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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은 시기, 계절에 관계없이 발병 위험이 높지만 추석 등 명절 이후에는 주부에게 많이 찾아온다. 특히 올해는 유독 심했던 더위로 면역력이 약해진 데다 이른 명절 준비로 주부 스트레스가 심할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요구된다. 몸살, 근육통 같은 대상포진 초기 증상을 자칫 명절증후군으로 오인하고 방치할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대상포진에 대해 미리 알고 대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수두 경험에 폐경 겹친 주부가 고위험군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앓았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수두를 일으킨 뒤 몸속에 남아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발병한다. 명절에는 평소보다 많은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대상포진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상포진 환자 4명 중 1명은 50대 폐경 여성으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발병률이 높다. 이 시기에는 폐경으로 인해 이미 면역력이 저하돼 조금만 무리해도 대상포진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 대상포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대상포진의 대표적 증상은 한쪽 띠 모양의 수포와 통증이다. 하지만 수포가 발생하기 전 오한, 욱신거림 같은 증상 때문에 몸살, 근육통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포진이 생겼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 신경통과 시력 청력 손상 위험 대상포진을 초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져 사회 경제적 부담을 높일 뿐 아니라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대상포진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산통, 수술 후 통증보다 심각한 통증이 수포가 가라앉은 후에도 몇 개월에서 몇 년간 지속된다. 60세 이상 대상포진 환자의 최대 70%까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통증으로 인한 수면 방해, 우울증, 만성피로 등으로 이어져 삶의 질을 훼손한다. 그 외 발병 부위에 따라 결막염, 만성 재발성 안질환, 시력 및 청력 상실 등의 합병증이 발생한다. 대상포진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명절 후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자주 자세를 바꿔가며 가족과 함께 나누어 일하고 틈틈이 휴식시간을 갖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확실한 대상포진 예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대상포진은 극심한 통증과 후유증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기 때문에 초기 증상과 예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명절 이후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증가하는 만큼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한국항공대 2017학년도 수시모집의 큰 특징은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생부 위주 전형의 모집비율을 확대한 것이다. 교과성적 100%와 수능최저학력기준으로 선발하는 ‘교과성적우수자 전형’과 서류종합평가와 한국항공대 대표 학생부 종합 전형인 ‘미래인재 전형’의 모집비율을 각각 3% 늘렸다. 한국항공대는 올해 △논술우수자전형 139명 △교과성적우수자전형 236명 △미래인재전형(학생부종합) 82명 △학교생활우수자전형(학생부종합) 85명 △고른기회전형(학생부종합) 27명 △농·어촌학생특별전형(학생부종합, 정원 외) 34명 등 수시에서 603명을 모집한다. 논술우수자전형은 학생부 교과 성적 40%와 논술 60%로 평가하며,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다. 공학계열은 수학 가형과 공통과학, 이학계열은 언어논술과 수리논술, 사회계열은 언어논술 범위에서 계열별로 3문항씩 출제되며 고교 교육과정 내 출제가 원칙이다. 논술고사는 11월 19일 실시된다. 교과성적우수자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성적 100%를 반영하며,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수능반영영역 2개의 합이 6등급(이학 및 사회 계열은 5등급) 이내며, 탐구영역은 1과목을 반영한다. 교과성적우수자전형에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인 미래인재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종합평가 100%로 3배수를 선발하며,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60%, 일반면접 40%로 최종 선발한다. 일반면접은 자기소개서와 학생부 기반의 면접으로 수험생 1인당 15분간 실시한다. 학교생활우수자 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 교과 성적 100%로 3배수를 뽑는다.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50%, 서류종합평가 50%로 최종 선발한다. 자기소개서와 일반면접은 없다. 고른기회전형과 농·어촌학생특별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교생활우수자전형과 동일하다. 고른기회전형의 경우 국가보훈대상자 및 수급권자 또는 차상위 계층 등의 저소득층 학생이 지원 대상이다. 수능반영영역은 국어와 영어가 단일 유형으로 반영되며, 수학과 탐구영역은 계열별로 다르므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최근 대학병원에서 의료인이 결핵 감염 확진 판정을 받거나 감염을 의심받는 경우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결핵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의료진이 결핵에 감염되면 병원 방문 환자들을 통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어 보통 문제가 아닌 거죠. 하지만 결핵 감염은 의료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결핵 후진국’이란 오명을 안고 있을 정도로 결핵 환자들이 많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5년 결핵 환자 신고 현황’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결핵 환자 수는 63.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위인 포르투갈(25명)의 약 2.5배입니다. 다제내성 결핵 즉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 결핵 역시, 한국이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현재처럼 결핵에 대해 무관심하면 다제내성 결핵이 확산될 우려도 높습니다. 특히 결핵균은 다른 세균에 비해 증식 속도가 매우 느리고 뜨문뜨문 증식하므로 환자 스스로 증상이 완화됐다고 판단해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이럴 경우 약제에 대한 복약순응도가 떨어져 내성이 생기면 다제내성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다제내성 결핵은 환자 1명이 10∼15명에 균을 퍼트릴 정도로 감염력이 강합니다. 또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터라 치료에 실패할 확률도 높아 국가적으로 사회비용 손실이 큰 중증질환으로 분류됩니다. 다제내성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4개 이상의 약제를 병용해 최소 20개월(집중치료기 포함) 이상 복용해야 하는데 구토·복통·위장장애 등의 부작용 위험이 크고 치료 옵션이 많지 않아 치료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치료율은 37.1%에 불과하고 사망률이 31.2%에 이릅니다. 다행히 작년 하반기부터 결핵균의 에너지 생성을 막아 균을 굶겨죽이는 다제내성 결핵 신약인 서튜러와 다제내성 결핵균을 살균하는 델티바라는 신약이 출시돼 치료에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 치료제 모두 기존 치료 대비 2배에 가까운 뛰어난 효과를 인정받은 신약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 7월부터 결핵 진료비 전액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다제내성 결핵 신약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기준에 준하는 경우 환자 본인 부담이 기존 5%(약 150만 원, 6개월 기준)에서 0%로 없어집니다. 전액 지원하는 거죠. 다제내성 결핵 신약 외에도 결핵 치료에 필요한 비용 역시 환자 본인 부담을 기존 10%에서 0%로 전액 면제하고 있습니다. 물론 1, 2인실 병실료 등 비급여 부분은 본인이 전액 부담을 해야 됩니다. 내년부터는 잠복 결핵 무료 검진 대상이 확대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2주 이상 기침과 기운이 떨어지고 밤에 땀 흘림 등의 증세가 있으면 병원에 꼭 찾아서 호흡기 관련 검사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또 무엇보다 결핵 완치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likeday@donga.com}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 수락산 살인사건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조현병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때보다 차갑습니다. 더욱이 조현병 환자를 치료 대상이 아닌 격리 대상으로 여기는 부정적인 사회적 풍토가 있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최근 철저히 환자 입장을 고려한 따뜻한 조현병 치료제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환자 복용의 편의성을 높이면서 보호자의 부담도 덜어주는 방향으로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조현병 치료의 핵심은 꾸준한 약물치료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매일매일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최근 대한정신약물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환자가 한 달 이내에 약 복용을 중단할 가능성이 54.3%에 이릅니다. 다른 질환에 비해 유독 조현병 환자의 약물 순응도가 낮은 이유는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질병의 특성상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질병을 인정하지 않아 약물 복용을 거부 또는 임의로 중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화성시 정신건강증진센터 가족자조모임 김진일 회장은 “조현병 환자를 돌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제 때 약을 챙겨 먹이는 일이었다”며 “약 먹기를 깜박하는 날이 잦아지고, 때론 환자가 약을 숨기면서 망상·환청이 심해져 집을 뛰쳐나가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복약 순응도 개선을 위해 일반 경구제 외에도 물 없이 복용하는 필름약이나 한 번 복용하면 오랫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주사제 등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차병원그룹 계열 CMG제약은 현재 미국에서 입에서 녹여 먹는 필름 형태의 치료제(아리피프라졸 OTF)의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이 외에 한 번 투여로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장기지속형 치료제도 이미 나왔는데 한국얀센의 인베가 서스티나와 오츠카제약의 아빌리파이 메인테나가 대표적입니다. 2010년에 나온 이 약은 월 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스트레스로 복약을 잊어버리거나 의도적으로 중단하던 조현병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한 달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치료제를 넘어서 장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치료제까지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지난달 국내에서 허가받은 인베가 트린자(하반기 판매 예정)는 1년에 4회 투여로 재발 방지뿐 아니라 증상 조절 효과까지 입증한 혁신적인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3상 연구를 통해 해당 치료제를 투여한 환자 대부분(93%)에게서 재발 없이 증상이 조절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투여 횟수는 줄고 약효 기간은 늘면서 조현병 환자들의 일상생활 복귀 및 독립적 생활을 도와주고 환자 보호자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준 셈입니다. 혈중 약물 농도를 측정해 환자의 복용 순응도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치료하는 진단도구 등도 현재 임상연구 중이어서 앞으로도 조현병 환자의 특성을 배려한 따뜻한 치료제 개발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치료제들이 많은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 또 일부 질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를 줄이는 데도 기여했으면 합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병·의원 중심으로 도수치료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도수치료는 맨손으로 아픈 부분을 주무르거나 자극을 줘서 변형된 뼈와 관절을 본래 위치로 되돌리는 의료행위다. 전문가들은 도수치료에 대한 안전성과 실효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잉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과도한 도수치료는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너도나도 도수치료,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 도수치료는 정형외과에서 시행했지만 2006년부터 실손보험 보장을 받으면서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 근골격계 질환을 다루는 대부분의 병·의원에서 앞다퉈 도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수치료를 무턱대고 받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도수치료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거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도수치료에 포함되는 카이로프랙틱(척추교정술)이 정식 의료기법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카이로프랙틱 대학도 있고, 의학 교과 내에 카이로프랙틱 정규 교육 과정도 있다. 미국에서는 6년 동안 총 4200시간을 수료하고, 임상실습을 거쳐 자격증을 획득한 전문의를 ‘카이로프랙터’라고 한다. 그러나 국내 실정은 크게 다르다. 국내 의료법에선 의사나 의사의 지도를 받은 물리치료사의 도수치료를 허용한다. 물리치료사들은 물리치료학을 전공한 전문대 이상 졸업자면 응시할 수 있고 시험 합격률은 90%에 육박한다. 최근엔 일부 병원이 물리치료사가 아닌, 도수치료 사설학원 과정을 이수한 수강생을 채용하거나 단순 운동치료사, 체육대 졸업생 등 비의료인을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정식 도수치료 교육을 받은 물리치료사의 인력수급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형도수물리치료학회에서 320시간의 교육을 정식으로 이수한 정회원의 수는 매년 30∼40명 내외의 소수”라고 말했다.○ 환자의 부작용도 만만찮아 도수치료 남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다. 도수치료는 비급여 항목이라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통 1회당 평균 비용은 10만 원 선이지만 일부 병원은 20만 원 이상을 제시한다. 환자들은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실손보험을 이용한다. 병원은 수익을 위해 도수치료를 포함한 과잉진료를 하고, 환자도 저렴한 가격으로 치료받기 위해 동조하는 셈이다. 심지어 병·의원에서 단순 피로인데도 도수치료를 받게 하거나 비만이나 림프성 부종에 사용되는 의료기기를 도수치료에 포함시켜 실손보험에 적용하기도 한다. 도수치료가 과잉진료 및 실손보험료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들이다. 실제 의료현장에선 과잉진료가 빈번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 20대 여성은 허리통증을 이유로 지난해 9월부터 30일 동안 입원해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2차례 이상 모두 69회의 도수치료를 받기도 했다. 근본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효과는 미미했다. 또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에게 도수치료를 시행한 경우도 있다. 올 초 태변 흡입으로 인한 호흡곤란, 경련으로 한 달간 병원 신세를 진 한 신생아는 도수치료가 도움이 된다는 치료사의 말을 듣고 6회의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근골격계가 자리 잡히지도 않았고, 근골격계 질환에 걸린 것도 아닌 신생아에게 도수치료를 적용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었다. 아직 안전성과 효용성이 온전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수치료를 무분별하게 받을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의 각종 문헌에 따르면 도수치료에 포함되는 카이로프랙틱의 경우 5∼20%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세계척추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카이로프랙틱을 받은 뒤 통증, 두통, 피로감, 다리로 뻗치는 통증(방사통), 현기증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물지만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등 척수손상, 전신마비 등으로 악화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오십견(유착성관절낭염)이나 회전근개파열 환자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도수치료를 받으면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또한 추간판(디스크) 수핵이 이미 탈출돼 신경성 증상이 나타난 환자도 단기간의 도수치료만으로는 호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척추관협착증, 후골인대골화증, 척추골의 심한 퇴행성 변화 등에 해당하는 환자는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원격진료 시행을 두고 의사나 정치인들이 반대한 적은 없다. 대면진료가 원칙이고 원격진료는 환자를 위한 보조수단이기 때문이다.” 5월 일본 후생노동성을 방문했을 때 원격진료 총책임자인 간다 유지 의정(醫政)국장이 한 말이다. 일본은 지난해 8월 원격진료를 전면 시행했다. 의외였다. 국내에선 시민단체와 야당이 원격진료가 대기업과 연관된 의료영리화의 전 단계라며, 또 개업의는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려 의원이 망할 것이고 환자의 안전성도 확보되지 않았다며 각각 반대하고 있다. 한국 의사들이 파업에 나섰던 것처럼 의료환경이 한국과 비슷한 일본에서도 원격진료에 반대가 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간다 국장은 “의사가 (원격진료 때문에) 집단시위를 한다고요?”라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일본엔 우리와 다른 진료행위 두 가지가 있다. 의사가 환자의 집에 찾아가서 진료하는 ‘왕진제도’(수가 약 25만 원)와 의사가 스마트폰으로 상담과 진료를 하는 ‘전화재진제도’(수가 약 7870원)가 이미 활성화돼 있다. 그러니 일본 의료계는 원격진료 시행에 큰 관심이 없다.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이 충남 서산시 서산효담요양원을 찾아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참관한 뒤 또다시 원격진료 시행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박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원격진료 시범사업 대상 요양원을 올해 안으로 기존 6곳에서 680곳으로 늘린다고 한다. 이러다가 원격진료는 시범사업만 하다가 끝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의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원격진료가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몰아갈 것이란 오해는 이쯤에서 풀렸으면 한다. 의료법상 원격진료를 하는 곳은 원칙적으로 병원이 아닌 ‘의원’이기 때문이다. 또 원격의료 대상 환자도 이미 대면진료로 초진을 본 만성질환자가 대부분이어서 오히려 원격진료라기보다는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원격 모니터링’에 가깝다. 병원에 자주 못 오는 환자를 의사가 수시로 살펴보는 것이니 손해 볼 게 없다. 더구나 다음 달부터는 고혈압 당뇨병 등 경증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전화상담(환자당 매월 2회로 제한)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환자를 더 자주, 더 잘 돌보는 방법이 아닌가. 정부가 처음부터 원격진료가 아닌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나섰으면 찬성했을 시민단체나 의사들이 꽤 많았을 것이다. 또 원격진료가 의료영리화의 전 단계인지도 정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원격진료 추진을 오랫동안 담당했던 한 공무원은 18대 국회에서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의료법인 간 합병 허용과 함께 발표돼 의료민영화로 오해를 받았다고 전했다. 19대 국회 때는 병원이 영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든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허용과 함께 묶여 실질적 내용과는 무관하게 의료민영화의 상징이 돼 버렸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다행인지 이번엔 원격진료만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6월 국회에 제출됐다. 더 이상의 해묵은 논쟁에서 벗어나 환자 입장에서 환자 편의를 위한 원격진료로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 국내에선 트라우마가 많은 원격진료라는 용어 대신 ‘비대면 진료’ 또는 ‘스마트 진료’로 바꾸자는 전문가도 있다. 많은 의사들이 원격진료로 인한 오진의 책임성이 불확실하며, 또 당장은 아니지만 결국엔 종합병원으로 원격진료가 확대될까봐 선뜻 나서길 꺼리고 있다. 하지만 경증 만성질환자들이 병원에 가서 기다리고 진료받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또 보조진료 개념으로 원격진료를 활용할 의사들을 위해서라도 길은 터 줘야 한다.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likeday@donga.com}
절기상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立秋)임에도 불구하고 폭염 지옥이 계속되고 있다. 온열질환자 수는 1000명을 넘겼고, 서울은 열대야 발생 역대 2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입추’인 7일 낮 최고기온이 서울 35도, 수원 34도, 춘천 34도, 대전 34.9도, 강릉 33도, 부산 32.4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35도 내외의 무더위가 계속돼면서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특히 경북 의성의 경우 37.8도까지 올라 올해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번 폭염은 15일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월 23일 온열병 감시체계가 가동한 이후 5일까지 집계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 온열질환자 수는 1016명이나 된다. 이 중 10명은 사망했다. 2014년 전체 환자 수(818명)는 이미 넘어섰고, 지난해 전체 환자 수(1051명)도 곧 초과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 사이 전체의 절반에 해당되는 51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본부 관계자는 “온열질환자의 26.2%(266명)는 65세 이상 노인이며, 16.7%(170명)가 의료급여 수급자이거나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다”라고 말했다. 또 올해 폭염은 평년보다 ‘열대야’까지 더 심하다. 기상청 분석결과 7월 22일~8월 7일 서울에는 열대야 현상이 15일이나 발생했다. 열대야가 없던 날은 7월 29일, 이달 3일(24.0도) 등 2일 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의 열대야 발생일수는 5일에 불과했다. 1973~1993년까지 연간 전국 평균 열대야 발생일수는 7.0일에 불과했지만 1994년부터 2015년까지는 13.8일로 2배로 늘었다. 기상청은 “7일 밤부터 광복절인 15일까지도 열대야가 계속될 것”이라며 “이 경우 서울에서는 올해 여름철 열대야 발생일수가 최소 23일에 달하게 돼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열대야가 많은 것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에서 열대야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1994년(36일). 이후 2013년에 23일이 발생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화해·치유 재단’이 28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12월 한국과 일본 정부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외교부와 여성가족부는 28일 “‘화해·치유 재단’이 2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순화동 사무실에서 제1차 이사회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리는 현판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일 정부 간 합의 후 7개월, 설립준비위원회가 꾸려진 후 2개월 만이다. 이사장은 재단설립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해온 김태현 성신여대 명예교수가, 이사진은 김교식 아시아신탁 회장,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 등 10명이 맡는다. 재단은 각 분야의 대표성과 균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최대 5명의 이사를 추가로 인선할 계획이다. 재단은 여성부 산하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된다.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 엔(약 108억 원)을 사용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이 약속한 출연금의 출연 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본격적인 활동은 8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단은 피해자들의 희망을 최대한 반영해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피해자 지원단체는 여전히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주장하며 한일 합의와 재단 설립 자체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재단 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일부 피해자들도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이라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얼마 전 어머니가 집에서 늘 쓰시던 욕실 청소 세제 ‘옥시싹싹’ 대신 베이킹 소다를 사용해 화장실 청소를 하시는 걸 봤다. 이유를 물어보니까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혹시나 손자 손녀의 건강에 안 좋을까 봐 생활화학제품 대신 천연제품으로 바꿨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 아이 엄마가 그릇을 씻을 때 퐁퐁 대신 천연 계면활성제 성분이 들어간 쌀뜨물을 이용하거나 프라이팬의 기름때를 제거할 때 밀가루를 수세미에 묻혀 사용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됐다. 우리 집만 유별난 줄 알았는데 둘러보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생활화학제품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향제, 향수, 세정제 등을 말한다. 요즘 이런 제품들의 신뢰도가 끝도 없이 추락해 바닥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그 시초였고 연이어 방향제 스프레이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 그뿐이랴. 최근엔 얼음정수기 필터(코웨이사)에서 중금속 니켈 성분까지 검출됐고 심지어 공기청정기, 가정용 에어컨, 차량용 에어컨에 사용되는 필터(3M 제조)에서 유해물질(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검출됐다. 소비자들은 마시고 숨 쉬는 것은 물론 일상의 전부에 퍼져 있는 화학제품의 독성 공격에 어쩔 줄을 모르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케미포비아(화학제품 공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조금 유난스럽다는 평을 듣긴 하지만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에 대해 느끼는 공포감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케미포비아는 그동안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생활화학제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외면 현상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말이 됐다. 실제로 신뢰도가 급락한 생활화학제품 중 표백제나 방향제 탈취제 등 대부분의 제품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매출액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제품의 유해성과 관련해 정부나 업계 측 전문가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제품 속에 들어 있는 성분들은 인체에 위해를 가할 정도의 양이 아니며 사용법만 잘 따르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써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설명에는 의사 출신인 필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하나다.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당국자나 업체 측은 주부들에게 한번 물어보시라. 남편과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엄마이자 살림살이를 해야 하는 주부들은 수많은 생활화학제품에 포함돼 있는 첨가제 성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원한다. 가령 전(全) 성분이 표시된 화장품과는 달리 치약과 주방세제 등 생활화학제품엔 전체 성분 표시가 제대로 안 돼 있다. 그나마 성분 표시가 돼 있으면 뭐 하나,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크기로 읽기조차 어려운 이름만 나열돼 도대체 독성 위험이 있는 성분이 무엇이고, 얼마나 함유돼 있고, 적정 사용량은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캐나다와 일부 유럽 국가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들의 성분 함량과 위험도에 따라서 다양한 경고 표시를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안이 온 사람들을 위해 성분 표시의 글씨가 좀 컸으면 좋겠다. 정부 조직도 문제다. 미국에선 환경보건연구소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에 두어 생활화학제품의 인체 유해성 여부 및 역학 조사가 통합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우리는 공산품(세탁세제 탈취제 방향제 등) 품질과 규격 관리는 산업통상자원부, 일부 공산품 유해 화학성분 조사 및 관리는 환경부, 공산품에 포함된 유해 성분으로 인해 인체에 문제가 생긴 경우 역학조사는 질병관리본부, 의약외품인 가습기 살균제 허가와 화장품 성분 관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다. 각 부처에 흩어진 생활화학제품의 허가, 검사, 관리, 역학 등의 업무를 하나로 묶는 컨트롤타워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이진한 정책사회부차장·의사 likeday@donga.com}

이달 초 황달이 심한 갓난아이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아실에 맡겼던 산모 A 씨(33). 이 병원 간호사가 결핵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18일 부랴부랴 아이의 결핵 검사에 응했다. ‘음성’이라는 결과에 안도한 것도 잠시, A 씨의 아이가 이대목동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O산후조리원은 20일 A 씨에게 “아이와 함께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A 씨는 “‘아이가 결핵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활동성 결핵 신생아도 아닌데… 21일 질병관리본부와 이대목동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중환아실을 거친 신생아 166명에 대한 집단 조사가 18일 시작된 이후, 조사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산후조리원이 신생아의 입실을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활동성 결핵’ 환자가 아니라면 타인에게 결핵균을 전파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근거 없는 공포가 번지는 모양새다. 또 다른 산모 B 씨(31)는 입원해 있던 산후조리원에 아이만 남긴 채 혼자 퇴원해야 했다. 아이는 역학조사에서 결핵 환자가 아닌 것으로 판정됐지만 산모는 감염됐을 수도 있다는 논리였다. B 씨가 임신 초기 이미 결핵 검사를 받았고 출산 후엔 결핵에 걸린 간호사와 직접 접촉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뒤가 안 맞는 조치다. 서울 양천구의 D산후조리원은 한 산모가 아이를 이대목동병원에서 분만할 예정이라는 이유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입원 예약을 취소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은 21일까지 이 같은 민원을 4건 접수했고, 실제 피해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열과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난 활동성 결핵 환자일 경우에 기침 등을 통해 주변에 결핵균을 퍼뜨릴 수 있다. 하지만 결핵균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잠복 결핵’ 보균자라면 결핵균이 전혀 전파되지 않는다. 결핵균이 폐가 아닌 림프샘(임파선)이나 내장에 숨어 있어 체외로 빠져나가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 “‘입원 거부’ 조리원 제재해야” 그런데도 산후조리원들이 결핵에 과민 대응하는 것은 활동성 결핵과 잠복 결핵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결핵 산후조리원’ 사건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과 8월 대전 서구와 서울 은평구의 산후조리원에서 간호조무사 2명이 각각 결핵 판정을 받아 신생아 501명이 집단 조사를 받았다. 당시 활동성 결핵이 생긴 신생아는 없었고, 잠복 결핵은 50명으로 나타났다. 이후 당국이 산후조리원 종사자의 건강관리 의무 수준을 높이는 등 감염병 관리 기준을 강화하면서 업계에선 ‘결핵’이라는 단어만 언급돼도 입원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산모와 아이의 입원을 임의로 거부하면 산후조리원을 제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모자보건법과 공정거래위원회 ‘산후조리원 표준약관’엔 산후조리원의 부당한 입원 거부를 막을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일단 “감염 위험이 없는 신생아는 입원을 거부하지 말라”는 협조 공문을 전국 산후조리원에 보낼 계획이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결핵 예방·치료 정책은 강화하되 비과학적인 공포심은 줄일 수 있도록 결핵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적극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1일까지 이대목동병원이 결핵 간호사와 접촉했던 신생아 166명 중 150여 명(90.4%)을 검사한 결과 활동성 결핵 환자는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조건희 becom@donga.com·이진한 기자·의사}

지난해 12월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재상고했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했다. 유전병으로 인한 건강 악화가 심각해져 재판과정을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상고 취하로 이 회장은 더이상의 법적 절차 없이 기존 형이 확정되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실시하겠다고 방침을 밝힌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 19일 CJ그룹은 “이 회장의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더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며, 기업 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 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재상고 취하 사유를 밝혔다.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구속집행 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 머물고 있는 이 회장이 사면 등을 통해 풀려나 본격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호소다. CJ그룹은 재상고를 취하하면서 이 회장이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형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제출했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 현재 스스로 식사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 병이 급속히 진행돼 발과 손의 변형이 심해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의 주치의인 김연수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최근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근육이 거의 소실돼 뇌중풍(뇌졸중) 환자처럼 손가락이 말리는 증상이 심해졌다”면서 “숟가락, 젓가락질을 못 해 스스로 식사하기 힘든 상태”라고 밝혔다. 또 이 회장의 발 역시 손처럼 안쪽으로 말리는 증상이 심해져 현재 부축 없이는 걷지 못하며 이로 인해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실제로 CJ그룹이 19일 공개한 이 회장의 손발 사진을 보면 손가락과 발가락은 구부러져 있고 종아리는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 이 회장의 종아리 근육량은 2012년 말보다 26%가량 줄었다. 김 교수는 “이 회장은 몸에 무리를 안 주면서 근육을 키우는 수중치료 시설, 무중력 트레드밀 등 전문시설을 갖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대병원에는 이런 시설이 없다. 또 키 168cm인 이 회장의 현재 몸무게는 52kg으로 2013년 8월 신장이식 수술 이전보다 8kg가량 줄었다. 부인으로부터 이식받은 신장의 거부 반응이 계속 나타나는 것도 문제다. 이식 거부 증세를 완화시키려고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다 보니 이 회장의 면역능력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그만큼 감염 우려도 크다. 심리적 압박도 병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2013년 7월 횡령 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후 이 회장은 3년 동안 재판과 투병을 이어왔다. 지난해 8월에는 아버지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사망했다. 어머니인 손복남 여사는 이 회장이 파기 환송심에서 실형을 받은 이후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져 현재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가족의 상황은 이 회장이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감, 무기력증에 시달리게 하는 원인이 됐다. 이 회장은 최근 “내가 이러다 죽는 거 아니냐, 살고 싶다”며 주변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 회장의 가족은 최근 재상고 취하를 적극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CJ그룹은 투자 규모가 위축됐고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연초 계획한 투자액 3조2000억 원 중 2조6000억 원만 사용했다. 2014년에도 투자 목표액은 2조4000억 원이었으나 실제 집행한 금액은 1조9000억 원이었다. 지난해와 올해는 그룹 차원의 투자 계획을 아예 세우지 못했다. 최근 CJ헬로비전 매각 무산에서 보듯 계열사 재편을 통해 문화 산업과 콘텐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오너가 있었다면 CJ헬로비전 매각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많아졌을 때 좀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이진한 기자 의사}

일반적인 상업제품과 달리 사람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은 여러 단계의 심사 과정을 거칩니다. 심사에는 보통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십 개월까지 걸립니다. 하지만 신약이 기존 약에 비해 생존율을 월등히 높이거나 심한 부작용의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 기다리는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보다 빨리 신약을 접할 수 있도록 심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신속심사’ 제도입니다. 신속심사 제도는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신약후보물질이 FDA에 의해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면 우선순위 의약품의 경우 표준 심사 주기인 12개월이 아닌 8개월 이내에 심사를 진행하거나 2상만으로 품목허가 여부를 결정짓습니다.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그만큼 신약의 효과와 이로 인한 환자 혜택이 명백해 보이기 때문인데, 최근 미국에서 신속심사를 받은 신약들을 살펴보면 어떤 신약들이 의미 있다고 가늠되는지 이해하기 쉽습니다. 가령 노바티스의 심부전치료제 ‘엔트레스토’는 그 효과를 인정받아 8개월 만에 신속심사를 받고 지난해 7월에 미국에서 시판을 허가 받았습니다. 이 약은 심혈관계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20% 감소시키는 등 뚜렷한 효과를 입증 받은 약입니다. 국내에는 4월에 도입됐습니다. 최근 또 다른 사례로는 얀센의 다제내성 결핵 치료제 ‘서튜러’를 들 수 있습니다. 수십 년 만에 개발된 이 약은 미국 FDA의 신속심사로 2012년 2상 임상만으로 허가됐습니다. 다제내성 결핵은 전염성이 강하고 약 3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입니다. 약제를 여러 개 복용하는 것 외에 별다른 치료책이 없었는데, 서튜러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에서 기존 치료 대비 2배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였습니다. 국내에서는 2014년 3월에 도입됐으며 올해 7월부터 치료비 전액이 건강보험급여 지원이 돼 환자는 무료로 복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선 2001년부터 신속심사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FDA와 마찬가지로 신약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약품 허가 시 필요한 제출 자료의 일부를 시판 후에 제출해 기간을 단축합니다. 의약품에 따라 FDA와 국내에서 신속심사를 받은 의약품은 다르지만, 적시에 의약품을 공급해 국민에게 폭넓은 치료 기회를 보장하고자 하는 의미는 같습니다. 국내에서 최근 신속심사를 받은 의약품은 3년간(2013∼2015년) 희귀의약품, 항암제 등 총 35품목입니다. FDA 및 국내의 신속심사를 받은 의약품은 의료진, 환자의 기대가 크고, 오래 기다렸던 치료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약들을 환자가 조금이라도 빠르게 만나볼 수 있도록 심사 기간을 단축한 만큼 실제 의료현장에서 잘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 및 의료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폴크스바겐이 지금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 3대 중 2대는 정부에 허위인증을 받는 등 속여 판매한 차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검찰수사 과정에서 인증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난 폴크스바겐 32개 차종에 대한 판매정지 등 행정처분 명령을 이달 중 내리겠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환경부에 보낸 수사결과 공문에 따르면 폴크스바겐 국내법인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소음·배출가스 등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허위로 받은 인증은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달했다.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이들 차량은 국내에서 총 7만 9000여 대가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차종은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조작으로 적발된 15개 차종(12만5000여 대 판매)과도 다른 차종이다. 이에 따라 폴크스바겐이 정부에 허위인증을 받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난 차량수를 모두 더하면 약 20만4500여 대에 이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본격적으로 국내 판매에 돌입한 2007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은 약 30만 대로 추정된다. 즉 국내 도로를 주행 중인 아우디·폴크스바겐 차량 중 68.1%가 소음과 배출가스와 관련된 서류를 조작한 차량인 셈이다. 환경부는 서류 인증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새로 드러난 32개 차종, 79개 모델과 관련해 인증취소와 판매금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32개 차종 중 이미 배출가스 기준이 현행인증기준 보다 낮아 이미 판매가 중단된 ‘유로5’ 기준 경유차종 등 5개 차종을 제외하고 인기모델인 ‘티구안 2.0 TDI BMT’ 등을 포함하는 27개 차종은 현재 판매 중인 차량이다. 환경부는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계획을 12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에 통보하기로 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행정처분을 예고한 뒤 10일 이내에 업체의 소명을 듣는 청문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22일까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소명을 들은 뒤 이달 중으로 인증취소 처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인증취소 대상 차량은 소음과 연비서류 조작, 무인증 차량 반입 등 심각한 법적 문제가 검찰 수사에서 명백하게 드러난 만큼 행정처분 결정을 늦출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인증취소 대상이 된 32개 차종은 배출가스 조작차량과 달리 결함시정(리콜)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은 다소 낮은 편이다. 환경부는 허위인증과 부품결함은 다르다고 보고 신중한 입장이다. 만약 리콜명령까지 내려지면 최근 강화된 규정에 따라 차주는 반드시 리콜을 받아야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차량정기검사에서 탈락시키는 등 제재가 가해지나 이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한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환경부가 행정처분 내용을 확인한 뒤 법적대응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대책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려했던 상황 중 최악의 상황이지만 소명절차도 남아있으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은택 기자nabi@donga.com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임현석기자 lhs@donga.com}

지난달 25일 부산 해운대에서 250여 명의 폐암 환자와 보호자, 의사들이 2km 남짓 거리를 함께 걷는 ‘파란풍선 마라톤 걷기대회’가 열렸다. 17년째 한국인의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의 예방과 금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대한폐암학회가 마련한 행사였다. 2km는 살짝만 걸어도 숨이 찬 폐암 환자들에게는 아득하게 멀고 긴 거리다. 하지만 이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걷고 또 걸었다. 걷는 곳곳에서 폐암 전문의와 부산 지역 고교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교통정리와 길 안내를 하며 한마음이 됐다. 폐암은 다른 암과는 달리 초기에 통증 같은 증세가 없어서 가장 늦게 발견되는 대표적 암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유명한 ‘글리벡’ 같은 혁신적인 치료제도 없다. 최근 면역항암제가 나와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었던 폐암 환자에게 구원의 손길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면역항암제가 마법의 약처럼 폐암 치료의 새 길을 열었다고 믿는 분들에게 죄송한 이야기를 하자면, 작년 한국에 들어온 이 약은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고 폐암 환자의 평균 수명은 늘리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효과에 대한 검증도 안 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폐암 등 많은 말기 암 환자는 기존 항암제로 치료를 받다가 결국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선다. 더 독한 항암제로 치료를 계속 받을 것인지 아니면 호스피스를 통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말이다. 대다수 말기 암 환자는 여러 가지 항암제를 사용해 보다가 결국은 병원 또는 집에서 힘들게 삶을 마감한다. 절망 속의 말기 암 환자 7명 중 1명(13.8%)은 덜 고통스럽게, 좀 편안하게 삶을 정리하고자 호스피스 병동을 선택한다. 국내 호스피스 병상은 현재 1100개 정도 된다. 국내 호스피스를 활성화하려면 병상 수가 적어도 2500여개는 돼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인기가 많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의 경우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만 겨우 입원이 가능할 정도다. 적잖은 환자가 병원 밖에서 입원실을 기다리다 죽음을 맞거나 입원하자마자 세상과 작별을 하는 셈이다. 물론 병상 수만 늘리는 게 최선은 아니다. 병동의 질적 관리, 지역적 안배를 통한 효율적인 시스템 마련, 가정 호스피스 활성화 등이 병행되는 종합적인 호스피스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창석 서울대병원 원장은 40병상의 호스피스 병동을 만들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학병원급으로는 꽤 큰 규모로 상당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암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10병상 정도의 호스피스 병동을 어렵게 만든 걸 보면 서울대병원이 얼마나 힘든 결심을 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올해 1월 국회에서 웰다잉법이 통과되면서 많은 말기 암 환자가 품격 있는 죽음을 맞기 위한 호스피스 제도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법 통과 후 반년이 지났음에도 연명치료나 호스피스와 관련해 정부가 추가로 내놓은 조치는 거의 없다. 웰다잉법 시행은 내년 8월부터지만 당장 말기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겐 시간이 없다. 치료의 지속 여부를 본인이 결정하는 연명치료 문제도 병원마다 기준이 달라 혼선이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웰다잉법 관련 부서가 호스피스 정책은 질병정책과, 연명치료는 생명윤리과로 이원화돼 있는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한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 마련과 정책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서는 조직 통합이 먼저라는 것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 통과 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친형이 연명치료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속히 웰다잉법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고 있다.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극심한 통증으로 삶의 질까지 떨어뜨리는 척추질환 때문에 수술을 받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척추질환으로 인한 수술은 2014년 14만1456건에서 2015년 14만5181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척추 수술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다. 이를 ‘척추 수술 후 통증증후군(Post Spinal Surgery Syndrome·PSSS)’이라고 부른다. 이 증후군에 대해 신경외과 전문의로 대통령 의료자문의를 맡고 있는 고도일 병원장의 도움말을 통해 자세히 알아본다.수술 후에도 계속 되는 허리통증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사는 주부 박모 씨(60)는 몇 년 전부터 계속되는 요통과 다리통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점점 심해지는 통증으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박 씨는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받았다. 수술 뒤 한동안 통증이 나아지는 듯했지만, 최근 들어 허리와 다리로 뻗는 통증이 재발했다. 다시 병원을 찾은 박 씨는 척추 수술 후 통증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척추 수술 후 통증증후군은 척추 수술을 시행한 뒤에도 요통, 하지통, 저림증 등의 증상이 남아 있거나 재발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단순한 한 가지 원인의 요통이 아니라 수술 후 변형된 뼈나 관절의 이상, 근육의 변화, 신경장애 및 심리적 요인 등 여러 복잡한 요소들이 관여하는 상태의 통증이다. 이러한 증후군이 나타나는 주 원인은 △수술로 손상을 입은 디스크나 주변 조직이 충분히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하는 등 좋지 않은 자세를 장시간 취할 때 △수술 부위의 염증과 수술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신경손상 혹은 수술 부위에 유착이 있을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또 허리 근육의 약화 및 위축, 척추 인대의 약화, 수술 뒤 퇴행성 진행에 의한 척추관협착증, 척추 구조가 불안정해지는 경우 등도 원인이 된다.풍선확장술-신경성형술 각광 척추 수술은 최후의 치료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만큼 큰 마음을 먹고 수술을 받는다. 하지만 수술 후 통증이 재발하면 다시 척추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환자들의 심리적 고통은 더욱 크고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최근 척추 수술 후 재발되는 통증을 조절하는 데 비수술적 치료방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 방법으로는 ‘풍선확장술’과 ‘신경성형술’이다. 고도일 병원장은 “실제 수술을 필요로 하는 척추질환은 전체 척추질환 중 약 5%에 불과하다”면서 “척추 수술 후 통증증후군 환자와 일반 척추질환 환자는 풍선확장술, 신경성형술과 같은 비수술 치료를 통해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풍선확장술은 풍선확장 기능이 장착된 특수 카테터를 이용해 치료하는 비수술 치료법이다. 카테터 끝에 달린 풍선을 이용하여 협착 부위를 넓혀준 뒤 협착 부위와 신경 사이의 유착을 녹이는 효소제와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의 염증 및 부종을 줄여주는 항염증제를 주입하는 치료법. 신경성형술은 마찬가지로 카테터 끝을 이용해 유착을 풀어준 뒤 유착방지효소제와 항염증제를 주입해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과 부종, 신경 주위의 유착을 치료하는 비수술치료법이다. 풍선확장술과 신경성형술은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로 시행되고, 출혈과 흉터가 거의 없으며, 실시간 영상장치(C-Arm)와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영상을 함께 보고 시술하므로 보다 정확하고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특히 고령과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해 환자들에게 치료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요통환자 위한 ‘요통정복’ 고 병원장은 허리가 아픈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허리운동법을 담은 ‘요통정복’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요통과 관련된 ‘코어근육’ 강화를 통해 빠른 치료 효과와 재발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운동법들이 수록되어 있다. 코어근육은 우리 몸의 ‘핵심이 되는 근육’으로, 척추를 중심으로 허리와 골반 및 엉덩이와 허벅지 부위의 몸 깊숙한 곳에 자리한 ‘심부근육’을 말한다. 이러한 코어근육을 강화시키면 우리 몸의 중심이 바로잡히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허리를 안정적으로 지지해줘 척추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된다. 고 병원장은 “이 책에는 스스로 그 운동법을 직접 해보고 얻은 변화 및 결과에 대한 확신과 주변인을 통해 도출한 많은 임상 결과가 담겨 있다”며 “병원과 거리가 멀어 통원치료가 어려운 지방 및 해외 환자들의 경우 운동법을 병원에서 배운 후 귀가해 책을 보고 꾸준히 따라 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교통사고, 자상 등으로 인해 생기는 출혈성 중증 외상 환자는 1시간 이내(골든타임)로 병원을 찾아야 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인 조현민 흉부외과 교수(사진)는 “국내 중증외상 환자 중 적절하게 치료하면 살릴 수 있었을 사망자 비율이 35%에 이른다”고 27일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경우 15∼20%인 것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조 교수는 “외상 환자의 골든타임인 1시간을 넘기지 말아야 된다”면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미국의 가브리엘 기포드 전 하원의원도 사실 총상이 발생하고 15분 이내에 바로 수술을 했기 때문에 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심한 외상 뒤 15분 안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이 살고 30분이 지나면 50%가 사망하고 1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개원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중증 외상으로 온 환자들을 선진국 수준으로 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중환자실 50병상, 일반병상 80개, 수술실 6개, 응급실 병상 12개, 외상전용의 소생실 2개 등을 갖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외상센터이다. 국내 권역외상센터는 부산대병원 말고도 아주대병원, 인천 길병원, 원주 세브란스병원, 단국대병원, 대전 을지대학병원, 광주 전남대병원, 목포 한국병원, 울산대병원 등 9곳이다. 하지만 독립된 건물을 소유한 곳은 부산대병원과 아주대병원 등 두 곳뿐이다. 이들 센터는 신속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절한 최신식 장비들을 구비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대표적이다. 이 센터에 있는 GE헬스케어의 레볼루션 컴퓨터단층촬영(CT)의 경우 고해상도 영상 이미지를 제공하고 빠른 촬영 속도를 자랑한다. 전신 CT 촬영 시 걸리는 시간은 5초면 가능하다. 더구나 소아 외상 환자 등에게는 저선량 기술을 통해 방사선 피폭도 최소화했다. 이외에도 급속혈액가온주입기, 이동형 환자감시장치, 이동형 인공호흡기 등 외상 환자에게 적절한 최신 장비들을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외상센터 필요성에 대한 국내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조 교수는 “서양은 1950년대부터 외상센터를 만들어 시스템을 발전시킨 반면 우리는 5년 전 아덴 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이후 이제 외상센터를 시작한 걸음마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턱 없이 부족한 외상 전문의 인력 양성이 시급하고 권역별 외상센터 중심으로 지역 기반의 외상센터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봄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가 사계절 내내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로 익숙해 진지 오래다. 뚜렷한 해결책이 없으면서 나도 모르게 내 몸속에 축적되어 호흡기 질환, 눈 질환, 알러지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는 미세먼지는 국제적으로도 큰 환경 문제로 대두돼 있있다. 특히 호흡기 깊숙이 있는 폐포에 흡수된 미세먼지는 염증을 일으키며, 이러한 염증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폐포의 기능이 저하돼 벽이 두꺼워지거나 탄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폐포의 손상은 폐기능 저하로 이어져 만성폐질환으로 연결되거나 기존의 폐질환을 더욱 악화시킨다. 그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에 붙은 독성물질은 폐포의 모세혈관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고 백혈구 등 면역 반응 물질을 활성화시켜 신체 내 염증을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게 되면 혈액 내 응고물질이 증가해 혈전이 생기거나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급성 심근경색, 심장마비 혹은 뇌중풍(뇌졸중) 등과 같이 위중한 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지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엔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많은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녹차가 황사와 중금속 등의 미세먼지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깔끔한 맛과 부드러운 풍미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녹차에 함유된 카테킨은 호흡기에 흡착된 중금속 등의 유해성분을 직접 제거할 수는 없으나, 체내 흡수를 막고 항산화 작용으로 중금속에 의해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또한 폐 속에 침투한 미세먼지로 인해 일어나는 각종 염증 반응을 억제시키며, 카테킨의 킬레이팅(chelating) 효과를 통해 호흡기, 소화기 내 중금속을 배출시키는 역할도 한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오염도가 높은 아침과 저녁에는 가급적 외출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직장이나 학교생활 등 활동이 많은 시간이기 때문에 외출 시에는 꼭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염증 작용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분섭취와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담배를 피운다면 흡연량을 줄이거나 금연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경기 안산에 사는 김준겸 씨(91)는 요즘 즐겁게 제2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 5년간 허리통증에 시달리다가 최근 치료를 받고 통증이 없어진 것은 물론이고 도움 없이도 걸어 다닐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꽤 먼 거리를 혼자서 걷기도 하고, 안산에서 평택까지 재활을 위해 통원치료를 다닐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김 씨는 올해 2월 설 명절에 다리가 땅겨 화장실도 못갈 정도로 통증이 심해 차례를 지내를 것도 포기했었다.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경기 평택의 PMC 박병원의 박진규 병원장에게 100% 관절을 보존하는 ‘ULBD(Unilateral laminectomy for Bilateral Decompression)’ 법으로 치료를 받았다. 기존 수술법은 눌린 신경을 풀어줄 때 척추뼈의 신경공(척추신경이 지나가는 구멍)을 넓히는 등 뼈에 손상을 줬지만 이 수술법은 그러한 손상없이 척추뼈의 옆쪽으로 접근해 거기서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수술법이다. 수술 전 김 씨가 받은 진단명은 척추 전방전위증을 동반한 ‘척추협착증’. 김 씨는 “나이가 있어 수술을 할 엄두도 못 내고 주사로 통증을 치료하려 했는데 통증이 사라지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서 “이제 통증이 없으니 행복하다”고 말했다.수술 필요한 고령의 환자에게 적합 김 씨는 2011년부터 다리가 땅기는 등 통증을 느꼈고, 올해 들어서는 왼쪽 다리를 쓸 수 도 없고 앉아도 아프고, 허리를 구부려도 아픔을 느꼈다. 안산, 서울, 대전, 인천 등의 소문난 여러 병원을 찾아 신경치료도 받아보고 한의원도 다녀 봤지만 모두 소용 없었다. 대학병원에서는 ‘척추유합술’을 권유했다. ‘척추유합술’은 불안정한 척추를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수술로 전신마취에 5, 6시간의 긴 수술로 수혈까지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물론 척추협착증은 초기에는 약물치료, 주사 치료 등으로 가능하고 중기에는 ‘풍선 확장술’ 같은 치료법도 있다. 그러나 협착이 심한 환자는 부득이하게 수술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척추 관절에 손상을 주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는 ‘ULBD’수술을 박 원장은 김 씨에게 권했다. 고령의 나이임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이 수술법은 특히 수술이 불가피한 퇴행성 전방전위증을 동반한 ‘척추 협착증’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으로 척추관절 손상을 최소화하며 보존하므로 척추관절 손상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척추 관절 손상 없는 최소 침습법 PMC 박병원 신경외과 연구팀은 척추관 협착증을 부작용 없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인 ULBD 치료법의 임상 결과를 2014년 10월 1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대한신경외과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즉, 척추 관절 손상 최소화하여 임상적으로 매우 우수한 수술법임을 입증한 것이다. 허리 수술 후에 발행할 수 있는 전방전위증(척추뼈가 어긋나 통증을 유발하는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 척추관절 보존이 그동안 의학적인 과제였는데 ULBD 수술법이 이를 해결해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 병원장은 “ULBD는 척추 전방전위증을 동반한 협착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최소 침습적인 방법”이라며 “그동안 시행해 온 척추유합술을 대체하는 수술법으로 척추 관절을 완벽하게 보존하는 데 좋은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대표적인 퇴행성 척추질환 보건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에 척추 협착증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약 134만 명(남자 48만 명, 여자 86만 명)이다. 나이 들면서 척추관 주위 조직의 비대로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수신경이 뼈나 인대에 눌려 통증이 발생한다. 선천적으로 좁은 신경관을 갖고 태어나는 게 원인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 후천적 퇴행성 변화로 후관절, 황색인대 등의 척추관절 부위가 커져 발생한다.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장 흔한 것이 허리통증이고 다리가 터질듯 아프거나 엉덩이와 허벅지가 땅기고 점차적으로 무릎 아래에서 발바닥까지 저리고 시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디스크(추간판 탈출증)’와도 비슷해 감별진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쉬면 통증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밤에 종아리가 많이 아프고 발끝이 저린 증상이 나타나면 제일먼저 이 병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보통 40대에 시작해 50, 60대에서 점차 심해지고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국내에서 치료는 60대 이상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50대 여성의 경우는 대부분 폐경 이후 척추 자체의 퇴행성 협착증뿐만 아니라 노화 현상과 함께 호르몬의 변화로 인대가 필연적으로 늘어남으로써 척추 전방전위증이 잘 발생한다. 신경관이 심하게 좁아져 통증이 심각한데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통증의 악화로 인한 보행 장애는 물론이고 신경병증으로 인한 감각마비나 대소변 장애, 하지근력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예방법은 수영, 자전거 타기, 가벼운 걷기 등 허리근육 강화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이나 조깅 등 척추관절에 하중을 증가시키는 운동은 협착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일부 과이긴 하지만 2, 3분 진료가 아닌 15분 진료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중한 상태가 아니니 동네병원에 가서 진료받으시면 됩니다.” 서울대병원이 ‘환자가 최고’인 병원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병원의 수장 서창석 병원장이 병원의 조직과 인사 전반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서 원장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대통령 주치의에서 서울대병원장으로 직행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 속에서 병원 수장에 올랐다. 하지만 그가 분당서울대병원 원장에 서울대병원 역사상 처음으로 비서울대 출신(경북대 의대)인 전상훈 흉부외과 교수를 내세우고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원장에 40대인 김병관 교수(49)를 발탁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자 그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보라매병원의 보직교수는 모두 40대로 채워졌다. 또 본인과 병원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선배이자 유방암 수술의 대가인 노동영 교수는 서울대병원 헬스케어시스템강남센터원장으로 임명해 화합의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을 받는다. 서울대병원 K 교수는 “서울대병원은 학연 지연 등으로 뭉친 카르텔과 같은 조직이 있어 그동안 개혁적 성향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 혁신적인 인사를 단행하기 힘들었다”며 “서 원장의 파격적 인사는 세대교체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2008∼2013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기조실장으로 있으면서 분당서울대병원을 ‘빅5’ 병원으로 키운 주역이다. 특히 의사가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정보를 확인하고 처방도 내릴 수 있는 의료정보 시스템 2.0을 개발했다. 이런 혁신 시스템들을 고스란히 서울대병원에도 만들 계획이다. 최근 국립대병원으로는 처음으로 호흡기내과(임재준 교수), 암병원 암맞춤치료센터(종양내과), 폐암조기진단클리닉,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 클리닉 등에선 환자당 10∼15분 진료를 시작하고 있다. 기존 2, 3분 진료에서 무려 5배가량 더 많은 시간을 환자 진료에 쏟는 셈이다. 서 원장은 “공공기관으로서 못 했던 권역응급센터 재인증 및 40병상 규모의 호스피스병동을 운영하고, 증상이 경미한 환자는 1차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대신 중증질환 및 희귀질환을 책임지는 진정한 4차 의료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다는 서울대 의대도 마찬가지다. 당장 내년부터 본과 2학년을 대상으로 11주 동안의 연구전담학기제를 만들어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는 분야에서 연구를 집중하도록 할 방침이다. 학생들은 KA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국의 로체스터대 의대, 네덜란드의 에라스뮈스대 의대 중 한 곳을 선택해 연구를 진행한다. 올해부턴 본과 1학년을 대상으로 의사의 리더십을 고양하는 ‘인문사회의학’도 개설했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은 “상위 1%의 학생들이 서울대 의대에 지원하고 있지만 그동안 훌륭한 인적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환자를 진료하는 교육에만 치중했었다”면서 “앞으로는 인문학적 교육 등 보다 깊이 있고 다양한 교육을 통해 미래의 글로벌 지도자로서 국가의 이익과 사회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진정한 최고의 인재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장면 1. 미혼인 A 씨는 유방암 생존자다. 힘든 수술과 항암 치료까지 견뎌내고 무사히 일상생활로 돌아왔지만 ‘가슴’은 지켜낼 수 없었다. 암이 커서 가슴을 모두 잘라내는 수술(전절제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권유로 유방외과를 찾은 A 씨는 상담 후 다시 한 번 좌절했다. 담당 의사는 가슴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몸의 다른 곳에 흉터를 크게 남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A 씨가 이미 극복했다고 생각한 유방암의 상흔이 너무 깊게 남았다. #장면 2. B 씨도 유방암 생존자다. B 씨 역시 마찬가지로 진단 시 수술이 불가능한 크기의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B 씨는 가슴 전체를 절제하지 않고 암을 제거할 수 있었다. 수술 전에 항암제 투여를 통해 암의 크기를 줄이는 치료(수술 전 항암치료)를 받았더니 암 크기가 커서 불가능했던 수술이 가슴을 보존할 수 있을 정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B 씨는 수술과 항암 치료를 잘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암이 나아도 아물지 않는 ‘사라진 가슴’의 상처 16년 전인 2000년 유방암에 걸리면 10명 중 7명은 가슴을 모두 도려내는 수술(전절제술)을 받았다. 암을 치료하고 나서도 사라진 가슴으로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필연적으로 신체적인 정신적인 후유증이 생겼다. 가슴을 절제하면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거나, 어깨와 다리에 비대칭이 나타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신체적 고통만큼이나 여성성의 상징인 가슴에 손상을 입었다는 생각에 심리적인 후유증도 상당하다. 수술 상처가 남은 가슴으로 향하는 주위의 시선이 불편해 환자들은 새벽 시간에 몰래 목욕탕에 나서기도 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목욕만이라도 편히 하자는 취지에서, 유방암 환우회에서는 찜질방을 통째로 빌려 단체로 목욕을 하는 행사도 있었다. 하지만 약 10년 전을 기점으로 유방암 치료 경향이 바뀌고 있다. 가슴 전체를 절제하지 않고, 암만 제거하는 유방보존술의 시행 비중이 2006년을 기점으로 역전되기 시작한 것. 2013년엔 유방암 환자 가운데 가슴을 모두 잘라내는 수술을 받는 환자(32.4%)보다 유방을 지키면서 암만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환자(67.1%)의 비중이 2배가량 많아졌다.오래 지켜보니 ‘별 차이 없다’ 유방암 환자가 치료 후에 재발 하지 않고 오랫동안 생존하는 데, 가슴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이 나은지 아니면 암만 제거하고 가슴을 보존하는 수술이 더 유리한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답은 ‘굳이 모두 절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김건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조기 유방암 환자들을 20년 동안 추적 관찰한 대규모 비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방 보존 수술을 받은 환자와 유방을 모두 절제한 환자 간의 장기 생존율에 차이가 없는 것이 확인됐다”며 “유방암에 걸리더라도 가슴을 보존하며 치료를 받은 환자들도 오랜 기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가슴을 절제하지 않고도 유방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된 배경엔 조기 유방암 증가로 수술 방법의 변화와 방사선 치료의 발전, 그리고 수술 전에 미리 항암제를 투여하는 ‘수술 전 항암치료’의 사용이 영향을 미쳤다. 항암제 미리 썼더니 수술 성적도 쑥 올라 학년이 올라가기 전에 앞으로 배울 과목을 미리 공부하는 것을 ‘선행학습’이라고 하듯이 암 치료에도 선행항암치료가 있다. 바로 수술 전 보조요법이다. 유방암의 경우 우선 수술을 통해 종양을 최대한 잘라낸다. 이후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암을 없애기 위해 항암제를 투여하거나 방사선 치료 또는 호르몬 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 그러나 수술 전 보조요법의 경우 수술보다 항암제를 먼저 사용한다. 특히 유방암의 경우에는 수술 전에 항암치료를 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먼저 암의 크기가 줄기 때문에 가슴 전체를 절제하지 않고 유방보존수술을 받을 수 있다. 또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에서도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수술 전 항암제를 통해 암이 얼마나 줄어드는 지 수술 시 확인이 가능하여 일부의 환자에서는 수술로 떼어낸 조직에서 암이 전부 없어지는 ‘관해’가 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선행 요법으로 관해가 온 환자는 재발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기 유방암 중에서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HER2)가 유난히 많은 환자의 경우 HER2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치료제를 같이 사용할 경우 절반 이상의 환자가 관해를 경험하며, 암이 재발하지 않는 상태가 더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