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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의 미8군 사령부가 이전하는 경기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 10일 헬기와 군용차량 등이 서 있다. 험프리스 기지는 11일 신청사 개관식을 열고 64년 만에 용산 미8군 시대의 종료를 준비하게 된다. 미8군 사령부는 이달 말까지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지만 한미연합사는 용산에 남는다. 평택=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8일 오전 강원 필승사격장 상공.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 2대가 굉음과 함께 두꺼운 구름층을 뚫고 나타났다. 이어 기체 하부의 무장창을 열어 레이저통합정밀직격탄(LJDAM)을 1발씩 투하했다. 폭탄은 가상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대에 정확히 내려 꽂혔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가차 없이 보복 응징에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맞선 한미 연합 무력시위가 계속되면서 ‘강 대 강’ 대결 국면이 벼랑 끝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이날 투하된 LJDAM(GBU-56·탄두 무게 900kg)은 폭약을 제거한 비활성탄이어서 폭발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B-1B가 한반도에서 폭탄으로 대북 타격훈련을 벌인 것은 처음이어서 북한에 주는 충격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LJDAM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및 관성항법장치(INS)가 탑재된 기존 통합정밀직격탄(JDAM)에 레이저 유도장치까지 달아 오차가 1m 안팎에 불과하다. 김정은의 집무실이나 지하 은신처를 초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백조를 닮은 외형 때문에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미국 폭격기 가운데 최대 무장량(약 60t)을 자랑한다. 최대 24발의 GBU-56을 실을 수 있다. B-1B 10대가 한 차례 출격으로 북한의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와 핵시설, 지휘부 등 240여 개의 핵심 표적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핵·미사일 추가 도발을 하면 미국은 B-1B의 추가 전개는 물론이고 B-2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SSBN) 등 대한(對韓) 확장억제 전력을 대거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서 본토와 동맹국(한국)을 방어할 수 있는 군사적 대응 태세도 과시할 방침이다. 조만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알래스카주 태평양 우주발사시험장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요격시험이 처음 진행된다. 미국 미사일방어청(MDA) 대변인은 이번 시험이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이전부터 계획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북한 미사일 요격훈련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 현지 소식통은 “북한 핵미사일의 미 본토 타격 위협이 현실로 닥친 만큼 실제 격추하는 상황을 상정한 훈련”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노동신문은 9일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지지를 얻어낸 ‘한반도 주도론’과 ‘단계별 해법론’을 ‘파렴치한 기만술’ ‘낯 뜨거운 변명’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철저한 ‘승인’하에 북남관계 개선이나 대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우리와 전면 대결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의 근원적 청산 없이는 핵과 탄도로켓은 끝을 모르고 강화된다”며 “조선반도 평화와 북남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북핵 폐기’ 망상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 대통령이 방미 기간에 ‘장진호전투 기념비’를 찾은 것에 대해 “미제 침략자들이 자기 민족과 부모, 자기 인생에 새겨놓은 사무친 원한을 절규하기는커녕 머리를 조아리며 생의 ‘은인’으로 떠받든 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베푸는 서푼짜리 환대에 넋이 나가 백악관 방문록에 ‘대한미국’이라는 글까지 남겨 세인을 웃겼다”며 조롱도 했다. 다른 논평에서는 “(B-1B의 출격이) 조선반도(한반도)에서 핵전쟁 도화선에 불을 달려는 전쟁 미치광이들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박”이라고 비난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황인찬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23주기인 8일 사상 처음으로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를 한반도로 보내 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북한은 즉각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려는(붙이려는)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박”이라고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한반도 상황을 두고 “6·25 이후 최고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 2대는 이날 한반도로 날아와 훈련용 폭탄을 떨어뜨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B-1B 폭격기가 한반도에서 공개적으로 대북 폭격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ICBM급 화성-14형 도발 직후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에 이은 초강경 메시지로 풀이된다. B-1B 폭격기들은 훈련 직후 군사분계선(MDL) 인근 상공에서 대북 무력시위를 벌인 뒤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줄곧 대북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중국의 추가 대북 압박을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선 “세계 모든 나라가 북한의 위협과 불법 행위에는 결과가 뒤따른다는 점을 보여주도록 공동 노력을 하자”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MDA)은 북한 미사일 공격을 상정해 알래스카주 코디액 태평양 우주발사시험장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이용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요격 시험을 수일 안에 실시한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미국이 사드를 운용해 IRBM 요격 시험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북한 노동신문은 9일 논평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촛불대통령’이 아니라 핵전쟁돌격대의 멍에를 서슴없이 메는 ‘불질대통령’으로 자청해 나섰다”고 비난했다. 이어 “동족의 핵은 기어이 제거하겠다고 갖은 발악을 다하면서 미국의 핵전쟁 자산들을 남조선에 계속 끌어들이려는 것은 역대 괴뢰 호전광들과 다를 바 없는 특대형 범죄행위”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만나 “(한반도는) 6·25 이후 최고의 위기이고, 위험한 상황”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제재와 압박을 높여가는 동시에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G20 폐막 성명에는 북핵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한미일과 북중러 대결 구도 속에 국제사회가 단일 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한 셈이다.함부르크=문병기 weappon@donga.com / 황인찬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8일 0시 북한 평양의 금수산태양궁전에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김일성 주석 사망 23주기를 맞아 참배에 나선 북한 수뇌부들의 자리 배치가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9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앞줄 가운데에 서 있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양옆은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 리병철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전일호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 차지했다. 북한의 ‘2인자’로 평가되는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한 채 앞줄 양쪽 끝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김정은의 옆자리를 차지한 간부들은 모두 북한이 4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14형’과 관련된 인사들이다. 탄도미사일 전문가인 김정식과 미사일 개발추진단장 격인 리병철은 미사일 개발을 실무적으로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이들을 ‘미사일 영웅’으로 띄우는 것은 화성 14호 발사 성공의 의미를 부각시켜 체제 결속에 활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독일에서 내놓은 ‘베를린 구상’의 이행을 두고 정부 부처 간 엇박자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통일부 이유진 부대변인은 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과 남북 간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실무회담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행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공개하겠다”며 조만간 북한에 회담을 제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 군사회담의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군사회담 제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는 그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통일부는 “곧 이행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반면 국방부는 “계획이 없다”고 부인한 것이다. 국방부는 문 대통령이 “7월 27일(정전협정일)을 기해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난감해했다. 최대 관심사인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여부에 문 대변인은 “지금은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군 관계자는 “‘비장의 무기’(대북 확성기)를 스스로 내려놓는 건 남북 간 치열한 심리전에서 항복한다는 의미와 다름없다”며 방송 중단 논의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이산가족 상봉(10월 4일) 등 제안에 ‘시행 일자’까지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시기를 못 박은 것은 협상 기한을 정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해 논의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무시 전략’으로 나오면 ‘시행 일자’까지 제안을 성사시켜야 하는 부담이 고스란히 문 대통령의 몫으로 돌아올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로드맵을 문구에 넣은 것은 강력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의) 맞장구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냈지만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 대신 “제재 압박으로 (북한 체제를) 허물어보려 할수록 우리는 미국에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핵과 미사일 개발)들을 계속 보내주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비난에 집중했다. 황인찬 hic@donga.com·손효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밝힌 ‘베를린 구상’은 2000년 3월 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제시한 대북 구상, 일명 ‘베를린 선언’과 여러모로 닮았다. 일각에서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베를린 선언 2.0’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다만 베를린 구상은 17년 전 베를린 선언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같은 난제는 뒤로 미루고, 이산가족 상봉 같은 민간 교류에 집중하자는 ‘장·단기 해법’을 나눠 제시한 게 특징이다. 문 대통령은 직접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또 문 대통령은 “통일보다는 평화 정착이 먼저” “대규모 사회간접투자 약속” 등 북한 체제 보장 및 경제 지원을 약속하며 “핵 도발 중단 및 한반도 비핵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이 “우리가 원하는 것은 통일보다는 냉전 종식 및 평화 정착”이라며 핵 포기를 요구하는 대신에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지원을 약속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북한을 떠안을 능력이 없다”며 흡수통일을 염려하는 북한을 안심시켰고, 석 달 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을 일단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하는, 한층 힘든 상황이다. 발표 하루 전 선언문을 북한에 보내줄 정도로 사전 교감을 한 김 전 대통령 때와는 차이가 큰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공대에서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이른바 ‘통일 대박론’을 구체화한 것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북한에 복합농촌단지 조성 등 경제적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드레스덴 선언에는 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처럼 ‘흡수통일에 반대한다’는 북한 체제 보장 문구가 없었던 것도 특징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핵을 포기하고 진정 북한 주민들의 삶을 돌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틀 뒤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가능성을 운운하며 거세게 반발했고, 남북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한밤중에도, 이른 새벽에도 흙먼지 자욱하고 아슬아슬한 시험발사 현장을 스스럼없이 찾고 찾으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화성-14형’이 대성공을 거뒀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김정은의 발사 전후 행보를 이례적으로 상세히 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시험발사를 앞두고 며칠간 로켓 총조립 전투현장을 계속 찾아 발사 준비과정을 직접 지도했다고 한다. 특히 발사 당일엔 이른 새벽부터 발사장에 왔다는 것. 김정은이 화성-14형을 보면서 “미남자처럼 듬직하니 잘생겼고, 정말 잘 만들었다”며 만족해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이 발사에 앞서 수시로 발사장을 찾았던 시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일정(6월 28일∼7월 2일)과 일부 겹쳤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에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때 김정은은 평안북도 방현비행장 일대에서 두문불출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공을 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통신은 김정은이 화성-14형 발사의 성공 여부에 얼마나 촉각을 곤두세웠는지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김정은이 감시소에서 동행한 일군들(과학자 등)과 함께 영상표시장치에 현시되는 대륙간탄도로켓의 비행상태를 구체적으로 지켜봤으며, 발사에 성공하자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넓은 품에 꼭 껴안아줬고” 기념사진도 찍었다는 것이다. 또 김정은은 “우리의 전략적 선택을 눈여겨보았을 미국놈들이 매우 불쾌해했을 것”이라며 “독립절(독립기념일)에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 보따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은데 앞으로 미국에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자주 보내주자”고 했다. 통신만 보더라도 김정은이 이번 발사 성공에 얼마나 목을 매고 있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시험으로 자신의 생명줄을 틀어쥐게 됐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콧 브레이 미국 국가정보국 동아시아 담당관은 최근 “북한 김정은 정권은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몰락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은 향후 도발의 빈도를 늘리고 수위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의 대외 활동을 전하는 노동신문의 ‘혁명활동보도’(5일 기준)란을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김정은의 대외 활동은 총 13건이다. 이 가운데 미사일 발사 참관과 군 격려 등 군사 관련 활동이 절반이 넘는 7건에 달한다. 특히 미사일 발사 현장에는 빠짐없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면 김정은은 발언권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또 다른 도발을 선택할 수 있다. 북한은 화성-14형 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한껏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노동신문은 5일 1∼5면에 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소식을 채웠고, 김정은의 미사일 참관 모습과 환호하는 주민의 모습을 담은 사진 56장을 게재했다. 조선중앙TV도 “각 계층의 근로자들과 청년 학생들이 경축의 춤 바다를 펼쳤다”고 전했다. 이런 들뜬 분위기는 김정은 우상화 작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4일 오후 3시 반 시작된 북한 조선중앙TV ‘특별 중대보도’의 아나운서는 이번에도 리춘희(74)였다. ‘북한의 입’이라고 불리는 리춘희는 북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나운서로 중요한 발표를 도맡아 하고 있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과 2006년 1차 핵실험,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2011년 김정일 사망 등 세계가 주목한 뉴스는 모두 리춘희의 입을 통해서 전해졌다. 북한은 이날 오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특별 중대보도가 있다’고 예고하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김정은 집권 이후 특별 중대보도는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지난해 2월 장거리로켓 발사 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분홍색 저고리에 검은색 치마를 입은 리춘희는 밝은 얼굴에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김정은 동지께서는 현지에서 관찰하셨다”며 북한 국방과학원의 발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성공적”이란 부분에서 목소리 톤을 한껏 높였고,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북한은 “강력한 국방력을 갈망해온 공화국 역사에 특기할 대경사, 특대 사변”이라고 한껏 치켜세우며 “(이번 발사 성공으로)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본토까지 탄도미사일이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핵무기와 함께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최강의 대륙간탄도로켓을 보유한 당당한 핵 강국으로서 미국의 핵전쟁 위협공갈을 근원적으로 종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약 3분 30초간 진행된 중대보도가 끝난 뒤 방송은 ‘조선은 결심하면 한다’는 노래를 영상과 함께 내보냈다. 중대보도에서는 미사일과 관련된 사진과 영상을 내보내지 않았고 구체적인 기술 발전 내용도 소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이어 미사일 발사 장면과 김정은이 만족해하며 웃는 사진 등을 여러 장 공개했다. 북한 내부의 체제 결속을 노린 조치로 보인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미 정상회담 한쪽에선 대통령 부인들의 내조 외교가 주목받았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백악관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단아한 쪽빛 장옷 한복을 입고 문 대통령 곁에 섰다. 한국의 고풍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며 기품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모델 출신답게 프랑스 디자이너인 롤랑 무레의 흰색에 가까운 밝은 베이지색 민소매 원피스에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인 크리스티앙 루부탱의 같은 색 구두를 맞춰 신어 우아함을 뽐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해당 원피스는 2319달러(약 265만 원), 구두는 675달러(약 77만 원)라고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입은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가바나의 5만1500달러(약 5900만 원)짜리 재킷에 비하면 이날 복장은 ‘수수한’ 편이다. 두 사람의 성격은 정반대에 가깝다. 김 여사는 활달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푸근함을 주는 장면을 종종 연출해 왔다. 멜라니아 여사는 ‘은둔의 퍼스트레이디’라고 불릴 정도로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기로 유명하다. 다만 이들 모두 결혼 전에는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다가 결혼한 뒤부터 내조에 전념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날 만찬에서 두 사람은 모두 영어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내조 외교를 톡톡히 해냈다. 멜라니아 여사가 “여행이 어떠셨느냐”고 묻자, 김 여사는 “즐겁게 보내고 있다. 지금은 한국 시간으로 아침”이라고 답했다. 대통령 부인들은 서로의 의상 코드를 맞추기보다 국가를 대표하는 패션으로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대통령 부인들은 만찬 시 드레스 대신 주로 한복을 입었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는 2011년 한미 정상 백악관 만찬에서 한국계 디자이너인 두리 정의 드레스를 입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강경석 coolup@donga.com·김현수·황인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 부족에 점점 더 좌절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 시간) 익명의 미국 관리들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짜증 나 있으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거론한 바 있는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를 포함해 여러 무역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부쩍 중국의 대북 압박 노력에 불만을 표출해 왔다. 20일 트위터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의 도움 노력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1일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에서 한 연설에선 “북한과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더 얻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아직 다 얻어낸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마침 국무부가 27일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중국을 4년 만에 북한과 같은 수준인 3등급 국가로 떨어뜨린 것은 트럼프의 이 같은 대중 인식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등급은 국가 인신매매 감시 및 단속 수준 1∼3단계 가운데 최악의 단계로 국무부는 중국을 비롯해 북한, 러시아, 이란, 콩고민주공화국, 시리아, 수단, 기니,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 등 23개국을 3등급 국가로 지정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5만∼8만 명의 북한 강제노동자를 받아들여 북한에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한 불법적인 수입원을 제공해주고 있다. 책임 있는 국가들은 이런 일이 지속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이날 ‘미국-인도 기업위원회’ 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서 가장 중대한 위협은 잔혹한 북한 정권인 만큼 북한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지렛대를 활용하는 인도의 리더십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우회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중국석유·CNPC)이 북한에 대한 연료 수출을 중단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이는 (대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상업적인 결정이었으며 1, 2개월 전 중단됐다”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황인찬 기자}

6·25전쟁 당시 피란민 1만4000명을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태워 무사히 대피시킨 흥남 철수의 영웅 레너드 러루 선장(1914∼2001·사진)을 성인(聖人)으로 추대하는 방안이 미국 가톨릭계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와 누나도 타고 있었다. 첫 방미에 나선 문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워싱턴에 도착해 흥남 철수에 참가한 생존 미군을 만나기로 했다. 28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미 해군 및 상선 선원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단체 ‘바다의 사도’와 뉴저지 패터슨 교구는 당시 총탄이 빗발치는 흥남부두에서 화물을 버리고 피란민을 태운 러루 선장을 교황청에 성인으로 추천키로 최근 합의했다. 이 단체들은 “그의 행동은 ‘특별한 자비는 생명의 열매를 맺는다’는 걸 일깨워줬다”며 추대 배경을 밝혔다. 러루 선장은 전쟁이 끝난 뒤 미국으로 돌아와 마리누스로 이름을 바꾼 뒤 수도사 생활을 했고, 패터슨 교구의 뉴턴 수도원에서 생을 마쳤다. 뉴턴 수도원장을 지낸 조엘 매컬 신부는 “수도사 마리누스는 말수가 거의 없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동료 수도자 대부분이 그가 한국인 1만4000명을 구한 선장 출신이라는 걸 몰랐다”고 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앞으로 5년간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실화될 경우 유럽 국가 등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향후 5년간 미국인들이 북한을 여행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기 위한 초당적 법안을 다음 달 상정할 계획이라고 CNN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와 19일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이후 “위험한 북한 여행을 막아야 한다”는 미국 사회의 기류가 반영된 것이다. 새로 마련되는 법안은 미국인들의 북한 관광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연구나 학술교류 등 관광 이외의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들에게 재무부의 허가증을 발급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원 외교위 소속 공화당 조 윌슨(사우스캐롤라이나),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이 법안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우리는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사람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에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현실은 많은 방문객이 결국 북한의 협상 카드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앞으로 5년 간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이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향후 5년간 미국인들이 북한을 여행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기 위한 초당적 법안을 오는 다음달 상정할 계획이라고 CNN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와 19일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이후 “위험한 북한 여행을 막아야 한다”는 미국 사회의 기류가 반영된 것이다. 새로 마련되는 법안은 미국인들의 북한 관광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들에게 미 재무부로부터 허가증을 발급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원 외교위 소속 공화당 조 윌슨(사우스캐롤라이나), 민주당 애덤 쉬프(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법안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우리는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사람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에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현실은 많은 방문객들이 결국 북한의 협상카드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황인찬기자 hic@donga.com}

그가 집권한 지 1년. 필리핀 뒷골목 풍경은 확 바뀌었다. 거리를 헤매던 청년들은 집안으로 꼭꼭 숨었고, 일부는 성당으로 몸을 피했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 텐트를 치고 사는 젊은이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전했다.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어도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경찰에게 혹 흠이 잡힐까봐 많은 청년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NYT는 “사람들은 범죄용의자와 단순한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나중에 자신에게 치명적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며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사진)이 30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마약사범 소탕 작전을 벌인 결과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동안 3155명의 마약사범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25일 보도했다. 경찰의 마구잡이식 체포 작전뿐 아니라 포상금(약 1억2000만 원)을 노린 킬러들까지 활개를 쳐 실제 사망자는 9000명에 이른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두테르테 등장 후 필리핀은 ‘공포 사회’로 변했다. 총에 맞기 전에 자수를 택한 범죄용의자들의 행렬로 지난해 말 필리핀 전국 463개 구금시설에는 적정 수용 인원의 6배가 넘는 12만6946명이 구금돼 있다. 하지만 필리핀의 필로폰 가격은 지난해 6월 가장 저렴한 것이 g당 1200페소(약 2만7200원)였지만 지난달 1100페소(약 2만4900원)까지 떨어졌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그만큼 약을 구하기 쉽고 금전적 부담도 적어진 것이어서 마약과의 전쟁이 꼭 성공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마약정책협력기구(IDPC) 관계자는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은 정부의 마약 억제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잔챙이만 잡고, 거물 마약범은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두테르테에게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현지 여론 조사 기관 펄스아시아리서치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두테르테의 국정 지지도는 78%였다. 지난해 6.8%였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7%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과 거리를 두고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135억 달러(약 15조3000억 원)의 투자를 약속받은 것은 실리외교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 “중국이 향후 남중국해에서의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오면 필리핀 민족주의자들도 거세게 반발해 두테르테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파키스탄의 고속도로를 달리던 유조차가 전복된 후 대형 화재가 발생해 최소 153명이 숨지고, 117명 이상이 다쳤다. 인근 주민들이 유조차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담아가려고 몰려들었다가 불길에 휩싸여 인명 피해가 컸다. BBC와 현지 지오TV에 따르면 25일 아침(현지 시간) 파키스탄 동부 바하왈푸르에서 중심을 잃은 유조차가 고속도로에서 전복됐다.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여성을 포함한 주민들이 기름을 가져가려고 각종 통을 들고 현장에 몰려든 가운데 갑자기 불이 일어났다. 불은 인근에 있던 차량 8대와 오토바이 75대에 옮겨 붙었다. 경찰은 몰려든 주민 가운데 일부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담배꽁초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중환자가 50명에 달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 압둘 말리크는 AP통신에 “불구덩이 속에서 사람들이 ‘살려 달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24일 오전 5시 45분경 남서부 쓰촨(四川)성 마오(茂)현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주민들이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산골 마을 신모(新磨)촌을 덮쳤다. 62가구가 흙더미에 매몰되고 10명이 숨졌으며 93명이 실종됐다. 마오현은 9년 전 발생한 쓰촨 대지진의 진원지 원촨(汶川)현의 이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55)이 스코틀랜드 출신 여배우 루이즈 린턴(37)과 24일(현지 시간) 결혼했다. 워싱턴의 앤드루 멜런 대강당에서 열린 결혼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 등 3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해 축하했다. 므누신 장관 커플은 2013년 로스앤젤레스의 한 피로연에서 만나 교제해 왔고,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때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므누신 장관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헤지펀드를 운영하기도 했다. 재산은 4600만 달러(약 524억 원)로 할리우드 영화에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데뷔한 린턴은 ‘CSI: 뉴욕’ 등 TV 시리즈와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다. 므누신은 세 번째, 린턴은 두 번째 결혼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길가에 사는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통을 들고 몰려들었다.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와서 기름을 가져가라’고 알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영국 BBC는 파키스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사망자 153명을 포함해 27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25일 유조차 화재 사건 직전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기름이 새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 방송과 경찰의 제지도 소용이 없었다. 인근 이슬람 사원도 스피커 방송을 통해 “유조차에서 기름이 유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피하기는커녕 돈이 되는 기름을 얻기 위해 양동이나 주방용기 등을 들고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폭발이 일어나기 전 사고 현장에는 무려 500명이나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여성과 아이들도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2013년 소득 대비 기름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로 꼽혔다. 공짜 기름을 얻으려는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이 피해를 키운 것이다. 로이터는 유조차가 넘어지고 약 45분 뒤 폭발이 일어나 주위가 온통 화염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사촌 2명을 잃은 사즈누르 아마드 씨(30)는 AP통신에 “불길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이 2시간 만에 진화한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살려 달라”는 부상자들의 절규,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두 명의 아들을 찾고 있다는 줄카 비비 씨는 “내 아들이 살아있나요? 이 세상 사람이 아닌가요? 제발 말해주세요”라며 오열했다. 로이터는 어린이 사망자가 약 20명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기름 4만 L를 싣고 달리던 사고 차량이 커브를 돌다 타이어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은 해당 운전사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중국에서는 24일 쓰촨(四川)성 마오(茂)현에서 일어난 산사태 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극적인 생존 사례도 전해졌다. 차오다솨이(喬大帥·26) 씨 부부와 36일 된 아기 등 일가족 3명은 진흙 속에 파묻힌 채 머리를 내밀고 있다가 산사태 발생 5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부부는 아기가 울어 잠에서 깬 뒤 기저귀를 갈아주다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중국 매체들이 전했다. 차오 씨의 부모와 세 살배기 딸은 실종 상태다. 중국 당국은 ‘1급 특대형 재난경보’를 발령하고, 구조팀 3200여 명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사망자와 실종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덴마크 코펜하겐에 사는 유수프 와삼(13)은 학교에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다. 얼굴 등에 종양이 자라는 희귀 유전병을 앓고 있는 그는 감염에 취약해 외출을 자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 안에만 있던 그가 요즘 학교 친구들과 함께 영어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요술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그를 대신해 학교에 가는 로봇 ‘빔(Beam)’ 덕분이다. 올해 임팩트 저널리즘 데이(IJD·Impact Journalism Day)에 참여한 세계 각국의 언론사들은 이렇게 세상을 바꾸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내 소개했다. 우리의 미래를 바꿀 앞서가는 과학기술부터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발상의 전환 사례까지 다양했다. 덴마크 일간지 폴리티켄은 와삼의 학습도우미 로봇 빔을 조명했다. 로봇은 머리 부분에 있는 모니터와 카메라, 그리고 아래쪽 바퀴 3개가 전부일 정도로 다소 엉성한 모습이다. 그러나 와삼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다. 이 로봇을 통해 집에서 학교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학교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와삼은 집 컴퓨터를 통해 로봇 빔이 보내주는 영상과 음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학교생활을 한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기에 와삼의 영어 발음을 선생님이 듣고 교정해 주기도 한다. 수업 참석이 가능할 뿐 아니라 마우스 조작으로 빔을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휴식시간엔 운동장으로 빔을 보내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비록 학교엔 가지 못하지만 로봇을 통해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로봇 빔은 2년 전 교사 프란시스 뇌르고르 씨와 정보기술(IT) 개발자 모르텐 야콥센 씨의 노력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와삼과 같이 질병이나 학교 부적응 등으로 학교에 나올 수 없는 아이들이 또래와 같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임무다. 개발자들은 현재 최고 4700유로(약 600만 원)가량인 로봇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다. 또 무선인터넷 이동 기술을 발전시켜 빔이 학교를 벗어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되면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따라갈 수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 얘기를 소개했다. 의류무역 회사를 다니던 이와모토 미치히코 씨는 플라스틱이나 캔과 달리 상당수의 의류들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 처분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10년 전 ‘일본환경계획’이란 자원재생회사를 직접 차린 그는 폐기되는 면 소재 옷을 재활용해 바이오에탄올 연료로 바꾸고, 폴리에스테르를 재활용해 우산 등 생활용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재활용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적었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1985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였다. 시리즈 1편 말미에 에밋 브라운 박사가 미래에서 타고 온 스포츠카 들로리언이 각종 쓰레기를 재활용한 연료로 하늘을 나는 놀라운 장면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이와모토 씨는 도쿄대 출신의 공학자 마사키 다카오 씨와 의기투합했다. 시행착오 끝에 면을 재활용한 바이오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들로리언을 만들어 일반에 공개했다. 공개 날짜는 영화 속 1985년에 살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날아간 미래인 2015년 10월 21일에 맞췄다.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 연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와모토 씨는 사업 초기만 해도 아웃렛에 폐의류 수거함을 하나도 놓지 못해 전전긍긍했지만 이제는 70곳과 계약을 맺고 폐의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꼭 첨단 기술이 도입돼야만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방글라데시의 일간 ‘더 데일리 스타’는 간단한 과학 지식으로 만든, 전기가 필요 없는 친환경 에어컨 ‘에코쿨러(Eco-Cooler)를 소개했다. 방글라데시는 여름이면 기온이 45도까지 오르며 푹푹 찌지만, 도시를 제외하고는 에어컨을 구경하기 어렵다. 방글라데시 광고대행사 그레이 다카는 지난해부터 ‘값싼 에어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일단 제작부터가 간편하다. 가운데를 자른 페트병의 상단 부분 수십 개를 널찍한 판 위에 꽂아 넣으면 완성된다. 이 판은 창문 등을 대체해 설치되는데 페트병의 입구 쪽이 집안으로 향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외부의 더운 공기가 좁아지는 통로를 거쳐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시원한 바람으로 변한다. 입을 동그랗게 해 바람을 불면 차가운 바람이 나와 뜨거운 음식을 식혀먹는 것과 같은 원리다. 좁은 곳을 통과하는 공기가 기압 차로 인해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에코쿨러를 설치한 가정의 실내는 설치 전보다 5도가량 낮아져 성능도 입증됐다. 이 친환경 에어컨은 입소문을 타고 1년 만에 2만5000가구에 보급되며 사랑을 받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팔은 결국 안으로 굽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82)이 21일(현지 시간) 제1 왕위 계승자였던 조카를 끌어내리고 친아들을 계승 서열 1위로 책봉하며 부자 왕위 계승의 토대를 닦았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이날 열린 왕위계승위원회에서 위원 34명 중 31명의 몰표를 받아 살만 국왕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국방장관(32)이 왕위 서열 1위가 됐다. 종전 서열 1위였던 살만 국왕의 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알 사우드 내무장관(58)은 모든 공적 지위가 박탈됐다. 이번 조치로 왕권에 바짝 다가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는 그동안 실세 중의 실세로 꼽혔다. 군을 지휘하는 국방장관이면서 석유 왕국 사우디의 핵심인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회장을 겸직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왕실 경제·개발위원회 의장이기도 하다. 이런 권력 집중에 그에게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3월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는 트럼프의 5월 사우디 방문을 확정지으며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다졌다. 취임 후 해외 첫 방문지로 사우디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숙적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비난하고 사우디가 이끄는 수니파 연합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최근 사우디가 테러 지원을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하고, 이란을 견제하며 중동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살만 국왕이 80대의 고령인 것을 감안하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는 사우디의 30대 국왕으로 즉위할 가능성이 있다. 원유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사우디의 ‘비전 2030’ 정책이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여러 부인을 둔 다른 왕실 인사와 달리 부인이 1명인 점과 외신 인터뷰에 적극 나서는 그의 태도도 사우디의 개혁과 변화를 이끌 지도자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의 ‘호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방장관으로 예멘 공습을 이끌었지만 피해는 누적됐고, 반군 후티와의 평화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그는 지난달 TV 연설에서는 “이란의 목표는 이슬람을 주도하고, 시아파 사상을 퍼뜨리는 것”이라며 “이란과의 전쟁에 나설 것을 맹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무함마드 빈 살만은 이란과의 대화는 철저하게 배제한다는 입장”이라며 “사우디와 이란의 종파 분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고향 땅에 돌아와 6일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변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3)의 마을은 슬픔에 젖어 있었다. 가로수 곳곳엔 그의 귀환을 환영하며 마을 사람들이 정성스레 단 수백 개의 청백(靑白) 리본이 펄럭였지만 이미 주인을 잃은 뒤였다. 청백색은 그가 졸업한 와이오밍고교의 상징색이다. 마을 상점 유리창엔 고인을 향한 추모 메모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지역 주민 폴 솔리레트 씨는 19일(현지 시간) 지역 방송사 인터뷰에서 “그를 환영하기 위해 만든 리본이 이제 애도의 상징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이달 13일 의식불명 상태로 고향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귀환했던 웜비어가 19일 결국 사망했다. 가족은 성명을 내고 “병원에서 치료받던 웜비어가 이날 오후 3시 20분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어 “아들이 집으로의 완전한 여행을 끝냈다고 발표하는 것은 우리의 슬픈 의무”라며 “아들이 북한의 손아귀에서 받은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는 우리가 오늘 경험한 슬픈 일 외에 어떤 다른 결과도 낳을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웜비어 사망 소식을 보고받자마자 성명을 내고 “잔인한 북한 정권의 가장 최근 희생자를 우리 모두가 애도한다”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심도 없는 그런 정권의 손에서 빚어지는 비극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웜비어는 김정은 정권에 의해 살해당했다”며 “미국은 잔인무도한 권력들에 의해 미국민이 살해당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고 용납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도 “웜비어처럼 북한의 잔혹한 정권 아래 피해를 입는 주민이 수십만 명”이라며 미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내 반북 여론이 급속하게 높아지는 것은 정부의 대북 대화 정책 추진에 유리하지 않은 환경이다. 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첫 미중 외교안보대화와 29일 워싱턴에서 시작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웜비어 사태가 주요 화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신시내티=박정훈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