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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카페를 운영하던 여성이 동물들의 끔찍한 죽음을 초래했습니다.” 경기 안양시에서 16.5m² 넓이의 원룸을 임대했던 채모 씨(31)는 15일 세입자 정모 씨(30·여)의 동물학대를 고발하는 글을 포털사이트에 올렸다. 정 씨가 4개월 치 월세를 안 내고 있는 상황에서 원룸 건물 주민들이 “뭔가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항의해 원룸에 가봤더니 정 씨는 없고 구더기가 들끓는 동물 사체들만 있었다는 것이다. 채 씨는 “동물들이 오랜 기간 원룸에 방치돼 굶다가 서로 잡아먹은 것 같다”는 글과 함께 원룸 여기저기 흩어진 배변과 고양이 머리 뼈 사진을 포털사이트에 올렸다. 채 씨는 사진을 찍은 뒤 40만 원을 들여 원룸 내부를 청소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동물카페 여주인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퍼지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16일 채 씨를 참고인으로 부른 데 이어 17일 정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동물에게 고의로 사료나 물을 주지 않아 죽게 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채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 씨가 동물들을 원룸에 방치해 죽게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정 씨는 “잃어버렸던 새끼 고양이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된 건 맞지만 일부러 방치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씨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씨가 운영하던 동물카페가 문을 닫은 뒤 원룸으로 동물들을 옮겨 방치했고 정 씨는 다른 집에서 따로 산 걸로 보인다”며 “고양이 머리뼈가 뜯겨 있던 걸로 봐선 원룸에서 키우던 큰 개가 고양이를 물어뜯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그가 6월에 밀린 월세를 받으려고 찾아간 원룸에 사람은 없고 고양이 3마리와 시베리안허스키 등 큰 개 2마리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씨가 운영했던 동물카페가 있는 안양시의 건물에서도 유사한 민원 제기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가 건물 2층의 동물카페 문을 닫은 뒤 동물들을 카페 안에 그대로 뒀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20일 찾아간 해당 동물카페는 문이 닫힌 채 문 밖에 동물 사료가 흩어져 있었다. 우편함에 꽂힌 전기요금 명세서의 6월 요금은 231만6000원이었다. 정 씨가 가게에 동물들을 둔 채 에어컨과 전등을 켜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7월 전기요금이 3880원인 점에 비춰 정 씨가 6월 말쯤 카페 내부를 정리했을 가능성이 있다. 1층 매장의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오면 악취가 심한 물이 천장으로 새어나와 1층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경찰에 다 이야기했다”며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조만간 채 씨와 정 씨를 대질 조사할 방침이다.조동주 djc@donga.com / 안양=구특교 기자}
경찰에 △검경 수사권 조정 △인권경찰 확립 △자치경찰제 도입 등 이른바 ‘3대 개혁안’을 전담 추진하는 경찰개혁추진본부(개혁본부)가 만들어졌다. 올 6월 대학교수와 법조인 등 민간인 19명으로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와 소통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최근 개혁위는 경찰 내부의 각종 범죄 첩보와 수사 정보 시스템 열람을 요구하면서 경찰 중간 간부 및 실무 경찰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경찰 개혁본부, 민간인 개혁위와 소통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개혁본부는 기존에 경찰개혁추진 태스크포스(TF)와 수사구조개혁단, 기획조정관이 각각 나눠 맡았던 인권보호, 수사개혁, 자치경찰제 도입 과제를 총괄하게 된다. 치안정감인 박진우 경찰청 차장이 본부장을, 민갑룡 기획조정관이 부본부장을 맡았다. 본부장 주재로 매주 1차례 회의를 열어 개혁 과제와 분과별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개혁위와 조율하게 된다. 앞서 개혁위는 6월부터 △인권보호 △수사개혁 △자치경찰제의 3개 분과로 나뉘어 경찰 개혁 방안을 논의해왔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개혁위 활동을 적극 지원하면서 경찰 내부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당초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하던 수사구조개혁단장은 경무관급이었는데 개혁본부에서는 1계급 높은 허경렬 수사국장(치안감)이 이 업무를 직접 지휘하기로 했다. 또 개혁본부에 외국의 수사권 현황을 파악하고 조직 개편 방안을 만드는 수사제도개편단을 구성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혁본부 출범 배경에는 경찰 개혁이 성공해야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권력기관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10월 21일(경찰의 날)쯤 개혁위와의 조율을 마치고 개혁 방안을 확정한 뒤 정부의 수사권 조정 논의에 참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10월 말 개혁위의 권고안 발표까지 2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과제가 많기 때문에 ‘3대 개혁안’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 설득 나선 이철성 경찰청장 이철성 경찰청장은 개혁위의 경찰 내부 시스템 열람 요구에 거부감을 갖는 경찰 간부와 실무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청장은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지하 1층 대강당에 경찰청에 근무하는 경감급 이상 450여 명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이게 무엇인지 맞혀 보라”며 소형 선풍기를 거꾸로 들고 날개를 봉투로 감싼 채 손잡이 부분만 보여줬다. 부하 직원들이 답변을 주저하자 이 청장은 “잘 안 보이느냐. 시력이 1.0 이상인 직원은 손들어 보라. 경품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봉투를 벗겨 선풍기 날개를 보여준 뒤 “이 선풍기도 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물건이 된다”며 “시력은 라섹 수술이나 콘택트렌즈로 교정할 수 있지만 시각은 바꾸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기존 시각을 고집해 개혁위에 협조하지 않고 갈등을 빚으면 궁극적인 목표인 경찰 개혁이 좌초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경찰관은 “새 정부가 출범하고 개혁위가 점령군처럼 경찰 조직에 들어온 듯해 못마땅했는데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적극 설득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고 말했다. 개혁위는 개혁본부 출범을 반기는 분위기다. 박경서 경찰개혁위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혁본부 출범은 14만 경찰이 인권 수호와 경찰 조직 개혁 의지로 재무장해서 민중의 지팡이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위원장으로서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최지선 기자}
민간인으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각종 범죄 첩보와 수사 정보 등이 보관된 경찰 내부 시스템의 열람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올 6월 출범한 개혁위는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이 인권보호 등 내부 혁신을 위해 대학교수와 법조인 등 민간인 18명을 위촉해 만든 자문기구다. 1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개혁위가 열람을 요구한 시스템은 범죄첩보분석시스템(CIAS)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 등 10여 개에 이른다. 대부분 담당 경찰 등만 접근할 수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개인정보와 수사정보를 민간인이 들여다볼 경우 법 위반 소지와 함께 정보 누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개혁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범죄와 수사, 일반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 면밀히 점검하려는 취지”라며 시스템 열람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민간인 사찰이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 등 위법적 행태를 감시하겠다는 것. 경찰 내부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경찰 수뇌부는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간 간부들과 실무 경찰관들은 “초법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실무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개혁위원들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않으면 경찰의 개혁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 실정법상 문제만 없으면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자료를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현장 경찰관들은 시스템을 소개하고 운영 원리를 설명하는 건 가능하지만 수사나 범죄 첩보 등 보관된 내용까지 공개하는 건 현행법 위반이라는 의견이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서 수사팀 간부는 “형사들도 자기 담당이 아닌 사건을 찾아보려면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민간인에게 불특정 사건 접근권을 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수사정보가 새어나갈 경우 수사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청장이 ‘촛불 비하’ 발언 논란으로 입지가 약해진 탓에 개혁위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민간인이 KICS를 통해 피의자 인적사항과 혐의, 수사 진행 상황 등을 당사자 동의 없이 열람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은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전산처리된 수사기록을 제3자에게 무단으로 공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도 범죄 예방과 수사 등에 관한 정보는 비공개 대상이다. CIAS와 PORMS는 열람 관련 기준을 명문화한 규정조차 없다. 그래서 경찰과 개혁위가 공개 여부를 놓고 더욱 팽팽히 맞서고 있다. PORMS의 경우 일선 정보관들의 정보 수집 및 보고 체계를 명시한 내부 지침이 3급 비밀로 지정돼 있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회의에서 개혁위와 경찰 핵심 간부들은 내부 시스템 열람 허용 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일부 개혁위 위원은 “경찰이 시스템 공개를 거부하면 개혁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위 관계자는 “우리가 경찰 내부 시스템을 마음대로 들여다보겠다는 게 아니라 경찰과 함께 열람하면서 의심 가는 사항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련히 잘하고 있으니 믿어 달라는 식으로 (경찰이) 나온다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범죄첩보분석시스템(CIAS)경찰청 과학수사센터가 운영하는 전자정보시스템. 수사첩보 작성부터 배당까지 전 과정을 관리.::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경찰을 비롯해 법무부 법원 검찰이 공동으로 사건 관련 정보를 열람·활용하는 전자정보시스템. 각 기관의 수사·기소·재판·집행 관련 문서 열람 가능.::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경찰이 관리하는 전자 정보보고 시스템. 경찰이 수집하는 각종 정보를 입력, 관리. 조동주 djc@donga.com·최지선 기자}

4일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병원 지하 1층 탈의실에서 한 여성 간호사가 스마트폰 한 대를 발견했다. 누군가 깜빡 잊고 두고 간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탈의실 내 사무집기 사이에 교묘히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몰래카메라(몰카)였다. 이곳은 남녀 간호사가 함께 쓰는 ‘공용탈의실’. 전체 100명 가까운 간호사 중 남성은 극히 일부다.○ 범죄 타깃 된 ‘남녀 공용’ 공간 서울 수서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위반 혐의로 간호사 A 씨(31·남)를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공용탈의실에서 동료 여성 간호사들이 옷 갈아입는 장면 등을 촬영했다. A 씨로부터 스마트폰을 압수한 경찰은 영상 등을 분석해 피해자 수와 영상 유포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A 씨가 오랫동안 병원에서 근무해 피해자가 상당히 많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병원은 뒤늦게 남성 간호사 등을 위한 전용공간을 마련했다. 지난해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후 남녀 공용 공간은 잠재적 범죄 현장으로 꼽히고 있다. 공용화장실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탈의실 등은 기업이나 업소 내부의 공간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10∼13일 서울 강남과 종로 일대 병원과 대형 카페 등 10곳을 확인한 결과 7곳이 공용탈의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동료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의심받지 않고 카메라를 숨길 수 있다. 최근에는 물병이나 액자 등 일상 공간에 비치하는 생활집기를 가장한 몰카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 측은 비용·공간 문제로 분리된 공간을 만드는 데 소극적이다. ○ 촬영부터 공유까지 진화하는 몰카 기술 이른바 ‘몰카놀로지’(몰카+테크놀로지 합성어)의 수준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최근 몰카를 찍다가 현장에서 적발돼도 겉으로는 흔적이 남지 않아 범행을 발뺌할 수 있는 ‘숨김앱’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숨김앱을 쓰면 몰래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스마트폰 갤러리에 남지 않고 나만의 비밀공간에 저장된다. 현장에서 다른 사람은 쉽게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직장인 B 씨(24)는 지난달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에서 난간을 딛고 올라가 2층 화장실 창문에 숨김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밀어 넣어 목욕하던 여성을 몰래 찍다가 적발됐다. 창문에 불쑥 올라온 카메라를 보고 깜짝 놀란 여성이 신고해 폐쇄회로(CC)TV 추적으로 다음 날 잡힌 B 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스마트폰 사진첩은 깔끔했고 경찰이 복원을 시도해도 영상이 나오지 않았다. B 씨의 완전범죄는 경찰이 숨김앱의 존재를 포착하면서 막을 내렸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통해 B 씨 스마트폰에서 5월경 찍은 52초 분량의 몰카 동영상을 찾아냈다. 지난달 범행 당시 B 씨 스마트폰에서 카메라앱이 2분가량 작동했던 흔적도 포착했다. 경찰이 디지털 증거를 들이밀며 추궁하자 B 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몰카를 찍자마자 바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사진 공유앱도 몰카범의 관음증과 과시욕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직장인 C 씨(24)는 6월 수도권의 한 유흥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과 술을 마신 뒤 모텔로 가 잠자리를 가졌다. 처음 만난 여성과 당일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었던 C 씨는 성관계 직후 침대에 누워 있던 여성의 나체를 스마트폰으로 몰래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C 씨가 사용한 스마트폰 사진공유 앱은 사전에 커뮤니티 주소를 설정해두면 촬영 직후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돼 있어 촬영부터 인터넷 게시까지 불과 11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의 그릇된 과시욕은 인터넷 게시글을 본 누리꾼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를 특정하고, 여성 사진을 복원하면서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스마트폰에 남겨진 디지털 증거가 성범죄 입증의 결정적 증거로 쓰이면서 디지털 분석 수요가 5년 전보다 20배나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범죄 관련 디지털 증거분석 의뢰 건수는 2012년 541건에 그쳤지만 사이버안전국이 개국한 2014년 3372건으로 늘었고 2016년에는 1만 건을 돌파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조동주 기자}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차렷! 국민께 대하여 경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방문해 직접 구령을 붙이며 경찰 수뇌부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촛불 비하 발언’ 논란으로 진실 공방을 벌여온 이철성 경찰청장(59)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57·치안감)을 포함해 경찰 수뇌부와 일렬로 나란히 서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경찰 수뇌부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장기화할 경우 청와대가 검찰 개혁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다.○ 고개 못 든 이철성, 강인철 휴일인 이날 김 장관은 경찰청에 이 청장과 강 학교장, 그리고 치안정감 이상 최고위 간부를 소집해 전국 경찰 지휘관 회의를 주재했다. 전국의 치안감급 지방경찰청장은 실시간 화상회의로 참여했다. 김 장관은 TV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경찰에 대한 질타로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경찰 수뇌부를 나무랐다. 행안부 장관이 산하 외청인 경찰의 수뇌부 문제에 개입해 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장관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단호한 목소리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채 안 됐고 일부 부처는 장관 후보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안보가 불안정한데 민생치안 최일선에 있는 경찰이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장관은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을 향해 “오늘 이후로 일체의 자기주장이나 비방, 반론을 중지해 달라”며 “불미스러운 상황이 되풀이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김 장관 발언이 끝나자 이 청장은 “매우 부끄럽고 불미스럽게 생각하고, 이번 일을 뼈를 깎는 자성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했다. 강 학교장은 “일선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동료 경찰관께 송구스럽다”면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경찰관을 양성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찰을 만들겠다”며 저항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강 학교장은 자리에 앉아서 발언을 했다가 김 장관이 “국민께 사과 인사하라”고 지시하자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경찰 수뇌부 ‘일단 유임’ 청와대는 경찰 지휘부를 일단 유임시킬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지휘권 발동을 검토했지만 ‘경찰에 명예회복 기회를 줘야 한다’는 참모진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경찰 수뇌부 경질을 검토한 사실을 공개하며 자체 진화를 못할 경우 인사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 청장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촛불집회를 별다른 사고 없이 관리한 점을 청와대가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또 이번에 경찰 수뇌부를 바꿀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경찰 관련 현안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불미스러운 내홍의 목욕물을 버리려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인권경찰로의 재탄생이라는 아기까지 버릴 수는 없다”며 “경찰을 더 이상 흔들리게 해선 안 되겠다는 절박함으로 경찰청에 왔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철성 경찰청장이 ‘촛불 비하’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57·치안감)이 9일 오후 4시경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모습을 나타냈다. 박진우 경찰청 차장의 ‘호출’을 받아서다. 박 차장은 이날 강 학교장을 집무실로 불러 “20년 넘게 몸담아온 경찰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자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벌어진 경찰 수뇌부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봉합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때가 늦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후균)는 이날 이 청장이 직권을 남용해 광주경찰청 페이스북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숙원을 앞두고 경찰 수장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강 학교장이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19일 강 학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게시물 삭제를 지시하며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등의 발언을 했는지 여부다. 이 청장은 “그날 통화한 사실이 없고 촛불 관련 발언을 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두 사람의 9개월 전 통화기록을 확인해 사건의 진위를 밝히려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통화기록은 본인이 요청하면 최근 6개월 분량만 열람할 수 있다. 수사 목적일 경우에만 1년 전까지 확보가 가능하다. 이번 사태가 초래된 배경을 보면 6월부터 직권남용 등의 의혹으로 감찰을 받아온 강 학교장이 수사까지 받을 처지에 놓이자 이 청장을 걸고넘어진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강 학교장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가워지고 있다. 강 학교장의 처신을 두고 경찰 고위직 출신인 조길형 충북 충주시장과 비교하는 의견도 나온다. 조 시장은 강원경찰청장으로 근무하던 2012년 뇌물수수 의혹으로 감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그는 “돈을 받은 사실이 없어 억울하긴 하지만 기관장으로서 조직에 누를 끼칠 수 없다”며 경찰청에 스스로 대기발령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는 무혐의가 밝혀져 명예를 회복했다.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은 대한민국 경찰공무원 11만7000명 중 33명(0.03%)뿐인 치안감 이상 최고위 수뇌부다. 한 일선 경찰관은 기자에게 “경찰의 ‘별’이라는 수뇌부가 수사권 독립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차는 꼴이다”라며 “경찰이 이토록 부끄러운 건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이 각자 어깨에 짊어진 계급장의 무게를 생각해볼 때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철성 경찰청장이 ‘촛불집회 비하’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57·치안감)이 폭로 나흘 전 이 청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감찰 결과 비리가 드러나 곧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8일 확인됐다. 6월부터 감찰조사를 받아온 강 학교장이 수사를 받을 상황에 놓이자 이 청장의 과거 발언을 들추는 방식으로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경찰청과 강 학교장 등에 따르면 이 청장은 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경찰지휘부 회의를 마친 뒤 강 학교장을 청장실에서 독대했다. 강 학교장이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로 면담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청장은 이 자리에서 “감찰 결과 사안이 중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정식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침을 강 학교장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장은 이어 강 학교장에게 중앙경찰학교 직원들이 출자해 만든 상조회 회의록까지 직접 보여주며 수사 착수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 회의록에는 강 학교장이 상조회를 상대로 교내에 치킨가게를 빨리 입점시키라고 재촉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경찰은 상조회가 올해 기금 1억2000여만 원 중 약 7000만 원을 들여 학내 치킨가게를 여는 과정에서 강 학교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남용)를 두고 있다. 강 학교장이 지난해 광주경찰청장 재직 당시 조사 대상이었던 전남대 의과대학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무상 진료를 받았다는 혐의(뇌물수수)도 수사할 계획이다. 강 학교장이 이 청장에게서 수사 착수 방침을 통보받은 지 나흘 만인 7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19일 당시 광주경찰청장이던 강 학교장에게 전화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며 질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청장이 하루 전 광주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촛불집회 관련 교통통제 공지 내용 중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라고 표현한 대목을 문제 삼아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11월 5일경 강 학교장이 고 백남기 농민 노제를 앞두고 해외로 휴가를 떠나겠다고 해 질책한 적은 있지만 해당 발언을 하거나 게시물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이 진실 공방을 벌이기 시작한 이날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강 학교장에 대해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 학교장에 대한 수사 착수는 원래 예정됐던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강 학교장은 8일 이 청장에 대한 폭로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강 학교장은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19일 전화 통화에서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벌써부터 동조하고 그러느냐. 내가 있는 한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 학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19일 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통화기록 조회에 응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정의연대는 이날 이 청장이 광주경찰청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하고 촛불집회를 비하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50대 여성 폭행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59·전북 전주갑)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5일 오전 2시경 전주 완산구 A 씨(51·여)의 원룸에서 벌어진 소란 현장에 함께 있다 연행된 김 의원을 폭행, 상해 혐의로 7일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이웃 주민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한 핏자국을 보고 김 의원을 가정폭력 현행범으로 판단해 수갑을 채워 인근 지구대로 연행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신분을 밝히고 엄지의 출혈이 심해 일단 풀어줬다. A 씨도 자신의 상처에 대해 “폭행이 아니라 자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5일 오후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부인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경찰은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난 6일까지 김 의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7일 내부 회의를 열고 김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김 의원이 귀국하는 대로 조사한 뒤 혐의 등을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사건 발생 처음에는 경찰에게 김 의원을 ‘남편’이라고 지칭했지만 이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말라’며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경찰청 감찰을 받아온 고위 간부가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해 “과거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폭로성 주장을 펴자 이 청장이 정면 반박에 나서며 경찰 수뇌부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7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57·치안감)은 광주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1월 18일 광주경찰청이 공식 페이스북에 교통통제 사항을 공지하며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이 청장으로부터 부당한 질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청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라며 비꼬듯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강 학교장과 통화한 시기는 해당 게시물이 올라오기 전이다.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고 백남기 농민 노제가 예정돼 있었는데 강 학교장이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해야 한다며 휴가를 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정신이 있느냐’며 질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6월부터 강 학교장을 감찰해온 경찰은 강 학교장의 비위 혐의를 포착해 이날 정식 수사에 착수하며 인사혁신처에도 징계를 요청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강 학교장은 교내에 치킨 매장을 개설하라고 중앙경찰학교 직원들이 기금을 모아 세운 상조회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광주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때 경찰 조사를 받았던 전남대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무상 진료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도 받고 있다. 강 학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이 학생 복지 차원에서 치킨 매장을 열면 좋겠다고 하기에 허락했을 뿐이다. CT 촬영은 전남대병원의 요청으로 했다”고 해명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서울 강남 호텔업계 큰손(2010년 사망)의 부인 A 씨(84)가 5월 서울지방경찰청에 성매매를 단속해 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 딸린 풀살롱(풀코스 룸살롱) 형태 유흥주점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A 씨가 신고한 호텔은 자신의 장남 B 씨(61)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또 B 씨의 동생 측은 이 호텔에서 과거 근무할 당시 경찰관들에게 50만∼100만 원씩 상납을 했다며 그 기록이 담긴 이른바 ‘자폭 장부’를 경찰에 제출했다.○ ‘상속 분쟁’에서 시작된 ‘형제의 난’ 어머니가 아들을, 동생이 형을 신고한 이 사건의 발단은 상속 분쟁이었다. 6일 경찰과 A 씨 가족 등에 따르면 A 씨의 남편은 2010년 지병으로 사망하기 2년 전 자신이 가진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 2만 주를 장남 B 씨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공증을 받았다. 하지만 A 씨와 차남(56), 4남(55)이 2014년 “유언장이 적법한 절차로 작성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형제의 난’이 본격화됐다. 4남과 쌍둥이인 3남은 상속권을 포기했다. A 씨는 남편이 숨진 뒤 호텔 운영 방식 등을 두고 장남과 갈등을 빚다 차남, 4남과 함께 장남을 압박했다고 한다. A 씨와 차남, 4남은 서울중앙지법에 “장남이 물려받은 주식을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나눠달라”고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연달아 제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차남과 4남은 “아버지가 유언장을 쓰기 직전 지병이 심각했다”며 “유언 취지가 아버지의 진정한 의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남은 “아버지는 유언장을 쓴 이후인 2008년 10월에도 회사 대출 서류에 직접 서명하며 정상 업무를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A 씨와 차남이 제기한 소송은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4남이 낸 소송은 1심에서 패했지만 최근 2심에서 일부 승소해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 장남 vs 어머니-차남-4남 장남 B 씨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회사는 강남구의 유명 호텔과 클럽, 그리고 서초구의 또 다른 호텔과 유흥주점 등이다. 강남구 호텔에 딸린 클럽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져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서초구의 호텔은 월 수익이 1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가족에 따르면 B 씨는 강남구의 클럽을 동생인 차남에게 운영하도록 했다. 또 서초구의 호텔 운영을 차남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런데 B 씨가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우면서 차남, 4남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차남은 2015년 7월 강남구 클럽의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또 클럽 이사를 맡았던 4남은 2014년 6월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대표는 B 씨가, 이사는 B 씨의 아들이 맡았다. 또 A 씨가 성매매 신고를 한 서초구 호텔의 경우 전체 지분의 절반을 갖고 있던 차남이 2015년 10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B 씨는 차남이 운영하던 호텔이 부도가 난 뒤 차남의 지분 전체를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공중전화로 112에 성매매 신고 경찰은 지난달 24일 서초구 호텔과 유흥주점을 압수수색했다. A 씨 등이 신고한 것처럼 성매매와 경찰관들에 대한 상납이 실제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경찰은 서초구 호텔을 관할한 지구대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이 돈을 받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B 씨 동생 측이 경찰에 넘긴 상납 장부엔 경찰관 실명은 없고 ‘순찰 50만 원’ ‘회식비 100만 원’ 식으로 적혀 있어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들어 공중전화로 112에 ‘B 씨 소유 서초구 호텔에서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가 자주 들어왔다고 한다. B 씨는 지난달 서울 서초경찰서에 “A 씨와 동생이 공중전화로 허위 신고를 한다”며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경찰은 공중전화 신고 당사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와 동생들은 어차피 자신들이 호텔 경영권을 가지지 못할 바엔 회사를 망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최지선 기자}
국방부는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육사 37기) 부부의 공관병 ‘갑질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해 수사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군 당국은 이날 발표한 중간 감사 결과에서 “박 사령관 부부와 공관병, 공관장 등 1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언론 보도 내용 중 일부 주장이 엇갈리지만 상당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단체가 군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과 감사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해 검찰 수사로 전환하기로 했다”면서 “박 사령관의 부인(전모 씨)은 군 검찰이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박 사령관에 대해) 직권남용과 가혹행위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며 “필요할 경우 박 사령관 부인을 민간 검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박 사령관 부부가 공관병들에게 전자 호출 팔찌를 착용토록 하고, 부모를 모욕하는 한편 아들의 빨래를 시키는 등 갖은 갑질 전횡을 일삼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군 당국자는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의혹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박 사령관은 1일 전역지원서를 제출했지만 군 당국은 진상 조사를 위해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에서도 전직 경찰청장 부인이 부속실 의무경찰에게 ‘(남편) 속옷이 비싼 것이니 매일 손빨래를 하라’고 강요하는 등 고위급 간부와 가족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경찰청은 이날 의혹이 제기된 현직 국장급 및 총경급 간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감찰에 착수할 방침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조동주 기자}
“4명이 나가면서 자기 스승을 위해 신발 돌려놓을 줄 아무도 모른다.” 대구의 4년제 대학 A 교수가 2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신발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의 일부다. 사진 속 신발의 구두코는 신으려는 사람 쪽으로 향해 있다. A 교수는 글에서 “먼저 나가면서 밥값 계산하고 있는 자기 스승을 위해 신발을 돌려놓을 줄 모르다니?”라며 “이 친구들 손이 더러워질까 봐 그랬는지 진짜 몰라서 그랬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최근 자신의 학과 4학년생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왔는데 먼저 나온 제자들이 자신의 구두를 신기 편하게 돌려놓지 않았다며 질책한 것이다. A 교수는 “배려 혹은 몰염치는 센스의 차이”라며 “개성과 싸가지 없음을 구별할 줄 아는 젊은이가 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어 “내일모레 취업할 친구들의 센스는 밥 같이 먹어보면 추천 비(非)추천 각이 나온다”고도 했다. 이 글은 ‘대학교수의 꼰대질’이라는 이름으로 곧 인터넷에 퍼졌다. 누리꾼들은 “밥 사줬다고 이런 식으로 생색내느냐”며 들끓었다. A 교수는 논란이 커지자 글을 삭제하고 SNS 계정을 닫았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A 교수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4학년에게 취업을 위한 예의교육 차원에서 글을 썼다”며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선생이 할 말을 못하면 누가 쓴소리를 해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발 사진은 식당이 아니라 집에 와서 찍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무일 검찰총장(56)이 28일 경찰청을 전격 방문해 이철성 청장(59)을 만났다. 취임 4일 만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깜짝 방문’이다. 문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5분경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도착했다. 다른 간부 없이 비서 한 명만 동행했다. 문 총장은 곧바로 청장실이 있는 9층으로 올라갔다. 이어 이 청장과 명함을 주고받고 악수를 나눴다. 두 사람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 원경환 수사국장과 박운대 경무인사기획관, 유현철 대변인 등 경찰청 간부들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날 만남은 전날 문 총장이 취임 인사차 이 청장과 통화하면서 성사됐다. 전화를 받은 이 청장이 “인사하러 (대검찰청을) 방문하겠다”고 하자 문 총장이 “취임 인사차 기관 방문을 해야 하니 경찰청에 들르겠다”고 답했다. 이후 양측 조율을 거친 끝에 당일에야 구체적 일정이 확정됐다. 그만큼 극비리에 진행돼 일반 직원은 물론이고 간부들도 자세히 몰랐다. 상견례 성격의 자리라 대화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 청장은 2005년 강원 원주경찰서장 근무 당시 관할 기관장으로 친분을 쌓았던 염웅철 당시 춘천지검 원주지청장(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을 언급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문 총장은 “저도 아는 분인데 참 훌륭하다”며 화답했다. 이어진 대화에서 두 사람은 “검찰과 경찰이 국정 운영의 양대 축이니 서로 잘 협력하자”는 취지의 덕담을 주고받았다. 미묘한 의미가 담긴 말도 있었다. 문 총장은 검찰을 ‘사법부와 법집행기관의 사다리’로 비유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법집행기관 중 가장 커 먼저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해석하면 검찰이 사법부와 경찰 사이를 연결하는 기관이라는 뜻. 즉, ‘검찰이 경찰의 상위기관’이라는 걸 재확인한 취지로도 보인다. 두 사람은 약 15분간 대화한 뒤 “다음에 식사를 같이하자”고 약속하며 대화를 마쳤다. 이 청장은 경찰청 정문까지 나와 문 총장이 차량을 타고 떠나는 걸 배웅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경찰청장이 검찰총장을 찾아간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반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황형준 기자}
“얼마나 졸렸으면….” 26일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광역버스 운전사 A 씨가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를 출발해 양재 나들목 근처를 지나던 중이었다. 9일 광역급행버스(M5532) 추돌사고로 50대 부부 2명이 목숨을 잃은 바로 그 지점이다. 당시 사고의 결정적 원인은 운전사의 졸음운전이었다. 이어 운전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업체의 무리한 배차 등 버스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버스업계에서도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버스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버스업체가 이틀 근무 후 하루 쉬는 이른바 ‘따블(더블) 근무’를 주당 2, 3회에서 1회로 줄였다. 그 대신 하루 운행하고 하루 쉬는 이른바 ‘퐁당퐁당 근무’를 늘렸다. 오산교통 M5532번 운전사는 18시간 30분을 운행하고 다음 날 오전 7시 15분부터 운전대를 잡았다. 그로부터 7시간 30분 후 사고가 났다. 오산교통 운전사들은 법정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에 15∼19시간씩 운전했다. 이틀 또는 사흘 연속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광역버스 운전사 이모 씨(50)도 이틀 연속 근무가 일주일 2회에서 1회로 줄었다. 전체 근무일은 한 달 16일에서 14일로 줄었다. 직원이 부족할 때 그는 일주일 내내 운행한 적도 있다. 올해도 수시로 사흘 연속 근무했지만 경부고속도로 사고 후 개선된 것이다. 이 씨는 “이렇게 운행하면 월급이 30만 원가량 줄겠지만 그만큼 몸을 챙길 수 있으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차량의 모든 운행 내용을 기록하는 ‘배차일보’를 새로 작성하기로 한 버스업체도 있다. 김모 씨(54·여)가 다니는 버스업체는 다음 달부터 모든 버스의 운행 시작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배차일보를 작성하기로 했다. 운전사에게 휴식시간을 정확히 제공하고 이를 확인하려는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점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허술한 제도와 정부의 관리를 비판하는 의견도 여전히 많았다. 버스 운전사들은 현재 시행 중인 ‘8시간 의무휴식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업주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입을 모았다. 휴식시간을 산정하는 기준이 비현실적이라 업주가 운전사들을 혹사시키면서도 ‘우리는 법대로 했다’며 법망을 피해 갈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8시간 의무휴식제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버스가 마지막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부터 다음 날 아침 첫 정류장을 통과하는 시간까지를 휴식시간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이 시간에는 마지막 정류장에서 차고지로 가서 차량을 정비하고 퇴근한 뒤 다시 차고지로 출근해서 첫 정류장으로 운행하는 시간까지 휴식시간으로 포함된다. 이틀 연속으로 근무할 경우 버스 운전사가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4, 5시간에 불과한 게 대부분 업체의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8시간 의무휴식제 시간 산정 기준의 개선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대는 26일 오산교통 대표 최모 씨(54)를 소환해 휴식시간 미준수 등에 대해 조사했다. 최 씨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 기자}

국세청과 경찰청이 내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무원단 인사가 본격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이른바 ‘4대 권력기관’(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가운데 간부진 인사의 신호탄을 쏜 국세청의 경우 한승희 청장 취임 이후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을 만큼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엄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권력기관에서 박근혜 정부의 색채를 지우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기조가 향후 주요 부처 및 공공기관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 국세청국세청은 한 청장 취임 28일 만인 26일 1급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국세청의 핵심 요직으로 이른바 ‘빅4’로 불리는 국세청 차장, 서울지방국세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주인공들이다. 국세청 차장에는 서대원 법인납세국장(55)이 승진 임명됐다. 서 차장은 1991년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해 서울청 징세법무국장, 기획조정관 등을 거쳤다. 조직 내 신임이 두텁고 겸손해 조직 안살림을 담당할 차장 직위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국세청장에는 국세청 호남 인맥 선두주자인 김희철 광주지방국세청장(57·행시 36회)이 임명됐다. 중부국세청장에는 김용균 개인납세국장(54·행시 36회), 부산국세청장에는 김한년 서울청 조사1국장(56)이 각각 발탁됐다. 김한년 청장은 이번 1급 인사 중 유일하게 비고시 출신이다. 1983년 8급 특채로 공직에 입문해 세무대 출신으로는 김재웅 전 서울국세청장 이후 두 번째로 1급 자리에 올랐다. 국세청은 이날 이 4명 외에 121명에 이르는 본청 과장급 이상 간부 인사도 발표했다. 이번 국세청 인사에서는 1급을 비롯해 핵심 보직인 본청 조사국장 자리까지 TK(대구경북) 출신이 한 명도 없다. 서 차장이 충남 천안, 김 서울청장이 전남 영암, 김 중부청장이 서울, 김 부산청장이 경기 성남 출신이다. 말 그대로 전국구다. 유력한 1급 승진 후보이자 경북 영덕 출신이었던 임경구 조사국장(56·행시 36회)은 현직 조사국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옷을 벗었다. 국세청은 한때 본청 국장단 대부분이 TK 출신일 정도로 TK세가 강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각 부처 인사에 공식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장관 인선을 보면 새 정부의 인사 철학을 각 부처도 알지 않겠느냐”며 해당 기관이 알아서 인사 조치를 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 경찰 경찰 역시 이날 박진우 경남지방경찰청장(55·간부후보생 37기)을 경찰청 차장으로 승진 내정하는 등 치안정감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교체설이 나왔던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54·경찰대 2기)과 서범수 경찰대학장(54·행시 33회 특채)은 유임됐다. 제주 출신인 박진우 신임 차장은 이철성 경찰청장(59)과 간부후보생 동기로 경찰청 수사기획관과 수사국장을 지낸 수사통이다. 조현배 신임 부산경찰청장(57·간부후보생 35기)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경찰청 정보국장, 경남청장을 지냈다. 경기 양평 출신으로 경찰청 외사국장에서 승진한 이주민 신임 인천경찰청장(55·경찰대 1기)은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 2004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파견 근무한 이력이 있다. 광주경찰청장에서 승진한 이기창 신임 경기남부경찰청장(54·경찰대 2기)은 치안정감 6명 중 유일한 호남(전남 장흥) 출신이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교체설이 나돌았던 충북 제천 출신 김정훈 서울청장이 유임된 배경에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촛불정국 당시 평화적으로 시위 현장을 관리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 서울청장은 이번 유임으로 청와대의 신뢰를 확인한 만큼 유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친박근혜)’ 실세였던 서병수 부산시장의 친동생인 서범수 경찰대학장의 유임도 예상을 뛰어넘는 인사여서 눈길을 끈다.● 검찰 법무부는 이날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의 승진·전보 인사 원칙을 논의했다. 이번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2015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65)과 문무일 검찰총장(56·사법연수원 18기)이 주도하는 이번 인사는 이른바 ‘우병우 라인’ 배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문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정치에 줄 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 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하고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검장급 보직은 현재 서울·부산·대구·광주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 등 모두 5자리가 비어있다. 이는 사법연수원 19, 20기 검사장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19기에서는 조희진 의정부지검장(55)이 승진해 ‘첫 여성 고검장’이 될지가 관심이다. 동기인 조은석 사법연수원 부원장(52)과 황철규 부산지검장(53)도 유력한 고검장 후보다. 20기에서는 김오수 서울북부지검장(54), 신유철 수원지검장(52), 안상돈 대전지검장(55), 김회재 광주지검장(55), 김호철 법무부 법무실장(50), 박정식 대검 반부패부장(56) 중 3, 4명의 고검장 승진이 유력하다. 연수원 22∼24기에서는 최대 12명가량이 검찰의 ‘별’인 검사장으로 승진한다. 특별수사와 공안 분야의 ‘대표 선수’인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51·22기)과 이정회 2차장(51)의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조동주·배석준 기자}
9일 운전자 졸음운전으로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를 낸 버스업체 업주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대는 사고 버스인 광역급행 M5532 버스를 운영하는 오산교통 대표 최모 씨(54)와 핵심 간부 등 4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버스 인명사고가 났을 때 업주를 공동정범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운전기사만 형사처벌을 받았다. 경찰은 26일 최 씨를 불러 조사한 뒤 주말까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최 씨가 기사들에게 무리한 운행을 강요하고 휴식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고의적으로 취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회사 전무인 최 씨 장남을 비롯한 간부 3명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하루 15∼19시간씩 이틀 연속 운행하고 하루 쉬는 오산교통 기사들은 동료가 과로로 쓰러지자 3월 13일 경기 오산시청과 국토교통부에 두 차례 진정서를 냈다. 다음 날 시청 공무원이 오산교통을 방문해 근무 여건을 개선하라고 지도한 뒤 수차례 관련 공문을 보냈지만 최 씨 등이 이를 고의적으로 무시했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또 오산교통은 버스 1대당 기사 1.1명(버스 103대, 기사 118명)에 그쳐 무리한 운행을 사실상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수도권 버스업체는 버스 1대당 기사 1.6∼2명이 있다. 경찰은 최 씨 등이 혹독한 근무 여건을 조성해 졸음운전을 직접적으로 유발한 만큼 M5532 기사 김모 씨(51·구속)의 공동정범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업주에게 부실 운영 책임을 지우는 판례를 이끌어내 관습처럼 무리한 운행을 강요하는 버스업계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생각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1994년 성수대교 및 1995년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판례를 참고했다. 두 사고 모두 당시 관리감독을 맡은 고위 책임자도 공동정범으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사고를 낸 버스 기사들에게 ‘보험회사가 상대 피해 차량 수리에 부담하는 비용의 절반을 회사에 현금으로 내라’고 강요해 최소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수리비를 내지 않는 기사에게 징계를 내리고 운행에서 배제시키겠다고 협박했다. 최 씨는 국토부에서 M5532 버스 면허를 받을 때 매일 40회씩 운행하기로 해놓고 실제론 28회씩만 운행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 기자}
전국 15만 경찰이 여름휴가에 국내 여행을 떠난다면 어떨까. 경찰청은 전국 경찰에게 여름휴가를 되도록 사용하고 특히 국내 여행을 하도록 적극 권장해 지역경제 및 내수 활성화에 동참하겠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수뇌부부터 휴가를 적극 사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늦어도 이달 말 휴가를 내고 강원 지역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김귀찬 경찰청 차장은 18∼21일 휴가를 내고 경기 포천 백운산과 양평 용문산 등 국내의 산을 찾았다. 경찰은 교대 및 밤샘 근무가 많은 업무 특성상 연가(年暇)를 자유롭게 쓰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여름휴가만큼은 전폭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26일 점심시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이번 여름휴가,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프리랜서 여행기자 이소원 씨 초청 강연을 연다. 이 씨는 국내의 숨겨진 명소와 맛집을 알려줄 예정이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9월 11∼22일에는 직원들을 상대로 국내 여행 체험기를 공모한다. 우수작 3편을 선정해 경찰청장상을 수여한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경찰이 2023년까지 병역 제도인 의무경찰을 전면 폐지하면서 일명 ‘연예 의경’을 가장 먼저 없애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의경으로 복무하는 유명 연예인들이 속한 경찰홍보단과 경찰악대는 연예인들의 특혜성 병역 해결 창구라는 논란을 빚어 왔다. 경찰은 최근 경찰악대 소속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 탑(본명 최승현·30)의 대마초 흡입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연예 의경 1순위 폐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의경 단계적 폐지가 시작되는 내년 1월부터 연예 의경을 뽑지 않을 계획이다. 그동안 연예 의경이 경찰 홍보에 큰 도움이 됐지만 탑의 대마초 파동과 의경 전면 폐지 방침이 맞물리면서 신속하게 연예 의경부터 정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연예 의경 없애고 스포츠단 폐지 검토 연예 의경은 국방부가 2013년 군대 연예 병사 제도(국방홍보원 홍보지원대)를 폐지하면서 병역을 앞둔 연예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전까지는 많은 연예인들이 연예 의경보다 군대 연예 병사를 선호했다. 연예 의경보다는 연예 병사가 소속 연예인들에게 자유 시간을 더 많이 보장해 주고,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공연 횟수도 더 많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연예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홍보단은 2000년 5월 ‘호루라기 연극단’으로 시작했다가 2012년 1월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연기자 이제훈 조승우 류수영, 개그맨 최효종, 아이돌 그룹 SS501의 허영생, 초신성의 김성제 등이 이곳에서 복무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 탑의 대마초 파동 이후 경찰은 유명 연예인 의경 선발에 극히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연예 의경에 지원한 유명 남성그룹 2AM의 임슬옹(30)을 탈락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찰은 내년부터 연예 의경을 아예 뽑지 않고 연예 의경 인원이 일정 수준 이하로 축소되면 내년 말 이전에 경찰홍보단과 경찰악대를 폐지할 방침이다. 폐지 시점에 복무 중인 연예 의경들은 기동대와 타격대 등 일선으로 재배치된다. 경찰은 야구단과 축구단 등 의경 스포츠단도 최우선 폐지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스포츠 선수는 군 복무를 하면서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지가 선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폐지 시점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축구 야구 육상 유도 사격 태권도 팀의 선수 정원을 110명으로 정해 운영 중이다. 경찰 야구단의 경우 프로야구 롯데 전준우와 KIA 안치홍이 거쳐 갔고, 두산 출신 정수빈과 이흥련, 일본 지바 롯데 출신 이대은 등이 복무 중이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국가대표 출신 염기훈은 경찰 축구단에서 복무하고 제대했다. 경찰은 2만5911명인 의경 정원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20%씩 줄여 2023년 9월까지 모든 의경을 전역시킬 방침이다. 내년부터 연예 의경과 행정·사무직 의경을 가장 먼저 없애고 신입 의경 대부분을 기동대 타격대 해안경비대 등의 현장에 배치할 계획이다. 경찰은 의경 폐지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신규 경찰공무원을 최소 1만 명 이상 충원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공무원 81만 명 증원이 실현되면 신규 경찰공무원 2만 명 충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탑, 집행유예 항소 안 해 사회복무 연예 의경 1순위 폐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탑은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단순 대마초 흡입으로는 중형인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도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역 복무를 피하게 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의경이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이 확정되면 병역이 면제되고, 벌금형이 확정되면 원대 복귀해 복무를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탑처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면 통상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으로 재배치된다. 탑이 사회복무를 하게 되면 남은 복무 일수만 채우면 된다.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김동혁 기자}
현직 판사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판사의 아버지는 법조인 출신 야당 중진 국회의원이고 삼촌도 현직 판사다. 서울의 한 법원 소속인 이 판사는 성폭력 사건 전담 형사 합의부를 맡고 있다. 21일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30대 판사 A 씨는 17일 밤 지하철 4호선 전동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서 있는 여성 승객의 치마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사진 3장을 몰래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 씨는 이 여성의 뒤편에 서 있었다. A 씨는 이 장면을 목격한 남성 승객에게 제압당해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역무원에게 넘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경 A 씨를 체포한 뒤 휴대전화에서 증거 사진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에서 다른 몰래카메라 사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체포 당시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작동해 사진이 찍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2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A 씨가 소속된 법원 관계자는 “20일 사건을 통보받았다”며 “해당 판사가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A 씨의 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지난해 10월 전남 목포시에서 발생한 A 군(6) 아동학대 사건 때 경찰의 무성의한 대응이 문제가 됐지만 정작 징계는 하위직 경찰관 한 명 전보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끔찍한 폭행과 무관심 속에 여섯 살 어린이가 한쪽 눈을 실명하는 등 영구 장애까지 입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민단체, 국회 진상조사 건의 추진 20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목포경찰서는 19일 A 군의 학대 가능성을 제기하는 수사요청서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B 경사를 보직 이동시켰다. 그리고 나머지 직원을 상대로 ‘특별교양’ 교육을 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의 조치가 알려지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아동학대피해가족협의회는 “학대가 의심된다는 의료진의 신고를 받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다른 경찰관들의 조사가 소홀하게 이뤄졌다”며 “A 군이 가족도 없이 홀로 남은 상태라 경찰이 소극적인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앞서 광주동부경찰서는 지난해 9월 의료진의 신고를 받은 뒤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문서와 전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7차례에 걸쳐 관할 목포경찰서에 보냈다. 그러나 목포경찰서는 A 군 사례를 조사한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학대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뒤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수사 중단 직후인 같은 해 10월 6일과 20일 A 군은 친모 최모 씨(35·구속 기소)의 동거남 이모 씨(27·구속 기소)로부터 참혹한 폭행을 당했다. 최 씨의 방치까지 겹치면서 A 군은 한쪽 눈을 잃었고 고환 제거, 양팔과 다리 골절 등의 중상을 입었다. 시민단체들은 국회에 A 군 사건의 전면적인 진상조사를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경찰은 20일 뒤늦게 정식 감찰에 나섰다. 목포경찰서 관계자는 “감찰 조사를 시작한 만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과정에 대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도 의료기관이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하면 반드시 내사나 수사에 착수하라는 지침을 이날 전국 경찰에 내려보냈다. 또 A 군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반드시 동행해서 조사 현장에 출동하고 합동회의를 여는 등 협력체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여전히 불안한 6세 아동의 미래 A 군은 이 씨로부터 폭행당할 때 눈물은커녕 비명도 지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0일 이 씨가 가장 심하게 폭행할 때도 A 군은 소리조차 전혀 내지 않았다. 혹시 자신이 비명을 질렀을 때 이 씨가 엄마를 때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어서다. A 군은 이달 열린 재판에서도 “삼촌(이 씨)이 많이 때렸다”고 말하면서도 “엄마한테는 (걱정할까 봐) 맞았다는 말을 못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 폭행 후 9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A 군의 몸 상태는 불안하다. 몸에 열이 약간이라도 있으면 대형 병원으로 옮겨진다. 간과 담도관 손상이 워낙 커 후유증이 우려돼서다. 실명한 눈에 염증이 생겨 의안을 교체하는 등 치료도 받아야 한다. A 군 주치의인 한석주 연세대 의대 교수(57)는 “A 군은 일반인이 평생 다칠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상처를 입었다”며 “다행히 수술이 잘돼 현재까지 특별한 후유증이 없지만 앞으로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특히 A 군의 정신적 상처를 걱정했다. 그는 “A 군이 처음에 유난히 활기차게 행동한 건 의지할 곳 없는 상황에서 처음 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던 것”이라며 “A 군 마음의 상처는 평생 치유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A 군은 최근 어린이집에 다시 가고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을 돌보는 생활지도사와 함께 키즈카페도 가는 등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A 군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최 씨의 친권 상실을 법원에 청구한 상태다. 친권 상실 여부는 27일 1심 선고 후 결정된다. A 군을 맡아 키울 친인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친권 상실이 이뤄지면 사회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할 것으로 보인다.목포=이형주 peneye09@donga.com / 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