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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콘서트였다. 최근 막을 올린 창작 록 뮤지컬 ‘더 데빌’은 스토리를 이해하기보다는 노래를 그냥 즐기라고 주장하는 작품이다. ‘더 데빌’은 괴테 ‘파우스트’의 배경을 뉴욕 월스트리트로 옮겼다. 승승장구하던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는 주가가 폭락한 블랙 먼데이로 모든 것을 잃고 절망한다. 돌연 그 앞에 나타난 X는 매혹적인 제안을 한다. 무대에는 파우스트, X, 그레첸 이렇게 세 명만 등장한다. ‘헤드윅’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이지나 연출가와 배우 한지상 마이클리 송용진 윤형렬 차지연이 결합했다. 대사는 거의 없고 22곡의 노래로 극을 이끌어 간다. 워낙 잘 알려진 내용을 소재로 해서인지 이야기를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내지르고 절규하는 록 음악이 이어져 대사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아쉽게도 관객이 몰입하기 전에 배우들은 저만치 앞서서 감정을 먼저 토해내 버린다. 그래서 객석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열광적인 환호 속의 기립박수나 얼떨떨한 표정의 기계적인 박수다. 좋아하는 배우의 고음을 마음껏 듣고 싶은 관객이라면 공연을 즐길 만하다. 연인 파우스트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레첸 역의 차지연은 몸을 과감히 내던지며 집중력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 X역의 마이클리는 폭발적인 고음을 선보였지만 해맑은 표정에서 카리스마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파우스트 역의 송용진이 X역에 더 어울릴 듯했다. 공연장인 연강홀은 620석으로 아담해 배우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11월 2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5만∼8만 원, 1577-336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말이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에 아프게 와 닿는가.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자신의 내면에서 찾고 싶은가. ‘생각 버리기 연습’ ‘화내지 않는 연습’ 등으로 유명한 저자는 “지금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인정하라고 말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으려 애쓰지만 이는 ‘필요악’이다. 인정에 대한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지나치면 자신을 잃게 되고 괴로움을 만든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자포자기하라는 건 아니다. 힘든 상황이 생기면 아주 멀리서 제3자의 시선으로 관망하듯 바라본다. 그러면 죽고 못살 것처럼 괴로운 일도 그럴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스스로에 대해 ‘이 정도면 됐어. 괜찮아’라고 인정할 수 있는 비율이 50% 정도 되도록 ‘정신적 자급률’을 충족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의욕이 나지 않을 때, 기쁠 때, 슬플 때, 화날 때의 그 모든 감정에 대해 ‘좋다’ 혹은 ‘나쁘다’고 판단하지 말고 일단 ‘그렇구나’라고 인정해보려 한다. 사람은 기쁘고 즐거운 것은 늘려가고, 불쾌한 것은 줄이려 애쓴다. 이런 갈애(渴愛)는 괴로움의 원인이다. 즐겁지 않으면 공허해지고 자신을 화나게 만든 사람에게 복수할 방법을 궁리한다. 이로 인해 정작 괴로운 건 자신이다. 저자는 말한다. 괴로움을 주는 원인도 난폭하게 없애려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괴로워하는 자신을 “힘들었겠네”라며 따뜻하게 안아주라고. 영화 ‘써니’에서 어른 나미가 울고 있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듬어주는 장면이 떠오른다.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을 되새김질하듯 곱씹어보고 명상하듯 읽다 보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애국가의 음을 낮춰 부르도록 한 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난데없는 ‘애국가 음모론’으로 시끄러웠다. 부산시립교향악단과 수원시립교향악단 악장 등을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김필주 씨(60)가 동창생 인터넷 커뮤니티에 “애국가를 3도 낮게 부르면 단조의 기운이 느껴지는 아주 우울하고 어두운 맥 빠진 애국가가 된다”면서 “서울시교육감에 의해 시행된 애국가 낮춰 부르기는 전교조에서 애국가를 기피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는 글을 올렸다. 또 “운동권 노래보다 애국가를 하위에 두려는 무서운 전략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됐다. 김 씨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애국가는 기백이 있고 장엄해 듣는 이들의 힘을 돋운다는 게 자랑거리인 만큼 다소 부르기 어렵더라도 원래대로 불러야 한다. 음역을 낮춘 애국가는 조기를 단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애국가 음역을 낮춘 것은 5월 문용린 전임 교육감 시절에 결정한 사안”이라며 “학교 현장의 음악교사들로부터 애국가의 음이 높아 변성기 학생들이 부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3도 낮게 음역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충북도교육청도 지난해 1월 음역대를 한두 단계 낮춰 부른 애국가 CD를 만들어 초중고교에 배포한 바 있다. 안익태 선생이 작곡한 A장조 애국가는 오케스트라용이어서 일반인이 부르기에는 높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안전행정부 의정관실의 한 관계자는 “1955년에 정부에서 G장조로 낮추라는 지시가 있었고, 올해 광복절 행사에서도 G장조로 애국가를 불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익태기념재단 조문수 사무총장은 “애국가 음역을 낮게 혹은 높게 부르는 것은 애국심 고취에 영향을 준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는 만큼 편하게 부르자는 의도라도 국가의 공식 기관이 애국가를 바꿀 때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예술경영전공)는 “음역을 낮추면 다소 무거워지고 힘이 빠지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음역을 낮추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전문 합창단이나 일반인 등 부르는 사람에 따라 음역을 어떻게 조정할지 심층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손효림 aryssong@donga.com·임현석 기자}

내 이름은 ‘프리실라’. 뮤지컬 ‘프리실라’ 작품 이름이 바로 버스인 내 이름이죠! 영화(1994년)로 먼저 만들어졌고, 2006년 호주에서 처음 뮤지컬로 공연됐어요. 한국에선 7월부터 초연되고 있고요. 주인공인 틱이 별거 중인 아내가 일하는 호텔에서 쇼를 하기 위해 버나뎃, 아담과 함께 저를 타고 호주를 가로질러요. 500벌이 넘는 의상에 100여 개의 가발까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데요, 여기엔 저도 한몫 한답니다. 3만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달린 제 몸무게는 8.5t이에요. 빨강 초록 노랑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터지는 걸 그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예요. 사람들이 ‘드래그퀸’(여장남자)인 주인공들에 대한 욕설을 제 몸에 써 놓지만 주인공들은 분홍색 페인트로 순식간에 칠해서 없애버려요. 이것도 다 저라서 가능한 거예요. 아, 저는 달리지는 못해요. 무대 원형 테이블의 도움으로 뱅글뱅글 돌기만 하지요. 제 몸 안에는 와인 잔은 기본이고 샴페인 얼음통도 있어요. 홍학과 바비 인형은 물론 야자수가 그려진 비즈 커튼, 호피 무늬 융단까지 가득하답니다. 미국 공연을 마치고 한국에 왔는데요, 쉽지는 않았어요. 워낙 무겁다 보니 제 몸을 다섯 개로 나눠 배로 운반했거든요. 땅 위에서는 지게차의 도움을 받았고요. 무사히 도착했고 아무 탈 없이 합체됐으니 감사할 뿐이죠. 사실 저는 태어나지 못할 뻔했어요. 무대에서 버스를 사용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제작진은 저 없이 공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죠. 브라이언 톰슨 무대 디자이너는 저를 “세트가 아닌 주인공”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을 들였대요. 말썽을 안 부려서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개리 매퀸 프로듀서는 “내 수많은 작품 중에 가장 뛰어난 디바”라고 했다니까요. 제 몸값이 얼만지 궁금하시죠? 짜잔∼. 무려 10억 원이에요. 무대 세트와 의상 등을 합치면 모두 50억 원인데 그중 10억 원이 제 몫이에요. 그래선지 배우들도 처음에는 제게 오는 걸 겁내더라고요. 하지만 별다른 까탈을 부리지 않다 보니 이제는 거리낌 없이 저와 어울려요. 신동원 설앤컴퍼니 프로듀서가 저를 ‘순둥이’라고 부를 정도예요. 제겐 쌍둥이 형제가 하나 있어요. 지금 스페인에서 공연하고 있죠. 저와 똑같이 생겼지만, 제가 못하는 것 하나를 할 수 있어요. 제 지붕 위에 놓여진 대형 하이힐 모형에 앉아 아담이 오페라를 립싱크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아이는 지붕 위에 슬라이딩 판이 있어서 하이힐을 앞으로 쑤욱 내밀 수 있답니다. 저는 하이힐을 얹은 채로만 있고요. 하이힐 모형에는 안전벨트가 있어서 아담이 이걸 채우고 노래해요. 길에서든 무대에서든 안전은 최고로 중요하니까요! 조성하 고영빈 김다현 마이클리 이지훈 이주광 출연, 9월 2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5만∼13만 원, 1577-336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국제적인 연극과 무용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9월 25일부터 10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다. 14회를 맞는 올해는 ‘핵심을 감지하다(Sense the Essence)’라는 주제로 한국 독일 벨기에 러시아 등 7개국의 19개 공연단체가 참가해 연극과 무용 21편을 선보인다. 한국 작품은 11편, 해외 작품은 10편이다. 개막작 ‘노란 벽지’(9월 25∼27일)는 실험연극으로 유명한 독일 베를린의 샤우뷔네 극장이 제작하고 케이티 미첼이 연출한 작품이다. 미국 작가 샬럿 퍼킨스 길먼이 쓴 동명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카메라가 촬영한 배우들의 모습을 무대 위의 스크린에 투사하는 기법을 사용해 여성의 억눌린 자의식과 상처를 표현했다. 영국 출신의 유명 안무가 호페시 �터의 최신작 ‘선(SUN)’도 10월 8, 9일 공연된다. 한국 작품은 오태석 연출가의 연극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9월 26∼28일), 이윤택 연출가의 ‘코마치후덴’(9월 29∼10월 2일) 등이 공연된다. 이 연출가는 일본 극작가 오타 쇼고의 초기 대표작 ‘코마치후덴’을 한국적으로 재창조했다. 자세한 정보는 SPAF 홈페이지(www.spaf.or.kr)를 참조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평생 연극을 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던 곳에서 퇴직 후 처음 쓴 작품을 공연하게 돼 설렙니다. 그때 느꼈던 벅찬 감정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어요.”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26일 막을 올린 연극 ‘즐거운 복희’(이하 ‘복희’)를 쓴 극작가 이강백(67)의 얼굴에는 밝은 기운이 가득했다.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다섯’으로 등단한 그는 남산예술센터에서 이 작품으로 첫 공연을 올렸다. ‘복희’는 서울예대 극작과 교수였던 그가 지난해 정년퇴직한 후 쓴 첫 작품이다. 올해 5월 공연돼 큰 호평을 받았던 신작 ‘챙!’은 ‘복희’ 다음에 쓴 작품이다. 22일 만난 그는 “4년 동안 구상해 8번 정도 고친 끝에 ‘복희’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연출은 이성열 씨가 맡았다. 이 작품은 호숫가 펜션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그렸다. 펜션을 퇴역 군인의 낙원으로 만들려던 장군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펜션 분양자들은 장군의 딸 복희에게 매일 아버지 묘소를 찾아 슬퍼할 것을 요구한다. 처음에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던 복희는 차츰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 작품은 5막에 막간극 4개로 구성됐다. 복희는 막간극에서만 등장해 독백으로 무대를 이끈다. ‘소설가 구보 씨의 1일’ ‘정물화’의 전수지가 복희 역을 맡았고, 이인철 이호성 등 중견 배우들이 출연한다. “인간은 자신이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타인의 기대와 요구로 만들어지는 측면도 크잖아요. 극 중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인간을 만든다’는 대사도 나오죠.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다 보니 형식을 새롭게 하고 싶었어요.” 43년째 연극의 길을 걸어오면서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1970년대 독재정권을 은유적으로 비판한 ‘파수꾼’ ‘알’은 공연 금지 처분을 받았다. “김지하 씨처럼 감옥에 간 것도 아닌데요, 뭘. 저는 거물이 아니라 ‘멸치’라 안 잡아갔나 봐요.”(웃음) 그는 은유적이고 우화적인 기법을 사용해 현실 비판적인 작품을 주로 쓰다 보니 삶의 성찰을 다룬 ‘챙!’ 이후 “작품 세계가 변한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한 인간에게도 여러 모습이 있잖아요. 전체 작품을 놓고 보면 작가가 아무리 달아나려 용을 써도 10m도 못 벗어날 거예요.” 이강백은 요즘 또 다른 작품을 쓰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이전 작품이 영감을 줘요.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을 채우기 위해 새 작품을 쓰죠. 지금까지 100% 만족한 작품이 없어요.” 그는 희곡집을 10권까지 낼 수 있기를 바랐다. 내년 봄에 희곡집 8권이 나올 예정이다. 한 권에 6개 작품이 실리는 걸 감안하면 12개 작품을 더 쓰겠다는 것이다. “연극만 하며 살겠다던 다짐을 지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요. 나이가 든다는 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하죠.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답니다.”(웃음) 9월 21일까지. 2만5000원. 02-758-2150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27일 수요일은 공연과 전시회를 할인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 이번 달 추천 공연은 뮤지컬 ‘시카고’다. 러네이 젤위거, 캐서린 제타존스, 리처드 기어 주연의 뮤지컬 영화로만 접했다면 원작인 ‘무대 버전’을 한 번쯤 볼만하다. 이 작품은 살인, 불륜, 위선이 난무하는 1920년대 시카고의 풍경을 재즈 음악과 함께 관능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충격적인 살인을 저지른 여죄수를 선정적인 언론은 스타로 만들고, 여죄수는 이를 즐기며 무죄 판결을 받아낼 궁리에 몰두한다. 돈이 지상 최고의 가치인 변호사 빌리는 여죄수를 스타로 만드는 작업을 기획한다. ‘시카고’는 2000년 초연부터 올해까지 10번째 시즌이 공연되고 있다. 배우들의 기량이 갈수록 탄탄해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최정원은 벨마 역, 아이비는 록시 역을 각각 단독으로 맡았다. 두 배역을 단독 캐스팅으로 진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정원은 10번째 시즌 모두 무대에 올랐다. 무르익은 연기로 객석을 휘어잡는 모습이 일품이다. 초반 벨마가 ‘올 댓 재즈’를 부르며 배우들과 함께 섹시하면서도 절도 있게 춤추는 장면은 눈여겨볼 만하다. 록시의 기자회견 신도 유명한 장면이다. 빌리가 복화술을 하며 록시를 조종하고, 록시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움직이며 입만 벙긋거린다. 거짓이 드라마틱한 사실로 포장되는 모습을 익살스러우면서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노래와 안무는 물론이고 연기력까지 갖춘 아이비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다. 빌리 역에 이종혁 성기윤, 교도소 간수장 마마 역에 전수경 김경선이 출연한다. 27일 오후 3시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티켓 가격(5만∼12만 원)의 40%를 할인해준다. 임영웅 씨의 연출 인생 60주년 기념 공연인 연극 ‘가을소나타’도 ‘문화의 날’에 만나볼 수 있다. 성취욕 강한 어머니와 상처 받은 딸이 7년 만에 만나 벌이는 갈등을 손숙 서은경이 팽팽하게 연기한다.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티켓 가격(3만∼5만 원)의 50% 할인. 수작으로 꼽히는 연극 ‘유리동물원’(서울 명동예술극장·2만∼5만 원)도 40% 할인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한태숙이 연출하고 김성녀 이승주 정운선 심완준이 출연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한다. 화려한 탭댄스로 유명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도 S석과 A석(각 9만, 6만 원)을 40% 할인해 준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60년도 안 되는 세월 전에 아버지는 지역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도 없었겠지만 그 아들은 이제 여러분 앞에 서서 가장 성스러운 선서를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1월 20일, 전 세계가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숨을 멈춘 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켜본 미국인 가운데 ‘프리덤 서머’ 프로젝트 참가자 700여 명은 1964년 미시시피에서 보낸 여름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들이 품었던 희망이 현실이 된 것이다! ‘프리덤 서머’는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버클리대 등에 다니던 대학생 700여 명(대부분 백인이다)이 학생비폭력실천위원회(SNCC), 흑인 민권운동가와 함께 1964년 여름 미시시피에서 흑인을 유권자로 등록시키고 평등과 자유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프로젝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흑인 인권 운동 역사에 이정표를 세운 ‘프리덤 서머’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왜 미시시피였을까. 1963년 마틴 루서 킹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할 때 미시시피는 남부에서 가장 인종차별이 심한 주로 꼽혔다. 다른 주의 흑인 투표율은 50%가 넘었지만 미시시피는 7%가 안 됐다. 학교, 식당 등에서 흑백 분리정책이 시행된 것은 물론이고 투표를 하려는 흑인은 처참하게 살해됐다. ‘프리덤 서머’는 목숨을 건 운동이었다. 참가자들은 쿠클럭스클랜(KKK) 등 인종차별주의자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하지만 공포에 굴복하지 않았다. ‘프리덤 서머’에 뛰어든 청년 세 명이 실종되고 마침내 살해된 것이 확인되면서 ‘프리덤 서머’는 미국 전역을 들끓게 만들었다. 결국 1965년 흑인투표권법이 통과됐고 여섯 달 안에 미시시피 흑인의 60%가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속도감 있는 문장을 읽어 나가다 보면 젊은이의 목숨을 건 도전이 역사를 바꾸었음을 알 수 있다. ‘프리덤 서머’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미시시피 버닝’(1988년)은 살해된 세 명의 활동가를 찾는 연방수사국(FBI) 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인종 갈등의 진통이 여전한 미국에서 ‘프리덤 서머’의 의미는 아직 유효하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1963년 연극 ‘삼각모자’가 공연되던 남산드라마센터 무대에 여리고 앳된 여대생이 섰다. 공연을 보던 임영웅 연출가는 “괜찮은 여배우가 나타났다”며 무릎을 쳤다. 임 씨는 그 여대생을 연극 ‘그 여자에게 옷을 입혀라’(1968년)의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임 씨(78)와 배우 손숙(70)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1955년 ‘사육신’으로 연출 데뷔해 햇수로 연출 인생 60년을 맞는 임 씨는 손 씨와 함께 연극 ‘가을소나타’를 22일부터 무대에 올린다. 손 씨도 ‘삼각모자’ 이후 연극 인생 52년째다. 8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산울림소극장에서 이들을 만났다. 올해 초 건강이 악화됐던 임 씨는 연습실에 매일 가느냐는 질문에 “연출가가 당연히 그래야죠!”라며 시원스레 답했다.○ 무대에 쏟은 110년…‘연극소나타’ 두 사람이 쏟아 부은 연극 인생을 합치면 110년이 넘는다. 녹록지 않은 세월이다. 두 사람이 같이한 작품은 ‘담배 피우는 여자’ ‘산불’ ‘홍당무’ ‘헨리 8세와 그의 여인들’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 등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극단 산울림의 창단 멤버인 손 씨는 ‘임영웅 사단’으로 불린다. 임 씨는 “감성이 풍부한 배우는 많지만 지성까지 갖춘 배우는 흔치 않다”며 손 씨를 칭찬했다. 손 씨는 “부끄러워서 어쩌지”라며 얼굴이 빨개졌다. 손 씨는 “임 선생님은 워낙 치밀하게 작품을 분석하고 엄청 무서웠다. 지금은 호랑이 선생님이던 그 시절이 그립다”며 웃었다. ‘홍당무’(1973년)도 기억에 남는 작품. 손 씨는 “열여섯 살 소년 역은 자신이 없었지만 임 선생님이 ‘일본에서도 여성이 연기했다’고 해서 맡았다. 배우로서 인정도 받고 자부심을 갖게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임 씨가 1985년 자택을 헐어 지은 산울림소극장은 고전 연극의 산실이었다. 1969년 초연이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는 ‘고도를 기다리며’는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그는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인생을 만난다. 평생 하고 싶은 거만 하고 산 나는 행운아”라며 웃었다. 손 씨는 연극을 그만두고 싶었던 고비마다 임 씨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환경부 장관에서 물러나고 힘들 때 선생님이 불러주셔서 차범석 선생님이 등단 50주년 기념으로 쓰신 ‘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2001년)으로 무대에 섰어요. 그 후 연극과 새로운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손 씨)○ 엄마와 딸, 그 애증의 이야기 ‘가을소나타’는 스웨덴 출신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이 만든 동명의 영화를 연극으로 옮긴 작품. 성취욕 강한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샬롯(손숙)과 그런 어머니에게 상처 입은 딸 에바(서은경)가 7년 만에 만나 폭발하는 갈등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렸다. 산울림소극장을 여성 연극의 산실로 키워온 임 씨의 선택답다. 임 씨가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작품인데 마침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가 제안해 무대에 올리게 됐단다. 손 씨가 “베리만은 남자가 어쩜 이렇게 여성 심리를 잘 묘사했을까 깜짝깜짝 놀란다”고 하자 임 씨는 “천재지, 뭐”라고 맞장구쳤다. “내 얘기 같아요. ‘엄마 노릇이 늘 불안하고 겁난다’는 대사가 있는데 나도 그랬거든요.”(손 씨) 이번 무대에는 한명구 서은경 이연정이 가세해 탄탄한 연기를 선보인다. 임 씨는 “살아있는 동안 좋은 연극을 하고 싶다. 다시 태어나도 연극을 할 것”이라며 웃었다. 22일∼9월 6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만∼5만 원, 1544-155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천재에 가려진 범인(凡人)의 파멸. 창작 뮤지컬 ‘살리에르’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에 가려졌던 비운의 음악가 살리에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르’가 바탕이 됐다. 살리에르(최수형 정상윤)와 모차르트(박유덕 문성일)의 대결도 나오지만 작품은 살리에르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대의 핵심 장치가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인 것도 이 때문이다. 무대의 정면과 좌우 3개 면을 둘러싼 사각형 구조물은 모두 거울로 돼 있다. 김규종 연출가는 “대본을 읽자마자 나와 김용현 무대디자이너가 동시에 커다란 거울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존귀한 오스트리아 빈 최고의 궁정악장 살리에르 앞에 어느 날 자유로운 천재 모차르트가 나타난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사람들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살리에르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는 어느새 모차르트에게 가 있다. 모차르트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의문의 남자 젤라스(김찬호 조형균)는 끊임없이 살리에르 주위를 맴돌며 질투심을 건드린다. 살리에르는 ‘노력한다면’이란 노래를 부르며 성실하게 애쓰면 이루지 못할 건 없다고 스스로를 다잡지만 그럴수록 내면은 더 빠르게 무너진다. 살리에르는 수시로 거울을 응시하고 고통은 잔인할 정도로 또렷하게 반사된다. 거울은 살리에르의 고통이 모차르트 때문이 아니라 내면의 또 다른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말해준다. 김 연출가는 “질투의 본질은 자신이 욕망하는 인물을 스스로에게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살리에르 역시 거울에 비친 자기가 아니라 거울 너머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끊임없이 갈망한다”고 말했다. 거울은 반투명이다. 조명을 비추면 거울 뒤에 선 배우의 모습이 보인다. 배우의 모습은 때로 빨강 노랑의 그림자로도 비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바를 사용했다. 당초 거울에 관객의 모습도 비치게 하려 했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객석에 조명을 비춰 밝게 해야 하기 때문에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3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3만3000∼6만6000원. 02-588-7708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뮤지컬 배우 양준모 씨(34·사진)가 일본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역을 맡았다. 양 씨의 소속사인 블루스테이지는 일본 공연제작사 도호프로덕션이 내년 4월부터 도쿄 데이코구 극장에서 공연하는 레미제라블에 양 씨가 오디션을 거쳐 장발장 역으로 발탁됐다고 18일 밝혔다. 양 씨는 “일본에서 이 뮤지컬을 처음 봤는데 음악의 힘이 크게 느껴졌다”며 “장발장 역이 처음인 데다 일본어로 공연해야 해 힘들겠지만 영광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포티∼ 포티! 세컨드∼ 세컨드! 스트리트∼ 스트리트! 예∼!”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공연되는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분장실. 6일 오후 3시 공연을 20분 앞두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매일 공연 시작 전 각오를 다지는 일종의 의식이다. 구호를 외치기에 앞서 권미정 조연출가는 “앙상블(합창, 군무를 맡은 배우)은 ‘이유 있는 리액션’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좀 더 긴장감을 갖고 연기를 해달라는 뜻이다. 화려하고 시원한 탭댄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42번가’의 백스테이지는 검은색 옷을 입은 스태프들이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시골에서 온 배우 지망생 페기 소여가 브로드웨이에서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42번가’는 1996년 국내 초연됐다. 한국 프로덕션은 박자를 더 잘게 쪼개는 방식으로 탭댄스의 난도를 높여 힘 있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공연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이형진 무대감독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전해지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스태프들은 김영호(줄리안 마쉬 역), 홍지민(도로시 브록 역), 전예지(페기 소여 역) 등 배우들이 무대로 드나들기 위해 깜깜한 연결 통로로 지날 때마다 넘어지지 않도록 손전등으로 발아래를 비췄다. 극 중 분장실 장면이 나오기 전, 스태프들은 소파와 거울 세트를 고리로 엮어 대기했다. 무대의 불이 꺼지자 세트를 막대로 밀어 무대에 배치했다. 앙상블 배우들이 은색 링을 들고 춤을 춘 뒤 퇴장하며 스태프의 팔에 링을 던져 걸었다. 순식간에 스태프의 양팔에는 링 8개가 쌓였다. 대형 은색 동전 모형을 굴리던 앙상블 배우 4명이 분장실로 향했다. 스태프 4명이 각각의 배우 뒤에 섰다. 1분도 채 안 돼 가발 쓰기를 마친 배우들은 다시 무대로 뛰어나갔다. 땀에 흥건히 젖은 전예지는 선풍기처럼 바람이 부는 포그머신 앞에서 땀을 식히기도 했다. 박수, 환호와 함께 막이 내렸다. 배재기 프로듀서는 “아무 사고 없이 잘 끝났다”며 활짝 웃었다. 31일까지, 6만∼12만 원. 1577-336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날카로운 훅이 허공을 가른다. 타다다다닥…. 줄넘기하는 발놀림도 잽싸다. 연극 ‘이기동 체육관’(김수로프로젝트 4탄)이다. 공연이 열린 7일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2관은 권투 선수들이 무대를 꽉 채운 것 같았다. 20년 지기 친구 김수로(44·마인하 코치 역)와 강성진(43·청년 이기동 역)은 동료 배우들과 함께 진하게 우러난 땀을 뚝뚝 흘렸다. 2009년 초연된 ‘이기동 체육관’은 권투를 통해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맨몸으로 무대에 올라 땀 흘리는 배우들을 보노라면 사각 팬티 하나만 입고 링에 오르는 권투 선수의 모습이 겹쳐진다. 공연 시작 전 김수로와 강성진을 만났다. 》 ○ 땀 강성진은 하루에 8시간씩 3개월 동안 권투 연습을 했다. 8kg이 빠졌다. 그는 “권투 실력은 연기로 표현할 수 없다. (KBS 드라마) ‘조선총잡이’ 촬영할 때 빼고는 매일 연습에 매달렸다. 무대가 늘 목말랐는데 막상 연습을 시작하니 너무 힘들어 곧바로 후회했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옆에서 김수로가 “‘이기동 체육관’ 아니면 이렇게 땀 흘릴 수 없다. 무릎이 다 나갔다. 그런데 끝나면 또 하고 싶어진다”라고 거들었다. 그사이 강성진은 훅을 날리는 연습을 했다. 배우들도 한 명씩 무대로 나와 줄넘기, 푸시업을 하기 시작했다. 난감한 순간도 있었다. 2일 저녁 공연 시작을 앞두고 에어컨이 갑자기 고장난 것. 푹푹 찌는 날씨에 다닥다닥 붙은 소극장 좌석에 땀을 줄줄 흘리는 배우들까지, 그야말로 한증막이 됐다. 전석 매진이었던 이날 중간에 나간 관객은 200여 명 가운데 10여 명에 불과했다. 배우와 관객 모두 땀범벅이 된 채 자리를 지켰다. 김수로는 “기립박수를 보내주셨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그 행복함이란…”이라며 활짝 웃었다.○ 끈 두 사람은 대학생이었던 1993년부터 친구로 지냈다. 김수로가 영화 ‘쉬리’로 데뷔할 수 있었던 건 강성진의 소개 덕분. 강성진 역시 김수로가 극단 유시어터를 소개해줘 영화 스태프에서 배우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서로를 이끌어 주는 끈이 된 것. 강성진의 아버지가 쓰러졌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도 김수로였다. “‘진짜 사나이’ 촬영 때문에 공연장에 못 와도 마음이 편해요. 성진이를 믿으니까요. 제가 없던 사이 수락산 가서 애들 데리고 닭볶음탕도 해 먹이고. 연극 출연료를 애들 밥 먹이는 데 반 넘게 썼더라고요!”(김수로) 무엇이 그토록 둘을 단단히 묶어 놨을까. “수로는 뭔가 다른 매력이 있어요. 쇼맨십에 자신감, 리더십 있고, 무엇보다 (제게) 잘 맞춰줘요.”(강성진) “저는 쩨쩨하고 잔머리 굴리는 거 정말 싫어해요. 성진이는 모나지 않고 착해요. 공을 들여서 많이 져줘야겠다고 생각했죠. 하하.”(김수로)○ 꿈 김수로는 연극 ‘밑바닥에서’ ‘데스트랩’,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아가사’ 등 ‘김수로프로젝트’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거머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연계에서는 김수로가 잠시 관심을 두는 거라 생각했지만 프로젝트가 9탄까지 이어지면서 공연에 대한 그의 진심을 인정했다. 이번 공연은 아홉 작품 중 4탄을 무대에 올렸다. 김수로의 궁극적인 꿈은 연극학교를 세우는 것. ‘김수로프로젝트’도 그래서 시작했다. 강성진은 그 연극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하나 더. “수로에게 공연 시스템을 배우다 보니 연극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어요.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아동극을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9월 14일까지, 4만 원. 02-6227-0301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전설은 힘이 셌다. 살아있는 록의 전설 ‘퀸’의 첫 내한 공연이 열린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은 비가 내린 후 쌀쌀한 날씨에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달아올랐다. 흰색, 노란색, 파란색 비옷을 입은 사람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 전설의 밴드를 기다렸다. ‘Korea♥Queen’이라는 글귀가 적힌 검은색 대형 카드를 흔드는가 하면, 머리에 종이 왕관을 쓰고 전설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처럼 검은색 콧수염을 붙인 팬들도 눈에 띄었다. 공연 시작 전 팬들은 “퀸! 퀸! 퀸!”을 연호하며 밴드를 맞았다. 관객층은 20, 30대부터 초중고교생 자녀의 손을 잡고 온 40, 50대 중장년층까지 다양했다. 한 50대 여성 팬은 “학창 시절부터 40년 가까이 퀸을 좋아해왔다. 퀸은 내 인생 자체로, 원년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를 만나게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흥분했다. 퀸은 압도적인 카리스마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사망하고 1997년 베이스기타 연주자 존 디컨이 은퇴한 후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67)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65)를 주축으로 활동해왔다. 2011년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2009년 준우승자인 애덤 램버트(32)가 보컬로 합류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멤버들이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로저 테일러의 아들인 루퍼스 타이거 테일러(23)도 퍼커션 연주자로 아버지와 나란히 무대에 섰다. ‘섬바디 투 러브’ ‘위 윌 록 유’ ‘위 아 더 챔피언’ 등 왕년의 히트곡이 줄줄이 연주됐고, 팬들은 리듬에 맞춰 온몸을 흔들면서 멤버들의 열정적인 움직임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퀸은 화석이 아니라 살아서 계속 진화하는 밴드”라는 메이의 말을 입증하는 무대였다. 메이는 어쿠스틱 기타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연주하며 팬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는데 후반부에 작고한 머큐리의 영상이 떠오르자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날 팬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보컬 머큐리의 빈자리를 그의 아들뻘 되는 나이의 램버트가 채울 수 있을 것인가였다. 관객들은 램버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머큐리 시절의 퀸의 연주를 떠올리며 죽은 머큐리와 살아있는 램버트를 저울질했다. 평가는 “머큐리의 재림이다” “머큐리는 신이다. 대체 불가능하다”로 엇갈렸다. 하지만 영상 속 머큐리와 무대 위의 램버트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함께 부르는 대목에선 모두 전율했다. 김작가 음악평론가는 “멤버들의 실력, 사운드, 편곡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며 “램버트는 머큐리만의 특징을 잘 소화해 밴드의 사운드에 녹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메이가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통해 목소리와 영상으로 머큐리를 불러낸 순간은 원년 퀸 멤버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명량’의 관객 수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걸 보면서 통합전산망이 영화산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습니다.” 최원규 영화진흥위원회 과장은 12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영화계의 경험을 소개했다. 최 과장은 “산업 규모를 파악하고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관객 수와 매출 데이터는 공공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연계는 영화계와 달리 관객 수 같은 기초 자료마저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뮤지컬평론가)는 “일주일간 학생들을 공연장 앞에 세워 놓는 ‘원시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관객 수 등 공연계 현황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공연계 관계자들은 관객 수와 매출을 확인할 통합전산망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하지만 티켓 판매 결과에 대한 데이터만 취합할지, 인터파크 예스24 등 판매사가 공연장별 모든 좌석을 동등하게 판매하게 할지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제작사의 열악한 경영 현황을 공개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손상원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은 “많은 제작사 대표들이 매출 데이터가 공개되는 게 두렵다고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박민선 CJ E&M 공연투자제작부장은 “매출 등이 공개됐을 때 투자 위축과 같은 성장통이 있겠지만 이는 장기 발전을 위해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정보 공개에 대해 일부 진척된 내용도 있었다. 손 회장은 “경력 1∼5년 정도 된 앙상블(합창, 군무를 맡은 배우)의 출연료 통계를 공개해 적정 수준인지 프로듀서의 의견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지난달부터 서울예술의전당, 국립극장 등 7개 국공립공연장을 대상으로 통합전산망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요 티켓판매대행사, 제작사도 단계적으로 참여시키고 필요하면 법안 개정을 통해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공연장 티켓판매사 제작사 간의 진통이 불가피하고 구축 비용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전산망 도입은 이제 첫걸음을 뗐다. 중요한 건 추진력이다.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로 통합전산망 논의가 계속 제자리에 머물지, 공연계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생산적 방안을 도출해 낼지는 정부와 공연계 관계자들의 손에 달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 무대지요. 제작진은 작품의 모든 것을 무대 디자인을 통해 표현하려 애씁니다. 무대를 보면 작품이 한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무대는 또 다른 배우로 불립니다. 많은 이야기가 녹아 있는 그곳, 무대와의 만남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음산하고 기묘한 가운데 때로 꿈틀거리듯 때로 포효하듯 휘몰아치는 무대. 류정한 김준수 정선아 조정은 양준모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드라큘라’가 흥행몰이를 하는 가운데 역동적인 무대 미술도 주목받고 있다. ‘드라큘라’의 무대는 순식간에 거실, 정원, 기차역, 무덤으로 바뀌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큘라’는 미국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스토리만 가져오고 무대는 한국에서 새로 창작했다. 무대를 디자인하는 데만 10개월 넘게 걸렸다. 무대를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드라큘라의 힘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 오필영 무대디자이너는 “무대는 드라큘라의 분신”이라며 “생명력을 갖고 숨쉬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빠르고 드라마틱한 전환을 위해 도입한 것이 4중 회전무대. 원형 테이블을 겹겹의 도넛 모양으로 4개로 잘라 각각 회전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4개의 원형 테이블은 좌우 양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2막에서 ‘다 끝났어’라는 노래와 함께 드라큘라와 그를 처치하려는 반 헬싱이 대립하는 장면은 현란한 무대 전환의 압권. 이들은 침실에서 서로 맞닥뜨린다. 드라큘라가 마력을 발휘하면 원형 테이블 3개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다 어느새 정원으로 바뀐다. 반 헬싱과 동료들이 드라큘라를 쫓아 헤매다보면 테이블 3개가 다시 요동치다 거실로 바뀐다. 반 헬싱과 동료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커튼이 휘날리는 가운데 드라큘라가 이들을 맞는다. 4개의 무대 세트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정교하게 움직이며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해낸다. 조연인 루시가 3명의 남성 가운데 신랑감을 선택할 때 안쪽 두 개의 원형 테이블 위에 벽돌 아치가 놓여 시계 방향으로 돌아간다. 바깥쪽 두 개의 원형 테이블 위에는 신랑감 후보 3명이 동상처럼 선 채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간다. 오 디자이너는 “한 치의 오차라도 발생하면 모든 게 어그러지기 때문에 빈틈없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고 말했다. 높이가 4∼8m가량 되는 돌기둥, 성 세트는 무대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원심력으로 인해 넘어지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아래에 두고 설계했다. 9월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만∼14만 원. 1588-5212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신구 선생하고는 연극 영화 드라마 통틀어서 처음 함께 작품 하는 거예요. 둘이 같이 했던 건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뿐이에요. 나문희 씨와는 다시 연기하게 돼 든든하죠. 허허.”(이순재) 꽃할배, 꽃할매가 뭉쳤다. 이순재(79) 신구(78) 나문희 씨(73)가 다음 달 19일 막을 올리는 연극 ‘황금연못’에서 호흡을 맞춘다. 이 씨와 나 씨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부부로 출연한 지 7년 만에 부부로 다시 만났다.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의 유명 극작가 어니스트 톰프슨의 대표 작품인 ‘황금연못’은 영화로 제작돼 캐서린 헵번, 헨리 폰다, 제인 폰다가 열연했다. 노부부인 노만과 에셀, 딸 첼시가 오랜만에 만난 뒤 부딪치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과 인생을 잔잔하게 그린 작품. 이 씨와 신 씨는 노만 역을, 나 씨와 성병숙 씨(59)가 에셀 역을 각각 맡았다. 신 씨는 “연극하면서 더블 캐스팅으로 연기하는 것도, 상대역을 두 배우가 번갈아가며 하는 것도 모두 처음이라 얼떨떨하다”며 “(순재) 형님은 형님대로 해내실 거고, 저는 저대로 할 거니까 한번 보세요”라며 특유의 눈웃음을 지었다. 옆에서 이 씨가 “두 사람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나 씨는 신 씨와 작품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나 씨는 “신구 씨가 워낙 연기를 잘하셔서 꼭 한번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이루어졌다”며 웃었다. 이 씨와 다시 부부로 만난 소감을 묻자 나 씨는 “이 선생님과는 그냥 맞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이들은 따로 분장이 필요 없을 정도로 살아온 인생 그대로가 배역에 스며들고 있다고 말했다. “죽음이 다가오는 걸 느끼는 노만의 모습이 나와 참 비슷해요. 정리할 나이가 된 거죠.”(신 씨) “그 나이가 돼 봐야 알게 되고 느끼는 게 있어요. 참고 인내하는 한국의 엄마로 에셀을 풀어내 볼게요.”(나 씨) 9월 19일∼11월 23일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4만∼6만5000원. 1544-155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위터에 올린 글 가운데 100여개에 대해 이해인 수녀가 묵상하고 기도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한 손에 쏘옥 잡히도록 앙증맞게 만든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이 수녀는 “애인에게 러브레터를 쓰듯이 작업한 책”이라고 말한다. 교황 트위터의 팔로어는 현재 1400만 명을 넘었고 그의 트윗은 전 세계 지도자 중에서 가장 많이 리트윗되고 있다. 교황은 트위터에 남긴 짧은 한두 문장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간다. 그리고 간곡하게 당부한다. “소비주의 탓에 우리는 낭비하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음식을 버리는 것은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에게서 그것을 빼앗는 것과 같습니다.” 이 글에 대해 이 수녀는 “수도원의 식단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맛이 좋습니다. 오늘은 제 생일이라고 주방에서 제가 좋아하는 두부구이를 줍니다. 오늘뿐 아니라 사실은 밥을 먹고 사는 매일이 생일이지요. 사순절과 대림절이면 안 먹고 모은 돈으로 이웃을 도와주는 것 또한 아름다운 절제라고 생각합니다”고 묵상한다. 그리고 “식사 때마다 넘치는 감사함으로 음식을 먹고 지구촌 어디선가 굶주리고 있는 이들을 기억하며 어떤 경우에도 불평하지 않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절대로 다른 이들의 등 뒤에서 그들에 대해 말하지 말고, 오히려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그들에게 터놓고 말하기를 바랍니다”라는 교황의 말씀에 대한 이 수녀의 묵상을 읽노라면 인간 ‘이해인’을 가까이 느끼게 된다. 이 수녀는 “제 험담이 가장 가까운 이들로부터 나왔을 땐 더 힘들고 용서가 안 됩니다. 남의 실수, 단점, 허물을 직접 말해 주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진정으로 솔직하게 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털어놓는다. 이 수녀는 “함부로 다른 이를 험담하는 악습에서 저를 지켜주소서”라고 기도하며 자신을 다잡는다. 교황은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쉬우면서도 간결한 교황의 문장과 이 수녀의 묵상은 자기 스스로는 물론 주변 사람들과 세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위로를 얻는 동시에 책임감도 갖게 된다.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7일 오후 7시 북콘서트가 열린다. 가수 김태원도 참석한다. 북콘서트를 통해 마련한 수익금은 노숙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민들레 국수집’에 기부할 예정이다. 교황의 말씀을 전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프랑스 캐나다 미국 러시아 등 주요 20개국(G20)의 문화계 리더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문화 교류를 하는 제5회 문화소통포럼(CCF)이 31일부터 사흘 동안 열린다. 이 포럼은 2010년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 것을 기점으로 그해부터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올해 행사에는 카트린 슈비요 프랑스 로댕미술관장, 드니 시마르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 대표, 중국 유명 경극배우 스이훙, 알렉세이 레비킨 모스크바 주립역사박물관장 등 16개국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한다. 한국 대표로는 ‘난타’를 기획한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가 참여한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움직이는 문화, 움직이게 하는 문화 그 힘은 어디서 오는가’로 정했다. CICI 대표이자 CCF 조직위원장인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예술뿐만 아니라 민족의 특성을 나타내는 모든 것이 문화”라며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결국 문화로 한국의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하고 서로의 문화에 대해 소통해 보는 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각국 대표들은 달빛 아래에서 창덕궁을 둘러보는 것을 비롯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 한국가구박물관, 프랑스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한 ‘현대카드 디자인랩’을 방문한다. 강병인 캘리그래퍼와 함께 한글 붓글씨와 캘리그래피를 체험해보고 ‘난타’ 공연과 부채춤도 관람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문화에 대해 토론하고 자국의 문화도 알릴 예정이다. 분야별로 △과학 기술과 문화 콘텐츠의 융합을 위한 인재 양성 방안 △한국이 주최하는 K-페스티벌에서 소개할 수 있는 콘텐츠 △패션 디자인 미술과의 문화 융합 사례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9월 2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문화소통의 밤’에서는 ‘자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문화계 인사’ ‘자국의 가장 자랑스러운 문화’ ‘한국 하면 떠오르는 문화소통 이미지’에 대한 참석자들의 답변을 CICI가 발표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인간과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소통해 온 저자가 아사히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잡지 ‘아에라’에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연재했던 칼럼 ‘사랑의 작법’을 모아 책을 냈다. 왜 사랑일까. 저자는 ‘타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가지려는 정신작용’을 사랑이라고 불렀다. 그러기에 지금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 사랑이라는 것. 주변의 작은 일상부터 일본, 한국 사회는 물론 국제 사회 이슈까지 다뤘다. 재일교포 2세로서, 지식인으로서 50여 년간 고민해 왔던 저자는 고민과 마주한 힘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음을 깨달았다. 그러기에 굳이 고민을 피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다. ‘국가적 재난’이라는 말도 곱씹어 본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과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한국을 뒤덮었던 단어다. 저자는 이를 ‘국민적 재난’으로 생각하자고 제안한다. 정부가 아닌 국민 중심의 사고를 하자고 말이다. 그래야 재난 지역 주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초식남, 영어 공용화 등 갖가지 주제에 대한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위로와 함께 당부도 건넨다. 스스로의 삶은 물론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이 가진 힘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