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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속내를 감추는 승부사라는 뜻)라고 지칭하며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불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한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두 번째 방문하고 떠난 다음 태도 변화가 있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기자들이 ‘중국이 북-미 관계에 부정적 역할을 했는가’라고 묻자 “중국에 좀 실망했다. 김정은이 두 번째로 시 주석을 만난 뒤 태도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거듭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누구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아무 일도 없었을 수도 있고 무슨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면서도 “(김정은의) 첫 번째 방중(3월 25∼28일)은 누구나 다 알았지만 두 번째(5월 7, 8일)는 깜짝 놀랐다. 그 만남 뒤에 상황이 바뀌었다. 그러니 내가 기분 좋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세계 최고 수준의 포커 플레이어”라며 “나 역시 그가 하는 것과 같은 것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이런 호칭을 붙인 것에는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대북 제재에 적극 협력하는 시 주석을 ‘나의 좋은 친구’라고 부를 정도로 신뢰했다. 하지만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협박하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자 ‘시진핑 배후론’을 믿기 시작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시 주석 평가는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방중 이후 많이 달라졌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여러분은 나의 좋은 친구인 중국 시 주석이 미국에 해준 중차대한 도움, 특히 북한 국경선에서 보여준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을 면담하면서 “확실히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분명히 협상을 원했던 김정은이 지금은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북한)이 중국과 얘기했을 수도 있다. 그게 맞을 것”이라고 시진핑 배후론을 거론했다. 당시는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전격 취소하고, 17일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일방적 핵 포기를 강요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밝혔을 때였다.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내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은 22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중국과의 무역을 생각할 때 그들(중국)이 북한과의 평화에 있어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한다”면서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중 무역협상을 계속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옆자리에 앉아 있던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문 대통령은 (내가 기분 나쁘다는 것과)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다. 기분이 어떠시냐. 의견이 있지 않으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이 곤란해지는 걸 원치 않는다. 중국 바로 옆에 살고 있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문 대통령은 (중국에서) 멀지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시진핑 배후설’ 제기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이 발휘하는 역할은 긍정적인 역할뿐”이라고 반박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조율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또다시 북한의 태도 돌변 배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북핵 문제에 관한 미중 간 이견을 드러낸 상황이어서 왕 위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 주석의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애초 왕 위원의 일정은 16일부터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을 거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4개국 순방 일정만 공개돼 있었다. 그런데 왕 위원이 G20 장관 회의 참가 중이던 22일 중국 외교부가 “왕 위원은 아르헨티나 방문 이후 귀국길에 워싱턴을 방문해 중미 양국 관계와 양국의 공통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북한의 태도 돌변에 시 주석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시 주석이 왕 위원을 미국에 보내 이달 초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적, 단계적 비핵화 해법이 현실적이며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시 주석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도 워싱턴을 방문해 23일(현지 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난다. 고노 외상은 폼페이오 장관에게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설명을 듣고 일본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7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호출서비스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 차량을 이용한 한 중국 여성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운전사가 갑자기 포르노 영상을 튼 것이다. “못 본 척했죠. (무서워서 꺼달라고도) 말하지 못했어요.” 여성 승객은 내리자마자 디디추싱에 신고했다. 회사 측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승객에게 결과를 알리지 않았다. 관영 중국중앙(CC)TV가 확인한 뒤에야 “이 기사가 승객 호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22일 저녁 CCTV가 보도한 내용이다. 디디추싱은 5일 허난성 정저우에서 한 스튜어디스가 허위로 차량을 디디추싱에 등록한 운전사에게 성폭행, 살해당한 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여론은 디디추싱이 기사들의 신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분노한다. 창사에서 19일에도 여성 승객이 위협을 당했다. 처음에 같이 밥 먹고 싶다고 희롱하던 기사는 승객이 거절한 뒤 내릴 때가 되자 아예 차문을 잠갔다. “정말 예뻐요. 500위안에 다른 건 안 하고 그냥 만지기만 할게요.” “싫어요. 내릴 거예요. 문 좀 열어주세요.” 여성 승객은 경찰에 신고한다고 한 뒤에야 가까스로 탈출했다. CCTV를 통해 들리는 여성 승객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공포가 느껴진다. CCTV 기자가 차량을 호출해 보니 호출한 차량과 전혀 다른 차량과 기사가 승객을 태우러 왔다. 디디추싱 관계자도 “디디추싱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어디든 갈 수 있어 대중교통의 혁신적 모델로 주목받던 디디추싱이 오히려 신뢰성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물론 디디추싱의 혁신성은 놀라웠고 발전도 그만큼 빨랐다. 쉐자오펑(薛兆豊)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한 강연에서 디디추싱을 경제발전, 기술혁신, 민생의 3자가 융합돼 중국 경제 지속 성장에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디디추싱 덕분에 ‘차량 소유’가 중요하지 않게 됐다. ‘외출의 평등화’를 실현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차량공유 시스템 덕분에 자가 차량 이용이 줄면서 한 해 4800만 그루의 나무가 1년간 빨아들이는 양인 144만 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다.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2100만여 명이 디디추싱을 통해 돈을 벌었다. 소비를 증가시키면서 환경을 보호하고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하고 있는 디디추싱은 혁신성을 바탕으로 10년 안에 전 세계 이용자 20억 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중국식 혁신 모델은 “총알이 일단 날아가게 하라”는 것이다. 혁신기술의 시장 진입을 규제하기보다 일단 시행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개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디디추싱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몇 가지 개선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울 듯하다. 디디추싱은 위치추적, 신원 확인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음에도 관리 감독을 허술하게 한 채 위험을 방치했다. 디디추싱의 위기는 시장 투자 확대에만 몰두해 ‘인간 존중’이 사라진 기술혁신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중국식 혁신경제 모델도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북한이 22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이벤트 취재를 위한 외신들의 방북을 허가하면서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는 첫발을 뗐다. 그러나 당초 약속과 달리 한국 취재진의 방북은 불허했다.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 이행과 남북 관계 개선을 별도 트랙으로 다루면서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지나친 대북 저자세가 ‘한국 패싱’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취재진 “방사선량 측정계 압수당해” 22일 오전 9시 45분경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서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기자들을 태운 고려항공 전세기(JS622)가 원산을 향해 출발하며 ‘풍계리 이벤트’가 시작됐다.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정상회담 재고 입장을 밝힌 이후 북-미 간 냉기류가 형성된 가운데서도 풍계리 행사는 예정대로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북한이 비자 비용으로 1만 달러(약 1085만 원)를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초청을 받은 외신 기자들은 “수수료(fee)는 없었다”거나 “160달러를 사전에 냈고, 평소 (북한) 출장비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가의 사증 비용 요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대량 현금 유입)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이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스카이뉴스 톰 체셔 아시아 특파원은 22일 오후 원산 도착 후 “(숙소인) 호텔에서 오찬 메뉴로 스테이크와 상어지느러미 수프, 자라튀김, 퐁뒤 등이 포함된 (뷔페식이) 제공됐다”며 “큰 홀에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 바이올린 연주가 흘러나왔다. ‘기괴한 잔치’였다”고 전했다. 체셔 특파원은 이어 “북한 당국자는 (현지) 법률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다”며 “한 기자는 (당국자 설명에) ‘충분하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스카이뉴스는 북측이 원산공항에서 “실험장은 안전하니 (방사선량 측정계가) 필요 없을 것”이라며 방사선량 측정계와 위성전화기를 압수했다고 전했다. ○ 한국 언론만 빼며 ‘한반도 운전석’ 노린 듯 김정은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한 뒤 우리 기자들을 향해 “잘 연출됐습니까?”라고 물어 장내에서 웃음이 터진 적이 있다. 우리 언론과 첫 접촉인데도 거부감 없는 모습을 보인 것. 하지만 북한은 15일 “통신과 방송 1개사 4명씩 총 8명을 초청한다”고 알려 왔지만 22일 우리 기자단 명단 수령을 거부했고 베이징까지 간 취재진을 원산행 고려항공 전세기에 태우지 않았다. 북한이 풍계리 폐기 이벤트란 ‘국제적 약속’은 이행하면서도 한국 초청이란 ‘남북 간 약속’을 어긴 것은 결국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남한을 압박하며 북-미 간 중재 역할 강화를 유도하거나 대미 불만을 한국에 쏟아내며 미국을 간접 압박하겠다는 것. 총련계 조선신보는 22일 “조미(북-미) 대화에서 진전이 이루어지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사태도 저절로 해소되리라고는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중국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 8명이 화성에 남겨진 지구인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 마션의 주인공처럼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밀폐 캡슐 웨궁 1호(면적 160m²)에서 두 조로 나뉜 채 370일을 살았다. 웨궁(月宮)은 달의 궁전을 뜻한다. 산소와 물도 공급되지 않는 폐쇄 캡슐 안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길러 먹고 살았을까. 》 마스크를 쓴 실험 참가자 4명이 15일 각각 대두, 밀, 당근, 토마토를 가득 안고 베이징(北京)항공우주대학 내 밀폐캡슐 ‘웨궁(月宮)1호’에서 나오자 박수가 터졌다. 총 8명의 실험 참가자는 지난해 5월 10일부터 4명씩 두 조로 나눠 370일간 웨궁1호에서 외부 세계와 격리된 채 생활했다. 1조가 첫 60일과 마지막 110일, 2조가 그 사이 200일을 생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폐쇄캡슐 생활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기록”이라고 보도했다. ‘웨궁365’로 이름이 붙여진 이 실험은 인간이 폐쇄된 환경에서 식물과 곤충을 재배, 사육하면서 생태 순환 과정을 통해 발생한 산소와 물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시스템으로 인류가 지구 밖 행성에서 생존할 수 있다면 달, 화성 등에 대한 장기간의 유인 탐사와 개척이 가능해진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산소와 물은 100%를 면적이 160㎡에 불과한 웨궁1호 내에서 자급자족했다. 웨궁1호는 식물재배 공간 2곳과 폐기물 처리실이 있는 주거공간 1곳으로 분리됐다. 음식물 자급률은 98%였다. 100kg의 음식물이 필요하다면 98kg은 자급자족했다는 뜻이다. 참가자들이 먹을 일부 육류와 식물에 줄 영양액이 외부에서 공급됐다. 실험 참가자들이 매일 먹고 배출하는 모든 것, 재배하는 식물 상태, 참가자들의 신체와 심리 상태 변화 등이 모두 기록됐다. 격리된 폐쇄 환경이 우주 승무원들에게 유발할 수 있는 심리적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애초 365일로 끝나기로 돼 있던 실험이 참가자들에게 예고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5일 연장됐다. 정해진 귀환 시점에 지구로 돌아오지 못하는 돌발 상황에 대비한 실험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 여성 참가자는 “실망스러웠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면서도 “100여 일을 버텼는데 5일 더 하는 것은 별일 아니라며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6주간은 웨궁1호에서 유일하게 외부를 볼 수 있는 작은 창문마저 가려 태양광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되는 실험이 진행됐다.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매일 규칙적으로 35종의 식물을 재배하고 폐기물을 처리해 순환시키는 극도로 단조로운 생활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무릉도원처럼 신선한 느낌이었지만 점점 피곤함이 밀려들었다가 나중엔 평온해졌다”고 말했다.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곤충인 황색거저리를 키웠다. 신화통신은 “황색거저리는 채소를 먹어 생태 순환 과정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거저리를 프라이팬에 볶아 밀과 함께 빻은 뒤 쪄서 만터우(소가 없는 만두)를 만들어 먹거나 바로 볶아 먹기도 했다고 전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이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전방위로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리고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무역협상에 합의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각각 이끄는 미중 경제·무역대표단은 17, 18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2차 무역협상을 마무리하고 19일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양국은 연간 3750억 달러(약 406조 원·지난해 미국 측 통계 기준)에 이르는 대중 무역적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정비를 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대표단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를 상당 부분 줄이기 위한 조치를 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이를 위해 중국은 미국의 상품·서비스 구매를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수출확대 품목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농산물을 비롯해 자동차와 에너지 제품이 명시됐다. 앞서 논의된 품목 중 항공기 반도체 등은 목록에서 빠졌다. 구체적인 무역흑자 축소 목표액은 공동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미국은 연간 2000억 달러 감축을 명기하자고 했지만 중국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소비대국 미국과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중국의 경제구조에 차이가 있어 양국의 무역 불균형은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저가 농산물과 에너지 제품의 대중 수출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콩류인 대두에서 50억 달러, 천연가스 석탄 원유 등에서 90억 달러 정도의 수출 증가가 가능할 것”이라며 “고가의 최첨단 정보기술(IT) 제품과 항공기 및 방위산업 제품을 포함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치인 연간 2000억 달러의 적자 감축은 비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류 부총리는 “이번 무역협상의 최대 성과는 양측이 무역전쟁을 하지 않기로 했고 상호 관세 부과를 중지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중이 관세폭탄 전쟁을 끝내기로 했음을 밝힌 것이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합의가 미국에 백기를 든 것으로 비치는 걸 막기 위해 “무역전쟁을 끝냈다!” “공동 승리”라는 표현 등을 강조했다. 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가 북한의 태도 돌변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있다는 ‘배후론’에 발끈하며 북한의 태도 변화는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환추시보는 19일 사설에서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태도가 돌변한 것에 대해 중국 탓만 하고 자신들의 대북정책에서 원인을 찾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이 거론한 ‘시진핑 배후론’에 대해 “(한미) 양국의 여론과 정계는 단순하고 유치한 논리를 추종하고 있을 뿐”이라며 “중국은 이런 논리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기,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 석방이라는 놀랄 만한 양보를 했음에도 미국은 일부 북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신속히 반출하는 ‘큰 선물 보따리’를 북한에 일방적으로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환추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논평에서 “미국은 북한이 우선 신속하고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한 뒤 보상을 해주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미국이 계속 압박을 이어가는 데 대해 북한이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북한을 두둔했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 8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개최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의욕을 보이며 “나는 앞으로 경제 개혁 개방 정책을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북-미 정상회담 재고 운운한 것과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배후론’을 제기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확실히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분명히 협상을 원했던 김정은이 지금은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북한)이 중국과 얘기했을 수도 있다. 그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은 내 친구이고 훌륭한 사람이지만 그는 중국을 대표하고 나는 미국을 대표한다”며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중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 주석 배후론’을 우회적으로 부인하면서도 반발하지는 않았다. 최고지도자인 시 주석을 비판했음에도 중국 외교부가 맞받아치지 않은 건 이례적이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김정은 체제 보장’ 대목에 “환영”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될 경우 북한의 완전한 몰살’ 가능성까지 들고나오자 ‘시진핑 배후론’이 미중 갈등으로 비화되는 걸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중국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 주석 배후설 제기에 반발하는 보도는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을 인용하는 보도도 하지 않았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 때 외신이 ‘시 주석의 배후론’과 관련한 질문을 두 차례나 했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중국의 입장은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한반도에 출현한 대화와 긴장 완화가 기쁘고 안심이 된다. 중국은 대화 정세가 단단해지도록 격려하고 노력해 왔다”고만 말하며 직접적인 답을 피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재검토를 위협한 데 이어 중국과의 밀착을 과시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잇따라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중국과의 밀착은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방중 이후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중국을 ‘전가의 보도’ 삼아 입지를 다지는 식이다. 청와대는 북-미 양측에 ‘역지사지’를 강조하며 중재에 나섰다.○ 밀월 과시하는 북중 14일 북한 전역의 시도당위원(책임자)으로 구성된 노동당 친선 참관단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중은 한층 활발해진 교류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3월 25일 김정은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첫 만남을 시작으로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다롄(大連) 2차 정상회동 등 공개된 북-중 교류 행사만 이번이 4번째다. 특히 이번 참관단의 방문은 북-중 경제협력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친선 참관단에 농업, 과학기술, 인문 분야의 대규모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북 인프라 투자 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비핵화 완료 전 단계에서 중국에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중 간 최고위급부터 실무급까지 경제협력의 토대가 촘촘하게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미국에 강경 태도 철회를 요구하는 등 북한과 보조 맞추기에 나섰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7일 “북한이 자발적으로 취한 (비핵화 관련) 조치는 충분히 긍정할 만하다”며 “다른 관련국들, 특히 미국은 현재 나타난 평화의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왕 위원은 “한쪽(북한)이 유연성을 보일 때 다른 한쪽(미국)이 오히려 강경하면 안 된다”며 “역사적으로 이미 이 분야에 교훈이 있다. 같은 현상이 재연되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도 말했다.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 보상을 맞바꾸는 9·19공동성명이 합의됐지만 같은 해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선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북한 비자금을 동결한 사건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16일 시 주석과 만난 일부 북한 참관단이 허리를 90도로 굽혀 악수한 것이 중국에 대한 북한의 시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북제재에 동참한 중국에 노골적 적대감을 드러냈던 북한은 중국의 지원을 통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려 하고, 중국은 남북미중 4자 구도를 유지해 한반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차원에서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지사지 강조하며 중재 나선 청와대 청와대는 북-미 간 갈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장 백악관과 평양 사이의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물밑 대화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한 청와대는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이 상호 존중의 정신하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미 간과 남북 간에 여러 채널을 통해 긴밀히 입장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정부나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상호 존중의 정신은 좀 더 쉽게 얘기하면 역지사지를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22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아직 한 번도 이뤄지지 못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 등을 통해 북-미 간 이견 좁히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서훈 국가정보원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3각 라인이 다시 한번 활발하게 움직이며 북-미 간 간극을 좁히는 데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상준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중국 정부는 미국에 경고한 북한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면서, 미국엔 강경 태도 철회를 요구하는 등 북한과 공동 행보에 나섰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7일 “북한이 자발적으로 취한 (비핵화 관련) 조치는 충분히 긍정할 만하다”며 “다른 관련국들, 특히 미국은 현재 나타난 평화의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왕 위원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국가 이름을 거명하지 않으면서도 “한쪽(북한)이 유연성을 보일 때 다른 한쪽(미국)이 오히려 강경하면 안 된다”며 “역사적으로 이미 이 분야에서 교훈이 있다. 같은 현상이 재연되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의 촉진자가 돼야지, 퇴보를 재촉하는 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왕 위원이 거론한 ‘교훈’은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 보상을 맞바꾸는 9·19 공동성명이 합의됐지만 같은 해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선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북한 비자금을 동결한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해인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도발로 ‘9·19 공동성명’은 유명무실해졌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아예 공식적으로 북한과 공동 행보를 취하면서 미국의 강경함을 비판하자 북한의 대미 경고 배경에 중국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화권 매체인 둬웨이(多維)는 이날 “북한이 이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했는데도 미국과 한국이 오히려 연합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중국이 제기한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는 의심할 바 없이 중국을 기분 나쁘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평양과 베이징의 (미국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합쳐지고 있다”며 “북한이 중국을 대신해 목소리를 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둬웨이는 “북한의 이번 태도(대미 경고)는 분명히 중국의 쌍중단 입장을 실질적으로 지지한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을 통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내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런민(人民)일보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도 자국 전문가들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북한 입장에서 핵실험장 폐기는 극단의 양보”라며 “그럼에도 미국과 한국이 극한의 대북 압박을 유지하자 북한이 ‘부당하게 이용당했다’는 느낌을 가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글로벌타임스는 “북-중 관계 회복은 미국과 외교 게임을 하는 북한을 더욱 강하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14일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노동당 친선 참관단에 농업, 과학기술, 인문 분야의 대규모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북 인프라 투자 등 북-중 대규모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북한 전역의 시·도 당위원(책임자)로 구성된 노동당 참관단은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을 때 일부 시·도 책임자가 허리를 90도로 굽혀 시 주석과 악수하는 등 노골적으로 저자세를 보였다. 참관단은 시 주석을 접견할 때도 시 주석이 먼저 앉은 뒤에 대표단장인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은 꼿꼿이 선 채로 이 주석에 몇 마디 건넨 뒤에야 앉았다. 최근 북-중 관계 개선 전까지 북한이 중국에 보여온 노골적 적대감을 고려하면 현재 북한이 중국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는 적나라한 장면이었다. 노동당 참관단은 17일 베이징을 떠나 상하이나 선전, 광저우 등 중국의 개혁개방 모습을 볼 수 있는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베이징=윤완준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정부가 16일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선의를 보이고 북한의 우려를 이해해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하고 북-미 정상회담 취소까지 거론한 북한의 주장을 지지하고 북한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방적 핵 포기를 강요하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다시 고려하겠다’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발언에 대해 “한반도 문제를 평화,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중요한 기회를 맞은 이때에 북-미 양측은 같은 목표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서로 선의와 성의를 보여 정상회담을 위해 양호한 조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취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기 약속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또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밝힌 ‘단계적’ 북핵 해법과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 해소’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그대로 요구한 바 있다. 따라서 루 대변인이 이날 밝힌 ‘선의와 성의’는 일방적 핵 포기를 강요하지 말고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단계적 조치를 취하라고 미국에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루 대변인은 한미 군사훈련인 ‘맥스선더’를 이유로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 데 대해서도 “판문점 선언 정신에 따라 합리적인 우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충분히 보이기를 바란다”며 “자극하고 긴장을 유발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환추(環球)시보는 관련 내용을 전하는 기사 제목에서 “북한이 미국에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방중한 북한 노동당 친선참관단을 만나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인 2010년 비슷한 성격의 북한 대표단이 중국에서 저우융캉 당시 상무위원(최고 지도부)을 만났던 것에 비하면 격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도(지도) 아래 노동당과 인민이 국정에 부합하는 발전의 길을 걷는 것을 지지한다”며 “북한과 치당치국(治黨治國) 경험을 교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성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중국 경제 건설과 개혁 개방 경험을 학습하기 위해 중국에 왔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한미군사훈련을 수용할 있다던 북한이 갑자기 훈련을 빌미 삼아 태도를 돌변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위협한 이면에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진핑(習近平) 변수’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차례 깜짝 방중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의 잇따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중 양국이 급격히 밀착되는 가운데 북한의 이런 위협이 나왔기 때문이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평화협정 관련 담판 과정에서 미국에 요구할 현안에 대해 시 주석과 김정은 간 모종의 협의 및 합의가 이뤄졌고 이것이 북한의 태도 돌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 조치를 주장해 왔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시 주석은 김정은과 마찬가지로 ‘단계적 조치’(북한의 비핵화 관련 조치마다 미국이 보상하는 것)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안보 위협 해소’를 강조했다. 냉전체제 해소엔 주한미군 철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중국은 남북 접촉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통상적인 한미군사훈련을 수용할 수 있고 주한미군 주둔도 용인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재빠르게 움직였다.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그 중간엔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북해 김정은을 만났다. 특히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김정은은 최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 열린 2차 시-김 회담에서 “관련국(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을 없애기만 하면 북한은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북-미가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책임 있게 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을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의 산물로 주장해 왔다. 또 김정은의 이런 발언이 북한 측 보도에 없었고 중국 측 발표에만 있었던 것은 중국이 이 문제를 더욱 중시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이 북-중 정상회담 뒤 다롄을 떠난 8일 오후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단계적’ 행동과 북한 안보 우려 해소를 2대 핵심 요구사항으로 그대로 전했다. 북한이 비핵화 관련 성의 있는 행동을 취했으니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취소 등의 조치로 단계적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중국이 고수해온 쌍중단 주장과 똑같다. 다롄 시-김 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자신의 카드인 쌍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병행)을 북한의 대미 요구 및 협상 카드로 낼 것을 권고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모종의 협의를 바탕으로 김정은은 시 주석을 북-미 담판의 든든한 후견인으로 확보했고,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또 다시 도박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화(新華)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는 이날 북한의 남북 고위급 회담 취소 및 북-미 정상회담 취소 위협을 속보로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관련 내용을 전하는 기사 제목에서 “북한이 미국에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의 석탄 수입상들이 다음 달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상황에 따라 ‘북한 석탄을 수입하겠다’고 약속하는 사실상의 가계약을 북한 석탄 무역상들과 암암리에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산 석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현재 중국 등 국외로의 수출이 금지돼 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15일 “중국-북한 석탄 무역상들 간에 북한산 석탄의 중국 수출 재개와 관련한 협의가 진행되면서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상황 변화에 대비해 미리 북한산 석탄의 중국 수입을 약속하는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다만 북한산 석탄의 수입 거래가 최종 성사된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보리 제재가 풀리지 않는 이상 북한산 석탄 수입 관련 거래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중국이 관련 제재를 이행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해관(세관)의 북한산 석탄 수입량 공식 통계는 ‘0’이다. 로이터통신은 북한 석탄 무역상들을 인용해 “북한 석탄 무역상들이 석탄을 헐값에 중국 무역상들에게 팔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북부 지역의 한 석탄 무역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말 중국을 처음 방문한 날 북한 무역상이 접근해 ‘남포항에 있는 석탄을 원하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북한 무역상들은 수천 t의 무연탄을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를 중국 석탄 가격의 4분의 1이 안 되는 t당 30∼40달러에 팔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석탄을 살 경우 돈을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 있는 북한 회사와 연결된 중국 중개상의 계좌로 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산 수산물 밀수도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산 수산물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수입 금지 품목이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조종석 유리창이 깨지면서 부기장의 몸이 반쯤 빠져나가는 긴박한 위기 상황에서도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켜 피해를 최소화한 중국인 기장이 화제다. 15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충칭(重慶)을 출발해 라싸(拉薩)로 가던 쓰촨(四川)항공 에어버스 A319 여객기는 출발 1시간 만에 고도 9750m의 청두(成都) 상공에서 조종실 부기장석 오른쪽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가 났다. 비행기를 몰던 류촨젠(劉傳健) 기장은 “사고로 조종실 기온은 영하 20∼30도까지 급격히 낮아졌고 압력도 크게 떨어져 고막이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당시 외부 기온은 영하 40도였다고 한다. 류 기장은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부기장의 몸이 창밖으로 반쯤 빠져나가 창틀에 걸쳐 있었다”며 “극한의 추위 속에서 육안에 의존해 조종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부기장은 얼굴에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 기장은 사고 발생 20여 분 만에 인근 공항에 비행기를 착륙시켰다. 객실에서는 자동으로 산소마스크가 내려왔고 조종실과 객실이 분리돼 있어 조종실 기압과 온도 하강이 승객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류 기장은 “당시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다”며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객 128명 중 1명이 착륙 과정에서 경상을 입었다. 중국 매체들은 류 기장을 “중국의 설리 기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설리(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은 2009년 1월 새 떼에 부딪혀 엔진이 꺼진 US항공 여객기를 뉴욕 허드슨강 위에 불시착시켜 승객 155명 전원을 살렸다. 하지만 ‘기장 영웅 만들기’ 이전에 부기장석 유리창이 깨지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조치, 해당 항공사에 대한 조사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차례 방중 이후 북한 노동당 핵심 부서들의 경제투자 사절단이 잇달아 중국을 찾아 중국 측과 대북 경제 지원 및 협력에 관해 논의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실세 측근으로 알려진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정치국 위원) 등 당 고위급 대표단이 김 위원장의 방중 일주일 만인 14일 대거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다. 향후 북-중 간 고위층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많은 북한 노동당 핵심 간부들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북 제재 해제 및 중국의 대북 투자와 경제 지원 활성화를 논의하기 위해 줄을 이어 방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대북 원유 지원, 발전소 설립 등 에너지 지원, 국제 금융시스템 참여 등 분야별로 사절단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고, 다른 소식통은 “단둥 등 북-중 접경지역에도 북한 당 간부들이 잇따라 방문하는 등 북-중 경제협력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14일 오전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뒤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영접을 받아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향했다. 박 부위원장과 김수길 당 평양위원장, 김능오 당 평안북도위원장, 류명선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포착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이 3월 말 첫 방중 때 방문한 베이징의 실리콘밸리 중관춘(中關村) 과학원 문헌정보센터를 찾았다. 김 위원장이 부러워한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지원 등 북-중 협력을 위한 포석이다. 북한의 지방 책임자들이 대거 방중한 것은 북-중 지방 간 경제협력사업 회복을 위한 것이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북한 신의주 간 신(新)압록강대교 개통 등 북-중 접경지역 경제협력 재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의제 등을 협상해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도 방중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고위급 대표단은 전용기나 특별기가 아니라 이날 운항된 고려항공 일반 노선을 타고 왔다. 북한 국기를 꽂은 의전 차량과 중국 측 경호 차량 등 12대가 목격됐다. 외교 소식통은 “의전 규모로 볼 때 김 위원장이나 여동생 김여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안방(安邦)보험그룹 회장(사진)이 10일 중국 법원에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상하이(上海)시 제1중급인민법원이 이날 “불법으로 모금한 652억4800만 위안(약 11조1000억 원)을 빼돌리는 등 사기, 배임, 횡령 행위를 한 혐의로 우 전 회장에게 징역형을 선고했을 뿐 아니라 4년간 정치 참여 권리를 박탈하고 추징금 105억 위안(약 1조7700억원)을 물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들은 우 전 회장 사건에 대해 “중국 역대 금융 범죄 사상 최대 사기 액수”라고 전했다. 우 전 회장은 편법으로 보험감독관리위원회 승인을 얻은 뒤 허위 정보를 퍼뜨려 불법으로 자금을 모집한 혐의로 지난해 체포됐다. 체포 이후 무기징역이 선고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우 전 회장이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라는 점에서 중국 고위층 간 알력 다툼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 전 회장은 중국 최고위층 인사들과의 관계를 이용해 사업을 확대해 왔다. 안방보험은 2016년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을 인수한 바 있다. 안방그룹은 2월 우 전 회장이 기소된 뒤 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경영권을 접수해 1년 기한으로 위탁 경영을 하고 있다.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로 유명한 우 전 회장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비밀 회동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우 전 회장은 그해 11월 뉴욕의 한 호텔에서 쿠슈너를 비밀리에 만나 부동산 사업으로 자금 부족과 많은 빚에 시달리고 있다며 경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핵 해법으로 내세운 “단계적”이라는 표현을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그대로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9일에는 이례적으로 중국 다롄(大連)에서 7, 8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이 “북한이 제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신경전을 벌이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긴밀히 협의할 필요를 느껴 방중했음을 드러내면서 중국이 북한의 강력한 후원자로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미 양측이 같은 목표를 위해 협력해 상호 신뢰를 수립하고, 단계적 행동을 하고,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고려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 해결을 함께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단계적 북핵 해법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보상을 몇 단계로 나눠 하나하나 맞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측은 ‘단계적’이라는 뜻으로 ‘펀제돤(分階段)’이라는 표현을 썼다. 중국 측은 앞서 8일 시 주석과 김 위원장 간 회담 결과를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수립하고 각 측이 책임 있게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때 중국 측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단계적”에 해당하는 표현도 역시 ‘펀제돤’이었다. 또 중국 측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관련국(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과 안보 위협만 없애면, 북한은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면서 미국이 먼저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해줘야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의 발언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해야 체제 보장, 대북 제재 해제 등의 보상이 가능하다는 미국식 접근을 반대하면서 비핵화 조치에 따른 보상이 단계적으로 실현돼야 한다는 김 위원장식 해법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통화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 이행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중국 측이 발표한 ‘단계적’ 해법과는 차이가 있는 내용이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8일 낮 12시 반(현지 시간)을 넘겨 항공기 3대가 나란히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공항 국제선 VIP 전용 통로 너머에 드러낸 모습이 동아일보·채널A 취재진에 포착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 참매1호와 같은 기종의 여객기와 전용 수송기로 보이는 고려항공 항공기 그리고 꼬리날개에 오성홍기(중국 국기)가 선명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로 보이는 항공기였다. 참매1호와 같은 기종의 전용기 동체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북한의 공식 국호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직전 12시 반부터 다롄 공항 국제선의 출입국 수속이 금지되기 시작했다. 출입국 수속을 하기 위해 기다리던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긴 줄을 서야 했다. 이에 앞서 국내 항공사를 비롯한 다롄 공항 국제선 취항 항공사들은 이날 오후 5시까지 출입국 수속과 티케팅이 전면 금지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한항공도 오후 2시 반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가 5시 반으로 변경되면서 승객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항공 당국 측은 “항공 관제 시스템 고장 때문”이라고 통제 이유를 설명했다. 전날 오전 김 위원장이 다롄 공항에 도착하던 시점에 4시간여 동안 공항이 통제될 때도 중국 측은 “관제 시스템 고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공항 통제가 본격화하면서 공항 안팎에 정복 차림의 중국 공안(경찰)이 대규모로 나타나 공항청사 곳곳에서 일반인 출입 등을 통제했다. 이날 공항뿐만 아니라 다롄시 전역에서 삼엄한 통제가 이어졌다. 경호와 의전은 최고위급으로 진행돼 시내에서 모터케이드(주요 인사를 태운 차량이 천천히 나아가는 행렬)가 목격되기도 했다. 공항 통제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공항을 이륙한 오후 3시 20분 이후에야 풀리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김 위원장 일행이 머문 것으로 알려진 방추이(棒槌)섬 영빈관 인근 도로와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 ‘산둥(山東)함’ 시험 항해가 진행된 다롄항 인근 도로도 전면 통제됐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영빈관으로 이어지는 방추이섬은 6km 떨어진 곳까지 통제됐다. 영빈관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중국 공안이 ‘오늘 관광지구 폐쇄’ ‘전방 공사’ 등의 바리케이드를 치고 진입을 막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날 낮 12시 40분경 중국 공안은 공항 인도에서 다롄 공항 국제선 VIP 통로 너머로 보이는 북한 항공기 모습을 촬영하려는 동아일보·채널A 취재진을 다짜고짜 막아선 뒤 인근 공안 파출소로 연행해 감금했다. 취재진이 VIP 통로에 접근하지 않은 채 인도에서 촬영했음에도 벽 쪽으로 얼굴을 향한 뒤 손을 위로 올리라고 위협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본보·채널A 취재진은 김 위원장 전용기가 이륙한 뒤에야 풀려났다.다롄=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정동연 채널A 특파원}
3월 집권 7년 만에 북한 땅을 벗어나 중국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0여 일 만에 다시 중국에 간 것은 그만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할 급박한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일 비핵화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김정은과 시 주석 모두 전략적 소통에 나설 시점이라고 절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 주석 입장에선 평화협정 체결 등 북-미 회담에서 논의될 만한 의제들이 ‘중국 역할론’과 맞닿아 있는 만큼 김정은과 세밀한 사전조율 작업을 마쳐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단계적 동시적 조치하라” 재확인 김정은의 이번 방중에는 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수행했다. 리수용-리용호로 이어지는 외교 라인 핵심에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에서 최근 승진한 최선희까지 총출동한 것. 특히 미국과의 대화 경험이 풍부한 ‘대미통’ 최선희가 북한 외무성에서 중국 담당인 리길성 부상 대신 함께했다는 점에서 김정은과 시 주석이 이번 회동에서 북-미 회담과 관련해 구체적인 비핵화 절차 및 시기 등을 두고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선중앙TV는 “최고지도자 사이의 전략적 소통이 진행됐다”고 강조해 우회적으로 비핵화 전략 논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완전한 비핵화(CVID)’에서 ‘영구적 핵폐기(PVID)’로 비핵화 기준을 높였다. ‘평화적 우주 개발’을 명분으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까지 불가하다며 김정은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물론 김정은이 시 주석을 만나 좀 더 적극적인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8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북한이 시종 한결같았던 명확한 입장”이라며 “관련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과 안보 위협만 없애면, 북한은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어 “한반도 문제의 전면적인 정치 해결 과정을 추진해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장기 평화가 실현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했다는 것은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통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동시에 비핵화에 나설 테니 반대급부로 더 많은 보상을 내놓으라는 공개 압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정은은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수립하고, 각 측이 책임 있게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며 3월 베이징 방문 당시 내건 ‘동시적 단계적 조치’를 시 주석을 옆에 두고 다시 언급했다.○ 시진핑, 비핵화 모멘텀 소외 우려했나 김정은의 3월 방중이 전통적인 북-중 관계의 복원을 알리는 차원이었다면 이번 방문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적인 성격이 짙어 보인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를 언급하지 않는 대신 북-미 대화의 실무자인 김영철뿐 아니라 리수용-리용호-최선희 등 대미 라인까지 여러 차례 비중 있게 언급했다. 중국 수뇌부와 ‘북-미 대화 준비형’ 실무회담을 했다는 얘기다. 동시에 이번 북-중 정상 간 회동 성사에는 시 주석의 의지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최근 북-미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주한미군 감축설, 평화협정 체결 등이 모두 중국에 민감한 사안들이라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한미 군사훈련 규모 축소나 비핵화를 전제로 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 등도 중국으로선 직접 들여다보고 싶은 의제다. 시 주석은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중국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중재 역할을 맡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북-미가 최근 비핵화는 물론 그에 대한 반대급부 논의까지 진행하며 잰걸음을 재촉하는데 그 내용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자 중국 정부가 불안감을 드러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이야기다. 이번 회동도 이런 조건이 맞아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북-중 정상 간 회동을 특수한 필요에 따라 급하게 잡힌 게 아니라 사전 약속에 따른 정해진 수순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우리 외교부 관계자는 “북-중은 특히 최고지도자 일정과 관련해 폐쇄적일 만큼 보안이 철저하다”며 “이미 3월 정상회담에서 약속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다롄=윤완준 특파원·정동연 채널A 특파원}

관영 중국중앙(CC)TV는 8일(현지 시간) 저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사실을 공개하면서 양국 정상의 친밀감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3월 말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40여 일 만에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의 고급 휴양지 방추이(棒槌)섬에서 전격적으로 성사된 2차 시-김 만남의 목적이 미국 견제에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의 문턱을 높이는 등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고 함께 행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밝힌 것으로도 볼 수 있다. CCTV는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위해 환영 만찬을 열고 함께 산책하고 오찬을 열었다”고 전했다. 7일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공식 정상회담을 갖고 방추이섬 영빈관에서 환영 만찬을 연 뒤 8일 오전 또다시 만나 영빈관 앞 해변과 공원을 산책하고 점심을 또 같이 먹었다는 얘기다. 현지 시간으로 7일 오전 8시∼오후 1시에 다롄 공항이 통제됐음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전용기는 7일 오전에 도착한 게 분명하다. 또한 김 위원장의 전용기는 8일 오후 3시 20분 다롄 공항을 이륙한 것으로 확인돼 이번 1박 2일 방중은 체류시간이 30여 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 정상은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매끼 식사를 같이했고 공식 정상회담뿐 아니라 다음 날 오전부터 통역만 대동한 채 단둘이 해변과 공원을 산책했다. 시 주석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마무리한 뒤에야 방추이섬 영빈관에서 가까운 다롄항에서 진행된 첫 자국산 항공모함의 시험 항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CCTV는 특히 북-중 정상회담 모습뿐 아니라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방추이섬 영빈관 앞바다의 해변과 공원을 나란히 산책하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긴 시간 동안 방영했다. 화면에 나타난 두 정상은 마치 형님 아우처럼 친밀해 보였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 둘만이 긴밀히 나눈 내용이 있음을 보여줬다. CCTV는 시 주석이 형님처럼 김 위원장에게 무언가 계속해서 강연하듯 열변을 토하고 김 위원장이 이를 경청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이 강연하고 김 위원장이 듣는 분위기의 장면을 집중적으로 비췄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북한을 뒷받침하는 대국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해변뿐 아니라 방추이섬 영빈관 인근 숲 공원도 함께 걸으며 계속해서 얘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웃으며 때로 해변을 가리키며 대화를 나눴다. CCTV는 두 사람이 해변에서 마주 보고 한참을 얘기하는 장면도 방영했다. 두 사람이 헤어지기 전 활짝 웃으며 두 손을 맞잡고 악수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방추이섬 영빈관 앞 해변과 방추이섬 공원 산책 모습을 연출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최근 판문점 회담 때 두 정상만 따로 얘기를 나누며 친밀감을 과시한 도보다리 회동을 흉내 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북한에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방추이섬 공원 해변에 임시로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차양 아래 벤치에서 두 정상이 나란히 앉아 웃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도 배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만 자리를 같이했다. 왕후닝(王호寧) 중국 상무위원(최고지도부)이 3월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도 배석해 북한 관련 업무를 책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중국은 시 주석의 최측근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비롯해 양제츠(楊潔지) 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총출동했다. 북한은 리수용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CCTV는 이날 김 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인 오후 7시 신원롄보(新聞聯報)에서 처음으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다롄 정상회담 소식을 공개했다. 신원롄보는 시 주석의 동정을 주로 전하는 CCTV의 메인 뉴스다. 북한 지도자 방중 때 극도의 비밀주의를 유지하다가 북한으로 돌아간 뒤에야 방중 사실을 공개하는 관례를 또다시 따른 것이다. 국제 표준에 어긋나는 이런 관례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다롄=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