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주

조동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구독 41

추천

안녕하세요. 조동주 기자입니다.

djc@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정당36%
정치일반19%
검찰-법원판결17%
국회8%
선거6%
사법6%
사회일반3%
대통령3%
산업2%
  • 데이트폭력 걱정되면…

    보복범죄가 우려되는 피해자에게 신변보호용 첨단 스마트워치가 제공된다. 경찰청은 대상자의 위치를 반경 20∼30m까지 포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8월부터 보급한다고 19일 밝혔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신변보호 대상자가 스마트워치의 SOS 버튼을 누르면 평균 20초 안에 정확한 위치 확인이 가능해진다. 상황에 따라 빠르면 9초 안에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기존에 보급된 스마트워치의 위치 확인 시간은 평균 40초였다.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가 도입된 건 2015년 10월이다. 112시스템과 연계돼 신고 즉시 신변보호 대상자인지 알 수 있고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경찰이 현장에 출동할 수 있다. 지금까지 데이트 폭력 등 보복범죄 141건이 스마트워치 덕분에 해결됐다. 새로운 스마트워치는 기존의 미국 인공위성 1대뿐 아니라 러시아 인공위성 1대를 추가로 활용해 정확성을 높였다. 또 다른 사람이 신변보호용인 걸 알아볼 수 없도록 일반 스마트워치와 비슷한 원형으로 만들어졌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7-07-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찰, 백남기 사건-용산참사 등 진상조사

    과거 경찰의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던 사건들의 전면적인 진상조사가 이뤄진다. 조사 과정은 물론이고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개혁위원회는 19일 과거 인권침해 사건의 재조사를 담당할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라고 경찰에 권고했다. 지난달 16일 출범한 개혁위가 인권보호와 수사개혁 자치경찰 등 3개 분과에 걸쳐 논의한 후 내놓은 ‘1호 권고안’이다. 권고안에 따르면 진상조사위는 경찰청과 개혁위원회가 협의해 위원장을 포함해 7명 또는 9명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의 3분의 2를 민간인이 맡는다. 민간위원은 해당 사건의 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 추천을 받아 구성한다. 경찰이 개혁위 의견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기로 해 다음 달 진상조사위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 대상은 주로 2004년 이후 발생한 사건이다. 앞서 경찰청 과거사위원회가 2004년 출범해 옛 사건을 재조사했기 때문이다. 박경서 위원장은 이날 진상조사가 필요한 사건으로 △백남기 씨 사망 △용산 철거민 화재 △쌍용차 노조 파업 △제주 해군기지 반대 △밀양 송전탑 반대 등을 꼽았다. 모두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시위나 장기 농성이 있었던 현장이다. 경찰은 진상조사를 거쳐 과실 책임이 새롭게 규명되면 정식수사를 통해 형사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사안에 따라 당시 경찰 수뇌부와 정부 고위층 인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 역시 밀양 송전탑 시위 당시 경남지방 경찰청장이었다. 개혁위는 또 수사과정에 변호인 참여권을 강화하는 한편 영상녹화 대상 범죄 확대와 모든 진술의 녹음 의무화도 함께 권고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7-07-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탈북→음란 BJ→한국 방송인→재입북… 임지현 미스터리

    탈북 후 남한의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전혜성(방송명 임지현·25) 씨가 갑자기 북한으로 돌아간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중국에 머물 때 출연한 음란방송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시 방송 영상이 뒤늦게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남한 내 성인방송 출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는 사실상 포르노 수준의 음란방송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 꿈꾸며 강남으로 이사” 17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평안남도 안주 출신인 전 씨는 19세였던 2011년 가족을 두고 혼자 탈북해 중국으로 향했다. 전 씨는 탈북을 도와준 남성과 중국에서 약 3년간 동거했다. 이때 돈을 벌기 위해 국내에도 중계되는 인터넷 음란방송에 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19분 45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전 씨가 나체 상태로 춤추는 장면이 있다. 또 동성 간 성행위 장면도 담겨 있다. 상대방도 탈북 여성이었다. 2014년 전 씨는 동거남을 중국에 두고 태국을 거쳐 혼자 남한에 왔다. 하나원을 거쳐 사회로 나왔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는 수도권의 임대아파트에 살며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말 한 방송에 출연했다. 전 씨는 남다른 입담과 미모로 인기를 끌었다. 이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연예인의 꿈을 꾸게 됐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전 씨는 올해 초 서울의 한 예술 관련 교육기관에 차석으로 입학했다. 이어 학교와 가까운 강남의 한 고시원으로 이사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보통 북한에 가족을 남겨두고 온 탈북자는 신상 노출을 꺼려 방송에 출연하지 않으려 한다”며 “그러나 전 씨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탈북자에 비해 방송 출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음란방송 출신’ 소문 돌아 올해 초부터 전 씨 주변에서 ‘전 씨가 인터넷 음란방송 BJ(진행자)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촬영한 탈북 여성 음란방송은 종종 인터넷을 통해 국내에도 유입된다. 전 씨 방송도 국내에 들어왔다가 그가 유명해지면서 누리꾼이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중국 음란방송 출연 건으로 한국 경찰이 전 씨를 조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 4월 전 씨는 출연하던 방송에서 하차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을 그만두고도 생활고에 시달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방송 출연 등으로 번 돈이 적지 않아 자신뿐 아니라 북한 내 가족에게도 생활비를 보내줬다. 최근에는 주변에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았는데 어떡하느냐”며 상담하기도 했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전 씨는 2014년 남한에 온 뒤 애인을 만나기 위해 종종 중국을 오갔다. 전 씨가 마지막으로 중국에 간 건 지난달이다. 북한 ‘우리민족끼리’ 방송에서 주장한 월북 시기와 일치한다. 전 씨의 음란방송 영상도 6월부터 급격히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퍼졌다. 공안당국은 해당 영상을 분석해 전 씨가 맞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배달사고 해결하려 중국 갔다” 전 씨가 북한 내 가족에게 돈을 보내다 배달사고가 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 씨와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탈북자 A 씨는 “전 씨가 5월경 북한에 있는 부모에게 브로커를 통해 1000만 원을 보냈는데 배달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며 “브로커가 문제가 좀 생겼는데 중국으로 와서 돈을 배달하는 걸 직접 보라고 해 출국했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일부 탈북자는 전 씨의 납북 가능성도 얘기하고 있다. 경찰은 대한민국 국적자인 전 씨가 북한으로 넘어간 행위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잠입·탈출) 혐의를 적용하고, 주변 탐문 등을 통해 구체적 월북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조동주 djc@donga.com·황성호 기자}

    • 2017-07-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무자격자가 버스 정비… 사고땐 “운전 미숙” 허위진술 강요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광역급행버스(M5532) 운행업체가 버스 운전사를 대상으로 한 ‘갑질’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운행 중 사고가 나면 운전사에게 강제로 수리비를 분담시키고 무자격자에게 정비 업무를 맡긴 혐의(공갈 등)다. 이 같은 버스업체의 탈법 운영이 18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운전사에게 수리비 떠넘겨” 동아일보 취재진이 12, 13일 만난 오산교통 전·현직 버스 운전사들은 “회사 측의 안전관리가 소홀한 부분이 있는데도 사고가 나면 기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보험 납입금이 오를 것을 우려해 보험 처리 대신 자체 수리를 했고 사고 분담금 명목으로 수리비의 최대 50%를 운전사에게 현금으로 내도록 강요했다는 것. 운전사들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사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거부하면 배차 제외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비를 털어 수리비를 냈다. 오산교통의 한 운전사는 “수리비는 계좌이체도 안 되고 무조건 현금으로만 받았다. 액수가 크면 분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사는 “수리비 명세서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내가 낸 돈이 정말 수리비의 50%인지 아닌지 알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운전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오산교통은 차량 결함으로 사고가 나도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다”고 경찰에 허위 진술토록 회유했다고 한다. 회사에 사고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 전직 운전사 A 씨는 지난해 3월 운행 도중 브레이크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 가로수를 들이받고 승객 2명이 다치는 사고를 냈다. A 씨는 “당시 회사가 경찰 조사에서 운전 미숙으로 진술해주면 버스 수리비를 면제해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당시 계약직이던 A 씨는 재계약을 못 할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경찰에 허위 자백을 했다. 8개월 뒤 또다시 브레이크 고장으로 접촉사고가 나자 회사 측은 A 씨에게 수리비 80만 원을 분담하라고 요구했다. A 씨는 결국 퇴사했다. 오산교통은 운전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올 1월부터 사고 수리비를 보험 처리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횡령 의혹도 수사 대상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수리비를 현금으로만 냈다는 운전사들의 진술 등을 근거로 오산교통 B 대표의 횡령 의혹도 조사 중이다. B 대표는 2009∼2013년 버스 운행에 따른 현금 수입을 실제보다 적게 장부에 기재해 차액 36억 원을 횡령한 전력이 있다. 그는 허위 장부를 근거로 회사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처럼 꾸며 경기도로부터 운영개선지원금 명목으로 22억 원을 타낸 혐의(사기 등)로 2015년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B 대표는 회사 노조위원장에게 “교섭위원을 설득해 최저임금으로 임금 협상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85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또 B 대표가 차고지에 자가 정비소를 운영하며 정비기능사 2급 자격증이 없는 정비공 4명을 고용한 사실도 파악했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치상) 혐의로 광역급행버스 운전사 김모 씨(51)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김 씨가 시속 93∼109km로 달린 사실 등을 근거로 과속보다는 졸음운전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했다.조동주 djc@donga.com·최지선 기자}

    • 2017-07-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우디 등 4國 “카타르, 심각성 몰라 항복할 때까지 정치경제 제재 계속”

    사우디아라비아 등 4개국과 카타르의 자존심 대결이 출구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사우디 연합은 13개 요구사항이 명백한 주권 침해라며 강한 거부 의사를 밝힌 카타르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를 시사했다. 양측 모두 카타르 내 터키 군사기지와 알자지라 방송국 폐쇄, 이란과의 절연 등을 담은 13개 요구사항에 대해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고수함에 따라 걸프의 긴장감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4개국 외교장관은 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카타르 사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첫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5일 0시(카타르 현지 시간)까지 데드라인이었던 13개 요구사항에 대한 카타르의 응답이 매우 부정적이었다며 카타르가 상황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압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은 “카타르가 국가 정책을 바꿀 때까지 정치적, 경제적 제재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카타르를 해치려는 게 아니라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가 이미 명백한 거부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당초 이번 회동에서는 카타르에 대한 구체적인 신규 제재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4개국은 추가 제재 가능성을 원론적으로 언급하고 다음 회동을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곧 하기로만 했을 뿐이었다. 서서히 카타르를 조여 가면서 상황에 따라 고사시킬 수 있다는 위협으로 풀이된다. 양보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현 상황에서 판을 벌인 사우디 등이 체면을 살리는 유일한 길은 제재를 강화해 카타르를 항복시키는 것이다. 다음 바레인 회동 때까지 카타르의 변화가 없다면 구체적 제재 방안이 조금씩 드러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타르는 4개국의 봉쇄에 맞서 터키와 이란으로부터 항공편으로 생필품을 보급받으며 버티고 있다. 카타르 측은 앞으로 배와 비행기로 영원히 보급품을 조달받을 자금력이 된다고 자신하면서도, 13개 요구에 대한 거부가 최후통첩이 아니라 대화를 위한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7-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최후보루’ 락까마저 뚫려… IS 붕괴 초읽기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민주군이 이슬람국가(IS)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를 둘러싼 고대 성벽을 뚫고 처음으로 구시가지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작전명 ‘유프라테스강의 분노’를 개시하며 락까 탈환에 나선 지 8개월여 만에 시내 중심부로 진입하면서 IS 양대 근거지인 이라크 모술에 이어 락까에서도 IS를 섬멸시킬 호기를 맞았다. CNN은 4일 쿠르드-아랍군으로 구성된 시리아민주군이 락까를 감싸는 2500m 길이의 라피카 성벽에 25m짜리 구멍 2개를 뚫고 구시가지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8세기에 지어진 라피카 성벽은 구시가지 중심에서 3km가량 떨어져 있다. 높이 3.8m, 두께 1m로 구시가지를 동남북 3면으로 감싼다. IS는 이 성벽을 요새처럼 활용하며 인근에 지뢰와 폭탄을 숱하게 설치해 시리아민주군의 진격을 막아 왔다. 시리아민주군은 지난주부터 락까 외곽을 사방으로 포위한 데 이어 이제 구시가지까지 진입하며 IS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미 구시가지 동부에 있는 까스르 알 바나트 궁전을 점령했고, 좁은 골목 곳곳에서 치열한 교전을 펼치고 있다. BBC는 IS 핵심 지도자들이 락까의 비관적 운명을 직감하고 IS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시리아 데이르에즈조르 지방으로 도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락까에 남아 있는 IS 대원 2500여 명은 10만 주민을 인간방패 삼아 도시 곳곳에 지뢰와 폭탄을 심고 극렬히 저항하고 있다. IS는 익숙한 지형지물을 활용해 밤에만 싸우고 낮에는 은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S가 이라크 핵심 거점인 모술에 이어 수도라고 자칭해 온 락까마저 잃는다면 더 이상 국가를 자칭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시리아 곳곳에 설치될 예정인 긴장완화지대를 지키기 위해 2∼3주 안에 지상군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날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시리아 평화회담에서 중재자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터키, 이란과 합의를 마치면 시리아 내 긴장완화지대에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7-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反이민 조치에… 꿈 빼앗긴 아프간 소녀들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에서 자란 14세 소녀 파테마 카데리안은 이달 16∼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로봇경연대회에 아프간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한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카데리안을 포함한 소녀 6명으로 구성된 아프간팀은 대회를 앞두고 자신들이 만든 로봇 성능을 시험하고 또 시험했다. 하지만 난생처음 미국 땅을 밟아 160여 개국에서 온 로봇들을 상대로 자웅을 겨루겠다는 소녀의 꿈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 보도했다. 미 국무부가 이들이 주카불 미국대사관을 통해 신청한 일주일짜리 상용비자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90일간 미국 입국 금지 대상으로 규정했던 이슬람권 6개국에 속한 이란과 수단팀뿐 아니라 시리아 난민으로 구성된 시리아팀도 모두 입국 비자를 발급받았다. 아프간팀 소녀들의 입국 비자가 거절된 사유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미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탈레반이 활개 치는 아프간 출신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추정된다. 카데리안은 미국이 2001년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아프간을 침공한 지 3년 후에 태어나 탈레반과는 무관한 환경에서 자랐다. 여성을 억압하는 탈레반 정권을 미국이 퇴출시켰기에 14세 소녀가 로봇을 개발할 만큼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지만,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 미국이 소녀의 입국을 거부한 것은 역설적이다. 아프간 팀원인 리다 아지지(17)는 “모든 나라 사람들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데 우리만 못 하는 것은 아프간 국민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라며 분개했다. 사연을 접한 대회 주최 측은 소녀들이 스카이프 영상통화를 통해 로봇경연대회에 참가한 자신들의 로봇들이 작동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소녀들과 달리 로봇들은 미국 내 반입 허가를 받았다. 카데리안은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최선을 다해 만든 로봇이 다른 나라 로봇들과 당당히 경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7-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리아人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인과 생이별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이 7년째 내전 중인 조국을 탈출해 해외로 피신해 있다. 이들은 시리아 국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으며 ‘국제적 문제아’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이들에게는 사랑도 사치다. 영국 가디언은 3일 시리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도 마음대로 못 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소개했다. 타렙 씨(33)는 2013년 고향인 다마스쿠스에서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터키 이스탄불로 탈출했다. 생물학자였던 그는 2015년 이스탄불에서 박사 과정을 밟다가 벨기에 국적의 여교수 나르디 씨를 만나 사랑에 빠져 1년 만에 약혼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결혼하려는 순간부터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스탄불 주재 벨기에 영사관은 나르디 씨가 본국에 혼인신고를 하려면 예비 신랑인 타렙 씨가 가까운 주레바논 시리아대사관에 직접 가 미혼이라는 정부 공식 문서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타렙 씨는 난민 인정 신청이 진행 중이라 이스탄불 밖으로 떠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벨기에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려던 커플의 꿈은 1년째 제자리에 멈춰 있다. 시리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자를 받지 못해 결혼하고도 생이별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무슬림 남성 키투 씨와 기독교인 여성 다미엔 씨 커플은 폭탄이 떨어지는 알레포에서 처음 만났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가족의 반대에 부닥쳤지만 비밀리에 만나며 사랑을 키워 왔다. 다미엔 씨의 가족이 레바논을 거쳐 캐나다로 망명하면서 삶에 여유가 생기자 결혼을 허락했고, 다미엔 씨는 남자 친구가 피신해 있던 터키로 건너가 2015년 12월 결혼했다. 다미엔 씨는 3개월 동안 신혼을 즐기고 잠시 친정인 캐나다로 돌아왔다가 다시 남편이 있는 터키로 가려다 1년 넘게 생이별을 겪고 있다. 터키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시리아인의 터키 입국비자 요건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다미엔 씨는 3차례나 입국비자를 거절당하자 남편을 캐나다로 불렀지만 입국허가 신청은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1년째 아내와 생이별 중인 키투 씨는 이렇게 한탄했다. “이미 내 인생의 거의 전부를 잃어버린 기분이에요. 그저 내가 시리아 사람이라는 이유로.”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7-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카타르 ‘외교 고립’ 이어 ‘경제 봉쇄’ 위기

    ‘걸프의 왕따’로 전락한 카타르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4개국이 제시한 단교 해제 13개 조건을 사실상 거절하면서 추가 제재 위기에 직면했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4개국은 3일 0시까지였던 13개 조건에 대한 답변 시한을 5일 0시로 48시간 연장하며 카타르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카타르의 주권을 침해하는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 많아 협상 타결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외교장관은 3일 사태 중재국인 쿠웨이트를 방문해 사우디 등에 보내는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국왕의 공식 친서를 전달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앞서 사니 외교장관이 1일 알자지라 방송국과 터키 군사기지 폐쇄, 이란과의 관계 단절 등 사우디를 포함한 4개국이 내건 13개 조건이 명백한 주권 침해라며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없다고 선언한 점으로 볼 때 이를 거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등 4개국 외교장관은 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동을 갖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사우디 등이 답변 시한을 이틀 늦춘 것은 외교장관 회동 일정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날 회동의 주 의제는 카타르 추가 제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등은 연쇄 단교로 이미 외교적으로 고립된 카타르를 더욱 옥죄는 경제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를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회원에서 탈퇴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타르 인접국인 사우디 UAE 바레인 은행들이 카타르에 내준 대출을 모두 회수하고 예금을 모두 돌려주며 일절 거래를 끊어버리는 방식도 예상할 수 있는 제재 방식이라고 로이터통신이 3일 전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7-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버지 이어… 지폐에 초상화 새겨넣은 아사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자신의 초상화를 새긴 최고액권 화폐(사진)를 발행했다. 내전이 7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독재 체제를 공고화하려는 것이다. 대를 이어 시리아를 통치 중인 아사드 가문은 2000년 사망한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에 이어 아들까지 부자(父子)가 국가 화폐에 나란히 얼굴을 새기게 됐다. 시리아 중앙은행은 2일부터 아사드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진 2000시리아파운드 지폐를 유통시키기 시작했다고 국영 사나통신이 밝혔다. 기존 최고액권인 1000시리아파운드보다 액면가가 2배 높은 새 2000시리아파운드 화폐는 지난해 이미 인쇄를 마쳤지만 내전 상황과 환율 변동을 고려해 지금이 최적기라고 판단해 유통시키게 됐다고 중앙은행은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이 이번에 새 최고액권 화폐에 자신의 초상화를 새긴 건 내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존재감을 확실시하고 아버지에 이어 독재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리아파운드 화폐 가치는 내전 전인 2010년엔 달러당 47시리아파운드였지만 지금은 달러당 500시리아파운드로 폭락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7-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난민 ‘황제 루트’에… 구멍 뚫린 유럽 보안

    최근 터키에서 육로로 그리스에 들어온 뒤 위조 그리스 신분증을 이용해 비행기를 타고 서유럽 국가로 불법 입국하는 방식의 난민 유입이 활개치고 있다. 지난해 3월 발칸 루트가 막힌 이후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향하는 루트로 난민이 몰리고 있는데, 돈 많은 일부 난민은 사망 위험이 높은 지중해 루트 대신에 안전한 그리스∼서유럽 비행기 루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시리아 출신인 30대 남성 아흐마드(가명) 씨는 4월 12일 7000유로(약 917만 원)를 들여 꿈에 그리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땅을 밟은 후기를 1일 텔레그래프에 공개했다. 그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차량으로 그리스 접경 도시인 터키 북서부 에디르네로 이동한 다음 1시간가량 메리츠강으로 걸어갔다. 이 강은 터키와 그리스 영토 사이에 흐른다. 그는 미리 준비된 배를 타고 강을 따라 2분 만에 그리스 영토로 진입했다. 그가 1000유로를 주고 고용한 밀수업자는 그리스 국경수비대를 매수해줬다. 그는 택시를 타고 아테네로 이동한 다음 신분증 위조 브로커에게 6000유로를 주고 그리스 주민등록증을 구입했다. 실존하는 그리스 국민 이름이 적힌 신분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이고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비행기 표를 샀다. 유럽연합(EU) 국가끼리 이동할 때는 솅겐조약에 따라 여권을 보여주지 않고 자국 신분증만 제시해도 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는 아테네 공항에서 별다른 확인 없이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다음 영어로 간단한 심사를 마치고 입국했다. 터키에서 그리스로 향하는 발칸 루트는 지난해 3월 터키와 EU의 난민송환 협정으로 막혔지만 돈만 충분하면 어떻게든 입국할 수 있다. 그리스에서 육로로 서유럽으로 가려면 숱한 동유럽 국가를 거쳐야 하지만 비행기를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어 ‘부호 난민’에게 인기가 높다. 솅겐조약을 악용한 가짜 그리스 신분증 밀입국은 유럽 본토에 테러를 노리는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도 언제든 이용할 수 있어 보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가짜 신분증으로 EU 국경을 넘으려다가 적발된 이들이 7000명을 넘었다. EU 회원국끼리는 위조 신분증을 검사하는 단일화된 방식이 없어 적발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론 훨씬 많은 이들이 가짜 신분증을 악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7-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글로벌 이슈]쏟아지는 총알 뚫고… 메스 하나로… 당신이 진짜 ‘히어로’

    이라크군은 ‘이슬람국가(IS)’의 이라크 최대 근거지였던 모술을 6월 29일(현지 시간) 탈환했다. 이라크군은 이날 모술의 대표적인 종교 문화재이자 IS가 3년 전(2014년 6월 29일) 국가 수립 선포를 했던 장소인 ‘알누리 사원’(모스크)을 장악한 직후 이 도시의 탈환을 선언했다. IS는 ‘성지(聖地)’를 지키기 위해 반달리즘(예술품과 문화유적 파괴 행위)까지 자행하며 최후의 발악을 했지만 결국 모술에서 패퇴했다. 시리아 락까와 함께 IS의 양대 거점인 모술이 해방된 데에는 이라크군의 대대적 공세뿐 아니라 ‘숨은 영웅’들의 노력도 큰 힘이 됐다.생명 살리는 구조대원과 의사들 “젊은 여성, 할머니, 휠체어에 앉아있던 노인, 휠체어를 밀던 남성,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 모두 총에 맞아 죽어 있었습니다.” 미국 특수부대 장교 출신으로 현재 총알이 빗발치는 모술의 최전선에서 구조대원으로 맹활약 중인 데이비드 유뱅크(56)는 최근 ABC CBS 등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향 텍사스의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구호단체를 따라 미얀마에 갔던 유뱅크는 지난해 11월 가족들과 함께 모술로 자리를 옮겨 인도주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무렵. IS 저격수들의 조준 사격에 무고한 민간인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그의 눈에 한 작은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70여 구의 시신과 건물 잔해 속에서 이 아이는 숨진 엄마의 히잡에 몸을 숨긴 채 움직이고 있었던 것. 이런 상황은 이틀째 계속됐다. 유뱅크는 마침내 소녀를 구출하기로 결심하고 포복 자세로 기기 시작했다. 머리 위쪽으로는 총탄이 계속 날아들었다. 연막탄을 터뜨린 뒤 이라크군 탱크 뒤쪽에 숨어서 목표로 정한 벽까지 신속하게 이동했다. 다행스럽게도 총격을 피해 소녀를 안전하게 구출해냈다. 유뱅크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소녀를 구하러 뛰어 들어가던 순간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아내와 아이들은 나를 이해해 줄 것이다’란 생각이 들었다”며 “나는 죽기 싫었지만 (소녀를 구하러 들어가야 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유뱅크가 구출한 소녀는 탈수 증세 외에는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유뱅크와 그의 아내 캐런은 소녀에게 계속 물을 마시게 했고, 안정을 찾은 소녀는 곧 캐런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가족들이 모두 IS에 사살당하고 홀로 남은 이 소녀는 충격으로 한동안 실어증에 빠져 있었지만 점차 회복 중이다. 또 이라크군의 한 장성이 그녀를 입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녀를 포함해 IS 총격 위험에 처한 민간인들을 구출해내면서 유명 인사가 됐지만 유뱅크는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가족이 함께 죽어 나가는 모습을 (거의 매일) 봅니다. 19세쯤 된 어린 엄마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와 함께 제 팔에 안겨 죽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비정부기구(NGO)인 ‘국경없는 의사회’가 지난달 초 공개한 모술지역 의료진의 활약상도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원이 공개되는 게 두려워 가명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의사 와심이 일하던 병원은 공습을 받아 콘크리트 기둥이 한 환자의 다리 위로 무너졌다. 다리 절단 수술이 필요했지만 당시 병원에는 남아있는 의약품이 거의 없었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의료진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모르핀 한 개만을 가지고 수술을 진행해 결국 환자를 살렸다. 모술의 의사들은 생명을 구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지만, 환자의 죽음과 가족에 대한 걱정 앞에선 한없이 약해진다. 와심은 “심하게 다친 환자들이 병원에 들어올 때마다 가족들 걱정으로 불안해진다”며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악몽은 가족이 부상당한 채 응급실에 실려 오는 걸 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모술을 떠나지 않은 의사들은 영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모술에 영웅은 없습니다. 희생자만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의사로서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피란민 위한 군인들의 희생 모술 탈환전에 투입된 군인들 중에서도 영웅적인 행동으로 박수를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1일 모술 구시가지에서 IS의 자동소총 난사를 뚫고 도로를 내달려 피신하는 주민들을 군인들이 구해내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군복에 달린 보디캠으로 촬영된 영상에는 도로를 달리다가 넘어진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한 이라크 병사가 헬멧도 쓰지 않은 채 급하게 달려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쏟아지는 총알 세례에도 병사는 부르카를 입은 채 넘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를 들어 안전지대로 옮겼다. 민병대도 정규군 못지않게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라크 쿠르드민병대 페슈메르가 병사인 아코 압둘라흐만(33)은 지난해 10월 21일 모술 남동부 키르쿠크에서 방탄 BMW 차량으로 70명이 넘는 생명을 구해냈다. 4명의 자녀를 둔 가장인 그는 당시 IS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1만 달러를 주고 구입한 1990년대 초반 모델인 방탄 BMW를 몰고 최전선을 오갔다. IS의 파상공세로 당시 전선에는 100명이 넘는 시민과 병사가 부상을 당한 채 쓰러져 있었다. 그는 “우리 고향이 위험에 처해 있고 지금이 사람들을 도울 적기다. 만약 돕지 않으면 평생 부끄러울 거다”라고 말하며 총알이 쏟아지는 전장으로 방탄차를 몰았다. 그가 전장을 왕복하며 태워 나른 부상자들 중에는 수니파와 시아파 같은 다른 종파의 무슬림뿐 아니라 쿠르드족과 기독교인도 있었다. 압둘라흐만의 방탄차량에는 50발이 넘는 총알 자국이 선명하다. 사연을 접한 독일 BMW 본사는 압둘라흐만의 차를 본사에 전시하는 조건으로 최신형 방탄차량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 “나는 영웅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고 싶은 평범한 이라크인입니다. 그 대신 차량을 계속 쓸 수 있게 수리를 도와주면 좋겠습니다.”더 많은 작은 영웅이 필요한 미래의 모술 이라크 제2의 도시, 대형 유전지대, 북부의 거점 도시 등으로 불려온 모술은 아랍어로 ‘연결 지점’이란 뜻이다. 이런 의미에 걸맞게 모술은 이라크는 물론이고 중동 전체에서도 종교와 인종에 상관없이 공존하는 전통이 강한 지역으로 꼽혔다. 오랜 시간 동안 아랍인과 소수 민족인 쿠르드인, 아르메니아인, 야지디인 등은 큰 충돌 없이 공존했다. IS가 점령하기 전까지는 인구 다수가 무슬림인 상황에서도 ‘선지자 요나의 무덤’과 ‘성 엘리야 수도원’ 같은 기독교 유적들도 잘 보존될 수 있었다. 이라크 안팎에서는 IS로부터 해방된 모술이 예전처럼 공존과 평화의 도시로 재건되길 기대한다. 이원삼 선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IS처럼 폭력적인 집단이 3년 이상 점령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라크 정부의 힘만으로 모술이 정상화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국제사회 차원에서 의료진, 구호 전문가, 도시 재건 전문가, 사회봉사자들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모술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작은 영웅들’이 모술 재건에 필요하다는 뜻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카이로=조동주 특파원}

    • 2017-07-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IS 빈자리 선점하라” 이라크 정부-쿠르드족 갈등 불거질듯

    이슬람국가(IS)의 3년 강점기를 사실상 벗어난 모술에서는 인구 200만 명에 이르는 이라크 제2도시로의 부흥을 이루기 위한 주민의 자발적 재건 작업이 한창이다. IS의 압제와 치열한 전투의 상흔으로 파괴된 도시 곳곳에서는 폭격 잔해를 걷어내고 건물을 새로 올리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모술 동부에서 자동차 부품점을 운영했던 라페흐 가넴 씨는 4월부터 주변 상인들과 함께 상점 건물을 다시 짓기 위한 공사를 한창 벌이고 있다. 그의 2층짜리 가게는 1월 폭격으로 파괴됐다. IS가 쫓겨난 뒤 이라크 인근 도시와 터키 등 주변 지역과의 길이 다시 연결돼 보급이 재개되면서 시멘트와 철 등 건축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S 치하에서는 시멘트 1t에 300달러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넴 씨는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는 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앞으로 도시 재건 프로젝트가 많아지면 철이나 시멘트 등 건축자재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기에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IS의 폭정과 전쟁으로 주택 수백 채와 공항, 기차역, 대학 같은 공공건물들이 대부분 파괴돼 도시를 정상화하려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라크군이 지난달 29일 공식 탈환을 선언했지만 아직 서부 구시가지에는 IS 잔당이 남아있는 상태라 정부가 재건을 주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IS가 사라진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족 간 각축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술 탈환전에는 이라크군뿐 아니라 쿠르드 자치정부의 민병대 페슈메르가도 참전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불편한 공존을 이어온 쿠르드족과 이라크 정부가 모술을 두고 벌이는 경쟁과 갈등이 수면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올해 9월 쿠르드자치정부가 이라크에서 독립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해 갈등이 더 증폭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라크에서 IS가 완전히 축출되더라도 새로운 저항집단이 나올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IS는 2003년 이라크전쟁으로 축출된 수니파 정권 출신들을 강경하게 탄압하는 시아파 새 정부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다. IS가 사라져도 IS를 태동시킨 이라크의 고질적인 수니-시아 갈등은 여전하다. 압도적 무력으로 지역을 안정시킬 수 있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철수한 상태라 이라크 정부가 IS 이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질 무장 투쟁을 진압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비록 수니파 과격주의 집단인 IS가 패퇴했다고 해도 나라를 시아파에 빼앗겼다는 옛 바트 잔당(과거 수니파 집권당)의 분노는 여전히 상존한다”며 “이라크에서 IS가 궤멸된 이후 이라크의 수니파-시아파-쿠르드 간 갈등 국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김수연 기자}

    • 2017-07-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伊 “난민 고통분담 안하면 구조선 안 받아”

    이탈리아가 지중해를 건너오는 보트 난민들이 늘어나자 다른 국가와 비정부기구(NGO) 난민 구조선의 자국 항구 입항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난민 포화상태에 달하자 유럽연합(EU)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시위성 칼날을 뽑아 든 것으로 풀이된다. 마우리치오 마사리 주EU 이탈리아대사는 28일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EU 이민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EU의 난민 수용 절차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이탈리아가 난민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수용하기 어려운 지경에 달했으며, 난민 정책을 극적으로 바꾸는 걸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로이터통신은 이탈리아가 고려 중인 정책에는 타 국적 선박이나 국경없는의사회 등 NGO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의 이탈리아 항구 입항을 금지하는 조치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에서 해상 경로로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는 그동안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이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쏟아지는 최전선 역할을 해왔다. 이탈리아의 지중해 해역에서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뿐만 아니라 영국 등 EU 회원국이나 NGO 선박들이 보트 난민들을 발견해 구조한 뒤 이탈리아 내 영토에 내려주고 있다. 다른 국적이나 NGO의 난민 구조선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이탈리아 내 난민이 폭증하면서 국내 정치문제까지 야기되는 상황이다. 올해에는 지난해(18만1000명)보다 많은 최대 25만 명의 난민이 이탈리아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5일 동안에도 보트를 타고 온 난민 1만2000명이 이탈리아 땅을 밟았다. EU의 동쪽에서 중동 난민이 유입되는 주요 통로였던 발칸 루트가 지난해 폐쇄된 것도 이탈리아 난민 폭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난민 구조선 입항 거부라는 이탈리아의 극단적인 카드가 국제법상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은 모든 선박이 바다에서 곤경에 처한 배들을 보면 반드시 도와야 하고, 해당 해역 국가는 최우선 책임을 지고 구조작업을 펼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이탈리아가 검토하는 조치를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제스처로 판단하고 추가적인 경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로 유입되는 난민이 급증하면서 이탈리아의 집권 민주당은 정권 유지를 위협받는 상황이다. 25일 치러진 일부 지역 지방선거에서 중도우파 포르차 이탈리아와 극우파 북부동맹연합이 대승을 거두면서 난민 수용에 우호적이었던 집권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도 패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6-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신 겹겹 쌓인 방에 가둬 인간의 악마성 끝을 봤다”

    “인간의 악마성이 얼마나 끔찍한지 그 끝을 봤어요.” 시리아 알레포 출신의 17세 청년이 2년 전 ‘인간 도살장’이라 불리는 다마스쿠스 북부 사이드나야 군사감옥 등에 10개월 동안 갇혀 있었던 경험을 되살리며 이렇게 적었다. 이 청년은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익명으로 ‘시리아 감옥 수감기’를 적어 보냈다. 유엔이 정한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인 26일 게재된 이 수감기에는 7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의 끔찍한 인권 유린 실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감 당시 15세였던 소년이 직접 겪은 참상을 1인칭 시점에서 정리했다. 난 알레포에서 태어났어. 열세 살 때인 2013년 내전이 격화되면서 점점 심해지는 통폭탄 공격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고향을 탈출했지. 레바논에 정착했지만 1년도 안 돼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학교를 떠나 일을 해야 했어. 하지만 체류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그마저도 못 하고 다시 시리아로 쫓겨났어.2015년 1월쯤이었을 거야. 집으로 가려고 다마스쿠스를 지나가다 공안요원들에게 체포됐지. 내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는데 나는 그런 적이 없거든. 반군 점령지인 알레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누명을 씌워 잡아넣은 거지. 아사드 정권은 당시 열다섯 살이던 나를 불법 체포해 고문하고 굶기며 육체적·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겨줬어. 58일 동안 매일 고문과 신문을 당한 끝에 가짜 자백서에 서명해야 했어. 신문하는 사람이 써준 종이에는 하지도 않은 일을 내가 자백하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고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어. 행방을 알 수 없는 내 친형제가 반군에 투신했다는 내용도 있었지. 나는 4개월 반 동안 너무 굶고 매일 두드려 맞아서 사람처럼 보이질 않았어. 그리고 다른 감옥으로 이감됐지. 거기는 더 끔찍했어. 신체 곳곳에 전기고문을 당했고 천장에 매달려 학대받았어. ‘윈드 카펫’이라는 고문도 당했어. 내가 바닥에 깔린 널빤지 위에 엎드리면 팔을 위로, 다리를 아래로 묶고는 널빤지 앞부분을 치켜들어서 머리와 뒤꿈치가 맞닿게 하는 고문이야. 척추가 활처럼 휘어지는데 아주 고통스럽지. 이런 식의 고문이 3개월 동안 이어졌어. 여기서도 죽지 않고 버티니까 인간 도살장이라 불리는 사이드나야 군사감옥으로 옮겨졌어. 감옥 옆에 화형장을 마련해 두고 매일같이 시신을 불태운다고 미국이 위성사진을 찍어 폭로하기도 했던 곳이야. 그곳에서 나는 진정한 지옥을 경험했어. 매일 아침 같은 방의 누군가가 죽어 나가는 장면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어. 오직 밤에 눈 감고 잠드는 때에야 비로소 내가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 사이드나야 감옥에선 간수가 수감자끼리 서로 성폭행하도록 시키고 이 장면을 보는 걸 즐겨. 간수가 수감자를 성폭행하기도 하지. 어떤 간수는 수감자들에게 친구나 가족을 직접 죽이라고 강요해. 거절하면 고문이나 처형을 당하지. 수감자들이 집단으로 교수형을 당했고, 간수가 수감자 목을 발로 짓눌러 죽이기도 했어. 중간에 병원이라는 곳에 다녀왔는데, 시신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3m²짜리 방에 음식을 일절 주지 않고 이틀 동안 가둬뒀어. 나는 체포된 지 10개월 만인 2015년 11월에야 자유의 몸이 됐어(청년은 석방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끝내 무고함이 밝혀졌거나,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자 풀어준 것으로 추정된다).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시리아를 탈출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은 전혀 없어. 몸은 자유지만 마음은 여전히 수감 상태야. 동료 수감자들이 고문에 울부짖는 비명소리가 여전히 귀에 생생해. 시리아 감옥에는 여전히 20만 명 넘는 사람이 갇혀 있어. 내 이야기는 수십만 시리아 사람들의 흔한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야.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6-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탈환한 동부선 3년 만에 축제 열려… IS치하 서부는 모스크 기도만 허용

    지난달 27일부터 30일간의 금식 성월(聖月) 라마단이 끝나고 3일 동안 이어지는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 첫날인 25일.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이 막바지에 달한 이라크 모술에서는 티그리스강을 사이에 두고 상반된 풍경이 빚어졌다. IS가 축출당한 도시 동부에서는 2014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자유로운 축제가 열린 반면, 서부 구시가지 지역 주민 5만여 명은 여전히 IS의 눈치를 살피며 축제를 제대로 열지 못했다. 정부군이 탈환한 모술 동부 도심 곳곳에선 시민들이 광장으로 몰려나와 춤을 추며 IS에서 벗어난 이후 첫 이드 알 피트르를 자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 전했다. 이드 알 피트르 때는 온 가족이 첫날 아침에 모스크를 찾아 기도하고 3일 동안 축제를 벌인다. IS 치하에서는 모스크 기도만 허용되고 축제는 금지됐다. 일부 아이들은 IS가 지급한 장난감 총 등을 갖고 놀며 여전히 남아 있는 IS의 그림자를 보여줬다. IS는 아이들에게 장난감 총을 지급해 무기 사용법을 교육시키고, IS식 군사이념을 담은 교과서 교육을 강요했다. 수학 시간에는 폭탄과 총알 개수로 산수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티그리스강 건너 위치한 모술 서부 구시가지에서는 IS가 주민 5만여 명을 인질로 잡고 최후의 저항을 펼치고 있다. IS는 건국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가 2014년 칼리프 국가를 선언했던 모술의 알 누리 모스크와 45m짜리 첨탑을 최근 스스로 파괴시킬 만큼 궁지에 몰려 있다. 이드 알 피트르를 맞은 모술 주민들은 850년 역사를 가진 알 누리 모스크가 파괴된 데에 안타까워하며 최대한 빨리 전쟁이 끝나길 기도했다. 서부에 있는 집을 떠나 동부로 피란 온 60대 남성은 로이터에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진정한 이드 알 피트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IS가 최후의 저항을 펼치고 있는 서부 구시가지는 집이 낡고 길이 좁아 이라크군의 진격이 더딘 지역이다. IS 병사 350여 명이 곳곳에 폭탄을 심고 주민들을 인간방패 삼아 이라크군의 공세를 버티고 있다. 일부 빈민촌에는 돌발적인 자살폭탄 테러로 진격을 막고 있다. 이라크군은 모술의 95% 이상이 수복된 만큼 며칠 안에 전투가 끝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명절을 맞아 IS의 수도 시리아 락까에서도 낭보가 들려왔다. 미군이 돕는 쿠르드아랍군이 25일 처음으로 락까 도심에 진입해 알 까디시야 지역을 점령한 것이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6-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트럼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중재 포기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방문 이후 평화협상 중재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선택지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중동으로 떠난 첫 해외순방에서 이-팔 지도자들을 잇달아 만나며 2014년 이후 중단됐던 평화협상을 다시 이끌어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쿠슈너 선임고문이 장인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보고서에 협상 중재 가능성과 더불어 협상에서 발을 빼는 게 더 나을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길 거라고 영국 런던 소재 아랍 일간지 알-하야트(Al-Hayat)가 팔레스타인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21일 평화협상 중재를 위한 사전답사 차원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했을 당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과의 만남에서 강한 긴장감이 흘렀다고 매체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자에 따르면 쿠슈너 선임고문이 이스라엘 국경지대 경찰과 군인을 공격한 팔레스타인인 가족들에 대한 자치정부의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하자 압바스 수반이 격하게 화를 냈다. 이-팔 접경지역에선 이스라엘 병력을 향한 팔레스타인인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16일 예루살렘 외곽에서 이스라엘 여경이 팔레스타인 3인조 남성의 칼에 찔려 숨진 사건에 대해 압바스 수반이 규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스라엘 방문 당시 여경 가족을 방문해 위로했었다. 트럼프 정부는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에 친화적인 입장을 가졌다는 이유로 압바스 수반이 만남을 거부한 점에도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측은 쿠슈너 선임고문이 공정한 중재자가 아니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측 고문처럼 말하며 이스라엘 편만 들었다고 비판했다고 알-하야트는 전했다. 팔레스타인인 공격자들 가족에 대한 지원 이슈도 이스라엘이 협상 재개를 피하기 위한 핑계로 이용하는 것인데 미국이 그대로 받아 언급했다며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수차례 이-팔 협상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온 만큼 쿠슈너 선임고문의 중동 방문 보고서만으로 협상 중재를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다수의 분석이다. 하지만 백악관 핵심 실세인 쿠슈너 선임고문의 팔레스타인 방문 이후 협상 중재 중단이 언론에 언급될 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은 점으로 보아 향후 중재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미국의 중재가 필수적인 팔레스타인은 다음달 워싱턴에 대표단을 파견해 대화를 이어갈 방침이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6-26
    • 좋아요
    • 코멘트
  • “IS 최고지도자 바그다디 숨진듯”

    전 세계 테러를 주도해온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46·사진)가 폭격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16일(현지 시간) 밝혔다. 바그다디는 미국이 현상금 2500만 달러(약 283억 원)를 건 ‘제거 대상 1순위’ 테러리스트로, 스스로를 이슬람 공동체 최고지도자인 칼리프로 칭하며 IS의 국가화를 선포한 인물이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0시 35∼45분 IS의 수도로 불리는 시리아 락까 남부 외곽지역에서 IS 간부들이 모인 회의장을 러시아군 SU-34와 SU-35 전폭기가 폭격했다. IS가 락까에서 탈출하기 위한 경로를 논의하던 자리에 바그다디가 참석했고, 그를 포함한 IS 간부 30명과 경호원 300여 명이 폭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국방부는 당시 현장에 바그다디가 있었고,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복수의 정보를 입수해 진위를 확인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사망을 공식 확인한 건 아니지만, 국방부가 사망 가능성을 공식 발표할 만큼 확실한 단서를 가진 상황으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당시 드론으로 사전 정찰까지 마친 다음 폭격을 개시했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공개했다. 현장에는 락까 지역 통치자 아부 하지 미스리, 이브라힘 나이프 하지, IS 보안사령관 술라이만 샤우아 등도 있었다며 신원까지 특정했다. 바그다디가 사망했다면 IS가 소멸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S는 이라크 핵심 거점인 모술의 95% 이상을 이라크군에 빼앗긴 상태다. 미군의 지원을 받은 쿠르드-아랍군이 이달 초부터 락까를 향해 진격 중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바그다디가 평소 전면에 나서온 인물이 아닌 만큼 다른 지도자가 조직을 주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바그다디가 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은밀히 숨어 지내던 그가 폭격이 한창인 락까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갔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라미 압둘라흐만 시리아인권관측소장은 16일 로이터통신에 “폭격이 있던 5월 말 바그다디가 (락까가 아니라)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와 이라크 영토를 오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김수연 기자}

    • 2017-06-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기 줄테니 무기밀매범 17명 넘겨라”… 이집트, 전력난 시달리는 하마스에 제안

    이집트가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측에 전기 공급 대가로 안보사범 17명의 신병 인도를 요구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사방이 봉쇄된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에서 하루 4시간밖에 전기를 보급받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이스라엘이 하루 치 전력을 45분∼1시간가량 줄이겠다고 밝혀 전력난이 심화될 처지다. 아랍 매체 아샤르크 알아우사트는 13일 팔레스타인자치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집트 안보당국이 4∼12일 카이로를 방문한 가자지구 지도자 예히야 신와르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요구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가 전력 보급 대가로 신병 인도를 요구한 안보사범 17명은 주로 이집트-가자지구 국경 일대에서 하마스 비호 아래 활동해 온 무기 밀매 사범들이다. 하마스는 이집트 국경 일대에 지하터널 수백 개를 파서 각종 무기를 불법으로 반입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북한산 무기도 다수 있다. 가자지구 전력난은 서안지구의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파타가 경쟁 정파인 하마스를 견제하기 위해 주도한 것이다. 82세의 고령인 압바스 수반은 자신의 입지가 위협받자 정치적 주도권을 과시하고, 향후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서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세력임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하마스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국 내에서도 자주 정전이 일어날 만큼 전력 사정이 열악한 이집트가 가자지구에 충분한 전력을 보급할 여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기온이 40∼50도로 치솟는 여름이면 전력 소비가 급등해 카이로에서도 매일 2, 3번씩 정전되는 게 일상이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6-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최정예 美사이버부대, IS에 맥못추는 까닭은

    이란의 핵시설 원심분리기를 공격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체계를 방해했던 미국의 명성 높은 사이버부대가 유독 이슬람국가(IS)에는 맥을 못 추고 있다. 기존 미국의 사이버전투는 핵 시설이나 미사일처럼 고정된 타깃을 겨냥하는 역량을 키워 왔는데, IS처럼 온라인 곳곳을 누비며 신출귀몰의 선전·선동을 펼치는 신종 사이버전략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에 부닥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미국의 사이버전력이 IS의 신종 온라인 전쟁방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유럽과 중동 곳곳에서 벌어지는 테러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해 11월부터 IS의 선전영상 유포와 병사 채용, 테러 지령과 교신 등 온라인 활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개시한 ‘빛나는 화음(Glowing Symphony)’이라는 사이버 작전이 대표적 실패 사례다. 초기에는 온라인에 존재하는 IS 집행부의 SNS 계정 비밀번호를 다수 확보해 선전 콘텐츠를 삭제하면서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IS가 곧바로 다른 계정을 만들어 새로운 서버로 옮겨 활동하길 반복하면서 미국은 이를 뒤따라 삭제하는 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어 IS의 공세를 원천 차단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다. IS를 향한 사이버 전략은 이스라엘이 독보적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 사이버부대는 몇 달 전 시리아의 폭탄 제조자들이 모인 작은 조직에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IS가 공항 X레이 검색대를 무력화시키거나 노트북 배터리와 똑같이 생긴 폭탄을 제조하는 기술 등을 개발했다는 고급 정보를 빼내 미국에 전달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3월부터 주요 이슬람권 국가에서 자국으로 들어오는 직행 비행기의 기내에 스마트폰보다 큰 전자기기를 반입하지 못하도록 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6-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