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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스페셜리스트’로 손꼽히는 영국 출신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50)가 슈만의 연가곡을 들고 국내 팬들을 만난다. 그가 한국 무대에서 슈만을 노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스트리지 리사이틀은 19일 오후 7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다. 보스트리지는 2004년과 2008년 내한 공연에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2011년에는 바로크 앙상블 ‘에우로파 갈란테’와 함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 바로크 오페라를 들려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독일의 서정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와 슈만의 음악이 어우러진 연가곡 ‘시인의 사랑’과 ‘리더크라이스’ 작품24 등으로 레퍼토리를 채웠다.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여실히 드러낸 ‘시인의 사랑’은 슈만이 남긴 250여 편의 가곡 중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란 점에서 기대감을 더한다. ‘리더크라이스’는 슈만이 피아노곡에서 가곡 창작으로 전환한 초기작으로 낭만성이 자유롭게 표현돼 있다는 평을 받는다. 투명하면서도 때론 역동적으로 몰아치는 목소리가 매력인 그는 이 시대 최고의 리트(독일 가곡) 성악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독일 가곡의 전설로 꼽혔던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1925∼2012)는 생전에 “리트의 음영, 텍스트 행간의 의미까지 온전히 이해한 채 노래하는 사람은 이언 보스트리지밖에 없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동안 슈베르트 전문 성악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해 온 그가 이번 공연에서 슈만의 곡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슈만 가곡은 무엇보다 목소리와 피아노가 긴밀하게 결합돼 있어 때로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체가 둘 중 무엇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그런 면에서는 슈만이 슈베르트보다 더 깊이가 있다”고 밝히며 공연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보스트리지에게 슈만은 특별한 작곡가다. 16세 때 청중 앞에서 처음 부른 가곡이 ‘시인의 사랑’이었고 EMI에서 나온 첫 음반도 ‘시인의 사랑’과 ‘리더크라이스’였다. 옥스퍼드대 역사학 박사 출신인 보스트리지는 취미로 노래를 배우다가 1993년 정식으로 음악계에 데뷔할 당시에도 옥스퍼드대 연구원 신분이었다. ‘학구적 성악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는 내년에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문화, 역사적으로 분석한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노래 때문에 포기했던 학문의 길을 조금 보상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에는 그와 20년 넘게 함께한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가 반주자로 나선다. 2만∼8만 원. 1577-776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사라져 가는 일상의 순간순간을 기록하며 그 매 순간의 공명(共鳴)을 담아내는 것이 사진가의 일이다.’ 국내 정상급 사진작가로 손꼽히는 저자가 자신의 30년 사진 인생을 담은 에세이다. 구본창의 사진에는 삶이 녹아 있다. 임종을 앞두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버지의 육신을 카메라에 담아 ‘생명의 안간힘’을 기록하거나 어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유난히 자주 마주쳤던 숫자 ‘4’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일분간의 독백’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그의 사진은 “대상이 사람이건 아니건 대체로 아스라함이나 애잔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신수진 사진심리학자). 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저자는 ‘구본창의 사진 속에는 왜 삶의 애잔함이 묻어 있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그 토대는 꼬여 버린 그의 유년 시절에서 출발한다. 3남 3녀 중 다섯째였던 그는 서울의 명문 중학교를 1등으로 입학한 여섯 살 터울의 큰형으로 인한 소외감과 열등감으로 내성적으로 변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작고 조용한 존재들에게 말을 걸고, 귀를 기울이는 행위에 심취했다.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의 강경한 반대에 연세대 경영학과에 진학한다. 번듯한 회사에 취직도 하지만 6개월 만에 백기를 들고 돌연 독일 유학행을 선택한다. 그리고 독일 함부르크 땅에서 운명의 도구, 카메라를 만난다. 구본창은 카메라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있는 듯 없는 듯 사소한 일상의 모습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자신만의 노하우, 사물의 ‘영혼’을 필름 속에 담는 비결을 내러티브 형식으로 담담하게 전한다.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에서도 사물과 사진작가의 교감이 필름 속에 스며드는 공명을 꿈꾼다. 이 책에는 인간의 불안정한 모습을 표현한 ‘태초에’를 비롯한 그의 대표작이 다수 실렸다. 특히 소극적인 모습을 탈피하고자 1980년대부터 스스로를 피사체로 삼은 ‘셀프카메라’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느낌은 다소 애잔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실력파 연주자들과 함께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20일과 24일에는 진은숙 상임작곡가가 동시대 음악 경향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한 ‘아르스 노바(Ars Nova)’ 시리즈가 무대에 오른다. 20일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아르스 노바 시리즈Ⅰ 체임버 콘서트’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위촉한 조너선 하비의 ‘장면’을 서울시향 부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웨인 린의 협연으로 한국 초연한다.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아르스 노바 시리즈Ⅱ 관현악 콘서트’에서는 서울시향이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와 공동 위촉한 작곡가 요르크 횔러의 ‘항해’를 세계 최초로 무대에 올린다. 2010년 음악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로마이어상을 수상한 횔러는 시력이 약해져 사물의 10% 정도밖에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천재 음악가인 그의 신작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관람료 1만∼5만 원. 1588-1210.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의 독주회는 전석 매진됐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공공 예술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 국립예술자료원의 재통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한팩과 예술자료원은 2010년 예술위에서 분리됐다. 독립된 지 불과 4년 만에 다시 통합작업이 진행되면서 주먹구구식 행정이 빚은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세 기관의 업무가 일부 중복되고 서로 관련되는 부분이 많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올해 6월까지 통합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술위는 문예진흥원이 2005년 전환된 기관으로, 예술가와 예술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한팩은 대학로예술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 등을 운영하며 공연 지원업무를 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도 담당하고 있다. 예술자료원은 예술 관련 기록 및 정보 자료 수집과 보존을 맡고 있다. 2010년 정부는 전문성을 갖춘 독립기구로 성장시킨다는 명분으로 한팩과 예술자료원을 분리했다. 하지만 예술위와 한팩 모두 공연 사업을 지원해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원 수도 지난해 기준으로 예술위는 97명, 한팩은 30명, 예술자료원은 19명에 불과한데 각각 관리 부서를 두고 있어 실제 현장 업무를 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문제도 발생했다. 예술위가 한팩을 분리시킨 뒤 대학로예술극장과 관련해 42억 원의 세금 폭탄을 맞은 것. 대학로예술극장은 예술위 소유지만 분리 후 운영은 한팩이 맡았다. 당초 예술위는 극장 운영과 관련 재산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공공극장 운영 사업은 ‘문화고유목적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팩이 극장 운영을 맡으면서 소유자와 운영자가 분리되자 세무당국은 소유자가 직접 극장을 운영해야 한다며 3년 치 추징 세금 42억 원을 부과했다. 세금은 조세심판원 판결을 거쳐 8억6000여만 원으로 줄었지만 예술위는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세 기관의 통합작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문체부 산하 다른 여러 기관의 통합이 어떻게 진행될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팩과 예술자료원의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통합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세 기관이 통합되더라도 직원의 고용은 승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술위는 이달 말 전남 나주시로 이전한다. 문체부는 7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통합과 관련해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청회에서는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의 통합과 기능 조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손효림 aryssong@donga.com·김정은 기자}