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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몰장병들을 추모하는 25일 메모리얼데이(현충일)에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롯한 정적과 언론 등을 비난하는 ‘폭풍 트윗’을 쏟아냈다. 조롱과 비난으로 현충일을 보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신중한 행보로 호응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맥헨리 요새에서 열린 현충일 기념식에 참석해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싸우고 숨진 불멸의 영혼에 경의를 표한다”고 애도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최근 몇 달간 군인 수만 명이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최전방에서 싸워 왔다”며 방역 지원에 나선 장병을 격려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나기 무섭게 트위터에 “‘졸린’ 조 바이든은 내가 중국발 입국자를 차단할 때 나를 ‘외국인 혐오증’으로 매도해 놓고 이후 사과했다”며 바이든 후보를 공격했다. 또 “바이든은 무역합의를 포함해 중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줬고, 이제 내가 그걸 되찾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10만 명에 근접하는 상황에서도 이틀 연속 골프를 친 것을 비판한 보도에 대해서는 “부패한 가짜 뉴스들은 그것(골프)이 치명적인 죄인 것처럼 들리게 했다”며 “그들은 증오와 부정직함으로 병들고 미쳤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공화당 전당대회의 행사장 전체를 못 쓰게 하면 아예 장소를 옮겨버릴 수 있다며 결정권을 쥔 민주당 소속 주지사를 압박했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8월 24∼2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로이 쿠퍼 주지사는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대규모 전당대회 개최를 허용할지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10주 만에 외부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바이든 후보와 대비를 이뤘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델라웨어주 윌밍턴 인근 참전용사기념관을 찾아 헌화했다. 그는 3월 10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유세 취소 이후 10주 동안 자택에만 머물렀다. 바이든 후보는 5년 전 이날 뇌종양을 앓던 아들 보 바이든을 잃었다. 바이든 부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진행된 두 사람의 현충일 행사는 스타일에서 대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 논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으로 미국과 거세게 대립하고 있는 중국이 환율 및 세계 최대 내수시장이란 경제 무기를 앞세워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이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늘릴 수 있는 환율 카드를 꺼냄에 따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양국 경제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국내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을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 완전한 내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과학기술 등의 혁신을 전력 추진하고 더 많은 성장 지점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시장의 우위를 이용해 국제 시장의 위험을 없애야 한다. 국내와 국제의 쌍순환을 촉진하는 발전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립 기술 및 시장을 강조하며 디지털경제, 스마트제조업, 건강·생명과학, 신소재 등도 언급했다. “수중에 식량이 있으면 당황할 일이 없다”며 식량 자급도 강조했다. 이를 놓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미국을 포함한 서방 전체와의 관계 단절 등에 대비해 그간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이 아닌 국내 시장 개척에 초점을 맞춘 새 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1990년대 개혁개방 이후 줄곧 유지해온 ‘세계의 공장’ 전략, 즉 수출주도형 체제 대신 인구 14억 명의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려 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대규모 수출을 기반으로 한때 매년 8%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하며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미중 관계단절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로 미국과의 갈등이 심해지자 자력갱생을 추구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양국이 무역전쟁을 벌일 때도 거듭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또 25일 2008년 2월 후 12년 최고치를 기록한 미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26일 또 최고점을 경신했다.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위안화 고시 환율을 전일대비 0.0084위안(0.12%) 높은 7.1293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날 고시 환율은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7.1286위안)보다 높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인위적인 위안화 약세를 조장해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줄곧 시정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가 올해 1월 1단계 무역협상을 합의하면서 해제했다. 위안화 환율이 연 이틀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미국이 다시 조작국 지정이란 칼을 뽑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제 전쟁이 거세지면 중국은 미국에 대한 희토류(稀土類) 수출 제한 카드도 꺼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는 란타넘(La), 세륨(Ce) 등 17개 원소를 가리킨다.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차, 위성, 레이저 등 첨단 제품과 무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80%를 보유한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5일 “미국의 지속적인 자급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분야는 물론 민간에서도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미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사실상 신냉전을 선포하고 전면전에 나서면서 희토류 확보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며 이를 무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 포린폴리시는 25일(현지 시간) “미국의 지속적인 자급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분야는 물론 민간에서도 중국산을 대체할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희토류는 무기와 첨단 과학기술 장비 제조에 필수적인 희귀 금속으로, 핸드폰과 전기차 배터리 같은 제품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광물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미 국방부는 국방물자 확보 예산의 집행 대상 중 희토류를 핵심 품목으로 넣어 이를 확보하려고 노력해왔다. F-35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 920파운드,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에는 9200파운드의 희토류가 필요하다. 토마호크 미사일의 항속 시스템과 제트엔진 등에 들어가는 희토류의 종류만 17종에 달한다. 미국 내에서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은 2010년부터 계속돼 왔다. 중국은 당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 과정에서 희토류 공급 중단을 시사하며 이를 무기화하 적이 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한 광물 공급을 보장하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상무부는 2019년 이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는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 외에 알래스카주와 와이오밍주, 텍사스주 등지에 초기 개발 단계에 있는 희토류 광산이 있다. 그러나 희토류 채굴은 물론 가공, 정제 등의 모든 수단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 업계는 쉽게 해법을 찾지 못했다.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도 지금까지 중국과는 상대가 안 되는 상황. 컨설팅 회사인 해먼드 인터내셔널그룹의 희토류 전문가인 데이비드 해먼드는 “경고등은 켜졌지만 우리는 아직도 정확히 어떻게 대응에 나서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당·텍사스)은 최근 미국 내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세금 감면 등의 지원책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리사 머코우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도 유사 법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미 중국이 장악해서 전 세계 공급망을 주무르고 있는 희토류 시장에서 세금 감면 등의 혜택 정도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24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도발’을 예고한 것에 대해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정보를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우리의 대응을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 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이 국제사회 재편입과 훌륭한 경제를 원한다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우 폐쇄적인 사회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해 공개된 정보뿐 아니라 정보기관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북한을 향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라”며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취지의 경고를 세 번 반복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특히 “북한에서 나오는 정보를 지켜보면서 움직임에 맞춰 우리의 대응을 조절할 것”이라며 향후 북한의 행동에 따라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레드 라인’을 넘을 경우 제한적 무력 대응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찰스 리처드 전략사령관이 20일 ‘2020년 사령관 구상과 의도’를 공개하면서 “전략적 억지 실패 시 ‘결정적 대응’을 하겠다”고 두 차례 언급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전략무기 능력 확충, 핵전쟁 억제력 강화와 같은 표현을 쓰니 미국도 가만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하겠다’, ‘극단적 옵션(전면전 불사)까지 가겠다’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도 “군사적 수단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북한의 반응에 맞춰 우리가 행동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 놨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지난 3년 반 동안 북한과의 충돌을 피해 왔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탁월한 외교’를 언급했다. 북한의 세계 재편입과 훌륭한 경제를 거론하며 핵 포기 시 북한이 얻게 될 대가도 재차 제시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북-중 교역이 줄어들면서 경제 타격이 예상되는 시점에 북한에 던진 ‘당근’인 셈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이런 방식으로 상황을 관리하며 북한의 도발을 막는 것 외에 다른 뾰족한 수도 없다. 코로나19 방역 실패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는 북한과의 딜을 시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아직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게 없는 시점인 만큼 일단 움직임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 대선 전 트럼프 행정부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보여주기식 도발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리 헤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전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일부러 적들의 눈에 띄고 분석을 유도하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나리 기자}

《정 박(한국명 박정현·46)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가 미국 워싱턴에서 갖는 위치는 독보적이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에서 북한 담당 선임 분석관으로 일하며 쌓은 탄탄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발언과 자료들은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정보기관 근무 기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도자 훈련 및 취임, 조직 장악 과정과 맞물려 있기도 했다. 사실상 ‘김정은 분석가’로 살아온 그의 무게감이 적지 않은 이유다.박 석좌는 지난달 ‘비커밍 김정은’이란 첫 저서를 출간했다.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로 전 세계가 한 바탕 들썩인 터라 그가 보는 김 위원장의 속내와 북한의 미래가 어떨지 궁금했다. 최근 동아일보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김 위원장은 (스스로의 입지가) 약하다고 느낄 때 더 공격적으로 행동한다. 그를 절대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며 “북한이 올해 더 많은 미사일 발사 같은 도발과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다음은 일문일답.―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이후 북한 내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북한을 다루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다고 느꼈나.“북한은 편집증적인 정권 안에 여러 겹의 보안장치가 작동하는데다 정보들이 여기저기 서로 분절돼 있다. 교차 검증을 할 수 있는 정보들이 거의 없다. 그 핵심에 있는 김정은의 이너서클은 그 자체로 매우 소규모이기도 하다. 산재한 퍼즐들을 맞춰가며 정권 내부를 뚫고 들어가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다. 심지어 모두가 같은 게임판에 들어와 있는 것도 아니다.”―CIA에서 북한에 대한 당신의 분석은 늘 맞았다고 자부하나?“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CIA에서 북한을 다룬다는 것은 참 마음이 불편한 일이었다. 다만 우리 임무는 점쟁이처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정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대통령과 정책결정자들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 및 답변을 준비하는 일이다. 이들이 놀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저서에서 CIA 베테랑 분석관으로 유명한 리처드 휴어의 1999년작 ‘정보분석심리학’을 성경 같은 지침서라고 소개했다. 왜 그런가.“그 책은 CIA 분석관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처럼 주어지는 책이다. 실제 스파이 활동을 했던 저자는 우리가 가진 선입견이나 편견에 의해 사안을 보게 되는 함정을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의 뇌 작동은 분석과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북한처럼 어려운 분석 대상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실제 그 함정에 빠졌던 적이 있나.“왜 없겠나.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게 2018년 김정은 신년사였다. 김정은이 올림픽에도 갈 수 있다고 했을 때 나는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당시 언론이 ‘이제 북한 지도자가 달라졌다’는 식의 긍정적인 전망들을 쏟아냈지만 나는 회의적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맞았지만….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 내가 변화를 보지 못하고 과거(의 틀)에 갇혀 있는 아닐까 등을 늘 고민하게 된다. 새로운 도전을 준다는 점에서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두뇌 훈련으로 생각한다.”―김 위원장의 잠행 기간에 뇌사설, 위독설 같은 가짜뉴스들이 쏟아지고 부풀려졌다. 북한에도 휴대전화와 USB가 들어가고 북중 접경 지역 교류 활발한데도 이런 문제는 왜 반복되는 것인가.“많은 이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각자 자기의 의견을 개진하려 했던 반면 정보는 부재하다 보니 이들이 정보를 만들어내는 상황이 돼버렸다. 김정은이 4월15일 태양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나 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탓도 있다. CNN과 MSNBC 방송이 이를 보도한 것, 미국 당국자가 인용된 것은 보도의 신빙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 당국자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관련 정보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결국 이번 일은 결국 우리가 북한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지를 깨우쳐주는 사건이었다.”인터뷰 내용이 북한의 후계 구도로 흘러가자 박 석좌의 표정이 흥미진진해졌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부인 리설주 등에 대한 여성 분석관으로서의 관점과 접근 방식은 다소 달라 보였다. 그는 “내가 책에서도 가장 관심을 갖고 집필했던 장(chapter)”이라며 “특히 리설주는 김정은에 대해 정말로 많은 것을 드러내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북한의 후계구도를 어떻게 보나.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당시 일각에서는 김여정을 후계자로 지목했는데.“필요하다면 김여정이 후계 자리를 이어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오랜 유교 문화와 관료주의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한계가 있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백두혈통이 훨씬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김정은 본인이 생각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어린 자녀 중 한 명을 후계자로 앉히고 김여정이 후원자로 뒤에서 돕는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본다.”―리설주에 대해 당신은 책에서 ‘김정은 권력의 전략적 요소’라고 분석했다. 향후 그의 역할은 커질 수 있을까.“책의 모든 챕터 가운데 이설주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마음에 든다. 가장 관심을 갖고 기술한 부분이다. 리설주는 김정은의 악세사리다. 우아하고 매력적이며 훌륭한 패션감각을 보여주는, 재클린 케네디처럼 만들어진 이미지의 악세사리. 김정은은 그런 리설주가 북한을 이끌 다음 후계자의 어머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이를 통해 후계 구도를 확실히 하고 북한 지도주의 가족주의와 연속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시에 김정은을 독재자가 아니라 자상한 남편과 아버지로 형상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설주는 젊은 세대에게 ‘미래’의 상징이기도 하다.”―북한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북중 교류 차단과 제재 유지로 내부적 난관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당신의 평가는?“김정은은 1월부터 이미 올해가 어려운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준비에 들어가 있었다. 미국과의 대치, 적대적 관계 장기화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봤다. 과거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신년사와 달리 이번에는 진지했다. 코로나19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랍의 봄’ 같은 봉기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19가 김정은의 행동 패턴을 크게 바꿔놓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 김정은은 올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더 많은 미사일 실험을 하고, 군사적 무력시위에도 더 많이 나설 것이다. 그는 약하다고 느낄 때 더 공격적으로 행동한다. 예를 들어 3월에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그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미사일 실험을 했다. 방역이나 경제 보호보다 힘을 과시하는 게 그에게는 더 중요했던 것이다.”―그렇다면 올해 북-미 협상 전망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군축 협상으로 갈 수밖에 없나.“북한은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협상에 다시 임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 대선을 앞둔 시기에 김정은이 협상에 나설 이유도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도, 군축협상에 나서는 것도 답은 아니다. 이는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이자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전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도 나쁜 교훈이 된다. 결국 우리는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 더 나쁜 다른 선택지들 중 그나마 이 옵션이 제일 낫다.”―당신은 책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이중 잣대로 인해 그가 동시에 과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대한 당신의 판단은 현재 어느 쪽인가.“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그의 능력은 과대평가돼 있다. 반면 김정은의 역량이나 의도는 과소평가돼 있다고 본다. 북한이 전략적인 핵실험을 멈췄다고 해서 위협이 줄어들었다고 보는 것은 상황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을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묘사하는 등의 북한 ‘개그 산업(humor industry)’은 여전히 미국에 존재한다. 김정은을 만화 같은 캐릭터로 묘사할 때는 그만큼 그를 과소평가하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안고 있다.”―최근 신임 국가정보국장(DNI)에 임명된 존 랫클리프의 경험 부족과 자질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정보기관의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나.“DNI는 17개 정보기관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다뤄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수십 년간 정보기관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맡아온 이 DNI 자리가 최근에는 계속 대행체제로 유지돼 왔다. 신임 국가정보국장도 정보 분야 경험은 거의 없는 인사다. 현 행정부에서 중국과의 협력은 불가능하고, 북한인권 특사 자리는 공석이며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다자 회의도 없다. 이럴 문제가 있을수록 동맹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마지막 질문과 답변이 끝났을 때 한 소녀가 화상 인터뷰 카메라에 얼굴을 장난스레 들이밀었다. 그의 딸이었다. 워킹맘인 박 석좌는 1년간 두 자녀가 잠든 후 자정이 넘어서야 집필에 매달려 ‘비커밍 김정은’을 출간했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 많은 여성들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정박(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미국 컬럼비아대 역사학 박사△2006∼2008년 헌터대 부교수△2009∼2014년 미 중앙정보국(CIA) 선임분석관△2014∼2016년 미 국가정보국장실 동아시아 담당 부정보관△2016∼2017년 CIA 동아시아태평양미션센터 국장△2017년∼현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이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언급한 직후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거듭 경고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북-미 간 갈등이 다시 점화되는 양상이다.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향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라”며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취지의 경고를 세 번 반복했다. 공개된 정보 뿐 아니라 정보기관에서 나오는 북한의 움직임을 전부 지켜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존 언론 인터뷰에서 그가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원칙론을 강조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층 민감해진 발언이다. 일각에서는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북한에서 나오는 정보를 보면서 움직임에 따라 우리의 대응을 조절(calibrate)하겠다”고 밝힌 부분을 놓고 최악의 경우 미국이 무력 대응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찰스 리처드 전략사령관이 20일 ‘2020년 사령관 구상과 의도’를 공개하면서 “전략적 억지 실패시 ‘결정적 대응’을 하겠다”고 두 차례 언급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전략무기 능력 확충, 핵전쟁 억제력 강화와 같은 표현을 쓰니 미국도 가만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하겠다’, ‘극단적 옵션(전면전 불사)까지 가겠다’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도 “군사적 수단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북한의 반응에 맞춰 우리가 행동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놨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지난 3년 반 동안 북한과의 충돌을 피해왔다”며 김 위원장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탁월한 외교’를 언급했다. 북한의 세계 재편입과 훌륭한 경제를 거론하며 핵 포기시 북한이 얻게 될 대가도 재차 제시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북중 교역이 줄어들면서 경제 타격이 예상되는 시점에 북한에 던진 ‘당근’인 셈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이런 방식으로 상황을 관리하며 북한의 도발을 막는 것 외에 다른 뾰족한 수도 없다. 코로나19 방역 실패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는 북한과의 딜을 시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아직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게 없는 시점인 만큼 일단 움직임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 대선 전 트럼프 행정부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보여주기식 도발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전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일부러 적들의 눈에 띄고 분석을 유도하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덕민 교수도 “북한이 올드 플레이북(old playbookㆍ오랜 전략)을 통해 한바탕 도발하고 국면이 출렁거리는 것을 이용해 미국과 핵 문제 논의를 꺼내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향후 전략 및 정책 방향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중국과의 협력이 아닌 공개 압박, 사실상의 중국 봉쇄 등 ‘경쟁적 접근’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 사실상 ‘신(新)냉전’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이 20일(현지 시간) 국방부 초안을 바탕으로 작성한 ‘미국의 대중국 전략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16장 분량의 보고서는 “중국의 근본적인 경제 개혁 및 정치적 개방에 대한 기대는 실패로 끝났다. 중국은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인 신념을 흔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 중국에 대해 경쟁적 접근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보고서는 “대중 외교가 헛된 시도임이 확인되면 미국은 중국의 행동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렛대로 사용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나서고 중국 정부에 대한 공개적인 압박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악의적 행동, 투자, 의도 등을 언급하며 ‘악의적(malign)’이란 형용사를 8차례나 썼다. ‘약탈(predatory) 경제’란 표현도 등장했다. 보고서는 또 ‘전략핵무기 3축체계(Nuclear Triad)’의 현대화로 힘을 통한 평화를 유지할 뜻을 강조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체계, 사이버·우주 기반 무기의 실전 배치 등을 앞당기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방안으로는 역내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관계 강화를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을 미국이 협력해야 할 역내 동맹국 정책으로도 꼽았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에 “사실상 중국에 신냉전을 선포한 성격이 짙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추진하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은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이 일어나면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보안법 제정은 홍콩 자치권 종말의 전조가 될 것이다. 중국이 끔찍한 계획을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이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의 개막일인 21일에 맞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공산당을 거명한 ‘대중국 전략보고서’를 공개하며 선전포고를 했다. 1979년 양국 수교 후 41년간 지켜왔던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기조를 완전히 폐기하고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정책 종합판’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부실 대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을 야기했다며 중국 공격을 핵심 대선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담긴 주요 내용이 11월 대선 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상당 기간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일대일로 앞세운 中 약탈경제 좌시 안 해” 미국이 20일(현지 시간) 공개한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의 후속판이다. 당시에는 전 세계를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에만 집중했다. 보고서는 시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약탈적 경제정책의 사례로 지목하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선 중국이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필리핀 등에 대한 무역·관광 제한정책을 통해 정치·군사력 확대를 모색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정보통신, 에너지, 인프라, 미디어, 과학 등 거의 전 산업 분야를 일대일로에 동원해 내수경제 발전과 세계 시장에서의 중국 표준 확산 등을 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타국의 기밀정보를 빼돌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와 ZTE를 언급하며 “다른 나라와 외국 기업에 안보 취약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세계 정보통신업계를 장악하려 한다고도 지적했다. ‘중국 정부’ 대신 ‘중국공산당(CCP·Chinese Communist Party)’이란 표현을 35차례 사용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성숙한 경제를 자처하면서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등에서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중국 기업에 불공정한 혜택을 부여할 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절도 행위를 통해 전 세계에 수천억 달러의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맹 연대’ 거론하며 한국 포함 보고서는 중국 문제에 대응하는 데 동맹국과 긴밀히 연대하겠다며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대만 등 5개국을 핵심 동맹으로 거론했다. 동맹(allies, alliance)을 지칭하는 단어는 18번, 파트너(partners, partnership)를 뜻하는 단어는 24번 썼다. 2017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대일로에 대응하겠다며 발표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비전’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어 인도의 ‘역내 모두를 위한 안보와 성장정책’, 호주의 ‘인도태평양 구상’,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한국의 ‘신남방정책’, 대만 ‘신남방대정책’ 순으로 열거하며 한국을 반중 동맹 그룹에 묶어 놓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5개국에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월리스 그레그슨 전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중국의 군사 활동 증가에 대해 한국의 인도태평양 역할 확대를 바라는 미국의 기대가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기존 체제를 대신할 새 체제를 만들어 중국을 압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러시아와 만나 2021년 2월 만료되는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대체할 새로운 핵 군축 조약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조약에 중국을 참여시키기 위해 외교 및 경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위구르·티베트 등 인권탄압 지적 보고서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에 관해서는 강한 비공식 관계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중국이 계속 무력 증강을 시도하면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신장위구르 지역의 무슬림 탄압, 티베트 독립운동 억제, 파룬궁 탄압 등 인권탄압 문제도 적시했다. 중국이 늘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외치는 민감한 내부갈등 문제를 일일이 거론하며 역린을 건드린 셈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유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향후 전략 및 정책 방향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협력보다는 공개 압박과 사실상의 중국 봉쇄전략 등의 ‘경쟁적 접근(competitive approach)’를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사실상 양국 간 ‘신냉전’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中과의 상징적 관계 더 이상 가치 없다” 백악관은 20일(현지 시간) 국방부 초안을 바탕으로 작성한 ‘미국의 대중국 전략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고 21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16장 분량의 보고서는 “중국의 근본적인 경제 개혁 및 정치적 개방에 대한 기대는 실패로 끝났다”며 “중국은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인 신념을 흔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중국에 대해 경쟁적 접근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보고서는“대중 외교가 헛된 시도임이 확인되면 미국은 중국의 행동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렛대로 사용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나서고 중국 정부에 대한 공개적인 압박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 ‘악의적(malign)’ 행동, 투자, 의도 등을 언급하며 이 형용사를 8차례나 썼고 ‘약탈적(predatory) 경제’ 같은 표현도 거침없이 사용했다. “미국은 상징성이나 화려한 행사를 위해 중국과 관계를 맺는 데 더 이상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썼다. ‘힘을 통한 평화 유지’ 항목에서는 국방부를 중심으로 전략핵무기 삼축체계(Nuclear Triad)의 현대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중국이 전략적 공격을 감행하거나 대량살상무기(WMD)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 극초음속 미사일체계와 사이버 우주 기반 무기의 실전배치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중국의 ‘아킬레스 건’인 대만 관련, 보고서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기반하되 강한 비공식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계속해서 무력 증강을 시도할 경우 미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미국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재취임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대만에 1억8000만 달러 규모의 어뢰 판매를 승인하는 등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강경 목소리 넘어 실제 실력행사 보고서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방안으로 역내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관계 강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역내 동맹들과 파트너들에도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역량 개발과 안보 지원에 참가하도록 촉구하고 있다”며 “인도태평양 내 가치를 공유한 나라들과 계속해서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민주적 통치를 보장하기 위한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 호주 세 나라가 지난해 출범시킨 ‘블루 닷 네트워크’를 대표적 모범사례로 거론했고,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이 미국이 협력해야 할 역내 동맹국 정책으로 제시됐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방송에 “이번 보고서는 사실상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신냉전을 선포한 성격이 짙다”고 평가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이 보고서는 현 정부의 중국 정책에 대해 어느 때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런 정책 방향은 행정부는 물론 의회에서도 강경한 대중 메시지 발신과 함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만약 중국이 새로운 국가보안법 계획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홍콩 시민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는 국가보안법 제정 시도는 (상황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며 이런 행동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회에서는 민주당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과 공화당 팻 투미 상원의원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단체를 제재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홍콩의 자치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뻔뻔한 간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보좌관에게 개 산책과 세탁물 심부름을 시키고, 자신의 비위 의혹을 조사하던 국무부 감찰관을 전격 경질해 비판받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57)이 세금으로 인맥 관리용 만찬을 즐겼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2024년 미 대선에서 집권 공화당 후보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정치 행보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NBC방송은 20일 폼페이오 장관이 2018년 4월 취임 후 외교와 무관한 정재계, 언론계 인사를 국무부로 초대해 약 20차례 소위 ‘매디슨 디너’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미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의 이름을 딴 행사로 매디슨이 종종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저녁을 함께하며 조언을 구한 데 착안했다. NBC가 폼페이오의 초청 인사 5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외교 관련 인사 비중은 14%에 그쳤다. 정부 및 정계(30%), 재계(30%), 언론계(25%) 인사가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언론계 참석자 중 39%가 친(親)정부 성향인 폭스뉴스 소속이었다. 행사 경비 역시 전액 세금으로 충당됐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의 아내 수전은 매디슨 디너에 함께 참석했을 뿐 아니라 초청인 명단 관리, 메뉴 선정 등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정보가 가정주부인 수전의 개인 이메일로 전달된 사실도 밝혀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1월 미 연방정부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 상태일 때 중동을 방문하면서 아내를 대동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상당수 국무부 직원조차 해외 출장이 금지됐고 일부는 전화 사용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취임 전 고향인 중부 캔자스주에서 3선(選) 하원의원을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그가 장관을 마친 후 상원의원 등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설이 끊이지 않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입장 발표에 ‘또라이’ ‘얼간이’라며 막말을 퍼부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중국 정부를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위터에 “중국의 어떤 ‘또라이(wacko)’가 방금 수십만 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이 얼간이(dope)에게 이러한 전 세계적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것이 다름 아닌 중국의 무능이라는 것을 설명 좀 하라”고 적었다.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중국 외교부 등 주요 기관의 대변인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날 궈웨이민(郭衛民)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일부 미국 정치인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다며 책임을 덮어씌우려 하는데, 그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1949년부터 악랄하고 권위주의적인 공산정권에 의해 지배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염병으로 9만 명에 이르는 미국인이 숨졌고 3월 이후 36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중국 공산당의 (대응) 실패로 전 세계적으로 최대 9조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1억6200만 달러 규모의 해외 코로나19 피해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는 미 국제개발처(USAID)와 함께 10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것 외에 추가로 이를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내놓은 20억 달러는 세계에 끼친 (피해) 비용에 비하면 쥐꼬리(paltry)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재취임을 거듭 축하했다. 홍콩과 관련해서는 “중국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아직 내리지 않았고 현재 일어나는 일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미국 투자와 상무부의 화웨이 수출 제재안 발표 등도 언급했다. 20일 AP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중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보고서도 출간했다.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중국이 시장을 더 개방하고, 미국이 중국에 더 많이 투자하면 중국이 자유화할 것으로 믿었지만 중국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권위적”이라며 “(미국의) 접근법이 중국 내 경제·정치 개혁의 범위를 제약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의지를 과소평가한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보여주기식 중국과의 외교 관계는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본다”며 “조용한 외교가 헛된 것으로 판명되면 미국은 중국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 ‘중국 때리기’는 국내정치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은 이미 중국 공격을 연말 대선은 물론이고 전국 주요 주지사 및 의원 선거의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는 지침을 정했다. 공화당 캠페인 전략팀이 지난달 당에 배포한 메모에는 이와 함께 선거 경쟁자들을 친(親)중국파 혹은 중국에 대해 유약한 이미지로 공격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발끈했다. 중국 관영 영어방송 CGTN은 트위터에 ‘폼페이오 신뢰도 테스트’라는 영상을 올려 중국을 공격하는 폼페이오 장관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는 여전히 사실을 무시하고 함부로 지껄였다”며 “그가 퍼뜨리는 거짓말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파산했다”고 날을 세웠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중국은 전염병 퇴치를 위한 국제 협력을 방해하는 행위에 반대한다”며 에둘러 미국의 공세를 비판했다고 런민(人民)일보가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입장 발표에 ‘또라이’ ‘얼간이’라며 막말을 퍼부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중국 정부를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위터에 “중국의 어떤 ‘또라이(wacko)’가 방금 수십만 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이 얼간이(dope)에게 이러한 전 세계적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것이 다름 아닌 중국의 무능이라는 것을 설명 좀 하라”고 적었다.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중국 외교부 등 주요 기관의 대변인일 가능성이 높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1949년부터 악랄하고 권위주의적인 공산 정권에 의해 지배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염병으로 9만 명에 이르는 미국인이 숨졌고, 3월 이후 36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중국 공산당의 (대응) 실패로 전 세계적으로 최대 9조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1억6200만 달러 규모의 해외 코로나19 피해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는 미 국제개발처(USAID)와 함께 10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것 외에 추가로 이를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내놓은 20억 달러는 세계에 끼친 (피해)비용에 비하면 쥐꼬리(paltry)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재취임을 거듭 축하했다. 홍콩과 관련해서는 “중국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아직 내리지 않았고 현재 일어나는 일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미국 투자와 상무부의 화웨이 수출 제재안 발표 등도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 ‘중국 때리기’는 국내 정치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은 이미 중국 공격을 연말 대선은 물론이고 전국 주요 주지사 및 의원 선거의 핵심 전략으로 삼는 지침을 정했다. 공화당 캠페인 전략팀이 지난달 당에 배포한 메모에는 이와 함께 선거 경쟁자들을 친(親)중국파 혹은 중국에 대해 유약한 이미지로 공격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발끈했다. 중국 관영 영어방송 CGTN은 트위터에 ‘폼페이오 신뢰도 테스트’라는 영상을 올려 중국을 공격하는 폼페이오 장관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는 여전히 사실을 무시하고 함부로 지껄였다”며 “그가 퍼뜨리는 거짓말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파산했다”고 날을 세웠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전염병 퇴치를 위한 국제 협력에 방해하는 행위에 반대한다”며 에둘러 미국의 공세를 비판했다고 런민일보(人民日報)가 전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자신의 비위 의혹을 조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을 전격 경질한 이후 추가 의혹들이 이어지며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의혹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2024년 대선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BC방송은 20일(현지 시간) 폼페이오 장관이 외교와 무관한 정재계 인사들을 국무부로 초대해 정기적인 만찬 행사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취임 이후 20여 차례 진행된 이 만찬은 ‘매디슨 디너(Madison dinner)’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국무부의 주요 행사다. NBC방송이 초청된 인사 500명의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외교 관련 인사는 14% 에 불과했다. 정부 및 정계(30%), 재계(30%), 언론계(25%) 인사가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언론계 참석자 중 39%는 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 소속이었다. 국무부 내에서는 매디슨 만찬을 놓고 “폼페이오 장관의 정치적 야심에 따라 그의 후원자와 지지자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금이 쓰이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고 한다. 초청자 명단이나 만찬 준비 관련 정보들이 그의 부인인 수전 폼페이오의 개인 이메일로 전달된 사실도 드러났다. 국무부의 공식 직함이 없는 장관 부인이 부적절하게 관여한 정황들이 발견된 것.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국무부 인사에게 개 산책이나 세탁물 찾아오기 같은 개인 심부름을 시켰다는 ‘갑질’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의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81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밀어붙였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내가 리닉 감찰관의 경질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며 “더 일찍 그렇게 했어야 한다”고 자기 방어에 나섰다. 또 “감찰관실에서 어떤 조사를 하고 있었는지 몰랐고, 모르는 내용에 대해 보복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보복인사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올해 초에 특정 조사 내용과 관련해 서면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내용(의혹)은 모두 메넨데즈 상원의원실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상원 민주당 외교위원회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후 추가 질문을 받지 않고 도망치듯 브리핑장을 떠났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극우 성향, 막말 논란, 탄핵 위기, 보복성 인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사진)에 대해 현지 언론들이 꼽는 공통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대표적 지도자들로 꼽히면서도 ‘코로나의 위협이 과장됐다’고 큰소리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두 정상이 이번에는 코로나19의 치료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클로로퀸)을 두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약을 옹호하는 정치적 배경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미 식품의약국(FDA)이 보훈부 병원 입원 환자들의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클로로퀸의 부작용을 경고한 것에 대해 “잘못된(phony)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트럼프의 적’이 내는 성명”이라는 음모론을 펼쳤다. 워싱턴포스트는 “7명의 의사가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깎아내리기 위해 말라리아 약의 효능 연구 결과를 공모했다는 주장은 괴이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클로로퀸을 복용 중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훌륭한 평판을 갖고 있고 (코로나19로부터) 더 안전하게 해주는 약”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클로로퀸에 대한 위험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도 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나도 93세이신 어머니를 위해 한 박스 준비해 놨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위반하고 대규모 바비큐 파티를 추진하는 등 코로나19의 위협을 과소평가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브라질 정부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감염자를 대상으로 클로로퀸 사용을 확대하는 지침을 강행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코로나19 대응 문제로 갈등을 빚다 사임한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전 보건장관은 대통령이 경제 재개를 위해 클로로퀸 사용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법령에 의거해 보건을 다루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연방정부의 클로로퀸 사용 확대 지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이들의 클로로퀸 예찬론에는 정치적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대표적 국가로 꼽히는 상황에서 치료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여론의 비판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월드오미터 집계 기준으로 미국은 확진자 수가 157만 명을 넘어서며 압도적 전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확진자 수가 많은 것에 대해 “검사를 그만큼 많이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예의 배지(badge of honor)’”라고 자화자찬해 빈축을 샀다. 브라질도 27만 명을 돌파하면서 세계에서 4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19일 하루 동안 발생한 확진자 수는 미국 2만289명, 브라질 1만6517명으로 세계 1, 2위다. 정치적 궁지에 몰린 두 정상이 여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 감찰관을 전격 경질한 데 대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논란이 되는 약의 복용 사실을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유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효능을 두고 거센 논란에 휩싸인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8일 “1주일 전부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먹는지 알면 놀랄 것”이라며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많은 이들이 복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클로로퀸을 ‘신의 선물’ ‘코로나19 사태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등으로 극찬하며 사용을 독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 공개 석상에서 이 약품을 언급한 후 소매 약국에서 처방이 46배 급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지난달 미 식품의약국(FDA)은 “클로로퀸은 심장질환자가 복용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처방 없이 복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날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조차 “여러 연구 결과를 볼 때 허약한 사람은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며 대통령의 복용을 우려했다. 온라인에도 “대통령이 미국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의 모델로 나서는 것을 심히 우려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야당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과학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약을 복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의 연령대와 체중을 감안할 때 더 그렇다”며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체중을 심각한 비만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에도 코로나19 치료법으로 ‘살균제 인체 주입’을 제안해 거센 논란을 불렀다. 이후 뉴욕시의 살균제 및 표백제 사고 신고가 급증하는 등 의료 전문가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의학 지식 없이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를 놓고 중국과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친중 성향을 지적하며 ‘30일 안에 개선이 없으면 자금 지원을 영구 중단하거나 탈퇴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19일 194개 WHO 회원국은 유럽연합(EU)과 호주 등이 주도한 코로나19 독립 조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측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4쪽짜리 서한에서 “30일 안에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증명하는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영원히 중단할 수 있음을 알린다. 우리의 회원 자격도 재고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WHO가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며 “미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조직에 납세자의 돈을 지원할 수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 앞에서도 WHO를 중국의 꼭두각시(puppet)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미국이 WHO에 연 4억5000만 달러의 분담금을 내는 반면 중국은 미국의 약 12분의 1에 불과한 3800만 달러만 낸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장관은 18일 화상으로 열린 세계보건총회(WHA)에서 “한 회원국이 투명성 의무를 조롱해 전 세계에 엄청난 희생을 초래했다”며 중국을 정면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의 반대로 대만의 WHA 참가 시도가 무산된 것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존 울리엇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WHA에서 “코로나19 피해국에 2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을 비난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나라가 중국의 책임을 묻는 것에서 주의를 분산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19일 “중국도 이 결의안 초안의 공동 제안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조사 대상의 범위에 미국도 포함해야 한다. 중국은 조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상무부 역시 “향후 5년간 호주산 보리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산 보리와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12일에도 일부 호주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했다. 호주가 미국 편에 서서 코로나19 조사를 촉구해 왔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발끈한 호주 역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의사를 밝혔다.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18일 성명에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자의적이고 치명적이며 결국 미국의 이익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국 갈등의 불똥은 미 주식시장으로도 튀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 2위 증권거래소 나스닥이 외국 기업의 기업공개(IPO) 자격 및 회계감사 등을 강화하는 규정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 규정의 핵심은 IPO 규모 하한선을 최소 2500만 달러(약 306억 원)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나스닥에 상장된 155개 중국 기업 중 40개가 이에 미달했다. 회계 강화 역시 지난해 초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의 회계부정 사건 때문으로 풀이된다. 누가 봐도 중국 기업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반드시 미 증시의 규칙을 따라야만 한다”며 싫으면 다른 나라 주식시장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금융 당국 역시 중국 기업에 영국 런던 증시 상장을 독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효능을 두고 거센 논란에 휩싸인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1주일 전부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약을 먹는지 알면 놀랄 것”이라며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있는 많은 이들이 복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클로로퀸을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해왔다. 반면 의료 전문가들은 심장 질환자가 복용할 때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처방 없이 복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날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조차 “여러 연구 결과를 볼 때 허약한 사람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며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러분을 죽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도 “대통령이 많은 미국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의 모델로 나서는 것을 심히 우려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몬세프 슬라위(61) 코로나19 백신개발 최고책임자가 이해상충 논란에 휩싸였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가 임상실험에서 인상적인 코로나19 치료 효능을 보인 백신 개발업체 ‘모더나’ 주식 약 16만 주를 스톡옵션 형태로 보유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모더나 등을 거친 백신 전문가로 15일 ‘작전명 초고속’이란 백신 개발 프로젝트의 최고책임자로 뽑혔다. 정부, 제약사, 군이 힘을 합해 내년 1월까지 3억 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백신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슬라위 책임자가 보유한 주식은 18일 종가 기준으로 약 1240만 달러(약 152억 원)에 달한다. 논란이 고조되자 그는 “스톡옵션을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더나의 본격적인 주가 상승이 지난달 17일 연방정부로부터 4억8300만 달러의 백신개발 지원금을 받으면서 시작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잡음이 여전한 상태다. 2010년 설립된 모더나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릿지에 본사를 두고 있다. 820명의 직원을 뒀고 지난해 매출액은 6020만 달러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제기된 비위 의혹과 관련해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며 그를 감싸는 발언을 내놨다. 폼페이오 장관을 방어해주는 과정에서 그의 막중한 임무를 거론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까지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공직자에게 개 산책과 세탁물 찾아오기, 가족식사 예약 등을 시킨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면서도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웨스트포인트를 1등으로 졸업한 똑똑한 사람이고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며 그의 학식을 추켜세웠다. 그는 이어 “아마도 그(폼페이오 장관)는 김정은과 핵무기에 대해 협상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며 “시간이 없으니까 ‘개 산책을 시켜주시겠어요? 나는 김정은 혹은 시진핑과 이야기 중이니 개 산책 좀 시켜주세요’라고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나라가 갈 길이 먼데 우선순위가 꼬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비위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을 전격 경질하면서 공개적으로 불거졌다. 현지 언론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개 산책을 비롯한 개인적 용무와 심부름을 국무부 공직자에게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리닉 감찰관이 조사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를 알게 된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해임을 요청해 승인을 받아냈다는 것. 의회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를 문제삼고 나서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궁지에 몰린 상태다. 향후 대선까지 노리고 있는 그에게 정치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인적인 심부름 등의 비위 의혹 외에도 그가 지난해 의회 승인 없이 사우디아라비아에 81억 달러(약 9조9200억 원) 규모의 무기 수출 강행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리닉 감찰관이 나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지 몰랐다”며 “정치적 보복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리닉 감찰관에 대한 해고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그가 하는 일이 국무부의 임무를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리닉처럼 정치적으로 임명된 인사를 해고하는 데 이유가 필요없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개인적 심부름을 시켰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근거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피해갔다. WP에 따르면 리닉 감찰관의 보고서는 국무부 내에서 몇 차례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해 그는 국제기구국 직원들이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충성심’을 보이지 않는 직원들에 대해 국무부의 리더십 남용과 보복을 기술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이란과의 핵협상에 참여한 ‘늘공’ 인사의 정치적 충성심을 문제 삼아 ‘어공’이 그를 ¤아내려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문제들을 지적해온 리닉 감찰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따라온 충성파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수 있다는 의미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효과를 놓고 논란이 계속돼온 말라리아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 중이라고 밝혔다. 그가 의료 전문가들이 치명적인 부작용을 경고해온 약을 직접 먹고 있다며 사실상 홍보에 나선 것을 놓고 비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이 치료제의 효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보건복지부 내부고발자에 대한 질문을 받다 말고 갑자기 “내가 그 약을 먹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약을 먹고 있는지 알면 놀랄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복용 중”이라고 주장했다. 깜짝 놀란 기자들이 재차 확인하자 “일주일 반 전 내가 복용을 시작했고 지금도 매일 먹고 있다”며 “이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여러분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대비하고자 백악관 주치의에게 복용하고 싶다고 자신이 먼저 이야기했으며, 복용 후 현재까지 이상이 없다는 것. 그는 “이걸 복용한다고 잃을 게 뭐냐. 이것은 40년 동안 말라리아와 루푸스를 위한 약이었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약의 효능에 대한 증거를 묻는 질문에는 “내가 바로 그 증거”라며 “이에 대한 긍정적인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답했다. “국민들이 좋게 느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던 시점에 “신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등의 표현을 쓰며 극찬했던 약이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약을 섣불리 쓸 경우 심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 치명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병원의 처방 없이 이를 복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조차 이날 “대통령이 그 약의 복용으로 잃을 게 뭐냐고 했다지만 여러 연구결과를 볼 때 (몸상태가) 취약한 사람들은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며 복용하지 말라고 시청자들에게 권고했다. 뉴스 진행자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이 여러분을 죽일 수도 있다”고 강한 경고 발언을 반복했다. 성요셉 대학병원의 밥 라히타 원장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며 “이 약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나 웬 전 볼티모어 보건위원은 트위터에 “이 약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미국인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의 모델로 나서는 것을 심히 우려한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를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부르며 중국과 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거듭 비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는 “30일 내에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증명하는 WHO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미국의 분담금 집행을 영원히 끊겠다”고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WHO의 부실한 초기 코로나19 대응으로 미국 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며 “WHO는 중국의 꼭두각시이고 좋게 말해도 중국 중심적”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WHO에 연간 4억5000만 달러의 분담금을 집행하는데 중국의 그 10분의 1 수준인 3800만 달러만 내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미국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4억5000만 달러를 4000만 달러로 내리는 것을 생각하고 있고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분담금을 10분의 1로 줄일 생각임을 밝혔다. 그는 이날 개막한 WHO 최고의결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 연설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러브러여수스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4장 분량의 서한도 공개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달 14일 WHO에 대한 분담금 집행을 전격 중단한 이후 진행해온 WHO의 코로나19 대응 과정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조목조목 나열한 뒤 “WHO가 나아갈 유일한 길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어 “30일 내로 주요하고 실질적인 (WHO 개혁의) 진전을 보여주지 않으면 일시 동결돼 있는 미국의 분담금 집행을 영원히 중단하고 미국의 멤버십도 재고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는 이 서한에서 “불과 몇 년 전 다른 사무총장의 지휘 하에서는 WHO가 세계에 얼마나 많은 것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전임자였던 그로 할렘 브룬틀란 사무총장 시절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응과 대놓고 비교하기도 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굴욕적으로 깎아내린 것. 미국은 앞서 세계보건총회에서도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장 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한 연설에서 “코로나19 발병을 숨기려는 명백한 시도에서 최소한 한 회원국이 투명성 의무를 조롱했다”며 “이것이 전 세계에 엄청난 희생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명백히 중국을 겨냥해 바이러스 은폐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함과 동시에 책임을 따져묻는 발언이었다. 미국은 코로나19의 부실대응 문제를 넘어 홍콩과 대만 등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아킬레스건까지 건드리며 공격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대만의 WHA 참가 시도가 무산된 것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WHO 사무총장은 대만을 세계보건총회에 참가시킬 모든 법적 권한이 있음에도 중국의 압력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사무총장의 독립성 결여는 WHO의 신뢰와 효율성을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는 시점에 이를 손상시켰다”로 맹비난했다. 또 “전 세계가 목숨이 걸린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시점에 정치놀음을 하지 말고 모든 회원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다자적 기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캐나다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과 함께 “대만을 WHO에서 배제하는 것은 코로나19 위기에서 심각한 보건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공동 서한을 발송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