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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케이! 너는 나하고 오케이야! 사랑스러운 너! 들어봐. 비너스도 너와는 비교가 안 될 거야….” 미국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조지 거슈윈(1898∼1937)의 뮤지컬 ‘오케이’(1926년)의 가사입니다. 이 작품에서 ‘오케이’는 ‘좋다, 문제없다’는 ‘OK’를 뜻하기도 하지만, 케이라는 여성을 부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케이는 거슈윈의 연인이었던 연상의 여성 작곡가 케이 스위프트(1897∼1993)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음악사에는 ‘최초로 (뮤지컬 삽입 노래가 아니라) 전작(全作) 뮤지컬을 완성한 여성 작곡가’로 기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케이는 어딘가 쓸쓸했던 거슈윈의 사랑을 상징하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는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았지만 미국 대중음악 스타일을 가미한 거슈윈의 음악에 빨려들었고, 거슈윈과 친해졌습니다. 이름도 본래 이름인 캐서린에서 거슈윈이 자기를 부르는 ‘케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습니다. 케이에게는 남편이 있었습니다. 뮤지컬 ‘오케이’의 남자 주인공과 같은 이름인 지미였죠. 지미는 아내와 거슈윈이 가까워지는 것을 알면서도 재능 있는 두 음악가의 사랑을 존중했고 이혼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거슈윈은 케이와의 결혼을 미뤘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유대인인 거슈윈과 비유대인인 케이의 결합을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언젠가 두 사람이 부부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거슈윈은 39세에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뇌에 종양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고, 수술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거슈윈은 수술 중 갑자기 숨을 거두었습니다. 케이는 슬픔에 빠졌지만 딛고 일어나 거슈윈의 형인 작사가 아이라와 함께 거슈윈의 유작을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다음 주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은 조지 거슈윈의 탄생 120주년 기념일입니다. 그가 그렇게 오래전 사람은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칩니다. 그와 사랑을 나눴던 연상의 케이도 사반세기 전까지 이 지상에 있었으니까요. 오늘은 거슈윈의 ‘오케이’를 들으면서 만사 오케이는 아니었던 그의 짧은 삶을 생각해 보려 합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왜 모차르트를 좋아하지 않으시나요? 친애하는 친구여, 이 점에서 우리는 너무 다르군요. 나는 모차르트를 사랑할 뿐 아니라 그를 흠모합니다. 세상에 나온 역사상 최고의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라고 생각합니다….”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후원자였던 나데즈다 폰 메크 부인에게 쓴 편지의 일부입니다. 차이콥스키는 폰 메크 부인과의 서신 교류에서 늘 조심스러운 말투를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너무 다르다’고 단언한 이 편지 구절에는 놀라움이 듭니다. 소심했던 그가 ‘모차르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후원자의 말에 내심 얼마나 화가 났는지 느껴집니다. 모차르트에 대한 경모는 그가 다섯 살 때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가 가져온 오르골 비슷한 장난감에서 ‘돈 조반니’에 나오는 아리아가 연주되자 어린 차이콥스키가 넋을 잃는 바람에 어머니는 바로 그 선율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했습니다. 10대 때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풍성한 선율미에 마음을 뺏기는 바람에 ‘외람되게도’ 한때 모차르트 오페라의 위대성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결국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모차르트에 대한 경모를 작품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47세 때 쓴 관현악 모음곡 ‘모차르티아나’는 모차르트의 작품 네 개를 차이콥스키 자신의 관현악 스타일로 편곡한 작품입니다. 이보다 10년 앞서 발표된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서는 직접 모차르트의 선율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모차르트의 투명하고 감각적인 변주곡 스타일을 오마주했습니다. 첼로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협연하는 작품입니다. 이 곡을 초연한 첼리스트 피첸하겐은 차이콥스키의 구성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변주의 순서를 바꾸었고, 차이콥스키는 화가 났지만 오늘날에도 피첸하겐이 재구성한 악보가 널리 연주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4, 15일 차이콥스키의 원래 설계대로 이 곡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클로시 페레니의 차이콥스키’란 제목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 헝가리 첼리스트 미클로시 페레니가 이 곡을 원보대로 연주합니다. 현악사중주 연주로 익숙한 차이콥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도 첼로 독주와 관현악 협연으로 연주됩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로 알려진 말러(사진)의 가곡집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을 ‘방랑직인(職人)의 노래’로 번역한 걸 처음 보았을 때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Geselle’는 흔히 ‘젊은이’ ‘녀석’으로 번역되고, 현대 독일어에서 실제 그렇게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방랑직인’이라는 번역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독일 전통사회에서는 한 가지 기능을 익히는 기술자가 장인, 즉 ‘Meister’ 자격을 얻기 전에 돌아다니면서 기술을 연마하는 기간이 있었고 이런 젊은 기술인을 ‘Geselle’로 불렀다고 합니다. 현대 독일어에서 ‘젊은이’라는 뜻으로 쓰는 같은 단어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이 말러의 가곡집은 여러 점에서 반세기 앞서 나온 슈베르트의 가곡집들을 연상시킵니다. 시작부터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처럼 사랑에 상처 입고 괴로워하는 젊은이가 나오고, 방황하며 안식을 찾는 듯하다가 뚜렷한 결말 없이 길 위에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슈베르트의 다른 가곡집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도 방랑하며 기술을 배우는 젊은이가 주인공입니다. 이 곡을 쓸 때 말러의 모습이 이 주인공들과 비슷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 시대 지휘자들은 작은 도시에서 실력을 쌓아 더 큰 도시로 옮기는 ‘방랑’을 통해 경력을 키워나갔습니다.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든, ‘방랑직인의 노래’든 말러가 작곡생활 초기에 쓴 이 가곡집에는 이해하기 쉽고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넘칩니다. 특히 말러 교향곡의 팬들에게는 더욱 익숙한 선율들입니다. 이 가곡집의 두 번째, 네 번째 곡 멜로디는 말러의 1번 교향곡 1악장과 3악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청춘의 실패한 사랑과 같은 여운을 남깁니다. 진솔이 지휘하는 아르티제 오케스트라가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9일 말러의 이 가곡집과 교향곡 1번을 연주합니다. 바리톤 공병우가 솔로를 맡습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라는 제목이 사용되었습니다. 콘서트 전반부에 나온 선율이 후반부에 교향곡으로 다시 나오니 처음 듣는 사람에게도 흥미로울 듯합니다.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21일 오후 경기 이천시 남곡농원. 초로의 마을 여성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올해 4월부터 영상 제작을 진행해 온 경기 이천문화원의 ‘할프리카 TV’ 프로그램 열여섯 번째 날이었다. 할머니들은 서넛씩 무리를 지어 앉았고, 카메라에 빨간 녹화 신호가 들어왔다. 이날은 날씨 때문에 마을 취재를 나가지 않고 각자의 옛 추억을 말하며 녹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도 질 수 없다 싶어 지붕에서 홀딱 뛰어내렸지. 그런데 어린 조카가 못 뛰고 울상을 짓고 있는 거야. 야, 너도 뛰어내려 했더니 마지못해 뛰는데 빨랫줄에 그만 턱이 걸렸어. 그러고는 뒤로 떨어져서 기절을 한 거야.” 폭소가 터졌다. “너무 오래 웃었어. 끊고 갑시다.” 잠시 ‘티타임’이 이어지는 동안 할머니들은 영상을 재생해 보며 다시 한번 웃음꽃을 피웠다. “너무 가깝게 찍은 거 아냐?” “아냐. 더 멀리 가면 누군지 몰라.” 할프리카 TV는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올해 실시하는 ‘문화로 청춘’ 프로그램 299개 사업 중 ‘어르신&청년 협력프로젝트’ 12개 프로그램 중 하나다. 노인들이 TV 프로그램의 리포터와 비슷한 1인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다. 청년 문화기획 모임 ‘이제이팩토리’ 소속 청년들의 협력으로 기획안 만들기, 카메라 작동법, 촬영 기술까지 익혔다. 지금까지 맛집 방문이나 자신들의 요리 모습을 담은 ‘쿡방, 먹방’ 등의 영상물을 제작했고 유튜브에 영상들을 공유하고 있다. 9월 중에는 이천의 문화축제인 ‘설봉문화제’를 찾아 축제 모습도 담아낼 예정이다. “어르신들과 뭔가 콘텐츠를 만든 일이 없어 처음엔 어색했죠. 그러나 처음부터 할머니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셨고 젊은 세대와 함께 작업하는 걸 즐거워하셨어요.” 이제이팩토리의 할프리카 TV 제작을 지원하는 ‘블랙래빗 87’ 한도영 대표는 “영상 기술을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세대 간에 거리를 줄여나가는 데도 의미가 큰 시간”이라고 말했다. 팀에서 ‘BJ 런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김점심 씨(65)는 “나이 든 사람은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표현하고 싶은 게 있어도 방법을 알기가 쉽지 않은데, 몰랐던 것을 알아가게 되니 빠져든다. 곳곳을 화면에 담으면서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소중함도 다시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24일 오후 고양문화원의 ‘마을라디오 별이 빛나는 고양 FM’ 제작이 한창인 경기 고양시 원당행복학습관을 찾았다. 동영상을 제작하는 할프리카 TV와 달리 이곳에서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15명을 4개 조로 나누어 한 조는 지난주 완성된 프로그램을 발표한 뒤 다음 프로그램 기획을 논의하고, 두 조는 취재를 나가고, 다른 한 조는 취재해 온 음성을 청년 문화단체 ‘더불어꿈’과 함께 편집해 본다. 이날 발표된 완성 프로그램은 ‘오늘도 좋은 날’ 팀이 제작한 ‘여름의 기억들’. 젊은 시절 참외를 찬물에 담가 먹던 기억, 위험한 저수지에 멱 감으러 갔다가 어른들에게 옷을 빼앗기고 발발 떨며 벌서던 기억, 원두막에서의 애틋한 첫사랑의 추억 등이 스피커를 통해 전해질 때마다 자리에 모인 노인들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 밖에 광주 서구에서는 청년 문화단체 ‘프랜리’가 발산마을에서 ‘할배할멈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을 지켜온 노인들이 마을 기자단이 되어 자신들이 발굴한 소식을 기사로 적고 사진을 곁들인 마을 소식지로 제작하며 영상도 만들어 다른 마을과 공유할 계획이다. 대전 대덕문화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비바 대덕청춘방송국’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주간기관인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유튜브나 SNS 등의 활동에 늦어지는 노인층이 사회적인 소통 과정에서 배제되기 쉬운 환경이 되고 있다”며 “청년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영상이나 팟캐스트용 콘텐츠를 생산해 노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록 하며, 사회적인 성취감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전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올해 ‘어르신문화프로그램’ 일환으로 ‘어르신&청년 협력프로젝트’ 외에 어르신 문화예술 교육 지원, 어르신 문화예술 동아리 지원, 야외공연 ‘찾아가는 문화로 청춘’ 등의 사업을 실시한다. ‘어르신&청년 협력프로젝트’로는 콘텐츠 제작 외에 꽃 예술 창작을 통해 공동체의 소통을 꾀하는 경기 군포시의 ‘꽃소동 화훼×화해’, 충북 옥천군의 ‘어르신 자서전 발간 사업’ 등이 펼쳐진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단지 소일거리를 드리겠다는 정도로 노인 문화활동을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문화예술적인 감수성을 충분히 갖추고 새로운 문화에 거부감이 적은 ‘영올드(Young-Old)’ 세대가 노인층의 주류가 되고 있기 때문이죠.” 어르신문화프로그램 ‘문화로 청춘’을 주관하는 한국문화원연합회의 김태웅 회장은 “앞으로 노인 또는 영올드 세대가 생산한 문화콘텐츠가 우리 사회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2005년 시범사업으로 ‘어르신문화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노인층이 문화예술을 더 폭넓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죠. 이제 노인들은 사회적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고령사회를 맞아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서 더 나아가 노인의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욱 존중받을 방법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문화예술활동 지원뿐 아니라 노인이 경연을 하는 축제 ‘실버문화페스티벌’ 사업도 기획 운영하고 있다. 전국 10개 지역에서 오디션을 거쳐 매년 9월 서울에서 본선 경연을 한다. “갈고닦은 실력을 무대에서 선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참여하는 노인의 만족도가 높은 행사입니다. 앞으로 한층 더 이런 참여형 문화예술 행사가 노인의 일상이 될 것입니다.” 김 회장은 서울중랑문화원장과 서울시문화원연합회장을 거쳐 올해 한국문화원연합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이후 전국 지방문화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직원들의 교육과정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향후 중요 계획에 대해 그는 “231개 지방문화원과 함께 새로운 지역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원천콘텐츠 발굴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렇게 발굴된 콘텐츠를 지역문화 자료로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 1962년 설립된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우리나라의 문화원은 1947년 인천 강화군에 처음 설립된 뒤 전국에서 각 지방의 향토문화를 진흥하기 위해 문화사업과 사회교육사업을 실시해왔다. 1962년에는 전국 문화원 활동의 중심인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설립되어 정식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받았다. 오늘날 전국에 231개 지방문화원이 운영되고 있으며 회원 수만 20만 명에 이른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문화체육관광연감 발간 및 보급, 기관지 ‘우리문화’ 발간, 지방문화원 연수 교육 등 역량강화 사업을 펼치는 한편으로 대한민국문화원상 시상, 전국향토문화공모전, 지역문화자원 향토자료 발굴 지원, 한식문화 진흥 등의 사업도 펼치고 있다. 각 지방문화원이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소재로 지역 소모임, 문화해설사, 마을합창단이나 지역사 연구 모임 등이 참여하는 참여형 문화예술 프로그램 ‘문화가 있는 날’ 참여 활성화 지원 등도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역할 중 하나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1850년 8월 28일, 우리 대부분이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듣는 음악이 세상에 첫선을 보입니다. 독일 바이마르에서 초연된 바그너(사진)의 오페라 ‘로엔그린’이죠. 이 오페라에 나오는 ‘결혼행진곡’은 구미 각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결혼식장에서도 연주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곡가 바그너는 이 초연 현장에 없었습니다. 대신 피아노 명인이자 작곡가였던 프란츠 리스트가 공연을 지휘했죠. 바그너는 전해 독일 시민혁명의 와중에 당국의 수배를 받아 해외로 도피한 상태였습니다. 바그너의 맹렬한 지지자였던 리스트는 공연 날짜에도 의미를 담았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재상으로 재직했던 천재 괴테의 101번째 생일을 맞아 이 곡을 선보인 것입니다. 당시 리스트는 마리다구 백작 부인과의 사이에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습니다. 결혼행진곡 장면을 지휘하면서 그는 자신의 아이들도 그렇게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결혼식을 올리기를 소망했을까요? 그러지는 않았을 듯싶습니다. ‘로엔그린’의 결혼은 파국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신랑인 백조의 기사는 신부 엘자가 ‘금기’인 자신의 이름을 묻자 떠나버리고, 엘자는 충격을 받아 죽어버립니다. 이런 내용을 보면 오늘날 전 세계에서 이 곡이 결혼 축하의 순간에 연주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이후 리스트와 바그너의 관계도 파란을 겪게 됩니다. 리스트의 첫딸이었던 블란디네는 프랑스 정치인과 결혼한 뒤 5년 만에 네 아이를 남겨두고 죽었고, 아들 다니엘도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둘째 딸인 코지마가 남았는데, 지휘자 한스 폰 뷜로와 결혼했던 이 딸이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을 전합니다. 바그너를 사랑하고 있으며, 남편과 헤어져 바그너와 결합한다는 것입니다. 바그너의 ‘결혼행진곡’을 지휘할 때의 리스트라면 이런 훗날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때는 코지마가 열세 살에 불과했으니까요. 바그너와 코지마의 후손들은 오늘날 바그너 극을 공연하는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의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올해 바이로이트 축제는 지난달 25일 개막했고 내일 ‘발퀴레’를 끝으로 폐막합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그는 20세기 음악계에서 다빈치적인 만능인이었습니다. 지휘자였고, 작곡가였으며, 음악이론가였죠. 가장 미국적인 클래식 스타이기도 했습니다. 토요일인 25일이 그의 100번째 생일이군요. 바로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입니다. 번스타인의 등장은 혜성과 같았습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로 되어 있었던 브루노 발터가 앓아눕자 25세 나이에 대타로 투입되어 대성공을 거두었죠. 1958∼1969년엔 뉴욕 필 상임지휘자로 이 악단의 황금기를 이뤄냈습니다. 작곡가로서도 그는 교향곡 세 곡과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을 발표하면서 비평계와 대중의 사랑을 함께 누렸죠. 1954년부터 TV ‘청소년 음악회’를 진행하면서 음악의 매력을 전파하는 ‘구루(Guru)’로서도 그의 존재감은 각별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생애는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진보정치 활동에 열정을 쏟았고,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나는 보수주의자’라는 문건에 서명했으며, ‘미국 태생 지휘 스타’라는 상징성에 주목한 정보기관은 그를 블랙리스트에서 지웠습니다. 그가 작곡한 음악극 ‘캔디드’는 철학자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가 원작입니다. ‘캉디드’의 부제는 ‘낙관주의’이지만 주인공은 ‘세상은 악으로 가득하고, 낙원이라는 것도 별 게 아니었다’고 토로합니다. 왜 이런 ‘낙관주의’가 나왔을까요? 볼테르는 실제 낙관주의 사상가들을 조롱하고 세상의 불합리를 고발하고자 했습니다. 사상 검증을 통과해야 했던 번스타인도 그 씁쓸함을 담고자 했을 것입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0월 12,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가 지휘하는 번스타인의 ‘캔디드’를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합니다. 사족. 번스타인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았을까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자 그는 베를린으로 날아가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지휘했습니다. 이때 그는 4악장 ‘환희에의 찬가’를 ‘자유에의 찬가’로 바꾸어 부르도록 주문했습니다. 세상이 자유의 품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낙관주의’를 그는 마음에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세상의 모든 아침이 열기로 가득합니다. 올여름의 폭염은 동아시아뿐 아니라 북미도, 유럽도 피해가지 못하는 듯합니다. 제가 이달 첫 아흐레를 보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아침도 더웠습니다. 여정을 시작했던 프랑스의 파리에서는 이곳 출신 작곡가이자 바로크 시대 악기 ‘비올라 다 감바’의 명인이었던 마랭 마레(1656∼1728·사진)를 떠올렸습니다. 유럽 영화 팬들에게는 프랑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1991년)에 등장하는 인물로 친근한 인물이죠. 영화에서는 아내를 잃고 딸과 함께 은둔하는 비올라 다 감바 명인 생트콜롱브를 젊은 마레가 찾아갑니다. 생트콜롱브는 마레가 가진 출세의 열망을 알아채고는 그를 쫓아냅니다. 마레는 자신을 사랑하는 생트콜롱브의 딸 마들렌을 통해 연주 기법을 습득하고는, 마들렌을 떠나버립니다. 그가 다시 옛 스승을 찾아가는 것은 한참이 지난 뒤죠. 영화 후반에 마레 역의 제라르 드파르디외와 생트콜롱브 역의 장피에르 마리엘이 묵묵히 이중주를 펼치는 장면은 잊히지 않습니다. 인상 깊은 장면들만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비올라 다 감바 음악들이 현대인의 귀에 쉽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근한 마레의 선율도 있습니다. ‘다섯 개의 옛 프랑스 춤곡’ 중 한 곡인 ‘르 바스크(Le Basque)’입니다. 폴짝폴짝 뛰는 듯한 천진한 리듬과 선율 때문에 현악 연주자들뿐 아니라 플루티스트, 리코더 연주자들도 앙코르곡으로 즐겨 연주하고,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의 시그널 음악으로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광복절인 15일은 마레가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올해는 290주기가 되겠군요. 영화 속에는 욕망을 좇아 연인을 저버린 인물로 묘사되지만, 원작 소설을 쓴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상상력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바로크 음악의 붐이 일었으나 바흐, 헨델, 비발디 이전의 옛 음악은 보통의 음악팬들에게 아직도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레도 바흐, 헨델보다 29세나 위이지만, 영화를 통해 낯을 익힌 인물인 만큼 그를 통해 옛 음악의 세계로 한 발 더 나아가 보면 어떨까요?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지난 목요일, 화가 모네의 수련(睡蓮) 정원으로 유명한 파리 근교의 지베르니에 다녀왔습니다. 한낮의 태양을 받아 빛나는 연못과 수련 잎, 가지를 늘어뜨린 버드나무의 잎들이 모네가 재현했던 화폭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누군가 옆을 지나가면서 ‘그림이 더 낫네’ 했습니다. 흔들리는 물결과 잎들의 느낌을 모네의 그림이 더 충만하게 표현하는 것도 같습니다.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은 인식철학이 그 배경이 되어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대상을, 예를 들어 사과를 열심히 관찰해도 우리가 얻는 것은 사과의 맛, 사과의 색깔, 사과를 두드렸을 때 나는 소리 등 감각의 총체일 뿐 사과라는 대상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상을 세밀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우리가 대상에서 느끼는 감각을 더 충실하게 나타내겠다는 생각에서 인상주의 운동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사진술의 발달로 ‘세밀하게’ 대상을 묘사하는 데서 의미를 찾기 힘들어진 것도 이런 인식의 한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돌아오면서 동행한 분들과 함께 드뷔시의 피아노 모음곡 ‘영상’ 중 첫 곡 ‘물의 반영’을 들었습니다. 제가 예전 이 코너에 썼던 표현을 인용해 ‘인상주의 미술에서 윤곽선이 흐릿해지듯이 인상주의 음악에서는 선율이 해체되어 동기(motive)들로 떠다닌다. 인상주의 미술에서 물감들이 중첩되며 예전에 없던 색감을 만들어냈듯, 화음도 규칙에서 벗어나 중첩되며 새로운 음의 인상을 표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상주의 미술가들보다 한 세대 늦게 나온 드뷔시, 라벨 등 음악가들은 ‘인상주의 음악’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날 그들은 인상주의 음악가들로 불립니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은 이 같은 ‘인상주의적’ 특징을 짙게 나타냅니다. 한 시대의 사상, 그리고 문학, 미술, 음악 등 여러 예술 장르들은 시대 안에서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다원적 사회로 불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와 시대에 대해서도 훗날의 사람들은 큰 범주로 묶이는 일정한 특징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 특징일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덥다 덥다 해도 너무 덥군요. 이번 주를 피크로 많은 분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을 여행하는 분도 많을 텐데요, 그쪽의 한여름 더위도 우리 못지않게 대단합니다. 여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분들은 도시 곳곳에 자리 잡은 분수를 보며 시원하게 눈을 식히게 되죠. 어떤 분수는 손을 담그거나 세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여행자에게는 그야말로 꿀과 같은 선물이 됩니다. 이탈리아 근대의 작곡 거장 오토리노 레스피기는 4부로 구성된 교향시 ‘로마의 분수’에서 ‘영원의 도시’ 로마를 수놓은 네 개의 분수를 소리의 시로 표현했습니다. ‘새벽 줄리아 계곡의 분수’ ‘아침의 트리토네 분수’ ‘한낮의 트레비 분수’ ‘해질녘 빌라 메디치의 분수’입니다. 줄리아 계곡과 빌라 메디치의 분수는 여행객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바르베리니 광장에 있는 트리토네 분수는 매일같이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그래도 트레비 분수의 유명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죠. 트리토네 분수와 트레비 분수 모두 바다의 신 넵투누스를 형상화하고 있는데, 레스피기의 정교한 관현악을 통해 넵투누스가 부는 소라나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마침 5년 전 이맘때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를 소개하면서 폭염을 날려버릴 것 같은 장쾌한 음악이라고 소개했군요. ‘로마의 분수’는 콘서트에서 ‘로마의 소나무’보다 덜 소개되는 편이지만 시원한 물줄기를 상상하면서 더위를 날려버리기에는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내일(8월 1일) 유럽으로 떠납니다. 파리에서 출발해 남유럽을 거쳐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야외 오페라 축제를 관람합니다. 이 축제의 상징과도 같은 베르디의 거작 ‘아이다’입니다. 로마를 들르지는 않지만, 함께하시는 분들에게는 레스피기의 장려한 음악에 대해 더 상세하게 설명드릴 생각입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잘츠부르크 8월 음악축제가 우리를 부른다. 프라하, 바이로이트, 뮌헨, 빈 등 19세기 세계 음악문화의 수도였던 오랜 문화도시들이 손짓한다. 성악예술의 살아있는 전설인 플라시도 도밍고를 만나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차기 수장인 키릴 페트렌코와 현재 가장 핫한 여성 피아니스트 유자 왕의 협연 무대를 눈앞에서 감상한다. 동아일보사가 8월 22∼30일 총 9일 일정으로 마련한 ‘잘츠부르크 여름음악축제 테마여행’이다. 동아일보 유윤종 음악전문기자가 전 일정을 동행하며 포근한 선율 속으로 안내한다. 첫날인 8월 22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국적기는 같은 날짜 오후에 체코 프라하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하룻밤을 휴식한 뒤 이튿날 ‘동유럽의 파리’로 불리는 문화도시 프라하의 매력에 푹 빠져본다. 3일째인 24일, 체코 최고의 관광 명소로 꼽히는 온천마을 카를로비바리를 찾아간다. 쇼팽과 바그너, 괴테도 몸과 마음의 안식을 찾았던 평화로운 거리다. 바그너 음악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축제극장의 열기를 바로 옆에서 느껴볼 수 있다. 4일째의 탐방지는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무대인 뉘른베르크다. ‘신성로마제국의 보석상자’로 불렸던 구시가지의 매력을 속속들이 탐색한 뒤 독일이 자랑하는 ‘럭셔리 시티’ 뮌헨으로 향한다. 5일째인 26일,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로 향하면서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잘츠부르크 여름음악축제에 몸을 담근다. 6일째인 27일에는 중부 유럽의 지상천국으로 불리는 잘츠카머구트 일대를 돌아본다. 마지막 28일엔 세계 음악의 수도 빈으로 향한다. 클림트의 ‘키스’가 전시된 미술관 벨베데레 궁전, 빈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등을 둘러본 뒤 모든 일정을 마친다. 자세한 사항은 ‘투어동아’를 검색하면 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클래식 음악이 대중음악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가요나 팝송은 연주하는 사람마다 다른데, 클래식은 누구나 똑같은 악보를 놓고 그대로 연주하죠.” 한 음악 강의에서 들은 얘기입니다. 흠… 대체로 맞는 얘기입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 알아보려면 소리의 녹음과 대량 복제, 전기 증폭장치가 음악 문화에 끼친 영향을 길게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위의 간략한 설명을 이해하면서도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을 뿐이죠. 그런데 과연 클래식 음악은 누구나 악보를 똑같이 연주할까요? 악보를 해석하는 눈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악보를 연주해도 연주자나 악단마다 다르게 들리고, 거기에 (클래식) 음악의 묘미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도 의도적으로 악보와 다르게 연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청중이 잘 모르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차이콥스키(사진)의 교향곡 5번 4악장이 그렇습니다. 곡이 마지막으로 나아가면서, 1악장 서두에 나왔던 우울한 단조 선율이 장조로 바뀌어 행진곡처럼 당당하게 진행됩니다. 현의 합주가 트럼펫으로 이어지고, 클라이맥스로 나아가면서 바이올린 파트가 E, F#, G#, A, B음까지 한 음씩 올라가며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이 순간, 금관악기 중 소리가 높은 트럼펫은 E 음을 다섯 번 그대로 불도록 악보에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지휘자는 트럼펫이 바이올린을 따라 B까지 올라가도록 합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음반을 찾아볼까요? 최근 연주에서 야프 판즈베던 지휘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악보 그대로 연주합니다. 그러나 사도 유타카가 지휘하는 베를린 도이치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트럼펫이 바이올린을 따라갑니다. 이유가 뭘까요? 차이콥스키는 바이올린만 선율을 연주해도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빚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지휘자들은 트럼펫이 받쳐주어야 효과가 난다고 판단했겠죠. 그런데 만약 청중이 분명히 다르다고 느낀다면, 지휘자들이 악보에서 벗어난 연주를 하기를 꺼렸을 겁니다. ‘작곡가의 의도를 분명히 벗어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우니까요. 이런 점을 알아나가는 것도 클래식 음악 듣기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장마가 돌아왔군요. 예전에 브람스 가곡 ‘비의 노래’를 소개한 바 있죠.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가 작품 속에 폭풍우를 즐겨 집어넣는다는 얘기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비를 묘사한 음악은 생각 외로 적습니다. 우리는 ‘비’에서 호젓함을 느끼며 그 분위기를 즐기기도 하지만, 유럽인 대부분은 무조건 햇살을 반기는 편인 듯합니다. 유럽 밖으로 나와서 ‘비 음악’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미국 작곡가 퍼디 그로페(1892∼1972·사진)는 모음곡 ‘그랜드 캐니언’ 마지막 다섯 번째 악장을 ‘폭우(Cloudburst)’라는 제목으로 장식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예사 비가 아닙니다. 충격음과 같은 짧은 음표와 피아노가 먼 곳의 뇌우를 묘사하는 듯싶더니, 이윽고 모든 악기가 총동원되어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둔중한 팀파니의 타격은 지평선 곳곳을 때리는 벼락을 연상시킵니다. 디지털 녹음 초기였던 1987년, 미국 음반사 텔락은 흥미로운 음반을 내놓았습니다. 에릭 컨즐 지휘로 신시내티 팝스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그랜드 캐니언’ 모음곡으로, 평범하다면 평범한 음반이었지만 마지막 트랙에는 다른 데 없는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미국의 대평원에서 녹음한 비바람 소리와 천둥소리를 오케스트라 연주와 조합한 것입니다. 효과적인 음향을 얻기 위해서 비바람과 천둥 자체도 각각 다른 날짜에 녹음했습니다. 녹음 자체보다도 기다리는 고생이 심했을 듯합니다. 이렇게 나온 음반에는 ‘실제 천둥소리가 들어 있음. 소리 크기 주의!’라는 경고문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악단이 녹음한, 실제 대포 소리가 들어 있는 차이콥스키 ‘1812년’ 서곡과 함께 이 음반은 오디오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죠. CD 외에 두 음반의 LP는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엄청난 저음의 양 때문에 고급 오디오가 아니면 바늘이 튀어서 재생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랜드 캐니언’ 모음곡에는 이 곡 외에도 아름다운 노을을 묘사한 ‘일몰’ 악장을 비롯해 매력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요즘에는 무료로 제공되는 인터넷 스트리밍 음원으로도 위에 소개한 음반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이 여름, 무대를 향한 당신의 꿈은 현실이 된다. 유명 뮤지컬 감독과 스타들이 모인 심사위원단 앞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끼를 마음껏 펼쳐 보일 기회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동아뮤지컬콩쿠르가 지난해의 뜨거운 무대를 발판으로 올해 2회를 맞는다. 서울 동작구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예선은 8월 6∼10일, 본선은 8월 20일에 펼쳐진다. 중학생에서 일반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참가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제1회 동아뮤지컬콩쿠르에 도전한 참가자들은 최정원 김소현 손준호 씨 등 국내 대표 뮤지컬 배우들과 유명 제작자, 연출가, 음악감독이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눈을 커다랗게 떴다. 동아음악콩쿠르, 동아무용콩쿠르, 동아국악콩쿠르,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등 국내 대표 콩쿠르들을 반세기 이상 주최해 온 동아일보사의 매끄러운 진행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뮤지컬 영재로 소개된 참가자, 뮤지컬 스타의 꿈을 지닌 연예인의 자녀 등도 뜨거운 경쟁을 통해 수상의 영광을 안아 화제가 됐다. 뮤지컬 ‘서편제’에 나오는 ‘원망’을 불러 대학·일반부 금상을 수상한 임효원 씨는 수상 후 채널A ‘김현욱의 굿모닝’에 출연해 “동아콩쿠르가 갖는 무게감을 느끼고 도전했는데 좋은 결과를 안게 되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콩쿠르에서 첫 시상식을 진행한 뮤지컬 배우 남경주 씨는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뮤지컬에 도전하고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운데 권위 있는 동아콩쿠르의 이름으로 대회가 개최돼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을 위한 경쟁을 넘어, 뮤지컬 전공자와 애호가가 하나가 되는 장이 되고 참가자들이 연습하는 과정에서도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뮤지컬 배우 최정원 씨도 “학생에서 일반인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이 가슴속에 간직한 꿈 하나하나를 느낄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 더욱 많은 사람이 꿈을 갖고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콩쿠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중등부, 고등부, 대학·일반부 등 3개 부문에서 실시한다. 참가자는 국내외 프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적이 없어야 한다. 예선에서는 뮤지컬 곡 가운데 한 곡을 자유롭게 선택해 3∼4분 내외로 부르면 된다. 본선에서는 자신이 고른 뮤지컬 곡 전곡을 부른다. 예선곡과 본선곡은 중복되면 안 된다. 입상자에게는 상장, 상금과 함께 풍부한 특전이 제공된다. 지난해에는 더 뮤지컬 페스티벌 인 갤럭시(The Musical Festival in Galaxy)에 입상자 9명이 출연했다. 올해 입상자들은 뮤지컬 ‘영웅’ ‘투란도트’ ‘파리넬리’ 등의 보컬코칭을 한 김민정 보컬코치(경복대 뮤지컬학과 조교수)가 진행하는 마스터클래스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김 코치는 음성과학을 기반으로 한 발성코치법으로 정성화, 박건형 등 국내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들을 지도했다. 참가 신청은 이달 31일까지.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2018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가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누르고 8강에 진출했군요. 16년 전 우리나라가 그랬듯 러시아 전체가 흠뻑 축제 분위기에 빠져 있을 듯합니다. 4강전이나 결승전에서도 러시아 국가를 듣게 될까요? 러시아 국가라고 하면 음악팬들은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이나 ‘슬라브 행진곡’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관현악곡들 뒷부분에 러시아 국가가 장엄하게 등장하니까요. 하지만 그 러시아 국가는 러시아 혁명과 함께 폐기된 제정 러시아의 국가입니다. 오늘날의 러시아 국가는 어떤 곡일까요? 이 곡의 선율은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프가 1939년 공산당 당가로 작곡했고 1943년부터 소련 국가로 쓰였습니다. 그런데 가사는 이후 두 차례나 바뀌었습니다. 그 기구한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 국가의 작사가인 세르게이 미할코프(사진)는 동화 작가이자 극작가였는데, 스탈린이 그의 작품을 좋아한 나머지 그에게 국가의 작사를 명령했습니다. 미할코프는 독재자의 구미에 맞게 그를 칭송하는 내용을 붙여 가사를 썼습니다. 그러나 1953년 스탈린이 죽고 스탈린 격하운동이 벌어지자 이 가사는 시대에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련 당국의 선택은 ‘가사 없이 연주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나 1977년에야 스탈린에 관한 표현이 삭제된 새 가사가 이 선율에 붙여져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가사도 이미 64세가 된 미할코프가 새로 쓴 것이었습니다. 이 또한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된 뒤 러시아연방의 국가가 이를 대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들은 사라진 소련의 국가를 그리워했고, 2000년 대통령이 된 블라디미르 푸틴은 옛 소련 국가를 되살려 새 러시아 국가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누가 새 가사를 붙일까요? 러시아인들은 시골에서 안온한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던 미할코프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는 이미 87세였지만 기꺼이 러시아의 새 국가를 썼습니다. 미할코프는 2009년 96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러시아가 2018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되기 한 해 전이었습니다.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여름. 유럽의 일류 음악가와 음악팬들은 대도시를 떠나 음악축제로 향한다. 세계 최고의 명문 음악축제로 꼽히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음악축제를 비롯해 자연과 유적지를 배경으로 풍요한 축제들이 클래식 팬에게 손짓한다.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올해 최고 관심사는 비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에서 열창을 펼친 러시아 소프라노계의 떠오르는 스타 아이다 가리풀리나가 여주인공 레일라로 출연하고, 그를 연모하는 주르가 역에는 성악계 전설인 플라시도 도밍고가 나온다. 두 사람이 함께 선 모습만으로도 음악팬에게는 ‘인생 공연’이라 할 만하다. 잘츠부르크 음악축제는 모차르트의 고향에서 1920년 시작된 세계 최고 권위의 예술축제다. 1960∼80년대에 지휘계 거장 카라얀이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카라얀의 축제’로도 명성을 높였다. 올해는 7월 20일부터 8월 30일까지 열린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의 악단과 지휘 명장, 최고 성악가들의 무대로 채워진다. 사이먼 래틀의 뒤를 이어 2019년부터 베를린 필 수석지휘자로 취임하는 ‘차기 세계 음악계 황제’ 키릴 페트렌코도 베를린 필과 함께 출연한다. 세계 최고의 지휘자와 ‘그의 악기’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1년이나 앞서 보는 드문 기회다. 8월 26, 27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프란츠 슈미트 등의 작품을 연주하며, 27일에는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스위스 루체른 음악축제 1938년 시작된 축제로, 올해는 8월 17일부터 한 달 동안 열린다. 2003년부터 전 유럽의 정상급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출연하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축제의 명성을 높이고 있다. 2016년부터 리카르도 샤이가 이 악단을 이끌고 있다. 최신 설비의 연주회장 KKL(루체른 문화·회의 센터)도 품격 높은 음향으로 인기가 높다.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지휘하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콘서트, 조너선 노트 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콘서트 등이 열린다.○ 야외 오페라 축제 서기 1세기의 로마 원형극장에서 열리는 ‘야외 오페라의 대명사’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6월 22일에 개막했으며 9월 1일까지 계속된다. 이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최초 작품이자 축제의 대명사인 베르디 ‘아이다’ 외 비제 ‘카르멘’, 푸치니 ‘투란도트’를 유적 위에 올린다. 프랑스 남부 오랑주의 로마극장에서 열리는 오랑주 페스티벌은 로마시대의 연극 극장에서 개최되어 음향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6월 20일 개막해 8월 4일까지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모차르트 ‘마술피리’ 등을 공연한다.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에서 호수 위의 무대를 바라보며 감상하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제 ‘카르멘’을 공연한다. 동아일보사는 잘츠부르크에서 가리풀리나와 도밍고가 출연하는 ‘진주조개잡이’ 및 페트렌코 지휘 베를린 필 공연을 감상하고 오스트리아 독일 체코의 명승지를 탐방하는 음악여행을 8월 22∼30일 9일 일정으로 진행한다. 프랑스 오랑주 오페라축제와 이탈리아 베로나 축제를 찾아가는 오페라 축제 여행도 8월 1∼9일 9일 일정으로 펼쳐진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제34회 동아국악콩쿠르에서 김기진 씨(22·중앙대 4년)가 판소리 부문 일반부 금상을, 김소원 양(18·국악고 3년)이 판소리 부문 학생부 금상을 받았다. 동아일보사와 국립국악원이 공동 주최하고 롯데그룹 협찬으로 6월 9일부터 열린 올해 동아국악콩쿠르는 일반부 9개 부문(작곡 판소리 정가 가야금 거문고 피리 대금 해금 아쟁)과 학생부 7개 부문(작곡 아쟁 제외)으로 열렸다. 본선 진출자 77명 가운데 일반부 10명, 학생부 6명의 금상 수상자를 포함해 43명의 입상자가 나왔다. 시상식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 반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렸다. 상금은 일반부가 금상 100만 원, 은상 70만 원, 동상 50만 원이며 학생부는 금상 70만 원, 은상 50만 원, 동상 30만 원이다. 작곡 부문 수석에게 시상되는 ‘전인평 국악작곡상’은 손성국 씨(21·서울대 3년)가 받았다. 민속국악기사(대표 조대석)가 제공하는 거문고를 부상으로 받는 ‘민속국악기상’은 문숙 씨(23·서울대 졸)와 김혁수 군(17·국악고 2년)에게 돌아갔다. 동아국악콩쿠르 16개 부문의 심사 결과와 심사평은 6일부터 확인할 수 있다. 본선 실황은 동영상으로 제작해 8월 6일부터 동아국악콩쿠르 홈페이지에서 유료로 서비스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부문별 수상자 ▼◇작곡 ▽일반부 △금상 손성국(21·서울대 3년) △은상 이재준(21·서울대 4년) △동상 김상진(21·한국예술종합학교 4년) ◇판소리 ▽일반부 △금상 김기진(22·중앙대 4년) △은상 지명인(22·한예종 3년) ▽학생부 △금상 김소원(18·국악고 3년) △은상 박두리(18·전남예술고 3년) △동상 이혜진(17·국악고 2년) ◇정가 ▽일반부 △금상 김재민(19·한양대 2년) △동상 이유림(20·서울대 3년) ▽학생부 △동상 조예진(17·국악고 3년) ◇가야금 ▽일반부 △금상 임도경(23·서울대 대학원 1년) △은상 이승준(18·한양대 1년) △동상 최여천(22·한양대 4년) ▽학생부 △금상 하병훈(18·국악고 3년) △은상 유소은(18·국악고 3년) 김은세(17·국악고 2년) ◇거문고 ▽일반부 △금상 문숙(23·서울대 졸) △은상 박지수(21·서울대 4년) ▽학생부 △금상 김혁수(17·국악고 2년) △은상 홍세인(16·국악고 2년) △동상 윤재민(17·국악고 3년) ◇피리 ▽일반부 △금상 오초롱(28·한예종 졸) 홍지혜(26·이화여대 졸) △동상 이나연(26·서울대 졸) ▽학생부 △금상 이정빈(16·국악고 2년) △은상 이도연(18·국악고 3년) △동상 박성빈(17·국악고 2년) ◇대금 ▽일반부 △금상 권민창(23·영남대 4년) △은상 김윤우(25·영남대 4년) △동상 최서윤(27·이화여대 졸업) ▽학생부 △금상 유수빈(18·국악고 3년) △은상 최서경(18·국악고 3년) △동상 민병제(18·전통예고 3년) ◇해금 ▽일반부 △금상 선지우(18·서울대 1년) △은상 김윤미(20·단국대 1년) △동상 박성욱(26·한예종 4년) ▽학생부 △금상 고현서(18·전통예고 3년) △은상 김원빈(17·전통예고 3년) 강현지(17·국악고 2년) ◇아쟁 ▽일반부 △금상 김동훈(22·한예종 4년) △은상 이혜리(22·한양대 3년) △동상 이주희(21·중앙대 3년)}

모차르트(사진)의 마지막 교향곡 세 곡인 39번, 40번, 41번(‘주피터’)은 그의 ‘3대 교향곡’으로 불립니다. 모차르트는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788년의 여름 두 달 사이에 이 세 곡을 한꺼번에 썼고 그 뒤에는 교향곡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들의 성격은 서로 대비됩니다. 39번은 경쾌하고 우아하며, 40번은 우수와 비애로 가득합니다. 41번 ‘주피터’는 후세 사람들이 그리스 신화의 주신(主神) 주피터의 이름을 붙일 만큼 위풍당당하고 장려합니다. 이 세 곡을 모차르트가 왜 몰아 썼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습니다. 누가 어떤 연주회에서 쓰기 위해 이 작품들을 위촉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세 작품이 한 연주회에서 계속 이어서 연주하기 위해 작곡된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2016년 세상을 떠난 지휘자 겸 음악학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분석입니다. 세 작품을 계속 연주해도 말러의 교향곡 한 곡 정도 길이인 80분 남짓이고, 세 곡의 성격이 위에 얘기한 대로 경쾌-우수-장려함의 특징을 갖고 있으니 고전주의 음악 작품이 흔히 갖는 ‘경쾌한 1악장, 서정적인 2악장, 힘찬 3(4)악장’이라는 구조와도 통합니다. 그런데 아르농쿠르는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합니다. 모차르트 시대의 교향곡 첫 악장에는 길고 느린 ‘서주’가 붙는 일이 많았습니다. ‘자, 이제 곡을 시작합니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마지막 악장에는 흔히 길고 장려한 코다(coda·종결부)를 붙였습니다. ‘이렇게 힘을 기울여 전곡을 마무리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 세 곡 중에는 앞 곡인 39번에만 서주가 있고, 마지막 악장의 코다는 끝 곡인 41번에만 있습니다. 즉, 세 곡을 연달아 연주할 경우 첫 부분에 ‘시작’의 신호가, 마지막 부분에 ‘끝’의 신호가 주어져서 완성미를 갖추는 셈입니다. 28, 29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 지휘로 모차르트의 마지막 ‘3대 교향곡’을 잇달아 연주합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한 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악축제, ‘카라얀의 축제’로 불렸지만 오늘날 명성이 더 높은 잘츠부르크 8월 음악축제가 우리를 부른다. 프라하와 바이로이트와 뮌헨과 빈, 19세기 세계 음악문화의 수도였던 오랜 문화도시들이 손짓한다. 성악예술의 살아있는 전설인 플라시도 도밍고를 만나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차기 수장인 키릴 페트렌코와 현재 가장 핫한 여성 피아니스트 유자 왕의 협연 무대를 눈앞에서 감상한다. 동아일보사가 8월 22∼30일 총 9일 일정으로 마련한 ‘잘츠부르크 여름음악축제 테마여행’이다. 동아일보 유윤종 음악전문기자가 전 일정을 동행하며 포근한 선율 속으로 안내한다. 첫날인 8월 22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국적기는 같은 날짜 오후에 체코 프라하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하룻밤을 휴식한 뒤 이튿날 ‘동유럽의 파리’로 불리는 문화도시 프라하의 매력에 푹 빠져본다. 3일째인 24일, 체코 최고의 관광명소로 꼽히는 온천마을 카를로비바리를 찾아간다. 4일째인 25일의 탐방지는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무대인 뉘른베르크다. ‘신성로마제국의 보석상자’로 불렸던 구시가지의 매력을 속속들이 탐색한 뒤 독일이 자랑하는 ‘럭셔리 시티’ 뮌헨으로 향한다. 5일째인 26일,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로 향하면서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잘츠부르크 여름음악축제에 몸을 담근다. 6일째인 27일에는 중부 유럽의 지상천국으로 불리는 잘츠카머구트 일대를 돌아본다. 이날 전 세계 오케스트라의 대명사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잘츠부르크 축제대극장에서 만난다. 다음 날인 28일, 공연의 감동을 가슴에 간직한 채 세계 음악의 수도 빈으로 향한다. 클림트의 ‘키스’ 가 전시된 미술관 벨베데레 궁전, 빈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말러가 음악감독으로 재직한 빈 오페라하우스 등을 이튿날까지 두루 둘러본 뒤 29일 빈 국제공항에서 귀국편 국적기에 탑승한다. 검색창에 ‘투어동아’.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여름이 찾아왔고, 낮에 걷기는 너무 더워졌습니다. 대신 서늘한 저녁 공기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요즘 같은 초여름 저녁이면 생각나는 음악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세레나타 노투르나’ 같은 모차르트의 ‘저녁 음악’들입니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작은 밤 음악’이란 뜻이고, ‘세레나타 노투르나’ 역시 밤에 연주하는 음악이란 뜻입니다. 이 작품들은 바로크 시대부터 모차르트 시대까지 유행한 ‘세레나데’ 또는 ‘디베르티멘토’(희유곡·嬉遊曲)의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기분 전환을 위한 즐거운 음악’이란 뜻이죠. 이런 작품들을 듣다 보면 생각나는 20세기 음악도 있습니다.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사진)의 교향곡 1번 ‘고전 교향곡’입니다. 프로코피예프가 이 작품을 쓰던 1917년 러시아는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조용한 시기는 아니었죠. 그러나 스물여섯 살이었던 젊은 작곡가는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전통에서 새로운 시대의 힌트를 얻어 보려 했습니다. 실제 이 15분 남짓한 짧은 교향곡을 듣고 있으면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스타일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교향곡’으로 쓰였고 다른 교향곡들처럼 네 개 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의 성격은 가벼운 ‘세레나데’나 ‘디베르티멘토’에 가깝습니다. 특히 두 번째 악장 라르게토(느리고 작은 악장)는 초여름 저녁이 지평선 위에 느긋하게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주죠. 중간부의 선율도 정다우면서 의뭉스러운 밤의 느낌을 떠올리게 합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이 교향곡을 작곡 이듬해인 1918년 초연했으니 올해는 ‘고전 교향곡’ 100주년을 맞는 셈입니다. 모차르트의 저녁 음악들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이 작품도 여름 저녁을 맞아 들어보시기 권합니다. 20세기 음악을 들어본 김에 말러의 교향곡 7번 ‘밤의 노래’도 감상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