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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신태용 감독(사진)을 포함한 감독 후보들 간의 경쟁 체제를 통해 차기 대표팀 사령탑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은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1차 회의를 통해 신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에 포함시킨 뒤 그동안 추적 관찰해온 10명 이하의 감독 후보와 경쟁을 붙여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신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종료와 함께 계약이 만료된 상태다. 김 위원장은 “16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성공한 월드컵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신 감독이) 독일을 꺾은 공도 있고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준비 과정과 리더십 등을 평가해 다음 월드컵을 이끌 능력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신 감독의 실험과 도전정신이 너무 폄하되는 것 같다. 유망 선수 발굴 등으로 선수 운용의 폭을 넓혔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외국인 감독 등 감독 후보군을 선정해 놓은 상태다. 김 위원장은 “지난 몇 개월간 감독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에 맞는 감독들의 경기를 보는 동시에 경력과 동향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협회와의 접촉설이 돌았던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브라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감독 선정 기준은 월드컵이라는 대회 수준에 맞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의 격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경험이나 세계적 리그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김 위원장은 과거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거론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결과(한국을 맡기 전에 거둔 업적)가 없었다. 결과 없는 감독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력과 함께 중요한 것은 한국의 축구 철학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날 한국 축구가 추구해야 할 철학을 정립했다. 김 위원장은 “월드컵이 끝나고 대표팀 선수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선수들은 ‘감독이 바뀌어도 같은 철학으로 팀이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위원회가 제시한 철학은 △전진 패스 등 능동적 공격 전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전방 압박 △강력한 역습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것 등이다. 협회가 이날 발표한 것은 앞으로 대표팀이 추구하려는 팀 컬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할 때 신 감독은 애매한 위치에 있다. 평소 능동적이고 공격적 축구를 선호해 왔지만 월드컵에서는 수비적 운영을 했고 16강 진출 실패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위원회는 감독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신 감독은 인터뷰 없이 월드컵 경기 내용 등을 통해 평가할 계획이다. 신 감독은 계속해서 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뜻을 협회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신 감독은 위원회가 제시한 철학에 부합하는 인물인가’라는 질문에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력은 많이 하셨다. 더 깊은 부분은 아직 평가를 진행하지 않아 답하기 힘들다”고 했다. 위원회는 2차 회의에서 신 감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3차 회의에서 감독 후보군의 인터뷰를 종합해 차기 감독 우선 협상 순위를 정한다. 김 위원장은 “9월 A매치 기간에는 차기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감독의 임기는 4년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 명장의 경우 높은 연봉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들여 (감독을) 영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많이 투자할 생각이라고 보면 된다. 일단은 비용(연봉 등)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후보를 만나 한국 축구가 왜 매력적인지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신혼집이 포항에 있어요. KTX 포항역에서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팬들이 반겨 주시더라고요. 그때 느꼈습니다.” 세계적인 골키퍼로 거듭난 조현우(27·대구FC)는 집에 가서야 인기를 실감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귀국 당시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환호가 쏟아졌지만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길을 지날 때마다 많은 사람이 알아봐 주시는데, 적응이 안 된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너무 행복하다. 저를 알아주시니 설레기도 한다”고 했다. 4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만난 그의 인생은 바뀌어 있었다. 8일 그는 프로축구 K리그에 나선다. 소속팀 대구는 대구스타디움에서 서울과 맞붙는다. 조현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골대 뒤편 좌석(300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조현우의 하얀 피부를 보고 중국 화장품업체에서 구단 측에 모델 섭외를 시도하기도 했다. 대구 관계자는 “(조현우가) 선크림은 무엇을 쓰는지, 경기 중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제품을 쓰는지에 대한 문의가 왔다”고 전했다. 그는 “와이프가 이 헤어스타일을 좋아했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계속 유지했는데, 대구 팬들과 어린 친구들이 따라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너무도 뜻깊게 생각했다. 은퇴할 때까지 이 헤어스타일을 고집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아내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생애 처음 나선 월드컵. 무섭고 힘들 때 그는 아내를 찾았다고 했다. “이제 꿈을 펼칠 시간이야. 지금 솔직히 많이 무섭고 긴장되고, 평생 꿈꿔온 순간인 만큼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야. 지금이라도 무섭다고 말하고 싶지만, 오늘 이 순간까지만 생각할 거야.” 월드컵 기간에 그가 아내에게 썼던 손편지의 이 문구가 화제가 됐었다. 그는 경기 전날 잠들기 전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다가 문득 떠올라서 호텔 방 안에 있던 종이에 이 내용을 썼다고 했다. “내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와이프뿐이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손편지를 쓴 뒤 사진을 찍어 간직했다. 그가 손편지를 쓴 다음 날. 신태용 감독은 경기장으로 출발하면서 “선발은 현우다”고 말했다. 꿈은 현실이 됐다. 그는 경기장으로 출발하면서 찍어두었던 편지 사진을 아내에게 전송했다. 이 편지를 받은 부인 이희영 씨는 무척 놀랐다고 했다. 남편이 이 정도로 부담을 갖는 건 처음 봤다고 했다. 그는 “힘들고 아플 때 변함없이 저를 사랑하고 힘을 주었다. 저에게는 너무 큰 존재이기에 저도 항상 표현을 많이 한다”고 했다. 월드컵 기간 동안 아내가 악플에 시달렸던 것을 두고 “힘든 부분도 있었는데 꿋꿋이 이겨내서 고맙다”고도 덧붙였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심리 전문가를 데려가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를 생각하며 힘든 순간을 이겨 낸 때문인지 그는 “나는 멘털코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 그의 병역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는 프로 2년 차였던 2014년에 양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한쪽이 좋지 않자 다른 쪽도 나빠진 탓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현역 입영 대상이 아닌 신체검사 4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돌았다. 하지만 그는 무릎 수술과 병역 문제는 별개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컨디션도 좋아서 4급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대구 관계자는 “조현우는 신체검사 때 2급이었고 현역(상주 상무)에 갈 수 있는 상태”라고 했다. 손흥민과 함께 아시아경기에 와일드카드로 합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아시아경기 대표팀 감독인 김학범 감독과 따로 이야기하거나 이와 관련해 연락 받은 건 없다고 했다. 그는 “28세에 상무에 간다는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도 일찍 했다”며 “아시아경기에 가지 않아도 저는 상무에서 잘해서 온 국민에게 잊혀지지 않겠다”고 했다. “만약에 좋은 기회가 생기면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상무에 다녀와서도 기회가 되면 또 꿈을 꿔온 큰 무대에 설 수 있을 거다. 일단은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학범 감독님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표팀의 ‘넘버 3’였던 그가 장신 선수가 많은 스웨덴을 상대로 선발로 나선 데는 공중볼에 강했기 때문이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활동범위도 넓다. 하지만 큰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마른 체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즉시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감’을 더욱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지 선수를 좋아하는데 그의 자신감을 배우고 싶었다. 크로스 상황에서 더욱 자신 있게 플레이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별명 ‘달구벌 데헤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비드 데헤아를 빗댄 것이다. 데헤아는 대구 구단이 페이스북에 올린 조현우 인터뷰에 ‘좋아요’를 눌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현우는 “데헤아를 좋아해서 같이 경기할 것을 기대했는데, 만나지는 못했지만 저를 알고 ‘좋아요’를 눌러줘서 영광스럽다”고 했다. 8강이 모두 가려진 4일까지도 조현우는 이번 월드컵 세이브 횟수 5위(13회)를 기록 중이다.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선방은 “스웨덴전 전반에 일대일 상황에서 허벅지로 막은 것”을 꼽았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나가고 있었다고 했다. 잠을 줄여가면서 경기를 분석하고 치열하게 훈련한 땀의 결과다. 하지만 외국 기자들이 최고의 선방을 물었을 땐 다른 대답을 했다고 했다. 외국 기자들이 그에게 “독일전이 최고의 선방 아니었나?”고 했을 때 그는 “아니다”며 “한국의 K리그에서 정말 많은 선방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K리거로서의 자부심 넘치는 한마디였다. 다시 K리그 출전을 앞둔 그는 “K리그에서는 스피드와 돌파력을 지닌 인천의 문선민이 두렵다”면서 “꼭 손흥민과 맞붙어 보고 싶다. 손흥민도 은퇴 전에 한 번은 오겠다고 했는데 경기가 성사되면 어린 친구들도 좋아하고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8강 진입에 실패한 국가들이 사령탑 교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2-3으로 역전패한 일본은 독일의 전설적 공격수 출신으로 2016년까지 미국 대표팀 감독을 지낸 위르겐 클린스만의 영입을 노리고 있다. 일본 스포츠닛폰은 4일 “일본축구협회가 차기 사령탑 후보인 클린스만과 물밑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일 기술위원회를 거쳐 사령탑 내정 절차를 밟게 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목표로 연봉 200만 유로(약 26억 원)를 받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한국과의 조별리그 경기(3-2 독일 승)에서 2골을 터뜨렸다. 은퇴 후에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 3위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미국 사령탑으로 16강에 올라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개최국 러시아와 승부차기 끝에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한 ‘무적함대’ 스페인도 사령탑 교체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스페인은 대회 직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사령탑으로 선임된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경질하고, 대표팀 선수 출신 페르난도 이에로를 감독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조별리그를 1승 2무로 힘겹게 통과했고, 러시아전에서도 공격력이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 일간 아스는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였던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와 FC바르셀로나 감독이었던 루이스 엔리케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이 브라질 출신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을 영입하려 한다는 브라질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브라질 언론 글로부이스포르치는 4일 “한국과 이집트가 스콜라리 감독과 접촉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협회 관계자는 “스콜라리 감독 접촉설은 사실무근이다. 신태용 감독에 대한 평가 작업이 먼저다”라고 밝혔다. 협회는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를 열어 신 감독과의 계약 연장, 계약 기간 종료에 따른 결별 중 하나를 선택할 예정이다. 협회 고위관계자는 “신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적극적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감독을 모실 예정이다”라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운명의 한 방이었다. 스페인의 승부차기 다섯 번째 키커 이아고 아스파스가 페널티 마크 앞에 섰다. 스페인이 떨어지고 러시아가 8강에 올라가느냐가 걸려 있는 순간. 러시아 수문장 이고리 아킨페예프는 크게 숨을 쉰 뒤 아스파스를 노려봤다. 아스파스가 킥을 날린 순간 185cm의 아킨페예프가 개구리처럼 양팔과 양다리를 뻗으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구석으로 날아갈 줄 알았던 공은 뜻밖에 가운데로 향했다. 이미 골대 왼쪽으로 몸을 날렸던 아킨페예프의 팔은 이 공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공은 뒤로 길게 뻗은 아킨페예프의 왼발 끝에 걸렸다. 연발 권총에 총알 한 발을 넣고 번갈아 서로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잔인한 게임 ‘러시안 룰렛’에 빗대어 ‘11m 러시안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의 이날 승자는 러시아였다. 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개최국 러시아는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해 8강에 올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전에서 이근호의 평범한 중거리 슛을 놓쳐 ‘기름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아킨페예프는 러시아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4시간 뒤에는 덴마크와 크로아티아가 1-1로 비긴 뒤 잔인한 승부에 돌입했다. 승부차기에서는 ‘거미손’ 골키퍼들의 혈전이 이어졌다. 크로아티아의 다니옐 수바시치는 승부차기 5개 중 3개를, 덴마크의 카스페르 슈마이켈은 5개 중 2개를 막아내는 신들린 ‘선방쇼’를 보여줬다. 크로아티아가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양 팀 골키퍼를 합쳐 5개의 승부차기 세이브는 역대 월드컵 사상 한 경기 승부차기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2016∼2017 프랑스리그 ‘올해의 골키퍼’에 선정됐던 수바시치는 3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역대 월드컵 한 경기 최다 세이브 개인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서 슈마이켈은 지고도 경기 최우수선수(MOM)를 차지했다. 연장 후반 11분 크로아티아 간판스타 루카 모드리치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것을 비롯해 경기 내내 눈부신 선방을 보여준 슈마이켈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골키퍼였던 아버지 페테르 슈마이켈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 못지않은 선방쇼를 펼쳤다.○ 11m 거리에서 벌어지는 심리 싸움 이론상으로는 승부차기에서 키커가 골키퍼보다 유리하다. 키커와 골대까지의 거리는 11m. 성인 남자 선수의 슈팅 평균 속도는 시속 90∼100km. 이 속도로 공을 차면 골라인 통과 시간은 0.4∼0.5초인 반면에 골키퍼의 반응 속도는 0.6초다. 이론상으로라면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론 다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승부차기가 시작된 1982년 스페인 대회부터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의 승부차기 횟수는 총 240회. 키커들은 이 중 170회를 넣어 성공률은 70.8%였다. 2일 열린 16강전 2경기의 승부차기 성공률은 63.2%에 불과했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는 심리적인 데서 온다. 덴마크 골키퍼 슈마이켈은 상대가 킥을 하기 전에 몸을 이리저리 흔들거나 크게 소리를 지르는 등 키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려 했다. 노르웨이의 스포츠심리학자인 가이르 요르데 박사는 승부차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심리적 스트레스(40%), 슈팅 기술(10%), 본경기에 따른 피로(7%) 순으로 분석했다. 통상 키커들은 심리적 압박 때문에 첫 번째와 마지막 다섯 번째 순서를 기피한다고 한다. 공격수 출신인 김도훈 울산 감독은 “골키퍼는 승부차기를 막지 못해도 ‘밑져야 본전’이지만 키커는 그렇지 않다. 무조건 넣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은 “키커는 골키퍼의 동작을 무시하고 공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키커의 눈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골키퍼를 오래 바라볼수록 불안감이 높아져 킥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최고의 승부차기 코스와 슈퍼 세이브 비법 덴마크의 두 번째 키커 시몬 케르는 교과서적인 승부차기를 보여줬다. 그는 골대 오른쪽 상단에 꽂히는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가 몸을 던져도 막을 수 없는 위치로 공을 보낸 것이다. 크로스바와 골포스트에서 각각 50cm 안쪽 지점으로 향하는 공은 골키퍼가 거의 막을 수 없다. 반면에 최악의 코스는 골문 중앙 하단부로 향하는 킥이다. 스포츠 통계업체 OPTA는 “역대 월드컵에서 중앙 하단부로 향한 킥의 성공률은 58%에 불과했다. OPTA는 “만약 가운데로 공을 찰 생각이라면 낮은 코스보다는 골키퍼 머리 위로 향하는 강력한 킥을 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선수들도 가장 확률 높은 슈팅 코스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경기에서 최적의 코스로 공을 보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2년 한일 월드컵 멤버인 김병지(골키퍼)는 “실제로 골대 위쪽 구석을 보고 승부차기를 하는 공격수는 드물다. 조금만 방향이 빗나가거나 힘 조절에 실패하면 골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득점을 위해 땅볼이나 골키퍼 어깨 높이로 공을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승부차기를 골키퍼가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비법은 없을까.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키커의 발 모양은 공의 방향이다. 차기 직전 지면에서 킥을 지탱하는 쪽의 발끝은 80% 정도 공이 나갈 방향을 가리킨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스페인전에 나선 키커 9명은 디딤발 끝의 방향과 슈팅 방향이 일치했다. 골키퍼들은 다양한 동작과 발언으로 승부차기의 주도권을 가져오기도 한다. 김병지는 “상대가 킥을 하기 전에 제스처를 통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타이밍보다 골키퍼가 늦게 골문 앞으로 걸어가거나, 키커에게 볼을 건네며 ‘너 오른쪽으로 많이 차잖아’라는 식으로 심리전을 시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6강 이후로는 더 이상 무승부가 없는 토너먼트 경기가 계속되면서 승부차기는 치명적인 변수로 계속 작동할 수밖에 없다.정윤철 trigger@donga.com·김배중·강홍구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최고 흥행카드로 꼽혔던 ‘메호(메시와 호날두) 대전’이 무산됐다. 세계 축구 최대 라이벌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는 1일 월드컵 16강전에서 나란히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아르헨티나는 카잔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16강전에서 메시가 2도움을 기록했지만 3-4로 패했다. 같은 날 포르투갈은 소치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호날두가 무득점에 그친 가운데 1-2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준 아르헨티나는 전반 41분 앙헬 디마리아의 그림 같은 중거리슛으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후반 3분 메시의 왼발 슛이 가브리엘 메르카도의 발에 맞고 굴절돼 들어가면서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후반 12분 뱅자맹 파바르의 빨랫줄 같은 발리슛과 킬리안 음바페의 연속골 등 3골을 더 내주며 무너졌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추가시간에 메시가 올린 정교한 크로스를 세르히오 아궤로가 헤딩골로 연결시키며 3-4로 추격했으나 거기까지였다. 포르투갈은 전반 7분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가 올린 크로스를 에딘손 카바니가 헤딩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내줬다. 포르투갈의 페프는 후반 10분 헤딩 동점골을 넣어 35세 124일로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최고령 포르투갈 선수가 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우루과이는 후반 17분 카바니의 추가골로 승리를 확정했다.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이겼다면 8강에서 메시와 호날두의 사상 첫 월드컵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었다. 하지만 둘 모두 상대의 집중 견제를 뚫지 못하며 동반 탈락했다. 두 선수의 나이를 고려할 때 다시 월드컵 출전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은 “역대 최고 선수(GOAT·Greatest of all time) 등극을 노리던 메시와 호날두의 경쟁도 작별을 고했다”며 이들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는 엉덩이에 손을 올린 채 한참 동안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대회 기간 동안 갈색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그의 얼굴은 경직돼 있었다. 또다시 꿈이 좌절된 그는 고통스러운 듯 이따금씩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메시는 1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득점포가 침묵하면서 아르헨티나의 3-4 패배를 막지 못했다. 4시간 뒤. 카잔에서 1530km 떨어진 러시아 소치에서는 또 다른 스타가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포르투갈이 1-2로 지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는 성난 눈을 부라리며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포르투갈 선수가 페널티박스 인근에서 쓰러졌지만 주심이 우루과이에 반칙을 주지 않았기 때문. 거친 항의로 경고를 받은 호날두는 경고 누적으로 포르투갈이 8강에 올라도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호날두는 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포르투갈이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세계 최고의 선수를 놓고 경쟁하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스타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둘은 이번에도 소속팀에서의 성공을 국가대표팀에서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월드컵과의 지독한 악연을 이어갔다. 메시는 성인 무대에서는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는 메이저 대회 준우승만 4차례(2014 브라질 월드컵, 2007·2015·2016 코파아메리카)에 그쳤다. 2016 코파아메리카에서 준우승한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가 대통령과 팬들의 만류로 복귀한 그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메이저 트로피에 도전했으나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호날두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지만 이후 세 번의 월드컵에서는 모두 8강 진입에 실패했다. 발롱도르 5회 수상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클럽에서는 모든 영광을 누린 이들이지만 월드컵 트로피를 얻지 못해 ‘역대 최고의 선수(GOAT)’ 반열에는 오르기 힘들어졌다. AP통신은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펠레(브라질)는 고국에 보물(월드컵 트로피)을 안기며 전설이 됐다. 팬들이 마라도나와 펠레를 인정하는 것은 소속팀 경력이 아닌 월드컵에서의 활약 때문이다. 메시와 호날두는 클럽에서는 최고의 선수로 기억될지 모르지만 국가대표팀에서는 영광을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월드컵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둘은 ‘토너먼트 징크스’에 발목을 잡혔다. 메시는 월드컵 토너먼트(16강 이후 경기) 8경기에서 23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4골을 뽑아낸 호날두지만 토너먼트에서는 6경기에서 25차례 슈팅을 하고도 골 망을 흔들지 못했다. 서른 살이 넘은 둘의 나이를 고려할 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둘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 월드컵이 열릴 때 메시는 35세, 호날두는 37세가 된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메시와 호날두 모두 토너먼트가 시작된 16강부터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였다. 클럽 팀에서는 1, 2년 정도 좋은 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4년 뒤 월드컵에서는 최상의 모습을 보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에서 쓸쓸히 퇴장한 메시와 호날두가 대표팀에서 은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팀 동료들은 두 선수가 대표팀에 남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프랑스와의 경기 후 메시는 대표팀 은퇴 여부 등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팀 동료인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메시가 대표팀에 계속 남아있고자 열망하기를 희망한다”면서 “메시가 축구를 그만뒀을 때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메시는 계속 축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날두는 대표팀 은퇴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스페인 일간 마르카에 따르면 호날두는 “아직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포르투갈에는 젊고 좋은 선수가 많다. 우리는 언제나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은 호날두가 대표팀에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날두는 아직 축구를 통해 기여해야 할 것이 많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해 대표팀에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제발 골이길 빌고 또 빌었다. 공이 너무 정확히 내 발 앞으로 와서 한 번 잡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잡고 때렸는데 그사이 노이어(골키퍼)가 튀어 나오더라. 들어가서 다행이다.” 한국의 선제골을 넣은 김영권(사진)은 그 짧은 순간 수없이 속으로 빌었다고 했다. 골을 넣었지만 선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고 한국 선수들이 격렬하게 항의하는 가운데 비디오판독(VAR)이 진행됐다. 결국 골로 인정이 됐다. 선제골을 넣은 그는 수없이 많은 육탄 수비로도 화제를 모았다. “수비수뿐만 아니라 공격수들까지 다 같이 수비에 가담해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공격진이 있는 앞에서부터 쉽게 공이 들어오면 쉽게 골을 먹을 수 있었다. 앞에 있던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뛰어줘서 무실점이 된 것 같다. 거의 매일 미팅을 했다. 독일 선수들 움직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유기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한때 그는 ‘악플’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했다. 경기 중 관중 소리 때문에 선수들 간 소통이 잘 안 됐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팬들의 집단 비난을 받았다. 그는 “과거에는 악플이 많이 달렸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말에 “아직 댓글을 보진 못했다. 응원을 열심히 해주신 것 같다. 한국에서도 늦게까지 응원을 해주셨고, 선수들도 그런 응원을 받고 매니저를 통해 소식을 듣는다”고 전했다. 그는 악플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 계기가 없었다면 오늘처럼 골도 넣고 이런 상황이 안 나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발전할 수 있도록 된 것 같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정한 구호인 ‘필사즉생 필생즉사’를 계속 떠올렸다고 했다.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는 유명한 문구다. 그는 “운동하는 순간순간 그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다. 그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이헌재 uni@donga.com / 카잔=정윤철 기자}

독일의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는 경기가 끝난 뒤 유니폼을 그라운드에 집어 던졌다. 믿을 수 없는 패배에 화가 난 모습이었다. 잠시 뒤 그는 뚜벅뚜벅 한국의 골키퍼 조현우(27·대구)에게 걸어갔다. 그러고는 악수를 청하며 포옹을 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노이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맹활약한 조현우였다.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고 ‘카잔의 기적’을 이뤄낸 것은 골문을 든든히 지킨 ‘달구벌 데헤아’ 조현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26개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조현우는 온몸을 던지는 ‘선방쇼’를 펼쳤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조현우를 한국-독일전의 맨 오브 더 매치(MOM·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골을 넣은 김영권, 손흥민이 아니었다. 사실상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한국의 ‘극장골’은 그의 선방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후반 2분 골대 바로 앞에서 독일의 레온 고레츠카가 홀로 점프해 날린 헤딩슛을 막아낸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조현우에게) 절을 해도 마땅할 정도의 완벽한 선방이었다”고 감탄했다. 조현우는 “크로스 타이밍과 공격수의 움직임 모두 분석한 그대로였기 때문에 몸이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그때 골을 내줬다면 독일을 꺾을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한국이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조현우의 활약만큼은 눈부셨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대표팀의 ‘넘버3 골키퍼’로 평가받던 그는 1차전(스웨덴)에 선발로 나선 이후 연일 ‘선방쇼’를 이어가며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대표 수문장으로 거듭났다. 조현우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집계한 선방 횟수 순위(28일 오전 기준)에서 총 13개의 선방으로 노이어(11개)를 제치고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현우의 스타 등극은 그의 철저한 상대팀 분석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현우는 “코칭스태프와 함께 독일 선수들의 슈팅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슈팅 각도와 크로스를 올리는 지점까지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런 조현우가 꼽은 이번 대회를 통틀어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두 번의 페널티킥 실점 장면. 조현우는 “상대 국가의 8년 치 페널티킥 자료를 모두 분석했다. 키커가 과거에 페널티킥을 찬 방향을 알고 있어서 그쪽으로 몸을 날렸는데…. 그들(키커)이 조금 더 영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젠 유럽의 빅 클럽들이 그를 노린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를 만큼 조현우의 위상은 높아졌다. 호주 ABC방송은 ‘독일은 무적의 골키퍼 조현우를 뚫어내지 못했다’고 보도했고, 스페인 언론 아스는 ‘조현우가 펼친 환상적인 월드컵 활약으로 차기 행선지가 유럽이 될 수도 있다’며 유럽행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영국 BBC는 조현우에게 평점 8.85점을 매기며 독일 노이어(2.59점)는 물론이고 골을 터뜨린 손흥민(8.75점), 김영권(8.37점)보다 높은 평점을 부여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아직 군 복무를 하지 않은 그는 “(입대를) 개의치 않는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이지만 각종 댓글 등에선 “넌 괜찮다지만 우린 너를 보낼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28일 조현우의 에이전트(이카루스) 관계자에 따르면 몇몇 보도와는 달리 아직 직접적으로 조현우의 영입을 위해 접촉해온 유럽의 빅 클럽은 없다. 동물적 반사 신경과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이 스페인 대표팀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28)를 닮아 ‘달구벌 데헤아’로 불리는 조현우는 월드컵을 통해 ‘대헤아(대한민국+데헤아)로 거듭났다. 조현우는 “개인적으로 데헤아를 좋아하기 때문에 애칭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헤어스타일은 데헤아를 따라한 것이 아니다. 아내가 내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추천한 것이다”며 웃었다. 대회 이후 그를 향한 국내의 뜨거운 반응은 아직 실감이 안 가는 모양이다. 조현우는 “인기 실감하나?”라는 질문에 “인기는 잘 모르고 아내가 밖에 나가면 자신도 알아본다고 했다. 저는 K리그 선수이고 아직 시즌도 끝나지 않아 귀국 이후 팀(대구FC) 훈련 복귀 일정을 언제 할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은 생애 첫 월드컵에 나선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됐다. 상대의 수많은 크로스를 펀칭으로 막아낸 그의 오른팔에는 아내 이희영 씨(29)의 얼굴 문신이 있다. 그는 러시아에서 아내와 딸 하린 양(9개월)에게 이렇게 편지를 남겼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월드컵에 내가 왔고, 이제 꿈을 펼칠 시간이야. 멋진 남편이자 아빠가 될게.” 조현우는 “독일전에서 우리가 보여준 모습이 축구를 시작하는 어린 친구들의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투혼을 발휘해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카잔=정윤철 trigger@donga.com / 김재형 기자}

폭풍 같은 질주였다. 후반 추가시간 5분 44초. 주세종이 한국의 오른쪽 페널티 지역 앞 6m 지점에서 공격에 가담한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공을 빼앗은 뒤 독일 골문을 향해 길게 찼다. 공은 선수들의 머리 위로 긴 포물선을 그리며 독일 골문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의 궤적을 바라본 손흥민의 전력 질주가 시작됐다. 경기 종료 직전 모두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지만 손흥민의 스피드는 폭발적이었다. 숨 막히는 질주는 관중의 함성 속에 골로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약 50m를 달린 뒤 골을 터뜨리는 순간 국제축구연맹(FIFA) TV 해설자는 “환상적 움직임을 보여준 손흥민이 독일의 꿈을 산산조각 내버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멕시코전에서 강력한 중거리포로 골을 넣은 데 이어 대회 2호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월드컵 통산 3호골로 ‘레전드’ 박지성, 안정환(이상 3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골이 ‘독일의 조기 탈락을 선고했다’고 표현했다. 코트디부아르의 축구 영웅 디디에 드로그바는 “환상적이다. 손흥민의 플레이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극찬했다. 손흥민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홈페이지에는 “손흥민이 한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는 내용이 등장했다. 경기 후 골 상황에 대해 손흥민은 “역습을 노리고 있었다. 세종이 형이 (노이어의) 볼을 빼앗은 뒤 내게 줬는데 그 패스가 워낙 좋았다. 잘 빼앗아서 잘 줬다. 난 골키퍼도 없는 데 넣기만 하면 됐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해 “우리가 이길 만한 경기였다. 우린 이 승리를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있다. 챔피언을 이겼다”는 그는 “독일과 경기하는 것이 인생의 꿈이었다. 독일에서 꿈을 키웠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으나 이겨 보는 게 소원이었다.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모두 한 것이다”라고 감격했다. 또다시 눈물을 흘린 그는 “선수들에게 고마운 생각이 너무 컸다. 내 역할을 잘하지 못해서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한국의 16강, 스웨덴-멕시코전의 결과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우린 경기에만 집중했다. 다른 경기에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한다.” 자신을 중심으로 팀을 운용한 신태용 감독에 대해서는 “내가 감독님을 잘 안다.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했다. 그는 “내게 거는 기대와 믿음이 항상 많았는데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한 것도 사실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수비수 2명 이상이 마크했음에도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5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이날 손흥민이 기록한 활동량은 1만383m. 독일의 공격 전개를 막기 위해 최전방에서부터 부지런히 압박을 가했다. 그만큼 헌신했다. 경기를 앞두고 조별리그 2경기에서 2패를 떠안은 한국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세계 최강’과의 일전을 앞두고 설상가상 주장 기성용의 부상까지 겹쳤다. 이날 주장으로 나선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는 주장 완장에 키스하는 것이었다. 그는 “내가 주장 완장을 달았지만 성용이 형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에 나선 선수와 안 나선 선수 모두에게 고맙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이대로 돌아갈 순 없다는 말도 했다. 선수들도 운동장에서 다 쏟아붓자는 말도 했다. 선수들의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손흥민의 모습에 앞으로 손흥민이 명실상부한 대표팀의 주장으로 ‘캡틴 손’ 시대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자철은 “손흥민이 자신의 재능을 그라운드 위에서 꾸준히 보여주는 동시에 기성용 등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주장들의 장점을 잘 받아들이면 좋은 주장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월드컵에서 리더십까지 검증받은 손흥민의 남은 검증 단계는 병역이다. 손흥민의 득점 순간 한 외신은 “병역법이 손흥민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아시아경기 금메달 등을 통해 손흥민이 병역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손흥민을 향한 ‘빅클럽’의 구애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잔=정윤철 trigger@donga.com / 김배중 기자}

정규시간이 끝나고 이어지던 후반 추가시간 3분. 김영권의 슛이 골망을 흔들었을 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지자 독일 관중은 환호했지만 러시아 관중은 한국 관중과 함께 야유를 보냈다. 한국 선수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헤드셋을 통해 비디오판독 심판과 얘기를 나누던 주심은 경기장 밖으로 걸어가 비디오판독을 실시했다. 공이 독일 선수에게 맞고 김영권 앞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프사이드 판정은 취소됐다. ‘전차군단’을 격침시킨 한국의 결승골은 이렇게 힘겹게 만들어졌다. 이후 독일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총공세를 펼쳤다. 한국은 이 틈을 이용해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6분에 하프라인 근처부터 50m가량 질주한 후 골키퍼가 없는 독일의 빈 골대에 쐐기골을 터뜨렸다. 경기 후 녹초가 된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졌지만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은 27일 독일과의 경기에 4-4-2 전형으로 나섰다.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홍철-김영권-윤영선-이용이 섰고, 미드필드는 문선민-정우영-장현수-이재성으로 꾸렸다. ‘투톱’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손흥민과 현재 독일에서 활약 중인 구자철이 나섰다. 골키퍼는 1차전부터 신임을 받은 조현우가 맡았다. 이날 스타팅 멤버 중 눈에 띄는 점은 수비라인에서 있던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옮긴 것이다. 장현수는 멕시코전 때 중앙 수비수로 나서 페널티킥의 빌미를 주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 다시 선발로 나서며 그동안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가졌다. 독일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미드필드 라인에는 토니 크로스와 메수트 외질 등 독일이 자랑하는 ‘황금 미드필더’가 총출동했다. 경기 초반 독일은 예상외로 공을 뒤로 돌리며 느슨하게 공격에 나섰다.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를 염탐하는 듯했다. 중앙 미드필더 크로스의 조율 속에 좌우 사이드로 볼을 빼고 날개 마르코 로이스 등이 크로스를 띄우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패스 불안과 몸을 내던지며 막는 김영권과 윤영선 등 한국 수비수들에게 막혀 골을 잡아내지는 못했다. 윤영선은 월드컵 첫 경기였지만 안정적인 대인 방어 능력을 보여줬다. 수비형 미드필더 장현수도 이날은 패스 미스를 줄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등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중앙 수비 라인의 분전과 함께 한국은 골키퍼 조현우가 후반 3분 결정적인 선방을 했다. 독일 요주아 키미히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띄운 크로스를 골 지역 정면에서 레온 고레츠카가 헤딩한 것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은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다. FIFA 랭킹 1위로 한국(57위)과는 무려 56계단이나 차이가 나는 독일이었지만 이날 플레이에는 힘이 없었다. 멕시코에 0-1로 패한 독일은 2차전에서 스웨덴에 2-1로 진땀승을 거두며 체력이 많이 떨어진 듯 보였다. 한국은 점유율에서는 독일에 밀렸다. 전날 신태용 감독은 “경기 주도권은 가져올 수 없지만 몇 차례 안 되는 기회를 살릴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독일은 공격 전개가 느리고 패스 정확도가 떨어져 문선민 등 한국 미드필더들에게 볼을 차단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날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올 것이다. 많은 골을 넣고 승리해야 하는 독일인 만큼 심리적으로는 우리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반 들어 독일은 무리한 패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틈을 노려 한국은 끊임없이 역습을 시도했다. 결국 초조해진 독일의 집중력이 떨어진 후반 추가시간에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값진 승리를 낚았다.카잔=정윤철 trigger@donga.com·양종구 기자}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생각으로 독일과의 경기를 준비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독일과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둔 절박한 심경을 표현했다. 2패로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린 한국은 27일 오후 11시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과 맞붙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한국 57위)은 1차전에서 멕시코에 덜미를 잡혔지만 2차전에서 스웨덴에 역전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독일도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도 “오직 한국전 승리만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총력전을 예고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독일 선수 전체의 몸값은 1조1432억 원에 달한다. 한국 선수 전체 몸값은 1099억 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그래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 한국이 독일에 1점 차 승리를 거두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2점 차 이상으로 꺾거나, 한국이 독일에 2점 차 이상으로 승리하고 동시에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기면 한국과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한다.○ 공격의 선봉 ‘황손 콤비’ 한국은 스피드를 갖추고 역습에 능한 ‘황손 콤비’ 황희찬과 손흥민 투톱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민첩한 중앙 수비수 제롬 보아텡이 스웨덴전에서 퇴장당해 한국전에 결장한다. 그 빈틈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1, 2차전에서 황희찬의 전력 질주 최고 속도는 시속 33.3km(한국팀 내 1위), 손흥민은 시속 31.97km(3위)였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2010∼2013년), 레버쿠젠(2013∼2015년·1군 기준)에서 뛰었던 손흥민은 독일 수비수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멕시코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득점에 성공해 골 감각도 회복한 상태다. 손흥민은 “다른 말은 필요 없다. 죽기 살기로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황희찬은 멕시코전에서 빠른 측면 돌파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슈팅 대신 패스를 하며 득점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황희찬은 “멕시코전 실수를 생각하면 아쉽고 화도 난다. 독일전에서는 반드시 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 기성용 빠진 중원은 ‘영철 콤비’ 한국 미드필드의 문제는 주장인 미드필더 기성용이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독일전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이다. 독일은 토니 크로스, 메수트 외질 등 세계적 미드필더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크로스는 1, 2차전 평균 94%의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며 ‘전차군단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멕시코전에서 기성용-주세종이 나섰던 미드필드진은 ‘영철 콤비’ 정우영과 구자철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8년간 독일에서 뛴 구자철은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경험해봤기 때문에 공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 정우영은 상대의 돌파를 차단하는 수비 센스와 상대 수비 뒤 공간으로 롱패스를 연결하는 능력이 있다. ○ 어게인 ‘김&장’ 혹은 ‘스리백’ 독일은 최전방 공격수 티모 베르너와 측면 공격수 토마스 뮐러를 중심으로 한 공격이 매섭다. 2017∼2018시즌 소속팀에서 21골(9도움)을 넣은 베르너는 스피드와 침투 능력이 뛰어나다. 신 감독은 중앙 수비수 장현수의 선발 기용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한국 중앙 수비수의 핵심 조합은 김영권-장현수였다. 그러나 장현수가 2차전에서 페널티킥 실점의 빌미를 주고 팬들로부터 집중적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또다시 그를 선발로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장현수는 실력보다는 컨디션이 문제일 것이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일 텐데 면담을 통해 컨디션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무리해서 출전시키면 더 무서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수를 대체할 후보선수로는 윤영선 오반석 정승현 등이 거론된다. 장현수를 내세우지 않는다면 스리백을 구사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김영권 오반석 윤영선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은 수비 상황에서 좌우 윙백까지 수비 진영으로 내려와 실제로는 총 5명의 수비수가 포진하는 ‘5백’ 전형을 구사한다.카잔=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비바람이 몰아친 2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온은 15도까지 떨어졌다. 2연패로 팀 분위기도 가라앉은 상황.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여러 악조건을 뚫고 회복훈련을 겸한 5 대 5 미니게임을 했다.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서지 않은 선수들만 참가한 가운데 상주 상무(국군체육부대) 소속 병장 홍철(28)은 수차례 날카로운 패스를 선보이며 감각을 다듬었다. 동료들은 “(홍)철아! 잘했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홍철은 멕시코전에 교체 투입돼 12분을 뛰었다. 같은 시간에 멕시코전 선발로 84분을 뛴 일병 김민우(28·상주)는 숙소에서 함께 선발로 나섰던 동료들과 웨이트트레이닝, 수영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대표팀은 27일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과 맞붙는다. 왼쪽 측면 수비수인 동갑내기 홍철과 김민우는 독일 ‘공수의 핵’ 요주아 키미히(23·바이에른 뮌헨)를 막아야 한다. 키미히는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의 ‘황태자’로 불린다. 뢰프 감독은 “최근 10년간 독일이 배출한 선수 중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가 키미히다”라고 칭찬한다. 선수층이 두꺼운 독일이지만 키미히는 유럽 예선(10경기)과 월드컵 조별리그 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한 ‘붙박이 주전’이다. 키미히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이지만 개인기와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측면을 허문다. 또 바나나처럼 휘어지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통해 공격을 이끈다. 스웨덴과의 2차전(2-1 독일 승)에서 그는 1만1584m를 뛰어 독일 선수 중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여줬다. 패스 성공률은 91%였고, 크로스도 8번 시도했다. 수비에서는 ‘커버 플레이’(동료가 전진하면서 생긴 빈 공간으로 들어가 수비하는 것)에 능하다. 스웨덴전에서 독일은 중앙 수비수 제롬 보아텡이 퇴장당하자 키미히를 중앙 수비수로 이동시켰다. 홍철과 김민우 중 누가 선발로 나올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측면 공격수들과 함께 키미히를 봉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철은 “키미히는 절대 일대일로는 막을 수 없는 선수다. 같은 측면에 위치한 공격수와의 협력 수비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키미히의 적극적인 공격 전개는 한국이 공략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키미히의 볼을 빼앗으면 독일의 측면 뒤 공간이 뚫리는 허점이 드러나기 때문. 멕시코가 1차전에서 독일을 1-0으로 꺾은 것도 이 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키미히가 전진한 뒤 비어 있는 공간에 빠르게 침투한 왼쪽 측면 공격수 이르빙 로사노가 결승골을 뽑아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키미히는 오버래핑 후 윙어(측면 공격수)와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그가 수비적인 역할을 못할 때 생기는 빈 공간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측면 수비수로 꼽히는 키미히는 예상 이적료만 7640만 유로(약 993억 원)에 달한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현재 키미히의 주급은 8만5000유로(약 1억1054만 원)다. 한 달을 4주로 보면 월급이 4억 원이 넘는다. 병장 홍철의 월급은 40만5700원, 일병 김민우는 33만1300원이다. 군 복무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월급만으로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하지만 “전쟁에 나간다는 심경으로 월드컵에 왔다”는 홍철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려면 독일을 꺾고, 같은 시간에 열리는 스웨덴-멕시코전의 결과를 봐야 한다. 홍철은 “불가능은 없다.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1%의 희망을 잡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상트페테르부르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은 27일 오후 11시 러시아 볼가강 중류에 위치한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 수도 카잔에서 세계 최강 독일과 러시아 월드컵 F조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카잔 아레나(사진)에서 독일 선수들을 상대하며 다시 한번 더위와 싸워야 한다. 24일 멕시코와의 경기가 열린 로스토프나도누는 섭씨 30도가 넘었는데 경기 당일인 27일 오후 5시(현지 시간) 카잔도 30도를 웃돌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카잔에는 비 소식도 있어 습도까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카잔의 습도는 40%. 24일 로스토프나도누의 습도가 28%였으니 훨씬 높은 것이다. 더운 날씨에 습도까지 높으면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크다.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14도인 점을 감안하면 태극전사들은 한마디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선수들이 생활하는 실내 공간의 온도는 25도를 유지하게 하고 있다. 더운 지역에서는 에어컨을 사용하고 선수들이 수분을 많이 섭취하도록 의무팀에서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선수들이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해 훈련 후 반드시 온욕 샤워를 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선수들이 외출을 할 때 훈련복 외에 패딩조끼를 착용했다. 아직까지 감기에 걸린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똑같은 날씨에서 싸운다. 하지만 열세라고 평가받는 한국으로선 한 발 더 뛰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체력에 영향을 주는 더운 날씨가 더 부담스럽다. 게다가 한국은 앞선 두 경기에서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기에 이 같은 날씨가 더 신경 쓰인다. 카잔=양종구 yjongk@donga.com /상트페테르부르크=정윤철 기자}

24일 한국과 멕시코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이 열린 로스토프 아레나는 멕시코의 안방처럼 보였다. 챙이 넓은 멕시코 전통 모자 ‘솜브레로’를 쓰고, 멕시코 대표팀의 녹색과 흰색 유니폼을 착용한 3만 명 넘는 멕시코 팬들은 소문대로 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그들은 경기장으로 들어서면서 “우리는 이미 세계 최강 독일을 꺾었다”고 외쳤다. 호세 가르시아 씨(28)는 2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 러시아행 비행기 값을 마련했다. 그는 “꼭 갖고 싶은 오토바이를 살 돈도 모두 투자해서 멕시코 대표팀을 응원하러 왔다. ‘엘 트리(El Tri·3색 국기를 뜻하는 멕시코 대표팀 애칭)’가 우승한다면 가난해도 좋다”며 웃었다. 멕시코 팬들은 자국 선수가 득점했을 때는 “멕시코!”를 연호했고, 한국이 공격에 나서면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멕시코 관중석의 응원 소리를 휴대전화 소음측정기로 측정한 결과 최대 100dB(데시벨)까지 올라갔다. 전동 톱 소리와 맞먹는 크기의 소음이다. 이들이 멕시코 공식 응원가인 ‘시엘리토 린도’를 부를 때는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멕시코가 한국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줘서인지 관중석은 줄곧 축제 분위기였다. 멕시코 팬들은 응원가 후렴구나 상대 골키퍼가 킥을 할 때 동성애 혐오 등의 내용이 담긴 ‘푸토(puto)’라는 욕설을 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독일과의 1차전에서도 이 욕설이 나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멕시코축구협회에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했다. 한국전에서는 단체로 푸토를 외치지는 않았다. 대규모 멕시코 응원단에 맞서 한국 응원단 1000여 명은 ‘일당백’으로 맞섰다. 한국 응원단 붉은악마 회원 우용만 씨(37)는 “멕시코의 응원이 잠잠해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우리 응원가를 불렀다. 숫자는 적지만 기세는 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80명의 붉은악마 회원들은 현지에서 합류한 교민들이 쉽게 응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생소한 응원곡 대신 ‘오! 필승 코리아’와 ‘아리랑’ 등 평소 익숙한 곡을 사용했다. 한국 팬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임금님 의상을 입거나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모자를 쓰고 응원전을 펼쳤다. 일부 러시아인들은 한국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카레아! 카레아!”라고 외치며 한국을 응원한 것이다. 붉은악마 회원들이 경기 전 가로 14m, 세로 12m 크기의 대형 태극기를 펼치는 데 애를 먹자 러시아 관중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러시아 축구팬 모르가체바 엘리자베타 씨(21·여)는 “월드컵을 통해 응원의 재미에 푹 빠졌다. 열정적인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응원을 해보니 더욱 신난다”고 말했다. 주상트페테르부르크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인들은 매스게임을 제외하고는 집단적 응원 등 감정을 표현할 기회가 없었다. 월드컵을 계기로 러시아인들이 응원 등으로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며 러시아 민족에 대한 자부심도 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스토프나도누=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정말 아름답고, 막을 수 없는 골이었다.” 달라진 손흥민(26)이었다. 앞선 경기에서 단 한 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으나 두 번째 경기에서는 대표팀 슈팅의 절반 이상을 날리며 이번 대회 한국의 첫 번째 골을 뽑아냈다. 24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한국-멕시코 경기. 후반 48분(추가시간 3분). 멕시코 진영 오른쪽을 드리블로 파고들던 그는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을 날렸다. 대각선으로 약 22m를 날아간 대포알 같은 슛은 멕시코 골대 왼쪽 상단에 꽂히며 그물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 ‘거미 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멕시코의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가 몸을 날렸지만 워낙 빠르게 구석으로 날아간 공을 막지는 못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 골을 ‘선더볼트’(벼락)라고 표현했다. ‘손흥민 존’으로 불리는 구역에서 터진 환상적인 골이었다. 손흥민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함께 페널티박스 좌우측 45도 부근에서 하루에 각각 200번이 넘는 슈팅 훈련을 반복하면서 감각을 키웠다. 국제축구연맹(FIFA) TV 해설자는 “아름답고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날 한국 최다인 9개의 슈팅(대표팀 전체 17개)을 시도했다. 공이 전달되지 않을 때는 하프라인까지 내려가 공수의 연결고리가 됐다. 영국의 BBC는 “한국 팀에서는 오로지 손흥민만 빛났다”고 했다. BBC는 “이 골이 손흥민의 빛나는 재능을 다시 상기시켰다”고 평했다. 그러나 “한국이 스웨덴전 때와는 무척 달라졌지만 조직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손흥민에게 너무 의존했다”고 평했다. 손흥민 김신욱 황희찬이 나섰던 스웨덴과의 1차전 4-3-3 ‘스리톱’ 전형에서는 세 선수 간의 패스가 총 3차례에 불과했다. 손흥민과 이재성이 투톱으로 나선 4-4-2 포메이션의 멕시코전에서는 손흥민과 이재성이 주고받은 패스가 15회로 크게 늘며 전방 공격이 활기를 띠었다. 골을 넣었지만 손흥민은 경기장을 빠져나오며 눈이 부어오르도록 울었다. “선수들은 정말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너무나도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흥민은 문재인 대통령이 라커룸을 방문했을 때도 말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굵은 눈물을 흘려 ‘울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나보다 어린 선수들도 있어서 울지 않으려고 했다. 이제는 내가 위로를 해줘야 하는 위치니까…”라던 그는 “정말 잘 준비해도 부족한 것이 월드컵이다. 아직도 (월드컵 무대가) 겁이 난다.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전문가의 기대’란 제목으로 “남은 독일전에서는 우리 선수들에게 근성과 투지의 축구를 강요하지 말자”라며 “그냥 맘껏 즐기라고 해주자”고 적었다. 그러면서 “체력이 좋은 전반에 수비가 좀 허술해지더라도 과감하게 포백 라인을 끌어올리며, 중원에서 경쟁하고, 손흥민이 더 많은 슛을 날리는 경기를 보고 싶다”며 구체적인 전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제 독일전(27일) 각오를 다지고 있다. 손흥민은 16세였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의 지원으로 독일로 가 함부르크(2010∼2013년)와 레버쿠젠(2013∼2015년·이상 1군 기준)에서 뛰었다. 손흥민은 “끝까지 해봐야 한다”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다른 말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정말 죽기 살기로 해야죠.”로스토프나도누=정윤철 trigger@donga.com / 황인찬 기자}

스웨덴을 맞아 생애 첫 월드컵 경기에 나선 그는 상대 진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렸다. 전력질주 최고 속도는 시속 32.4km.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 중 가장 빨랐다. 재빠른 문전 쇄도로 관중의 환호를 받기도 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골 기회에서 그의 머리에 맞은 볼은 골문을 한참 벗어났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긴장을 하지 않는 타입인데…. 월드컵은 참 쉽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부터는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 러시아 월드컵 2차전 멕시코전을 앞두고 황희찬(22·잘츠부르크)은 ‘성난 황소’로 변했다.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슈팅 1개에 그쳤던 그는 멕시코전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스웨덴전에서 그는 중앙이 아닌 측면에 위치해 수비 역할까지 한 탓에 공격에 집중하지 못했다. 황희찬은 “최전방에 위치했을 때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강한 압박을 시도하는 팀이기 때문에 수비 라인이 한국 진영으로 전진했을 때 수비 뒤 공간이 엷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공략하기 위해 황희찬이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최전방 투톱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황희찬의 장점 중 하나는 원터치 패스에 능해 동료 공격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손흥민 이승우(베로나) 등 침투 능력이 좋은 동료들과 평소에도 전술적 움직임에 대해 자주 얘기를 나누며 호흡을 맞췄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손흥민과, 월드컵 국내 소집 훈련 당시 대구에서는 이승우와 룸메이트였다. 황희찬은 “서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식에 대해 대화를 했다. 창의적인 동료들과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겠다”고 말했다. 황희찬 등 한국 공격수들이 넘어야 할 벽은 멕시코의 ‘정신적 지주’ 라파엘 마르케스(39·아틀라스)다. A매치 146경기를 뛴 마르케스는 독일과의 1차전에 교체로 출전하면서 역대 세 번째로 월드컵 5회 연속 출전의 대기록을 세웠다. 마르케스가 첫 A매치를 치른 1997년에 황희찬은 한 살이었고, 이승우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 멕시코는 자신들보다 객관적 전력이 약한 한국(57위)을 상대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공격에만 집중하다 역습을 허용하면 실점 위기를 맞을 수 있어 멕시코는 경기 조율과 안정적 수비 능력을 갖춘 마르케스를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르케스는 멕시코가 스리백을 사용하면 중앙 수비수로, 포백을 사용하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다. 그는 볼을 차단하기 위한 위치 선정 능력과 후방에서 패스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민첩성은 전성기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다. 한국 공격진은 적극적인 돌파로 마르케스의 약점을 노려야 한다. 마르케스가 멕시코의 구심점이긴 하지만 훈련장에 들어선 그의 모습은 여느 동료들과 다르다. 그의 훈련복에는 멕시코 대표팀 후원사인 미국 음료업체 ‘코카콜라’의 로고가 없다. 마르케스가 마약 조직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과 은행 등은 마르케스와 거래를 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동료들처럼 미국 브랜드의 음료를 마실 수 없고,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쳐도 미국 맥주업체 ‘버드와이저’가 후원을 맡은 경기의 최우수선수에도 선정될 수 없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은 “마르케스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그의 리더십은 우리 팀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칭찬했다. 마르케스는 “한국은 빠른 축구를 구사한다. 스피드가 좋은 그들을 봉쇄해 독일전 승리의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패배의 아픔을 안은 ‘신태용호’가 베이스캠프에서 다시 훈련을 시작한 19일 오후. 이날 베이스캠프가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비가 내렸다. 먹구름이 끼고 기온이 15도까지 떨어졌다. 선수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지 않았다. 선수들이 조깅을 마친 뒤 빗줄기가 굵어졌다. 손흥민 기성용 장현수 김영권 등 스웨덴전에서 풀타임을 뛴 선수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체력을 소모한 뒤라 안정과 컨디션 보호를 위해서였다. 고요한을 비롯해 스웨덴전에서 뛰지 않은 선수들과 교체 멤버들은 빗속에서 훈련을 계속했다. 연이어 슈팅을 날렸다.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면 문전으로 쇄도하며 마무리하는 훈련이 이어졌다. 한국 팀의 운명을 가를 멕시코전을 앞둔 대표팀에 필요한 점은 거칠고 집요한 수비다. 독일전에서 보여준 멕시코의 빠른 역습을 차단할 적극적인 몸싸움이 필요하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역할을 해줄 선수로 고요한과 장현수가 예상되지만 변수는 많다.○ “내 앞에서는 누구나 고요해지리라” 대표팀의 ‘자물쇠’로 불리는 고요한의 월드컵 각오는 “내 앞에서는 누구나 고요해지리라”다. 그는 여러 차례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측면 수비수 외에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는 그는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전담 마크해 무득점에 그치게 만들었다. 한국은 2-1로 이겼다. 신 감독은 스웨덴전에서는 고요한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도가 느린 스웨덴과 달리 멕시코는 빠른 공격 전개 속도를 갖췄다. 이 때문에 멕시코의 템포(경기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고요한에게 맡길 수 있다. 멕시코 핵심 선수인 오른쪽 미드필더 엑토르 에레라는 중앙으로 이동해 수비와 역습 양쪽에 가담하며 중원 전체를 책임진다. 고요한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에레라의 패스로부터 시작되는 멕시코의 공격 전개를 막을 수 있다. 고요한은 ‘선발 무패’라는 독특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신 감독 체제에서 고요한은 선발로 6경기를 뛰어 5승 1무를 거뒀다. 선발 경기당 평균 승점은 2.67점이다. 고요한은 “패스 루트를 정확히 예측하고 강한 몸싸움을 통해 상대가 편안한 상태에서 공을 잡지 못하게 막겠다”고 말했다. ○ 장현수는 다시 기용될 것인가 중앙 수비수 장현수는 생애 첫 월드컵 경기였던 스웨덴전에서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그는 수비진을 리드하며 패스를 통해 후방에서부터의 공격 전개를 이끈다. 하지만 스웨덴전에서 장현수의 전진패스 성공률은 69%에 그칠 정도로 실수가 많았고, 문전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장현수는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장현수의 대표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장현수는 “지금은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장현수가 스웨덴전에서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수비적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럽 축구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장현수는 19일 기준으로 월드컵 출전 선수 중 ‘클리어’ 순위 6위(8회)를 기록 중이다. 클리어는 혼전 또는 위기 상황에서 수비가 볼을 안전하게 걷어내는 것을 뜻한다. 멕시코전에 출전이 예상되는 김영권과의 호흡도 중요한 문제다. 중앙 수비수 중에는 김영권과 장현수가 가장 오래 호흡을 맞췄다. 대표팀 중앙 수비수 중 장현수의 A매치 경험이 52경기로 김영권(54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다음으로는 윤영선(6경기) 정승현(6경기) 오반석(2경기) 등이다. 다시 한 번 장현수의 출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변수는 그의 수비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지 여부다. 이런 점에서 장현수의 심리적인 부분도 중요한 요소다. 워낙 많은 비난을 받고 있어 동료들이 그를 걱정하고 있다. 장현수가 멕시코전에 나설 수 있으려면 안정과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구자철은 “현수는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선수다. 비난이 있을수록 내부적으로는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상트페테르부르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러시아 월드컵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훌리건(폭력 축구팬) 난동 사태가 재발할 것인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러시아 당국이 가장 신경 쓰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이 훌리건 대책이다. 러시아에는 주로 극우 성향의 축구팬으로 이루어진 악명 높은 훌리건들이 있다. 이들은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기 때문에 경기장 안팎의 폭력 사태는 물론이고 인종차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러시아 정부는 훌리건 대책을 포함한 안전 관리 예산으로만 4700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훌리건들은 월드컵을 앞두고 유튜브에 자신들의 무술 연마 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잉글랜드 팬들을 학살하겠다”는 위협을 하기도 했다. 러시아 훌리건들이 잉글랜드 팬들을 지목한 건 이들이 대대로 악연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영국 역시 훌리건들로 골치를 앓고 있다. 영국 훌리건들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잉글랜드 대표팀을 따라다니며 각종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러시아와 영국 훌리건들은 유로 2016 대회 때 대규모 유혈 사태를 일으킨 전례가 있다. 당시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조별리그에서 러시아와 잉글랜드가 맞붙어 1-1로 비겼을 때 두 팀 팬 수백 명이 충돌해 경기장 안팎에서 난투극을 벌였다. 프랑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가스로 진압했다. 프랑스가 극렬 러시아 훌리건들을 붙잡아 징역형을 선고했고 이 사태는 프랑스와 러시아의 외교 문제로도 번졌었다. 이때 잉글랜드 팬 30명이 다치고 2명이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중 한 명은 신체 일부가 마비됐다. 목격자들은 “러시아 훌리건들이 글러브와 마우스피스 같은 장비까지 갖추고 왔다”고 진술했다. “유로 2016 때 당한 것을 갚아줘야 한다”는 훌리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영국 경찰은 최근 훌리건으로 분류된 1312명의 출국을 금지했다. 영국에서는 훌리건들이 국제대회에서 행패를 부릴 경우 5000파운드(약 730만 원) 이상의 벌금이나 징역 6개월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는 잉글랜드 팬 1만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의 러시아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훌리건 난동 사태를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러시아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애쓰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훌리건 단속은 중요한 일이다. 러시아 훌리건들은 잉글랜드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팀 팬들을 상대로도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러시아는 이미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을 개최하면서 훌리건 단속 모의고사를 치렀다. 경기장에 악명 높은 훌리건들의 출입을 제한했다. 이번 월드컵에도 러시아 정부는 폭력적인 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경호 인력들은 주기적으로 이 리스트에 있는 훌리건을 찾아 집에 머물 것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자택 감금’을 종용하고 있다. 과거 폭력을 주도했던 훌리건들은 삼엄한 감시는 물론이고 전화 도청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도 수천 명의 경찰과 군인이 추가로 파견되는 등 경기장과 훈련 장소 주변의 순찰이 강화되고 있다. 18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멕시코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 부근 유노스트 호텔 근처에 멕시코 축구팬들이 운집하자 군인들이 호텔을 둘러쌌다. 멕시코 의상을 입지 않은 사람들은 주변에 접근도 하지 못하게 막았다. 패한 독일 팬들과의 싸움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는 테러 및 훌리건 사태를 막기 위해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일종의 ‘축구 신분증(팬ID)’ 제도를 만들었다. 경기를 보려면 표를 산 뒤 별도의 팬ID를 발급받아야 한다. 월드컵이 개막한 지금 곳곳에서 이 신분증을 발급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난 키트로프 알렉 씨는 “(푸틴) 대통령도 팬ID를 발급받았다. 지금 러시아에서는 신분증만큼 중요한 것이 팬ID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스웨덴전이 열린 18일 경기 장소인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의 니키틴 호텔에서 만난 스웨덴 팬들은 전세버스가 시동을 건 뒤에도 한참 동안 출발하지 못했다. 일부가 호텔 방에 팬ID를 놓고 왔기 때문이다. 한 스웨덴 팬은 “과거에는 표만 있으면 자유롭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 팬ID를 신분증처럼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게 너무나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불편보다는 안전이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엄격한 팬ID 제도와 강력한 보안검색을 받아들이고 있다. 경기장에 들어가려면 10분 이상 걸리는 보안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강력한 조치로 이번 월드컵에서는 훌리건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극우주의자들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러시아 훌리건들은 주로 러시아 프로축구 팬클럽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러시아 당국은 팬클럽 리더들을 만나 수시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와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훌리건 사태는 언제나 의외의 상황과 장소에서 터지곤 했다. 러시아 훌리건들이 영국 훌리건들에 대한 폭력을 예고한 상태에서 19일 잉글랜드가 튀니지와 첫 경기를 치렀다. 이날은 폭력사태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잉글랜드 팬들의 입국이 늘면서 러시아 당국도 신경이 예민해지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정윤철 trigger@donga.com / 모스크바=양종구 / 임보미 기자}

스웨덴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려면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세계 1위를 꺾은 팀(멕시코)’과 ‘세계 1위 팀(독일)’이다. 조별리그 F조 1차전 상대 스웨덴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4위. 2차전 상대 멕시코(15위)는 스웨덴보다 전력이 강한 데다 독일을 꺾고 상승세를 탔다. 신태용 감독은 “멕시코는 빠르고 기술이 좋은 팀이다. 버거운 상대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멕시코전(24일 0시)까지 남은 기간 대표팀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짚어봤다. ○ 세밀하고 정교한 역습 한국은 스웨덴전에서 점유율 48%(스웨덴 52%)를 기록하며 수비적인 경기를 했다. 스웨덴은 유럽 예선에서 평균 47%의 점유율을 보인 팀이지만 한국이 수비적으로 나서자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멕시코는 북중미 예선에서 평균 61%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공격 성향이 강한 멕시코를 상대로 한국은 수비에 중점을 둔 뒤 역습으로 득점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스웨덴전처럼 무딘 역습으로는 골을 터뜨릴 수 없다. 축구통계 전문사이트 ‘인스탯’에 따르면 한국은 5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유효 슈팅은 0개였다. 한국은 총 16번의 역습을 시도했는데 슈팅 등으로 마무리된 것은 2번에 불과했다. 중앙 공격수에 장신 김신욱(196cm·전북)이 기용되면서 기동성이 떨어진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빠른 발로 상대 수비 뒤 공간을 허무는 데 능한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은 측면에 위치하면서 수비 역할까지 맡아야 했다. 멕시코전에서는 손흥민과 황희찬을 최전방에 세우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골은 가운데에서 터진다. 중앙에 위치한 공격수가 측면과 같은 스피드로 침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흥민과 황희찬이 조금 더 정교하고 세밀하게 경기를 한다면 (상대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패스 마스터’ 기성용의 전진 배치 스웨덴전에서 한국의 패스 성공률은 79%였다. 하지만 전방에서 득점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키 패스’ 성공률은 29%에 불과했다. 상대 장신 공격수들을 의식해 미드필더 기성용(189cm)이 후방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면서 전방에서의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에 애를 먹었다. 평균 신장이 185.7cm에 달했던 스웨덴과 달리 멕시코는 179.2cm다. 한국의 평균 신장은 182cm. 기성용에게 수비 부담을 덜어주고, 그를 전진 배치해 공격에 집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 상대의 신장이 작은 점을 이용해 세트피스를 통한 득점을 노려야 한다. 기성용의 날카로운 킥과 중앙 수비수 김영권 장현수 등의 적극적인 세트피스 가담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표팀이 비공개로 준비해 온 세트피스는 스웨덴전(9차례 시도·성공률 0%)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성용이 공격적인 역할을 할 경우 그의 중원 파트너로는 압박 능력이 뛰어난 정우영(빗셀 고베)이 선발로 투입될 수 있다. ○ “고개 숙이지 마라” 본선 첫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대표팀은 침체됐다. 월드컵과 유럽 무대 경험이 있는 주장 기성용과 손흥민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둘은 스웨덴전에서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준 김민우(상주)를 위로했다. 기성용은 페널티킥 판정 후 고개를 숙인 김민우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손흥민은 경기 후 김민우를 안아줬다. 손흥민은 “(김민우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들라고 했다. 그는 좋은 모습을 보이려다 실수를 한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A매치 103경기를 뛴 기성용은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달성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과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모두 경험했다. 박지성 해설위원은 “대표팀이 좋았던 때와 안 좋았던 때를 모두 경험한 것이 기성용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아직 2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절대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동료들의 정신적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했다. 기성용은 “우리 팀 선수 중에는 멕시코, 독일 같은 강한 상대를 만나본 경험이 없는 선수도 있다”면서 “1차전 패배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선수들을 다독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스웨덴전 승리에 ‘올인’을 선언하며 꽁꽁 숨겨왔던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48)의 ‘트릭(속임수)’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신 감독은 18일 스웨덴과의 러시아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4-3-3 전형’을 사용했다. 상대 수비수들의 평균 신장이 186.6cm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해 장신 공격수 김신욱(196cm·전북)을 최전방 원톱으로 배치했다. 당초 신 감독은 볼리비아와의 평가전(7일) 이후 공개 기자회견에서 “김신욱을 선발로 내세운 것은 ‘트릭’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공개 기자회견이 아닌 자리에서는 “선발로 김신욱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 ‘이중 트릭’을 쓴 셈. 김신욱을 가운데에 놓은 스리톱 전술은 대표팀이 소집된 이후 외부에 공개된 실전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신 감독은 본선 직전 마지막 평가전에서 이 전술을 실험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신 감독이 비공개 평가전이었던 세네갈전(11일)에서 김신욱을 원톱으로 4-3-3 전술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김신욱은 전방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체격이 좋은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는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좌우 측면 공격수와도 유기적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신 감독은 후반 22분에 김신욱을 정우영(빗셀 고베)과 교체하며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상대가 두 명의 최전방 공격수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중앙 수비수 2명을 배치한 포백 수비를 내세운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 수비진은 올라 토이보넨, 마르쿠스 베리로 이뤄진 스웨덴 투톱과의 숫자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포백 대신 스리백을 사용할 경우 중앙 수비수 3명과 두 명 윙백이 수비에 가담해 수적 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 이날 스웨덴은 토이보넨이 헤딩으로 떨어뜨린 볼을 베리가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위력적이었다. 투톱을 상대하느라 지친 수비진은 전방으로 부정확한 롱패스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이 강조하는 ‘패스 축구’가 실종되면서 한국은 득점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은 이날 유효슈팅 0개를 기록했다. 신 감독의 용병술 중 유일하게 빛났던 것은 골키퍼 조현우(27·대구)의 활약이었다. 전반 20분 스웨덴 미켈 루스티그가 문전으로 보낸 낮고 빠른 패스가 기성용의 발에 맞고 흘렀다. 이를 토이보넨이 다시 앞으로 밀어준 것을 베리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두 발짝 정도면 조현우가 서 있던 자리일 만큼 가까운 위치였다. 하지만 ‘달구벌 데헤아’로 불리는 한국의 선발 수문장 조현우는 이를 오른발로 막아냈다. 그의 애칭은 스페인 대표팀의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28)에 빗댄 표현이다. 날렵한 몸놀림과 반사신경, 머리 스타일이 데헤아와 닮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앙 수비수가 상대 투톱을 놓치면서 슈팅을 허용하는 등 위기 상황이 많았지만 조현우의 ‘선방쇼’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조현우가 상대의 슈팅을 막을 때마다 3만여 명의 스웨덴 응원석에서는 탄식이 나왔다. 조현우에게는 이날 경기가 7번째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다. A매치 33경기를 뛴 골키퍼 김승규의 선발이 유력했지만 신 감독은 조현우에게 골문을 맡겼다. 비록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내주긴 했지만 조현우는 안정적인 수비로 한국의 실점을 최소화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