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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핵 사용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핵억지 연습’을 실시한다고 밝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1일 나토 동맹국의 핵 정책을 점검하고 확장억제 정책을 집행하는 협의체 ‘핵계획그룹’ 정례 회의를 13일 연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주에는 핵억지 연습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테드패스트 눈은 매년 나토 동맹국들이 핵전쟁을 가정해 실시하는 훈련이다.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회의를 한 뒤 “러시아가 생화학무기나 핵무기를 사용하면 심각한 결과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푸틴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비상대책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미국이 무엇을 할지 내가 언급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방부가 선제적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이성적인(rational) 행위자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심각하게 오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환영받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11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그가 무엇을 논의하길 원하느냐에 달렸다”면서 “현재로선 그를 만날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에 구금된 미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 석방 논의라면 “대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다만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도 미국도 G20에서 양자 회담을 마련하려는 어떤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 공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불법적으로 러시아 영토 병합이 선언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도 폭발이 잇따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남부 헤르손주에서는 12일 새벽 다섯 번의 폭발음이 들리고 방공 시스템이 가동됐다.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크림대교 폭발 용의자로 러시아인 5명과 우크라이나인, 아르메니아인 등 총 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파운드화 및 국채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 국채를 매수하는 시장 개입을 단행해 왔던 영국 중앙은행(BOE)이 11일(현지 시간) “국채 매입을 예정대로 14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날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파운드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다만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 혼란이 계속되자 BOE가 시장 참가자들에게 기존의 채권 매수를 계속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BOE는 이날 “금융 안정에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며 물가연동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후 세 번째 시장 개입이다. 당시 파운드화 가치가 역대 최저로 떨어지고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급락)하자 BOE는 5일 후 650억 파운드의 국채를 사들였다. 이어 10일 채권 매입 규모 확대 및 연기금에 대한 단기 유동성 보장 등을 밝혔고 이날 다시 개입했다. 그러나 시장은 ‘세 번째 개입’보다 ‘14일 채권 매입 중단’에 주목했다. 특히 미국을 방문한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가 이번 주를 끝으로 시장 개입을 중단하겠다며 “나의 메시지는 3일 남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하자 불안감은 더 커졌다. 11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0.65%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10% 하락한 10,426.19로 거래를 마쳤다. 주요 연기금과 보험사들은 부족한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의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 부실 자산을 대거 매각하고 있다. 만기가 긴 채권에 주로 투자해 왔던 이들은 최근 채권 가격 급락으로 담보 가치가 줄자 다른 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메워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의 위기가 미 투자부적격(정크) 대출 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프랑스에서 엑소 의상을 직접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어요. 무척 놀랐고 기뻤어요.” 6일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K팝 아이돌 무대의상 전시회에서 만난 이지스 데코르 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옷들을 둘러보다가 여성 아이돌이 입었던 하얀 의상을 가리키며 “보는 순간 너무 예뻐서 눈을 떼지 못했다”면서 “한국 패션은 특히 여성 분야에서 탁월하다”고 말했다.》 ‘사운드 오브 K패션’을 주제로 열린 이날 전시회에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의 무대의상 약 20벌과 한국 패션 쇼룸 ‘더셀렉츠’ 입점 브랜드 10여 벌이 전시됐다. 보이그룹 ‘NCT 127’이 입은 빨강 보라 핑크 등 현란한 색상 의상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 걸그룹 ‘에스파’의 미니 원피스는 화려한 액세서리와 정교한 커팅이 돋보였다. 이날 전시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열린 파리 패션위크를 뒤흔든 K팝 스타 열풍을 계기로 K패션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전 세계 디자이너의 ‘꿈의 무대’인 파리 패션위크에는 블랙핑크, 에스파를 비롯한 한국 아이돌이 명품 브랜드 홍보대사로 초청돼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한국 패션까지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K팝 스타를 1열에 모셔라” 세계 미디어가 파리로 모여든 파리 패션위크 기간 “지금 한국에서 잘나가는 스타는 다 파리에 모였다”는 말이 나왔다. 최근 미국 빌보드 핫200 앨범 차트 1위에 올라서며 몸값이 더욱 높아진 블랙핑크는 멤버마다 각자 홍보대사를 맡은 명품 브랜드 행사에 등장해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제니는 샤넬과 캘빈클라인, 지수는 디올과 카르티에, 로제는 생로랑과 티파니앤코, 리사는 셀린과 불가리 홍보대사다. 명품 브랜드의 아이돌 홍보대사 영입 발표도 이어졌다. 스페인 브랜드 로에베는 한국 신인 걸그룹 엔믹스를 새로운 홍보대사로 모셨다고 발표했다.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아이돌 홍보대사 영입 경쟁을 벌여 ‘웃돈’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신 K팝 스타는 꼭 (패션쇼) 1열에 모셔야 하는 스타(must-have front row stars)가 됐다”고 보도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K팝 아이돌에게 열광하는 세계 젊은이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보고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K팝 스타 잡기에 혈안이 됐다는 취지의 분석이 나온다. 유럽에서 K팝 인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에스파가 최근 파리에서 연 팬사인회에는 젊은 팬들이 대거 모여들어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방송에서도 비중 있게 보도할 정도였다. 프랑스 일간 라데페슈뒤미디는 지난달 30일 “지난 몇 달 동안 K팝 스타를 영입하지 않은 명품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한국 아티스트들의 (소셜미디어) 팔로어 수천만 명은 까다로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 관심을 끄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럭셔리 브랜드 잠재 고객”이라고 설명했다.아이돌과 메타버스 NFT 사업도 명품 브랜드는 K팝 스타와의 협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불가리는 최근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불가리 월드’에서 자사 홍보대사인 블랙핑크 리사가 팬들과 만나 셀카를 찍는 행사를 열어 인기 몰이를 했다. 제페토에서는 블랙핑크 관련 아이템이 올 8월 기준 13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제페토와 블랙핑크가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1억3000만 회를 넘어섰다. 패션 브랜드 빅터웨인산토는 한국 걸그룹 ‘라잇썸’과 함께 대체불가토큰(NFT)을 내놓는다. 빅터웨인산토는 라잇썸 멤버 8명 각각의 개성을 반영한 의상을 디자인해 NFT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 디자인은 애니큐브 ‘더 샌드박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아이템으로 활용된다. 디자이너 빅터 웨인산토는 글로벌 패션저널 WWD에 라잇썸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 K콘서트를 다녀온 경험을 소개하며 “K팝 팬들은 좋은 의미로 히스테릭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팬덤이 열광적이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파리 패션업계 ‘러브콜’은 K팝 아이돌을 넘어 다양한 아티스트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젊은층 인기가 높은 프랑스 패션 브랜드 메종키츠네는 웹툰 작가가 그린 그림을 의상에 디자인해 판매하고 있다. 패션위크 기간 서울에서 영감을 얻어 구성한 팝업 스토어를 열어 한국 스타일리스트와 협업한 생활용품을 선보이기도 했다.“K패션, 자유롭고 아방가르드해” 아이돌이 사랑을 받으며 아이돌이 입는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올해 H&M 파리 매장에서는 블랙핑크 코너가 따로 마련됐다. H&M과 블랙핑크가 협업해 디자인한 의상과 가방 모자 등이 판매됐다. K팝 유럽 팬들은 블랙핑크 상품을 포장된 상자에서 개봉하는(언박싱) 영상을 유튜브에 공유하며 즐기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한국 패션 디자인이 프랑스에 비해 아방가르드(혁신적)하고 더 자유롭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돌 무대의상 전시회에서 만난 학생 주디스는 “프랑스 옷은 좀 더 중립적인 색상을 많이 쓰는 반면에 한국 옷은 색상이 더 다양하다”고 말했다. 파리에서 패션 컨설턴트로 일하는 스테파니 뮤에 씨는 한국 브랜드 옷을 실제로 사봤다며 “프랑스 옷은 전통적인 데 비해 한국 패션은 아방가르드하고 매우 자유로우면서 젊다”고 평했다. K패션에 대한 관심은 젊은층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날 아이돌 무대의상을 구경하던 40대 안나 제아노 씨는 “전시를 보기 위해 북부 노르망디에서 달려왔다”며 “한국 드라마에서 한국 패션을 많이 접해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넘게 중단됐다가 모처럼 오프라인으로 활발하게 열리기 시작한 각종 패션 행사에서 판매를 비롯한 각종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남성복 브랜드들도 파리 명품 백화점 입점을 논의 중이다. 패션과 뷰티 분야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보려는 목표를 갖고 해외에서 코스메틱 브랜드를 선보인 디자이너 이청청 씨는 파리 패션위크에 참석해 “그동안 파리나 영국 등의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우리에겐 낯선 동유럽 바이어들도 구매를 문의해왔다”며 “파리에서 만난 현지 기자나 바이어도 ‘한국에 꼭 가서 한국 패션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K패션이 짧은 히트로 끝나지 않고 오래 지속되려면 해외 진출 인프라가 좀 더 잘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진 디자이너가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정부 재정 지원과 함께 대기업 투자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패션 세일즈 에이전시 아이디파리 김다은 대표는 “젊은 디자이너들은 기성세대보다 기획 능력이 빠르고 더 창의적인 반면에 사업 규모가 작아 해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들이 시장에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내도록 도와줄 수 있는 마케팅과 영업 인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파운드화 및 국채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 국채를 매수하는 시장 개입을 단행해왔던 영국 중앙은행(BOE)이 11일(현지 시간) “국채 매입을 예정대로 14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날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파운드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다만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 혼란이 계속되자 BOE가 시장 참가자들에게 기존의 채권 매수를 계속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BOE는 이날 “금융 안정에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며 물가연동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대규모 감세안 발표한 후 세 번째 시장 개입이다. 당시 파운드화 가치가 역대 최저로 떨어지고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가격 급락)하자 BOE는 5일 후 650억 파운드의 국채를 사들였다. 이어 10일 채권 매입규모 확대 및 연기금에 대한 단기 유동성 보장 등을 밝혔고 이날 다시 개입했다. 그러나 시장은 ‘세 번째 개입’보다 ‘14일 채권매입 중단’에 주목했다. 특히 미국을 방문한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가 이번 주를 끝으로 시장 개입을 중단하겠다며 “나의 메시지는 3일 남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하자 불안감이 더 커졌다. 11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0.65%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10% 하락한 1만426.19로 거래를 마쳤다. 주요 연기금과 보험사들은 부족한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의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 부실 자산을 대거 매각하고 있다. 만기가 긴 채권에 주로 투자해왔던 이들은 최근의 채권가격 급락으로 담보 가치가 줄자 다른 자산을 팔아 담보를 메워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의 위기가 미 투자부적격(정크) 대출 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미사일로 공격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방공미사일 지원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군대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주겠다”며 푸틴 대통령의 보복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그러자 러시아가 미국에 비대칭 무기를 사용한 보복 가능성을 위협했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11일 “미국과 유럽이 전쟁에 관여할수록 비대칭 전력을 포함한 대응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비대칭 전력은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이 가능한 무기를 가리킨다. 미국 백악관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첨단 방공 시스템을 포함한 지원을 지속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인 ‘나삼스(NASAMS)’ 6기를 조기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美, ‘백악관 방어 미사일’ 우크라에 지원 방침… 러 “선넘지 말라” 러 무차별 폭격에 최악 확전 기로이틀 연속 공습 사상자 100명 넘어… 젤렌스키, G7에 추가 무기 요청러 “美 방공시스템 키이우 배치땐 우크라 고통 커지고 충돌 길어질것”생화학무기 동원 가능성도 거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한다는 미국의 약속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러시아가 케르치해협대교(일명 크림대교) 폭발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에 무차별 폭격을 재개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철통같은 군사지원을 강조하며 이 같은 성명을 냈다. 이날 미국은 그동안 지원이 미뤄져 왔던 나삼스(NASAMS) 등 첨단 방공망을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인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나삼스는 미국이 백악관과 연방의사당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첨단 지대공미사일 체계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에 러시아는 “비대칭 전력을 포함한 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동원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악의 확전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 11일에도 우크라에 미사일 공격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대대적 미사일 공습 다음 날인 11일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공습경보가 울렸다. 자포리자, 오데사, 르비우에서 에너지 기반 시설 등을 목표로 한 미사일과 이란산 드론 공격이 이어졌다. 르비우에서는 이로 인해 정전이 발생했다고 BBC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번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11일까지 20여 개 도시에서 사망자가 최소 19명으로 늘었고 105명이 부상을 입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수십 기와 이란산 샤헤드(드론·무인항공기)가 날아들었다”며 “러시아는 에너지 시스템과 민간인, 두 타깃을 겨냥했다. 러시아는 공포와 혼란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 총사령관으로 새로 부임한 세르게이 수로비킨이 이번 미사일 공격을 지휘했다고 보고 공개 수배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첨단 방공망 구축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지원은 비교적 원활히 이뤄졌지만 중거리 이상 방어 체계는 지원이 미흡했다. 첨단 방공망이 완비되면 러시아군의 대규모 폭격을 상당 부분 무력화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나삼스는 최대 사거리가 160km인 중거리 방공 시스템으로 적의 항공기와 미사일, 드론 등을 요격할 수 있다. 독일 정부 역시 최신 방공 체계인 IRIS-T SLAM을 우크라이나에 수일 내로 제공하기로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의 화상 회담에서도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방공 무기 체계 지원 등을 요구했다. 유엔 회원국들도 1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결의안 논의에 착수했다. ○ 러 “비대칭 전력 포함해 대응” 위협러시아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1일 “미국 방공 시스템이 키이우에 배치되면 (양국의) 충돌은 더 길어지고 우크라이나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이 통제 불능 상태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할수록 러시아는 비대칭 전력을 포함한 대응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위협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레드라인’에 가까이 다가섰다. 이를 넘지 말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민간인을 겨냥한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국방과학연구소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푸틴(대통령)이 새로 동원한 전력을 배치하고 유럽을 상대로 에너지 보복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무차별 파괴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유일한 다리인 케르치해협대교(일명 크림대교)가 폭파된 지 이틀 만인 10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다. 키이우 공습은 7월 말 이후 70여 일 만이다. 키이우 중심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집무실 인근도 공격 받았다. 크림반도 점령의 상징이자 러시아군 핵심 보급로인 크림대교 폭파로 자존심을 구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심장부’까지 공습한 만큼 ‘피의 보복전’ 강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러시아 국가인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러시아와 합동기동부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혀 확전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오전 출근길 키이우와 서부 르비우, 동북부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 12곳에 미사일 최소 83발을 발사해 40발이 목표물을 타격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최소 11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쳤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또 테러를 하면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보복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대교 파괴를 “우크라이나의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젤렌스키 집무실 근처까지 미사일… 출근길 도심 곳곳 유혈낭자 러, 우크라 전역 공격… 키이우 중심-민간지역 등 집중공격우크라 전역서 11명 사망 64명 부상… 러 미사일 3발은 몰도바 영공 통과삼성전자 입주 건물도 일부 파손… 韓대사관 “한국민 피해 아직 없어”젤렌스키 오늘 G7정상과 긴급회의… 러 최우방 벨라루스는 참전 움직임 10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이 수도 키이우 중심부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며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 이날 우크라이나 내무부 관계자는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건물 근처에도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SBU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대교 폭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기관이다.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3발이 우크라이나 서쪽 국가인 몰도바 영공을 지나가 영공을 비행하는 민간 항공기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몰도바 정부가 밝혔다. 러시아의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공격 무기가 우크라이나 외 다른 나라를 지나간 것은 처음이다.○ 출근길 곳곳 사상자…유혈 낭자러시아는 70여 일 전 마지막 미사일 공격 때와 달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와 민간인 활동 지역을 집중 공격했다. 특히 오전 시민들이 몰린 출근 시간대에 도심 곳곳과 도로에 미사일을 발사해 대혼란이 벌어졌다. 미사일 공습경보가 오전 6시 40분경 울렸다. 전역에서 11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치며 유혈이 낭자했다. 주거시설과 사무용 빌딩, 자동차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키이우에서만 30여 곳에서 불이 나 불바다를 연상케 했다. 서부 르비우 등 4개 지역은 전기가 끊겼다. 현지 미국대사관은 자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키이우 시민들 머리 위로 미사일이 지나갔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미사일 공격 여파에 키이우의 삼성전자 사무실이 있는 고층 건물도 유리창이 부서지는 등 일부 파손됐다. 다만 삼성전자는 입주 건물이 직접 공격을 받은 게 아니라 해당 건물에서 150m가량 떨어진 곳이 공격을 받은 여파로 유리창이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 한국 국민들의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 키이우 주재 기자가 도심에서 중계를 하던 도중 미사일이 폭발하자 급히 대피하는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일본 NHK가 주재하는 키이우의 호텔에서도 폭발음이 최소 3회 들렸다. 키이우 시민들 머리 위로 미사일이 지나갔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안톤 헤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이 트위터에 공유한 영상에서 한 우크라이나 여성은 “손이 떨린다. 방금 미사일이 날아가는 걸 봤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키이우의 어린이 놀이터까지 미사일 공격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구상에서 지워 버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대통령 집무실 인근 야외에서 1분 26초 분량의 셀프 카메라 영상을 찍어 공개해 본인이 건재함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주요 7개국(G7) 정상과 긴급회의를 연다.○ 친러 벨라루스 참전 조짐까지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크림대교 폭발을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의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10일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번 범죄(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러시아의 유일한 대응은 테러리스트들을 직접 패망시키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텔레그램에 “우리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완전한 해체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러시아 최우방국으로 꼽히는 벨라루스가 참전 조짐을 보이면서 확전 우려도 커졌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0일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연합 기동 부대를 구성해 우크라이나 서쪽 접경지역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유일한 다리인 케르치해협대교(일명 크림대교)가 폭파된 지 이틀 만인 10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다. 키이우 공습은 7월 말 이후 70여 일 만이다. 키이우 중심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집무실 인근도 공격 받았다. 크림반도 점령의 상징이자 우크라이나군 핵심 보급로인 크림대교 폭파로 자존심을 구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심장부’까지 공습한 만큼 ‘피의 보복전’ 강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러시아 국가인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까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러시아와 합동기동부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혀 확전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이날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오전 출근길 키이우와 서부 르비우, 동북부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 10곳에 미사일 75발을 발사해 34발이 목표물을 타격했다. 키이우에서만 최소 8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언론이 보도했다. 미사일 공격 여파로 키이우의 삼성 사무실이 있는 건물도 일부 파손됐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또 테러를 하면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보복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대교 파괴를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의 테러행위”라로 규정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세계 국가 정상들 가운데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사람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일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전세를 역전하고 있지만 트러스 총리는 집권 후 첫 정책인 대규모 감세안을 철회하면서 국내에서 민심을 잃고, 국제적으로도 체면을 구겼다. 지난달 23일 50년 만에 최대 폭의 소득세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가 부채 우려가 불거져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트러스 총리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헛발질을 했을까. 전문가인 관료들 의견을 무시한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트러스 총리가 감세안을 발표하기 전까지 관료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지 의문이다. 감세안 철회 발표 전날 긴급회의에서 여러 부처 장관들이 감세안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관료들 의견을 진작 경청했다면 감세안 발표를 미루거나 소폭 수정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트러스 총리는 취임 첫날 톰 스칼러 당시 재무장관을 경질한 뒤 ‘이념적 숙청’을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스칼러 전 장관은 워낙 경험이 풍부한 고위 관료인데 트러스 총리가 내각 출범과 함께 자신의 말을 따를 후임자를 앉히려 스칼러를 내쳤다는 얘기였다. 물론 정치인들이 관료들에 맞서 개혁을 두려워하는 공직사회 관행을 깨고 수세적인 태도를 적극적인 행정으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해법이 복잡한 위기 땐 현장을 잘 꿰고 있는 전문 관료의 인사이트가 절실하다. 제2의 마거릿 대처를 자처하는 트러스 총리는 감세 공약을 뚝심 있게 추진하면 ‘철의 여인’으로 찬사를 받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약이 집행될 때 여건이 많이 변했다면 융통성 있게 수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에 신음하고 달러화 초강세에 불안해하는 여론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굳이 이 시점에 내놓진 않았을 것이다. 각종 스캔들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측근들마저 ‘우리 때는 대국민 여론조사를 정책 판단의 지표로 삼았다’고 비꼴 정도다. 트러스 총리가 한국에서 이런 정책을 발표했다고 상상해 보면 너무나 아찔하다. 물론 영국은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는 등 한국보다 부채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감세 규모나 방식도 우리와는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국가 채무가 더 늘고, 영국같이 50년 만의 최대 규모 감세가 추진된다면 한국 원화는 준기축통화인 영국 파운드화보다 더 속절없이 추락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엑소더스가 폭발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보다도 더 큰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 한국은 최근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해 달러화를 시장에 내다 팔며 외환보유액이 9월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도 트러스 총리 같은 실책으로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정부가 정책 발표 전 전문성 높은 관료, 국회와 제대로 소통하고, 공약을 여건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더불어 트러스 총리가 신중하지 못했던 재정 운용의 중요성도 새삼 깨닫는다. 우리도 남의 일로만 여기지 말고 수년째 법제화되지 못한 재정건전성 지표 ‘재정준칙’을 속히 도입하기를 바란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 44개국 중 대통령이나 총리 등 국가수반이 여성인 나라가 15개국이다. 이달 총리 취임이 예상되는 이탈리아를 포함하면 16개국으로 전체 유럽 국가의 36%에 이른다.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 지도자가 활약하는 유럽은 ‘여성 시대’다.》유럽 정상 3명중 1명은 여성 유럽은 지금 ‘여성 시대’다. 6일 현재 전체 유럽 국가 44개국 중 여성 지도자를 현직 대통령이나 총리로 두고 있는 나라는 총 15곳이다.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하고 이달 중 총리 취임이 예상되는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 조르자 멜로니를 포함하면 여성 지도자를 둔 유럽 국가는 총 16곳이다. 전체 유럽 국가의 36%에 달한다. 유럽 역사상 최대 수치다. 몰도바에서는 현직 대통령과 총리 모두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6개국에서 17명의 여성 지도자들이 국정을 이끌고 있거나 이끌 예정인 셈이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49.2세로 50세를 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 기후 현상까지 겹치면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유럽 각국에서 여성 지도자가 속속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권력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유럽 국가 36% 여성 지도자… 역대 최대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FdI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출구조사 결과 41∼45%를 확보해 중도좌파 연합에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멜로니 FdI 대표가 차기 총리에 유력한 상황이 됐다. 각 정당은 7월 최다 득표를 한 정당에서 총리 추천권을 갖기로 합의한 바 있다. 멜로니 대표가 총리에 취임할 경우 이탈리아 사상 최초 여성 총리이자 1922년 독재자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집권한 첫 극우 성향 지도자가 된다. 저성장과 고물가에 지친 이탈리아 국민들이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여자 무솔리니’ ‘유럽에서 가장 강한 여성’으로 불리는 멜로니를 선택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서유럽 국가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 3국 중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에서도 여성 총리가 위기에 빠진 나라를 이끌고 있다. 유럽연합(EU) 수뇌부도 여성들이 휩쓸고 있다. 1월 EU의 입법부인 유럽의회 신임 의장으로 선출된 몰타 출신 로베르타 메촐라(43)는 역대 최연소이자 20년 만에 선출된 여성 의장이다. 여기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EU 최고위직 3인방 모두 여성이다. 최근 들어 여성 지도자들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멜로니 대표에 앞서 지난달 6일에는 영국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가 당선됐다. 5월 프랑스에서는 30년 만에 여성 총리인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취임했다. 같은 달 헝가리에서는 노바크 커털린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들은 각종 ‘최초’ ‘최연소’ 호칭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9년부터 핀란드 총리로 재임하고 있는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1985년생으로 핀란드의 역대 최연소 국가 수장이다. 노바크 대통령을 비롯해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 주자나 차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 등은 모두 자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와 아나 브르나비치 세르비아 총리도 ‘최초 여성 총리’ 수식어를 갖고 있다. 브르나비치 총리는 세르비아 사상 첫 성소수자 여성 총리다.○ 총체적 난국 속 구원투수로 등판유럽은 최근 몇 년간 총체적 복합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발(發) 에너지 위기, 마이너스 성장과 고물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올여름 이상 고온 현상이나 폭우 피해까지 겹쳤다. 유럽 여성 지도자들은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등장했다. 현직 유럽 여성 국가 지도자 17명 중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인 2019년 12월 이후 취임한 사람은 12명으로 3분의 2에 달한다. 멜로니 대표는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9.0% 상승하는 등 민생고에 지친 이탈리아 유권자들에게 선택을 받았으며 트러스 총리도 1980년대 경제 위기를 극복한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같은 ‘철의 여인’ 이미지를 내세워 당선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 3국 여성 지도자들의 위기 대응 능력도 관심을 끌고 있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의 반(反)러시아 전선을 이끄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칼라스 총리는 지난해부터 러시아가 독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무기화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남성 정치 지도자들은 때때로 표 계산에만 밝으며 권력을 탐하는 전형적인 인물로 그려지곤 하는데, 위기 상황에서는 이 같은 현실에 지친 유권자들이 여성 지도자에게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로뉴스는 “여성 지도자들은 부드러운 이미지에 힘입어 위기 국면에서 등판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 리더십 컨설턴트 회사인 ‘젱거포크맨’의 잭 젱거 최고경영자(CEO)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기고에서 “여성 지도자가 국가나 조직의 구성원이 갖는 두려움에 대해 보다 많이 공감하고, 구성원들이 여성 리더가 내놓는 대책에 신뢰를 느끼는 경향이 많아 위기에서 여성 지도자가 더욱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프리야 가라키파티 영국 리버풀대 교수는 2020년 6월 세계 194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 등 피해를 분석했는데 여성 지도자가 이끄는 국가에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라키파티 교수는 “여성 지도자들이 보다 예방적이고 정제된 정책을 편 결과”라고 분석했다.○ 부드러움, 우파 부정적 이미지 상쇄최근 급부상한 여성 지도자들은 우파 정당 출신 비율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로뉴스는 “유럽의 여성 지도자들은 발칸 반도의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우파 출신이 대다수”라며 과거에도 영국의 대처와 테리사 메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에 이르기까지 주요 여성 지도자들은 모두 우파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12월 이후 취임한 유럽의 여성 국가 지도자 12명 가운데 8명이 우파 정당 출신이다. 극우정당인 FdI를 이끄는 멜로니 대표, 트러스 영국 총리, 노바크 헝가리 대통령 등이 대표적이다. 몰도바에서는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중도 우파 정당 출신으로 정부 실권을 쥐고 있다.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을 비롯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라가르드 ECB 총재 등 EU 여성 지도자 3명 모두 우파 정당에 적을 두고 있다. 차기 프랑스 대선 유력 후보이자 2017년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프랑스 대표 여성 정치인 마린 르펜도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 소속이다. 유로뉴스는 “여성 지도자들이 남성 지도자들보다 진솔하고 솔직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의 이미지가 극우 정당이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함으로써 선거에 이길 가능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극우 바람’이 거세지는 가운데 여성 지도자들이 갖는 부드러운 이미지가 유권자들이 우파 정당에 투표할 때 생길 수 있는 ‘도덕적 부채감’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 지도자들이 우파 정당에 대체로 부정적인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랭커스터대의 루스 워닥 교수는 NYT에 “우파 정당은 보통 젠더 이슈를 등한시하기 마련이지만 최근 들어 우파 정당에 중요한 강령이 된 ‘반이슬람’ ‘반이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여성 인권이라는 이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가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 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우파 정당은 히잡(머리와 상반신 윗부분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 복장)을 오랜 기간 이슬람 문화권에 팽배한 가부장제를 상징하는 것으로 비판해 왔으며, 최근에는 유럽 내 이슬람 집단 거주지에서 벌어지는 동성애 및 여성에 대한 폭력 행위를 적극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멜로니 대표는 총선 전 아프리카 이주민이 백인 여성을 성폭행하는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했다. 트러스 총리는 반이민 정서를 동력으로 한 2016년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앞장서 지지해 인기를 끌었다.○ 여성 지도자들 향한 기대와 우려유럽에 ‘여성 시대’가 도래하면서 여성 지도자들이 ‘유리 천장’을 혁파하고 낙태권이나 동성애 등 소수자 인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내각을 남성 11명, 여성 12명으로 구성해 남녀 비율을 맞췄다. 또한 스웨덴 역사상 최초로 트랜스젠더 여성인 리나 악셀손 킬블롬을 교육장관으로 임명해 이목을 끌었다. 트러스 총리는 영국 역사상 최초로 재무장관과 외교장관에 흑인을 임명했다. 하지만 우파 출신 여성 정치인의 도약이 두드러지면서 이들이 특정 계층이나 인종에 대한 혐오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극우 정당 출신인 멜로니 대표의 총리 당선이 확실시되자 이탈리아 곳곳에서는 낙태권 옹호 시위가 벌어지는 등 벌써부터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멜로니 대표는 총선 과정에서 낙태권 축소를 공약했고, 여성 할당제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피력했다. 미국 정치 전문 일간 폴리티코는 “멜로니는 정치 커리어를 쌓으면서 자신이 미혼모이자 워킹맘으로서 받는 차별과 불합리를 앞세워 왔지만 정작 그의 당선이 이탈리아 여성 인권 문제 해결에 기여하거나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 기대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노바크 헝가리 대통령 역시 동성애에 공식적으로 반대해 논란이 됐으며,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도 “낙태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여성계의 비판을 받았다. 이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지도자에 비해 더욱 무거운 부담을 지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8월 마린 핀란드 총리가 파티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유출됐을 당시 “총리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과 함께 “개인 시간에 유흥을 즐긴 것인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옹호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전 세계 여성들을 중심으로 마린 총리에 대한 연대의 뜻을 밝히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도 자신이 춤추는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마린 총리를 지지했다. 미국 경제매체인 포브스는 “음주와 관련해 유독 여성 정치인에게 가혹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며 “마린 총리가 파티 동영상 유출로 자질 논란에 휩싸인 것 역시 이 같은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올해 노벨평화상은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인접국 벨라루스의 인권, 반전(反戰), 반(反)독재 운동을 벌이는 활동가와 시민단체에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 시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70번째 생일인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고, 러시아군 전쟁범죄를 기록하며, 친(親)푸틴 성향 벨라루스 대통령 폭정에 맞선 단체와 인사가 수상한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푸틴에 대한 응답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외신은 “노벨위원회가 푸틴을 꾸짖었다”고 전했다.》노벨평화상, ‘反푸틴’ 러-우크라-벨라루스 인권단체-운동가 공동수상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전쟁과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에 진력한 벨라루스 인권활동가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시민단체가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 시간) 2022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권력을 비판하고 기본적 시민권을 증진시켰다”고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2억7000만 원)가 주어진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올해는 유럽에 특이하게 전쟁이 일어나 핵무기 위협, 식량 부족 등으로 평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 수상자를 선정했다”며 전쟁 중인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인접국 벨라루스에서 수상자를 선정한 의미를 강조했다. 문학연구자였던 비알리아츠키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영구 집권을 허용하는 개헌에 반대하며 1996년 시민단체 ‘비아스나(봄)’를 설립했다. 독재에 항거하다 투옥된 정치범과 그 가족을 지원하던 비아스나는 정치범 고문 실상을 알리면서 인권단체로 발전했다. 비알리아츠키는 2011년에 이어 2020년 반(反)정권 시위를 벌이다 붙잡혀 재판 없이 구금돼 투옥 중이다. 그는 투옥이나 구금 중 노벨 평화상을 받은 네 번째 인물이다. 노벨위원회는 “그가 수상하러 올 수 있게 석방되길 바란다”고 했다. 메모리알은 옛 소련 핵물리학자이자 인권운동가로 1975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 주도로 1987년 생긴 러시아 최초 인권단체다. 모스크바 법원은 2014년 메모리알이 ‘해외 지원을 받는 단체’ 관련 규정을 어겼다며 강제 해산시켰다. 당시 법정에서 검사가 “공공의 위협”이라고 지칭하자 방청객들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얀 라친스키 메모리알 이사회 의장은 “러시아에서 말할 수 없이 고통받는 동료들에 대한 인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07년 인권 변호사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설립한 CCL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반군세력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에서 자행된 전쟁범죄를 알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러시아군 전쟁범죄 수집, 규명에 힘쓰고 있다. 마트비추크 CCL 대표는 페이스북에 “유엔과 회원국은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과 서방은 이번 수상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케네스 로스 국장은 이날 트위터에 “푸틴의 70번째 생일날 푸틴이 폐쇄시킨 러시아 인권단체, 그의 전쟁범죄를 기록하는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푸틴과 친한 루카셴코가 감옥에 가둔 벨라루스 인권운동가에게 상이 주어졌다”고 올렸다. 반면 키릴 카바노프 러시아 대통령실 인권위원회 위원은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노벨 평화상은 오랫동안 정치화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전쟁과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에 진력한 벨라루스 인권활동가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시민단체가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 시간) 202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권력을 비판하고 기본적 시민권을 증진시켰다”고 밝혔다. 인류 평화에 이바지한 인물(단체)에게 수여하는 노벨평화상은 올해 103번째로 수상자에게 금메달과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2억7000만 원)가 주어진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올해는 유럽에 특이하게 전쟁이 일어나 핵무기 위협, 식량 부족 등으로 평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 수상자를 선정했다”며 전쟁 중인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인접국 벨라루스에서 수상자를 선정한 의미를 강조했다. 문학연구자였던 비알리아츠키는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 영구 집권을 허용하는 개헌에 반대하며 1996년 시민단체 ‘비아스나(봄)’를 설립했다. 독재에 항거하다 투옥된 정치범과 그 가족을 지원하던 비아스나는 정치범 고문 실상을 알리면서 인권단체로 발전했다. 비알리아츠키는 2011년에 이어 2020년 반(反)정권 시위를 벌이다 붙잡혀 재판 없이 구금돼 투옥 중이다. 그는 투옥이나 구금 중 노벨평화상을 받은 네 번째 인물이다. 노벨위원회는 “그가 수상하러 올 수 있게 석방되길 바란다”고 했다. 메모리알은 옛 소련 핵물리학자이자 인권운동가로 1975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 주도로 1987년 생긴 러시아 최초 인권단체다. 모스크바 법원은 2014년 메모리알이 ‘해외 지원을 받는 단체’ 관련 규정을 어겼다며 강제 해산시켰다. 당시 법정에서 검사가 “공공의 위협”이라고 지칭하자 방청객들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얀 라친스키 메모리알 이사회 의장은 “러시아에서 말할 수 없이 고통 받는 동료들에 대한 인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07년 인권 변호사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설립한 CCL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반군세력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에서 자행된 전쟁범죄를 알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러시아군 전쟁범죄 수집, 규명에 힘쓰고 있다. CCL은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 지지에 감사한다.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국과 서방에서는 이번 수상자 선정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케네스 로스 국장은 이날 트위터에 “푸틴의 70번째 생일날 푸틴이 폐쇄시킨 러시아 인권단체, 그의 전쟁범죄를 기록하는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푸틴과 친한 루카셴코가 감옥에 가둔 벨라루스 인권운동가에게 상이 주어졌다”고 올렸다. 반면 키릴 카바노프 러시아 대통령실 인권위원회 위원은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노벨평화상은 오랫동안 정치화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이은택기자 nabi@donga.com}

“김치는 이미 프랑스 음식에 ‘뿌리’를 내렸어요. 요즘 건강을 더 중시하니 발효식품 김치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겁니다.” 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센 강변에 있는 127년 전통 요리 명문 학교 르코르동블뢰에서 만난 올리비에 귀용 교수는 김치가 프랑스인의 입맛에 익숙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프랑스 요리의 자존심 르코르동블뢰에서 ‘김치 응용 요리대회’가 열렸다. 르코르동블뢰와 한인 비영리단체 아마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 식품기업 대상이 후원한 이날 대회에는 317명이 지원했고 최종 선발된 10명이 참가해 결승전을 치렀다. 주로 20, 30대인 참가자 10명은 파리 보르도 마르세유 등 프랑스 곳곳에서 왔다. 이들은 1시간 반 안에 주최 측이 제공한 포기김치 맛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중 하나를 골라 김치 요리를 만들어 냈다. 참가자들은 김치를 볶고 끓이며 쫄깃한 파스타나 파이 속에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김치가 들어간 김치 퓨전 음식 등을 탄생시켰다. 볶은 김치와 잘게 다진 김치가 녹아든 진한 소스가 주로 활용됐다. 상큼한 백김치와 씹는 재미를 주는 아몬드를 곁들인 앙트레(전채 음식)도 눈에 띄었다. 7년 전 워킹홀리데이로 부산에서 1년 반가량 머물었다는 참가자 모니크 라센 씨는 투르트(둥근 프랑스식 파이) 안에 김치와 돼지고기를 볶아 넣어 프랑스 퓨전 음식을 만들었다. 그는 “부산에서 삼겹살에 김치를 같이 구워 먹었는데 정말 맛있어서 그 경험을 살렸다”고 말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라센 씨는 이날 특별상으로 받은 상금 1000유로(약 139만 원)를 보태 고향 랭스에서 한국식 카페를 개업할 생각이다. 보르도에서 기차를 타고 온 정보기술(IT) 업계 직장인 도냐 자크케 씨는 “한국인 친구가 많아서 평소 김치를 즐겨 먹는데 맛이 특이하면서 매력적이었다”며 “매콤한 김치로 요리해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자크케 씨는 김치를 넣은 라비올리(이탈리아식 만두)와 구운 새우 위에 김치볶음을 얹은 요리를 선보여 2위를 차지했다. 심사를 맡은 파브리스 다니엘 르코르동블뢰 부교장은 “올해로 4회째인데 초기에 비해 김치 요리 수준이 점점 발전하고 있어 놀랍다”며 “프랑스인은 색다른 식재료와 맛을 시도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김치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의 딸이 숨진 사건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개입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이 같은 암살 작전으로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동부 루한스크주에 러시아의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진입하며 반격을 강화하고 있다. 강제 병합지를 비롯한 영토가 공격당할 시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던 푸틴 대통령은 유럽 최대 원전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국유화하겠다고 나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푸틴 측근 사건에 우크라 개입 정황”푸틴 대통령의 ‘브레인’으로 불리던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8월 차량 폭발로 숨진 사건에 대해 미 정보당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개입 정황을 파악했다고 CNN이 5일 보도했다. CNN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정보당국이 이번 암살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 내용을 정부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정치평론가인 두긴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촉구해온 인물이다. 미 정보당국은 당시 암살 작전의 목표가 두긴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 작전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승인 과정에 대해선 미 정보당국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소식통은 “미국은 사전에 작전을 알지 못했으며 가담하지 않았다. 이 사건 직후 (미국은) 암살 작전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질책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두기나(두긴의 딸) 같은 사람은 우크라이나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암살 작전 배후설을 거듭 부인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당시 폭발 사건 직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해 왔다.○ 우크라, 러 점령 루한스크 첫 진입수복 지역을 넓히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2월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에 진입했다고 CNN 방송이 소셜미디어 사진을 인용해 5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주 등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주민을 해방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올 7월 초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점령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주, 자포리자와 헤르손주 등 4곳을 병합한다고 선포했지만 이들 지역의 상당수를 우크라이나가 탈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러시아 자산으로 국유화하는 대통령령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 이 원전 내 원자로는 포격을 우려해 가동을 멈췄지만 최근 6기 중 1기가 재가동 준비에 들어갔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날 밝혔다. 핵전쟁 우려가 커지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자국에 핵무기를 배치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폴란드는 서방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최전선에 있는 동맹국이다. 미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핵 사용 가능성 언급 이후 핵전쟁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사선병 치료제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는 미 제약사 암젠의 급성 방사선 증후군(ARS) 치료제 엔플레이트를 2억9000만 달러(약 4100억 원)어치 구매했다. 미 복지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구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하루 200만 배럴의 대규모 원유 감산에 합의하자 미국은 “사우디가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이 자국 원유 수출 제한뿐 아니라 사우디 등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산유국 담합금지법 통과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축인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OPEC+)의 감산 결정에 대해 “실수”라고 규정하며 “명백하게 러시아와 사우디가 손을 잡은 것이고 (산유국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OPEC+의 근시안적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OPEC+는 “서방의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초래된 에너지 위기 속에 사우디가 러시아에 동조했다는 사실에 격분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당장의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중간선거가 있는 11월에 전략비축유 1000만 배럴 방출 계획도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성명에서 “OPEC의 에너지 가격 통제력을 축소시키기 위한 추가 수단에 대해 의회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미 상원 법사위원회가 OPEC의 가격 담합을 규제하기 위해 올 5월 통과시킨 ‘석유 생산 수출 카르텔 금지(NOPEC)’ 법안의 의회 통과가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 법무부가 가격 담합을 주도한 사우디 등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미국은 정유업계의 반발에도 미국 내 휘발유, 경유에 대한 해외 수출 금지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러시아산 원유나 정유 제품 가격이 상한선을 넘으면 제3국으로 해상운송을 금지하는 가격상한제를 적용하는 대러 제재에 합의했다. 5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1.43% 오른 배럴당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3거래일 연속 올라 10.4%나 뛰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의 딸이 숨진 사고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개입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이 같은 암살 작전으로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동부 루한스크주에 러시아의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진입하며 반격을 강화하고 있다. 강제 병합지를 비롯한 영토가 공격당할 시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 최대 원전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국유화하겠다고 나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푸틴 측근 사고에 우크라 개입 정황”푸틴 대통령의 ‘브레인’으로 불리던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8월 차량 폭발로 숨진 사고에 대해 미 정보당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개입 정황을 파악했다고 CNN이 5일 보도했다. CNN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정보당국이 이번 암살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 내용을 정부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정치평론가인 두긴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촉구해온 인물이다. 미 정보당국은 당시 암살 작전의 목표가 두긴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 작전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승인 과정에 대해선 미 정보당국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소식통은 “미국은 사전에 작전을 알지 못했으며 가담하지 않았다. 이 사건 직후 (미국은) 암살 작전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질책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하일로 포돌야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두기나 같은 사람은 우크라이나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암살 작전 배후설을 거듭 부인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당시 폭발 사고 직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해왔다. ● 우크라, 러 점령 루한스크 첫 진입수복 지역을 넓히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2월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에 진입했다고 미 CNN방송이 소셜미디어 사진을 인용해 5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주 등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주민을 해방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올 7월 초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점령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주, 자포리자와 헤르손주 등 4곳을 병합한다고 선포했지만 이들 지역의 상당수를 우크라이나가 탈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러시아 자산으로 국유화하는 대통령령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 이 원전 내 원자로는 포격을 우려해 가동을 멈췄지만 최근 6기 중 1기가 재가동 준비에 들어갔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날 밝혔다. 핵전쟁 우려가 커지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자국에 핵무기를 배치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폴란드는 서방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최전선에 있는 동맹국이다. 미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핵사용 가능성 언급 이후 핵전쟁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사선병 치료제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는 미 제약사 암젠의 급성 방사선 증후군(ARS) 치료제 엔플레이트를 2억9000만 달러(약 4100억 원)어치 구매했다. 미 복지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구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축인 산유국 연합체 OPEC플러스(OPEC+)가 5일(현지 시간) 하루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에 달하는 2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감산을 추진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 고물가 속 달러 가치가 치솟고 유가가 하락하면서 수익 기반을 상실한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연합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겨울을 앞두고 세계에 ‘석유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3개국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이날 OPEC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장관 전체회의 직전 OPEC+ 주요국 장관들로 구성된 합동 장관 모니터링 위원회가 하루 2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감산하는 데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위원회의 합의 내용은 장관급 전체회의에 권고됐다. 이 경우 감산 폭이 2년 7개월 만에 최대가 된다. 40년 만에 최악인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유가 안정에 사활을 걸어온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CNN은 미 백악관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백악관이 러시아와 사우디의 원유 감산을 ‘재앙(disaster)’ 국면으로 규정했다”며 재무부 등을 동원해 막판까지 OPEC+ 회원국에 감산에 반대하도록 로비력을 총동원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OPEC+의 감산에 맞서 자국 전략비축유 방출 확대부터 휘발유 수출 금지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PEC+의 감산에 미국이 석유 수출 금지로 맞서는 ‘석유 패권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 세계는 고물가 장기화 속 경기 경착륙을 면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달러 초강세를 뜻하는 ‘킹 달러’로 더 비싼 값에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한국은 무역적자 폭이 더 커진다. 러 원유감산 공세에 美 석유수출 금지 검토… 유가 100달러 위협 러-사우디, 美와 ‘석유패권 전쟁’… 국제유가 이틀새 8% 뜀박질중간선거 앞 유가 잡으려던 美 비상… “백악관 공황” 모든 수단 동원 태세‘美 킹달러 vs 산유국 감산’ 충돌… 한국 물가불안-무역적자 악화 우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대규모 원유 감산을 추진하자 미국은 전략비축유 방출 확대부터 휘발유 수출 금지까지 가능한 모든 대응 카드를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내적으로는 11월 중간선거의 대형 악재이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무력화될 수 있어 미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 고위 당국자는 CNN에 “유가 안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며 백악관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CNN이 입수한 백악관이 재무부에 보낸 메모에는 현 상황이 ‘완전한 재앙(total disaster)’이라며 모든 수를 동원해 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유 감산에 이어 미국의 자국 석유 수출 금지까지 현실화되면 국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져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원유 배럴당 100달러 다시 온다”국제유가는 OPEC플러스(OPEC+)의 감산 검토 소식이 전해진 2일 이후 이틀 동안 약 8% 가까이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지난달 30일 78달러에서 2거래일 뒤 86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영국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장중 90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본다. 글로벌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배럴당 브렌트유 가격이 향후 6개월 동안 배럴당 105달러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가뜩이나 고물가 고환율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한국에도 고유가 부담까지 얹혀지는 셈이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킹 달러’와 유가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다 무역적자에 악영향을 준다. 고물가 장기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 고착화로 이어져 다시 ‘킹 달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에너지부와 주요 석유업체에 ‘휘발유 및 경유 수출 금지’에 대한 영향 평가를 급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 등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한 휘발유를 미국 내에서만 쓰도록 하면 미국 내 휘발유 값이 내려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석유업체들은 “휘발유 생산량 저하를 유도해 세계적인 공급 병목현상을 불러 오히려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비상시 쓰도록 돼 있는 전략비축유 방출을 하루 200만 배럴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 달러 vs 석유 패권 전쟁 당초 산유국 23개국 협의체인 OPEC+ 대면 회의는 내년이나 돼야 열릴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OPEC+는 1일 갑작스럽게 대면 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 대한 강제 병합을 공식화하자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 원유 상한제 강화 등 대러시아 제재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이다. 다분히 정치적 보복이 담긴 상징성을 계산한 회의라는 의미다.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이자 RBC 캐피털 마켓의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데 이어 석유 시장을 교란시키는 데 관심을 돌릴 것”이라며 “겨울로 접어들며 더 파괴적인 행동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서방의 러시아 원유 상한선 제재가 서방이 유가를 쥐고 흔들려는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봐 왔다. 원유 상한선 제재는 에너지 ‘소비자’가 힘을 합쳐 러시아 원유 값을 제한해 경제적 타격을 입히려 한 제재다. 이에 ‘생산자’들이 원유 가격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킹 달러’로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프 큐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담당 수석은 “그 옛날 ‘석유 패권’이 돌아왔다”며 달러 가치를 높이는 미 연준과 석유 가치를 높이려는 산유국의 대결 국면으로 풀이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의 부도위험 지표가 역대 최고로 치솟고 회사 주가가 장중 역대 최저로 추락했다. 일각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이날 스위스 증시에서 장 초반 약 11.5% 급락해 역대 최저인 3.52스위스프랑(약 5070원)으로 주저앉았다. 이후 자본과 유동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오며 주가는 올랐지만 전날 종가보다 0.93% 하락한 3.94스위스프랑에 마감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파산한 영국 그린실캐피털과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에 대한 투자에 실패하며 막대한 손해를 봤다. 울리히 쾨르너 크레디트스위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 “현재가 고비지만 자본 수준과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밝혀 오히려 시장 불안감을 키웠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부도 위험이 커질수록 높아지는 지표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크레디트스위스의 1년물 CDS 프리미엄은 이날 장 초반 5%를 넘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스위스 일반 은행들의 수치보다 높다”고 했다. 다만 블룸버그의 폴 데이비스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위기에 처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최근 회원국들에 “러시아 해군 핵잠수함 K-329 벨고로트가 ‘둠스데이’(종말의 날)로 불리는 핵 어뢰 ‘포세이돈’을 싣고 북극해를 향해 출항했다. 핵무기 시험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보냈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가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러시아 국방부의 핵 장비 전담부서 소속 열차가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 전방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3일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라레푸블리카와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나토는 러시아가 ‘포세이돈’의 첫 번째 시험 발사를 북극해에서 감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포세이돈의 파괴력은 2Mt급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보이’(15Kt급)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 방송은 3일 “미 행정부가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 등 핵 시나리오에 대한 비상계획 수립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병합을 선언한 동남부 헤르손, 도네츠크의 일부 지역을 잇달아 탈환하고 있다.러 핵잠수함-핵열차 이동우크라, 러 병합 요충지 잇단 탈환… 통제권 잃은 푸틴, 핵위협 높여길이 184m 세계최대 핵잠 벨고로트, 핵어뢰 포세이돈 6~8기 탑재 가능전문가 “美 방어체계로 요격 못해”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4곳을 자신들의 영토라며 강제 병합했지만 일부를 우크라이나군에 빼앗기고 통제권을 잃자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 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더 이상의 개입을 멈추라”는 경고를 보내기 위해 최후 수단으로 꼽히는 ‘핵’을 꺼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군은 3일 우크라이나 군대가 남부 요충지 헤르손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다고 인정했다. 헤르손은 푸틴 대통령이 병합을 선언한 곳이다.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을 관통하는 드니프로강의 일부 교량을 파괴해 강 서쪽에 주둔한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완전히 차단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군 격퇴에 큰 효과를 발휘한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4기를 추가로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에 지원한 16기와 합하면 총 20기다.○ 핵 어뢰 터지면 ‘방사능 쓰나미’라레푸블리카가 2일 인용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첩보 노트에 따르면 나토는 러시아가 북부 카라해에서 핵추진 잠수함 ‘벨고로트’에 핵 어뢰 ‘포세이돈’을 탑재해 발사 시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길이 184m의 벨고로트는 현존 세계 최대 잠수함이다. 미국 해군이 보유한 가장 큰 잠수함인 오하이오급(171m)보다 13m 더 길다. 최대 120일간 해저에서 연속 작전이 가능하며 작전 반경이 무제한이다. 2Mt급의 폭발력을 지닌 포세이돈은 연안 해저에서 터지면 높이 500m의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의 항공모함이나 군함은 물론이고 해군 기지와 그 지역 자체까지 방사능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벨고로트는 최대 6∼8기의 포세이돈을 탑재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미국 CNN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포드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포세이돈을 두고 “미국 해안 도시를 방사능 쓰나미로 덮어버릴 계획으로 설계된 무기”라고 우려했다. 미 군사전문가 H I 서튼은 더타임스에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로 포세이돈을 요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친러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리바르’가 최근 러시아 화물열차가 신형 병력 수송차와 각종 장비를 싣고 러시아 중부에서 우크라이나 쪽으로 이동하는 영상을 공개했다고 3일 전했다. 핀란드 국방전문가 콘라드 무지카는 이 열차가 러시아 국방부에서 핵 장비를 담당하는 제12총국과 연계됐다고 분석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은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 러 병합지 속속 탈환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점령한 동부 관문도시들을 탈환한 데 이어 헤르손 등 남부 전선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이 헤르손 등 동남부 4곳에 대한 병합 조약을 체결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다. 3일 AP통신에 따르면 헤르손의 친러 행정부 수반인 볼로디미르 살도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주 드니프로강의 서안 마을 두니차를 점령했다”고 시인했다. 영국 가디언 역시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점령지 4곳을 완전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라고 일방적으로 선포한 병합지들을 우크라이나가 조금씩 탈환에 성공하면서 핵전쟁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병합지를 공격한 것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이라는 명분을 만들어 푸틴 대통령이 핵 버튼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지난달 6일 취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47)가 스스로 밀어붙인 대규모 감세안을 철회하면서 집권 한 달 만에 위기에 처했다. ‘제2의 마거릿 대처’를 표방하며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등으로 난국에 빠진 영국을 구하겠다고 외쳤지만 정책 판단 실수로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으며 국제사회에서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 주요 언론은 지난달 23일 50년 만의 최대 규모인 450억 파운드(약 73조 원) 감세안을 발표한 트러스 총리가 불과 열흘 만인 이달 3일 이 안을 전격 철회한 데에는 버밍엄의 호텔에서 긴급 소집한 각료 회의가 결정적이었다고 4일 전했다. 집권 보수당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버밍엄에 온 트러스 총리는 2일 밤부터 3일 0시까지 하이엇호텔 스위트룸에서 주무 장관인 쿼지 콰텡 재무장관 등과 마라톤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각 부처 장관 의견을 취합했을 때 대부분의 장관까지 감세안에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알고 더 이상 밀어붙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감세안 발표 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고 국제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을 때도 “감세안을 계획대로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던 그였지만 내각의 반발마저 무시할 수는 없었던 셈이다. 결국 트러스 총리와 콰텡 장관은 몇 시간 뒤 날이 밝자 감세안 철회를 발표했다. 그는 철회 발표 직후 BBC방송에 출연해 “더 나은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했다”고 일종의 정책 실패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다만 이 와중에도 진행자의 발언을 여러 번 끊으며 “감세안이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란 믿음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폭풍은 상당하다. 보수당 일각에서는 총리 자리를 두고 마지막까지 그와 경쟁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을 추가 당 대표 경선 없이 총리직에 앉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의 사퇴를 위해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청원에 이미 50만 명이 서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원 팀’을 이뤄야 할 콰텡 장관과의 관계도 삐걱대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BBC 인터뷰에서 감세안이 콰텡 장관의 생각이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자 콰텡 장관 또한 “감세안 철회는 총리의 결정이었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논란이 고조되자 콰텡 장관은 “두 사람 모두의 결정이었다”고 정정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BBC는 트러스 내각이 스스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고 사안을 통제하지도 못한다고 꼬집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4곳을 자신들의 영토라며 강제 병합했지만 일부를 우크라이나군에 빼앗기고 통제권을 잃자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 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더 이상의 개입을 멈추라”는 경고를 보내기 위해 최후 수단으로 꼽히는 ‘핵’을 꺼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군은 3일 우크라이나 군대가 남부 요충지 헤르손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다고 인정했다. 헤르손은 푸틴 대통령이 병합을 선언한 곳이다.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을 관통하는 드니프로강의 일부 교량을 파괴해 강 서쪽에 주둔한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완전히 차단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군 격퇴에 큰 효과를 발휘한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4기를 추가로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에 지원한 16기와 합하면 총 20기다.○ 핵 어뢰 터지면 ‘방사능 쓰나미’라레푸블리카가 2일 인용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첩보 노트에 따르면 나토는 러시아가 북부 카라해에서 핵추진 잠수함 ‘벨고로트’에 핵 어뢰 ‘포세이돈’을 탑재해 발사 시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길이 184m의 벨고로트는 현존 세계 최대 잠수함이다. 미국 해군이 보유한 가장 큰 잠수함인 오하이오급(171m)보다 13m 더 길다. 최대 120일간 해저에서 연속 작전이 가능하며 작전 반경이 무제한이다. 2Mt급의 폭발력을 지닌 포세이돈은 연안 해저에서 터지면 높이 500m의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의 항공모함이나 군함은 물론이고 해군 기지와 그 지역 자체까지 방사능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벨고로트는 최대 6∼8기의 포세이돈을 탑재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미국 CNN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포드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포세이돈을 두고 “미국 해안 도시를 방사능 쓰나미로 덮어버릴 계획으로 설계된 무기”라고 우려했다. 미 군사전문가 H I 서튼은 더타임스에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로 포세이돈을 요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친러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리바르’가 최근 러시아 화물열차가 신형 병력 수송차와 각종 장비를 싣고 러시아 중부에서 우크라이나 쪽으로 이동하는 영상을 공개했다고 3일 전했다. 핀란드 국방전문가 콘라드 무지카는 이 열차가 러시아 국방부에서 핵 장비를 담당하는 제12총국과 연계됐다고 분석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은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 러 병합지 속속 탈환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점령한 동부 관문도시들을 탈환한 데 이어 헤르손 등 남부 전선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이 헤르손 등 동남부 4곳에 대한 병합 조약을 체결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다. 3일 AP통신에 따르면 헤르손의 친러 행정부 수반인 볼로디미르 살도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주 드니프로강의 서안 마을 두니차를 점령했다”고 시인했다. 영국 가디언 역시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점령지 4곳을 완전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라고 일방적으로 선포한 병합지들을 우크라이나가 조금씩 탈환에 성공하면서 핵전쟁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병합지를 공격한 것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이라는 명분을 만들어 푸틴 대통령이 핵 버튼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