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

이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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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가 되고 싶었는데 되지 못해서, 조종사 다음으로 비행기 많이 탈 것 같은 직업을 택했습니다. 비행기와 날씨에 대한 '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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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광장/로버트 켈리]발 뺀 트럼프, ‘운전대’ 잡은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남한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긴장 완화 분위기에 고조되었다. ‘센토사 합의’는 세계평화의 토대를 세운 것과 같다고 문대통령은 말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자아 과잉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문대통령의 또 다른 칭찬일 뿐이다. 상당히 포괄적이었던 센토사 합의는 판문점 선언 등에서 확인했던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또 다시 반복했다. 구체적 사안도, 액션 플랜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큰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북한이 센토사 합의로 무엇을 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훨씬 더 많은 협상을 주장하면서 아무 것도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정말 중요한 무언가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중심에서 한 발짝 비켜선 것이다. 문대통령은 이제 북한 문제를 자신의 뜻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을 의미 있는 한반도 긴장 완화 과정에 포함시켜야만 했다. 북한과의 관계회복이라는 중대한 의제를 추진하기에 앞서, 동맹국 미국을 참여시키는 의례적 행위가 진행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준비는 미흡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자연스럽게 물러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빠른 성사를 강하게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크다. 문대통령이 의도한 바는 미국이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큰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참여라는 기본 조건을 충족시킨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려한 행사를 통해 전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모호하면서도 긍정적인 언어로 수사된 센토사 합의를 통해 문대통령은 본인의 입맛대로 밀고 나갈 수 있는 많은 재량권을 얻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통해 자국의 보수 미디어에서 이미 했던 것처럼 미국 국민들 앞에서 승리를 선언했고 그 후 이 프로세스에서 발을 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부 정책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다. 북한과의 회의와 협상이라는 기나긴 고투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는 이번 회담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시인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대부분의 일을 떠맡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무대에서 자발적으로 퇴장함으로써 문대통령은 큰 정치적 재량을 얻게 되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북한에 대해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진보주의자들과 온건파는 이러한 상황을 흡족해 할 것이다. 지난 해 트럼프 대통령은 위협적으로 전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해 그는 자신이 노벨 평화상 수상 자격이 있다고 쉽게 생각하고 있다. 그가 향후 또 어떤 말을 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변덕스럽고 예측불가하며 세부 정책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의 관심 사안이 아니기에, 올해 한반도 데탕트를 이끌어 갈 구체적 내용을 갖고 있지 못하다. 돌출행동, 인종차별, 급격한 정책 선회와 같은 그의 성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끊임없이 위협이 되어왔다. 이 프로세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후퇴할 때 문대통령은 추구하는 바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민족주의자들 또한 이러한 상황을 만족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이들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유별나게 간섭해왔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한반도가 분단된 것이 미국 때문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또한 이승만과 박정희의 탄압은 일정 정도 미국의 묵인 하에서 이뤄졌다. 궁극적으로 남북 분단은 한국의 문제이기 때문에 남북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UN 등 주변국들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주어진 역할이 있다 하더라도 조연 선에서 그쳐야 한다. 민족주의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한 정부와 논의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전쟁을 언급했던 바로 지난 해와 같은 상황을 두려워한다. 외부의 힘에 의해 한반도에 원치 않는 충돌이 발생하는 부분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과 강경파는 미국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일찍이 퇴장하는 것을 걱정할 것이다. 이들은 문대통령이 너무 쉽게 북한과 합의하려 한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보수주의자들은 올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소프트 쿠데타라는 유언비어와 임종석 비서실장에 대한 음모론에 천착하며 근거 없는 불신에 빠져 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폭력 중재자가 아니라 대독 유화정책을 펼쳤던 네빌 체임벌린과 같은 사람이라고 본다. 이들은 문대통령이 북한에 얻는 것 없이 많은 것을 내어줄까봐 두려워한다. 이러한 보수 유권자들에게 진보주의자들의 대북정책을 압박하는데 한미동맹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오랫동안 남한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상적 관점에서 북한 붕괴와 남한 주도 통일을 이끌 대북제재 정책은 미국의 강력한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은 종종 미국 대통령 이름이 쓰인 티셔츠를 입고 성조기를 흔들며 시위에 나선다. 이들은 문대통령이 재량권을 갖게 된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효과적으로 발을 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다. 민족주의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 프로세스에서 후퇴한 것은 보편적 관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북은 실질적으로 한반도 운전자석에 앉아야 한다. 지난 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너무 미국식으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문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위임 받은 재량권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문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0%를 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선 득표율은 41%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놀랍게도 지지율이 1년 만에 두 배가 되었지만 국내적 요인은 이러한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현재의 높은 지지율은 지난 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인 발언에 대해 국민들이 느낀 엄청난 두려움이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평창올림픽 개최 직전까지 한국인들은 김정은 위원장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더 두려운 존재로 인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무대로부터 퇴장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지지율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중도와 보수 후보의 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어려웠을 것이다. 한반도 긴장 완화에 반대하는 민족주의자, 보수주의자, 기독교인, 친미주의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 깊이 존재한다. 너무나 관대하면서도 극적인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백만 명의 진보주의자들과 중도주의자들이 거리로 나섰던 것처럼 문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거리 시위가 벌어질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으로 향하는 길이 한층 더 평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발을 뺐다. 그러나 문대통령은 대북정책에 대한 변혁을 추구하는데 있어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남한은 여전히 북한 문제에 대해서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문대통령은 적어도 전체주의국가인 북한을 우려하는 중도 보수 유권자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로버트 켈리 객원논설위원·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원문 보기▼“The Empty Trump-Kim Summit Turns Korean D¤tente over to Moon” Earlier this week, US President Donald Trump met North Korean leader Kim Jeong Un in Singapore. There has been much excitement in South Korea. South Koreans are upbeat about this year‘s d¤tente.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 In said the Sentosa Declaration laid no less than the foundations of world peace, yet another obvious Moon flattery of Trump’s oversized ego. The declaration was fairly generic, a rehash of previous North Korean denuclearization commitments such as April‘s Panmunjom Declaration. There is no detailed commitment in it to anything specific, no action plan. It is not a breakthrough, despite Trump’s penchant for glowing rhetoric. Who knows what the North Koreans will do with it? Likely nothing, insisting on yet further negotiation. But the South Koreans, or rather the Moon administration, did win something quite important in Singapore: Trump has now sidelined himself from the Korean d¤tente process. Moon can now run North Korean engagement as he sees fit. As South Korea‘s only ally, Moon had to bring the Americans into any meaningful Korean d¤tente. That box had to be checked; that formality has to be wrapped up before Moon could drive forward a serious rapprochement agenda with the North. Gently easing Trump out of the process is likely why Moon pushed so hard for the summit to be held so fast, even as it became very apparent that Trump and the Americans were grossly unprepared. Moon’s point was not for the Americans to bring back some great deal from Singapore ¤ three months was far too little time for that ¤ but to satisfy the basic requirement of American participation and then move on. And that was done. Trump got his pageantry and global publicity. The Sentosa Declaration was full of vague, positive language, which leaves much discretion for Moon to push forward however he chooses. The declaration allows Trump to declare victory before his domestic audience ¤ as he has already done in conservative, Trumpist media in the US - and then drop the issue. Trump is lazy and disdains policy detail; a long slog of meetings and negotiation with the DPRK does not interest him. He admitted that he did not prepare much for the summit, and most of the work was dumped on Secretary of State Mike Pompeo. Trump‘s voluntary exit opens wide political space for Moon. Whether this is a good thing or not depends on one’s North Korea politics. Liberals and doves will be elated. Last year Trump threatened to start a war. This year he briefly thought he deserved a Nobel Peace Prize. Who knows what he will say next? Trump is erratic, unpredictable, and disengaged from policy detail. He has little concrete to offer this year‘s d¤tente, because he does not really care about it, and his penchant for zany outbursts, racism, and dramatic policy u-turns perpetually threatened the peace process. With Trump politely removed from the process, Moon can do as he pleases. Nationalists too will be pleased. To them, the US has always been a curious, if not unwanted, interloper in Korean affairs. The initial division of the peninsula is blamed by many on the Americans. The repression of Syngman Rhee and Park Chung Hee also enjoyed a certain level of tolerance from US officials in Korea. Ultimately, the inter-Korean division is a Korean issue, to be resolved by Koreans on their own terms. Outsiders, including the US, China, Japan, Russia, the United Nations, and so on, really should be playing only a supporting role, if any role at all. Trump’s threats last year to start a war without even bothering to consul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are exactly what nationalists fear: an outside power dragging Koreans into an unwanted conflict. Conservatives and North Korea hawks though will worry about this early American drop out from the process. They worry that Moon is too willing to cut a deal with North Korea. Indeed, the South Korean right is slipping into a paranoia over this year‘s peace process with dark rumors of a soft coup by the Moon government and conspiracy theories about Im Jeong Seok. To these voters, Moon is not a Gandhian peacemaker, but an appeaser like Neville Chamberlain. They fear Moon will give North Korea a lot in exchange for very little. To these conservative voters, the US tie is critical to blunting the left’s engagement policy. The US has long been more hawkish than South Korea regarding North Korea. These voters‘ preferred policy of containing and deterring North Korea, followed ideally by its implosion and Southern-led unification, is impossible without strong US support. This is why these voters often protest clothed in Donald Trump t-shirts and waving American flags. Trump’s decision to effectively quit this year‘s process will disappoint these voters, because the liberal Moon now has a free hand. Per the nationalist argument, Trump’s recession form the scene is a good thing in a general sense. The two Koreas should indeed by in the driver‘s seat on relations. Last year, Trump wildly over-Americanized the Korean debate. But I fear Moon will overplay the free hand Trump has given him this week. It is true that Moon’s approval rating exceeds 80%. But it is also true that Moon only won with 41% of the vote. Moon has done little domestically to justify an astonishing doubling of his approval rating in just a year. His current rating is almost certainly due to South Koreans‘ tremendous fear of Trump’s 2017 rhetoric. By the time of the Olympics, South Koreans feared Trump more than Kim. But I wonder how durable that support will be as Trump fades away. Had the centrist and conservative candidates last year collaborated, Moon would not be president. There is a deep reservoir of nationalist, conservative, Christian, and pro-American thinking in South Korea opposed to d¤tente. I fear a dramatic, extremely generous Moon offer to North Korea may provoke a civil backlash. In the same way that a million centrist and leftist South Koreans hit the streets last year to bring down Park Geun Hye, I could see similar street mobilizations to block a Moon deal. Moon‘s path to a North Korean deal is now easer. Trump has dropped the issue. But Moon should be cautious of a pursuing a revolution in North Korea policy. South Korea is still a deeply divided society on North Korea, and Moon will need to win over at least moderate conservative voters who fear the orwellian North.Robert E Kelly (@Robert_E_Kelly) is a professor of international relations in th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and Diplomacy at Pusan National University. More of his work may be found at his website,AsianSecurityBlog.wordpress.com.}

    • 2018-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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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준비 톡톡]“꼭 빌라여야 했나”… 예비장인 말씀에 밤새워 술

    《 ‘둘이 합쳐 하나가 되는 일.’ 결혼에 대한 이상론적인 설명이죠. 하지만 축복 가득할 것 같은 결혼 준비에도 여러 갈등이 생깁니다. 신혼집 장만과 혼수 문제로 얼굴을 붉히거나 집안끼리 다투기도 합니다. 둘이 하나가 되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결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 ▼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 ▼ “제가 주택담보대출을 내어 1억8000만 원 하는 방 두 개짜리 빌라를 구했죠. 어느 날 장인어른이 제게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어묵탕에 소주 한잔하는데 장인어른이 조심스레 ‘꼭 빌라여야 했나’라고 말씀하셨어요. 딸 보내는 마음에 아쉬워서 하신 말씀이겠지만 저는 집에 들어가서 밤새워 소주를 들이켰네요.”―안모 씨(32·회사원) “한 달에 신혼부부 10쌍 정도가 집을 구하러 옵니다. 대부분 남편 쪽이 대출을 받거나 비용을 부담해요. 시어른이 같이 오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작년에 공동 명의를 바라는 아내분이 있었는데 나중에 시어른이 부동산에 들러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번 달에도 신혼부부 두 쌍이 집을 계약했는데 모두 남편 명의로 계약했어요.” ―이경희 씨(56·공인중개사) “저는 혼수품과 예단을 마련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예단이 성에 안 차셨는지 결혼 뒤에도 3년이나 눈치를 주셨어요. 작년에 결혼한 대학 동기는 예단, 예물을 생략하고 신혼집, 혼수 비용을 신랑과 반씩 부담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시부모님이 눈치를 준답니다. 명절에도 무조건 시댁부터 가야 하고요. ‘시댁 우선’ 분위기가 사라지기 전까진 남자가 집을 장만하는 게 나아 보여요.”―박모 씨(29·가정주부) “혼수품 문제, 고부 갈등, 성격 차이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해 ‘신혼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여성분이 많습니다. 특히 남편이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고소득자라서 시어른이 ‘잘난 내 아들이랑 결혼하면서 혼수를 이거밖에 못 해오느냐’고 면박을 주는 경우가 많죠. 이때 남편이 방관하거나 자신의 어머니 편을 들면 갈등이 폭발하는 겁니다. 이혼 소송 시 피고 1은 남편, 피고 2는 시어머니로 지정해 시어머니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기도 합니다.”―정재은 법무법인 세광 이혼 전문 변호사▼ 아낌없이 주는 부모 ▼ “요즘 청년들은 너무 당연하게 부모 도움을 바랍니다. 친구네 딸이 결혼하는데 예단 비용만 3000만 원이 들었다고 해요. 신랑 신부가 여태껏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모아놓은 돈이 없어 결국 부모가 모든 비용을 부담했죠.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하는 빌라에서 사는 지인은 아들 결혼한다고 3000만 원을 내주더라고요. 아이를 낳으면 육아까지 맡아주죠. 미워도 자식이니까 도와줄 수밖에 없는 요즘 부모들이 너무 불쌍합니다.”―김모 씨(50대 중반·가정주부) “신혼부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은행에서는 부부 중 연봉이 더 높은 쪽을 채무자로 지정하려고 합니다. 대출금 역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함께 갚아 나가는 경우가 늘었죠. 그러나 여전히 ‘남자 쪽 부모가 집을 당연히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요. 큰아들이 5억 원 상당의 신혼집을 구할 때 제가 3억 원을 보태줬는데 아들과 며느리가 당연하게 여기더라고요. 큰돈을 보탰지만 며느리 눈치가 보여서 큰아들네에 ‘놀러 가도 되냐’고 묻지도 못합니다. 둘째 아들 결혼할 때에는 신혼집 비용을 보태주지 않을 겁니다.”―한모 씨(60대·법무사) “2012년 남녀 대학생 384명을 대상으로 소비욕구와 기대결혼비용을 조사했습니다. ‘과한 결혼문화’에 대한 비판적 수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관습을 그대로 답습한 청년들이 많았고 기대결혼비용 역시 높았습니다. 취업이 힘들어 돈은 없는데 남들보다 못한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아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 비용을 부모에게 전가시키죠. 부모는 자녀의 결혼에 재력을 쏟아붓느라 노후 준비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일회성인 결혼식과 예단, 폐백이 아니라 ‘출산, 육아, 가사 분담’과 같이 생활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해요. ‘올바른 결혼’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합니다.”―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계산적인 결혼은 NO! ▼ “아들 결혼시킬 때 며느리가 혼수, 예단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애들 결혼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는데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돈이 고맙다며 해마다 쌀이나 고춧가루를 보내와요. 그러면 저는 사돈께 꼭 값을 지불합니다. 며느리가 우리 아들과 결혼해준 게 더 고맙다고 제발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라고 사돈한테 말하죠.”―최모 씨(75·서울 종로구) “서른두 살, 스물아홉 살 아들만 둘이에요. 주변에서는 아들들 결혼시키려면 집을 두 채나 장만해야 하니 힘들겠다고 걱정하죠. 물론 형편이 된다면 애들에게 보태줄 생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예단, 예물, 폐백을 다 생략하고 싶어요. 금액 하나하나 따져가며 계산하는 혼사는 치르고 싶지 않아요.”―김도연 씨(54·음식점 운영) “남들에게 보여주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행히 여자친구도 동의했죠. 남들과 비교되겠지만 중요한 건 ‘경제적 현실’과 ‘저희의 마음’ 아닐까요? 결혼식은 양가 친척 어른들만 모셔 조촐하게 치르고 친구들을 위한 작은 파티를 따로 열고 싶어요.”―정낙영 씨(28·대학생)▼ 중요한 건 ‘결혼 후의 삶’ ▼ “예비 신랑이 아이슬란드 사람인데 예물, 예단, 폐백이 부담스럽다고 생략하길 원해서 결혼반지만 맞췄어요. 아이슬란드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결혼식이 큰 행사가 아닙니다. 결혼 전 동거를 시작해 짧으면 2년, 길면 10년 정도 함께 산 뒤 혼인신고를 해요. 결혼식도 집이나 교회에서 간단하게 파티를 여는 정도로 올리죠. ‘결혼’ 자체보다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더욱 초점을 두는 것 같아요. 저희도 결혼 후의 생활방식을 두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답니다.” ―남혜영(28)·토르스테인 발드빈 존슨 씨(25) 예비 부부 “만약 아이가 생기면 한 달에 하루씩은 온전히 혼자서 아이를 돌보기로 했어요. 아이와 각자 추억을 쌓으면서 한편으로는 서로에게 하루씩 ‘완벽한 휴식’을 주기 위해서죠. 또한 예비 신부가 기르는 고양이에 대해서도 논의했어요. 고양이를 계속 키우는 대신 안방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로 했죠. 아침에는 로봇청소기를 돌리고 저녁에는 정전기부직포로 바닥을 닦을 겁니다. 결혼은 현실이니 생활적인 부분을 미리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김소현(29)·최영훈 씨(30) 예비 부부 “예비 시어머니께서 ‘커플 상담’을 받아보라며 상담권을 끊어주셨어요. ‘결혼식’이 아닌 ‘결혼 생활’을 준비하는 커플은 처음 봤다며 상담 교수님도 놀라셨죠. 호칭 문제의 경우, ‘너네 엄마, 우리 엄마’라며 선을 그어선 안 되고 ‘서울 엄마, 부산 엄마’라는 객관적인 단어로 불러야 합니다. 또한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도 기억에 남아요. 결혼 생활 만족도는 배우자를 통해서만 채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채워가야 하기 때문이죠. 경조사비 예산을 정해 부모님 용돈도 그 안에서 양가 동일하게 지출하기로 했어요. 상담을 하며 ‘내가 본질적인 부분을 놓칠 뻔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이 덕분에 결혼을 준비하는 제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답니다.”―홍지윤 씨(27·회사원)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

    •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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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 ‘올바른 결혼 준비’에 대한 생각은…

    ‘둘이 합쳐 하나가 되는 일.’ 결혼에 대한 이상론적인 설명이죠. 하지만 축복 가득할 것 같은 결혼 준비에도 여러 갈등이 생깁니다. 신혼집 장만과 혼수 문제로 얼굴을 붉히거나 집안끼리 다투기도 합니다. 둘이 하나가 되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결혼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봤습니다.●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제가 주택담보대출을 내어 1억8000만 원 하는 방 두 개짜리 빌라를 구했죠. 어느 날 장인어른이 제게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어묵탕에 소주 한 잔하는데 장인어른이 조심스레 ‘꼭 빌라여야 했나’라고 말씀하셨어요. 딸 보내는 마음에 아쉬워서 하신 말씀이겠지만 저는 집에 들어가서 밤새 소주를 들이켰네요.” -안모 씨(32·회사원)“한 달에 신혼부부 10쌍 정도가 집을 구하러 옵니다. 대부분 남편 쪽이 대출을 받거나 비용을 부담해요. 시어른이 같이 오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작년에 공동명의를 바라는 아내분이 있었는데 나중에 시어른이 부동산에 들려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번 달에도 신혼부부 두 쌍이 집을 계약했는데 모두 남편 명의로 계약했어요.” -이경희 씨(56·공인중개사)“저는 혼수품과 예단을 마련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예단이 성에 안 차셨는지 결혼 뒤에도 3년이나 눈치를 주셨어요. 작년에 결혼한 대학 동기는 예단, 예물을 생략하고 신혼집, 혼수 비용을 신랑과 반씩 부담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시부모님이 눈치를 준답니다. 명절에도 무조건 시댁부터 가야 하고요. ‘시댁 우선’ 분위기가 사라지기 전까진 남자가 집을 장만하는 게 나아 보여요.” -박모 씨(29·가정주부)“혼수품 문제, 고부갈등, 성격 차이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해 ‘신혼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여성분이 많습니다. 특히 남편이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고소득자라서 시어른이 ‘잘난 내 아들이랑 결혼하면서 혼수를 이거밖에 못해오느냐’라고 면박을 주는 경우가 많죠. 이때 남편이 방관하거나 자신의 어머니 편을 들면 갈등이 폭발하는 겁니다. 이혼 소송 시 피고1은 남편, 피고2는 시어머니로 지정해 시어머니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기도 합니다.” -정재은 법무법인 세광 이혼전문변호사●아낌없이 주는 부모“요즘 청년들은 너무 당연하게 부모 도움을 바래요. 친구네 딸이 결혼하는데 예단비용만 3000만 원이 들었다고 해요. 신랑신부가 여태껏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모아놓은 돈이 없어 결국 부모들이 모든 비용을 부담했죠.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하는 빌라에서 사는 지인은 아들 결혼한다고 3000만 원을 내주더라고요. 아이를 낳으면 육아까지 맡아주죠. 미워도 자식이니까 도와줄 수밖에 없는 요즘 부모들이 너무 불쌍합니다.” -김모 씨(50대 중반·가정주부)“신혼부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은행에서는 부부 중 연봉이 더 높은 쪽을 채무자로 지정하려고 합니다. 대출금 역시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함께 갚아나가는 경우가 늘었죠. 그러나 여전히 ‘남자 쪽 부모가 집을 당연히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요. 큰아들이 5억 원 상당의 신혼집을 구할 때 제가 3억을 보태줬는데 아들과 며느리가 당연하게 여기더라고요. 큰 돈을 보탰지만 며느리 눈치가 보여서 큰아들 네에 ‘놀러 가도 되냐’고 묻지도 못합니다. 둘째 아들 결혼할 때에는 신혼집 비용을 보태주지 않을 겁니다.” -한모 씨(60대·법무사)“2012년 남녀 대학생 384명을 대상으로 결혼준비 기대비용을 조사했습니다. ‘과한 결혼문화’에 대한 비판적 수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관습을 그대로 답습한 청년들이 많았고 기대비용 역시 높았습니다. 취업이 힘들어 돈은 없는데 남들보다 못한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아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 비용을 부모에게 전가시키죠. 부모는 자녀의 결혼에 재력을 쏟아 붓느라 노후 준비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일회성인 결혼식과 예단, 폐백이 아니라 ‘출산, 육아, 가사 분담’과 같이 생활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해요. ‘올바른 결혼’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합니다.”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계산적인 결혼은 NO!“아들 결혼시킬 때 며느리가 혼수, 예단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애들 결혼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는데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돈이 고맙다며 해마다 쌀이나 고춧가루를 보내와요. 그러면 저는 사돈께 꼭 값을 지불합니다. 며느리가 우리 아들과 결혼해준 게 더 고맙다고 제발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라고 사돈한테 말하죠.” -최모 씨(73·서울 종로구)“32살, 29살 아들만 둘이에요. 주변에서는 아들들 결혼시키려면 집을 두 채나 장만해야 하니 힘들겠다고 걱정하죠. 물론 형편이 된다면 애들에게 보태줄 생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예단, 예물, 폐백을 다 생략하고 싶어요. 금액 하나하나 따져가며 계산하는 혼사는 치르고 싶지 않아요.” -김도연 씨(54·음식점 운영)“남들에게 보여주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행히 여자친구도 동의했죠. 남들과 비교되겠지만 중요한 건 ‘경제적 현실’과 ‘저희의 마음’ 아닐까요? 결혼식은 양가 친척 어른들만 모셔 조촐하게 치르고 친구들을 위한 작은 파티를 따로 열고 싶어요.” -정낙영 씨(28·대학생)●중요한 건 ‘결혼 후의 삶’“예비 신랑이 아이슬란드 사람인데 예물, 예단, 폐백이 부담스럽다고 생략하길 원해서 결혼반지만 맞췄어요. 아이슬란드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결혼식이 큰 행사가 아닙니다. 결혼 전 동거를 시작해 짧으면 2년, 길면 10년 정도 함께 산 뒤 혼인신고를 해요. 결혼식도 집이나 교회에서 간단하게 파티를 여는 정도로 올리죠. ‘결혼’ 자체보다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더욱 초점을 두는 것 같아요. 저희도 결혼 후의 생활방식을 두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답니다.” -남혜영(28)·토르스테인 발드빈 존스(25) 씨 예비부부“만약 아이가 생기면 한 달에 하루씩은 온전히 혼자서 아이를 돌보기로 했어요. 아이와 각자 추억을 쌓으면서 한편으로는 서로에게 하루씩 ‘완벽한 휴식’을 주기 위해서죠. 또한 예비 신부가 기르는 고양이에 대해서도 논의했어요. 고양이를 계속 키우는 대신 안방에는 들어오지 못 하게 하기로 했죠. 아침에는 로봇청소기를 돌리고 저녁에는 정전기부직포로 바닥을 닦을 겁니다. 결혼은 현실이니 생활적인 부분을 미리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소현(29)·최영훈(30) 씨 예비부부“예비 시어머니께서 ‘커플상담’을 받아보라며 상담권을 끊어주셨어요. ‘결혼식’이 아닌 ‘결혼생활’을 준비하는 커플은 처음 봤다며 상담 교수님도 놀라셨죠. 호칭 문제의 경우, ‘너네 엄마, 우리 엄마’라며 선을 그어선 안 되고 ‘서울 엄마, 부산 엄마’라는 객관적인 단어로 불러야 합니다. 또한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도 기억에 남아요. 결혼 생활 만족도는 배우자를 통해서만 채우는 게 아닌 스스로 채워가야 하기 때문이죠. 덕분에 결혼을 준비하는 제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답니다.” -홍지윤 씨(27·회사원)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 20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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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여름 안에서

    뜨거운 햇살을 머리에 이고시원한 바람을 끌어당기며시린 하늘을 향해 내달린다.세 가지 온도가 한곳에 공존하는異常하면서 理想적인 이 계절을 즐기는 방법. ―정선에서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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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청원 톡톡]“정치 엄숙주의 깬 민주주의 학습장”

    《 국민이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국민청원제도를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죠.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청원이 올라와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더 나은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리며, 국민청원제도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 ▼ 내 얘기를 들어줘 ▼ “국민청원제도가 생겨 청소년도 쉽고 빠르게 의견을 낼 수 있게 됐어요. 저는 ‘만 18세부터 투표권을 부여해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하자’는 청원에 동의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법 개정이 어렵다면 청소년이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선거를 경험할 수 있도록 ‘모의 투표’ 활동이라도 보장해 주길 바라요. 교육감 선출엔 청소년 의견이 반영돼야 합니다. 교육과정 개편 논란이 일어도 정작 당사자 의견은 고려되지 않고 있으니까요.”―신혜지 양(17·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 2학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어디에 건의해야 하는지 답답했어요. 국민청원이 생기고 나서는 ‘미세먼지 조치·중국에 항의’ 청원에 동의했죠. 작년부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부터 확인해요. 마스크 끼고 등교하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너무 안쓰럽죠.”―이곡춘 씨(52·회사원) “소셜미디어와 같이 온라인 미디어가 소통의 가장 중요한 채널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국민청원제도 도입은 정부가 시민과 소통하는 통로를 다변화시키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어요. 어떤 여론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여론의 추이를 가늠해 볼 수도 있죠. 무엇보다 청와대에 의견을 표출하는 행위만으로도 시민들이 ‘우리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이 향상될 수 있어요. 이는 정치 참여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공론장을 활성화시킬 것입니다.”―김태식 체코 마사리크대 미디어연구&저널리즘 전공 교수▼ 빅데이터로 보는 국민청원 ▼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민청원에 대한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힘(6741)’, ‘소통(4283)’, ‘여론(3938)’, ‘결과(3093)’ 등에 대한 연관어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국민청원이 가진 ‘힘’을 보여주자는 의견과 청와대의 소통 방법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어요. 또한 청원 결과를 알 수 있어 좋다는 반응도 높습니다. 긍정적 반응으로는 ‘공감(6472)’, ‘지지하다(3181)’, ‘동의하다(2773)’ 등이 높게 나타났어요. 자신이 올린 청원에 다른 사람들이 공감해주길 바라는 담론을 공유하는 것이죠. 부정적 감성어로는 ‘질리다(4162)’, ‘어렵다(2683)’, ‘분노(2331)’ 등이 나타났습니다. ‘질리다’의 경우 국민청원을 ‘대학교 대나무숲 게시판’에 비유해 ‘청와대 대나무숲’이라 부르며 사소한 일까지 국민청원에 올린다고 지적하는 반응이었습니다. 또한 청원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반응이 있어 ‘어렵다’ 키워드가 상위에 올랐습니다.” ―최재원 인공지능 빅데이터 회사 다음소프트 이사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국민청원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내놓았어요. 작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청원을 전수 조사한 것이죠. 그 결과 ‘인권·성평등’, ‘보건복지’, ‘안전·환경’ 분야 순으로 추천 수가 높게 나왔다고 해요.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로는 ‘아기’, ‘여성’, ‘학생’ 등이 꼽혔죠. 현재 우리 사회는 ‘약자였던 이들’에 대해 큰 관심을 쏟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 청원에 동의했어요.”―김준현 씨(27·대학생)▼ ‘도 넘은 국민청원’ ▼ “청원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필요해요. 며칠간 ‘불법 누드촬영 스튜디오 사건’이 화제였어요. 1인 방송 진행자(유튜버) 양예원 씨가 피해 사실을 주장하자 스튜디오 상호와 위치가 적힌 청원이 올라왔고 가수 수지 씨가 동의해 화제가 됐죠. 해당 스튜디오 대표는 온갖 비난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그 스튜디오가 아니었어요. 지금 19만 명이 동의를 표했습니다. 수지는 사과했지만 ‘수지를 사형해 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고요. 처음에 사실 확인만 잘됐어도 무고한 이들이 피해를 보진 않았을 텐데 안타까워요.”―김수형 씨(30·금융업 종사) “국민청원제도가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데 쓰여선 안 됩니다. 청와대가 국민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는 건 좋죠. 그런데 ‘태영호를 추방하라’, ‘탈북 종업원 북송하라’와 같이 위협적인 청원이 올라오고 이에 혹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어요. 오죽하면 ‘탈북민이 제3국 망명을 생각한다’는 뉴스까지 나오겠어요.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드루킹 댓글 사건’도 군중심리를 이용하려던 사건이었듯이 국민청원제도가 오용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김모 씨(60대·운송업 종사) “‘방탄(BTS)·엑소(EXO) 군 면제’처럼 장난스러운 청원이 많이 올라와요. 이런 식으로 제도를 남용하면 대중 역시 ‘또 장난이겠지’라는 피로감 가득한 반응을 먼저 보일 것 같아요. 일종의 ‘양치기 소년 효과’죠. 저 역시 제도 도입 초기에 비해 관심이 줄어들었어요.”―조모 씨(23·대학생) “중복 투표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현재 네이버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해 국민청원에 동의할 수 있어요. 그러나 트위터는 이메일만 있으면 계정을 무한정으로 만들 수 있어 사실상 무한 동의가 가능해요. 특히 성평등 관련 청원을 두고 ‘중복 투표’ 논란이 거센 것 같아요. 건전한 사회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시스템 결함을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동의 수를 늘렸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사회 갈등’으로만 소비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홍성진 씨(27·대학생)▼ 앞으로의 국민청원제도 ▼ “국민청원제도 도입 전에도 각 지자체마다 생활불편신고제도가 있었어요. 저 역시 사용해 봤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데 도로에 반사경이 없어 뒤에서 오는 자동차를 확인할 수가 없는 거예요. 생활불편신고 앱을 이용해 시청에 민원을 넣자 곧바로 반사경이 세워져 뿌듯했답니다. 기존 민원 제도를 정비해 잘 활용한다면 국민청원의 취지에 어긋나는 글이 올라오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요?”―이혜경 씨(49·교직원) “정치는 엄숙한 것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실수하고 배우며 좌충우돌하는 게 시민정치예요. 우리는 어떤 청원이 20만 건이 넘는 동의를 받는지를 보고 청원에 적합한 주제와 방식을 깨쳐 가는 시민적 학습 과정 속에 있어요. 예컨대 ‘판사를 해임해 달라’는 청원은 20만 아니라 100만이 동의해도 행정부가 들어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못 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배우는 거죠. 앞으로 청원 답변이 청와대에 그치지 않고 정부 부처가 청원을 연계 받아 정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후속 작업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보장됐지만 ‘선출된 이들이 국민의 의사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에는 늘 의문이 제기됐었죠. 한마디로 답답한 국민이 많았는데 국민청원이 이를 해소해 주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지만 이는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국회나 사법부에 이런 청원 제도가 없어 국민청원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이 많을 겁니다. 국회와 사법부에서 자체적으로 청원 창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입니다.”―지주형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

    •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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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異國, 바다

    이 수목은 몇 년이나 같은 자리에서 바람을 맞았으리라.소금기 가득한 물, 휩쓸리는 모래 위에 힘겹게 뿌리를 내렸으리라.으르렁대는 인도양의 파도와, 그 너머로 지는 석양을 벗 삼아 외로움을 잊었으리라.그렇게 홀로 선 뒤에야 이 바다를 찾는 객들의 마음에 풍경으로 남았으리라.―태국 끄라비에서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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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자비를 구합니다

    가장 온화한 모습으로 오시는 부처님의 그 자애 조금이라도 헛되이 흐르지 않도록,세속에 찌든 마음 맑은 진리로 이끄는 그 빛 작은 실수로라도 꺼지지 않도록,오시는 길 비추는 등불 하나 온전히 지켜내 총총한 봉축 기운 어지르지 않도록,미물의 생명도 허투루 보시지 않는 아량 언제나 높은 곳에서 만민에게 비추도록.―서울 청계천에서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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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극복

    잡초라 부르지 마라.녹슨 재투성이 땅에 샛노랑 피워낸 이 나 말고 또 누가 있는가.연약하다 동정도 마라.쇳소리 으르렁대는 돌무더기 뚫어낸 강단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힘들다 이르다 쉽게 말하지 마라.하찮은 풀 한 포기도 이겨낸 고난 너희가 넘어서지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강릉 동해선 철길에서사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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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버이날 휴일요? 미혼들만 좋을 텐데요”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누군가는 설레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찾아뵙고 누군가는 만날 수 없는 부모님을 한없이 그리워합니다.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어버이날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네가 가장 큰 선물”“건설회사에서 해외 파견 업무를 맡아 작년 7월에 남미 파나마로 출국했어요. 10개월가량의 근무를 마치고 5일 귀국했습니다. 공항 면세점에서 어머니를 위해 가방을, 아버지를 위해 면도기와 고급 양주를 구매했어요.한국에 도착하니 아버지가 저를 발견하시곤 와락 안으시더라고요. 제가 귀국한 게 부모님껜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요? 한 달쯤 뒤 쿠웨이트로 파견을 가는데, 내년 어버이날도 한국에서 맞이하고 싶어요.”―곽민제 씨(26·건설업 종사) “매월 첫째 주 수요일에 어르신들께 무료 점심을 제공합니다. 근처 홀몸노인 분들께 따듯한 밥 한 끼 챙겨드리고 싶어 2014년 9월부터 행사를 시작했죠. 인천고 동창회와 거래처 직원이 돈을 보태고 가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매달 1만 원씩 냅니다. 어르신들을 대접하기 위해 미지근한 물과 앉기 편한 의자를 준비하죠. 120여 분이 오시는데 제 손을 잡고 ‘고맙다’고 하시면 참 보람차요. 앞으로도 매달 어버이날처럼 어르신들을 챙겨드리고 싶습니다.”―양동섭 씨(52·인천 ‘정가네 손두부집’ 운영) “지난달 ‘어버이날 효도 여행’으로 큰아들 부부와 함께 3박 4일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자식들이 내게 잘해주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대구에서 한의사 하시던 아버지 덕에 부유하게 자랐어요. 닭백숙 해주시고 예쁜 미제 원피스도 맞춰주셨죠.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해드린 게 없다는 죄송한 마음만 잔뜩 드네요.”―이상화 씨(83·서울 종로구) “어버이날과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가까워 한꺼번에 챙겨드려요. 우선 두 분이 데이트하시도록 제 용돈 모아 영화관람권을 사드려요. 부모님이 나가신 동안 초등학교 6학년인 여동생과 함께 집을 꾸미죠. 풍선 붙이고 색종이 오려 ‘부모님 사랑해요’라는 글자를 만드는 식이에요. 물론 저와 동생이 뒷정리를 안 해 혼난 적도 있답니다(웃음).”―이지우 양(17·순천여고 1학년)어버이날을 명절로?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어요. 제 주변만 봐도 ‘며느리’인 지인들만 걱정하더라고요. 미혼인 친구들은 ‘여행 가야지’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도 왕복 4시간 거리인 시어른 댁에 한 달에 두 번은 방문해야 할 처지예요. 가뜩이나 명절 챙기랴 기념일 챙기랴 바쁜데, 어버이날까지 공휴일이 돼버린다고요? 매년 논의가 나올 텐데 저는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결사반대입니다.”―임모 씨(30대 초반·회사원) “어버이날이라고 자식들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됩니다. 저는 오히려 5월 초에 며느리 생일이 있어 생일잔치를 준비했어요. 1인당 4만 원 하는 갈비집을 예약해놨죠. 절대 ‘어버이날에 와라’ ‘더 있다 가라’고 말 안 합니다. 며느리도 친정에 가야 하잖아요. 시어른만 우선하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죠. 명절에도 며느리에게만 용돈을 줍니다. ‘우리 아들과 살아주느라 고생한다’고 하면서요. 나부터 잘해야 자식들도 진정으로 부모를 위하지 않겠어요? 덕분에 저는 종로구청장 상인 ‘장한 어머니상’도 받았어요.”―최병임 씨(77·운니경로당 회장) “매년 어버이날 경북 경산에 있는 장모님 댁을 방문합니다. 오히려 아내가 ‘12월 엄마 생신 때 가고, 2월 설에 갔는데 또 가느냐’라며 잔소리하죠. 장모님도 전화로는 ‘일 하느라 힘든데 오지 마라. 기름값 아깝게 뭣 하러 오냐’고 하시죠. 막상 찾아뵈면 장모님도 아내도 서로 반가워해요. 주로 국내 출장을 다니는데 항상 장모님 선물을 챙겨 옵니다. 울진, 동해, 삼척 쪽에 가면 싱싱한 해산물을 보내드리죠.”―김덕수 씨(55·회사원) “많은 분이 일하는 것보다 쉬는 걸 좋아할 거예요. 그런데 왜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을 반대할까요? 반대하는 대다수가 며느리입니다. ‘딸’이 아닌 ‘며느리’ 말이죠. 그간 누군가에게 책임과 부담만 부과되는 가족 관계가 아니었는지 성찰해봐야 합니다. 이번 논의가 건강한 가족 관계 형성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실장 쉴 수 없는 ‘공휴일’“‘법정공휴일’이지만 쉬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는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버리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걱정합니다. 그렇다고 공휴일에 어린이집이 문을 열 수도 없고요. 공휴일이 지켜지는 ‘노동환경 개선’ 논의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요”―김한나 씨(26·중앙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은 정말 먼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저희는 공휴일 상관없이 근무를 하니까요. 그저 근무를 쉬는 날에 회식 같은 일로 불러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이모 씨(26·간호사) “5년 안으로 모든 민간 기업이 ‘법정공휴일’을 ‘유급휴무’로 챙겨줘야 합니다. 가뜩이나 5월에 공휴일이 많아 부담이 큰데 어버이날까지 법정공휴일이 되면 걱정이 늘어나죠.”―이모 씨(50대 초반·소규모 식품기업 운영)뵙고 싶어도 갈 수 없어요 “중국에선 어머니의날은 ‘모친제’로 5월 둘째 주 일요일에, 아버지의날은 ‘부친제’로 6월 셋째 주 일요일에 챙깁니다.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명절 음식인 ‘자오쯔(餃子)’를 먹기도 합니다. 저는 부모님께 손편지를 써드려요. 작년엔 아버지께서 편지를 읽다가 눈물을 흘리셨어요. 평소 부녀 사이에 대화가 없어서인지 더욱 감동받으셨죠. 올해는 영상 통화로 그리움을 달랠 생각이에요.”―후이신 씨(23·중국 베이징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두 딸을 낳아 알콩달콩 살고 있어요. 그래도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부모님이 더욱 보고 싶어지죠. 베트남의 어버이날은 음력 7월 15일로 ‘부란절’이라고 부릅니다. 절에서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빌고 부모님께 장미를 선물하죠.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시면 빨간 장미를, 한 분만 계시면 분홍 장미를 드립니다. 모두 돌아가셨으면 하얀 장미로 제사를 드려요. 올해는 제가 가지 못하지만 페이스북으로 영상 통화를 하고 용돈도 보내 드리려고 해요.”―엉웬티로안 씨(34·베트남 하이퐁시) “제 고향은 함경남도 함흥에서 50리 떨어진 ‘신상’이라는 곳입니다. 1947년, 제가 14세일 적에 남으로 넘어왔어요. 당시 아버지는 먼저 남으로 내려와 계셨고 저는 매일 밤마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 울었습니다. 그리움의 세월을 보내다 1994년 12월 중국에서 남동생을 만났어요. 그때 아버지는 노쇠하셔서 함께 가지 못하고 동생과 통화만 했죠. 남동생은 엉엉 울기만 했어요. 동생이 제게 쓴 편지에는 ‘어머님이 1967년 뇌출혈로 돌아가시기 전, 형님의 이름을 세 번 부르고 눈감으셨다’고 적혀 있대요. 제 어머니는 굶주린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어요. 나의 어머니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서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이셨죠. 이산가족들이 서로의 생사를 알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랍니다.”―심구섭 남북이산가족협회 대표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

    •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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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상처도 골든타임내 응급구조”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는 약 6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지만 이들이 긴급 상황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제한적입니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정신건강 응급구조사’를 양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기업 ‘멘탈헬스코리아’를 설립한 최용석 씨(44)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평범한 대기업 사원이었던 최 씨가 현재 KAIST 경영대학원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에 재학 중인 것도 PTSD 환자를 돕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도 내면의 상처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미국 유학 중이던 2001년 뉴욕에서 9·11테러를 직접 목격했다. 직장에 들어간 뒤에는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본인도 PTSD에 시달렸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힘들 때 미국에서 상담 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 몇만 원만 내면 필요할 때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부러웠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이 골든타임에 심폐소생술을 받으면 살 수 있는 것처럼 급할 때 심리적 안정감을 찾도록 전화나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상담서비스를 통해 자살이나 자해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할 예정이다. 데이트 폭력 등으로 상처를 입은 여성들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여성이 상담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상담받는 이들끼리 병원 추천 등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도 마련했다. 그는 “조만간 부모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가족 청소년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 친구들을 돕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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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받아라! 큐피드 화살

    “귀여운 내 동생, 가끔 말 안 듣고 속상하게 해도 알지? 나 너한테 늘 꽂혔어!”“예쁜 우리 언니, 내가 언니보다 어리고 키도 작지만 언니 좋아하는 마음은 이따만큼 커!” ―서울 노원구 등축제에서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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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주의 날飛] 남북한 직항로는 왜 바다로 돌아갈까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영공 개방과 국제항로 신설을 요청한 것으로 동아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올해 3월 ‘날飛’에서도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전해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북한이 예상 외로 빠르게 자국 영토와 영공을 개방하고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북한 영공이 열리고 남북 항공기가 교류할 수 있어도 남북을 잇는 항로는 한동안 여전히 ‘서해 직항로’, ‘동해 직항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2월 평창 올림픽 당시 남북 단일팀 협의를 위해 남한을 찾았던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서해 직항로’를 이용했습니다. 그 고위급 회담의 결과로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 가서 전지훈련을 했던 남한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은 ‘동해 직항로’를 이용해 북한으로 갔죠. 올림픽 기간 모란봉 예술단의 남한 공연에 대한 답방으로 북한 공연을 떠났던 남한 공연단 역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에 갔고요.서울 인천공항에서 평양 순안공항까지 직선으로 이으면 200km가 살짝 넘는 거리가 나옵니다. 거리가 너무 가깝다보니 고속철도에 손님을 크게 빼앗긴 김포-대구 직선거리(약 250km)보다 가깝죠. 이 가까운 거리를 두고 남북한을 오가는 비행기는 서해로 동해로 일부러 빙 둘러서 오갔습니다. 40분이면 될 비행 시간은 1시간 반 정도로 두 배나 더 걸립니다. 하늘에는 장애물도 없는데, 왜 남북 직항로는 ‘직항로 아닌 직항로’가 되었을까요.이유는 간단합니다. 휴전선이 하늘 끝까지 뻗어있기 때문입니다. 휴전선 비무장지대 상공은 ‘비행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있어서 어떤 민간항공기도 이 휴전선 상공을 비행하지 못합니다. ‘P-518 한국전술지대’라는 이름이 붙은 이 비행제한구역에는 군 작전에 꼭 필요한 항공기나 응급구조, 산불진화 같은 특수목적 항공기만이 지극히 제한적으로 허가를 받아 이 공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따라서 휴전선을 넘어 비행기가 오가려면 먼저 이 비행제한구역이 해제되거나, 아니면 민간 항공기가 상시 오갈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허가는 우리나라 국방부에서 마음대로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P-518 비행제한구역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 유엔군 사령부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이 공간에 항공기가 드나들기 위해서는 UN과 미국(주한미군), 한국이 한꺼번에 협의를 해야 합니다.그렇다고 휴전선 상공을 오가는 직항로를 아예 생각조차 않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우리 정부는 예전부터 육로 상공을 가로지르는 직항로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서울과 평양, 양양에서 청진-나진을 잇는 직항로를 개설하는 구상입니다.이 구상안은 남한과 북한의 주요 방문지역, 그러니까 평양이나 백두산, 청진·나진 등을 최단거리로 이어주는 항로인 동시에, 남한 국적기가 미주나 유럽으로 향할 때 최단거리로 주파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주는 역할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미주로 가려면 동해를 가로질러 일본으로 건너간 뒤 태평양 상공으로 빠져나가는 항로를, 유럽으로 가려면 반대로 서해를 가로질러 중국으로 건너간 뒤 러시아 상공으로 진입하는 항로를 쓰고 있습니다.우리 정부는 남북통일이 될 경우에 대비해 통일 이후 북한의 항로를 크게 늘리는 방안도 오래 전부터 구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가로 방향으로만 연결된 현재의 북한 항로를 9개 간선으로 크게 늘려 ‘통일한국’ 국내선뿐만 아니라 유럽-일본이나 미주-중국 중부·동남아 등지를 잇는 항공기 수요까지 감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으로 읽힙니다.정상회담 자리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여러 가지 숙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남북 직항로도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한아름입니다. 하지만 남북이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 나간다면 비행기를 타고 북한 하늘을 통과할 수 있는 날이 정말 머지않은 시기에 올 수도 있습니다. 조만간 비행기를 타고 북한 하늘을 지나가면서 ‘하늘에서 본 백두산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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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른쪽 비스듬한 글씨, 각도 다소 줄어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 4. 2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남북 정상회담 시작 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에 자필로 이렇게 썼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위로 올라가는 전형적인 필체였다. 2016년과 지난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지시할 때마다 공개된 글씨가 오른쪽으로 45도나 올라간 것에 비하면 각도가 20∼30도로 다소 내려갔다. 외국에서 유학한 경험 때문인지 외국인들처럼 1자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 7자 가운데 선을 그은 대목도 눈에 띈다. 북한에선 김일성의 필체를 ‘태양 서체’로, 김정일의 필체를 ‘백두산 서체’로 명명하고 있다. 북한의 월간지 ‘조선예술’은 2014년 김정은이 아버지의 필체를 따라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소개했다. 올해 2월 청와대를 찾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김씨 일가 특유의 글씨체로 글을 남겼다. 필적 분석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김정은의 필체가 과거와 달리 가로선이 길어진 점에 주목했다. 그는 “가로선은 참을성을 상징하는데, 과거에 비해 가로선이 조금 길어진 듯하다. 김정은의 인내심이 늘어났다는 느낌을 준다”고 분석했다. 최고야 best@donga.com·이원주 기자}

    • 2018-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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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합 톡톡]70대 노인도 “나의 볼매에 너희들은 금사빠”

    《 빌보드를 휩쓴 방탄소년단, 음원 차트를 휩쓴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와 ‘쇼미더머니’. 힙합에는 위로, 허세, 분노, 공감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죠. 하지만 발라드나 록 같은 다른 음악은 위축되고 힙합만 득세해 문화적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 힙합, 진솔한 이야기 ▼“6·25 피란살이 때, 은행나무 아래 거적때기 깔고 공부해 초등학교 겨우 졸업했죠. 배움에 한이 맺혀 65세에 일반 중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어요. 뒤늦게 대학에 들어와 동기들과 친해지기 위해 랩으로 자기소개를 하고 줄임말과 은어로 랩을 썼죠. ‘새내기 할아버지 듣보잡. 나의 볼매에 너희들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진다). 나의 로망은 젊음 현실은 열폭. 나는 미친 존재감.’ 반응이 엄청났어요. 힙합동아리 ‘토네이도’에 들어가 학교 공연도 하고 대전 은행동 거리에서 버스킹도 합니다. ‘쇼미더머니5’에도 참가해 래퍼 도끼에게 인정도 받았죠. 누구든지 은퇴하면 기도 죽고 막막해지는데 노년에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어요. 이런 격려를 담은 자작 랩을 준비해 노년의 도전을 응원하는 강연회를 열고 싶어요.”―임원철 씨(74·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 4학년) “중학생 때 ‘가난’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습니다. 당시 노스페이스 패딩 등 고가 브랜드 옷이 유행했지만 저는 갖지 못하는 현실이 원망스러웠죠. 어느 날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에픽하이 ‘Fly’의 ‘어두운 밤일수록 별은 더욱 빛나’라는 랩이 귀에 꽂혔어요. 그때부터 직접 랩을 쓰기 시작했어요. ‘나 이만큼 힘들었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청소년기의 제 상처를 랩으로 승화시켰죠. 군대에서 초등학생 멘토링을 하며 교사의 꿈을 꾸게 됐고 제대 후 수능을 준비해 교대에 입학했어요. 랩으로 위로를 얻은 제 경험을 밑거름 삼아 아이들의 고민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랩 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김재현 씨(27·청주교대 힙합동아리 ‘g‘d up’ 회장) “‘고등래퍼2’ 참가자인 이병재가 서울대생인 친누나와 고교 자퇴생인 자신을 비교하는 랩을 할 때 너무 공감됐어요. 당장 입시 사이트에만 가도 ‘몇 등급이면 어느 대학 간다’는 비교 글이 줄지어 나오니까요. 사실 꿈이 없는 10대가 많아요. 생활기록부에 쓰는 형식적인 장래희망만 있죠. 스스로를 믿고 길을 만들어가는 고등래퍼 참가자들이 멋지다고 생각해요.”―임새연, 장나원 양(18·이화여고 2학년)▼ 낯설지 않은 힙합 ▼ “우리 세대도 랩을 했어요. ‘김김 삿갓삿갓 김삿갓 삿갓삿갓 1807년 개화기에 태어나 삿갓 쓰고 구름처럼 떠돌며.’ 홍서범의 ‘김삿갓’입니다. 얼마나 흥에 겨운지 몰라요. 요즘 젊은이들 못지않게 멋있었죠. 육십 넘은 사람들이 힙합을 모른다는 건 오해예요 하하.”―정해월 씨(60대·자영업) “2014년에 음주운전 위험성을 알리는 ‘취중운전’이라는 힙합 곡을 발매했습니다. 현재 경북대에서 근무 중인 문종석 행정관(‘바비문’)이 전반적인 음악 제작을 맡고 저는 랩 작사와 피처링에 참여했죠. 음원 수익은 아동학대, 가정폭력 피해 아이들을 위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전액 기부했습니다. 랩은 시민분들께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였어요.”―안정호 경위(40·울산남부경찰서) “‘브레인스워즈’는 학교 공연부터 외부 공연까지 다양하게 활동하는 흑인음악 동아리예요. 그레이, 로꼬(‘쇼미더머니1’ 우승자), 우원재(‘쇼미더머니6’ 톱3)가 활동한 곳으로도 유명하죠. 힙합의 대중적 인기가 올라가며 지원자가 30%가량 늘어 현재 활동 인원만 200명 정도 됩니다. 저희는 개인의 음악 취향과 작업을 서로 존중해요. 각자 개성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죠. 올해도 ‘쇼미더머니’에 지원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거라 기대해요.”―오다빈 씨(26·홍익대 흑인음악 동아리 ‘브레인스워즈’ 회장) “힙합이 주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다가 ‘우리가 만들자’며 홍대 인근에 가게를 열었어요. 힙합 가수, 타투이스트, 음악과 비엔나커피를 좋아하는 분들까지 다양하게 찾아와요. 래퍼 스윙스도 왔었죠. 가게 이름 P.O.M(Peace of Mind·마음의 평안)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감성을 손님과 공유하고 싶어요.”―서유나 씨(31·힙합 카페&펍 ‘P.O.M’ 운영)▼ 위로가 되다 ▼ “김하온의 ‘나쁜 건 하나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랩에 위로를 얻었어요. 저희는 학업과 진로를 고민해야 하니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힙합은 어른의 음악인 줄 알았는데 이제 청소년에게도 와 닿는 음악이 됐어요.”―안종훈, 조준희 군(18·서울 중앙고 2학년) “‘고등래퍼2’를 전부 본방사수했어요. 10대를 구속하는 사회 풍토에 대한 반발심을 험한 언어 없이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쟤네 중2병이야’가 아니라 ‘그렇구나, 저런 고민을 하고 있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랩이었죠.”―조연교 씨(23·대학생) “젊은 친구에게 ‘고등학교 졸업 후 뭘 할 생각이니?’라고 물으니 바로 ‘알바요’라고 대답하더군요. 가슴이 먹먹해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그런데 그 친구가 방송에 나왔던 노래 ‘바코드’를 부르더라고요. ‘삶이란 흐르는 오케스트라 우리는 마에스트로’라는 가사에서 저는 희망을 봤습니다. 빠르고 빽빽한 가사에 다소 과한 스왜그(우쭐거림) 음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힙합은 공감이 담겨 있는 진솔한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해요. 고등래퍼처럼 많은 이들이 속 시원하게 한숨을 뱉고 자유롭게 ‘붕붕’ 날아다니기를 기대합니다.”―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 “요즘 카페, 편의점, 옷가게 어디를 가도 힙합 음악이 들립니다. ‘40대 이상이 많이 듣는 노래 톱10’ 순위에도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라는 힙합 음악이 있죠. 저도 딸과 함께 아이돌그룹 위너, 아이콘의 방송 무대를 봤어요. 그런데 TV에 온통 힙합 관련 콘텐츠만 나오더라고요.”―이모 씨(53·회사원) “사소한 고민거리부터 사회 문제까지, 고민한 흔적이 있는 랩이 좋아요. MC 스나이퍼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얼마나 절실하니 너의 꿈과 미래를 위해 무엇을 포기했니’라는 랩을 듣고 나태했던 저를 돌아보기도 했죠. 요새는 목적 없이 남을 헐뜯거나 무조건 ‘나 돈 많고 여자 많아’만 반복하는 랩이 많아 아쉬워요.”―박모 씨(25·대학원생) “래퍼의 ‘돈 자랑, 자기 자랑, 디스 배틀’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계세요. 그러나 힙합은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는 음악입니다. ‘겸손과 도덕’처럼 ‘성공을 뽐내고 싶은 마음과 분노’도 인간의 중요한 감정이죠. 물론 여성 혐오, 인종 차별과 같이 잘못된 혐오는 지양해야 합니다. 당연한 것이죠. 그러나 한국 특유의 ‘도덕우월주의’를 모든 부분에 들이대며 래퍼에게 ‘눈치 보기와 겸손’을 요구하는 건 다소 답답한 관점이 아닐까요? 힙합은 ‘남의 눈치를 보는’ 한국 사회에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봐요.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힙합 치유에 관한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김봉현 대중문화평론가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

    • 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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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문화]“힙합은 ’남의 눈치 보는‘ 한국 사회의 치료제”

    빌보드를 휩쓴 방탄소년단, 음원 차트를 휩쓴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와 ‘쇼미더머니’. 힙합에는 ‘위로, 허세, 분노, 공감’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죠. 하지만 발라드, 락 등 다른 음악은 위축되고 힙합만 득세해 문화적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랩, 진솔한 이야기 “6·25 피난살이 때, 은행나무 아래 거적대기 깔고 공부해 초등학교 겨우 졸업했죠. 배움에 한이 맺혀 65세에 일반 중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어요. 뒤늦게 대학에 들어와 동기들과 친해지기 위해 랩으로 자기소개를 하고 줄임말과 은어로 랩을 썼죠. ‘새내기 할아버지 듣보잡. 나의 볼매에 너희들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진다). 나의 로망은 젊음 현실은 열폭. 나는 미친 존재감.’ 반응이 엄청났어요. ‘쇼미더머니5’에도 참가해 래퍼 도끼에게 인정도 받았죠. 누구든지 은퇴하면 기도 죽고 막막해지는데 노년에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어요. 이런 격려를 담은 자작 랩을 준비해 노년의 도전을 응원하는 강연회를 열고 싶어요.”­임원철 씨(74·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 4학년) “중학생 때 ‘가난’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습니다. 당시 노스페이스 패딩 등 고가 브랜드 옷이 유행했지만 저는 갖지 못한 현실이 원망스러웠죠. 어느 날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에픽하이 ‘Fly’의 ‘어두운 밤일수록 별은 더욱 빛나’라는 랩이 귀에 꽂혔어요. 그때부터 직접 랩을 쓰기 시작했어요. ‘나 이만큼 힘들었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청소년기의 제 상처를 랩으로 승화시켰죠. 군대에서 초등학생 멘토링을 하며 교사의 꿈을 꾸게 됐고 제대 후 수능을 준비해 교대에 입학했어요. 랩으로 위로를 얻은 제 경험을 밑거름 삼아 아이들의 고민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랩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김재현 씨(27·청주교대 힙합동아리 ‘g’d up‘ 회장) “’고등래퍼2‘ 참가자인 이병재가 서울대생인 친누나와 고교 자퇴생인 자신을 비교하는 랩을 할 때 너무 공감됐어요. 당장 입시 사이트에만 가도 ’몇 등급이면 어느 대학 간다‘는 비교 글이 줄지어 나오니까요. 사실 꿈이 없는 10대가 많아요. 생활기록부에 쓰는 형식적인 장래희망만 있죠. 스스로를 믿고 길을 만들어가는 고등래퍼 참가자들이 멋지다고 생각해요.”­임새연·장나원 양(18·이화여고 2학년) ●낯설지 않은 힙합 “우리 세대도 랩을 불렀어요. ’김김 삿갓삿갓 김삿갓 삿갓삿갓 1807년 개화기에 태어나 삿갓 쓰고 구름처럼 떠돌며.‘ 홍서범의 ’김삿갓‘입니다. 얼마나 흥에 겨운지 몰라요. 요즘 젊은이들 못지않게 멋있었죠. 육십 넘은 사람들이 힙합을 모른다는 건 오해예요 하하.”­정해월 씨(60대·자영업) “2014년에 음주운전 위험성을 알리는 ’취중운전‘이라는 힙합 곡을 발매했습니다. 현재 경북대에서 근무 중인 문종석 행정관(’바비문‘)이 전반적인 음악 제작을 맡고 저는 랩 작사와 피처링에 참여했죠. 음원 수익은 아동학대, 가정폭력 피해 아이들을 위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전액 기부했습니다. 랩은 시민 분들께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였죠.” ­안정훈 경위(40·울산남부경찰서) “’브레인스워즈‘는 학교 공연부터 외부 공연까지 다양하게 활동하는 흑인음악동아리예요. AOMG의 그레이, 로꼬(’쇼미더머니1‘ 우승자), 우원재(’쇼미더머니6‘ TOP3)가 활동한 곳으로도 유명하죠. 힙합의 대중적 인기가 올라가며 입부 지원자가 30%가량 늘어 현재 활동 인원만 200명 정도 됩니다. 저희는 개인의 음악 취향과 작업을 서로 존중해요. 각자 개성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죠. 올해도 ’쇼미더머니‘에서 개성 있는 음악을 보여줄 친구들이 있답니다.”­오다빈 씨(26·홍익대 흑인음악동아리 ’브레인스워즈‘ 회장) “힙합이 주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다가 ’우리가 만들자‘라며 홍대에 가게를 열었어요. 힙합 가수, 타투이스트, 음악과 비엔나커피를 좋아하는 분들까지 다양하게 찾아오세요. 래퍼 ’스윙스‘도 왔었죠. 가게 이름 P.O.M(Piece of Mind, 마음의 평안)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감성을 손님과 공유하고 싶어요.”­서유나 씨(31·힙합 카페&펍 ’P.O.M‘ 운영) ●위로가 되다 “김하온의 ’나쁜 건 하나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랩에 위로를 얻었어요. 저희는 학업과 진로를 고민해야 하니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힙합은 어른의 음악인 줄 알았는데 이제 청소년에게도 와 닿는 음악이 됐어요.” ­안종훈·조준희 군(18·서울 중앙고 2학년) “’고등래퍼2‘를 전부 본방사수했어요. 10대를 구속하는 사회 풍토에 대한 반발심을 험한 언어 없이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쟤네 중2병이야‘가 아니라 ’그렇구나, 저런 고민을 하고 있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랩이었죠.” ­조연교 씨(23·대학생) “젊은 친구에게 ’고등학교 졸업 후 뭘 할 생각이니?‘라고 물으니 바로 ’알바요‘라고 대답하더군요. 가슴이 먹먹해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그런데 그 친구가 방송에 나왔던 노래 ’바코드‘를 부르더라고요. ’삶이란 흐르는 오케스트라 우리는 마에스트로‘라는 가사에서 저는 희망을 봤습니다. 빠르고 빽빽한 가사에 다소 과한 스웩(우쭐거림) 음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힙합은 공감이 담겨 있는 진솔한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해요. 고등래퍼처럼 많은 이들이 속 시원하게 한숨을 뱉고 자유롭게 ’붕붕‘ 날아다니기를 기대합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요즘 카페, 편의점, 옷가게 어디를 가도 힙합 음악이 들립니다. ’40대 이상이 많이 듣는 노래 TOP10‘ 순위에도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라는 힙합 음악이 있죠. 저도 딸과 함께 아이돌 그룹 위너, 아이콘의 방송 무대를 봤어요. 그런데 TV에 온통 힙합 관련 콘텐츠만 나오더라고요.” ­이모 씨(53·회사원) “사소한 고민거리부터 사회 문제까지, 고민한 흔적이 있는 랩이 좋아요. MC 스나이퍼의 ’너의 꿈과 미래를 위해 무엇을 포기했니‘라는 랩을 듣고 나태했던 저를 돌아보기도 했죠. 요새는 목적 없이 남을 헐뜯거나 무조건 ’나 돈 많고 여자 많아‘만 반복하는 랩이 많아 아쉬워요.” ­박모 씨(25·대학원생) “래퍼의 ’돈 자랑, 자기 자랑, 디스 배틀‘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계세요. 그러나 힙합은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는 음악입니다. ’겸손과 도덕‘처럼 ’성공을 뽐내고 싶은 마음과 분노‘도 인간의 중요한 감정이죠. 물론 여성 혐오, 인종 차별과 같이 잘못된 혐오는 지양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특유의 ’도덕우월주의‘를 모든 부분에 들이대며 래퍼에게 ’눈치 보기와 겸손‘을 요구하는 건 다소 답답한 관점이 아닐까요? 힙합은 ’남의 눈치를 보는‘ 한국 사회에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봐요. 현재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힙합 치유에 관한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김봉현 대중문화평론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

    • 20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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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어머니의 손맛

    머위, 가죽나물, 산미나리, 두릅, 돌나물, 열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향기 폴폴 봄나물이 시장에 생기를 줍니다. 만물에 생명의 기운을 전합니다. 하지만 신문지에 나물을 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어머니 손에서는 세월의 쓴맛이 느껴집니다. 그 손이 자식들을 키웠습니다. 자식의 삶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어머니의 인생, 그 쓴맛. ―경북 예천 장터에서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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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주의 날飛]이 비행기 엔진은 왜 납작한가

    ※‘날飛’는 현지시각 17일 미국에서 발생한 사우스웨스트항공 1380편 엔진 폭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승객의 명복을 빕니다. 이에 앞서, 영공을 지키다 순직한 우리 공군 F-15K 전투조종사 두 분께도 뒤늦게나마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빕니다. “공항에서 비행기 타려고 기다리면서 밖을 보니 엔진이 찌그러진 비행기가 있더라. 다른 비행기는 다 엔진 모양이 동그란데 특별히 이렇게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지인이 대화 도중 이런 궁금증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날飛’에 보내온 메시지입니다. 여러분도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구경했던 기억을 한 번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김포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기다리고 계신 기억을 하시면 아마 더 잘 떠오르실 겁니다. ‘엔진이 찌그러진 비행기’는 보잉社에서 만든 737 항공기입니다. 비정상은 아니고,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엔진이 땅에 부딪히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737 비행기는 다른 비행기에 비해 유난히 높이가 낮고, 그래서 엔진이 땅에 부딪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엔진 덮개의 아랫부분을 의도적으로 평평하게 만들었습니다. 조금 더 알아보려면, 737 기종이 처음 나왔을 때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737 기종은 1967년 4월 9일 처음 초도비행을 했습니다. 처음 나왔던 737-100 기종은 최대 좌석 수 110명에 최대 비행거리는 2850km(1540해리) 정도인 소형 단거리용이었습니다. 2850km는 인천공항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를 직선거리로 이은 정도입니다. 미국의 경우 뉴욕 국내선 공항인 라과디아 공항에서 출발하면 중부까지밖에 못 가는 거리입니다. 짐과 사람을 가득 싣고, 직선거리가 아니라 항로를 따라 비행하면 항속거리는 더 짧아집니다. 현재 나온 가장 최신형 737인 737MAX 기종이 200명 넘는 사람을 태우고 7000km(3850해리)가 넘는 거리를 날 수 있는 점과 비교하면 초기 모델의 성능은 지금의 절반도 안 되는 셈입니다. 당연히 737이 처음 개발될 때는 지역 공항을 오가는 ‘지역항공기(Regional Jet)’ 용도로 개발됐습니다. 땅이 넓은 만큼 공항도 많은 미국에서 ‘지역 공항’은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승객이 타고 내리는 탑승교가 부족하거나, 짐을 싣고 내리는 장비가 부족하거나 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보잉은 737을 이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우선 짐을 싣는 장비가 없을 때도 공항 수하물 담당 직원들이 그냥 짐을 비행기에 ‘던져 넣을’ 수 있도록 비행기 자체를 낮게 설계했습니다. 땅에서 앞쪽 화물칸 바닥까지 높이가 737-100의 경우 1.3m, 737-800의 경우 1.45m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쟁 기종인 에어버스社의 A320의 경우 이 높이가 1.99~2.01m 정도로 높습니다. 짐은 던져 넣을 수 있는데 손님은 어떡할까요. 그래서 보잉의 개발팀은 아예 비행기 안에 계단을 심는 옵션도 만들었습니다. 737 일부 기종은 앞쪽 출입문 아래서 숨겨져 있던 계단이 아래 사진처럼 나오기도 합니다.. 최대한 비행기를 낮게 설계한 건 처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737-100이 처음 나왔을 때 엔진은 지금과 다른 모양이었기 때문입니다. 직경은 더 작고, 길이는 더 길었습니다. 엔진을 비행기 날개 아래 단단히 부착해도 지면까지 58cm 여유가 있었습니다. 비행기도 같은 기종이지만 자동차처럼 디자인과 성능을 향상시킨 새로운 세대(generation) 비행기를 내놓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보잉은 구형 737-100/200에서 737-300/400/500으로 이어지는 ‘클래식’ 기종을 내놓으면서 기존 엔진보다 더 큰 새 엔진을 달기로 합니다. 항공기 엔진은 어느 정도까지는 직경이 커지면 성능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행기 높이가 워낙 낮다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큰 엔진을 원래 위치에 달면 땅에 닿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설계팀은 두 가지 묘안을 짜냅니다. 하나는 구형 737에서 ‘클래식’ 737로 넘어오면서 동체가 길어진 점을 이용해 엔진 위치를 날개 ‘밑’에서 날개 ‘앞쪽’으로 당기고, 위로도 그만큼 바짝 끌어올렸습니다. 또 하나의 묘수가 바로 ‘엔진 껍질 찌그러뜨리기’입니다. 동그란 엔진 덮개 아랫부분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큰 엔진을 장착하고도 바닥부터 엔진 밑바닥까지 적게는 46cm, 많게는 56cm 정도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엔진은 비행기에 공기를 공급하고 전기도 공급하고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유압도 공급합니다. 그래서 엔진 덮개 안쪽에는 수많은 파이프와 기계들이 배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아랫부분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하다 보니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보잉 기술자들은 원래 아래로 지나가야 했던 이런 장비들을 모두 엔진 옆으로 우겨넣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737-300 이후 모델에서 엔진 껍데기는 아래는 눌리고, 좌우로는 불룩 튀어나온 희한한 형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보잉의 개발사(史)를 보면 기술자들이 이런 엔진 덮개를 보고 ‘햄스터 볼 주머니’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비행기를 낮게 만들면서 보잉 기술자들이 머리를 싸맨 부분은 엔진 말고 또 한 군데 있습니다. 바퀴입니다. 일단 땅을 박차고 떠오른 비행기는 더 이상 필요 없는 바퀴를 동체 안으로 접어 넣습니다. 그리고 ‘페어링’이라 부르는 덮개로 바퀴를 덮어버립니다. 그래야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737은 동체 높이가 너무 낮아 접어 넣은 바퀴를 덮을 덮개를 만들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기술자들은 고심 끝에 덮개를 달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대신 바퀴를 접어 넣은 모양이 동체 표면과 비슷하게 만들어지게 바퀴를 설계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바퀴의 바깥쪽 면에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모양의 휠을 달아 페어링을 단 것과 같은 효과를 냈습니다. 처음 개발된 1967년부터 지금까지 그 원형을 거의 유지하고 있는 737은 조종사들에게는 애증이 깊은 항공기라고 합니다. 다른 기종에 비해 자동화도 좀 덜 되어 있고, 조종하기도 좀 까다로운 기종이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이 비행기는 올해 3월 기준으로 총 9996대가 항공사에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태어난 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실력이 검증된 민항기의 ‘절대 강자’가 바로 보잉 737 항공기입니다.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 201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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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봄꽃의 꽃말은 중간고사

    배움은 기쁨이라고 하는데, 기쁜가요? 촌각의 시간조차 조바심을 놓을 수 없는 현실이 싫지요? 하지만 나누는 즐거움을 생각하면 좀 낫지 않을까요? 배워서 남 주세요. 좋은 일에 쓴다고 생각하면 흐뭇하지 않을까요? ―중·고등학교 중간고사 기간인 요즘, 서울 시내 한 버스정류장에서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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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톡톡]“백반집 계란프라이 반찬이 사라졌어요”

    《 최저임금이 올랐습니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리려고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뒤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식당 등 우리 사회 ‘낮은 곳’의 민심을 들여다봤습니다. 》 ▼ 최저임금 인상 전 vs 후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월급이 8만2000원 올랐어요. 학비와 생활비 모두 제가 벌어서 충당하느라 여윳돈이 없었는데 두 달 전부터 한 달에 6만 원짜리 헬스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하루 2000원치 땀을 흘리는 행복이 소중합니다.”―김모 씨(26·대학원생) “절대적인 임금 수준을 고려해야 해요.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3인 가족 최저생계비가 220만9890원입니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올해 최저임금 월급은 157만3770원이죠. 이전 인상률과 비교하면 16.4%라는 수치가 크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최저임금만으로 한 가정이 생활을 하기는 어려워요.”―류다현 씨(24·대학생) “대기업 영화관이다 보니 기본급도 최저임금 이상이고 수당도 다 받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우리야 좋죠. 그런데 물가도 그만큼 오르니까 피부에 와 닿는 건 없어요. 최근에는 영화 관람객이 늘면서 업무량도 많아졌고요.”―오영만 씨(60·영화관 청소반장) “우린 월급쟁이라 최저임금에 별로 영향 받지 않아요. 매년 7%가량 연봉이 올랐죠. 정부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린다니까 ‘우리 임금도 그만큼 올라야 할 텐데’라는 생각은 들어요.”―이모 씨(50대 초반·야간 환경미화원) “집 앞 백반 집에서 항상 서비스로 계란프라이와 요구르트를 줬어요. 그런데 이제 계란프라이는 안 줍니다. 괜히 서운해요. 인건비는 올랐지만 음식 가격은 올리지 않기 위해 서비스를 중단했다니 이해는 되죠. 그러고 보면 제 월급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는 멀리뛰기 세계 우승할 기세예요.”―정모 씨(30대·회사원)▼ “불경기는 여전한데… ” ▼ “3월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구했는데 결국 못 구했어요. 일주일 근로시간 총합이 15시간 이상이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가게가 시간대를 쪼개서 사람을 구합니다. 그마저도 가뭄에 콩 나듯 뽑죠. 한 번은 아르바이트 면접까지 보러 갔는데 사장님이 저를 채용할지 말지 고민하더라고요.”―임주현 씨(25·대학생) “중국이 재활용쓰레기 수입을 중단해 재활용 업계는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최저임금은 이미 16.4% 올랐고요. 일자리 안정자금은 일시적입니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영세업자는 문 닫으라고 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재활용쓰레기로 제품을 만들어 업체에 납품하는데 8년 전 제품당 300원에 계약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300원을 받죠. 그런데 같은 기간에 4000원이던 최저임금은 7530원이 됐습니다. 다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데 인건비만 올라가니 걱정이 태산입니다.”―안모 씨(50대 후반·재활용 제조업체 운영) “식당 일이 고되다 보니 예전에도 시간당 7530원보다는 많은 임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인상된 후에도 저희는 아직 임금 인상을 해 주지 못하고 있어요. 일당을 20% 올리려고 해도 가게 매출이 그대로라 힘들어요. 일당이 상대적으로 낮아보여 일하시는 분들께 죄송하죠.”―김모 씨(50대 중반·음식점 운영) “아들이 운영하던 편의점을 올해부터 저와 남편이 돕고 있어요. 매출은 유동인구에 따라 결정돼요.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기적을 바랄 순 없으니 결국 고정적인 지출 중 당장 줄일 수 있는 인건비를 줄였어요. 새벽 6시에 나와 밤 12시 넘어 집에 들어가면 세수 겨우 하고 까무룩 잠들어요. 끼니는 폐기 도시락으로 대충 때웁니다.”―신모 씨(56·편의점 운영) “20% 가까이 되는 인상률에 경비원들은 잘릴까 봐 발칵 뒤집혔어요. 우리에겐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예요. 올해 새 경비원을 뽑는데 지원자 대부분이 임금 때문에 해고돼서 구직 중이라고 하더군요. 임금이 오르면 당연히 좋지만 잘리면 무슨 소용입니까. 근무 태도가 나빠서 자른다고 하면 할 말도 없어요.”―이모 씨(60대 후반·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 新풍속도 ▼ “햄버거 가게는 거의 다 ‘키오스크(무인화 기계)’로 주문을 받아요. 여러 대가 있어 줄도 빨리빨리 줄어들죠. 메뉴명과 사진이 잘 정리되어 있으니 주문하는 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제가 직접 메뉴를 넣었다 뺐다 하니까 주문이 잘못 들어갈 염려도 없고요.”―배후민 씨(25·가게 손님) “다음 달부터 한 치킨 체인이 배달료 2000원을 받는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때 직감했죠. ‘이제 우후죽순으로 모든 치킨에 배달료가 붙겠구나.’ 사람들이 치킨을 포기하진 않을 테니 당분간은 매장에 포장 손님이 우글우글하는 진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요?”―이상재 씨(30·교사) “이렇게 적막한 대학가의 밤은 처음 봐요. 24시간 영업하는 가게들이 야간 영업을 포기했어요. 우리 가게도 올해부터 새벽 4시까지만 영업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야간 매출은 점점 떨어지는데 야간수당까지 챙기려면 골치 아프니까요. 옆집 국밥가게는 오후 10시가 되면 바로 셔터 문을 내려요.”―이모 씨(40대·음식점 야간 근로자)▼ 내년 최저임금은? ▼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사회보장제도가 정비돼야 합니다. 시장에서 얻는 임금만 보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해졌어요. 하지만 많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실업, 노령 분야 등에서) ‘사회보장소득’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받는 사회보장소득이 3000원이면 시장으로부턴 7000원만 받아도 1만 원이 달성되죠. 사회보장제도와 임금 체계를 모두 고려해 최저임금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는 임금과 생산성이라는 두 개의 축을 이해해야 해요. 만들어내는 것(생산성)이 20% 증가하면 당연히 가져가는 것(임금)도 20% 증가할 수 있어요.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 정도인데 임금을 16.4%나 올리면 균형이 깨져 버리죠. 일자리가 줄거나 물가가 올라 생산성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옵니다. 그러므로 임금을 나라의 생산성보다 지나치게 높이는 일은 조심해야 합니다. 이제는 무리한 인상보다 사람들이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제4차 산업혁명으로 상당수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 원가량 돼요. 무인화 기계 가격도 150만∼600만 원 정도 하죠. 기계는 한 번 구매하면 5년 정도 쓸 수 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저임금 논의에도 이런 변수가 고려돼야 합니다.”―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

    • 20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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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청春? 靑춘!

    떨어지는 나뭇잎에도 까르르 웃을 때인데벚꽃잎 눈처럼 떨어지니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요.이 좋은 봄날 삭막한 막사 담장 밖으로 나와햇살 쬐며 다리 쭉 뻗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요.두 청춘이 한자리에서 만난 것도 기념인데,사진 한 장 같이 찍으면 더욱 즐겁지 아니할까요? ―현충원에서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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