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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놓고 경찰 안팎의 불만도 감지된다.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라는 분리 원칙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여전히 검찰 영향력이 미치는 ‘독소 조항’이 담겼다는 이유다. 26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합의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 범위를 경제·금융범죄와 부패범죄, 공직자비리와 선거범죄 등으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와대는 올 1월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겠다며 직접 수사 대상을 경제·금융범죄 등 특별수사에 국한했다. 하지만 합의안에는 선거범죄 등 공안사건까지 확대됐다. 지금처럼 검찰이 주요 사건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 경찰 안팎의 해석이다. 경찰을 1차 수사기관으로 규정한 것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의안에는 검경의 수사 준칙을 대통령령에서 법무부령으로 바꾸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준칙을 법무부 장관이 정한다는 뜻이다. 이를 놓고 ‘과거로의 퇴행’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수사의 기본 원칙을 규정한 수사 준칙을 법무부령으로 하면 경찰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을 거란 우려다. 2011년에도 국무총리실이 수사 준칙을 법무부령으로 정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검찰이 경찰 수사 사건에서 수사권 남용이나 인권침해를 인지하면 사건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독소 조항으로 꼽혔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다. 합의안은 검경이 같은 사건을 수사할 때 검찰에 우선권을 주도록 했다. 다만 경찰이 압수수색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에 먼저 돌입하면 경찰이 우선 수사하도록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이 1차 수사기관이고 검찰이 2차 수사기관이라는 대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경 갈등의 오랜 불씨였던 영장청구권 문제는 개헌 전까지 한시적으로 고등검찰청에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영장심의위원회를 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 등을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이 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경찰의 영장청구권 확보 문제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권한을 삭제하는 개헌이 이뤄진 후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개혁위원회 관계자는 “청와대가 끝내 검찰 눈치를 너무 많이 봐서 제대로 된 검찰 개혁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번 수사권 조정 합의안은 50점짜리”라고 평가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2월 중순 서울 도심 모처에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박재승 경찰개혁위원장이 모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를 위한 ‘5자 회의’의 시작이었다. 2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회의는 총 4차례 열렸다. 철저히 비공개였다. 시간과 장소도 매번 바뀌었다. 회의 결과는 각 기관의 일부 고위 간부만 공유할 만큼 극비리였다. 그리고 18일 회의에서 조 수석과 박 장관, 김 장관이 만나 최종안에 합의했다. 마지막은 5자 회의가 아닌 3자 회의였다. 검경 개혁을 주도한 개혁위원장 2명이 빠진 탓이다. 박 위원장이 먼저 이탈했다. 그는 경찰개혁위 내부 반발 탓에 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경찰개혁위 안팎에서는 박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판사 출신인 박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전임 박경서 위원장에 이어 취임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개혁 의지를 청와대에 강하게 밝히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곤 했다. 박 위원장이 회의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검찰 측 한 위원장도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안이 나왔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5자 회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것. 검찰 측인 박 장관과 한 위원장은 형사소송법을 전공한 교수 출신 법률전문가다. 반면 경찰 측인 김 장관의 경우 오랜 정치경험이 협상에 도움이 됐겠지만 법률가가 아닌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 위원장도 검경의 수직 관계에 익숙한 원로 법조인이고 개혁위 중간에 합류해 사안을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에 연루됐던 여운진 대한항공 상무(61)가 최근 자회사인 에어코리아 상근고문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직 없이 대기발령 상태였던 여 상무가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러났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대한항공과 에어코리아 등에 따르면 여 상무는 18일 대한항공 퇴직 후 19일 에어코리아 상무로 부임했다. 에어코리아는 대한항공과 진에어 그리고 외국 항공사 등 35개 항공사의 발권과 탑승 서비스를 위탁 수행하는 대한항공 자회사다. 여 상무는 2014년 12월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으로 현직에서 물러나 3년간 대기발령 상태였다. 땅콩회항은 당시 뉴욕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조 전 부사장이 땅콩 제공 등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여객기를 계류장에서 되돌린 사건이다. 여 상무는 회항의 원인이 조 전 부사장의 욕설과 폭언이었다는 걸 은폐하기 위해 박창진 전 사무장 등 승무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한 혐의(강요, 위계 공무집행방해)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으로 풀려났다. 이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여 상무의 업무 복귀를 놓고 대한항공과 에어코리아 내부에서 불만 섞인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코리아 직원 A 씨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임원을 복귀시킨 건 오너 일가의 최측근이란 이유로 자리 챙겨준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승무원 B 씨는 “땅콩회항과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면 또다시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며 불안해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 상무는 항공서비스 분야에 오랜 경력이 있고 계열사 순환인사 차원에서 이번에 에어코리아 고문을 맡은 것”이라며 조 전 부사장 복귀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땅콩회항 사건 후) 3년 이상 지난 만큼 내부에서는 조 전 부사장 복귀 가능성이 무르익었다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밝혔다.조동주 djc@donga.com·김정훈 기자}

경북 상주와 영천을 연결하는 민자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던 2014년 10월. 대림산업이 공사를 맡은 고속도로다. 하청업체인 한수건설은 토목공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어느 날 현장소장 백모 씨(55)가 한수건설 대표 박모 씨(73)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번에 딸이 대학에 들어가는데 타고 다닐 차량을 좀 알아봐 달라.” 부탁이었지만 박 씨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요구였다. 박 씨는 30년 넘게 대림산업 공사에 참여했다.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백 씨에게 BMW 320i 한 대를 구입해서 전달했다. 판매가 4600만 원짜리다. 2013년 4월에도 박 씨는 비슷한 갑질에 울어야 했다. 당시 경기 하남 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공사 중이던 현장소장 권모 씨(60)는 박 씨에게 “본부장 아들의 결혼식이 있는데 인사나 하라”고 말했다. 사실상 강요나 다름없었다. 박 씨는 당시 대림산업 토목사업본부장이던 김모 전 대표(62) 측에 아들 결혼 축하금으로 무려 2000만 원을 건넸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4위인 대림산업의 임직원들이 저지른 ‘갑질’의 민낯이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하청업체인 한수건설로부터 “하청업체 평가를 잘해주고 설계를 바꿔 공사비를 늘려주겠다”는 명목으로 6억1000만 원가량을 받아 챙긴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해 검찰로 넘겼다고 20일 밝혔다. 이 중 현장소장 백 씨와 권 씨는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2014년 대림산업이 시공한 각종 현장에 하청업체로 참여한 한수건설로부터 1인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주로 현장 설계를 변경해 공사비를 늘려주겠다고 제안한 뒤 발주처와 감독관, 본사 임원 접대비 명목으로 현금을 받아 챙기는 수법을 동원했다. 관련 부서의 부장부터 차장, 과장도 하청업체에서 돈을 뜯어냈다. 공정을 관리·감독하는 감리업체 임원 임모 씨(56)도 박 씨로부터 160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입건됐다. 박 씨는 대림산업에서 14년간 근무하다가 퇴직 후 1984년 한수건설을 세웠다. 친정업체인 대림산업의 ‘간택’이 자신과 회사의 운명을 좌우했다. 대림산업 임직원들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던 이유다. 그는 주로 5만 원권을 신문지로 말아 봉투에 담은 뒤 테이프로 감아 돈을 전달했다.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들은 한수건설로부터 챙긴 수천만∼수억 원을 대부분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고 진술했다. 박 씨 역시 배임증재와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됐다. 그는 자신이 처벌받을 걸 알면서도 대림산업 갑질을 경찰에 제보했다. 박 씨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갑질 탓에 150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회사가 사실상 문을 닫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설계를 바꿔 공사비를 늘려주겠다고 약속해 근로자와 장비를 늘렸지만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정적 계기는 2013년 9월 서울 강서구 분뇨처리시설 현대화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지반 붕괴 사고다. 책임 소재를 놓고 대림산업과 한수건설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양측의 갈등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자 대림산업은 한수건설의 다른 공사를 중단시키며 압력을 가했고 사실상 도산 직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경찰은 하청업체 상납금이 서울시 등 공사 발주처를 상대로 한 로비 자금이나 대림산업 본사 비자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수사했다. 하지만 수년 전 일이라 밝히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요구하는 건설업계의 적폐를 없애려면 하청업체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넓히기 위해 설립된 TV홈쇼핑 ‘홈앤쇼핑’이 부정 채용을 위한 청탁 창구로 악용된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임원들이 자녀와 지인의 채용을 청탁하면 홈앤쇼핑 측이 ‘중소기업 우대’ ‘인사 조정’ 등의 명목으로 가점을 부여해 부적격자를 채용한 것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기중앙회 임원들의 부정 청탁을 받아 채용서류 심사를 조작해 부적격자 10명을 선발한 혐의(업무방해)로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63)와 여모 전 홈앤쇼핑 인사팀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2011년 10월 공채 1기 최종합격자 75명 중 3명(4%)에게 서류상 가점을 줬다. 2013년 12월 공채 2기는 최종합격자 27명 중 7명(26%)의 서류 점수가 전형 과정에서 조작됐다. 강 대표 등은 서류심사 합격권 미달인 채용 청탁 응시자들에게 중소기업 우대와 인사조정 명목으로 각 10점씩의 가점을 부여해 통과시켰다. 공채 1기 선발 때는 중소기업 우대 명목의 가점(10점)만 있었는데 공채 2기 선발 때 인사조정 명목의 10점이 추가됐다. 이런 가점은 아무 기준 없이 회사가 부정 청탁 응시생들에게 임의로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류를 통과해도 인·적성검사 점수가 낮아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응시생에게는 따로 재시험 기회까지 제공했다. 경찰은 부정 합격자 10명 중 6명이 중기중앙회 부회장급 임원들의 자녀이거나 지인인 것으로 확인했다. 나머지 4명도 중기중앙회 임원 추천자로 경찰은 추정했다. 한 중기중앙회 부회장의 아들 A 씨는 공채 2기 서류심사 점수가 47점에 불과해 커트라인(59점)에 12점이나 미달했지만 가점 20점을 받아 67점으로 통과했다. A 씨는 인·적성검사에서도 ‘다소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홈앤쇼핑 측은 별도로 재시험을 볼 수 있는 특혜를 줬다. A 씨는 강 대표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 면접을 통과해 최종 합격됐다. 경찰은 중기중앙회가 홈앤쇼핑의 최대주주로서 대표 임명권까지 갖고 있어 강 대표가 부정 청탁을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부정 청탁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금전이 오가지 않고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벌어진 사건이라 채용을 청탁한 전현직 중기중앙회 임원을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올해부터 경찰대 필기시험 범위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동일해지고 체력시험 변별력도 높아진다. 1차 시험 합격자 중 2차 미응시자의 빈자리를 채우는 추가 합격제도 처음 시행된다. 경찰대는 이런 내용의 2019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을 14일 발표했다. 모집요강에 따르면 올 5월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해 모두 100명(남자 88명, 여자 12명)을 뽑는다. 1차 시험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의 문제 출제 범위가 고교 전체에서 2, 3학년으로 축소된다. 범위를 수능과 일치시켜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경찰대 신입생은 수능(500점), 필기시험(200점), 면접(100점), 생활기록부(150점), 체력시험(50점) 등을 합산해 선발한다. 올해부터 체력시험의 기본점수가 40점에서 20점으로 낮아진다. 체력시험 점수편차가 10점이었지만 30점으로 늘어나 변별력이 커졌다. 경찰대 관계자는 “현장에서 원활하게 직무수행을 하기 위한 기초 체력을 중요하게 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시험 결시에 따른 대책도 마련됐다. 보통 1차 시험에 합격한 수험생 중 매년 50명가량이 2차 시험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다. 주로 수능 전에 연습 삼아 경찰대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다. 이에 따라 경찰대는 올해부터 1회에 한해 2차 시험 미응시자로 인한 결원을 추가 합격시키는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을 소유한 건설업체가 충남지역 도수로(導水路) 공사에 참여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해당 건설업체는 안 전 지사의 오랜 친구인 S 씨(53)가 대주주인 토목회사다. 충남도와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해당 건설업체는 2015년 11월부터 3개월간 충남 보령댐과 금강을 잇는 도수로 공사에 참여했다. 보령댐 도수로 공사는 안 전 지사가 2012년 6월 시도지사 회의에서 가뭄 해결책으로 건의한 사업이다. 공사는 한동안 지지부진하다가 2015년 충청지방에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자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된 4대강 살리기로 건설된 금강 백제보를 가뭄 해갈에 이용하는 것이라 당시에도 화제였다. 해당 건설업체는 도수로 공사를 수주한 대우건설의 하청으로 참여했다. 보령댐 취수장 시설 공사 등을 맡았다. 공사금액은 처음에 11억9000만 원이었으나 최종적으로 16억4300만 원이 투입됐다. 공공사업이지만 당시 이 업체를 포함해 대부분의 하도급업체는 수의계약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충남 지역 공사에 충남 업체가 하나도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보령댐 도수로 공사는 3개월 안에 끝내야 해서 공개입찰을 못 했다. 그 대신 우수 업체를 선정해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 건설업체는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진행된 금강 공주보와 예당저수지를 잇는 도수로 공사에도 참여했다. 이 사업도 안 전 지사가 2015년 가을 정부에 조속한 완공을 건의하면서 추진에 탄력을 받았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발주했고 대우건설이 수주했다. 해당 건설업체는 65억6700만 원에 양수장과 가압장 공사를 하청받았다. 이때는 수의계약이 아니라 경쟁입찰이 실시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예당저수지 공사는 7개 협력사가 경쟁입찰에 참여했다. 해당 업체가 최저가를 써냈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충남지역에서 벌인 공사는 대우건설이 수주한 사업들이다. S 씨는 1990년대 대우건설에서 퇴직한 뒤 주로 도로와 철도·지하철 공사를 하는 건설업체를 차렸다. 해당 건설업체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내에서 벌인 공사 34건 중 상하수도 공사는 충남 보령댐과 예당저수지 등 3건이다. 철도·지하철(16건), 도로(9건) 등의 공사가 가장 많았다. S 씨는 처음에 “우리 회사는 충남지역에서 공사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령댐과 예당저수지 공사 관련 내용을 묻자 S 씨는 “발주처가 충남도가 아닌데 굳이 먼저 말해야 하느냐”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충남지역 공사와 안 전 지사는 아무 관련이 없다. 나는 안 전 지사와 통상적인 친구 사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S 씨가 안 전 지사에게 오피스텔을 제공했다는 9일 동아일보 보도 이후 해당 건설업체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국내외 공사 실적 게시물이 사라졌다. 홈페이지에서 공사 수주 실적이 삭제된 이유를 묻자 S 씨는 “(게시물을) 지운 적 없다. 확인해서 살려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2일까지 해당 내용은 복원되지 않았다. 검찰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다른 비리 혐의가 드러난다면 수사할 방침이다. 조동주 djc@donga.com·정현우·사공성근 기자}
이명박(MB) 정부 시절 친정부 성향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이 특별수사단을 꾸려 자체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2011년경 보안사이버수사대 직원 A 씨가 상사로부터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댓글을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비공식 진술을 최근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임호선 경찰청 기획조정관(55·치안감)을 단장으로 모두 32명이다. 경찰은 2010∼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의 종북·반정부 성향의 누리꾼 색출을 목적으로 하는 ‘블랙펜 작전’에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가 참여했다는 의혹을 자체 조사하는 과정에서 A 씨 진술을 접했다. 그러나 A 씨는 공식 조사에서는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단은 경찰이 2010∼2012년 블랙펜 작전에 참여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또 경찰은 2010∼2012년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던 B 경정이 군 사이버사령부로부터 댓글 게시자의 아이디(ID), 닉네임, 인터넷접속주소(URL) 등 1646건을 전달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B 경정이 이를 토대로 해당 누리꾼들을 내사 또는 수사했는지도 수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서울서부지검에 모습을 나타낸 건 9일 오후 5시 5분경. 타고 온 차량은 은색의 구형 쏘렌토였다. 신형철 전 비서실장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다른 동승자는 없었다. 뒷좌석에서 내린 안 전 지사는 남색 패딩점퍼와 베이지색 바지, 갈색 가죽신발 차림이었다. 얼굴은 다소 초췌해 보였다. 현장에는 취재진 300여 명, 시민단체 회원과 일반시민 50여 명이 있었다. 이를 본 안 전 지사는 잠시 허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포토라인에 선 그는 두 손을 앞으로 모은 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가족에게 미안한 뜻을 전했다. 그러나 비서였던 김지은 씨(33) 등 피해 여성의 이름이나 혐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투’ ‘위드유’ 등의 피켓을 들고 온 시민 중 일부는 사과하는 안 전 지사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때마다 안 전 지사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말을 멈췄다. 안 전 지사는 불과 1시간 20분을 앞두고 검찰에 자진 출석을 통보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그는 “검찰은 빨리 소환해 달라”고 밝혔다. 안 전 지사가 ‘셀프 소환’에 나선 건 어떤 형태로든 빨리 검찰 조사를 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추가 폭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친구가 운영하는 건설사 소유의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사용한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 탓이다. 유명 정치인이라 장기간 잠적도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날 오전 북-미 정상회담 추진이라는 대형 이슈가 나온 것을 감안해 검찰 출석을 결정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상대적으로 여론의 조명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인이라면 저렇게 못 한다. 역시 정치인이다. 오후 5시에 갑자기 오면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출석 당시 검찰은 피해자 김 씨를 처음으로 불러 조사 중이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를 3층, 김 씨를 4층에서 분리 조사해 두 사람이 마주치는 걸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씨 진술과 물적 증거를 토대로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으로 김 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미 충남도로부터 2017년 1월부터 2018년 3월 초까지 안 전 지사의 행적이 담긴 국내외 일정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김 씨가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지목한 시기와 안 전 지사의 실제 동선을 확인 중이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김 씨를 성폭행했다고 폭로한 지난달 25일 전후 행적도 파악했다. 안 전 지사는 토요일인 지난달 2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에서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녹화했다. 이어 저녁식사 후 문제의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로 혼자 들어갔다. 김 씨는 25일 새벽 혼자 오피스텔로 왔다가 몇 시간 뒤 나갔다. 이 장면은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이후 안 전 지사는 25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친척 결혼식에 참석했다. 검찰은 김 씨가 처음 성폭행을 당했다고 지목한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 당시 안 전 지사 일행이 상트페테르부르크 5성급 호텔에 숙박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안 전 지사가 유엔 인권이사회 참석차 지난해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방문한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숙박 현황도 파악했다. 두 차례 해외 출장 모두 전체 일행이 1인실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조동주 djc@donga.com / 홍성=지명훈·배준우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지난달 25일 전 비서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장소인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은 안 전 지사의 오랜 친구 S 씨(53)가 운영하는 건설사 소유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안 전 지사는 30여 년 전 대학생 때 학생운동을 함께한 S 씨로부터 오피스텔을 무료로 쓰도록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안 전 지사가 이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사용한 정황을 파악하고 대가 관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8일 오피스텔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지난달 24일 심야에 안 전 지사가, 이튿날 새벽에 김 씨가 오피스텔에 들어간 뒤 따로 나오는 모습을 확보하고 안 전 지사를 출국 금지했다. 검찰은 충남도로부터 안 전 지사의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동선이 담긴 일정표를 확보해 김 씨 주장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을 소유한 건설사의 실소유주 S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전 지사에게 오피스텔을 쓰도록 한 사실을 인정했다. S 씨는 “안 전 지사에게 ‘서울에 출장 왔을 때 잠시 쉴 데가 필요하면 이용하라’며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알려줬지만 그곳에서 성폭행이 있었다는 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S 씨의 건설사가 55.92m² 규모의 오피스텔을 4억1000만 원에 산 건 지난해 8월. 안 전 지사가 러시아에 출장을 가 김 씨를 성폭행한 지 한 달 뒤다. 거실에 방이 딸린 이 오피스텔에는 침대와 부엌, 컴퓨터와 책상 등이 갖춰져 있다. 오피스텔 건물은 안 전 지사가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서 약 4km 떨어져 있다. 이 연구소 연구원 A 씨도 안 전 지사에게 세 차례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S 씨는 오피스텔 용도에 대해 “수도권 일대 건설 현장을 오가는 회사 임직원들을 위한 숙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당시 건설사 공동대표는 “마포에 임직원용 오피스텔이 있었다는 건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S 씨 한 측근은 “마포 오피스텔은 S 씨 개인 공간”이라고 털어놨다. 법조계에선 안 전 지사가 S 씨 회사 명의로 된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써온 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높다고 본다. 만약 안 전 지사가 오피스텔 사용 대가로 S 씨 사업에 도움을 줬다면 뇌물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건설사 일부 임직원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만큼 안 전 지사와 S 씨 친분은 두터웠다. 지난해 초 안 전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 S 씨는 직원들에게 “안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나는 친구를 잃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S 씨는 1990년대 대우건설에 다녔고, 그의 건설사는 대우건설에서 주로 하도급을 받고 있다. 안 전 지사는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대우건설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년형을 받았다. 한편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피해자 A 씨는 변호사 2명을 선임해 고소장을 작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측은 A 씨가 이르면 9일 안 전 지사를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성폭력상담소협의회 관계자는 “안 전 지사가 2017년 1월 서울 여의도 호텔에서 성폭행할 때 비서진을 따돌리고 의도적으로 A 씨를 만났기에 혐의 입증이 어렵지 않다”며 “A 씨는 2차 피해를 우려해 신원을 드러내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정현우·김정훈 기자}

자신의 비서인 김지은 씨(33)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53·사진)가 의혹 제기 하루 만에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정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부로 도지사직을 내려놓겠다.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이어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비서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뒤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다. 모두 다 제 잘못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안 지사로부터 네 차례 성폭행과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김 씨는 자신 외에 안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복수의 피해자가 더 있다고 밝혔다. 안 지사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 홍보 업무를 맡았던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수행비서를 하다 최근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겼다. 김 씨는 5일 jtbc에 출연해 “지난 8개월 동안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고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러시아와 스위스에 안 지사를 수행해 출장을 갔을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스위스에선 “아니에요”, “모르겠어요”라고 했는데도 안 지사가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또 도청이 있는 충남 홍성에서 서울로 출장 갔을 때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안 지사가 성폭행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방을 통해 ‘미안하다’, ‘괘념치 마라’, ‘다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 풍경만 기억해라’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올 2월 25일 안 지사가 밤에 불러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언급하면서 “미안하다. 너 그때 괜찮았냐”고 한 뒤 성폭행을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크다는 걸 알기에 늘 그의 기분을 맞추고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안 지사는 “부적절한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6일 페이스북에서는 “모두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성폭행 의혹이 알려진 5일 오후 9시 국회 당 대표 사무실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안 지사에 대해 만장일치로 출당 및 제명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제명은 당적을 박탈하는 것으로 정당에서 당원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징계 수위다. 민주당은 6일 오전 곧바로 당 윤리심판원을 열어 징계를 의결하기로 했다. 추미애 대표는 회의 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안 지사 관련 보도에 대해 당 대표로서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조동주 djc@donga.com·이지훈·박성진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53)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비서 김지은 씨(33)의 폭로가 나오자 누리꾼들은 “배신감을 느낀다”며 분개했다. 지지자마저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불거졌음에도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안 지사에게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여권 지지층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지사 성폭행 폭로의 파장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까지 번질까 우려했다. 5일 오후 8시 반경 김 씨의 폭로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 1∼10위는 ‘안희정’ ‘김지은’ ‘안희정 성폭행’ ‘김지은 정무비서’ ‘안희정 김지은’ 등 안 지사와 김 씨 관련 단어로 채워졌다. 이 폭로를 다룬 인터넷 기사들에 달린 3만 개 넘는 댓글 대부분 “역시 정치인은 믿으면 안 되는 거였다”며 분개하는 내용이었다. 안 지사를 옹호하는 댓글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자신을 친여 성향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과정과 진실을 떠나 매우 화가 난다. 잠시나마 이 나라에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리 생각했던 모든 지지자들을 기만한 안희정을 용서할 수가 없다”고 적었다. 이 댓글은 5만 건 가까운 공감을 받았다. “안희정이 부인 사랑한다고 애처가 행세하더니 ×레기 같다” “도덕성 결여된 안희정을 보면서 고소인(김 씨)만큼 우롱당한 나도 많이 화가 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안 지사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열혈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안 지사가 1일 올린 3·1절 기념글에는 “몇 년 전부터 당신 이름 석 자 알리겠다고 다녔는데 당신은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당신 때문에 민주당이 ‘그놈이 그놈이다’ 소리를 듣는다” “올해부터 투표권을 가진 아이에게 오래전부터 당신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는데 이제 뭐라고 해야 하냐” 등의 격앙된 글이 이날 오후 11시 현재 200개 넘게 달렸다. 설령 김 씨와의 성관계가 합의하에 이뤄졌다는 안 지사의 해명을 믿더라도 불륜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 안 지사의 해명에 대해 “너무 실망했습니다. 합의된 관계? 그게 말이 되나요” 등의 반응도 나왔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연정을 주장한 안 지사를 빗대 “여자관계도 대연정”이라며 비아냥대는 반응도 있었다.조동주 djc@donga.com·이지훈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53)의 비서 김지은 씨(33)가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안 지사로부터 네 차례 성폭행과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김 씨는 자신 외에 안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복수의 피해자가 더 있다고 밝혔다. 안 지사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 홍보 업무를 맡았던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수행비서를 하다 최근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겼다. 김 씨는 5일 JTBC에 출연해 “지난 8개월 동안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고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러시아와 스위스에 안 지사를 수행해 출장을 갔을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스위스에선 “아니에요”, “모르겠어요”라고 했는데도 안 지사가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또 도청이 있는 충남 홍성에서 서울로 출장 갔을 때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안 지사가 성폭행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방을 통해 ‘미안하다’, ‘괘념치 마라’, ‘다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 풍경만 기억해라’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올 2월 25일 안 지사가 밤에 불러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언급하면서 “미안하다. 너 그때 괜찮았냐”고 한 뒤 성폭행을 했다고 밝혔다. 또 “안 지사가 ‘미투’를 언급한 것은 ‘미투’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무언의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크다는 걸 알기에 늘 그의 기분을 맞추고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안 지사는 “수행비서와의 부적절한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지사는 이날 충남도청에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 행사에서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적 성차별의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연설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2일 개강을 한 대학가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미투’ 열풍은 지금까지 서울예술대학 등 일부 학교에 집중됐다. 겨울방학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개강을 한 전국 여러 대학에서 교수의 제자 성추행, 성희롱 등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미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의 새 학기 일정은 파행으로 시작됐다. 이 학과 전체 교수 6명 중 최용민, 박중현, 이영택, 안광옥 교수 등 4명이 성추문에 연루돼 수업에서 배제된 것이다. 남은 교수는 여성 2명(장미희, 권경희). 장 교수는 안식년이라 권 교수가 유일하다. 결국 개강 첫날부터 휴강이 이어졌다.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파행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에 따르면 연극영상과 학생들은 박 교수가 학교 영상편집실에 학생들을 불러 안마를 강요했고, 실습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새로 학과장을 맡은 권 교수는 “교수 4명이 빠지면서 수업 시간이 일주일에 15시간이나 펑크가 났다. 피해 학생뿐 아니라 남아 있는 교수와 학생 모두가 피해자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5일부터 명지전문대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에 나선다. 경찰도 교수 성추문 의혹의 사실 확인에 착수했다. 서울예대에선 학생과 학교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성추문에 휩싸인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 배병우 사진작가, 배우 한명구 씨 등이 교수로 있는 곳이다. 이 학교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말 ‘미투’ 운동 지지 성명을 냈다. 그러나 참여 교수의 이름이 한 명도 없는 성명이었다. 학생들은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 참여한 교수들 중 추가로 폭로될 ‘미투’ 가해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름을 못 밝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김태인 서울예대 총학생회장은 “교수협의회 측에 성명에 참여한 교수 명단 공개를 정식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수협의회가 자신 있게 성명에 참여한 교수들 명단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강 이후에도 ‘미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서울예대 교수는 “나도 교수협의회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계속 다른 교수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명단 공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일 서울예대 재학생 C 씨는 지난해 공연을 준비하며 교수들이 전라로 연기할 것을 강요했다는 새로운 내용을 폭로했다. 여주인공 C 씨가 난색을 표하자 교수들은 “벗지 못한다니 배우의 마인드가 안 됐다”, “한국 학생들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너무 보수적이다”라며 계속 누드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사공성근 기자}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28일로 한 달을 맞았다. 그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한 것이 지난달 29일이다. 당시만 해도 서 검사의 폭로가 ‘한국판 미투’로 이어질지 확신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미투는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권력형 성폭력의 실체 드러나다 처음엔 법조계 안팎의 일부 성폭력 규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일부 비슷한 폭로가 있었지만 확산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미투 폭발의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말 발표된 최영미 시인(57)의 작품이었다. 고은 시인(85)의 성추문을 폭로한 작품이 6일 뒤늦게 주목받은 것이다. 이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과 배우 조민기 씨(53)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실명으로 나서면서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미투가 번지고 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건 폭로가 이어졌고 마침내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미투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은 30명 안팎. 이 중 피해자가 실명으로 폭로하거나 본인이 공개적으로 해명에 나선 유명 인사는 22명 정도다. 피해자가 폭로한 성폭력의 유형은 성폭행 6명, 성추행 15명, 성희롱 1명 등이다. 문화예술계 인사가 19명으로 가장 많다. 극단 대표가 소속 단원을, 예술대 교수가 제자를, 유명 배우가 후배나 연기자 지망생을 대상으로 삼았다. 미투에 나선 피해자 대부분이 당시 성폭력 여부조차 실감하지 못한 것도 공통점이다. 명백한 성추행인데도 ‘원래 이렇게 연습하나’ ‘예술가는 이런 것인가’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예술계 거장들이 자신을 따르는 후배와 제자의 경외심을 악용해 술자리에서 성폭력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의 명성을 바탕으로 대학에 진출한 인사들은 교수의 주관적 평가가 절대적인 예술 강의의 특성을 이용해 제자들을 유린했다.○ 경찰, 미투 대상자 모두 확인한다 경찰은 미투 대상으로 지목된 모든 인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모든 폭로 내용을 들여다보며 정식 수사로 진전시킬 사안을 가려내고 있다. 성범죄의 친고죄 폐지(2013년 6월) 이전 사건이거나 공소시효(10년)가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인사도 일단 확인 대상이다. 해당 사안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친고죄 폐지 이후 발생한 다른 성폭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미투에 동참한 피해자를 한 명씩 접촉 중이다. 피해 내용 확인뿐 아니라 가해자 처벌을 원하는지도 묻고 있다. 다만 일부는 향후 법정 공방까지 갈 경우 2차 피해가 두려워 경찰 접촉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미투 가해자 중 처음 체포된 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50)는 미성년자 성범죄의 친고죄가 폐지된 2008년 2월 이후 미성년 여제자 2명을 성폭행,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면서 ‘호감을 갖고 동의하에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조민기 씨는 최초 폭로 이후 내내 부인하다가 27일에야 “모든 게 내 불찰이다. 법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과문을 냈다. 배우 오달수 씨(50)에 대한 추가 성추행 의혹도 제기됐다. 연극배우 엄지영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03년 오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오 씨 소속사는 “확인 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입장을 알리겠다”고 밝혔다.조동주 djc@donga.com·배준우·김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 미투 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적극적인 수사를 주문했다. 각 분야의 피해자들이 제기했던 ‘미투’ 움직임은 정부 차원의 조사와 대책 마련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투’ 운동에 대해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문제가 이 시기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사법당국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호응해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피해자의 폭로가 있는 경우 형사 고소 의사를 확인하고, 친고죄 조항이 삭제된 2013년 6월 이후 사건은 피해자 고소가 없더라도 적극 수사하라.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젠더 폭력을 발본색원한다는 생각으로 범정부 차원의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당정협의와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 간담회를 잇달아 열었으며 정부는 27일 관련 대책을 담은 당정협의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폭로와 제보를 통해 확보한 유명인사 19명의 성폭력 의혹을 확인 중이다. 이 중 수사 대상은 배우 조민기 씨(53)와 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50) 등 2명이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008년 당시 미성년 여제자 2명을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조 대표를 체포했다. 경찰은 또 청주대 교수 시절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조 씨를 곧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인권침해 사건의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43)도 성추행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조동주 기자}
‘미투(#MeToo·나도 성폭력을 당했다)’에 참여한 여성들의 피해 중 공소시효(10년)가 지난 사건들은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시효가 남았더라도 2013년 6월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 사건은 형사처벌 대상이 안 된다. 피해자가 범죄를 인지한 지 1년 안에 신고해야 수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 배상은 어떨까. 사건 발생 시기에 따른 배상 가능 여부를 놓고 법조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민법상 소멸시효가 지났다면 현실적으로 배상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동아일보가 26일 확인한 변호사 5명 중 4명이 이렇게 답을 했다. 소멸시효가 지난 사건은 소송을 내도 법원에서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란 게 근거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된 경우에 권리 소멸을 인정하는 제도다. 불법행위로 생긴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사건 발생 10년 또는 피해를 안 지 3년 안에 소송을 내야 한다. 김정환 JY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성범죄는 피해를 입은 날이 인지한 날과 동일한 경우가 대다수여서 10년이 지났을 경우 승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10년이 넘은 사건이라도 가해자가 소멸시효를 따지지 않고 배상하겠다고 하면 이론적으로는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 김광삼 법무법인 더쌤 대표변호사는 “공개적으로 모든 책임을 인정한다고 말해도 실제 소송에선 소멸시효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그동안 성범죄라고 인식하지 않다가 최근 미투 확산을 계기로 인식이 바뀌게 됐다면 법정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 사례처럼 안마를 해주는 게 극단 전체에 만연한 관습이라고 여겼는데 이번 폭로를 계기로 강제추행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 ‘범죄 피해를 안 지 3년 안’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투에 동참한 여성들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논란에 대해 다수의 법조인들은 성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공익 목적이라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동주 djc@donga.com·구특교 기자}
“할아버지와 아버지 뒤를 이어 꼭 경찰이 되고 싶었습니다.” 경기 여주경찰서 임승용 순경(26)은 23일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제292기 신임경찰 졸업식에서 꿈에 그리던 순경 계급장을 어깨에 달았다. 임 순경은 3대가 경찰관을 지낸 ‘경찰 가문’이다. 임 순경 할아버지인 고 임규동 씨는 6·25전쟁 당시부터 경찰관을 지냈다. 아버지는 고 임재현 경장이다. 1997년 음주운전 단속을 마치고 퇴근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한 화물차에 부딪혀 순직했다. 임 순경은 여섯 살 때 경찰 아버지를 잃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찍은 사진을 보며 경찰의 꿈을 키워왔다. 임 순경 집 거실에는 아버지가 큼직한 경찰 오토바이에 어린 임 순경을 태우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여러 장 걸려있다. 그는 2016년 4월부터 서울 노량진에서 독서실 총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11개월 동안 순경시험에 매진한 끝에 경찰이 됐다. 중앙경찰학교에서 34주간 수련을 마친 임 순경은 26일부터 여주경찰서에서 경찰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 임 순경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졸업식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생각이 나서 감회가 남달랐다. 교통경찰로 근무했던 아버지처럼 열심히 근무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고 말했다. 23일 열린 제292기 신임 경찰 졸업식에는 임 순경을 포함해 다양한 사연을 가진 1453명이 순경 계급장을 달았다. 경찰 동기인 서울 송파경찰서 박창민 순경(29)과 서울 중랑경찰서 박병호 순경(27)은 친형제 사이다. 아웃도어 디자이너 출신인 서울 동작경찰서 윤설화 순경(42·여)은 정보화장비 특채로 경찰 복제와 장비 디자이너를 맡게 됐다. 남편과 함께 부부 경찰이 됐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엄진영 순경(34·여)은 키 182cm의 패션모델 출신으로 8년 동안 런웨이를 누비다 경찰이 됐다. 경기 고양경찰서 정지원 순경(37)은 8년 동안 19번 낙방한 끝에 20번째 시험 만에 순경 계급장을 달았다. 의무경찰로 복무할 당시 불심검문으로 강도강간, 특수절도 수배자 등 범인 32명을 붙잡았던 ‘의경 체포왕’ 양석진 순경(27)도 대구서부경찰서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한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치밀하게 계산된 사과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의 성범죄 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 관계자가 22일 내린 판단이다. 그동안 제기된 여러 폭로 내용과 19일 열린 기자회견 때 이 전 감독의 말을 분석한 결과다. 이 전 감독은 “법적 책임을 지겠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형사처벌은 쉽지 않다. 너무 오래된 일인 탓이다.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감수하며 실명까지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이 전 감독의 처벌은 고사하고 수사조차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피해 여성들이 이 전 감독의 성폭력을 폭로한 시기는 2000∼2012년. 2013년 6월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이다. 이전에 발생한 성범죄는 친고죄 사안이다. 친고죄는 피해자가 직접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성범죄는 피해자가 범죄를 인지한 지 1년 안에 신고해야 수사가 가능하다. 이 전 감독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들은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았다. 성범죄 공소시효(10년)가 별 의미가 없는 셈이다. 현재로선 이 전 감독을 형사처벌할 방법이 막혀 있다. 2001년 여름 여배우 김보리(가명) 씨를 밀양연극촌 인근 천막에서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하용부 전 밀양연극촌장(63)도 같은 상황이다. 2002∼2003년 제자였던 황이선 연출가를 성추행한 것으로 지목된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78) 등도 현재로선 처벌 방안이 없다. 경찰 수사도 실익이 없다. 다만 2013년 6월 이후 발생한 성범죄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찰도 폭로 내용을 볼 때 추가 성범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수많은 미투 폭로 글 중에서 시기가 특정되지 않은 사건 가운데 2013년 6월 이후 사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경찰이 직접 피해자를 선제적으로 찾아 나서면 성범죄 특성상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숨겨진 피해자나 지인들의 제보를 기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이기에 피해자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전 감독 외에 다른 문화예술인에 대한 성범죄 폭로 중에서도 형사처벌 대상을 가리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2일 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50)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입건하고 곧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조 대표가 2007∼2008년 당시 중학생이던 김모 씨(25) 등 미성년 여제자 2명을 성폭행·성추행했다는 피해자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감독 등과 달리 경찰이 조 대표를 수사할 수 있는 건 미성년자 성범죄의 경우 친고죄가 2008년 2월 폐지됐기 때문이다.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는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점부터 공소시효(10년)가 적용돼 성인이 된 지 6년이 지난 김 씨 등의 사례는 지금도 공소시효가 유효하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조 대표는 2007년에도 김 씨 등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피해자 진술이 나왔지만 당시 범죄는 친고죄 사안이라 처벌받지 않는다. 모교인 청주대 교수로 재직하며 제자들을 수차례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탤런트 조민기 씨(53)도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조 씨가 2013년 자신의 오피스텔로 여제자 2명을 불러 술을 마신 뒤 억지로 침대에 눕히고 성추행했고, 2014년 노래방에서 여제자에게 억지로 뽀뽀를 했다는 청주대 학생들의 폭로 글이 신빙성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의 성범죄가 친고죄 폐지(2013년 6월) 후에 벌어졌다면 피해 진술을 확보해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조유라 기자}

“한국 놈들아 정신 차려라 우리 중국이 네 아비다.” 13일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6조 예선 결과를 전하는 온라인 뉴스에 붙은 중국어 댓글이다. 무려 2만 개가 넘는 ‘공감’을 얻었다. 예선 1위로 들어온 중국 한톈위(韓天宇·22)가 비디오 판독 결과 한국 서이라(26)를 밀친 것으로 확인돼 실격한 사실을 전하는 뉴스였다. 중국 누리꾼들은 ‘융단폭격식’으로 댓글을 올렸다. “정말 역겹다. 역대급 오심이다” “한국이 얼마나 비열한 나라인지 잘 봤다” “너네는 그냥 세계의 쓰레기다” 등 대부분 원색적 비난이 담겨 있었다. 한톈위 실격으로 예선 2위가 돼 준준결승에 진출한 서이라의 인스타그램에도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는 식의 중국어 악플 8000여 개가 쏟아졌다. 일부 중국 누리꾼은 4년 뒤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2022년 베이징에서 두고 보자”며 으름장을 놨다. 한국 누리꾼들은 “이렇게까지 비난하고 욕설까지 하는 건 너무 한심하다”며 중국 누리꾼을 비판하는 영어와 중국어 댓글로 응수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일부 한국 누리꾼의 민낯이 드러났다. 서이라의 예선 경기 1시간 30분 후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최민정(20)이 2등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캐나다 선수 킴 부탱(24)의 무릎을 손으로 건드려 실격됐다. 그러자 비난 댓글이 부탱을 향하기 시작했다. 한국 누리꾼들은 최민정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목에 건 부탱의 인스타그램에 영어로 욕설 댓글을 퍼부었다. 1만 개가 넘었다. 부탱이 경기 전날 각오를 밝힌 글에는 “너는 메달을 받을 자격이 없다. 네 손은 매우 더럽다” “반칙으로 메달 따고 창피하지도 않냐” 등 옮기기 힘든 원색적인 욕설이 넘쳐났다. 특히 부탱이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에조차 “이 사람이 너한테 반칙하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이냐” “너희 아버지도 네가 한 짓을 부끄러워 할 거다” 등 도를 넘은 욕설이 이어졌다. 결국 부탱은 14일 인스타그램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부탱의 아버지는 캐나다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캐나다 경찰과 올림픽위원회와 함께 공동 대응하겠다”며 분노했다. 캐나다올림픽위원회(COC)는 “선수단의 건강과 안전 보안이 우리의 최우선 순위다. 캐나다빙상연맹과 보안인력, 캐나다 경찰(RCMP)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공식 성명까지 냈다.조동주 djc@donga.com·사공성근 / 강릉=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