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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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5-11-30~2025-12-30
문화 일반52%
문학/출판23%
연극13%
교육3%
무용3%
산업3%
학술3%
  • “정치가 만든 공포에 맞서 대항력 키워야”

    “정치는 타인에 대한 공포심을 조작해 권력을 가집니다. 낯선 것에 공포가 아닌 편안함을 느끼고, 정치가 만든 공포에 대항하는 힘을 갖게 만드는 것이 축제의 목적입니다.” 빈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프리 라이젠(64·사진)은 공연축제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벨기에 출신의 라이젠은 유럽 현대 공연예술계의 대모. 유럽 문화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라스뮈스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라이젠은 “승자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며 “이를 위해 사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해 비전을 도출하는 예술가를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젠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예술가를 초청해 다양한 시각을 조명하는 데도 주력해왔다. 그는 예술가도 작품을 관객과 공유하려 애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이젠은 “지난 수십 년간 현대예술은 지적인 것에만 집중한 결과 너무 난해해져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돼 버렸다”며 “머리와 이성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본능과 감성으로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1951년 시작된 빈 페스티벌은 연극, 클래식 음악, 미술, 무용,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40여 개 프로그램이 5, 6월 펼쳐지는 세계적 종합 예술 축제다. 페스티벌 기간에 빈을 찾는 관람객은 20여만 명에 이른다.빈=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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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好통/손효림]‘뮤지컬 한류’ 가능성 연 ‘프랑켄슈타인’의 성공

    대형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18일 막을 내렸다.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제작비 40억 원을 들여 만든 이 작품은 3월 11일부터 89회 공연되며 관객수 8만 명을 기록했다. 뮤지컬계에선 “영화로 치면 ‘1000만 관객’ 급 대박”이라는 평도 나온다. 창작 뮤지컬은 초연에 제작비만 회수해도 성공이라고 보는데 ‘프랑켄슈타인’은 수억 원의 수익까지 냈다. 중국, 일본 등으로 수출도 예정돼 있다. 이는 프랑켄슈타인이 삶과 죽음,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빠른 이야기 전개와 화려한 무대 미술을 선보이며 재미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처럼 흥행과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프랑켄슈타인의 성공 비결은 뭘까? 영리한 창작자와 실력파 배우들의 결합이 그 열쇠였다. ‘삼총사’ ‘잭 더 리퍼’ 등 라이선스 뮤지컬을 통해 경험을 쌓은 왕용범 연출가는 널리 알려진 소재를 재창작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류정한 유준상 이건명 박은태 한지상은 탄탄한 기량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주목할 부분은 중구청 산하 공공극장인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뮤지컬 공연 기간이 대개 2∼3개월로 짧아 검증되지 않은 창작 뮤지컬에 민간 자본이 대규모로 투자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창작 뮤지컬은 막강한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 배우를 기용하지 않는 한 대부분 중소규모 작품에 머물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건만 주어진다면 한국에서도 잘 만든 대형 창작 뮤지컬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런 시도가 민간 자본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가요가 불러일으킨 한류 열풍을 창작 뮤지컬이 가속화시킬 수 있다. 그 첫 테이프를 ‘프랑켄슈타인’이 끊었다. 뒤를 이을 후속 주자가 나와야 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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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전히 무너지고 미칠거예요, 내 색깔의 모차르트로”

    “모차르트의 광기와 천재성, 괴팍함을 더 도드라지게 표현할 겁니다. 완전히 무너지고 미쳐볼 거예요. 내가 느낀 모차르트 그대로요.”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임태경(41)에게서는 ‘새삼스런’ 흥분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는 다음 달 14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모차르트!’의 주연을 맡았다. 2010년 초연 이후 네 번째 만나는 모차르트. 하지만 영국 출신 연출가인 에이드리언 오스먼드가 새로 맡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요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대 디자인도 모두 다시 만들었다.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의 천재성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방황에 초점을 맞춰 록과 팝, 재즈 등 다양한 음악으로 풀어낸 뮤지컬. 모차르트 역엔 그와 박은태, 가수 박효신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이번 공연에선 모차르트가 자신을 고용한 콜로레도 대주교와 대립하는 내용이 강화됐어요. 노래도 음정 가사 박자 모두 원곡에 충실하게 조금씩 바뀌었고요.” 그는 조금씩 바뀐 곡을 부르는 게 새롭게 노래를 배우는 것보다 열 배는 더 어렵다며 ‘엄살’을 부렸다. “이전의 노래가 자꾸 튀어나와요. 미치겠어요. 초연부터 함께 공연한 박은태 씨와 둘이서 이번에 처음 합류한 가수 박효신 씨를 부러워한다니까요.” 그는 인물 분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차르트가 너무나 잘 이해된다고 했다. “제가 공학을 전공했는데, 모차르트의 음악은 수학적으로 매우 잘 표현돼 있어요. 분석하다 보면 정말 재미있어요. 방정식처럼 짜여져 여기에 2를 더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은 음악이 딱딱 나오죠.” 미성에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그는 스스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 때문에 맡은 인물 자체가 되도록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황태자 루돌프’를 할 때는 황태자처럼 행동했죠. 동료들에게 수시로 ‘밥차를 쏴서’ 밥값만 1700만 원을 썼다니까요(웃음). 요즘은 연습실 구석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요. 인사도 잘 안 하게 되고요.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재수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이미 저의 모차르트는 시작됐어요.” 수재들의 모임 멘사 가입이 가능한 아이큐를 지닌 그는 뭐든 분석한다. 운동을 할 때도 어떤 심박수에서 칼로리 소모가 극대화되는지, 근육을 키우는 데 효과적인지 파악했다. 카지노에서는 20달러로 7000달러를 딴 적도 있다. 확률을 파악한 덕분이다. 대학 때 부전공으로 성악에 법학까지 공부할 정도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삶이 몸에 배어 있다. “중학교 때 백혈병을 앓았어요. 의사가 부모님에게 장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대요. 의식이 돌아온 뒤 회복됐고 내가 왜 살아났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루하루가 보너스 같았죠. 치열하게 몰입하는 건 당연했고요.” 하지만 사는 건 만만치 않았다. 2011년 목소리가 안 나왔다. 감기에 걸려도 노래가 가능했던 그였지만 말소리조차 안 나왔다. 이후 스페인 독일 미국을 다니며 발성 코치를 만나 치료하고 목을 다치지 않게 소리 내는 법을 배웠다. 목소리를 찾았지만 그는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며 무대에 섰어요. 그런데 그건 오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속적인 행복은 다른 사람이 줄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다시 찾아야 해요. 어디로 튈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하하.” 6월 14일∼8월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13만 원, 02-6391-6333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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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상받으려는 어머니, 벗어나려는 딸

    어머니와 딸. 누구보다 가깝지만 때때로 서로를 구속한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격정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풀어낸 폴란드 연극이 국내 관객을 만난다. 16,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연극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겪은 뒤 딸에게 상처를 쏟아내는 유대계 폴란드인 어머니와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딸의 이야기를 다뤘다 연극 강국인 폴란드의 대표적인 연출가 얀 클라타(41)가 자국 소설가 보제나 케프의 동명 작품을 연극으로 만들었다. 클라타는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픔과 희생을 딸에게서 보상받으려는 어머니와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딸을 통해 국가와 개인,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을 조명했다”고 말했다. 미리 공개한 작품 영상에서 검은 원피스에 빨간 하이힐을 신은 어머니와 딸은 탯줄처럼 머리카락이 연결된 채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6명의 배우들은 고정된 배역을 맡는 대신 작품 도중 어머니 역 배우가 딸을 연기하기도 하고, 딸 역할의 배우가 어머니 역을 맡기도 한다. 어머니도 한때 딸이었음을, 딸도 결국 어머니가 된다는 것을 독특한 형식을 통해 표현했다. 배우들은 노래하듯 대사를 뱉어내고 대사를 하듯 노래를 부른다. 오페라, 가스펠 음악도 활용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사회적 이슈를 파격적이면서도 도발적으로 풀어내는 클라타 특유의 감성을 맛볼 수 있다. 영화 ‘에일리언’ ‘반지의 제왕’ ‘툼 레이더’의 캐릭터와 대사도 등장한다. 어머니가 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퍼부어대면 딸은 “죽음의 늪을 조심하세요, 프로도 나리!”라며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대사를 외친다. 클라타는 “어머니가 쏟아내는 말을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물처럼 느낀 딸이 영화 속 환영들이 출몰하는 늪지대인 ‘죽음의 늪’에 빗대 현대의 언어로 되받아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국과 희생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에 저항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클라타는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여기는 것들을 비판하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팽배하고 있는 무의미한 애국주의에 대해 의심하고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3만∼7만 원. 02-2005-011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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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코리아타임스

    ◇코리아타임스 ▽편집국 △국차장 박윤배 △경제부장 겸 금융팀장(부국장) 조재현 △정치부장(부국장대우) 심재윤 △편집위원(부장) 김지수 △사회부장직대 나정주 △뉴미디어부장〃 김동형 △문화부장〃 도지혜 △경제부 산업팀장 김태규 △경제부 IT〃 김유철 △체육〃 김태종}

    • 201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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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한동원 언론중재위 초대 사무총장 별세

    한동원 언론중재위원회 초대 사무총장(사진)이 3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고인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서울신문 편집국장대우, 한국언론연구원장,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 부인 하귀선 씨와 아들 승윤(삼성엔지니어링 수석), 준열 씨(개인사업)가 있다. 빈소는 경기 고양시 일산백병원, 발인은 9일 오전 7시. 031-910-7444}

    • 201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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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원파 탤런트 전양자씨, MBC 드라마서 하차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는 원로 탤런트 전양자(본명 김경숙·72·사진) 씨가 출연 중인 MBC 드라마에서 하차한다. MBC 일일드라마 ‘빛나는 로맨스’ 제작진은 7일 이 드라마에 출연 중인 전 씨가 사전 촬영한 녹화분이 방송될 예정인 16일 99회 차를 마지막으로 드라마에서 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녹화한 내용을 편집해 드라마 전개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전 씨 배역을 빼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로 알려진 국제영상과 노른자쇼핑, 금수원(경기 안성의 구원파 수련원)의 대표를 맡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출국 금지된 전 씨를 조만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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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려라, 챙! 소리 낼 그 순간을 위해

    《 살아오면서 절정의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기다림과 절정의 의미를 그린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산울림소극장에서 8일부터 공연되는 2인극 ‘챙!’이다. 중견배우 손봉숙(58) 한명구 씨(54)가 호흡을 맞추는 이 신작은 이강백 씨가 극본을 쓰고 임영웅 심재찬 씨가 연출을 맡았다. ‘챙!’은 교향악단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이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지 1년 후 그의 아내와 교향악단 지휘자가 만나 함석진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배우를 2일 산울림소극장에서 만났다. 》▽손봉숙=명구 씨와 같은 무대에 서는 게 두 번째네요. 첫 작품이 ‘동지섣달 꽃 본 듯이’(1991년)였으니까 그게 벌써 23년 전이군요! ▽한명구=‘동지섣달…’도 이강백 선생님이 쓰셨죠. 재미있는 인연이에요.(웃음) ‘챙!’은 대본을 받아들고는 순식간에 읽었어요. ▽손=저도 한 호흡에 읽었어요. 삶의 희로애락을 밝고 경쾌하게 풀어낸 작품이에요. 아내 이자림이 20대에 함석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생을 돌아보잖아요. 함석진은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미술을 전공했지만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부모님의 유학 권유를 거부한 이자림은 현실적이고 현명해요. 부모님의 반대에도 함석진과의 결혼을 밀어붙이는 강단도 있고요. ▽손=동감이에요. 극중 명구 씨가 지휘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걸 보면서 명구 씨가 참 재주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지휘는 어떻게 배웠어요? ▽한=동영상을 보고 독학했어요. 정명훈 씨가 라벨의 ‘볼레로’를 지휘하는 걸 보니 매우 부드럽고 화려하대요. 그러면서도 음악을 잘 이끌어내고요. 저는 음악에 맞춰 춤춘다는 생각으로 지휘해요.(웃음) ▽손=‘챙!’은 내용이 쉬우면서도 철학적이에요. ▽한=인생과 심벌즈 연주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죠. 심벌즈 연주자는 묵묵히 정확하게 박자를 세면서 심벌즈를 칠 순간을 기다리잖아요. ▽손=‘인생이란 오케스트라의 심벌즈 연주와 같다. 박자를 세면서 기다려라. 반드시 ‘챙’ 하고 울릴 순간이 온다’는 대사는 들을 때마다 찡해요. 명구 씨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절정이라고 여겨진 순간이 있었나요? ▽한=글쎄요. 마지막에 가야 절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죽을 때 ‘씨익’ 웃을 수 있으면 그게 절정이 아닐까요. 선배는요? ▽손=저는 절정을 기다려요. 기쁨도 슬픔도 지금까지 겪었던 것보다 더한 것이 올 수 있으니까요. ▽한=함석진의 시신은 결국 못 찾잖아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실종자 얘기를 하는 게 조심스러워요. 하지만 저는 ‘함석진 씨는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는 대사가 가슴에 많이 와 닿아요. 심벌즈를 후임자에게 넘기는 건 함석진이 계속 이어진다는 걸 의미하잖아요. 죽음은 육신의 문제일 뿐 정신은 면면히 이어지는 거죠. ▽손=단 한 사람만 그 사람을 생각해도 그는 죽은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함께 보낸 시간, 공간에서 그 사람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봐요. 명구 씨가 심벌즈를 치는 장면에서는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보시는 분들도 가슴속 아픔을 풀고 가면 좋겠어요. 8일∼6월 8일. 3만 원. 02-334-591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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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판소리 보유자 성우향 명창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인 성우향 명창(본명 성판례·사진)이 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동편제 대가인 고인은 춘향가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됐으며 여성 명창으로는 드물게 굵고 우렁찬 소리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진 양성에 힘써 판소리연구소를 운영하며 100명이 넘는 명창을 배출했다.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판소리 장원을 했으며 KBS국악대상 판소리상과 대상을, 방일영국악상을 각각 수상했다.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한국판소리보존회 이사장을 지냈다.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발인 3일 오전 5시 반, 02-440-8912}

    • 201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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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연극상 휩쓴 ‘알리바이…’ 앙코르 공연

    지난해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희곡상 연기상(남명렬) 3관왕에 오른 ‘알리바이 연대기’가 앙코르 공연에 들어갔다. 연출가 김재엽 씨(41)가 아버지와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희곡으로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17∼20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됐을 때 보조석까지 매진됐다. 현재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 중으로, 벌써 다섯 회 차 공연이 매진된 상태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개인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촘촘히 그려낸다. 시종일관 웃음과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 찡한 울림을 준다. 연극의 화자는 김재엽 자신이다. 광복과 6·25전쟁, 5·16 격동의 현장에서 주동자가 아닌 관찰자로 살았던 아버지 김태용(남명렬)의 인생을 추적한다. 83학번인 형(이종무)과 92학번인 재엽(정원조)을 통해 1980, 90년대 학생운동의 단면도 담아낸다. 이야기는 100% 사실에 토대를 뒀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아버지가 젊은 시절 동향 선배에 같은 포병장교 출신인 박정희(지춘성)와 마주친다. 아버지가 박정희의 선글라스를 껴보겠다며 장난치는 것도 실제 있었던 얘기라고 한다. 무대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군대 시절 사진, 가족사진도 진짜다. 아버지는 애지중지 모은 책을 모교인 경북대에 기증했고, 경북대는 도서관에 아버지 이름을 딴 서가 ‘태용문고’를 만들었다. 무대는 이를 그대로 재현했다. 무대 위 아버지의 서재에 꽂힌 책(상당 부분은 사진이다)도 ‘태용문고’ 사진을 썼다. 김재엽 씨는 “개인사와 현대사를 함께 조망했는데 개인사를 허구로 만들면 이야기의 힘이 약해져 역사에 묻힐 것 같았다”고 말했다. 5월 11일까지. 1만∼3만 원. 02-745-4566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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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우 ‘천의 연기’ 인기폭발… ‘헤드윅’ 초연 140번 본 관객도

    ‘지킬 앤 하이드’(이하 ‘지킬’)와 ‘헤드윅’. 국내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뮤지컬계에 이정표를 세운 작품이다. ‘지킬’(2004년 초연)은 올해로 만 10주년을 맞는다. ‘헤드윅’(2005년 초연)은 올해 10년 차에 접어든다. 대극장 공연인 ‘지킬’은 지금까지 900여 회 공연되며 누적 관객 90여만 명을 기록했다. 중소극장 공연인 ‘헤드윅’은 1400여 회 공연돼 누적 관객 40여만 명을 자랑한다. ‘헤드윅’은 다음 달 13일부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백암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지킬’은 올해 11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공연을 준비 중이다. 10년을 이어온 두 작품이 뮤지컬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 스타 배우 시대 시작 “흥신소를 운영하다 노란 집으로 갑니다.” 올해 2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마지막 공연에서 조승우가 남긴 암호 같은 인사말에 객석 여기저기서 “꺄악∼!” 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SBS 드라마 ‘신의 선물’에서 흥신소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역을 맡은 후 노란색 건물인 백암아트홀에서 ‘헤드윅’을 공연한다는 의미였다. 조승우는 이에 대해 “헤드윅을 통해 많은 걸 느끼고 성장했다”며 “작품 속에서 보물 같은 감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헤드윅’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작품 모두 초연 무대에 선 조승우는 ‘조드윅’ ‘조지킬’로 불리며 매진 신화를 만들었다. 뮤지컬 배우의 티켓 파워가 본격화한 기점이 됐다. 두 작품은 스타급 배우의 등용문이었다. 오만석 엄기준 조정석 김다현 송용진이 ‘헤드윅’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홍광호 김우형은 ‘지킬’을 통해 톱스타로 떠올랐다. 두 작품은 남자 배우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김수현은 “‘헤드윅’ 무대에 서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준수도 “‘헤드윅’과 ‘지킬’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엄기준은 e메일 아이디를 ‘jekyll666’으로 쓸 정도로 ‘지킬’을 고대했다.○ 회전문 관객-스릴러 확산 같은 공연을 반복해서 보는 ‘회전문’ 관객도 두 작품을 통해 생겨났다. ‘헤드윅’ 제작사인 쇼노트의 송한샘 이사는 “초연 때 ‘뒥(헤드윅) 다방’ 쿠폰을 만들어 10번 관람하면 무료 공연 쿠폰 1장을 제공했는데 14장을 모은 관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상업성 논란을 불러왔지만 배우 4명을 주연으로 내세운 ‘쿼드러플 캐스팅’도 등장했다. ‘헤드윅’ 초연 당시 조승우 송용진 오만석 김다현을 발탁한 것.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은 “더블 캐스팅 정도만 있었던 당시 뮤지컬계에서 4명을 동시에 발탁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이후 주연을 3명 이상 캐스팅하는 현상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헤드윅’에 최다(314회) 출연한 송용진은 “공연 내내 무대에 서는 데다 즉흥 연기가 많이 들어가, 배우에 따라 작품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배우별 공연을 모두 보러 오는 관객이 많다”고 말했다. 두 작품은 뮤지컬 소재를 스릴러, 동성애로 확산시켰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지킬’의 성공 이후 ‘잭 더 리퍼’ ‘셜록홈즈’ ‘프랑켄슈타인’ 등 스릴러가 주요 장르로 자리 잡았고 동성애 코드가 등장하는 ‘쓰릴 미’ ‘마마 돈 크라이’ ‘풍월주’는 ‘헤드윅’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헤드윅’은 5월 13일∼9월 28일, 5만∼6만9000원. 02-749-9037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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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역경을 넘어 자신만의 낙원을 찾아낸 ‘섭섭이’

    결혼을 통해 현실 탈출을 꿈꾸는 여성은 늘 있었다. 1897년 경상도 보조개골에서 태어난 섭섭이도 그랬다.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이름조차 갖지 못했다. 그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보배라는 의미의 ‘진(珍)’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선생님을 통해 섭섭이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다. 하지만 그럴수록 현실은 더욱 숨 막힐 뿐이었다. 기회가 왔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조선인 남성이 진이의 사진을 보고 신부로 맞기로 한 것. 그렇게 수많은 조선의 여성들이 ‘사진신부’가 돼 하와이로 갔다. 하지만 길에 금이 깔린 파라다이스는 없었다. 기다리고 있는 건 남편의 폭력뿐. 진이는 남편에게서 도망쳐 홀로서기를 감행한다. 집창촌에서 바느질을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삶의 길목마다 예상치 못한 고비가 이어지지만 진이는 묵묵히 헤쳐 간다. 미국인이 쓴 소설이지만, 조선의 풍속을 세밀하게 묘사해 읽는 재미를 준다. 하와이에서 벌어지는 인종 갈등과 소수민족이 처한 현실도 밀도 있게 짚어냈다. 인생의 폭풍우를 뚫고 조금씩 나아가는 진이의 모습이 담백한 문장을 통해 속도감 있게 그려진다. 100년이 지난 지금,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여성에게서 ‘사진신부’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러기에 진이의 인생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한국에서 힘겹게 뿌리내리고 있는 수많은 진이에게 보내는 응원 같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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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력은 마법같은 것… 마음껏 꿈꾸고 즐기세요”

    《 “예측하기 힘든 열정과 사랑의 속성을 깊이 이해한 작품이에요. 인간의 상상력이 가진 창의성과 위험도 동반하고 있죠.” 25∼27일 공연되는 셰익스피어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을 연출한 톰 모리스(50)는 이 작품의 매력을 이렇게 소개했다. 모리스는 ‘워 호스’ ‘제리 스프링어: 더 오페라’ 등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영국 연출가다. 모리스의 ‘한여름 밤…’은 2월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세계 투어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마무리된다. 지난달 국내에 영상으로 선보였던 ‘워 호스’에 이어 ‘한여름 밤…’ 티켓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모리스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              ‘한여름 밤…’은 현실 세계와 요정 세계가 겹친 숲에서 연인들과 요정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모리스는 이 작품에 인형을 등장시켜 더욱 몽환적인 세계를 그려냈다. ‘워 호스’에도 인형이 등장했다. 두 작품 모두 남아프리카공화국 극단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와 함께 작업한다. “‘워 호스’는 1차 세계대전의 이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려 했기 때문에 말과 거위를 실제 크기로 만들었어요. 반면 ‘한여름 밤…’은 요정의 숲에서 일어나는 소동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상징성을 높이기 위해 디테일을 생략하고 실루엣만 남겨뒀어요.” 자신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사람들이 인형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무대에 등장한 사물을 ‘퍽’이라는 요정이라고 상상한다면 그건 이미 하나의 생명을 창조한 거예요. 인형이 가진 특별한 힘이죠. 잊고 있었던 어릴 적 순수함이 깨어납니다.” 그의 작품은 무대 장치가 간소하다. ‘워 호스’에서는 막대기 몇 개만으로 농장, 마시장 등 다양한 장소를 표현했다. ‘한여름 밤…’ 역시 커튼과 막대기로 만든 간단한 장치뿐이다. 그는 “빈 공간은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선물한다”고 했다. 모리스의 작품은 모험적이며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헨리 5세’에 나온 문장은 영감의 원천 가운데 하나다. ‘우리들의 미흡함은 여러분의 상상으로 채워주십시오. 한 사람의 배우가 등장하면 천군만마가 등장한 것으로 상상해주십시오. 우리가 말이라는 대사를 할 때, 그 말들이 자랑스럽게 말발굽을 대지에 찍으며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해주십시오.’ 그는 요즘 월드컵에 관한 연극을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뉴욕에서 오페라 ‘데스 오브 클링호퍼’의 재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좋은 연출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상상력을 믿으세요. 자신의 아이디어가 천천히 발전해 나가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아름다운 아이디어는 마치 크리스털처럼 천천히 세공되기 마련이거든요.” 그는 한국 관객에게 마음껏 상상하고 즐기라고 당부했다. 그러고는 그가 좋아하는 ‘한여름 밤…’ 대사를 소개했다. ‘강력한 상상력은 너무도 교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어서 어떤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 즐거움을 가져다줄 어떤 실체를 생각해낸단 말이오.’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4만∼5만 원. 02-2280-411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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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단신]연극 ‘푸르른 날에’ 外

    ■연극 ‘푸르른 날에’ 5·18 민주화항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민호는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이상을 겪다 결국 불가에 귀의한다. 세월이 흘러 딸 운화의 결혼 소식을 들은 민호는 끊을 수 없는 인연에 가슴 아파한다. 고선웅 연출. 김학선 정재은 정승길 이영석 호산 이명행 조윤미 출연. 26일∼6월 8일.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2만 5000원. 02-577-1987■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6·25전쟁 중 국군대위 한영범은 부하 신석구와 함께 배로 인민군 포로를 이송하다 폭풍으로 무인도에 고립된다. 배를 수리할 수 있는 인민군 병사 순호가 악몽에 시달리자 영범은 순호를 달래기 위해 여신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박소영 연출. 진선규 최대훈 김종구 정문성 윤석현 이지숙 주민진 출연. 26일∼7월 27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5만∼7만 원. 1544-1555}

    • 201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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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다 핀 꽃망울들 위해” “선생님에게 체벌 받은적 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근로정신대’로 끌려가 페인트칠을 했습니다.”(84세 여성) “모자를 좋아합니다. 갖고 있는 모자만 30개가 넘습니다.”(70대 남성) 광주 시민 100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큐멘터리 연극 ‘100%광주’. 이 다큐 연극이 무대에 오른 19일 광주 북구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는 광주의 인구학적 특성을 대표하는 시민 100명의 자기 소개가 이어졌다. 광주 전체 인구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16%여서 30대는 16명이 됐다. 여성은 51명, 남성은 49명이었다. 외국인 비율은 1%여서 외국인 1명도 포함됐다. ‘100%광주’는 독일인 3명으로 구성된 다큐 연극 창작 그룹 ‘리미니 프로토콜’이 만든 작품이다. 다큐 연극은 일반인을 무대에 올려 그들의 실제 삶을 보여준다. ‘리미니 프로토콜’은 2008년 ‘100%베를린’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런던 멜버른 밴쿠버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초청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다. 광주는 18번째로, 한국 도시 가운데는 처음이다. 내년에 개관하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공연에서는 세월호 참사도 언급됐다. 한 중년 여성은 개나리꽃을 들고 나와 “채 피어나지 못한 이들에게 바친다”고 애도했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한 뒤 공연을 이어갔다. 여러 질문에 대해 ‘예’ ‘아니요’가 표시된 구역으로 가는 순서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웃의 이름을 안다’에 ‘예’ 구역으로 간 사람은 20여 명뿐이었다. ‘통일을 위해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겠다’에 ‘예’라고 답한 사람은 10여 명이었다. 이웃이 누군지 모른 채 살아가고 통일에 부담을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5·18을 목격했다’는 질문에는 20여 명이 ‘예’ 구역으로 갔다. 연출을 맡은 헬가르트 하우크 씨(45)는 “‘전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질문에 무려 80%가, ‘선생님에게 체벌을 받은 적이 있다’는 질문에 90%가 ‘예’라고 답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서 “다시 태어나면 ○○을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은 것도 의외였다. 공동 연출인 슈테판 카에기 씨(42)는 “한국이 성별이나 역할에 따른 강박관념이 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출가들은 또 ‘내가 사는 도시를 위해서 살인을 할 수 있다’는 질문에 단 한 명만이 ‘예’라고 답한 것도 특이했다고 말했다. 멜버른에서는 ‘그렇다’는 비율이 40%에 달했다. 이는 광주시민들이 군국주의를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하우크 씨는 “많은 관객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보며 한국인이 매우 적극적인 데다 스마트폰을 이렇게 많이 갖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고 했다. 그는 또 “연극은 인위적인 상황인데 이를 깨뜨려서 실제 현실이 무대에서 얼마나 구현되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26, 27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5만 원. 062-410-3633광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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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 여러분, 별 구경 실컷 하세요”

    프랑스 프로방스 산기슭 밤하늘에 하얗게 빛나는 별들. 칠흑 같은 우주에서 반짝이는 별들. 국내 초연되는 연극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이하 우주비행사)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는 11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들어서자 별이 쏟아져 내렸다. 무대 뒤에 설치한 영화관 스크린 크기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판은 별들로 가득했다. 유성이 떨어지는가 하면 은하수가 푸른빛을 뿜어냈다. 긴 제목이 말해주듯 이 작품에서는 비밀리에 발사된 우주선을 타고 12년간 떠도는 옛 소련 우주비행사 2명이 끊임없이 지구와 교신을 시도한다. 그들이 돌아가길 간절히 원하는 지구에서는 중년의 부부, 카페 주인, 은퇴한 우주과학자 등이 만나고 헤어진다. 고립, 집착, 방황, 허무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소통을 이야기한다. 연출가 이상우(63)는 스코틀랜드의 유명 작가인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최덕문 이희준 김소진 등 7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별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바닷가, 런던 히스로 공항, 노르웨이 오슬로 시내 등 대부분의 장면에서 별이 빛난다. 이상우 연출은 “각각의 궤도를 도는 행성처럼 우리의 삶도 서로 관련이 있는 듯 없는 듯 하나의 우주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며 “삶은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며 한 명 한 명은 애처롭게 빛나는 별이라는 생각에서 관객들에게 별을 실컷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원작에서 낮으로 설정된 장면도 모두 밤으로 바꿨다. 무대 장치는 최소화했다. 사다리로 만든 우주비행선과 발코니, 테이블, 의자가 전부다. LED 영상을 제작한 곳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밤하늘을 컴퓨터그래픽(CG) 작업한 모팩스튜디오. 이곳은 영화 ‘적인걸2’ ‘해운대’ ‘만추’,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등의 CG도 담당했다.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44)는 “‘별 그대’에서는 도시에서 보는 실제 밤하늘과 비슷하게 만든 데 비해 ‘우주비행사’에서는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원시 자연 상태에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지구의 자전으로 별자리가 이동하는 것도 반영했다. 에피소드별로 공연이 10분 정도 진행되는 동안 별들도 이동한다. 별들이 평평한 밤하늘이 아닌 둥근 밤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공간감을 살리고 진짜 별처럼 보이도록 반짝이는 모습에도 신경을 썼다. 런던 오슬로 프로방스 등의 풍경은 해당 지역 사진을 참고하되 실제 모습과 똑같이 만들기보다는 특징을 살렸다. 프로방스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오슬로와 런던은 밤 풍경이 주는 따뜻한 느낌을 강조했다. 16일∼5월 11일. 2만∼5만 원. 1644-200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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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訪韓때 ‘대한제국 국새’ 함께 올듯

    미국 정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5일 방한에 맞춰 ‘어보(御寶·왕실 의례용 인장)’와 국새(국가 공식인장) 9과(顆)를 한국에 돌려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때 어보와 국새 가운데 일부를 돌려주는 문제를 막바지 협의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어보는 조선왕실의 인장으로 왕과 왕비가 승하하거나 세자 책봉과 같은 중요한 의식 때 쓰는 예물용 인장이다. 어보가 의례용인 데 비해 국새는 공식 직인이다. 6·25전쟁 기간에 미군의 불법 반출로 사라졌던 이들 어보와 국새는 지난해 미국 수사당국이 참전용사 유족들로부터 발견해 압수했다. 여기엔 1897년 고종(광무황제)이 사용했던 ‘황제지보’와 조선시대 교지를 내리거나 관리 임명 때 쓰던 ‘유서지보’와 ‘준명지보’가 있다. 순종(융희황제)이 고종에게 태황제라는 존칭을 올리며 만든 ‘수강태황제보’도 있다. ‘수강태황제보’는 조선 왕실의 어보로 국보급이다. 이와 별도로 로스앤젤레스박물관이 수집가로부터 구매한 ‘문정왕후 어보’ 등 2과를 포함하면 미국에 모두 11과가 있다. 앞서 워싱턴 한인들은 백악관 청원사이트인 ‘위 더 피플’에 ‘한국 문화재-조선시대 어보 회수’라는 제목으로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손효림 기자}

    • 20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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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질 몸 vs 매끈한 몸

    마구간에서 17세 소년 앨런이 벌이는 전라의 정사신. 연극 ‘에쿠우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8마리의 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상반신 대부분을 드러내고, 앨런 역시 몸을 다 보여주기에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몸은 매우 중요하다. ‘에쿠우스’에서 나란히 주인공 앨런 역을 맡은 배우 지현준(36)과 전박찬(32)은 서로 다른 몸을 보여주고 있다. 지현준이 잔 근육까지 발달한 근육덩어리 몸이라면, 전박찬은 소년의 몸과 비슷한 매끈한 몸이다. 앨런 역이 확정된 지난해 말 두 배우는 어떤 몸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한승 연출은 두 배우에게 단지 “살을 빼라”고만 주문한 터였다. 지현준은 3년간 무용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 잔 근육이 이미 잡혀 있는 상태였다. 그는 피트니스 트레이너에게 소년의 몸을 만들 수 있는지 물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민을 거듭하다 병약하고 마른 말의 사진을 보게 됐어요. ‘이거다’ 싶었죠. 말을 정말 사랑해서 몸까지 닮은 앨런이 되자고 마음먹었어요.” 키 179cm에 75kg이었던 지현준은 하루 세 끼 닭가슴살, 고구마, 토마토만 먹고 줄넘기 2000개, 복근운동, 다리운동 등을 매일 2시간 동안 하며 3개월 만에 6kg을 뺐다. 지방이 빠지고 근육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잔 근육이 더 선명해졌다. 그가 조명 아래 서면 팔, 등, 배, 허벅지의 잔 근육이 또렷하게 보인다. “공연을 본 친구가 잔 근육이 앨런의 상처처럼 보인다고 말했어요. 채찍을 맞은 것처럼요. 고민한 흔적이 무대를 통해 나타나는구나 싶어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반면 전박찬은 근육을 만들지 않고 살을 빼 소년처럼 다소 밋밋한 몸을 만들었다. 키 168cm에 65kg의 그도 5kg을 줄였다. 스스로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말하는 그는 빵, 파스타, 케이크를 덜 먹으면서 매일 2시간 동안 복근운동과 달리기를 했다. “소년인데 몸이 근육질이면 어색할 것 같더라고요. 지현준 씨 몸이 앨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면 제 몸은 소년 같아서 좋았다고 말씀하신 관객도 있었어요. 근육질 몸매가 아니었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될지 몰랐어요. 하하.” 전박찬은 전라 연기를 본 관객들이 당황하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한다. 그는 “가장 원시적인 것을 드러내자고 마음먹으니 뭘 입고 뭘 벗었는지 잊게 되면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왔다”며 “관객들이 ‘전혀 야하지 않고 그 상황이 이해가 됐다’고 말해줘 정말 감사하다”라고 했다. 5월 17일까지. 서울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4만 원. 02-889-3561, 2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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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로드웨이로 돌진한 ‘한국의 돈키호테’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심장부에서 한국인이 만든 뮤지컬이 6월 막을 올린다.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46)가 책임프로듀서를 맡아 전설적인 힙합 가수 투팍의 노래들로 만든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 들리면 소리쳐)’가 6월 19일 브로드웨이 주요 극장인 팰리스시어터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투팍은 ‘라이프 고즈 온’ ‘체인지스’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곡들을 남겼지만 1996년 25세 나이에 의문의 총격으로 숨졌다. 한국인이 책임프로듀서가 돼 만든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만난 신 대표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대관이 확정됐다는 소식에 뭉클했지만 엄청난 무게의 책임이 가슴을 눌렀어요.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모르니까요.” 1990년대 활동했던 투팍의 히트곡을 제목으로 한 이 뮤지컬은 밑바닥 삶을 사는 흑인 청년들이 희망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 대표와 함께 작업하는 프로듀서 에릭 골드는 ‘예스맨’ ‘스케어리무비’ 시리즈를 만들었다. 1700석 규모의 팰리스시어터는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바라보고 바로 오른쪽에 있다. ‘아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미녀와 야수’ 등이 공연됐다. “이번 작품은 투팍의 인생이나 인종차별을 다루진 않아요. 콘크리트에서 피어나는 장미처럼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리죠.”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로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신 대표는 ‘뮤지컬계의 돈키호테’로도 불린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도전하고 숱하게 실패했다. 그는 ‘콘택트’ ‘스팸 어 랏’ 등 국내에서 올린 작품이 줄줄이 실패하면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던 중 미국 유명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인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가 투팍의 노래를 뮤지컬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미국에서 꾸준히 작업해 온 그를 눈여겨본 것이다. 신 대표는 2009년 미국과 합작해 ‘드림걸즈’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스핀’ ‘요시미 배틀스 더 핑크 로보츠’ 등을 제작했지만 브로드웨이로 진출하지는 못했다. 이번 작품은 제작비로 800만 달러(약 83억2000만 원)가 투입됐고, 공연장 운영에 매주 50만 달러(약 5억2000만 원)가 든다. “세계에 라이선스를 주는 ‘오리지널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요. 브로드웨이는 주간 단위로 산정해 매출액이 운영비보다 낮으면 작품을 내립니다. 하루 만에 내리는 경우도 있어요. 합리적이지만 잔인하죠. 요즘 하루 만에 공연을 내리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어요.(웃음)”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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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마감 다가오면 집중력 쑥쑥 ‘결핍의 힘’

    일에 쫓겨 운동이나 건강 검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걸 미뤄본 경험이 있는가. 걱정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솔깃하게 다가올 것이다. 시간, 돈은 물론이고 정신적 여유가 부족해 많은 이들이 허덕이는 현상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센딜 멀레이너선과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인 엘다 샤퍼가 머리를 맞대고 분석했다. 결핍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리포트 제출 시한이나 프레젠테이션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된다. 결핍이 가져온 힘이다. 하지만 하나만 보고 달려가면 나머지를 놓칠 수 있다. 터널에 들어가면 멀리서 빛나는 출구만 보이고 주변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98년 정해진 날짜에 우주선을 쏘는 데 집중하느라 프로그램 오류를 점검하지 못했다. 우주선은 화성에 도착했지만 아무 정보도 전송하지 못했다. 걱정은 정신적인 능력의 상당 부분을 소모시켜 역량을 발휘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 걱정을 하는 데 정신 능력을 많이 소진해버려 업무에 쏟을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납고 완강한 결핍의 덫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미리 계획을 세우고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결핍의 충격을 제어할 수 있는 느슨함을 가지라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미국 세인트존스병원은 32개 수술실의 일정이 꽉 차 있어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예정된 수술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병원이 초빙한 자문관은 수술실 하나를 비우라고 처방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비운 수술실은 응급환자로 채워지고 나머지 수술실은 예정된 수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마 안 가 수술 건수는 5.1% 늘었고 오전 3시 이후의 수술은 45%나 줄었다. 결핍을 가져온 원인을 분석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주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결핍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없어도 될 것이 많을수록 부유해진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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