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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8년부터 매년 작성해온 인권보고서를 통일부가 ‘3급 비밀’로 지정해 대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은 17일 “통일부가 자체적인 판단만으로 센터 보고서를 ‘3급 비밀’로 지정한 행정 절차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3급 비밀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보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안을 가리킨다. 지 의원 측은 “통일부가 제출한 보안업무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통일부가 인권보고서를 3급 비밀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내부 보안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야 했지만 이런 절차 없이 작성 기관인 센터가 임의로 비밀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2016년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뒤 같은 해 9월 설치됐다. 북한인권법 13조는 인권 실태 조사 결과 발간을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주요 업무로 명시했지만 2018년부터 작성을 시작한 2017∼2018년도 북한 인권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는 모두 3급 비밀로 분류돼 비공개 상태다. 통일부 관계자는 “그동안은 센터가 정책 수립 참고용으로 보고서를 제작해 대외에 공개하지 않았다”며 “정부 문서를 생산한 담당자가 비밀 등급을 자체적으로 매기도록 돼 있어 보안심사위원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비영리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탈북민 정착 기관인 하나원 입소 탈북민을 상대로 21년간 진행해온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통일부가 올해 3월 중단시킨 상황에서 정작 정부 보고서는 비밀에 부치는 사실 자체에 대한 비판도 크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류사 기록물에 대한 관점에서 볼 때 북한 인권 실태 조사 결과가 3급 비밀인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16일 NKDB 조사 중단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 보고서 비공개 비판까지 겹치자 17일에야 뒤늦게 공개용 북한 인권보고서를 내겠다고 밝혔다.권오혁 hyuk@donga.com·최지선 기자}
통일부가 2017년부터 비영리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에 북한 인권 실태 조사 축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는 1999년부터 21년간 탈북민 정착 기관인 하나원에서 한국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탈북민 심층 조사를 통해 실태를 조사해왔다. 2007년부터는 14년간 매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북한인권백서를 공개해왔다. 하지만 통일부는 올해 3월 이 단체의 조사 활동을 중단시켰다. 16일 NKDB에 따르면 통일부는 2017년 초부터 매년 NKDB와 북한 인권 실태 조사 위탁 계약을 맺을 때마다 조사 대상 탈북민 수를 축소하고 조사를 위한 질문도 줄일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초에는 탈북민들의 성별, 나이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수집하지 못하게 했다. 2017년 매달 가능한 조사 대상 탈북민 수를 이전보다 60%나 줄인 10명으로 제한한 통일부는 올해 1월 이를 다시 7명으로 줄이라고 요구했고 3월 NKDB가 수용 의사를 밝혔는데도 계약을 맺을 계획이 없다고 일방 통보했다는 게 NKDB의 설명이다. 통일부는 “NKDB가 계약 조건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인권 단체들은 통일부가 독립적인 민간 차원의 북한인권 실태 조사를 막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통일부가 21년간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해온 비영리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조사 활동을 올해부터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 단체가 14년간 매년 발행해온 국내 유일의 민간 북한인권백서 발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15일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통일부는 이 단체가 1999년부터 탈북민 정착 기관인 하나원에서 탈북민을 상대로 진행해온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중단하라고 3월 통보했다. 199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센터가 국내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탈북민들로부터 파악한 북한 인권 침해 사건은 7만8798건, 관련 인물은 4만8822명에 달해 국내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다. 통일부는 올해 1월 매년 체결해온 실태 조사 사업 위탁 계약을 앞두고 조사 대상 탈북민 수를 축소하라고 요구했다. 센터 측은 “3월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통일부는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본보에 “센터가 조사 축소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으나 청와대와 국회에는 “기간 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측은 “통일부가 계약 체결 시한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여상 센터 소장은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올해까지 4년간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 백서를 단 한 차례도 발행하지 않은 채 어떤 조사를 하고 있는지도 비공개하고 있다”며 “정부가 통일 준비에 필요한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외면한 것”이라고 했다. ▼14년째 발간해온 北인권백서 못낼 판▼통일부, 민간단체 北인권조사 제동… ‘남북대화에 부담’ 판단 작용한 듯정부가 조사 독점… 감시 약화 우려비영리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1990년대부터 20여 년 동안 진행해온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통일부가 올해 3월 갑자기 중단시킨 것은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온 인권 문제가 남북 대화에 부담이 된다는 정부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가장 방대한 북한 인권 실태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NKDB가 2007년부터 14년간 매년 발간해온 북한인권백서 발행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북한 인권의 실체에 대한 이해와 감시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NKDB는 국내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탈북민들에 대한 심층 조사를 통해 북한 인권 침해 사건과 인물을 조사해 왔다. 1999년부터는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 기관인 하나원에서 탈북민들의 증언을 들었다. 이렇게 축적된 인권 침해 사건이 7만8798건, 관련 인물은 4만8822명에 이른다. NKDB는 백서를 통해 생명권과 정치적 참여권, 생존권, 건강권 등 인권 침해 유형을 16개로 분류하고 시대별로 증감을 구분해 북한 인권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자료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뒤 설치된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조사해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넘긴 북한 인권 관련 사건은 1806건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탈북민 3212명(올해 5월 말 기준)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를 조사했다고 밝히면서도 조사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대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NKDB의 조사와 백서 발행이 중단되면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의 북한 인권 실태 조사의 명맥이 끊기고 정부가 관련 조사를 독점하게 된다. 윤여상 NKDB 소장은 “북한 인권 기록은 정부와 민간이 조사한 내용을 상호 검증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권에 따라 민간의 조사를 막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독일 통일 전 서독의 잘츠기터 중앙범죄기록소 사례를 거론하면서 통일에 대비한 장기적인 인권 기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독은 이 기록소를 설치해 동독의 인권 침해 사례를 기록했고, 이는 동독 내 인권 침해 가해자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지낸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북한 인권 침해 실태를 기록해 낱낱이 공개하고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해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 내 권력자들도 통일 이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이 커질 수 있다”며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통일 준비를 위해서라도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제대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중국이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중국군의 6·25 참전을 뜻하는 용어) 기념관’을 20일 재개관한다. 14일 북-중 접경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 있는 항미원조기념관이 20일부터 일반 관광객들에게 개방된다. 증·개축을 이유로 2014년 12월 문을 닫은 뒤 5년 9개월 만이다. 기념관 측은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 등을 통해 사전 방문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개관 첫 날인 20일 입장권 3000장은 모두 매진됐다. 북한 신의주와 맞닿아 있는 단둥은 6·25전쟁 당시 중국군이 한반도로 진입하기 위해 거친 지역이다. 현재 북-중 교역의 약 70%가 이 곳을 거친다. 항미원조기념관은 중국 정부가 6·25 전쟁 당시 중국군의 참전을 기념하기 위해 1953년 8월 문을 연 뒤 1993년 확장해 개관했다. 1993년 개관식에는 훗날 국가주석을 지낸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공산당 서기처 서기가 직접 참석하고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기념관 현판을 썼을 만큼 중국 지도부가 각별히 신경써왔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도왔다’는 항미원조를 주장하면서 북-중 우호와 애국 선전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기념관이 북-중 관계에서 갖는 상징성이 큰 만큼 이번 재개관을 앞두고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문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념관 증·개축 공사는 지난해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재개관은 계속 미뤄져 왔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까지 겹치면서 공산당 관계자 등의 애국 교육 활동 때만 일시 개방했다. 이달 초 시진핑 국가주석이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자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국경절 연휴 등을 고려해 재개관 시기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군은 1950년 10월 19일 압록강을 넘었지만 북-중이 함께 참전해 처음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25일을 기념일로 제정했다. 올해 70주년 기념일에 맞춰 북-중 우호를 강조하는 영화, 드라마가 잇따라 공개될 예정이다.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금강천(金剛川)’, ‘빙설장진호(氷雪長津湖)’와 CCTV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넘어서’ 등이 제작 중이거나 제작을 마친 상태다. 단둥에서는 5일부터 중국군의 6·25 전쟁 참전을 다룬 뮤지컬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最可愛的人)’이 공연 중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통일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늦춰왔던 등록 비영리법인에 대한 현장 사무검사를 10일 재개했다. 탈북자단체들은 인권 탄압 우려가 나오는 사무검사를 강행하는 데에 반발했다. 이날 통일부 관계자 2명이 탈북자단체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무실에 방문해 현장 사무검사를 실시했다. 대상 법인이 설립목적에 맞는 활동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도별 수입·지출 예·결산서, 총회 및 이사회 회의록 등 증빙 서류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이날 탈북자단체 ‘탈북자 동지회’ 측은 사무검사를 거부해 사무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무검사 대상 탈북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정부의 북한인권·탈북민단체 탄압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연장 시행되는 가운데 검사를 강행하는 것에 반발하며 검사중단을 촉구했다. 공대위 대책위원을 맡은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통일부의 사무검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연장하는 범정부 조치와도 배치된다”며 “북한인권단체와 탈북민단체에 대한 선별적이고 탄압적인 검사 강행을 당장 멈추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지난주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사무검사의 강도를 낮추거나 미뤄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통일부는 “직원 2~3명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하는 등 방역지침은 충분히 준수하고 있고 사무검사를 동의한 단체를 대상으로 사전에 일정을 조율한 뒤 방문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일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논란을 계기로 지난 7월 등록 비영리법인 25곳에 대한 사무검사와 비영리민간단체의 등록요건 점검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대상 단체들의 반발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무검사 진행이 지연돼 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국정 전반에 있어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달 20일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비공개 보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생 김여정에게 권력을 위임해 통치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는 것이다. ‘위임통치’ 보고의 파장은 상당했다. 위임통치가 최고 권력자의 정상적인 통치가 어려울 때 통치권을 넘겨준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기 때문. 논란이 커지자 약 한 시간 뒤 추가 브리핑을 통해 하 의원은 “국정 전반의 전권을 위임했다는 게 아니라 사안별로 김여정 등에게 위임했다는 의미”라고 추가 설명에 나섰다. 국정원 관계자도 직접 “김정은의 권한이 분산됐다는 의미이지 김여정에게 (전권이) 위임됐다는 건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위임통치’ 보고를 계기로 잠잠해졌던 ‘김정은 건강 이상설’, ‘김여정 후계자설’ 등이 다시 고개를 들자 서둘러 차단에 나선 것이다. 동시에 국정원 보고를 계기로 북한 권력 구조 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날 국정원의 보고 내용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대남·대미 총괄은 김여정, 경제 총괄은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덕훈 신임 내각 총리, 군사 총괄은 신설된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과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맡기며 이들에게 일부 권한을 부여해줬다. 집권 초기부터 만기친람(萬機親覽·모든 업무를 직접 챙기는 방식)을 해온 김 위원장의 통치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측은 ‘통치 스트레스 경감’과 ‘책임 회피’를 위임통치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최고지도자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북한에서 ‘위임통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국정원의 분석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 달라진 김정은 통치 스타일… 만기친람 대신 역할 분담 김 위원장은 2011년 12월 집권 이후 만기친람식 통치 스타일을 선보였다. 국정 대소사를 직접 챙기며 잦은 현지지도를 통해 실무적인 분야에서도 세부 지시를 내렸다. 건설 현장을 찾아가서 “잡초를 뽑아라”고 할 정도였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김 위원장의 만기친람식 통치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특별사절단을 직접 만나 4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6개 합의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큰 틀의 방향만 제시하고 참모진에게 실무 협의를 맡기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주요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협상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여권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 내용은 물론이고 의전 관련 결정까지 모두 사실상 김 위원장의 결단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도 중요 결정이 모두 김 위원장을 거쳐야 하다 보니 실무급 협상은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의 실무급 협상에서 북측 협상팀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좌절감을 토로했을 정도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국정원이 사실상의 2인자로 지목한 여동생 김여정이 전면에 등장하면서부터다. 6월 4일 첫 담화로 대남 총책 역할을 공식화한 김여정은 김 위원장이 침묵하는 가운데 연쇄 담화를 내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예고부터 미국에 ‘독립기념일 DVD 요청’까지 남북, 북-미 메시지 발신을 주도했다. 최고지도자를 제외하면 통상 자신의 직책에 한정된 메시지를 제한적으로 내놨던 기존 북한 고위직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인 것. 김여정의 공식 직책은 ‘당 제1부부장’이지만 노동당 서열 1위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를 담당하고 있어 실권은 훨씬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여정이 실질적으로 조직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가’라는 질의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지도부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김여정이 실질적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 위상 높아진 ‘경제·군사 투톱’… 핵·경제 병진노선 강화 김여정이 남북, 북-미 외교에 전면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핵심 간부들의 보폭도 넓어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자 1면에 김재룡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9호 태풍 ‘마이삭’으로 인명 피해 책임을 묻는 회의를 주재하고 북한 강원도와 원산시 간부들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노동신문 1면 상단에도 황해남도 태풍 피해 복구 현장을 찾은 박봉주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 총리의 현지 시찰 사진이, 이달 1일자 노동신문 1면에는 박봉주와 리병철 부위원장의 태풍 피해 복구사업 지도 사진이 게재됐다. 이들의 활동에 대해 ‘지도’라는 표현을 쓰고 활동사진을 노동신문 1면에 게재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도’라는 표현은 김 위원장과 노동당에 대해서만 사용돼 왔기 때문. 김 위원장이 김재룡, 박봉주, 리병철 등에게 ‘지도’ 권한을 부여한 셈이다. 외교가에선 이 같은 북한 리더십의 변화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김 위원장이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되며 ‘김정은 2기’가 출범한 지난해 4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이후 세대교체로 발탁된 인물들이다. 김 위원장이 경제 분야 총괄로 김정일-김정은 시대를 아우르는 박봉주와 함께 ‘50대 경제통’ 김덕훈을 경제 투톱으로 내세운 가운데 군사 분야 총괄을 맡은 ‘군사 투톱’은 최근 상무위원에 진입한 리병철 부위원장과 최부일 군정지도부장이다. 리 부위원장은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을, 최 부장은 군 조직 관리를 총괄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새로운 세대를 중심으로 당 간부들을 재편한 것”이라며 “이들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김정은 1기’ 고위 간부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화를 시도하면서 일일이 현장지도에 나서기보다 당 회의를 통해 간부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모습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공개 활동 36회 중 당 회의는 13회로 약 36%를 차지하고 지난달에만 4차례의 회의가 열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절대 권력과 핵심 사안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보유하면서도 핵심 간부들에게 담당 분야의 정책 결정에 대해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고 동시에 결정의 결과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 여전한 1인자 김정은… 최대 변수는 건강 문제 다만 다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위임통치’를 북한 권력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김 위원장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집권 초기 고모부 장성택 숙청 등 권력 집중에 힘을 쏟았던 김 위원장이 탄탄해진 권력을 바탕으로 집권 2기를 맞아 과거와는 다른 ‘김정은식 지도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홍수·태풍 피해가 잇따르는 위기 상황이 되면서 김 위원장은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6일과 7일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홍수 피해를 입은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를 찾았고, 지난달 27일에는 태풍 바비가 강타한 황해남도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5일에는 태풍 마이삭의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지역에서 정무국 확대회의까지 개최해 피해 복구를 지시했다. 황해북도 방문 때는 직접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몰고 흙길을 달리는 영상을 공개하며 민생을 돌보는 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했다. 5일 함경남도에선 피해 책임을 물어 도 당위원장(한국의 도지사 격)을 해임하며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과거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이 대약진운동으로 고전할 때 류샤오치(劉少奇)·덩샤오핑(鄧小平)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며 “이 같은 방식은 정책이 실패했을 때 희생양으로 삼기 쉬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여전히 북한 통치 시스템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김 위원장이 직접 현장 시찰 등 공개 행보를 재개하면서 올해 4월 불거진 건강 이상설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이미 지병으로 인한 건강 문제와 장기 집권에 따른 정신적 피로가 상당히 누적됐을 것이란 관측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이 제기한 ‘통치 스트레스’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한 고위 간부 출신 탈북자는 “김정은이 젊은 나이에 비해 고도비만 등 건강 적신호가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며 “통치가 장기화되면서 만기친람식 통치 방식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정치부 기자 hyuk@donga.com}

국내 한 민간단체가 통일부의 방역물자 대북 반출 승인을 받아 지난달 중순 북한에 보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가 북한의 거부로 반송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일부는 “반송 사실이 확인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8일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 중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를 거쳐 북한에 반입하려던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북한의 거부로 반송됐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한국 물자를 돌려보냈고 그 시기를 전후해 중국 국경과 맞닿아 있는 신의주 세관의 간부와 가족 등 80여 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진단키트와 방호복 등에 대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 취임 직후 통일부로부터 반출 승인을 받았다. 민간단체 측은 올해 초부터 방역용품을 북에 보내려 했으나 김연철 전 장관 시절 남북 관계 경색 등을 이유로 승인이 지연돼 왔다. 통일부는 반출 승인 이후에도 해당 물품의 반입 경로나 북한 내 수령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단체 측이 공개를 원치 않는다”며 일체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통일부는 “사업자 면담 결과 북측에 전달된 진단키트가 반송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해당 민간단체 측도 “방역물자가 반송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단체는 유엔 대북 제재 품목으로 제재 면제 승인을 받은 열화상 카메라 북한 지원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단체 관계자는 “제재 품목인 열화상 카메라에 대한 중국 측의 확인 절차가 길어져 곧 북에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역물자 거부 전후 신의주 세관 간부 체포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은(RFA) 4일 단둥 소식통을 인용해 “표면적인 이유는 수입물자 중 조선글자(한국어)가 버젓이 적힌 제품, 이른바 적국 제품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통관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 북·중 접경 소식통은 동아일보 통화에서 “최근 중국에서 전국적으로 밀수 단속을 펼치면서 북한과 거래하던 중국 업체들이 대거 조사 대상이 됐다”며 “북한 밀수가 워낙 많이 이뤄지다보니 신의주 세관까지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여기는 평양. 564페이지 23번, 479페이지 -19번….” 29일 북한 대외용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 유튜브 계정에 난수(亂數)방송으로 보이는 음성 파일이 올라왔다. 난수방송으 북한이 남파 공작원들에 지령을 보낼 때 쓰는 쓰인다. ‘0100011001-001’이라는 제목의 1분 5초짜리 이 음성 파일에서 한 여성은 “친구들, 지금부터 710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정보기술 기초 복습 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694페이지 20번’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 조합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는 “지금까지 710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기초 복습 과제를 알려드렸습니다. 여기는 평양입니다”로 말로 방송을 끝냈다. 해당 영상은 이날 조회 수 1만 회를 넘겼으나 오후 7시 이전 돌연 삭제됐다. 하지만 이 음성 파일은 지난해 국내의 우파 성향 청년 단체인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의 내용과 똑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대협은 “라디오를 틀면 나오는 음산하고 이상한 소리가?…전대협 난수방송”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왜 이 음성 파일이 평양방송 유튜브 계정에 올라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킹을 당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난수방송은 숫자와 문자와 기호 등을 조합해 만든 암호다. 북한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에서 상호 비방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뒤 난수방송을 중단했다가 16년 만인 2016년 6월 평양방송을 통해 재개했다. 올해 3월에도 평양방송의 라디오 방송을 통해 2차례 난수방송을 송출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임키로 하면서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관계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아베 총리의 사임 회견 후 입장문을 통해 “우리 정부는 새로 선출될 일본 총리 및 내각과도 한일 간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입장문은 ‘청와대 차원의 메시지를 내는 것이 좋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정부와 외교가에선 아베 총리 사임이 한일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과거사 문제는 물론이고 북한 비핵화 등을 두고 아베 총리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 외교당국에선 일본의 새 총리가 취임하면 문 대통령의 한일 대화 재개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담은 축하 서한을 보내는 방안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 아베’ 후보 중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다. 그는 올해 1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리가 된다면 한국 역사를 더 공부하고 싶다”면서 “일본인 스스로 과거의 책임을 명확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도 한국과 인연이 있는 비둘기파다. 기시다 회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맺을 때 일본 외상이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 기시다 정조회장 등은 아베 총리에 비해 극우적 이미지가 적다”며 “한국 정부의 선택의 폭이 커진다는 점에서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한국이 대책을 가져오라”며 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아베 정책을 그대로 잇고 있는) 스가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가 돼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누가 후임 총리가 되더라도 강제징용 문제 등 핵심 현안에선 간극이 큰 데다 양국 간 불신이 쌓인 만큼 당장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일 관계가 유연해지고 대화 분위기가 생겨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까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등 민감하지 않은 현안부터 일본과 협력해 나가며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통일부가 북한 기업의 한국 내 영리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한국 기업의 북한 내 사무소 설치 등을 허용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27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 추진 초기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통일부는 수정 없이 입법을 강행키로 했다. 단순 접촉은 신고 없이도 북한 주민을 만날 수 있도록 하려던 대북 접촉 절차 간소화 방침은 일단 보류했지만, 상황을 봐가며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통일부가 이날 공개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은 ‘경제협력사업(제17조의 3)’ 조항을 신설해 남북 경협의 범위를 구체화했다. 한국과 북한 기업이 한국이나 북한, 제3지역에서 공동 또는 독자적으로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 특히 북한 기업이 한국의 주식과 부동산, 저작권 등을 소유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하지만 이는 북한과 신규 합작사업 및 투자를 금지한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를 위반할 수 있다. 외교부도 안보리 대북 제재가 금지한 합작으로 간주되거나 금융 거래 금지 규정 등을 어길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통일부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통일부는 “추상적 법률만으로 제재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현행법에도 제재를 감안한 규정이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교류협력 때 대북 제재의 국제 공조에서 이탈할 우려가 있으니 개정안에 ‘대북 제재 고려’ 조항을 넣자는 견해도 제기됐지만 제재는 국내법의 내용으로 삼을 게 아니라고 판단해 포함시키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북한 측과 거래하는 법인이나 단체의 사무소를 북한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외교부는 북한 사무소 설치 역시 대북 제재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통일부는 북한 주민과의 단순한 접촉은 아예 신고하지 않아도 되고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목적으로 만날 때는 허가 없이 신고만 하면 되도록 하는 내용을 교류협력 개정안에 반영하려던 계획을 일단 유보했다. 5월 이런 방침을 처음 공개한 뒤 친북세력 활동에 무방비가 되는 등 대북 경계망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돼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 동시에 반국가단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는 이상 아직은 이를 제도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간소화가 빠져 개정안의 핵심이 빠졌다는) 비판을 달게 받겠다”며 “향후 남북관계를 봐가면서 재검토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초 추진하려던 안에서 일단 한발 물러선 데는 이인영 장관 취임 이후 한 달간 물물교환 등 남북 협력에서 속도를 내려다가 사업 추진 대상이 대북 제재 대상으로 드러나 제동이 걸린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한국자유총연맹 사무실을 찾아 박종환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자유총연맹이 사업을 같이 한다면 평화 통일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이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대동강 맥주 먹는 줄 알았더니…” 27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만난 박종환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통일부가 추진 중인 ‘물물교환’ 이야기로 운을 뗐다. 한국 설탕과 북한 술을 교환하는 사업의 북한 측 주체가 대북제재 대상으로 드러나 해당 사업 진행이 어려워진 일을 가리킨 것이다. 그러자 이 장관은 “조금 늦어질 수 있다. 저희도 몇 가지 더 검토하며 준비하고 있고 평양의 사정도 조금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자유총연맹 사무실을 직접 찾아 박 총재와 면담했다.통일부 장관이 취임 직후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본부를 찾아 총재와 따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장관은 “통일부와 자유총연맹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좋은 공동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자유총연맹과 통일부 간에 좋은 협력 관계를 만들어냈으면 좋겠다”고 방문 취지를 밝혔다. 박 총재는 “교류 협력의 활성화가 남북 간에 신뢰를 쌓는 데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이 장관은 통일부가 추진하는 ‘DMZ 평화의 길, 통일 걷기’ 등 사업과 자유총연맹이 주관하는 비무장지대(DMZ) 국토대장정 사업과의 협업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자유총연맹에서 그런 사업들을 같이 해주시면 평화 통일의 문제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국민 모두가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총재는 “통일은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이라는 큰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국리민복(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화답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통일부가 북한 기업의 한국 내 영리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한국 기업의 북한 내 사무소 설치 등을 허용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27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 추진 초기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통일부는 수정 없이 입법을 강행키로 했다. 단순 접촉일 경우 신고 없이도 북한 주민을 만날 수 있도록 하려던 대북 접촉 절차 간소화 방침은 일단 보류했지만, 상황을 봐가며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통일부가 이날 공개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은 ‘경제협력사업(제17조의 3)’ 조항을 신설해 남북 경협의 범위를 구체화했다. 한국과 북한 기업이 한국이나 북한, 제3지역에서 공동 또는 독자적으로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 특히 북한 기업이 한국의 주식과 부동산, 저작권 등을 소유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하지만 이는 북한과 신규 합작사업 및 투자를 금지한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2371호를 위반할 수 있다. 외교부도 법률안 검토 과정에서 안보리 대북 제재가 금지한 합작으로 간주되거나 금융 거래 금지 규정 등을 어길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통일부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통일부는 “추상적 법률만으로 제재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현행법에도 제재를 감안한 규정이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교류협력 때 대북 제재의 국제 공조에서 이탈할 우려가 있으니 개정안에 ‘대북 제재 고려’ 조항을 넣자는 견해도 제기됐지만 제재는 남북 교류협력 절차와 내용을 규율하는 국내법의 내용으로 삼을 게 아니라고 판단해 포함시키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북한 측과 거래하는 법인이나 단체의 사무소를 북한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외교부는 북한 사무소 설치 역시 대북 제재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통일부는 북한 주민과 단순한 접촉은 아예 신고하지 않아도 되고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목적으로 만날 때는 허가 없이 신고만 하면 되도록 하는 내용을 교류협력 개정안에 반영하려던 계획을 일단 유보했다. 5월 이런 방침을 처음 공개한 뒤 친북세력 활동에 무방비가 되는 등 대북 경계망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돼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 동시에 반국가단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는 이상 아직은 이를 제도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간소화가 빠져 개정안의 핵심이 빠졌다는) 비판을 달게 받겠다”며 “향후 남북관계를 봐가면서 재검토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초 추진하려던 안에서 일단 한발 물러선 데는 이인영 장관 취임 이후 한 달간 물물교환 등 남북 협력에서 속도를 내려다 사업 추진 대상이 대북 제재 대상으로 드러나 제동이 걸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대북 제재와 연관될 수 있는 입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국내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며 “정부의 협력 요청에 전혀 호응을 보이지 않는 북한 상황도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최근 제 마음도 많이 급하고 답답합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남긴 말이다. 27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은 이 장관의 마음이 고스란히 축약된 한마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교류, 작은 협력에서부터 출발하려 한다”며 취임 전부터 줄곧 강조해 온 소규모 남북 협력 구상인 ‘작은 기획’들을 재차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 ‘작은 기획’의 사업들로 물물교환, 개별 관광 등을 내놓았다. 그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창의적 방식’으로 물꼬를 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2017년 북한의 잇단 도발로 유례없이 촘촘해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을 피해 남북협력 사업을 성사시키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이 장관이 취임 전부터 물물교환 구상을 강력히 밝혀온 터라 한국의 한 단체가 추진한 북한 술과 한국 설탕의 물물교환 사업에 대한 관심은 특히 컸다. 결과적으로 사업 계약을 맺었다는 북한 측 기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대상으로 확인되면서 해당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더 큰 문제는 사업 무산 자체가 아니라 무산되는 과정이었다. 사업 승인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일부는 매번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북한 측 기업이 제재 대상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국가정보원이 통일부보다 먼저 이 기관이 대북 제재 대상이라는 점을 밝힌 뒤에야 이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달 초에 (정보기관과) 소통해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제재 대상임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교역을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한미 간 대북 제재 협의 기구인 ‘워킹그룹’을 통하지 않고도 남북 교류를 진행하려는 모델을 만들려는 의욕이 강한 나머지 이번 문제가 자칫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북한은 여전히 정부의 대화 요청에 묵묵부답이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물물교환이나 쌀, 약품을 주는 인도적 지원 구상이 북한이 원하는 제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작은 기획’들의 성공을 모아 큰 그림을 완성하려는 이 장관의 의도와 달리 작은 실패들이 반복돼 도리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보다는 밝힐 건 밝히는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얘기다. 그래야 다수 국민의 공감대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물교환 첫 사업의 교훈이 이 장관이 평화의 길에 놓겠다는 첫 번째 ‘노둣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권오혁 정치부 기자 hyuk@donga.com}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예산인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된 대북 인도지원, 개발협력 사업 대다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북한 내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에 대한 반출 승인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미 북한에 들어간 물자의 분배 상황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깜깜이 식’ 지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본보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실이 입수한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된 대북 인도지원, 개발협력 사업은 모두 10건이다. 이들 사업은 보통 전체 사업비의 50%를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말 북한 농촌 지역에 방한용품을 보낸 지원사업 등 4건은 코로나19 여파로 실제 수혜 대상에게 분배가 됐는지 확인이 늦어지고 있다고 이 의원실은 지적했다. 한국 대북 지원 단체가 분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수혜자 면담 내용 등을 담은 북한 방문 결과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하지만 북한의 국경 봉쇄로 방문길이 막히면서 확인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다른 2건의 사업은 코로나19로 해운과 육로 운송이 어려워지면서 대북 반출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또 다른 사업 3건은 북한으로 보낼 물자는 준비하고 있으나 북한이 한국산 물자를 직접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받은 지원 사업 전체가 차질을 빚으면서 이 사업들에 배정된 기금액 24억5600만 원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13억92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장관 취임 이후 대북 반출 승인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방역물품 반출 승인만 네 차례 이뤄졌고 다른 분야 승인 사업들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통일부는 대북 지원 사업의 특성상 반출 경로와 분배 대상 등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한국산 물자를 직접 받는 것을 거부해 중국 업체가 끼는 ‘3자 간 계약’이 늘면서 물자 이동 경로나 분배 결과에 대한 불투명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지원사업이 어디에 지원되고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밝혀 국민의 보편적 인식에 맞게 대북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되는 지원 사업의 경우 남북 단체 간 직접 체결하는 ‘양자 계약’ 사업만 승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지만 이 장관 취임 이후 ‘3자 간 계약’에도 기금을 지원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핵심 권력기관인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당 인사권까지 틀어쥔 김 제1부부장의 북한 내 막강한 권한을 군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여정이 실질적으로 조직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가’라는 미래통합당 윤주경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당 간부 인사와 검열권을 행사하는 조직지도부는 당 권력의 핵심이다.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 제1부부장이 조직지도부로 담당 부서를 옮겼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지만 북한은 김 제1부부장의 소속 부서를 밝힌 적이 없었다. 이번에 정 장관이 김여정이 조직지도부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정 장관은 이날 김여정의 공식 직책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라고 말했다가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또 정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정군에 대한 영도 유일 체제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밑에 있는 사람들한테 역할이나 책임을 분산시켜 (통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이 대미, 대남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본인(김여정)이 그렇게 표현했기 때문에 사실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제1부부장이 북한 엘리트에 대한 감시와 통제 권한을 지녔다는 건 백두혈통 신분의 상징적 권력을 넘어 실권까지 거머쥔 것”이라며 “2인자 자리를 굳혔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여정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일부 권력을 이양 받아 국정 전반에서 위임 통치하고 있다”며 “사실상 2인자”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여정이 2인자나 후계자로서 위상을 확립해 전권을 행사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견을 보였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제재 심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등으로 이른바 삼중고에 처했다고 알려져 있다”며 “북한 경제 상황 악화 등이 앞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데 기반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역대 육군참모총장들의 친일 전력을 지적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 발언을 일부 인정해 논란이 일었다. 정 장관은 “일부 육군총장이 일본군에 몸담았던 건 사실”이라며 “다만 (그분들이) 6·25전쟁에 참전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이고 역사적으로 공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대 육군총장부터 21대까지 한 명도 예외 없이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을 토벌하던 자가 육군총장이 됐다”는 15일 김 회장의 발언 뒤 군 수뇌부에서 나온 첫 공식 입장이다.신규진 newjin@donga.com·권오혁 기자}
한중 양국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청와대가 22일 밝혔다. 하지만 당초 청와대가 추진했던 연내 방한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22일 부산에서 회동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하지만 한중 정부가 기존에 언급한 ‘연내 방한’이라는 표현은 빠졌다. 특히 양 위원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 미중 갈등에 대한 한국의 협조를 당부해 한국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박효목 tree624@donga.com·권오혁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국정 전반의 권한을 이양받아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달 들어 북한 매체의 공개 보도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2인자로 알려진 김여정이 당의 주요 회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배후에서 김 위원장을 도와 회의 진행을 총괄하고 있을 것이라고 대북 소식통들이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달 13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와 19일 당 중앙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 김여정이 참석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국정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여정이 국정 전반에서 위임 통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여정은 지난달 27일 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군 주요 간부들에게 백두산 권총을 준 자리를 마지막으로 북한 보도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백두혈통인 김여정이 반드시 회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행사를 주관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총괄하고 있다고 밝힌 대남·대미 업무에서 다음 메시지를 내놓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CNN방송은 “북한 매체가 김여정이 (중요한) 뭔가에 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김여정은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6차례에 걸쳐 강경한 담화를 발표하며 전면에 나섰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여정이 대남·대미 전략을 총괄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경험이 부족한 32세 김여정이 6월 개성연락사무소 폭파처럼 거칠고 충동적인 대남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대화 교착과 남북관계 경색 과정에서 김여정이 대남·대미 업무를 장악하면서 대남 부서인 통일전선부와 대미 외교 실무를 해온 외무성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동당 주요 간부들은 김 위원장이 6차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경제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지 하루 만에 실패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자아비판에 나섰다. 21일 북한 노동신문 1면에는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문’이 대거 게재됐다.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황해북도의 박창호 도당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연설을 듣고) 마음속 가책을 금할 수 없었다”며 “한 개 도를 책임진 일군(간부)으로서 일을 쓰게(잘하지) 하지 못해 우리 원수님께서 큰물(홍수)로 고생하는 인민들에 대한 걱정으로 그처럼 험한 진창길을 걸으시게 했다”고 반성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교류 재개 방안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물물교환 교역이 시작 단계부터 제동이 걸렸다. 통일부가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인 남북 단체 간 물물교환 계약의 당사자인 북한 기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이라고 국가정보원이 밝혔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한국 민간단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물물교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임을 확인했다. 협동조합 측은 북한 측과 1억5000만 원 상당의 북한 술 35종을 한국 설탕 167t과 바꾸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보고 하루 뒤인 21일에도 통일부는 정례 브리핑에서도 “통일부는 개별 기업들과 민간단체들이 물물교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재에 위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조건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부처 간 내용을 긴밀하게 공유하며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물물교환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일차적으로 유엔 제재 리스트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정보 당국과 협의 뒤 제재 위반 소지가 의심돼 승인을 유예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 기관이 대북제재 대상인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지도국이 운영하는 외화벌이 업체일 수 있다는 의혹이 나왔음에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다. 또 다른 통일부 관계자는 “제재 대상인 업체와 계약하는 건 승인 요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현재 조건대로) 승인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한국 측) 기업에 서류 보완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기업의 입장을 확인한 뒤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국가정보원은 올해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국경 봉쇄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20일 국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장기화로 외화 부족 심화, 올해 주요 건설 대상 공사 축소, 당 핵심 기관 긴축 운영 등 북한 동향을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통제로 북한 내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다가 (북한 당국의) 긴급 대응으로 진정 국면으로 가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이전 대비 0.4% 경제 성장했는데 올해에는 이대로 가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북한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8.5%로 전망했다. 국정원은 최근 북한 내 코로나19와 수해 피해 상황도 보고했다. 김 의원은 “집중호우로 강원, 황해남북도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최대 피해를 기록한 2016년보다도 농경지 침수 피해가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3∼6월경에는 (코로나19가) 약간 완화돼 방역과 경제를 병행하다가 지난달 재확산 위기감이 고조돼 최대 비상 방역 체제로 강화했다”며 “평양과 황해도, 강원도의 출입이 통제됐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경 봉쇄에 따라 올해 상반기 북-중 간 무역액은 4억1200만 달러(약 4872억8500만 원)로 지난해 대비 67% 급감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수해라는 삼중고 속에 2016년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1인 지배의 북한 체제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19일 제7기 6차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쳤는데 (이에)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해 계획됐던 국가 경제의 장성(성장) 목표들이 심히 미진하고 인민 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시절인 1993년 제3차 7개년 전략의 실패를 인정한 적이 있지만 김 위원장 집권 이후는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내년 1월 8차 당 대회 개최를 지시하고 “새로운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한미 워킹그룹을 둘러싸고 이례적인 신경전을 벌였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만나서는 한중 대북정책의 유사성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하는 등 한중 관계 강화를 중시해 온 정부 여권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싱 대사와 만나 “올해 5월 한중 정상 간 통화에서 시 주석께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일관된 지지를 표해준 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 대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3개의 기본 원칙 아래서 한반도 문제에 접근해 왔고 (이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과 일맥상통한다”고도 강조했다. 싱 대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남북 화해와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만 하고 될 수만 있으면 같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한반도 정세가 경색돼 조금 유감스럽다. 남북 관계도 중요하지만 북-미 관계도 개선하면서 두 개의 바퀴처럼 같이 끌고 가면 한반도 정세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중국은 옆에서 돕겠다”고도 했다. 이 장관은 비공개 면담 때 북-중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 등 계기 때 북한이 남북, 북-미 대화에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이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싱 대사는 “(북핵 해결에)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다자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 정세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고 전했다. 이날 싱 대사는 통역 배석 없이 한국어로 이 장관과 대화했다. 이 장관은 전날인 18일 해리스 대사를 만나서는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부터 한미 간 대북제재 협의 기구인 “워킹그룹이 남북 관계를 제약하는 기제라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며 워킹그룹의 역할을 재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워킹그룹은 효율적인 메커니즘”이라고 맞서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