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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6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폭행을 당한 택시운전사 A 씨가 “이 차관에게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전송하자 이 차관이 지워 달라고 권유했다”고 24일 밝혔다. A 씨는 이날 오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 차관의 영상 삭제 권유 여부에 대해 “맞다”고 답했다. 앞서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A 씨는 “폭행당한 다음 날 이 차관에게 폭행 당시 영상을 보냈더니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이 차관은 다음 날 택시운전사와 만나 합의했다. A 씨는 “합의 후 이 차관이 ‘영상을 지우는 것이 어떠세요’라고 했다. 내가 ‘안 지운다. 다른 사람한테 안 보여 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이 영상을 이 차관 폭행 사건을 수사한 서울서초경찰서 B 경사에게 보여줬는데 B 경사는 “못 본 걸로 하겠다”고 한 뒤 그 다음 날 내사 종결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28일 블랙박스 영상이 녹화되지 않았고, 블랙박스 업체도 녹화된 게 없다는 점을 근거로 이 차관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으며 규정상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B 경사는 감찰을 받고 24일 대기발령 조치됐고 경찰은 13명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내사종결 과정을 재조사하고 있다. 이 차관은 입장문을 내고 “택시운전사의 진술을 가지고 진위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택시운전사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줄 우려가 크고, 특히 그런 태도는 공직자가 취할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응형 yesbro@donga.com·김태성 기자}

배우 박시연 씨(42·사진)가 일요일 오전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7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박 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17일 오전 11시 반경 송파구 잠실동 잠실3삼거리에서 자신의 벤츠를 몰고 가다가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사고 당일 박 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조사한 뒤에 귀가시켰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박 씨는 혼자 운전하고 있었으며, 피해 차량에는 운전자와 동승자가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와 피해자들은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의 소속사인 미스틱스토리는 19일 오후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반성하겠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내놓았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서울에 대설 예비특보가 내려졌던 18일 오전 3시 반경. 강서도로사업소에서 제설차량을 운행하는 유보일 주무관(57)은 사무실 의자에서 쪽잠을 자다 뻐근해진 몸을 일으켰다. 전날 오후 9시경 시작한 1차 제설작업을 마치고 들어온 지 3시간쯤 됐을 때였다. 도로보수과의 당직 근무자가 “인천 영종도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며 출동을 준비시켰다. 뒷목을 주무르며 차에 오른 유 주무관은 17일부터 이미 21시간가량 연속 근무하는 중이었다. 서울시가 17일 정오경 제설 1단계를 발령하자마자 사업소로 출근해 집에는 가지도 못했다. “어디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나요. 눈 올까 봐 계속 걱정도 되고…. 짬짬이 하늘만 원망스레 쳐다볼 뿐이죠.” 이날 서울엔 2∼7cm가량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됐지만, 정작 내린 건 1cm 안팎. 그렇다고 일이 수월해지는 것도 아니다. 제설작업 12년 차인 유 주무관은 새벽녘 행주 나들목(IC) 인근에서 출발해 올림픽대교 상·하행선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작업을 약 2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그는 “오늘처럼 눈이 조금만 내려도 업무량은 비슷하다”며 “날씨가 추우면 도로가 금세 얼어붙어 눈 예보 5cm 이상이면 꼭 제설제를 뿌려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제설차량 기사들이 진짜 힘든 건 노동 강도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그들을 대하는 시민들의 차가운 태도다. 실제로 유 주무관을 따라 현장에 갔더니, 제설제를 뿌리는 제설차량을 향해 거칠게 경적을 울리는 이들이 상당했다. 위험천만하게 차로를 바꾸더니 스치듯이 쌩 지나가는 승용차도 있었다. 한 제설차량 기사도 “도로에 골고루 뿌리려면 시속 40∼50km로 서행할 수밖에 없는데 시민들이 굉장히 불쾌해한다”고 아쉬워했다. 한 제설업체 관계자도 “길에 뿌린 제설제가 튀어 차 도색이 벗겨졌다며 물어달라고 항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적절한 제설제 살포가 이뤄지지 않으면 6일 수도권에서 벌어졌던 ‘퇴근길 대란’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서울시는 오후 1시 20분경 기상청이 큰눈을 예고했지만, 5시경에야 제설차량을 현장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투입 자체도 늦었지만 퇴근시간에 차가 몰리면 현장에 갈 수 없다. 늦어도 서너 시간 전에 살포 작업을 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답답한 도로. 느릿느릿 길을 막는 차를 보면 울화통이 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느린 걸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그 묵묵한 노력이 없었을 때, 어떤 상황이 생기는지는 6일 우리 모두가 직접 겪었다. 대비가 미흡했던 당국은 비난하되, 현장에서 고생하는 이들에겐 돌을 던지지 말자. 그들은 존중받아 마땅하다.조응형 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

영화 촬영 중 여배우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배우 조덕제 씨(53)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15일 의정부지법 형사2단독 박창우 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모욕, 성폭력처벌법 위반(비밀준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조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조 씨의 동거인 정모 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씨는 2015년 4월 영화 촬영 중 상대 여배우인 A 씨의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2018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이 확정됐다. 당시 조 씨는 재판 진행 과정부터 대법원 판결 이후까지 자신이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A 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수차례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조 씨는 독단적인 추측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했고 강제추행 실제 장면과 다른 영상을 제작하고 게시해 피해자가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이게 했다”며 “오랜 기간 범행한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가 살인죄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3일 정인이 양모에 대한 1차 공판에서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고 아동학대치사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변경해 달라”는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정인이를) 넘어뜨린 뒤 발로 밟는 등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으로 볼 수 있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발로 밟으면 숨질 수 있다는 것 예견 가능” 검찰이 양모의 주된 혐의를 아동학대치사에서 살인죄로 변경한 데에는 “정인이에게 치명적인 수준의 폭행이 지속적으로 가해졌다”는 법의학자들의 부검 재감정 소견이 주요 근거가 됐다. 재감정에 참여했던 법의학자들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영양실조로 제대로 활동을 못하던 생후 16개월 아이를 발로 밟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부검 결과 정인이는 복부에 가해진 강한 둔력(鈍力)에 의해 췌장이 절단돼 복강 내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정인이의 출혈량은 약 600mL였다. 정인이의 나이와 몸무게(약 9.5kg)를 고려할 때 전체 혈액의 90%에 달하는 양이다. 법의학자 A 교수는 “척추에 닿아있던 췌장이 복부에서 등 쪽으로 가해진 힘에 의해 잘린 것으로 보인다”며 “누운 자세와 같이 등이 고정된 상태에서 배에 심대한 외력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는 “발끝처럼 뾰족한 부분으로 때렸다면 피부에 상처가 있어야 하는데 피해자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 뭉툭한 것으로 넓은 부위에 힘을 가해 췌장이 끊어진 것이라면 발바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모는 정인이가 사망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가슴 수술을 받아 손으로 강한 물리력을 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법의학자들의 분석이다. 정인이 시신 재감정 결과 강한 폭행이 지속적으로 가해진 흔적도 발견됐다. 이 교수는 “약 6개월에 걸쳐 서로 다른 시기에 발생한 갈비뼈 골절이 7군데 보였다. 이 정도면 입양 한 달 뒤인 3월경부터 갈비뼈가 온전했던 기간이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A 교수도 “췌장을 비롯한 주변 장기에 섬유화가 진행된 흔적이 보였다. 최소 사망 2, 3주 전부터 췌장에 손상을 입힐 정도의 힘이 여러 번 가해졌던 증거”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양모 측 변호인은 “(정인이)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로 인한 통증으로 피해자를 떨어뜨린 사실은 있지만 고의로 숨지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양모가 피해자가 하늘을 보는 상태로 떨어져 등을 의자에 부딪쳤다고 진술했다고 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허리가 복부 장기 손상을 막아준다. 등으로 떨어져서는 췌장 손상이 발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檢 “기소 당시 살인죄 적용 안 한 점 송구” 법원이 양모에 대해 살해 의도가 있었다거나, 정인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폭행을 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살인죄가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선고 형량이 크게 높아진다. 살인죄와 아동학대치사의 법정형은 각각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대법원 양형기준은 살인죄(10∼16년형)가 아동학대치사(4∼7년형)보다 2배 이상 높다. 다만 양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사망 경위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부족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양모를 재판에 넘기면서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이후 양부모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기소 당시와 첫 공판 사이에 사실관계가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충분히 검토해 살인죄로 기소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소 당시 살해 의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양모에 대해 프로파일링 수사를 진행하다 결과를 받지 못한 채 구속 기간 마지막 날 기소했는데 이후 유의미한 내용이 확인돼 법의학자 재감정 등 보완 수사를 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박종민 blick@donga.com·조응형 기자}

“피고인은 두 살 여아의 췌장이 손상을 입을 정도로 폭행을 저질렀다. 췌장 손상은 고의적인 폭행 여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2017년 3월 17일 미국 네바다주 카슨시티에서 32개월 된 여아 클로이 허낸데즈가 목숨을 잃었다. 사건 직후 클로이를 돌보던 남성 보호자 에릭 불(30)은 “아이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카슨시티 지방법원은 그를 살인 및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했으며, 결국 불은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클로이 사건은 13일 첫 공판이 열리는 정인이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의사 표현이 힘든 아이의 사망이란 점 외에도 사망 원인이나 정황, 보호자 해명 등이 흡사하다. 클로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숨진 정인이와 사인(死因)이 똑같다. 모두 둔력(鈍力)에 의한 복부 손상이다. 외력이 미치는 마지막 장기인 췌장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도 닮았다. 클로이는 췌장 바깥이 1cm가량 찢어졌고, 정인이는 췌장이 절단됐다. 클로이 사건은 부검의 캐서린 캘러핸의 감정보고서가 불을 살인죄로 기소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캘러핸은 보고서에서 “피해자는 둔력에 의한 외상으로 사망했으며,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살인으로 봐야 한다”고 적었다. 법정에서도 “췌장은 물론이고 심장과 간에도 손상이 있었다. 이는 단순 사고로 생길 수 있는 상처가 아니다”고 증언했다. 불의 초기 증언을 캘러핸은 강하게 반박했다. “아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거나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다쳤다는 등의 설명은 아동학대를 숨기기 위해 흔히 하는 변명이다. 심폐소생술로 췌장이 다치는 사례는 보고된 바 없으며, 낙상(落傷)은 심폐소생술보다 더 가능성이 낮다.” 불의 주장은 정인이 양모의 진술과도 거의 일치한다. 양모는 “아이를 떨어뜨려 의자에 부딪혔다” “택시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다 내장 손상이 생긴 것 같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췌장이 절단된 정인이보다 상처가 덜했던 클로이의 췌장 1cm 상처에도 캘러핸은 고의성이 짙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결국 불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클로이를 때렸다”고 인정했다. 2018년 1심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정인이 양모를 살인 혐의 대신 아동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피해자에 대한 살인 의도가 분명하게 있었거나 최소한 가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법의학 전문가들의 재감정 보고서를 바탕으로 살인죄 추가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리는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의 방청권 추첨에는 813명이 응모해 51명이 당첨됐다. 약 16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대전의 한 유치원 교사인 박모 씨(25·여)는 “지방에 있지만 이 재판은 꼭 참석해서 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에는 ‘양부모를 엄벌해 달라’는 민원과 진정서들이 밀려들고 있다. 조응형 yesbro@donga.com·박종민 기자}

검찰로부터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부검 재감정을 의뢰받은 법의학자가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의도가 분명하게 있었거나 최소한 가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법의학자는 “피해자 복부에 수일 전 고의적 가격이 있었고, 재차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가격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같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살인 의도 있었거나 최소 사망 가능성 인지”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검 재감정을 의뢰받은 법의학자 A 교수는 ‘재감정 보고서’를 10일 서울남부지검에 이메일로 전달했다. 30년 넘게 부검 현장에서 활동한 A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췌장이 절단될 만한 힘을 가했다면 양부모가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A 교수를 포함해 법의학 전문가 3명에게 부검 재감정 결과를 제출받았고, 나머지 2명도 A 교수와 비슷한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은 정인이 사인(死因)과 관련한 의문점을 10가지로 정리한 뒤 재감정을 의뢰했는데, 이 가운데 8가지가 직접 사인으로 추정되는 췌장 절단에 대한 질문이었다. ‘어떤 힘이 작용해야 췌장이 절단될 수 있는지’, ‘16개월 아기의 췌장의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165cm의 성인이 눈높이에서 던지지 않고 떨어뜨렸을 때 의자에 부딪히는 정도로 췌장 절단이 가능한지’ 등이다. A 교수는 재감정 보고서에 정인이의 췌장이 절단된 상황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동아일보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줄 수 없지만 수많은 부검 경험과 문헌을 토대로 다양한 가능성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A 교수는 정확한 감정을 위해 직접 소아과 전문의들에게 자문했다. 앞서 검찰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정인이 사건에 대한 자문을 의뢰했다. 의사회는 검찰에 “췌장은 장간막, 대장, 소장이 먼저 손상된 뒤 마지막에 외력이 미치기 때문에 췌장까지 절단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사고가 아닌 고의에 의한 둔력(鈍力)이 가해졌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포함시켰다. ‘축구 경기 중 배를 발로 차인 경우’, ‘황소 머리에 배를 받힌 경우’ 등의 췌장 손상 등과 관련한 해외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의사회가 의견서를 작성하며 참조한 8개 해외문헌 가운데 미국법의병리학회에서 작성한 논문은 32개월 된 여아가 아동학대로 인한 췌장 절단으로 사망한 사례를 다루고 있다. 해당 논문은 “췌장 절단은 학대에 의한 부상임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며 “실수로 아이를 떨어뜨리거나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생기기는 어렵다”고 명시하고 있다. 논문에는 “낙상(落傷)은 보호자가 복부 손상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숨기기 위해 가장 많이 드는 변명”이라는 내용도 있다. 정인이 양부모 측은 췌장 절단에 대해 “아이를 흔들다 떨어뜨려 의자에 부딪혔다”, “병원으로 이동 중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다친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文 대통령 “기초 수사 부실” 경찰 비판검찰은 재감정 보고서를 바탕으로 13일 열리는 첫 공판 전까지 양부모를 살인죄로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양부모를 기소하면서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살인죄로 기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검찰은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소집해 양부모가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갖고 학대했는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올해 첫 주례회동에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3차례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양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는 조치가 미흡했고, (경찰의) 기초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조응형·고도예 기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의 기본 사명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앞으로 사회적 약자 보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6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정인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까지 내놨다. 하지만 경찰의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초동 대응과 수사 부실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 기회 3번 외면… 3차 신고 20일 뒤 사망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어린이집 원장과 이웃 주민, 소아과 원장 등은 정인이의 학대 징후를 발견하고 각각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양부모에 대해 모두 내사 종결 또는 무혐의 처분해 정인이를 양부모와 분리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 최초 신고가 있었던 지난해 5월 26일은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이의 허벅지 양쪽에 멍 자국이 있다며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이 신고를 전달받은 경찰은 몽고반점 및 아토피로 인한 상흔으로 추정된다며 내사 종결했다. “다리 마사지를 하다가 멍이 들었다”는 양부모 주장을 그대로 믿은 것이다. 지난해 7월 3일에는 “양부모가 정인이를 차량에 방치했다” “정인이가 쇄골 골절로 깁스를 하고 있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가 또 접수됐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양모는 정인이를 폭행해 좌측 쇄골을 골절시켰다. 하지만 경찰은 “쇄골 부위는 쉽게 다칠 수 있어 학대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료인의 말과 “혼자 자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차에 둔 것”이라는 양부모 진술을 받아들여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3차 신고는 정인이를 진료한 소아과 원장이 신고했다. 몸무게가 너무 많이 빠진 정인이의 영양 상태가 불량하다고 의심한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이를 소아과에 데려갔다. 정인이를 진찰한 소아과 원장은 112에 전화를 걸어 “혼자 걷지도 못할 만큼 영양 상태가 안 좋다”며 학대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9, 10월 사이 정인이는 뒤통수에 7cm가량 골절이 있었고, 갈비뼈 여러 곳이 부러진 상태였다. 경찰은 양부모가 또 다른 병원에서 ‘입안의 염증’이라는 진단을 받아오자 이를 그대로 믿고 사건을 그대로 내사 종결했다. 3번의 신고는 모두 서울 양천경찰서에 접수됐지만 매번 다른 수사팀에 배당됐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13일 정인이가 숨진 다음 날 양부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뒤늦게 입건했고, 약 한 달 뒤인 11월 11일 양모를 구속했다.○ 수사 담당 12명 중 7명 경징계… 대책도 부실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초동 대응과 부실 수사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수사를 담당한 양천경찰서 관계자에 대한 진상조사를 했다. 경찰은 정인이 학대 신고를 처음 담당한 2명은 주의, 2차 신고를 담당했던 2명은 경고 처분을 내렸다. 전·현직 여성·청소년과 과장과 계장도 경고와 주의에 그쳤다. 3차 신고 사건을 담당한 팀장을 포함한 3명과 학대예방경찰관(APO·Anti-abuse Police Officer) 2명에 대해선 이달 중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생후 16개월 된 정인이의 죽음을 막지 못했는데 담당 경찰 12명 중 7명에 대해 주의와 경고 등 경징계 조치만 한 것이다. 김 청장이 제시한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아동학대 수사를 담당할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정인이 사건은 아동학대 수사에 대한 경찰의 전문성 부족이 낳은 참변”이라며 “전문인력 확충 및 의료기관과의 유기적 협력 강화 등 대대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조응형 기자}
“아동학대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고, 아이 몸에서 멍이나 상흔이 발견되면 즉시 부모와 아동을 분리 조치한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가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경찰은 보건복지부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지침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일선 경찰관과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해당 지침이 모호하고 빈틈이 많아 보완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첫 신고 때부터 부모와의 분리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이 학대당할 때마다 바로 신고가 되는 게 아니다. 첫 번째 발견할 때 이미 심한 학대가 이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한 번 발견하기도 쉽지 않은데 두 번 신고돼야 분리한다는 건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가 아닌 경찰이 아이 몸의 멍과 상흔을 통해 학대 정황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이 사건’에서도 경찰은 지난해 5월과 6월, 9월 등 세 차례의 신고 때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와 함께 출동해 아이 상태를 살폈지만 “다리 마사지를 하다가 멍이 생겼다” “아토피 때문이다” 등 부모 말만 믿고 내사 종결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9년 차 경찰”로 소개한 A 씨는 “명백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보여 부모와 아이를 분리했다가 부모로부터 민·형사 고소를 당해 2년을 쉬어야 했다”며 “정인아 미안하다. 아저씨는 더 이상 용기가 안 난다”고 썼다. 아동학대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경찰관들은 공통적으로 섣불리 학대를 의심했다가 아닌 걸로 드러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아동학대 신고 시 분리 조치에 앞서 아이를 데리고 의료진 검진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등 일선 경찰의 의사결정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아동학대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고, 아이 몸에 멍이나 상흔이 발견되면 즉시 부모와 아동 분리 조치한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가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경찰은 보건복지부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아동 학대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도 부모와 아이를 분리시키려면 2회 이상 신고, 상처 발견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침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일선 경찰관과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해당 지침이 모호하고 빈틈이 많아 보완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첫 신고 때부터 부모와의 분리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이 한번 학대 당할 때마다 발견돼서 바로 신고가 되는 게 아니다. 첫 번째 발견 때 이미 엄청난 학대가 이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영유아 사망 사건의 경우 사망 후에야 학대로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며 ”아동학대는 한 번 발견하기도 쉽지 않은데 2번 발견해야 분리가 된다는 건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가 아닌 경찰이 아이 몸의 멍과 상흔을 확인해 학대 정황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이 사건’에서도 경찰은 지난해 5월과 6월, 9월 3차례 신고 때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와 함께 출동해 아이 상태를 살폈지만 “다리 마사지를 하다 멍이 생겼다”, “아토피 때문이다” 등 부모의 일방적 주장을 믿고 내사 종결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렸다. 아동학대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경찰관들 공통적으로 섣불리 학대를 의심했다가 아닌 걸로 드러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아동학대 신고 시 경찰이 아이를 데리고 의료진 검진을 받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분리된 아동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점도 문제다. 2019년 학대 피해로 분리된 아동은 3600여명에 이르지만 아동 쉼터는 전국에 72개소로 정원이 500여명에 불과하다. 공 대표는 “학대 피해 아동들에겐 잠잘 곳과 식사뿐 아니라 건강검진, 심리치료, 학업 지원 등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7시경 서울 동작대교 상행선 옆 인도에는 1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동작대교 위에서 해돋이를 보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이었다. 이들이 불법 주차한 차량이 다리 위 2개 차로에 길게 늘어서면서 한때 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해가 떠오를 무렵인 오전 8시경에는 1330m 길이의 다리 전체에 걸쳐 인파가 빼곡히 늘어섰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서로 어깨가 닿을 정도로 촘촘히 붙어 있었다. 정부가 이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남산과 울산 간절곶, 제주 서귀포 성산일출봉 등 전국 주요 해맞이 명소를 통제하면서 예년과 같은 많은 인파가 몰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출을 보려는 시민들이 비통제구역으로 모이는 ‘풍선 효과’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날 서울 한강에는 동작대교뿐 아니라 잠수교, 서강대교 등 시야가 트인 다리마다 일출을 보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아들과 함께 잠수교를 찾은 시민 강모 씨(53)는 “매년 동해안에 새해 첫 일출을 보러 가는데 올해는 멀리 가기가 꺼려져 집에서 가까운 잠수교를 찾았다”고 말했다. 산에서 일출을 보려는 시민도 많았다. 이날 연인과 함께 서울 청계산을 찾은 이정욱 씨(29)는 “산을 오르며 100팀 정도 마주친 것 같다. 야외 활동이다 보니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20% 정도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 옆 광장에도 100여 명이 몰려 단체 ‘셀카’를 찍는 등 해맞이를 즐겼다. 남산 정상 팔각정으로 올라가는 산책로가 통제되자 산 중턱에 위치한 이곳에 시민들이 모인 것이다. 강원 강릉시는 이날 새벽부터 공무원은 물론 드론까지 동원해 일출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해안선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하지만 시민들은 비교적 통제가 느슨한 해변을 찾아 통제선 밖에 줄을 지어 서서 일출을 기다렸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역시 출입이 전면 통제됐지만 시민 수십 명이 통제선 근처에 몰려 경찰이 해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방역에 동참하기 위해 ‘집콕 해맞이’를 즐긴 시민도 많았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사는 대학생 박성진 씨(25)는 친구 2, 3명과 함께 주택 옥상에서 해돋이를 지켜봤다. 박 씨는 “한라산에서 일출을 보려고 했다가 취소했다. 집이 지대가 높은 편이라 일출이 잘 보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재난감시용 폐쇄회로(CC)TV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실시간으로 해돋이를 지켜보는 ‘랜선 해맞이’도 인기였다. 일출 시간에 맞춰 지도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해안가 CCTV에 접속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누리꾼들이 ‘CCTV 해돋이 명소’를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취업준비생 박모 씨(23)는 친구 2명과 함께 집에서 태블릿PC로 해돋이를 봤다. 박 씨는 “올해 다들 ‘취뽀(취업 뽀개기)’에 성공하자는 의미로 해돋이를 봤다. 원래 동해안에 함께 놀러가서 소원을 빌려고 했지만 거리 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집에서 모였다”고 말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 / 부산=강성명 / 강릉=장기우 기자}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7시경 서울 동작대교 상행선 옆 인도에는 1000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동작대교 위에서 해돋이를 보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이었다. 이들이 불법 주차한 차량이 다리 위 2개 차선에 길게 늘어서면서 한때 심한 정체를 빚어졌다. 해가 떠오를 무렵인 오전 8시경에는 1330m 길이의 다리 전체에 걸쳐 인파가 빼곡히 늘어섰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서로 어깨가 닿을 정도로 촘촘히 붙어있었다. 현재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남산과 울산 간절곶, 제주 서귀포 성산일출봉 등 전국 주요 해맞이 명소를 통제하면서 예년과 같은 많은 인파가 몰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출을 보려는 시민들이 비통제구역으로 모이는 ‘풍선 효과’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날 서울 한강에는 동작대교 뿐 아니라 잠수교, 서강대교 등 시야가 트인 다리마다 일출을 보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아들과 함께 잠수교를 찾은 시민 강모 씨(53)는 “매년 동해안에 새해 첫 일출을 보러 가는데 올해는 멀리 가기가 꺼려져 집에서 가까운 잠수교를 찾았다”고 말했다. 산에서 일출을 보려는 시민도 많았다. 이날 연인과 함께 서울 청계산을 찾은 이정욱 씨(29)는 “산을 오르며 100팀 정도 마주친 것 같다. 야외 활동이다 보니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20%정도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 옆 광장에도 100여명이 몰려 단체 셀까를 찍는 등 해맞이를 즐겼다. 남산 정상 팔각정으로 올라가는 산책로가 통제되자 산 중턱에 위치한 이곳에 시민들이 모인 것이다. 강원 강릉시는 이날 새벽부터 공무원은 물론 드론까지 동원해 일출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해안선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하지만 시민들은 비교적 통제가 느슨한 해변을 찾아 통제선 밖에 줄을 지어 서서 일출을 기다렸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역시 출입이 전면 통제됐지만 시민 수십 명이 통제선 근처에 몰려 경찰이 해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방역에 동참하기 위해 ‘집콕 해맞이’를 즐긴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사는 대학생 박성진 씨(25)는 친구 2,3명과 함께 주택 옥상에서 해돋이를 지켜봤다. 박 씨는 “한라산에서 일출을 보려고 했다가 취소했다. 집이 지대가 높은 편이라 일출이 잘 보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재난감시용 폐쇄회로(CC)TV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실시간으로 해돋이를 지켜보는 ‘랜선 해맞이’도 인기였다. 일출 시간에 맞춰 지도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해안가 CCTV에 접속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누리꾼들이 ‘CCTV 해돋이 명소’를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취업준비생 박모 씨(23)는 친구 2명과 함께 집에서 태블릿 PC로 해돋이를 봤다. 박 씨는 “올해 다들 ‘취뽀(취업뽀개기)’에 성공하자는 의미로 해돋이를 봤다. 원래 동해안에 함께 놀러가서 소원을 빌려고 했지만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집에서 모였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비정규직 공동행동 등 노동단체가 국회 인근에서 240대 규모의 ‘드라이브스루’ 차량시위와 촛불집회를 26일 열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24일 해당 집회를 금지 통고했다. 비정규직 공동행동 등 노동단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모든 노동자 해고 금지’ 등을 촉구하는 차량시위 및 촛불집회를 26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차량 240대를 동원해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종로구 청와대 인근까지 차량시위를 진행한 뒤 국회 주변을 둘러싸는 형태의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김진숙 희망버스 기획단’ 등을 중심으로 1986년 한진중공업에서 노조 활동을 하다가 해고된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도 함께 요구할 예정이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솔직히 따로 오셔서 같이 얘기 나누는 것까지 어떻게 막겠어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있는 한 커피숍. 노년층이 많이 몰리는 지역답게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고객 20여 명이 삼삼오오 몰려 있다. 사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에선 카페에서 취식이 불가능하지만 이곳은 식사나 주류까지 판매하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날부터 시행된 수도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수칙에 어긋나는 광경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두세 명씩 앉아있다가도 아는 얼굴이 보이면 자연스레 건너가 앉았다. 이러다 보니 대여섯 명이 한자리에 앉는 건 예사. 카페 사장(63·여)은 “몇 년씩 드나드는 단골들이라 서로 낯이 익다. 오가는 것까지 뭐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21일 발표한 ‘수도권 공동 사적 모임 제한 방역지침’이 23일 0시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실제 시민들의 일상에선 혼란이 거듭됐다. 세부사항이 명확하지 않았던 데다 현실적으로 단속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일부 자영업자는 “고객들이 요구하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난감해했다. 실제로 돌아보니,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돈가스 전문점에서도 고객 5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장인 정모 씨(45)는 “금방 먹고 가겠다는데 쫓아낼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 씨도 “5명 이상 오시면 좀 나눠 앉아달라고 부탁드리긴 한다. 그런데 대놓고 기분 나빠 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아 대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는 고객 5명이 “일행인데 왜 떨어져 앉아야 하느냐. 옆 테이블에라도 앉게 해 달라”고 요구해 종업원이 진땀을 흘렸다. 업소들 역시 지침이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식당은 5명이 일행인 고객을 2, 3명으로 나눠 다른 테이블에 안내했다. 점장 정모 씨(39)에게 ‘지침 위반’이라고 지적하자 깜짝 놀라며 “나름 뉴스를 챙겨 보며 공부했는데 안 되는지 몰랐다. 과태료라도 물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했다. 강남에서 스터디룸을 운영하는 박모 씨(45)는 “오늘 7명 예약한 모임이 있었는데 어제 3명, 4명으로 방을 나눠 주겠다고 안내했다가 뒤늦게 지침을 확인하고 예약을 취소했다. 단속을 당했으면 억울할 뻔했다”고 말했다. 일일이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사적 모임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를 기다리던 젊은층들은 외부 장소의 모임 대신에 ‘홈 파티’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취업준비생 지모 씨(25)는 “28일 대학 동아리 지인의 원룸에서 6명이 모여 송년회를 하려 한다”며 “원래 식당을 예약하려 했으나 이번 조치로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모 씨(23)도 “25일 저녁 고교 친구 6명이 모여 ‘크리스마스 솔로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미 파티용 물품을 다 구입해 취소하기 어렵다. 집에서 모이는 것까지 단속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5명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것은 예외를 찾아서 모임을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가급적 모임을 갖지 말아 달라는 뜻이다. 방역을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호소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솔직히 따로 오셔서 같이 얘기 나누는 것까지 어떻게 막겠어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있는 한 커피숍. 노년층이 많이 몰리는 지역답게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고객 20여 명이 삼삼오오 몰려있다. 사실 사회적 거리 두기 2.5 단계에선 카페에선 취식이 불가능하지만, 이곳은 식사나 주도까지 판매하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날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수칙에 어긋나는 광경은 곳곳에서 벌여졌다. 두세 명씩 앉아있다가도 아는 얼굴이 보이면 자연스레 건너가 앉았다. 처음엔 모르던 어르신들도 정치와 부동산 얘기를 나누며 합석했다. 이러다보니 예닐곱 명이 한 자리에 앉은 건 예사. 카페 사장(63)은 “몇 년씩 드나드는 단골들이라 서로 낯이 익다. 오고가는 것까지 뭐라 그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21일 발표한 ‘수도권 공동 사적 모임 제한 방역지침’이 23일 0시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실제 시민들의 일상에선 혼란한 양상이 벌어졌다. 세부사항이 명확치 않았던 데다 현실적으로 단속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일부 자영업자들은 “고객들이 요구하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난감해했다. 실제로 돌아보니, 강남구에 있는 한 돈가스 전문점에서도 고객 5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장인 정모 씨(45)는 “금방 먹고 가겠다는데 쫓아낼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 씨도 “5명 이상 오시면 좀 나눠 앉아달라고 부탁드리긴 한다. 그런데 대놓고 기분 나빠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아 대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업소들 역시 지침이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영등포구에 있는 한 식당은 5명이 일행인 고객을 2, 3명으로 나눠 다른 테이블에 안내한 뒤 ‘지침 위반’이란 지적에 깜짝 놀라했다. 점장인 정모 씨(39)는 “나름 뉴스를 챙겨보며 공부했는데 안 되는지 몰랐다. 과태료라도 물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했다. 일일이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사적 모임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를 기다리던 젊은 층들은 외부 장소의 모임 대신 ‘홈 파티’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취업준비생 지모 씨(25)는 “28일 대학 동아리 지인의 원룸에서 6명이 모여 송년회를 하려 한다”며 “원래 식당을 예약하려 했으나 이번 조치로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모 씨(23)도 “25일 저녁 고교 친구 6명이 모여 ‘크리스마스 솔로 파티’를 계획 중”이라며 “이미 파티용 물품을 다 구입해 취소하기 어렵다. 집에서 모이는 것까지 뭐라 그러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숙박업소는 인원을 나눠 방을 잡는 ‘쪼개기 예약’을 경계하고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솔직히 5명이 방 2개를 잡은 뒤 한 방에 모이면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5명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것은 예외를 찾아서 모임을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가급적 모임을 갖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방역을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호소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
“힘들게 예약한 손님에게 예약 취소를 어떻게 통보할지 고민입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22일 주요 관광지 숙박업소 객실 이용률을 5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특별방역 강화 조치’를 발표하며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21일 수도권 거주자 대상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뒤 연달아 내려진 지침에 혼란이 더 가중됐다. 숙박업소는 예약을 취소할 고객을 어떻게 정할지 곤혹스럽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특급호텔 대다수는 연말 연초 예약률이 50%를 넘겼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뒤 예약 취소 문의는 늘었지만 여전히 주말 예약률이 60%를 웃도는 수준이다. A호텔은 일단 가장 늦게 예약한 고객부터 취소하고, 투숙 날짜를 미루기를 원하면 수수료 없이 처리할 방침이다. 한 리조트 측은 “예약률 50%를 넘으면 모든 예약자에게 먼저 취소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볼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방역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이드라인도 없이 갑자기 발표를 해 당황스럽다. 사전에 상의나 공지를 해줬다면 대비라도 할 텐데 급하게 기준을 만드느라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연말 대목을 고대하던 업소들도 낙담에 빠졌다. 서울 마포에 있는 한 ‘파티 룸’ 대표인 B 씨(50)는 “하루 종일 예약 취소가 몰려 정신없다. 이날 하루만 환불한 금액이 1000만 원이 넘는다”며 울상 지었다. 전북 전주에서 한옥체험시설을 운영하는 김홍석 씨(46)도 “크리스마스 연휴 예약이 꽉 찼다가 22일 모두 취소됐다”고 답답해했다. 골프장들도 혼란스럽다. 경기도에 있는 한 골프장은 홈페이지에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에 따른 운영 안내를 띄워 놓고 ‘3인 플레이만 가능’ ‘2팀 이상 단체 팀 불가’라고 안내하고 있다. C골프장도 23일부터 1월 3일까지 예약된 팀들에 ‘3인 플레이만 진행한다’는 공지를 문자메시지로 보내고 있다. 조응형 yesbro@donga.com·박성진·김소영 기자}

“통영에서 친정 식구 7명이 모이는데 2명만 경기도 사람이에요. 수도권 사람이 4명 이하면 문제없는 것 아닌가요?” 경기 성남에 사는 김모 씨(54·여)는 원래 27일부터 2박 3일간 경남 통영의 한 리조트에서 가족 모임을 가지려 했다. 경기 거주자는 본인과 남편 2명뿐이라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이는 21일 발표된 ‘수도권 공동 사적 모임 제한 방역지침’ 위반이다. 수도권 거주자는 전국 어디서건 5명 이상 사적 모임에 참석하면 안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해당 가족 모임을 예정대로 진행하면 김 씨와 남편은 단속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23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수도권 거주자 대상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시행되며, 연말연초 모임을 계획했던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기존 방역수칙과 달리 수도권 거주자는 어디서건 지침을 지켜야 하는 ‘속인주의’기 때문이다. 성탄절 파티는 물론 송년회, 심지어 해돋이 관광 등도 불가능해지며 숙박업계 등도 함께 ‘멘붕’에 빠졌다. 서울 서초구의 A 씨(47)도 22일 연말연초 가족 모임을 취소했다. 경북에 사는 부모와 경기 수원의 남매가 서울서 모이려 했지만, 합치면 8명이 넘기 때문이다. 정 씨는 “식당은 이미 취소했다. 부모님이 집에서 자는 것도 거주지가 다른 가족이 5명이 넘어 걸린다니 답답하다”고 했다. 연말 장사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도 낙담하고 있다. 서울 마포의 한 파티 룸 대표인 B 씨(50)는 “하루 종일 예약 취소가 몰려 정신없다. 이날 하루만 환불한 금액이 1000만 원이 넘는다”며 울상 지었다. 전북 전주에서 한옥체험시설을 운영하는 김홍석 씨(46)도 “크리스마스 연휴 예약이 꽉 찼다가 22일 모두 취소됐다”고 답답해했다. ‘해돋이 관광 특수’를 고대하던 동해안도 엇비슷하다. 강원 속초에 있는 한 펜션은 24~26일 예약이 마감됐다가 22일 3개가 연달아 취소됐다. 강릉의 한 호텔 관계자는 “안 그래도 연말 예약률이 70%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수도권 방역지침 발표 뒤 취소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방역지침을 잘 몰라 혼란이 벌어지는 경우도 잦았다. 강릉에 있는 한 펜션은 “경기 거주자인데 10명 단체가 되냐”는 질문에 “상관없다. 5인 이상은 수도권만 지키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속초에 있는 한 빌라도 수도권 방역지침 준수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였다. 일부 업소는 변칙 운영을 시도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은 “8명 예약이 되느냐”고 묻자 “예약자를 2명으로 해 4명씩 받으면 된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료 8명이 4명씩 식사하는 건 멀찌감치 떨어져 앉더라도 지침 위반”이라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김모 씨(61)는 요즘 같은 한파에도 매일 북한산으로 출근한다. 6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차린 탁구장을 또 닫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탁구장이 영업정지에 들어간 건 올여름에 이어 두 번째. 집에 생활비를 갖다 준 게 언제인지 모른다. 5000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을 사먹는데도 손이 떨린다. “노후는 진작 포기했어요. 방역대책이라 따르긴 하지만 매일 울고 싶습니다.” 김 씨를 포함한 국내 552만 명의 자영업자들은 올겨울이 유독 춥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경직적 주 52시간 근무제 등 누적된 악재로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코로나19 충격이 강타하자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최근 서울 대표 상권인 홍익대 앞 300m 골목(마포구 잔다리로, 독막로) 점포 40곳을 취재한 결과, 8곳이 최근 1년간 폐업했다. 나머지 32곳 중 매출이 늘어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월매출은 평균 65% 줄었다. 15년째 이곳에서 카페를 하는 30대 이모 씨는 평소 하루에 50만 원 넘게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 주말 겨우 커피 2잔을 팔았다. 이 씨는 “홍대가 ‘유령 도시가 됐다’고 할 정도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액세서리 가게를 하는 윤모 씨(28)는 8일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작된 뒤 아예 임시휴업 중이다. 이 골목에서 종업원 없이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님’은 11명이다. 장사가 안돼 올 들어서만 점포 16곳에서 직원 34명을 해고했다. 14명의 자영업자가 평균 4400만 원의 빚을 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조응형 yesbro@donga.com·김소영 기자}
태어난 지 16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했던 부모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엄마의 폭행이 아이의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아빠 역시 아이의 학대를 방임하거나 자신도 학대를 했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정우)는 “8일 엄마 A 씨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와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아빠 B 씨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1월에 아이를 입양한 A 씨는 6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아이를 상습적으로 폭행했으며, 10월 13일 아이에게 강한 충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는 내부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될 정도로 크게 다쳤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는 “아이가 놀다가 소파에서 떨어졌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에서는 “밥을 먹지 않아 화가 나서 손찌검했다”고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빠 B 씨는 검찰 조사를 통해 아동학대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4월경 강제로 아이의 신체를 억압해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아동유기·방임 혐의도 적용됐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학대가) 의심스러워 모든 검사를 진행했어요. 복부와 뇌 컴퓨터단층촬영(CT), 전신엑스레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10월 아동학대로 숨을 거둔 16개월 입양아의 부모들이 결국 8일 재판에 넘겨졌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검찰에서 드러난 만행은 욕지기가 치밀어 오른다. 당시 응급실에 온 아이는 여러 뼈가 부러진 건 물론이고 내장이 파손됐을 정도였다. 병원 측 표현을 빌리자면 “대형 교통사고급”이었다. 의료진은 처음부터 ‘아동학대’를 의심했다고 한다. 뚜렷한 병력도 없는데 심 정지 상태로 왔고, 택시를 타고 온 엄마는 너무 태연했다. 심지어 심폐소생술이 진행되며 생사를 오가는데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병원은 곧장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뇌·복부 CT 등은 학대가 의심된다고 곧장 진행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다.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시 검사를 지시하고 부모에게 강력히 동의를 요청했던 A 의사는 “상태가 심각했다. 어쨌든 부모가 동의해줘서 검사를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의심 정황이 많아도 의료진이 맘대로 결정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런 검사가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결국 아이는 떠났으니까. 하지만 당시의 검사 자료는 이후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아동학대를 가늠하는 중요 단서가 됐다. 전신 X선 사진을 찍어둔 것도 다양한 부위에서 학대 피해를 입었음을 증명했다. 게다가 병원이 아동학대를 신고하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아동학대처벌법상 의료인은 신고 의무자로 정해져 있어 학대가 의심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모가 반발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3만8380건 가운데 의료인 신고는 293건(0.8%)뿐이었다. “가령 아이에게서 골절이 발견되면 보호자가 ‘실수로 떨어뜨렸다’고 해명해도 신고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보호자에게 신고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거의 대부분 거칠게 화를 내죠. 세상에 100%란 없다 보니 우리 정서상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죠.”(B 의사) 검찰은 양부모를 기소하며 ‘아동학대사건관리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일종의 재발방지 대책이다. 아동학대 의심 환자의 진료기록 공유와 관련 신고의무자 고지제도 도입 등이 논의됐다고 한다. 고지제도란 이후 아동학대가 인정되면 교사나 담당공무원 등 모든 신고의무자에게 “당신은 신고할 의무가 있었다”고 알려주는 걸 일컫는다. 이런다고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의료진의 검사나 신고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 모른다. 하지만 작은 틈새를 막는 것도 또 다른 희생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가 돼줄 수 있다. 살릴 수만 있다면 좀 과해도 되지 않을까. 지금도 어디선가 도움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조응형 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