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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비핵화 의제와 관련해 “이제 남북 간의 새로운 선언이나 합의를 더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흉금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이번 회담의 목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7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말한 뒤 “비핵화 문제는 우리가 주도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비핵화 조치 요구와 북측의 적대관계 청산, 안전보장을 위한 상응 조치 요구 사이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대화를 나눠 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판문점선언과 같은 공동선언문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공동선언문을 내는 대신 판문점선언 실천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합의를 내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판문점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에는 합의한 만큼 여기서 더 진전된 김정은의 구체적인 비핵화 관련 약속을 받아내는 데 집중해 남북 정상회담을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대화 재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두 정상 간 얼마나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에 대해 어떤 합의가 나올지, 또 그런 내용이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구두 합의가 발표될지는 블랭크(blank·빈칸)”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은 전적으로 평양에서 진행될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논의와는 별개로 김정은과 포괄적인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인한 긴장과 무력 충돌의 가능성, 그리고 전쟁의 공포를 우선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8시 40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출발해 오전 10시쯤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다. 도착 후 오찬을 한 뒤 곧장 김정은과 첫 정상회담을 하고 19일엔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다. 임 실장은 “정상회담이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회담 후 합의 내용을 발표하는 공동 기자회견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직접 문 대통령을 영접하며 의장대 사열 등 공식 환영행사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공식 환영식과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비롯해 2박 3일간 최소 7번가량 김정은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가 정상 간 의제로 올라온 적은 없었다. 반면 이번에는 비핵화라는 무거운 의제가 정상회담을 누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하루 앞둔 17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번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청와대 역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패가 결국 비핵화에 대한 어떠한 진전된 조치를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것. 진전된 비핵화 조치 없이는 문 대통령이 바라는 “북-미 간 접점 찾기”를 시작도 못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은 2박 3일 일정의 방북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文 “남북 간 새 선언이나 합의, 중요치 않아”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회담에서 두 가지 문제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첫째는 남북 사이에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인한 긴장과 무력충돌 가능성, 그리고 전쟁의 공포를 우선적으로 해소하는 것, 둘째는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저는 이제 남북 간의 새로운 선언이나 합의를 더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선 두 차례의 평양 정상회담에서 6·15 및 10·4 남북 공동선언을 채택한 것과 달리 이번 방북에선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이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정치적 선언문을 채택하기보다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구속력 있는 합의문 채택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임 실장 역시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로 남북 관계 개선,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촉진,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전쟁 위협 종식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도 비핵화 논의에 대해선 “구체적 진전에 대한 합의가 나올지는 모든 것이 블랭크(빈칸)”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비핵화) 문제는 우리가 주도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비핵화 조치 요구와 북측의 적대관계 청산과 안전 보장을 위한 상응 조치 요구 사이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북에서 어떤 식으로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계속 대화 테이블에 붙잡아둘 수 있는 추가적 비핵화 카드를 김정은에게서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7일 통화를 해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 장관이 정상회담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을 항목별로(item by item) 40분간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같은 날 외교부를 방문해 이도훈 한반도교섭본부장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로 대화 기조 유지할 듯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이번 회담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 관련 조치에 대해서는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 실장은 “무력충돌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전쟁의 위험을 해소하는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남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육해공 무력충돌 방지와 적대행위 금지 방안을 골자로 한 ‘포괄적 군사합의서’를 채택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 군 최고 관계자가 합의서에 서명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서엔 남북 군 수뇌부와 상급 부대 간 핫라인(직통전화) 가동 등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다양한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치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만약 비핵화 논의의 성과가 없더라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로 북-미 협상의 끈을 유지하겠다는 ‘플랜B’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를 줘서 북-미 대화의 판을 완전히 깨진 않겠다는 것이다. 임 실장 역시 “남북 간의 (군사적) 합의 진전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등을 촉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또 다른 관심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재(再)조우다. 남북 정상은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5월 26일 ‘원 포인트’ 정상회담을 다시 가졌지만 이 자리에 부인은 동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함께 방북길에 오르는 김 여사는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아동병원과 음악종합대학을 참관하는 별도의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북측에서 누가 김 여사의 일정에 동행할지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리설주가 동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4월 정상회담에서도 공식 회담 등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오후 6시경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만나 합류했다. 만찬이 열리기 전 남북 정상 부부는 별도의 회동을 갖고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리설주가 김정은을 향해 “우리 남편이”라고 호칭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상 부인의 조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앞선 2000년과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퍼스트레이디 회동’이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배우자를 각종 행사에 동참시키지 않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북한 여성계 인사 등과 일정을 소화했다. 한편 청와대는 17일 방북단에 포함됐던 양양중 3학년 김규연 학생의 방북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선발대가 김규연 학생과 (북측에 있는) 큰할아버지의 만남이 성사되지 못하게 됐다고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먼저 도착해 있는 우리 측 선발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 등 선발대 인사들은 17일 오전 7시 30분부터 평양 일대를 돌며 사전 답사에 나섰다. 앞서 정부 및 청와대 공동취재단 선발대는 16일 오전 6시 50분 경의선 출입사무소를 통과해 북측이 제공한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오전 8시 20분 개성에서 출발해 평양까지 약 170km를 달렸다. 개성에서 평양까지는 왕복 4차선 도로가 놓여 있었지만 폭우 등으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버스는 시속 60km 이상을 내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평양에서 타게 될 전용 방탄 차량도 선발대와 함께 이동했다. 낮 12시 30분경 선발대는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측 소장의 영접을 받았다. 전 부위원장은 “많이 준비해서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9·9절 등) 큰 행사가 많아서 힘들었겠다”고 말했고 전 부위원장은 “성대하게 잘 치렀다. 바빴다”고 답했다. 선발대는 16일 오후에 1차 답사를, 이날 오전 2차 답사에 나섰다. 고려호텔 2층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도 17일 개소했다. 프레스센터에는 ‘서울직통’이라고 적힌 유선전화 등이 마련됐다. 평양 거리에서 정상회담과 관련한 현수막 등 상징물은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18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첫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평양 순안공항 등에서 대규모 예행연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평양=공동취재단 /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평양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는 정치인과 경제인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계와 종교계 등의 다양한 분야 대표가 모두 포함됐다. 체육계에선 차범근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현정화 탁구대표팀 감독 등이 포함됐다. 차 전 감독의 방북단 포함은 2034년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를 북한에 공식적으로 제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계에선 북한 유적 답사를 추진 중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방북길에 동행한다. 국내 양대 노총 대표인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수행단에 포함됐다. 가요계에서는 가수 지코와 에일리, 작곡가 김형석 씨가 평양을 방문한다. 이들은 4월 판문점 회담에서 공연된 ‘봄이 온다’의 후속으로 북한 예술단과 함께 ‘가을이 왔다’ 공연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봄이 온다’는 제목으로 펼친 우리 예술단의 4월 평양 공연, 그리고 4·27 정상회담 만찬 공연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남북 겨레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감동적인 공연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별수행원에는 청년 대표들도 포함됐다. 양양중 3학년 김규연 양과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 중인 숙명여대 2학년 이에스더 씨다. 평양에서 열린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수행원 중 역대 최연소인 김 양은 지난달 금강산에서 열린 2차 이산가족 상봉 때 큰형님을 만나기 위해 방북한 할아버지 김현수 씨를 통해 북한의 큰할아버지에게 손글씨 편지를 전해 화제가 됐다. 임 실장은 “규연 양이 정상회담에 동행해 북에 계신 큰할아버지를 직접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두 사람은 우리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일궈 갈 통일의 주역들이라는 의미를 담아 초청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국내 기술로 설계 건조된 장보고-Ⅲ(3000t급) 잠수함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3320t)의 진수식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및 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4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렸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3000t급 잠수함 보유국(미국, 러시아, 중국 등 10여 개국) 대열에 합류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도산안창호함이야말로 이 시대의 거북선이며 국방의 미래”라면서 “바다에서부터 어느 누구도 감히 넘보지 못할 철통같은 안보와 강한 힘으로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화는 결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평화는 우리 스스로 만들고 지켜내야 한다”며 “‘힘을 통한 평화’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흔들림 없는 안보 전략이며 강한 군, 강한 국방력이 함께해야 평화로 가는 우리의 길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년 만에 완성된 도산안창호함의 건조 비용은 1조 원에 달한다. 독일 업체의 기술 협력으로 제작해 현재 운용 중인 장보고-I, II(각각 1200t, 1800t) 잠수함보다 덩치가 훨씬 크고 잠항·탸격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는 수직발사관(VLS) 6개가 장착돼 유사시 현무-2B급 탄도미사일(최대 사거리 500km)로 동·서해안에서 북한 내 대부분의 핵·미사일 기지를 최단시간에 타격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업체가 개발한 최신형 전투 및 소나(수중음파탐지장비)체계를 갖춰 주변국의 동급 잠수함을 능가하는 전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도산안창호함은 시험 평가를 거쳐 2020년 해군에 인도된 뒤 2022년에 실전 배치된다. 군은 2, 3번함도 2023년까지 해군에 인도하는 한편 수직발사관을 10개로 늘리고 덩치도 더 키운 4∼6번함도 2028년까지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한상준 기자}

1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열리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방북단은 ‘공군 1호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로 평양을 찾는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주요 일정이 생중계되는데, 이번엔 ‘2박 3일간의 평양 라이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1년 말 집권한 이후 평양의 핵심 포스트들이 생중계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남북은 14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실무 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평양 방문 일정 중 양 정상의 첫 만남과 정상회담 주요 일정은 생중계하기로 합의했고 북측은 남측의 취재와 생중계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담엔 우리 측에서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등 4명이, 북측에선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4명이 나섰다. 북한이 평양 정상회담의 주요 일정 생중계에 동의하면서, 회담 장소로 유력한 노동당 본청사, 올해 리모델링을 마친 백화원 초대소 등에서 양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문 대통령의 일정은 최근 9·9절에 평양을 찾은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당 본청사에서 회담하고, 백화원 초대소에서 투숙했던 것과 유사할 것”이라며 “북한은 리잔수 영접을 문 대통령의 예행연습 격으로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공항 영접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4·27 정상회담에서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다”며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면 잘될 것 같다”고 운을 뗀 바 있다. 앞서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리 상무위원장의 평양 도착 때는 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보낸 바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의 ‘영접 수위’는 초반 관전 포인트다. 이날 남북은 대부분 일정에 합의했지만, 최종 조율을 거쳐 17일경 발표할 예정이다. 체제선전 장소 방문은 남북 정상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만큼 여명거리 같은 평양 내 상징적인 경제발전 장소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평양 외 다른 지역을 방문할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일찌감치 ‘가을 정상회담’에 합의했지만 북측의 ‘무응답’ 속에 평양 방문을 고작 나흘 앞두고서야 고위급 실무 회담이 열린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4·27 정상회담을 앞두고서는 비핵화 등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각각 앞세운 고위급 회담이 열렸지만 이번엔 이마저도 열리지 못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통상 정상회담 전 나와야 할 의제나 합의문 사전 조율 같은 얘기는 언급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이날 개성공단 내에 문을 열었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설치에 합의한 지 140일 만이다. 조 장관은 기념사에서 “오늘부터 남과 북은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번영에 관한 사안들을 24시간 365일 직접 협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축사에서 연락사무소를 “북과 남이 우리 민족끼리의 자양분으로 거두어들인 알찬 열매”라고 했다. 하지만 연락사무소는 개소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북한이 당초 전날까지 연락사무소의 북측 소장 명단을 주기로 했지만 제출하지 않아 정부는 개소식 현장에서야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소장을 맡게 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동취재단 / 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북한은 자신들이 취한 조치는 하나하나가 다 불가역적인 조치인데, 우리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게 북-미 교착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북한은 핵·미사일을 더 발전시키고 고도화시키는 작업을 포기했다고 할 수 있다. 미래 핵을 포기하고 그런 조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생각엔) 북한이 좀 더 추가적인 조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되겠다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등의 조치를 했는데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에 대해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점을 거론한 것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제 북한은 미래 핵뿐만 아니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핵프로그램 이런 것들을 폐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양측 모두 (비핵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서로 상대에게 ‘선(先)이행하라’는 요구를 가지고 지금 막혀있는 것이어서 저는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사이에) 접점을 찾아 시행하고 대화를 재추진시켜 비핵화를 하고, 그에 대한 상응 조치를 하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싱가포르 북-미 합의에 따라 7월 북한이 미국에 송환한 55구의 유해 가운데 한국군 유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10월 1일 국군의날에 맞춰 봉환식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북한이 송환한 유해 55구는 현재 미국 하와이에서 감식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이 중 일부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유해로 판명 났고, 미군이 우리에게 송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7월 27일 판문점에서 북한으로부터 55구의 유해를 전달받았고, 이 유해는 오산기지를 거쳐 하와이로 옮겨졌다. 당시 미국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유해 봉환식을 열었다. 미국은 7월 북한으로부터 전달받은 유해에서 발견된 한국군 유해와 함께 과거 북한이 송환한 유해 중 한국군 유해로 판명된 수십 구도 함께 보낼 예정이다. 이에 맞춰 정부도 10월 1일 유해 도착에 맞춰 대규모 봉환식을 계획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보훈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 국군의날을 맞아 6·25 참전용사를 기린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부가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보육부터 취업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추진한다. 12일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는 공동으로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오늘을 시작으로 제 임기 내에 더 크게 종합대책들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들도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포용국가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 지원대상을 현재 소득기준 하위 30%에서 내년 하위 50%로 확대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전체 영유아로 늘려나가는 방안이 담겼다. 소득기준이 확대되면서 지원 대상이 현재 1000명에서 내년에는 7000명까지 늘어난다. 장애아전문(통합) 어린이집은 2022년까지 60곳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통합유치원은 1곳에서 17곳으로 16곳이 늘어나고 특수학교는 174개교에서 197개교로 23개교를 더 짓는다. 청소년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신설해 일반 중고교 발달장애 학생이 있는 가정에 방과 후 하루 2시간씩 ‘돌봄서비스 바우처’를 제공한다. 발달장애아들의 진로 탐색 기회를 넓히기 위해 특수학교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하고 자유학년제를 확대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은 문 대통령은 “아픈 환경에서 우리 사회가 한번이라도 따뜻하게 마음을 보여준 적이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김철중 tnf@donga.com·한상준 기자}
청와대의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제출과 국회의장단 및 여야 당 대표들의 방북 초청을 둘러싼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야당은 “국회 본연의 논의 구조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청, “국회 존중해서 초청한 것”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고 당시 회동 후 합의문에도 남북 국회·정당 간 교류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이번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런 대통령의 의사를 다시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충분한 이야기가 없었다거나, 예의의 문제를 거론하는 분도 있는데 이미 그 전부터 이런 의사를 밝혔음을 말씀드린다”며 “국회를 존중하고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까지 동행하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제출에 대해서도 “국회를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행정부(청와대)와 입법부(국회)는 대등한 위치인데, 마치 청와대가 국회를 압박하는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한 해명이다. 청와대가 이날 수습에 나선 것은 전날 문 대통령의 “당리당략을 거둬 달라”는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야당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바람과 달리 야당의 공세는 이날도 계속됐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일방적 비준동의에 이어 평양 정상회담 들러리 요구에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판문점선언 자체가 상호 이행을 강제하는 국가 간 협약에 해당하는지, 국회 비준동의 대상인지 여전히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뤄놓은 판문점선언 비준에 쉽게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당리당략’이라는 말은 대통령으로서 품격 있는 언어가 아니다. 국가원수로 국격과 체면을 생각해서 품격 있는 언어를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별도로 판문점선언 비용 추계 추진 야당은 판문점선언의 비용 추계 문제를 지속적으로 파고들 태세다. 한국당은 전날 청와대가 국회에 보낸 비준동의안에 수반된 비용 추계에도 문제가 있다며 국회 예산정책처에 별도 비용 추계를 요청했다. 한국당 소속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판문점선언의 비용 추계에 내년 예상 비용만 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향후 판문점선언 이행을 계속하면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야당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현 단계에서 판문점선언 이행 재정 소요를 전부 추산하는 것은 어려워서 뽑을 수 있는 내년도 재정 소요만 비준동의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조 장관은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손 대표를 만나 남북 정상회담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18∼20일 사이에 예정된 대정부질문과 장관 후보자 등 5명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미루자고 제안했다.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평양에 쏠리게 되면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공세가 주목을 덜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도 해주지 않으면서, 그것 때문에 여야 간 합의한 일정까지 변경하자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야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최고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요청에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호응한 것은 결국 두 정상이 비핵화 교착 국면을 돌파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실무팀의 신중론을 뚫어내며 다시 한 번 승부수 띄우기에 나선 것. 최고지도자 간 ‘빅딜’이 이뤄질 경우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한국이 합류해 진행하는 종전선언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김정은 케미스트리 다시 작동할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2차 정상회담은 꼬여 있는 비핵화 문제와 핀치에 몰려 있는 국내 정치 환경을 반전시킬 카드 중 하나다.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회담 추진을 공개한 것도 회담 성사가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회담 장소로는 워싱턴과 평양이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했고 김 위원장도 이를 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북한은 1차 회담 때도 회담 장소로 평양을 강하게 요구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이번 친서에서도 평양 초청 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 회담 시기는 10월 중하순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정상회담을 하려면 11월 6일 중간선거 전에 해야 하는 만큼 10월 중하순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시간 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예정돼 있거나 추진 중인 다른 주요 일정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당장 18∼20일 남북 정상회담, 9월 하순 뉴욕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관련 논의가 속도감 있게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말 전격 취소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도 다시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을 거쳐 10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다시 한 번 마주 앉고 이때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참여해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구도도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밝힌 ‘연내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의 비핵화 관련 조치를 매듭짓고 구체적인 이행을 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신임 대북정책특별대표 “엄청난 기회 활용해야” 관건은 북한이 어디까지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느냐 하는 것. 6월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프로세스가 한 발짝도 못 나간 이유는 김정은이 정작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는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페더럴리스트협회 연설에서 “1년 이내의 (비핵화) 시간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것이다. 더 신속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1년도 나쁘지 않다”며 신속한 비핵화 조치를 압박했다. 정상회담에서 내놓을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실무 차원의 조율은 벌써 들어갔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신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1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공식 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비건 대표는 이 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난제들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김 위원장이 만든 엄청난 기회 또한 있지 않느냐”며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당국이 진행 중인 논의의 핵심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신고서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의 이행 순서와 시기, 내용의 수위 조절을 통해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이행 계획을 밝힐 경우 종전선언을 하자는 쪽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북한이 종전선언 후 부실한 핵 신고서를 제출하거나 이를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 벌기를 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런 ‘먹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한미 양국은 일종의 안전장치를 찾아내는 데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영변의 원자로 등 핵시설을 동결, 폐쇄하거나 불가역적인 수준으로 일부 해체하는 ‘플러스알파’ 조치를 요구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비건 대표는 12일부터 중국, 일본을 순차적으로 방문한 뒤 주말에 한국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두 나라와 협의한 내용을 최종적으로 한국과 다시 공유 및 조율하겠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지만 일각에서는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도 탄력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비건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북-미 간 불신 극복을 위한 ‘통 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화 분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기회를 잘 살려 달라”고 당부했다. 또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비핵화 대화가 선순환 발전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비건 대표는 문 대통령 예방에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서도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대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전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에 대해서도 동의 의사를 전달해 남북관계의 ‘속도 조절’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이정은 lightee@donga.com·한상준 기자}
18일부터 시작되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와 야권의 정국 주도권 싸움이 달아오르고 있다. 남북 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명분으로 한 청와대의 ‘평양 드라이브’에 보수 야당은 “실질적 비핵화가 먼저”라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문희상 국회의장 등 의장단도 방북에 동참하지 않기로 하면서 청와대의 국회 방북 동행 카드는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문 의장, 이주영 주승용 국회부의장,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9명을 방북단에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그간 남북 교류 협력이 정부 중심이었는데, 과거부터 국회가 함께해야 제대로 남북 간에 교류 협력의 안정된 길이 열릴 거라는 논의가 많이 있었다”며 “금번 평양 정상회담에 함께 동행해 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1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뒤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보수 야당은 즉각 반대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초청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국회의 한 축인 보수 야당의 불참에 문 의장 등 국회 의장단도 “금번 정상회담에는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9명을 초청했으나 이해찬 정동영 이정미 대표 등 3명만 수락한 셈이 됐다. 청와대는 평양회담 전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바라고 있지만 여야는 이날 비준을 회담 뒤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동아일보가 비준 동의안을 심의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11명을 접촉한 결과 평화당 천정배 의원 1명을 제외하곤 다 비준 동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논의 과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한상준 alwaysj@donga.com·최고야 기자}
“우리가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10일 오전 11시경,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청와대로부터 정식 방북 초청장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동행에 부정적인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오후 2시 반경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돌발 기자회견을 통해 김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여야 인사 방북 초청을 대외에 공개했다. 국회와 충분한 사전 조율은 없었다. 여야 인사와 함께 방북해 협치는 물론 향후 북한 관련 논의의 국회 협조를 구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청와대의 시도는 곧 좌절됐다. 문희상 국회의장 등 의장단은 이날 오후 4시 40분경 “동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의 불참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루 동안의 ‘핑퐁 게임’은 앞으로 펼쳐질 남북 대화 정국의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와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청와대와, “확실한 비핵화 조치도 없이 들러리를 서라는 것이냐”는 보수 야당 간의 싸움이 본격화된 것이다.○ “평양 함께 가자” 압박 나선 靑 임 실장은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통해 문 의장, 여야 5당 대표 등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일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우리 정치 현실에서 얼마간의 정책 부담도 분명히 있으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남북 간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특히 비핵화 문제도 매우 중대한 시점에 있는 이 순간에 대승적으로 동행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국회 의장단과 여야 대표를 초청한 건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평양 정상회담 일정이 잡히기 전부터 ‘이번에는 국회, 특히 야당 인사들과 함께 가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며 “야당 인사들도 직접 가서 북측 인사들과 만나고 논의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 野 “초청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 보수 야당은 당장 반발했다. 한국당 소속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나 국회의장실을 통해 사전에 어떤 언질도 받지 못했다. 청와대에서 결례를 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문 의장 등 국회 의장단도 “금번 정상회담에는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기 위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9명 중 일부만 동행하는 모양새를 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보수 야당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청와대의 압박에 대응할 명분 마련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실질적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약속을 해오길 바란다. 실질적 비핵화가 확인되면 그 결과에 따라 우리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회의 방북 동행이 불발 위기에 처했지만 “계속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선언은 물론 추가로 나올 수 있는 남북 합의를 명문화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보수 야당은 “진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인지 철저히 파고들겠다”고 벼르고 있어 전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방북단 규모를 북측과 200명 규모로 합의했다. 방북단 구성은 우리 측의 권한”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0년, 2007년 정상회담보다 다소 줄어든 규모다. 청와대는 경제 사절단 등을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또 의전, 경호, 보도 분야 논의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은 12일부터 판문점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최고야 기자}
13일부터 7급 경호공무원 채용 원서 접수를 시작하는 청와대 경호처가 신장, 시력 등 신체 규정을 폐지했다. 청와대 경호처는 9일 “최저 신장 및 최저 시력에 대한 기존 기준을 없앴다”며 “미래 위협에 대응할 스마트한 경호원을 찾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남자는 신장 174cm, 여자는 161cm 이상만 청와대 경호원으로 지원할 수 있었다. 시력 규정 역시 남녀 모두 맨눈 시력이 0.8 이상만 가능했다. 그러나 청와대 경호처는 이번 신규 채용에서 “키가 작아도 좋다, 안경을 써도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경호처는 “드론과 로봇이 테러 수단이 되고, 해킹이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시대에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창조적 사고 능력을 지녀야 한다”며 “대통령 경호처 직원으로서 갖춰야 할 것은 건전한 시민의식,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 경호원으로서의 충성심과 헌신의 자세”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경호처는 홈페이지를 통해 13일부터 28일까지 원서 접수를 하고 이후 필기, 인성·체력·논술시험, 심층면접 등을 거쳐 12월 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청와대 경호처는 지난해부터 지원자의 학력, 출신지 등을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등을 통해 “종전선언 대화 테이블에 미국이 나설 경우 추가 비핵화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9일 열린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 기념식에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지 않으며 대미(對美) 유화 제스처를 이어갔다. 미국 역시 이에 맞춰 지난달 취소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재추진하고 있다. 꽉 막혔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이달 들어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9일 “김정은이 5일 대북 특별사절단과의 면담에서 미국이 종전선언 논의에 나설 수 있는 몇 가지 비핵화 조건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확약은 북-미가 다시 마주 앉아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이 단숨에 체결될 수 없는 만큼, 종전선언 논의를 위한 대화 테이블만 마련돼도 워싱턴이 바라는 핵 폐기 검증, 핵 리스트 작성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은 특사단을 만난 다음 날인 6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의 개인적인 서한이 내게 오고 있다. 이 편지는 어제 (남북한) 국경에서 건네졌고 긍정적인 서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네 번째 친서다. 김정은은 9·9절 70주년 기념식에서 ‘로키’ 행보를 이어갔다. 아예 연설을 하지 않았고, 열병식에서도 ‘화성-15형’ 등 ICBM을 선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북한 열병식이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열병식의 주제는 평화와 경제발전이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반경 올린 트윗에서 “이번 열병식에는 언제나 나왔던 핵미사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폭스뉴스의 분석에 링크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미사일이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은 것은) 북한의 크고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김정은 위원장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자!”며 감사 표시를 했다. 마지막으로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만큼 소중한 일은 없다”며 “내가 집권하기 전보다 (북한과의 관계가) 훨씬 좋아졌다”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이정은 기자}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내 비핵화” 등 김정은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자세히 소개했다. 당시 외교가는 물론 청와대 내부에서도 “신중한 정 실장이 이 정도로 김정은 발언을 공개했다는 건 ‘플러스알파’가 더 있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플러스알파’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9일 “김정은이 종전선언 논의 시작을 위한 몇 가지 비핵화 조건을 이야기할 ‘가능성’을 미국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북-미가 종전선언을 위한 대화를 시작한다면,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미국이 원하는 북핵 리스트 및 국제사회의 검증 등을 북한도 고려할 수 있다는 신호다. 다만 김정은이 행동의 약속이 아닌 가능성만 시사했다는 점에서 비핵화 협상의 진척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서로 원하는 내용 논의해 보자”는 김정은 김정은이 대북특사단 면담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보인 핵심은 “서로 원하는 내용을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북-미가 “먼저 행동으로 보이라”고 요구하면서 막힌 비핵화 협상에 대해 “각자 원하는 바는 알고 있으니, 일단 마주 앉아 이야기해 보자”는 제안인 셈이다. 청와대는 “추가 비핵화 조건의 논의 가능성을 제기한 것만으로도 북한이 비핵화의 입구에 들어서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한다. 특사단 방북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120% 만족”이라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는) 긍정적인 내용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김정은의 태도는 북한 내부, 특히 군부 강경파를 설득할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는 ‘일시적 조치 아니냐’라는 평가도 있다”며 “종전선언 논의 시작을 통해 ‘미국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명분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을 맞아 북한 매체들이 일제히 “후손들은 전쟁을 모르게 됐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그 구체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 더욱 가팔라진 한반도 ‘운명의 보름’ 백악관도 김정은의 유화 제스처에 일단은 긍정적인 분위기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친서를 받은 뒤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김정은의 친서에 대해 “환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폼페이오 장관이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과정을 시작해야만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 그동안 사실상 반대해 온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문제에 대해 ‘암묵적 동조’로 선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문제를 두고 약 보름 사이에 폼페이오 방북, 평양 남북 정상회담, 미국 뉴욕 한미 정상회담 등이 연이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관건은 이 보름 동안 진전된 결과물이 도출되느냐 여부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다시 한번 어렵게 무대가 마련된 상황에서 이번에도 별다른 진척이 없다면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후퇴할 수 있다”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 상황에서 수세로 몰리고 있기 때문에 남북은 물론 미국도 이번에는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특사 파견을 통한 분위기 조성 작업을 시작했다. 8일 중국을 방문해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난 정 실장은 “중국 측은 ‘남북 및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문제의 획기적 해결을 위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10일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포용은 우리 정부의 중요한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며 ‘포용 국가’를 재차 강조했다. 사회 안전망 확충 등 포용 국가 정책을 통해 사회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고, 동시에 지지층인 진보 진영을 더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포용국가 전략회의’에 참석해 “닥쳐올 초고령사회에서는 보다 적은 생산 인구가 보다 많은 인구를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사회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가는 국민들의 삶을 전 생애주기에 걸쳐 책임져야 하고, 그것이 포용 국가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용은) 성장에 의한 혜택이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고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라며 “포용적 사회, 포용적 성장, 포용적 번영, 포용적 민주주의까지, 배제하지 않는 포용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이고 철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치매국가 책임제, 장애인 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규 지급 등 현 정부의 복지 정책을 언급하며 “포용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을 떼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노인빈곤율, 자살률 등의 심각한 사회 문제를 풀어가야만 진정한 포용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재원 대책까지 포함한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서 확대 재정의 방향이 명확해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복지 예산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에 대해 “기존 방식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 위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경제 분야가 아닌 사회 분야 전략회의를 소집한 것도 복지·사회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민 단 한 명도 차별받지 않고 함께 잘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 청와대가 연일 포용 국가를 앞세우는 것은 최근 불거진 최저임금 등 소득주도성장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선보이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포용 국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 성장 등 경제 정책 방향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다양한 복지정책과 그에 맞는 재정 마련 등을 위해서는 전 부처가 모두 매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진보 진영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연일 혁신 드라이브를 강조하고 있지만, 진보 진영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적 정책으로 다시 지지층을 끌어안겠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복지 국가를 위한 다양한 대선 공약을 당정청이 함께 실현해 나가는 첫 시작”이라며 “진보 진영이 우려하는 규제 완화도 청와대와 여당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저녁 자리 가기가 꺼려진다. 다들 부동산 이야기만 하니까 너무 불편하다.” 한 청와대 인사는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사태를 이야기하던 중 이같이 토로했다. 외부 사람들을 만나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아서 아예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선 그야말로 ‘부동산 트라우마’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아파트값 폭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노무현 정부 때처럼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8·31 대책을 비롯해 10여 차례 대대적인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집값 급등을 막지 못했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졌고, 중도보수층은 종부세 논란에 등을 돌렸다. 이런 인식은 올해 들어 발표된 부동산 대책들이 시장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며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7월 종부세 개편 카드를 꺼낸 데 이어 8·27대책에선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치솟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잠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청와대는 일단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처방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설픈 메시지를 내놨다간 오히려 더 화를 키울 수 있기 때문.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고민이 많은 걸 모두가 알고 있어서, 다들 말을 못 꺼내고 있다”며 답답한 청와대 분위기를 전했다. 2년 뒤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여당은 마음이 더 복잡하다. 그러다보니 정부와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3일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며 규제 위주의 정부 부동산 대책에 각을 세웠다. 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출받은 신규 택지 후보지 8곳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공택지 지정은 땅값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종 확정 발표 때까지 철저하게 보안에 부치는데 어떻게든 부동산 관련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국토교통부는 6일 LH를 상대로 신 의원 측에 자료를 제공한 경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신 의원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을 놓고 당정청 간 혼선이 계속 이어지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섰다. 이 총리는 6일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에서 “집값처럼 예민한 사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조금 더 신중했으면 한다”며 “초기 구상 단계의 의견은 토론을 통해 조정하고 그 이후에는 통일된 의견을 말하도록 모두 유념해 달라”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 여당 의원도 “상황마다 임기응변식 대응을 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해 선제적이고 세밀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폭등 여파로 민주당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3∼5일 전국 성인 1504명(95% 신뢰수준 ±2.5%포인트)을 대상으로 조사해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8%포인트 내린 39.6%로 40%대 아래로 다시 내려왔다. 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주애진 기자}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한 이른바 ‘강남 발언’이 정치권을 넘어 사회적으로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권 내부에선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다. 장 실장이 이 발언으로 ‘정치적 요단강’을 건넜다”며 역대급 실언(失言)이 미칠 파장을 우려 섞인 시각으로 지켜보고 있다. 장 실장은 “강남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 저도 거기(강남)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강남이니까 다 세금을 높여야 된다’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6일 “장 실장이 최근 언론 접촉을 늘리며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폭등 사태에 대해 해명하고 설명하고 있지만 오히려 실수를 하며 오해를 부추기고 있다. 지켜보는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강남 발언’ 이틀 전인 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16.4%)에 대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며 마치 남의 일인 양 ‘유체 이탈’ 화법을 구사해 논란이 일었다. 장 실장의 ‘강남 발언’ 후 인터넷과 모바일에선 “모든 국민이 꿈꿀 이유는 없다. 내가 꿈을 꿔봐서 말씀드리는 것” 등 각종 패러디까지 등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강남과 비(非)강남을 의도적, 고의적, 기획적으로 편 가르는 금수저의 좌파적 발상”이라며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될 것 아니냐’는, 철없는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같은 소리는 그만하라”고 비난했다. 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도 “강남 아니면 다른 데 살면 안 되느냐고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실장의 발언은) ‘모든 사람이 부자일 필요 없다. 내가 부자라 하는 말씀’이라는 뜻”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깎아먹는 일등공신”이라고 지적했다. 홍정수 hong@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