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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어떤 궁금증이 생겼을 때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10대, ‘네이버’, ‘다음’에 물으면 30대 이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옵니다. 누구나 영상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지만 가짜 정보, 자극적인 영상의 유통창구라는 양극단의 평가가 있습니다. 유튜브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미국에 사는 만 82세 게임 유튜브 크리에이터입니다. 1990년대 중반, 아들이 컴퓨터를 선물하며 게임하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이젠 아들이 ‘밥도 먹으면서 해’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게임 캐릭터로 모험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호기심으로 채널을 개설했는데 어느새 구독자가 30만 명이 됐습니다. 고령에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분들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게임하기엔 너무 늙지 않았어?’와 같은 반응은 무시하세요. ‘내가 즐거운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셜리 커리 씨(82·유튜브 채널 ‘Sherley Curry’ 운영)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막내아들이 ‘엄마가 만든 요리가 맛있으니 요리법을 찍어 유튜브에 올려보자’고 했어요. 따라하기 쉽게 기본양념만 하고 설탕 대신 꿀이나 생강청을 씁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 잠도 줄여가며 댓글마다 답글을 남기고 있어요. 제 영상을 보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건강할 적 요리하던 모습’이 떠올라 하염없이 울었다는 분도 있었어요. 저도 울컥했답니다. 올해 7월에는 구글코리아 행사에 초청되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시청자와 소통하며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습니다. 부모님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집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조성자 씨(62·채널 ‘심방골주부’ 운영) “자신만의 콘텐츠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어 좋아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영상을 만들어 올렸어요. 현재 구독자가 90만 명을 넘었지만 수백 명에 불과하던 시기도 있었죠. 마침 게임 ‘오버워치’가 유행해 차별화된 게임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어요. 얼음을 사용하는 캐릭터 ‘메이’가 빙벽으로 상대방을 날리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메이코패스’라는 콘셉트를 잡아 누가 봐도 ‘김재원다운’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나영석 PD의 예능을 보며 편집을 공부하고 게임제작 시나리오도 써봤답니다.” ―김재원 씨(20·채널 ‘김재원의 즐거운게임 세상’ 운영) “고3 남학생이자 뷰티 크리에이터입니다. ‘체육대회 메이크업’ 등 뷰티 영상과 제 일상을 찍어 올리고 있어요. 꾸준히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어느새 구독자가 10만 명을 넘었네요. 차분한 말투와 친절한 설명이 좋다는 분들도 계세요. 저는 늘 감사할 뿐입니다. 메이크업하는 모습과 인터뷰가 영국 BBC에 방송되어 정말 기뻤어요. 타인의 시선에 맞추기보단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며 즐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대학에선 미디어 유통 산업을 공부하려고 해요. 다양한 콘텐츠에도 도전하며 ‘맨즈 뷰티’를 넘어 최고의 뷰티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김승환 군(17·채널 ‘화니·HWAN‘E’ 운영)○ 검색도 유튜브? “유튜브로 검색하는 게 더 편해요. 혼자 앞머리를 자르고 싶었는데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는 글이나 사진밖에 없어서 따라하기 어려웠어요. 유튜브는 영상이니까 보이는 대로 따라하면 돼요. 방탄소년단 멤버 정보도 유튜브를 통해 찾았어요. 이름, 나이뿐 아니라 멤버별 목소리와 노래 파트도 소개해줘요.” ―이주아 양(14·중학교 2학년) “검색 엔진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20년 전에 봤던 영화를 찾으려는데 ‘쥐덫으로 쥐를 잡는 장면’만 기억이 났어요. 네이버에 검색하니 영화 ‘라따뚜이’만 나왔죠. 유튜브에 ‘쥐, 쥐덫, 치즈, 공장’을 치니 제가 찾던 1998년 영화 ‘마우스 헌트’가 나왔습니다. 영화뿐 아니라 리뷰 등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어요. 시청기록을 분석해 제 취향에 맞는 영상까지 추천해준답니다.” ―정석영 씨(31·영화이론 석사과정) “아이들이 유튜브를 메신저로도 사용하더라고요. 댓글로 안부를 묻고 반 전체가 특정 영상에 댓글을 달아 단합하기도 하죠. 아이들에게 유튜브는 단순히 영상을 보는 플랫폼이 아닙니다. 크리에이터가 돼 자신을 드러내고 친구들과 소통하는 공간이죠. 이용시간이 늘어난 만큼 아이들이 선정적인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해요.” ―김대화 씨(33·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교사)○ 가짜뉴스의 통로 “황의조 선수가 인맥으로 아시아경기 축구 국가대표에 뽑혔다는 영상이 한창 유튜브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세요. 황의조가 동료 선수들의 군면제를 시켜주는 ‘축방부장관(축구+국방부 장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요. 가짜뉴스를 보고 황의조와 김학범 감독을 욕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미안하다, 사랑한다’라고 외치고 있어요.” ―이대균 씨(49·회사원) “유튜브 정보를 무작정 믿어선 안 돼요. 공인된 기관이 발행한 정보가 아니라서 사실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잘못된 정보, 헛소문을 자신만이 아는 고급 정보라고 착각해요. ‘박근혜-정유라 모녀설’, ‘문재인 건강이상설’ 등 광고까지 붙은 가짜뉴스가 넘쳐납니다.” ―박주화 씨(24·대학원생) “가짜뉴스는 일반 기사와 달리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수용자는 스스로 ‘팩트체킹’을 하며 올바른 정보를 가려내야 합니다. 미디어를 독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해졌어요. 게시물을 삭제하고 규제하는 것은 임시처방일 뿐입니다. 규제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요. 미디어 환경은 계속 발전하고 확대될 것입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민주 사회에서 현명한 시민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에요.”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유튜브는 허위 정보 유포자의 관점에서 효과가 가장 큰 채널입니다. 광고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이용자의 성향에 맞는 가짜뉴스가 추천될 가능성도 높죠. 그러나 정치 및 공공영역에서 허위사실의 적시와 유포는 사실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강제성을 띠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해 논쟁이 생길 수도 있죠. 법과 제도 규제보다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탐지와 언론사의 팩트체킹, 이용자의 신고 등을 통한 사회적인 규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한국에 ‘유튜브’가 없는 이유 “한국과 미국은 인재풀부터 차이 나요. 한국에서 좋은 인재들은 창업보다는 전문직종을 찾거나 대기업에 들어가죠. 인구가 적어 내수시장만으로 경쟁하기도 힘듭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창업지원 정책을 추진해 창업 환경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데’ 도움을 주는 제도는 없죠.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기획서 작성 등 행정에 한 달 이상은 할애해야 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제대로 평가해야 하니 꼼꼼한 문서를 요구하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문서 작업을 병행하기 힘들고요.” ―윤영복 광고 차단 모바일 브라우저 ‘블루 브라우저’ 서비스 제공 스타트업 ‘블루핵’ 대표 “미디어 플랫폼이 잘 관리된 정원이라면 유튜브는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야생입니다. 온갖 잡초와 들풀이 우거진 사이에서 꽃을 발견할 수 있죠.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정보에서 엔터테인먼트 추구로 시대의 흐름이 변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라는 거대한 공룡과 무작정 경쟁하기보다는 왜 ‘유튜브 서비스’가 성공했는지 소비자를 분석해야 합니다.” ―부수현 경상대 심리학과 교수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

1. 펄펄 끓던 하늘은 한소끔 식혀 파랗게 2. 그 위에 하얀 솜털구름 넉넉히 뿌려줍니다. 3. 여름내 농익은 꽃사과 가지째 가만히 얹고 4. 장식으로 예쁜 동심 하나 동동 띄운 뒤 5. 선선하게, 여유롭게, 분위기 있게 즐겨줍니다. ― 경기 파주시에서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당신은 그렇게 떠나고 나는 남았습니다.비어버린 자리엔 뽀얀 먼지만 쌓이겠지만당신의 흔적을 놓지 않고 기다리겠습니다.만날 수 없는 평행선도 언젠가는 만난다는헛된 믿음을 신앙처럼 붙들고 살겠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사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박원순 서울시장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중 하나인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 입주했습니다. 현장 정치, ‘보여주기 정치’라는 비판과 ‘노력한다’는 칭찬이 뒤섞여 나옵니다. 현장 정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 ▼ 옥탑방 사랑방 ▼ “방학이기도 하고 혹시나 박원순 시장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인터넷 보고 찾아왔어요. 인사도 하고 사인도 받고 싶었는데 안 계시네요. 미양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사인을 받았대요. 처음 뉴스를 봤을 땐 깜짝 놀랐어요. 이제 곧 한 달이 되는데 단순한 ‘서민 체험’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요.”―박진우·윤준서·주민상·허민 군(14·삼각산중학교 2학년) “경기 수원에서 2시간 걸려 찾아왔습니다. 뉴스를 보니 사람들이 평상에 모여 박 시장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더라고요. 정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인지 궁금해 찾아갔죠. 제가 갔을 때는 비서로 보이는 남성이 한 아주머니와 함께 대문 앞에 쪼그려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신혜선 씨(25·대학생) “서울시장을 길에서 보니 참 신기합니다. 옥탑방 골목은 각양각생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랑방이 따로 없습니다. 문을 연 지 40년 된 삼양동 ‘서울사진관’ 주인은 삼양 사거리에서 박 시장을 만나 함께 사진 찍고 친필 사인도 받았답니다. 사진관에 가면 볼 수 있어요.”―이모 씨(50대·서울 강북구 삼양동 주민)▼ 반쪽짜리 체험 ▼ “서울시장 3선으로 만 7년째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강북 시민의 삶을, 주거 취약계층의 현실을 모르나요? 서울 전체에서 1등한 학생이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한 후 3학년이 돼서야 덧셈뺄셈을 배우는 격입니다. 나중에 미적분은 할 수 있으려나요.”―이승찬 씨(23·대학생) “반쪽짜리 체험이에요. 밤늦게 또는 사진 찍을 때나 옥탑방에 옵니다. 굳이 왜 여기서 사나 싶습니다. 삼양동 동장이 옥탑방에 자주 드나든다고 들었어요. 비서진들이 옥상에 물 뿌리며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짠하기도 하고요. 시장이 왔다고 옥탑방 앞 가로등이 바뀌고 폐쇄회로(CC)TV가 달렸습니다. 그런데 가로등이 너무 밝아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잠자는 데 불편하다고 해요.”―홍모 씨(40대·삼양동 주민·회사원) “솔샘역 부근에서 한 번 봤습니다. 비서진 대동해서 주민들과 악수하는 모습이 꼭 선거 유세하러 온 사람 같더군요. 취사시설 없는 옥탑방에서 사는데 무슨 수로 강북 주민의 삶을, 서민의 삶을 알겠습니까.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고 노회찬 의원은 젊은 시절 노동 운동을 하기 위해 직접 용접 기술을 배워 용접공으로 공장에 취직했어요. 그게 진짜 삶 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김모 씨(63·삼양동 주민) “아침저녁으로 데모하는 차와 구경 온 사람들로 골목이 붐벼서 불편합니다. 주말 밤에는 새까만 큰 차가 골목에 들어오더니 정장 입은 사람들이 내렸어요. 박 시장을 만나러 왔더군요. 골목 초입에 내려서 걸어 올라가면 좋을 텐데 꼭 매연 뿜으며 찾아오네요. 골목 바로 옆이 현관문인 집도 있는데 말예요.”―이모 씨(60대·삼양동 주민) “우리가 사는 동네를 ‘가난한 곳’으로 만든 걸로 보여요. 말이 민생체험이지 ‘못 사는 곳에 가서 살아보겠다’는 거잖아요”―정모 군(10대·중학생)▼ 시장에서 만난 서울시장 ▼ “박 시장이 솔샘시장에 와보곤 천막을 설치해 주기로 했어요. 구청에선 곧바로 오래된 아스팔트 바닥을 정비하기로 했죠. 비가 오면 시장 바닥에 물이 차고 우산끼리 부딪혀 난리가 납니다. 시장이 직접 와서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니 해결 방안이 빠르게 나오잖아요. 비서관이 가게에 와서 떡도 사갔어요. 다음엔 박 시장과 함께 찾아오기로 약속했답니다. 뭐든지 겪어봐야 알 수 있어요.”―서정선 씨(56·서울 강북구 솔샘시장 상인) “시장이 직접 시민들을 만나러 온다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입니까. 시청에 민원을 넣어도 시장에게 보고되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박 시장이 아침에 골목 청소도 하고 주민들과 담소도 나누니 무더위에 찾아온 소나기 맞은 듯 속이 시원합니다. 정치 이념을 떠나 잘한 건 잘했다고 해야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청계천 정비하고 대중교통 환승 제도를 만들어 시민들 사이에 칭찬이 자자했죠. 박 시장이 계속 솔선수범하길 기대해요.”―이희숙 씨(63·삼양동 주민) “큰 거 필요 없어요. 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사소한 부분을 신경 써주면 좋겠습니다. 동물병원 옆 골목에 가로등이 없어요. 건물 짓는다고 없애더니 완공 후에도 다시 세우지 않더라고요. 밤에 다니기 위험합니다. 계단도 높아 눈이나 비만 오면 사람들이 미끄러집니다. 박 시장이 무더운 날에 와서 땀 뻘뻘 흘리며 살았잖아요. 주민들의 고충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 고생한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이순자 씨(71·삼양동 주민) ▼ 중요한 건 정책 ▼ “옥탑방 한 달살이가 끝난 후 ‘어떤 정책을 내놓는지’가 중요합니다. 직접 살아보며 더위, 교통 등의 생활 문제를 느꼈을 겁니다. 서류로 전달받는 것보다 실제로 겪었을 때 더 의미 있는 정책을 세울 수 있겠죠. 체험에서 멈추느냐, 진정성 담긴 노력이 되느냐는 앞으로의 정책을 통해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체험에 상응하는 정책을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서울의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5%에 불과해요. 1년에 수만 명의 대학생이 기숙사 신청에 떨어져 살 곳을 구해야 하죠. 이외에도 3선인 박 시장이 열악한 강북의 주거 문제를 몰랐을 리 없습니다. 직접 동네에 사는 것보다 시민의 목소리가 시정에 잘 반영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합니다. 체험을 통해 얻은 정책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표를 의식해 추진하지 못한다면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옛날 암행어사가 고을고을 다니며 민생을 살폈듯 정치인도 체험을 통해 국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인들의 ‘서민 코스프레’를 야비한 행동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봐요. 다만 ‘흉내 내기’에 그치지 않도록, 경험해본 만큼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야죠.”―호영희 씨(52·음식점 운영)▼ 이곳에도 찾아오세요! ▼ “제조업 생산 현장은 52시간 근무제를 비롯해 다양한 노동·경제 정책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정작 정책을 만들 때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가득한 사무실 안에선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이 생산 현장에 직접 와서 현장을 보고, 근로자의 이야기를 듣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세우면 좋겠습니다.”―김영한 씨(54·제조업 종사) “요양병원엔 몸을 가누기 힘든 환자가 대다수예요. 올해는 유난히 날이 더워 욕창과 종기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 30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줬죠. 점심 먹을 여유도 없이 뛰어 다녀요. 정치인들이 보건직종 근로 환경을 직접 눈으로 봐야 합니다.”―박희자 씨(62·요양병원 근무) “쪽방은 옥탑방보다 더 열악합니다. 쪽방에서 지내는 어르신들 보면 눈물이 납니다. 열사병 걸리는 날씨에 골목 뒤져 폐지 모아 번 돈으로 밥도 사드시고 하루 7000원 하는 방값도 내세요. 정치인들이 선풍기 없이 여름에, 보일러 없이 겨울에 쪽방에서 살아보면 좋겠어요.”―안모 씨(57·고물상 운영)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40도가 넘는 폭염 속에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중 하나인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 입주했습니다. 현장 정치, ‘보여주기 정치’라는 비판과 ‘노력한다’는 칭찬이 뒤섞여 나옵니다. 현장 정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옥탑방 사랑방 “학교 방학이기도 하고 혹시나 박원순 시장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찾아왔어요. 인터넷에 올라온 옥탑방 사진을 보고 비슷한 집을 찾아다녔죠. 인사도 하고 사인도 받고 싶었는데 안 계시네요. 미양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사인을 받았대요. 시장이 와서 산다는 뉴스를 봤을 땐 깜짝 놀랐어요. 이제 곧 한 달이 되는데 단순한 ‘서민 체험’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요.” -박진우·윤준서·주민상·허민 군(14·삼각산중학교 2학년) “경기 수원에서 2시간 걸려 찾아왔습니다. 뉴스를 보니 사람들이 평상에 모여 박 시장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더라고요. 정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인지 궁금해 찾아갔죠. 제가 갔을 때는 옥탑방에 없었지만 비서로 보이는 남성이 한 아주머니와 함께 대문 앞에 쪼그려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신혜선 씨(25·대학생) “서울시장을 길에서 보니 참 신기합니다. 하소연 하러 온 사람, 구경하러 온 사람, 사진 찍으러 온 사람, 각양각생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랑방이 따로 없습니다. 문을 연 지 40년 된 삼양동 ‘서울사진관’ 주인은 삼양사거리에서 박 시장을 만나 함께 사진 찍고 친필 사인도 받았답니다. 사진관에 가면 볼 수 있어요.” -이모 씨(50대·서울 강북구 삼양동 주민) ●서울대생이 덧셈뺄셈 배운다? “서울시장 3선으로 만 7년째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강북 시민의 삶을, 주거취약계층의 현실을 모르나요? 서울 전체에서 1등한 학생이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한 후 3학년이 돼서야 덧셈뺄셈을 배우는 격입니다. 나중에 미적분은 할 수 있으려나요.” -이승찬 씨(23·대학생) “반쪽짜리 체험이에요. 옥탑방에 온다고 해도 밤늦게 또는 사진 찍을 때나 옵니다. 굳이 왜 여기서 사나 싶습니다. 삼양동 동장이 옥탑방에 자주 드나든다고 들었어요. 비서진들이 옥상에 물 뿌리며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짠하기도 하고요. 시장이 왔다고 옥탑방 앞 가로등이 바뀌고 CCTV가 달렸습니다. 그런데 가로등이 너무 밝아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잠자는 데 불편하다고 해요. 옆 골목 가로등이나 신경써주면 좋겠네요.” -홍모 씨(40대·삼양동 주민·회사원) “솔샘역 부근에서 한 번 봤습니다. 비서진 대동해서 주민들과 악수하는 모습이 꼭 선거 유세하러 온 사람 같더군요. 취사시설 없는 옥탑방에서 사는데 무슨 수로 강북 주민의 삶을 알고, 서민의 삶을 알겠습니까. 진정성이 없습니다.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고 노회찬 의원은 진짜배기 사람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노동 운동을 하기 위해 직접 용접 기술을 배워 용접공으로 공장에 취직했죠. 그게 진짜 삶 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김모 씨(63·삼양동 주민) “아침저녁으로 데모하는 차와 구경 온 사람들로 골목이 붐벼서 불편합니다. 주말 밤에는 새까만 큰 차가 골목에 들어오더니 정장 입은 사람들이 내렸어요. 박 시장을 만나러 왔더군요. 골목 초입에 내려서 걸어 올라가면 좋을 텐데 꼭 매연 뿜어내며 찾아오네요. 골목 바로 옆이 현관문인 집도 있는데 말예요.” -이모 씨(60대·삼양동 주민) ●시장에서 만난 서울시장 “박 시장이 솔샘시장에 와보곤 천막을 설치해주기로 했어요. 구청에선 곧바로 오래된 아스팔트 바닥을 정비하기로 했죠. 비가 오면 시장 바닥에 물이 차고 우산끼리 부딪혀 난리가 납니다. 시장이 직접 와서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니 해결 방안이 빠르게 나오잖아요. 비서관이 가게에 와서 떡도 사갔어요. 떡 한 팩 덤으로 얹어 줬죠. 다음엔 박 시장과 함께 찾아오기로 약속했답니다. 뭐든지 겪어봐야 알 수 있어요.” -서정선 씨(56·서울 강북구 솔샘시장 상인) “시장이 직접 시민들을 만나러 온다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입니까. 시청에 민원을 넣어도 시장에게 보고 되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박 시장이 아침에 골목 청소도 하고 주민들과 담소도 나누니 무더위에 찾아온 소나기 맞은 듯 속이 시원합니다. 정치 이념을 떠나 잘한 건 잘했다고 해야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청계천 정비하고 대중교통 환승 제도를 만들어 시민들 사이에 칭찬이 자자했죠.” -이희숙 씨(63·삼양동 주민) “큰 거 필요 없어요. 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사소한 부분을 신경써주면 좋겠습니다. 동물병원 옆 골목에 가로등이 없어요. 건물 짓는다고 가로등을 없애더니 완공 후에도 다시 세우지 않더라고요. 밤에 다니기 위험합니다. 계단도 높아 눈이나 비만 오면 사람들이 미끄러집니다. 할머니들이 넘어져 크게 다치기도 했죠. 박 시장이 무더운 날에 와서 땀 뻘뻘 흘리며 살았잖아요. 주민들의 고충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 고생한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 -이순자 씨(71·삼양동 주민) ●중요한 건 정책 “옥탑방 한 달 살이가 끝난 후, ‘어떤 정책을 내놓는지’가 중요합니다. 직접 살아보며 더위, 교통 등의 생활 문제를 느꼈을 겁니다. 서류로 전달받는 것보다 실제로 겪었을 때 더 의미 있는 정책을 세울 수 있겠죠. 체험에서 멈추느냐, 진정성 담긴 노력이 되느냐는 앞으로의 정책을 통해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 “체험에 상응하는 정책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울의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5%에 불과합니다. 1년에 수만 명의 대학생이 기숙사 신청에 떨어져 살 곳을 구해야 합니다. 3선인 박 시장이 강북의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습니다. 거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면 그 동네에 사는 것보다 그 분들의 목소리가 시정에 잘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훨씬 나을 것입니다. 체험을 통해 얻은 정책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표를 의식해 추진하지 못한다면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 어려울 겁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옛날 암행어사가 고을고을 다니며 민생을 살폈듯 정치인도 체험을 통해 국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인들의 ‘서민 코스프레’를 야비한 행동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봐요. 다만 ‘흉내 내기’에 그치지 않도록, 경험해본 만큼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야죠.” -호영희 씨(52·요식업 종사) ●이곳에도 찾아오세요! “제조업 생산 현장은 52시간 근무제를 비롯해 다양한 노동·경제 정책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정작 정책을 만들 때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가득한 사무실 안에선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생산 현장에 직접 와서 현장을 보고, 근로자의 이야기를 듣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세우면 좋겠습니다.” -김영한 씨(55·제조업 종사) “요양병원엔 몸을 가누기 힘든 환자가 대다수예요. 올해는 유난히 날이 더워 욕창과 종기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 30분에 한 번씩 환자들의 자세를 바꿔줬죠. 에어컨을 작동시킬 때도 병원 직원들은 온 신경을 쏟습니다. 점심 먹을 여유도 없이 호출벨이 울리면 달려 나가죠. 정치인들이 보건직종 근로 환경을 직접 눈으로 봐야 합니다.” -박희자 씨(62·요양병원 근무) “쪽방은 옥탑방보다 더 열악한 곳입니다. 쪽방에서 지내는 어르신들 보면 눈물이 납니다. 열사병 걸리는 날씨에 골목 뒤져 폐지 모아오세요. 1kg에 30원도 안 되는 돈을 모아 밥도 사드시고 하루 7000원 하는 방값도 내세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눠주는 쌀을 소위 ‘빽 있는 사람’들이 가로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제발 가장 힘들게 살고 있는 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안모 씨(57·고물상 운영)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

복슬복슬 하얀 털 예뻐 보이지만누구보다 충성스럽고 사나운 견공.우리 주인님 힘들고 지치게 만든태양에 맞서 온몸으로 “으르렁” 중. ―김포대교에서 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은하수 쏟아지는 백두대간에서하얀 구름 내려다보며 태어났다.하늘과 가장 가까운 고원에서하늘처럼 푸르게 익어간다.모진 혹서와 서릿발 견뎌내고발갛게 물들어갈 날 기다린다.―강릉 왕산면 안반덕길 해발 1100m 안반데기에서 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유례없는 한반도 폭염 속에 최저임금을 둘러싼 자영업자의 비명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기무사 계엄문건 등 핫이슈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최저임금 파동 등 최근 이슈와 언론책임’을 주제로 토론했다. 》 ―오늘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파동을 중심으로 논의해 보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 벌어진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짚어 보면 좋겠습니다. 김종빈 위원장=동아일보 보도를 기반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기사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무엇이 궁금했는지를 짚어주시고, 이런 방향이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 같은 것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동아일보의 관련 보도를 간략하게 살펴볼까요. 조화순 위원=7월 13일자 A3면 ‘편의점 알바가 주인보다 더 벌어…최저임금 더 오르면 폐업’ 기사는 구체적인 사례로 독자에게 쉽게 전달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이슈에 대해 단편적인 부분이 아닌 거시적인 맥락을 짚어주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가령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어떻게 이슈가 연관돼 있는지, 한국 경제의 성장전략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등과 맞물려 좀 더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기자의 기획기사나 경제학자들의 심층 분석기사가 아쉬웠습니다. 류재천 위원=저는 ‘주 52시간 태풍이 온다’ 시리즈를 유심히 봤습니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부분은 동아일보가 여러 차례 비교적 잘 지적한 것 같습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깨알 Q&A’ 같은 형식은 종종 시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7월 18일자 A3면 ‘英은 성공, 헝가리는 실패…경제체력이 최저임금 성패 갈랐다’ 기사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최저임금을 단순 비교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얼마라는 것보다는 오히려 국민총소득(GNI) 측면에서 접근해 비교 분석하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이준웅 위원=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문제는 복잡한 사안입니다. 제도 이전에 경제 구조 및 틀 등과 연결돼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언론들이 흔히 접근하는 방법이 바로 이해관계자들을 등장시키는 것이죠. 사안이 선명하게 드러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우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해관계 충돌 관점에서 다뤄진 보도는 많았는데 경제 구조의 문제까지 짚어주는 기사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7월 16일자 ‘을(乙)의 전쟁터가 돼버린 최저임금위’ 기사는 조정 기능을 상실하고 되레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 최저임금위와 공익위원 구성의 문제점을 잘 지적한 기사였습니다. 다만 애초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을 위촉하는 단계에서부터 더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현 정부 들어서면서 분배가 중시되다 보니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기조에는 반대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급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닙니까. 7월 24일자 1면과 5면에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 대신 포용적 성장으로 경제 기조를 바꾸겠다는 말을 했는데 이 사안은 더 비중 있게 다뤘어야 한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소득주도성장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보완만 하겠다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추궁했어야 합니다. 조 위원=최저임금은 결국 국가가 놓여 있는 경제 상황이나 사회적 목표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보다는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방식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포용적 성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를 취재해야 했는데, 과연 충분히 따져 주었는지 의문입니다. 또 주 52시간 근로나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당장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람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아직 취업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직장을 갖지 못한 취업준비생들의 목소리도 있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최저임금에 관해서는 이 정도로 하고 주제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말씀해주시지요. 류 위원=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 3명의 전망을 들어본 6월 8일자 A19면 기획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7월 9일자에 실린 금융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를 지적하는 기사도 좋았습니다. 낙하산 인사들이 금융공기업에만 있겠습니까. 다른 분야도 취재를 해서 낙하산 인사를 시리즈로 다루면 반응이 좋을 걸로 봅니다. 조 위원=7월 14일자 글로벌 포커스에서 세계 무역질서를 미국이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잘 소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글로벌 문제와 세계의 흐름을 짚어주는 기사가 더 많았으면 합니다. 김 위원장=7월 10일자 A10면의 ‘당정 규제개혁보다 손쉬운 재정 확대로 일자리 복지 늘리기’ 기사는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준 내용입니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 만들기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면서,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의 기(氣)를 살려주면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정부가 힘든 길을 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현 상황을 잘 지적한 것 같습니다. 류 위원=폭염이 이어지면서 탈(脫)원전과 관련해 전력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7월 전력량이 늘면서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 실패에 대한 기사가 있었는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전력을 예측하는지, 이번에 빗나간 예측이 나오게 된 과정을 자세히 취재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외국에서는 정책 실패로 손해를 입으면 소송을 하기도 합니다. 원전 정책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언론에서 해외 사례를 거론해볼 필요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 위원=지난 회의 때 얘기를 못해서 제가 뒤늦게라도 꼭 언급하고 싶은 기사가 있습니다. ‘오싱’의 작가 하시다 스가코(橋田壽賀子) 도쿄 인터뷰입니다. 고령화사회를 맞아 존엄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준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김 위원장=오늘 나온 논의들이 앞으로 더욱 알찬 지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리=김동원 daviskim@donga.com·이원주 기자 }

이글이글 타는 여름하늘하늘 차려 입고찰랑찰랑 물에 비친뭉게뭉게 구름 위를잘박잘박 걷는 아이 ―광화문광장에서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나일리지’를 아시나요? 나이를 마일리지처럼 적립해 권위를 내세우는 ‘꼰대’를 이르는 말입니다.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어른 공경’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 ‘나일리지 타파’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정당한 지적조차 ‘꼰대짓’이 되어버려 고충을 겪는 이들도 있습니다. 》 ▼ 나이가 벼슬이야! ▼ “공원 분수대에서 자리 양보를 강요당한 적이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분수대 옆에서 맥주 한 캔 마시려 했는데 할아버지 두 분이 오시더니 다짜고짜 비키라고 하시더군요. ‘옆에 자리 많지 않냐’라고 했더니 ‘다른 데는 물이 많이 튄다’며 제 자리가 명당이라며 얼른 가라고 소리치셨어요. 왠지 억울해서 ‘저는 물 맞아도 되는 겁니까’라고 말했는데 ‘너 몇 살이냐. 젊은 놈이 물 좀 맞으면 되지’라며 삿대질을 하시더라고요. 나이를 마일리지처럼 적립해 ‘꼰대’처럼 행동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참 답답합니다.”―김대철 씨(30·회사원) “점심 메뉴 제안했다가 ‘어른한테 대든 버릇없는 놈’이 됐어요. 회사 선배가 며칠 내내 일방적으로 점심 메뉴를 고르더라고요. 조심스럽게 ‘오늘은 다른 메뉴 도전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선배도 웃으며 좋다고 하셨죠. 가게에 들어가 주문을 하자마자 선배가 ‘다른 메뉴가 먹고 싶어도 그렇지. 어디 어른을 길에 세워 놓냐’며 ‘나중에 네 후배한테나 그렇게 해주든지’라고 잔소리를 시작하데요. ‘어른’이란 단어에 부아가 치밀었습니다.”―양모 씨(40·회사원) “하루 한 번 있는 티타임에 수간호사님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드렸다가 혼났습니다. ‘난 따뜻한 게 좋은데 얘는 부서장 취향도 모른다’며 한참을 비꼬더라고요. 날이 더워 차가운 음료를 준비한 것뿐인데…. 취향까지 파악해 ‘커피 셔틀’을 해야 하나요? 결국 나이 어리고 직급 낮은 제가 새로 타드렸네요.”―최모 씨(27·간호사) “유교문화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는 장유유서 규범이 남아 있어요. 나이를 기준으로 채용과 승진이 이루어지는 규정이나 부모와 자식 간 위계적인 관계가 그러하죠. 한편으로는 시장 논리의 확장과 민주주의의 발달로 나이는 급격히 그 의미를 잃고 있습니다. 반대로 유교적 사회윤리에 익숙했던 세대는 나이가 들수록 위축되어 가는 자신들의 존재를 집단적으로 드러내고자 합니다. 모든 걸 과거의 기준으로 판단해 ‘젊은 것들’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죠.”―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어린 데다 여자라서? ▼ “6·13지방선거 기간에 택시를 탔다가 불편한 경험을 했습니다. 기사님이 한창 선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백미러로 제 얼굴을 살피더니 ‘근데 학생은 어리고 여자라서 정치엔 별로 관심 없지?’라고 하는 거예요. ‘관심 있어요’라고 대답했더니 ‘이런 것도 아느냐’라며 저를 계속 평가했어요. 본인이 더 오래 살았으니 남을 가르쳐도 된다는 태도가 매우 불편했습니다.”―윤효진 씨(21·대학생) “정부 연구용역에 참여했을 때 남자 공무원에게 차별당한 적이 있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회식을 하러 갔어요. 본인이 술을 돌리겠다며 사람들의 잔을 전부 모아 갔는데 제 잔만 안 가져갔습니다. 처음에는 ‘내 잔을 못 봤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제 잔엔 술을 따라주지 않았어요. 직접 잔을 드렸더니 ‘젊은 여성이라 술을 못 마시는 줄 알았다’고 되지도 않는 변명을 했습니다. 다행히 주변 분들이 ‘차별하지 말라’고 일갈을 놓아주셨죠.”―문모 씨(25·대학원생) “부동산중개소에 갔더니 공인중개사가 다짜고짜 ‘보증금, 월세는 얼마까지 생각하고 왔어?’라고 반말을 하는 거예요. 불쾌했지만 ‘대학가 부동산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참았죠. 그런데 제 뒤로 들어온 남학생 두 명한테는 친절한 말투는 아니었지만 존댓말을 쓰더라고요. 어린 데다 ‘여학생’이라 더 만만하게 봤던 게 아닐까 싶어요.”―김은서 씨(24·대학교 4학년)▼ 혹시 당신은 꼰대 꿈나무? ▼ “제가 89년생 08학번인데 10년 동안 나이를 속인 대학 동기 A가 있어요. 재수해서 한 살 많다고 신입생 환영회 때부터 형 행세를 했죠. 07학번 선배들과도 말 놓고 지내며 동기들 사이에서 굉장히 권위적으로 행동해 과대표까지 맡았습니다. 10년이 지난 뒤 영화 ‘식스센스’급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재수를 했던 다른 동기 형이 슬쩍 A의 지갑에서 삐져나온 ‘민증’을 봤는데 ‘88년생’이 아닌 ‘89년생’이 떡하니 적혀 있던 것이죠. 그렇게 형 노릇이 하고 싶었던 걸까요.”―정모 씨(30·회사원) “젊은이들 중에도 고루한 사람이 있어요. 대학생 때 팀 과제를 하던 중 제가 잘못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보다 두 살 많던 남자 선배가 저를 따로 부르더라고요. 사과를 하고 제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려는데 선배가 소파에 몸을 푹 기대더니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고 ‘쉿’ 하더군요. 그러고는 제게 ‘이건 사회생활 팁인데 어떤 상황이든 그냥 죄송하다고만 해. 군대에선 그렇게 한다’라고 말했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서 대답도 못 하고 겨우 고개만 끄덕였네요.”―김모 씨(24·회사원) “신입사원 연수 받을 때 동기들 평균 나이보다 네다섯 살 많은 사람이 있었어요. 말끝마다 ‘형이 너네 좋아하는 거 알지? 오빠가 다 챙겨줄 테니 나만 믿어’라고 하는 통에 자연스럽게 상하관계가 형성됐죠. 밤이면 동기들 불러내서 ‘자산운용법 가르쳐 주겠다’, ‘술 마시는 법을 잘못 배웠다’느니 훈수도 뒀습니다. 선배들 앞에서는 어찌나 아양을 떨던지 ‘세상 참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이모 씨(20대·기업 마케팅팀 근무)▼ 소통과 배려가 중요 ▼ “물론 막무가내로 ‘나이부심’을 부려선 안 되지만 정당한 충고마저 ‘꼰대 잔소리’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봐요. 제 선배는 보고서 형식을 틀리는 후배에게 ‘형식 맞춰야 한다’라고 지적했다가 후배 동기들 사이에서 한동안 ‘꼰대’라고 욕을 먹었답니다.”―김수근 씨(31·기업 인사팀 근무) “베이비붐 세대인 리더들은 먼저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합니다. ‘헝그리 정신’만 찾으려 하다 보면 ‘앵그리 버드’ 되기 십상이죠. 스스로 물어보세요. ‘당신이라면 당신의 자녀를 당신과 같은 상사 밑에 보내고 싶겠는가’ 하고 말이죠. 신세대의 최대 가치는 개인주의와 공정성입니다. 문제는 자칫 조직 내에선 부정적 인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죠. 직장 선배는 경험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쌓아온 사람이에요. 많이 묻고 배워야 합니다. ‘딸랑맨’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대답해 보완점을 이야기하는 성의를 보이라는 뜻입니다. 선배의 기술을 존중하고 배우려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양보를 바라거나 ‘내가 젊을 적엔 그랬다’며 훈계를 해선 안 돼요. 다만 젊은이들도 노인을 배려해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드니 안 아픈 구석이 없습니다. 귀가 안 좋아지니 내 목소리가 잘 안 들려 크게 말하게 되죠. 손잡이를 잡지 않고선 지하철 환승통로 계단을 오를 수도 없어요. 바삐 오르는 젊은이들 길 막을까 봐 최대한 몸을 벽 쪽으로 붙입니다. 그래도 째려보거나 가방으로 얼굴을 치고는 사과도 않고 가는 젊은이들이 있어요. 서로가 배려해야 합니다.”―윤두임 씨(81) “서울 용산구에 있는 노인생애체험센터에서 노인 세대가 겪는 불편함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음료수의 유통기한조차 확인하기 힘들더라고요. 퇴화된 근력을 체험하기 위해 손발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관절엔 빳빳한 판자가 들어간 체험 기구를 둘렀습니다. 서 있기만 해도 힘이 드는데 신발을 신고 벗고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니 진이 다 빠졌어요. 청년과 학생들이 꼭 체험해보길 바라요. 어르신들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서혜린·진예은(22·이화여대 간호학과 4학년)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

※‘날飛’는 마린온 추락 사고로 순직한 해병대원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 장병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휴가철입니다. 갈 곳은 정하셨는지, 비행기를 타시는 분들은 얼마나 싼 값에 표를 구하셨는지요. 여행을 갈 때 가장 기분이 좋을 때가 출국 직전까지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공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 그만큼 중요하단 거겠죠. 즐거워야 할 그런 시간을 혹시라도 보안 검색 때문에 망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독자 여러분께서 확인하셔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보조 배터리’입니다. 현재 미 연방 항공청(FAA)과 각 항공사에서는 보조배터리 휴대를 제한하는 규정을 내놓고 있습니다. 보조배터리가 기내에서 폭발하거나 불이 붙는 사고가 몇 건 생기자 이를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차원입니다. 그럼 들고 탈 수 있는 배터리와 못 들고 타는 배터리는 뭐가 있을까요. 우선, 현재 항공사에서 휴대를 제한하는 배터리는 거의 대부분 ‘리튬OO’ 배터리입니다. 항공사마다 정책이 조금씩 다르지만 적어도 일반 여행객이나 출장객이 짐을 꾸릴 때 쓰는 배터리 중에서는 ‘리튬이온’ ‘리튬폴리머’ 배터리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일반 건전지나 건전지 모양으로 생긴 충전지(니카드, 니켈수소, 니켈망간 등)는 특별한 제한 없이 휴대할 수 있습니다. 리튬OO 전지라고 다 제한을 받는 건 아니고, ‘전자기기에 장착된 배터리’는 또 제한을 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배터리가 장착된 전화기, 배터리가 장착된 카메라, 배터리가 장착된 블루투스 스피커는 기내에 가지고 탈 수도 있고, 수하물로 부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여러분께서 신경쓰셔야 될 배터리는 두 종류입니다. 휴대전화, 카메라용 ‘추가 베터리’와 몇 밀리암페어 하는 식으로 용량을 세는 ‘보조 배터리’입니다. 두 배터리 모두 접접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고, 이 접점에서 문제가 생겨 불이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항공업계는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이런 추가배터리나 보조배터리는 얼마나 들고 탈 수 있을까요. 우선 위 표에서 봤듯 이런 배터리는 수하물로 부칠 수 없고 무조건 휴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 연방 항공청(FAA) 가이드라인을 따를 경우 이런 기준이 됩니다.△배터리 한 개 용량이 100Wh(와트시)를 넘지 않을 것.△전체 배터리의 용량 총합이 160Wh를 넘지 않을 것.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조배터리 용량을 말할 때는 mAh 단위를 씁니다. “이 보조배터리 만(10000)짜리야” 라고 하면 용량이 10000mAh인 배터리를 보통 의미하게 되는 겁니다. 그럼 Wh는 뭘까요. 우선 배터리 옆면이나 뒷면을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휴대전화 배터리나 카메라 배터리, 크고 유명한 회사에서 만든 보조배터리일수록 Wh 단위 용량이 표시된 경우가 많습니다. “암만 뒤져봐도 내 배터리는 안 써 있는데?” 이런 경우는 어떡할까요. 단순히 일반적 용량을 말하는 mAh 숫자 중 0 세 개를 버리신 다음 3.8을 곱하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10000mAh짜리 보조배터리를 Wh로 표시하면 이렇게 됩니다. 3.8을 곱하는 이유는 ‘리튬OO’ 전지가 일반적으로 3.6~3.8V를 내도록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배터리들이 다른 기기를 충전할 때는 이 전압이 전자회로를 거쳐 5V 정도로 높아져 출력됩니다.) Wh는 보통 전류(A·암페어)와 전압(V·볼트), 시간(h)을 곱해서 계산합니다. mAh는 전류 단위 A를 1000배 한 수치에 시간까지 미리 곱한 값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에 전압을 여유있게 예상한 값인 3.8만 곱해주면 되는 겁니다. 그럼 정말정말 예외적인 경우. 그러니까 방송에서 전문적으로 쓰는 ENG 카메라와 여기에 쓸 추가배터리(100Wh 이상)를 챙겨가겠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부터는 항공사 재량에 맡깁니다. 이용할 항공사가 휴대를 금지하면 못 가져가고, 휴대를 허용할 경우에도 제한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명당 한 개 혹은 두 개 하는 식으로요. 또 중국 일부 공항은 위에서 언급한 허용량보다 훨씬 엄격하게 개수나 용량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런 대용량 배터리를 휴대하고 여행할 경우에는 먼저 항공사에 꼭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공항에서 배터리 때문에 짐 푸는 일 없이 즐거운 휴가 다녀오시기를 ‘날飛’가 기원하겠습니다.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물 위를 스치며 달리는 기적,등 뒤로 무지개가 한없이 따라오는 기적,온몸의 세포가 짜릿하게 반응하는 기적,그리고, 이 무더위가 시원해지는 기적.―청평호에서사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초록은 눈부신 날개를 가진 새를 닮고 싶었다.하얀 날개를 갖고 푸른 하늘을 날고 싶었다.초록은 손바닥을 한껏 벌려 햇살을 움켜쥐었다.그리고 눈부시게 하얀 깃털을 기어이 피워 냈다.하늘을 닮고 싶던 초록은 하늘처럼 푸르게 익어 갔다.―전북 김제시 하소백련지에서 사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날飛’는 최근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이 차질을 빚었던 사안과 관련해 유명을 달리한 기내식 납품업체 협력사 대표의 명복을 빕니다.약 1년 전쯤 ‘날飛’가 전해드렸던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항공사가 비행기 이코노미석 좌석 간격을 계속해서 줄이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플라이어스 라이트(Flyers Rights)’의 청원을 미 법원이 받아들였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항공사 이코노미석 좌석 간격은 미국에 비해서는 넓지만 결코 넉넉한 공간은 아닙니다. 당시 ‘날飛’ 보도에 많은 독자들께서 댓글을 달아주셨던 이유도 조금이나마 쾌적한 여행을 바랐기 때문이었겠지요.▷관련기사: 하지만 오늘 전해드릴 소식은 소비자 입장에선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미 법원의 결정에 따라 연구와 실험을 한 미 연방 항공청(FAA)이 최근 결과 보고서를 내고 “좌석 간격과 안전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냈기 때문입니다. ‘플라이어스 라이트’가 미국 법원에 이런 청원을 할 때 내든 명분은 안전이었습니다. 이 단체는 “승객 체형은 계속 커지는데, 좌석 간격은 오히려 좁아지다 보니 비행기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좌석 간격 때문에 빠르게 탈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고, FAA에 승객 탈출에 지장이 없는 좌석 간격을 지정하도록 명령했습니다.FAA는 에어버스(유럽), 보잉(미국), 엠브라에르(브라질) 등 항공기 제작사에 승객 탈출 시뮬레이션을 의뢰했습니다. 좌석 간격이 승객 탈출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각 회사의 탈출 시뮬레이션에 FAA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여기서 잠깐, 이해를 돕기 위해 FAA가 정한 비상시 탈출 규정을 소개해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승객이 44명 이상 탈 수 있는 항공기는 설계 단계부터 승객 탈출 절차를 만족하도록 만들어져야 합니다. 실험 조건은 이렇습니다.△지상 탈출을 가정할 것(비행기가 물 위에 내리는 조건이 아님)△해당 기종이 태울 수 있는 최대 인원을 가정할 것(즉, 기내 전체를 이코노미 좌석으로 빽빽하게 채울 것)△객실은 완전히 어두운 상태에서 비상등과 비상구 안내등만 켜질 것△탈출구 중 절반 이하만 사용 가능한 상태를 가정할 것△탈출 절차(시뮬레이션)에 참여하는 가상 승객은 다양한 연령과 체형의 사람들일 것△위 조건에서 승무원을 포함한 모든 탑승객이 90초 안에 비행기 밖으로 탈출할 것 이 조건은 FAA 기준이지만, 지난번 기사에서 설명 드렸듯 미국에 입항하는 모든 항공기가 FAA 규정을 지켜야 하고, 미국의 항공 산업이 워낙 영향력이 크다 보니 사실상 모든 항공기 제작사가 이 조건을 만족하도록 비행기를 만들고 있습니다.본론으로 돌아가시죠. 각 항공기 제작사는 최소 좌석 간격을 28인치(약 71cm)로 설정하고 실험했습니다. 탈출 실험을 영상으로 촬영했고, 이를 FAA에 전달해 공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래 영상은 이 중 보잉에서 제공한 탈출 실험 영상입니다.▷3개 항공기 제작사의 탈출 실험 영상은 아래 주소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실험을 끝낸 세 항공기 제작사는 비슷한 의견을 FAA에 전달했습니다. “좌석 간격이 탈출 시간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또 “탈출 시간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승객이 비상구 앞에서 탈출용 슬라이드로 뛰어내리기를 무서워해 머뭇거리는 시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탈출을 기다리는 뒷사람들을 줄 서게 만들고 결국 탈출 시간을 늘리는 제일 큰 원인(Key factor)이 된다는 겁니다.FAA는 결론 보고서를 작성하며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승객이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승무원들은 가장 먼저 좌석벨트를 풀고, 일어서서, 비상구 앞으로 갑니다. 비상구에 있는 창문으로 ‘이 문을 열어도 되는지’를 살핀 후, 괜찮다고 판단하면 문을 열고 탈출용 슬라이드를 작동시킵니다. 훈련 받은 승무원이 이런 행동을 끝내는 데 약 10초가 걸린다는 게 FAA 설명입니다. 그리고 승무원이 이 절차를 밟는 동안 승객들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탈출할 준비를 마친다는 겁니다. 아직 좌석에서 복도로 나오지 못 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복도에 줄이 길기 때문이지 좌석 간격이 좁아서는 아니라는 결론입니다.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결정은 결코 아닙니다. 처음 법원에 청원을 냈던 ‘플라이어스 라이트’ 역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 단체의 대표인 폴 허드슨은 “관료주의에 물든 FAA가 안전과 편안함, 건강에 무리를 주지 않는 여행을 바라는 많은 이코노미석 승객을 비웃었다”며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온라인 등을 통해 강력한 반대 운동을 펼쳐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FAA의 결론은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항공기에서 빨리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승무원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벨트 풀어!” “짐 버려!”, “이 쪽으로!” “(비상구 밖으로) 뛰어!”같은 승무원의 큰 목소리와 강압적인 지시는 수십 년 동안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최단시간 탈출 규범’입니다. 그러니 짐은 버리고, 무섭더라도 용감하게 뛰어내리셔야 합니다. 승무원 말을 듣고, 두려움을 참아내는 것만으로 함께 비행기에 탔던 승객의 목숨까지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한국 국적기는 외국 항공사의 좌석과 비교할 때 아직 좌석 간격에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고, 서비스도 외항사보다 낫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 항공업계에서 한국만큼 ‘소란스럽고 불편한 뉴스거리’가 많은 나라도 또 없어 보입니다. 최근 몇 년 간 크고작은 사고도 잇따랐습니다. 한 나라의 국적기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얼굴’인 동시에 국기를 동체에 그려 넣고 전 세계를 누비는 ‘국가대표’이기도 합니다. 태극기를 달고 하늘을 나는 국적 항공사들이 하루라도 빨리 다시 국민이 인정하는 우리의 날개로, 아름다운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터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며 직장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그러나 모두 마음이 가벼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소득이 줄어 걱정하거나 부업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 워라밸이 내 삶으로! ▼ “툭하면 밤 11시까지 야근했는데 이젠 오후 6시가 되면 회사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꺼집니다. 저녁에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대만 영화를 자막 없이 보고 싶었거든요. 나중에 대만 여행을 가면 제가 좋아하는 대만 배우 진연희 씨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더 열심히 공부하려고 해요.”―이준호 씨(35·회사원) “오후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배워요. 원래는 혼자 집에 갔는데 오늘은 아빠가 일이 일찍 끝나서 데리러 왔어요. 앞으로도 가끔씩 아빠가 데리러 와서 스포츠센터 매점에서 맛있는 거 사주면 좋겠어요.”―권모 양(12·초등학교 6학년) “직장 때문에 체육관에 자주 방문하지 못하던 회원분들이 꾸준히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번 주에만 네다섯 분이 오랜만에 운동하러 왔어요. 당직 근무가 줄어들어 저녁에 운동할 시간이 생겼다고 해요.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회원분들이 방문하기 시작하니 체육관이 더욱 활기찹니다.”―김준일 ‘종로 바디스타 짐’ 트레이너▼ ‘머라밸’도 중요해 ▼ “월급이 3분의 1가량 줄었습니다. 생산현장 근로자는 기본급이 높지 않아 수당이 중요한데 갑자기 근로시간만 단축해버리니 임금이 절벽 깎아지르듯 줄었어요. 현장 반장을 맡고 있어 52시간에 맞춰 근무 일정을 짜니 사람들이 ‘돈이 안 된다’며 불만을 토로하더군요. 어린 자녀가 있는 동료는 이미 아이 학원을 줄이고 보험을 해지했더라고요. 뉴스에서 ‘워라밸’하는데, 사실 돈이 있어야 워라밸이 가능한 겁니다. 생활을 위해, 가정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겐 ‘머니 앤드 라이프 밸런스’가 더욱 중요해요. ‘머라밸’이 충족되지 않는데 무슨 워라밸입니까.”―김모 씨(50대·생산관리직 근무) “이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직업 특성상 연장이나 야간 근로로 버는 수당이 상당합니다. 승진을 했는데도 올해 초부터 52시간 근무에 들어가 월급이 100만 원 이상 줄었습니다. 이직을 안 하면 대리기사나 일용직 근무 같은 부업을 찾아볼 생각이에요.”―정모 씨(30대·유통업 종사) “백화점에는 개인사업자가 임차료를 내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임대 매장이 있습니다. 저는 임대 매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당장은 52시간 근무 대상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나중에라도 근로시간이 줄어 월급이 줄어들까 봐 걱정돼요.”―이모 씨(25·백화점 근무)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건 환영할 일입니다. 문제는 소득 감소와 소득 양극화입니다. 대기업은 대부분 노동조합이 있으니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드는 소득을 상쇄할 방안을 만들어낼 겁니다. 반면 중소기업은 노동조합도 없고 회사가 영세하니 근로시간이 준 만큼 곧장 근로자 소득이 줄어들어요. 해외건설 산업계 역시 날씨 등 현지 상황과 비용을 고려해 생산성을 맞춰야 하니 ‘주 52시간’을 지키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르죠. 근로시간을 주 단위가 아닌 연 단위로 파악하는 대안이 있습니다.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도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조치가 필요합니다.”―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 ▼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다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 같진 않습니다. 생산성을 맞추기 위해 회사 시스템이 변하거나 근로자가 더욱 고강도로 일하겠죠. 공무원은 철저히 법을 지켜야 하니 실질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겠죠. ‘결국 공무원이 답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나올 수밖에 없어요.”―박형정 씨(24·취업준비생)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어차피 일이 몰리면 퇴근하고 잔업을 해야 해 비교적 일이 많은 부서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생긴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근무시간을 개인이 자율적으로 정하다 보니 협업도 어려워졌어요. 근태관리가 철저해졌고 흡연 등 개인 휴식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는지도 개인 판단에 맡기기 때문에 아직은 혼란스러운 분위기예요.”―박모 씨(31·기업 인사팀 근무) “회사 규모가 300인 미만이라 아직 주 52시간 근무에 돌입하진 않았습니다. 주 52시간 근무를 실시했을 때 현재 인원과 설비로도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기계화설비 검토, 충원 검토와 같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준비를 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희보다 규모가 작은 곳은 대비조차 힘들다고 하더군요.”―최모 씨(30·생산관리직 근무) “제조업 현장에서 3조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당 8시간씩 세 사람이 하루를 맡죠. 주 52시간 근무에 맞춰야 하니 주 6일 동안 하루 8시간씩 일하고 나면 나머지 하루는 4시간밖에 일을 못 해요. 세 사람이니 총 12시간이 비는데, 그 시간을 채우자고 당장 새로운 사람을 뽑을 순 없습니다. 현장에서는 ‘경제가 내려앉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경기 침체를 피부로 느낍니다. 주문량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4조 3교대로 바꾸자니 비용이 부담돼 어쩔 수 없이 기계를 멈춰놓습니다. 그러면 또 물량 맞추느라 고생하죠. 설문조사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에 찬성률이 60% 이상이 나왔다는데, 사무직 종사자들의 이야기입니다.”―김모 씨(54·제조업 근무)▼ 52시간은 먼 나라 얘기 ▼ “매주 52시간 이상 일합니다. 8시간 근무지만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보통 1시간 빠르게 출근하고 두세 시간씩 더 일해요. 원칙적으로는 주 5일이지만 인력이 부족할 땐 6일 연속 출근합니다. 초과근무수당을 다 받지도 못해요. 보건업은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52시간 적용 대상도 아닙니다. 너무 쉬고 싶어요. 3교대 근무라 대부분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심한 사람은 수면제를 처방받아요. 내가 잘못하면 환자가 위험해진다는 두려움이 늘 가슴을 짓누르지만 항상 웃어야 해요. 인력이 부족해 휴가도 못 씁니다. 일이 고되니 신규 간호사들이 그만둬 또 인력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뉴스에 ‘워라밸’이 나오면 더 서글퍼집니다.”―김모 씨(25·간호사) “광고업계는 정말 바빠요. 오전 9시에 출근해 12시간 넘게 일하죠. 야근은 일상이고 주말에도 출근합니다. 일이 많을 때는 새벽 4시에 퇴근하는데 말이 퇴근이지 집에 씻으러 들어가는 거예요. 인력이 부족해 디자이너 한 사람당 프로젝트 대여섯 개를 맡아요. 광고 업무는 단기 프로젝트 위주라 업무량이 일정하지 않으니 회사 입장에선 고정 인력을 늘리기 부담스러운 거죠. 이번에 특례업종에서 광고업이 제외돼 주 52시간 근무제 대상이 됐더라고요. 유예기간이 있지만 근본적인 인력부족 문제와 근로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면 결국 소용없지 않을까요.”―김모 씨(27·광고업 종사)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와 성장률로 따져보았을 때 선진국에 포함됩니다. 이제는 ‘노동’과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죠. 생산력의 원동력은 노동력인데 우리나라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노동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경제 성장의 당위성은 결국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습니다. 생산성이 올라가면 국민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인간으로서의 삶과 노동자로서의 삶의 균형이 맞춰져야 하죠. 주 52시간 근무제뿐 아니라 ‘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노동자의 교섭권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박영일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명예교수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

우리는 원래 하늘에서 내려온 우주민족.지구 바다가 마음에 들어 해저 깊은 곳에서 조용히 살았건만우리 동족을 말리고 태우고 찢어버린 잔혹한 인간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우리는 이제 인간을 벌하고 세상을 뒤집겠다. 머리끝까지 뻗친 우리의 분노를 보아라! ―속초에서사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속초항에 걸린 오징어 건조대를 촬영해 180도 뒤집었습니다.}

여름이 아니라 가을이 온 줄 알았다.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지나간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서울의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일요일인 8일 아침 최저 기온은 17.7도까지 떨어졌다. 9월 중순에 느낄 수 있는 선선한 바람이 지금이 7월임을 완전히 잊게 했다. 왜 이리 가을 같은 날씨가 길게 이어졌을까. 해답은 북태평양 고기압에 있다. 한반도 여름 날씨를 좌지우지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은 지난 주말에 일본 남쪽까지 한껏 후퇴했다. 여기에 한반도 북서쪽 멀고 높은 하늘에 위치한 큰 저기압이 북쪽의 선선한 공기를 한반도 상공으로 한껏 당겨왔다. 또 지상에서는 동해상에 저기압과 고기압이 절묘하게 배치되면서 높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선한 바람이 북동풍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넘어왔다. 선선하면서 쾌청한 공기에 가시거리까지 쭉쭉 뻗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씨’가 7월 초에 찾아온 이유다. 반면 몸을 움츠린 저기압은 일본에는 재앙에 가까운 폭우를 불러 왔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남서쪽에서 계속해서 습하고 뜨거운 공기를 끌어 내린다. 우리나라에 가을 날씨를 가져다준 선선한 공기가 일본에서는 습하고 뜨거운 공기와 만나면서 일본 열도 전체에 걸쳐 포진해 있던 장마전선 비구름이 급격하게 발달했다. 그 결과는? 3일 간 최대 1000mm가 넘는 폭우였다. 새로운 주가 시작되면서 기압 배치도 바뀌었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다시 한반도까지 치고 올라왔다. 찬 공기를 공급하던 저기압도 흘러가면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아졌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시 올라왔으니 장맛비가 쏟아지고, 습도와 기온은 올라갈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상층 찬 공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까지 올라온 장마 전선과 만나면 일본만큼은 아니어도 지역에 따라 거센 비가 쏟아질 수 있다. 7월 상순이 며칠 내내 가을 날씨를 보이면서 “올해 여름은 좀 덜 더웠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38년(1980~2017년)의 7월 상순 최저기온과 하순 최저기온을 각각 분석해 봤다. 그래프를 보면 어느 정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하루 최저기온 기준 7월 상순이 시원했을 경우 하순에도 비교적 덜 더운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그래프만 놓고 보면 변칙이 많아 꼭 그렇다고 말하기는 또 어렵다. 7월 상순에 비가 많이 내릴 경우 기온이 평균 기온이 낮아지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2014년 7월 상순 최저기온 평균은 22.9도로 한 해 전보다 올라갔다. 7월 하순 평균은 22.7도로 한 해 전보다 낮았고 아예 상순 평균 기온보다도 낮은 적도 있다. 즉 7월 초에 시원했으니 ‘덜 더운 여름’을 기대하는 건 좋지만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여름 더위가 기승이라고 해서 열대야가 빨리 오는 것도 아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더웠던 2016년 열대야는 7월 22일 처음 시작돼 딱 하루(27일)만 빼고 월말까지 계속 이어졌다. 2017년에는 7월 14일에 열대야가 생긴 후 잦아들었다 같은 달 20일부터 24일까지 다시 열대야가 왔다.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 애틋하다[애트타다] 섭섭하고 안타까워 애가 타는 듯하다.○ 愛틋하다[-트타-] 헤어지기 섭섭해 사랑이 불타는 듯하다.―러시아 카잔에서사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올해 7번째 태풍인 ‘비의 신’ 쁘라삐룬. 4일 새벽 대한해협을 통과하며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영남 지방은 4일 오전까지는 쁘라삐룬의 영향권에 직간접적으로 놓일 전망이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워낙 느리다보니 대한해협을 통과해도 태풍이 ‘빠져나간다’는 말을 붙이기가 무색한 상황이다. 북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발생한 태풍은 처음에는 북서쪽으로 이동하다가 북위 30도 선을 경계로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포물선을 그리면서 이동한다.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하면 태풍의 이동 속도는 크게 빨라진다. 한 시간에 느려도 약 30km 이상, 빠르면 50~60km씩 이동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쁘라삐룬은 북위 30도선을 지나서도 이동 속도가 시속 20km 정도에 불과했다. 쁘라삐룬이 느리게 이동하는 주요 원인은 태풍이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쁘라삐룬의 중심기압은 한반도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4일 새벽 3시 기준 990헥토파스칼로 예상된다. 최대풍속은 초속 24m. 태풍의 강도 분류로 보면 ‘약한 태풍’에 해당한다.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20도 안팎으로 아직 차가운 점도 태풍 위력을 약하게 만들었다. 태풍은 해수면온도가 26도보다 높을 때 만들어지고 강해진다.2012년 서해안을 따라 북상했던 태풍 ‘볼라벤’의 중심기압은 960헥토파스칼, 최대 풍속은 초속 40m에 달했다. ‘열대성 저기압’이 힘을 키워 만들어지는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그 위력이 세다. 태풍도 이동하는 ‘길’이 있다. 여름철 일기예보를 보면 캐스터들이 자주 하는 말이 “오늘 우리나라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대체로 맑겠습니다”라는 멘트다. 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가 바로 태풍이 이동하는 길이다. 기상학에서는 5500m 상공의 특정 등압선(5880gpm)을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로 본다.태풍의 이런 경로는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아직 ‘본격적 여름’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습하고 더운 우리나라 여름 날씨는 바다에서 발달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태풍이 우리나라의 동남쪽으로 지나갔다는 의미는 아직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가 우리나라까지 다가오지 못했다는 뜻이다. 태풍의 오른쪽 반원에 들어간 일본은 이미 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었다. 이제 진짜 여름이 온다.}

《 “아이는 안 됩니다!” 아이의 출입을 거절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생겼습니다. 이해가 된다는 의견과 ‘차별당해서 기분이 나쁘다’는 의견이 맞부딪힙니다.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모두가 어우러지는 사회를 그리며 ‘노키즈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 NO키즈존? NO부모존! ▼ “식당을 5년째 운영 중입니다. 홀과 바닥에 앉는 방으로 구분돼 있는데 아이가 신발을 신고 방 안을 뛰어다니는 거예요. 부모에게 ‘신발을 벗겨야 해요’라고 했더니 ‘애가 그럴 수도 있죠. 애기 신발이 얼마나 깨끗한데요’라고 하더군요. 상을 다 정리한 뒤 바닥을 치우려고 몸을 숙이면 상다리 뒤에 기저귀가 숨겨져 있는 경우도 열에 여섯은 돼요. 솔직히 역합니다. 변이 새어나오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죠.”―정모 씨(58·음식점 운영) “쇼핑몰 지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웬 남자아이가 저를 빤히 쳐다보더라고요. 멋쩍게 웃고 고개를 돌렸는데 갑자기 눈앞으로 손가락이 쑥 나타났어요. 너무 놀라서 몸을 뒤로 빼니, 그 남자아이가 ‘괴물! 이놈!’이라고 소리치며 제게 삿대질을 하는 거예요. 황당해서 아이 부모 쪽을 봤죠. 분명 눈이 마주쳤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작은아이 밥만 먹이더라고요. 애가 뛰어다니다 다치기라도 하면 가게 주인은 무슨 봉변이에요. 가만 놔두는 부모가 더욱 문제인 것 같아요.”―김모 씨(30·회사원) “장시간 앉아서 가야 하는 기차 안에서 아이들이 떠들고 뛰어다니면 다른 승객들은 힘듭니다. 아이와 아이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로 보이는 가족과 KTX 같은 칸에 탄 적이 있어요. 아이가 익룡처럼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 새끼 예쁘다’라고만 하는 거예요. 맞벌이 부부가 늘어 조부모님 손에 크는 아이가 많아졌죠. 아무래도 ‘오냐오냐’ 하면서 커서 더욱 공중예절을 못 배우는 게 아닐까요.”―유연주 씨(25·건축업 종사)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서 ‘고즈레코토와리(子連れお斷り·아이 동반 사절)’이라는 사례를 읽었습니다. 아이가 카페 창호지에 구멍을 내며 장난쳤는데 부모가 말도 하지 않고 카페를 떠났어요. 카페 사장님은 ‘아이는 그럴 수 있지만 부모가 아무 말도 없이 떠난 게 아쉽다’고 했죠. 그래도 실제로 일본에서 ‘노키즈존’을 본 적은 없습니다. 부모들이 공공예절을 중시해 아이들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고 주의를 주기 때문이에요.”―후쿠이 미키·모리 미유 씨(19·일본 도쿄도)▼ 고립되고 싶지 않아요 ▼ “1년 전쯤 가족들과 부산 여행을 갔을 때 청사포 근처 유명한 카페에 갔다가 입장 거부를 당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카페 외부에 루프탑 형식의 공간이 있어 위험하다고 하더군요. 저희 아이는 그때 생후 8개월이라 걷지 못해 제가 안고 있었고 실내에도 안전한 자리가 있었지만 들어가지 못했어요. 아이가 있기 전에는 노키즈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두 돌이 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외출할 때마다 소외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네요.”―김경희 씨(35) “식당이나 카페에서 ‘어린이는 들어오지 마!’라고 하면 너무 기분이 나빠요. 차별당하는 기분이에요. 어른들도 시끄럽게 떠드는데 저희만 혼나니까 슬프기도 해요. 저희도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요.”―이재윤(가명·9) 군 “문제가 되는 아이의 행동을 규제해야지 아이라는 대상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흡연자의 출입이 아닌 흡연 행위를 규제하는 것처럼 말이죠. 예전에는 육아가 공동체의 문제였기에 마을에서 아이가 사회생활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시적인 삶이 확대되며 가족은 사회로부터 고립됐어요. 양육자가 주로 엄마가 되다 보니 ‘맘충’이라는 혐오 담론이 형성되기도 했고요. 아이들은 공동체가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입니다. 물론 부모와 아이는 공공예절에 신경 써야 하고요. 관련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배려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진행해보면 좋지 않을까요.”―김도균 경기연구원 정책분석부 연구위원▼ 아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 “식당에서 뛰어다니는데 부모님이나 어른이 ‘뛰어다니면 위험해. 다른 손님들도 생각해주자’라고 하면 바로 조용히 할 거예요. 들어가지 못하게 하지 말고 ‘조심해’라고 말해주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김지희(가명·10) 양 “아이는 사회화가 덜 됐기 때문에 사회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저출산, 핵가족이 만연한 시대입니다. 지금 2040세대는 어린아이를 보면서 지낸 적이 없어 아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젊은 세대들이 부모가 되다 보니 내 아이만 한없이 귀하고 예쁜 ‘맘충, 대디충’이 탄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아닐까요? ‘세상에 나쁜 애는 없다’ 같은 TV프로그램을 제작해 아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좋겠어요. 강형욱 훈련사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개’의 특성을 알려줘 대중의 이해를 높였던 것처럼 말예요.”―박지윤 씨(25·대학생) “아이들은 그 시기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감정 뇌는 100% 발달했지만 이성 뇌, 즉 조절 능력은 완전히 발달한 상태가 아니라서 보호자가 필요해요. ‘노키즈존’도 ‘아이보호구역’으로 순화하면 좋겠어요. 아이가 뛰어다니다 가게 물건에 부딪치는 일도 ‘누가 보상하나’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다치면 안 되니까’라고 접근하는 것이죠. 아이 안전의 일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어요. 부모는 아이와 동반할 때 ‘우리 아이가 몇 분이나 버틸 수 있을까’를 고려해 장소를 고르고 아이에게 장소에 대해 미리 설명해줘야 합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도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곳이 아니라면 금지를 하기 전에 부모에게 가게 내의 안전사고 및 다른 고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면 좋겠습니다.”―임영주 임영주부모교육연구소 대표▼ 모두가 어우러지는 사회 ▼ “‘커넥터스’는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때 필요한 도시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중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이를 위한 시설이 준비된 가게 지도를 만드는 ‘웰컴키즈존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중요한 건 배려예요. 네덜란드와 일본에서는 ‘아기 의자’가 당연히 구비돼 있고 부모도 돈을 지불해 ‘아이를 위한 메뉴’를 주문합니다. 더 나아가 지하철, 공공화장실도 아이를 배려하는 공간으로 변하길 바라요. 집밖으로 나온 부모와 아이는 도시를 생동감 넘치게 해줍니다. 어디든 주변에 부모와 아이가 많이 보인다면 ‘살기 좋은 곳이구나’라고 여기고 아이를 향해 많이 웃어주길 부탁해요.”―한수연 커넥터스 대표 “지하철에서 새치기 하는 어른들 때문에 ‘노어른존’을 만들고 PC방에서 침을 뱉는 학생 때문에 ‘노유즈존’을 만들어도 될까요? 노키즈존 대신 부모는 조심하고 다른 고객들은 가족 손님을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요.”―이현지 씨(24·회사원) “저도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만삭인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없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죠. 가진 것 없이 힘든 상황에서 가게를 시작했지만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사람들이 편안히 찾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어요. 가게 밖에 ‘유모차 주차 공간’을 만들어놓고 만삭인 임신부 손님께 식사를 먼저 제공할 수 있도록 다른 손님에게 양해도 구합니다. 손님 중에 ‘가슴이 찡하다’는 분도 계셨죠. 비단 아이뿐만이 아니라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파스타집이 익숙지 않은 어르신도 찾는, 다양한 세대가 추억을 나누고 쌓는 ‘극단’ 같은 가게를 꾸리고 싶어요.”―김기영 씨(35·종로 ‘도시락파스타’ 대표)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