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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부동산대책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 서울 아파트 급매가 일부 팔리기 시작하며 꽉 막혔던 거래 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거래량이 두 달 연속 증가한 데 이어 이달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며 ‘거래 빙하기’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부동산 침체의 근본 원인인 고금리 기조가 이어져 본격적인 시장 회복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거래 시장 ‘반짝’ 회복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계약일 기준)는 총 828건으로 전달(733건) 대비 13% 증가했다. 지난해 10월(559건)과 비교하면 48.1% 늘어난 수치다.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 역시 총 428건으로 지난해 12월 거래량의 절반을 넘었다. 1월 매매 거래의 신고 기한이 아직 30일 이상 남아 있음을 고려하면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12월 거래량과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들어 극심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이 최근 소폭 완화된 것은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말 정부는 무주택자·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완화와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부담 완화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이달 초에도 ‘1·3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 부동산 침체 막기에는 ‘역부족’, 수도권-지방 ‘양극화’ 커질 듯부동산업계는 규제 완화가 시장에 잠깐 온기를 불어넣었지만 현 흐름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거래가 ‘급매물’ 중심인 데다 시장 수요 급감을 불러온 고금리 기조도 여전한 탓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말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m²는 15억9000만 원에 팔렸다. 2021년 10월 최고가(23억8000만 원) 대비 8억 원 가까이 떨어졌고 현재 시세(18억 원)보다도 약 2억 원 낮은 금액이다. 30일 나오는 특례보금자리론(연 4.15∼4.55% 고정금리)도 시장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소득과 관계없이 대출받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적용받지 않지만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연 4%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라 큰 이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연말까지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정부가 아무리 규제 완화에 나서도 수요자들이 현 금리로 대출 받아 집을 사기엔 부담이 크다”고 했다. 규제 완화가 지방 부동산 시장에는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달 분양한 충남 서산시 해미면 ‘서산 해미 이아에듀타운’은 일반 분양 80채 모집에 단 1명만 신청했다. 대구 동구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 역시 478채 모집에 신청자가 10명에 불과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수도권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며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시장 수요가 지방으로 갈 요인이 더 줄었다”며 “지방 침체는 한동안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지난해 4분기(10∼12월) 전국 건설 현장에서 54명이 사고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분기에 건설사고 사망자가 발생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 관련 하도급사, 발주청·지자체 명단을 공개했다. 국토부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 통계를 분석한 결과 4분기 전체 건설사고 사망자(54명) 중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11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17명)와 비교하면 35% 감소했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100대 건설사는 총 9곳으로 집계됐다. SGC이테크건설에서만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시공능력평가 3위인 DL이앤씨에서는 5개 분기 연속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9단지’(전용면적 71㎡) 집주인 이모 씨(54)는 최근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려 은행 예금을 깼다. 2년 전 7억 원대로 치솟았던 전세 시세는 4억 원대로 주저앉았다. “차액을 돌려줘야 계속 살겠다”는 세입자에게 사정해 7000만 원만 돌려주는 선에서 겨우 합의했다. 그는 “세입자와의 협상 전후로 하락 거래가 이어져 계약이 깨질 뻔했다”며 “세입자 자녀가 인근 학교에 다녀 쉽게 이사를 못 하는 상황이라 계약을 가까스로 연장했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5건 중 1건은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은 신규 세입자에게 받는 보증금으로는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모두 돌려줄 수 없어 갑자기 목돈을 마련해야 하고 세입자도 제때 보증금을 받아 이사 가기 어려워지는 ‘역(逆)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프롭테크 기업 ‘호갱노노’의 최근 3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2만3667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21.3%인 5050건이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 26일부터 이날까지 신고된 전세가격과 2년 전 같은 기간의 평균 전세가격을 비교한 결과로 전세가격이 2억∼3억 원 떨어진 경우가 속출했다. 구별로는 강서구의 역전세 거래 비중이 28.1%로 가장 높았고 강동·양천(27.2%), 강북(27.1%), 영등포구(25.4%)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역전세난은 최근 전셋값이 급락한 영향이 크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45% 하락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22.4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고금리로 전세대출 부담이 커지며 전세 수요가 줄고 있다”며 “주택법 개정으로 신규 입주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고,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역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세입자가 3억 빼달래요”… 5채 중 1채 역전세 계약서울 아파트 역전세난집주인들, 세입자에 재계약 읍소전세금 내린 만큼 ‘역월세’ 주기도“전세 나가게” 수천만원 리모델링 #1. 서울 강동구 1000채 규모 단지 30평대(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보유 중인 40대 박모 씨는 최근 기존 세입자와 계약을 연장하며 매달 75만 원을 세입자에게 주기로 했다. 2021년 초 9억 원이던 전셋값이 최근 6억 원으로 빠지자 세입자는 차액을 돌려 달라고 했다. 현금 3억 원을 갑자기 마련할 길이 없었던 박 씨는 절반만 돌려주되 나머지는 세입자에게 전세자금대출 이자 명목으로 주겠다고 했다. 이른바 ‘역월세’인 셈이다. #2.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2년 전 분양받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에 올해 3월 입주하려다 포기했다. 현재 전세로 사는 서울 강서구 아파트 세입자를 못 구해서다. 보증금을 돌려받아 개포동 아파트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지만, 현 아파트 보증금이 5억 원에서 3억 원대로 떨어졌다. 집주인은 돈이 없어서 못 준다고 버텼다. 김 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집주인에게 소송 등 강수를 써야 하는데 그 부담을 감당하긴 힘들었다”며 “개포동 아파트 세입자를 겨우 구해 잔금을 간신히 냈고 아이의 강남 전학은 2년 미루기로 했다”며 씁쓸해했다.● 2년 전 ‘갑’ 집주인, 세입자에 갱신계약 ‘읍소’ 대출금리 인상으로 세입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고 전세 매물이 늘며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전셋값이 이전보다 수억 원 하락하는 ‘역전세’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개정 임대차법 도입 직후 전셋값이 급등하며 전세난을 겪었던 전세시장이 세입자 우위로 재편되며 집주인들이 갱신계약을 위해 기존 세입자의 전세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거나 대출까지 받아 갱신계약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 세곡푸르지오 전용 84㎡를 보유한 최모 씨(37)는 기존 세입자와 갱신계약을 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모두 손해 보고 처분했다. 2년 전 8억5000만 원의 보증금을 끼고 집을 샀는데 최근 전세시세가 6억5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세입자가 “5000만 원만 돌려주면 재계약하겠다”고 해서 서둘러 돈을 마련했다. 그는 “이번엔 운이 좋았는데 이대로라면 2년 뒤에는 최소 2억 원은 더 내야 해 벌써 걱정”이라고 했다.● 세입자 모시기 ‘못 박지 말라’도 금기 세입자 구하기에 실패한 뒤 리모델링에 나서는 집주인도 있다. 서울 송파구의 준공 20년차 전용 39㎡ 아파트 주인인 김모 씨(63)는 “공인중개업소에서 리모델링을 하지 않으면 세입자를 못 구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일단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받아 기존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고 이참에 수천만 원을 들여 집을 개보수하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1400여 채 규모 재건축 아파트의 전용 59㎡ 조합원인 장모 씨(41)는 최근 전세 세입자를 구하느라 진땀을 뺐다. 지난해 완공 전까지만 해도 전셋값이 8억 원에 달했지만 입주 후 6억5000만 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보증금 2억5000만 원에 월세 120만 원으로 세입자를 구했다. 장 씨는 “잔금이 모자라 1억 원을 대출받았다”며 “이사 날짜도 세입자에게 맞추고, ‘못을 박지 말라’는 특약도 못 넣었다”고 토로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집주인이 조금이라도 깐깐한 것 같으면 계약을 안 하겠다고 한다”며 “세입자가 상전이라 집을 깨끗하게 써 달라는 말도 못 꺼낸다”고 했다. ● 고금리·대단지 입주로 ‘역전세난’ 지속 전문가들은 당분간 역전세난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고금리로 전세 수요는 줄고 있는데 서울 주요 지역에서 대단지 입주가 이어지는 데다 집주인의 신축 아파트 실거주 의무도 없어지며 전세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당장 다음 달 서울에서 총 6213채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2월 대비 2배 가까이로 많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 8월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2990채, 11월 강남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6702채 등 올해만 1만3000여 채 입주가 예정돼 있다. 여기에 정부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도 주택법을 개정해 폐지하기로 한 상태다. 신축 아파트 상당수가 전세 물량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역전세난 심화로 전세 회전율이 떨어지면 이사 가야 하는 세입자나 갈아타기 하려는 1주택자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역(逆)전세직전 전세 계약보다 전세 보증금이 낮아진 전세. 집주인이 더 낮은 보증금으로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 전세 수요 감소나 전세 공급 과다로 세입자가 쉽게 구해지지 않는 경우도 포함된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올해 전국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5.95% 감소한 수준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말 종합부동산세 개정 효과까지 더해지며 올해 단독주택 보유세 부담은 2020년보다 낮은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월 공개될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이같이 확정해 공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예정 공시한 하락 폭과 같은 수준이다. 표준지 공시가격 역시 지난해보다 5.92% 떨어졌다. 표준 단독주택과 표준지 공시가격이 떨어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올해 보유세 부담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에게 의뢰해 보유세 부과액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 단독·다가구 주택 보유세는 2020년 수준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단독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21억3300만 원에서 올해 19억1900만 원으로 10.45% 하락했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한 올해 보유세 납부액은 666만2000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928만2000원) 대비 28.2% 줄어든다. 2019년(501만9000원)보다는 높고, 2020년(874만5000원)보다는 낮다. 성동구 성수동의 다가구주택 역시 공시가격이 작년 14억200만 원에서 올해 12억5200만 원으로 10.7% 내렸다. 보유세는 지난해 423만3000원에서 올해 309만7000원으로 26.8%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286만1000원)보다는 높고, 2020년(361만 원)보다는 낮다. 정부는 지난해 말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1가구 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다주택자는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각각 올렸다. 2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1.2∼6.0%)을 폐지하고, 일반세율 역시 0.6∼3.0%에서 0.5∼2.7%로 낮췄다. 올해 3월 공개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 폭은 표준 단독주택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토지·단독주택 가격이 소폭 오른 것과 달리 공동주택 가격은 하락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우 팀장은 “집값 하락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하까지 감안하면 공시가격이 대폭 낮아져 세부담도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서울 내 대형 오피스 공실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임차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실질 임대료(순임대료에서 필요 경비 등을 제외한 금액) 역시 3.3m²당 12만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조사됐다. 19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JLL(존스랑라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서울 A급 오피스 공실률은 1.8%로 전 분기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9년 1분기(1∼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A급 오피스는 연면적 3만3000m² 이상이면서 최신 시설을 갖춘 곳을 말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사무실 이전 등으로 발생하는 자연 공실률을 통상 5% 내외로 본다. 서울 A급 오피스의 공실률은 2021년 1분기만 해도 15.4%에 달했다. 하지만 2021년 4분기에는 공실률이 8.0%로 떨어진 뒤 지난해 1분기(5.5%)부터는 자연 공실률 밑으로 수치가 더 하락했다. 오피스 수급 불균형이 커지면서 임대료는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서울 A급 오피스의 월평균 실질 임대료는 3.3m²당 12만1300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11만8500원) 대비 2.4%, 전년 동기(10만400원) 대비 20.8% 상승했다. 해당 수치가 12만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 역대 최저 공실과 역대 최고 임대료를 나타낸 이유로 수급 불균형을 꼽았다. 심혜원 JLL코리아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서울 내 A급 오피스 신규 공급 물량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된다”며 “올해 서울 여의도 등에서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임차 대기 수요가 많아 지난해와 비슷한 시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를 강제성이 완화된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안전운임제 핵심인 화주에 대한 처벌 규정을 사실상 없애겠다는 것이어서 화물연대 등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18일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일몰된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에 대한 최저 운임을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화주와 운송사를 처벌하는 제도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운송사가 화물차 기사에게 지급하는 운임은 강제하되, 화주가 운송사에 지불하는 운임은 가이드라인을 정해 협의로 자율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화주가 차주와 직계약하지 않으면 화주가 내는 운임에는 강제성이 없어진다. 화물차 기사에게 수천만 원씩 받고 번호판만 빌려주는 지입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해 ‘다단계 화물 운송 구조’를 개선한다. 국토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수렴해 세부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안전운임제가 답이다. 경청 없는 공청회를 규탄한다!” 1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 주최로 열린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장.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이 같은 내용이 쓰인 팻말을 들고 정부가 제시한 표준운임제 도입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의 강도 높은 발언이 쏟아지며 토론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일부 운송사업자도 “운송사가 봉이냐?”는 팻말을 들고 반대했다. 이날 공청회의 핵심은 지난해 12월 말 일몰된 화물차 안전운임제 개편 방안이었다. 지난해 16일간 이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에서 화물운송 구조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이를 근본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속·과적을 방지하기 위해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됐지만, 정부는 안전운임제 성과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표준운임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공청회에서는 표준운임제를 2025년까지 3년 일몰로 한시 시행해보고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안전운임제처럼 컨테이너와 시멘트에 한해 적용한다. 표준운임제는 운송사가 화물차 기사에게 지급하는 운임은 기존대로 표준운임을 정해 강제한다. 다만 기사 소득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면 강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화주가 운송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운임은 ‘가이드라인’을 주되 협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 처벌 조항도 완화된다. 표준운임제에서는 운송사나 화주가 화물차 기사에게 줘야 할 강제 운임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 후 단계적으로 제재한다. 특히 화주가 운송사에 내는 운임은 강제성이 없어 차주가 기사들과 직접 계약하지 않는 한 화주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 현재는 화주가 운송사에 주는 운임과 운송사가 화물차 기사에게 지급하는 운임 모두 규정과 다르면 화주와 운송사 모두 500만 원 이하 과태료 등 처벌 대상이 됐다. 소위 ‘번호판 장사’로 불리는 화물 위·수탁제(지입제) 개선 방안도 나왔다. 지입제는 운송사에 개인 소유 차량을 등록해 일감을 받아 일한 뒤 보수를 지급받는 제도다. 화물차 운송면허 신규 발급이 제한돼 지입 전문 회사들이 화물차 기사들에게 번호판만 빌려주고 사용료를 챙기거나 지입 계약 체결 시 기사가 지급한 1000만∼2000만 원 수준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다단계 화물운송 단계를 개선하면 화물차 기사의 소득이 더 보장될 거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가가 조장한 불로소득의 끝판왕이 화물차 번호판”이라며 “민노총 간부들이 100개씩 갖고 장사하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동시에 정부가 면허를 제한하는 화물차 수급을 유연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운송사가 차량이나 운전자를 직접 관리하면 신규 증차를 허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번 안에 화물차 기사는 물론 운송사들도 반발해 정부안이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박연수 화물연대본부 정책기획실장은 “(공청회 안에는) 화물운송 산업에서 가장 큰 이윤을 얻는 대기업 화주의 책임이 삭제됐다”며 “정부가 대기업 화주는 놔두고 운송사와 차주에게만 칼날을 돌렸다”고 했다. 최진하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상무는 “안전운임제는 대기업 화주의 우월적 지위로 불거진 무한경쟁으로 저가 운임이 고착화되며 도입된 것”이라며 “안전운임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기업과 기업 간 거래는 규제하지 않고 기업과 화물차 기사 간 거래만 규제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려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화물연대와 일부 운송사의 반발이 크고 더불어민주당도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라 진통이 클 것”이라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무궁화호가 탈선했다. 당시 이 역에 근무하던 코레일 직원은 1조당 인력이 하루 평균 40명에서 34명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3조 2교대였지만 노조 요구로 휴식시간이 더 긴 4조 2교대 체계가 도입됐기 때문이었다. 전날인 지난해 11월 5일에는 경기 의왕 오봉역에서 시멘트 수송용 열차의 연결·분리 작업을 하던 코레일 직원 1명이 화물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이 직원은 30대 초반으로 업무가 익숙지 않은 상태였고, 화물열차 기관사는 수습 직원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퇴근길 수도권 1호선 전철이 한강철교 위에서 멈췄다. 당시 기관사는 5개월 차 신입 직원이었고, 이 열차를 견인한 열차 기관사는 13개월 차라 사고 수습에 2시간이나 걸리며 승객들은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잇따른 철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근무 체계 변경을 지목하고 이전 근무 체계로 환원할 것을 명령했다. 인력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4조 2교대 근무를 도입하며 유지 보수 분야 인력난이 심해지고 숙련도도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는 유지 보수 관제 업무가 향후 조정되는 등 코레일 구조 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철도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2012년 222건이던 철도 사고는 2020년 40건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66건으로 급증했다. 코레일에서 지난해 열차 궤도 이탈 사고가 3차례 났고 직원 4명이 사망했다. 국토부는 철도 사고 원인을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고 현 4조 2교대 근무 체계를 기존 3조 2교대로 환원하기로 했다. 코레일은 2018년 근무 강도를 낮춰 달라는 노조 요구로 근무 체계 변경에 합의해 지난해 본격 도입했다. 3조 2교대는 6일 단위로 4일 연속 근무 후 이틀 쉬지만, 4조 2교대는 4일 단위로 주간과 야간 하루씩 근무 후 이틀을 쉬어 근무 강도가 낮아진다. 정부에서 예산과 인력을 승인받지 못해 시범 도입 형태를 띠지만 현장에 90% 이상 도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 사고가 4조 2교대 도입 이후 급증했다”며 ”코레일이 근무 체계를 바꾸며 안전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근무 체계 변경은 코레일 노사 협의 사안으로 노조가 반발할 가능성이 나온다. 국토부는 지방국토관리청에 철도 안전 전담 조직을 보강하고, 고난도 시설 유지보수 업무에 대한 국가철도공단의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109개 역에 흩어져 있는 관제 기능은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다. 특히 관제 기능 통합과 국가철도공단의 관리 감독 기능 강화 등은 현재 코레일이 독점하는 철도 관제·시설유지보수 업무 이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에서도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이 아닌 다른 기관도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나희승 코레일 사장의 거취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코레일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나 사장의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임 여부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등을 거쳐 결정된다. 다만 나 사장이 최근 국토부 감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나 사장이 결과에 불복할 경우 해임 상태로 행정소송까지 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일반분양 물량 약 1400채가 미계약되면서 미달이 발생했다. 둔촌주공 일반분양 물량 4768채의 계약률이 약 70%로 집계되면서다. 정부가 이달 분양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데다 금리 수준이 높아 계약 포기가 속출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둔촌주공 일반분양(4768채) 계약률은 7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률이 70%라고 가정해도 미계약 물량이 1400채를 넘어선다. 이에 따라 모집 정원의 5배수인 예비당첨자 계약까지 끝내더라도 상당수가 무순위 청약(‘줍줍’)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3, 4인 가구가 거주하기 힘든 전용면적 39㎡, 49㎡ 등 소형 아파트 계약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예비당첨자 계약까지 마친 최종 계약률은 90%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최소 300채는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둔촌주공은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통상 3∼4일인 계약 기간을 이달 3일부터 17일까지 2주로 늘렸다. 마감일인 이날도 당초 오후 6시에 계약을 마감하기로 했지만 저녁 늦게까지 추가로 접수했다. 둔촌주공은 지난해 12월 청약 최종 경쟁률이 평균 5.5 대 1에 그치고 최저 당첨 가점도 20점으로 만점(84점)에 비하면 상당히 낮아 미분양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당시 둔촌주공 계약률이 40%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까지 했다. 둔촌주공 등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정부는 1·3부동산대책에서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를 없애 입주 때 세입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중도금 대출 규제를 푸는 등 분양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둔촌주공 계약률이 당시 예상보다 오르기는 했지만, 대대적인 분양 규제 완화에도 1000채 이상 미계약 물량이 나온 것은 그만큼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입주 때까지만 중도금대출 이자를 부담하면 세입자를 받을 수 있는데도 미계약 물량이 나왔다”며 “거래절벽으로 기존 주택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데다, 금리 부담이 큰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둔촌주공 계약 결과는 올해 3만2000여 채가 예정된 서울 분양시장에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일반분양 1641채), 6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일반분양 497채) 등이 청약을 앞두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분양가 인상 압박이 심해지는 가운데 분양가와 입지가 청약 흥행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둔촌주공과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강동구 길동 ‘강동 헤리티지 자이’의 경우 10∼12일 진행한 계약에서 일반분양 219채가 계약을 마쳐 ‘완판’에 성공했다. 이 단지 분양가는 둔촌주공보다 4억 원가량 낮아 선호도가 높았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수요자들의 가격 하락 기대심리가 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려면 분양가 조정도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경찰이 건설노조 탄압한다. 현장을 장악하자! 장악하자!” 12일 오전 7시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건설노동조합 노조원 150여 명이 외치는 소리가 현장에 울려 퍼졌다. 이들은 30분 넘게 이어진 ‘릴레이 발언’을 마치고 나서야 느긋하게 작업장으로 향했다. 비(非)노조원 50여 명이 체조만 하고 일찌감치 현장에 투입된 것과 대조적이었다. 한동안 노조원들을 바라보던 현장소장 A 씨는 체념한 듯 “(민노총 소속 근로자들은) 매일 다른 근로자들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작업을 시작한다”며 “작업 효율이 비노조원의 70%밖에 안 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착공한 이 현장은 공사 시작 전부터 노조의 채용 강요와 업무방해에 시달리고 있다. 민노총이 현장을 장악한 뒤로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간부가 매일 찾아와 한노총 노조원도 채용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동트기 전인 오전 5시부터 확성기를 틀어놓거나 덤프트럭으로 출입구를 막기도 했다. A 씨는 “노조원 10명이 사무실에 쳐들어와 시위한다며 짜장면을 시켜 먹었는데 경찰을 불러도 제지가 안 됐었다”며 “요구를 안 들어주면 피말리도록 괴롭힘을 당하니 결국은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 건설현장이 건설노조의 불법 집회와 파업, 업무방해, 채용 강요 등 불법행위에 시름을 앓고 있다. 시행사나 시공사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이나 입주자 등 시민들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되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 만연해진 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건설 관련 단체 7곳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3일까지 약 2주간 국토교통부 요청으로 ‘건설현장 불법행위 긴급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총 843개 업체가 피해를 신고했다. 협회 관계자는 “노조 보복이 두려워 대부분 회사는 피해 접수를 꺼린다”며 “그런데도 2주 만에 800곳 넘는 회사에서 피해를 신고한 건 그만큼 많은 현장에서 불법 행위가 만연해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주요 피해 유형은 △채용 강요 △노조 장비 사용 강요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 지급 △노조 발전기금, 전임비 요구 △공사현장 출입 방해 및 현장 점거 △레미콘 기사 집단 운송 거부 등이다. 국토부는 피해 사례를 분류해 수사 의뢰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노조, 급행비 600만원-발전금 500만원 요구… 거절땐 공사 방해” 기업들 “노조가 채용-돈 강요”… 현장 1곳에 노조 수십곳 채용 압박“돈 줄때까지 지자체에 민원 제기”사진 찍고 드론 띄워 꼬투리 잡기도건설사들 “노조 두려워 신고도 못해” #1. 경북의 1300채 규모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골조공사를 총괄하는 한 철근콘크리트 업체는 지난해 타워크레인 기사 5명에게 월급과 별도로 총 6억 원을 지급했다. ‘월례비’ 명목으로 1명당 1억2000만 원씩 준 것.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하청업체에서 받는 월급 외 돈이다. 현장 근로자들에게는 일명 ‘급행비’로 통한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를 추가로 쥐여줘야 작업을 빠르게 해줘서 붙은 이름으로 엄연히 불법이다. 회사 현장소장 김모 씨(58)는 “월례비는 기본 매달 600만 원씩 지급하고 시간 외 추가 작업은 시간당 10만 원씩 더 지급해야 한다”며 “기사들이 작업을 천천히 하면 나머지 현장 노동자들이 일을 못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2. “노조 발전 기금을 내지 않으면 공사 못 한다.” 수도권의 한 공공공사 현장소장인 정모 씨(52)는 지난해 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관계자로부터 으름장을 들어야 했다. 해당 본부가 담당하는 지역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발전 기금 명목으로 돈을 달라는 취지였다. 정 씨는 “조직 폭력배들이 관리하는 지역의 술집을 돌며 보호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 것과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돈을 줄 때까지 지자체에 공사장 관련 민원을 제기하며 공사를 방해하겠다고 해서 협약서를 쓰고 500만 원을 줬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 불법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노조의 불법행위가 이어져 왔지만 현장에서는 노조의 보복과 반발을 의식해 신고조차 꺼려 왔다. 발주처나 시공사들이 당장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를 우려해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요구를 수락하고, 경찰이나 지자체도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면서 건설 현장에서는 ‘불법이 관행’이 되고 있다.● 채용·노조 전임비 등 강요… 불법이 관행으로 수도권 공공공사 현장소장을 2020년부터 맡고 있는 박모 씨(43)는 공사 초기 지반 공사를 마무리할 즈음부터 한노총으로부터 채용 압박을 받아 왔다. 박 씨는 한노총뿐만 아니라 수십 곳에 달하는 노조에서 명함을 주면서 비슷한 요구를 해오자 이를 모두 거절했다. 결국 노조의 업무방해로 계약상 공사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 박 씨는 “노조가 고용노동부나 지자체에 현장 안전 관리가 허술하다는 등의 민원을 수없이 제기하며 공사를 방해해 발주처와 계약한 공사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국토교통부의 긴급 실태조사 결과 가장 많았던 피해 유형은 이 같은 채용 강요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나 한노총이 ‘소속 노조원을 채용해 달라’고 건설 현장에서 강요·협박하는 것. 수백만 원에 이르는 노조 전임비나 발전기금 요구도 당연시되고 있었다. 노조 전임비는 노사 협상 등을 전담하는 전임자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회사가 지급하는 비용. 건설현장에서는 이런 업무를 수행하는 전임자가 없는 등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노조가 전임비를 요구하며 돈을 받아냈다. ● ‘사진 찍고 드론 띄우고’ 집요해진 노조 건설사가 노조원 채용이나 전임비 요구 등을 거절하면 불법 시위나 업무 방해가 시작된다. 경기 과천에서 상업시설을 짓는 현장 소장은 “지난해 조합원 차량 40대를 동원해 현장 출입구를 막아버려 레미콘 타설이 막혔다”며 “현장 사무실 앞에 고음 스피커를 설치해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음악을 틀어 업무를 마비시켜 버렸다”고 했다. 업무방해 행위는 갈수록 집요해지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 건설사를 운영하는 이모 씨(58)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크레인 꼭대기에 올라가서 조금이라도 꼬투리를 잡으려고 현장 사진을 찍는다. 최근에는 현장에 소형 드론을 띄우는 노조도 있었다”며 “현장 출입문을 벗어나기 직전 안전모를 벗는 모습까지 찍어 민원을 넣는다”고 했다. 태업도 빈번히 이뤄진다. 골조 건설현장에서 ‘갑(甲)’으로 통하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특히 심하다. 전국 현장마다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작업 잘 부탁한다”며 월례비 형식으로 매월 500만∼600만 원을 지급한다.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한 임원은 “월례비를 안 주면 태업을 하기 때문에 하루 일하는 양이 평상시 50% 정도로 감소한다”며 “공사기간을 못 맞추면 지연 보상금을 내야 하고, 다른 공사가 진행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본다”고 했다. 이 같은 불법행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건설사나 현장 근로자들은 보복이 무서워 피해 신고조차 꺼린다. 이번 국토부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긴급 실태조사’에서 건설사들이 가장 많이 물어본 것도 ‘익명 보장이 가능하냐’였다고 한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노조가 있는 대부분 현장에서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현장이 노출될까 봐 두려워 신고조차 못 했다”며 “이번에도 절대 익명이 보장된다고 해서 겨우 피해 사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소멸 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가 여러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책의 근거가 될 법안조차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멈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들이 산발적으로 추진하는 정책들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은 지난해 9월 입법예고, 11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지만 여야 대치로 국회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않고 해를 넘긴 상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시대’를 위한 정책 핵심은 ‘지방시대위원회’ 출범과 ‘기회발전특구’ 및 ‘교육자유특구’ 수립이다. 위원회는 국정과제와 지역 공약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기회발전특구에서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에 각종 세금을 감면해 준다. 교육자유특구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 초중고교 운영 자율성을 보장한다. 지방의 명문 ‘초중고교’를 되살려 인재 쏠림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은퇴자 등이 정착할 수 있는 ‘복합주거단지’, 기업과 청년이 모이는 ‘도심융합특구’ 구축도 추진 중이다. 특별법은 이런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근거가 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특별법이) 국회에서 빨리 처리돼야 지역 소멸 위기 대응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 도시 현황을 파악하는 일조차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급증하고 있는 빈집 집계 방법이나 관리 체계 등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대표적이다. 빈집 통계는 어느 지역이 인구 감소로 인한 인프라 과잉 상태에 빠져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초 자료다. 하지만 한국은 각 부처의 빈집 정의부터 서로 다르다. 소관 부처도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으로 나뉘어 있다. 국토부가 지난해부터 관련 통계를 하나로 통합해 새 빈집 통계를 내놓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제도 개선 연구 용역만 진행 중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해야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빈집 조사 등 기초 조사부터 서둘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이 취약계층 주거 안정을 위해 미분양 주택 매입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이후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도 매입임대 주택 사업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경기가 경색된 만큼 미분양 매입을 통해 시장 경착륙도 함께 방지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일각에선 ‘건설사 특혜’란 비판이 나온다.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m² 36채를 공공임대를 위해 2억1000만∼2억6000만 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총 매입금액은 79억4950만 원으로 분양가 대비 15% 낮은 가격이다. 매입 주택은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LH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곳은 지난해 2월 일반분양 당시 6.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주변 시세 대비 약 30% 비싼 탓에 미분양 됐다. 지난해 7월 입주를 앞두고 분양가 15% 할인, 관리비 지원 등의 혜택도 제공했지만 7차례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서도 잔여 물량을 해소하지 못했다. 이번 매입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기존 주택 매입 공고’에 따른 결정이다. LH는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년 2차례 주택 매입을 공고하고, 요건에 부합하는 주택을 심의를 통해 매입한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이뤄진 공고에 따라 주택 약 1000채를 매입했고,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그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진행돼온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한 관심이 최근 높아진 건 대통령의 언급 때문이다. 이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토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매입임대주택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주거안정뿐 아니라 미분양 급증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취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매입 방식이나 시기, 예산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5만8027채로 집계됐다. 전월(4만7217채)과 비교하면 22.9%(1만810채)나 증가한 수치다. 미분양 주택이 한 달 새 1만 채 이상 늘어난 것은 2015년 12월(전월 대비 1만1788채 증가) 이후 6년 11개월 만이다. 정부가 위험 선으로 보는 미분양 규모(약 6만2000채)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른 만큼 선제 대응에 나서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민간 건설사가 고분양가를 내걸었다 실패한 사업을 세금으로 해결해주는 특혜란 논란이 나온다. 미분양 주택 해소가 시장 경착륙 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역시 미지수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미분양 주택은 분양가는 물론이고 입지 측면에서도 시장에서 외면받은 곳이라 공공임대로 공급한다 해도 호응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미분양 주택 매입 단가를 분양가에서 대폭 낮춰서 건설사가 당장 급한 자금 조달 정도만 가능하도록 기준을 정해야 특혜 시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일시적 2주택 처분기한, 2년→3년 완화… 3년내 팔면 ‘1주택 稅혜택’ 이사, 상속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사람이 3년 내 기존 주택을 팔면 1주택자에게 주어지는 양도소득세,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집을 갈아타는 사람들은 주택을 처분할 때 숨통을 틔우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최근 부동산 시장 흐름을 바꾸지는 못해도 가격 하락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사, 상속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사람은 3년 내 기존 주택을 팔면 1주택자에게 주어지는 각종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거래절벽 상황에서 기존 주택 처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어나자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대책이다. 이번 조치는 12일부터 적용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지방세법·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거래 부진이 장기화하며 종전 주택 매도 의사가 분명한데도 2년 내에 처분하지 못할 우려가 지속적으로 확산됐다”며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되신 분들이 과도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종전 주택 처분 기한을 지역에 관계없이 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시적 2주택자의 과세 특례는 이사 등으로 어쩔 수 없이 2주택자가 된 사람이 일정 기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1주택자로 간주해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다.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종합부동산세에 두루 적용된다. 기한 내에 처분하면 양도세는 시가 12억 원까지 비과세를 적용하고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준다. 취득세는 최대 8%의 중과세율 대신 1∼3%의 기본세율을 적용한다. 기존에는 양도세와 취득세의 경우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 모두 조정지역에 있으면 2년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세제 혜택을 줬다. 둘 중 한 채만 조정대상지역인 경우 3년의 기한을 적용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구)와 용산구다. 예를 들어 서울 용산구에 집을 가진 사람이 강남구에 새로 집을 사면 2년 내에 용산 집을 팔아야 특례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3년 안에만 용산 집을 처분하면 세금 혜택을 받는다. 종부세는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에는 2년 내에 주택을 처분해야 1주택자 혜택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처분 기한이 3년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3년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가정 아래 다주택자 기본공제(9억 원) 대신 1주택자 기본공제(12억 원) 혜택을 받는다. 고령층이거나 주택을 장기 보유한 경우 최대 80%의 특별공제도 받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5월 정부가 출범한 직후 일시적 2주택자의 주택 처분 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데 이어 두 번째 기한 완화 조치다. 이는 시행령 개정 사안이어서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정부는 2월 중 시행령을 공포, 시행하고 처분기한 연장은 12일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규제 완화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정부 정책은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금융 대출규제 완화 정책은 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부터 적용된 소득세법·지방세법·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당장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가 계속 오르는데 경기도 안 좋은 상황이라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수요자 입장에선 급할 것이 없다”면서도 “정부 기조 자체가 2주택자까지는 규제를 풀겠다는 것인 만큼 세금 부담 등으로 주택을 팔려던 다주택자들이 결정을 미루면서 가격 낙폭을 둔화시키는 효과는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사, 상속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사람은 3년 내 기존 주택을 팔면 1주택자에게 주어지는 각종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거래절벽 상황에서 기존 주택 처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어나자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대책이다. 이번 조치는 12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지방세법·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거래 부진이 장기화하며 종전 주택 매도 의사가 분명한데도 2년 내에 처분하지 못할 우려가 지속 확산됐다”며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되신 분들이 과도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종전 주택 처분 기한을 지역에 관계없이 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시적 2주택자의 과세 특례는 이사 등으로 어쩔 수 없이 2주택자가 된 사람이 일정 기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1주택자로 간주해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다.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종합부동산세에 두루 적용된다. 기한 내에 처분하면 양도세는 시가 12억 원까지 비과세를 적용하고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준다. 취득세는 최대 8%의 중과세율 대신 1~3%의 기본세율을 적용한다. 기존에는 양도소득세와 취득세의 경우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 모두 조정지역에 있으면 2년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세제 혜택을 줬다. 둘 중 한 채만 조정대상지역인 경우 3년의 기한을 적용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다. 예를 들어 서울 용산구에 집을 가진 사람이 강남구에 새로 집을 사면 2년 내에 용산 집을 팔아야 특례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3년 안에만 용산 집을 처분하면 세금 혜택을 받는다. 종부세는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에는 2년 내에 주택을 처분해야 1주택자 혜택을 받았지만 앞으로 처분 기한이 3년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3년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가정 아래 다주택자 기본공제(9억 원) 대신 1주택자 기본공제(12억 원) 혜택을 받는다. 고령층이거나 주택을 장기보유한 경우 최대 80%의 특별공제도 받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5월 정부가 출범한 직후 일시적 2주택자의 주택 처분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데 이어 두 번째 기한 완화 조치다. 이는 시행령 개정 사안이어서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정부는 2월 중 시행령을 공포, 시행하고 처분기한 연장은 12일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규제완화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정부 정책은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금융 대출규제 완화 정책은 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부터 적용된 소득세법·지방세법·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당장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가 계속 오르는 데 경기도 안 좋은 상황이라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수요자 입장에선 급할 것이 없다”면서도 “정부 기조 자체가 2주택자까지는 규제를 풀겠다는 것인 만큼 세금 부담 등으로 주택을 팔려던 다주택자들이 결정을 미루면서 가격 낙폭을 둔화시키는 효과는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전남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내 ‘율촌1산업단지’에 입주한 A사. 지방소득세를 내려면 전남 순천시와 광양시, 여수시 등 지자체 3곳에 신고해야 한다. 주민세 납부나 지적 측량 등도 마찬가지로 중복 처리해야 한다.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는 더 심각하다. 소방, 경찰 등도 어디가 관할인지 애매할 때가 적지 않다. 같은 산단인데도 공장 부지가 3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데에 따른 것으로 A사처럼 2∼3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입주 기업이 141곳 중 10곳이 넘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같은 일을 아무 의미도 없이 반복하는 셈”이라며 “입주 때부터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수년째 그대로”라고 했다. 율촌1산단은 서울 여의도의 3배 넘는 면적(총 910만8000m² 규모)으로 순천시(387만4000m²·42.5%)와 광양시(287만 m²·31.5%), 여수시(236만4000m²·26.0%)가 나눠 맡고 있다. 통상 필지를 기준으로 행정구역이 정해지지만 이곳은 바다를 메워 조성돼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관할 구역이 나뉘게 됐다. 이 같은 행정 비효율은 율촌1산단이 준공된 2011년 이후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관할 구역 축소와 세수 감소를 우려한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이 그 피해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B지자체 관계자는 “최근에도 산단 내 기업 민원이 있었지만 전임 담당자들과 대화해 봐도 ‘그간 별문제가 없었는데 왜 굳이 재조정하느냐’는 핀잔만 들었다”고 했다. 여수, 순천, 광양은 1986년 ‘여순광 광역행정협의회’를 출범시키는 등 오랜 기간 광역 협력 논의를 지속해 온 지역이지만, 율촌산단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작 전에 좌초한 ‘부울경 특별연합’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초광역협력(메가시티)’ 논의가 길을 잃고 있다. 메가시티는 지방 대도시 간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수도권에 필적할 만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인구 감소가 심한 지방 대도시 주변부에 거점을 만들어 인구를 재배치하는 콤팩트시티도 메가시티가 조성되어야 가능해진다. 콤팩트시티를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연결, 자원 재배치 유도를 위한 협의 등이 원활해지려면 지자체 간 협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가시티는 지자체별 단기적인 이해관계에 매몰돼 본격적인 윤곽이 드러나기도 전에 좌초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4월 정부 승인까지 받으며 닻을 올린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특별연합’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특별연합이 사실상 부산으로 자원이 집중되는 또 다른 ‘일극 체제’를 만들 거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달 3개 시도가 특별연합 규약 폐지안을 각 지방의회에 제출했고, 부울경 메가시티는 사실상 무산됐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대안으로 제시된 ‘초광역 경제동맹’의 추진 가능성도 미지수다.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데다 3개 시도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함몰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경남과 울산이 2021년부터 추진한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에서 부산이 빠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자체와 대학·기업 등이 협업해 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사업으로 경남·울산 플랫폼에만 17개 대학, 46개 지역혁신기관이 참여했다. 부산까지 합류했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었겠지만 결국 무산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3개 시도 중 부산의 대학이 가장 많은데 경남이 사업의 핵심 분야를 선점하고 있었다”며 “중간에 참여하면 사업비를 많이 받기 어려워 우리 핵심 분야를 살려 따로 사업을 신청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광역 통합 곳곳 지지부진…“단계별 통합부터”충청권, 대구·경북, 광주·전남, 강원권, 제주권 등 전국 대부분의 광역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메가시티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거나 협력을 실행에 옮긴 곳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4개 시도가 모인 충청권 메가시티는 KTX 세종역 설치를 추진하는 세종시와 KTX 오송역이 세종시 관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충북의 갈등으로 금이 가고 있다. 대구·경북 메가시티는 이를 추진하던 광역행정기획단 사무국이 지난해 7월 폐지되며 좌초 위기에 놓였고, 광주·전남 메가시티 역시 지난해 말 완료된 ‘광주·전남 행정통합 연구’가 미공개 상태라 추가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행정 통합보다는 광역교통망(인프라) 등의 통합부터 시작해 지역 간 시간적 거리를 좁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정부가 제도적 틀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행정 통합까지는 걸림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우선은 교통이나 경제·산업 분야 등에서부터 단계별 통합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앙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때도 지자체별 경쟁이 아닌 연계 협력을 통한 광역 사업 추진으로 지역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구형수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도시별로 모두 같은 서비스 시설을 가지고 있으면 비효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각자 부족한 인프라나 역량 등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화영 기자 run@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인천시가 추진하던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긴급 주거 지원이 법령 해석 문제로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법에 따른 긴급 주거 지원 대상자인 ‘이재민’이나 ‘사회경제적 위기가구’에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전세사기 피해자도 사회경제적 위기가구로 해석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 피해자 지원을 촉구했다. 10일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긴급 주거 지원을 위해 인천 내 주택 113채를 아직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주택은 LH가 보유하던 매입 임대 주택 중 여건이 맞는 물량을 긴급 주거 지원에 쓸 수 있게 미리 빼둔 것이다.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제23조의 3에 따르면 재해구호법에 따른 이재민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긴급한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람에게는 공공주택사업자가 요건에 맞는 공공임대주택을 임시로 쓸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하지만 인천시는 행정안전부의 구두 답변을 토대로 해당 법령에 따른 ‘이재민’에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해당하지 않아 긴급 주거 지원이 어렵다고 봤다. LH는 이를 피해자 대책위에 전달하고, 긴급 주거 지원 대신 일반 절차로 매입·전세 임대주택 입주를 신청하는 방안을 알려줬다. 일반 절차로 임대주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소득이나 자산 등 요건이 까다롭고 선정에도 시간이 걸린다. 당장 살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 피해자들에게는 도움이 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LH 관계자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관련해 LH의 역할은 주택 확보이고, 긴급 주거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는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바로 인천시에 전세 사기 피해자들도 긴급 주거 지원 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관련 법령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전세 사기 피해자들도 충분히 긴급 주거 지원 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다”며 “시에서 보다 명확한 근거를 요구해서 관련 공문을 보냈고, 피해자들이 최대한 빨리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DL이앤씨와 코오롱글로벌이 경기 안양시 덕현지구를 재개발해 짓는 ‘평촌 센텀퍼스트’(조감도)를 분양한다. 9일 DL이앤씨와 코오롱글로벌에 따르면 이 단지는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992-1번지 일대에 23개 동(지하 3층∼지상 38층), 전용면적 36∼99m² 총 2886채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 36∼84m² 1228채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입지가 꼽힌다. 호계동 내에서도 주거 여건이 뛰어난 곳으로 덕현초와 신기중 등이 도보권에 위치한다. 평촌 학원가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과 홈플러스, CGV 등도 가깝다. 가구 내부에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이 무상 제공된다. 커뮤니티 시설에는 실내체육관과 골프 연습장, 사우나 등이 조성된다. 주차 공간은 가구당 1.45대가 공급된다. 안양시가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이후 첫 분양 단지로 청약·대출·세금 등과 관련해 비규제지역 기준이 적용된다. 후분양 아파트로 올해 11월 바로 입주가 가능하다. 청약은 10일 1순위 접수를 하고 17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계약은 2월 6∼10일이다. 본보기집은 예약 없이 방문 관람이 가능하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3일 일본 중서부 도야마(富山)시. 관문 격인 신칸센 도야마역을 나서면 도시 곳곳을 잇는 노면전차(트램) 정차장이 바로 나온다. 트램을 타면 10여 분 만에 ‘그랜드플라자 앞 역’에 도착해 도야마시 최대 번화가인 ‘소가와(總曲輪)’ 상점가에 갈 수 있다. 지역 백화점인 다이와백화점과 로컬 상점 등이 어우러진 강소상권으로 꼽힌다. 도쿄에서 신년 연휴를 맞아 고향에 왔다는 레이나 씨(20)는 “도쿄에 더 크고 화려한 곳이 많지만 여기가 최고”라고 했다. 작지만 세련된 소가와는 20년 전만 해도 인구 감소로 쇠락하던 구도심 상점가였다. 도야마시는 당시 대중교통이라고는 낡은 시내버스와 1시간에 1, 2대만 다니는 단선 전철이 전부인 전형적인 자동차 의존 도시였다. 인구는 41만 명에 그치지만 면적(1241km²)은 서울(605.2km²)의 2배 이상으로 넓어 인프라를 무작정 확충할 수도 없었다. 도야마시는 대중교통망을 재편해 거주, 상업 등 도시 기능을 압축한 ‘콤팩트 시티’에서 해답을 찾았다. ‘거주 추진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을 모으고 각 지역을 대중교통으로 연결하는 ‘도시 압축’으로 다시 사람이 북적이는 도시로 만들 수 있었다. 우선 2006년 옛 국철 철도를 개조해 도야마역과 북쪽 도야마항을 잇는 트램 노선(7.6km)을 개통했다. 2009년엔 도심 순환선 전철(3.4km)도 개통했다. 트램 역과 도심 버스 정류장 등을 중심으로 13곳을 ‘거주 추진 지역’으로 지정해 이곳에 집을 사면 지자체가 30만∼50만 엔(약 300만∼500만 원)의 보조금을 줬다. 인구 밀도가 줄면 도로, 하수도 등의 유지관리비가 늘고 운전 못 하는 노인 생활에 지장이 커진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시에 따르면 2005년 전체 인구 중 28%가 거주 추진 지역에 살았지만 2019년에는 이 비율이 38.8%로 증가했다. 도야마시는 2025년까지 이 지역 거주율을 4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 뉴욕주 버펄로시는 유연한 도시계획과 집중 투자로 구도심을 되살린 사례다. 버펄로시 캐널사이드의 주상복합 아파트 ‘세네카 원 타워’는 1972년 지어진 지역 은행의 40층짜리 본사 건물이었다. 2014년 부동산개발회사가 이 건물을 사들여 115채 규모 아파트, 대형 체육관, 푸드코트를 갖춘 복합빌딩으로 탈바꿈시켰다. 인근에 아이스하키 링크장, 대형 호텔 등이 들어선 데 이어 현재 어린이박물관 등 건물 3곳이 건설되고 있다. 도심에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며 2020년 버펄로의 인구수는 70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1만여 명 증가했다. 오래된 호텔과 병원 등이 임대료가 합리적인 아파트로 바뀌자 교외에서 도심으로 이사 오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도야마 시장을 지낸 모리 마사시(森雅志) 도야마대 객원교수는 “과거의 도시 정책으로는 시가지가 밖으로 퍼져 대중교통 쇠퇴, 도심 공동화에 따른 행정비용이 커진다”며 “인구 감소엔 콤팩트 시티처럼 기존 발상을 전환하는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도야마=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전셋값 하락세가 올해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여파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다 입주 물량이 평소보다 많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신축 아파트 단지에 실거주 의무가 해제되면서 신축 단지에서도 전세 물량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의 월세화’도 가속화되면서 올해 ‘월·전세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동아일보가 부동산 전문가 10명에게 올해 전·월세 시장 전망을 자문한 결과 “전셋값 하락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2021년 말 대비 5.23% 하락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올해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대부분은 상반기(1∼6월)와 하반기를 가리지 않고 전셋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금리가 이어진다면 부동산 시장은 매매와 전세를 가리지 않고 침체될 것”이라며 “이자 부담이 치솟은 탓에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도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입주 물량이 예년보다 늘어난다는 점도 전셋값 하락의 요인으로 점쳐진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총 554개 단지 35만2031채(임대 포함)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해(33만2560채)와 2021년(28만6447채)보다 각각 5.9%, 22.9% 증가한 수치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신축 단지의 실거주 의무(2∼5년) 규제를 폐지한 점도 전셋값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입주 시점에 전세 계약을 맺고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것이 가능해진 만큼 전세 물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전세 수요는 감소하는데 물량은 증가하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뿐이었다. 그마저 기준금리 인상세가 주춤해질 것을 전제로 하반기 전셋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올해 더 뚜렷해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전세대출의 최고 금리가 연 7%를 넘어설 정도로 치솟으면서 전세보다 월세를 감당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달 5일 기준)은 9만565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전·월세 거래량(22만5846건)의 42.4% 규모로 월세 거래 비중이 40%를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월세의 가격 상승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월세에 기초한 전·월세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하락으로 ‘깡통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집)나 ‘역전세난’(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봤다. ‘빌라왕’ 사망 후 세입자 수백 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과 비슷한 사고가 잦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세입자 알 권리 강화, 악성 임대인 정보 공개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기엔 한계가 있다”며 “세입자들은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전세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앞으로 반도체산업과 원자력산업 등 핵심 산업 공장이나 연구소 등이 지방에 들어설 경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총량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정부가 비(非)수도권 그린벨트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은 일자리 부족과 열악한 정주 여건으로 청년층 이탈이 심화되는 지역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지역 산업 활성화와 유연한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국토부 업무보고’에는 지자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다양한 그린벨트 규제 완화 내용이 담겼다. 부산은 동북아 물류 플랫폼 구축, 창원은 방산, 원전과 같은 국가 산단 조성 등의 이유로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특히 비수도권 지자체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30만 m² 이하에서 100만 m² 이하로 늘린 것은 규모가 큰 개발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이번 결정을 일제히 반겼다. 항공우주, 물류단지 등 미래기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요청해 왔던 경남도는 “대규모 산단을 그린벨트에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고, 전남도 관계자 역시 “지방 소멸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시설 유치로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현장 실제 수요와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도체의 경우 대다수 업체들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관련 학과 졸업 인력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접근성과 주거 배후 환경이 필수라 그동안 비수도권에 관련 업체들이 비교적 적었다. 경기 평택에 있는 중견 반도체 장비 업체 A 전무는 “투자 유인을 주려면 수도권까지 규제 완화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한 정책”이라며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특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도심융합특구에는 공간 및 인프라, 금융·연구개발(R&D) 등의 분야에서 세제 완화나 규제실증특례 등의 혜택이 주어지고, 교육 특례 부여도 검토된다. 미래첨단전략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산단도 새로 조성한다. 소형모듈원전이나 원자력수소생산 등의 산업을 지역에서 활성화해 국가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지역 내 거점 고도화를 위해 올해 6월까지 ‘공공기관 2차 이전’과 ‘행복도시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말까지 행복도시계획을 개편해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도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 교통망도 지속적으로 확충한다. 지방 권역별 5대 광역철도 선도 사업은 지자체와 함께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대구권 광역철도(구미∼경산)를 내년 개통하기 위한 공정관리에도 힘쓴다. 수서발 고속철도(SRT) 역시 경전(밀양∼광주)·전라·동해선으로 확대한다. 국토부는 “3개 고속도로와 20개 국도를 개통하고, 가덕도신공항이나 제주2공항과 같은 신공항 사업 역시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창원=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