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67

추천

여러분이 장바구니에 담은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leemail@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문화 일반21%
역사16%
문학/출판13%
미술13%
음악11%
인사일반11%
연극8%
만화3%
대통령3%
요리/음식1%
  • 공공재개발 찬성 절반 넘었던 후보지, “서울시장 선거 지켜보자” 유보 움직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주도로 주택을 공급하는 ‘공공재개발 사업’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의 주민들이 사업 참여를 유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만 해도 이 지역들 중 상당수는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 찬성률이 70%를 넘는 등 공공 주도 방식에 긍정적이었지만 최근 LH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30일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성북구 성북1구역이 대표적인 예다. 이 지역은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과 인접한 역세권으로 과거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다 무산되면서 공공재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소유주 76%가 공공재개발 후보지 신청에 동의했을 정도로 공공재개발에 적극적이었다. 성북1구역 한 주민은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 한껏 들떠있다”며 “일단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지에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주민 동의율이 약 60%였던 성북구 ‘장위8구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아무래도 임대주택이 많으면 사업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새 서울시장이 민간 재개발을 적극 추진한다면 공공재개발에 동의했던 주민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은 원래 용적률, 기부채납 등의 조건이 민간 재개발보다 유리하다는 게 장점이었다. 하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모두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향후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이 장점이 반감되거나 민간 재개발이 더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H 사태 이후 공공에 대한 불신이 커진 점도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공재개발은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단독 시행하거나 민간 조합과 공동 시행하는 방식이다. 성북구 ‘장위9구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LH 임직원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LH를 어떻게 믿고 사업을 맡기냐’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선 공공재개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강동구 ‘천호A1-1구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한강변인 데다 역세권으로 입지가 좋다 보니 민간 재개발로도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주민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1차 후보지 중 알짜로 꼽힌 동작구 ‘흑석2구역’은 규제 완화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사업 철회 의사를 내비쳤다가 정부가 추가 혜택을 검토하자 다시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올해 1월 서울시가 추천한 공공재개발 사업지 28곳의 노후도와 사업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 29일 2차 후보지 16곳을 최종 선정했다. 이들 지역에서 2만 채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정부 계산이지만 소유주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보궐선거나 LH 사태 등으로 정부 계획보다 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이지윤 기자}

    • 2021-03-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현금결제 많은 전통시장, 재난지원금 사각지대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1975년부터 46년째 생선가게를 운영해온 김모 씨는 2차, 3차 재난지원금을 모두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이 급감했지만 현금 결제가 많아 매출 감소 사실을 증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세무사에게 상담을 받고 서류 준비에 나섰지만 도무지 감당이 안 돼 사실상 지원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인왕시장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했던 전통시장이다. 본보 취재팀이 만난 이곳 상인들은 현금 결제가 많은 시장의 특성 때문에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37년째 식료품 가게를 운영해온 A 씨는 “식료품 원재료 가격은 꾸준히 오르는데 시장의 특성상 섣불리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못해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며 “피해가 큰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더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차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상인은 일회성 지원 대신 전통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장기 대책을 제안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전통시장 주변에 먹거리와 볼거리를 늘려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게 더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1-03-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투기방지법, 이미 투기한 LH직원엔 속수무책… ‘이익몰수’ 소급못해

    공공기관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 이익을 몰수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이미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은 이 법을 적용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헌 가능성이 높아 개정안을 소급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는 24일 본회의에서 이른바 ‘투기 및 부패방지법’으로 불리는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미공개 개발 정보를 누설하거나 투기에 활용한 공직자는 물론이고 이런 정보를 넘겨받은 제3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은 공공주택 업무를 하는 공직자와 관련 업체 종사자가 미공개 정보를 부정하게 이용할 때만 처벌이 가능하다. 처벌 수위도 대폭 높였다. 현재는 법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지만 개정안은 부당 이익 규모에 따라 최고 무기징역형을 받도록 했다. 부당 행위로 얻은 이익의 3∼5배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투기 이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했다. 당초 ‘투기 및 부패방지법’ 개정안 중 상당수에 재산상 이익 몰수 규정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의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는 개정안에서 소급 적용 조항을 빼기로 했다.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국토위 소위원장)은 이날 “친일 재산이나 부패 재산에만 예외적으로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며 소급 적용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후 23일 국회 법사위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토위에선 소급이 어려운 것으로 해석했지만 입법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결국 소급 적용 조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시작돼 현재도 진행 중인 사실관계에 대해선 공익적 필요에 따라 소급(부진정 소급)할 수도 있지만 토지 투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아파트 재건축이 추진 중인데 재건축 규제가 생기는 건 연속적인 행위라 부진정 소급 입법에 해당할 수 있지만 땅을 사는 것과 파는 건 별개의 행위여서 소급이 어렵다”고 했다. LH가 인사 및 보수 규정을 개정해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직원들을 징계한 뒤 이들의 월급을 삭감하는 방안은 가능하다. 다만 이 역시 퇴직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투기 이익 몰수는 힘들지만 투기 의혹이 불거진 LH 직원들이 시세 차익을 크게 남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LH 규정을 개정해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들에게 현금 대신 땅을 주는 대토보상이나 ‘협의 양도인 택지’ 부여 자격을 주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신도시 예정지 땅을 매입한 사람은 대토보상과 협의 양도인 택지를 받아야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이런 기회가 박탈되면 해당 직원들은 시세보다 싼 감정평가액에 토지를 넘겨야 한다. 이렇게 하면 사실상 투기 이익의 상당 부분을 환수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통상 현금 보상액이 초기 투자금보다 많은 게 현실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투기 이익을 빠짐없이 환수하겠다”고 했지만 LH 규정 개정만으로 투기 이익을 전액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김호경 kimhk@donga.com·이지윤 기자}

    • 2021-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광장 서쪽도로 폐쇄후 첫 출근길… 사직로 북새통 교통정체

    “차로가 폐쇄된 줄 정말 몰랐습니다. 회의 시간이 다 돼서요, 한 번만 유턴하면 안 될까요.” 8일 오전 10시경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여느 때처럼 출근길에 오른 50대 운전자 A 씨는 사직로에서 시청 방향으로 핸들을 꺾어 세종대로로 진입한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청 방면으로 연결된 광화문광장 서쪽 세종대로가 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폐쇄되며 길이 막힌 상황. 오도 가도 못한 채 도로 한가운데 멈춰선 A 씨는 결국 차량을 돌려 불법 유턴을 시도했다. 교통경찰이 부랴부랴 A 씨 차량 앞에 다가가 “여기로 나오시면 어떡하냐”고 막아 세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A 씨 차량 앞뒤로 길게 늘어선 차량들은 연신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 서울시가 광장 서쪽 세종대로를 폐쇄한 이후 평일 첫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혼란을 겪었다. 앞서 서울시는 6일 0시부터 광화문광장 서쪽 도로를 폐쇄하고 동쪽 세종대로에서 양방향 통행이 이뤄지도록 교통체계를 개편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세종대로 전 구간 평균 통행속도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사직로 등 광장 일대는 오전 출근길 내내 정체가 이어졌다. 실제 이날 오전 사직로에서 광화문광장 방향으로 가는 차량의 평균 속도는 지난주에 비해 13%가량 감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1일 오전(7∼9시) 시속 21.3km였던 평균 속도는 8일 18.6km로 줄었다. 사직로 일대 도로에 차량 정체가 극심해지면서 자하문로 일대를 지나는 차량들도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과 동행한 김태완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차량 통행량보다 도로 용량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정체”라고 진단했다. 서울시는 서측 차로를 폐쇄하면서 우회전 차로 2개를 1개로 줄였다. 김 교수는 “교통신호 체계 개선과 우회로 등 차량 분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근 우회로로 차량이 몰리며 골목길에도 혼잡이 가중됐다. 오후 7시경 세종로공원 앞 도로에는 차량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나온 보험사 관계자는 “갑자기 차량이 몰리며 서로 먼저 가려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고로 일대 도로는 5분가량 차량 정체가 극심했다. 한 교통경찰은 현장점검에 나온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만나 “세종로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과 좌회전 차량이 마주치며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연구원은 “기존에는 세종대로 중앙에 놓인 광화문광장이 분리대 역할을 하며 좌회전 차량과 우회전 차량을 분산시켜 주는 효과를 냈다”며 “도로가 동쪽으로 집중되면서 세종로 교차로에서 좌회전, 유턴, 우회전 차량이 몰려 차량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충고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7∼9개로 줄면서 유턴할 때 여유 공간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교통 신호 개선 등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강승현·이지윤 기자}

    • 2021-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공정성 민감한 MZ세대… 필수교재 지정 교수에 “책 강매 갑질”

    서울대 교수가 자신이 집필·번역한 책 여러 권을 강의 ‘필수 교재’로 지정하자 학생들이 “구매 강요”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의 특징이 드러나는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5일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울대 게시판에는 “이번 학기 교육학개론 주 교재 6권 중 5권이 교수님이 직접 집필하거나 번역한 책이다. 책을 안 사면 풀 수도 없는 오픈북 퀴즈를 매주 내면서 ‘책을 사라고 강매한 적은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수업은 이 대학 교육학과 A 교수가 진행하는 ‘교육학개론’이다. A 교수는 “교재 구입이 필수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학생들은 “교수가 매주 교재를 읽고 ‘쪽글’을 제출하게 하는가 하면 불시에 오픈북 시험을 보겠다고 공지했다”고 주장했다. 교육학개론은 사범대 학생이 교직 이수와 졸업을 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다. 이번 교육학개론 강의는 단 2개로 학생들은 “수강신청 자체가 어려워 선택권이 없다”고 호소한다. 교육학개론 강의계획서에 따르면 A 교수는 자신이 집필한 책 1권과 번역한 4권 등을 포함해 책 6권을 주 교재로 지정했다. A 교수가 집필·번역한 5권 가격을 합하면 9만500원으로 수업 정원은 100명이다. 학생들은 A 교수의 요구가 “교수의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A 교수가 2019년 9월 더불어민주당이 대학 입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발족시킨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일부 학생은 “민주당 교육공정성위원회 위원으로 참가하신 분인데 교재 10만 원어치를 살 돈이 없는 학생들은 제대로 학점을 받지 못하는 게 공정한 교육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A 교수는 학생들의 반발에 주 교재를 6권에서 3권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업 관련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학교, 학생들과 해결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대 교수는 “MZ세대는 절차의 합리성을 중시하는 세대로 ‘이 책이 왜 필요한지, 어떤 취지에서 읽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며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난이 극심해지며 학생들이 평가 과정에 훨씬 예민해졌다”고 전했다. 최근 대학가에선 공정성 이슈를 놓고 MZ세대가 반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연세대 학생들이 학점 포기 관련 학칙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진행된 비대면 시험에서 오픈북 시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이 책을 펴보는 등 부정행위를 한 게 발단이 됐다. 학생들은 이 수업 수강을 철회하려 했으나 ‘재수강 3회 제한’ 조항이 정당한 선택을 가로막고 있다며 학칙 개정을 요구한 것이다. 같은 달 치러진 제10회 변호사시험 문제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모의시험 해설 자료와 유사하게 출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공론화한 것도 MZ세대다. 이른바 ‘복붙(복사해 붙여넣기) 시험’ 논란에 법무부가 전원 만점 처리를 해결책으로 내놓으며 반발은 더 거셌다. 수험생들은 “문제 유출로 인한 불공정을 해소하겠다며 또 다른 불공정을 자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촛불집회로 부당하고 올바르지 않다고 느낀 현실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 바꾼 경험이 있다. ‘참여를 통해 공정성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체득했기 때문에 공정성 이슈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이지윤·이소연 기자}

    • 2021-03-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만의 가치에 투자하는 MZ세대… “난치병 후원기업 주식 샀어요”

    “제게 주식 투자는 ‘응원한다’는 또 다른 표현이에요. 주식을 산다는 건 그 기업에 힘을 보태주는 거잖아요. 이왕이면 내가 진심으로 지켜주고 싶은 가치에 돈을 쓰고 싶었어요.” 취업준비생 이지흔 씨(25·여)는 지난해 12월 초 생애 처음으로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 요즘 말로 주식 초보자를 뜻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다. 시드머니(종잣돈)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달 30만 원씩 모아왔던 적금을 깨 마련했다. 요즘 또래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모였다 하면 주식 얘기를 할 정도다. 이 씨도 마땅한 투자처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1순위로 꼽은 체크리스트는 수익성이 아니었다. 바로 ‘선취력’(선함을 취하는 영향력)이었다. 기업 윤리, 소수자 배려, 수평적인 기업 문화 등…. 이 씨가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매수한 종목은 매일유업. 비록 10주를 보유한 소액 주주이지만 투자를 통해 얻은 심리적 참여도는 대주주 못지않다. 이 씨는 “매일유업은 해마다 적자가 나는 사업인데도 난치병 아이들을 위한 분유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며 “눈앞의 이익보다 우리 사회 소수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의 가치가 내 가치관과 맞았다. 그 가치를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에게는 주식 투자도 사회에 선취력을 끼칠 수 있는 참여 방식이 되고 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이 씨도 바이오 기업에 지원서를 낼 때 해당 기업이 진행하는 실험 절차를 꼼꼼히 살펴본다. 혹시나 동물권이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는지 확인한다. 연간 30만 원씩 기부용 적금 통장을 따로 들고 있을 정도다.○ MZ세대 “우리는 투자자이자 활동가” 주식 투자 열풍을 이끈 개미군단의 핵심 전력으로 MZ세대가 부상하고 있다. 청년 세대마저 빚까지 내 주식 투자에 뛰어든다는 우려도 없지 않지만, 소액일지라도 자신만의 가치를 고수하며 주식 투자에 나서는 청년들도 상당하다. 동아일보는 MZ세대 청년 7명을 심층 인터뷰해 이들의 특징을 분석해 봤다. 먼저 서울대 한규섭 교수팀과 함께 ‘주식’을 키워드로 MZ세대의 언어연결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주식을 언급할 때 ‘가치관’과 ‘친환경’ ‘미래’ ‘세대’ 등의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가차를 중시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또 이들은 주식 투자라는 행위를 ‘생각’이나 ‘믿음’ ‘도움’ ‘힘’이란 단어와 연결지었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일상생활에서도 작은 실천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청년 세대에게는 주식 투자 자체도 하나의 사회 참여”라며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매수 요인은 ‘친환경’ ‘투명성’ 등 기업이 어떤 가치관을 추구하는가에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 교수는 “투자의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성과 지표도 다르다”며 “내가 지지하는 기업에 얼마나 도움을 줬느냐, 기업이 내 믿음에 얼마나 부합했느냐가 심리적 만족감을 결정한다”고 진단했다. 대학생 고유나 씨(22·여)도 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을 “투자자이자 활동가”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7월 생애 첫 주식 계좌를 개설한 고 씨가 주식 투자로 얻으려는 가치는 ‘환경 보호’다. 시드머니 300만 원을 쥐고 투자처를 고심하던 그는 이달 초 전기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온시스템의 주식 30주를 매수했다. 고 씨는 “전기차 개발로 탄소 배출 등 환경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주가가 높아서 눈여겨보다가 주가가 떨어진 타이밍을 잡아 매수했다”고 말했다. 투자로 얻은 수익은 환경단체에 기부하며 수익 환원에 앞장서기도 했다. 고 씨는 주식 계좌를 개설한 지난해 7월부터 한 환경보호단체에 매달 1만 원씩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부터는 2만 원으로 기부 액수를 올렸다. 고 씨는 “주식으로 번 수익을 조금이라도 기부하면서 실제 환경 보호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주식 투자를 통해 얻은 불로소득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투자 이유이자 목표”라고 했다. MZ세대에겐 나쁜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도 원칙이 된다. 수익률이 좋고 배당금까지 나오는 효자 종목이라도 인체에 해로운 화학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한다. 고 씨는 “몇몇 사람들은 제게 ‘주식 투자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주식 투자를 하면서 사회를 바꾸고 있다는 느낌을 얻는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정윤 씨(25·여)에게도 주식 투자란 “정체성과 신념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방송작가 지망생이던 김 씨는 유명 작가의 문하생을 알음알음 채용하는 관행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관행을 바꾸는 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스튜디오드래곤이란 회사를 알게 됐다.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신인 작가 채용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놨더라고요. 작가 등용 루트를 다양화한 기업에는 내 돈을 투자해도 되겠단 믿음이 생겼어요. 이 기업이 추구하는 공정한 채용 과정을 지지하고 싶단 마음도 컸고요.” 고민 끝에 김 씨는 지난해 말 스튜디오드래곤 주식을 매수했다. 단 3주뿐이지만 여기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때 높은 진입장벽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겼다.○ 젊고 건강한 투자가 세상을 바꾼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투자가 비록 소액이지만 영향력은 그 이상의 크기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투자로 얻는 심리적 만족감이 실제의 가치보다 클 뿐 아니라, 사회적인 영향력이란 측면에서도 상당한 저력을 가졌다고 봤다. 이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자연스레 활용할 줄 아는 MZ세대는 소액 주주라 해도 자신의 투자 가치관을 또래 집단과 공유하며 더 많은 임팩트를 창출해낸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관련 주식을 보유한 윤영욱 씨(24)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자기만의 투자법을 공유하고 있다. 윤 씨는 “모든 세대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투자가 확대되길 바란다”며 “우리의 투자가 다음 세대는 물론 그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당장 나부터 지구의 환경과 미래 산업을 고민해 나가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씨도 윤 씨처럼 소셜미디어에서 주식 투자 일지를 작성한다. 팔로어는 아직 1326명이지만 파급 효과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고 씨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300만 원으로 시작한 돈 없는 대학생이지만, 주식 투자법을 공유하고 환경 보호라는 가치관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처음 주식 계좌를 개설한 지난해 7월 고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남겼다. ‘주식 하면서 경제 사회 정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론 환경이 문제다. 더 나은 기술력으로 우리 지구를 지키자.’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는 개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면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 결집하며 가치관을 공론화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측면도 지녔다”며 “SK하이닉스 성과급 공유 이슈를 공론화한 것도 MZ세대였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로서는 불매 운동을, 조직 구성원으로서는 성과급 공유 운동을 주도하는 MZ세대는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국경 없는 인터넷 공간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세계에서 통용되는 규범)를 체화한 점도 MZ세대의 특징이다. 여 교수는 “MZ세대의 눈은 이미 국내 증시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 증시에 향해 있다”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이들 몸에 배어 있다.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려면 한국 기업도 선제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제부터는 MZ세대의 ‘젊은 투자’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건 기성세대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인을 ESG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줄 때 젊고 건강한 투자는 더 늘어날 겁니다.”이지윤 leemail@donga.com·이소연 기자}

    • 2021-03-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용돈 대신 주식” 미성년 계좌 1년새 2배로

    지난해 10월 안보배 씨(35)는 열 살짜리 아들의 주식 계좌를 만들어 삼성전자 주식 2주를 사줬다. 어린이신문을 구독하는 아들이 증시 관련 기사들을 읽고선 직접 투자해 보고 싶다고 한 게 계기가 됐다. 안 씨는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아들이 그동안 모은 용돈과 세뱃돈으로 투자해 보면 실전 경제 교육이 될 것 같아 허락했다”고 했다. 안 씨 부부가 주식 용어와 투자 개념 등을 알려주지만 종목을 고르고 투자 시점을 정하는 건 아들 몫이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 주가가 8만 원대 초반으로 떨어지자 아들은 “지금 더 사야 한다”며 부부에게 모아둔 용돈을 건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 투자 열풍에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주식 계좌도 1년 새 2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5개 증권사(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의 미성년자 주식 계좌는 60만6952개로 집계됐다. 1년 전(29만1033개)보다 109% 급증했다. 특히 국내 증시가 삼천피(코스피 3,000) 시대를 처음 연 올 1월에만 8만 개 이상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2019년 1년간 개설된 미성년자 계좌는 1만 개가 안 됐다. 증시 활황 속에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조기 금융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자녀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절세 혜택을 노려 자녀에게 미리 주식을 증여하는 부모도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려서부터 소액으로 투자를 해보면 금융 교육 효과가 있다. 다만 자녀가 투자에 너무 몰입하거나 증여가 탈세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박희창 ramblas@donga.com·이지윤 기자}

    • 2021-0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