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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의 26∼28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군사 채널 복원의 군불을 지피고 있다. 양국은 올 중반 들어 외교, 경제 등 고위급 대화 채널을 속속 살렸지만 군사 분야만큼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은 24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A) 기고 ‘미국의 힘의 원천: 변화된 세계를 위한 외교정책’에서 “우리는 미중 경쟁이 소련 붕괴와 같은 변혁적 최종 상태로 끝나길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대중 외교정책 목표가 레짐체인지(정권 교체)가 아님을 명확히 한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양국 관계를 안정화해야 할 당위성을 언급하며 “최근 중국이 그 가치를 인식하는 듯한 고무적인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긴장이 고조될 때도 채널을 유지할지가 진짜 시험대”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첨단기술 규제에 이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를 두고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될 때에도 이를 다룰 수 있는 경제실무그룹 유지 및 군사 소통 채널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 경질 공식화도 군사 대화 재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를 이유로 2018년 리 부장을 제재 대상에 올렸고, 중국은 리 부장 제재 철회를 그간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그의 해임으로 양국 군사 채널 복원의 걸림돌이 자연스레 해소된 셈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왕 부장의 방미와 29∼31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안보협의체 샹산포럼에 미국의 참석 등을 언급하며 “현재 양국 관계가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들이 보인다”고 이날 보도했다. 군사 대화 재개 시점으로는 다음 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일라이 래트너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전날 세미나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마지막으로 중국 상대를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였다”면서 “다음 달 열리는 이 회의에서 (국방장관 회담) 가능성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미국 SAT 시험에서 상위 약 10% 성적에 해당하는 130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의 가계소득을 분석한 결과 33%는 소득 상위 0.1% 가정에 속했다. 고득점 학생 중 가계소득이 하위 20%에 속한 비율은 0.6%에 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라지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등 를 23일(현지 시간) 조명했다. 연구팀은 2011, 2013, 2015년 SAT 점수를 학부모의 납세자료와 연결해 분석했다. 소득 상위 0.1% 가정의 연간 소득은 1130만 달러(약 153억 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NYT는 “SAT 점수와 가정 소득 수준을 연결해 구체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교육계 전문가들은 SAT 시험설계에 결함이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NYT는 “고소득층에서 고득점 비율이 높은 것은 SAT를 통해 문제가 드러난 것이지 SAT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그간 발표된 연구들에 따르면 고소득 가정의 자녀는 대학 입시 과정에서 대체로 자기소개서 점수도 높게 받았고 대학 입학 후 학점과 졸업 후 소득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학업 성취도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전에 정부가 개입할 것을 제언했다. 필요한 정책으로는 무상 어린이집 운영, 저소득 지역 학교 예산 증액, 다양한 소득계층이 모여 사는 ‘소셜 믹스’ 강화 등을 꼽았다. 네이트 힐거 전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세 아이가 공교육에서 보낸 시간은 인생의 10%에 그친다”며 “나머지 90%에 속하는 유치원 입학 전 가정 교육, 방과 후 사교육, 방학 캠프 등을 통해 학력 차가 커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NYT는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를 줄이는 노력은 학생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이롭다”고 평가했다.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아이가 실패했을 때의 피해가 클 거란 두려움에 부모는 경쟁적으로 양육하게 된다는 것이다. NYT는 “(정부의 사회적 지원이) 실패 시 리스크를 줄여준다면 대학 입시에 대한 걱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오퍼튜니티 인사이트’는 하버드대·브라운대·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들이 2018년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결성했다. 오퍼튜니티 인사이트는 우대 입학제가 부유층 자녀 선발에 활용돼 SAT 점수가 같아도 부모 소득이 상위 1% 안에 들면 평균 지원자보다 를 내놓기도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주도로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이 본격화하면 중국과 밀접하게 엮어 있는 한국 경제가 특히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디리스킹의 일환으로 세계 주요 국가에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까지 이뤄지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8일(현지 시간)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디리스킹이 아시아 국가 GDP는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손실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이 두 블록으로 나뉘는 ‘프렌드쇼어링’(동맹국 공급망 연대) 상황에서 중국 GDP는 6.8%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OECD 회원국들과 중국이 서로 비관세 무역장벽을 강화하되, 다른 국가와의 교역은 제한하지 않는 환경을 가정한 것이다. 이때 세계 GDP는 1.8%, OECD 회원국 GDP는 1.5%가량 줄어드는 데 비해 한국은 4%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1%대, 미국은 0%대 손실이 예상됐다. 또 중국과 OECD 회원국들이 서로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를 상대로 비관세 무역장벽을 강화하는 리쇼어링 상황에서 한국은 다른 경제권보다 훨씬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이 대외 구매 의존도를 3%포인트씩 낮춘다고 가정했을 때 중국의 GDP는 6.9% 감소하는 반면 한국은 10.2%나 줄어 OECD 회원국 중 가장 손실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對中 의존-시장개방도 높은 韓, 동남아보다 공급망 재편 피해 커” IMF 경제전망 보고서 동맹연대 ‘프렌드쇼어링’ 상황때韓 GDP 4% 줄고 中은 6.8% 감소 IMF는 “경제 개방도가 높고 중국과 (경제가) 밀접한 국가일수록 타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IMF는 동시에 중국이 경제 분야를 개혁해 생산성을 연간 1%씩 개선할 경우 15년간 GDP가 2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다른 주요국 GDP 성장률은 같은 기간 5%에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한국 GDP는 7.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차이나 리스크’도, ‘차이나 베니핏(수혜)’도 큰 셈이다. 동남아시아 국가 GDP 성장률도 10%를 상회하는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의 대중 견제와 중국의 보복성 ‘자원 무기화’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내놓으며 프렌드쇼어링 전략을 펴고 있는 미국은 반도체 관련 추가 대중(對中) 수출 및 투자 제한 조치를 내놓으며 디리스킹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 반도체와 이차전지 핵심 소재 수출을 통제하는 등 ‘자원 무기화’로 맞서고 있다. IMF는 미국을 비롯한 OECD 회원국과 중국을 향해 “세계 주요국은 (지정학적) 긴장 완화를 위한 건설적인 대화에 즉시 임하고, 값비싼 대가를 치를 (블록화 같은) 무역 분절 조치들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제러미 주크 아시아태평양담당 이사도 20일 서울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에서 “미중 무역 갈등이 구조화되고 있어 한국 정부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 분야를 미중 갈등 최전선으로 꼽으며 “한국은 중국과는 경제 분야에서, 미국과는 안보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정부는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주도로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를 비롯한 경제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이 본격화하면 중국과 밀접하게 엮어 있는 한국 경제가 특히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디리스킹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손실 규모를 추산한 결과 한국의 GDP는 4%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돼 1%대 수준인 세계 전체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GDP 손실을 배 이상 훌쩍 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8일(현지 시간)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디리스킹이 아시아 국가 국내총생산(GDP)은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손실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IMF는 디리스킹에 따른 GDP 손실 규모 추산을 위해 비관세 장벽을 통한 공급망 분리 상황을 상정해 보고서를 작성했다.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이 두 글로벌 블록으로 나뉘어 ‘프렌드쇼어링’(동맹국 공급망 연대) 같은 비관세 장벽을 서로에게 세웠을 때 중국 GDP는 6.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세계 GDP는 1.8%, OECD 38개 회원국 GDP는 1.5%가량 줄어드는 데 비해 한국은 4%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1%대, 미국은 0%대 손실이 예상됐다. 또 불록 구분 없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이 강화됐을 때 GDP 손실은 중국 6.9%, 세계 4.5%, OECD 5%대로 전망한 반면 한국은 10.2%나 감소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손실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IMF는 “경제 개방도가 높고 중국과 (경제가) 밀접한 국가일수록 타격이 컸다”고 설명했다.IMF 보고서는 동시에 중국이 경제 분야를 개혁해 생산성이 연간 1%씩 개선될 경우 15년간 GDP가 2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다른 주요국 GDP 성장률은 같은 기간 5%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 반면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한국 GDP는 7.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다 보니 ‘차이나 리스크’도, ‘차이나 베네핏(혜택)’도 크게 영향을 받는 셈이다. 동남아시아 국가 GDP 성장률도 10%를 상회하는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했다.미국의 대중 견제와 중국의 보복성 ‘자원 무기화’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내놓으며 프렌드쇼어링 전략을 펴고 있는 미국은 반도체 관련 추가 대중(對中) 수출 및 투자 제한 조치를 내놓으며 디리스킹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 반도체와 이차전지 핵심 소재 수출을 통제하는 등 ‘자원 무기화’로 맞서고 있다.IMF는 “(중국과 OECD 회원국 등) 세계 주요국은 (지정학적) 긴장 완화를 위한 건설적인 대화에 즉시 임하고, 값비싼 대가를 치를 (블록화 같은) 무역 분절 조치들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동남아 국가를 비롯한 비OECD 회원국에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 글로벌 공급망에 통합되기 위한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제레미 주크 아시아태평양담당 이사도 20일 서울에서 열린 연례 컨퍼런스에서 “미중 무역 갈등이 구조화되고 있어 한국 정부도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 분야를 미중 갈등 최전선으로 꼽은 주크 이사는 “한국은 중국과는 경제 분야에서, 미국과는 안보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정부는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가가 실패한 곳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자란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국제 정세가 격랑에 빠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여전하며 아프리카 곳곳에서도 쿠데타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세계의 화약고’였던 중동에서 또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하마스를 포함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마스를 포함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후티,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은 대부분 이슬람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신정일치 국가 건설을 외치며 반(反)이스라엘, 반서방 투쟁을 벌이고 있다. 탈레반은 2021년 8월부터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고 있고, 헤즈볼라는 현 레바논 연정에 참여하며 단순한 무장단체 수준을 넘어섰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성전(聖戰·Jihad)’을 벌인다며 무장투쟁의 정당성을 외친다. 각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특징은 무엇인지, 각국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이들 무장단체가 왜 사라지지 않고 각종 테러를 자행하는지 분석해 본다.● 민생고 틈타 “이슬람 국가 건설”극단주의 무장단체가 활동하는 지역은 레바논, 예멘,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 등 대부분 국가가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이다. 극심한 경제난, 고질적인 부정부패, 시민사회의 부재, 장기집권 독재자, 심각한 민족 및 종교 갈등 등도 비슷하다. 시리아와 예멘은 각각 2011년, 2015년부터 내전 상태다. 2000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내전 후 반대파에게 국제법이 금하는 생화학 무기까지 사용해 지탄받고 있다. 그의 부친 하페즈 알 아사드 대통령 또한 1971년부터 29년간 장기 집권했고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했다. 시리아 국민 대부분은 수니파지만 아사드 부자(父子)는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라는 점도 내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예멘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17달러(약 80만 원)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이다. 이라크는 2003년까지 독재자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집권했다. 후세인의 축출 후에는 미군 침공,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 등으로 극심한 갈등에 빠졌다. 아프가니스탄 또한 옛 소련 침공을 겪었다. 9·11테러가 발발한 2001년에는 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이후 미국과 20년간 전쟁을 벌였다. 2021년 8월 미국이 물러나고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지만 경제난이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이달 초 북서부 헤라트 일대에서 발발한 강진 때는 잔해에 깔린 사람을 구조할 장비조차 없어 주민들이 맨손으로 흙과 돌더미를 파헤쳐야 했다. 지도층 부패도 빼놓을 수 없다. 하마스가 2007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이유는 주민들이 2005년 이스라엘로부터 통치권을 넘겨받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마흐무드 압바스 PA 수반(88), PA 전신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이끌었던 야세르 아라파트(1929∼2004)는 모두 부패와 장기집권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흔을 바라보는 압바스 수반 이후의 지도자 또한 보이지 않는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중앙정부가 유명무실해 ‘국가 실패의 전형’으로 불리는 곳에서 극단주의가 자란다. 무장단체가 ‘국경 없는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를 만들겠다’고 외치기 좋은 토양이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민생고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이들 무장단체가 아무리 급진적이고 폭력적이라 해도 기성 정치권보다는 유능하고 청렴하게 느껴지므로 이들의 과격한 주장에 솔깃하게 된다는 것이다. ● 평화협정 인정 않는 하마스 7일부터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하마스는 1987년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의 민중 봉기인 1차 ‘인티파다’ 당시 이슬람 성직자 아메드 야신이 설립했다. 이집트의 수니파 근본주의 조직 ‘무슬림형제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마스는 PA의 전신인 PLO가 1993년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 협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알깟삼 여단’이라는 무장단체를 중심으로 이스라엘 군인은 물론이고 민간인에 대한 테러 또한 서슴지 않는다. 아라파트가 살아있을 때만 해도 하마스의 세력은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다. 2004년 아라파트 사후 PA 지도부가 민심을 얻지 못하자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비해 면적이 훨씬 좁고 각종 생활여건 또한 열악한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의 극단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속속 늘었다. 이에 2007년 가자지구에서 PA를 몰아냈다. 이때부터 이스라엘과의 갈등 또한 격화했다. 이스라엘은 PA와 달리 하마스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과의 대화도 거부하며 극단적인 가자지구 봉쇄 정책을 폈다. 하마스 역시 가자지구 내 병원, 학교, 이슬람 사원 같은 곳에 무기고를 설치하고 민간인을 사실상 방패로 사용하며 맞섰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각각 2014년, 2021년에도 ‘50일 전쟁’, ‘11일 전쟁’을 치렀다. 이번 전쟁 또한 그 연장선이다. 종파는 다르지만 반이스라엘, 반미국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이란은 하마스의 든든한 후원자다. 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에 따르면 이란은 1992년부터 하마스에 연간 평균 3000만 달러(약 407억 원)를 지원하고 있다. 2018년 지원금은 7000만 달러에 달했고 지금은 이 수치가 늘었을 것이 확실시된다.● 하마스보다 강경한 PIJ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인 PIJ는 초강경 성향이다. 하마스조차 이스라엘에 유화적이라고 보며 대(對)이스라엘 투쟁 노선을 놓고 종종 충돌하기도 한다.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무슬림형제단의 분파이며 1981년 파티 알 시카키가 창설했다. 하마스 설립자 야신처럼 시카키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졌다. PIJ 고위 인사인 카데르 아드난은 올 5월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단식 투쟁 중 사망했다.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PIJ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PIJ 측은 올 2월 수감 직후부터 단식에 돌입한 아드난이 위중한 것을 알면서도 이스라엘이 거듭된 석방 요청을 무시했다며 사실상의 살인이라고 격분했다. PA에 대한 주민 반감을 등에 업고 세를 불린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PIJ 또한 하마스에 지친 일부 극단주의자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하마스의 집권 후 가자지구 상황이 더 열악해지자 일부 주민은 하마스로부터도 등을 돌렸다. 이런 상황에서 PIJ는 계속 자살폭탄 테러 등 극단 무장투쟁을 자행하며 민심을 파고들었다. PIJ는 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상당한 조직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와 PIJ의 미묘한 갈등에는 두 단체를 모두 후원하는 이란도 끼어 있다. 하마스는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후 수니파 반군을 지지했다. 시아파 아사드 대통령의 후원자인 이란은 이를 반길 수 없다. PIJ는 하마스와 달리 시리아 내전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이란이 PIJ에도 연 3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17일 로켓포 오폭으로 가자지구 알아흘리아랍병원 폭파 참사를 일으킨 주체로 PIJ를 지목하고 있다. PIJ는 부인하나 그간 하마스와 PIJ가 발사한 일부 로켓이 민간인 거주지에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서방 측의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 ‘이란 대리인’ 헤즈볼라 하마스를 도와 이번 전쟁에 참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관심도 높다.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병력 4만 명, 로켓 및 미사일 15만 기를 보유했다. 어지간한 나라의 정규군과 맞먹는 규모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런 헤즈볼라를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비(非)국가 행위자”라고 규정했다. 헤즈볼라는 공공연히 ‘이란의 대리인’을 자처한다.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을 잇는 중동 내 ‘시아파 벨트’를 건설하기 위해 헤즈볼라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1982년 설립 당시부터 막대한 지원을 퍼부었다. 2020년 미 국무부는 이란이 헤즈볼라에 연평균 7억 달러(약 9100억 원)를 지원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1978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점령한 이래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주적이 됐다. 이란의 지원으로 중무장한 헤즈볼라의 활동 반경 또한 레바논에 그치지 않는다. 헤즈볼라는 1992년 남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스라엘대사관에 자살 테러를 가했다. 2년 후 영국 런던의 이스라엘대사관에도 차량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2005년에는 친(親)서방·친이스라엘 성향이며 수니파인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를 트럭 폭탄 테러로 암살했다. 2006년 이스라엘과 34일 전쟁도 벌였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총선에서 13석을 확보해 원내 제2당에 오르며 공식적 정파의 위상도 얻었다. 중도 우파 성향인 제1당 ‘자유애국운동’이 주도한 연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언론, 학교, 의료시설 등을 자체 운영하며 인구의 30%가 넘는 시아파에게 꾸준히 지지를 얻고 있다. 민간인 테러 또한 반대한다. 2001년 9·11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를 비난했고 미국인 민간인 희생자를 애도했다. 10일 “미국이 가자지구 분쟁에 개입하면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위협한 예멘의 시아파 무장단체 후티 반군 또한 헤즈볼라처럼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03년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하자 반미를 기치로 본격 무장투쟁에 나섰다. 2015년 내전 발발 후 수니파 정규군과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정규군, 이란은 후티를 지원하면서 예멘 내전이 사실상 양측의 대리전으로 바뀌었다. ● 극단 무장단체의 대표, 알카에다-IS 많은 전문가들은 21세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두 축이 알카에다와 IS라고 본다. 알카에다는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 건설의 최대 방해물이 미국이라고 여긴다. 1998년 동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대사관에서 연달아 폭탄 테러를 벌여 최소 220여 명이 숨졌다. 2001년 9·11테러를 벌인 후에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변모했다. 북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일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와 연계했고 반미 투쟁 이념을 설파했다. IS는 2004년 이런 알카에다의 이라크 내 하부 조직으로 출발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IS는 국가 기능이 약화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급속도로 세를 불렸다. 2014∼2015년에는 시리아와 이라크 면적의 절반 정도를 점령하며 ‘국가’를 자처했다. 알카에다는 2014년 이런 IS와 절연했다. IS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간인 인질 참수 및 화형 장면을 생중계하며 잔혹성을 과시했다. 이를 통해 서구의 젊은 조직원도 대거 포섭했다. 서구에서 태어났지만 주류 사회에 낄 수 없었던 무슬림계 이민자 2세는 이런 IS의 선전전에 급속히 빠졌다. IS는 이슬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2015년 1월 프랑스 시사매체 ‘샤를리에브도’의 파리 사무실에 난입해 무고한 언론인과 만평가 등 12명을 사살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파리 곳곳의 극장, 카페에서 역시 총기를 난사해 최소 130여 명을 죽였다. 1996∼2001년 집권한 후 2021년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 및 취업 금지 같은 극단적인 억압 정책을 펴고 있다. 30개 이상의 민족이 사는 다민족 국가에서 수니파 주류인 파슈툰족 이외의 민족과 종파를 철저히 배척한다. 2001년 수도 카불 서쪽에 있는 바미안의 세계적 문화유산 ‘바미안 석불’을 공개 폭파한 것도 이 일대가 시아파 소수민족 하자라족의 근거지이기 때문이다.● 점조직 형태로 궤멸 어려워 미국 등 서방에서는 주요 테러가 있을 때마다 ‘궤멸’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를 뿌리뽑기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 느슨한 ‘점(點)조직’ 형태를 유지하는 탓이다. 특히 알카에다와 IS는 본부가 직접 지시를 내리지 않고 각 지부가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본부는 자금을 지원하고 군사 훈련을 돕는 수준에 그친다. 강력한 중앙집권 체계가 아니기에 서방이 고위직을 제거해도 조직 전반에 큰 타격이 없다. 이에 우드로윌슨센터는 “IS는 지난해에만 지도자 2명을 잃었지만 글로벌 네트워크가 건재하다”고 평했다. 강경파 젊은층이 거듭된 하부 조직의 생성을 주도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장지향 센터장은 “젊은 대원일수록 과격 주장에 동조하는 경향이 짙다”고 진단했다. 특히 IS의 등장 후 대부분 무장단체에서 젊은 대원들을 중심으로 위계질서 파괴, 극단 성향 강화, ‘선(先)테러 후(後)보고’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고령층이며 카타르 등 국외에 주로 거주하는 하마스 지도부 또한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대부분 몰랐다는 것이다. 백승훈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위원은 “폭력의 대물림, 협상과 대화의 부족 등이 무장단체의 기반을 넓혀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부분의 무장단체가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일종의 ‘종교적 확신범’인 만큼 자살 폭탄 테러 등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이런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서방이 이들을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이 17일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에 대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포 오폭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8일(현지 시간) “미 정부는 알아흘리아랍병원에서 민간인 수백 명을 숨지게 한 폭발 참사에 대해 이스라엘은 책임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로켓포 오폭에 따른 폭발이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을 방문해 “(병원 폭발은) 가자지구 테러단체가 로켓을 잘못 발사한 결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왓슨 대변인은 “우리 평가는 각종 정보, 미사일 운동 궤적, 위성 열화상 이미지와 공개된 사건 현장 사진 및 영상 등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적외선 센서를 통해 수집된 (로켓) 발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은 (병원에 폭발을 일으킨 로켓 또는 미사일) 발사가 이스라엘군 책임이 아니라고 상당히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참사 직후 ‘이스라엘군 소행’에 무게를 뒀던 팔레스타인 및 주변 아랍국들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스라엘군이 ‘대학살’을 일으켰다”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 참석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도 “이스라엘 정권이 민간인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가자지구 병원 공격에 사용된 폭탄은 오직 이스라엘군만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란 관영 IRNA통신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의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과 통화해 의약품, 식수, 식량 같은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20대를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에 보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20일 수송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이후 인도적 지원 제공은 처음이다.美 “병원 참사, 이스라엘 책임없다”… 무장세력들 이-美 향해 공격 서방 “폭발 구덩이 이 무기와 달라사망자도 471명 아닌 50명 수준”이라크 미군기지 드론 공격 시도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미사일 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아흘리아랍병원 폭발 참사로 중동전쟁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은 18일(현지 시간) 신속하게 “이스라엘 책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이스라엘의 학살”이라는 주장을 펴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서방 전문가들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 오폭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사망자가 471명이라는 가자지구 보건부 발표도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팔 무장단체 오폭’ 정황 속속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귀국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가자지구 알아흘리아랍병원 폭발 참사와 관련해 “증거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이스라엘이 공습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말처럼 이스라엘군 등이 공개한 각종 정보 증거 및 사건 현장 사진과 영상 분석에 따르면 오폭에 무게가 실린다고 서방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18일 공개한, 드론으로 촬영한 현장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이 병원 주차장에 생긴 폭발 구덩이는 깊이와 지름이 수십 cm에 지나지 않는다. 이스라엘군 공습에 주로 사용하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이 만드는 깊이와 지름 5∼10m 구덩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한 영상에는 가자시티 남부에서 이스라엘 방향으로 발사된 로켓들 가운데 한 로켓이 급상승하다 터지고 잠시 뒤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이 나왔다. 이스라엘 방공 요격망 ‘아이언돔’이 격추한 로켓이 병원에 떨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언돔에 의한 격추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주차장 주변 병원 건물들도 외벽이 그을리거나 충격으로 창문 등이 깨졌지만 공습으로 인한 손상은 보이지 않았다.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도 이날 “병원 건물이 아니라 주차장에서만 폭발로 인한 손상이 확인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희생자도 병원 주차장에서 노숙하던 피란민에게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미 NBC뉴스는 “폭발 후 소셜미디어에는 병원 주차장에 시신이 뒤엉키고 사지가 흩어져 있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피에 젖은 이불과 베개 옆에 책가방이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미 정보분석가 블레이크 스펜들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JDAM은 폭발 에너지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폭발할 때) 큰불이 나지 않는다”며 “(병원 주차장은) 폭발보다 화재로 인한 특징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영상과 사진으로 볼 때 사망자는 50명 수준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계속 불붙는 反서방 시위 병원 폭발 참사가 오폭일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랍권에서는 반(反)이스라엘, 반미 시위와 공격이 계속됐다. 이날 하마스와 오폭 주체로 이스라엘의 지목을 받은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등은 별다른 반박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스라엘과 서방을 향한 아랍권의 분노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 담당 미군 중부사령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이라크 서부와 북부 미군기지들을 겨냥한 두 건의 드론(무인기) 공격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드론은 모두 3기로 서부 알아사드 공군기지에서는 격추한 드론 2기 중 1기가 폭발해 부상자가 발생했다. 공격 배후는 이란 지원을 받는 이라크 현지 무장세력 하부 조직들로 추정된다. 이라크 무장세력들은 지난해 휴전 이후로는 현지 미군기지와 바그다드 미국대사관을 향한 공격을 자제해 왔으나 중동전쟁으로 긴장이 고조되자 공세를 재개한 것이다. 18일을 ‘분노의 날’로 규정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이날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집트, 튀르키예, 모로코, 리비아, 이란, 알제리 등에서도 시위가 산발적으로 열렸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중국 베이징에서 17, 18일 이틀간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 기간에 각국 지도자들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이어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17일 시 주석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 자신이 오래전부터 인도네시아에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공동 건설하자고 제안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인도네시아는 이에 화답하듯 포럼 개막일인 17일에 맞춰 일대일로의 주요 프로젝트로 건설된 인도네시아 고속철 ‘후시’의 공식 운행을 시작했다. 대규모 중국 자본이 투입된 후시는 동남아시아에서 운행되는 첫 고속철이다. 리튬, 구리, 철광석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한 남미로의 영향력 확장 또한 꾀하고 있는 시 주석은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도 만나 일대일로 협력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칠레는 중국과 수교한 첫 번째 남미 국가”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비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달리 나토 가입국이면서도 친중국, 친러 색채가 가장 강한 것으로 꼽히는 극우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시 주석과 만났다. 오르반 총리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도 헝가리는 러시아와 최대한 협력을 유지하기를 희망하며 중국과도 마찬가지라는 뜻을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 포럼에는 세계 정상급 인사 26명이 참석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기준 선진국 32개국에 속하는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에서는 참석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도 정상급이 아닌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을 파견했다. 중국 외교부는 140개 국가, 30개 국제기구에서 약 40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당초 내년부터 가동하기로 했던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전기트럭 공장의 가동 시기를 1년 늦추기로 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면서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일종의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GM이 총 40억 달러(약 5조4000억 원)를 투자한 디트로이트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공장의 가동 시점을 2025년 말로 기존 계획보다 1년 미뤘다고 보도했다. 이 공장에서는 쉐보레 실버라도, GMC 시에라의 전기차 모델 등이 생산된다. GM은 가동 시기 연기 배경으로 “수요 변화에 맞춰 효율적으로 현금을 관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노조의 파업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미 최대 노조 중 하나인 전미자동차노조(UAW)는 GM, 포드, 테슬라 등 주요 자동차 기업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올 1∼9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늘었다. 하지만 한 해 전에는 이 수치가 69%로 18%포인트 높았다.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기차 업체가 가격 인하 경쟁에 돌입한 것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WSJ는 많은 기업이 재고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도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전쟁이 발발한 7일 납치했던 민간인 인질의 영상을 16일(현지 시간) 처음 공개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지상 작전은) 우리를 겁주지 않으며 우린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프랑스계 이스라엘 여성 미아 솀 씨(21)가 상처 입은 팔 등을 치료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약 1분짜리 영상에서 “3시간 동안 수술을 거쳤다. 하마스는 약을 제공하며 나를 돌보고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하마스는 “(인질은) 우리 손님들”이라며 “가자지구에 인질 200∼250명이 있다. 현지 상황이 허락할 때마다 인질을 석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 지상군이 진입하면 이들 인질을 ‘인간 방패’로 쓸 것임을 암시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인질을 잘 대우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질 석방 협상도 진행되고 있으나 지지부진하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협상은 미국과 카타르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을 통해 카타르에 협상안을 제시하고, 이를 카타르가 하마스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하마스는 카타르를 제외하고 다른 국가들과 접촉하려 하지 않고 있지만,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이에 더타임스는 “카타르와 이스라엘의 관계 부족으로 인질 협상이 위험하게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공군(IAF)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하마스 수뇌부인 오사마 마지니를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는 하마스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슈라 위원회’ 수장이며 이번에 납치한 인질을 관리하는 임무 등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인질과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6000명의 맞교환을 원하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규모 포격전보다 하마스 전투원을 정밀 공격하는 전술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문을 어떤 식으로든 지상전 작전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마스는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가자지구의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인질 방패’ 전략을 동원한 시가 게릴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정밀 타격 전술이 효과적으로 작동할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 “블록별 순차 진압 전투 될 것”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이스라엘군이 전차와 장갑차 등 첨단 기갑무기를 동원한 포격을 최소화하고 소규모의 ‘블록 대 블록’ 단위의 전투를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포격으로 특정 건물이나 지역을 초토화시킨 뒤 보병을 투입하는 방식은 민간인 대량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는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여러 건물과 지하시설에 광범위하게 뻗어 있는 하마스의 땅굴을 무력화하려면 우선 보병을 이용해야 한다”며 “군인 대 군인, 블록 대 블록 단위로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병들이 소규모 전투를 이어가며 건물과 거리 한 곳 한 곳을 점령해 가는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멀로이 전 부차관보는 “이스라엘의 특수부대가 정밀 공격을 통해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꺼번에 하마스 대원 전체를 공격 대상으로 설정할 경우 전선이 지나치게 넓어져 지상전 초기에는 공격 대상을 수뇌부로 압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멀로이 전 부차관보는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동쪽을 공격해 먼저 수중에 넣음으로써 하마스 대원들의 활동 반경을 좁히는 작전을 병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DF가 이 같은 전술을 고려하는 이유는 가자지구 공격에 여러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인구밀도가 극도로 높은 가운데 민간인과 전투원 구분이 어렵고, 하마스가 지하에 파둔 거미줄처럼 촘촘한 땅굴도 공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高밀집-땅굴-민간인’ 3중고 이스라엘의 정밀 공격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하마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난항이다. 지난해까지 중동의 모든 미군을 감독하는 미 중부사령관을 지낸 프랭크 매켄지 퇴역장군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하마스는 땅굴을 활용하기 때문에 어디서 공격하는지 이스라엘군이 식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화 부스처럼 좁고 근접한 공간에서 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는 2014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을 때 하마스가 땅굴을 다방면으로 활용하며 조직원과 무기를 수송하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폭발물을 터뜨리고 병사를 납치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보병들이 침투나 철수 과정에서 하마스가 파놓은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FP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설치한) 지뢰, 드론 등이 있는 ‘킬 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상전을 치른 부대원을 안전지대로 빼내는 과정에서도 남아 있는 하마스 대원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가자지구에 아직 인질을 비롯한 민간인이 대거 남아 있는 것도 문제다. 이스라엘군은 북부 주민 약 110만 명을 향해 사흘 연속 대피 통보를 했지만 탈출로 정체가 극심하고 피란을 포기한 주민도 상당수다. FP는 “하마스도 이슬람국가(IS)처럼 여성과 어린이를 인간 방패로 삼고 이들 사이로 숨어드는 전술을 펼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세계적 팝스타 마돈나(65·사진)가 박테리아 감염 치료를 받은 후 4개월 만에 월드 투어로 돌아왔다. 15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마돈나는 전날 영국 런던에서 월드 투어 ‘셀리브레이션’ 첫 공연의 막을 올렸다. 마돈나는 “(중환자실에 있던) 5일간 기억이 전혀 없다”며 “나도 의료진도 내가 다시 일어서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을 위해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첫 공연은 2만 석 전석이 매진됐다. 공연에는 여섯 자녀 가운데 딸 로데스 리언(27)과 머시 제임스(17)가 함께했고, 쌍둥이 딸 스텔라와 에스터(11)도 무대에 올랐다. 마돈나는 ‘홀리데이’ ‘보그’ ‘버닝 업’을 비롯한 히트곡을 부르며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셀리브레이션은 마돈나의 12번째 월드 투어로 미국 뉴욕에서 빈털터리로 시작해 팝스타가 된 여정을 회고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돈나가 춤추며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역경을 이겨낸 듯 관중이 환호했다”고 전했다. 이번 투어는 당초 올 7월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마돈나가 6월 뉴욕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연기됐다. 면역력 저하로 박테리아에 감염된 뒤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마돈나가 어떤 박테리아에 감염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규모 포격전보다 하마스 전투원을 정밀공격하는 전술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문을 어떤 식으로든 지상전 작전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마스는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가자지구의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인질 방패’ 전략을 동원한 시가 게릴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정밀타격 전술이 효과적으로 작동할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 “블록 대 블록 단위 전투될 것”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이스라엘군이 전차와 장갑차 등 첨단 기갑무기를 동원한 포격을 최소화하고 소규모의 ‘블록 대 블록’ 단위의 전투를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포격으로 특정 건물이나 지역을 초토화시킨 뒤 보병을 투입하는 방식은 민간인 대량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는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여러 건물과 지하시설에 광범위하게 뻗어있는 하마스의 땅굴을 무력화하려면 우선 보병을 이용해야 한다”며 “군인 대 군인, 블록 대 블록 단위로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병들이 소규모 전투를 이어가며 건물과 거리 한 곳 한 곳을 점령해가는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멀로이 전 차관보는 “이스라엘의 특수부대가 정밀공격을 통해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꺼번에 하마스 대원 전체를 공격 대상으로 설정할 경우 전선이 지나치게 넓어져 지상전 초기에는 공격 대상을 수뇌부로 압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멀로이 전 부차관보는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동쪽을 공격해 먼저 수중에 넣음으로써 하마스 대원들의 활동 반경을 좁히는 작전을 병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IDF가 이 같은 전술을 고려하는 이유는 가자지구 공격에 여러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인구 밀도가 극도로 높은 가운데 민간인과 전투원 구분이 어렵고, 하마스가 지하에 파둔 거미줄처럼 촘촘한 땅굴도 공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高밀집-땅굴-민간인’ 3중고이스라엘의 정밀공격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하마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난항이다. 지난해까지 중동의 모든 미군을 감독하는 미 중부사령관을 지낸 프랭크 맥켄지 퇴역장군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하마스는 땅굴 을 활용하기 때문에 어디서 공격하는지 이스라엘군이 식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화 부스처럼 좁고 근접한 공간에서 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는 2014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을 때 하마스가 땅굴을 다방면으로 활용하며 조직원과 무기를 수송하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폭발물을 터트리고 병사를 납치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보병들이 침투나 철수 과정에서 하마스가 파놓은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FP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설치한) 지뢰, 드론 등이 있는 ‘킬 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상전을 치른 부대원을 안전지대로 빼내는 과정에서도 남아있는 하마스 대원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가자지구에 아직 인질을 비롯한 민간인이 대거 남아있는 것도 문제다. 이스라엘군은 북부 주민 약 110만 명을 향해 사흘 연속 대피 통보를 했지만 탈출로 정체가 극심하고 피란을 포기한 주민도 상당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P)는 “하마스도 이슬람국가(IS)처럼 여성과 어린이를 인간 방패로 삼고 이들 사이로 숨어드는 전술을 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세계적 팝스타 마돈나(65)가 박테리아 감염 치료를 받은 후 4개월 만에 월드 투어로 돌아왔다.15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마돈나는 전날 영국 런던에서 월드 투어 ‘셀레브레이션’ 첫 공연 막이 올랐다. 2만 석 전석이 매진된 이날 마돈나는 “(중환자실에 있던) 5일 간 기억이 전혀 없다”며 “나도 의료진도 내가 다시 일어서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을 위해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공연에는 여섯 자녀 가운데 딸 루데스 레온(27)과 머시 제임스(17)가 함께했고 딸 쌍둥이 스텔라와 에스더(11)도 무대에 올랐다. 마돈나는 ‘홀리데이’ ‘보그’ ‘버닝 업’을 비롯한 히트곡을 부르며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셀레브레이션은 마돈나의 12번째 월드 투어로 미국 뉴욕에서 빈털터리로 시작해 팝스타가 된 여정을 회고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돈나가 춤추며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역경을 이겨낸 듯 관중이 환호했다”고 전했다.이번 투어는 당초 올 7월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마돈나가 6월 뉴욕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연기됐다. 면역력 저하로 박테리아에 감염된 뒤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마돈나가 어떤 박테리아에 감염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사법부 무력화를 꾀하는 사법조정안 같은 극우 정책을 밀어붙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등 서방국가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정치적 위기에 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침공은 구명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탄 삭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중동정책센터장은 7일(현지 시간) “(이번 위기로 당분간) 네타냐후 총리는 원하는 것을 뭐든지 할 수 있는 정치적 보호막을 얻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올 8월 사법조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이스라엘 예비군 수만 명은 복무 거부 서명에 참여했고 야당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하마스 전면 침공으로 반정부 시위대 측은 7일 시위 중단을 발표하며 “피해 지역 주민과 이스라엘군, 보안당국 구호에 온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 야당 대표들도 이스라엘군 지지 성명을 내 “테러리즘을 직면하며 우리는 단결한다. 이 같은 시기에는 반대도 연합도 없다”고 밝혔다. 예비군들도 소집 요청을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부의 적’ 네타냐후 대신 외부의 적(敵)에 맞서기 위해 국민이 결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극우 세력과 손잡아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한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무력화,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 확대, 극우파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의 동예루살렘 이슬람 성지 방문 강행 등 극우 정책을 이어갔다. 전통적 우방 미국은 크게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취임 9개월이 넘도록 백악관 초청도 받지 못하다 지난달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겨우 면담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전방위 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8일에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또한 이스라엘에 박격포를 발사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모두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다.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는 모두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 치적을 위해 추진해 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격렬히 반발해 왔다. 그런 만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이란 대 미국 및 서방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중동 전체로 확전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분쟁이라는 또 다른 전선까지 맞닥뜨리게 됐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대응 등 한반도 사안이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바이든 ‘중동 데탕트’ 최대 위기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며 동시에 사우디의 ‘앙숙’ 이란에는 미국과의 핵합의를 서둘러 복원하라고 압박해 왔다. 이 같은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 정책을 통해 최근 중동에서 부쩍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제어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란의 배후설 등으로 이 구상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7일 공격 직후 TV 연설에서 “아랍권 형제국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헤즈볼라는 8일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과 맞닿은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농장 일대에 박격포탄을 발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고문인 라힘 사파비 혁명수비대 장군 역시 7일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이란은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하마스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미 내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야당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한 지도자(바이든) 탓에 미국이 약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최근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계기로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산 원유 판매대금을 이란에 돌려준 것을 문제 삼았다. 이란이 이 돈을 하마스에 지원했으며, 하마스의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도 쓰였다는 논리다.●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시도 타격미국 중재로 추진되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자체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 배경에 대해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특히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미국과 방위 조약을 협상하고 있는 사우디와의 유대 관계가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권 전반의 여론이 악화하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또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서방 주요국과 아랍권의 시각 차이도 뚜렷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하마스의 공격 직후 사우디, 튀르키예(터키), 카타르, 요르단 외교장관 등과 모두 통화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의 기대와 달리 이스라엘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전방위 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8일에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또한 이스라엘에 박격포를 발사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모두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다. 셋 모두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 치적을 위해 추진해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격렬히 반발해 왔다. 그런 만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이란 대 미국 및 서방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중동 전체로 확전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분쟁이라는 또 다른 전선까지 맞닥뜨리게 됐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대응 등 한반도 사안이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바이든 ‘중동 데탕트’ 최대 위기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며 동시에 사우디의 ‘앙숙’ 이란에는 미국과의 핵합의를 서둘러 복원하라고 압박해 왔다. 이 같은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 정책을 통해 최근 중동에서 부쩍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제어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하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란의 배후설 등으로 이 구상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7일 공격 직후 TV 연설에서 “아랍권 형제국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헤즈볼라는 8일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과 맞닿은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농장 일대에 박격포탄을 발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고문인 라힘 사파비 혁명수비대 장군 역시 7일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이란은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하마스 지지 의사를 밝혔다. 스티븐 쿡 미국외교협회(CFR) 고문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지도자인 에스마일 카니 장군이 올들어 하마스, 헤즈볼라 등과 꾸준히 만나 왔다. 이번 공격이 그 결과일 수 있다”며 이란 배후설을 제기했다.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미 내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야당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한 지도자(바이든) 탓에 미국이 약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최근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계기로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산 원유 판매대금을 이란에 돌려준 것을 문제 삼았다. 이란이 이 돈을 하마스에 지원했으며, 하마스의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도 쓰였다는 논리다.●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시도 타격미국 중재로 추진되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자체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 배경에 대해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특히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미국과 방위 조약을 협상하고 있는 사우디와의 유대 관계가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권 전반의 여론이 악화하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또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서방 주요국과 아랍권의 시각 차이도 뚜렷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하마스의 공격 직후 사우디, 튀르키예(터키), 카타르, 요르단 외교장관 등과 모두 통화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의 기대와 달리 이스라엘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감행한 전방위 공격을 두고 미국의 중재 아래 이뤄지는 중동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저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과 서방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반면 이란과 아랍 국가들은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하고 나서 이번 사태는 중동 전역으로 번질 조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분쟁까지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대응 등 한반도 사안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마스 ‘중동 데탕트’에 반발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는 이날 이스라엘 공격 이후 TV연설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가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항세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객체(이스라엘)는 누군가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랍권 형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알린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등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고 아랍 국가들에 무장 공격 동참을 촉구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이스라엘 극우 연정이 지속적으로 이슬람권을 자극하며 적개심을 키운 것도 이번 사태의 요인 중 하나다. 극우 지도자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올 들어 3차례 이슬람교 3대 성지인 알아끄사 모스크에 공개 방문했다. 또한 국제사회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 확대 정책을 지속했다. 하니예는 이번 공격에 대해 “알아끄사 모스크를 지키기 위한 영웅적 싸움”이라고 했다.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8일 이스라엘이 점령한 레바논 남부 셰바농장 지대에 박격포 공격을 했다. 셰바농장 지대는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과 맞닿은 곳으로 이스라엘은 1978년 레바논 남부를 침공한 뒤 2000년 철수한 뒤에도 이곳만큼은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 서방 vs 아랍 간 갈등 비화 조짐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에선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를 비판해온 이란의 배후 지원설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테러 선임국장을 지낸 자베드 알리 미시간대 교수는 “이란과 하마스의 오랜 관계, 공격 자금과 무기 등을 고려할 때 이란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긴급 연설에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 있다.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확보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잇따라 이스라엘 지지에 나섰다. 반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고문인 라힘 사파비 이슬람 혁명수비대 장군은 “팔레스타인(하마스) 전사들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이 해방될 때까지 우리는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이란을 향해 “가자지구에 어떠한 방식의 개입도 미-이란 간 향후 협상을 위태롭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 ABC 방송은 전했다.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와 튀르키예, 카타르, 요르단 외무장관들과 연쇄 통화에 나섰지만 이들 국가들도 이스라엘 비판에 동참하면서 서방과 이슬람 국가들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공격은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 간 3자 협상을 탈선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북한이 최근 영변 핵시설에서 핵무기용 플루토늄(Pu) 추출 작업을 한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미국의 핵 전문가가 이번에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핵탄두를 최대 6개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헤이노넨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5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그간 북한의 연간 핵탄두 생산량은 2, 3개였지만 (이번에는) 최대 6개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무기 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핵탄두 소형화와 관련이 있다”며 “탄두당 필요한 플루토늄 양은 적게 하고 플루토늄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지시해온 바 있다. 북한이 지난달 하순 영변 핵시설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의 가동을 멈춘 정황은 본보 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다. 핵시설 가동을 중단한 배경은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7일로 98일 남은 대만 총통 선거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 비해 면적은 36%, 인구는 44%에 지나지 않는 작은 국가이지만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세계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있다. 미국에서 볼 때 지정학(地政學·geopolitics) 측면에서는 중국 군사력의 태평양 진출을 1차 저지하는 교두보이며 지경학(地經學·geoeconomics) 측면에서는 글로벌 첨단 기술(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할 수 있는 핵심 고리다. 반대로 중국에 대만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손안에 넣어야 할 보석이다. 2000년 이래 대만 정권은 친중(親中) 성향 국민당과 반중(反中) 성향 민진당이 양분해 왔다. 2016년 집권한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에 나서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냉각 상태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연임을 확정하며 “(대만) 통일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히자 미국 군부와 정치권 등에서는 3연임이 끝나는 2027년 이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가설이 속속 제기됐다. 대만해협 긴장이 고조돼 내년 총통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미중 관계 균형추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당장 미국과 중국은 각각 내년 대선과 경제 회복이라는 국내 과제가 시급해 대만해협 긴장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만 유권자들은 대(對)중국 안보 균형을 지속하면서 경제 발전을 누리는 현재 상태 유지를 원한다. 주요 정당 총통 후보들은 자신이 ‘현상 유지 적임자’라며 유권자 마음을 노리고 있다.● 최대 현안은 야권 후보 단일화내년 1월 13일 승부를 가릴 총통 선거는 7일 현재 집권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賴淸德·64·부총통)와 제1야당 국민당 후보 허우유이(侯友宜·66·신베이 시장), 제2야당 민중당 후보 커원저(柯文哲·64·당 대표)의 3파전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1강(强) 2중(中)’ 양상이다. 대만 매체 마이포모사의 지난달 20∼21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율 1위는 37.3%로 30%대를 굳건히 지키는 민진당 라이 후보다. 2위는 19.7%의 국민당 허우 후보로 올 5월 10%대로 추락한 이후 20% 선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민중당 커 후보는 16.9%로 3위에 올랐다. 변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다. 대만 언론은 이달 중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들어 두 번째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커 후보는 5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대만인 단체를 만난 자리에서 “대만에 이익이 되는 한 사람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허우 후보와의 단일화 의향을 거듭 내비쳤다. 이날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도 “단결된 마음으로 일치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허우 후보와 커 후보 간 단일화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국민당과 민중당은 단일화 방식, 단일화 이후 양당 통합 여부, 당선 이후 정부 구성 방안 등을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세(黨勢)로 볼 때 허우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원내 의석 수로 볼 때 국민당은 38석인 반면 2019년 창당한 신생 정당 민중당은 5석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허우 후보로 단일화하고 커 후보가 러닝메이트(부총통 후보)가 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의 일대일 대결이 성사될 경우 지지율 격차는 많이 좁혀진다. 마이포모사 여론조사 결과 라이 후보 43.4%, 허우 후보 41.8%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 총통 계승자’ 라이칭더 “중국과 적(敵)이 되고 싶지 않다.” 라이 후보는 올 8월 미국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대등한 방식인 한 우리 문은 열려 있다. 평화와 번영을 발전시키고자 중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만 독립보다는 양안 관계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민진당 온건파로 분류되는 차이잉원 총통 기조 그대로다. 라이 후보는 자신과 차이 총통의 관계를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관계에 비교하면서 자신이 차이 총통의 계승자라고 호소한다. 라이 후보는 당 안팎에서 ‘독립 분자’라고 공격당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강경파 출신으로 2017년까지 스스로를 “대만 독립을 위한 실무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대만 유권자 여론이 양안 관계 현상 유지를 원하고 있는 데다 국민당과 중국이 “라이칭더가 총통이 되면 대만해협 긴장 수위가 고조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험 인물’로 몰아가자 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이 후보는 “대만은 이미 주권 독립국가”라며 “별도로 독립을 선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1959년 신베이(新北)에서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라이 후보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의대를 졸업해 의사로 일하다 1994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 이후 정계에 입문했다. 민진당 세력 기반인 타이난(臺南)에서 시의원으로 3선을 한 뒤 2010∼2017년 타이난 시장을 지냈다. 2019년 민진당 총통 후보 경선에서 차이 총통에게 패배한 후 러닝메이트가 돼 2020년 부총통이 됐다.● 중국과 인연 없는 허우유이 허우 후보는 국민당 색채가 옅은 인물로 꼽힌다. 국민당 후보 경선에서 그에게 패한 궈타이밍(郭臺銘·73) 폭스콘 창업자가 중국 남부 최대 도시 선전(深圳)을 기반으로 부를 축적한 대표적인 친중파인 반면 허우 후보는 중국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다. 국민당이 유권자 중도층 공략을 위해 전략적으로 그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1957년 태어난 허우 후보는 한국 경찰대와 비슷한 중앙경찰대를 졸업하고 2006년 최연소 경찰국장(한국의 경찰청장)에 임명되는 등 2008년까지 경찰로 일했다. 2010년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18년 신베이 시장에 당선돼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허우 후보는 지난달 13∼22일 미국을 방문했다. 시장 이력 외에 이렇다 할 정계 경험이 없는 그는 특히 외교안보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의 싱크탱크와 대만인 단체들을 연이어 만나 자신의 외교안보관을 설명한 것이다. 국민당 총통 후보가 이처럼 오래 미국에 체류하는 일이 이례적이지는 않다. 안보를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대만이다 보니 유권자도 미국이 인정하는 혹은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후보를 총통으로 선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허우 후보는 방미 기간 미국과의 경제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지난달 19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FA) 기고에서 그는 “미국 정부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우호적인 법안을 만든 것에 감사하다”며 “미국의 프렌드쇼어링(동맹국 공급망 연대) 정책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우방국에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 관련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중시해 온 국민당에 대해 대만 안팎에서 나오는 ‘중국 밀착’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포석이다.● “미중 관계도 실용적으로” 커원저 대만의 미중 관계에 대해 실용성을 강조하는 커 후보는 민진당과 국민당 대안으로 젊은 층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유권자와 길거리에 앉아 대화하는 소탈한 모습도 자주 보여 준다. 올 4월 3주간 미국을 방문한 커 후보는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민중당은 전통적 이념에는 관심이 없다. 대만인을 위해 실용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정책을 펴겠다”면서 대외 정책 기조로 ‘역동적 균형’을 제시했다. 미중 사이에서 입장을 정해 두지 않고 현안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겠다는 것이다. 라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의사(외과) 출신인 커 후보는 2014년 타이베이(臺北) 시장 선거에 출마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2019년에 자신이 창당한 민중당이 이듬해 총선에서 5석을 차지하며 제2야당으로 올라섰다. 그는 총통 후보 중 유일하게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계자와 만나 “대만 국방력 강화를 원한다. 미국이 대만의 역내 경제협력체 가입에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미국에 마냥 밀착하겠다는 것만은 아니다. 미중 반도체 공급망 갈등이 격화된 이후 세계 최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TSMC가 미국과 일본에 공장 건설을 발표하자 그는 “(공장) 부지 선정 기준은 정치가 아닌 시장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3명 중 1명 “영원히 현상 유지”대만 유권자 사이에서는 ‘불통불독(不統不獨)’ 정서가 퍼져 있다. 독립도 통일도 아닌 현재 대만해협 긴장 수준을 감수하며 중국과 경제 교류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이다. 대만 국립정치대 선거연구소가 1994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독립 대 통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과의 빠른 통일을 원하는 국민은 2003년 이후 1%대에 머물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국민도 2007년 7.8%를 정점으로 하락해 올 6월 조사에서는 4.5%에 불과했다. 반면 ‘영원히 현 상태 유지를 원한다’는 32.1%로 처음으로 30%를 넘겼다. 대만의 불명확한 처지를 수용하는 국민이 늘면서 기존 총통 선거 주요 쟁점이던 ‘독립 대 통일’이라는 이념 대결 구도는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유권자의 정체성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국립정치대 선거연구소의 정체성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1992년 25.5%에서 지난해 2.5%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대만인 정체성만 지녔다고 답한 국민은 같은 기간 17.6%에서 63.3%로 4배 가까이로 늘었다. 유권자 여론 변화에 국민당도 그동안 지지하던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를 거부한다고 2020년 밝혔다. 중국 정부가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가혹하게 진압한 이후 홍콩과 마카오에 적용한 일국양제가 사실상 허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대만에서 반중(反中) 여론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국양제 방식 통일에 대한 환상이 사라진 것이다. 이 같은 여론 변화를 반영하듯 세 총통 후보의 주요 대외 관계 현안에 대한 입장차는 크지 않다. 세 후보 모두 국방력 강화에 동의하고 중국군의 대만해협 훈련에 반대하며 일국양제에 반대한다. 허우 후보도 “대만 독립과 일국양제, 둘 다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미 관계에 대해서도 세 후보 모두 안보 및 경제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세 후보는 1992년 국민당 정부가 중국과 합의한 ‘92공식(共識)’에 대해서는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92공식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대만(중화민국)과 중국(중화인민공화국) 중 어느 쪽이 중국을 대표하는지는 각자 편의대로 해석하기로 한 합의다. 라이 후보는 차이 총통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고 있다. 반면 허우 후보는 “대만 헌법에 부합하는 92공식은 수용한다”고 말했다. 커 후보는 “내용이 표현보다 중요하다. 명사에 집착할 필요 없다”며 중국과의 소통 의지를 강조했다. 미 싱크탱크 CNA는 “이번 대만 선거는 정치권 의제가 정체성과 양안 관계를 둘러싼 이분법적 분열에서 경제, 사회 같은 국내 이슈로 옮겨 가는 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 “中, 물리적 압박 대신 경제적 유인책”중국은 경제 분야 ‘당근과 채찍’을 잇달아 구사하며 국민당 우호 여론 조성과 반(反)민진당 정서를 부추기는 전략으로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은 대만과 마주한 푸젠(福建)성에 ‘양안 융합발전 시범구’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시범구에서는 대만 신분증만으로 사회보장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주택 구입도 장려해 사실상 푸젠과 대만을 같은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올 8월에는 검역 과정에서 유해 생물이 검출됐다며 대만산 망고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민진당 지지 기반인 대만 남부 농업지대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권위주의 정권이 막대한 재정 동원 등으로 압박해 해외 여론을 조작하는 ‘샤프 파워(sharp power)’ 전략으로 분석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19년 홍콩 시위 이후 반중 정서가 퍼지며 차이잉원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며 “중국은 이번에는 군사 압박 강화 같은 물리적 영향력 대신 샤프 파워를 구사해 대만인을 유인하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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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영변 핵시설에서 핵무기용 플루토늄(Pu) 추출 작업을 한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미국의 핵 전문가가 이번에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핵탄두를 최대 6개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헤이노넨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5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그간 북한의 연간 핵탄두 생산량은 2, 3개였지만 (이번에는) 최대 6개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무기 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핵탄두 소형화와 관련이 있다”며 “탄두 당 필요한 플루토늄 양은 적게 하고 플루토늄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지시해온 바 있다.북한이 지난달 하순경 영변 핵시설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의 가동을 멈춘 정황은 본보 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다. 핵시설 가동을 중단한 배경은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무기에 사용될 고순도의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서는 원자로 활동을 일시 중지한 후 폐연료봉을 꺼내 재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약 2년 2개월간 가동한 이 원자로에서 얻을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의 양을 12∼16kg이라고 보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