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최근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이른바 ‘깡통전세’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최장 4년간 대출 상환을 연장하고 이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을 강화하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등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정보 공개도 확대한다. 시는 5일 이런 내용이 담긴 ‘깡통전세 피해 예방 및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이달 중 실시한다고 밝혔다.○ 최대 4년간 대출상환 유예시의 대책은 △금융 및 법률 지원 △악성 임대인 대응 △피해 예방 등 크게 세 부문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9월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거나 같은 ‘깡통전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후 3개월여 만에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나온 것이다. 시는 현재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면 시와 협약을 맺은 은행이 최대 2억 원까지 보증금을 대출해주고, 시가 일부 이자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시는 먼저 이 제도를 이용 중인 신혼부부나 청년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소득, 연령 등과 관계없이 대출 상환을 4년까지 유예해 주기로 했다. 또 이 제도를 새로 신청한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보증료를 전액 지원한다.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금을 지급하고, 임대인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을 내거나 임차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엔 시가 대출 이자를 모두 부담한다. 시는 피해 임차인을 지원할 저금리 대출상품도 개발하기로 했다.○ 피해 상담·지원 원스톱 서비스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원스톱 상담 창구’도 마련된다. 시는 기존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를 확대 개편해 분쟁 조정과 대출, 가격 상담 등의 기능을 모두 통합한 ‘서울시 전·월세 종합지원센터’를 다음 달부터 운영한다. 이곳에선 시 공무원과 공인중개사,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시스템도 강화된다. 시는 건축물 소유자 정보, 주택 매매 및 전월세 거래 정보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악성 임대인 의심 사례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또 자치구와 함께 불법 중개 행위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전세 사기로 의심되는 경우 경찰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수사에 협조할 방침이다. 임차인들이 깡통전세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가 산출하는 부동산 정보의 접근성도 높이기로 했다. ‘서울주거포털’(housing.seoul.go.kr)이 공개하는 자치구·주택유형별 전세가율은 이달부터 다방, R114, 부동산플래닛 등 민간 부동산 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전 재산에 가까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고통받는 신혼부부와 청년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며 전세사기 예방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보도육교가 완공된 지 6년 7개월여 만에 내려앉아 통행이 전면 제한됐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영등포구는 서울시로부터 보도 폭을 넓히라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서울시와 영등포구 등에 따르면 도림보도육교는 이날 오전 1시 40분경 육교 중간 부분이 내려앉았다는 112 신고가 접수된 이후 육교와 하부 자전거도로, 산책로가 전면 통제되고 있다. 새벽 시간이라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도림보도육교는 폭 2.5m, 길이 104.6m 규모로 서울시 예산 28억8000만 원을 들여 2016년 5월 개통됐다. 서울시는 2014년 디자인 심의를 통해 보도 폭을 원래 계획인 2.5m에서 3.6m 이상으로 넓힌다는 조건으로 육교 설치 사업을 승인했다. 육교의 폭이 좁을 경우 자전거와 보행자 사이에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동아일보가 이날 입수한 2015년 영등포구 업무 추진계획서에 따르면 영등포구는 서울시 디자인 심의 이후 “경제적 타당성이 결여된다”며 “원안대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조건부 승인을 받을 경우 심의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거나 이견이 있을 경우 1개월 이내 재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런 절차 없이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의 후 영등포구로부터 추가 공문이 접수된 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영등포구 사례처럼 강제로 진행한 경우 사후 제재를 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는 “서울시 심의를 따를 경우 예산 12억 원이 추가로 필요했지만 이를 확보할 방법이 없었다”며 “디자인 심의 결과라 강제 사항은 아닌 걸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디자인 심의는 공공 건축물의 디자인 및 보행자 안전 등에 관한 심의다. 이에 앞서 영등포구는 구조 및 안전과 관련해 기술자문위원회 심의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40년 경력의 한 건축 업계 관계자는 “도보 폭을 넓혔으면 외부 충격에도 잘 버틸 수 있었겠지만 폭이 좁다 보니 온도 변화에 따른 수축 및 팽창에 취약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온도 변화 등을 고려해 폭을 설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철용 명지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폭이 좁으면 통행량이 줄기 때문에 폭과 위험이 항상 반비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시민이 사고 사흘 전 사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행전안전부 안전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다시 사무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게 되면서 직장 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연말 회식 때 고기도 안 굽더라,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만 중시한다…. 반면 MZ세대는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동아일보가 직장 내 MZ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와 청년 20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직장 내 MZ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의 가장 큰 불만은 업무를 대하는 태도다. ‘칼퇴근’에 회식은 기피하며 사생활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관리자급 최모 씨(58)는 “5년 전만 해도 맡은 일을 못 끝내거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알아서 야근을 했다”며 “이제는 남아서 일을 더 하라고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꼭 필요해 야근을 하자고 해도 얼굴에 싫은 표정이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반면 직장인 정모 씨(24)는 “퇴근시간 2분을 앞두고 상사로부터 추가 지시를 받았는데 담당자가 이미 퇴근한 걸 확인하고 ‘부서에 내용을 전달했다’고 보고했다”며 “더 이상 추가 확인을 할 수도 없는 업무였는데 ‘벌써 퇴근한 거냐’ ‘워라밸만 챙기느냐’고 질책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싸잡아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회사원 김다영 씨(28)는 “부서 절반이 20대인데 편견 때문에라도 대부분 회식은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며 “일부의 사례를 마치 MZ세대 전체의 일처럼 일반화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모두 꼰대 취급” vs “수용할 지적은 수용”기성세대는 MZ세대가 상사나 선배의 조언을 무조건 ‘꼰대 소리’로 치부한다고 토로한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권소영 씨(56)는 “교회 청년부 친구들에게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도 꼰대 취급 받을까 걱정돼 아무 말도 못 하는 분위기”라며 “기성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과 꼰대 소리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MZ세대들은 “세상이 변했음에도 ‘라떼(나 때)는 말이야’만 반복하는 조언을 거부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 이상훈 씨(24)는 “상황이 변한 걸 받아들이지 않은 채 본인들의 생각만 고집하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정말 필요한 조언은 얼마든 수용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권준표 씨(27)는 “상사에게 공문 작성 요령을 배웠을 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어 커피도 사고 지금은 먼저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공존을 위해선 서로 더 이해해야”‘심심한 사과’를 ‘심심해서 사과했느냐’고 해석한 걸 두고 “전반적인 문해력이 떨어져 큰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직장인 김진하 씨(25)는 “상대적으로 한자를 배울 기회가 적었을 뿐”이라며 “교육 과정이 다르고 세대별로 익숙한 용어에도 차이가 있다. 영어나 제2외국어는 우리 세대가 훨씬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채식, 친환경 등 트렌드에 유난히 민감해 조직생활을 못 한다는 지적에 대해 MZ세대들은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가치”라고 항변한다. 직장인 최모 씨(26)는 “채식주의자라고 했더니 오히려 육식을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말하며 고기를 먹는 걸 강요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호소했다. 또 “기후변화 등을 고려하면 환경보다 개발 우선이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우리는 천천히 가더라도 환경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이 빠른 속도로 사회가 변하면서 기성세대와 MZ세대의 차이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보다 사회적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직장 내에선 기성세대와 MZ세대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서로 다른 점들을 인정하고 오해를 풀어가기 위해 양쪽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 이상 운행을 지연시키지 말라’는 취지의 법원 조정안에 대해 “수용한다”는 입장을 1일 밝혔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전장연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유감스럽지만 법원 조정을 수용해 지하철 탑승(시위)을 5분 이내로 하겠다”며 “오 시장과 서울교통공사도 사법부 조정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전장연은 지하철 탑승 시간을 5분 이내로 하는 선전전을 2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숙대입구역 방향으로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삼각지역에서 1박 2일 시위를 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0일 마지막 시위를 한 후 13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19일 강제조정을 통해 서울교통공사 측이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대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또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 이상 운행을 지연시키는 경우 회당 500만 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5분까지 시위를 허용하는 결과가 된다.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강제조정에 한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할 경우 정식 재판이 진행된다. 오 시장은 또 “2일부터 (전장연 시위가) 지하철을 연착시키면 무관용 원칙으로 민형사적 대응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덧붙였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 이상 운행을 지연시키지 말라’는 취지의 법원 조정안에 대해 “수용한다”는 입장을 1일 밝혔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전장연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유감스럽지만 법원 조정을 수용해 지하철 탑승(시위)을 5분 이내로 하겠다”며 “오세훈 시장과 서울교통공사도 사법부 조정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전장연은 지하철 탑승 시간을 5분 이내로 하는 선전전을 2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숙대입구역 방향으로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삼각지역에서 1박2일 시위를 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0일 마지막 시위를 한 후 13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19일 강제조정을 통해 서울교통공사 측이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대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또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 이상 운행을 지연시키는 경우, 회당 500만 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5분까지 시위를 허용하는 결과가 된다.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조정안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판사님이 법치를 파괴하는 조정안을 냈다”고 비판했다. 강제조정에 한 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할 경우 정식 재판이 진행된다. 오 시장은 또 “2일부터 (전장연 시위가) 지하철을 연착시키면 무관용 원칙으로 민·형사적 대응을 모두 동원하겠다”며 “지난 1년간 발생한 손해액 약 6억 원에 대한 민사소송은 물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도 강력대응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전문가들은 터널 안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가능한 한 빨리 터널을 빠져나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뒤 차량 때문에 대피가 어려운 경우 즉시 차에서 내린 후 대피하는 게 좋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내릴 때는 시동을 끄고 열쇠를 차 안에 놓아둬야 한다”며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터널로 진입한 소방대원들이 차를 옮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재 규모나 서 있는 위치 등에 따라 변수가 있지만 대피 시에는 바람이 흐르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연기를 덜 마실 가능성이 높다. 백동현 가천대 소방공학과 명예교수는 “1999년 프랑스 몽블랑 터널 화재 당시 바람이 흐르는 방향으로 간 사람들은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지만 반대쪽으로 간 사람들은 대부분 살았다”고 했다. 연기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벽면을 짚으며 이동하는 게 좋다. 오고 가는 출입구가 다른 경우 옆 터널로 이동할 수 있는 비상통로가 200∼300m 간격으로 설치돼 있는데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달아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8·사진)이 도주 48일 만에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29일 오후 3시 57분경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9층에 은신해 있던 김 전 회장을 검거해 서울 남부구치소에 재수감했다. 김 전 회장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4500여 명에게 1조6000억 원대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알려져 있다.○ 볼펜 건네자 베란다서 뛰어내리려 시도김 전 회장이 동탄신도시의 아파트에 은신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이날 소방의 지원을 받아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검거에 들어갔다. 검사가 김 전 회장에게 “체포 확인서에 사인을 하라”고 볼펜을 건네자 김 전 회장은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붙잡혔다. 김 전 회장은 검거 당시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고 한다. 검거 당시 김 전 회장은 혼자였고, 겨울용 수면바지 등 편한 일상복 차림이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베란다를 뛰어넘으려 한 게) 탈출하려 했던 것인지,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본인도 잡힌 게 분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선 “(구치소) 입감 절차에서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머물던 아파트의 소유자와 집에 있던 물품 등에 대해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장에서 현금 다발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리고 정치권과 검찰 등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7월 법원이 보증금 3억 원과 손목시계형 위치추적장치를 차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밀항은 시도 않은 듯”검찰은 올 10월 김 전 회장이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법원에 보석 취소를 청구했다. 김 전 회장 변호인단이 결심 공판을 앞두고 집단 사임하자 김 전 회장의 도주가 임박한 상황으로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2019년 12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국내에서 도주했다가 5개월 만에 체포된 전력이 있다. 김 전 회장이 사건 배후로 지목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49·수배 중) 역시 2019년 말 해외로 나가 지금까지 도피 중이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은 결정을 미뤘고, 김 전 회장이 올 11월 11일 오후 결심 공판 직전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부근에서 위치추적장치를 끊고 도주한 뒤에야 보석을 취소했다. 김 전 회장이 도주하자 검찰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린 뒤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서울남부지검을 중심으로 23명 규모의 검거 전담팀을 구성하고, 50회 이상의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또 100명 이상의 통신 내역을 분석하며 도주 경로에 있는 폐쇄회로(CC)TV를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은신처 후보군을 좁혀간 끝에 48일 만에 김 전 회장을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조카와 측근 등 3명을 구속 기소했고, 미국에 살며 김 전 회장을 도운 친누나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의뢰했다. 김 전 회장은 도주 기간에 밀항을 시도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당국이 파악한 김 전 회장의 동선에는 국내 항만 인근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김 전 회장 횡령 사건에 대한 공판 기일은 내년 1월 12일”이라며 “검거 직후 지정된 건 아니고 종전에 기일변경으로 이미 지정돼 있었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가 23일 행정안전부와 서울 용산구를 대상으로 두 번째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야당 의원들은 참사 당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의 부실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고 질타한 반면에 여당 의원들은 제도의 사각지대를 지적하면서 여야 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특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장관과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행안부 현장조사를 벌였다. 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행안부 장관이 참사 시 곧바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꾸려야 하는데, 대통령 지시로 (중대본을) 꾸렸더라”라며 “대통령 지침을 받는 게 아니라 알아서 가동시켜야 하는데 이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이에 “중대본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긴급구조통제단장인 소방서장이 현장을 지휘하면서 응급 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중대본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이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재난 컨트롤타워가 1시간 동안 보고를 못 받았던 게 심각하다. 시스템의 문제인가, 장관의 문제인가”라고 묻자 “시스템이 문제”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을 엄호했다. 조수진 의원은 “이태원 참사는 다중 밀집 인파 사고인데 현행법상 이런 유형은 행안부 장관이 대비책, 예방책을 어떻게 하라고 지휘가 가능하느냐”고 물었다.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상 그렇게 안 돼 있다”고 답하자 조 의원은 “그러면 우리는 법치 국가로서 법률상 의무 없는 걸 할 수는 없다”며 “경찰청과 소방청을 감독하고 견제할 필요성을 입법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수사의 주요 피의자인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이날 구속 수감됐다. 이 전 서장은 참사 전후 부실 대응으로 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와 현장 도착 시간이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바로잡지 않은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를, 송 전 실장은 참사 직전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법원은 이들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가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23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선로에서 화재가 발생해 지하철 운행이 2시간 가까이 중단되면서 한파 속 출근길 시민들이 적지 않은 불편을 겪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4분쯤 지하철 3호선 무악재∼구파발역 사이 선로에서 불꽃이 튀며 연기가 발생했다. 공사는 선로 근처 고압전선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두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날 화재로 약수∼구파발역 구간 양방향 열차 운행이 오전 8시 12분까지 1시간 48분 동안 중단됐다.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김연경 씨(26)는 “지하철이 중단돼 버스를 기다리는데 얼어 죽는 줄 알았다”며 “버스정류장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 차도까지 줄이 늘어선 데다 버스 안도 만원이어서 아수라장이었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의 운행 중단은 이달 들어 4번째다. 전날에도 지하철 7호선 건대입구역을 지나던 열차 한 대가 갑자기 멈춰 서는 바람에 청담역∼태릉입구역 구간 운행이 약 2시간 동안 중단됐다. 나흘 전에는 7호선 수락산역과 뚝섬유원지역에서 열차 2대가 잇따라 출입문 고장으로 멈춰 서기도 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교통공사의 만성 적자로 운영 및 기술적 측면에서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아이들이 저에게 침을 뱉고, 때리고, 변기에 제 물건을 쏟았어요. 그때 주변에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대로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습니다.”“사랑하는 사람을 제 손으로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세상에서 고립돼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두고 몸에 상처를 냈어요.”12일 오후 10시경 서울 마포구 지하철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극장. 장기간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집 안에만 머무는 ‘은둔형 외톨이’ 경험이 있는 청년 8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연극을 통해 은둔 경험을 고백하고 자신의 사연을 바탕으로 직접 작사한 노래를 불렀다. “이젠 내가 해줄 수 있는 말, 혹시 괜찮다면 물어봐도 될까요. 그댄 어떤 날이 제일 괴로웠나요. 그때 그날 혼자 어떻게 버텼나요.” 노래를 따라 부르던 관객들이 하나둘 눈물을 훔쳤다.이날 공연의 제목은 ‘꼭꼭 숨었쇼: 사실 숨고 싶지 않았던 우리들의 콘서트’였다. 공연은 “꼭꼭 숨어라”라는 외침에 관객들이 “머리카락 보일라”라고 화답하며 시작됐다. 꼭꼭 숨었던 이들은 어떻게 과거를 딛고 공연에 나설 힘을 얻었을까. 이날 무대에 올랐던 김초롱 씨(30)와 송경석 씨(37), 정인희 씨(29)를 서울 강북구의 한 셰어하우스에서 19일 만났다. 이들은 중고교나 대학 시절부터 10년가량 방 안에 은둔했던 이력이 있다. 》○ 세상의 각박함에 숨어버린 청년들은둔형 외톨이를 향해 주변에선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 “사지 멀쩡한 애가 나가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무대에 오른 청년들은 ‘은둔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은둔으로 내몰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은둔의 배경에는 학교·가정 폭력이나 경쟁 사회, 빈곤 등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정 씨는 집안 사정으로 어린 시절부터 홀로 있을 때가 많았다. 자주 못 보는 아버지는 올 때마다 폭언을 해서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 돌보는 이 없는 상황에서 게임 중독에 빠졌던 정 씨에게 중학교 1학년 때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듬해부터 등교를 거부하고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친 채 방 안에 틀어박혔다. 정 씨는 “몇 년 동안 청소하지 않아 지저분한 방 안에서 컴퓨터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누워 있었다”면서 “부모님과도 문자로 의사소통을 했다”고 했다. 김 씨는 외환위기 때 큰 빚을 진 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우울증을 앓다가 고교 2학년 무렵부터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고 했다. 씻는 것을 거부할 정도로 우울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 김 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송 씨는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서 대학에 진학한 뒤 고생하는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송 씨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음식을 먹던 게 폭식으로 이어졌다. 원래 마른 체형이었는데 몸무게가 150kg까지 늘더라”며 “사람들이 나를 기피하고 혐오하는 걸 겪고 방에 틀어박히게 됐다”고 했다.○ 주변의 손길에 마음의 문 열어이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를 갖게 된 건 가족과 주변인들이 내민 따뜻한 손길 덕분이었다. 정 씨를 동굴 밖으로 꺼낸 것은 은둔 11년째 되던 해 입원했던 정신병원의 주치의였다. 주치의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정 씨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 과외를 해주는 등 정 씨를 아버지처럼 따스하게 대했다. 정 씨는 “주치의 선생님 덕에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게 됐다”며 “하루는 밖에 나갔는데 다리 근육이 퇴화돼 걷지도 달리지도 못하는 걸 경험하고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송 씨의 아버지는 길어지는 자식의 은둔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자전거 타는 걸 좋아했던 송 씨에게 ‘한 번이라도 아들과 자전거를 같이 타는 게 소원’이라며 밖으로 끌어내려 노력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중학교 동창은 신장 기능이 떨어졌음에도 투석을 거부했던 송 씨에게 “제발 병원이라도 가보라”며 많은 돈을 쥐여줬다. 송 씨는 “그때 마음이 열렸다. 그 친구의 마음을 봐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송 씨는 이후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병 치료도 시작했다. 김 씨 역시 가족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고 돌이켰다. 김 씨는 “언제나 내 편을 들어 준 여동생 덕분에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타리 밖으로 나오는 게 한순간에 되진 않았다. 이들은 “은둔 생활에는 ‘관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잠시 방심하면 다시 삶의 의욕을 잃고 동굴로 돌아가기 쉽다는 것이다. 정 씨는 “저는 은둔을 벗어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극복 중인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둔이 길었던 이들에게 세상도 녹록지 않았다. 5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우울증이 호전된 김 씨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이력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김 씨는 “사회생활에 공백이 있다 보니 ‘알바 할 나이는 아닌 것 같아요’라며 수상하게 보는 경우가 있더라”고 했다. 이들에겐 은둔형 외톨이 경험을 가진 이들이 교류하는 ‘은둔고수’ 프로그램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일본 사회적 기업 ‘K2인터내셔널’ 한국 지부가 운영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말 한국 지부가 문을 닫자 지부 직원 등이 사회적 기업 ‘안무서운회사’를 창업해 이어나가고 있다. 12일 공연을 주최한 것도 안무서운회사다. ‘다시 은둔 생활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에 흔들리던 김 씨 역시 은둔고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전에는 나만 의지가 없어서 이렇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고 은둔이 일종의 사회적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했다.○ “‘은둔 스펙’으로 도움 주고 싶어요”최근까지 은둔고수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은둔형 외톨이들은 약 30명에 이른다. 안무서운회사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딛고 일어난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연결해 준다. 또 이들이 독립해 생활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 등도 운영하고 있다. 김 씨 역시 안무서운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은둔 청년 문제 공론화를 시도하고 은둔 청년 및 가족을 대상으로 강연도 하고 있다. 그는 “얼굴을 공개하고 내 얘기를 하는 게 처음에는 굉장히 꺼려졌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로 찾아온 사람이 ‘인터뷰를 보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며 “그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정 씨 역시 안무서운회사 매니저로 일하며 은둔 청년들을 돕기 위한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 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이들을 돕고자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힘들던 시절 나에게 손을 내밀어줬던 친구와 내 병을 치료해준 사회에 늘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며 “은둔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마지막으로 아직 방 안에서 세상과의 교류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못 나올 수 있어. 노력해도 쉽지 않아. 나오는 게 정말 대단하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아. 그러나 자책만은 하지 마. 책임은 세상에도 있는 거야.”(정 씨) “네 잘못이 아니야. 지금 당장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할 수 있어, 정말이야.”(송 씨)韓, 은둔형 외톨이 실태파악 못해… 서울-광주시만 지원 ‘은둔형 외톨이’ 늘어나는데 지원은 태부족다른 지역 거주자는 사각지대로… “관계맺기 교육 전문가 양성 필요”日, 1990년대 은둔형 외톨이 주목… 지자체와 단계별 맞춤 정책 펴 한국보다 먼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일본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단계별 맞춤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관련 정책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실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등교 거부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1990년대 들어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선 2001년 후생노동성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대응에 나섰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해외동향리포트 일본 편에 따르면 일본에는 지역 사회의 은둔형 외톨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방문해 당사자와 가족에게 상담 등의 지원을 하는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가 전국 지자체 67곳에 설치돼 있다. 또 ‘지역청년 서포트 스테이션’을 설치해 15∼39세 ‘니트족’(구직단념자)을 대상으로 자립 상담 및 취업 훈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둔형 외톨이 고령화 문제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2020년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했지만 아파트 거주 가구에 대해서만 서면 조사로 진행해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3년 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규모 파악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원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전국에서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자체는 서울시와 광주시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은둔 청년이 타인과 교류할 수 있도록 공동생활을 지원하고 전문가 심리상담, 미술치료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은 지난해 70여 명에서 올해 531명으로 크게 늘었다. 광주시는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를 통해 개인 상담 및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백희정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최근 다른 지역 거주자 5명이 프로그램 참여를 문의해 왔지만 지자체 프로그램이어서 돌려보내야 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거주지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은둔형 외톨이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상빈 광주동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의 여파로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어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면서 “관계 맺기 교육이 가능한 전문가 양성도 필요하다”고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23일 오전 출근시간대 서울 지하철이 화재로 약 2시간 동안 운행을 중단하면서 시민들이 한파 속에서 불편을 겪었다. 이달 들어 벌써 4번째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4분쯤 지하철 3호선 무악재~구파발역 사이 선로에서 불꽃이 튀고 연기가 발생했다. 공사는 선로 근처에 있는 고압전선의 소실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기관사와 소방당국에 의해 불은 1시간 만에 진화됐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복구 작업으로 인해 약수역~구파발역 구간의 양방향 열차 운행이 오전 8시 12분까지 약 1시간 50분 동안 중단됐다. 서울시는 지하철 3호선과 서울 전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 노선의 출근길 집중배차시간을 기존의 오전 7~9시에서 10시까지로 연장했지만, 강추위 속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연경 씨(26)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버스를 기다리는데 얼어 죽는 줄 알았다”며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 차도까지 줄이 늘어서있고 버스 안에서도 기사님이 붙어 타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배현욱 씨(46) 역시 “버스에 발 디딜 틈도 없어서 한 대를 지나쳐보낸 뒤에야 겨우 탈 수 있었다”고 했다. 송민호 씨(30)는 “지하철 화재 소식을 듣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지만 이미 만차라서 버스마저 무정차를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지하철은 전날에도 7호선 건대입구역을 지나던 열차 1대가 갑자기 멈춰서 청담역~태릉입구역 구간은 약 2시간 동안 운행 중단됐다. 공사 측은 열차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자세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나흘 전에는 7호선 수락산역과 뚝섬유원지역에서 열차 2대가 잇따라 출입문 고장으로 멈춰서기도 했다. 공사 측은 원인에 대해 “겨울이 되면 출입문에 달린 고무 부분이 경화되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고 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번 달 뿐 아니라 올해 들어 지하철 고장이 빈발하고 있다”며 “교통공사의 만성 적자로 인해 운영 및 기술적 측면에서 구조적 결함이 누적되면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 것”이라며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시와 공사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아무리 연탄을 때고 내복에 외투까지 입고 있어도 집 안이 너무 추워. 30년 넘은 건물이라 난방도 잘 안 되고….” 영하 12도의 한파가 몰아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동아일보 기자가 현관문을 노크하자 패딩 점퍼를 입은 양모 씨(63)가 이렇게 말하며 문을 열었다. 쪽방 내부에는 한기가 가득했고, 양 씨가 말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그는 “요즘 하도 추워서 (평일) 낮에는 지하상가에 가서 추위를 피하고, 밤에는 이불을 두 겹씩 덮고 자지만 그래도 한기 때문에 자주 깬다”며 “이 건물에만 10명이 사는데 다들 비슷한 처지”라고 했다. 이날 쪽방촌 주민들은 한파 때문에 대부분 외출을 자제한 채 방에 틀어박혔다. 찬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에 비닐이나 나무판 등을 덧댔지만 외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기름 및 가스 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쪽방촌 주민들의 겨울나기는 올해 더 힘들어졌다. 유가 정보 플랫폼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첫째 주 L당 1101.9원이었던 실내등유값은 올 12월 첫째 주 1586.6원으로 44%나 올랐다. 등유를 후원받아 공급하는 영등포 쪽방촌 상담소에 따르면 보일러 1개로 쪽방 5∼7곳이 난방을 하는데, 이번 달 상담소에서 공급한 기름은 보일러당 175L에 불과했다. 주민들이 모두 따뜻하게 지내려면 보일러당 한 달에 250L가량이 필요하다. 김형옥 상담소장은 “올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후원이 일부 끊긴 데다 등유값까지 오르면서 공급량이 15%가량 줄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올해만 3차례 합쳐서 20%가량 오른 전기요금도 쪽방촌 주민들에겐 부담이다. 주민 A 씨(70)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올해는 전기장판도 못 켜고 있다. 방이 얼음장 같아도 그냥 산다”고 하소연했다. 영등포뿐 아니라 다른 쪽방촌들도 비슷한 처지다. 돈의동주민협의회 최봉명 간사는 “노후한 쪽방촌 주택들은 열효율이 떨어진다”며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전국 쪽방촌 주민들이 힘든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연탄 기부 등 각종 후원이 감소한 것도 쪽방촌의 고통을 키우는 요인이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전국 쪽방촌 등에 연탄 300만 장을 배포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까지 배포한 연탄은 약 170만 장에 불과하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배달료 등이 상승하면서 연탄값이 장당 800원에서 1000원 정도까지 올랐다”며 “상당수 취약계층의 경우 내년 설 전에 연탄이 바닥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편향성과 가짜뉴스 논란을 빚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사진)가 이달 말 방송 6년 3개월 만에 하차한다. 김 씨는 12일 뉴스공장 방송에서 “20분기 연속 청취율 1위였고, 앞으로 20년은 더 하려 했다”면서 “앞으로 3주(만) 더 뉴스공장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하차 배경 등과 관련해선 “나중에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프로그램 자체가 폐지될지, 진행자만 바뀌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한 ‘뉴스공장’은 편향성과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등으로 비판을 받아 왔다. 최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후 방송에서 김 씨는 “과거엔 경찰이 일방통행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달 22일 법정 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뉴스공장은 작년 말까지 경고와 주의를 합쳐 8회의 법정 제재를 받았다. 이는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많은 것이다. TBS에서 ‘신장식의 신장개업’(신장개업)을 진행하는 신장식 변호사와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를 진행하는 주진우 씨 역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 신 변호사와 주 씨는 하차 소식을 전하며 방송에서 불만을 드러냈다. 신 변호사는 12일 오후 방송에서 “(하차는) TBS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잡은 작금의 인질극에서 인질을 살리는 선택”이라고 했다. 주 씨는 “(하차는)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5일 서울시의회는 2024년 초부터 TBS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지게 된 TBS가 뉴스공장을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편향성과 가짜뉴스 논란을 빚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가 이달 말 방송 6년 3개월 만에 하차한다. 김 씨는 12일 뉴스공장 방송에서 “20분기 연속 시청률 1위였고, 앞으로 20년은 더 하려 했다”면서 “앞으로 3주(만) 더 뉴스공장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하차 배경 등과 관련해선 “나중에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프로그램 자체가 폐지될지 진행자만 바뀌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한 ‘뉴스공장’은 편향성과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후 방송에서 김 씨는 “과거엔 경찰이 일방통행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달 22일 법정 제재 ‘주의’를 내렸다. 뉴스공장은 최근까지 방심위로부터 경고 2회, 주의 8회 등 총 10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는데 이는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많은 것이다. TBS에서 ‘신장식의 신장개업’(신장개업)을 진행하는 신장식 변호사와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를 진행하는 주진우 씨 역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 신 변호사와 주 씨는 하차 소식을 전하며 방송에서 불만을 드러냈다. 신 변호사는 이날 오후 방송에서 “(하차는) TBS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잡은 작금의 인질극에서 인질을 살리는 선택”이라고 했다. 주 씨는 “(하차는)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5일 서울시의회는 2024년 초부터 TBS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지게 된 TBS가 뉴스공장을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지원기자 4g1@donga.com이소정기자 sojee@donga.com}
지난달 초 늦은 시간에 서울의 한 지구대로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신고자는 “아파트 10층 난간에 한 여성이 다리를 걸치고 있다. 빨리 출동해 달라”고 했다. 출동한 경찰이 확인해 보니 20대인 이 여성은 정신질환의 일종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었다. 이 질환은 흥분과 우울 상태가 번갈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자해 가능성이 있어 보였지만 연락된 부모는 “지방에 살고 있어 당장은 서울로 가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지구대 요청을 받은 ‘정신응급 합동 대응센터’(센터) 소속 전문요원이 출동해 응급입원 절차를 밟았다. 그 덕분에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은 1시간 만에 현장에서 철수할 수 있었다. 올 10월부터 서울경찰청과 서울시가 운영 중인 정신응급 합동 대응센터 덕분에 응급 입원 과정에서 발생했던 인권 침해 논란의 소지가 줄었고, 지구대 등 일선 경찰들의 부담도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센터는 올 7월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에 응급 입원 체계를 정비할 것을 지시한 뒤 나온 첫 번째 후속 대책이다. ●경찰과 지자체 합동으로 ‘정신응급 상황’ 대응 11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센터에선 경찰과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인력을 합쳐 6, 7명이 상시 근무한다. 늦은 밤이나 휴일 등 취약 시간대에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사건·사고를 일으켰거나, 일으킬 위험이 크다는 신고가 들어올 경우 이들이 현장에 출동한다. 낮에 자치구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담당하는 역할을 서울 전체를 대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일선에선 “센터가 문을 연 뒤 경찰력 낭비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청에 따르면 그동안은 경찰이 정신질환자를 발견해 입원시키려 할 경우 병원을 찾느라 평균 약 4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냈다. 하지만 최근엔 입원 업무 등을 센터가 담당하면서 현장 부담이 크게 줄었다.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센터가 정신질환자 응급 상황을 처리하면서 이전에는 최소 4시간은 걸리던 처리 시간이 1시간으로 줄었다“며 ”이 덕분에 야간 순찰이나 다른 112 신고 처리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센터 소속 요원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결정하면서 응급 입원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소지도 줄었다. 센터 개소 후 1개월 동안 비자발적 강제 입원은 87건으로 9월 강제 입원(113건)보다 23%가량 줄었다. 서울청 관계자는 “전문가가 정신질환자를 직접 면담한 뒤 입원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무분별한 응급 입원 사례도 줄고 있다“며 ”당장 긴급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상자가 지원을 원하면 지방자치단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도움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있다“고 했다.●“입원 가능 병상 실시간 확인 가능해야” 전문가들은 추가로 정신질환자의 응급 입원이 가능한 의료기관의 병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센터 소속 경찰관과 전문요원들도 빈 병상을 찾으려면 병원마다 일일이 전화를 돌려야 한다.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의 업무 부담은 줄었지만, 빈 병상을 찾는 일에 여전히 많은 행정력이 투입되고 있는 것.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월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서 ‘정신 응급팀’이 24시간 대기하는 권역 정신응급의료센터를 올해부터 2025년까지 4년에 걸쳐 14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전담 인력이 24시간 상주하는 의료기관이 생기는 만큼, 늦은 밤이나 휴일에 정신질환자의 응급 입원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권역 정신응급의료센터는 4곳에 불과하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찰이 정신질환에 대한 전담 인력을 지정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응급상황과 달리 정신 응급은 실시간으로 병실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일일이 병원에 확인하고 있다“며 ”정신응급 이송에 관한 컨트롤 타워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지난달 초 늦은 시간에 서울의 한 지구대로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신고자는 “아파트 10층 난간에 한 여성이 다리를 걸치고 있다. 빨리 출동해 달라”고 했다. 출동한 경찰이 확인해 보니 20대인 이 여성은 정신질환의 일종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었다. 이 질환은 흥분과 우울 상태가 번갈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자해 가능성이 있어 보였지만 연락된 부모는 “지방에 살고 있어 당장은 서울로 가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지구대 요청을 받은 ‘정신응급 합동 대응센터’(센터) 소속 전문요원이 출동해 응급 입원 절차를 밟았다. 그 덕분에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은 1시간 만에 현장에서 철수할 수 있었다. 올 10월부터 서울경찰청과 서울시가 운영 중인 이 센터 덕분에 응급 입원 과정에서 발생했던 인권 침해 논란의 소지가 줄었고, 지구대 등 일선 경찰들의 부담도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센터에선 경찰과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인력을 합쳐 6, 7명이 상시 근무한다. 늦은 밤이나 휴일 등 취약시간대에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거나 일으킬 위험이 크다는 신고가 들어올 경우 이들이 현장에 출동한다. 낮 시간에 자치구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담당하는 역할을 서울 전체를 대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평일 낮 시간에는 병상 안내, 이송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일선에선 “센터가 문을 연 뒤 경찰력 낭비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청에 따르면 그동안은 경찰이 정신질환자를 발견해 입원시키려 할 경우 병원을 찾느라 평균 약 4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엔 입원 업무 등을 센터가 담당하면서 현장 부담이 크게 줄었다. 센터 소속 요원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결정하면서 응급 입원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소지도 줄었다. 센터 개소 후 1개월 동안 비자발적 강제 입원은 87건으로 9월 강제 입원(113건)보다 23%가량 줄었다. 센터는 올 7월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에 응급 입원 체계를 정비할 것을 지시한 뒤 나온 첫 번째 후속 대책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의 정신질환자 대응 시간이 크게 줄면서 다른 신고에 투입할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무게가 450g인 축구공의 움직임을 쫓아 TV 앞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영하의 날씨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온 축구 팬들은 시린 손을 불어가며 응원의 함성을 질렀다. 태극전사 26명의 카타르 월드컵 ‘알 리흘라(Al Rihla)’가 6일 브라질과의 16강전 이후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함성에 실었다.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이름이기도 한 ‘알 리흘라’는 여정(旅程)이라는 의미다. 대표팀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아쉬움의 탄식이 쏟아졌다. 브라질 선수들이 한국 골문 가까이에서 슈팅 기회를 잡으면 “안 돼!” 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TV 앞에서, 광장에서 국민들은 이렇게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광주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도 거리 응원을 위해 광화문광장을 찾았고 해외 교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태극전사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5000만 국민의 밤샘 응원을 모를 리 없는 축구 대표팀은 7000km 이상 떨어진 열사(熱沙)의 땅 카타르에서 세계 축구의 절대 강자를 상대로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이날 오전 4시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의 월드컵 16강 경기 상대 브라질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로 이번 대회 우승 후보 0순위 팀이었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브라질과 7번을 싸워 6번을 패했고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거뒀던 대표팀은 브라질을 상대로도 꺾이지 않겠다는 각오로 경기장에 나섰다. 길이 105m, 너비 68m인 그라운드를 각자의 축구화 발자국으로 다 채우겠다고 마음먹은 듯 쉴 새 없이 뛰고 또 달리며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홍명보 울산 감독(53)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라면 늘 국민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안겨 드리고 싶어 한다”며 “이번 대회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는 대표팀은 그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잠 못 든 대한민국… 영화관-파티룸-호프집서 밤샘 응원 16강 브라질전 ‘뜨거웠던 새벽’“경기 응원하고 바로 출근해야죠”술집들은 영업 연장해 매출 껑충해외동포들도 “오 필승 코리아” “취업한 지 7개월 된 사회 초년생이라 여러모로 막막했는데, 세계무대의 부담 속에서 맹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을 보고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광주 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재훈 씨(27)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김 씨는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기 위해 회사에 6일 연차 휴가를 내고 5일 저녁 서울로 올라왔다. 김 씨는 “세상 살기가 팍팍하고 어려운 요즘인데, 태극전사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줘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새벽 4시 경기에도 “대∼한민국”브라질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이 열린 6일 새벽 시민들은 곳곳에서 밤을 새우며 대표팀을 응원했다. 밤샘 영업한 주점과 브라질전 경기를 중계한 영화관 등에서 응원단은 한마음이 됐다. 서울 중구에 사는 대학원생 정모 씨(27)는 친구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정 씨는 “우루과이전 때는 광화문광장에 갔는데 날씨가 추워 이번에는 친구와 브라질전 영화관 단체관람을 왔다”며 “요즘 사회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는데, 월드컵 대표팀의 활약으로 활력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아 고맙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불이 꺼졌을 번화가나 대학가의 주점도 새벽까지 환했다. 대학생 박모 씨(25)는 “친구들과 같이 브라질전을 즐기려고 16강 진출이 확정되자마자 바로 학교 근처 술집을 예약했다”면서 “원래 새벽 3시까지만 여는 곳인데 연장 영업을 한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호텔·파티룸에서도 “오 필승 코리아!”호텔·모텔이나 파티룸 등을 대여해 밤샘 응원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광화문 인근 직장에 다니는 이모 씨(26)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했다. 이 씨는 “포르투갈전 때 극적으로 이기는 걸 보고 혼자 보면 아쉬울 것 같아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고 했다. 직장인 김승현 씨(32·경기 용인시)는 직장 축구 동호회원 10명과 함께 용인의 파티룸을 빌렸다. 김 씨는 “2002년에도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이기고 16강에 올라갔는데, ‘어게인 2002’ 느낌이어서 흥분됐다”면서 “휴가는 못 내서 경기를 본 뒤 잠깐 눈을 붙였다가 출근할 생각”이라고 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파티룸 5곳을 대여하는 사업을 하는 서모 씨(40)는 “한 곳에 25명이 들어가는데 서울 신촌 파티룸은 일찌감치 예약이 다 찼고 다른 곳도 대부분 예약이 끝났다”고 했다. 응원 열기는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미국 뉴욕에 사는 박성재 씨(28)는 경기를 앞두고 동아일보 기자와 나눈 메신저 대화에서 “경기가 현지 시간으로 월요일 오후 2시라 오후 반차 휴가를 내고 직장 동료, 한국인 친구들과 술집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한국에서 거리응원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렇게나마 달래려고 한다. 승패와 관련 없이 16강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주인장도 손님도 다 함께 응원”자영업자들은 ‘카타르의 기적’이 낳은 ‘월드컵 특수’를 맞기 위해 전날부터 분주한 모습이었다. 5일 서울 강남역 인근을 비롯해 번화가의 상당수 술집들은 영업시간을 브라질전이 끝나는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로 연장한다는 안내 문구를 붙였다. 서울 용산구에서 와인 바를 운영하는 차영남 씨(34)는 “손님들과 다 같이 응원하며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서 월요일 휴무도 반납하고 늦은 시간 가게 문을 열었다”며 “손님들이 아침까지 드실 수 있도록 북엇국 재료도 따로 준비했고, 출근 때문에 술을 안 드실 분들을 위해 알코올이 없는 음료도 추가로 마련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송재호 씨(36)는 “가게에 총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5일 오전부터 예약 전화가 계속 들어오더니 오후 3시가 넘어 벌써 100명 이상이 예약했다”며 “강남역 인근 상권이 회사원 위주이다 보니 평소엔 늦은 시간엔 발길이 끊기는데, 요즘 월드컵 기간에는 가게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매출도 3배 가까이 늘었다”며 웃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3일 새벽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응원하던 중 16강 진출이 확정되던 순간, 정말이지 속에서 뜨겁게 울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모르는 사람과 껴안고 있더라고요.” 인천 서구에 사는 대학생 김경배 씨(23)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 대표팀이 포르투갈을 극적으로 이기고 16강에 진출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는 “당시의 열기와 열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 집에서 1시간 반 거리지만 6일 새벽에도 반드시 광화문광장을 찾아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차 내고 브라질전 응원 나갈 것”대한민국 대표팀이 역전승을 거두며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자 시민들은 ‘카타르의 기적’이라며 주말 내내 감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또 평일인 6일 오전 4시 열리는 16강전을 위해 직장인은 연차를 내고, 대학생은 기말시험을 제쳐 놓고 거리응원에 동참하겠다며 결의를 다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광화문 인근 직장에 다니는 이모 씨(26)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기어이 이기는 걸 보고 흥분이 가시지 않아 주말 동안 황희찬 선수의 역전골 장면을 수십 번 돌려봤다”며 “브라질전은 연차를 내고 꼭 광화문광장에 나가 응원하며 대표팀에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이번에도 광화문광장 사용을 신청했는데, 서울시는 광장 사용 허가 여부를 5일 통보할 계획이다. 허가가 나면 광화문광장에선 6일 0시부터 응원이 진행된다. 조태호 붉은악마 서울지부장은 “새벽 시간이긴 하지만 광화문광장 응원에 1만5000∼2만 명가량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월드컵 특수’에 자영업자도 함박웃음강추위 등으로 거리에 못 나가더라도 친구 또는 직장 동료와 밤새워 함께 응원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의 직장에 다니는 A 씨(27)는 “회사 근처 동료 집에서 6명이 모여 응원하고 함께 출근하기로 했다”며 “16강 진출이란 기적이 일어났으니 브라질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또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지윤 씨(25)는 동아리 친구 5명과 함께 응원하려고 공유 숙박 플랫폼을 통해 숙소를 빌렸다. 김 씨는 “기말 시험 기간이지만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는데 실시간 중계와 응원을 포기할 수 없다”며 “시험공부를 하다가 조금 자고 일어나 다 같이 응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월드컵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에는 “6일 가게 영업시간을 오전 6시까지로 연장하니 예약해 달라”는 등의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강모 씨(36)는 “포르투갈전을 맞아 2일 오후 9시부터 3일 오전 2시경까지 가게 약 50석이 모두 만석이었다. 경기에 한 번 웃고 매출에 두 번 웃었다”며 “원래 오전 2시에 문을 닫지만 6일은 오전 6시까지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퇴근길 역삼역에서 15분 넘게 지하철을 기다리다 포기하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계단 위에서 갑자기 인파가 몰려 내려왔어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생각 때문에 너무 무서웠습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직장을 다니는 서모 씨(29)는 3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하철역 전광판에 계속 ‘열차 없음’으로 나와 택시를 잡으려 했는데 안 잡혔다”며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이미 사람이 가득해 간신히 비집고 버스를 탔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서울지하철 1∼8호선 등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공사)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 직장인들은 ‘퇴근 대란’을 겪었다. 공사 노조의 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개찰구까지 승객 가득 차파업으로 열차 운행 편수가 줄면서 이날 오후 5시 전후부터 강남역 등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의 지하철역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본격적인 퇴근 시간이 되자 역삼역은 승강장뿐 아니라 역내 개찰구와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까지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로 가득 메워졌다. 경찰은 강남·삼성·선릉·역삼역 등 강남 일대 지하철 4곳의 개찰구에 출동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아슬아슬한 상황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6시 반경 충정로역에선 이미 만원으로 들어온 홍대입구역 방면 2호선 열차에 일부 승객이 무리하게 타면서 문이 5차례나 닫히지 않아 1분 넘게 정차했다. 열차에선 “8-2 문이 안 닫힙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직원이 현장에 와 조치한 후에야 열차가 출발할 수 있었다. 다른 열차 안에선 ‘밀지 말라’는 등 승객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으로 2호선 운행은 내선 33분, 외선은 27분 운행이 늦어졌다. 1호선(10∼20분), 3호선(25∼28분), 4호선(10∼18분) 등도 지체됐다. 서울시가 대체 인력을 투입했지만 이날 낮과 퇴근 시간대(오후 6∼8시) 열차 운행률은 평상시의 72.7∼85.7% 수준에 그쳤다.○ 지하철 포기…버스정류장도 만원지하철 타기를 포기한 시민들이 몰리면서 버스정류장도 종일 북적였다. 오후 6시 40분경 서대문구 충정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 씨(27)는 “지하철을 두 번 그냥 떠나보내고 버스를 타러 왔는데, 오는 버스마다 ‘혼잡’ 상태라 탈 수가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출근 시간대엔 지하철이 최대 10분가량 지연되는 데 그쳤지만 파업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자동차와 택시를 이용하면서 도로 곳곳이 정체를 빚었다. 정체는 퇴근길까지 이어졌다. 서울교통정보센터(TOPIS)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반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 통행 속도는 시속 15.7km, 도심은 시속 11.7km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시속 3.5∼4km 느려졌다.○ 철도노조는 2일 총파업 예고노사 협상이 타결되면서 서울교통공사 파업은 하루 만에 철회됐으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가 속한 철도노조 총파업이란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철도노조가 예고대로 2일 파업에 돌입할 경우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철도와 일부 서울지하철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승객 불편이 예상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총파업이 진행되면 KTX 운행률이 평소의 60∼70%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승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퇴근길 역삼역에서 15분 넘게 지하철을 기다리다 포기하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계단 위에서 갑자기 인파가 몰려 내려왔어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생각이 나 무서웠습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직장을 다니는 서모 씨(29)는 3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광판에 계속 ‘열차 없음’으로 나와 택시를 잡으려 했는데 안 잡혔다”며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이미 사람이 가득해 버스도 간신히 비집고 탔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서울지하철 1~8호선 등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공사)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 직장인들은 ‘퇴근 대란’을 겪었다. 공사 노조의 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개찰구까지 승객 가득 차 노조 파업으로 열차 운행 편수가 줄면서 이날 오후 5시 전후부터 강남역 등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의 지하철역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본격적인 퇴근 시간이 되자 역삼역은 승강장 뿐 아니라 역내 개찰구와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까지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로 가득 찼다. 경찰은 강남·삼성·선릉·역삼역 등 강남 일대 지하철 개찰구에 출동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아슬아슬한 상황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6시 반경 충정로역에선 이미 만원으로 들어온 홍대입구역 방면 2호선 열차에 일부 승객이 무리하게 타면서 문이 5차례나 닫히지 않아 1분 넘게 정차했다. 열차에선 “8-2 문이 안 닫힙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직원이 현장에 도착해 조치한 후에야 열차가 출발할 수 있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으로 2호선 운행은 내선 33분, 외선은 27분 운행이 늦어졌다. 1호선(10∼20분), 3호선(25~28분), 4호선(10∼18분) 등도 지체됐다. 서울시가 파업에 대비해 대체 인력을 투입했지만 이날 낮과 퇴근시간대(오후 6~8시) 열차 운행률은 평상시의 72.7~85.7% 수준에 그쳤다. 서울시는 파업이 8일 이상 지속될 경우 일부 시간대 열차 운행률이 평시 대비 67.1%~80.1% 수준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출근시간대만은 평시처럼 운행한다는 방침이다.●지하철 포기…버스 정류장도 만원지하철 타기를 포기한 시민들이 몰리면서 버스정류장도 종일 북적였다. 오후 6시 40분 경 서대문구 충정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영등포구 주민 이모 씨(27)는 “지하철을 두 번 그냥 떠나보내고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버스를 타러 나왔는데, 오는 버스마다 ‘혼잡’ 상태라 탈수가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출근시간대엔 지하철이 최대 10분 가량 지연되는 데 그쳤지만 파업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대거 자동차와 택시를 이용하면서 도로 곳곳이 정체를 빚었다. 정체는 퇴근길까지 이어졌다. 서울교통정보센터(TOPIS)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반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 통행 속도는 시속 15.7km, 도심은 시속 11.7km로 전날 오후 6시 대비 시속 3.5~4km가량 느려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가 속한 철도노조 역시 2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예고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철도와 일부 서울지하철 열차 운행이 줄면서 승객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