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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땅’에서 새해 첫 우승 축포에 도전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이 3일부터 나흘간 진행된다. 1,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3개 대회 이후 3주간의 휴식 뒤 열리는 시즌 네 번째 대회다. 특히 매년 이 대회가 열리는 싱가포르 센토사골프클럽(GC) 뉴 탄종 코스(파72)는 한국 선수에게 ‘약속의 땅’이다. 지난해 우승자인 김효주(27·롯데)를 비롯해 2019년 박성현(29·솔레어), 2017년 박인비(34·KB금융그룹), 2016년 장하나(30·BC카드) 등 최근 5개 대회(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미개최) 중 네 차례나 한국 선수가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나머지 한 번도 2018년 한국계 골퍼인 미셸 위(33·미국)가 차지했다. 이 밖에 2015년 박인비, 2009년 신지애(34)가 정상에 섰다. 우승상금 25만5000달러(약 3억800만 원)를 포함해 총 상금 170만 달러(약 20억5000만 원)가 걸린 이 대회는 컷 탈락 없이 진행된다. 전체 66명의 선수 중 한국 선수는 13명이다.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김효주 박인비 박성현 외에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솔레어), 5위 김세영(29·메디힐) 등도 출사표를 냈다. ‘디펜딩 챔피언’인 김효주는 우승의 기운이 깃든 이곳에서 시즌 첫 대회를 치른다. 지난해 3라운드까지 선두와 5타 차 공동 8위였던 김효주는 4라운드에서 버디만 8개를 따내는 집중력을 보이며 통산 4승을 차지했다. 5년 3개월 만의 투어 우승이었다. 김효주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여하는 대회는 재미있고 기대가 많다. 대회가 끝날 때가지 좋은 이미지가 남아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대회에 모두 출전하며 일찌감치 시즌을 시작한 박인비도 시즌 첫 승을 정조준한다. 박인비는 2008년 이 대회가 도입된 이후 유일하게 두 차례 우승을 맛본 선수다. 박인비는 “시즌을 다른 때보다 일찍 시작해서 몸이 덜 풀렸다는 생각은 안 든다. 좋은 기억이 많은 만큼 싱가포르에 오는 건 즐겁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지난해 올해의 선수상에 다승왕, 상금왕을 휩쓸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고진영 또한 이 대회에서 시즌 데뷔전을 치른다. 지난 시즌 왼쪽 손목 통증에 시달렸던 고진영은 그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백스윙 등도 손봤다. 특히 고진영이 이번 대회에서 4라운드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할 경우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라는 투어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해 14라운드 연속으로 이 부문 타이기록을 세웠던 고진영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71타를 치며 신기록이 무산됐지만 이튿날부터 다시 11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 중이다. 현지의 더운 날씨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인비는 “이런 날씨에서는 에너지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대회 첫날인) 목요일부터 신나서 달릴 수 있게 푹 쉴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22시즌 메이저리그(MLB) 정상 개막이 끝내 무산됐다. MLB 노사가 리그 운영 방안을 두고 끝내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2일 선수노조가 만장일치로 사무국 측이 제시한 최종안을 거부해 다음 달 1일 리그 정상 개막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즌 첫 두 차례 시리즈(6경기)는 취소됐다. 취소된 경기들은 재편성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팀당 경기는 162경기에서 최대 156경기로 줄어든다. 노사 간의 협상 결렬로 리그 정상 개막이 무산된 건 샐러리 캡 도입을 두고 갈등이 불거졌던 1995년 이후 27년 만이다. 협상에 난항을 겪는 건 역시 ‘돈’ 때문이다. 사치세 한도와 관련해 사측은 2022년 2억1000만 달러에서 2026년 2억3000만 달러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선수노조는 같은 기간 2억3800만 달러에서 2억6300만 달러로 올리는 안을 고수했다. 이 밖에 연봉 조정신청 자격을 얻지 못한 선수에게 주는 보너스 풀, 최저 연봉 등에서도 양측의 견해차가 크다. 경기 일정이 줄어드는 만큼 그에 비례해 연봉도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선수 연봉 총액이 하루에 2050만 달러(약 248억 원) 줄어든다”고 전했다. 연봉 2000만 달러(약 242억 원)인 토론토의 류현진(35)도 6경기가 취소될 경우 74만 달러(약 8억9000만 원)를 손해볼 것으로 예상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경기는 이겼지만 축포를 터뜨릴 순 없었다. 안방에서 정규리그 1위를 일찍 확정지으려던 여자부 선두 현대건설의 계획이 다시 한 번 2위 한국도로공사에 가로막혔다. 현대건설은 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로공사와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 3-2(25-19, 25-22, 25-27, 20-25, 15-10) 진땀 승을 거두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날 승점 3을 추가하면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던 현대건설은 1, 2세트를 따내고도 3, 4세트를 내리 내준 뒤 최종 5세트 끝에 이겨 승점 2를 추가했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달 23일 도로공사와의 5라운드 경기에서 0-3으로 패해 1위 확정 기회를 놓친 바 있다. 현대건설은 1, 2세트 각각 7득점씩을 올린 외국인 라이트 야스민(26·미국)의 활약에 힘입어 초반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나 3세트 먼저 매치포인트에 이르고도 도로공사 박정아(29)의 연속 득점을 허용하며 듀스 접전 끝에 세트를 내줬다. 4세트마저 패해 시즌 첫 3연패 그림자가 드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센터 양효진(33)의 공격, 블로킹 등으로 한때 8-2까지 점수 차를 벌리며 5세트를 가져갔다. 도로공사는 5세트에만 7개 무더기 범실을 하며 대역전승의 기회를 놓쳤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5세트 심판 판정에 연이어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을 정도로 분위기가 과열되기도 했다. 현대건설 야스민은 이날 팀 최다인 31득점(공격성공률 37.17%)을 기록했다. 양효진은 이날 18득점(성공률 50%)을 하며 V리그 최초로 6500득점(6505점) 고지를 넘었다. 현대건설은 이날 오전 선수 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제한된 엔트리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최근 나흘(지난달 22∼25일) 동안 3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이 바닥났는데 힘든 과정에서 승리를 했다는 게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주장 황민경(32)도 “1위를 확정하지 못해 아쉽지만 앞에서 잘 버텨온 만큼 아직 기회도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28승 3패)은 이날 승리로 승점 82가 되며 도로공사(23승 8패·승점 67)와의 승점 차를 15로 벌렸다. 도로공사와의 시즌 상대 전적도 4승 2패 우위로 마침표를 찍었다. 현대건설은 4일 GS칼텍스와의 안방경기에서 승점 1만 추가하면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자력으로 1위를 확정한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GS칼텍스에 5전 전승 중이다.수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 선수가 피칭머신에서 날아오는 공을 방망이가 아닌 몸으로 연신 받아낸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앤서니 리조(사진)의 이색(?) 훈련 영상이다. 그는 메이저리그(MLB) 현역 선수 최다 몸에 맞는 공(178개) 기록 보유자인데 ‘특기’를 보인 것. 시카고 컵스 등에서 뛰었던 리조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빨리 직장을 얻어 특기를 다시 보게 되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제프 슈트라카(29·오스트리아·사진)가 95번째 도전 끝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오스트리아 선수가 PGA 정규 투어 우승을 차지한 것도 슈트라카가 처음이다. 슈트라카는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에서 열린 혼다 클래식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슈트라카는 9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셰인 로리(35·아일랜드)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슈트라카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144만 달러(약 17억3000만 원)를 받았다. 지난 시즌 총상금 113만6615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한 번에 벌어들인 것이다. 슈트라카는 또 이번 우승으로 2023∼2024시즌까지 PGA투어 출전권을 확보했고 4월 마스터스 출전권도 따냈다. 세계 랭킹도 176위에서 83위로 올랐다. 미국 조지아대를 졸업한 슈트라카는 “말이 잘 안 나온다. 꼭 정신이 나간 것처럼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열리는) 마스터스에 진출하는 게 내 평생 꿈이었다. 현실이라는 게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슈트라카는 3라운드까지 선두 대니얼 버거(29·미국)에게 5타 뒤진 공동 2위였지만 장대비 속에 경기를 치른 이날 버거가 4타를 잃는 틈을 타 18번홀 버디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버거는 결국 4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편 2라운드를 1박2일간 치른 끝에 생애 처음으로 컷 통과의 꿈을 이룬 세계 랭킹 1326위 앤드루 코잔(24)은 2오버파 공동 30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경훈(31)은 4오버파로 공동 48위에 자리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최민정(24·성남시청)과 자격정지 2개월 징계가 끝난 심석희(25·서울시청)가 쇼트트랙 대표팀에 합류한다. 최민정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는 28일 최민정이 예정대로 대표팀에 합류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민정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정한 입촌일 2일에 충북 진천선수촌으로 들어간다. 두 선수가 만나는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심석희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 A 코치와 주고받은 최민정, 김아랑(27·고양시청)에 대한 비방 문자메시지가 노출되면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당시 메시지 공개로 최민정과 김아랑은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심석희가 지난달 21일 대표팀 합류 의사를 밝힌 뒤 최민정과 김아랑은 대표팀 합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세계선수권대회는 18일부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다. 최민정과 심석희 두 선수는 여자 500m, 여자 1000m, 여자 1500m 등 개인전과 계주 출전 자격을 갖고 있다. 두 선수의 계주 종목 출전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 PGA 내셔널 챔피언스코스(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 클래식은 26일(한국 시간) 2라운드를 공식 종료하지 못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앤드루 코잔(24·사진)이 티샷 뒤 날이 어두워져 남은 플레이를 다음 날로 미뤘기 때문이다. 대회 참가자 144명 중 유일하게 2라운드를 마치지 않았다. 반면 컷 탈락이 확실시됐던 동반 플레이어들은 어둠 속에서 플레이를 강행했다. 다음 날 새벽 라운딩을 감수하면서도 코잔이 경기를 마치지 못한 건 컷 통과를 위한 강한 의지였다. 세계랭킹 1326위로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코잔은 이번 대회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투어 대회에 2차례 출전해 모두 컷 탈락했다. 이튿날 오전 4시 30분경 일어나 6시 47분 경기를 시작한 코잔은 18번홀에서 파를 기록하며 중간합계 2오버파 142타로 컷을 통과했다. 전날 17번홀(파3)에서 트리플 보기로 휘청거렸던 코잔은 18번홀에서 타수를 잃지 않으면서 단 1타 차로 생애 첫 투어 대회 컷 통과의 기쁨을 안았다. 탄력을 받은 코잔은 오전 7시 35분부터 이어진 3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이븐파 210타를 기록했다. 전날 공동 53위에서 공동 19위로 크게 도약했다. 3라운드에서만 3타를 줄인 셰인 로리(35)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플레이를 했다. 28일 최종 4라운드를 10위 안으로 마무리하면 다음 주 대회(푸에르토리코 오픈) 출전 자격을 얻는다. 팜비치 가든스 주민으로 어려서부터 이곳에서 골프를 배워왔던 코잔은 “일곱 살 때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대회의 출전을 꿈꿔왔다. 이번 주 내 꿈이 이뤄졌다”고 감격스러워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양키스 선수들은 곧 세 자릿수 등번호를 달게 될 겁니다.” 23일 메이저리그(MLB) 대표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의 트위터 계정에는 이 같은 댓글이 달렸다. 2001년까지 양키스에서 뛰었던 외야수 폴 오닐(59)의 등번호 21번을 구단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1985년 신시내티에서 데뷔한 오닐은 1993년부터 양키스에서 뛰었다. 이후 2001년까지 9년간 타율 0.303, 185홈런, 858타점 등을 남겼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는 동안 총 네 차례(1996, 1998, 1999, 2000년)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올스타로도 네 차례 선정됐다. 현역 시절 강한 어깨로 팬들에게 ‘전사(the warrior)’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01년 마지막 안방경기(애리조나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 당시 9회초 수비에 나서자 양키스 팬들이 오닐의 이름을 연호하는 장면은 여전히 회자되곤 한다. 이처럼 팬들의 사랑을 받은 오닐의 영구결번 소식에 난데없는 댓글이 달린 건 양키스의 영구결번이 지나치게 많다는 팬들의 불만 때문이다. 2017년 5월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48)에 이어 5년 만에 오닐이 추가되면서 양키스의 영구결번은 MLB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23명이 됐다. 2위 세인트루이스(13명)와도 제법 차이가 난다. 실제로 양키스에서는 1∼9번이 모두 영구결번이라 한 자릿수 등번호를 달 수 없다. 이 밖에도 영구결번 중 숫자가 가장 높은 버니 윌리엄스(54)의 51번까지 빽빽하게 자리가 차면서 현역 선수들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 팬은 “2050년에 선수들이 ‘3.5’나 ‘.061’ 같은 등번호를 달게 될 것”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양키스 팬 커뮤니티 ‘핀스트라이프앨리’에는 한 자릿수 숫자 앞에 0을 붙여 ‘01’ 식으로 등번호를 달자는 아이디어도 게시됐다. 자격 논란도 불붙었다. 한 팬은 “오닐을 사랑하지만 그를 (MLB의 전설로 꼽히는)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요기 베라 등과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없다”며 영구결번에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한 데다 타 팀에서 뛴 적이 있는 오닐에게 영구결번을 주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등번호로 달 수 있는 숫자가 한정된 상황에서 영구결번 외에 선수의 명예를 기릴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닐의 영구결번 행사는 8월 22일 토론토와의 안방경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반면 KBO리그는 영구결번에 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도록 전체 10개 구단에서 지정된 영구결번은 총 15명이다. 구단별로는 한화가 장종훈(35번),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에 이어 지난해 포함된 김태균(52번)까지 가장 많은 4명의 영구결번을 보유하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선두 현대건설은 23일 한국도로공사와의 5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두 마리 토끼’를 꿈꿨다. 전날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세운 여자부 최다 연승(15연승)을 다시 한 번 갱신하는 것과 동시에 정규리그 1위 확정을 노렸다. 전날까지 전체 36경기 중 28경기에서 승점 79(27승 1패)를 기록 중이던 현대건설이 이날 2위 도로공사(승점 60)에 승점 3을 따낼 경우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도로공사가 제동을 걸었다. 이날 안방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3-0(25-22, 25-19, 25-18)으로 완승을 거뒀다. 현대건설의 개막 후 13연승 도전을 저지한 데 이어 이번에는 16연승을 막았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2패가 모두 도로공사전에서 나왔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켈시(27·미국)가 양 팀 최다인 30득점(공격성공률 54.71%), 박정아(29)가 19득점(성공률 35.71%)을 하며 3연승을 합작했다. 팀 리시브 효율도 45.45%로 현대건설(39.71%)에 앞섰다. 지난달 16일 KGC인삼공사 경기 이후 한 달여 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이고은(27)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이번 시즌 중고 신인 세터 이윤정(25)과 번갈아 투입되고 있는 이고은은 이날 경기 뒤 “지난 경기부터 안정감을 되찾았지만 선발로 뛸 줄은 몰랐다. 경기를 잘 풀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리그가 중단됐다 21일 재개된 가운데 이날 경기는 도로공사의 방침에 따라 관중 없이 치러졌다. 리그 중단에 따라 일정이 재조정되면서 이틀 연속 경기를 치른 선두 현대건설은 1위 팀다운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원 중 아무도 두 자릿수 득점을 하지 못했다. 허리 통증 등을 호소 중인 외국인 선수 야스민(26·미국)이 2, 3세트 초반 연달아 교체돼 나오면서 공격에서 무게감이 떨어졌다. 2위 도로공사와의 승점 차도 19에서 16으로 줄면서 1위 축하 팡파르도 당분간 뒤로 미루게 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올림픽은 스타 탄생의 무대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통해 하루아침에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이들은 누가 있을까. 대회 공식 홈페이지가 일명 ‘벼락스타(Breakout stars)’ 10인을 소개했다. 최고의 스타는 단연 중국의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 아일린 구(19·사진)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일린 구는 2019년부터 중국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왔다. 생애 첫 올림픽인 베이징 대회에서 아일린 구는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일약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그가 참여한 중국 틱톡(더우인) 라이브쇼에는 최고 1800만 명의 시청자가 몰리기도 했다. ‘좋아요’만 약 1억2000만 개가 달렸다. 대회 홈페이지는 이 같은 현상을 슈퍼노바(초신성)에 빗대 ‘구퍼노바’라고 진단하며 “아일린 구의 여행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아일린 구가 올림픽 뒤 미국으로 돌아가 스탠퍼드대에서 학업을 이어가겠다며 향후 대표팀 활동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중국 내부에서 비판 여론도 쏟아지고 있다. 남자 스노보드에서 금 1개, 은 1개를 따낸 중국 쑤이밍(18)이 2위,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슬로바키아의 동메달 획득을 이끈 유라이 슬라프코프스키(18)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쑤이밍은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경력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 대회 최다 득점(7점)에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슬라프코프스키는 현재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밖에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안나 셰르바코바(18), 남자 싱글 은메달리스트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19)가 각각 4, 5위로 선정됐다. 한국 선수는 포함되지 않았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나는 그저 작고 나이 든 여자입니다”란 말이 무색하게 대기록을 세웠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겨울 대회 최다 출전 타이기록(8회)과 여자 최고령 출전 기록을 쓴 독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50) 이야기다. 이미 9개의 메달을 가진 그는 3000m, 매스스타트에 출전했다. 입상은 못 했지만 도전 자체가 값지다. 그는 은퇴를 암시하면서도 확답은 안 했다. 그의 도전을 또 볼 수 있을까.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34·IHQ·사진)이 동메달을 따낸 남자 매스스타트 경기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대표 극적인 승부로 꼽혔다. 미국 NBC는 20일 이번 대회 ‘극적인 피니시(dramatic finishes)’ 8건을 선정하며 그중 다섯 번째로 남자 매스스타트를 소개했다. 올림픽 공식 타임 키퍼인 오메가에 따르면 이승훈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결선에서 7분47초204의 기록으로 미국의 조이 맨티아(36·7분47초206)를 불과 0.002초 차로 제치고 3위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포토 피니시상으로도 두 선수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경기 기록을 소수점 아래 둘째 자리까지만 발표하면서 같은 7분47초20으로 기록이 올라가 있을 정도다. 찰나의 승부로 동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총 6번째 메달(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국내 선수 중 역대 겨울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까. 경주 뒤 맨티아는 “이승훈이 나를 잡아당긴 것 같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가 고의로 한 것 같지는 않다. 이 또한 경주”라고 덧붙였다. 미국 코치진이 항의하기도 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밖에 0.016초 차로 중국이 우승을 차지한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결선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준결선에서 중국 주자들끼리 터치를 하지 않고도 결선에 진출한 ‘판정 논란’은 거론하지 않았다. 도핑 논란 속에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해 실수를 연발하며 4위에 머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피겨 외계인’ 카밀라 발리예바(16)도 포함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아무도 응원해 주지 않을까 봐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웠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그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4년 전 평창에서 겪은 고난의 시간을 흘려보낼 준비가 된 듯했다.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선을 마친 김보름(29·강원도청)은 “4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18 평창 대회 이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보름은 이날은 5위로 시상대 위에 서진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랭킹(8위)은 물론이고 1차 대회에서 거둔 시즌 개인 최고 순위(6위)를 뛰어넘었다. 앞서 준결선을 2위로 통과한 그는 결선 막판 4위로 순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김보름은 “레이스 중반 이후 앞쪽에 있겠다는 작전을 세우고 들어갔는데 너무 서둘렀던 것 같다. 마지막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면서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을 해서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올림픽 경기를 치른 이날은 김보름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하다.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이 불거졌던 평창 대회 여자 팀 추월 8강전이 열렸던 바로 그날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듬해인 2019년 2월 19일에는 선배 노선영에게 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16일 노선영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김보름은 “이제야 평창 올림픽을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주 후 김보름은 “올림픽 때마다 눈물 흘리는 모습만 보여드려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동안 힘들었던 게 생각나서 또 눈물을 흘렸다”며 울먹였다. “하나하나 마음에 와닿는 메시지가 많았다. ‘이미 금메달입니다’란 말이 큰 힘이 됐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다. 힘든 시간을 스스로 이겨내 온 자신을 위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사실 힘들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혼자 무너질 때도 많았는데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 조금 편하게 웃으면서 쉬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제야 정말 행복한 스케이터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굿바이 베이징. 좋은 기억 남기게 해줘 너무 고마워”란 글을 올리며 세 번째 올림픽을 마무리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을까봐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웠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그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4년 전 평창에서 겪은 고난의 시간을 흘려 보낼 준비가 된 듯 했다.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선을 마친 김보름(29·강원도청)은 “4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18 평창 대회 이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보름은 이날은 5위로 시상대 위에 서진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랭킹(8위)은 물론 1차 대회에서 거둔 시즌 개인 최고 순위(6위)를 뛰어 넘었다. 앞서 준결선을 2위로 통과한 그는 결선 막판 4위로 순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김보름은 “레이스 중반 이후 앞쪽에 있겠다는 작전을 세우고 들어갔는데 너무 서둘렀던 것 같다. 마지막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면서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을 해서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올림픽 경기를 치른 이 날은 김보름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하다.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이 불거졌던 평창 대회 여자 팀 추월 8강전이 열렸던 바로 그 날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듬해인 2019년 2월 19일에는 선배 노선영에게 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16일 노선영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김보름은 “이제야 평창올림픽을 미련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주 후 김보름은 “올림픽 때마다 눈물 흘리는 모습만 보여드려 밝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동안 힘들었던 게 생각나서 또 눈물을 흘렸다”고 울먹였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덧붙였다. “하나하나 마음에 와 닿는 메시지가 많았다. ‘이미 금메달입니다’, ‘믿고 있었다’란 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힘든 시간을 스스로 이겨내 온 자신을 위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사실 힘들다고 누구에게 말하지 못했다. 혼자 무너질 때도 많았는데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 조금 편하게 웃으면서 쉬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아 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다”며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을 마무리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약불로 요리하다 마지막 23초 센불로 금맛낸다.’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선수들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 메달에 도전한다. 남자의 정재원(21·의정부시청)과 이승훈(34·IHQ), 여자의 김보름(29) 박지우(24·이상 강원도청)가 19일 올림픽 매스스타트 남녀 경기에 나선다. 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 매스스타트는 4년 전 평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승훈이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김보름은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17세의 정재원은 페이스메이커로 이승훈의 금메달을 도왔다. 레이스 내내 후미 그룹 앞에 위치해 선두 그룹에 바짝 붙어 주는 역할이다. 페이스메이커가 체력이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선두 그룹과 경쟁을 해주면 에이스가 후미에서 체력을 아끼다 막판 추월을 노린다. 2명 이상 선수가 출전하는 국가들은 이 전략을 주로 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정재원과 이승훈 둘 다 ‘메인 셰프’로 나선다. 정재원은 4년 동안 체력 및 기술적으로 성장해 매스스타트의 세계 강자가 됐다. 정재원은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이 4위이고 이승훈은 5위다. 이번엔 각자도생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정재원이 이승훈을 보조 셰프로 활용할 수 있다. 결선에 진출한다면 16명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스퍼트가 약한 선수들은 처음부터 상대가 방심한 틈을 노려 치고 나가 경기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 요릿 베르흐스마(11위)가 대표적이다. 정재원과 이승훈은 마지막 1, 2바퀴를 남기고 추월로 승부를 거는 전략으로 나온다. 정재원은 “막판 스퍼트가 베이스다. 힘을 아끼다 마지막에 승부를 보겠다”고 했다. 월드컵 랭킹 1위 바르트 스빙스(벨기에)와 조이 맨티아(미국·8위)도 막판에 강한 스타일이다. 막판까지 선두권에 자리만 잡는다면 라스트 스퍼트가 폭발적인 정재원과 이승훈에게 승산이 있다. 둘은 월드컵에서 순위가 잘 나올 때 마지막 400m를 23초대 초반으로 끊었다. 허벅지가 터질 듯한 한계점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속도다. 마지막 코너 진입에서 가속을 세게 받는다면 금빛 질주일 가능성이 크다. 김보름에게 19일은 각별하다. 4년 전 ‘왕따 주행 논란’이 불거진 평창 올림픽 여자 팀추월 8강전이 있었던 날이다. 김보름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노선영을 상대로 청구한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16일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는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제 평창 올림픽을 미련 없이 보내줄 것 같다”고 글을 남겼다. 김보름은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8위다. 가장 좋은 성적은 6위였다. 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많고 막판 스퍼트에 강해 얼마든지 반전이 가능하다. SNS에 올린 만화 ‘슬램덩크’ 서태웅의 명대사(몸이 기억하고 있다)처럼 승부사의 DNA가 제대로 폭발할지 기대를 모은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쇼트트랙 영광의 순간 뒤에는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었다. 성적 만능주의에 가려졌던 파벌싸움, ‘짬짜미 논란’ 등이 수시로 터져 나왔다. 최근에는 폭행에 더해 선수단 내 갈등까지 수면으로 떠올랐다. 겨울스포츠 대표 효자종목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팬들의 신뢰를 점점 잃어만 갔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두 가지 결단을 내렸다. 그중 하나는 국가대표 선발전 1위를 한 심석희(25)에 대한 징계다. 지난해 12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문자메시지로 동료를 비방한 심석희에 대해 2개월 자격정지 징계 처분을 내렸다. 대회가 2월에 열리는 걸 감안했을 때 사실상 올림픽 엔트리에서 제외한 셈이다. 과거 2018 평창 대회 당시 심석희는 에이스 최민정(24)과 함께 대표팀 쌍두마차로 꼽혔다. 성적에 집착해 문제 해결을 회피하기보다는 이참에 확실하게 갈등의 앙금을 정리하겠다는 의도였다. 감독 없이 전임 코치 체제로 이번 대회를 치른 것 역시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성폭행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재범 전 코치 등 지도자 자격 문제가 불거지면서 연맹은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개정에 맞춰 지도자 선발 기준을 높였다. 수차례 공개채용 끝에도 기준에 맞는 적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연맹은 결국 감독 없이 베이징 대회를 준비했다. 당장 눈앞의 대회 때문에 흔들리기보다는 원칙을 고수하기로 한 것이다. 대표팀은 지도 경력이 많은 이영석 코치를 중심으로 대회를 치렀다. 역대 최약체라는 우려 속에서도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로 출전국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물론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곽윤기(33)는 국제 무대 경험이 적은 여자 대표팀 후배들을 돕기 위해 여자 계주 훈련 ‘특별강사’로 훈련에 동참하는 등 맏형으로서 팀의 단합을 유도했다.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해낸 최민정, 황대헌(23) 외에 이준서(22), 이유빈(21) 등도 개인전 결선 무대를 밟으며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도 밝혔다. 한번 잃은 신뢰는 곧바로 회복되지 않는다. 과감한 결단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용기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듯 계속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잔뜩 파헤쳐진 빙판이 다시 채워지듯, 한국 쇼트트랙이 팬들의 신뢰를 차근차근 회복하길 기대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전쟁의 위기에도 올림픽 무대에서만큼은 모두가 하나였다. 17일 중국 장자커우 겐팅 스노파크 A&M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에어리얼 결선에서는 경기만큼이나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일리야 부로프(31)와 우크라이나의 올렉산드르 아브라멘코(34)의 포옹이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두 나라 사이에 고조된 긴장을 극복하는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2018 평창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아브라멘코는 이날 116.50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이번 대회 우크라이나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부로프는 114.93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스켈레톤에 출전한 우크라이나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3)는 경기 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금지(NO WAR IN UKRAINE)’라고 쓴 종이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4년 전 안방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 때만 해도 금메달이 이렇게 어려운 건지 아마 몰랐을 거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불린 최민정(24·성남시청)의 ‘다음’ 올림픽인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정은 꽃길보다 가시밭길이었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본격적으로 베이징 올림픽 시즌을 준비하던 시점에 생각지도 못한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평창 올림픽 당시 여자 1000m에서 심석희(25)와 부딪쳐 넘어지며 고배를 마셨는데, 3년 뒤인 지난해 심석희와 코치가 당시 주고받았던 문자가 공개됐고 고의 충돌 의혹이 불거진 뒤 피해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한때 한솥밥을 먹으며 계주 금메달을 합작한 동료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최민정은 지난해 10월 대한빙상연맹에 “고의 충돌 의혹을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 겨우 심신을 추스르고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에 나섰지만 무릎과 발목 부상을 입었다. 1차 대회 도중 귀국해 치료를 받았고 월드컵 2차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몸뿐 아니라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에이스는 달랐다. 올림픽이 가까워올수록 ‘여제’의 위용을 점차 회복해갔다. 부상에서 복귀한 그는 남은 월드컵 2개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며 부활했다. 최민정은 베이징 올림픽에 나서기 전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평창 때보다 출전 종목이 많아졌고, 경험도 쌓인 만큼 더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4년 전 아픈 기억으로 남았던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펑펑 울었던 최민정은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서야 활짝 웃으며 올림픽 분위기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쇼트트랙 경기 마지막 날인 16일 자신의 주 종목이자 쇼트트랙 마지막 종목인 1500m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이번 대회 자신의 첫 금메달이자 통산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 대회에 이은 이 종목 2연패도 달성했다. 준준결선에서 남은 바퀴 수가 전광판에 뜨지 않는 등 국제대회에서 보기 힘든 해프닝이 생겼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단단해진 최민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준준결선부터 경쟁자들보다 2∼3m 앞선 채 결승선을 끊은 최민정은 준결선에서는 아예 올림픽 기록(2분16초831)을 갈아 치웠다. 결선에서 레이스 초반 한위퉁(28·중국), 쉬자너 스휠팅(25·네덜란드) 등이 오버페이스를 하는 상황에서도 제 페이스를 유지한 최민정은 레이스 중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뒤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레이스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리안나 폰타나(32·이탈리아)가 은메달, 스휠팅이 동메달을 가져갔다. 최민정과 결선에 오른 이유빈(21·연세대)은 2분18초825의 기록으로 6위를 했다. 이번 시즌 월드컵 1500m에서 랭킹 1위를 하며 메달 기대를 모았던 이유빈은 이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경기에서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가며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쳤지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최민정은 경기 뒤 “1500m 잘하고픈 마음이 컸다. 간절하게 준비한 만큼 결과가 좋아 행복하다. 너무 좋아서 (이 상황이) 안 믿긴다. 평창 때보다 더 기쁜 것 같다”며 “힘들게 준비한 과정들이 지금의 결과로 나온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이어 “계주와 1000m에서 은메달 딴 것도 좋았지만 베이징에서 애국가를 꼭 듣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우승해서 내일 애국가를 들을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올림픽 마무리를 한 최민정은 동료들과 함께 활짝 웃었다. 태극기를 두르고 빙판 위를 도는 최민정의 어깨가 유난히 가벼워 보였다. 이제 꽃길이 펼쳐졌다.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5000m 계주에서 12년 만에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5000m 계주 결선에서 6분41초679의 기록으로 캐나다(6분41초257)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남자 계주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건 2010년 밴쿠버 대회 은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이날 박장혁(24·스포츠토토), 곽윤기(33·고양시청), 이준서(22·한국체대), 황대헌(23·강원도청) 순으로 레이스에 나선 한국은 경기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가며 좋은 레이스를 펼쳤다. 올 시즌 월드컵 남자 계주 1위 캐나다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하던 한국은 13바퀴를 남기고 다시 2위로 내려앉았고 결국 두 번째로 경기를 마쳤다. 동메달은 6분43초431로 이탈리아에 돌아갔다. 남자 대표팀은 2010 밴쿠버, 2018 평창에 이어 세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에 도전했던 맏형 곽윤기를 필두로 이번 대회 내내 찰떡 호흡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 전까지 밴쿠버 5000m 계주 은메달이 유일했던 곽윤기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생애 첫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금만큼 값진 은메달을 하나 더 목에 걸었다. 밴쿠버 시상식 당시 시상대 위에서 ‘아브라카다브라’ 시건방 춤을 선보였던 곽윤기는 이날 경기 뒤 열린 간이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 춤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박장혁의 부상 투혼도 빛났다. 7일 남자 1000m 준준결선 도중 중국 우다징과의 충돌 과정에서 왼쪽 손등이 찢어져 11바늘을 꿰맸던 박장혁은 붕대를 감고 경기에 나섰다. 전재수 헝가리 대표팀 감독이 어렵사리 큰 사이즈 장갑을 구해 주기도 했다. 11일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에 불참했던 그는 이날 결선에서는 팀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역주했다. 손의 통증을 참아가며 다음 주자인 곽윤기의 엉덩이를 힘껏 밀었다. 막내 이준서도 발목 통증을 참아가며 메달을 합작했다. 결선에 나서진 못했지만 준결선에서 김동욱(29·스포츠토토)의 역주도 빛났다. 경기 뒤 곽윤기는 “금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못 따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면서도 “(그래도) 5000만 국민 모두와 함께 뛴다는 마음으로 달렸다”라고 말했다. 남자 1500m 금메달에 이어 대회 두 번째 메달을 건 황대헌은 “좋은 동료와 합심해 값진 결과를 얻었다”며 “색깔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도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값지다”라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아프리카 선수는 몇 명일까? 답은 6명이다. 가나, 모로코, 에리트레아 선수 각 1명과 마다가스카르 선수 2명이 알파인 스키에 출전했고 나이지리아 선수 1명이 크로스컨트리 스키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눈밭과 빙판 위에서 벌어지는 겨울 스포츠는 종목 특성상 상대적으로 더운 지역에 사는 아프리카인들이 생소하게 느끼는 것이 사실. 그러나 2018 평창 대회 때(12명)와 비교해 출전 선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건 따져봐야 할 문제다. ‘세계인을 위한 축제’라는 올림픽의 대의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출전권 배분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16일 올림픽 관련 소식을 전하는 ‘인사이드더게임스’에 따르면 제임스 매클라우드 IOC 올림픽 연대·국가올림픽위원회(NOC) 담당국장은 “여름·겨울올림픽에 최고의 선수가 참가하는 동시에 보다 다양한 나라에서 선수가 참가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창, 베이징 대회를 검토해 NOC, 종목별 국제연맹 등과 협력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 때까지 최적의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이 대륙별 출전 쿼터 제도를 폐지하면서 이번 대회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에 출전한 아프리카 선수는 없다. 이에 평창 대회 당시 남자 스켈레톤에 출전했던 가나의 아콰시 프림퐁은 대륙별 쿼터를 복원할 것을 주장했다. 프림퐁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인들이 겨울올림픽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다음 대회 전까지 아프리카 참가자를 늘릴 수 있는 논의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