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최근 시리아 알레포에서 구출돼 요르단으로 건너온 ‘난민 사자’가 새 보금자리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새끼를 낳았다. AP통신은 14일 시리아 내전으로 파괴된 알레포 ‘매직월드 동물원’에서 구출돼 요르단 북부 알마와 동물보호구역으로 이송된 암사자 ‘다나’가 도착한 지 몇 시간 만에 새끼 사자 ‘하자르’를 출산했다고 보도했다. 매직월드 동물원 소유주가 내전을 피해 알레포를 탈출한 뒤 다나를 비롯한 동물들은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굶어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동물보호단체 포포스는 다나와 12마리의 동물을 구조해 터키로 피신시켰고 요르단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줬다. 알마와 동물보호구역 직원들은 12일 다나의 우리에서 새끼를 발견했지만 성별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사실 구출 과정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다나가 하자르를 죽이지 않을까 우려가 컸다. 포포스 관계자는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나는 새끼를 깨끗하게 씻기고 정성스럽게 보호하고 있다”며 “이곳 알마와를 안전하게 느끼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수의사인 아미르 칼릴 박사는 “터키에서 실시한 초음파검사에서 다나는 새끼 두 마리를 배고 있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현재 다나의 두 번째 새끼를 기다리고 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지구촌 곳곳에 쏟아진 폭우로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해 수백 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AP통신 등은 14일 오전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 인근 리전트 지역에 산사태가 발생해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진흙더미에 묻혔다고 전했다. 이번 산사태는 전날 밤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이 일대 산비탈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산사태가 덮친 지역의 거리에는 시뻘건 황톳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진흙더미에 묻힌 채 떠내려가는 이웃 주민의 시체를 목격해야 했다. 스트리트차일드 재단 시에라리온 지부장 켈파 카르그보는 “오전 3시부터 산사태가 시작돼 리전트 지역의 비탈을 따라 지어진 모든 건물을 쓰러뜨렸다”며 “진흙더미가 사람들을 생매장시키고 집과 건물을 모조리 휩쓸었다”고 전했다. 국제적십자연맹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312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태로 3000여 명이 집을 잃었으며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신이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에라리온에서는 2015년 9월에도 폭우로 최소 7명이 숨지고 수천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남아시아 전역을 뒤덮은 폭우로 인도와 네팔, 방글라데시에서 수백 명이 숨졌다. 최근 수일간 쏟아진 비로 이 지역에서 최소 17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된 사람이 많아 앞으로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네팔 내무부에 따르면 11일 오후부터 남부 지방에 내린 비로 91명이 숨지고 주택 2474채가 완전히 파손됐다. 일부 지역은 8시간 동안 424mm가 쏟아졌을 정도로 기록적인 폭우였다. 이번 재해로 네팔 주민 600만 명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기상 당국은 인도 동부에 형성됐던 저기압이 네팔 쪽으로 옮겨오면서 며칠 더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북부와 방글라데시에서도 각각 50만 명, 37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미국에 대한 북한의 도발 수위가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이란도 미국을 겨냥해 미사일 개발 예산 증액 방침을 내놨다. 북한과 이란의 반미 공조가 강화되면 미사일 기술협력 또한 긴밀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이란의 핵 보유 야욕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 의회는 13일(현지 시간) 국방 예산으로 약 8억 달러(약 9200억 원)를 추가 배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란 국영통신 IRNA에 따르면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2억6000만 달러,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특수부대인 쿠즈 군에 약 3억 달러가 증액된다. 나머지 예산은 다른 군사 및 정보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법안은 의회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전체 의원 247명 가운데 24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일부 의원들은 법안이 통과되자 “미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알리 라리자니 국회의장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 모험주의적 행동에 맞서기 위한 우리의 첫 번째 대응이라는 점을 미국인들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앞서 5월 이란의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1100억 달러 상당의 무기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지난달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이 핵 합의안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우주항공 관련 기관 등 18곳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란은 이번 결정으로 대미 강경 노선을 분명히 밝혔다. 북한의 ‘괌 포위사격’ 도발 이후 가뜩이나 예민한 미국을 강하게 자극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엔진이 이란의 위성 로켓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일간 더 내셔널은 “북한은 외교적 고립 상태에서도 결단과 고집으로 핵 무장이 가능함을 입증했다”며 “북한이 핵을 가지지 못했던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과 달리 외부 위협으로부터 정권을 지킬 수 있는 모델을 이란에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이집트 북부 지중해 연안 도시 알렉산드리아 인근에서 11일(현지시간) 오후 2시 15분 열차 2대가 정면으로 충돌해 36명이 사망하고 123명이 다쳤다. AP통신은 이집트 보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사망자가 최소 38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부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집트 철도당국의 성명에 따르면 수도 카이로에서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기차가 알렉산드리아 동부 코르시드 지역의 작은 역에 멈춰선 열차를 들이받았다. 수에즈 운하가 있는 포트사이드에서 출발한 열차였다. 두 열차가 충돌하면서 객차 2량과 차량 엔진실이 심하게 부서진 채 선로를 이탈했다. 정부 관계자는 “열차가 고장으로 철로에 멈춰 선 것을 알지 못한 다른 한 대가 정면으로 달려오다 충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집트 철도 시스템은 열악한 장비와 관리 탓에 매년 1000건이 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집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49건으로 2009년(1577건) 이후 가장 많은 철도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2006년 카이로 인근에서 통근 열차 2대가 충돌해 52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 이후 가장 큰 인명사고로 기록됐다. 2002년에는 카이로 남부에서 만원 기차에 불이나 373명이 죽는 대참사가 일어났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케냐에서 8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잠정 개표 결과에 반발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최소 4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AP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9일 수도 나이로비 빈민가인 마타레 지역에서 발생한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 총격으로 시위대 2명이 사망했다. 자페트 쿠메 나이로비 경찰청장은 “이들이 마체테(날이 넓은 벌채용 칼)로 경찰을 공격하려 해 발포했다”고 말했다. 이날 케냐 남부 타나강 지역에서도 무장괴한 5명이 투표소를 공격해 1명이 흉기에 찔렸다. 경찰은 “용의자 2명을 사살했고, 나머지 일당을 쫓고 있다”며 “이들의 동기가 정치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충돌은 야권 후보인 라일라 오딩가 후보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발생했다. 그는 “해커가 선관위 데이터베이스에 침투해 집계 결과를 조작했다”며 “이번 선거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개표가 97% 이상 진행된 가운데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이 54.3%를 득표해 오딩가 후보(44.8%)를 따돌리고 재선을 확정한 상태다. 케냐에서는 2007년 대선 때도 개표 부정 시비가 종족 분쟁 양상의 유혈사태로 번져 두 달간 1100명이 숨지고 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8일 실시된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55)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개표가 95% 이상 진행된 9일 오후 1시(현지 시간) 현재 케냐타 후보가 54.3%의 득표율로 44.8%에 그친 야당 연합체인 국민슈퍼동맹(NASA)의 라일라 오딩가 후보(72)를 앞서고 있다. 오딩가 후보는 “조작된 수치”라며 집계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오딩가 후보는 이날 새벽 기자회견에서 “집계 결과는 허구이며 가짜”라며 “선거 관리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투표소 내 참관인들이 결과를 증명하기 위해 사인한 원본 서식을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우리(야당)의 조사 기관은 우리가 훨씬 앞서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표 부정 의혹이 제기되자 오딩가의 지지자들은 시위에 나섰다. 케냐 남부 키시 카운티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 과정에서 1명이 총탄에 맞아 숨졌다. 선관위는 동요하는 국민들에게 완전한 집계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투표소의 원본 서식 전달이 지연됐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실제로 선거일에 유권자 식별 장치 일부가 고장 났으며, 투표소 4곳 중 1곳은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공무원이 가까운 마을로 이동해 투표 결과를 전송해야 했다. 오딩가 후보는 2007년과 2013년 대선에서도 자신이 패배한 이유가 선거 부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07년 대선 때에는 개표 부정 시비가 종족 간 유혈사태로 번져 최소 1100명이 숨지고 60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하기도 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부정부패 의혹이 끊이지 않는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75·사진)이 또 한 번의 의회 불신임 표결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집권당 내부에서조차 “부도덕하고 수치스러운 지도자”라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치적 기반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마 대통령은 8일 비밀투표로 진행된 불신임 표결에서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의원들 덕에 퇴진 위기를 넘겼다. 주마 대통령의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의원 400명의 과반인 201명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이날 표결에서 177명만 찬성표를 던져 부결됐다. 과반(249석)을 확보한 ANC에서 최소 50명 이상 이탈자가 나와야 했지만 집권당 의원들의 반란 표는 26명에 그쳤다. 의원 9명은 이날 표결에 기권했다. 주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후 숱한 부패 추문과 정경유착 의혹으로 야권은 물론이고 국민의 지탄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에도 ‘비선 실세’로 불리는 인도계 유력 재벌인 굽타 일가와의 유착 정황이 드러나 의회에서 불신임 표결이 진행됐지만 살아남았다. 주마 대통령의 탄핵안을 포함해 불신임 성격의 표결이 무산된 건 이번이 8번째다. 그러나 주마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불사조’라는 별명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차례 불신임 투표를 거치면서 집권당 내 지지 기반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과 이란의 협력 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이란을 방문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열흘간 머물며 반미 공조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건설된 이란 주재 북한대사관이 김 위원장이 도착한 날 문을 연 것도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4일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과 만나 “북한과 이란은 공동의 적(미국)이 있다”며 “‘미사일 개발에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다’는 이란의 입장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국익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의 위협에 더 공세적으로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하니 대통령도 5일 2기 취임 연설에서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계획)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이란이 핵합의를 먼저 어기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위반을 묵과하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러시아·이란을 제재하는 패키지 법안에 서명하면서 북한과 이란의 협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과 이란은 반미 진영의 전통적 우방으로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의 초기 미사일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과거 북한의 핵실험에 이란 과학자들이 참여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5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 임무 센터’를 만든 데 이어 6월 ‘이란 임무 센터’를 창설하며 양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매슈 번 핵확산 전문 교수는 “북한과 이란은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서로를 매우 다른 나라로 보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되는 국면에서 북한은 세 차례나 이란을 공식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이란 방문에 앞서 북한 노동당 대표단은 지난달 중순 이란이슬람교연합당과 회담을 가졌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올해 2월 말에도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이란을 공식 방문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만났다. 이스라엘 소재 국가안보연구소(INSS) 에밀리 란다우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역사적으로 볼 때도 그렇고 특히 지금 북한은 이란에 전략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양국 간) 문제가 되는 협력 관계가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라리자니 의장의 초청을 받아 로하니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란 핵합의 과정을 북한 지도자들에게도 잘 전달해 좋은 사례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올해 2300명이 넘는 난민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터키와 유럽연합(EU)의 난민 송환협정 체결 이후 터키를 통해 서유럽으로 향하는 ‘발칸 루트’가 막히면서 난민들이 ‘지중해 루트’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몰려드는 난민의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는 난민 차단을 위해 최근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3일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도착한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 난민은 11만4287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전체 유럽 난민(11만6246명)의 98.3%가 바다를 건너 유입된 것이다. 같은 기간 지중해에서 죽거나 실종된 난민은 2385명으로 전체 지중해 난민의 2%였다. 지중해 난민의 83%(9만4802명)는 이탈리아로 몰렸다. 벌써 지난해 이탈리아로 유입된 지중해 난민(9만3774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24∼30일 한 주간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은 1385명으로 전 주(60명)보다 23배로 급증했다. 이탈리아는 지중해 난민의 유입을 막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해안경비대는 2일 독일의 난민구조 비정부기구(NGO)인 유겐트 레테트가 운영하는 선박을 몰수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가 새로 제정한 ‘행동 규약’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탈리아는 위장 밀입국자를 색출할 경찰을 구조선에 승선시키고, 리비아 인근 해역에 접근하지 못 하도록 하는 등 11개 행동 규약에 서명하라고 NGO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불법 난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리비아 해역에 해군 함정을 파견하는 결의안을 지난달 28일 승인하고 의회의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루오족’ 출신 라일라 오딩가 전 케냐 총리(72)가 4번째 도전 만에 대권을 잡을 수 있을까. 오딩가 전 총리는 8일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키쿠유족’인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55)과 지지율 1%포인트 차의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케냐에 만연한 부족주의와 부정선거라는 장애물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케냐에서는 최대 부족인 키쿠유족(22%) 출신이 2002년 이후 대통령을 독점해 왔다. 오딩가 전 총리와 케냐타 대통령의 가문은 오랫동안 정치적인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들의 부친인 조모 케냐타와 자라모기 오딩가는 1963년 영국의 식민 통치에서 독립한 뒤 각각 초대 대통령과 부통령을 지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에 뛰어든 오딩가는 2002년 대선에서 야당의 후보 단일화를 주도하며 24년간 이어진 대니얼 아랍 모이 대통령의 독재를 청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오딩가는 세 번의 대권 도전(1997, 2007, 2013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므와이 키바키 당시 대통령과 맞붙은 2007년 대선은 패배 이상의 비극을 안겨줬다. 오딩가의 득표가 키바키보다 앞서자 개표 방송이 중단되면서 개표 부정 시비가 일었다. 오딩가는 결과에 불복했고 유럽연합(EU) 선거감시단까지 나서 외부 감사를 촉구했다. 이 같은 시비는 결국 키쿠유족과 루오족 간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두 달 동안 1100명이 숨지고 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당시 국제사회의 중재로 케냐 정부가 오딩가를 총리로 임명해 연합정부가 꾸려지면서 겨우 사태가 수습됐다. 부정선거 논란은 2013년에도 계속됐다. 11개 선거구에서 투표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케냐타는 7000표 차로 과반을 넘어서 결선 투표 없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딩가는 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지만 “또 한 번 폭력사태가 발생하면 나라가 망가질지도 모른다”며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투표 전부터 유권자 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 케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전자투표와 투표 집계를 담당하는 고위급 직원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시신에는 고문의 흔적까지 발견돼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유권자에 대한 협박 사례들을 보고했고, 국제회계법인 KPMG도 1960만 명의 유권자 명부에 적어도 100만 명의 사망자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오딩가와 야당 연합체인 국민슈퍼동맹(NASA)은 선거 30일 전에 발표하도록 법으로 규정된 유권자 명단을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발표하는 등 집권 여당이 부정선거를 꾀하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세계 최고(最古)로 알려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오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히잡을 쓰고 책 대신 알록달록한 풍선을 든 이집트 소녀들은 공부를 하러 온 게 아닌 것이 분명했다. 얼굴에는 빨간색 하트가 그려진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옷깃엔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 배지를 달았다. 반짝거리는 목걸이도 아이돌 그룹을 상징했다. 27일(현지 시간) 도서관에서는 ‘2017 K팝 월드 페스티벌 이집트 지역 예선’이 열렸다. K팝 월드 페스티벌은 올해로 7회째를 맞고 있지만 수도 카이로가 아닌 알렉산드리아에서 행사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온라인 예선에 60팀이 지원해 선발된 12팀이 이날 본예선에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이날 행사를 주최한 한국문화원은 무엇보다 많은 참가 인원에 놀랐다. 한국문화원 측은 알렉산드리아에서의 첫 행사에 이집트 한류 팬들이 생각보다 적게 오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도서관 대강당 1800석은 금세 팬들로 가득 찼다. 박재양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K팝 행사를 찾는 한류 팬이 200∼300명 수준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몰릴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류 팬클럽 ‘삼한’과 ‘K-서포터스’가 흥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은 행사 수개월 전부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열띤 홍보활동을 벌이며 한류 팬들을 끌어모았다. 2007년 아랍권에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던 초창기 팬들과 달리 한류 2세대 팬들은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고 앞장서 한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삼한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7월 한국문화원과 함께 알렉산드리아 예술센터에서 ‘K팝 콘테스트’를 여는 등 직접 한류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카이로=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82)이 24일부터 한 달간 모로코로 긴 휴가를 떠나면서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부총리(32·사진)가 당분간 국정의 전권을 쥐게 됐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살만 국왕은 자신의 부재 기간에 국가의 중대사를 관장하고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라는 칙령을 빈 살만에게 내렸다”고 전했다. 걸프 지도자들이 해외로 휴가를 떠날 때 후계자에게 국정 운영을 맡기는 것이 관례지만 지난달 왕위 계승권자가 된 빈 살만이 이 역할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빈 살만은 지난달 21일 아버지뻘 사촌이자 종전 왕세자였던 무함하드 빈 나예프 내무장관(57)을 밀어내고 권력 전면에 나섰다. 왕세자 교체 발표 당시 서로 포옹하는 등 겉으로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실상은 치밀하고 살벌한 ‘왕좌의 게임’이었다. 살만 국왕은 세자 교체를 발표하기 전날 밤 빈 나예프를 왕궁으로 불러들였다. 약물(진통제) 중독을 문제 삼으며 왕세자 자리를 내놓으라고 밤새 압박했다. 같은 시간 빈 살만의 측근들은 사우디 왕족 원로로 구성된 왕위계승위원회에 서신을 보내 왕세자 교체를 위한 설득 작업을 벌였다.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감금된 빈 나예프는 동이 트고 왕세자 지위를 포기한 뒤에야 왕궁을 나설 수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빈 살만은 “당신의 지도와 조언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빈 나예프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2년 넘게 계속된 왕권 경쟁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현재 빈 나예프는 가택 연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최연소 국방장관에 임명된 빈 살만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회장을 겸직했다. 그는 또한 왕실 경제·개발위원회 의장으로 사우디의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탈(脫)석유 개혁정책 ‘비전 2030’을 주도해 왔다. 빈 살만은 보수적인 사우디의 문호를 개방하고 여성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정책으로 젊은층의 두꺼운 지지를 받고 있다. 서방에서는 사우디 권력을 통째로 거머쥔 그를 ‘미스터 에브리싱’이라고 불렀다. 실세 왕세자가 권력의 전면에 나서면서 사우디 정계가 젊은 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령인 국왕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설이 돌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빈 살만은 30대에 왕좌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젊은 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빈 살만은 사우디 내부에서 개혁의 아이콘이지만 지난해 초 이란과의 외교 단절을 선포하는 등 외교적으로는 강경노선을 밟고 있다. 국방장관으로 주도한 예멘 군사개입 이후 사태는 더욱 악화됐고, 카타르 단교 사태 역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빈 살만의 젊고 공격적인 성향이 중동 지역에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카이로=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구약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들 이삭을 신에게 바치려던 곳.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지혜로웠다는 솔로몬 왕의 성전이 있던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도들의 공동의 성지(聖地)가 최근 또다시 피로 얼룩졌다.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의 ‘템플마운트(아랍명 하람 알샤리프)’에 대한 보안 강화를 위해 금속탐지기를 설치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성지 주권 다툼이 유혈사태로 번졌다. 이스라엘은 23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금속탐지기를 대체할 첨단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팔레스타인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14일 아랍계 남성 3명이 템플마운트에서 벌인 총기 테러로 이스라엘 경찰 2명이 숨지자 이틀간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16일부터는 템플마운트 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고 50세 미만 팔레스타인 남성들의 출입을 막았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성지 지배권을 강화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위대가 21일 무슬림의 합동 예배일에 이스라엘 병력과 충돌해 4명이 숨지고 최소 400여 명이 다쳤다. 유혈사태 몇 시간 후에는 19세 팔레스타인 남성이 이스라엘 민간인 3명을 살해하는 보복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나서 23일 “양측에 절제와 대화를 절박하게 호소한다”며 당사자들이 화해와 평화에 나서줄 것을 기도했지만 타협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요르단 수도 암만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서는 가구를 배달하던 요르단인 2명이 대사관 경비요원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4일 비공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스웨덴과 프랑스, 이집트가 논의를 주도하고 있지만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성지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승리로 동예루살렘을 점령했지만 템플마운트의 알 아끄사 모스크의 관리 권한은 독립적인 이슬람 재단에 넘겼다. 간접 통제권을 팔레스타인에 넘긴 것이다. 무슬림들은 이곳을 ‘하람 알샤리프(신성한 안식처)’로 부르며 메카,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 3대 성지 중의 하나로 여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향후 동예루살렘이 팔레스타인 독립국의 수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템플마운트를 둘러싼 성벽인 ‘통곡의 벽’이 유대교 최고의 성지다. 솔로몬의 성전을 재건하려는 이스라엘의 강경파들은 2000년 이후 템플마운트의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15년에도 알 아끄사 모스크 주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문제로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빚었다.카이로=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슬람국가(IS)가 2014년 이라크 모술을 점령하면서 ‘더티 봄(dirty bomb)’을 만들 수 있는 핵심 원료를 손에 넣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물질을 채운 더티 봄은 폭발과 함께 방사능이 유출된다. 재래식 폭탄과 방사성물질만 있으면 즉시 만들 수 있고 제조법이 비교적 손쉬워 ‘가난한 자의 핵무기’로도 불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IS가 정부군 무기뿐만 아니라 모술대 연구소 내에 보관된 방사성물질인 코발트-60을 확보했다며 이 때문에 서방 정보기관들이 IS의 더티 봄 제조 가능성을 우려했었다고 전했다. 코발트-60은 항암 치료제로 사용되지만 더티 봄의 핵심 원료가 될 수도 있다. IS가 모술을 점령하고 있던 지난해 모술대 실험실에서 신종 무기 개발 움직임이 포착돼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군이 올해 초 모술대를 재탈환한 뒤 연구실 안에 코발트-60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핵 전문 인력이 없는 IS가 더티 봄의 무기화 과정에서 방사능 유출을 우려해 섣불리 손대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카이로=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달 개봉한 영화 ‘미이라’의 주인공 모튼 상사(톰 크루즈)는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의 미군 정찰병인 동시에 고대 유적에서 보물을 훔쳐 암시장에 내다 파는 도굴꾼이다. 영화는 미 공군의 폭격으로 모술의 지하에 묻혀 있던 고대 이집트 유적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모술에 고대 이집트의 미라가 묻혀 있다는 설정은 다소 황당하지만 모술 지역은 고대 아시리아 유적을 비롯해 수많은 유물을 품고 있다. 티그리스강 서안에 있는 이 도시는 6세기부터 아랍어로 ‘연결 지점(the link)’이라는 뜻을 가진 모술로 불렸다. 모술에는 수세기에 걸쳐 아랍, 아시리아, 쿠르드, 터키 등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며 모스크와 교회, 사당, 성지 등 역사적 흔적들을 남겼다. 그러나 2014년 6월 이슬람국가(IS)에 의해 함락되면서 모술은 더 이상 연결 지점이 아닌 역사적 ‘단절 지점’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IS는 우상 숭배와 이교도 문화라는 이유로 모술의 역사적인 유적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최근 CNN은 이 같은 IS의 반달리즘(예술품 및 유적 파괴 행위)이 “지역 주민들을 위협하고, 종교적 차이를 없애고, 국제적인 관심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모술 점령 초기 IS는 대표적인 기독교 유적인 ‘선지자 요나의 무덤’을 폭파시킨 것은 물론이고 수니파들이 섬기는 예언자들의 사원도 파괴했다. 당시 주민들이 인간사슬을 만들어 간신히 파괴를 막았던 알 누리 사원의 상징 ‘알 하드바 미나레트’마저 지난달 IS의 퇴각 과정에서 폭파됐다. 지은 지 844년 된 높이 45m의 이 첨탑은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처럼 한쪽으로 기울었는데 예언자 무함마드가 승천하면서 그 방향으로 기울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IS는 이슬람 종교와 이라크 민족의 상징까지 가차 없이 파괴했다. IS의 또 다른 근거지인 시리아의 고대 유적도 폐허로 변했다. 지난해 10월 시리아 북동부 탈아자자 지역의 메소포타미아 유적은 절반이 IS에 의해 파괴됐다. 마몬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이 야만인들이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를 불태워 버렸다”며 “50년간 고고학적 발굴이 필요한 유물들이 두세 달 만에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올해 초에는 IS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시리아 고대 도시 팔미라의 로마 원형극장과 테트라필론(기념문)을 파괴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안겨줬다. 시리아에는 팔미라 유적을 비롯해 알레포의 고대 도시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만 6곳이지만 대부분 훼손됐다. 최근에는 국제연합군이 시리아 락까 탈환을 위해 고대 유적인 라피까 성벽을 파괴하기도 했다. 세계은행(WB) 등에 따르면 이라크와 시리아의 재건 작업을 위해 수십 년간 최소 300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 같은 비용에 파괴된 유적들의 가치는 반영돼 있지 않다. 역사적인 유산은 생존을 위한 인프라와 달리 더 나은 모습으로 복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0년도 못 사는 인간들이 수천 년을 간직한 역사적 유산들을 말살할 자격이 있을까. 멀게는 인류의 뿌리를 훼손하고 가깝게는 한 세대의 추억을 짓밟는 IS의 파괴 행위는 인체로 치면 치명적인 암세포와 다를 바 없다. 연합군이 모술에 이어 락까를 탈환한다고 해도 후유증은 클 것이다. 메소포타미아가 하루빨리 연결과 공존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minwoo@donga.com}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이 핵 합의의 기본정신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던 미국 정부는 하루 만인 18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및 테러단체 지원 활동과 관련해 새로운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이란은 즉각 반발하며 맞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이란 내부의 강경파들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그간 서방과 관계 회복을 시도했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국무부가 새롭게 제재를 가한 곳은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혁명수비대 산하 우주항공 관련 기관 2곳이다. 이와 별도로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 군부와 혁명수비대 활동을 지원한 개인과 단체 16곳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 18곳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과 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이스라엘과 중동의 안정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 단체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이번 신규 제재가 이란의 핵 합의 준수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날 미 국무부는 의회 보고를 통해 “이란이 핵 합의를 준수하고 있지만 기본정신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일방적이며 불법적인 제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란 외교부는 “우리 국민과 다른 무슬림들에 반하는 행동을 한 미국의 개인과 단체를 제재할 것”이라며 맞대응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추가 제재를 발표하기 전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와 연관해 미국 정부가 또 제재한다면 혁명수비대는 중동 내 미군 기지와 미국에 큰 위험을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된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의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장군은 “미국인들은 이슬람 정권의 힘과 능력을 약화하려고 한다”며 “혹독한 대가의 상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 합의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냉각기가 지속되면서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의 강경파들이 득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온건파인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5월 재선에 성공하며 세계에 대한 외교와 문호 개방을 옹호하고 있지만 그의 행보는 사법부 강경파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견제를 받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란 사법부가 미국 프린스턴대 대학원생인 중국계 미국인 시웨 왕에 대해 간첩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하고, 로하니 대통령의 남동생을 구속한 일련의 사건이 이란 내 권력투쟁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이란 사법부 강경파들이 서방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며 “다음 달 로하니 대통령의 2기 내각 발표 때까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신규 제재를 발표하면서 이란이 부당하게 억류한 미국인과 외국인의 석방을 촉구했지만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카이로=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이란 핵 협상 주요 일지▽2017년 7월 18일 미 정부, 이란 탄도미사일 개발 및 테러단체 지원 관련 개인 8명, 단체 10곳 제재▽2017년 4월 19일 미 국무부 “이란 핵 합의 전면 재검토” 미 의회 보고 ▽2017년 2월 3일 미 정부, 이란 탄도미사일 도발 관련 개인 13명, 단체 12곳 제재▽2016년 9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후보, 1차 TV토론에서 “이란 핵 협상은 최악의 협상”▽2016년 1월 16일 국제사회,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 해제 ‘이행일(Implementation Day)’ 선언▽2015년 7월 14일 미국 주도 국제사회, 이란과 핵 협상 타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데타 저지 1주년을 맞아 7월 15일을 국경일인 ‘민주주의와 국가 통합의 날’로 선포했다. 쿠데타 1주년 기념집회의 주제 역시 ‘민주주의와 통합’이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기념연설은 서슬이 퍼렜다. 그는 “반역자들의 목을 치겠다”며 “의회에서 사형제 부활 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재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철권통치가 가혹해질수록 더욱 주목받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 터키의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대표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가 그 주인공이다. 야당은 16일 오전 2시 30분, 1년 전 쿠데타 세력이 앙카라 의사당을 폭격한 시각에 의사당 앞에서 열린 대통령 참석 의회 행사를 보이콧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터키는 당신 같은 겁쟁이(coward)가 아니다. 이 나라엔 심장이 있다”고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맹비난했다. 지난해 쿠데타 시도 당시 국민들이 거리를 행진했지만 클르츠다로을루는 공항으로 피신했던 사실을 비꼰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에르도안의 비난은 역설적으로 클르츠다로을루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준다. 앞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15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쿠데타 저지 1주년을 기념하는 기고문을 보내 에르도안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군부 쿠데타를 저지한 다음 날은 터키에서 새롭고 민주적인 시대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터키 민주주의는 독재체제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클르츠다로을루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사법 정의와 의회 권한이 크게 줄었다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쿠데타를 근절하기 위한 방향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1년 전 쿠데타의 배후와 그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쿠데타가 발생한 지난해 7월 15일 밤 일어난 일을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쿠데타 시도의 진실을 규명하려는 시도가 정부에 의해 막혔다”며 “정보가 제한돼 쿠데타 배후 세력의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감옥에 있는 장군의 대부분이 집권여당인 정의개발당(AKP)에 의해 승진한 것을 고려해 집권 세력도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정치력은 최근 그가 이끌었던 ‘정의의 행진(March of Justice)’ 과정에서 크게 성장했다. 지난달 소속 정당의 에니스 베르베로을루 의원이 투옥돼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은 데 항의해 사법 정의를 촉구하기 위한 비폭력 도보 행진 시위였다. 그는 지난달 15일 수도 앙카라에서 시작해 이달 9일 베르베로을루 의원이 수감된 이스탄불 말테페에 도착하기까지 25일간 약 425km를 지지자들과 함께 걸었다. 그의 장정은 비폭력 저항의 상징인 1930년 마하트마 간디의 ‘소금 행진’에 비유되며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지의 행진’이라고 폄하했지만 행진의 마지막 날 집회에는 100만 명이 운집하는 등 분명한 정치적 위협으로 다가왔다. 정의의 행진을 완주한 날 “두려움의 장벽을 무너뜨리겠다”고 선언한 클르츠다로을루가 터키 쿠데타 1주년에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각을 세운 모양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국가비상사태 해제를 생각할 이유가 없다”며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 더 연장할 뜻을 시사했다. 터키 의회는 17일 연장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으며 이변이 없는 한 19일부터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카타르 단교 사태를 지켜보던 미국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보내 직접 중재에 나섰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방송을 통해 ‘리야드 협약서’를 공개하며 카타르를 압박하고 있지만, 카타르는 “3일 안에 단교에 따른 정치·경제적 손해를 배상하지 않으면 걸프협력회의(GCC)를 탈퇴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10일 밤 쿠웨이트에 도착했으며 사흘간 카타르와 사우디, 쿠웨이트를 잇달아 순방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틸러슨 장관은 “사우디의 요구 중 일부는 카타르가 수용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해 오히려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 국영 방송인 알아라비야가 10일 공개한 2013년 리야드 협약에 따르면, 당시 카타르는 이슬람 정파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관련 인사들을 추방하겠다고 사우디를 비롯한 GCC 5개 회원국에 약속했다. 또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집트 군부의 안정을 지지하고 알자지라 방송의 반(反)이집트 정부 보도를 중단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카타르는 합의 이행에 미온적이었고, 2014년 사우디 등 걸프 3국은 카타르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결국 카타르가 그해 9월 무슬림형제단 인사를 추방시키면서 외교 분쟁이 봉합됐지만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GCC 왕정의 잠재적인 최대 위협이다. 아랍의 봄 이후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와 튀니지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아랍의 새 정치세력으로 등장했다. 그때부터 카타르는 아랍권 왕정 타도에 나선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면서 ‘큰형님’ 사우디와 각을 세웠다. 카타르는 영토 면적이 사우디의 18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천연가스 개발과 수출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며 미국, 이란, 러시아 등과 연결고리를 구축했다. 1995년 5만5000달러 수준이었던 카타르의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4월 기준 12만9110달러로 UAE(6만8420달러)와 사우디(5만5480달러)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사우디와 UAE가 카타르를 ‘왕따’시키고 있지만 중동 지형은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터키와 이란은 카타르를 지원하고 있고, 쿠웨이트와 오만은 중립적인 입장이다. 사실상 카타르가 사우디에 굴복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카타르는 “피해를 보상하지 않으면 GCC를 탈퇴하겠다”며 오히려 사우디에 최후통첩을 보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이라크 모술 해방에 이어 이슬람국가(IS)의 수도로 불리는 시리아 락까의 탈환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원하는 국제동맹군은 지난해 11월 작전명 ‘유프라테스의 분노’를 개시하며 락까 탈환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지난달 도시를 완전히 포위했다. 최근 라피카 성벽에 구멍을 뚫어 구시가지 진입에 성공해 현재 락까의 약 20%를 탈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락까에 2500명 남짓 남은 IS 무장대원은 최후의 저항을 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군 지원군 인터뷰를 통해 “전투가 최소 3개월은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탈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남서부(다라아 쿠네이트라 스웨이다) 휴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은 시리아 일부 반군을,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왔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IS 격퇴와 시리아 분쟁 종식, 주민들의 귀향 지원에 전념한다”며 “이 합의는 이러한 공동의 목표를 향한 중요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동맹군의 IS 격퇴 작전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IS는 중동 최대 거점인 모술을 잃으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모술에 이어 락까 탈환이 이뤄지더라도 IS를 상대로 한 전투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국 테러리스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이데올로기와 이들을 모으는 국제적 연결망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다. 워싱턴 타흐리르 중동정책연구소의 하산 하산 선임연구원은 “IS는 더 이상 칼리프 국가가 아니지만 오늘날 IS는 국제적인 조직인 데다 리더십과 성장 잠재력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탈환 이후 재건 과정도 문제다.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에 따르면 시리아가 전쟁 이전의 국내총생산(GDP)에 도달하기 위한 비용은 약 2000억 달러로 최소 20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리아 내전으로 20만 명이 죽고 200만 명이 다쳤으며, 650만 명이 난민이 됐다. 오메르 카라사판 WB 중동·북아프리카 코디네이터는 “이런 비용은 인류의 비극을 간신히 이겨내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락까에 갇힌 시민들은 여전히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동맹군의 락까 공습이 시작된 이래 한 달간 어린이 38명을 포함해 민간인이 최소 224명 숨졌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이라크 정부가 9일(현지 시간) 자국 내 이슬람국가(IS) 거점인 모술의 해방과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이라크 정부의 IS 소탕전에 더욱 속도가 붙고, IS의 또 다른 거점이며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도 곧 해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IS의 이념과 추종자들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무슬림의 60% 이상이 거주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IS 거점 붕괴로 인한 ‘풍선효과’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실상 아시아 전역이 이슬람국가(IS)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정치폭력·테러리즘 연구 국제센터(ICPVTR)의 야스민더 싱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IS는 사라지고 있지만 아시아는 더 위험해졌다는 지적이다. 그는 “IS 추종세력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미얀마, 태국 남부 등을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시도는 아시아 지역의 전사들에게 임무와 공격 대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IS는 핵심 거점지이자 ‘돈줄’이던 이라크 모술에서 지난달 29일 사실상 패퇴했다.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에서도 영향력을 잃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 출신의 지하디스트들은 자국으로 돌아가 현지 추종 세력과 함께 새로운 거점 지역을 구축하거나 테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동남아, 서남아, 중앙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18억 명의 무슬림 중 약 61%가 거주하고 있다. IS 추종세력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이 유럽과 미국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미 위험에 빠진 필리핀과 아프가니스탄 이미 무슬림 인구가 다수이거나 일정 규모 이상 되는 아시아 국가에서는 IS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은 올해 5월부터 IS를 추종하는 마우테 반군과 정부군 간 교전이 한창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고, 최근 “반군들을 생포하지 말고 사살해도 된다”는 명령까지 내리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는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5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외 IS 추종 세력들도 마우테 반군에 가담하고 있다. 민다나오에서 필리핀 정부군에 사살된 반군 중에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IS는 지난해에 ‘시리아로 올 수 없는 전사들은 필리핀으로 가라’는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고, 필리핀 남부를 영토로 지정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밀림이 많아 은신한 채 장기전을 펼치는 게 용이하다”며 “IS 추종세력들이 이 지역을 점령하면 중동보다 퇴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중앙정부가 현지에서 ‘카불 정부’(수도에서만 영향력이 있다는 뜻)로 불릴 만큼 나라가 혼란스럽다. 이 나라의 지방은 사실상 특정 부족이나 영향력 있는 인물이 정치와 행정을 좌지우지한다. 알카에다와 탈레반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도 많이 받았고, 지형적으로 험난한 산맥이 많다. 락까와 모술이 완전히 해방된 뒤 갈 곳을 잃은 IS 구성원들이 대거 몰려가 거점을 형성하기 좋은 조건인 셈이다. 서 교수는 “IS는 반군 혹은 테러 단체 수준이었던 기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달리 국가 형태를 구성해, 에미르(Emir·통치자)가 다스리는 모델을 경험해 봤다”며 “IS 추종세력들은 이를 다시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 2억6000만 명의 인구 중 90%가 이슬람을 믿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도 최근 정치권과 사회에서 강경 이슬람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또 제마 이슬라미야(JI) 같은 극단주의 단체들의 활동도 꾸준하다. ○ 친미 국가 이미지인 한국과 일본도 안심 못해 한국과 일본의 경우 무슬림 인구 비율이 낮아 IS 추종 세력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국립외교원은 지난달 발표한 ‘IS 3년,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이슬람권에서 대표적인 동북아의 친미 국가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을 위험으로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과 동맹이며 군사 교류가 활발해 IS 추종세력이 언제든 테러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개신교 선교사 파송 수가 많고, ‘한류’ 대중문화가 국제적으로 인기가 많다는 것도 우려해야 할 점이다. 비이슬람교와 대중문화 전파 역시 IS가 허용하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해외 교민, 주재원, 공관 직원 등에 대한 보호 계획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의 역량과 전문성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