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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5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긴축 반대’ 의견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그리스와 유로존의 앞날이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날 밤 채권단 협상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유권자 약 985만 명)의 최종 개표 결과 반대가 61.3%로 찬성(38.7%)을 22.6%포인트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승부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반대’가 ‘찬성’을 압도하자 아테네 시민 수천 명이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 광장에 몰려나와 그리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받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채권단에 즉시 협상을 제안하며 “이번 협상에선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의 분석대로 30% 채무 탕감(헤어컷)과 만기 20년 연장을 의제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국민투표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그리스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양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6일 저녁 파리 엘리제 궁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그리스 대책을 논의했다. 7일 19개 유로존 회원국의 긴급 정상회의에는 치프라스 총리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구제금융 협상 재개에 대한 합의를 이뤄 낼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6일 전격 사임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그동안 채권단 측의 거부감이 컸던 바루파키스 장관을 사퇴시켜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날 BNP파리바는 70%, 크레디트스위스(CS) 그룹은 75%,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3분의 2의 확률로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자 그렉시트 우려 속에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6일 전 거래일보다 50.48포인트(2.40%) 내린 2,053.93으로 마감하며 2012년 6월 4일(―2.80%)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이날 일본(―2.08%) 홍콩(―3.18%) 등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가 줄줄이 급락했다. 유럽 증시도 독일이 2.11% 하락하는 등 급락세로 출발했다.아테네=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예스(YES)’냐 ‘노(NO)’냐. 벌써 두 번째다. 지난해 9월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국민투표 취재를 갔을 때 주택가 창문 밖에 가득히 붙어 있던 붉은색, 파란색 스티커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윗집 아랫집이 투표를 앞두고 얼굴을 붉히며 말싸움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번엔 그리스다. 분위기는 스코틀랜드 때보다 더 험악하다. 마치 사생결단을 한 듯하다. 은행이 문을 닫고 현금이 없어서 하루하루 연명해 가는 사람들 눈에는 공포가 가득하다. 아테네 시내 광장에는 연일 찬성파와 반대파들이 각각 집회를 열고 세 대결을 벌이고 있다.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 광장은 고대 그리스 당시 사람들이 몰려나와 민의(民意)를 논하던 아고라 광장이 재현된 듯하다. 하지만 평화 대신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돈다. 그리스인들은 찬성과 반대를 묻는 투표 앞에서 완벽하게 둘로 나뉘었다. 젊은층과 노년층, 부자와 가난한 자…. 처음엔 긴가민가한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뜨거운 열기에 휩싸여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스코틀랜드 국민투표 전날 밤에도 에든버러 시내에서는 새벽까지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스의 국민투표는 알려졌다시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지난달 27일 협상장을 박차고 뛰쳐나가 갑자기 발표한 것이다. 유로존 탈퇴를 바라지 않는 대다수 국민들은 처음엔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성하겠다’고 대답한 비율이 높았으나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자본 통제가 시작되자 ‘반대’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현재로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그리스인들의 내부 분열은 국민투표가 끝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상처로 남을 것이다. 오랜 경제위기 속에 번성하는 포퓰리즘 탓일까. 요즘 유럽의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국민투표가 때아닌 유행이다.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국민투표 실시에 함부로 동의해 줬다가 혼쭐이 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번에는 2017년까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지난해 크림 반도 주민투표를 구실로 크림자치공화국을 합병했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주도 분리 독립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국민투표란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중대한 정치·외교적 사안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의사를 묻는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다. 그러나 정책을 놓고 벌이는 ‘국민투표’는 자주 지도자의 신임을 묻는 ‘신임투표’와 연계되곤 한다. 신임투표는 독재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무제한적으로 강화할 때 즐겨 써온 수법이다. 나폴레옹이 종신집정관에서 황제가 될 때, 히틀러가 총통으로 취임할 때 실시했던 국민투표가 그 예다. 치프라스 총리도 이번 투표에서 만일 승리한다면 국내는 물론이고 채권단과의 협상에서도 무소불위의 비타협적 권력을 휘두르려 할 것이다. 유럽이 ‘통합’에서 ‘분리’로 가는 거대한 흐름 속에 국민투표가 유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국민투표는 지도자가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도박게임이라는 인상이 짙다. 치프라스는 국민투표를 ‘협상의 도구’로 쓰려다가 채권단으로부터 상대할 수 없는 사람으로 찍혔다. ‘유로존 탈퇴’ ‘EU 탈퇴’ ‘영연방 해체’와 같이 세계경제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 특정 국가나 지역주민의 투표라는 ‘불확실한 도박게임’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공포 그 자체다.―아테네에서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 프랑스 국립보건통제센터(INVS) 질병통제본부 호흡기 전염병 총괄책임자인 다니엘 레비브륄 박사에게 한국이 메르스 사태를 겪게 된 이유를 묻자 이런 답이 나왔다. “한국이 주변국에 비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고통을 거의 겪지 않았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사스를 잘 극복했다는 자신감이 오히려 의료진과 시민들 사이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방심을 낳은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부실한 방역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나오리라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실제로 한국은 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3년 사망자가 한 명도 없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모범국’이란 칭호를 얻었다. ‘김치가 사스를 예방해줬다’는 설(說)이 주변국들 사이에 퍼지기도 했었다. 》○ 24시간 바이러스 정보 올라오는 ‘작전상황실’ 레비브륄 박사는 “전염병 방역시스템은 결국 경험에서 배울 수밖에 없다”며 “프랑스도 사스를 호되게 경험한 후에 전국적인 감시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한국으로선 이번 사태가 질병통제시스템을 거듭나게 하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바이러스 방역 시스템 면에서 선진국 중에서도 모범 국가로 꼽힌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이민자와 관광객이 많다 보니 일찍이 각종 열대성 질병에 쉽게 노출돼 그만큼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그가 일하는 국립보건통제센터는 1998년 광우병 위기 직후 창설된 곳으로 에볼라를 비롯해 메르스, 신종플루, 조류인플루엔자, 사스 등 호흡기 전염병에서부터 식품 오염에 이르기까지 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경보를 내리고 추적하는 일을 총괄 지휘하는 정부기관이다. 지난주 파리 인근 생모리츠에 있는 본부를 찾았을 때 레비브륄 박사는 기자를 ‘작전상황실’로 안내했다. 1년 365일 24시간 가동된다는 방 안으로 들어서니 대형 스크린이 눈에 띄었다. 전국의 병원, 보건소, 소방서, 응급구조대로부터 올라오는 모든 감염 정보를 실시간으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곳 상황실에서는 국내는 물론이고 지구촌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바이러스에 대해 검토하는 전문가 회의가 매주 열린다. 마침 스크린에는 ‘한국의 메르스 상황에 대한 현황분석’이라는 제목의 자료가 띄워져 있었다. 레비브륄 박사는 “상황실이 가장 큰 위력을 발휘했던 것은 2013년 5월 프랑스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였다”고 했다. 당시 북부 릴의 한 병원에서 아랍에미리트를 여행하고 돌아온 65세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자 상황실에 매일 50∼70여 명의 전문가들이 24시간 근무하며 바이러스를 추적했다. 환자와 접촉한 123명을 자가 격리시키고 이들에 대해 매일 2차례씩 체온을 측정하며 관리한 결과 확진 환자는 2명에 그쳤다. 그의 말이다. “우리도 처음부터 그런 시스템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사스와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등 각종 경험을 토대로 2012년 11월에 호흡기 전염병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만든 게 처음이었다. 정부는 이 매뉴얼을 지방 개인병원은 물론이고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의사들에게 배포했으며 행동요령을 습득하게 했다.” 그는 이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어떻게 매뉴얼이 작동되는지 예를 들어 설명했다. “브르타뉴 지방의 한 의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환자를 진료했는데 기침, 발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즉시 지역 보건소에 알린다. 그러면 바로 우리 본부나 지부(CIRE)에서 역학조사관이 파견되고 의심 환자의 샘플을 채취해 국립인플루엔자표준연구소로 보내 메르스 유전자 검사(PCR)를 한다. 의심 환자로 분류되면 즉시 전문 병원으로 보내 격리 조치한다. 이와 동시에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 리스트가 작성돼 경로 차단 작업이 펼쳐진다.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평소 모든 의료 종사자들이 사태 발생에 대비해 행동요령을 숙지해 즉각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병원 정보 초기에 공개해야 바이러스 확산 막아 ―사태 초기에 병원과 환자에 대한 정보공개는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나. “환자와 병원 정보를 처리하는 게 각각 다르다. 환자에 대해서는 의심이든 확진이든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사생활 침해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 정보는 즉각 공개돼야 한다. 확산을 통제하려면 환자든 의료진이든 일반 시민이든 메르스 환자가 지금 어느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경우 의심 환자와 관련된 신상 정보는 법에 따라 강력한 보안이 돼 있는 중앙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자동적으로 우리 본부로 오게 돼 있다. 동시에 메일 리스트를 통해 바이러스 담당 전문가나 국립바이러스센터 소속 세균학자들에게 실시간 전달된다. 국민들은 감염자가 어느 병원에서 나왔다는 것은 알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그는 이어 “이제 바이러스 대처를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할 시점”이라고도 했다. “국경이 사라진 글로벌 시대가 되다 보니 바이러스 대유행과 같은 보건 위기도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이번에 메르스 경우를 통해서도 다시 깨달은 것이지만 바이러스가 확산된 후에야 움직이는 것은 이미 전투에서 진 것이나 다름없다. 한 전투에서 졌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프랑스도 사스에 잘못 대처해 비난 여론이 높았었다. 그렇다고 당시 전문가들을 모두 해임했다면 이후 닥쳐올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이기려면 정밀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준비된 나라만이 이길 수 있다.” 기자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황실’뿐 아니라 ‘협력 조정실(Salle de Coordination)’과 ‘결정실(Salle de decision)’이라고 적혀 있는 방이었다. ‘협력 조정실’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50여 명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즉석 토론을 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곳이라고 한다. 또 ‘결정실’은 격리조치, 접촉자 관리, 병원 폐쇄, 휴교령 등을 신속하게 내리는 장소이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대부분 의사 간호사, 약사들이지만 이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 전문가 그룹은 수의사에서부터 사회학자, 기호논리학자, 통계학자, 인류학자, 미디어 전문가까지 포진해 있다. 바이러스 확산은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모든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대응하는 전문가들 간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수의사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동물을 통해 전염되는 여러 병들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외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정보를 신속히 얻기 위해 언제든 해외로 파견돼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 ‘국제감시정보 전담팀’도 상시 가동하고 있다.”○ “한국, 더이상 퍼질 가능성 낮다고 본다” 호흡기 전염병 예방 전문가인 레비브륄 박사는 1986년부터 WHO와 유니세프(UNICEF)에서 전염병 백신 개발과 예방접종 프로그램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1997년부터 통제본부에 합류해 전염병 예방 및 교육총괄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매우 논리적이고 차분한 어조로 답했다. 설명을 들을수록 프랑스가 방역 선진국이라 불리게 되기까지 많은 고민과 이를 실현할 사회적 합의가 있었으리라는 것이 느껴졌다. 화제를 ‘메르스’로 돌렸다. ―메르스는 병원을 통해서만 감염이 되나. 가정 학교, 지하철 같은 일반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감염될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 “메르스 데이터도 많이 축적되어 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병원 감염 확률이 제일 높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메르스가 학교나 지하철 등에서도 확산 능력을 가진 바이러스였다면 벌써 전 세계로 퍼졌을 것이다. 이는 한국을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겨울 프랑스에서는 독감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독감과 메르스 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한가. “올해 1∼2월 유행한 겨울독감으로 사상 최대인 1만1000명이 사망했다. 사망률이 19%에 이르렀고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치명적이었다. 이에 비해 메르스는 전염성 면에서 독감 바이러스보다 현저히 낮다. 우리 팀 연구 결과 메르스의 바이러스 생산력은 0.6으로 나타났다. 1보다 낮으면 대유행 병이 될 수 없다. 다른 나라의 연구팀들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특히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미 다른 병을 앓고 있거나 노약자들이다. 그러나 건강한 젊은 사람도 감염되는 경우도 있고, 감염되고도 아무 증상을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과연 메르스 항체를 보유했는지 혈청학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30, 40대 젊은층은 감염 확률이 낮지만 일단 감염되면 ‘슈퍼 전파자’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한국 상황은 어떻게 보나. “WHO와 프랑스 정부는 한국 여행에 대한 어떤 규제도 하지 않았다. 한국이 이대로 격리 조치를 잘 취한다면 더이상 퍼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여행객들이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 :: 다니엘 레비브륄 박사 ::―1986년 세계보건기구 열대성 전염병 통제 프로그램 전문가―유니세프 국제아동 예방접종 프로그램 진행―개발도상국 보건부 백신개발 프로그램 참여―1997년 프랑스 국립보건통제센터 전염병예방 총괄팀장―프랑스 보건부 사스, 메르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면역기술전문 자문위원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애국심을 원한다면 반대!” “경제를 위한다면 찬성!” 5일 오전 7시(현지 시간)부터 그리스와 유로존의 운명을 결정할 국민투표가 치러졌다. 아테네 중심가 오모니아 지하철역 부근의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서는 이날 새벽부터 붉은색 ‘반대’ 깃발과 푸른색 ‘찬성’ 깃발을 든 운동원들이 나와 박수를 치고 구호를 외치며 찬반 투표를 독려했다. 이날 선거에서 ‘반대’ 표를 행사한 람브로스 씨(45·전직 선원)는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성해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다면 부채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독일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경제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부유층이 밀집해 있는 해변가 글리파다 지역의 투표소에서 ‘찬성’을 찍고 나왔다는 파노스 파라테오도루 씨(46·의사)는 “만일 반대표가 많아 ECB가 긴급유동성 자금을 끊는다면 월요일에 그리스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텅 비게 될 것”이라며 “협상에 실패하고 국가부도를 낸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권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주말 그리스는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다. 시민들은 대부분 근교의 해변에 가서 가족끼리 수영을 즐겼다.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맞은 나라의 침울함은 사라진 것처럼 비쳤다. 에르무 거리 커피숍에서 만난 파멜라 랑가스 씨(35)는 “이것이 그리스 스타일(Greek Style)”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식당과 상점에서는 아직까지는 신용카드가 통용됐다. 그리스 전통 수블라키(꼬치구이) 음식점의 종업원 제냐 씨는 “지금까지는 카드도 받는데 다음 주에도 은행이 문을 닫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상의 뒤쪽에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분노, 분열이 섞인 묘한 감정이 광장과 카페 골목, 시장 구석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찬성파나 반대파를 막론하고 국민투표 이후가 더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렸다. 지금은 하루 60유로만 ATM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번 주 월요일부터 ATM에 돈이 떨어지고 키프로스처럼 은행 예금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스 은행들은 8000유로(약 1000만 원) 이상의 예금자에게 최소 30%의 손해를 부담시키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 언론이 보도한 이후부터 그랬다. 이날 투표 직전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그리스 유권자들이 구제금융안을 거부하면 신규 자금을 수혈받지 못해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고, 전력 공급과 생필품 수입이 끊기는 ‘아마겟돈’ 같은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막판 표심은 세대별, 소득별로 양극화가 심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노인층과 부유층에선 여전히 ‘찬성’이 우세했다. 특히 실업률이 49.7%에 이르는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의견이 ‘노’였다. 대학 강사인 카심프라스 씨(35)는 “테러와 같은 현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를 찍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시내 그리스국립은행 앞에서 연금을 인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파노스 씨(66)는 “유로존에서 이탈하면 반쪽으로 줄어든 연금마저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내 생전에 나라가 이렇게 결딴난 모습을 보게 되니 정말 슬프다”고 말했다. 아테네 거리에는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의 사진과 함께 ‘그는 5년 동안 당신의 피를 빨아왔다’라는 글귀가 들어간 포스터가 나붙었다. ‘예스’ 포스터는 뜯겨 나뒹굴거나 스프레이로 ‘노’라는 글자로 덧칠되기도 했다.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한 치프라스 총리는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인물로 보였다. 남편과 부인, 형제와 자매, 친구와 이웃,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도 ‘찬반 토론’을 하다가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아졌다. 대학생 파파도 풀로스 씨(20)는 “온라인에서도 ‘애국자’ ‘배신자’ ‘이성을 잃은 좌파’ 같은 험악한 말을 주고받으며 거센 찬반 논쟁을 벌인 후에는 페이스북에서 ‘친구 끊기’ 행렬이 대규모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고기를 갈고리에 매다는 작업을 하던 정육점 주인 테세오풀리스 씨(56)는 “치프라스 정권이 취임한 후 5개월간 매상이 40%나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사들이 투표 하루 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과 반대는 각각 44%와 43%, 43%와 42.5% 등 1%포인트 안팎의 차로 접전을 벌였다. ▼ 출구조사 “반대 우세” ▼오차범위내… 섣불리 예측 못해5일 치러진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반대(구제금융안 거부)가 찬성(구제금융안 수용)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GPO가 발표한 오후 6시 투표 마감 직후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대가 51.5%, 찬성이 48.5%로 나타났다. 하지만 오차범위 이내 결과여서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아테네=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5일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국민투표 시행을 앞두고 그리스가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뉜 그리스 국민은 곳곳에서 충돌하며 일촉즉발의 긴장감까지 감돌고 있다. 3일 수도 아테네 도심에서는 추가 긴축을 요구한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네(NAI·예)’ 집회와 거부하자는 ‘오히(OXI·아니요)’ 집회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네’와 ‘오히’ 집회는 물론이고 무효표를 찍어야 한다는 집회까지 열렸다. 그리스 전역의 도로에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사진 위에 “5년간 그는 당신의 피를 빨았다. 이제 그에게 노(NO)라고 말하라”고 적힌 반대 진영의 포스터가 나붙었다. 여기에 “그리스에 예스(YES), 유로에 예스”라는 찬성 캠페인 포스터도 경쟁적으로 나붙었다. 이날 그리스 정부와 야당은 날카로운 신경전과 불꽃 튀는 선전전을 벌였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찬성표를 던지면 그리스에 추가적인 짐을 지우는 결과를 낳는다”며 “반대표가 많으면 많을수록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 신민당 대표인 안도니스 사마라스 전 총리는 “반대표는 유로존 탈퇴를 의미한다”며 “드라크마(유로존 가입 전 화폐)로의 회귀는 그리스 경제와 국민의 희망을 짓밟는 것”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그리스 국민의 의견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마케도니아대 사회경제조사연구소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43%는 채권단 제안에 반대하고, 42.5%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리스 일간지 에트노스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찬성이 44.8%, 반대가 43.4%였다.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 재개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앞두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부채의 탕감(헤어컷) 필요성을 인정한 보고서가 3일 보도돼 파문이 일었다. IMF가 공식 문서에서 부채 탕감을 명시한 것은 처음으로 그리스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TV 인터뷰에서 “IMF도 그리스 부채 20%를 헤어컷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며 “국민투표에서 반대로 결정된다면 바로 브뤼셀로 갈 것이며 48시간 안에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은 새로운 기초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협상 과정이 오래 걸리고 험난할 것”이라고 이를 부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민투표 후 협상이 재개돼도 채권단이 치프라스 총리와 합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나오면 치프라스 총리가 물러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 경우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기술관료 주도의 ‘임시정부’와 협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은행의 현금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콘스탄틴 미칼로스 그리스 상공회의소 회장은 “그리스 은행의 현금보유액이 5억 유로(약 6225억 원)까지 줄었다”고 말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그리스 정부가 하루 인출 제한을 60유로에서 20유로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벌써부터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한편 그리스 대법원이 3일 오후 늦게 그리스 국민투표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결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리스 국민투표는 질문 문항이 너무 애매하고, 준비시한이 촉박해 국제적 기준에 미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BBC는 “위헌 여부 발표에 따라 국민투표가 막판에 취소될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연합(EU) 구제금융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앞둔 2일(현지 시간)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이날까지 협상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투표 결과가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어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벼랑 끝에 몰린 그리스 은행들은 일단 급한 불을 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일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그리스 은행들의 ‘생명줄’인 890억 유로 규모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을 끊지 않기로 했다. 5일로 예정된 그리스 국민투표까지 시간을 좀 더 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리스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면서 신용평가사들에 의한 등급 강등이 잇따르고 있다. 무디스가 1일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Caa2’에서 ‘Caa3’로 한 계단 내렸다.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있는 등급 중 가장 낮은 단계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기(정크) 등급인 ‘CCC―’로 강등했다. 그리스 국민투표의 결과 예측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일 유로투데이의 설문조사 결과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성’ 의견이 47%, ‘반대’가 43%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이 월가의 ‘큰손’ 투자자 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5명이 ‘찬성’ 결과를 예측한 반면, 이코노미스트 정보 분석팀은 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아일랜드의 도박업체 패디파워는 이날 85% 이상이 ‘찬성’ 결과가 나온다는 쪽에 돈을 걸었다고 밝혔다. 그리스 연정의 소수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 소속 의원 3명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혀 연정의 분열 조짐을 보였다. ANEL의 코스타스 다마볼리티스 의원은 “국민투표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와 드라크마(유로존 가입 전 화폐) 복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독일과 그리스 정부와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1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집권 연정 의원들은 국제통화기금(IMF)에 부채를 갚지 못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권에 대해 “국민을 배신한 정부”라며 격렬히 성토했다. 특히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치프라스 정권은 취임 이후 국민들을 위해 아무런 일도 한 적이 없다”며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찬성이든 반대로 나오든 유로존과의 ‘신뢰’가 무너진 치프라스 정권과는 향후 어떤 협상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고 일갈했다. 반면 치프라스의 시리자 정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독일 좌파당’의 그레고어 기지 의원은 “총리의 목표는 그리스에서 좌파 정부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의 ‘정권 교체’를 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메르켈 총리도 단호한 어조로 “국민투표 결과가 나와야만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협상장을 뛰쳐나가 벼랑 끝 전술을 펼쳤던 치프라스 총리에 대해 메르켈의 복수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TV 연설에서 “채권단들이 그리스 유권자를 협박하고 있다”며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져줄 것을 호소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2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나오면 장관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채권단의 협상안에 서명하는 대신 차라리 내 팔을 자르겠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그리스가 30일 밤 12시(현지 시간·한국 시간 7월 1일 오전 6시)까지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를 갚지 못하면서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맞았다. IMF 71년 역사상 ‘선진경제국(advanced economy)’이 채무 상환에 실패한 것은 그리스가 처음이다. 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은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1일 협상을 재개했다. 이런 가운데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제 채권단의 요구 조건을 대부분 수용할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날 유럽 증시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채권단의 긴축 요구에 강하게 버티던 치프라스 총리가 한발 물러섬에 따라 협상 전망이 밝아졌기 때문이다. 1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에 보낸 서한을 자체 입수해 보도했다. FT는 이 서한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28일 공개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최종 제안을 대부분 수용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달 30일 보낸 두 쪽 분량의 서한에서 향후 2년간 약 300억 유로를 지원해 달라는 내용의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채권단의 요구 사항을 일부 수정하는 조건으로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부 수정 사항은 △섬 지역에만 부가가치세율(VAT)을 30% 인하해 주면 채권단의 세제개혁 요구를 전부 수용 △연금 수령 연령을 67세로 늦추는 개혁도 당장 올해 10월이 아니라 2022년까지로 도입 시점을 연기해 준다면 수용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연대보조금’의 단계적 축소 기한을 2019년 12월까지 늦춰 준다면 역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서한에서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만기 연장 및 제3차 구제금융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라면 필요한 당국자 간 합의의 일부 수정이나 부가조건 등을 통해 요구 사항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정부는 1일 이와 관련해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의 제안을 조건부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도 총리가 채권단의 제안을 모두 수용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또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에 수정안을 제안한 사실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가 5일 실시하려던 국민투표가 철회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국민투표는 채권단이 지난달 25일 제안한 협상안에 찬성과 반대를 묻는 것인데 그리스 정부 스스로 수정안 제안을 공식화함에 따라 과거 협상안인 채권단 안에 대해 국민의 뜻을 물을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치프라스 정부는 채권단이 3차 구제금융에 합의해 주면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거나 국민투표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하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1일 TV로 생중계된 긴급 연설에서 5일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천명했다. 자신이 국민투표 실시를 발표한 이후 채권단으로부터 더 나은 제안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국민투표에서 반대표(채권단의 구제금융안 거부)를 던진다고 해서 유로존 내 그리스의 위상이 위태로워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이날 연방의회 연설에서 “그리스의 국민투표 이전에 협상은 없다”고 다시 한번 원칙론을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어떤 구제금융이라도 IMF을 배제해선 안 된다”며 그리스의 IMF 배제 요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유로존 각국은 5일로 예정된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지켜본 뒤 저마다 판단할 권리가 있다”며 “무원칙하게 타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날 오후 5시 반(한국 시간 2일 오전 1시 반)에 전화회의를 갖고 치프라스 총리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 다시 논의했다. 앞서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5일 그리스의 국민투표 전까지 그리스와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1일 오후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그리스 은행을 지원하고 있는 긴급유동성지원(ELA) 방안을 논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사태에 과잉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과 잇따라 통화하며 원만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리스 사태가 더 악화돼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기 전에 미 행정부의 개입을 확대하려는 뜻인 것으로 풀이된다. 치프라스 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벼랑끝 전술’과 ‘위험한 도박’에 EU 지도자들의 반감은 더욱 커져 가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리스 정부는 거짓말을 했고, 협상 파트너들을 배신했으며, 유럽의 규범을 왜곡했다”며 “그리스 국민들은 죽음이 두렵다고 자살해선 안 된다”며 국민투표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을 촉구했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그리스가 30일 오후 6시(미국 워싱턴 시간·한국 시간 1일 오전 7시)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약 2조 원)의 채무를 갚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가 채무 상환을 못하면 IMF에 빚진 돈을 기한 내 갚지 못한 사상 첫 번째 유로존 국가가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인디펜던트 등 외신이 전하는 디폴트 이후 궁금한 사항을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Q. 30일까지 IMF의 빚을 못 갚으면 그리스는 디폴트라고 볼 수 있나. A. 맞다. 일각에서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회원국이 만기일에 빚을 갚지 못하는 것에 ‘연체(arrears)’라는 용어를 썼기 때문에 디폴트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FT는 “그것은 순전히 언어적 구분일 뿐 디폴트가 맞다”고 했다. Q. 지금까지 IMF에 채무 상환을 못한 국가는 어디인가. A. 수단(1984년) 소말리아(1987년) 짐바브웨(2001년) 등 개발도상국들이 갚지 못한 적이 있다. 만약 그리스가 30일 채무 상환을 못하면 1999년 유로존 창설 이래 국가 부채를 갚지 못한 첫 번째 국가가 된다. 선진국으로서도 첫 번째 국가이다. 게다가 그리스의 채무 16억 유로는 국가가 갚지 못한 빚으로는 역대 최대다. 그리스는 2010년 이후 IMF에서 350억 유로를 빌렸고, 올해 말까지 IMF에 55억 유로를 갚아야 한다. Q. IMF에 채무 상환을 못하면 어떻게 되나. A. IMF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권리가 즉시 사라진다. 그리스는 유럽중앙은행(ECB)에 진 채무 35억 유로(약 4조4000억 원)도 20일에 갚아야 하는 등 줄줄이 막대한 빚을 갚아 나가야 한다. 만일 ECB가 유동성 자금 지원을 끊으면 그리스 은행은 즉각 파산 상태가 된다. Q. 채무 기한을 30일 이후로 연장할 수 있나. A. 없다. IMF는 회원국들에 빚을 갚는 기간을 재협상하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강조해왔다. 그리스는 4월부터 만기일을 연장해 달라고 했지만 IMF는 단호히 거부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도 구제금융을 한 달만 더 연장해 달라는 그리스의 요구를 6월 27일 거부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30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최종 협상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 집행위원회의 최종 제안은 알지 못한다”며 “오늘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은 만료된다”며 큰 기대를 나타내지 않았다고 BBC가 보도했다. Q. 그리스는 과연 유로존 이탈(그렉시트)을 할 것인가. A. 그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4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분수령은 5일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이 채권단의 재정개혁안에 ‘찬성’해야 한다. 둘째는 치프라스 총리가 사임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셋째는 총선에서 채권단의 합의안에 찬성하는 사람들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새 정부와 채권단이 재협상해서 구제금융에 합의하는 것이다. 만일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많거나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등 4단계 중 한 단계만 삐걱거려도 재협상 가능성은 없다. 게다가 이 모든 정치 일정을 시시각각 다가오는 부채 만기에 앞서 해치워야 그렉시트를 피할 수 있다. 5일 국민투표 결과 반대가 우세하거나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더라도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내쫓는 공식 절차는 없다. 그렇지만 ECB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자국 통화를 쓴다면 유로존 회원으로서 누리는 이익이 거의 사라진다. 그리스 정부가 고통을 줄인다며 자국 통화를 마구 찍어낸다면 이는 엄청난 물가 폭등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Q. 그리스 국민에게 가해진 예금 인출 중지는 언제쯤 해제되나. A. 국민투표 결과에 달렸다. 만약 국민 다수가 유로존과 IMF가 요구하는 긴축·개혁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는 데 찬성한다면 채권단과의 합의에 따라 몇 주 내로 돈을 빼낼 수 있다. 하지만 반대가 우세하다면 그리스 은행들이 정상화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Q. 왜 세계 금융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나. A. 6월 29일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식 가격이 급락하고, 유로화 가치는 떨어지고,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의 채권금리가 급등했지만 금융시장의 충격은 일정 범위 안에만 미쳤다. 세계은행들과 투자자들은 최근 5년간 그리스와의 자금 거래를 줄여 왔기 때문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그리스 정부가 30일(현지 시간) 만기인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채무 16억 유로(약 2조 원)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고 밝히며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오후 7시 국제 채권단에 전격적으로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유럽연합(EU) 고위 관리들과 디폴트를 막기 위한 막판 협상을 벌였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2년 동안 유럽안정화기구(ESM)가 그리스에 필요한 재정과 채무 재조정을 위해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기술적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날 밤 12시에 종료되는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단기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제안은 신자유주의식 긴축정책을 요구해 마찰을 빚었던 국제통화기금(IMF)을 배제한 것으로 IMF가 동의할지는 확실치 않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7월 5일 그리스 국민투표 이전에 3차 구제금융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만기가 도래하는 IMF에 대한 채무 약 16억 유로를 갚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도 전날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채권단이 그리스 은행들의 목을 졸라 그리스를 질식시키려 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돈을 갚기를 기대하는가”라고 밝혔다. 이로써 그리스는 서방 선진국 중 최초로 IMF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 나라가 됐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한 그리스 정부가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를 막기 위해 시중은행의 영업을 정지시킨 29일. 그리스 아테네 시내의 시중은행 지점들에는 노인들만 줄을 섰다. 정부가 신용카드나 현금카드가 없는 연금 수급자를 위해 연금 지급 업무를 오후부터 개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시내 주유소 곳곳에선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이 미리 기름을 채워 두려고 몰고 나온 차량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스 정부는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날부터 내달 6일까지 무료로 운행하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현금이 바닥나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스에서 신혼여행 중인 발렌티나 로시 씨와 남편 클라우디오 씨는 “호텔에서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을 요구해 신혼여행이 악몽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그리스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소리 없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그리스 거리에서 27일 새벽부터 ATM 앞에 길게 늘어서 있던 줄은 이튿날 아침엔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테네 시내 중심가에 있는 ATM 스크린에는 하루 종일 ‘기술적 결함’이라는 문구만 깜빡거렸다. 그리스 정부가 자본통제 방침을 발표하자 시민들은 아직 현금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국영은행 ATM 앞으로 다시 몰려들었다. NYT는 기름과 식료품을 사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은행 주변 경찰 순찰을 늘렸고 방탄조끼까지 지급했다. 아테네의 한 카페에서 친구들과 토론을 벌이던 퇴직자 알레코스 니카스 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을 받아들이면 연금이 깎인다고 하더라. 총리가 이를 거부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했다. 반면 니카스 씨의 친구 바실리스 방겔리디스 씨는 “(유로존을 떠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이라며 “음식도 연료도 없는 베네수엘라와 같은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에라토 스피로풀루스 씨는 “구제금융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그리스의 관(棺)에 마지막 못을 박는 행위”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유럽연합(EU)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구제금융을 연장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리스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28일 NYT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내가 그리스 국민이라면 협상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채권단이 그리스에 혹독한 긴축과 개혁을 무기한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도 지금보다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반면 유명 투자전문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그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도록 놔둔 뒤 스스로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해법”이라고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독민주당(CDU) 창당 70주년 연설에서 “유로화가 실패하면 유럽도 실패한다”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그리스 정부가 2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시중은행 영업을 중단하고 예금 인출을 막기 위한 자본 통제를 전격 선언했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아시아와 유럽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폭락세를 보였다. 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9.77포인트(1.42%) 내린 2,060.49로 마감했다. 일본 증시는 올 들어 최대 폭인 2.88% 급락했고 중국 상하이 주가도 전날보다 3.34% 떨어졌다. 이날 뉴욕 증시는 개장하자마자 1%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유럽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 프랑스 파리 증시, 독일 DAX30지수는 개장 초 3∼4%씩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5.3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8.4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취급받는 엔화는 강세를 보이면서 이날 원-엔 재정환율(오후 3시 기준)은 100엔당 919.51원으로 지난 주말보다 14.11원 올랐다. 정부는 이번 그리스 사태의 영향이 과거 유로존 재정위기 때보다는 작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일을 대비해 정부 점검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가 구제금융이 만료되는 30일까지 채무 15억 유로를 상환하지 않는다면 규정에 따라 어떤 추가 금융 지원도 할 수 없다는 강경한 뜻을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유재동 기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눈앞에 둔 그리스에는 마치 ‘폭풍 전야’처럼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은 28일 “약탈 집회 등 소요사태는 없지만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소리 없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구제금융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한 직후인 27일 새벽까지만 해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길게 늘어서있던 줄도 이튿날 아침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는 ATM에 현금이 동난 데다 은행에서 이를 다시 채워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한 은행 관계자는 “전국 7000여 개의 ATM 가운데 500여 개에서 현금이 모두 인출됐다”고 말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ATM 스크린에는 ‘기술적 결함’이라는 문구만 깜빡거렸다고 NYT가 전했다. 하지만 28일 저녁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가 끝나는 7월 6일까지 은행 문을 열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뱅크런 사태에 따른 혼잡을 피하기 위해 29일 자정부터 계좌당 하루 60유로(약 7만5000원)이상을 인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동안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를 사용하고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해외 송금도 제한됐다. 증시도 29일 휴장키로 했다. 시민들은 다시 그리스 국영은행 ATM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미 다른 민영은행들 의 현금이 동난 곳이 많아 그나마 지급여력이 있는 국영 은행으로 몰린 것이다. 국영은행 ATM 앞에는 50명 이상씩 대기하며 긴 줄이 늘어섰다. 아테네 남쪽 교외의 한 ATM 앞에서 줄을 서 있던 마리아 폴리메니우 씨는 “은행 문을 닫는 기간이 처음엔 하루라고 했다가 일주일로 늘어나는 등 상황이 매시간 바뀌고 있다”며 “사람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NYT는 기름과 식료품을 사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는 소요 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은행 주변 경찰 순찰을 늘렸고 방탄조끼까지 지급한 상태이다. 외신들은 그리스 시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TV뉴스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 새벽까지 TV 생중계로 방영되는 의회 토론을 시청했고 삼삼오오 모여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아테네의 한 카페에서 친구들과 토론을 벌이던 퇴직자 알레코스 니카스 씨는 “유럽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을 받아들이면 연금이 깎인다고 하더라. 치프라스 총리가 이를 거부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NYT에 전했다. 반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니카스 씨의 친구 바실리스 팡겔리디스 씨는 “(유로존을 떠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이라며 “음식도 연료도 없는 베네수엘라와 같은 처지가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에라토 스피로풀루스 씨는 “왜 이런 사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것은 그리스의 관(棺)에 마지막 못을 박는 행위”라고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그리스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리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28일 NYT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내가 그리스 국민이라면 협상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채권단이 그리스에 혹독한 긴축과 개혁을 무기한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도 지금보다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반면 유명 투자전문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디폴트를 하도록 놔둔 뒤 스스로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해법”이라고 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토요일인 27일 오전 1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사진)가 긴급 연설을 통해 “(국제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7월 5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 TV로 생중계된 이 연설을 본 그리스 시민들은 패닉에 빠졌고 한꺼번에 은행으로 몰려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인출했다. 총리의 국민투표 결정은 채권단의 협상안을 거부한 것이자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를 국민에게 직접 묻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날 그리스 전역에 있는 5500여 개의 ATM 중 약 35%에 해당하는 2000개에서 현금이 바닥났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 통신은 27일 하루에만 약 6억 유로(약 7530억 원)의 현금이 인출됐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도 의사당 내 ATM에서 줄지어 예금을 찾았다. 그리스 정부가 27일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하고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하면서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 유로를 갚아야 하는 상환일(30일)이 임박해 이제 사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국면이 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27일 긴급회의에서 “7월 5일 국민투표 시행 때까지 구제금융 지원을 연장해 달라”는 그리스의 요청을 거절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의 국민투표 선언은 채권단과의 협상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이라며 “구제금융은 예정대로 30일에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그리스에 대한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30일 지원금 72억 유로를 집행하지 않은 채 종료될 예정이다. 알렉산데르 스수브 핀란드 재무장관은 “유로그룹의 다음 회의는 그리스에 대한 ‘플랜B’(디폴트 영향 최소화 대책)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그리스 금융권의 생살여탈권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쥐게 됐다. 그리스 은행권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이 끊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ECB는 28일 열린 긴급회의에서 890억 유로 규모의 ELA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ECB가 ‘생명줄(lifeline)’을 일시에 끊는다면 그리스 은행권은 붕괴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숨을 쉬게는 해줬으나 하루 수십억 유로의 인출 사태에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그리스 정부 관료들은 이날 오후 모여 ‘자본 통제’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기업이나 개인이 인출할 수 있는 현금 한도를 설정하고 월요일인 29일을 은행 휴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했다. ECB의 ELA 유지 결정에 따라 29일 그리스 은행들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진정될지 주목된다. 그동안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며 한때 긍정적인 신호도 보냈던 그리스 사태는 왜 이렇게 갑자기 악화됐을까. 그리스의 최종 협상안은 22일까지만 해도 유럽연합(EU) 채권단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에 따라 25, 26일 EU 정상회의에서 타결될 것으로 보는 낙관론이 확산됐다. 그러다 IMF에서 연금 및 임금 삭감, 국방비 감축 등 긴축정책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그리스가 반발하고 나섰다. 치프라스 총리는 120억 유로를 지원하는 채권단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5개월 연장안은 “정부 부채만 증가시키고 연말에 더 가혹한 각서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리스 의회는 28일 새벽 국민투표 안건을 찬성 178표, 반대 120표로 승인했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27일 카파 리서치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 채권단의 방안에 대해 찬성은 47%, 반대는 33%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약 3분의 2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채권단이 신속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주도한 연립정부는 실각하고 반년 만에 다시 조기 총선에 의한 새 정부 구성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위기 수습의 가닥이 잡히기까지는 상당한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0일까지 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진다. 그리스는 30일 IMF에 1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하지만 현금이 부족해 상환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다만 IMF는 회원국의 상환 실패를 디폴트가 아닌 ‘체납’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도 민간 채권자에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때만 디폴트로 규정하며 IMF나 ECB 등 공공기관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디폴트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는 7월 20일에는 ECB 부채 35억 유로를 갚아야 하고, 재정증권 만기 연장 실패 등으로 이어져 중기적으로 디폴트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탈퇴 위험도 커졌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5일 국민투표는 그렉시트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사라진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6일 튀니지와 프랑스, 쿠웨이트 등에서 일어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동시다발 테러로 최소 65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자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이 반(反)테러 연대를 강조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7일 오전 긴급안보회의를 열고 영국인을 노린 테러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또 이날 영국 전역에서 열린 ‘군인의 날’ 기념행사와 ‘동성애 퍼레이드’ 축제를 겨냥한 테러 경계조치를 강화했다. 29일은 IS가 국가 수립을 선포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인 데다 이슬람교도들이 ‘신성한 달’로 여기는 라마단 기간 중에도 IS가 계속해서 테러를 독려하고 있어 추가 테러가 우려되고 있다. 참수한 시신을 공개한 파리 테러도 충격적이지만 유럽은 특히 튀니지의 유명 휴양지인 수스 해변에서 발생한 테러로 공포에 떨고 있다. 튀니지에 머물고 있던 영국인 2500여 명은 이 사건 직후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28일 외신들은 튀니지 테러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수스의 임피리얼 마르하바 호텔과 벨뷔 호텔 앞 해변이 살육의 현장으로 변한 것은 26일 정오 무렵. 아름다운 지중해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놀라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수스 해변은 유럽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다. 테러범 사이프 알딘 알 레즈구이(24)는 마치 휴양객처럼 해변에 접근해 파라솔이 펼쳐진 선베드에 앉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검은색 트렁크 수영복에 검은색 셔츠를 입은 그를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레즈구이는 AK-47 소총을 꺼내들더니 사람들을 조준해 쏘기 시작했다. 이 총성은 약 5분간 이어졌다. 한 관광객은 “처음에는 어디서 불꽃놀이를 하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그것이 총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 뒤 해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CNN에 전했다. 당시 해변에 있었던 영국인 매슈 제임스 씨는 총소리를 듣고 자신의 몸으로 약혼녀 세라 윌슨 씨를 가렸다. 총알 3발을 맞은 상태에서도 연인에게 빨리 도망치라고 당부했다. 그는 “사랑해. 하지만 도망쳐. 아이들한테 아빠가 사랑한다고 전해줘”라고 말했다. 그녀는 도망쳤다가 다시 제임스 씨를 찾았고 그는 어깨, 가슴, 엉덩이에 총탄을 맞았지만 다행히 급소를 비켜가 목숨을 구했다. 영국인 토니(52)와 크리스 캘러헌 씨(62) 부부는 각각 다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테러범이 쏜 다른 총탄이 부인 크리스 씨의 핸드백에 들어있던 선글라스 보관함에 박히면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해변에서 총을 난사한 테러범은 이어 호텔 수영장과 로비로 달려가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다. 호텔로 도망친 사람들은 객실과 화장실 등에 숨어 공포에 떨어야 했다. 테러범은 호텔 주차장에서 경찰 저격수에게 두 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이 테러로 최소 38명이 죽었고 39명이 부상했다. 튀니지 정부는 사망자 38명 중 신원이 확인된 10명은 영국인 8명, 독일과 벨기에인 각 1명이라고 밝혔다.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외교차관은 27일 “이 사건은 52명이 목숨을 잃은 2005년 7월 런던 기차역 폭탄테러 이후 최악의 테러”라며 “최소 15명의 영국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IS는 사건 직후 트위터를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칼리프의 전사 아부 야흐야 알꾸이라와니가 IS의 적을 상대로 공격을 감행했다”며 테러범이 두 자루의 AK-47 소총을 세워두고 웃는 사진을 공개했다. 공학을 전공하는 튀니지 대학생인 레즈구이는 IS의 교리에 심취해 있었고, 스페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열성 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IS에서 훈련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6일 튀니지와 프랑스 리옹 등에서 일어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의 동시다발 테러에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은 반(反) 테러 연대를 강조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7일 오전 긴급안보회의를 열고 영국인을 노린 테러에 대한 대책을 강조했다. 또 이날 영국 전역에서 열리는 ‘군인의 날’ 기념행사와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 축제를 겨냥한 테러 경계조치를 강화했다. 29일은 IS가 국가 수립을 선포한 뒤 1주년 되는 날인데다 이슬람교도들이 ‘신성한 달’로 여기는 라마단 기간 중에도 IS가 계속해서 테러를 독려하고 있어 추가 테러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목을 참수한 시신을 공개한 파리 테러도 충격적이지만 유럽은 특히 튀니지의 유명 휴양지인 수스 해변에서 발생한 테러로 공포에 떨고 있다. 튀니지에 머물고 있던 영국인 2500여 명은 이 사건 직후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29일 외신들은 튀니지 테러상황을 소상히 보도했다. 수스의 임페리얼 마르하바 호텔과 벨레뷰 호텔 앞 해변이 살육의 현장으로 변한 것은 26일 정오 무렵. 아름다운 지중해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총소리에 놀라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수스 해변은 유럽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다. 테러범 사이프 알딘 알 레그쥐(23)는 마치 휴양객처럼 해변에 접근해 선베드에 앉아 파라솔을 펼쳤다. 이 때까지만 해도 검은색 트렁크 수영복에 검은색 셔츠를 입은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레그쥐는 AK-47 소총을 꺼내들더니 사람들을 조준해 쏘기 시작했다. 이 총성은 약 5분간 이어졌다. 한 관광객은 “처음에는 어디서 불꽃놀이를 하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그것이 총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 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CNN에 전했다. 당시 해변에 있었던 영국인 매튜 제임스 씨는 총소리를 듣고 자신의 몸으로 약혼녀 새라 윌슨을 가렸다. 총알 3발을 맞은 상태에서도 연인에게 빨리 도망치라고 당부했다. 그는 “사랑해. 하지만 도망쳐. 아이들한테 아빠가 사랑한다고 전해줘”라고 말했다. 그녀는 도망쳤다가 다시 제임스 씨를 찾았고 그는 어깨, 가슴, 엉덩이에 총탄을 맞았지만 다행히 급소를 비켜가 목숨을 구했다. 영국인 토니(52)와 크리스(62) 캘러한 씨 부부는 각각 무릎과 다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테러범이 쏜 다른 총탄이 부인 크리스의 핸드백에 들어있던 선글라스 보관함에 박히면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해변에서 총을 난사한 테러범은 이어 호텔 수영장과 로비로 달려가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다. 호텔로 도망친 사람들은 객실과 화장실 등에 숨어 공포에 떨어야 했다. 테러범은 호텔 주차장에서 경찰 저격수에게 두 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이번 테러로 최소 38명이 죽었고 39명이 부상당했다. 튀니지 정부는 사망자 38명 중 신원이 확인된 10명은 영국인 8명, 독일인과 벨기에 아일랜드인 각 1명이라고 밝혔다.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외무부 차관은 27일 “이 사건은 52명이 목숨을 잃은 2005년 7월 런던 기차역 폭탄테러 이후 최악의 테러”라며 “최소 15명의 영국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IS는 사건 직후 트위터를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칼리프의 전사 아부 야흐야 알카이라와니가 IS의 적을 상대로 공격을 감행했다”며 테러범이 두 자루의 AK-47 소총을 세워두고 웃는 사진을 공개했다. 공학을 전공하는 튀니지 대학생인 레그쥐는 IS의 교리에 심취해 있었고, 스페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열성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IS에서 훈련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최창봉기자 ceric@donga.com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올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 5개월 만에 프랑스에서 또다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보이는 테러가 일어나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튀니지에서도 지중해 연안 휴양지 호텔에서 무장괴한의 공격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최소 27명이 숨지는 테러가 발생했다. 26일(현지 시간) 오전 10시경 프랑스 동남부 리옹 인근의 이제르 주 생캉탱 팔라비에에 있는 가스 공장에서 범인 2명이 차량을 몰고 정문을 전속력으로 들이받은 뒤 폭발물을 터뜨렸다. 사건 이후 공장 정문에는 참수된 시신 한 구가 발견됐으며 2명이 폭발로 부상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날 참수된 사람은 운송 회사 간부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경찰은 “참수된 머리가 공장 정문에 걸려 있었으며, 머리를 제외한 시신은 공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참수된 머리에는 아랍어 문구가 적혀 있었으며, 시신 주변에서는 아랍어 글씨가 적힌 흰 깃발과 검은 깃발 2개가 발견됐다. 용의자 중 한 명은 프랑스 리옹에서 남동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서 붙잡혔다. 체포 당시 야심 살림(35)으로 이름이 알려진 범인은 폭발물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일간지인 ‘르 도피네 리베레’는 “범인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소속이라고 자처했다”고 전했다. 사건 현장을 방문한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범인은 2006년부터 이슬람 급진주의 단체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돼 2년간 당국의 감시를 받아 왔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당국은 이날 살림과 함께 달아나던 범인 1명을 사살했다. 테러가 일어나자 벨기에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 명백한 테러다. 우리는 절대 이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튀니지의 지중해 연안 휴양지인 수스의 호텔에서 26일 오후 무장괴한들의 공격으로 최소 27명이 사망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튀니지 내무부는 괴한 2명이 해안가와 접한 호텔 2곳에서 총을 난사했다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이설 기자}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2006년부터 2012년 사이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등 프랑스 전현직 대통령 3명의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는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 나타나자 미국이 ‘프랑스 달래기’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폭로 보도 하루 뒤인 24일 올랑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프랑스 엘리제 궁은 이날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두 동맹 사이에 과거에 발생한 있을 수 없는 관행들을 중단시키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올랑드 대통령에게 ‘미국은 당신의 통화나 다른 통신 수단을 감청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해 “프랑스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백악관 측의 해명이 불충분하다며 NSA가 다른 프랑스 외교 관계자들의 e메일이나 대화 내용을 여전히 감청하는지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미국이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프랑스가 미국의 감청에 법적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어산지는 24일 프랑스 TF1에 출연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감청이 폭로된 이후에도 NSA가 프랑스 전현직 대통령들에 대한 도·감청을 계속했다”며 “프랑스가 독일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 의회는 감청 활동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고, 검찰총장은 내사를 거쳐 미국의 도·감청 활동에 대해 기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어산지는 “지금까지 공개한 것보다 더 강력한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고 추가 폭로를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독일 검찰은 2013년 미국 NSA가 2002년부터 10년 이상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해 왔다는 사실이 에드워드 스노든 전 NSA 직원에 의해 폭로되자 수사를 시작했지만,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단한 바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2006년부터 2012년 사이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등 프랑스 대통령 3명의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는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이 나타나자 미국이 ‘프랑스 달래기’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폭로 보도 하루 뒤인 24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이날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두 동맹 사이에 과거에 발생한 있을 수 없는 관행들을 중단시키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밝혔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올랑드 대통령에게 ‘미국은 당신의 통화나 다른 통신수단을 감청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하기 전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해 “프랑스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백악관 측의 해명이 불충분하다며 NSA가 다른 프랑스 외교 관계자들의 이메일이나 대화 내용을 여전히 감청하는지 여부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는 미국이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프랑스가 미국의 감청에 법적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어산지는 24일 프랑스 TF1에 출연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감청이 폭로된 이후에도 NSA가 프랑스 전현직 대통령들에 대한 도감청을 계속했다”며 “프랑스가 독일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 의회는 감청활동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고, 검찰총장은 내사를 거쳐 미국의 도감청 활동에 대해 기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어산지는 “지금까지 공개한 것보다 더 강력한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고 추가 폭로를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독일 검찰은 2013년 미국 NSA가 2002년부터 10년 이상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해왔다는 사실이 에드워드 스노든 전 NSA 직원에 의해 폭로되자 수사를 시작했지만,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단한 바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복지 의존하는 수십만명 일하게해低세금-低복지 구조로 바꿀 것”野-국민은 반발… 10만명 항의시위“많은 세금을 물려 복지 혜택을 늘리는 영국 사회를 반드시 개혁할 것이다.” 영국 보수당 정부를 이끄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복지 혜택 축소’ 전쟁에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22일 연설에서 “저소득층에게서 세금을 받은 다음 그들에게 복지 혜택이라며 돈을 주는 터무니없는 ‘회전목마(merry-go-round)’를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복지 혜택에 의존하는 수십만 명의 영국인을 일자리로 돌려보내겠다”고 덧붙였다. 캐머런 총리는 앞서 ‘1.4.7’을 언급하며 정부의 복지 축소 계획을 밝혔다. 영국의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에서 각각 1%와 4%인 데 비해 영국의 복지 지출은 세계 복지 지출의 7%를 차지해 ‘복지 과잉’ 상태라는 것이다. 영국의 복지 개혁은 우선 재정 건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수당 정부는 지난 총선에서 2017년까지 복지 지출에서 120억 파운드(약 21조 원)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보수당은 당시 2018∼2019 회계연도에 재정흑자로 돌려놓겠다고 공약했다. 성공하면 18년 만의 재정흑자다. 캐머런 총리는 공약에서 “앞으로 5년간 증세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재정 흑자에 도달하려면 ‘적게 걷고 적게 쓰는’ 방법밖에 없다. 영국 정부의 현재 사회보장 예산은 2200억 파운드로 전체 예산의 약 30%를 차지한다. 보수당은 우선 근로 연령층 가구에 대한 연간 복지혜택 한도를 2만6000파운드(약 4500만 원)에서 2만3000파운드(약 4000만 원)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근로자 세액 공제를 포함한 모든 세금 감면 제도를 전면 손질할 계획이다. 복지 혜택 삭감의 불똥이 근로자들에게 튈 것이 우려되자 영국 정부는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약속했다. 복지 지출 120억 파운드 삭감 외에 정부부처별 지출도 130억 파운드(약 23조 원)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 탈세 억제를 통해 50억 파운드(약 8조 원)를 확보하는 등 모두 300억 파운드(약 51조 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복지 축소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달 20일 전국에서 약 10만 명의 반(反)긴축 시위자들이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런던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대 7만여 명이 피켓을 들고 행진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글래스고와 리버풀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시위에는 노동당 당수 도전에 나선 제러미 코빈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참여했다. 시위를 주도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모임’의 스티븐 터너 대표는 “보수당이 건강보험과 보건복지정책, 교육과 공공서비스 등에서 끔찍하고도 파괴적인 긴축을 추진하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과 이언 덩컨스미스 고용연금부 장관은 21일 선데이타임스에 공동기고문을 실어 ‘복지축소론’을 옹호했다. 두 장관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해로운 복지 의존 문화’를 개혁하는 것이 영국의 미래에 대비하는 우리 임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장관은 “전체 복지 지출 대비 근로계층의 복지 비중이 1980년대 복지 지출 전체의 8%, 1990년 10% 미만이었지만 2010년 거의 13%로 올라섰고 최근 5년간의 긴축에도 2019년에는 12.7%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공방이 가열되자 현지 언론들은 “영국의 복지 축소 실험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 씨가 1년 1개월 만에 석방됐다. 프랑스 베르사유 항소법원 재판부는 23일 섬나 씨에 대해 보석을 허가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도록 결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섬나 씨가 프랑스에서 출국하지 말 것과 1주일에 3번씩 파리 관할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을 지시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섬나 씨가 지난해 5월 체포된 이후로 혼자 살고 있는 18세 아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졌다”며 “구속 상태가 1년 넘게 됐으므로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검찰은 섬나 씨가 석방될 경우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했다. 베르사유 항소법원은 올 9월 15일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섬나 씨의 범죄인 인도 재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