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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A 씨는 다툰 후 여자친구 B 씨 집을 찾아가 온몸에 기름을 뿌린 뒤 라이터를 들고 “분신하겠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협박했다. B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법원은 A 씨에게 ‘피해자 인근 100m 이내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 씨는 이틀 뒤 경기 시흥시 피해자 집을 다시 찾아갔고,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100m 이내 접근 금지’나 ‘연락 금지’ 등 사법당국이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리는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이 대놓고 이를 어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해자 위치 추적을 도입하고 유치장 구금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가해자 감시 및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접근·연락 금지 통보하자마자 접근 동아일보 취재팀은 19일 대법원 판결 검색 시스템을 통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21일 이후 이 법에 따라 형이 확정된 공개 판결문 156개를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사법당국이 접근 금지나 연락 금지 등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를 내린 가해자 57명 가운데 해당 조치로 스토킹 범행을 멈춘 가해자는 3명(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6명(80.7%)은 조치 후에도 피해자를 찾아가거나 협박하는 등 범행을 이어갔다. 8명(14.0%)은 판결문상 범행 지속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를 어기고 범행을 이어나간 비율이 스토킹을 멈춘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접근·연락 금지 통보를 받자마자 어긴 가해자도 상당수였다. 지난해 11월 C 씨는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자 문자메시지 수천 통을 보내고 여자친구 직장 앞을 찾아가며 스토킹을 했다. 법원은 C 씨에게 ‘100m 이내 접근 금지’와 ‘전화, 메시지 전송 금지’ 조치를 내렸다. C 씨는 통보를 받은 지 1분 만에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 반성, 연락 중 하나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지인들이 피해를 볼 것’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D 씨는 올 2월 피해자 집에서 말다툼을 하다 다리미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치며 피해자를 위협했다. 출동한 경찰이 긴급응급조치 중 하나인 ‘접근 금지’를 결정했지만 D 씨는 경찰이 떠나고 30분 만에 다시 피해자를 찾아가 흉기로 자해하며 협박했다.●“가해자에게 위치 추적 기기 부착해야”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 재발을 막으려면 경찰의 가해자 위치 추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한 경우 사후 조치는 가능하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순 없기 때문이다. 6월에도 경기 안산시에서 스마트워치를 받은 피해자가 60대 남성에게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가해자들도 경찰이 지켜보지 않는 걸 알고 있기에 스스럼없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이라며 “가해자에게 추적 장치를 착용하도록 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해야 한다”고 했다.구속영장 없이 한 달까지 가해자를 유치장에 구금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1~7월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 4호 500건 중 검찰 청구를 거쳐 법원에서 최종 승인된 건 221건으로 절반이 채 안 됐다. 지난달에도 서울 은평경찰서가 옛 여자친구를 5개월간 스토킹하다가 흉기로 협박한 남성에 대해 잠정조치 4호를 신청했지만, 검찰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반려했다.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스토킹 범죄자 중 구속 송치된 비율은 전체의 5.6%에 불과하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발생한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법원과 검경이 피의자 전모 씨(31·구속)의 범행을 미리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 씨는 올해 초 피해자 A 씨가 고소한 스토킹 혐의 관련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A 씨가 처음 전 씨를 고소했을 때는 법원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전 씨가 이후 A 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했는데도 검경은 접근금지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16일에야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한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스토킹 처벌법에서 삭제하겠다고 밝혔다.》신당역 스토킹 살인 막을 기회 여러 차례 있었다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입사 동기였던 역무원 A 씨(28)를 흉기로 살해한 전모 씨(31·구속)가 올 초 스토킹 혐의로 고소된 후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 앞으로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 진술을 받아들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불구속 상태였던 전 씨는 이후에도 A 씨에게 계속 연락하며 형량을 줄이기 위해 합의를 종용했다.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사건이 표면화된 후 약 1년 동안 이처럼 여러 차례 법원과 검경이 전 씨의 범행을 막을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 받고 싶다” 첫 고소 후 영장 기각경찰에 따르면 2019년부터 스토킹에 시달린 A 씨는 지난해 10월 4일 “도움을 받고 싶다”며 처음으로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전 씨에게 여러 차례 ‘A 씨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경고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전 씨는 연락을 자제하는 대신에 거꾸로 “돈을 주지 않으면 유포하겠다”며 A 씨에게 불법 촬영한 영상물을 보냈다. 해외 웹하드 주소 등 유포를 암시하는 캡처 화면을 보내면서 “자살하겠다”고도 협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지난해 10월 7일 불법 촬영과 협박 혐의로 경찰에 전 씨를 고소했고, 다음 날 경찰은 전 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속사유 심사 시 범죄의 중대성 및 재범 위험성과 함께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도 감안해야 하는데 이런 고려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사건 관계 변호사는 “전 씨가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점이 영장 심사 때 참작됐다는 말이 나온다”며 “피해자 입장을 고려한 발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사 단계 신변보호 미흡경찰은 지난해 10월 고소 후 한 달 동안 A 씨를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시스템에 등록했다. 하지만 이후 A 씨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기간을 연장하거나, 스마트워치 지급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접근 금지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1일 시행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은 스토킹 행위 시 가해자에게 △100m 이내 접근 금지 △피해자 통신 접근 금지 △유치장·구치소 유치 등의 잠정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상 징후가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주위 시선 때문에 피해자가 보호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분리 조치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2차 고소 후 “더 적극적 조치 있었어야”전 씨는 수사 중인 상황에서도 A 씨에 대한 연락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올 1월 전 씨를 다시 고소했다. 경찰은 이때 ‘앞으로 연락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고 전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당시 좀 더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혐의를 인정한 발언은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인데 이 말만 믿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올 5월 재판이 시작되고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하자 전 씨는 합의를 종용하며 스토킹을 이어갔다.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한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죄가 2차 피해를 조장한 것이다. 원하던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전 씨는 결국 1심 선고 전날 지하철역으로 찾아가 A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3년여 동안 전 씨가 A 씨에게 문자 등으로 접촉한 횟수는 총 370여 차례에 달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이 9년을 구형했을 때 전 씨가 피해자에게 접근할 것이란 사실은 이미 예견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또 영장 기각 뒤 ‘스토킹 살인’ 1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전 직장 동료 전모 씨(31)가 휘두른 흉기에 숨졌다. 약 3년 동안 전 씨의 스토킹과 협박에 시달리던 피해 여성은 지난해 10월 전 씨를 경찰에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하며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경찰이 전 씨를 긴급 체포하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올 1월 스토킹 혐의로 재차 고소했지만 스토킹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전 씨는 재판 선고일 하루 전 피해 여성을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법원과 수사기관의 소극적 조치가 스토킹을 막지 못하고, 결국 보복 범죄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하철에서 여성 역무원이 근무 중 흉기에 찔려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입사 동기로 3년여 전부터 여성을 스토킹하던 같은 회사 직원 전모 씨(31)였다. 피해자가 불법 촬영과 스토킹을 이유로 2번이나 고소했음에도 법원은 용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경찰과 검찰은 가해자의 접근을 막지 못했다. 이를 두고 ‘막을 수 있었던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망으로 스케줄 파악해 범행”서울 중부경찰서는 15일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A 씨(28)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전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전 씨는 전날 오후 7시 50분경부터 역사 내 화장실 앞에 숨어 A 씨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지난해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된 후 직위 해제됐지만 공사 직원 신분을 유지하던 전 씨는 내부망을 통해 A 씨가 오후 6시부터 야간근무에 투입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망으로는 개인 연락처, 구내전화를 비롯해 근무지 정보, 근무 형태, 담당 업무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전 씨는 A 씨가 역내 순찰을 하다 오후 8시 56분경 여자화장실에 들어가자 곧장 흉기를 휘둘렀고, A 씨는 화장실 비상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구조 신고를 접한 다른 직원과 시민이 달려가 현장에서 전 씨를 제압했다. 하지만 오후 9시 7분경 심정지 상태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A 씨는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에서 전 씨는 오래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흉기도 미리 준비했고, 범행 당시에는 일회용 위생모를 쓰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 씨가 범행 당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위생모를 착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3년여 동안 스토킹…최근까지 합의 종용A 씨와 전 씨는 2018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다. A 씨의 가족들은 ‘A가 3년여 전부터 전 씨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고 전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 씨는 A 씨에게 300차례 이상 전화를 하고 메시지 등을 남기며 계속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전 씨는 A 씨에게 “불법 촬영한 영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A 씨는 불법 촬영과 협박 등의 혐의로 전 씨를 고소했다. 이 사건으로 직위 해제된 전 씨는 이후에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내 인생 망치고 싶냐, 합의하자”, “원하는 조건이 뭐냐. 다 맞춰주겠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20여 건 보냈다고 한다. 이에 A 씨는 올 1월 전 씨를 스토킹 혐의로 재차 고소했다. 전 씨는 총 5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검찰은 지난달 18일 그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전 씨는 15일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전 씨는 범행 당일에도 법원에 두 달 치 반성문을 제출했으며, 이전에도 반성문을 지속적으로 낸 것으로 확인됐다. 아버지와 한동안 소원했던 A 씨는 사건 발생 직전 화해했다고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15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A 씨 큰아버지는 “3일 전 아버지에게 ‘1년간 아빠를 오해했어요. 정말 미안해요’라고 보냈다는데 그게 마지막 편지가 됐다”며 “서울 한복판 지하철역 안에서 정복을 입은 직원이 근무 중에 살해당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통해했다.○ 영장 기각, 신변보호 중단 후 보복 살인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막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전 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올 2월에도 스토킹을 당해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40대 여성이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한 후 풀려난 범인의 흉기에 찔려 숨졌는데 유사한 일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다. 사건 관계자는 “전 씨가 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점이 영장 기각에 참작됐다고 본다”고 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첫 고소장을 제출한 다음 날부터 한 달 동안 신변보호 조치를 받았지만 이후에는 신변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스마트워치 지급 등은 A 씨가 거절했다. A 씨가 원치 않아 신변보호 기간도 연장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A 씨가 올 1월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을 때는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범죄 가능성, 잠재적 위협까지 수치화해 신변보호 조치를 경찰이 선제적으로 판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관계 부처에 긴급 지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퇴근 후 사건 현장을 찾아 “법무부 장관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서울 지하철에서 여성 역무원이 근무 중 흉기에 찔려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입사동기로 3년여 전부터 여성을 스토킹하던 같은 회사 직원 전모 씨(31)였다. 피해자가 불법촬영과 스토킹을 이유로 2번이나 고소했음에도 법원은 용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경찰과 검찰은 가해자의 접근을 막지 못하면서 ‘막을 수 있었던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망으로 스케줄 파악해 범행” 서울 중부경찰서는 15일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A 씨(28)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전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전 씨는 이날 오후 7시 50분경부터 역사 내 화장실 앞에 숨어 A 씨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고 한다. 지난해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된 후 직위해제됐지만 공사 직원 신분을 유지하던 전 씨는 내부망을 통해 A 씨가 오후 6시부터 야간근무에 투입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A 씨가 역내 순찰을 하다 오후 8시 56분경 여자화장실에 들어가자 흉기를 휘둘렀고, A 씨는 화장실 비상벨로 도움을 요청했다. 구조 신고를 접한 다른 직원과 시민이 달려가 현장에서 전 씨를 제압했다. 하지만 오후 9시 5분경 심정지 상태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A 씨는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에서 전 씨는 오래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흉기도 미리 준비했고, 범행 당시에는 일회용 위생모를 쓰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3년여 동안 스토킹…최근까지 합의 종용 A 씨와 전 씨는 2018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다. A 씨의 가족들은 ‘A 씨가 3년여 전부터 전 씨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전 씨는 A 씨에게 “불법 촬영한 영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A 씨는 불법촬영과 협박 등의 혐의로 전 씨를 고소했다. 이 사건으로 직위해제된 전 씨는 이후에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고, A 씨는 올 1월 전 씨를 스토킹 혐의로 재차 고소했다. 전 씨는 총 5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검찰은 지난달 18일 그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후 전 씨는 여러 차례 A 씨에게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15일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A 씨의 여동생은 “언니가 친척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울먹였다. A 씨의 큰아버지는 “서울 한복판 지하철역 안에서 정복을 입은 직원이 근무 중에 살해당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순찰을 돌 때 2인 1조로 움직여야 한다는 매뉴얼조차 없었다”고 비통해했다.●영장 기각, 신변보호 중단 후 보복살인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막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전 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올 2월에도 스토킹을 당해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40대 여성이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한 후 풀려난 범인의 흉기에 찔려 숨졌는데 유사한 일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다. A 씨는 지난해 10월 첫 고소장을 제출한 다음날부터 한달 동안 신변보호 조치를 받았지만 이후에는 신변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스마트워치 지급 등은 A 씨가 원치 않아 진행되지 않았다. A 씨가 원치 않아 신변보호 기간도 연장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A 씨가 올 1월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을 때는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범죄 가능성, 잠재적 위협까지 수치화해 신변 보호 조치를 경찰이 선제적으로 판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하늘의 별이 되셨군요.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13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 지하 1층. 김명례 씨(71·서울 중구)가 이곳에 마련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추모 공간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조문록을 써 내려갔다.8일(현지 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자 국내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건물 내부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13~16일까지 나흘간 일반 시민 추모객을 받기로 했다. 오전 10시~오후 4시 30분 사이 대사관을 방문하면 누구나 조문할 수 있다. 13일 주한 영국대사관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조문록을 작성하고 여왕의 사진 앞에서 묵념했다. 임덕규 씨(87·서울 은평구)는 “오랜 기간 국가에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 여왕에게 존경심을 가져왔다”라며 추모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조문객들은 주한 영국대사관 제막식 때 세워진 비석 앞에 추모의 뜻을 담아 꽃을 놓기도 했다. 김덕기 씨(52·서울 중랑구)는 “여왕 추모를 통해 한국과 영국 사이 정치·경제 교류가 왕성하게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이날 대사관에는 우리 국민뿐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의 추모 발길도 이어졌다. 사도하라 제클린 씨(45)는 딸(17)과 함께 조문록을 적고 비석 앞에 꽃을 놓았다. 그는 “명예롭고 바른 삶을 보여줘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적었다”라며 “모두가 추모 공간에서 평화를 기원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정·재계 인사들을 위한 추모 공간은 대사관 관저에 따로 마련됐다. 이날 주한 유럽연합(EU)대사, 우크라이나 대사, 루마니아 대사, 정의선 현대동차그룹 회장 등이 대사관 관저를 방문해 추모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이곳을 찾아 조문했다.송진호 기자jino@donga.com}

“여왕님! 하회마을이 행복합니다. 천국에서 지켜주세요.” 12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 안에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추모 공간. 안동시가 8일 서거한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이 공간을 방문한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안동하회마을 관계자는 “추석 연휴를 맞아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한 시민들이 추모 공간을 들르고 있다”며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고 있지 않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0년 재위 기간 영국의 상징이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국내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안동시는 여왕의 장례 기간인 9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안동 하회마을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 ‘충효당’ 앞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추도 단상을 설치했다. 여왕은 1999년 4월 부군 필립공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3박 4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여왕은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73세 생일상을 맞으며 안동과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안동시 관계자는 “여왕님과 안동의 소중한 인연을 기억하며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며 “봉정사 법당 안에도 작은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49일간 운영한 뒤 49재를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여왕서거', '#엘리자베스2세' 등 해시태그를 단 추모글이 속속 올라왔다.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추모글을 게재한 허광훈 씨(31)는 "2차 세계 대전부터 '브렉시트'까지 근현대사를 군주의 위치에서 직접 경험하신 분인 만큼 그 자체로 존경스럽다고 생각한다"며 "여왕 서거를 통해 과거를 되짚어보고 영국과 한국은 물론 세계가 앞으로 한 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대영제국의 제국주의와 노예제 등에 대한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국 왕실 공식 홈페이지 속 추모 사진에 여왕이 착용한 장식품들이 대부분 식민지에서 훔친 전리품이라고 한다”며 “정복당했던 나라 입장에서 보면 화가 날 것 같다”고 썼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최근 기록적 폭우와 태풍이 이어지면서 국내외 다양한 곳에서 제공하는 기상정보를 찾아보며 스스로 재해에 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해외 기상당국 예보를 비교하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폐쇄회로(CC)TV에서 실시간 정보를 얻기도 한다. 기상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가운데서는 윈디닷컴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체코 기업이 만든 앱인데 세계 각지의 풍향과 풍속을 보여준다. 지난달 서울 폭우 이후 앱을 설치했다는 직장인 박모 씨(34)는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풍향 등을 직관적으로 보여줘 수해 소식이 들리면 자주 열어 본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만든 앱 윈드파인더(Windfinder)나 일본의 국제기상해양주식회사 사이트를 참고하는 이들도 많다. 울산에 사는 김도환 씨(45)는 최근 한중일 기상당국의 태풍 힌남노 예상 경로를 비교하며 자체 분석을 했다. 김 씨는 “평소 수상 레포츠를 즐기기 때문에 수해에 민감하다. 각국 자료를 비교해 더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 운영 CCTV도 주요 참고 대상이다. 제주공항 인근에 사는 이지현 씨(35)는 5일 힌남노가 근접하자 도내 곳곳에 설치된 CCTV로 날씨를 실시간 확인했다. 이 씨는 “도청 주변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CCTV를 보니 비 오는 게 심상치 않아 만남을 미뤘다”며 “멀리 떨어진 곳의 날씨를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각 지역의 폭우, 강풍 등 기상 관련 사진 및 영상을 찾아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태풍 및 호우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불가피한 경우 밖에 나가더라도 하천변은 물론이고 공사장, 산비탈 등에는 접근을 삼가야 한다. 집에 있는 경우 강풍에 의한 파손을 막기 위해 미리 유리창을 고정하고 화분 등은 실내로 옮겨 놓는 게 좋다. 정부 관계 부처와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태풍 및 호우 시 행동 요령을 정리했다. 이번 태풍 힌남노는 강풍을 동반한 채 북상 중이다. 이 때문에 유리창 파손 위험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창문이 창틀에 단단히 고정돼 있지 않다면 사이에 우유갑이나 수건 등을 끼워 넣어 고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창문이 강풍에 흔들리면서 유리가 깨질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도 좋다. 다만 많이 알려진 대로 ‘X’자로 테이프를 붙일 경우 초속 35m 이상의 강풍에선 파손을 막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창문 가장자리에 테이프를 붙여 유리창과 창틀을 고정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신 X자로 테이프를 붙일 경우 유리창 파손 시 파편이 튀는 건 다소 줄일 수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후 창문은 부식된 부분에 생긴 틈을 테이프로 막아줄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강한 바람에 날아갈 수 있는 간판, 천막 등은 미리 단단히 고정해 두거나 실내로 옮겨놔야 한다. 자전거나 화분 등 집 주변에 둔 물건 역시 실내로 옮겨둬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비바람이 거셀 때는 아예 외출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불가피한 경우에도 개울가나 하천변, 해안가 등은 급류에 휩쓸릴 수 있으니 가까이 가지 말아야 한다. 공사 자재가 쓰러질 수 있으니 공사장 근처도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다. 농촌에선 논둑이나 물꼬 점검을 위해 외출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혹시 등산 중이라면 계곡이나 비탈면을 피해 미리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김승배 한국기상산업협회 본부장은 “폭우와 강풍으로 건물 첨탑이 무너지거나 상가 간판 등이 날리면서 2차 피해를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외출을 삼가야 한다”며 “외출하더라도 쓰러진 전봇대 근처 등 감전 사고가 우려되는 곳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운전 중 거센 비바람을 만난다면 서행해야 한다. 주행 속도를 높이면 차체가 바람에 흔들리며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도로는 폭우로 침수될 수 있으므로 지상 우회로를 택하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배기구가 물에 잠길 정도로 침수되면 아예 차를 두고 가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상륙을 앞둔 가운데 태풍 피해를 줄이려면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힌남노가 강풍과 호우를 동반하면서 돌풍으로 인한 파손, 침수 등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 강풍이 몰아칠 때는 유리창 파손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창문과 창틀 사이에 우유갑이나 수건 등을 끼워 넣어 단단히 고정하는 게 좋다. 창문이 강풍에 흔들리면서 유리가 깨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창문에 ‘X’자로 테이프를 붙이는 방법은 초속 35m 이상의 강풍 앞에선 파손을 막는 효과가 적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실험 결과 초속 50m일 때는 파손 방지 효과가 거의 없었다. 대신 창문 가장자리에 테이프를 붙여 유리창과 창틀을 고정하는 게 파손 방지에 훨씬 효과적이다. 다만 창문에 X자로 테이프를 붙이면 유리창 파손 시 파편이 튀는 걸 줄일 수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창문에 작은 틈 사이로 바람이 조금씩 들어오다 보면 돌풍에 쉽게 유리가 깨질 수 있다”며 “노후한 창문의 경우 부식 부분에 틈이 생길 수 있으니 테이프로 미리 틈을 막아주는 방법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강한 바람에 날아갈 수 있는 간판, 천막 등은 미리 단단히 고정해두거나 실내로 옮겨놔야 한다. 자전거와 화분 등 주택가 주변의 물건 역시 실내로 옮겨둬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도 주의해야 한다. 지하 주차장 입구는 모래주머니를 쌓거나 물막이판을 설치해 침수를 막아야 한다. 하천가나 개울 주변은 급류에 휩쓸릴 수 있으니 가까이 가지 말아야 한다. 등산객은 계곡이나 비탈면을 피해 미리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농촌에선 논둑이나 물꼬 점검을 위해 외출하는 행동도 삼가야 한다. 운전 시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다면 최대한 서행해야 한다. 주행 속도를 높이면 차체가 바람에 흔들리며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지하도로는 폭우로 침수될 수 있기에 지상 우회로를 택하는 게 좋다. 차량 배기구가 물에 잠길 정도로 침수되면 아예 차를 두고 가는 것이 좋다. 배기구에 물이 들어가면 차량의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크다. 침수로 시동이 꺼진 차량에 다시 시동을 걸면 엔진이 망가질 수 있다. 태풍이 잦아들기 전까지는 각 가정에서 스마트폰이나 TV, 라디오 등으로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상습 침수지역이나 산사태 위험지역의 경우 피해가 예상될 때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전국 대피소 위치나 임시 주거시설 등 자세한 안내는 행정안전부 애플리케이션 ‘안전디딤돌’이나 국민재난안전포털(safekore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승배 한국 기상산업협회 본부장은 “강한 비와 강풍으로 인해 교회 첨탑이 무너지거나 공사 현장 자재, 상가 간판 등이 쓰러져 2차 피해를 동반할 수 있기에 가능한 한 외출을 삼가야 한다”며 “외출하더라도 물이 빠르게 차오를 수 있는 지하차도를 피하고 감전사고가 우려되는 쓰러진 전봇대 인근을 피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보육원 출신이라는 걸 다른 사람에게 말하려면 ‘목숨을 걸 정도’의 용기가 필요해요.” 15년간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다가 2016년 퇴소한 A 씨(29)는 2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에서 보육시설 출신이라고 밝힌 후 사장으로부터 “고아라 끈기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A 씨는 “그 말이 마음에 비수처럼 박혔다”며 “무엇보다 자립준비청년(아동보호시설 등에서 퇴소한 청년)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가슴 아프다”고 털어놨다. 이달 18일과 24일 올해 대학에 입학한 광주의 자립준비청년 2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자립준비청년이 처한 현실을 사회가 돌아보고, 필요한 지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육시설 출신이라는 ‘낙인’자립준비청년들은 사회의 편견과 차별 탓에 보육시설 출신임을 밝히려면 소속된 곳이나 인간관계에서 배제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출신을 밝히는 것을 성소수자의 정체성 공개에 빗대 ‘고밍아웃’(고아+커밍아웃)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B 씨(19)는 태어난 후 보육시설에서 자라다가 올 2월 퇴소했다. B 씨는 기자에게 “보육원에 산다는 이유로 중학생 때 따돌림을 당한 이후 지금까지 보육시설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A 씨는 “지인이 결혼을 앞두고 상대방 부모에게 보육시설 출신이라는 걸 밝히자 ‘헤어지라’는 말을 들었다”며 씁쓸해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우울과 불안감에 시달려도 의지할 곳이 없는 게 특히 힘들다고 했다. 2020년 진행된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2명 중 1명꼴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B 씨는 “가끔 우울감이 찾아오는데 누구한테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혼자 꾹 참는다”고 했다. ○ “심리·정서적 지원 부족”기존에는 만 18세가 되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육시설을 떠나야 했지만 올 6월부터는 만 24세까지 시설에 머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심리·정서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A 씨는 “자립준비 전담기관이 5년간 퇴소한 이들을 관리해야 하지만 1년에 한 번 안부 연락 오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전담 기관도 부족하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자립준비청년 전담 기관을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1년이 지났음에도 서울과 세종에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인력도 부족하다. 2017∼2021년 청년 1만2256명이 시설에서 사회로 나왔는데, 전담기관에서 어려움이 있는 청년을 상담하는 인력은 전국을 합쳐 120명뿐이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정책연구센터장은 “자립에 성공한 청년들과 갓 독립한 청년들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또래 멘토링’ 등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간 후원자를 정부가 연결해주면서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서 의지할 곳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파란 호랑이 귀엽지 않나요? 책상 위에 놓아두려고요.”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내 에이팜쇼 제1전시장. 관람객 김형성 씨(60·경기 오산시)가 민화 체험 부스에서 나무판 위에 파란 색연필로 호랑이를 그렸다. 김 씨를 비롯한 7명이 석류, 모란꽃 등이 그려진 나무판에 색을 입혔다. 나무판은 충남 보령시 심원마을에서 벌목하고 남은 폐목재로 만들어졌다. 심원마을 이장 김일태 씨(56)는 “마을 동아리에서 시작한 나무판 민화가 지금은 지역 문화상품이 됐다. 에이팜쇼를 통해 주민들의 활동을 널리 알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장 곳곳에서는 이색 체험 행사가 마련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국마사회 부스의 승마 체험도 그중 하나. 김제아 씨(38·경기 의왕시)가 모형 말에 올라타자 연동된 스크린 속의 말이 김 씨가 조종하는 대로 장애물을 피해 달렸다. 김 씨는 “최근 말을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체험해 볼 수 있어 재밌었다”며 웃었다. 말이 앞뒤로 크게 움직이는 모습에 흥미를 느낀 관람객들이 발길을 멈추고 이를 구경하기도 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승마 체험이 얼마나 주목받을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부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한국화훼단체협의회의 ‘화훼 홍보부스 체험존’에서는 버려진 플라스틱 커피 잔으로 화분을 만드는 수업이 열렸다. 관람객들은 안내에 따라 일회용 커피 잔에 생화를 꽂고 흙을 채워 넣었다. 화훼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커피 잔 쓰레기를 줄이면서 화훼를 알리고 싶어 준비한 아이템”이라며 “선물용으로 화분을 만들어가는 분이 많다”고 했다. 제2전시장에는 농작물로 만든 각종 상품들을 소개하는 지역별 부스가 마련됐다. 석류, 패션프루트, 목련 등 지역 농산물이 다양한 빛깔과 향기로 관람객들을 유혹했다. 충북 영동군에서 온 남상규 씨(50)는 “우리 아들이 농사를 지은 사과로 만들었다”며 사과 와인을 소개했다. 와인을 시음한 후 이를 구매한 이시연 씨(21)는 “대학에서 식량자원과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졸업 후 농업에 종사하고 싶어 방문했다”며 “농업 정보도 얻고 시식, 시음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커피를 내릴 때 필요한 원두와 물의 양 등을 익힐 수 있는 ‘바리스타 체험관’도 인기였다. 박창영 씨(40·전남 여수시)는 “전문가에게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 이것저것 체험할 게 많은 박람회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지자체 차원의 조문도, 위로도 없었습니다. 구청장을 우연히 만났는데 ‘(주민센터) 3층 대피소에서 지내든, 하루 7만 원씩 줄 테니 모텔을 잡든 하라’고 하더군요.” 8일 폭우 속에 서울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집이 침수되며 탈출하지 못하고 숨진 오지영 씨(52) 유족들은 11일 오후 발인을 마치고 상도동으로 돌아왔을 때 수해 현장을 돌아보던 박일하 동작구청장과 마주쳤다. 오 씨의 둘째 동생인 오유남 씨(48)가 유족임을 밝히자 박 구청장은 대피소나 모텔에서 지내라고 했을 뿐 뚜렷한 대책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상도동 반지하 주택 앞에서 12일 만난 고인의 첫째 동생 오유경 씨(50)는 “빈소를 지키는 중 주민센터 직원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가 왔는데 ‘집 안에 (들어찬) 물 뺀다면서 양수기는 언제 가져가느냐’는 말만 반복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2일 둘러본 오 씨의 집은 물은 빠졌지만 옷가지와 생필품은 여전히 사방에 널려 있는 상태였다. 폭우 당시 오 씨는 같이 살던 어머니를 대피시킨 후 반려묘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집 밖으로 다시 나오지 못했다. 유경 씨에 따르면 동 주민센터는 12일 유족들이 방문했을 때 관할 지역에서 폭우로 사람이 사망한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유족들은 “집이 물에 잠겨 사람이 죽었는데 관할 지자체로부터 어떤 지원책도 공식 통보받은 바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은 1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에게 거처가 정해지지 않았을 경우 일단 있을 만한 곳을 알려준 것”이라며 “3∼6개월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임시 거처 약 90개를 확보했으니 조만간 수요 조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같은 날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에서 장애인 등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사건을 거론하면서 “너무 차이가 난다”고도 했다. 관악구 사건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살아남은 노모를 위한 임대주택 마련을 지시했고, 관계 부처가 발 빠르게 움직여 유가족이 머물 곳을 마련했다. 오지영 씨는 세 자매 중 맏이로 고등학생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반지하 방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왔다고 한다. 유족에 따르면 오 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폐지 줍는 노인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 음료수를 사서 건네는 사람이었다. 새벽부터 길고양이 등의 밥을 챙겨주려고 공원에 다녀오기도 했다. 고인의 옆집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재숙 씨(68)는 “옆집 여성분이 참 착했는데 그렇게 돼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8일 서울 동작구청 기간제 근로자 A 씨가 상도동에서 쓰러진 가로수를 수습하다 감전돼 숨진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지자체 차원의 조문도, 위로도 없었습니다. 구청장을 우연히 만났는데 ‘(주민센터) 3층 대피소에서 지내든, 하루 7만 원씩 줄 테니 모텔을 잡든 하라’고 하더군요.” 8일 폭우 속에 서울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집이 침수되며 탈출하지 못하고 숨진 오지영 씨(52) 유족들은 11일 오후 발인을 마치고 상도동으로 돌아왔을 때 수해 현장을 돌아보던 박일하 동작구청장과 마주쳤다. 오 씨의 둘째 동생인 오유남 씨(48)가 유족임을 밝히자 박 구청장은 대피소와 모텔에서 지내라고 했을 뿐 뚜렷한 대책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상도동 반지하 주택 앞에서 12일 만난 고인의 첫째 동생 오유경 씨(50)는 “빈소를 지키는 중 주민센터 직원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가 왔는데 ‘집안에 (들어찬) 물 뺀다면서 양수기는 언제 가져가느냐’는 말만 반복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들 “관악구와 너무 차이 나” 하소연 12일 둘러본 오 씨의 집은 물은 빠졌지만 옷가지와 생필품은 여전히 사방에 널려 있는 상태였다. 폭우 당시 오 씨는 같이 살던 어머니를 대피시킨 후 반려묘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집밖으로 다시 나오지 못했다. 앞 집 반지하에 살던 둘째 동생 유남 씨를 전화로 깨워 대피시켰지만 정작 본인은 변을 당했던 것. 유경 씨에 따르면 동 주민센터는 12일 유족들이 방문했을 때 관할 지역에서 폭우로 사람이 사망한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유족들은 “집이 물에 잠겨 사람이 죽었는데 관할 지자체로부터 어떤 지원책도 공식 통보받은 바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은 1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에게 거처가 정해지지 않았을 경우 일단 있을 만한 곳을 알려준 것”이라며 “3~6개월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임시 거처 약 90개를 확보했으니 조만간 수요조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폭우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밤을 새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유족들은 같은 날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에서 장애인 등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사건을 거론하면서 “너무 차이가 난다”고도 했다. 관악구 사건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살아남은 노모를 위한 임대주택 마련을 지시했고, 관계 부처가 발 빠르게 움직여 유가족이 머물 곳을 마련했다.●“본인보다 이웃 가족 먼저 챙기던 사람” 오 씨는 세자매 중 맏이였다. 고등학생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반지하 방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왔다. 유족들은 고인을 “본인보다 이웃과 가족을 먼저 챙기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오 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폐지 줍는 노인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 음료수를 사서 건넸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지내는 동물들 밥을 챙겨주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공원에 다녀오기도 했다. 고인의 옆 집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재숙 씨(68)도 “옆집 여성분이 참 착했는데 그렇게 돼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오 씨의 빈소를 지킨 이들은 오 씨가 젊었을 적 살뜰히 대하던 조카의 친구들이었다. 조카의 친구들은 고인이 된 오 씨를 ‘이모’라고 부르며 “어렸을 적 이모가 챙겨준 마음에 보답하고자 왔다”며 울먹였다. 유족들은 폐허처럼 변해버린 반지하에서 물건을 꺼내다 다시 한번 오열했다. 동생 유경 씨가 오 씨에게 선물한 티셔츠가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 유경 씨는 “남한테 다 주기만 하고 본인에겐 뭐 하나도 아까워하며 쩔쩔매던 사람이었는데 불쌍해서 어떡하느냐”며 안타까워했다.동작구청은 “동 주민센터는 8일 사고 발생 후 피해 상황을 인지해 현장에 도착했으며, 유가족에 수건 담요 장화 등 필요 물품을 전달했다. 같이 거주했던 모친을 주민센터 대피소로 이동시켰고, 안정을 취한 후 (모친이) 친척 집으로 이동을 희망해 주민센터 직원이 동행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어 “피해 주민들의 임시 거주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SH·LH와 협의해 관내 가용 가능한 공공·민간시설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여행 취소하고 봉사하러 왔어요.”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전통시장 인근 지하 생활용품점. 중앙대 4학년 박규태 씨(22)가 손에 든 스펀지로 매장 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닦아 냈다. 비에 젖어 못 쓰게 된 상품들은 매장 밖으로 들어 옮겼다. 가랑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 등줄기로 땀이 흘렀지만 표정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박 씨는 “어제 와서 일해 보니 일손이 더 필요해 보여, 오늘 예정됐던 여행을 취소하고 동아리원들과 함께 수해복구 봉사에 나섰다”고 했다.○ 휴가 내고 약속 취소하고 봉사기록적 폭우가 쓸고 간 수도권 곳곳에서는 이날 직장에 휴가를 내거나 약속을 취소하고 수해 복구에 팔을 걷어붙인 자원봉사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성대전통시장 인근은 사흘 전 폭우가 남긴 상흔으로 가득했다. 일부 도로는 흙이 보이도록 파였고, 지하 건물 바닥엔 여전히 빗물이 찰랑거렸다. 거리는 침수 피해 복구로 바삐 움직이는 주민들과 양수기와 포클레인이 내는 묵직한 소리로 가득했다. 중앙대 학생 황병현 씨(24)와 송치민 씨(23)는 주민 김모 씨(77)의 반지하 주택에서 침수로 못 쓰게 된 장롱과 책장을 들어 밖으로 날랐다. 방 안은 전기가 끊겨 어두컴컴했고, 폭우 중 흘러든 쓰레기로 악취도 가득했지만 봉사자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젖은 바닥 장판을 떼어내던 황 씨의 옷은 금세 흙 범벅이 됐다. 김 씨는 “학생들이 아니었으면 어떡했을까 싶어. 너무 고마워, 예뻐 죽겠어”라며 학생들에게 요구르트를 건넸다. 황 씨는 “주민들이 고맙다며 박수 쳐 줄 때마다 정말 뿌듯하다”며 웃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봉사에 나선 전형석 씨(31)는 한 노부부가 살던 집에서 냉장고와 식탁을 옮겼다. 부서진 나무 탁자는 나사못이 밖으로 드러나 옮기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전 씨는 “12년지기 친구의 제안으로 함께 복구하러 왔다”며 “현장에 와 보니 뉴스에서 본 것보다 피해가 훨씬 심각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흙 퍼내고… 빨래, 목욕 돕고상도3동 주민센터에는 이날 105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렸다. 가까운 곳에 있는 중앙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틀 전 대학생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중앙대생 이중호 씨(24)의 봉사활동 독려 게시글이 ‘봉사 릴레이’를 이끌었다. 대민 지원에 나선 52보병사단 장병 100명도 침수 주택 정리에 나섰다. 주민 김희정 씨(63)는 “군인들이 무거운 가전제품을 모두 옮겨줬다”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피해를 입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도 같은 날 여러 봉사단체가 찾아와 무너진 집에서 토사를 퍼냈다. ‘정토회’ 소속 장희주 씨(54)는 “구룡마을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고 해서 돕고 싶은 마음에 나왔다”고 했다. ‘희망브릿지’는 마을 일대에 세탁 차량을 지원해 수해민들의 밀린 빨래를 도왔다. 8일 밤 발생한 산사태로 한때 고립됐던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 마을회관에서도 이날 경기광주자원봉사센터와 새마을운동 광주지회 봉사자 등 35명이 이재민들과 복구현장 작업자 100여 명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목욕차량을 지원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광주=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여행 취소하고 봉사하러 왔어요.”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전통시장 인근 지하 생활용품점. 중앙대 4학년 박규태 씨(22)가 손에 든 스펀지로 매장 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닦아 냈다. 비에 젖어 못 쓰게 된 상품들은 매장 밖으로 들어 옮겼다. 가랑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 등줄기로 땀이 흘렀지만 표정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박 씨는 “어제 와서 일해 보니 일손이 더 필요해 보여, 오늘 예정됐던 여행을 취소하고 동아리원들과 함께 수해복구 봉사에 나섰다”고 했다.● 휴가 내고 약속 취소하고 봉사기록적 폭우가 쓸고 간 수도권 곳곳에서는 이날 직장에 휴가를 내거나 약속을 취소하고 수해복구에 팔을 걷어붙인 자원봉사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성대전통시장 인근은 사흘 전 폭우가 남긴 상흔으로 가득했다. 일부 도로는 흙이 보이도록 패였고, 지하 건물 바닥엔 여전히 빗물이 찰랑거렸다. 거리는 침수 피해 복구로 바삐 움직이는 주민들과 양수기와 포크레인이 내는 묵직한 소리로 가득했다. 중앙대 학생 황병현 씨(24)와 송치민 씨(23)는 주민 김모 씨(77)의 반지하 주택에서 침수로 못쓰게 된 장롱과 책장을 들어 밖으로 날랐다. 방안은 전기가 끊겨 어두컴컴했고, 폭우 중 흘러든 쓰레기로 악취도 가득했지만 봉사자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젖은 바닥 장판을 떼어내던 황 씨의 옷은 금세 흙 범벅이 됐다. 김 씨는 “학생들이 아니었으면 어떡했을까 싶어. 너무 고마워, 예뻐 죽겠어”라며 학생들에게 요구르트를 건넸다. 황 씨는 “주민들이 고맙다며 박수쳐 줄 때마다 정말 뿌듯하다”며 웃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봉사에 나선 전형석 씨(31)는 한 노부부가 살던 집에서 냉장고와 식탁을 옮겼다. 부서진 나무 탁자는 나사못이 밖으로 드러나 옮기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전 씨는 “12년지기 친구의 제안으로 함께 복구하러 왔다”며 “현장에 와 보니 뉴스에서 본 것보다 피해가 훨씬 심각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흙 퍼내고… 빨래, 목욕 돕고상도3동 주민센터에는 이날 105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렸다. 가까운 곳에 있는 중앙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틀 전 대학생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중앙대생 이중호 씨(24)의 봉사활동 독려 게시글이 ‘봉사 릴레이’를 이끌었다. 대민 지원에 나선 52보병사단 장병 100명도 침수 주택 정리에 나섰다. 주민 김희정 씨(63)는 “군인들이 무거운 가전제품을 모두 옮겨줬다”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피해를 입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도 같은 날 여러 봉사단체가 찾아와 무너진 집에서 토사를 퍼냈다. ‘정토회’ 소속 장희주 씨(54)는 “구룡마을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고 해서 돕고 싶은 마음에 나왔다”고 했다. ‘희망브릿지’는 마을 일대에 세탁 차량을 지원해 수해민들의 밀린 빨래를 도왔다. 8일 밤 발생한 산사태로 한때 고립됐던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 마을회관에서도 이날 경기광주자원봉사센터와 새마을운동 광주지회 봉사자 등 35명이 이재민들과 복구현장 작업자 100여 명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목욕차량을 지원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광주=이경진 기자 lkj@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 아저씨 아니었다면 우리 부부는 꼼짝없이 다 죽었을 겁니다.”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성대시장 인근 주택 골목의 반지하 집에서 남편과 함께 창문을 통해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이재숙 씨(86)는 폭우로 고립됐던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폭우 속에 방범창을 뜯어내고 방으로 뛰어들어 이 씨 부부를 구해낸 건 같은 빌라 2층에 사는 중국동포 임성규 씨(64)였다. 10일 만난 임 씨는 “사람이 물에 빠져 있는데, 망설일 이유가 있었겠느냐”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도운 의인들의 활약도 빛나고 있다.○ 방범창 뜯어내 줘 간신히 탈출이 씨에 따르면 당일 이 씨는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었다. ‘딱’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전력이 나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집 안에는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출입문을 밀어봤지만 수압 탓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 밖은 이미 계단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물이 훨씬 높이 차올랐을 것이었다. 국가유공자인 남편은 거동이 불편했고, 자신도 최근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저는 상태였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물은 더욱더 차올랐다. 유일한 탈출구인 창문은 금속제 방범창이 가로막고 있었다. “살려 달라”고 소리를 쳤다. 1층에 사는 집주인 아주머니가 달려와 방범창을 뜯어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 임 씨가 달려와 방범창을 뜯어냈다. 이 씨는 “남편이 거동이 불편한데, 이분(임 씨)이 돕지 않았으면 그냥 돌아가셨을 것”이라며 “사람 목숨을 2명이나 살렸다”고 했다. 이 씨의 집은 이번 중부지방 집중호우의 와중에 반지하에 갇혀 안타깝게 사망한 여성 주민(52)의 집 바로 옆 빌라다.○ “도움 청하는데 외면할 수 없었다”8일 밤 표세준 국방홍보원 TV제작팀 PD는 침수된 서울 서초구의 왕복 6차선 도로 위 차량에 고립돼 도움을 청하는 운전자를 구했다. 당시 차량은 트렁크 부분만 위로 떠 앞으로 꽂힌 듯한 상태였고, 운전자는 트렁크 부분에 겨우 올라가 살려 달라고 외치며 도움을 구하는 상황이었다. 표 씨는 “도로에 (성인) 턱 끝까지 물이 찬 상황이었다”라며 “어머니 나이 대의 운전자분이 ‘사람 살려’라고 외치는 것을 보고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 주변에 있던 ‘주차금지통’(고깔 모양 플라스틱통)을 갖고 뛰어들었다”고 했다. 표 씨는 유소년 수영 선수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 씨의 용감한 구조는 행인이 촬영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졌다. 도심 속 막힌 배수로와 빗물받이 덮개를 맨손으로 비워내 더 심한 침수를 막은 이들도 있다. 8일 ‘강남역 슈퍼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한 남성은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맨손으로 빗물받이 덮개를 연 뒤 안에 쌓인 쓰레기 등을 건져내는 모습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남성이 경기 의정부시에서 맨몸으로 쭈그리고 앉아 배수구를 막은 쓰레기를 치우자 순식간에 차오른 수위가 내려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기 용인시에서는 이강만 고기3통장 등 3명이 8일 오후 하천 범람으로 차에 갇힌 운전자를 구조해 용인시장으로부터 모범시민 표창장을 받게 됐다. 이들은 차량이 급류에 휩쓸리자 다급히 접근해 뒷문을 열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8, 9일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가운데 반지하주택 주민들의 인명 피해가 잇따르면서 반지하 침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빌라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등 일가족 3명과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이 빗물이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가운데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도마 오른 반지하 안전성 반지하 주택의 침수 피해는 고질적으로 되풀이됐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관악·동작구 뿐 아니라 양천·강서구, 인천, 경기 고양시를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2010년 이후 반지하 주택 침수 사고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지대 반지하 주택은 폭우 시 침수가 순식간에 이뤄져 큰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더욱 크다. 지대가 높은 곳에서 밀려 내려오는 물이 계단을 통해 반지하 주택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폭우 속 사망자가 발생한 관악구, 동작구의 빌라 역시 비교적 지대가 낮은 곳에 있다. 폭우 시 근처 다수의 주택에서 침수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소방당국과 경찰에 구조·배수 요청이 폭증하는 것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이번에 관악구에서 사망한 장애인과 가족 역시 구조 신고는 이뤄졌지만 일대 각 반지하 주택에서 신고가 속출하며 구조대 도착이 지연되면서 변을 당했다. 이번에 침수 피해를 겪은 반지하 주민들은 위험을 새삼 깨달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가족이 사망한 관악구 빌라 이웃의 반지하 주민 신모 씨(59)는 10일 집에 찬 물을 퍼내며 “지대가 낮아 빗물이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데다, 하수구까지 역류하며 집안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며 “반지하가 이렇게까지 폭우에 취약할 줄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반지하 주택은 2020년 기준 32만7320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20만849가구가 서울에 있다. 이번 침수로 사망자가 발생한 관악구에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2만113가구가 몰려있다.●기존 대책 실효성 떨어져 앞서 정부가 여러 차례 반지하 침수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992년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반지하에 배수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서울시는 2010년 태풍 곤파스 이후 침수 피해가 많은 저지대에는 반지하 주택 신축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들 대책이 나오기 전에 지어진 건물 반지하는 여전히 침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번에 사망자가 발생한 동작구 주택도 1980년대 지어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침수 피해 현장을 찾아 “건축물 설계관리 기준을 정비하는 등 실질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건축허가 시 지하층을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각 자치구에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향후 기존 반지하도 10~20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점차 없애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 대부분은 2000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에서 발생한다”며 “상습 침수 지역 위주로라도 재개발을 용이하게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혁경 ANU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반지하주택 창문이 외부 바닥과 붙어있는 경우 창문 높이만큼 방수막을 설치하는 등 단기적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전혜진 기자sunrise@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8일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 호우로 빌라 반(半)지하 거주자 등 주거 취약 계층이 잇달아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서울에서는 반지하 주민 4명이 침수로 목숨을 잃었고, 경기에서는 컨테이너 거주자가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사는 40대 여성 발달장애인 A 씨와 여동생, 여동생의 10대 딸이 숨졌다. 불어난 빗물이 계단과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왔지만 미처 탈출하지 못한 것. 앞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자매의 70대 어머니는 “딸들과 손녀가 위험하니 도와 달라”고 이웃에게 다급하게 구조 요청을 했다.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였지만 끝내 창문 방범창을 뜯어내지 못했다. 9일 기자가 이 빌라를 찾아가 보니 창문의 높이가 도로 지면과 거의 같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이 일대는 성인 기준 정강이에서 허리 정도까지 빗물이 찼다. 계단을 통해 빗물이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가 수압 탓에 희생자들은 출입문을 열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구청에 따르면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서울 동작구 성대시장 인근 주택 반지하에서도 B 씨(52)가 집 안에 고립돼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어머니와 함께 침수된 집 밖으로 나왔지만 반려묘를 구하러 다시 집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변을 당했다. 인근에 살던 B 씨 동생의 다급한 구조 요청에 이웃들이 구조에 나섰지만 반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이미 물이 배꼽까지 차오른 상황이었다. 이웃 주민 박상철 씨(49)는 “아무리 당겨도 현관문을 열 수 없었다”고 했다. 구청에 따르면 B 씨 역시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경기 화성시에서도 9일 오전 반도체장비 공장에서 일하는 40대 중국 국적 근로자 C 씨가 기숙사로 쓰이는 컨테이너 1층에서 잠을 자다가 폭우로 흘러내린 토사에 묻혀 숨졌다. 소방대원이 출동해 오전 8시경 구조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부터 이어진 폭우로 3t 정도의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54·사진)는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는 위헌이자 위법”이라는 야당 의원의 비판에 “경찰권도 견제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경찰국이 정부조직법·경찰청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신설된 점을 두고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며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윤 후보자는 “시행령으로 장관 보좌를 위한 형태의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은 법제처에서도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경찰 역시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하며, 동시에 경찰의 중립성 또한 결코 훼손돼서는 안 될 가치”라고 했다. 청문회에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관련 대응 회의’를 주재한 것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장관의 회의 주재가) 행안부 사무가 맞는지’ 묻자 윤 후보자는 “당시 (경찰청장) 직무대행 상황에서 냉정하게 이런저런 깊이 있는 판단을 못 했다”고 답했다. 윤 후보자는 ‘특혜 논란’이 최근 다시 불거진 경찰대에 관해선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고 전향적 개혁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아파트 ‘갭 투자’ 논란에 대해선 “지방 파견, 유학 등으로 인해 실제 거주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윤 후보자는 2002년 이 아파트를 매입한 뒤 거주하지 않고 2015년 매도해 약 3억 원의 시세차익을 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는 채택이 불발됐다. 행안위 관계자는 “여야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야가 추가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도 적어 윤석열 대통령이 윤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54)는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는 위헌이자 위법”이라는 야당 의원의 비판에 “경찰권도 견제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경찰국이 정부조직법·경찰청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신설된 점을 두고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경찰청법을 위배했다”며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윤 후보자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라는 대원칙에는 경찰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며 “시행령으로 장관 보좌를 위한 형태의 경찰국 신설은 법제처에서도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경찰 역시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하며, 동시에 경찰의 중립성 또한 결코 훼손돼서는 안 될 가치”라고 했다. 청문회에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관련 대응 회의’를 주재한 것도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장관의 회의 주재가) 행안부 사무가 맞는지’ 묻자 윤 후보자는 “당시 (경찰청장) 직무대행 상황에서 냉정하게 이런저런 깊이 있는 판단을 못했다”라며 “(법적으로) 못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윤 후보자는 ‘특혜 논란’이 최근 다시 불거진 경찰대에 관해선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고 전향적 개혁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아파트 ‘갭 투자’ 논란에 대해선 “거주 목적으로 구입했지만 지방 파견, 유학 등으로 인해 실제 거주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윤 후보자는 2002년 이 아파트를 매입한 뒤 거주하지 않고 2015년 매도해 약 3억 원의 시세차익을 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송진호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