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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 개회를 나흘 앞둔 29일 나란히 의원 연찬회를 열어 전열을 가다듬었다. 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 혐의에 대한 국가정보원 수사의 파장을 예의 주시했다. 황우여 대표는 강원 홍천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이 내란 음모의 주동자라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세력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핵심 인사였던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강사로 초청됐다. 김 전 실장은 세제개편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은 조세개혁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산층에게 세금을 걷는 것을 국민들 모르게 살짝 뽑아내서는 안 된다. 세금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정정당당하게 걷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산층의 세(稅) 부담을 줄이겠다면서 세제개편안을 하루 만에 수정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은 기업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주택시장 활성화 등으로 경제의 선순환을 높이기 위해 정기국회에서 126개 법안을 중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이제까지 알려진 혐의가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다. 또 하나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통진당과 선 긋기를 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그러면서도 “다만 국정원 개혁이 국민적 요구로 대두된 시점에 불거진 만큼 추이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원내외) 병행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기국회 개회식(9월 2일)에는 참석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다만) 전병헌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나와 연설하는 경우는 (다른) 고려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한길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제안한 양자회담 논의에 진척이 없을 경우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성호·민동용 기자 sungho@donga.com}

여야 대치 국면이 9월 정기국회를 목전에 두고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국경색의 돌파구로 여겨지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회담 성사 분위기도 방식과 의제를 놓고 서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좀처럼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27일째 서울광장에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고, 새누리당은 국회로 돌아오라고 비판을 하고 있다. 27일 여야의 최고지도자인 당 대표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해법을 들여다봤다.◆황우여 새누리 대표靑3자회담 거부로 리더십 ‘흠집’野양자회담 고수해 정치적 소외“여야 대표 먼저 만나 해법 찾아야일단 9월 국회부터 정상화 필요”“나는 정치 초단이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7일에도 그랬다. 서울 여의도 당사 6층 대표실에서 만난 황 대표는 ‘별명이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팔단에 가깝다는 것을 빗댄말)인데, 경색된 정국의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부드러운 성품 때문에 대치 정국에서도 늘 웃고 다녀 당내에서 ‘실없어 보인다’는 핀잔을 자주 듣는다. 잠시 뒤 그는 “아휴∼. 다음 수(手)를 찾아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실 민주당 장외투쟁 국면에서 황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꼬여버렸다. 지난달 27일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하고 실무협상까지 벌였지만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이달 3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제안하면서 공중에 붕 뜬 신세가 되어 버린 것. 게다가 사흘 뒤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5자회담을 제안했다. 전날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3자회담을 수정 제안했던 황 대표로서는 머쓱하게 됐다. “김 대표가 여야가 해결하자고 치고 나와야 (내가) 룸(공간)이 생기는데 대통령과 직거래하겠다고만 하면….” 황 대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지난해 5월 선출 이후 최대의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고 집권여당의 대표가 ‘샌드위치’ 신세를 한탄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그래도 해법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황 대표는 “당대당’으로 해결을 해야 해요. 여야 대표 회동이 우선이에요”라고 답했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제안한 3일 이전의 단계로 ‘원상회복’을 시키자는 얘기였다. 그래야 꼬인 정국경색의 스텝을 풀고 새롭게 발을 맞출 수 있다는 논리였다. 황 대표는 “야당이 대통령을 만나면, 대통령은 여당 대표와 회동을 하고, 다시 여야 대표가 의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서 “입법권이 있는 여야가 국회에서 담판을 짓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선진정치의 모습”이라고 했다. “한 번 해서 안 되면 되게 하는 것이 당 대표들의 역할인데 왜 10년 전 또는 30년 전의 구정치로 돌아가려고 하느냐”고 한탄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양자회담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모양새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골치 아픈 일이 생길 때마다 장외투쟁으로 나가고 다시 청와대와 회담하는 관례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황 대표의 바람대로 다시 여야 대표회담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이뤄지더라도 최소한 9월 정기국회를 정상화시키면서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당 일각에선 여야의 대치 정국이 10월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고 나서야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 대표는 “내가 혈혈단신으로 여기(당 대표)까지 온 것도 사심 없이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며 “당대당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당정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김한길 민주당 대표先양자회담-後다자회담 역제안“국정원 도움 안받았다는 말 믿어”장외투쟁 속 대화에도 강한 의지일부 초선의원 단식투쟁 말려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7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노숙투쟁’을 선언했다.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제안한 ‘민생 관련 5자회담’에 대해 먼저 양자회담을 갖고 국가정보원 정국의 해법을 찾은 뒤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다자회담에서 민생을 논의하자고 역제안했다. 투쟁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도 박 대통령에게 다시금 정국 해법의 공을 넘긴 것이다. 김 대표는 천막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다음 달 4일 박 대통령이 러시아와 베트남 순방길에 오르기 전에 답변을 줄 것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우선 “민생을 위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담은 좋다”면서도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의 양자회담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결론을 내고, 이어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다자회담에서 민생을 의논한다면 두 회담 모두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자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잦은 만남은 국민이 바라는 바”라며 “민주당과 저는 대통령 알현을 앙망(仰望)하며 광장에 천막을 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서로가 정국의 정상화라는 목적을 갖고 만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국정원에 도움을 청하거나 국정원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한 데 대해서는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대선을 전후해 있었던 헌정 유린 사건들에 대한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면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한 대통령으로서는 타당하지 않은 인식”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부터 천막당사에서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그는 “집사람에게 장기외박 허락을 득했고 아침에 샤워하지 않아도 되게끔 머리도 짧게 깎았다”며 바짝 올려 친 헤어스타일을 소개하면서 투지를 다졌다. 김 대표가 한뎃잠을 자는 것은 정치를 시작한 뒤 처음이라고 한다. 김 대표의 노숙투쟁 선언과 박 대통령을 향한 ‘선(先)양자회담-후(後)다자회담’ 역제안은 당내 결속을 도모하면서 여권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당 대표가 솔선수범해 노숙투쟁에 나섬으로써 정부 여당에 대한 경고 강도를 높이는 한편 느슨해졌던 긴장감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다음 달 2일 정기국회 개회식에 민주당은 참석할 것”이라며 “국회를 파행하겠다는 게 아니라 호락호락하게 정부 여당이 짜놓은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강경파는 당 지도부의 원내외 병행 투쟁이 미적지근하다며 정기국회 보이콧을 요구하고 있다. 몇몇 초선 의원은 김 대표를 찾아 “단식을 하겠다”고도 했지만, 김 대표는 “길게 가야 한다. 내가 길을 만들어 주겠다”며 만류했다고 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현 정부 고위 관계자가 “4대강 보(洑)의 수문을 개방할 경우 지하수에 영향을 줘 주변 토양이 황폐화될 우려가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공식 대응에 나섰다. 이 전 대통령 측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반박 성명을 내고 “보를 개방해 물을 완전히 고갈시키는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전제부터 잘못됐다.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4대강의 강바닥이 모두 드러나 주변 지하수가 고갈될 정도라면 국민의 식수원은 물론이고 생활용수까지 모두 고갈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있어서도 안 되지만 있을 수도 없는 전제”라고 부연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정치적 논란으로 몰고 가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행태”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역사와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4대강 사업 관련 성명을 내놓은 것은 두 번째다. 지난달 11일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내용의 3차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박 전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문을 열어도 적정 수위를 유지하고 빼는 것이다. 지하수 고갈이라니…어처구니가 없다”라며 “태국의 물관리사업 수주를 앞두고 여권 일각에서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친이(친이명박)계도 반발했다. 조해진 의원은 “‘정부 고위 관계자’란 익명을 이용해 ‘4대강 사업은 대재앙 수준’ 등 극단적 용어로 4대강 사업을 폄훼하고 있다”면서 “국무총리실의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리 결론을 내려 하는 것은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4대강 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이미경 의원은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하수 고갈 가능성은 4대강 사업이 환경파괴뿐만 아니라 국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치명적 재앙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고성호·민동용 기자 sungho@donga.com}

“현장을 자주 다니겠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사진)이 새삼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 의원은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에 가면 서울에서 전해 듣는 것과는 다른 것들이 너무 많다. 국민을 직접, 자주 만나는 것이 건강한 민주주의와 대의정치에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국민이 볼 때엔 정치인들은 너무 멀리, 너무 높은 곳에 있는 것 같더라”라고도 했다. 정 의원은 이달 7일부터 22일까지 보름간 ‘산행 민생탐방’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누볐다. 정양석 전 의원 등 측근들, 국회 보좌진과 함께 빌린 버스에 몸을 싣고 아침에는 산에 오르고, 낮에는 탄광, 중소기업, 농가, 복지시설 등을 둘러봤다. 강원도 태백에선 지하 1000m 탄광에 직접 들어가 봤다. 잠은 주로 마을회관에서 잤는데, 경북의 한 마을회관에선 자다가 지네에게 물려 한동안 고생했다고 한다. 민생탐방 기간에 그가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세금’이라고 한다. 정 의원은 “지방의 한 소도시 철물점에 갔는데 세무조사로 100만 원이 넘는 세금을 냈다고 한다. 세수가 부족하면 정부는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지만 먼저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위터에도 “전국이 세금 때문에 아우성이었다. 경제 현장에서는 정부가 도와주는 것은 별로 없고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있었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정 의원의 민생 현장 방문에 대해 “차기 대선 준비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의원 측은 “대선 행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용하게 현장을 방문했다”고 했지만 여권 내부에선 “일찌감치 ‘하방(下放)’을 시작해 다음 대선에서는 결실을 맺겠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보통 대선주자들이 대선이 치러지는 해에 출마를 공식화하고 민생 현장을 둘러보는데 정 의원의 경우 새 정부 출범 원년에 시작한 것이 눈에 띈다”면서 “‘대기업(현대중공업) 오너 출신’이란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해서라도 국민과의 소통, 민생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최다선(7선)인 정 의원은 200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대선에 도전했지만 경선 룰 논란 속에 중도하차한 바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4년 전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진행된 싱가포르 비밀접촉에서 북한이 경제 개발을 위한 100억 달러 외자 유치 조성 문제를 우리 측에 타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10월 접촉 당시 우리 측에서는 노동부 장관이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북측에선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협상 파트너로 나섰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한 핵심 인사는 2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김양건 부장이 우리 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북한 개발을 위해 은행을 만드는 형식으로 100억 달러를 조성했으면 좋겠다. 좀 도와 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김 부장은 아이디어 수준으로 얘기했고 개발은행의 구체적 설립 목적도 말하지 않았다”면서 “우리 측은 남북 경제협력이 상당히 진척된 뒤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하는 과제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4년 전 남북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송환 등을 허용하는 대신에 남한이 그 대가로 현물 등 경제적 지원을 하는 한국판 ‘프라이카우프’를 추진했던 것은 알려졌지만 ‘100억 달러 조성’이 논의됐던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김 부장에게 외자 유치를 위해 은행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자본주의의 마지막 관문에 해당한다는 점을 얘기했다”면서 “우리가 도와주는 방식과 관련해 어떤 것을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미국과 관련이 있고, 우리가 다른 나라의 외자 유치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해 준다고 해도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당시 외교안보 라인에 있던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우리 측은 북한의 체제 개방과 변화 유도 차원에서 북한이 금융 시스템을 바꾸면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또는 아시아개발은행(ADB) 형태의 국제은행을 만들어 주도적으로 다른 나라를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추진되지 못하게 됐다”고 확인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당정회의 때 뭐하다 뒷북인가.’ 새누리당 역시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파문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거세다. 5일 당정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세제 개편안의 틀을 수용해 놓고 발표 이후 문제가 되자 뒤늦게 수정 필요성을 제기해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당 정책 라인은 옳고 그름의 논리에 매몰돼 여론 흐름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당정회의에서는 최경환 원내대표가 “중산층에 부담을 많이 지우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중산층의 세액공제 비율이 소폭 상향조정됐지만 큰 틀에서는 정부 안이 유지됐다. 민현주 대변인은 8일 정부 안이 발표된 뒤 “당의 의견이 반영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논평까지 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새누리당은 뒷북을 치기 시작했다. 최 원내대표는 9일 “샐러리맨에게 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한다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도 당 정책 라인은 “정부 안이 큰 틀에서는 맞다. 국회에 회부되면 조정하겠다”는 다소 느긋한 태도였다. 그 사이 당내에서 “재·보궐선거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전면 보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지도부는 계속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정책과 철학 없이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여당의 모습이 한심하다”고 꼬집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강창희 국회의장이 8일 일본 의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잇단 망언을 비판하자 일본 의원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고 맞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의장은 의장 접견실에서 일본 집권 자민당의 고노이케 요시타다(鴻池祥肇) 참의원 등 한일협력위원회 소속 ‘차세대지도자 방한단’의 예방을 받고 면담했다. 강 의장은 “과거는 잊으려 해서 잊혀지는 게 아니다. 과거는 미래에 대한 열정이 과거에 대한 고뇌를 능가할 때 스스로 잊혀지는 것”이라는 독일 철학자 니체의 경구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실제 있었던 역사를 지우려 한다고 해도 지워지는 게 아니다. 그것을 뛰어넘어서 젊은 의원들이 서로 미래에 대한 열정을 펴갈 때 과거는 스스로 잊혀지는 것이라는 교훈적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노이케 의원은 “한국 친구 중에 술친구도 있고, 골프친구도 있는데 그 친구들이 가르쳐준 한국의 좋은 격언을 아직도 기억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말을 굉장히 좋아해 평상시에 자주 사용한다”면서 “양국의 산적한 문제도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심정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강 의장 측은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에서 비롯된 양국 간의 냉랭한 관계와 관련해 한국 측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특히 고노이케 의원은 “나치 정권이 바이마르 헌법을 무력화한 수법을 배우자”는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의 측근 의원으로 방한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우리 측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워했고, 면담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우리 측에서는 한일의원연맹회장대행인 김태환, 부회장인 이주영 김영환 정병국 의원 등이, 일본 측에서는 가네코 요이치(金子洋一), 오이에 사토시(大家敏志) 참의원, 도야마 기요히코(遠山淸彦) 중의원 등이 참석했다. 참석했던 한 의원은 “면담했던 일본 의원들은 우리 측과 친한 인사들”이라며 “속담 얘기의 속내는 같은 일본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자성(自省)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다른 해석을 하기도 했다. 강 의장을 면담한 뒤 일본 의원들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예방했다. 황 대표는 “나치식으로 개헌한다는 얘기가 나오거나, (아베 신조 총리가 옛 일본군의 세균부대 이름을 연상시키는) 731 비행기를 탄다거나 하면 우리 국민은 실망하고 군국주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충청 표심은 전국 단위 선거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다. 새누리당과 충청 기반 정당인 선진통일당의 합당이 대선에 이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보여줄지, 아니면 합당의 시너지 효과보다는 중앙권력을 잡은 새누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승부처로는 충남도지사 선거가 꼽힌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에 도지사 자리를 내준 새누리당은 선진당과의 합당으로 보수 성향의 표만 제대로 집결시키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에선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재선의 이명수 의원(아산)과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낸 재선의 홍문표 의원(홍성-예산)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에선 안희정 지사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 만 49세로 민주당 내에서 차기 대선후보군으로도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전에선 새누리당 소속인 염홍철 현 시장과 대전시장 출신 초선인 박성효 의원(대덕)의 당내 경합이 주목된다. 선진당 소속이었던 염 시장이 새누리당으로 재입당하면서 공천을 놓고 겨룰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1승 1패의 전적이 있다. 박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해 “연말이 돼야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선진당이 새누리당과 합당할 때 민주당으로 옮긴 권선택 전 의원이 세(勢) 규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은 민주당 이시종 현 도지사의 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새누리당에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서규용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강원은 민주당 최문순 도지사의 재선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새누리당에선 정무부지사를 지낸 최흥집 하이원리조트 대표와 현역 재선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한기호 의원(철원-화천-양구-인제)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황영철 의원(홍천-횡성)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최 지사를 인물론에서 앞설 수 있는 ‘대항마’ 발굴에 고심하는 분위기다.고성호 기자·대전=이기진 기자 sungho@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6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5자회담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그리고 여야 원내대표까지 5명이 함께 만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5자회담 형태는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당분간 경색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여야가 같이 국정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누고자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각종 국정 현안이 원내에 많은 만큼 여야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회담을 열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또 “대통령도 이미 여러 차례 여야 대표와의 회담을 제의했었다. 그동안 야당의 반대로 여당 대표와만 회담을 해 아쉬웠는데 이번에 여야가 같이 회담을 제의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일 대통령과의 일대일 양자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5일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3자회담을 수정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여야의 요청을 받아들여 청와대가 막힌 국정 현안을 풀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즉각 환영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는 “시간을 두고 당내외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답변을 내놓겠다”며 공식 입장 발표를 미뤘다. 회담 당사자인 전병헌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현 정국의 문제는 제1야당 대표가 당초 제안한 대로 일대일 여야 영수회담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서로 간의 인식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5자회담의 틀을 깨는 모양새를 만들어 청와대로 공을 다시 던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제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더니 거부할 명분이 있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일대일 영수회담 제의에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예우 차원에서 김 실장에게 직접 회동 제안 브리핑을 하고 여야 대표에게도 직접 전화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형식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민주당 간에 신경전이 이어지다 회담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지만 청와대와 야당 모두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여야는 이날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일정을 23일까지로 8일 연장하고 청문회도 사흘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성호·황승택기자 sungho@donga.com}

“박근혜 전 대표는 암울했던 지난 10여 년간 국민과 함께 투쟁하고 인고하면서 지금의 자유민주정부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각하(박정희 전 대통령)와 영부인(육영수 여사)이 떠난 후 이 세상의 모든 힘겨운 무게를 외롭게 감당해야 했던 유자녀들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십시오. 각하가 못다 이룬 꿈들이 박 대표를 통해 꽃필 수 있도록 언제나 함께하고 가호(加護)해 주십시오.” 2010년 10월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1주기 추도식에서 당시 한나라당 상임고문이던 김기춘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 읽은 추도사다. 여권 원로그룹의 한 관계자는 5일 “당시 김 실장의 추도사를 들으며 ‘아, 박 의원의 신뢰를 받고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청와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 김 실장은 만 74세로 전임 허태열 비서실장(67)보다 일곱 살이 더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원로급 인사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을 두고 여권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의 임명은 여러 비판이 나올 걸 감수하고 박 대통령이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자신과 손발을 맞춰 일한 사람 중 능력을 인정한 사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등과의 인연을 중시하는 인사 스타일을 갖고 있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이 높이 평가하는 법조인 출신이기도 하다. 김 실장은 박정희 정부 때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과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을 지냈다. 대공수사국장 시절인 1974년 육영수 여사 살해범인 문세광 사건을 조사한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올해 3월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문세광에게 ‘사나이답게 당당하게 답하라’고 다그치자 문세광이 육 여사 암살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6월에는 재단법인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김 실장은 정수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장을 지냈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자 부설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이던 2005년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냈다. 당시 김 의원의 보수적 이미지가 소장 직책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에도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선 김 실장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 때문에 외곽에 있을 때도 “모든 길은 김기춘으로 통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국정에 간접적으로 간여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 김 실장이 직접 국정에 뛰어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실장의 발탁 배경에는 허태열 전임 실장이 ‘비서’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반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은 정무 감각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며 “대통령의 뜻을 잘 파악하고 일머리를 잘 찾아 성과를 낼 수 있는 조건 두 가지를 모두 총족한다”며 “일을 꼼꼼히 해 주도적으로 챙기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 업무 처리나 법 적용이 깐깐하다는 것. 임기 첫해 하반기 수석들을 독려하고 장악해 성과를 낼 군기반장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김 실장의 한 지인은 “김 실장이 실력 없는 사람, 얼렁뚱땅 넘어가는 사람을 아주 싫어해 대통령비서실이 ‘악 소리’가 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드 보수’의 귀환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야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김 실장은 검사 시절인 1972년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실무적으로 참여했으며 유신헌법 해설서를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에는 비상조치권 등이 포함됐고 이는 유신헌법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한 핵심 조항인 긴급조치권으로 현실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태우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 오른 김 실장은 199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부산의 ‘초원복국’집에서 부산의 유력 기관장들과 만나 ‘지역감정을 부추겨 민자당 김영삼 후보의 득표를 돕자’고 논의한 것이 도청돼 외부로 알려진 ‘초원복집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이때 유행했다. 그는 이 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 판결을 받은 뒤 1996년 15대 총선 때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소추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경남 거제(74) △경남고, 서울대 법대 △대구고검장 △법무연수원장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15·16·17대 국회의원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 △새누리당 상임고문윤완준·고성호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원로자문그룹이었던 ‘7인회’가 새삼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당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7인회라는 말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지만 언론에서 7인회로 명명되는 원로그룹 중 강창희 의원이 국회의장이 된 데 이어 현경대 전 의원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임명됐고, 이번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비서실장으로 임명되자 역시 박근혜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7인회는 새누리당 김용환 상임고문을 좌장으로 하는 7명의 원로모임으로, 공직을 맡고 있거나 맡게 된 3명 외에도 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김용갑 전 의원과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기파랑 출판사 대표 등이 멤버다.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직후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식사를 하면서 모임이 시작됐고, 박 대통령의 대선 도전을 조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인회가 다시 관심을 받게 되자 7인회 측은 부담스러워했다. 김용갑 고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되면서 우리 역할은 다 끝난 것이고 어디에서 직접 담당하는 것이 없다”면서 “권력 행사는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 고문은 “우리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망각의 사람’으로서 스스로 처신하고 있다”면서 “(최근) 만나기는 하지만 친목일 뿐이며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도 “주변 인사들에 대한 추천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위상이라는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6인회’ 정도의 실체도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6인회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비공식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덕룡 전 의원, 이재오 의원이 멤버였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7인회 출신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고 나섰다. 김관영 대변인은 “신임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의 핵심 자문 그룹인 7인회에 소속돼 왔던 구시대 인물”이라며 “MB 정권 때 6인회 멤버들의 비극적 종말이 재연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변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의 재집권은 불가능합니다.” 숙명여대 정치행정학부 교수인 박재창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65·사진)은 5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이 보수적 가치를 지키고자 한다면 먼저 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혁신적 자기 결단으로 쇄신안을 채택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은 국정을 주도해 나갈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박 위원장은 5개월간의 정치쇄신특위 활동을 마치고 당 최고위원회의에 특위가 마련한 쇄신안을 전달했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고위가 의결을 거쳐 특위를 만들었으면 그 논의 결과에 책임을 지고 최대한 반영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5개월간 지켜본 새누리당에 대해 “너무 자기 권력에 매몰돼 있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 사회는 상상을 초월하게 변하고 있는데 새누리당은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없다”면서 “파워엘리트끼리의 권력투쟁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은 국민에게 차용해온 것으로, 언제든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3월 이후 30건의 쇄신안을 마련했다. 대표적 방안이 △기초단체장·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대통령·지역구 국회의원·광역자치단체장 후보에 개방형 국민참여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이다. 그는 “당내에서 공천제 폐지를 재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가 막혔다”면서 “대선에서 공당이 약속한 것을, 선거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지키지 않겠다면 무슨 쇄신이 이뤄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는 “정치 쇄신이 국민적 요구였음에도 당 분위기가 냉랭했던 것”이라며 “당 의원총회나 당헌·당규 개정 과정에서 설명이 필요하다면 내가 직접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쇄신안은 국민에게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돌려주는 방향으로 디자인됐다”면서 “개인적으로 30만 명 이상이 청원하면 국회가 의무적으로 법률안을 심사하는 제도인 ‘전자국민창안제’에 애착이 있다”고 말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명재연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여야가 5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국회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천막을 걷지 않겠다며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이 국정원 기관보고는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남 원장에 대한 ‘공세의 장’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국정원 기관보고가 여야 대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원 기관보고는 공개와 비공개를 병행해 진행한다. 여야 2명씩 특위위원 4명이 10분씩 모두 40분 동안 기조발언을 하는 데까지 언론에 공개한 뒤 이후 발언들은 비공개로 진행한다. 남 원장 해임을 촉구해 온 민주당은 ‘공개 범위가 좁아 아쉽지만 본때를 보여 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국조특위 위원은 “남 원장의 답변을 보여 줘야 확실한 효과가 있을 테지만 새누리당이 워낙 완강히 반대하니 도리가 없다”며 “도합 20분인 발언 속에 전체적인 맥락을 국민에게 전하면서 국정원이 확실히 불법 대선 개입을 저질렀다는 점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비공개 회의에서 오간 내용도 브리핑을 통해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전체 공개회의를 주장했다가 지난달 26일 남 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국정원 기관보고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바 있다. 비공개지만 남 원장이 증인선서를 하고 말하는 답변인 만큼 대선 개입 경위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배경을 추궁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에 맞서는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공격을 기조연설에서 조기에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원내 핵심 당직자는 “국정원 대북 심리전단의 인터넷 ‘댓글’ 작업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됐고, (특정 야권 대선후보 등을 비판한) 댓글 73개도 한 시간 정도면 달 수 있는 것으로 조직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 방안도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조특위 위원은 “국정원이 스스로 개혁안을 마련한 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새누리당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5일 다시 만나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국정원 국조 활동시한(15일까지)과 일주일 전 증인 채택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5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시한 내 청문회 개최는 사실상 어렵다. 민주당은 국조 기간을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연장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장강명·고성호 기자 tesomiom@donga.com}
국가정보원 국정조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여야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의 증인 채택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동행명령 보장’ 문제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고 있지만 ‘김무성·권영세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해선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은 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중요한 진짜 증인은 김무성, 권영세”라며 “이들은 (국정조사에) 꼭 나와야 할 증인”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원판김세(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는 반드시 청문회장에 나와야 한다”면서 “문서로 확약하는 실질적 보장 조치 없이는 국정조사는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며 국정조사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과 종합상황실장을 각각 맡은 김 의원과 권 주중대사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으로 대선 전에 입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협상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국정조사는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것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과 관련된 두 사람의 논란은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태흠 원내대변인도 “기본적으로 국정원 국정조사 의제 밖의 사안”이라며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 공방을 만들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3년 전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51)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010년 8월 40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깜짝 발탁됐다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경남도지사 시절 관사 도우미 도청 직원 활용 등 여러 의혹이 불거져 곤욕을 치렀고 검증 과정을 넘지 못해 결국 지명된 지 21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태호를 만났다. 당시 상황부터 먼저 물어봤다. 그는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에게 많은 아픔을 줬다”고 반성했다. 그는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해 “2007년 이전까지 일면식도 없었다”고 말했다가 2006년 2월에 열린 한 출판기념회에서 박 전 회장과 함께 사진을 찍었고, 그해 10월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난 적도 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정치인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거였어요. 명확하게 안 만났으면 안 만난 거지. 당시 내 판단은 둘이 만나서 차라도 한 잔 하는 게 ‘일면식’이었거든. 촌놈식으로 하지 말고 세련되게 (대처를) 했어야 했는데 내공이 부족했던 거죠.” 사실 1962년생인 김태호는 1998년 경남도의원을 시작으로 2002년 최연소 기초단체장(거창군수)과 2004년 최연소 광역단체장(경남도지사), 2006년 도지사 재선 성공 등 화려한 정치인의 길을 걸어 왔다. 호감 가는 외모와 언변, 뛰어난 대중 친화력, 군수와 도지사 시절 쌓은 행정 경험 등으로 ‘차세대 정치인’으로 주목을 끌었다. 총리 후보 낙마는 승승장구하던 그의 첫 시련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대로 주저앉지는 않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2011년 4·27 보궐선거에서 승리했고 지난해 4·11총선에서도 당선되며 재기에 성공했다. 명실상부하게 중앙 정치인으로서 제2의 정치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국회에 입성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 여의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2011년 4월 초선 의원이 됐지만 1년 내내 지역구에서 지지 기반을 닦는 데 매달려야 했고, 지난해 4월 재선 성공 이후에야 겨우 반경을 조금씩 넓히기 시작한 수준이다. 당직을 맡은 것이 없기 때문에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공개 발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가급적 언론 인터뷰도 피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주요 현안에 대해 가감 없이 직격탄을 날리는 스타일인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6개월까지는 스스로 ‘허니문’ 기간으로 설정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을 것”이라며 “최소 6개월은 우리가 믿고 봐주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안팎에선 정치적 시련을 겪고 중앙 무대에 진출한 그의 ‘잠재력’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치철학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조국에 대한 사랑을 기본으로 (정치적으로) 죽을 자리가 있으면 그곳에서 죽는 것”이라며 “용기 있게 결단을 내려서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자세”라고 밝혔다. 실제 그는 인터뷰 내내 ‘용기’라는 단어를 자주 강조했다. 물밑 움직임이 궁금했다. 그는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한 이후 정치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의원들을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초선 및 재선 의원들을 만나 자신을 알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앙정치 무대인) 서울 여의도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면 혼자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다”면서 “우선 현역 의원들한테 신뢰를 얻어야 한다. ‘우리가 정치하는 이유가 이거다’라며 뜻을 같이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교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자신이 중심이 된 의원모임을 갖고 있지 않다. ‘친한 의원이 누구냐’는 질문에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드러나겠지…”라며 말을 흐렸다. 주말에는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외부 인사들과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호에겐 아직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도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9일 “국민을 마치 홍어× 정도로만 생각하는 국민 사기쇼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순간에 막말 정치인이 됐다. 당시 당 중앙선거대책위 공동의장이던 그는 선대위 회의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 논의를 비판하면서 ‘홍어×’이라는 원색적 말을 질러버렸다. 특정 지역을 연상시키는 듯한 발언이어서 파장이 컸다. 그는 “분노의 표현이 지나쳤다”고 사과했지만 격한 발언의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됐고 올 2월 징계심사소위에서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조치를 받았다. 김태호에게 ‘후회하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솔직하게 답했다. “너무 세게 나갔어요. 부적절했죠.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정치사고에 물들어 있었던 겁니다.” 한마디로 지금은 반성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지난해 7월 ‘세대교체’를 키워드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3.2%의 초라한 성적표(3위)였다. “김태호가 (총리 후보 자진 사퇴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여전히 가슴이 뜨겁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새누리당 일각에선 그가 내년 전당대회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김태호는 “아직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결과에 따라선 부산·경남(PK) 지역을 대표하는 젊은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김 의원이 좋든 싫든 다른 의원들의 권유로 전당대회에 PK 대표선수로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면서 “중앙 정치인으로서 적응기가 끝나고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만 제대로 찾으면 당 지도부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계속되는 막말 파문에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사진)이 도를 넘는 막말을 할 경우 징계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26일 대표 발의했다. 현행 국회법 146조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 155조에 따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징계하도록 돼 있지만 규정 자체가 두루뭉술해 실제 징계 사례는 드물었다. 이에 이 의원은 개정안 146조에 ‘의원은 직무활동 중에 다른 사람을 모욕, 비하, 희롱, 위협하거나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넣었다. 막말의 장소와 발언 범위를 구체화함으로써 가능한 한 막말을 추방해보겠다는 취지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사진)이 2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실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고, 진실만이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라는 N 부알로의 말이 새삼 가슴에 다가오는 시절입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 원장은 이어 “마치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입니다”라며 “힘든 시간이었지만 내 주변에도 나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손길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올렸다. 이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과 관련해 민주당이 국가기록원의 관리 부실을 문제 삼은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글로 해석된다. 또한 민주당이 제기한 봉인 해제 등의 의혹에 대해 기록원으로 이관한 기록물은 수정과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로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진 녹음파일에는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화 내용 및 어감, 회담장 분위기 등이 그대로 담겨 있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결정적 단서로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마지막 수단으로 녹음파일 공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타이밍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소속인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2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녹음파일은 공개 안 하는 게 맞다”면서도 “정기국회(9월) 이전에도 여야가 NLL 수호의지를 보이지 않고 ‘사초(史草) 도난’ 논란이 이어지면 녹음파일 공개는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여야는 하루라도 빨리 NLL을 수호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하고 논란을 끝내야 한다”면서 “일단 여야 반응과 검찰 수사 등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 형식은 지난달 24일 회의록 전문 공개처럼 서 위원장이 서면 요청을 하면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녹음파일을 건넨 뒤 정보위원들이 녹음 내용을 들으며 회의록 전문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정원은 공개 여부에 대해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달 회의록을 공개한 전례가 있어 국회 정보위원장이 요청하면 이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18일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한 미국 측과의 연기 협상과 관련해 “대략적으로 올해 말까지는 결론을 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목표는 올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SCM은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며 한미 양국의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당정회의에서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일단 연기하는 쪽으로 지금 미국과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새누리당 간사인 한기호 의원이 전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동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해) 얘기를 꺼냈었다”고 사실을 확인한 뒤 “재연기를 미국과 협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2012년 4월 17일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했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을 겪으면서 전환 시기를 2015년으로 연기해 놓은 상태다. 김 장관은 이날 전작권 전환 재연기 제안 배경과 관련해 “지금의 안보상황은 (북핵 위기 등으로) 천안함 폭침 이후보다 더 악화됐고, 북한이 전작권 전환에 따른 오판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군의 능력 확보도 지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미국이 (재연기의 대가로) 추가로 바라는 것이 있지 않느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전날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우리 정부가 먼저 재검토를 제안한 사실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미측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면 연기에 대해 왜 먼저 얘기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가 국가기록원에 넘긴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아예 빠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 출석해 “노 전 대통령이 재가(裁可)해 분류한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에 정상회담 회의록이 없다”고 증언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관계자는 “목록은 기록원 지정서고에 보관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당시 청와대가 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 회의록을 저장하지 않았거나, 저장된 회의록을 삭제한 뒤 목록을 작성해 국가기록원에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사실 여하에 따라 ‘사초(史草) 파기’ 논란 등 파장이 예상된다. 이 목록은 최장 30년까지 열람이 제한되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제목을 정리한 것이다. 지정기록물 지정은 대통령 재가를 통해 확정되며, 목록 역시 지정기록물로 분류돼 함께 대통령기록관 지정서고에서 엄격히 관리된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기록관장을 맡아 기록물 이관 작업을 총괄한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현 민주당 최재성 의원 보좌관)은 “한미정상회담을 ‘독수리 행사’로 표기하는 식으로 보안상 문서 제목에 별칭을 쓰는 경우가 있어 회의록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목록은 문건의 공식 명칭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별칭’과는 무관하다. 열람위원단 새누리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도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보고에서 “국가기록원이 문건(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파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15, 17일 두 차례 기록원 방문에서 제시된 키워드와 고려 가능한 유사 용어를 모두 이용했지만 해당 문서를 찾을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야당 간사인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해 달라’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의에 국가기록원이 ‘확인한다’고 답변했지만 민주당 위원들은 ‘현재까지 찾지 못한 것이 옳은 대답’이라고 질책했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이 국회에 제출한 문건은 정상회담 사전 회의록과 10·4선언 이행 관련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정상회담 회의록 존재 여부를 22일 최종 확인하기로 했다. 다만 주말을 포함해 22일까지 열람위원 2명 및 전문가 2명 등 여야 각각 4명이 자료 검색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내가 기록관에 가서 검색하면 회의록을 찾을 수 있다”고 공언한 김정호 전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을 열람단에 포함시켜 회의록 존재 여부를 최종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성호·길진균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