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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가능한 신장암 환자 치료방법으로 신장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 대신 종양 부위만을 제거하는 부분절제 수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수술 기술과 의료장비의 발전에 힘입어 개복수술로 진행하던 신장암 수술이 로봇이나 복강경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로 바뀌고 있다. 최근 로봇을 이용해 신장부분절제술을 400회 이상 시행한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변석수 교수(사진)를 만나 신장 부분절제술의 로봇치료 트렌드에 대해 알아봤다. ―로봇으로 신장암 부분절제수술은 어떻게 하나.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과 비슷하다. 배 속에 이산화탄소 가스를 넣어 배를 부풀려 수술 공간을 확보한 후 진행한다. 다만 기존의 복강경 기구 대신에 로봇팔을 배 속에 설치해 수술자가 조종간에 앉아 로봇팔을 움직여 수술을 시행한다. 신장은 피가 많이 나는 장기이므로 부분 신장절제 수술을 할 때는 출혈을 줄이고 수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신장 혈관을 차단한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한다. 이때 혈류가 통하지 않는 시간을 허혈 시간이라고 하는데, 허혈 시간이 짧을수록 신장 손상이 적고 신장 기능의 회복도 빠르다. 복강경 수술을 할 경우 이런 수술 과정이 어려워 허혈 시간이 길어지거나, 의도치 않게 신장 전체를 제거하기도 한다.” ―로봇수술의 장단점은 무언가. “장점은 수술 상처의 크기가 작아서 통증이 적고 빨리 회복된다는 것이다. 수술 뒤 4일이 지나면 퇴원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흉터도 작다. 의사가 가지는 장점은 로봇수술은 10배까지 확대해 수술 공간을 입체 영상으로 볼 수 있고, 로봇 팔을 사람의 손목처럼 움직일 수 있어 허혈 시간을 줄이며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존 복강경 수술로는 시도할 수 없었던 큰 종양이나 위치가 좋지 않은 종양의 수술도 가능하다. 단점은 환자의 비용 부담이 900만∼1000만 원으로 크다는 것이다.” ―로봇수술이 가능한 대상이 따로 있나. “통상 4cm 이하의 초기 종양은 대부분 로봇을 이용한 부분신장절제 수술이 가능하다. 위치가 수술하기 좋으면 종양이 7cm 이상인 2기 암도 부분 신장절제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암이 진행되어 대정맥 혈전을 만들 정도의 3기가 되면 개복 수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장이 하나만 남은 환자도 부분 신장절제술이 가능한가, “최근 로봇수술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 60대 환자로 신장암 3기에 오른쪽 신장 전체를 개복수술로 떼 내고, 4개월 만에 남은 왼쪽 신장 두 군데에 종양이 발생한 경우다.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으로 신장과 종양을 구현한 3차원(3D) 신장 모형을 제작해 종양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허혈시간 17분 만에 2개 종양을 제거했다. 환자는 수술 후 혈액투석 등 추가 조치 없이 빠르게 회복하여 4일 만에 퇴원했다.” ―앞으로 신장 절제술은 어떤 식으로 바뀔 것인가. “신장의 경우 다른 장기들과 달리 2개가 있어 한쪽을 잃더라도 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신장 한쪽을 적출하면 남은 신장에 부담이 가중되어 신부전 및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되도록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분 절제술이 이전보다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수술이 어려워 신장을 모두 떼 내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다행이 로봇기술이 도입되면서 부분 신장절제술이 점차 늘고 있다. 3D 프린트로 제작한 모형이나, 로봇수술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009년 7월 의사 기자로 원격의료 도구를 처음 사용해 진료한 적이 있다(2009년 7월 25일자 A10면). 병원과 산간벽지 원격진료 첫 시범사업에서였다. 경찰병원에서 원격의료용 확대경을 통해 독도에 있는 환자의 입안 편도가 부은 것을 확인하고 원격청진기로 환자의 폐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렸지만 진료에 어려움은 없었다. 그 후 8년 가까이 지났다. 지난달 27일 경기 연천군 28사단 예하 일반전방초소 대대 의무실. 감기 몸살 증상으로 이곳을 찾은 군인이 이곳에서 80km 떨어진 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의 원격진료를 받았다. 센터 근무 의사가 군인의 편도 영상을 확인한 뒤 편도염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했다. 여전히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일환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원격진료는 상황이 크게 바뀐 게 없다. 굳이 따지자면 콤팩트해진 원격진료실 크기(9.9m²→4m²), 시설비용 절감(6800만 원→3500만 원), 영상 전송 시간이 빨라진 데이터 전송 속도 정도다.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원격진료를 의료영리화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의료계 역시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데 환자 중심의 의료제도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다 보니 유독 국내에서만 원격진료가 후진국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격오지에 장병을 위해 만드는 원격진료실 시범사업조차 조금만 확대하려면 아직도 의료영리화로 인식돼 번번이 예산이 막힌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번 격오지 군부대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등 3개 부처가 추진하는 범부처 사업이다. 2015년 7월부터 지금까지 총 32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올해 격오지 부대 원격의료 13곳을 추가하는 데 소요된 예산은 고작 5억 원. 하지만 복지부는 이와 관련된 예산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번번이 막혀 어쩔 수 없이 미래부 예산을 끌어 썼다. 원격의료 주무 부처가 예산이 없어 타 부처 예산을 사용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최근 의료계는 인공지능, 원격 앱 등 스마트한 헬스케어 도구의 등장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얼마 전 인천 계양구에 문을 연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의 경우 주치의가 외국에 있어도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해 이에 따른 응급 처방을 하는 등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한양대병원 부산대병원 경북대병원 등은 환자가 병원 내에 들어서는 순간 진료 예약부터 수납까지 가능한 스마트폰 앱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의료기관 내부 정보 연계(1단계)와 의료기관 간 정보 연계(2단계) 중간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의료기관을 벗어나 환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원격의료 자가 건강관리(3단계) 쪽으로 가고 있는데 말이다. 혹시 원격의료라는 말이 부담스러운 분들이 있다면 스마트의료로 이해하길 바란다. 앞으로 고령사회가 되면 어떤 형태이든지 환자와 보호자 중심의 3단계 원격의료 자가 건강관리는 꼭 필요하다. 이미 고령사회가 된 일본은 원격진료를 다 풀었을 뿐만 아니라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약을 택배로 보낸다. 보건당국은 올해 상반기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의료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진료정보교류, 의료정보화, 원격의료)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관련 정책과 산하 태스크포스 정도였던 수준이 정규 조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그래도 많이 늦은 감이 든다. 고령 시대를 대비해 이젠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 likeday@donga.com}

2일 문을 연 인천 계양구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그동안 수없이 봐 왔던 병원들 중에서 매우 특이했다. 개원 준비가 한창이었던 지난달 24일 이곳 병원을 찾았다. 우선 3층까지 시원스럽게 뚫려 있는 1층 로비가 인상적이다. 고급 호텔에 온 듯한 화려한 비즈(구슬)작품이 3층 천장에서부터 매달려 1층 가까이 내려와 있었다. 세종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심장전문병원으로 부천에 모병원이 있다. 자병원인 셈인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연면적 3만8738m²,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로 건립된 종합병원이다. 모병원과 병상 규모는 비슷하지만, 면적은 1.8배가량 더 크다. 그만큼 환자들을 위해 많은 공간을 할애했다는 의미다. 심뇌혈관질환에 특화했지만 15개 센터, 19개 진료과를 갖춘 종합병원이다. 메디플렉스(메디신+콤플렉스·의료복합)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병원 1층에는 안질환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한길안과병원의 시스템을 도입한 한길안센터가, 3층엔 부인병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서울여성병원 시스템이 도입된 서울여성센터가 있다. 이곳에 있으면 세종병원에 왔는데도 타 병원에 온 듯한 느낌이다. 한길안과병원의 경험 풍부한 안과 검사 시스템과 서울여성병원의 고급스럽고 여성스러운 인테리어를 그대로 살렸기 때문이다. 의료진도 화려하다. 세종병원에서 20여 년 경력의 실력자 최락경 심장혈관센터장, 뇌혈관 스텐트 삽입술의 대가인 미국 터프트대 교수 최인섭 뇌혈관센터장(1년 중 6개월은 터프트대에서 강의), 서울대병원 교수 출신의 홍경섭 내과센터장, 인하대병원 교수 출신의 김동현 소아청소년센터장 등이 포진해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곳은 보호자 대신 100% 간호사가 환자의 간병, 간호를 한다는 것. 특히 간호사 1명이 4인실 병실 두 곳을 24시간 책임지고 있다. 간병비도 하루 1만2000원 정도로 부담이 적다. 또 감염을 막기 위해 출입카드로 외부인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전체 병상은 326병상. 병실이 넓고 쾌적하면서도 병실료는 착하다. 전체 병상의 90%가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기준병실(4인실)이어서 하루 환자 본인 부담(4인실 기준)은 2만1000원 정도. 병상과 병상 사이엔 다른 병원에선 볼 수 없는 ‘유리격벽’이 있다. 환자와 환자 간 또는 환자와 의료진 간의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국내 유일의 시설이다. 타 병원엔 없는 시스템은 또 있다. 바로 환자의 심장질환이 갑자기 안 좋아질 때 이를 컴퓨터가 모니터링해 간호사와 의사에게 순차적으로 자동으로 알려주는 ‘커넥티드 케어 솔루션’이다. 이는 의사가 외국에 있어도 스마트폰을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해 바로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실시간 모니터링 첨단 시스템이다.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 지하에 위치한 출입문 없는 개방형 강당과 예술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운영이 그것이다. 특히 갤러리에서는 4월 이중섭 화백의 ‘소’를 포함해 한국 미술계의 대표적인 명화를 전시하는 ‘명화전’을 무료로 연다. 이 병원을 짓는 데 130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세종병원으로서는 큰 도박을 한 셈이다. 하지만 30년 동안의 심장치료 노하우와 환자 중심의 시스템을 녹인 현장을 본 순간 주변 환자들에게 추천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016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13%를 돌파하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령 환자는 신체기능이 떨어져 거동이 불편하거나 음식을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어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엔 고령 환자의 특수한 상황을 배려한 ‘고령 친화 치료제’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흔히 고령 환자에게 많은 ‘뇌중풍(뇌졸중)’은 우리나라 전체 사망률 3위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질환입니다. 그런데 뇌중풍 위험을 5배나 높이는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심장리듬에 문제가 생기는 ‘심방세동’인데요. 심방세동이 있는 뇌중풍 환자는 심방세동이 없는 뇌중풍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2배가량 높습니다. 그런데 심방세동은 환자의 63%가 진단 시 70세 고령이어서, 치료 시 어려움이 많습니다. 심방세동 환자는 뇌중풍 예방을 위해 항응고제 사용이 권장되는데 기존에 주로 쓰이던 와파린은 4주 한 번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특히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에겐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또 녹황색 채소, 콩 등에 들어있는 비타민K는 와파린의 약물 효과를 떨어뜨려 환자들에게 이러한 음식 섭취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를 효과적으로 개선한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가 출시되면서 고령 환자의 항응고 치료가 한층 수월해졌습니다. 특히 여러 약 가운데 ‘엘리퀴스’는 위장관 출혈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고령 환자도 큰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고 갈아서 물이나 주스와 함께 복용할 수 있어 알약을 삼키기가 어려운 환자에게 도움을 줍니다. 또 음식을 아예 삼키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물 없이 입에서 녹여 먹는 ‘구강붕해정’ 약물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LG 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요실금치료제 ‘유리토스’가 최근 구강붕해정으로 새롭게 허가 받았고, 한국 화이자의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 역시 구강붕해정 제형을 출시해 고령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고령에서 많이 나타나는 천식 및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를 위한 따뜻한 치료제도 있습니다. 천식 흡입제 ‘듀오레스피 스피로맥스’는 미세한 약물 입자가 잘 쪼개지도록 만들어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고령 환자의 폐 깊숙이 약물이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피부에 붙이는 치매 치료제 ‘엑셀론 패취’ 역시 고령 환자를 배려한 치료제입니다. 치매 환자 특성상 스스로 때맞춰 약을 복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만들어진 약으로, 한 번 붙이면 24시간 동안 약효가 유지됩니다. 또 복약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치료 순응도를 높일 뿐 아니라 간병인들의 편의까지 고려한 치료제입니다. 100세 시대. 고령 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고령층에 보다 안전하고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치료제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고령 환자의 건강 및 삶의 질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likeday@donga.com}

지난해 개봉된 영화 ‘날, 보러와요’에서 주인공 강수아는 영문도 모른 채 정신질환으로 강제 입원돼 106일 동안 강제 약물 투여와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린다. 강제 입원에 따른 인권 문제 논란을 다룬 영화다. 이뿐 아니다. 2014년 그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마미’에서는 2015년 가상의 캐나다를 배경으로 질환이나 장애로 행동에 문제가 있는 자녀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 없이 바로, 부모가 자녀를 병원에 강제로 보낼 수 있게 하는 법을 만든다. 그런데 이 법이 한국에서는 이미 현실이다. 최근 정신질환 환자의 인권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정신보건법 개정법 시행(5월 29일)을 앞두고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150여 명의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토론회에선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정신질환자는 중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강제 입원 및 장기 입원시켜야 된다는 사회적인 편견이 적지 않다. 강제 입원 환자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한 이유다. 이 때문에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환자의 인권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신질환 중 강제 입원으로 치료받는 질환은 크게 조울증, 조현병, 심한 우울증 등이다. 현재는 보호자 2명과 의사 1명이 동의하면 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 또 환자가 나가고 싶어도 보호자가 반대하면 계속 강제 입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정된 법에 따르면 의사 1명 외에 다른 병원(국공립)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1명이 2주 이내에 입원 동의를 해야지만 환자의 지속적인 강제 입원이 가능하다. 문제는 국공립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입원 동의 순서를 기다리다가 결국 2주를 넘겨 환자들이 퇴원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이번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 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은 이런 현실적 문제 해결과 환자의 인권 강화를 위한 ‘윈윈 해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보건당국은 부족한 인력은 민간병원에서 지원을 받되 점차적으로 국공립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인력을 충원하며, 2주 안에 입원 동의를 못 받아도 강제 퇴원시키는 환자가 없도록 기간 적용도 유연하게 하기로 했다. 또 진료 중 생길 수 있는 의료사고 문제는 정부가 해결하고 타 병원 의사의 대면 진료와 관련된 수가도 충분히 반영할 예정이다. 물론 본인 환자들을 돌봐야 될 민간병원 정신건강학과 의사들이 외부에 돌아다니면서 업무를 보다보면 이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정신질환 환자의 인권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하며 유무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는 가족이나 보호자의 인권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토론회에선 “딸의 정신질환 치료 때문에 집안이 파탄이 났다. 가족의 정신건강도 함께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70대 노인) “자식 치료를 위해 15년을 버텼다. 이건 사는 게 아니다. 왜 당신들은 밥그릇 싸움만 하나.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들어 달라”(70대 여성 노인) “환자가 퇴원한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 언제 어느 시점에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는지 알려 달라”(50대 여성) 등 가족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주문이 쏟아졌다. 국내 의료시스템이 대부분 정신질환 치료에만 집중하다 보니 환자가 응급치료를 받고 퇴원한 이후 사회에 복귀하기 위한 재활치료 시스템 자체가 전무한 게 사실이다. 또 함께 마음고생 하는 가족에 대한 지원 정책은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환자의 가족은 일단 입원부터 시키고 보자는 유혹에 빠지게 되고 우리의 강제 입원율은 75%로 세계 최고를 달린다. 이번 토론회가 환자의 인권, 보호자의 고통, 의료진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likeday@donga.com}

겨울엔 봄, 여름과 달리 손발을 노출할 일이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손발톱에 변색, 갈라짐, 두꺼워짐, 부스러짐 같은 무좀 증상이 나타나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22∼27도에 가장 왕성하게 번식하는 무좀균은 이 시기에 다소 증상이 잦아드는 경향이 있어 일부 환자들은 완치되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겨울엔 부츠나 두꺼운 털양말, 스타킹, 장갑 등 통풍이 잘 안 되고 습기가 차기 쉬운 방한용품의 장시간 착용이 많은 만큼 손발톱 무좀 감염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손발톱 무좀은 자연치유가 되지 않고 재발이 잦아 완치하려면 계절에 관계없이 꾸준히 치료를 이어나가 뿌리에 숨어있는 무좀균까지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손발톱 무좀 치료법은 환자들이 장기간 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더 단순하고, 더 편리하게 진화되고 있습니다. 손발톱 무좀 감염 면적이 50% 미만인 경우 바르는 항진균제가 대표적인 치료법입니다. 약물이 보다 잘 스며들도록 화학약품으로 손발톱을 물렁물렁하게 만든 뒤 그 위에 연고나 크림 타입의 약물을 발라 밀봉하거나, 줄과 사포로 감염된 손발톱 부위를 갈아낸 후 깨끗하게 닦아내고 약물을 발라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용법이 복잡하다 보니 치료를 이어 가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번거로운 사용방법이 꾸준한 치료의 걸림돌이 되었던 바르는 치료제 시장은 한국메나리니의 풀케어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습니다. 풀케어는 손발톱에 약품이 깊이 침투되기 때문에 손발톱을 갈거나 닦을 필요 없고 하루 한 번 바르면 되는 치료제입니다. 실제로 사용 편의성을 높인 풀케어 등장 이후 국내 손발톱 무좀 치료제 시장 규모도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감염 부위가 넓거나, 여러 개의 손발톱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엔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병행해 치료해야 합니다. 그런데 먹는 무좀약은 위나 간에 부담이 될 정도로 독해 복용 기간 중엔 술이나 음식, 다른 약 등과 같이 먹을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는데요. 이에, 간 독성을 극소화한 성분이나 주 1회 복용으로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이코나졸캡슐 등 복용 편의성을 높인 약물들이 속속 개발돼 출시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먹는 약은 성분에 따라 간 독성에 대한 우려가 있고, 일부 환자에게서 메스꺼움, 위장관 장애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의사와 상담한 후 자신에게 맞는 약물의 종류나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외과적 치료도 레이저가 나와 한결 간편해졌습니다. 과거엔 균에 감염된 손발톱을 수술로 제거하거나 연고를 바른 뒤 밀봉하여 비외과적으로 손발톱 뿌리를 제거하고 이후 연고를 감염 부위에 바르는 등 수술 과정이 번거로웠습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핀포인트 레이저는 섭씨 79도의 열로 병변 부위의 무좀균만 파괴하는 방식으로 쉽고 빠르게 시술할 수 있어 외과적 치료법에 대한 부담감을 줄였습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손발톱 무좀 치료법은 편리하고 단순하게 진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치료방법의 장단점이 서로 다르므로 무조건 한 가지 치료 방법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치료의 편의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현재 무좀 상태와 심한 정도, 감염 범위, 특성 등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완치가 될 때까지 꾸준히 치료를 이어나가는 끈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완치 포인트입니다. ikeday@donga.com}

암이 전이돼 2, 3개월밖에 못 사는 말기 암 환자 중에서도 예상과 달리 오랫동안 생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병원에서 의사와의 관계가 좋아 현대 의학의 치료를 신뢰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여기에 최근 효과가 좋은 항암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생명 연장의 중요한 이유다. 암 환자들은 보험 혜택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 부담금은 치료비의 5% 정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일찍 피부암 진단을 받은 장인도 본인이 부담한 치료비는 3만8000원에 불과했다. 최소 10배 이상 비싼 미국에선 있을 수 없는 비용이다. 하지만 말기 암 환자가 돼서 최신 항암제 치료를 받는 경우라면 어떨까. 가령 전신에 전이된 피부암(흑색종)의 경우 그냥 방치하면 곧 죽게 되지만 최근에 나온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사용하면 1년 생존율이 72%나 된다. 더구나 약이 잘 들으면 평생 복용하면서 살 수도 있다. 구세주와 같은 약이다. 하지만 키트루다 같은 면역항암제의 경우 1년에 드는 항암비용만 1억 원이다. 현실은 ‘메디컬 푸어’가 딱 되기 쉬운 약이다. 메디컬 푸어는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 등 높은 치료비로 재산을 탕진하거나 소득이 낮아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자를 말한다. 유방암 표적치료제인 퍼제타의 경우 1년에 7000만 원, 캐싸일라는 1억2000만 원이나 든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소득이 4883만 원이니 얼마나 큰 약값인가! “나만 생각할 수 없잖아요. 내가 치료받겠다고 마지막 상황에서 집까지 팔게 되면 식구들이 길에 나앉게 되니…”(백혈병 환자 이모 씨). 실제 환자의 안타까운 목소리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과도한 의료비 부담에 전세금을 축소하거나 재산을 처분하고 금융기관 대출까지 받는 메디컬 푸어는 2013년 기준으로 70만 가구에 이르렀다. 최근에 발표된 한국임상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암 환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는 경제적인 문제가 37.3%, 다음이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문제 순이었다. 또 말기 암 환자들의 항암제 치료에 든 비용은 평균 2877만 원인데 이 중 71.6%(2061만 원)가 비급여 항암제 비용으로 지출됐다. 민간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 암 환자에게는 오히려 항암제가 절망과 고통의 약인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신약을 허가해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신약의 허가 기간은 120일. 다른 나라가 1년 정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세계에서 가장 단기간에 신약을 허가해 준다. 이 점에 있어서는 식약처 시스템이 고맙다. 정작 문제는 그 뒤다. 환자가 허가된 신약의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보험약가를 인정받아야 된다. 하지만 보험약가 인정에는 최소한 2년이 넘게 걸린다. 그 사이 환자는 너무나 필요한 그 비싼 신약을 100% 본인 부담으로 사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약 허가와 보험약가 인정까지 시간 차를 줄이거나 영국과 독일처럼 허가를 받자마자 일단 보험급여를 해주고, 일정 기간 내에 급여평가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면 그만큼의 차액에 대해서는 제약사로부터 되돌려 받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최근에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이 제안한 것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암의 경우 진단 뒤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5% 본인부담률을 암의 병기 및 환자의 경제적 수준을 고려해 완전 경감에서 20%까지 차등한다면 메디컬 푸어로 전락하는 암 환자들을 줄일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극단적으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암 환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당국과 관련 학회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likeday@donga.com}

“할머니께서 12년 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로 고생하시다 최근에 돌아가셨어요. 뇌의 작은 혈관 하나가 터졌을 뿐인데 믿을 수 없었죠. 뇌 과학에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파킨슨병의 뇌 구조를 전기회로도로 만들어 파킨슨병과 난치성 뇌질환의 조기 진단 및 치료에 길을 연 미국 스탠퍼드대 이진형 교수는 외모만 보면 여전히 학생 같다. 그는 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명색이 교수인데도 주변에선 조교로 착각하는 외국인 교수가 많다”며 웃었다. 한국 여성 최초로 2012년 스탠퍼드대 공대 및 의대 교수가 된 그는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스탠퍼드대에서 이미징테크놀로지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는 ‘새로운 혁신가상’, 2012년엔 미국간질병재단의 간질치료프로젝트상, 2013년 알츠하이머협회 선정 신(新)연구자상을 받았다. 막연하게 과학자 내지 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10세 때였다. 이 교수는 “노력과 열정으로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성장하면서 과학자나 공학도의 길이 진리를 탐구하고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데 기초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능지수(IQ) 157에 멘사 회원이었던 그는 대학 입학 때부터 천재 소녀로 알려졌다. 법대 에 입학한 여자 수석과 0.8점가량 차이가 났다. 당시 전기공학부에 진학하려고 하자 입학 면접 교수가 “너는 아무 학과나 진학이 가능한 성적인데 여학생이 왜 전기공학부에 가려느냐”고 물었다. 이런 질문은 대학을 다니는 동안 내내 따라다녔다. “공대 나오면 돈 많이 벌 수 없다” “여학생이 왜 이런 일을 하느냐” 등이었다. 실제로 동기들 상당수는 의대로 다시 진학하거나 사법시험에 응시했다. 부모도 처음엔 딸의 의대 진학을 원하며 그런 바람을 은근히 내비쳤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지”라며 딸의 뜻을 존중했다. “너는 여자이니깐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씀 한 번 안 하신 부모가 지금도 고맙다. 이 교수는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신 부모가 많은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자신의 꿈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여기에 사회에서의 가치가 일치를 이루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남동생도 같은 과 후배로 들어왔고, 지금은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스탠퍼드대에 온 것도 행운이다. 다른 과와의 융합을 인정하고 밀어주기 때문이다. 바이오공학 교수가 신경과 교수들과 한 팀이 돼 의대 교수 직함까지 가진 이유도 이 학교가 진정한 융합을 강조하고 실천하기 때문이다. 우리 과가 최고이고 다른 과를 존중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의대 풍토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교수는 “물론 각자 생계를 이어나갈 직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한국 젊은이들은 꿈보다는 안정을 찾아가는 위주로 직업을 선택하고 있다”면서 “개인의 선택과 무관한 사회적 어려움으로 인해 또 주변에서 더 많은 ‘권유’를 받아 현실과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나의 꿈은 뇌회로의 이해를 통해 전자기기를 고치듯 난치성 뇌질환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좀 더 쉽게 고치는 것”이라며 “꿈을 이뤄내기 위해 또 한 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이가 궁금하다”고 물었더니 “그건 프라이버시예요. 아시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뇌 구조를 전기회로처럼 간단하게 만들어 불치병인 파킨슨병을 조기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인 출신 뇌과학자이자 전기공학도인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여)가 파킨슨병에 관한 뇌 전기회로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뉴런’ 최신호에 실렸다. 파킨슨병은 팔과 다리, 전신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고 뻣뻣해지며 동작이 느려지다가 결국 근육이 굳어 움직이지 못해 사망하는 질환이다. 국내에서 2015년 기준 9만1302명(세계적으로는 약 630만 명)이 이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2010년(6만2361명)에 비해 46.4%나 늘었다. 이 교수는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뇌세포들도 전기회로처럼 서로 간에 무수한 전류 흐름을 통해 정보를 교환한다”면서 “뇌 전기회로도가 있으면 이를 통해 어디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알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치료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령 갤럭시 노트7의 발화 원인을 찾을 때 미리 설계된 전기회로도를 근거로 찾아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파킨슨병에 관련된 뇌 신경세포들에 선택적으로 빛의 자극을 주는 기술과, 이러한 자극에 뇌세포들이 반응해 활성화되는 부위를 체크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뇌 전기회로도를 완성했다. 자극으로 뇌세포가 활성화되면 뇌 혈류가 증가하는데 바로 그 부위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해 문제의 위치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뇌신경질환 전문가인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승현 교수는 “뇌 회로를 만드는 뇌 매핑은 세계적으로도 화두가 되고 있는 연구 분야”라며 “파킨슨병에 대한 뇌 회로를 분석해냈다는 것은 맞춤 의학의 진단과 치료 분야 발전에 큰 의미가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이진형 교수가 만든 뇌회로도는 불치병인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할 길을 연 획기적인 성과로, 기존의 치료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루게릭병 등과 함께 인류가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난치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1일 동아일보에 “뇌를 전기회로로 생각하고 접근하면 기존 의학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면서 “전기공학도로서 그 회로도를 만들어 전기회로를 고치듯 고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이 교수는 현재 스탠퍼드대 의대와 공대에서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자이다. ○ 치매 등 난치성 뇌질환 치료 기여 이 교수에 따르면 정상인 뇌 전기회로도와 파킨슨병 환자의 뇌 전기회로도를 비교하면 금방 회로의 이상 유무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병의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또 파킨슨병 뇌 회로도가 만들어짐에 따라 뇌에 전기자극을 줘 증상을 완화하는 뇌심부자극술을 이용한 치료도 보다 정밀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교수는 “파킨슨병의 경우 병원에서 뇌심부자극술을 통한 치료가 진행되고 있으나 정확한 부위와 동작 원리를 몰라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뇌 회로도를 바탕으로 문제가 되는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내 그 부위에 뇌심부자극술 치료를 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파킨슨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혈액검사나 뇌영상 기술이 없다. 게다가 파킨슨병은 증상이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인 이상한 행동자세를 치매 증상으로 착각해 환자가 치매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불치병인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모든 뇌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뇌 회로도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파킨슨병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의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다 정확한 위치에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뇌세포를 찾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승현 교수는 “뇌 회로도를 만드는 일명 ‘뇌 매핑’은 파킨슨병뿐만 아니라 루게릭병, 알츠하이머성 치매도 비슷한 뇌신경계 질환인 만큼 관련 진단과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 유발 단백질 ‘정밀 타격’ 국내외 파킨슨병 치료법 연구는 주로 뇌 신경세포의 소실을 막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충북대 의대 연구팀은 지난해 말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특정 단백질이 줄어들면서 파킨슨병이 시작된다는 점에 착안해 해당 단백질을 직접 실험용 쥐의 뇌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텍은 반대로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파킨슨병을 초래하는 뇌 속 인자를 ‘정밀타격’한다는 점은 같다. 파킨슨병 의심 환자의 손발 동작, 떨림, 근육의 긴장도 등을 정밀 분석해 발병 위험과 진행도를 파악하는 기술도 개발이 한창이다. 현재는 걸음걸이를 육안으로 관찰해 초기 파킨슨병을 진단하는데 환자마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달라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단은 이를 위해 피부에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전자소자 패치를 개발한 상태이고, 인텔은 파킨슨병 환자의 신체 활동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국내 의료용 인공지능(AI) 개발업체 마이다이스아이티는 두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치매뿐 아니라 파킨슨병까지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세계 최고 수준 유병률 과제 성균관대 의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파킨슨병 2007년 유병률은 국내 65세 노인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 2060∼2993명으로 추정돼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구나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로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미국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와 중국 개혁 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鄧小平)이 걸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조건희 기자}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인물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한동안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1970년 개봉한 영화 ‘러브스토리’에서는 여주인공이 백혈병에 걸려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내용이 심금을 울렸습니다. 1993년 영화 ‘필라델피아’에서는 전도유망한 젊은 변호사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돼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다양한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최근에는 이러한 질환들도 꾸준히 잘 치료하면 평균 수명을 누릴 수 있는 만성질환에 가까워졌습니다. 가장 극적인 예가 HIV입니다. HIV는 성관계, 수혈로 몸속에 들어와 면역세포를 파괴시키는 바이러스로, 20∼30년 전만 해도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었죠. HIV 감염은 곧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다양한 HIV 치료제가 개발되고 여러 약제를 병합해서 사용하는 ‘칵테일 요법’이 사용되면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HIV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를 억제하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질환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1985년 12월 국내에서 HIV에 처음 감염된 환자도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다만 내성 발생 문제와 부작용, 매일 시간에 맞춰 여러 알의 약을 먹어야 하는 불편함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데, 최근엔 이를 해결한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GSK의 인테그라제 억제제(바이러스 복제억제)인 ‘티비케이’인데요. 현재까지 치료 경험 없는 환자 대상 연구에서 단 1건의 내성 발생 환자가 없었을 만큼 바이러스 억제 효능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티비케이와 다른 2가지 약제를 하나로 모아 한 개의 알약으로 HIV 치료가 가능하게 만든 복합제인 ‘트리멕’도 나왔는데요.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중 아무 때나 한 알을 한 번 복용하면 된다고 하니, 약을 한 움큼씩 먹어야 하던 초기 복합 요법과 비교하면 정말 놀라운 발전입니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약으로 길리어드의 스트리빌드라는 약도 출시돼 있습니다. 백혈병 또한 의학의 발달로 이런 극적인 변화를 겪은 질병입니다. 그중에서도 만성골수성백혈병이 대표적입니다. 표적항암제가 개발되기 전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진단 후 평균 4∼6년 내 사망할 만큼 치명적인 질환으로, 골수이식을 못 받으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초의 표적항암제인 노바티스의 ‘글리벡’이 등장하면서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글리벡을 복용한 환자의 6년 생존율이 88%에 달해, 불치병에서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겁니다. 이후 2세대 노바티스의 ‘타시그나’와 BMS의 ‘스프라이셀’, 일양약품의 ‘슈펙트’ 등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환자들의 선택의 폭은 더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직 국내에선 승인되지 않았지만 3세대의 새로운 약물들도 계속해서 개발, 출시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완치도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지구상에는 패혈증처럼 치료제가 없는 치명적인 질병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처럼 과거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질병이 갑자기 유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인터스텔라’의 유명한 대사처럼, 인류는 언제나 그랬듯이 답을 찾아낼 것입니다. 비록 그 과정에서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현대 의학은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likeday@donga.com}

건강과 미용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각 분야에서 엄청난 양의 약과 화장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약과 화장품은 대부분 동물실험을 통해 개발된다. 피부 아바타는 세계 곳곳에서 동물실험이 금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을 만한 개발에 성공한 것이어서 산업적 가치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신약 동물실험 시장은 국내만 500억 원, 세계적으로는 10조 원에 이른다. 그리고 국내 바이오칩 시장 규모는 더 크다. 2015년 기준 5220억 원, 세계적으로는 2015년 69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바이오칩은 손톱 크기 정도에 혈당 체크, 암 진단 등 사람의 생체기능을 측정하는 데 쓰이는 칩이다. 이번 피부 아바타는 표피, 진피, 혈관 등 3개 각 층에 먼지보다 작은 2000만 개의 인공막(폴리에틸렌막)을 삽입하고 각종 염증 물질이나 수분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해 층 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피부의 세포 작용과 동일한 원리로 만든 것이다. 현재는 동물실험을 대신할 동물 대체 시험법이 마땅치 않다. 기존의 실험관 연구는 배양 용기에 2차원적으로 세포를 바닥에 부착해 배양하거나 각 피부 층에 해당하는 세포를 순차적으로 붙여 3차원적으로 배양해 동물 대체 시험법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는 표피, 진피, 혈관으로 구성된 인체 피부의 각 층 간 상호작용을 관찰하거나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유럽에서는 2013년부터 화장품 제품을 위한 동물실험을 완전히 금지했다. 국내에서도 다음 달 4일부터 개정 화장품법에 따라 동물실험 화장품의 수입, 판매가 제한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100만 원을 물리고 각종 행정처분에 처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동물실험으로 희생된 동물 수만 2012년 183만4000마리에서 2015년 250만7000마리로 1.3배로 늘었다.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최태현 교수는 “국가별로 동물 대체 시험법이 경쟁 중인데 이번 피부 아바타가 인체 피부와 근접해 국제 표준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제 표준으로 선정되면 피부 약물의 자극성 실험은 반드시 우리의 시험법으로 해야 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해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피부 아바타의 원리는 이렇다. 가령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종양 괴사인자(TNF-α)를 아바타 칩에 주입하면 사람의 염증 피부에서 발생하는 것과 같은 염증물질인 사이토카인(IL-1β, IL-6, IL-8)이 발생한다. 따라서 피부 아바타는 종양 괴사인자 외에 우리가 모르는 독성 물질이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손상된 피부에 붙이기 위한 인공 피부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완벽하게 표피 진피 혈관 등이 포함된 사람의 피부를 만드는 건 대단히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가 피부이식 등에 사체 피부를 이용한 인조 진피나 콜라겐 등을 이용한 합성 진피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전욱 교수는 “인체 조직을 활용해 각각 진피와 표피를 만들고 있지만 실제 환자의 피부에 잘 붙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아예 처음부터 표피와 진피를 한 세트로 만드는 인공 피부를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피부 아바타는 피부의 약물 및 화장품 개발 대체 실험과 약물의 독성 실험뿐만 아니라 인체에 흔한 알레르기 실험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어떤 물질이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면 피부 아바타에서 미리 어느 정도 알레르기를 발생시키는지 반응 물질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도 반겼다. 인공 피부를 활용한 대체 실험이 정착되면 비윤리적인 실험은 줄고 더 신뢰성 높은 방식으로 화장품, 의약품의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상임대표는 “신체 고통뿐 아니라 사육장 안에서 큰 공포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죽임을 당하는 실험동물의 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신약이나 화장품 등을 만들 때 동물실험과 사람임상시험을 대신할 수 있는 일명 ‘피부 아바타(피부모델 마이크로 칩)’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최태현 교수팀과 고려대 고(故) 이상훈 교수팀은 지름 2cm 정도 크기의 작은 칩에 사람의 피부와 똑같은 상태로 만든 피부 아바타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피부 아바타는 사람의 표피(겉 피부), 진피(속 피부), 혈관 세포를 각각 배양해 붙인 인공피부 장기로, 인체의 피부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하는 신약 개발이나 화장품 독성 실험에서 쓰인다. 또 피부 아바타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는 동물, 임상시험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제품 개발 기간도 크게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교수는 “많은 동물이 연구실에서 동물실험으로 희생되고 있고 임상에서도 독성 실험에 따른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고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연구팀은 정상 또는 염증 상태 등 여러 종류의 피부 아바타를 만들어 관측한 결과 사람의 피부와 똑같은 반응을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리포츠’ 최신호에 실렸다. 제1저자인 고려대 바이오의공학과 이건희, 서울대 마이얼단장 우푸얼 연구원은 “당장 실용화가 가능한 이 칩을 화장품과 약물 개발의 자극성 실험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연구에도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의대를 졸업할 때 누구나 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여기엔 환자의 건강과 생명존중, 환자의 비밀유지 등 9가지 의료윤리가 포함돼 있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이처럼 오래전부터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됐다. 그러다 보니 성희롱·성폭력 사건, 고스트 닥터, 쇼닥터, 음주 진료, 허위진단서 발급, 상업적 이익 추구 등 사건이 터지면 신문이나 방송이 가장 먼저 거론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 근무하던 의사가 대장수면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잠든 여성 환자 3명의 신체 부위에 손가락을 넣는 등 성추행을 해 크게 기사화되기도 했다. 또 대통령 ‘비선 진료’로 태반, 신데렐라 등의 주사제를 박근혜 주사, 길라임 주사 등으로 대놓고 상업 광고하는 병원이 늘었다는 기사가 나와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괴감에 빠져 있다. 의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전에 없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의사들이 최고의 윤리를 가진 집단이 되길 희망하며 아플 때 본인의 몸을 기꺼이 믿고 맡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에서 10년 만에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은 의사윤리강령과 세부적인 윤리 내용이 촘촘히 들어간 의사윤리지침 개정안의 초안을 공개했다. 다나의원 및 원주병원에서 발생한 집단 C형 간염 감염사태, 수면내시경 성폭력 사건, 대리수술 등 현재 쏟아지고 있는 의료 현안들을 감안해 만들어진 윤리지침인 만큼 의사들의 관심도 높다. 추무진 의협회장은 이를 계기로 전문가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성실히 진료에 임해 환자와 의사의 존엄성을 되찾자고 격려하기도 했다. 의사윤리지침엔 기존 30여 개에서 10개 항이 더 늘어난 40여 개의 지침이 들어가 있다. 내용도 진료에 있어서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임상진료에 있어서 의사의 윤리적인 기준이 더욱 강화됐다. 말 그대로 국민들이 원하는 의사상으로 내용들이 채워져 있다. 특히 의사윤리지침 내용엔 개인정보 누설에 대한 것이 기존 2가지 항에서 5가지 항으로 자세히 기술됐다. 여기를 보면 무엇보다 의사는 그 직무상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보호하라고 돼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씨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살펴본 병원 의료진 60여 명에게 경고 등과 같은 징계를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의사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정도의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엔 환자의 비밀을 제3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비선 진료 때문에 큰 논란이 됐던 박근혜 대통령처럼 사회적인 관심의 중심이 된 공인인 경우엔 환자 비밀보호의 예외를 두는 규정도 생각해볼 일이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 간의 무너진 신뢰는 의사윤리강령이나 지침을 바꾸거나 추가하는 것만으로 다시 쌓이지 않는다. 스스로의 살을 깎는 윤리적인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의사들을 의협 홈페이지에 실명을 노출시키고 징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의협과 보건복지부가 비윤리적인 의사들에 대한 자율정화와 자율규제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광주, 울산, 경기 등 3개 권역에서 전문가평가제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협의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징계 양형을 결정해 복지부에 전달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복지부가 그대로 행정처분을 할 방침이다. 의협은 정부에 징계권을 넘겨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의사들 스스로 자신들의 권위를 지킬 제도인 만큼 잘 정착되길 바란다. 이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likeday@donga.com}

2015년에 처음으로 평균 초혼 연령이 남녀 모두 30대를 넘었습니다. 산모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과 임신중독증, 기형아 출산 등이 덩달아 많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4년 12만6000여 명이던 국내 난임진료 여성은 2014년 20만9000여 명으로 10년간 8만여 명이 증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임신 전 사전 검사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한 번의 혈액검사로도 정확도를 높인 체외검진 의료기기가 개발돼 스마트 검진 시대를 열었습니다. 즉 혈액 채취로 여성의 난소 기능을 평가해 난임을 예측하는 호르몬 검사와 고위험군 임신부들을 위한 임신중독증 검사, 산전기형아검사 등이 대표적입니다. 난임여성을 위한 스마트한 검사는 바로 AMH(항뮬러관 호르몬) 지표를 활용한 호르몬 검사입니다. AMH는 여성의 난소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인데 이 호르몬 수치를 측정해 현재 여성이 보유한 난소의 수를 확인하고 난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로슈진단과 벡크만쿨터의 호르몬 검사는 간단한 혈액 채취 뒤 전자동화된 장비를 통해 난소 기능을 측정합니다. 생리주기에 맞춰 검사해야 하는 기존 검사법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생리주기와 상관없이 검사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로슈진단의 경우는 검사 시간도 18분으로 짧습니다. 유방암 등 여성 암 환자도 항암치료 전 호르몬 검사를 받아 본인의 난소 능력을 측정하고 필요시엔 난자 동결을 하는 방향으로 향후 임신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고령 초산모가 늘면서 증가하는 대표적 질환엔 임신중독증이 있습니다. 이 질환은 임신으로 일종의 합병증인 고혈압이 생기는 것인데 빠른 진단을 통해 조기 치료를 해야 태아와 임신모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임신중독증은 주로 산부인과 정기 검진에서 혈압 측정과 소변검사 및 초음파 등의 검사를 통해 고혈압·단백뇨·태아발육부전 등의 관련 증상을 확인합니다. 그러나 임신중독증의 조기 진단이 쉽지 않고, 증상의 확진 또는 출산까지 잦은 입원검사와 방문이 필요해 산모의 정신적·경제적 부담이 큽니다. 이 때문에 최근엔 임신부의 태반에서 만들어지는 혈관형성인자를 측정해 임신중독증을 조기에 진단하는 혈액검사법도 등장했습니다. 이외에도 고령 산모의 증가와 더불어 기형아 출산의 빈도도 증가함에 따라 산전기형아검사를 통해 산모나 태아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을 예측하는 검사도 주목할 만한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긴 바늘을 산모의 배에 삽입해 채취한 양수에서 태아 DNA를 분석하는 방법이었는데, 감염과 양수 파열, 조기 유산 등의 부작용과 위험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산모들의 공포를 덜어주는 비침습적 산전기형아검사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전체분석 전문기업인 녹십자지놈이 지난해 초에 선보인 비침습적 산전기형아검사(지-니프트)는 산모의 혈액 내에 존재하는 태아 DNA를 검출해 기형아 여부뿐 아니라 △다운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 △파타우증후군 등 주요 염색체 질환의 기형을 판별할 수 있습니다. 의료기기는 조기 진단, 치료와 동반된 진단 기술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료 기술이 여성의 건강한 출산, 더 나아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의료적 대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이진한 기자의사likeday@donga.com}
"궁중에 있을 땐 좀 불편하지만 예(禮)는 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더니, 지금에 와서는 허리와 등이 굳고 꼿꼿해 굽혔다 폈다 하기가 어렵다." 허리의 상태를 보고 왕 노릇의 고단함을 읽을 수 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조선 최고의 성군인 세종대왕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동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지만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요통이었다. 재위 16년 11월 요통 때문에 중국 사신 세 명의 전별연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다음 해엔 궁중행사에도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세종은 이전에도 풍냉, 풍질 등 허리와 다리 등의 관절 질환을 앓았다는 기록들이 자주 나온다. 당대 의관들은 이런 질병의 원인을 스트레스로 파악했다. 재위 7년 세종은 궁중 관리들이 관을 짜 그의 승하를 준비할 정도로 심각한 질병에 시달린 적도 있다. 당시 조선에 와 있던 중국 요동의 중의사 하양은 세종을 진맥하고는 "전하의 몸이 상부는 성하고, 하부는 허한데, 그 이유는 정신적 과로"라고 밝혔다. 성리학을 국가이념으로 숭배한 조선의 왕은 수양을 통해 성인의 경지에 이르도록 강요당했다. 세종은 인격적 완성을 통해 위대한 성군이 됐을지 몰라도, 받는 스트레스는 심각했을 것이다. 심지어 '동신언어(動身言語, 근막동통증후군)'라는 병에도 걸렸는데, 말하면 모든 근육이 찌르는 듯이 아파 며칠동안 정무를 중단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조선의 왕은 요통을 어떻게 치료했을까. 승정원일기에는 요통에 관한 기록만 250건에 달한다. 인조, 효종, 현종, 숙종 등이 앓았던 증후와 그에 대한 진단, 치료에 대해 상세히 기록했다. 특히 숙종은 두 번의 낙상으로 다리가 당기고 통증이 좌우로 옮겨 다니며 잠을 잘 수 없는 등 현대의 요통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 어의들은 수차례 침과 뜸으로 치료하는데 요안혈을 가장 집중적으로 치료했다. 척추는 S자로 커브를 그린다고 하지만 사실 3차례 굽어져 스프링처럼 강력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 팽팽함을 유지하는 중심작용을 하는 곳이 요안혈이다. 여기에 자극을 주면 허리가 건강해진다는 게 한의학적 치료논리다. 요안혈의 위치는 척추 뼈와 엉덩이뼈가 만나는 움푹 들어간 부위로 안마를 해주면 실제 허리가 튼튼해지고 곧아진다. 왕의 요통을 다스리는 처방에는 대부분 두충이라는 약재가 들어갔다. 특히 인조와 효종의 부인 명성왕후의 요통 처방에는 두충이 중심약재로 쓰였다. 두충은 10년 이상된 나무의 껍질을 사용하는데 반드시 볶아서 사용한다. 볶으면 두충의 교질이 파괴돼 유효성분이 잘 나온다. 두충 껍질 속을 보면 빽빽하게 얽혀 서로 당기고 있는 하얀 실을 볼 수 있는데, 이 실이 근골과 피육을 척추 속에 붙이는 작용을 한다. 보통 생강즙에 축여 함께 볶은 후 가루를 내서 먹는다. 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전립샘(선)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덤이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재미한인 제약인협회(KASBP·Korean American Society in Biotech and Pharmaceuticals)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미주 한인 바이오테크 및 제약과학자 단체인 베이커스 (BAKAS· Bay Area Korean-American Scientist in Biotech and Pharmaceutical)는 두 단체가 통합해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미국 전역의 바이오기업 및 제약기업 종사 한인 과학자로 구성된 KASBP는 2001년 5월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100여개 세계 최고 제약기업(GSK, Merck, Novartis, BMS, Sanofi, J&J, Pfizer 등)의 종사자와 60여개의 아카데미아에 소속된 교수, 연구원 및 대학원생 등 학계 관계자, 미국 식품의약국(FDA),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 정부기관 근무자 등 120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BAKAS는 1999년 북가주 지역을 중심으로 설립된 BSA를 모체로 2007년에 설립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바이오테크 분야 한인과학인으로 결성된 단체다. 두 단체는 각각 최신 신약 연구 및 개발 분야 교류, 네트워킹, 친목도모 및 회원들의 구인 구직을 후원하는 일을 담당해 왔다. 두 단체는 유사한 목적과 취지에도 불구하고 미국 동부와 서부에 각각 위치한 지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독자적인 행사와 활동을 발전시켜왔다. KASBP 샌프란시스코 지부를 이끌고 갈 마성훈 박사는 "신약개발을 위한 토론과 교류의 장을 하나로 만들고, 회원들의 보다 활발한 네트워킹을 도모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두 단체는 지리적 제약을 극복해 통합, 운영하는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통합 후의 명칭은 종전의 재미한인제약인협회 (KASBP)를 유지하고, 샌프란시스코 지부는 2017년 1월 1일 부터 출범한다. 미국 동부와 서부를 잇는 통합으로 재미 제약인에게 폭넓은 네트워킹과 협력의 장을 마련하게 됐고, 최근에 더욱 활발해지는 한국의 제약기업, 정부기관, 연구소와의 보다 효율적인 교류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KASBP 정재욱 회장은 "기존에 운영해 온 봄, 가을 심포지엄을 중심으로 한 학술 교류 뿐만 아니라 필라델피아, 보스턴, 커네티컷,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각 지부의 자체적인 지역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정 회장은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신약개발의 R&D 및 의료기기, 임상, 인허가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약산업의 차세대 재미한인연구자들의 육성과 한국의 연구개발 과학인, 기업, 학교, 연구소 및 정부 기관들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다 자세한 활동 내용은 KASBP 홈페이지 (www.kasbp.org)를 참고 하면 된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독감이 급증하자 교육당국은 임기응변 격으로 조기 방학을 선택했다. 보건당국은 지난해보다 빨리 찾아온 독감에 대해 연령별 독감 환자 수를 알리는 독감경보제를 가동하지 못하면서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자녀가 감염병에 걸려도 등교를 시키는 학부모의 무책임한 인식까지 겹쳐 역대 최대 독감 환자 발생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지난해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09년엔 신종플루 사태를 겪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 얼마 전 송년회를 하면서 의대 동문을 만났다. 지금은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일하는 그는 최근 독감에 걸렸지만 집에서 쉬지도 못하고 타미플루와 진통제를 복용하며 마스크를 쓴 채 환자를 진료했다고 고백했다. 쉬려니 눈치도 보이고 예약 환자들을 돌려보내기가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대부분 병·의원이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메르스나 신종플루 모두 ‘독한 독감’의 일종으로 별반 다르지 않은 호흡기 감염 질환인데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는 유독 독감에 상당히 관대하다. 현 독감 바이러스는 1968년 무려 1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던 홍콩독감과 같은 유형(H3N2형)인데도 말이다. 내년에도 이러한 사태가 또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독감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 이번에 학생들 사이에서 독감 환자가 급증한 것도 이들의 백신 접종률이 20∼3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에서는 올 초부터 만 6개월∼만 59개월 어린이에게 무료 접종을 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했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무료 접종 덕에 백신 접종률이 80%가 넘었다. 물론 독감 백신을 맞아도 30∼40%는 독감에 걸리지만, 그래도 덜 고생하고 감염도 덜 시킨다. 이와 더불어 모든 연령층에서 독감 치료제의 보험급여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감기 환자가 처방받는 약은 대부분 보험급여가 돼 초진 진찰비를 포함한 본인 부담금이 대략 1만 원 이하다. 유독 감기보다 더 독한 독감의 치료제는 전 연령층에서 보험급여가 안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성인 독감 환자가 종합병원을 찾으면 초진 비용 2만1200원(동네의원은 4300원), 독감 바이러스 검사비 3만4000원,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5일 치가 5만1700원 등으로 총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비용에 부담을 느껴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가 많다. 타미플루는 국내에 들어온 지 16년이나 된, 안전성이 검증된 대중적인 전문의약품인데도 부작용의 위험성을 이유로 여전히 본인 부담이 100%인 비싼 비보험약으로 등재돼 있는 것은 문제다. 이와 더불어 독감에 걸렸을 때 다른 사람의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독감 병가와 같은 조치를 기관장이 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병원은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몰리는 곳인 만큼 의료진 또는 행정직원이 독감에 걸렸을 때 적극적인 병가 조치가 필요하다. 독감에 걸려도 동료에게 폐 끼치기가 미안하고 대체 인력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직원은 쉬거나 혹은 원내에 있으면 환자 보는 일은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일을 쉬는 경우엔 최소한 해열제를 쓰지 않고 24시간 발열 증상이 없을 때만 직장 복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손 씻기 위생을 홍보하는 수준이 아닌 현실을 파고드는 엄격하고 강력한 독감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likeday@donga.com}

나이가 들었다고 육체적 능력, 지적 능력, 성적 욕망을 잃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와 술자리에 시달리고, 가족을 부양하느라 지갑마저 얇은 대한민국 남자가 주 5회 유산소 운동이나 철저한 식습관 관리를 지속할 수 있을까. ‘강한 남자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를 출간한 김유수 원장은 이 책에서 돈과 시간이 없어도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내 몸 관리법이 있다고 말한다. 안티에이징 전문의이자 책의 저자인 김 원장은 ‘실천하는’ 의사다.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약과 시술을 본인이 먼저 경험하고 추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비만약과 영양제를 하루에 30정까지 먹어보고, 식스팩을 만들기 위해 헬스장에서 땀 흘리다가 미국 퍼스널트레이너 자격증과 공인체력관리전문가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노화방지 전문가로 각종 레이저, 보톡스, 필러 등 새로운 시술법이 나오면 직접 받아보고 근력운동, 식이요법, 탈모 치료 등 안티에이징의 모든 분야를 직접 실천하며 노하우를 얻었다. 김 원장은 책에서 지속가능한 자기관리법을 소개한다. 기억력을 강화해 강한 뇌를 만드는 습관, 스트레스로 인한 유리 멘탈과 분노조절 장애를 극복하는 법과 같은 정신건강부터 트레이너 없이도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하루 300초 운동법, 탈모를 막아주는 주사요법과 올바른 약 복용법, 각종 발기부전 치료제 비교, 동안을 만드는 피부과 시술 등과 같은 30, 40대 남성들이 궁금해할 만한 다양한 내용을 정리했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약들은 효능과 필요에 맞게 먹는 약, 바르는 약, 주사제 등 다양한 제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중 신약 개발 분야에서 각광받는 제형으로 약 성분을 피부를 통해 투과시켜 전달하는 패치형 의약품이 있습니다. 패치형 의약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제형이 갖지 못한 다양한 장점 있기 때문입니다. 주사제와 달리 피부를 뚫지 않고 약물을 전달할 수 있고, 간단히 붙이면 되기 때문에 토하거나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위나 장을 통과하지 않아 위장에 자극을 일으키는 성분이나 효소와 산에 의해 분해되는 성분도 피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약 성분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혈중 약물 농도가 지속적으로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치료제 성분을 전달하는 데 있어 패치제 제형은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현재 다양한 패치형 의약품이 시중에 나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예가 금연 보조제로 사용되는 니코틴 패치제입니다. 금연으로 담배 속 니코틴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면 견디기 힘든 흡연 욕구와 금단 증상이 발생하는데, 니코틴 패치제는 피부를 통해 소량의 니코틴을 공급해 이러한 금단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해 줍니다. 또 약효 지속 시간에 따라 16시간용과 24시간용으로 나뉘는데, GSK의 ‘니코틴엘 TTS’와 같은 24시간용 패치제의 경우 하루 한 번 피부에 부착하면 하루 종일 금연으로 인한 금단 증상 및 흡연 욕구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밤사이에도 혈중 니코틴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기 때문에 아침 흡연 욕구를 줄이는 데에도 좋습니다. 이 외에도 노바티스의 치매 치료제 ‘엑셀론’도 있습니다. 스스로 때맞춰 약을 복용하기 어려운 치매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약인데 한번 붙이면 24시간 동안 약효가 유지되고 환자의 복약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남성 갱년기 치료용 남성호르몬 패치제, 폐경기 증상 치료용 여성호르몬 패치제, 협심증 치료용 니트로글리세린 패치제 등 패치형 의약품이 쓰이는 곳은 실로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환자의 몸 상태까지 파악하는 맞춤형 패치제를 개발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당뇨병 치료 패치제로, 작년 6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이 환자의 혈당 수치를 감지해 적당량의 인슐린을 피부에 주입하는 스마트 인슐린 패치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내에선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올해 초 나노기술을 이용해 채혈 없이 땀으로 혈당을 확인하고 통증 없이 치료제를 투여하는 당뇨병 전자패치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 패치제들이 상용화되면 앞으로 당뇨병 환자도 매번 바늘에 찔리는 고통을 겪지 않고 손쉽게 혈당 확인 및 치료제 투여를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물론 패치제의 경우 피부에 민감한 사람은 해당 부위에 알레르기 반응 또는 접촉성 피부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전 또는 사용 뒤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현대 의학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환자들에게 보다 간편하고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약물을 전달하려는 시도 또한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각종 패치제를 비롯해, 앞으로도 더욱 다양하고 효과적인 형태의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