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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스케이트 경기를 보지 않았어야 했습니다.”(타라 리핀스키·미국·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빙판 위에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공정의 가치가 실종된 올림픽 무대 앞에서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되고도 15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출전을 강행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이다. 국내외 피겨 중계진은 이른바 ‘침묵 중계’로 항의의 뜻을 전했다. 미국 NBC 해설을 맡은 리핀스키와 조니 위어(올림픽 남자 싱글 출전)는 이날 발리예바가 연기한 약 3분 동안 침묵을 지켰다. 연기에 대한 분석 없이 점프와 관련해서만 짧게 발언했다. 위어는 “스케이터이자 스케이팅 팬으로서 그의 연기를 해설해야 한다는 게 매우 불편하다”고 했다. 중계 후 트위터를 통해 “맡았던 방송 중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위어와 리핀스키의 조용한 분노’라고 표현했다. KBS, SBS 해설진도 경기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고 MBC 해설진은 기술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금지 약물을 복용하고도 떳떳하게 올림픽 무대에서 연기를 한 선수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해진 MBC 해설위원은 “자신이 만든 도핑이라는 감옥 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도 불공정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이날 쇼트에서 8위를 한 미국의 얼리사 류(17)는 “도핑 선수와 (도핑 이력이 없는) 깨끗한 선수가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28위로 프리스케이팅 진출에 실패한 영국의 너태샤 매케이(27)도 “피겨는 물론 모든 스포츠는 공평한 경쟁의 장에서 열려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이런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82.16점으로 쇼트 1위를 한 발리예바는 경기 뒤 “감사합니다”란 말만 남긴 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1∼3위가 참가하는 기자회견에도 불참했다. IOC는 발리예바가 입상할 경우 꽃다발을 주는 간이시상식은 물론 메달 수여식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5000m 계주에서 12년 만에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5000m 계주 결선에서 6분41초679의 기록으로 캐나다(6분41초257)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남자 계주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건 2010년 밴쿠버 대회 은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이날 박장혁(24·스포츠토토), 곽윤기(33·고양시청), 이준서(22·한국체대), 황대헌(23·강원도청) 순으로 레이스에 나선 한국은 경기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가며 좋은 레이스를 펼쳤다. 올 시즌 월드컵 남자 계주 1위 캐나다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하던 한국은 13바퀴를 남기고 다시 2위로 내려앉았고 결국 두 번째로 경기를 마쳤다. 동메달은 6분43초431로 이탈리아에 돌아갔다. 남자 대표팀은 2010 밴쿠버, 2018 평창에 이어 세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에 도전했던 맏형 곽윤기를 필두로 이번 대회 내내 찰떡 호흡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전까지 밴쿠버 5000m 계주 은메달이 유일했던 곽윤기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생애 첫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금만큼 값진 은메달을 하나 더 목에 걸었다. 밴쿠버 시상식 당시 시상대 위에서 ‘아브라카다브라’ 시건방 춤을 선보였던 곽윤기는 이날 경기 뒤 열린 간이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 춤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박장혁의 부상 투혼도 빛났다. 7일 남자 1000m 준준결선 도중 중국 우다징과의 충돌 과정에서 왼쪽 손등이 찢어져 11바늘을 꿰맸던 박장혁은 붕대를 감고 경기에 나섰다. 전재수 헝가리 대표팀 감독에게 어렵사리 큰 사이즈 장갑을 구해 주기도 했다. 11일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에 불참했던 그는 이날 결선에서는 팀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역주했다. 손의 통증을 참아가며 다음 주자인 곽윤기의 엉덩이를 힘껏 밀었다. 막내 이준서도 발목 통증을 참아가며 메달을 합작했다. 결선에 나서진 못했지만 준결선에서 김동욱(29·스포츠토토)의 역주도 빛났다. 경기 뒤 곽윤기는 “금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못 따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면서도 “(그래도) 5000만 국민 모두와 함께 뛴다는 마음으로 달렸다”라고 말했다. 남자 1500m 금메달에 이어 대회 두 번째 메달을 건 황대헌은 “좋은 동료와 합심해 값진 결과를 얻었다”며 “색깔이 중요한게 아니다. 지금도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값지다”라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마지막 날까지 바람 잘 날 없었다. 개최국 중국에 유리한 판정 논란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이 마지막 경기 날까지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홍역을 치렀다. 문제가 된 상황은 16일 첫 경기로 치러진 여자 1500m 준준결선 1조에서 발생했다. 1조에서 경기를 치른 최민정(24·성남시청)은 압도적인 바깥쪽 추월에 성공하며 여유롭게 조 1위로 준결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결승선을 통과하는 최민정의 얼굴이 밝지 않았다. 당황한 표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양 손을 들어올리고 오른손 검지로 무언가를 가리키기도 했다. 상황은 이랬다. 시스템 오류로 경기장 내 전광판의 남은 바퀴 숫자와 실제 경기 내 남은 바퀴 수가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경기가 끝나고도 20분 넘게 최종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최민정의 기록은 1조에서 가장 빠른 2분20초846으로 집계됐지만 다른 조와 달리 랩 타임과 바퀴별 순위 등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동네 시합도 아니고 미숙한 경기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 걸맞은 경기 운영은 마지막 날마저도 찾아볼 수 없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쉬자너 스휠팅(25·네덜란드)을 넘어라.’ 16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 출전하는 여자 대표팀 최민정(24·성남시청), 이유빈(21·연세대), 김아랑(27·고양시청)의 숙제다. 마지막 종목에서 ‘노 골드’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회 3관왕에 도전하는 스휠팅과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에서 5개 전 종목 석권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한 스휠팅은 올 시즌 헬멧에 세계선수권 종합 랭킹 1위를 뜻하는 ‘1번’을 달았다. 베이징에서도 대회 쇼트트랙 최고 스타다. 여자 1000m와 3000m 계주 금메달, 500m 은메달 등 혼성 2000m 계주를 제외하고 모든 출전 종목에서 시상대에 섰다. 1500m 시즌 랭킹은 2위다. 빼어난 성적은 메달에 그치지 않는다. 5일(경기일 기준) 동안 개인, 계주 종목에 출전해 모든 종목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5차례 썼다. 하루에 한 번꼴로 올림픽 신기록을 쓴 셈이다. 1000m의 경우 9일 예선에서 올림픽 신기록(1분27초292)을 세운 뒤 이틀 뒤 준준결선에서 세계신기록(1분26초514)을 쓰며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대 강점은 압도적인 스피드다. 2012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겨울유스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4위를 했을 정도로 빼어난 스프린트 능력을 가지고 있다. 베이징에서도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함께 출전하는 것을 고민했을 정도다. 경기 운영 역시 탁월하다. 11일 1000m 결선 당시 첫 바퀴부터 마지막 9바퀴까지 내내 선두 자리를 지켰다. 2018 평창 대회 여자 1500m 금메달리스트인 최민정과 이번 대회 마지막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마지막 훈련을 마친 최민정은 “대표팀을 하면서 경쟁했던 모든 선수들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스휠팅도 그런 선수 중 하나다.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13일째인 16일에는 쇼트트랙 마지막 경기가 열린다. 7개 세부종목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한 한국 쇼트트랙은 남은 여자 1500m, 남자 5000m 계주에서 추가 메달 사냥에 나선다. 쇼트트랙이 올림픽에 도입된 1992 알베르빌 대회 이후 한국은 대회마다 최소 금메달 2개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여자 1500m에서는 2018 평창 금메달리스트 최민정(24·성남시청)이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가운데 이유빈(21·연세대)도 메달 사냥에 나선다. 2018 평창 대회 당시 서현고 2학년으로 대표팀 막내였던 이유빈은 이번 대회 대표팀의 ‘히든카드’다. 이유빈에게도 1500m는 자신감 넘치는 종목이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 4차 대회에서 금메달, 3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시즌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AP통신도 이유빈의 여자 1500m 우승 가능성을 점쳤다. 이유빈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친오빠(이준서)를 따라 쇼트트랙을 시작했다. 단거리 육상 선수였던 아버지와 허들 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포츠 유전자는 타고났다. 2017년 1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3개 종목 석권으로 종합 1위에 오르며 두각을 드러냈다. 성인 대표팀 데뷔 시즌에 평창 올림픽을 경험하며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다. 계주 준결선 도중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기도 했지만 동료들과 합심해 끝내 최정상에 섰다. 대표 선발전 1위 심석희(25)가 자격정지 징계로 이탈하면서 대신 개인전에 출전하게 된 이유빈은 베이징에서 점점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첫 개인종목 500m에서는 26위, 1000m에서는 파이널B에 오른 끝에 6위를 했다. 여자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날개를 달았다.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이유빈은 레이스 초반 앞쪽으로 치고 나와 경기를 직접 끌고 나가는 데 강점이 있는 선수다. 체격이 큰 유럽 선수를 추월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 직접 경기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대학 3학년이 되는 이유빈은 또래들처럼 이것저것 관심도 많다. 춤은 물론이고 폴댄스도 취미로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팬 ‘아미’인 이유빈은 리더 RM이 인스타그램에 여자 계주 은메달을 축하하는 게시물을 올린 것을 인용하며 “올림픽 너무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종목은 더 재밌고 멋있게 타볼게요”라고 각오를 다졌다.한편 같은 날 5000m 계주 결선을 치르는 남자 대표팀은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16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남자 1500m에 이어 2관왕에 도전하는 황대헌은 “마지막에 함께 어깨동무하고 후련하게 ‘후회 없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13일째인 16일에는 쇼트트랙 마지막 경기가 열린다. 7개 세부종목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한 한국은 남은 여자 1500m, 남자 5000m 계주에서 추가 메달 사냥에 나선다. 쇼트트랙이 올림픽에 도입된 1992 알베르빌 대회 이후 한국은 대회마다 최소 금메달 2개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여자 1500m에서는 2018 평창 금메달리스트 최민정(24·성남시청)이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가운데 이유빈(21·연세대)도 메달 사냥에 나선다. 2018 평창 대회 당시 서현고 2학년으로 대표팀 막내였던 이유빈은 이번 대회 대표팀의 ‘히든 카드’다. 이유빈도 1500m는 자신감 넘치는 종목이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금메달, 3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시즌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AP통신도 이유빈의 여자 1500m 우승 가능성을 점쳤다. 이유빈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친오빠(이준서)를 따라 쇼트트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케이트라고 하기에 쇼트트랙이 아닌 피겨를 배우는 줄 알았다고 한다. 단거리 육상 선수였던 아버지와 허들 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포츠 유전자는 타고 났다. 2017년 1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3개 종목 석권으로 종합 1위에 오르며 두각을 드러냈다. 성인 대표팀 데뷔 시즌에 평창 올림픽을 경험하며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다. 계주 준결선 도중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기도 했지만 동료들과 마음을 모아 끝내 최정상에 섰다. 평창에서는 계주만 뛰었다. 대표 선발전 1위 심석희(25)가 자격정지 징계로 이탈하면서 대신 개인전에 출전하게 된 이유빈은 베이징에서 점점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첫 개인종목 500m에서는 26위에 그쳤지만 1000m에서는 파이널B에 오른 끝에 6위를 했다. 13일 여자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날개를 달았다.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대회 초반에는 컨디션이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 경기가 계속될수록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다”며 “이유빈은 레이스 초반 앞쪽으로 치고 나와서 경기를 직접 끌고 나가는 데 강점이 있는 선수다. 체격이 큰 유럽 선수를 추월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서 직접 경기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유빈은 16일 캐나다의 킴 부탱(28) 등과 1500m 준준결선 5조에 포함됐다. 대학교 3학년이 되는 이유빈은 또래들처럼 이것저것 관심도 많다. 춤은 물론 폴 댄스도 취미로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팬 ‘아미’인 이유빈은 리더 RM이 인스타그램에 여자 계주 은메달을 축하하는 게시물을 올린 것을 인용하며 “올림픽 너무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종목 더 재밌고 멋있게 타볼게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월드컵 당시 해군에서 복무 중인 오빠를 위해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선보였던 그가 베이징 시상대에서도 다시 한 번 같은 세리머니를 선보일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도 높다. 한편 같은 날 5000m 계주 결선을 치르는 남자 대표팀은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16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남자 1500m에 이어 2관왕에 도전하는 황대헌은 “마지막에 함께 어깨동무하고 후련하게 ‘후회 없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치킨 연금’이 등장했다.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인 황대헌(오른쪽)에게 제너시스BBQ 회장인 윤홍근 선수단장(왼쪽)이 사기 진작 차원에서 ‘평생 치킨 제공’을 약속하며 화제가 된 것. 여자 1000m 은메달리스트인 최민정 등에게도 남은 경기 성적에 따라 추가 혜택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선전을 통해 ‘치킨 연금’ 대상자가 더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의 모토는 ‘흔적을 남기는 삶’이다. 2010 밴쿠버, 2018 평창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는 곽윤기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베이징에서 남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그중 하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이다. 설 명절을 맞은 남자 대표팀의 세배 영상, 오륜기 조형물 앞에서의 기념촬영 영상, 여자 3000m 계주 결선 관전 영상 등을 올리며 선수촌 생활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있다. 10일에는 지난해 월드컵 기간 중 네덜란드 쇼트트랙 선수와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에 나온 달고나 뽑기 게임을 하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달 초 16만 명이었던 구독자도 14일 약 70만 명으로 늘었다. 곽윤기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말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워했다. 선수촌 영상은 자신이 촬영을 하고, 편집 등은 국내 스태프들이 하고 있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업로드는 계속할 예정이다. 맏형으로서 선수들과의 소통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27)과 개회식 기수를 맡은 그는 훈련장 기념촬영, 다른 나라 선수와 기념핀 교환 등 올림픽 무대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후배들에게 적극 소개하고 있다. 이유빈(21·연세대), 서휘민(20·고려대) 등 계주 경험이 적은 여자팀 후배들을 위해 여자 계주 훈련에도 ‘특별강사’로 동참했다.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에 곽윤기는 “내가 동료들을 잘 만난 것뿐이다. 이렇게 좋은 후배들이 있어서 더 힘이 나는 것 같다”며 공을 돌렸다. 이번 대회 개최국 중국에 유리하게 적용될 판정 논란을 예상한 듯 개회 전 “동료들과 중국 선수와 바람만 스쳐도 실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하기도 했다. 곽윤기의 이 같은 남다른 행동은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다. 아직까지 곽윤기의 올림픽 메달은 2010 밴쿠버 올림픽 남자 5000m 계주에서 따낸 은메달이 전부다. 11일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곽윤기는 마지막 바퀴에서 인코스 추월에 성공하며 조 1위로 결선 진출을 이끌었다. 준결선 때와 같은 역할을 맡는다면 결선에서도 그의 스케이트 날 끝에 메달 색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살려 ‘올림픽 최초의 유튜버 메달리스트’가 되기를 꿈꾼다. 밴쿠버 대회 시상식 때 ‘아브라카다브라’의 시건방 춤을 선보였던 곽윤기가 베이징에서도 다시 깜짝 세리머니를 선보일까. 이에 대해 그는 “전혀 세리머니에 대한 생각이 없다. 세리머니를 염두에 두면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냥 담담하게 경기를 치르고 세리머니도 별도로 하지 않을 계획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팬들은 다만 끼와 흥이 넘치는 그가 시상대 위에서 어떤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역사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곽윤기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는 16일 열린다. 곽윤기는 다음 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정든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시상식. 한국에 앞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따낸 네덜란드 여자 대표팀 4명은 시상대에 오른 뒤 일제히 입맞춤한 손을 하늘로 들어 흔들었다. 시선은 하늘 너머 어딘가를 향한 듯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전 동료 라라 판라위번을 위한 추모 세리머니였다. 2018 평창 대회 여자 계주 동메달 멤버인 판라위번은 2020년 7월 훈련 도중 자가면역질환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판라위번은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500m 금메달을 따는 등 ‘베이징 금메달 꿈’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이날 금메달을 획득한 동료들은 입을 모아 판라위번을 기렸다. 이아라 판케르크호프(32)는 “오늘 아침 라라에게 힘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늘 우리와 함께 있고 우리를 돕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쉬자너 스휠팅(25) 역시 “라라가 우리를 자랑스럽게 내려다봤다. 그는 늘 우리 마음속에 특별히 자리하고 있다. 금메달 또한 그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인 네덜란드는 그동안 쇼트트랙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다. 2018 평창 대회 때까지 쇼트트랙에서 따낸 역대 올림픽 메달은 5개(금 1개, 은 2개, 동 2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베이징에서는 여자 1000m 금메달, 500m 은메달을 따낸 에이스 스휠팅의 활약에 힘입어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편파 판정 논란을 일으키며 쇼트트랙 메달 1위로 올라선 개최국 중국(금 2개, 은 1개, 동 1개)에 동메달 하나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시상대에 함께 오르지 못했지만 판라위번과 함께한 시간들도 역대 최고의 성적표에 녹아 남게 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의 모토는 ‘흔적을 남기는 삶’이다. 2010 밴쿠버,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을 밟는 곽윤기는 자신의 은퇴 무대가 될 베이징에서 남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한 팬과의 소통이다. 2019년 8월 개설한 채널 ‘꽉잡아윤기’를 통해 그는 베이징에서 설 명절을 맞은 남자 대표팀의 세배 영상, 올림피언의 필수코스인 오륜기 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 영상 등을 올리며 폐쇄루프 속 선수촌 생활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있다. 14일에는 전날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선 직관 장면을 올리기도 했다. 10일에는 지난해 월드컵 기간 중 네덜란드 쇼트트랙 선수와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에 나온 달고나 뽑기 게임을 하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16만 명이었던 구독자도 현재 66만 명으로 늘었다. 하루에만 10만 명이 늘어날 정도로 성장세가 빠르다. 선수단 내 소통은 더 할 나위 없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27)과 개회식 기수를 맡은 그는 훈련 도중 기념 촬영을 하고 다른 나라 선수와 기념핀을 교환하는 등 올림픽 무대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후배들에게 적극 소개하고 있다. 이유빈(21·연세대), 서휘민(20·고려대) 등 계주 경험이 적은 여자팀 후배들을 위해 여자 계주 훈련에도 ‘특별강사’로 동참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표팀 ‘스피커’로 소신 발언을 하기도 한다. 앞서 혼성 2000m 계주에서 판정 논란 끝에 중국이 금메달을 따자 “동료들과 중국 선수와 바람만 스쳐도 실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곽윤기의 이 같은 남다른 행동들은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곽윤기의 올림픽 메달은 2010 밴쿠버 올림픽 남자 5000m 계주에서 따낸 은메달이 전부다. 2010 밴쿠버 올림픽 남자 500m와 2018 평창 올림픽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4위를 했다. 11일 열린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곽윤기는 마지막 바퀴에서 인코스 추월에 성공하면서 조 1위로 결선 진출을 이끌었다. 준결선 때와 같은 역할을 맡는다면 결선에서도 그의 스케이트날 끝에 메달 색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주요 경계대상은 남자 계주 시즌 랭킹 1위 캐나다. 준결선에서 구제된 개최국 중국과의 충돌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밴쿠버 대회 시상식 때 ‘아브라카다브라’의 시건방 춤을 선보였던 곽윤기가 베이징에서도 다시 한 번 깜짝 세리머니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쇼트트랙 역사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곽윤기의 마지막 질주는 16일 진행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3000m 계주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따낸 전체 5번째 메달이다. 김아랑(27·고양시청), 최민정(24·성남시청), 이유빈(21·연세대), 서휘민(20·고려대) 순서로 경주에 나선 한국은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결선에서 4분3초627로 올림픽 기록(4분3초409)을 새로 쓴 네덜란드에 0.218초 뒤져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4분3초863)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4 릴레함메르 대회 때부터 2006 토리노 대회 때까지 이 종목 4연패를 차지했던 한국은 2014 소치,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한 번 더 올림픽 3연패를 노렸지만 시즌 랭킹 1위 네덜란드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편 차민규(29·의정부시청)는 전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39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에서도 이 종목 은메달을 차지했던 차민규의 2개 대회 연속 올림픽 은메달이다.[베이징 겨울올림픽]심석희 빠지고 ‘핵심’ 김지유 부상… 월드컵대회서 모두 최하위 그쳐첫 주자 김아랑 한바퀴만 돌고, 에이스 최민정이 두바퀴 반막판 두바퀴 남기고 2위 올라… 계주 3연패 못이뤘지만 ‘값진 銀’ 13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은 겨울올림픽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1994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06 토리노 대회까지 4연속, 2014 소치 대회부터 4년 전 평창 대회까지 2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던 팀이었다. 평창 올림픽 당시 레이스 도중 이유빈(21·연세대)이 넘어졌음에도 최민정(24·성남시청)이 침착하게 따라가 손을 터치한 뒤 경쟁자들을 역전하는 것은 물론 올림픽 신기록까지 다시 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금메달을 합작한 멤버 중 최민정, 김아랑(27·고양시청), 이유빈이 이번 올림픽에도 나서지만 역설적으로 ‘역대 최약체’라는 오명을 썼다. 최민정과 함께 평창 대회 당시 원투펀치로 활약한 심석희가 전력에서 빠졌다. 심석희가 평창 대회 당시 주고받은 문자를 통해 1000m에서 최민정과 고의로 충돌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동료들을 비하한 사실 등이 밝혀지며 충격을 줬다. 설상가상 대표 선발전에서 3위를 차지한 김지유(23)가 올림픽을 준비하던 도중 부상으로 낙마해 최민정의 부담을 나눌 ‘투 펀치’가 없었다. 2021∼20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여자 대표팀은 한 번도 3000m 계주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1차 대회에서 3위, 2차 대회에서 2위, 3, 4차 대회에서 모두 최하위에 그쳤다. 특히나 부상을 털고 최민정이 합류했음에도 3, 4차 대회에서 반등은 없었다. 여자 대표팀을 향한 관심사는 올림픽 3연패보다는 내우외환을 겪은 팀의 ‘내부 분위기’였다. 9일 열린 여자 계주 3000m 준결선 2조에 나선 한국은 ‘턱걸이’로 결선에 올랐다.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세 번째로 바통을 이어받은 최민정이 막판 역전극을 펼치지 못했다면 결선 무대에 못 설 뻔했을 정도로 경기력 자체는 좋지 않았다. 준결선 기록(4분5초904)도 결선에 오른 네 팀 중 꼴찌였다. 하지만 최민정의 표현대로 ‘쇼트트랙은 기록보다 상대적 경기’다. 결선에서 첫 주자인 김아랑이 한 바퀴만 돌고 이를 이어받은 최민정이 두 바퀴 반을 달리는 등 에이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변칙작전을 구사한 한국은 4위에서 더 높은 자리를 호시탐탐 노렸다.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3위로 올라선 한국은 최민정이 2바퀴를 남기고 앞 주자를 제친 뒤 이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4분3초627). 월드컵 2∼4차 대회에서 3연속 우승하며 ‘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을 이어받은 네덜란드가 4분3초409의 새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중국(4분3초863)이 동메달을 가져갔다. 한국으로서는 최약체라는 오명 속에 거둘 수 있었던 가장 값진 결과였다. 이틀 전 1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울었던 최민정은 이날 비로소 활짝 웃었다. 최민정은 “여자 계주가 올림픽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둬 기세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 후회는 없다. 팀원들을 비롯해 시간을 내서 훈련을 도와준 남자 선수들에게도 고맙다”는 소감을 전했다. 남자 500m 메달 사냥에 나섰던 황대헌(23·한국체대 졸업 예정)은 준결선에서 탈락했다. 준결선 2조 주자로 나선 황대헌은 마지막 코너에서 추월을 시도하던 도중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부딪히며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뒤 실격 판정을 받았다. 뒤부아는 어드밴스로 결선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두 번째 주말에도 태극전사들의 메달 행진이 이어졌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13일 여자 3000m 계주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차민규(29·의정부시청)는 12일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역대 최약체 우려 속 값진 메달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값진 은메달을 추가했다.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4분3초627의 기록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네덜란드(4분3초409)에 이어 두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림픽 3연패 꿈은 아쉽게 무산됐다. 김아랑(27·고양시청), 최민정(24·성남시청), 이유빈(21·연세대), 서휘민(20·고려대) 순으로 경기에 나선 한국은 27바퀴 레이스 내내 3위권을 유지했다. 2바퀴를 남기고 마지막 주자 최민정이 캐나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대회 전 여자 대표팀은 심석희(25)의 2개월 자격정지 징계, 김지유(23)의 부상 낙마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겪었다. 역대 최약체라는 우려속에도 하나로 뭉쳐 난관을 헤쳐 나갔다. 11일 여자 1000m 결선에서 ‘0.052초’ 차이로 눈물의 은메달을 따냈던 최민정은 대회 두 번째 은메달을 추가했다. 최민정은 쇼트트랙 일정 마지막 날인 16일 여자 1500m에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강심장’ 차민규 2연속 은메달 큰 경기에 강한 ‘강심장’ 차민규도 해냈다. 4년 전 평창 겨울올림픽 37초42로 은메달을 따냈던 차민규는 그간 주춤했던 경기력 우려를 완전히 씻어버리며 두 대회 연속 은빛 질주를 했다. 중국의 가오팅위(34초32)가 금메달, 일본의 모리시게 와타루(34초49)가 동메달을 각각 차지했다. 스타트가 약점인 차민규는 초반 100m 직선 구간을 9초64로 30명 중 전체 7위로 통과하며 기대를 부풀렸다. 차민규는 코너 구간에서도 정확한 랜딩 포인트를 잡으며 400m를 출전 선수 중 가장 빠른 24초75로 끊었다. 마지막 코너 구간에서 미세하게 흔들리지 않았으면 금메달도 가능했다. 웬만한 선수는 이겨내기 힘든 고비를 넘기고 얻어낸 값진 은메달이다. 중계 해설을 하며 제자의 레이스를 지켜본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이 경기 후 펑펑 눈물을 쏟았을 정도였다. 올림픽 직전까지만 해도 스케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이 전부 흔들렸다. 이번 시즌 내내 골반 통증으로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다. 스케이트 날의 결함까지 겹쳐 몸 중심이 흔들리고 밸런스도 다 깨졌었다. 심리 상태도 절망적이었다. 그러면서 월드컵 랭킹은 11위로 처졌다. 하지만 차민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올림픽 직전 집중적인 코어 보강 운동과 재활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또 평창 올림픽에서 장비 담당을 했던 장철 코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스케이트 날을 정비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제갈 감독은 “골반 재활을 강도 높게 소화하느라 밤 12시를 넘어서도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옆에서 지켜본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안다. 민규의 스케이팅은 정말 아름다웠다”며 눈물을 쏟았다. 차민규는 “4년 전처럼 ‘깜짝’이라는 소리는 안 들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3, 4코너에서의 실수가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차민규는 18일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석과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 나선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베이징=김배중 기자}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골든 선데이’에 도전한다. 한국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 10일째인 13일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남자 500m에서 동반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같은 날짜에 열리긴 하지만 역대 올림픽 성적은 제법 온도 차가 크다. 여자 계주는 역대 가장 많은 6개의 금메달을 안긴 반면, 남자 500m는 남자 종목 중 금메달이 가장 적다. 1994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채지훈이 딴 금메달이 전부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여자 대표팀(시즌 랭킹 2위)은 대회 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심석희(25), 부상을 당한 김지유(23)가 이탈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준결선에서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이 마지막 반 바퀴를 남기고 바깥쪽 추월에 성공하며 조 2위로 결선에 안착했다. 동료들과 함께 시상대에 오르는 계주는 대표팀 선수들이 가장 애착을 느끼는 종목이다. 결선에서는 개최국 ‘중국(4위) 경계령’이 예상된다. 여자 계주는 전체 27바퀴를 돌면서 1.5바퀴꼴로 주자 교체가 이뤄진다. 반복된 판정 논란에 울지 않으려면 중국 선수와 충돌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쉬자너 스휠팅(25)이 이끄는 네덜란드(1위), 킴 부탱(28)의 캐나다(3위)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시즌 랭킹 톱4가 모두 결선에 오른 만큼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남자 500m에서는 황대헌(23·강원도청)이 28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 대회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황대헌은 4년 전 평창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500m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예열은 끝났다. 한국 쇼트트랙 남자 ‘에이스’ 황대헌(23·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1500m에서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을 획득한 가운데 11일에는 여자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이 1000m 준준결선에서 시작해 금빛 사냥에 나선다. 9일 여자 계주 준결선에 한국 마지막 주자로 나선 최민정은 시속 46km의 속도로 바깥쪽 추월에 성공하면서 결선행을 이끌었다. 한국은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주자 교체 과정에서 2위에서 3위로 뒤처졌지만 최민정이 마지막 반 바퀴를 남겨 두고 역전에 성공했다. 1000m 역시 최민정이 자신 있어 하는 종목이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차 월드컵 도중 무릎 부상으로 2차 대회를 건너뛴 최민정은 3차에서 은메달, 4차에서 금메달을 각각 따냈다. 2018년 평창 대회 1000m 결선에 올랐던 최민정은 심석희(25)와 충돌하면서 결국 4위로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최민정이 바깥쪽 추월에 능해 판정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메달 전망 가능성을 높인다. 최민정은 10일 훈련 뒤 “경기를 안전하게 풀어갈 생각이다. 좋은 흐름 이어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유빈(21·연세대)도 동반 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11일에는 남자 500m 예선, 5000m 계주 준결선도 함께 열린다. 황대헌은 평창 500m 은메달을 넘어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석연찮은 판정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 황대헌(23·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2분9초219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스티븐 뒤부아(25·캐나다)를 0.035초 차로 제치고 극적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2018년 평창 대회 5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황대헌은 2개 대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은 이날 금메달 획득으로 7일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편파 판정으로 탈락한 아픔을 씻어냈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 판정 논란을 의식한 듯 황대헌이 금메달을 확정하자 다른 나라 선수들도 모두 황대헌을 찾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역사상 가장 많은 10명이 이날 결선에 올랐지만 중국 선수는 한 명도 들어 있지 않은 것도 황대헌이 금메달을 따는 데 도움을 줬다. 1000m 금메달리스트 런쯔웨이(25)는 준결선 3조에서 팔로 상대 선수를 미는 반칙을 저질러 실격됐다. 황대헌의 금메달로 쇼트트랙 남자 1500m는 대표 효자 종목 지위를 더욱 굳히게 됐다. 한국은 지금까지 이 종목 올림픽 금메달 6개 가운데 4개를 차지했다. 황대헌의 금메달은 한국이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따낸 25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황대헌과 함께 이날 결선에 오른 이준서(22·한국체대)는 5위, 박장혁(24·스포츠토토)은 7위를 했다. 3000m 계주 3연패를 노리는 한국 여자대표팀도 준결선 2조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13일 금메달에 도전한다.“장애물 만나도 이겨낸다”던 황대헌, 강철 멘털로 텃세 뚫었다쇼트트랙 남자 1500m ‘깔끔한 金’… 1000m 석연찮은 실격 의식한듯준준결선부터 ‘열중쉬어’ 자세 유지… 9바퀴 남기고 1위 ‘클린 질주’결승선 통과한 뒤 두 주먹 불끈… 中 1000m 金 런쯔웨이 실격 판정韓선수단 IOC 항의 영향 미친듯… 여자 3000m 계주 결선행 실수, 석연찮은 판정. 이번 대회에서만 두 번 울었다. 하지만 세 번 실패는 없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황대헌(23·강원도청)이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2분9초21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 번째 도전 만에 올림픽 첫 금메달 획득이번 대회 첫 출전 종목인 혼성계주(5일)에서 예선 탈락, 남자 1000m(7일) 준결선에서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당한 그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이틀 전 추월 과정에서 뒤늦게 레인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실격을 당한 황대헌은 이를 의식한 듯 준준결선부터 손동작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직선코스에서 다른 선수들과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생길 때도 소위 ‘열중쉬어’ 자세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미국프로농구(NBA)의 마이클 조던의 명언인 ‘장애물을 마주했다고 반드시 멈춰서야 하는 건 아니다. 벽에 부딪힌다고 돌아서거나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벽을 오를지 뚫고 나갈지 또는 돌아갈지 생각하라’는 글을 올리며 투지를 불태운 그는 빙판을 휘저었다. 황대헌의 레이스는 마치 ‘물 위에 떠있는 오리’ 같았다. 코너링 동작 때를 제외하고 손동작이 전반적으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하체의 사용은 터보 같았다. 준결선에서는 레이스 중반 아웃코스로 한꺼번에 4명을 제치며 1위로 올라섰다. 한번 1위에 올라선 뒤 계속 뒷심을 내며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결승선 부근에서 생길지 모를 불미스러운 일까지 차단하겠다는 포석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손동작을 자제해온 황대헌은 ‘결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뒤에야 두 주먹을 불끈 쥔 뒤 박수를 탁탁 치며 팔을 마음껏 휘둘렀다.○ IOC 등에 강력 항의한 것도 영향 끼쳐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06년부터 황대헌의 꿈은 ‘숏(쇼트)트랙 국가대표’였다. 다섯 살 때 처음 빙상장에 놀러 간 뒤 스케이트에 푹 빠진 그는 3년 뒤 자신의 진로를 못 박았다. 국가대표의 꿈은 10년 만에 이뤄졌다. 주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그는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를 앞두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차 월드컵 대회 1000m 준준결선에서 세계기록을 세웠고, 6차 월드컵 대회에서 성인 국제무대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은메달 1개(남자 500m)에 그쳤지만 결국 4년 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1000m 판정 논란 이후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ISU,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강력하게 항의한 것도 이날 경기에 영향을 미친 듯했다. 이날 중국 선수 3명이 1500m에 나섰지만 준준결선을 통과한 선수는 1000m 금메달리스트 런쯔웨이(25)뿐이었다. 준결선에서 런쯔웨이도 손을 썼다는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황대헌의 금메달로 한국 쇼트트랙은 남자 1500m 종목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6번 치러진 1500m에서 한국은 4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00m에서 황대헌과 함께 편파 판정의 고배를 마신 이준서(22·한국체대)는 5위(2분9초63)에 올랐다. 같은 날 준준결선에서 중국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왼손을 크게 베이는 부상을 당했던 박장혁(24·스포츠토토)도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결선까지 올라 7위(2분10초19)를 기록했다.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황대헌을 안아주며 축하해줬다. 은메달은 캐나다의 스티븐 뒤부아(25), 동메달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세묜 옐리스트라토프(32)에게 돌아갔다.○ 여자 3000m 계주 결선행 올림픽 3연패 도전여자 3000m 계주 팀은 올림픽 3연패를 위한 기분 좋은 첫걸음을 뗐다. 한국은 여자 3000m 계주 준결선 2조에서 2위로 통과하며 결선에 진출했다. 3000m 계주 결선은 13일 열린다. 앞서 열린 여자 1000m에서는 최민정(24·성남시청), 이유빈(21·연세대)이 예선을 통과해 준준결선에 진출했다.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난달 출국을 앞두고 만난 황대헌(23·강원도청)에게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최국 중국의 ‘안방 텃세’가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황대헌은 “그런 걱정보다는 지금 훈련을 견뎌내는 게 더 큰 일”이라며 웃고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상대와의 충돌, 심판 판정 등 많은 변수가 야속하지는 않으냐는 질문에는 “그런 변수 또한 경기의 일부다. 변수가 많은 만큼 성공했을 때 더 강한 성취감을 느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 1조 경기를 1위로 마쳤지만 심판의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나오면서 실격 처리됐다. 이어 2조에서도 이준서(22·한국체대)가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한국의 대회 첫 금메달 꿈이 사라졌다. 누구보다 충격이 컸을 황대헌은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있다. 경기 뒤 “나중에 하겠다”고 짧게 답하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간 황대헌은 이날 밤 늦게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심경을 밝혔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스타 마이클 조던의 명언인 ‘장애물을 마주했다고 반드시 멈춰 서야 하는 건 아니다. 벽에 부딪힌다고 돌아서거나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벽을 오를지, 뚫고 나갈지 또는 돌아갈지 생각하라’는 글을 올렸다. 남은 경기에서도 나올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실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남자팀 에이스 황대헌은 남은 남자 500m, 1500m와 5000m 계주 등에서 다시 한 번 메달에 도전한다. 9일 열리는 남자 1500m는 한국 선수단이 5개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딸 정도로 강세인 종목이다. 개인 종목 중 가장 긴 레이스를 펼치는 1500m는 레이스 초반 앞서나가기보다는 중후반 승부를 거는 한국 선수들의 스타일과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황대헌은 2018 평창 대회 당시 1500m 결선에 진출했다. 팬들은 황대헌의 인스타그램에 찾아가 ‘누가 뭐래도 최고는 황대헌’ ‘몇 번을 돌려봐도 완벽한 경기’ 등의 응원 댓글을 남겼다. 7일 1000m 준준결선에서 왼손이 찢어져 11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은 박장혁(24·스포츠토토)도 1500m를 비롯해 남은 경기에도 출전하겠다는 투지를 보였다. 박장혁은 당시 이탈리아 피에트로 시겔과 충돌했고 빙판에 넘어진 뒤 뒤따르던 중국 우다징의 스케이트 날에 왼손을 다쳤다. 9일 1500m 출전 여부는 당일 상태를 확인해 최종 결정한다. 그러나 동료 올림피언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8년 평창 대회 남자 계주 멤버인 김도겸(29)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림피언이라는 것이 당당하지 못하고 부끄럽다는 생각. 부끄럽고 쓸쓸하고 아픈 하루다”라는 글을 올렸다. 2014년 소치 대회 2관왕인 박승희 SBS 해설위원(30)도 “이 기분을 또 느낄 줄이야. 그것도 2배로”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 위원은 당시 1000m 결선에서 피니시라인을 앞두고 중국의 판커신(29)이 자신을 잡아채려는 ‘나쁜 손’ 동작을 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결선을 1위로 통과하고도 옐로카드를 받아 실격된 헝가리 대표팀의 중국계 선수 류 사오린 샨도르(27·아버지 중국인, 어머니 헝가리인)는 대신 금메달을 획득한 런쯔웨이(25)에게 축하를 보내며 “쇼트트랙은 아름다운 스포츠. 나는 더 열심히 영리하게 훈련할 것”이란 글을 남겼다. 오히려 그의 동생이자 1000m 동메달을 딴 류사오앙(24)이 형 사진과 함께 “챔피언을 영원히 존경한다”는 글을 올리며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선배로서 동료로서 지도자로서 저 또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기술코치를 맡고 있는 러시아 빅토르 안(안현수·37)이 말문을 열었다. 대회 시작 전부터 한국은 물론 중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고사해 온 그가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심경을 밝힌 것이다. 빅토르 안은 “제가 처한 모든 상황들이 과거 저의 선택이나 잘못들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저는 그 어떠한 비난이나 질책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는 가족들이 상처받고 고통 받는다는 게 지금 저에겐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복된 판정 논란 속에 개최국 중국에 2000m 혼성 계주에 이어 남자 1000m 금메달도 돌아가면서 그와 가족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실제로 빅토르 안의 아내 우나리 씨의 인스타그램에 악플이 이어 달렸다. 빅토르 안은 이날 오전 해당 글을 내렸다. 7일 남자 1000m를 앞두고 웜업 공간에서 빅토르 안이 박장혁(24·스포츠토토)과 대화를 나누면서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히면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러시아로 귀화해 2014년 소치 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던 빅토르 안은 2018년 평창 대회 당시 도핑 의혹에 연루돼 출전하지 못했고, 이후 밴쿠버 대회 3관왕 중국 왕멍(37)에게 중국팀 합류 제안을 받았다. 평창 대회 당시 한국 팀을 이끌었던 김선태 중국팀 감독(46)에게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7일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런쯔웨이(25)와 감격의 포옹을 나누며 환호했던 김 감독은 이후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은 거절했다. 그는 앞서 역시 판정 논란이 불거졌던 혼성 계주 경기 뒤에는 “판정은 심판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감독은 2004년 중국 지린성 창춘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고 밴쿠버 2관왕 저우양(31) 등을 국가대표로 성장시켰다. 어린 시절 저우양이 김선태 감독에게 받은 응원의 손편지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넌 언젠가 세계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등의 내용이 담긴 김 감독의 편지를 저우양은 지갑에 넣고 다니며 간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변우옥 장비코치도 중국 팀에 속해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난달 출국을 앞두고 만난 황대헌(23·강원도청)에게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최국 중국의 ‘안방 텃세’가 걱정되지 않느냐 물은 적이 있다. 황대헌은 “그런 걱정보다는 지금 훈련을 견뎌내는 게 더 큰 일”이라며 웃고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상대와의 충돌, 심판 판정 등 많은 변수가 야속하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그런 변수 또한 경기의 일부다. 변수가 많은 만큼 성공했을 때 더 강한 성취감을 느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을 1위로 마쳤지만 심판의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나오면서 실격 처리됐다. 한국 선수단 대회 첫 금메달의 꿈이 사라졌다. 누구보다 충격이 컸을 황대헌은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있다. 경기 뒤 “나중에 하겠다”고 짧게 답하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간 황대헌은 이날 밤 늦게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심경을 밝혔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스타인 마이클 조던의 명언인 ‘장애물을 마주했다고 반드시 멈춰서야 하는 건 아니다. 벽에 부딪힌다고 돌아서거나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벽을 오를지 뚫고 나갈지 또는 돌아갈지 생각하라’는 글을 올렸다. 남은 경기에서도 나올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실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황대헌은 남은 남자 500m, 1500m, 5000m 계주 등에서 다시 한 번 메달에 도전한다. 9일 열리는 남자 1500m는 한국 선수단이 5개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딸 정도로 강세인 종목이다. 그러나 동료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8 평창 대회 남자 계주 멤버인 김도겸(29)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림피언이라는 것이 당당하지 못하고 부끄럽다는 생각. 부끄럽고 쓸쓸하고 아픈 하루다”는 글을 올렸다. 2014년 소치 대회 2관왕인 박승희 SBS 해설위원(30)도 “이 기분을 또 느낄 줄이야. 그것도 2배로”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결선을 1위로 통과하고도 옐로카드를 받아 실격된 헝가리 리우 샤오린 산도르(27)는 대신 금메달을 얻게 된 렌 지웨이(25)에게 축하를 보내며 “쇼트트랙은 아름다운 스포츠. 나는 더 열심히 영리하게 훈련할 것”이란 글을 남겼다. 오히려 그의 동생이자 1000m 동메달을 딴 리우 샤오앙(24)이 형 사진과 함께 “챔피언을 영원히 존경한다”는 글을 올리며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난달 호주오픈 여자단식에서 63번째 도전 끝에 메이저 테니스 대회 8강에 오른 프랑스의 알리제 코르네(32·사진)는 경기 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2009년 호주오픈에서 8강 상대가 될 뻔했던 옐레나 도키치(39·호주)가 인터뷰 사회자로 나섰기 때문. 당시 8강에 오르면 도키치를 만나게 되는 코르네는 16강에서 패했고 도전을 이어가야 했다. “당신과 그렇게도 만나고 싶었어요”라고 말한 코르네. 그의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는 지난해 11월 이들을 두고 ‘위대한 겨울 올림픽 라이벌’이라고 묘사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달아오르게 할 최고의 라이벌 매치가 온다. 8일 중국 베이징 우커송 스포츠센터에서 미국과 캐나다의 여자 아이스하키 A조 예선 경기가 열린다. 미국과 캐나다는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팀이다.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여자 아이스하키가 처음 도입된 이후 역대 6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두 팀이 나눠가졌다. 캐나다가 4번, 미국이 2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캐나다가 스웨덴과 맞붙었던 2006년 토리노 대회를 제외하면 모든 결승전에서 두 팀의 대결이 성사됐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HHF) 세계선수권 역시 마찬가지다. 역대 20차례의 세계선수권 중 캐나다가 11번, 미국이 9번 각각 정상에 섰다. 미국과 핀란드가 대결한 2019년 대회를 제외하면 모든 결승에는 두 팀만이 초대됐다. 절대 양강 체제인 셈이다. 2018년 평창 올림픽 결승전 또한 두고 회자될 명승부였다. 연장 승부까지 2-2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던 두 팀은 승부치기(슛아웃)까지 가는 접전 끝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이 3-2 승리하며 캐나다의 대회 5연패를 저지했다. 당시 캐나다의 조슬린 라로크는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자마자 벗는 돌발행동을 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공식 성명을 내 사과의 뜻을 전하긴 했지만 양 팀의 치열한 라이벌 의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상대 정상을 노리는 두 팀은 6일 현재 예선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순항하고 있다. 8일 열리는 두 팀의 조별예선은 ‘결승전 리허설’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은 스타 공격수 브리애너 데커(31)가 핀란드와의 조별예선 1차전에서 왼쪽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뼈아프다. 데커는 남은 대회 선수단과 함께하며 팀의 사기를 진작시킬 계획이다. 캐나다의 경우 네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마리 필립 풀린(31) 등을 앞세워 금메달 탈환을 노린다. 앞서 지난해 10~12월 열린 두 팀의 라이벌 시리즈에서는 캐나다가 4승 2패로 앞섰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캐나다의 금메달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지켜봐야 할 라이벌 16쌍을 꼽으면서 두 팀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밖에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일본 하뉴 유즈루(28), 미국 네이선 첸(23) 등이 거론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