 많은 차량이 전소돼 식별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이 씨 일행이 몰았던 렌터카가 이번 사고에 연관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범죄 연루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23일 “현지 공관은 사건 발생 인지 직후부터 영사를 현장에 파견하고 미국 수사당국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부기관과 대학, 기업 등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지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미 항공우주국(NASA)이 여성·유색인종 우주인을 달에 최초로 착륙시키려는 계획에 대한 언급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올랜도센티넬 등에 따르면 NASA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을 소개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NASA는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해 최초의 여성, 최초의 유색인종, 최초의 국제 파트너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켜 이전보다 더 많이 달 표면을 탐사할 것”이라는 문구를 최근 삭제했다. 이에 대해 앨러드 뷰텔 나사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1972년 아폴로 17호의 달 착륙 이후 반세기 만에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우주 탐사 프로젝트다. 특히 여성과 유색인종을 처음으로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것이 핵심 세부 계획 중 하나였다. 프로젝트 이름을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의 신 아폴로와 쌍둥이인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에서 딴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앞서 1969∼1972년 6차례 진행된 아폴로 임무에서 달에 착륙했던 우주인 12명은 모두 백인 남성이었다. 과학기술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아르테미스 계획의 시작과 여성·유색인종을 달에 착륙시키기로 한 결정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시절이었던 2019년에 이뤄졌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했던 DEI 정책 폐지를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추진하면서 이 프로젝트 역시 철퇴를 맞은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달이 아닌 화성 유인 탐사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1월 취임 연설에서 달 탐사 계획은 언급하지 않고 “화성에 성조기를 꽂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겸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도 화성 탐사에 관심이 많다. 그는 최근 내년 말 화성 탐사용으로 개발 중인 발사체 ‘스타십’에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싣겠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07년생 손녀 카이 트럼프가 ‘미 골프계의 화제의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카이는 20, 21일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래니트빌 세이지 밸리 골프클럽에서 열린 ‘주니어 인비테이셔널 앳 세이지밸리’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아들 찰리와 함께 출전해 큰 관심을 모았다. 카이는 ‘주니어 마스터스’로 불리는 이 대회에서 24오버파를 기록해 꼴찌에 머물렀다. 하지만 ‘골프광 대통령 할아버지’를 둔 덕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최근 유명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또 마이애미대에 골프 특기생으로 진학할 예정이다. 카이의 모친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전 부인인 버네사 트럼프는 최근 타이거 우즈와 교제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골프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번 골프 대회 참가를 계기로 카이의 왕성한 소셜미디어 활동도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카이는 지난해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선 신성(新星) 인플루언서로 여겨졌다. 그는 지난해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서 “할아버지는 부모님이 없을 때 몰래 사탕과 콜라를 주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연설로 얼굴을 알리며 인기가 급상승했다. 현재 카이의 소셜미디어 팔로어는 인스타그램 163만 명, 유튜브 107만 명, 틱톡 300만 명에 이른다. 카이는 유튜브 채널에 자신의 골프 치는 모습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곁에서 스페이스X 로켓 발사를 지켜보는 장면과 요거트 아이스크림 가게 후기에 이르기까지 실시간으로 다양한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주로 젊은 남성들이 듣는 팟캐스트 등에 소셜미디어 전략을 집중한 것과 비교해 “카이의 접근법은 젊은 여성들이 공화당에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경호 라인’ 너머의 모습을 종종 보여 준다는 점도 카이의 특기. 그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는 대통령 취임식 무대의 뒷모습, 아버지 트럼프 주니어의 다정한 모습 등이 담겨 있다. 백악관 출입 기자 출신 작가 케이트 앤더슨 브라워는 WP에 “대통령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자신의 이미지를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과 달리, 카이는 현실적인 트럼프가(家)의 모습을 보여주는 창구”라고 평가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부기관과 대학, 기업 등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지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미 항공우주국(NASA)이 여성·유색인종 우주인을 달에 최초로 착륙시키려는 계획을 최근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올랜도센티넬 등에 따르면 NASA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을 소개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NASA는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해 최초의 여성, 최초의 유색인종, 최초의 국제 파트너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켜 이전보다 더 많이 달 표면을 탐사할 것”이라는 문구를 최근 삭제했다. 이에 대해 앨러드 뷰텔 나사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1972년 아폴로 17호의 달 착륙 이후 반세기 만에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우주 탐사 프로젝트다. 특히 여성과 유색인종을 처음으로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것이 핵심 세부 계획 중 하나였다. 프로젝트 이름을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의 신 아폴로와 쌍둥이인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에서 이름을 딴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앞서 1969∼1972년 6차례 진행된 아폴로 임무에서 달에 착륙했던 12명의 우주인은 모두 백인 남성이었다. 과학기술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아르테미스 계획의 시작과 여성·유색인종을 달에 착륙시키기로 한 결정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시절이었던 2019년에 이뤄졌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했던 DEI 정책 폐지를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추진하면서 이 프로젝트 역시 철퇴를 맞은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달이 아닌 화성 유인 탐사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1월 취임 연설에서 달 탐사 계획은 언급하지 않고 “화성에 성조기를 꽂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겸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도 화성 탐사에 관심이 많다. 그는 최근 내년 말 화성 탐사용으로 개발 중인 발사체 ‘스타십’에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실겠다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07년생 손녀 카이 트럼프가 ‘미 골프계의 화제의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카이는 20~21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래니트빌 세이지 밸리 골프클럽에서 열린 ‘주니어 인비테이셔널 앳 세이지밸리’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아들 찰리와 함께 출전해 큰 관심을 모았다. 카이는 ‘주니어 마스터스’로 불리는 이 대회에서 24오버파를 기록해 꼴찌에 머물렀다. 하지만 ‘골프광 대통령 할아버지’를 둔 덕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최근 유명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또 마이애미대에 골프 특기생으로 진학할 예정이다. 카이의 모친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부인인 버네사 트럼프는 최근 타이거 우즈와 교제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골프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번 골프 대회 참가를 계기로 카이의 왕성한 소셜미디어 활동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카이는 지난해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선 신성(新星) 인플루언서로 여겨졌다. 그는 지난해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 서 “할아버지는 부모님이 없을 때 몰래 사탕과 콜라를 주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연설로 얼굴을 알리며 인기가 급상승했다. 현재 카이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인스타그램 163만, 유튜브에 107만, 틱톡에 300만 명에 이른다. 카이는 유튜브 채널에 자신의 골프 치는 모습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곁에서 스페이스X 로켓 발사를 지켜보는 장면과 요거트 아이스크림 가게 후기에 이르기까지 실시간으로 다양한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주로 젊은 남성들이 듣는 팟캐스트 등에 소셜미디어 전략을 집중한 것과 비교해 “카이의 접근법은 젊은 여성들이 공화당에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경호 라인’ 너머의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는 점도 카이의 특기. 그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는 대통령 취임식 무대의 뒷모습, 아버지 트럼프 주니어의 다정한 모습 등이 담겨있다. 백악관 출입 기자 출신 작가 케이트 앤더슨 브라우어는 WP에 “영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자신의 이미지를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과 달리, 카이는 현실적인 트럼프가(家)의 모습을 보여주는 창구”라고 평가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세 명이 실종된 지 열흘째 연락이 끊겨 현지 경찰이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미국 CNN방송은 22일(현지시간) 이모 씨(33)와 모친 김모 씨(59), 이모 김모 씨(54)가 그랜드캐니언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하던 중 연락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여행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가 17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한국에 있는 가족이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애리조나주 코코니노 카운티 경찰이 차량의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추적한 결과, 이 씨 일행이 탔던 BMW 렌터카는 13일 오후 3시경 그랜드캐니언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40번 고속도로를 지났다.이들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감지된 지점에서 약 1.6km 떨어진 지점에서는 눈 폭풍으로 22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쳤다. 코코니노 카운티 경찰 존 팩스턴 대변인은 “이 사고로 발생한 화재가 너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많은 차량이 식별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종된 가족의 차량이 이 사고에 연관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범죄 연루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도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내비게이션이 악천후를 인지하지 못하고 산림 도로로 길을 안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역 병원과 인근 도로 등을 수색했으나 이 씨 일행을 찾지 못했다. 신호가 끊긴 이후 이들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실종자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전단을 만들어 인근 지역에 배포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23일 “현지 공관은 사건 발생 인지 직후부터 △영사 현장 파견 △미국 수사당국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요청 △실종자 가족 지원 등 필요한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현지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돈과 건강, 그리고 또 무엇이 ‘행복’한 삶을 만들까. 세계 행복의 날인 3월 20일을 맞아 공개된 유엔 ‘’의 결론은 “이 세상은 친절하다”는 믿음과 ‘친(親)사회적 행동’이다. 2012년 이후 13번째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많은 나라에서 이러한 믿음과 행동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크게 꺾이지 않고 확산돼 왔다고 밝혔다.하지만 사회적 고립이 많아지고, 알코올·약물중독으로 인한 사망과 자살 등 ‘절망사(死)’가 늘어난 예외적인 나라들도 있었다. 한국과 미국이 여기에 포함됐다. 사람들이 전반적인 삶의 질을 스스로 평가해 매긴 주관적 행복 점수에서 한국은 147개국 중 58위로 지난해(143개국 중 52위)보다 떨어졌고, 미국은 24위로 2012년 보고서 발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외로움과 직결된 ‘혼밥’이번 보고서는 ‘식사 공유’, 즉 알고 지내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식사가 삶의 만족도와 직결된 요소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 ‘혼밥’의 빈도 역시 유독 높은 나라였다. 특히 일주일에 저녁 식사를 누군가와 함께하는 횟수는 평균 1.6회에 불과해 조사 대상 142개국 중 135위였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선 ‘혼밥 문화’로 잘 알려진 일본(1.8회)보다도 적었다. 점심 식사까지 포함해도 식사 공유 횟수는 주 4.3회에 그쳤다. 나머지 약 10회가량은 혼자 밥을 먹거나 식사를 거른다는 의미다. 이는 조사 대상 142개국 중 127위다. 반면 중남미 국가들은 평균 8.8회였고 북미 및 오세아니아, 서유럽 등도 평균 8회 이상이었다.혼밥 빈도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늘었다. 동아시아에서 주간 식사 공유횟수는 30세 미만에서는 6.4회였지만 60세 이상에서는 4.6회로 뚝 떨어졌다. 다만 1인 가구 증가 추세 속에서 젊은이들의 혼밥도 늘고 있다. 심층 사례연구가 진행된 미국에선 2003~2023년 사이에 18~24세의 혼밥이 180% 이상 급증했다. 연구를 진행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알베르토 프라티 교수(경제학)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대부분 국가에서 노인들의 혼밥이 가장 잦지만, 젊은이들의 추세도 미국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문제는 혼밥과 외로움이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주 12회 이상 식사를 공유한다고 답한 그룹에선 “어제 외로움을 느꼈다”고 응답한 비율이 18%에 불과했지만, 일주일 내내 혼밥을 한다고 답한 그룹에서는 38%로 뛰었다. 보고서는 “식사 공유 횟수는 ‘삶의 질’을 예측하는 데 있어 소득이나 실업률만큼 강력한 지표”라며 나이, 성별, 국가, 문화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얀-엠마누엘 드네브 옥스퍼드 웰빙 연구센터 소장은 “사회적 고립과 정치적 양극화의 시대에 사람들을 식탁에 모으는 것은 개인과 집단의 행복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라티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의 학생 식당에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것처럼 긴 나무 테이블을 놓는 전통이 있다”라며 “직장이나 학교 등의 기관이 구내식당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가까이 앉도록 만드는 것도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친절 늘수록 ‘절망사’ 줄어든다연구진이 이밖에 “친절한 행동이 많은 나라일수록 절망으로 인한 사망이 적다”는 발견에도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낯선 사람 돕기, 기부, 봉사 등 친사회적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은 2017~2019년 평균 63%에서 2022~2024년 70%로 늘었다. 반대로 절망사는 2000~2019년 조사 대상국 59개국 중 75%에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하지만 한국은 여기에서도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였다. 나머지 16개국 중 절망사가 가장 많이 늘어난 나라는 10만 명당 연간 평균 1.3명이 증가한 미국이었고, 한국과 슬로바키아가 2, 3위로 뒤를 이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60세 이상 남성의 자살이 이러한 수치를 견인했다.연구진은 미국, 한국을 8년째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오른 핀란드의 사례와 비교해 주목했다. 한미 양국은 절망사 수치도 높고 증가세도 가팔랐다. 반면 핀란드는 절망사 수치 자체는 우리나라와 비슷했지만 10만 명당 약 0.9명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결정적 차이는 미국은 한국에서는 친사회적 행동이 줄었지만, 핀란드에서는 늘었다는 점이었다. 연구 담당자인 룩셈부르크 국립통계경제연구소의 프란체스코 사라치노 연구부 국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절망사는 단순히 현재 삶의 만족도보다는 미래에 대한 장기적 희망과 더 관련이 크다”라며 “자신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상실하는 경험이 점진적으로 절망사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친사회적 행동은 개인이 이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막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라며 “사람들이 외롭거나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덜 받게 만들고, 도움이 필요할 때 손쉽게 받을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친사회적 행동은 자살 고위험군을 비롯해 모든 사람에게 권장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라며 구체적으로 학교에서 경쟁보다 자원봉사를 장려하고, 정부가 친사회적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사라치노 국장은 한국이 수년째 이어지는 ‘높은 자살률’에 무감각해지는 것에도 경고음을 울렸다. 그는 “이런 분위기는 한국 사회가 절망사를 하나의 ‘선택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데다, 개인이 겪는 극심한 고통에 대한 책임을 특정 가해자에게 전가한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혼밥’과 ‘절망사’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분석했다. 사라치노 국장은 “사람들은 주로 가족이나 동료 등 이미 아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공유하지만, 절망사 위험군은 애당초 이런 네트워크에서 배제됐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혼밥을 줄이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고립된 사람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감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들 외로움, 2006년보다 39% 증가한편 올해 국가별 행복 순위는 핀란드가 10점 만점에 7.736점으로 1위를 지켰고,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뒤를 이었다. 코스타리카(6위)와 멕시코(10위)가 처음으로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아프가니스탄은 1.364점으로 ‘가장 불행한 국가’에 올랐다. 국가별 행복 순위는 각국 국민이 주관적으로 평가한 3년치 ‘삶의 질’ 점수를 토대로 1인당 GDP, 건강 기대수명,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자유로움, 부패에 대한 인식 등의 요소를 반영해 집계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웰빙 연구센터와 여론조사기관 갤럽,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협업해 발간한 올해 보고서는 돌봄과 자선의 영향에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자비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지만, 실제 세상은 예상보다 훨씬 친절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이어 “삶의 질은 우리가 세상의 친절함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상당 부분 좌우된다”라며 “타인의 친절을 믿으면 개인의 행복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다소 비관적인 수치들도 제시됐다. 2023년 전 세계 18~29세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은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는데, 이는 2006년에 비해 39% 증가한 수치다. 연구진은 “청년기는 한때 ‘인생 최고의 시기’로 여겨졌지만, 지금 북미와 서유럽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낮다”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신뢰’의 감소가 정치 양극화와 연관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구진은 “포퓰리즘은 대체로 불행에서 기인하지만, 대중이 좌우 중 어디로 기우는지는 사회적 신뢰에 달려있다”라며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 부족은 극우의 부상과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한국인은 일주일에 타인과 저녁 식사를 하는 횟수가 평균 1.6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인 스스로가 전반적인 삶의 질을 평가해 매긴 ‘주관적 행복 점수’에서도 전 세계 147개국 중 58위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6계단 떨어진 수치다. 20일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세계행복보고서 2025’에 따르면 한국인의 2022∼2023년 이른바 ‘저녁 혼밥’ 빈도는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식사 공유’가 소득, 취업 상태 못지않게 행복과 직결되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연령, 성별, 국가, 문화를 막론하고 다른 이와 함께 식사하는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잦은 ‘혼밥’은 행복감을 떨어뜨린다는 의미다. 연구를 진행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알베르토 프라티 교수(경제학)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에선 고령일수록 혼밥이 잦은 편이지만 이 추세가 머잖아 젊은 층으로도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학교와 직장 등에서 크고 긴 테이블을 놓아 여러 사람이 식탁 주위에 모이게 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한국인, 주 5번 이상 ‘저녁 혼밥’… 행복지수 6계단 밀려 58위‘함께 식사’ 점심 포함해도 주 4.3회1인 가구 증가 속 청년 혼밥 늘어세계적 감소세 절망사, 韓은 증가“기부-봉사-타인 돕기 권장해야”● 외로움 직결된 혼밥, 젊은 층서도 증가 전망한국인의 식사 공유 횟수는 2022∼2023년 저녁 식사 기준으로 1주일 평균 1.6회였다. 조사대상 142개국 중 135위였고, G20 중에서는 일본(1.8회)과 함께 최하위권이었다. G20 중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5.0회), 호주(4.9회), 멕시코와 캐나다(4.8회), 아르헨티나(4.7회), 브라질과 이탈리아(4.6회) 등이 타인과 저녁 식사를 많이 즐기는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인은 점심을 합해도 타인과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1주일에 평균 4.3회에 그쳤다. 중남미 국가들이 평균 8.8회, 북미·호주·뉴질랜드와 서유럽이 각각 8.3회인 것과 대조된다.혼밥 빈도는 여러 국가에서 연령대가 높을수록 많았다. 특히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주간 식사 공유 횟수는 30세 미만에서는 6.4회였지만 60세 이상에서는 4.6회로 뚝 떨어졌다. 다만 1인 가구 증가 추세 속에서 각국 젊은이의 혼밥도 늘고 있다. 심층 사례연구가 진행된 미국에선 2003∼2023년에 18∼24세의 혼밥이 180% 이상 늘었다.문제는 혼밥이 인간의 외로운 감정을 고조시킨다는 점이다. 주 12회 이상 식사를 공유한다고 밝힌 사람의 18%만이 “어제 외로움을 느꼈다”고 답했다. 반면 1주일 내내 혼밥을 한다고 답한 그룹에서는 38%가 “외로움을 느꼈다”고 했다.얀에마뉘엘 더 네버 영국 옥스퍼드대 웰빙연구센터 소장은 “사회적 고립과 정치적 양극화 시대에 사람들을 식탁에 모으는 것은 개인과 집단의 행복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프라티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의 학생식당에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것처럼 긴 나무 테이블을 놓는 전통이 있다”며 “구내식당 등 사람들이 점심을 먹는 장소들을 이런 식으로 설계하는 것도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자원봉사 많이 할수록 ‘절망사’ 감소자살, 약물중독,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사망을 뜻하는 ‘절망사’의 경우 2000∼2019년 조사대상국 59개국 중 43개국에선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하지만 한국에선 절망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망사가 늘어난 16개국 중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인 나라는 10만 명당 연간 평균 1.3명이 증가한 미국이었고, 한국과 슬로바키아가 각각 2, 3위였다. 특히 한국에서는 60세 이상 남성의 자살이 늘어나 우려를 낳고 있다.연구진은 한국과 미국을 8년째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오른 핀란드의 사례와 비교해 주목했다. 한국과 미국은 절망사 수치도 높고 증가세도 가팔랐다. 반면 핀란드는 절망사 수치 자체는 한국과 비슷했지만 10만 명당 연간 평균 약 0.9명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연구진은 이런 결과의 차이로 한국과 미국에서는 기부, 봉사, 낯선 사람 돕기 같은 친사회적 행동이 줄었지만, 핀란드에서는 늘었다는 것을 꼽았다. 연구 담당자인 룩셈브루크 국립통계경제연구소의 프란체스코 사라치노 연구부국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절망사는 단순히 현재 삶의 만족도보다는 미래에 대한 장기적 희망과 관련이 높다”며 “친사회적 행동은 개인이 희망을 잃는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막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그는 “친사회적 행동을 자살 고위험군을 비롯해 모든 사람에게 권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학교에서 경쟁보다 자원봉사를 장려하고, 정부가 친사회적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유엔 세계행복보고서는 옥스퍼드대 웰빙연구센터, 여론조사회사 갤럽,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협업해 매년 발간한다. 올해 세계 행복 순위는 핀란드(10점 만점에 7.736점)와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1∼4위를 차지했다. 아프가니스탄은 1.364점으로 ‘가장 불행한 국가’에 올랐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